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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4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491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48











S#1. 경빈 처소 외경


금이, 비웃음을 흘리며 처소 방쪽을 날카롭게 노려보고 섰다.



S#2.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난정을 살기등등하게 노려본다.


난정 : 마마, 지금 고육책이라고 말씀하셨사옵니까?

경빈 : 네 지금 나와 말장난을 하잔 말이더냐?!

난정 : (짐짓 영문 모르는 척 보며) ..마마, 고육책이라니요?! 이년 경빈마마께오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통 모르겠사옵니다.

경빈 : 가증스러운 년! 네년이 중궁전의 밀명을 받고 나를 천길 벼랑 밑으로 밀쳐 버리려 함을 내 모를 줄 알았더냐?!

난정 : (섭섭하다는 듯) 마마, 어찌 이년을 그리 보셨사옵니까?

경빈 : 네 정녕 네가 한 짓거리를 몰라서 되묻는게냐?!

난정 : 마마, 마마의 혜안이 어찌 그리도 흐려지셨나이까?!

경빈 : 네 이년! 네 지금 나를 흔들어 보려 함이더냐?!

난정 : 대체 이년이 경빈마마께 무슨 대죄를 지었길래 이리도 역정(逆情)을 내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 (가증스럽다는 듯 보며) 네년 주둥이로 중전마마께서 회임을 하시고도 나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연막을 피우고 있으시다고 했으렷다?!

난정 : 이년, 분명 경빈마마께 그리 말씀 올렸사옵니다.

경빈 : (노려보며 다그치듯) 회임?! 중전마마께서 회임을 하셨다?! 회임을?!

난정 : 예,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것이 자명한데 어찌 이리 역정을 내시옵니까?!

경빈 : 뭬야?! 네 아직도 요망한 혀를 놀려 되먹지 못한 수작질을 부리려는게냐?!

난정 : 수작질이라니요?! 마마! 대체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으셨는지는 몰라도..

경빈 : (버럭) 아직도 내 앞에서 거짓말을 지껄일 참이더냐?!

난정 : ..마마, 이년 입에서 거짓말이 나오길 바라시옵니까?

경빈 : 중전마마께오선 회임을 하신 것이 아니야!

난정 : (움찔 놀라는) ...!

경빈 : (싸늘한 미소) 무얼 그리 놀라느냐?! 중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을 하신 것은 누구보다도 네가 잘 알고 있을 것이 아니냐?!

난정 : ('들통이 났는가?') ...!!

경빈 : (싸늘하게 쏘아보는) ...!

난정 : (기세에 밀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마주 보며 쌩끗 웃는다) ...

경빈 : 웃어?!

난정 : 예, 이년 웃음이 나옵니다.



S#3. 대궐 후원 일각


윤비와 창빈이 동산을 거닐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엄상궁과 오상궁 및 상궁나인들이 그 뒤를 따른다.


창빈 : (윤비를 보며) ..신첩, 중전마마께 여쭙고 싶은 말씀이 있사옵니다.

윤비 : (미소) 내 창빈이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 짐작을 하오.

창빈 : (흠짓) 예에?.. 짐작을 하시다니요?

윤비 : 내가 복중에 용종을 잉태한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척 시치미를 잡아뗀 것인지 아니면 정녕 몰랐었는지

         그것이 궁금하신게지요?

창빈 : (조아리며) ...황공하옵니다.

윤비 : (멈춰서서) 창빈은 어찌 생각하시오? 내가 회임한 것을 진즉에 알았을 것이라 믿소?

창빈 : 신첩의 짧은 소견엔 잉태하신지 석 달이 넘었다면 중전마마께오서도 모르고 계시진 않았으리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 (미소) 그래요?

창빈 : 예.

윤비 : (혼자말처럼) 창빈은 맑은 물과 같은 사람이구려.. 창빈을 보고 있자면 수면 위로 비추는 내 자신의 모습을

         되새겨 볼 수가 있거든..

창빈 : ...

윤비 : 허나 물이 아무리 맑다한들 사람의 속내까지 비추진 못하는 법이지! (앞장서서 걸어간다)

창빈 : ...?!.. (윤비의 뒤를 따른다)



S#4. 경빈 처소 방 안


난정, 경빈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보며 말한다.


난정 : 경빈마마, 이년 가슴을 어찌 열어야 믿어주시겠사옵니까?

경빈 : (보는) ...!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아니하신 회임을 어찌 감히 이년이 하였다 기망할 수 있겠사옵니까?!

경빈 : (꿰뚫어 보는 시선) 중전마마께오서 교태전에서 천길 벼랑으로 떨어져 나가시는게 겁이 나셔서

         네년을 시켜 하시지도 않은 회임을 한 것처럼 꾸미신게 아니더냐?!

난정 : ('만만치가 않구나!' 그러나 버텨야한다) ..하!

경빈 : 하?!

난정 : 이년,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사옵니다.

경빈 : ...!

난정 : ...!

경빈 : 내가 믿지를 못할까봐, 중전마마께서 초주검이 될 때까지 네년에게 회초리를 치시는 고육책까지 쓰신게고!

난정 : (가슴이 덜컹 내려앉지만 내색않는) ...!!

경빈 : 네년이 중궁전과 내 처소를 드나들며 중전께서 함정을 파놓았느니 어쩌니 간살을 떨어댄 것이 모두

         중전마마를 지켜드리고자 함이 아니었느냐?!

난정 : ...!!!

경빈 : 중전마마께서 배가 불러올 때가 되면 무슨 트집을 잡아 낙태를 했다하여 내게다 그 죄를 덮어 씌워

         나를 내치려는 속내가 아니셨더냐 이 말이다!!

난정 : (흠짓 굳는) ...!

경빈 : (승자의 미소) 난정아, 어찌 네 얼굴이 그리 굳어졌느냐?!

난정 : (표정이 비틀리며 요사스러운 웃음이 터져나온다) 호호호호!

경빈 : (쏘아보며) 네년이 실성을 한게냐?!

난정 : (웃음을 참으려는) 마마, 용서 하시옵소서! 이년 경빈마마의 말씀을 듣고 있자니 웃음이 멈추지가 않사옵니다. 호호.

경빈 : 뭬야?! 이런 발칙한! 네 이 자리에서 물고가 나고 싶은게냐?!

난정 : ..황공하옵니다, 하오나 마마께오서 천하디 천한 이년을 너무 치켜세우셨사옵니다.

경빈 : 너무 치켜세웠다?

난정 : 이년 따위가 어찌 고육책을 알겠사오며, 또 알고있다 한들 어찌 천지간의 조화를 단박에 꿰뚫어 보시는

         천하의 경빈마마의 혜안을 한낱 고육책 따위로 기망할 수가 있겠사옵니까?

경빈 : (싸늘한) 네 아무리 천변만화(千變萬化)의 요설을 피운다 한들 내 너를 믿을 것 같으냐?!

난정 : (웃음기 싹 가시며 강렬한 눈빛) 마마, 정녕 덫에 치이시려 하시옵니까?! 중전마마께오서 파놓으신 함정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려 하심이옵니까?!

경빈 : (그 눈빛에 움찔) ..뭐라?!

난정 : 중전마마께오선 회임을 하신 것이 분명하옵니다! 만에 하나 이년 말에 틀림이 있다면!

경빈 : 틀림이 있다면?

난정 : (결연한) 이년 마마께 목숨을 내놓겠사옵니다!

경빈 : 목숨을 내놓겠다?

난정 : 예, 마마!

경빈 : 네 년의 천한 목숨따위를 맡아둔들 무슨 값어치가 있겠느냐만은.. 내어놓겠다니 내 맡아두도록 하마.

난정 : 하오면 마마께오선 이년에게 무엇을 내놓으시겠사옵니까?!

경빈 : 뭬야? 네 감히 나와 흥정을 하려드는게냐?!

난정 : 오고 가는게 있어야 정이 붙지요!

경빈 : (쏘아보다) ..오냐, 허면 내게 무엇을 바라느냐?!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것으로 판명이 난다면 경빈마마께서 금부에 갇혀 계신 도총관대감을 방면해 주시옵소서!

경빈 : 네 아비를?!

난정 : 예.

경빈 : 오냐, 내 약조하마! 허나 중전께오서 거짓회임을 꾸미셨다면 네 목숨뿐만 아니라 네 아비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야!

난정 : ...!

경빈 : ...!

난정 : (결연하게 보다가) ..하오면 이년 물러가겠사옵니다. (조아리고 일어서는데)

경빈 : 난정아, 이왕 입궐했으니 중궁전에 들러 중전마마께 문후나 여쭈고 가지 그러느냐?

난정 : (선 채) ..일러주시니 고맙사옵니다.

경빈 : (찻잔을 들며) 중전마마께오서 오늘 아침에 전하와 대비마마께오서 계시는 앞에서 어의의 진맥을 받으셨느니라.

난정 : (철렁, 그러나 태연히) ..그래서 회임의 진위를 가리셨사옵니까?

경빈 : 어의가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노라고 맥을 짚었으니 감축드릴 일이 아니더냐?

난정 : 지금 감축드린다 말씀하셨사옵니까?!

경빈 : (휙- 노려보며) 중전마마를 뵙거든 어의와 굳게 약조하신 일은 이 사람도 잘 알고 있노라고

         중전마마께 반드시 전해 올리거라!

난정 : (충격) ...!!

경빈 : 그만 물러가거라.

난정 :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싸늘한 미소) ...!



S#5.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임서방, 마루 끝에 앉아있다.


윤지임E :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요?!



S#6.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윤원로, 윤원형 삼부자 앞에 홍경주가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홍경주 : 예, 이 나라의 큰 경사이옵니다. 전하께오서 중전마마의 회임을 경하하시는 뜻으로 백성들의 조세를 탕감해주시옵고,

            사면령까지 내리셨사옵니다.

윤지임 : (기뻐서 입이 벌어지는) ..허, 허, 허.. 그, 그래요?

윤원로 : 아버님,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만 생산하시오면 우리 삼부자는 만사형통이 될 것이옵니다.

홍경주 : 암, 그렇구말구! 자네 두 형제 출사는 걱정마시게. 내 팔뚝을 걷어부치고 힘을 쓸테니 앞으론 탄탄대로가 열릴 것이야!

윤원형 : (홍경주 보며 뼈있는) 하오면 앞으론 제 아버님께오서 남양군댁을 찾으셔도

            고린내 나는 식객방에서 두식경씩이나 기다리시며 홀대 받지는 않으시겠사옵니까?

홍경주 : (당황하여) 아니, 그날은 저..

윤지임 : (눈치주는) 얘, 워, 원형아.. 그 무슨 말이냐?!

홍경주 : 아, 아니올시다. (윤원형을 보며) 이보시게, 홀대라니, 당치도 않네! 그날 내 긴한 논의가 있어서 그런게지..

            어찌 부원군대감을 홀대 할 수가 있겠나? 앞으론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야!

윤원형 : 예, 시생 대감 말씀을 믿겠사옵니다.

홍경주 : (윤원형 보며) 자네 좌의정에게 정치를 배우러 다닌다고 했던가?

윤원형 : 예! 근자에는 좌의정대감께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방도를 배우고 있사옵니다.

홍경주 :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니?

윤원로 : 그게 뭐냐? 이 형도 좀 배우자구나.

윤원형 : 별거 아니오. 윗분들 눈치를 잘 살펴 입속에 혀노릇을 잘해야 한다는 말씀이셨소!

윤원로 : 입속의 혀노릇?!

홍경주 : 허허허, 좌의정대감다운 말씀이구먼. 이보게, 그런 거라면 내 좌의정대감보다 더 잘 가르쳐줄 수 있으니

            내집에도 자주 들르게나.

윤원형 : (조아리며) 예, 그리 청해주시니, 백두(白頭) 이놈 감격하옵니다.

홍경주 : 입속의 혀노릇이라? 허허허허!

윤원로E : (웃는 얼굴위로) 이런 늙은 너구리 같으니라구!

홍경주E : (휙- 돌아보며) 너구리가 아니라 늙은 구렁일세!



S#7. 윤원형 대문 앞 길


홍경주의 사인교가 떠나가고 있다.

윤지임, 윤원로, 윤원형과 임서방이 계단밑까지 내려와 허리를 굽혀 배웅을 하고 섰다.


윤지임 : (홍경주 뒷모습을 보다가) 원로야, 내일이라도 우리 삼부자가 입궐하여 중전마마께 회임 감축인사라도 드려야겠구나.

윤원로 : 암요, 그래야지요! 아버님, 이제 우리도 가슴 쭉 펴고 다녀도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지임 : 오냐, 오냐. 들어가자.

윤원로 : 예, 아버님. (윤지임을 부축하고 계단을 오르는데)

윤원형 : (선 채 뭔가 께름직한) ..

윤원로 : (보며) 원형아, 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게냐?!

윤원형 : 아, 아니오 형님. 아버님 뫼시고 먼저 들어가시오, 내 잠시 다녀올 때가 있소.

윤원로 : 네 또 입속의 혀노릇을 배우러 가는게냐?

윤원형 : 형님도?! (조아리며) 아버님, 소자 다녀오겠사옵니다. (임서방 보고) 임서방!


윤원형, 급하게 가면 그 뒤를 따르는 임서방.


윤원로 : (윤지임을 부축하고 계단을 오르며)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사오니 이제 우리형제 물 만난 고기처럼

            천하를 헤엄칠 것이옵니다.

윤지임 : ...너무 자신하진 마라. 호사다마란 말도 있느니.. 매사 조심, 또 조심하거라.

윤원로 : 예, 아버님.



S#8. 중궁전 마당


난정, 심각한 표정으로 중궁전 계단을 올라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오상궁E : 중전마마, 정아무개 들었사옵니다.



S#9.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탕약을 마시고 약사발을 내려놓는다.


윤비 : (방밖을 보며) 들라해라.


난정, 방안으로 들어오면 엄상궁이 탕약사발을 받혀들고 일어서서 나간다.

난정, 굳은 표정으로 윤비에게 큰 절을 올리고 앉는다.


윤비 : (난정을 보며) 난정아, 네 낯빛이 왜 그리 흐린게냐?

난정 : (중전을 보며) 마마.. 어찌 이년을 믿지 못하시고 마마께오서 직접 나서시어 전하께 회임하셨음을 밝히셨사옵니까?!

윤비 : (미소) 허, 네 지금 내게 그 일을 따져 물으러 중궁전에 발걸음을 한 것이더냐?

난정 : 이년이 감히 하늘 같으신 중전마마께 어찌 사리를 따지겠사옵니까?

         하오나 이년 중전마마께 닥칠 후환이 두려워 말씀 올리는 것이옵니다.

윤비 : 후환?! 후환이라니?!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어떤 방도로 어의에게 회임이라는 진맥을 받아 내셨사온지는 알지 못하겠사오나

         이는 큰 화를 자초하신 것이옵니다.

윤비 : 큰 화를 자초하다니?!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거짓 회임으로 전하와 조정을 기망하셨음이 드러난다면

         이번 일은 폐서인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흠짓) 뭐라?! 폐서인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난정 : 마마께오선 전하께 목숨을 담보하신 것이옵니다.

윤비 : (크게 놀라는) ...!!



S#1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 암! 중전께서 거짓회임을 꾸민 것이 발각되면 폐서인이 아니라 목숨을 부지하지도 못할 것이야! 호호호!



S#11. 중궁전 방 안


난정, 원망이 섞인 눈초리로 윤비를 본다.


난정 : 마마, 어찌 이년을 믿어주시지 못하고 어쩌시려고 어쩌시려고 그리 혼자 일을 벌리셨사옵니까?!

윤비 : 난정아, 네가 나를 염려해주는 마음은 잘 안다. 허나 내 양어의에게 단단히 약조를 받아두었으니

         양어의가 나를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난정 : 마마, 지금은 누구도 믿으셔서는 아니되시옵니다! 양어의도 사람이옵니다.

윤비 : 네 무슨 말을 하려는게냐?

난정 : 경빈이 벌써 중전마마와 어의의 밀약을 알고 있었사옵니다!

윤비 : (놀라는) 뭣이라! 경빈이 일고 있다?!

난정 : 마마, 다른 사람은 그리도 쉽게 믿으시오면서 어찌 이년의 말엔 따라주시지 않는 것이옵니까?!

윤비 : 난정아, 네 지금 나를 원망하는게냐?

난정 : 경빈이 중전마마의 회임에 의혹을 제기하며 다른 내의로 하여금 재진맥을 하도록 일을 꾸밀 땐 어찌 하시겠사옵니까?

윤비 : 아니야, 아니야! 내 진맥을 다시 받지는 않을 것이야!

난정 : 그리되오면 중전마마에 대한 의심이 더 커지게 될 뿐이옵니다.

윤비 : (생각하는) 음!.. 허면 어찌했으면 좋겠느냐?

난정 : 이년 생각엔 하루라도 속히 중전마마께오서 낙태를 하셨음을 천명하시는 것이 유일한 방책일 듯 싶사옵니다.

윤비 : 낙태?

난정 : 예, 경빈이 재진맥을 성사시키기 전에 낙태를 하셔야하옵니다.

윤비 : (저으며) 난정아, 네 뜻은 안다만 내 그리 할 수는 없다.

난정 : 예에? 마마, 실기하시면 아니되시옵니다! 이는 화급을 다투는 일이옵니다.

윤비 : 아느니! 나도 잘 아느니! 허나 내 이번에 전하와 대비마마께오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뵈었는데

         지어미 된 자로서 또한 며느리 된 자로서 이리 빨리 그분들을 낙담시켜드리고 싶지는 않구나.

난정 : (답답한) 마마! 이년의 말을 따르셔야 하옵니다. 오늘 밤이라도 그리하셔야 살아나시옵니다.

윤비 : 난정아, 경빈이 재진맥 하려는 짓거리를 막거나 늦출 방도가 없는것이냐?

난정 : 마마, 이년이 목숨을 바쳐서 되는 일이라면 이년 목숨을 가차없이 내버릴 것이옵니다.

         하오나 이번 일은 여유가 없사옵니다! 그걸 어찌 모르시옵니까?! 어찌요?! 흐흑..

         (흐느껴 울며) 마마, 이년의 말을 따라주시옵소서!

윤비E : (안쓰럽게 보는 얼굴위로) ...난정아, 내가 양어의와 굳게 언약한 일을 알려줄 수 없으니 안타깝구나.

           내 때가 되면 네게 일러줄 것이야!

난정 : (흐느끼는) ...



S#12.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금이에게 은밀하게 명하고 있다.


경빈 : 중전께오서 거짓회임을 하셨다는 소문을 궐내 구석구석 퍼뜨려야 할 것이야. 알겠느냐?

금이 : (결연하게) 예, 마마!

경빈 : 어서 나가 보아라!



S#13. 희빈 처소 마당


향이, 계단을 내려와 경빈에게 조아린다.

경빈,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금이는 없다)


경빈 : (다가와 계단 위에 놓인 운혜를 보고) 창빈께서 들어계시느냐?

향이 : 예, 우리 마마께오서 몸이 편치 않으시어 창빈마마께오서 병문안을 오셨사옵니다.

경빈 : 그래? 마침 잘되었느니. 어서 고하여라.

향이 : 예. (처소 방안으로 다가서서) 희빈마마, 경빈마마 드셨사옵니다.



S#14. 동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머리에 띠를 두른 채 힘없이 자리에 누워있고 그 옆에 창빈이 앉았다.

경빈, 방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경빈 : (짐짓 안쓰럽게 보며) 그리도 펄펄 하시던 희빈께서 이리 자리를 보전하고 있으시다니요?!

         내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못 믿을 뻔 했소이다.

희빈 : 경빈, 지금 병자를 놀리시는게요?

경빈 : 놀리다니요? 그럴 리가 있나요?

창빈 : 경빈, 희빈의 병세가 심한 듯 하니 괜한 말씀은 삼가세요.

경빈 : (창빈을 힐끔 흘기고는 희빈에게) 그래, 내의에게는 보이셨소?

희빈 : 보였지만.. 내 병은 이 사람이 잘 압니다. 탕약으로는 고쳐지지 않을 듯 싶습니다.

경빈 : 혹시 가슴이 답답하고 울렁울렁 거리는게.. 어지럼증까지 있지 않소?!

희빈 : 경빈께서 내 증상을 어찌 그리 꼭 짚어내시오?

경빈 : (빙긋) 내 다 알지요. 해서 희빈에게 특효약을 가지고 왔습니다.

창빈 : (일어나 앉으며) 특효약이요?!

희빈 : 무언지 어디 꺼내 보시오.

경빈 : 희빈, 실은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것이 아니랍니다.

희빈 : 뭬, 뭬요?! 그, 그게 참말이오?!

경빈 : 틀림없소이다.

창빈 : 경빈, 입조심하세요! 그런 불경한 말을 입에 담았다가 어찌 하시려고 함부로 말씀을 뱉으시는게요?!

경빈 : (같잖다는 듯 창빈을 보고 코웃음) ..이사람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두고 보면 알것이요!

창빈 : (버럭) 경빈!

경빈 : (여유) 아이고 깜짝이야! (쌩끗 웃는다)



S#15. 대비전 외경


윤임과 김안로가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S#16. 동 대비전 복도


윤임과 김안로가 방문 앞에 걸어와 선다.


조상궁 : 대비마마, 판부사와 희락당대감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E : 뫼시어라.



S#17. 동 대비전 방 안


윤임과 김안로, 방안으로 들어서다가 움찔 놀란다.

자순대비의 무릎위에 원자가 앉아있다.

박상궁이 윤임과 김안로를 일어서서 맞이한다.


자순대비 : (밝은 웃음) 어서들 오세요.

윤임 : ...!

김안로 : ...!

자순대비 : 원자, 인사 올리세요. 앞에 서 계신 분은 원자의 외숙부되시는 판부사대감이시옵고

               옆에 계신 분은 원자의 누이 효혜공주의 시아버님이 되실 희락당대감이시오.

원자 : (일어나 조아리며) 두 분 대감께 문후 여쭈옵니다.

윤임 : (마주 조아리며) 신이 원자아기씨의 외숙부이옵니다. 신을 기억 하시겠사옵니까?

원자 : (낯선 듯 보며 빙긋 미소만)...

자순대비 : 판부사께서는 강보에 싸인 원자를 보셨으니 낯이 서실겝니다.

윤임 : 신, 이렇듯 장성하오신 원자아기씨를 뵈오니 참으로 감개무량하옵니다.

자순대비 : 박상궁, 원자를 뫼시게.

박상궁 : 예. 원자아기씨, 쇠인이 뫼시겠사옵니다.

원자 : (자순대비에게 조아리며) 할마마마, 소손 물러가옵니다. (윤임과 김안로에게 조아리며) 물러가옵니다.

         (박상궁과 함께 방밖으로 나간다)

윤임,김안로 : (시선이 원자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자순대비 : 그래, 두 분 대감께서도 중전의 회임소식을 들으셨겠지요?

김안로 : 예. 그 일로 대비마마께 경하를 드리러 입궐을 하였사옵니다.

자순대비 : 암요, 경하할 일이지요. 중전의 회임은 왕실과 이나라 신민들에게 큰 경사입니다.

윤임 : 대비마마, 신은 중전마마께오서 회임하오신 것이 걱정이옵니다.

자순대비 : 뭐요? (휙- 보며) 판부사, 지금 뭐라 하시었소?!

윤임 : 신, 불경한 말씀이온 줄은 아오나 신은 중전마마의 참뜻을 모르겠사옵니다!

김안로 : 신 역시 원자아기씨의 장래가 참으로 걱정이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대체 두 분 대감들께서 무슨 말씀들을 하시는겝니까?! 이 늙은이가 알아듣게 말씀을 해 보세요.

김안로 : 중전마마께오서는 원자아기씨의 앞날을 위해 회임을 안하시겠다고 천명하시지 않았사옵니까?

자순대비 : 희락당 대감, 지금 지난 일을 들추어서 어찌 하자는 겝니까?

김안로 : 마마, 깊이 헤아려 보시옵소서! 중전마마께오서 잉태하신지 석 달이 넘었다고 들었사옵니다.

            하오면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안하시겠다고 천명하오신 그때 벌써

            용종을 잉태를 하시고 계셨다는 뜻이 아니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뭐, 뭐요?!

윤임 : 마마, 중전마마께오서 용종을 잉태하신 연후에 회임을 거부하셨다면

         이는 분명 중전마마께오서 전하와 왕실에 대해 다른 뜻이 있음이 아니고 무엇이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다른 뜻이라니요?!

김안로 : 중전마마께오서 회임하신 것이 알려지면 조정의 이목이 중궁전과 그 외척인 파산부원군댁에 쏠릴 것이 자명할 것이니

            조정과 후궁들의 견제를 피하시기 위함이 아니시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허면 대감들께선 중전이 뱃속의 용종을 보호하기 위해 원자를 방패막이로 내세웠다고 생각하시는게요?!

윤임,김안로 : (긍정하는 표정) ...

자순대비 : 정녕 그렇게 생각하시는겝니까?!

윤임 : 앞뒤 정황이 그렇지 않사옵니까? 대비마마.

자순대비 : 아니오! 아니오! 중전께서 원자를 얼마나 괴이시는지 대감들께서 보셨다면 그리 말씀하시지는 못하실겝니다.

김안로 : 마마, 깊이 헤아리셔야 하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조정의 견제를 피하려 하셨다면 이는 분명, 분명..

자순대비 : 분명 뭐란 말이오?!

김안로 : 장차 중전마마의 소생이신 대군아기씨로 왕세자 책봉을..

자순대비 : (버럭) 그 입 다물라! 다물라!

김안로,윤임 : (움찔) ...!

자순대비 : 왕실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면 먼저 덮어 주셔야 할 두 분 대감들께서

               어찌 이런 불경한 말씀을 함부로 내뱉으신단 말이오!

윤임 : 대비마마! 신들은..

자순대비 : 더는 듣고 싶지 않소! 허니 당장 물러들 가세요! (휙- 돌아앉는다)

김안로,윤임 : (서로의 얼굴을 보는) ...

자순대비 : 물러들 가라지 않습니까?!

윤임 : (조아리며) 하오면 신들은 물러가겠사옵니다.

윤임,김안로 :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자순대비 : (뭔가 심각한) ..음!



S#18. 대비전 마당


김안로와 윤임, 대비전에서 계단을 걸어내려와 선다.


윤임 : (한숨)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소이다.

김안로 : 대비마마께오선 속이 깊으신 분이옵니다. 당장은 우리의 진언이 귀에 가시처럼 박히시겠지만 차차 이해해 주실겝니다.

윤임 : (끄덕끄덕) 그래야지요.. 가십시다. (앞장선다)

김안로 : (발걸음을 옮기다가 대비전을 돌아보는) ...!



S#19.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 위로 떠오르는.



S#20. 후레쉬 백 (31회 S#23의 편집)


윤비 : 신첩, 반드시 원자를 지킬 것이옵니다. 비록 폐서인이 되어 사가로 내쫓기는 한이 있어도

         원자가 왕세자로 책봉되는 그 날까지는 회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꺾지 않을 것이옵니다.

         (눈물 글썽이며) 대비마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원자 : (윤비에게 반갑게) 어마마마! (달려가다가 멈칫 선다) 어마마마.. 어찌 우시옵니까?

윤비 : (눈물 감추려 시선 피하며) ..아니오, 원자.. 우는게 아니오.

원자 : (눈물 글썽) 어마마마, 울지 마시옵소서.. 소자도 슬퍼지옵니다..

윤비 : (눈물이 흐르는) ..원자.. (안아준다)



S#21.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 (뭉클한 회상에서 깨어나며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아니야.. 그리 원자를 괴이시는 중전께서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 (그러나 뭔가 불안한 듯 어딘가를 휙- 본다)



S#22. 중궁전 방 안


윤비, 아무런 감정이 없는 무표정으로 차를 마시고 있다.

속내를 읽어낼 수 없는 윤비의 차가운 얼굴에서.



S#23. 난정 초가 마당


난정, 당의를 입고 힘없이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데 툇마루에 앉아있던 임서방이 일어나 난정 앞에 다가선다.


임서방 : 난정아씨, 나으리께서 한참 기다리셨습니다.

난정 : (방문쪽 힐끔 보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



S#24. 동 난정 초가 방 안


윤원형, 장기판 위에다 장기알들을 높게 쌓아올려 놓은 채 생각에 빠져있다.

난정, 침울한 표정으로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윤원형 : (난정의 당의차림을 보고) 오, 난정아, 네 중전마마를 뵈옵고 오는 길이더냐?

난정 : (앉으며) 그러하옵니다.

윤원형 : 허면 너도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것을 알고 있겠구나?

난정 : (한숨) ..예..

윤원형 : (의아) 헌데 난정아,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다는데 네 어찌 하나도 기뻐하지 않은 얼굴이냐?

난정 : (억지로 웃음 지으며) 기쁘지 않기는요?!.. (눈물을 닦으며) 이년 기뻐서 눈물이 다 나는뎁쇼?

윤원형 : (석연치 않은 듯 보며) 난정아, 네 나를 꿔다놓은 보릿자루로 보는게냐?

난정 : 예에?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윤원형 : 내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다는 말씀이 어째 곧이 곧대로 믿기지가 않는구나.

난정 : ..믿기지가 않는다니요?

윤원형 : 중전마마께선 마마 자신과 우리 형제들을 위해서 회임을 해서는 아니되신다고 천명하시지 않으셨느냐?

            헌데 이리도 쉽사리 회임을 하셨을 리가 있으시겠느냐? 또한 내 지금 네 얼굴이 보니

            분명 뭔가가 잘못되고 있음이라 쓰여 있구나!

난정 : ...!

윤원형 : 난정아, 대체 무슨 일이냐? 속시원하게 툭 털어놔 보거라.

난정 : 나으리..

윤원형 : 그래, 말해보거라.

난정 : 중전마마께오선 거짓회임을 하신 것이옵니다.

윤원형 : (경악하는) 뭬, 뭬야.. 거, 거짓 회임?!! (휘청하는 바람에 장기판에 쌓아올렸던 장기알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린다)

난정 : (고개를 끄덕이는) ...

윤원형 : (바짝 앉으며) 네 지금 거, 거짓 회임이라 했느냐?

난정 : 예.. 하온데 중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을 하신 것을 경빈이 알고 있사옵니다.

윤원형 : 뭐, 뭐, 뭐라?! 경빈이라면 호시탐탐(虎視耽耽) 교태전을 노리고 있다는 후궁말이더냐?!

난정 : (울듯한) ...더욱 난감한 것은 이년에게 중전마마를 지켜드릴 방책이 없다는 것이옵니다.

윤원형 : (털썩 뒤로 주저앉으며) ..허어,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이냐?! 어쩌면...!



S#25. 어느 길


윤원형, 임서방과 사인교를 거느리고 터덜터덜 걸어온다.


윤원형E : 중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을 하셨다?.. 그것을 경빈이 알고 있고.. 난정이한테는 중전마마를 구할 방책이 없다니?!

              이거 잘못했다간 가문이 문을 닫을 일 아닌가?!

윤임E : (앞편에서) 조카님!


윤원형, 고개를 들고 보면 관복을 입은 윤임과 김안로가 사인교를 탄 채 박서방과 황서방을 거느리고 다가와서 멈춘다.


윤원형 : 숙부님, 처숙어른! 퇴궐을 하시는 참이시옵니까?

김안로 : 지금 천하를 손에 쥔 기분일텐데 어찌 이리 풀기가 없으신가?

윤원형 : 천하를 손에 쥐다니요?

윤임 : 허허, 자네 설마 중전마마께오서 회임하셨단 소식을 듣지 못했는가?

윤원형 : 아, 예! 시생도 벅찬 감동이 치솟던 참이었사옵니다.

윤임 : 암, 그럴테지! 그럴게야!

윤원형 : 예, 그러믄입쇼.

윤임 : 희락당대감댁에서 수담이나 나누려는데 자네도 훈수 한자락 끼겠는가?

윤원형 : 아니옵니다. 시생 장기멱은 배웠사오나 바둑은 까막눈이오니 두 분께서 즐기시지요.

김안로 : 그럼세, 허면 다음에 보세나. 가세나 황서방.

황서방 : 예.

윤원형 : (깊숙하게 숙이며) 살펴 가시옵소서.


김안로와 윤임을 태운 사인교가 지나가면 윤원형도 걸어간다.

윤임과 김안로, 사인교 위에서 고개를 돌려 윤원형의 뒷모습을 무섭게 노려본다.



S#26. 윤원형집 초당 외경


배천댁과 탄실이가 한편에 서있다.


윤임처E : 중전마마께오서 잉태를 하셨다니 참으로 감축드리네.



S#27.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김씨와 윤임처가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윤임처 : 이 댁에서 질부를 맞아들인 연후에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으니 이게 다 자네의 복일세.

김씨 : (싫지는 않은) 무슨요?! 중전마마께오서 덕이 높으신 탓이지요.

윤임처 : 앞으로 질부께서 중전마마를 위해서 하실 일이 참으로 많을걸세.

김씨 : 예에? 제가 무슨..?

윤임처 : 한치건너 두치라는 말이 있네. 궁궐의 법도가 지엄하다고는 하나 사가에서 중전마마를 생각하는 것만 하겠는가?

김씨 : ...

윤임처 : 마마께오서 드실 탕재에서부터 과실이며 사소한 음식까지.. 사가에서 세세히 돌봐드려야 할게야.

김씨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제가 많이 모자라오니 시숙모님께오서 많은 가르침을 주시옵소서.

윤임처 : 내가 무슨... 조만간 이사람과 함께 입궐하여 중전마마를 뵈옵고 경하를 드리세나.

김씨 : 예, 그리하시지요.

윤임처 : (미소속에 못마땅한 눈길로 힐끔 보는) ...!



S#28. 윤원형 대문 앞 길


윤원형, 걸어오는데 교꾼들이 윤임처의 가마를 메고 계단을 내려와 다른쪽 길로 간다.


윤원형 : (가마를 보며) 임서방.

임서방 : (다가오며) 예, 나으리.

윤원형 : 저 가마가 판부사댁 숙모님 가마가 아니던가?

임서방 : 그렇사옵니다요.

윤원형 : 음! 들어가세나! (계단 위로 올라간다)



S#29.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윤원형 : 부인, 숙모님께서 어인 일로 오셨던게요?

김씨 : 숙모님께오서 소첩에게 회임하오신 중전마마를 받드는 일을 세세하게 일러 주셨사옵니다.

윤원형 : (찔리는) 그, 그래요?

김씨 : 예. 소첩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 때까지 정성껏 받들 것이옵니다.

윤원형 : 부, 부인.. 사가에서 궐안 일에 그럴 필요까지 뭐 있겠소?

김씨 : 예, 그럴 필요가 없다니요? 서방님, 무슨 말씀을 그리하시옵니까?

윤원형 : 아, 아니요, 내 말뜻은 중궁전 상궁들이 어련히 알아서 할라구요?

김씨 : 하오나 돌아가신 장경왕후께오서도 후궁이 올린 잣죽을 젓수시고 큰 탈이 나실 뻔 하셨다고 들었사옵니다.

윤원형 : 그게, 저, 정말이요?

김씨 : 예, 하오나 염려마시옵소서. 중전마마께오선 절대 그럴 일이 없으실 것이옵니다.

윤원형 : 그래야지요. 그래야해요!

김씨 : 중전마마께오서 소첩의 정성으로 이번에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소첩에게도 큰 광영이 되지 않겠사옵니까?

윤원형 : (거짓회임이라고 말 해 줄 수도 없고 답답하다) ..



S#30. 남곤 사랑채 외경


남곤E : 지금 뭐라 하시었소?!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해요?!



S#31.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정자관을 쓴 남곤이 크게 놀라 관복을 입은 심정을 바라본다.


남곤 : 허어, 이, 이런 낭패가 있나?! 그래, 경빈마마께오서 뭐라 하십디까?!

심정 : 경빈마마께오선 이번 일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라 말씀하셨사옵니다.

남곤 : 음..! 전화위복의 기회라...? (심정 보며) 어째서요?

심정 : 아마도 경빈마마께오서 중궁전의 회임에 뭔가 석연치가 않은 점이 있다는 눈치셨사옵니다.

남곤 : 경빈마마의 혜안을 믿어봐야지요. 그나저나 위중한 시기에 입궐을 못했으니 허어.. 참!

심정 : 대감, 놀란 가슴은 진정이 되셨사옵니까?

남곤 : 좀 누그러졌소이다. 허나 그 놈을 잡아들이지 못하면 내 평생 밤잠을 제대로 이루진 못할 것 같소이다.

심정 : 그 자객놈이 대체 누구였을까요?

남곤 : 그 놈이 틀림없소, 조광조의 쓸개노릇을 했던 총각놈 말이오!

심정 : 음!

중치막E : 대감마님! 박참의댁 도령이 찾아왔사옵니다.

남곤 : 희량이가?!.. 들이거라.



S#32. 동 남곤 사랑채 방 밖 마당


중치막과 박희량이 방문 앞에 서있다.


중치막 : 예! (박희량 보고) 드시지요.

박희량 : 음! (헛기침하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S#33.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박희량, 방안으로 들어와 남곤과 심정 앞에 조아리고 앉는다.


남곤 : (보고) 그래, 도총관은 잘 만나 보았는가?

박희량 : 예. 모두 대감들께오서 힘써주신 덕분이옵니다.

심정 : 내 금부도사에게 일러뒀으니 언제라도 옥사를 드나들 수 있을게야.

박희량 : 고맙사옵니다.. 하온데 도총관께선 언제 방면되시는 것이옵니까?

심정 : 방면이라니?! 나라에 대죄를 지은 자를 어찌 무죄 방면할 수 있겠는가?

박희량 : 예에? 아니 약조가 틀리시지 않사옵니까, 대감?

남곤 : 이보게! 자네가 도총관의 여식과 혼담이 오갔단 말은 들었네.

박희량 : ...?!

남곤 : 허나 자네의 전정을 생각한다면 그 혼담 따윈 잊어버리게!

박희량 : 잊어 버리라니요?!

심정 : 자네같이 전도유망한 젊은이가 죄인을 딸을 안해로 맞아들여서 득이 될게 무에 있나?

         허니 좌의정께서 이르시는대로 하게나.

남곤 : 혹시 아는가? 내 자네의 중매라도 설지? 아니 그렇소, 화천군?!

심정 : 암요, 그렇고 말구요! 허허.

박희량 : (낭패한) ...!



S#34. 어느 골목길 (남곤집 근처)


박희량, 골목길쪽으로 걸어 나온다.

담벼락 옆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정렴과 장옷을 쓴 옥련이 박희량쪽으로 다가선다.


옥련 : 희량도련님, 어찌 되었사옵니까? 좌의정 대감께오서 아버님을 구명해 주신다 하옵니까?

박희량 : (머뭇) 그게.. 저..

정렴 : 희량이, 답답하구먼. 가타부타 말을 하게나!

박희량 : (표정 펴지며) 그래, 좌의정대감께오서 무죄방면을 해주신다 약조하셨네!

정렴 : 그래? 참으로 고맙네! 고마워, 이사람아!

옥련 : 고맙사옵니다. 소녀 평생 도련님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박희량 : ...!



S#35.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


길상, 벽에 기대어 앉아 생각에 빠져있다.


난정E : (47회 S#2의) 난 승후관 나으리께 이미 마음을 허락했어!

길상E : (47회 S#2의) 뭐어? 허락?!



S#36. 후레쉬 백 (47회 S#2의)


난정 : 여자가 연모하는 남정네에게 몸을 허락하겠다는 것이 뭐가 잘못이니, 잘못된 거냐고?!

난정 : 제발 나같은 년 잊어버려! 두 번 다시 나를 찾지 마! 내 이렇게 빌게!



S#37. 동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


길상, 얼굴이 일그러지며 주먹으로 방바닥을 쿵! 내려친다.

어느새 방안으로 들어와 곁에 있던 능금이 그 서슬에 깜짝 놀란다.


능금 : 어유, 간 떨어질 뻔했네?! 왜 그래 길상아.

길상 : (보며) ...무슨 일이니?

능금 : (쟁반위에 시루떡과 물사발을 내밀며) 떡 먹으라고. 너 하루종일 암것두 입에 안댔잖아?

길상 : 생각 없으니 가지구 나가.

능금 : (쟁반 방바닥에 내려놓으며) 여기 놔둘테니 나중에라도 배고프면 먹어.

길상 : ...

능금 :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려다가 돌아보며) 길상아, 내가 누구도 너한테 해꼬지 못하게 지켜줄테니까 힘내!

         (길상에게 씩 웃어주고 나간다)

길상 : ...



S#38. 동 남소문 객주 마당


능금, 방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서서 평상에서 물목을 맞추는 송서방쪽으로 다가간다.


능금 : 송서방아저씨.

송서방 : (적어대며) 눈코뜰새 없이 바쁜 사람을 왜 불르는겨?

능금 : 나한테 밥먹고 똥누는 것까지 가르쳐 준다는 독선생이 대체 누구요?

송서방 : 내 그걸 어찌 알겄냐? 도주어르신께 여쭤 봐. (물목에 열중하는) 수달피 쉰장에 초피가 여든이면..

능금 : (송서방에게 삐죽 눈을 흘기고는 혼자말) ..대체 그 사람이 누군데 길상이 구해 준다는거지?

달래 :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 방쪽에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백도주어른께서 찾으시오!


길상,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내려와 대문밖으로 나간다.


능금 : (달래에게) 달래야, 백도주께서 길상인 왜 찾으시는데?

달래 : 모르오, 나도.

능금 : (대문쪽 보며 갸웃) ...?



S#39. 백치수 사랑채 외경


백치수E : 자넨 능금이를 어찌 생각하는가?



S#40.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백치수와 길상이가 마주 앉아있다.


길상 : 어찌 생각하다니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백치수 : 능금이를 안해로 맞아들여 가시버시를 맺을 마음이 있느냐 이 말일세.

길상 : 어르신, 이놈과 능금인 어려서부터 오누이처럼 자랐사옵니다.

백치수 : 됐네. 허면 내 거두절미 하고 말하지. 자네 능금이 곁을 떠나게.

길상 : (보는) ..예에?!

백치수 : 내 능금이를 아주 큰 장사꾼으로 키울 작정일세. 헌데 자네가 능금이 곁에 머물러 있으면 훼방만 될 뿐이야.

길상 : ...!

백치수 : 자네가 지닌 의기와 기개는 선비에게 필요할 망정, 우리같은 장사꾼에겐 아무 쓸모가 없네.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지.

            허니 능금이가 내 객주를 물려받을 만큼 자랄 때까지만이라도 당분간 그 애 곁을 떠나있으라 이 말일세.

길상 : ...

백치수 : 어떤가, 내 말대로 따르겠는가?

길상 : (보며) 이놈 목숨은 어르신 것이오니 따라야지요!

백치수 : 고맙네!



S#41. 갖바치 마당


당골네, 부엌에서 술병을 받혀들고 나오는데.


방백인E : (방안에서 혀꼬인) 이 여편네야! 뭐하는 겨?!

당골네 : (짜증) 들어가요! (삐죽삐죽) 대낮부터 술타령이나 하는 주제에! 에이구 내 팔자야!


당골네, 삐죽대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S#42. 동 갖바치 방 안


당골네, 술병을 받혀들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방바닥에 빈 술병들이 제멋대로 놓여있고 갖바치, 당추, 방백인이 술판을 벌이고 있다.

당골네, 술냄새에 코를 쥐며 술병을 내려놓는다.

당골네, 방백인 뒷통수에 쥐어박는 시늉이라도 하는데.


방백인 : (얼큰히 취해 딸꾹질 하며) 형님들, 이놈이 말이우?.. 높으신 대감님들댁에 드나들며 관상을 보아하니 말이우!

            모두다 저자거리 장사치들이거나, 남의 등처먹는 파락호 아니면 빌어먹는 거렁뱅이 상이더라 이말이우.

당추 : 허허, 시정잡배들이 조정에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으니 이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게지!

방백인 : 형님 말이 맞소, 참으로 말세요, 말세! (스르르 옆으로 쓰러진다)

갖바치 : 아주머니, 아우님을 건너방으로 데려가 재우시구려.

당골네 : 그럽지요! (방백인을 추스르며) 임자, 일어나시오!

방백인 : (혀 꼬부라진 소리로 버팅기는)

당골네 : 에유, 이 웬수! (간신히 방백인을 부축하여 방밖으로 나간다)

당추 : (갖바치 잔에 술을 따르며) 아우님은 앞으로 이나라 조정이 어찌 되리라 보시는가?

갖바치 : 대의와 명분이 사라졌으니 힘과 패거리 협잡만이 판을 치겠지요.

당추 : 아무래도.. 그럴게야.

갖바치 : 이 사람은 난정이가 그 불길속에 부어진 기름이 될까 그게 걱정이됩니다. (마신다)

당추 : 음!



S#43. 난정 초가 방 안


난정, 굳은 듯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다가 도리질치며 벌컥 소리를 지른다.


난정 : 아니야! 아니야! 이래서는 중전마마께오서 더 위태로워지실 뿐이야..!

         (절망적인) ..정녕 중전마마를 구할 방책이 없단 말인가?! 방책이..?!



S#44. 김안로 사랑채 외경


황서방과 박서방이 한편에 서서 수군거리고 있다.


김전E : (방안에서) 뭣이라?! 지금 제정신으로 하시는말인가?!

황,박서방 : (방쪽을 돌아보는) ...?!



S#45.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전, 놀란 눈으로 앞에 앉은 김안로와 윤임을 바라본다.


김전 : 이제 막 걸음마를 떼어놓으신 원자아기씨를 왕세자로 책봉하자니?! 말도 안되는 소리야!

김안로 : 숙부님, 시생 생각엔 원자아기씨를 지킬 수 있는 방도는 선수를 치시는 수밖엔 없는 듯 싶사옵니다.

윤임 : 영상대감,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오면 원자아기씨께오서 대통을 이어 받으시는데

         큰 위협이 되신다는 걸 잘 아시지 않사옵니까?

김전 : 이 늙은이가 판부사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오. 허나, 원자아기씨께오서 입학을 하시기 전에는

         조정의 공론을 모을만한 명분이 없으니 나도 어쩔수 없소!

김안로 : 숙부님!

윤임 : 영상대감!

김전 :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가 아니라 공주마마를 생산하시길 바랄 수밖에! 허면 이 늙은이 먼저 일어나겠소이다.

         (일어나 방문 밖으로 나간다)

김안로,윤임 : (낭패한) ..음!!



S#46.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부채를 딱딱- 접었다 폈다하며 생각에 잠겨있다.


윤원형E : 거짓회임이라?! 허어, 어찌 중전마마께오서 그런 무리수를 띄우셨단 말인가?!..

              (부채를 촤륵 펴들고 부쳐대며) 난정이를 믿어볼 수 밖에.. 아니야, 난정이라고 별 뾰족한 수가 있을라구?!

              허어, 이거 참 어쩌나..!

임서방E : (방밖에서) 나으리!

윤원형 : (돌아보며) 무슨 일인가?

임서방E : 백치수란 사람이 나으리를 뵙겠답니다요.

윤원형 : 백치수?! 백치수라..?! (생각났다) 오, 들라하게!

임서방E : 예.


윤원형, 보료 위에 점잖게 자리를 잡고 앉으면 백치수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백치수 : (절을 올리며) 나으리, 그 동안 무고 하셨사옵니까?

윤원형 : (엉거주춤 맞절 하듯) ..백도주께서 어인 일로 내 집까지 발걸음을 하시었소? 혹시 지난번 빌려 준 삼만량때문에..?

백치수 : 허허, 아니옵니다. (소맷부리에서 어음봉투를 꺼내 내밀며) 받으시옵소서.

윤원형 : (받으며) 이게 뭐요?.. (봉투속의 어음을 꺼내보며) 마, 만냥짜리 어음 아니요?

백치수 : 그러하옵니다.

윤원형 : 헌데 이걸 왜 내게..

백치수 : 허허, 이 사람이 중전마마의 회임을 경하드리는 뜻으로 바치는 것이오니 부담갖지 마시고 받으시옵소서!

윤원형 : 주, 중전마마의 회임을 경하하는 뜻으로요?

백치수 : 예, 나으리.

윤원형 : 허면 또 각서에 수결을 해야되는거요?

백치수 : 아니옵니다, 각서 대신 이 사람 청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윤원형 : 청이요?

백치수 : 나으리께서 사람 하나를 맡아주셨으면 하옵니다.

윤원형 : 사람을 맡아달라니.. 내 백도주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구려!

백치수 : 입은 무겁고 몸짓은 날랜 총각놈을 나으리께 맡길테니 요긴하게 쓰시라 이 말씀이옵니다.

윤원형 : 허면 구워먹든 삶아먹든 내 맘대로 부려도 좋다는 말씀이오?

백치수 : 예!

윤원형 : (입맛이 땡기는) ..그래요?

백치수 : 밑질 것 없으실테니 한번 보시겠사옵니까?

윤원형 : 까짓것 그럽시다.

백치수 : (방밖쪽 보며) 들어오랍신다.


길상, 방문이 열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백치수 : 나으리께 인사 여쭈어라.

길상 : (아직 윤원형을 못보고 조아린다) ..이놈 길상이라 하옵니다.

윤원형 : (길상을 보다가) 아, 아니?! 이게 누구신가, 처남 아니신가!

길상 : (그제서야 고개들어 윤원형을 보고 경악하는) ...!!

백치수 : 아니, 나으리께오서 길상이를 아시옵니까?

윤원형 : (반갑게 웃으며) 알다 뿐이요? 내 열 번 읽은 글은 까먹어도 한번 본 얼굴은 좀처럼 잊는 법이 없소이다!

백치수 : ('난정과의 관계를 안다') 허허, 이거 묘한 인연이구먼요.

길상 : ...!!



S#47. 자운아 기방 외경 (밤)


(E) 심금을 울리는 가야금 소리



S#48. 동 자운아 아래채 방 안 (밤)


옥매향,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다.

그 옆에 심퉁이가 슬픈 표정으로 앉아있다.



S#49.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밤)


자운아, 그리움의 눈길로 허공을 바라보는 얼굴 위로 환하게 웃는 파릉군의 이미지.

자운아의 눈에서 눈물이 길게 흐른다.



S#50. 난정모 초가 뒷곁 장독대 근처 (밤)


난정모, 소반위에 촛불과 정한수 한 그릇을 떠놓고 빌고 있다.


난정모 :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대감마님께오서 무사히 방면하실 수 있도록 천지신명님 도와주시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님께 비나이다...



S#51. 금부 옥사 안 (밤)


옥사 한쪽 벽에 횃불이 꽂혀있다.

그 일렁이는 불빛아래 옥창살 안에 앉아있는 정윤겸의 모습이 보인다.

정윤겸의 초췌하지만 완강한 표정.



S#52. 난정 초가 방 안 (밤)


난정, 무릎을 세운 채 고개를 묻고 앉아있다.

난정, 어느 순간 고개를 치켜들고 어딘가를 쏘아보는 모습에서 가야금 연주가 그친다.



S#53. 중궁전 외경 (밤)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 등의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중궁전 방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엄상궁E : 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S#54. 동 중궁전 방 안 (밤)


중종, 자리에 앉으면 윤비, 그 앞에 다소곳하게 따라서 앉는다.

중종, 윤비의 얼굴을 그윽한 눈빛으로 한참을 본다.


윤비 : (시선 피하며) 전하, 어찌 그리 보시옵니까? 신첩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중종 : 이리 보고 있자니 중전께서 참으로 곱구려.

윤비 : (시선을 더욱 피하는) ...!

중종 : (윤비의 손을 쥐며) 과인이 참으로 못난 지아비였구려.

         이리 곱고 연약하신 중전에게 호통을 치고 몹쓸 소리만 입에 담았다니..

윤비 : 망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모두가 신첩이 덕이 없사와 전하께 누를 끼친 듯 싶사옵니다.

중종 : 아니오, 아니오.. 내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중전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을 것이오.

윤비 : (뭉클) ...전하!

중종 : (윤비를 살포시 안아주는) 중전, 과인을 닮은 대군을 생산해 주시구려.

윤비 : (흠짓) ...!



S#55. 희빈 처소 방 안 (밤)


희빈, 자리에 누운 채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에 빠져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희빈 : 정말 중전마마께오서 거짓 회임을 하신 것이시라면...?!



S#56.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미소를 머금은 채 연상 앞에 앉아있다.


경빈 : 희빈, 너무 염려마세요. 중전마마께오선 천길 벼랑 밑으로 꺼꾸러 지실게요!

         (어딘가를 휙- 보며) 중전, 전하의 용안을 실컷 봐두시구려. 어차피 중전께선 죽은 목숨 아니십니까?! 호호호.



S#57. 중궁전 방 안 (밤)


중종, 금침에 누워 깊이 잠들어있다.

윤비, 그 옆에 앉아 중종의 얼굴을 깊이 바라본다.


윤비 : ...!



S#58. 대궐 전각들 위로 해가 떠오른다 (INSERT)



S#59. 대궐 일각 몽타쥬 (아침)


1) 나인들끼리 귓속말을 하고 있다.

-듣는 쪽에서 깜짝 놀라는 얼굴이다.

2) 상궁들끼리 모여 뭔가를 수군거리고 있다.

3) 내관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수군댄다.



S#60. 대비전 외경


조상궁, 급한 걸음으로 대비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위로.


조상궁E : 대비마마, 조상궁이옵니다.



S#61.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경악한 표정으로 조상궁을 본다.


자순대비 : 뭬야?! 중전께서 거짓회임을 하셨단 말이냐?!

조상궁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궐내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사옵니다.

자순대비 : 어느 요망한 것이 그런 되먹지 못한 주둥이를 놀려 댄다는 말이냐?! 조상궁, 소문의 진원지를 철저히 알아내어

               소문을 퍼뜨린 자를 당장 잡아들이도록 해라! 내 손으로 그 요망한 혓바닥에 단근질을 할 것이야!

조상궁 : 예..!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자순대비 :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씩씩대며) 거짓회임이라니?! 거짓회임이라니?!



S#62.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경대를 보며 머리를 단장하고 있다.


경빈 : (금이를 보며) 금아, 중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을 하셨다는 것을 궐내 구석구석 잘 퍼뜨렸느냐?

금이 : 예, 마마, 지금쯤 궐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옵니다.

경빈 : 애썼느니라. (일어서며) 가자.



S#63. 중궁전 복도


경빈, 도도한 발걸음으로 방문쪽으로 다가온다.


경빈 : (엄상궁에게) 여쭈어라.

엄상궁 : (힐끗 보고)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S#64.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 앞에 앉아있다가.


윤비 : 경빈이..?.. (방문쪽 보며) 들라해라.

엄상궁E : 예.


경빈, 방문이 열리면 도도하게 걸어와 윤비 앞에 버티고 선다.


윤비 : 경빈, 이토록 이른시각에 어인 연유로 발걸음을 하시었는가?

경빈 : (비웃음을 머금은 채 내려다 보는) ..

윤비 : (인상) 어찌 들었느냐고 묻지 않는가?

경빈 : 중전마마, 이제 그만 시꺼먼 속내를 드러내시지요!

윤비 : 뭣이라?! (버럭) 네 지금 뭐라 하였느냐?!

경빈 : (싸늘한 비웃음) 시꺼먼 속내를 드러내라 말씀 드렸사옵니다.

윤비 : 네년이 정녕 단매에 죽고 싶은 것이더냐!


윤비와 경빈이 팽팽하게 부딪치는데서.



S#65. 난정 초가 방 안


난정, 한잠도 못잔 듯 피곤한 기색으로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윤원형 :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 난정아, 네 마침 예 있었구나?

난정 : 나으리, 이리 일찍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윤원형 : 오냐, 내 너에게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느니라.

난정 : ..소개라니요?

윤원형 : (대문쪽 돌아보며) 들어오게나.


난정, 윤원형의 시선을 따라 대문쪽을 보는데 길상, 대문 안으로 불쑥 들어선다.


길상 : (난정을 강렬하게 보는) ...!


난정, 길상의 뜻밖의 등장에 놀라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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