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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4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482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49











S#1. 난정 초가 마당


난정, 길상을 굳은 표정으로 본다.

길상, 난정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보고 섰다.


난정 : ...!

길상 : ...

윤원형 : (의아하게 두사람 표정을 살피며) 왜들 이리 서먹한게냐?

            (난정을 보며) 난정아, 네 오라비를 만났는데 반갑지도 않은 것이냐?

난정 : (굳은 인상이 풀리며 쌩끗) 그럴 리가 있나요? 기별도 없던 오라버니를 뜬금 없이 뵈오니 이년이 놀랐나보옵니다.

윤원형 : 허, 내 괜스리 너를 놀래킨 셈이 됐구나?

난정 : (길상에게 반갑게 웃으며) 오라버니, 장사길을 떠나셨다더니 무슨 인연으로 우리 나으리와 함께 있으신게요?

길상 : (금방 표정을 바꾸는 난정이 당황스럽게 보는) ...

윤원형 : 난정아, 들어가서 우리 얘기하자구나!

난정 : (미소 머금은 채) 예, 나으리. 드시지요.

윤원형 : 오냐. (길상에게) 자네도 들어오게나. (방쪽으로 걸어가 방안으로 들어간다)

난정 : (다시 굳은 표정으로 길상을 휙- 쏘아보는) ...!

길상 : (난정을 보는) ...난정아..

윤원형E : (방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뭣들하는게냐? 어서 들어오지 않고?

난정 : (미소) 예, 들어가옵니다.

윤원형 : (방안으로 들어가면)

난정 : (길상을 보며 낮고 싸늘한) 나중에 얘기해. (방안으로 들어간다)

길상 : (난정의 뒷모습을 보다가 그 뒤를 쫓아 방으로 들어간다) ...!



S#2. 중궁전 외경


금이와 경빈처소의 상궁나인들이 마당에 서있는 위로.


윤비E : (격노한) 시꺼먼 속내를 드러내라니?! 그게 무슨 말따위냐?!



S#3. 동 중궁전 복도


엄상궁과 오상궁이 긴장한 표정으로 방쪽을 주시하고 섰다.


윤비E : (방안에서 격노한) 네년이 실성을 했구나!!

엄,오상궁 : (서로의 얼굴을 보며) ..!



S#4.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서 있는 경빈을 격노한 눈길로 무섭게 쏘아본다.


경빈 : (여유) 실성을 하다니요?! 마마, 신첩은 멀쩡한 정신으로 아주 오래 오래 살 것 이옵니다.

윤비 : 뭐라?! 네 감히 일개 후궁 따위가 요망한 혓바닥을 놀려 중전인 나를 욕보이고도 살아남길 바라느냐?!

경빈 : (앉으며) ..중전마마, 고정하시지요. 그리 진노하시오면 복중의 아기씨에게 해롭사옵니다.

윤비 : (어이없는) 뭐라? 네년이 정녕 나를 우롱하려 함이더냐?

경빈 :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우롱이라니요?! 전하와 왕실을 기망하고, 이 나라 조정과 신민들을 우롱하는 것은

         중전마마가 아니시옵니까?!

윤비 : ..뭐, 뭐라?! 네 지금 뭐라 했느냐?!

경빈 : 중전마마, 진정 회임을 하신 것이옵니까?

윤비 : (허를 찔린듯한) ..네, 네..?!

경빈 : (날카롭게) 혹시 중전마마께오서 두둔하시던 조광조가 찍혀져 나가고 회임을 하시지 않겠다고 천명하오신 일로

         교태전에서 밀려 나가실까봐 거짓회임을 꾸미시는게 아니옵니까?!

윤비 : 그 입 다물라! 다물라!!

경빈 : 신첩이 중전마마께오서 회임하셨다고 믿게 하기 위해, 마마께오서 난정이의 종아리까지 치시면서

         고육책을 쓰신 것을 신첩 잘 알고 있사옵니다!

윤비 : ...!!

경빈 : 난정이 고것이 중전마마께오서 덫을 놓으셨다느니 함정을 파 놓으셨다느니 간살을 떨어댔던 것도

         모두 신첩에게 거짓회임을 믿게 하기 위한 술수였겠지요! 마마, 신첩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옵니까?

윤비 : (쏘아보는) ...!

경빈 : (안쓰럽다는 듯한 미소) 마마, 몇 달이 지나 배가 불러오시지 않으시오면 어쩌려고 이리도 큰 거짓을 꾸미셨사옵니까?!

         낙태를 했다 하오신 연후에 마마의 낙태를 신첩과 후궁들 소행으로 덮어 씌우려 하시려는겝니까?

윤비 : (연상을 쾅 치며) 그 입 다물라고 했다!

경빈 : (버럭) 신첩이 입을 다문다 하여 이번 일이 중전마마의 뜻대로 되시지는 않을겝니다! 호호호호!

윤비 : (방밖을 보며) 엄상궁! 엄상궁!!

엄상궁 : (급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당장 이년을 끌어내어 형틀에 묶게! 내 형장으로 다스릴 것이야!

엄상궁 : 예! (방밖을 보며) 끌어내랍신다!


방문이 열리면 덩치좋은 중궁전 상궁들이 방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온다.

엄상궁과 중궁전 상궁들이 경빈쪽으로 몰려가는데.


경빈 : (쏘아보며) 당장 물러서지 못할까?!

상궁들 : (그 기세에 움찔 멈춰서는) ...!

엄상궁 : (상궁들에게) 뭣들하는가? 어서 중전마마의 명을 받잡지 않고?!

경빈 : 엄상궁! 내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댔다가는 중전마마께오서도 무사하시진 못하실게다!

엄상궁 : (흠짓하여 윤비의 눈치를 슬쩍 보면서) 무엄하오!

경빈 : 중전마마, 신첩이 마마와 양어의간에 하신 밀약에 대해 알고 있음을 난정이가 전해 올리지 않았사옵니까?

윤비 : ..밀약?! 네 지금 밀약이라고 했느냐?!

경빈 : 마마, 아랫것들을 물리쳐 주시지요.

윤비 : (노려보는) ...!

경빈 : (맞받아 보는) ...!

윤비 : (눌러 참으며) ..엄상궁, 모두 물리게.

엄상궁 : (보다가) ..예.. (상궁들 보고) 물러들 나게. (상궁들과 함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승자의 미소 빙긋 스치는) ..

윤비 : (마음을 다스리며) ..밀약이라니?.. 내 양어의와 무슨 밀약을 하였단 말인가?

경빈 : 그것은 중전마마께오서 더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 (보며) 경빈, 정녕 내가 거짓회임을 했다고 믿는 것이냐?

경빈 : ('알면서 왜 되묻는 것이요?' 미소) ...

윤비 : (쏘아보며) 거짓회임을 한 것으로 믿느냐고 물었다!

경빈 : 신첩, 중전마마께오서 참으로 복중에 아기씨를 잉태하시고 계시었다면

         조금전에 엄상궁을 물러가라 명하시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 ...!

경빈 : 신첩은 벌써 장하(杖下)에 물고(物故)가 났겠지요. 아니그렇사옵니까, 마마?

윤비 : (가늘게 보며) 네 진정 그리 확신한다면 당장 전하나 대비전에 들어 이사람의 거짓회임을 고할 일이지

         어인 연유로 중궁전에 먼저 들었느냐?!

경빈 : (빙긋) ..마마, 어찌 신첩의 속내를 읽지 못하시옵니까?

윤비 : ...

경빈 : 신첩은 중전마마께오서 이 진퇴유곡(進退維谷)의 난관을 어찌 헤쳐 나오시는지 보고 싶을 뿐이옵니다.

윤비 : 보고 싶다?

경빈 : 얼마나 재미가 있겠사옵니까?

윤비 : 뭐라, 재미?!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신첩을 잡으려고 파놓으신 함정에 스스로 빠지셨사오니

         그 험하고 깊은 구렁에서 어찌 빠져나오실지 신첩 이 두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것이옵니다.

윤비 : ...!

경빈 : 하오면 신첩 물러가겠사옵니다.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윤비 : 앉으라!

경빈 : (돌아보는) ...

윤비 : 내 누차 일렀거늘, 화무십일홍이라 했느니! 너무 나서지 말거라!

경빈 : (가소롭다는 듯 빙긋 웃으며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울컥 치미는 분노를 삭이듯 움켜쥐는 주먹이 파르르 떨린다) ...!



S#5. 동 중궁전 복도


경빈, 방에서 나와 복도끝으로 걸어가면 엄상궁과 오상궁이 경빈의 뒷모습을 노려보는데.


경빈 : (걸음을 멈추고 휙- 돌아보는) 엄상궁.

엄상궁 : ...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교태전을 비우시게 된다면 네년들도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야. 내 말을 잘 새겨두거라! 호호호-

         (웃으며 복도끝으로 간다)

엄상궁 : (경빈의 뒷모습을 무섭게 노려보다가 방쪽에다 걱정스럽게) 중전마마, 엄상궁이옵니다.

윤비E : (묵묵부답) ...

엄상궁 : 마마!

윤비E : (방안에서) 들게.

엄상궁 : 예.



S#6. 동 중궁전 방 안


엄상궁,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윤비앞에 앉는다.


윤비 : (치미는 화를 간신히 참아내는 표정) ...

엄상궁 : 중전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윤비 : (끄덕끄덕) ..난 괜찮네.. 괜찮아..

엄상궁 : 마마, 저리 방약무도하게 구는 경빈을 어찌 치죄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윤비 : ..내 당분간 기고만장한 경빈의 꼬락서니를 두고 볼 작정일세.

엄상궁 : 하오나 마마의 심기가 이리 상하셨사오니 만에 하나 복중의 아기씨께 무슨 위해라도 있을까 쇠인 걱정이옵니다.

윤비 : (흠짓하여) ..복중의 아기씨?

엄상궁 : 예, 마마.

윤비 : (배를 보듬으며 깊은 생각) ...!



S#7. 대궐 일각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오고 있다.


경빈 : 호호, 화무십일홍이라? 화무십일홍?! 화무십일홍 좋아하시는구먼! 호호호.

금이 : (덩달아 웃는 낯으로 경빈의 뒤를 따른다)



S#8. 난정 초가 외경


난정E : 예에? 남소문 백도주 어른께오서요?



S#9. 동 난정 초가 방 안


윤원형이 상석에 그 앞에 난정과 길상이 앉아있다.


윤원형 : 그래, 백도주가 사람 하나 맡아달라고 청을 하였는데 그게 바로 처남이더구나...

난정 : ('백도주가 왜 그런짓을') ...

윤원형 : 헌데 난정아, 네가 백도주를 어찌 아는게냐?

난정 : 예에?.. 일전에 장통교 기방에서 백도주를 몇차례 뵈온 적이 있었사옵니다.

길상 : ...!

윤원형 : (끄덕끄덕) ..그랬구나.

난정 : 하온데 나으리, 길상오라버니를 곁에 두실 작정이시옵니까?

윤원형 : 암, 중전마마께오서도 튼실하고 믿을만한 장정 한사람을 곁에 두라고 늘 말씀하셨느니라.

            신분은 달라도 따지고 보면 처남매부간이니 똑 안성맞춤 아니겠느냐?

난정 : (길상을 휙- 보며) 오라버니, 우리 나으리께 충성을 맹세하실수 있겠소?

길상 : ...!

윤원형 : 이 애, 난정아. 충성맹세는 무슨? (은근히 기대감에 길상을 보는)

길상 : ...

난정 : (다그치듯 길상을 보며) 오라버니, 우리 나으리에게 목숨을 바치겠다고 맹세하실 수 있느냐고 묻지 않소?!

길상 : (어금니를 깨무는) ...

윤원형 : (답변을 기대했건만 길상을 보는) ...?

난정 : 백도주 어른께서 무슨 까닭으로 오라버니를 우리 나으리께 보내셨는지는 모르겠으나

         단지 몸을 의탁할 생각이라면 당장 백도주께 돌아가시오.

길상 : (난정을 쏘아보는) ...

윤원형 : 난정아, 네 오라비가 무안하게시리...

난정 : 나으리, 오라비를 백도주께 돌려보내세요. 쉽사리 답을 못하는 것을 보니

         이년 오라비가 나으리께 요긴한 사람은 되지는 못할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 하지만 난정아.. 내 벌써 백도주에게 청을 받아들이겠노라고 했느니라.

난정 : 나으리, 길상오라버니가 비록 이년의 오라비이긴 하나, 사람의 마음은 모르는 법이옵니다.

         충성심이 없는 개는 언제라도 주인의 발뒷꿈치를 물어뜯을 수도 있사옵니다.

길상 : ('개?!') ...!

윤원형 : 그거야 그렇지만... 사람이 어찌 개와 같을 수 있겠느냐?

난정 : 사람은 개와 다르기에 더욱 아니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윤원형 : 음!

난정 : 오라버니, 우리 나으리께 목숨을 바칠수 없다면 돌아가세요. 이년, 오라버니 일로 나으리의 괴이심을 잃고 싶지는 않소.

길상 : ...!

윤원형 : 난정아, 내가 니 오라비를 곁에 두는 것이 탐탁치 않다면 내 니말대로 하마.

난정 : 나으리, 이년의 말을 따라주시겠다니 고맙사옵니다. 이년이 나으리 신변을 지킬만한 사람을 물색해 보겠사옵니다.

윤원형 : (길상을 보며) 이보게, 난정이 뜻이 이러하니 어쩌겠는가?.. 내 자넬 받아줄 수가 없겠구먼..

길상 : (무겁게 입을 떼는) 나으리..

윤원형 : (보는) ..?

난정 : (길상을 보는) ...?!

길상 : 이놈, 나으리를 위해 이 한목숨 바칠 것이옵니다.

윤원형 : 뭐라?

길상 : 이놈, 한 입으로 두 말을 내뱉는 놈은 아니옵니다! 그것은 난정이가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옵니다.

난정 : 오라버니, 객기 때문에 이러시는 것이라면..

길상 : 난정아, 내 지금 이 시각부터 신명(身命)을 다 바쳐 나으리를 지켜드릴 것이다!

         (윤원형보며) 나으리, 이놈 나으리의 충견이 될 것을 맹세드리옵니다.


길상, 칼을 뽑아들고 팔뚝을 그어버린다. 팔뚝에서 솟아오르는 피.

난정, 충격으로 길상을 보다가 재빨리 옷고름을 뜯어 피 솟는 팔뚝을 감아준다.


길상 : ...!

윤원형 : (놀라 길상을 보다가) ..내 자네를 믿겠네. 자, 그만 일어나시게나, 처남.

난정 : (윤원형을 놀라 보는) ..!

길상 : 이놈을 받아주시는겝니까?

윤원형 : 앞으로 잘 좀 부탁하네.

난정 : ...!!



S#10. 난정 초가 대문 앞


윤원형의 뒷편으로 임서방과 사인교가 서있다.

대문앞에 난정과 길상이 배웅하듯이 서 있다.


윤원형 : 난정아, 내 오늘 입궐하여 중전마마를 뵈온 연후에 다시 들르도록 하마.

난정 : 예, 나으리 살펴 가시옵소서.

윤원형 : (길상 보며) 자넨 예서 있다가 내 퇴궐한 연후에 나와 함께 집으로 가세나.

길상 : (조아리며)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윤원형 : (흡족한) ..내 자넬 보니 든든하구먼. (임서방 보며) 가세나 임서방!


윤원형, 앞장서면 임서방과 사인교가 그 뒤를 따른다.

난정, 윤원형의 뒷모습이 멀어지면 얼굴에 웃음기가 가시면서 굳어진다.


난정 : (길상을 휙- 보며) 길상아, 네 무슨 속내로 이리 한것이야?! 네가 내 전정을 망치려고 작정한게냐?!

길상 : 난정아... 나도 이리 될 줄은 몰랐다.

난정 : (쏘아보며) 누구든 내 앞길을 가로막는다면 가만 놔두지 않을거야! (휙- 돌아서서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길상 : (그 뒷모습보며 오기섞인 눈빛) ...!!



S#11. 윤원형 대문 옆 길


윤원형, 임서방과 사인교를 거느리고 걸어오고 있다.


윤원형E : (생각에 잠긴채) 길상이가 일전에 조정대신의 호위를 맡은 적이 있었다니 곁에 두면 든든할게야..

              아니지, 만에 하나 중전마마께오서 거짓 회임을 하신 일이 탄로나기라도 한다면 항우장사가 지켜준다 한들

              우리 삼부자 목이 성치는 못할게야.. 허어 이거 어쩌면 좋누?

임서방 : (윤원형에게 다가서며) 나으리, 저기 좀 보십시오.

윤원형 : (생각에서 깨어나며) 응? 보라니, 무엇을? (시선을 대문쪽으로 돌리다가 휘둥그레지며) ..?!


대문 계단 앞에 짐바리가 실린 우마차 몇 대가 서있고 짐꾼들이 짐을 대문안으로 옮기고 있다.

윤원로, 그 앞에 서서 짐꾼들을 지휘하고 있다.


윤원로 : 조심,조심들 옮기게.

윤원형 : (윤원로쪽으로 급하게 다가오며) 아, 아니, 형님, 이게 다 뭐요?

윤원로 : (히죽) 보면 모르느냐?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다는 말을 듣고

            조정에서 방귀깨나 뀐다는 양반들이 바치는 하례품들이다.

윤원형 : 헌데 어찌 이 물건들을 퇴하지 않고 집안에 들이시는게요?!

윤원로 : 퇴하다니? 중전마마의 회임을 경하하는 뜻으로 보내온 물건아니더냐?

윤원형 : 형님, 일전에 봉물짐 때문에 곤욕을 치루신 일을 벌써 잊으셨소?! 당장 물리시오!

윤원로 : 원형아,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지 않느냐? 중전마마께오서 용종을 잉태하고 계시온데

            감히 언놈이 우리에게 뭐라겠느냐?!

윤원형 : 형님! 근자에 들어 철이 드신 듯 싶더니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신게요?

윤원로 : 어허, 이 형이 사리판단을 하여 받아도 되는 것이라 생각되어 집안에 들이는 것이거늘 네 어찌 형을 꾸짖는단 말이야?

윤원형 : 형님하고는 말이 아니 통할 것 같구려. 내 직접 아버님께 말씀을 여쭈어야겠소이다.

            (윤원로를 못마땅하게 보고는 계단을 올라간다)

윤원로 : 이 애, 원형아- 원형아- (윤원형의 뒤를 쫓아간다)



S#12.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놀란 표정으로 윤지임을 본다.

윤지임 옆에 윤원로가 앉아있다.


윤원형 : 예에? 아버님, 그 무슨 말씀이옵니까?! 받아들이라니요?!

윤지임 : 그래, 중전마마의 회임을 감축하는 뜻으로 보내온 물건들임이 분명하니 돌려보낼 것 까지는 없을 듯 싶구나.

윤원로 : (으쓱) 거봐라, 내 뭐랬느냐?

윤원형 : 하지만 아버님, 괜히 세상사람들 눈에 뇌물로 비칠수도 있음이옵니다.

윤지임 : 그런 걱정은 안해도 좋을 듯 하구나. 천하의 권세를 틀어쥐고 계신 남양군대감댁에서조차 인사를 오시지 않았더냐?

            그 분이 뭐가 아쉬워서 우리에게 뇌물을 쓰겠느냐?

윤원형 : ...하오나..

윤원로 : 원형아, 이 형이 재물에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괜히 보내준 물건을 돌려보냈다간

            도리어 오해라도 사면 어쩌겠느냐? 불가근불가원이라, 적당히 받을 건 받고 적당히 거절할 건 거절하는게

            올바른 처신일게다.

윤지임 : 그건 원로말이 옳다. 허니 그리 알고 입궐채비를 하거라. 중전마마께 회임 감축인사를 드려야지.

윤원형E : (답답하여 속이 터질 듯) 아버님, 형님! 중전마마께오선 회임을 하신게 아니라 이 말씀이옵니다!

윤원로 : (일어서며) 원형아, 입궐 채비를 하라는 아버님 말씀 듣지 못하였느냐?

윤원형 : 예에?.. 아, 예.. (일어나서 윤원로와 함께 방밖으로 나간다)



S#13.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안팎


윤원형과 윤원로가 큰 사랑채에서 나와 작은사랑채 쪽으로 걸어간다.


윤원형 : (얼굴이 밝지가 않은) ...

윤원로 : 원형아, 네 어찌 삶은 우거지 상을 하는게냐?

윤원형 : 형님, 만약에 말이오, 만약에 만에 하나 중전마마께오서 잉태하오신 용종께서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어찌 되는게요?

윤원로 : 허허, 네 지금 하늘이 무너지길 걱정하는게냐? 그럴 일은 없을테니 이 형을 믿거라.

윤원형 : ...

탄실 : (윤원형에게 다가와 조아리며) 나으리, 아씨께오서 잠시 드시랍니다요.

윤원형 : 오냐, 알았느니.



S#14.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자리에 앉으면 김씨가 그 뒤를 따라 앉는다.


윤원형 : 부인, 나를 어찌 들라 하셨소?

김씨 : (미소를 지으며 약첩을 꺼내 연상위에 올려 놓는다) 서방님께오서 오늘 입궐하시면 이 약을 중전마마께 올려주시옵소서.

윤원형 : (약첩을 보며) ...이게 무슨 약이오?

김씨 : 임부에게 좋은 보약이옵니다. 소첩, 조만간 입궐하여 중전마마를 뵈올 것이오나

         하루라도 속히 중전마마께오서 이 보약을 드시는게 좋을 듯 싶어 서방님께 청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윤원형 : (씁쓸한) ...알았소, 내 중전마마께 그리 전해 올리리다.

김씨 : (윤원형 안색을 살피며) 서방님,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시옵니까?

윤원형 : 그, 근심이요?

김씨 : 안색이 편치가 않아 보이시옵니다.

윤원형 : 그럴 리가 있겠소?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어 나라엔 경사요, 가문에는 광영이 비추었는데

            근심이라니 당치도 않소!

김씨 : ...

윤원형 : (말을 돌리듯) 입궐채비나 해주시구려.

김씨 : (방밖쪽 보며) 배천댁-

배천댁E : 예.

배천댁 : (방문 열고 들어오는) 찾아계시옵니까?

김씨 : 서방님 관복을 내다 드리게.

배천댁 : 예. (장롱쪽으로 간다)



S#15. 대궐 후원 일각


나무기둥 밖으로 금이가 얼굴을 내민다.

금이의 시선으로 저멀리 중종과 윤비가 김상궁과 대전내관, 그리고 엄상궁과 오상궁등의

대전과 중궁전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담소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다.

윤비, 중종의 말에 다소곳한 미소를 짓는다.

금이, 중종과 윤비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어디론가 뛰어간다.



S#16.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금이를 보고 말하고 있다.


경빈 : 뭬라, 전하와 중전이 후원을 거닐고 있다?

금이 : 예, 두분 마마께오서 어찌나 다정하시던지, 마치 금슬 좋은 한쌍의 원앙처럼 보였사옵니..

         ('아차'하여 당황한 듯 손으로 입을 막으며 조아리며) 화, 황공하옵니다.

경빈 : 괜찮느니라. (비틀린 미소) 허나, 전하앞에서 웃음을 보이는 중전의 속내는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을게다!

금이 : 예에?

경빈 : 금아, 지금 화천군댁에 다녀오너라. 좌의정대감과 함께 드시라 여쭈거라.

금이 : 예, 마마. (일어서는데)

경빈 : 궐밖에 나가는 길에 난정이의 동태도 알아보도록 하고!

금이 : (조아리며) 예,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자신감에 찬 혼자말) ..암, 중전의 속내가 까맣게 타버렸을게야, 그렇고 말고! 호호.. (날카롭게 어딘가를 휙- 본다)



S#17. 희빈 처소 방 안


홍경주, 찻상을 사이로 희빈과 마주 앉아있다.


홍경주 : 마마,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하시리라는 확신도 없을 뿐 아니오라

            전하께오선 아직 혈기 왕성하오신 장년(壯年) 아니시옵니까?

희빈 : (다른 생각에 빠져있다) ...

홍경주 : 대통을 잇는 일은 일국의 지존이 되시는 일이온데 서둘러서는 아니되옵니다.

            풍상한설을 인내하시고 또 인내하시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기회가 올것이옵니다.

            (생각에 빠진 희빈을 보고) ..마마, 무슨 생각을 그리하시옵니까?

희빈 :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홍경주 : 허허, 이 애비가 혼자 깜냥없이 떠든 꼴이옵니다, 그려? (찻잔을 드는데)

희빈 : (바짝 보며 낮게) 아버님, 하온데 중전마마께오서 회임하신 것이 거짓이란 소문이 파다하옵니다.

홍경주 : (마시던 차를 쏟아낼 정도로 놀라는) 예에?! 거, 거짓 회임이요?!

희빈 : 아니 때린 장구에서 소리가 날 까닭이 있겠사옵니까? 이사람 생각엔 아무래도 중전마마의 회임이 의심스럽사옵니다.

홍경주 : (눈이 휘둥그레지는) ..의, 의심스럽다니요?!



S#18. 대비전 외경


조상궁, 급한 걸음으로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S#19.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한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자순대비 : (골똘한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입밖으로 흘러나오는) ..중전이 거짓회임을 꾸며 내시었다?...

               거짓회임.. 거짓회임이라...?

조상궁E : (방밖에서) 대비마마, 조상궁이옵니다.

자순대비 : (고개 들어보며) 들라.

조상궁E : 예.

조상궁 :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황송한 표정으로 조아린다)

자순대비 : 조상궁, 양어의 불러들이라 했거늘 어찌 혼자 왔는가?

조상궁 : 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양어의는 중전마마의 회임진맥을 한 이후로 칭병(稱病)하여 입궐치 않는다하옵니다.

자순대비 : 뭐라, 양어의가 병을 핑계로 입궐치 않는다?

조상궁 : (조아리며) 황공하옵니다.

자순대비E : 음!.. 분명 이번 중전의 회임엔 석연치 않은 무언가가 있음이야. 분명 무언가가..!



S#20. 대궐 일각 (강녕전과 교태전 갈라지는 길)


중종과 윤비, 걸어와 멈춰선다.


중종 : 중전, 내 지금은 편전에 들어야겠어요.

윤비 : (조아리며) 예. 어서 듭시오소서, 전하.

중종 : 과인이 오늘밤도 교태전으로 발걸음을 할 것이요. (농조) 허허, 설마 중전께서 과인이 교태전에 발걸음이 잦다고

         귀찮아하시거나 내치시지는 않겠지요?

윤비 : (미소) 망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중종 : (보며) 중전의 웃는 얼굴이 참으로 보기 좋구려. 과인은 요즘 편전에 들어서도 중전 생각뿐이오.

윤비 : 전하께오서 신첩과 복중의 태아를 생각하오시는 성총은 하해와 같사오나

         신첩, 국사를 돌보시는 일에 전념하시어야 하는 전하께 누를 끼치는 것 같사와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중종 : 중전, 그런 말씀 마세요. 지아비가 지어미를 생각하는 것은 천지간의 당연한 이치 아니요?

윤비 : ...

중종 : (미소로 보며) 허면 내 들어가리다.

윤비 : (깊숙하게 허리를 숙인다)


중종, 강녕전쪽으로 앞장서 가면 그 뒤를 대전내관과 김상궁, 상궁나인들이 따른다.

윤비, 허리를 펴고 중종의 뒷모습을 보며 뭔가 착잡한 표정이 된다.


엄상궁 : (다가서며) 중전마마, 교태전으로 드시지요.

윤비 : 그리하세.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교태전 쪽으로 가는데.


경빈E : 호호호호!

윤비 : (깜짝 놀라 뒤를 휙- 돌아다 보면 아무도 없다) ...!

엄상궁 : (걱정되는 표정으로 보며)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윤비 : (보일 듯 말듯한 얕은 한숨) ..가세.


윤비, 엄과 오,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몸을 돌려 교태전쪽으로 간다.



S#2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차를 음미하듯 마시며 찻잔을 내려놓는다.


경빈 : 중전마마, 신첩이 마마의 거짓회임을 알면서도 어인 연유로 전하나 대비전에 고하지 않는지가 궁금하실겝니다.

         허나 옛말에도 이르길 쥐도 궁지에 몰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허나 걱정마시옵소서. 신첩, 서서히 중전마마의 숨통을 조여드릴 것입니다. 아주 서서히요! 호호호호!



S#22.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 앞에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얼굴 위로 후레쉬 백되는.


경빈 : (49회 S#4의) 중전마마께오서 신첩을 잡으려고 파놓으신 함정에 스스로 빠지셨사오니

         그 깊고 험한 구렁에서 어찌 빠져나오실지 신첩 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것이옵니다.

윤비 : (강렬한 눈빛) ...!



S#23. 난정 초가 방 안


난정, 무릎을 세운채 이마를 짚고 앉아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다.


난정 : (문득 긴장하여 생각하다가 다시 낭패한 표정) ..아무리 생각해봐도 중전마마께오서 낙태를 천명하시는 것 밖엔

         살길이 없음이야.. 낙태외엔...!


난정, 날카롭게 방문쪽을 휙- 돌아본다.



S#24. 동 난정 초가 마당


길상, 툇마루 한편에 묵묵하게 앉아있다.

난정, 장옷을 든 채 방문을 열고 나온다.

난정, 길상을 무시하듯 시선 한번 주지 않고 대문을 열고 나간다.


길상 : ...!



S#25. 남소문 객주 마당


송서방의 지휘로 짐꾼들이 창고쪽에서 대문쪽으로 짐을 바리바리 짊어지고 나온다.

달래도 한편에서 돕고 서있다.

능금, 방문을 열고 나오며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쩍지게 한다.


송서방 : (능금을 보고) 이제 기침하셨습니까요, 아씨?

능금 : 아저씨, 아침부터 놀리기요?

송서방 : 객주집에서 너같은 게으름뱅이를 누가 이뻐하겠누?

능금 : 누가 게으름뱅이요?

송서방 : 허면 해가 중천에 솟았는데 눈꼽 비비적거리며 일어나는 니가 바지런쟁이냐?

달래 : (다가오며) 아저씨, 그만하시오. 능금언니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녘에야 눈을 붙였소.

송서방 : 왜 길상이 걱정 때문에?

능금 : ('그렇다'..) 헌데 지금 뭣들하는거요?

송서방 : 창고에 쟁여둔 물건들 중 반을 덜어내서 태워버리려는게야.

능금 : (화들짝 놀라) 태워버려요?! 태우다니요, 왜요?!

송서방 : 일전에 매점매석했던 객주들이 백도주 어르신의 명대로 창고 물건들을 풀어댔더니

            지금 도성안에 물건들이 차고 넘칠 지경이야.

능금 : 그래서요?

송서방 : 그래서라니? 양반댁 제사상에 오르기 힘든 굴비 한 마리가 미투리 세 켤레값 밖에는 안되니 태워버려야지.

            그래야 값이 오를거아녀?

능금 : (영문 몰라) 난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통 모르겠소.

송서방 : 모르면 말구.

백치수 : (대문 안으로 들어오며) 송서방, 아직 멀었는가?

송서방 : 예, 다 되어갑니다요. (짐꾼들에게) 자 어서들 서둘게.

능금 : (백치수에게 다가가며) 백도주 아저씨, 이 귀한 물건들을 다 태워 없앤다면서요?

         그럴바엔 차라리 굶주린 백성들에게 나눠주십시다.

백치수 : (진지하게 보며) 능금아, 장사꾼은 밑지고는 팔아도 공으로 물건을 내어주어서는 아니되는게야!

능금 : (무슨 말인지?) ..예에?..

백치수 : 송서방, 물건들을 쌓아놓고 나면 능금이한테 불길을 당기도록 하게.

송서방 : 예, 어르신, 분부대로 합지요.

능금 : 난 싫소. 왜 애꿎은 물건에 불길을 댕겨요? 죄받게?!

백치수 : 아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크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하느니!

능금 : ...헌데 길상이는 어찌됐소? 정승대감이 말미준 사흘이 코앞인데, 대체 그놈의 독선생은 언제 오는게요?

백치수 : 길상이 걱정은 말거라, 모든게 다 잘 풀리게 될게다.

능금 : (안색 밝아지며) 정말이요?

백치수 : 암, 나를 믿으라 하지 않았느냐? 어험! (헛기침을 하며 대문 밖으로 나간다)

능금 : ...



S#26. 어느 길


백치수, 휘적휘적 걸어가고 있다.

난정, 장옷차림으로 담벼락 한쪽에 붙어서있다가 백치수를 보고 불쑥 그 앞으로 나선다.


난정 : 백도주어르신.

백치수 : (장옷을 쓴 난정을 얼굴을 몰라보는) 뉘시오?

난정 : (장옷을 벗으며 쌩끗 웃는) 이년을 몰라보시겠사옵니까?

백치수 : (흠짓) 아, 아니 넌 난정이가 아니더냐?



S#27. 백치수 사랑채 외경


백치수E : 길상이를 다시 데려가라?



S#28.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난정, 백치수를 똑바로 보며 말한다.


난정 : 예, 도주어르신 깜냥이시면 길상이 하나쯤 다른 대갓댁에다 청을 넣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옵니다.

백치수 : 허어, 네 어찌 끝난 거래를 다시 되물리라 억지를 쓰는게냐?

난정 : (날카롭게 보며) 억지라니요?! 어르신께선 이년이 승후관나으리의 소실로 들어갈 것임을 이미 아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또한 길상이가 이년을 어찌 생각하는지도요.

백치수 : 짐작은 했느니!

난정 : 그걸 아시는 어르신께서 어찌 길상일 승후관께 보내셨단 말씀이옵니까? 대체 어르신의 속내가 무엇이옵니까?!

백치수 : 뭐라? 허어 네 말버르장머리가 참으로 당돌하구나.

난정 : (추궁하듯 쏘아보며) 어르신, 말을 돌리지 마시옵소서.

백치수 : 난정아, 네가 네 앞길 위해서 살고자 한다면 나 역시 길상이나 객주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어서

            그리 한것뿐이야. 허니 괜한 억지 쓰지 말고 돌아가거라. (고개를 돌리는)

난정 : (보다가) 이년 어르신께서 길상이를 다시 거둬들이실 것이라 믿고 물러가옵지요. (일어서는데)

백치수 : 내 그리는 못해!

난정 : (휙- 쏘아보는) ..!

백치수 : (보며) 난정아, 네 어찌 길상이의 마음을 그리 모른척 하는 것이냐?!

난정 : (싸늘한 웃음) 지금 모른척이라고 하셨사옵니까?

백치수 : (버럭) 허면 내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온 줄 알았더냐?!

난정 : (빙긋) 이년이 세상에서 연모하는 사내는 승후관나으리 단 한 분 뿐이시옵니다.

백치수 : 네 가슴속에 품고있는 야심이 네 맑던 눈을 흐리게 만든게지!

난정 : (노려보며) 어르신, 진정 이년과 척을 지려 하시옵니까?

백치수 : 척을 진다 해본들 세상에 허명이나 쫓는 네년 따위의 후환이 두려울까?!

난정 : ...!

백치수 : 두번 다시 내 집엔 발걸음도 하지 말거라!

난정 : (야릇한 미소) 내가 할 말이지요! 언젠가는 도주어르신들께서 이년을 찾아와 무릎을 꿇는 날이 있을 것이옵니다!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백치수 : 음!



S#29. 동 백치수 사랑채 마당


난정, 방안에서 나와 대문쪽으로 가려다 고개를 돌려 방쪽을 무섭게 쏘아본다.


난정 : ...!



S#30. 갖바치 마당


갖바치, 오랫동안 비워놓은 작업대 평상을 털어내고 있다.


방백인 : (다가오며) 형님, 가죽신 짓는 일을 다시 시작하시려는게요?

갖바치 : 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지 않았나!

방백인 : (안타까운) ..에휴, 형님같은 분이 쇠가죽에 바늘땀이나 넣고 세월을 보내시다니! 하늘이 참으로 무심하시오!

당추 : (뒷곁에서 걸어 나오며) 자넨 왜 또 애꿎은 하늘 탓을 하시는가?

방백인 : (갖바치 보며) 이만한 인물과 경륜을 주셨으면 어디 사대부가에 핏줄로 점지를 하시든가,

            갖바치로 세상에 내셨으면 인물이나 재주를 주시지 말었어야지요!

당추 : (툇마루에 앉으며) 그러니 세상살이가 재미있다는 게 아닌가?

방백인 : 재미요?! 당추형님은 갖바치형님의 심정은 안중에도 없으신게요?

갖바치 : 당추형님 말씀이 맞네. (방백인 보며) 자넨 산다는 게 뭐라고 생각하나?

방백인 : (갖바치 보며) 예에? 산다는게 뭐라니요? 그걸 이놈이 어찌 알겠소?

당추 : 허면 지금 자네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방백인 : (당추쪽 돌아보며) 거야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사는거 아니겠소?

갖바치 : 허면 잘먹고 잘산다는 건 또 뭔가?

방백인 : 잘 먹고 잘 사는게, 잘 먹고 잘사는게지요! 지금 형님들께서 이놈을 놀리시는게요?

당추 : (농조) 놀리다니? 그럴 리가 있나?

방백인 : (갖바치 보고) 허면 형님, 산다는게 뭐요?

갖바치 : 낸들 알겠나? 당추형님께 여쭤보시게나.

방백인 : (당추쪽 돌아보는) ...?

당추 : 나 역시 그걸 깨쳤다면 진즉 땡초노릇 집어치우고 저자거리에서 쇠가죽에 바늘땀을 넣고 있었을걸세. 허허허.

갖바치 : 허허허.

방백인 : 에잉, 도통 뭐가 뭔지?! 헌데 이 여편네는 밥때가 지났는데 어딜 간거야?!



S#31. 난정모 마당


금이, 대문안으로 살금살금 들어와 방안 주변을 기웃거린다.


당골네E : 성님, 이제 난정이도 시집가는 마당이니 묵은 원한일랑은 다 잊어버립시다.

금이 : (입모양으로 '시집?!' 움찔 놀라 방문쪽에 귀를 들이대는) ...!



S#32. 동 난정모 방 안


난정모, 혼수로 보이는 이불을 시치고있고 당골네가 그 옆에서 붙임성있게 살랑거리고 있다.


당골네 : (애교) 예에, 성니임~

난정모 : (묵묵부답) ...

당골네 : 어찌됐건 난정이가 승후관나으리께 시집을 가면 하늘같으신 중전마마의 올케가 되는 거 아니오?

            비록 첩살인게 흠이긴 하지만..

난정모 : (휙- 노려보며 버럭) 당장 내 집에서 나가게!

당골네 : (엉덩이로 뒷걸음질 치며) 아이고, 성님 왜 이리 소리를 지르시오?!

난정모 : 네년만 아니었어도 우리 난정이가 이리 되지는 않았을게야!

당골네 : 서, 성님! 또 그 소리요?

난정모 : 썩 나가지 못해!

당골네 : 아,알았소. 나,나가면 되잖소! (후다닥 방문을 열고 도망친다)

난정모 : (숨을 씩씩 몰아쉬며) ...!



S#33. 동 난정모 집 대문 앞 길


당골네, 대문 밖으로 후다닥 뛰어 나온다.


당골네 : (대문쪽 돌아보며) 원 성질머리하곤?! 당골네나 첩년이나 거기서 거기인 천출주제에..

금이 : (당골네 쪽으로 다가오며) 이보오, 아주머니.

당골네 : (금이의 행색을 살피며) 날 불렀소?

금이 : 난정이가 시집을 간다면서요?

당골네 : 헌데 처녀는 뉘슈?

금이 : 나, 나요? 난 난정이하고 친한 동무요! (웃어준다)

당골네 : (환하게 웃어주며) 그래?



S#34. 편전 외경



S#35.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김전이 앉아 면대중이다. 윗목에 김승지와 사관이 보인다.


중종 : 예로부터 조정의 인사가 만사라 했소. 이번에 조정재상들은 물론이고 삼사의 면면을 새롭게 등용했는데

         영의정이 보시기에 적합한 인물들이라 생각하시오?

김전 : 예, 전하를 십수년동안 보필해 왔던 재상들과 더불어 삼사에는 젊은 인재들을 많이 발탁하여 등용했사오니

         조정이 신구의 조화를 이루어 전하의 어의를 받들어 조종조의 위업을 이어나갈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중종 : (끄덕끄덕) 그래야지요.. 헌데 정윤겸에 대한 조정의 공론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소?

김전 : 망극하옵니다. 정윤겸이 무관이라 그 죄의 경중을 쉽게 정하기가 어렵사옵니다.

         좌의정이 입궐하는대로 논의를 거쳐 의정부의 공론을 정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중종 : 과인은 정윤겸이 옥사에서 물 한모금조차 마시지 않는다고 들었소.

         정윤겸을 치죄해야 하는 과인의 마음이 참으로 아프구려.

김전 : ...!



S#36. 옥사 안


정윤겸, 더더욱 초췌한 몰골로 앉아있다. 그러나 눈빛만은 빛을 뿜는다.



S#37. 경빈 처소 외경


남곤E : 마마! 정윤겸을 한배에 태우라니요?!



S#38.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내려진 발 너머로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다.


남곤 : 하오시면 정윤겸을 설득해보란 말씀이옵니까?

경빈 : 그렇습니다.

심정 : 하오나 마마, 정윤겸은 어필 밀지를 보고도 마음을 돌리지 않았던 자이옵니다. 그런자를 어찌...

경빈 : 이 사람도 잘 압니다. 허나 그처럼 외곬수를 내 사람으로 삼을수 있다면 든든한 기둥을 세우는 것이나 진배 없습니다.

남곤 : 그야 그렇지만.. 신은 잘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사옵니다.

경빈 : 정윤겸의 마음을 우리쪽으로 돌려세울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될 것입니다.

심정 : ...

경빈 : 아닙니다. 모쪼록 두 분 대감께서 일이 성사되도록 힘을 써주세요.

남곤 : 그리하겠사옵니다.

심정 : 예. 하오면 신들은 물러가겠사옵니다.

경빈 : 이사람은 두분 대감만 믿겠습니다.

남곤,심정 : (조아리고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미소 섞인 혼자말) 난정이를 내 곁에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우선 그 애비부터 돌려세워야 할것이야.



S#39. 대궐 일각


남곤과 심정이 걸어와 멈춰선다.


남곤 : (의아) 경빈마마께오서 어찌 정윤겸을 한배에 태우려고 하시는지..

심정 : 모르긴해도 깊은 뜻이 계실 것이옵니다.

남곤 : (끄덕) 아마도 그렇겠지요. 판의금부사께서 정윤겸을 만나보시구려.

         이 사람은 영상과 우상을 뵙고 도총관의 죄를 감하라 말씀을 드리겠소이다.

심정 : 예, 허면 이사람 의금부로 가겠소이다. (어디론가 간다)

남곤 : (잠시 생각하다가 그 반대편으로 가려는데)

홍경주 : (맞은 편에서 반갑게 오며) 어이구, 좌상대감!

남곤 : (뼈있는) 남양군대감께오선 중전마마의 회임을 경하드리기위해 파산부원군댁에 인사를 다니시느라

         경황이 없으시다 들었사온데 어찌 입궐을 하셨사옵니까?

홍경주 : 허, 좌의정대감의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다면 나라의 경사이니 당연히 경하를 드리는 것이 도리이지

            이 늙은이에게 다른 뜻이 있었겠소이까?

남곤 : 그러시겠지요.

홍경주 : (주변을 살피며 낮게) 헌데 좌의정대감 소문 들으시었소?

남곤 : 소문이라니요?

홍경주 : (바짝 다가서며 더욱 낮게) 실은 중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을 하셨다는 소문이 궐내에 은밀히 나돌고 있답니다.

남곤 : (놀라) 예에? 거짓회임이라니요?!

홍경주 : 쉬잇! 목소리가 크십니다.

남곤E : (심각한 얼굴위로) 허면 경빈마마께오서 석연치 않다고 하셨던 것이 바로?!

홍경주 : 만에 하나 중전마마의 회임이 거짓으로 판명된다면..

남곤 : 암요! 당장에 폐서인이 되실뿐 아니라 중전마마의 가문이 문을 닫을 일이지요!

홍경주E : (심각한 얼굴이지만) 허허, 허면 우리 희빈마마께오서 교태전에 앉게 되실겠구먼!

남곤E : (심각한 얼굴) 경빈마마께오서 십수년을 후궁자리에서 버티신 보람이 있으신게야! 허허!


홍경주와 남곤, 의기투합하듯 수군거리며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40. 중궁전 마당


윤지임, 윤원로, 윤원형이 중궁전 계단을 오른다. (*윤원형 손에는 약첩이 들려있다)


엄상궁E : 중전마마, 파산부원군대감과 윤승후관 형제분 드셨사옵니다.

윤비E : 오, 어서 뫼시게.



S#41. 동 중궁전 방 안


윤지임을 필두로 윤원로와 윤원형이 윤비에 큰절을 올린다.


윤씨삼부자 : 중전마마, 회임을 감축 또 감축드리옵니다!

윤비 : (미소) 이사람이 회임을 한 것은 열성조의 보살핌과 더불어

         아버님과 두분 오라버니의 정성도 일조를 했으리라 생각하옵니다.

윤지임 : (감격에 겨워 목이 매이는) ..모두가 중전마마께오서 후덕하심에 하늘이 감동하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눈물이 흐른다)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만 생산하시오면 이 애비는 죽어도 여한이 없을 듯 싶사옵니다.

윤비 : (뭉클) ...!

윤원로 : (수건을 꺼내며) 아버님, 눈물을 닦으시옵소서. 경사스런 일에 눈물을 보이시다니요?

            (윤비를 보고) 마마께오서 잉태를 하셨사오니 앞으로 우리 삼부자 두다리 쭉 뻗고 잠들 수 있게 되었사옵니다.

윤비 : (미소)

윤원형 : ...

윤비 : (윤원형을 보며) 작은 오라버니께선 어찌 아무런 말씀도 아니하십니까?

윤원형 : 시생은 오직 중전마마의 깊으신 뜻에 따르고저 할 뿐이옵니다.

윤비 : ...!



S#42. 경빈 처소 마당


금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일각문 안으로 들어와 처소방쪽으로 들어간다.



S#43.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금이를 크게 놀란 표정으로 본다.


경빈 : 뭬야?! 난정이가 승후관의 소실로 들어간단 말이냐?!

금이 : 예, 이년 두 귀로 똑똑히 들었사옵니다. 혼례는 이달 스무여샛날 치룬다고 하옵니다.

경빈 : 혼례?! 혼례라니?!

금이 : 예, 난정이 고것이 첩년으로 들어가는 주제에 되먹지 못하게 혼례까지 치룬다고 하옵니다.

경빈 : 금아, 너 이리 가까이 다가와 앉거라.

금이 : 예. 마마. (상급이라도 내릴줄 알고 기대감에 다가앉는다)

경빈 : (휙- 노려보며 금이의 따귀를 찰싹 친다)

금이 : (뺨을 잡으며) ..마마..?!

경빈 : ('자신도 첩이다' 쏘아보며) 금아, 네 감히 뉘 앞에서 첩년이란 말따위를 내뱉는게냐?

금이 : (방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마마, 이, 이년이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경빈 : 듣기 싫다 나가거라!

금이 : 예. (발딱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심기 불편한) 난정이 년이 승후관의 소실로 들어간다면 난정이가 중전과 입을 맞춘 연후에 고육책을 쓴 것이 틀림없구먼!

         이런 괘씸한 년을 보았나!! (연상을 쾅 친다)



S#44. 중궁전 앞 뜰


윤지임과 윤원로, 그리고 그 뒤로 윤원형이 중궁전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윤지임 : 이 애비는 중전마마의 강녕하신 모습을 뵈오니 마음이 놓이는구나.

윤원로 : 그뿐이옵니까?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오면 앞으로 천하권세인들 부럽겠사옵니까? 아버님.

윤지임 : 원로야, 호사다마(好事多魔)란 말도 있느니라. 앞으론 더욱 몸을 낮춰야 할게야.

윤원로 : 아버님, 금상첨화(錦上添花)란 말도 있지 않사옵니까? 앞으로 중전마마와 우리 가문에 좋은 일만 생길 듯 싶사옵니다.

윤지임 : 암, 그래야지. (윤원형을 보며) 헌데 원형아, 넌 어찌 중궁전에 들어서부터 꿀먹은 벙어리냐?

윤원형 : (생각에서 깨어나며) 예에? 아버님, 지금 뭐라 말씀하셨사옵니까?

윤원로 : 허, 원형아 어디 속이라도 불편한게냐?

윤원형 :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 치며) 아이쿠, 이런 까마귀 머리를 봤나?

윤지임,원로 : (보는) ...?

윤원형 : (약첩을 들어보이며) 중전마마께 이 약첩을 전해드린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사옵니다.

            소자 중궁전에 다시 들었다 나올테니 아버님과 형님 먼저 퇴궐하시옵소서. (몸을 돌려 중궁전쪽으로 휘적휘적 걸어간다)

윤지임 : (윤원형 뒷모습을 보다가) 쯧쯧.. 가자 원로야. (앞장서 걸어간다)

윤원로 : 예, 아버님. (윤지임의 뒤를 따르다가 뭔가 이상한지 고개를 돌려 윤원형을 뒷모습을 보며 갸웃거린다) ...?!



S#45. 중궁전 방 안


방바닥에 약첩이 놓여진다.

윤원형, 약첩을 놓으며 윤비에게 말한다. (*윤원형, 윤비와의 시선을 마주치지 않게 피한다)


윤원형 : 시생의 안사람이 중전마마께 올려드리라는 보약이옵니다.

윤비 : 보약이요?

윤원형 : (말끝을 흐리는) ..임부에게 좋은 약이라 들었사옵니다..

윤비 :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이사람을 생각해주는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전해주세요.

윤원형 : 예, 그리 전하겠사옵니다. 하오면 시생 물러가옵니다.

윤비 : 오라버니.

윤원형 : 예.

윤비 : 이사람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신거 다 압니다.

윤원형 : ..아, 아니옵니다.

윤비 : 아버님과 큰오라버니께서 계신 자리에서 하실 말씀이 아니기에 일부러 이 약첩을 가지고 나가셨다가

         다시 발걸음을 하신게 아닙니까?

윤원형 : ('그렇다') ...

윤비 : 말씀해 보세요.

윤원형 : (그제서야 윤비의 얼굴을 보며) 마마, 시생 난정이에게 들어 모두 알고 있사옵니다.

윤비 : ..난정이에게 무슨 말을 들으셨다는겝니까?

윤원형 : 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지 않았다는 말씀 말이옵니다.

윤비 : ...!

윤원형 : 마마, 어찌 그런 위태로운 일을 벌이셨사옵니까?! 이 일이 밝혀지면 중전마마께오서는 물론이고

            우리 가문이 문을 닫을 일이 아니옵니까?!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참아내다가) 마마, 어찌 어찌.. 크흐흐...

윤비 : (눈에 눈물이 고이는) ...!!



S#46.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놀란 눈으로 윤임처를 바라본다.

찻상 건너편에 앉아있는 김안로 역시 충격으로 윤임처를 본다.


윤임 : 부인, 지금 뭐라 하시었소?! 중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을 하셨다 했소?!

윤임처 : 예! 궐내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고 하옵니다.

김안로 : 정부인께오선 그 소문을 어디서 들으셨사옵니까?

윤임처 : 궐내 상궁마마님들과 친분이 두터운 동부승지댁 숙부인께 들었사옵니다.

윤임 : (저으며) 아니오, 그럴 리가 없소. 설마하니 중전마마께오서 국가지대사에 거짓을 말하셨으라고요?

         누군가 중전마마를 음해하려는 헛소문일게요.

윤임처 : 하오나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런 소문이 떠돌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김안로 : (생각하다가) ..이사람 생각에도 단순한 헛소문으로만 들리지는 않사옵니다.

윤임 : (흠짓 보며)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을?') ...?

김안로 : 앞 뒤 정황을 살펴보면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옵니다.

윤임처 : ...!

윤임 : 허어.. 어찌 이런 일이?!

김안로 : (날카롭게 눈을 반짝이는) ...!



S#47. 중궁전 방 안


윤원형,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낸다.

윤비, 눈물을 닦는 윤원형을 안쓰럽게 본다.


윤원형 : 마마, 황공하옵니다. 오라비된 자가 마마께 힘을 드리지는 못할망정 약한 모습만 내비쳤사옵니다.

윤비 : (보다가) 오라버니께서도 이 사람이 거짓회임을 꾸며댄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윤원형 : 시생이 중전마마의 깊으신 뜻을 어찌 짐작하고 헤아릴 수가 있겠사옵니까?

            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든 거짓을 꾸미신 것이든 중전마마께오선 시생이 충성을 다 바칠 이 나라 국모이시옵고,

            시생과는 피를 나누신 동기이시옵니다. 시생은 중전마마와 운명을 같이 할 것이옵니다.

윤비 : (뭉클) ...!



S#48.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난정, 대문앞에 서 있는데 심퉁이 대문을 열어준다.


심퉁 : 난정아씨, 오셨시유?

난정 : 매향이 안에 있니?

심퉁 : 매향아씬 마님 병수발 들고 계셔유.

난정 : 아주머닌 아직도 차도가 없으셔?

심퉁 : 야.. 이러다 마님께서 큰일 나실까봐 걱정이에유.

난정 : 그러실리야 있겠니... 들어가자.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49.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병색의 자운아, 이불을 덮고 누워 잠들어 있다.

옥매향, 자운아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심퉁E : (방밖에서) 매향아씨, 난정아씨 오셨구먼유.

옥매향 : (돌아보는) ...



S#50. 동 자운아 안채 마당


옥매향, 안방문을 열고 나온다.


옥매향 : (서있는 난정을 보고) ..난뎡이 왔네?

난정 : 아주머니는?

옥매향 : (난정쪽으로 다가서며) 막 댬드셨어.. 아랫방으로 들어가댜우. (아랫방으로 가면)


난정, 옥매향의 뒤를 따라 아랫방쪽으로 간다.



S#51. 동 자운아 아랫방 안


옥매향, 난정의 잔에 술을 따르고 있다.


옥매향 : 내레 난뎡이 니가 턈 부러워. 너야 무슨 걱뎡있갔네.. 둄있으면 시딥도 가갔다, 궐내 튤입하면서

            듕뎐마마나 빈마마들도 뵈올수 있고 말이야..

난정 : ('내 속을 누가 알까?' 술병을 건네받아 매향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

옥매향 : (침울한) 난뎡아, 울 오마니, 뎌러다 댤못되시면 어카디?

난정 : 매향아, 그런 소리마. 아주머닌 니 정성때문에라도 훨훨 털고 일어나실거야.

옥매향 : 아니, 울 오마니래 아바디께서 돌아오시디 못하면 (눈물 글썽) 녕녕 못닐어나실거 같애. (주르르)

            난뎡아 울 오마니 불쌍해서 어카니? 흐흑..

난정 : 매향아..



S#52. 의금부 옥사 앞


심정, 금부도사의 인도를 받으며 걸어온다.


심정 : 자넨 예서 기다리게.

금부도사 : 예, 대감.

심정 : (옥사 안으로 들어간다)



S#53. 동 의금부 옥사 안


심정, 옥사안으로 들어와 정윤겸이 갇혀있는 옥창살쪽으로 다가간다.


심정 : 대감.

정윤겸 : (눈을 뜨고 보는) 화천군께오서 어인연유로 예까지 발걸음을 하시었소.

심정 : 내 거두절미하고 말하리다. 대감, 우리 한배를 타십시다.

정윤겸 : 한 배요?

심정 : 대감께서 우리에게 합세해 준다는 약조만 해주시면 당장이라도 무죄방면을 시켜드리겠소이다.

정윤겸 : 상종 못할 더러운 소인배로구먼! (휙- 등을 돌리고 돌아앉는다)

심정 : (모욕감에) 뭐, 뭐요?!

정윤겸 : (등을 돌린채) ..

심정 : (분을 누르며) 대감, 내 한 목숨 초개처럼 버리는 것쯤이야 뭐가 두렵겠소이까?!

         허나 대감의 식솔들과 가문도 살릴 생각하셔야지요! (휙- 옥사밖으로 나간다)

정윤겸 : (눈을 뜨는) ...



S#54. 정윤겸 집 외경



S#55. 동 정윤겸 정렴방 안


정렴, 박희량의 술잔에 술을 채운다. 한편에 옥련이 앉아있다.


정렴 : 자 쭉 드시게나.

박희량 : (한잔 마신다) ..

정렴 : (다시 한잔 따라주며) 이번에 자네가 힘을 써서 아버님께오서 풀려나시면

         내 자네와 옥련이의 혼사가 성사될 수 있도록 아버님께 말씀을 여쭈겠네.

옥련 : 오라버니, 진정이시오?

정렴 : 암, 내 그리 할 것이야.

옥련 : (희색이 돌며) 희량도련님, 오라버니 말씀 들으셨지요?

박희량 : ...

정렴 : 허허, 이 사람 어찌 아무 말도 없는겐가?

박희량 : (속내가 괴로운 듯 다시 술을 마신다) ...

옥련 : ...?



S#56. 대비전 외경


자순대비E : 이 늙은이가 세분 빈들을 뵙자고 한 것은



S#57.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은 경빈과 희빈, 창빈을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 당부드릴 일이 있어서입니다.

경빈E : 대비마마께오서도 중전의 거짓회임 소문을 들으신 모양이구먼!

자순대비 : 빈들께서도 궐내에 도는 흉흉한 소문을 들어 아실겝니다.

희빈E : 이 사람은 소문이 아니길 바랄뿐이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께서 어의에게 진맥을 받으시어 회임이라 판명되신 일에 어찌 이런 소문이 뒤따르는지

               이 늙은이는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창빈 : ...

자순대비 : 만에 하나 이 소문을 중전께서 들으신다면 복중의 태아에게 좋지 못할 것입니다.

경빈E : 대비마마, 거짓회임에 대해서는 중전께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실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허니, 세분 빈들께서 절대 부화뇌동 하시는 일이 없으셔야 할것이며 아랫것들 입단속은 물론이고

               누가 이런 되먹지 못한 소문을 퍼뜨렸는지 발본색원하여 엄히 다스려야 할 것입니다.

               이 늙은이의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경,희,창빈 : 예. 마마.

자순대비 : 허면 이 늙은이는 세분 빈들만 믿겠습니다.

창빈 : 마마. 신첩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창빈을 보며) 말씀하세요, 창빈.

창빈 : 이번 소문은 중전마마의 회임을 투기하는 누군가가 중궁전의 위엄을 깎아내리려는

         불순한 의도를 지닌 음해라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 이 늙은이도 그리 생각합니다.

창빈 : 신첩 소견엔 궐내의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선 중전마마께오서 재진맥을 받으시어

         회임을 명백하게 밝히심이 옳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흠짓) 재진맥이요?

창빈 : 예. 마마.

희빈E : 재진맥?!

경빈E : 창빈, 그리 깎듯하게 뫼시던 중전의 무덤을 파시는구려.

자순대비 : 이 늙은이도 생각은 안해본 바는 아니지만 만일 재진맥을 한다면

               중전께 괜한 의심을 하는 것으로 비춰질까 저어하던 참이었소.

창빈 : 신첩, 중전마마께오서 재진맥을 저어하시지는 않으실것이라 확신하옵니다.

자순대비 : 음!

희빈 : (미소) ..

경빈 : (미소) ..



S#58.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앞에 앉아있는데.


엄상궁E : (방밖에서) 중전마마, 대비전 조상궁 들었사옵니다.

윤비 : (방밖보며) 무슨 일인가?



S#59. 동 중궁전 복도


조상궁, 방쪽을 보고 말한다.


조상궁 : 대비마마께오서 중전마마를 찾아계시옵니다.



S#60.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흠짓) ..대비마마께오서? (뭔가 불길한 느낌) ...!



S#61. 대비전 마당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과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온다.

조상궁이 윤비를 인도하듯 따른다.


조상궁E :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셨사옵니다.



S#62.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 오, 어서 뫼시어라.

조상궁E : 예.

윤비 : (방문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대비앞에 선다) 대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자순대비 : 앉으세요, 중전.

윤비 : (다소곳하게 앉으면) ...

자순대비 : 중전, 이 늙은이의 말을 곡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윤비 : (보는) 예에?

자순대비 : 중전께서 이 늙은이 앞에서 재진맥을 받으실수가 있겠습니까?

윤비 : (당혹감) ..마마, 재진맥이라니요?

자순대비 : (낮지만 명령투) 이 늙은이는 중전께서 그리 해주셨으면 합니다.

윤비 : ...!



S#63. 난정 초가 마당


길상, 한 마리 충견처럼 툇마루에 굳은 듯 앉아있다.

난정,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조금은 취한 듯 걸음걸이가 흐뜨러져 있다.

난정, 길상을 노려보다가 역시 무시하듯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취기에 비틀한다.

길상, 재빨리 일어나 난정의 허리를 받치며 부축해준다.


난정 : 이거 놔!


난정, 길상의 뺨을 철썩 갈겨버린다.


길상 : ...!

난정 : (길상을 노려보며) 잘 들어둬! 난 내 앞길을 가로막는 것들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야!

길상 : (난정을 노려보며) ..난정아, 너도 잘 들어둬! 난 널 절대 포기 못해!


난정과 길상, 서로를 팽팽하게 쏘아보는데 윤원형이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윤원형 : (두사람을 보며) 난정아, 게서 뭣들 하는게냐?

난정 : ...

윤원형 : 난정아 네 얼굴빛이 왜그러하냐!


난정, 윤원형을 돌아보고 당황하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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