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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5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547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51











S#1. 난정초가 마당 (밤)


윤원형, 대문안으로 급하게 들어와 방쪽으로 간다. (*임서방과 길상은 없다)


윤원형 : (다급한) 난정아-난정아-



S#2. 동 난정 초가 방 안 (밤. 50회 S#60과 의상연결)


난정, 방문쪽을 돌아보며 일어서는데 윤원형,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난정 : (의아하게 보며) 나으리, 이 야심한 밤에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윤원형 : (앉으며) 난정아, 사단이 났다! 아주 큰 사단이!

난정 : (따라 앉으며 보는) 사단이라니요?

윤원형 : 중전마마께오서 내일 재진맥을 받으신다는구나!

난정 : (흠짓) 재진맥이요?!

윤원형 : 그래 내 지금 좌의정댁에서 오는 길인데 중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을 하셨다는 소문이 궐내는 물론이고

            조정신료들에게 까지도 쫙 퍼졌더라!

난정 : ('경빈이 한 짓거리겠지!' 입술을 깨무는)...이럴수가?!

윤원형 : 대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에 대한 소문을 불식(拂拭)시키기 위해 중전마마의 재진맥을 하라 명하셨다니,

            대체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난정 : 대비마마께오서요?

윤원형 : 그래. (한숨 푹) ..이 윤원형이 인생도 예서 끝장이 난게야!..끝장이!

난정 : (침착한)...

윤원형 : (침통한 표정으로 난정을 보며 의아)..난정아, 헌데 네 어찌 그리 태연한 것이냐?

난정 : 나으리, 그 일이라면 크게 마음쓰실 것이 없사옵니다.

윤원형 : 뭬야, 마음을 쓰지 말라니?! 중전마마의 거짓회임이 밝혀지면 우리 가문이 문을 닫아야 할 판인데,

            네 어찌 태평가만 불러대느냐?!

난정 : 나으리, 중전마마께오서 하신 말씀을 잊으셨사옵니까?

윤원형 : 말씀?!..무슨 말씀?

난정 : 중전마마께오선 누구도 마마를 구해줄 수도 없고, 죄를 대신 받을 수도 없다고 말씀하셨다지요?!

윤원형 : 그래, 분명 그리 말씀 하셨다...

난정 : (단호한) 나으리 중전마마를 믿으세요! 중전마마께오서 그리 말씀하셨다면

         태산이 무너진다 한들 중전마마를 믿으셔야 하옵니다!

윤원형 : 믿으라...?

난정 : 예! 걱정 접어두시고 이년과 혼례를 올리는 일에만 마음을 쓰세요!

윤원형 : (움찔) 뭐라?! 난정아, 이 판국에 네 정녕 혼례를 올리자는 말이더냐?!

난정 : 나으리, 여자로 태어나 머리에 족두리 한번 써보지 못하고 일생을 마친다면 이년 평생의 한이 될 것이옵니다.

윤원형 : (설득조)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느냐? 지금 중전...

난정 : 아옵니다, 아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위급한 처지에 놓여 계시옵고,

         이년의 아비가 금부 옥사에서 고초를 겪고 계시다는 걸 이년이 어찌 생각을 못하겠사옵니까?

윤원형 : 그걸 알면서도 네 어찌 혼례를 올리자는 말을 그리 쉽게 내뱉는게냐?

난정 : 나으리, 중전마마께오선 이번 위난을 무사히 넘기실 것이옵고 이년 아비의 일도 역시 무사타첩 될것이라 생각하옵니다.

         허니 나으리와 이년의 혼례는 아무 탈 없이 올리게 될 것이옵니다.

윤원형 : 아무 탈이 없다?

난정 : (강한 확신) 예!

윤원형 : 네 어찌 그리 장담을 하는 것이더냐?!

난정 : (비장한 눈빛) 이년, 목숨을 맡긴 주인을 믿지 못한다면 누굴 믿겠사옵니까?!

윤원형 : (섬뜩한)...?!



S#3. 동 난정 초가 대문 앞 (밤)


윤원형,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 난정, 대문을 나온다.


윤원형 : (돌아보며 다짐받듯) 난정아, 정말 중전마마께오서 무탈하시겠느냐? 응?! 응?!

난정 : 믿으시옵소서!

윤원형 : (끄덕이며 한숨) 그래, 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널 믿어볼 수 밖에! (반신반의) 허면 내 네 말을 믿고 가보련다.

난정 : (주변을 둘러보며) ..나으리 이년 오라비는요?

윤원형 : 오, 길상이? 아마, 이 근처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게다.

난정 : ...?

윤원형 : (뒷편 어둠쪽 보며) 처남! 내 집으로 갈것이네. 가세나! (돌아서서 간다)

난정 : (숙이며) 밤길 살펴가시옵소서.


난정, 윤원형의 뒷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반대편 어둠쪽을 돌아본다.

정적속의 어둠.

난정, 보다가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길상 : (어둠속에서 얼굴을 나타내며)...!



S#4. 중궁전 외경 (밤)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 및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중궁전으로 들어간다.


엄상궁 : (E) 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윤비 : (E) 어서 뫼시어라.



S#5. 동 중궁전 방 안 (밤)


중종, 취기가 도는 침통한 얼굴로 방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윤비, 그 앞에 따라 앉는다.


중종 : 중전께서 과인이 들기를 기다리시느라고 이 늦은 밤까지 침수도 들지 못하셨구려? 홀몸도 아니신데 미안하구려.

윤비 : 망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중종을 보며)..전하, 용안이 어두워 보이시옵니다. 심려되시는 일이라도 계시온지요?

중종 : (얕은 한숨)..심려는 무슨요?

윤비 : (보는)..전하, 신첩에게 말씀을 하시오면 답답하오신 심중이 조금이나마 풀리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중종 : 음..과인이 금부 옥사에 갇혀있는 정도총관을 편전으로 불러들여 술을 한잔 했소이다.

윤비 : ('안다')...정도총관은 어인 연유로 불러들이셨사옵니까?

중종 : ...조정의 신하들이 과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는 있지만 과인의 주변엔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고

         술잔을 기울일 신하들이 없어요.. 과인에게 쓴소리로 과인의 우매함에 대해 정문일침을 가해주는 신하들이 없으니

         웬지 가슴이 답답하고 허전해지는구려..

윤비 : ..!

중종 : 중전께서 조광조와 젊은 인재들을 아껴야 한다던 진언하시던 말뜻을 이제야 알 것 같구려.. 과인이 참으로 용렬하였구려!

윤비 : 전하, 샘이 깊으면 물을 아무리 퍼낸다 한들 가뭄에도 아니 마른다고 들었사옵니다.

         전하께오서 부지런히 성덕을 닦으시오면 조정이 경륜 높은 충신들로 채워질 것이옵니다.

중종 : (보며) 그럴까요?

윤비 : 예, 신첩은 그리 생각하옵니다.

중종 : 중전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위안이 되는구려. 내 앞으로는 어처(御妻)의 말씀을 깊이 깊이 헤아리도록 하리다.

윤비 : 황공하옵니다.

중종 : (윤비의 손을 쥐며) 중전, 부디 대군, 대군을 생산하시어... 과인의 흐린 심기를 말끔히 씻어주시구려..

윤비 : ...!



S#6. 경빈처소 방 안 (밤)


경빈,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그 앞에 금이가 앉아있다.

경빈, 술잔을 입에 댄채 생각에 빠져있는 얼굴위로.



S#7. 대궐 후원 일각 (경빈의 상상, 낮)


면복을 입은 중종과 중전의 대례복을 갖춰 입은 경빈이 거닐고 있다.

대전내관과 김상궁, 그리고 금이가 그 뒤를 따른다.

경빈과 중종과 담소를 나누며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S#8. 동 경빈처소 방 안 (밤)


경빈, 쌩끗 미소를 짓는다.


금이 : (보고) 마마, 밤이 늦었사온데 자리를 펼깝쇼?

경빈 : 아니다, 내 오늘은 가슴이 설레여 잠이 올 듯 싶지가 않구나. (술잔을 내밀며) 한잔 더 따르거라.

금이 : 예. (술주전자를 기울여 술을 따른다)

경빈 : (E) (쌩끗)..내 반드시 중전의 자리를 차지하고야 말것이야! 반드시!



S#9. 난정 초가 방 안 (밤)


난정, 경빈의 말에 화답하듯 말한다.


난정 : (살기서린 눈빛) 네년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봤자 그리되지는 못할 것이야! 암!!



S#10. 중궁전 방 안 (밤)


중종, 잠들어있다.

윤비, 중종 옆에 한손으로 이마를 괸채 수심에 잠겨 앉아있다.

중종, 뒤척이다가 눈을 뜨고 윤비를 본다.


중종 : ..중전..벌써 기침 하신게요?

윤비 : ..전하, 아직 여명이 밝지가 않았사옵니다. 더 주무시옵소서.

중종 : (일어나 앉으며) 허면 중전께서는 아직 눈을 붙이시지도 않으신게요?

윤비 : (눈물이 보일까봐 시선을 피한다)...

중종 : (보며) 중전,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신게요?

윤비 : ..아니옵니다..

중종 : (윤비의 눈물을 보고 놀라) ..아,아니..중전, 눈물을 흘리시다니요?! 중전..

윤비 : ...

중종 : 허어, 무슨 일인지 어서 말씀을 해 보시구려.

윤비 : (눈물이 주르르)...전하, 신첩 전하의 용안을 뵙고 있자니 신첩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지옵니다.

중종 : ..허허, 그리도 강건하신 중전께서 눈물을 보이시다니요?

         (윤비의 눈물이 싫지는 않은) 이제 보니 중전께서도 연약한 아녀자이시구려.

윤비 : (목이 메이는)....그렇사옵니다. 신첩 할 수 없는 아녀자이옵니다.

중종 : (윤비의 손을 쥐며)..그래요, 내 잘 아오.. 지엄한 교태전을 지키시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과인이 잘 알고있소.

윤비 : ..전하..

중종 : 중전, 내 약조하리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과인은 중전을 지켜줄 것이오! 허니 과인을 믿으시오!

윤비 : ..전하, 신첩은 전하를 믿사옵니다.. 흐흑.. (흐느낌을 터뜨리며 중종의 품에 안긴다)

중종 : (온화한 표정으로 토닥여주는)...

윤비 : (울음이 이어진다)



S#11. 대궐 전각들 위로 아침해가 떠오른다



S#12. 중궁전 마당


조상궁, 걸어와 중궁전 안으로 들어선다.



S#13. 동 중궁전 복도


조상궁, 방문쪽으로 걸어온다.


오상궁 : (조상궁을 보고) 중전마마, 대비전 조상궁 들었사옵니다.



S#14.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기품있는 표정으로 경대를 보며 머리손질을 하고 있다.

엄상궁, 그 앞에 앉아있다.


윤비 : 무슨 일인가?



S#15. 동 중궁전 복도


조상궁 : 중전마마, 대비마마께오서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S#16.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방밖을 보며) 알았느니! (엄상궁 보며) 가세, 엄상궁.

엄상궁 : 예.


윤비,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면 엄상궁, 그 뒤를 따른다.



S#17. 희빈처소 외경


향이, 일각문 안으로 뛰어들어와 처소계단을 급한 걸음으로 올라간다.



S#18. 동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희색이 도는 얼굴로 향이를 본다.


희빈 : 중전마마께오서 재진맥을 받으시러 대비전으로 걸음을 하신다?

향이 : 예, 마마. 이번 진맥에는 양어의뿐 아니오라 내의들까지 참례시키실 것이라 하옵니다.

희빈 : 내의들까지 참례를?! (한쪽을 돌아본다)



S#19. 경빈 처소 방 안


금이, 경빈에게 고하고 있다.


금이 : 예, 대비마마께오서도 중전마마의 회임을 믿지 못하시는 듯 하옵니다.

경빈 : 대비마마께오서 참으로 현명하시구먼! 중전과 양어의가 내통을 하여

         전하와 조정을 기망한 일이 만천하에 밝혀질 것이야! 제손으로 제 목을 조른게야! 호호.

금이 : (따라서 어색하게 웃는)..

경빈 : 금아, 대비전으로 가자구나.

금이 : (어리둥절) 대비전에 말씀이옵니까?

경빈 : 암, 내 어찌 그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놓칠 수가 있겠느냐? 내 중전이 거짓회임이 밝혀져

         대비전에서 내침을 당하는 꼬락서니를 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 볼 것이야!


경빈,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가면 금이, 그 뒤를 따른다.



S#20. 대비전 마당


윤비, 굳은 표정으로 엄상궁과 오상궁과 중궁전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그 옆으로 조상궁이 인도하고 있다.

창빈, 서있다가 윤비를 보고 급하게 다가와 조아린다.


윤비 : 창빈께서 예까지 어인 발걸음이시오?

창빈 : 마마, 신첩 중전마마께 죄를 청하고자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윤비 : 죄를 청하다니요?

창빈 : 신첩, 중전마마께오서 재진맥을 받으시어 회임을 명백히 천명하시는 것이 옳다는 생각으로

         대비마마께 재진맥 주청을 드렸사오나... 중전마마께오서 재진맥을 받으시는 것만으로도

         큰 불경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드옵니다.

윤비 : (싸늘한 눈빛) 창빈, 그것을 이제야 아시었소?

창빈 : (당황하여 바닥에 꿇으며 조아린다) 마마, 신첩의 아둔함에서 비롯된 불경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 창빈의 일은 재진맥을 받은 연후에 죄를 줄 것인지 용서를 할 것인지 생각하기로 하십시다.

창빈 : ...!

윤비 : (조상궁에게) 드세나.


윤비,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S#21.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단정한 자세로 앉아있다.


조상궁 : (E) (방밖에서)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셨사옵니다.

자순대비 : 뫼시어라.

조상궁 : (E) (방밖에서) 예.


윤비,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자순대비 앞에 조아린다.


자순대비 : 앉으세요, 중전.

윤비 : (굳은 표정으로 앉는)..

자순대비 : (표정 살피며) 중전, 이번일은 중전의 회임을 한점의 의혹도 없이 천하에 밝히고자 함이니

               너무 얺찮게 생각지 마세요.

윤비 : 마마, 신첩 재진맥을 받기 전에 마마께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말씀하세요.

윤비 : 신첩의 좁은 소견엔 대비마마께오선 신첩의 회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생각하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중궁전을 감싸주셔야 하실 대비마마께오서 어찌 한발 앞서 재진맥을 명하셨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중전, 중전은 이 늙은이의 마음을 모르시는구려.

윤비 : 신첩, 선대조의 일을 살펴보아도 궐내의 유언비어 때문에 중궁의 자리에 계시었던 분들께오서

         회임여부의 재진맥을 받으셨던 예를 듣지도 보지도 못하였사옵니다. 신첩이 재진맥을 받는 것만으로도

         중궁전의 위엄에 흠집이 날 것이며 중궁전의 권위는 떨어질 것이옵니다. 저들이 노리는 것도 그런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 허나..

윤비 : 대비마마, 신첩은 마마께오서 지켜보시는 이 자리에서 재진맥을 받을 것이옵니다! 하오나 신첩이 재진맥을 받려 함은

         사특한 무리들이 퍼뜨리는 거짓회임의 소문이 두려워 신첩의 회임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옵니다.

자순대비 : ..허면?

윤비 : 신첩은 신첩의 거짓회임의 소문을 퍼뜨려 대비전과 중궁전의 이간질을 획책하고 중궁과 왕실의 권위와 위엄에 도전하는

         사특한 무리들에게 철퇴를 가하기 위해 재진맥을 받을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놀라) 철퇴를 가하다니요?

윤비 : 대비마마..

자순대비 : ...

윤비 : 신첩, 재진맥을 받은 연후에 소문을 퍼뜨린 자들을 발본색원할 것이옵니다. 그들의 저의와 배후를 밝혀내어

         차후로는 궐내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엄하게 다스릴 것이옵니다! 신첩이 그들을 어찌 다스리건

         마마께오서 모른 척 눈감아 주실수 있으시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섬뜩한)..!

윤비 : 대비마마, 신첩의 뜻을 가납하여 주시겠는지요?!

자순대비 : 중전.. 이 늙은이를 원망하시고 계시구려?

윤비 : 원망이라니 당치도 않으시옵니다. 하오나 마마께오서 신첩의 뜻을 가납해 주실 때 까지는

         신첩 역시 손목에 명주실을 감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음!

윤비 : (결연한 표정)...

자순대비 : (생각하다가)...그럽시다.. 이 늙은이도 중전의 뜻에 따르리다.

윤비 : 황감하옵니다.

자순대비 : (방밖에다) 조상궁!

조상궁(E) : (방밖에서) 예.

자순대비 : 발을 내리고 의원들을 불러들이게!

조상궁(E) : (방밖에서) 예, 마마!

윤비 : (결연한)...!



S#22. 편전 방 안


중종, 놀란 얼굴로 김상궁을 본다.


중종 : 뭣이라?! 허면 중전께서 재진맥을 받으신단 말이더냐?!

김상궁 : 예, 대비전의 명이 계셨다고 하옵니다.

중종 : 허어, 어찌 대비마마께오서 중전의 회임을 믿지 못하신단 말이냐?

김상궁 : (난감한 척)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궐내에 중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을 하셨다는 유언비어가 나돌아..

중종 : (연상 쾅 치며) 뭣이 어쩌고 어째?! 거짓회임?!

김상궁 : (찔끔하여)...!

중종 : (벌떡 일어서며) 자비를 놓아라, 내 대비전으로 갈것이야! (방밖으로 급하게 나간다)



S#23. 대비전 마당


창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대비전쪽을 보고 서있다.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창빈쪽으로 온다.


경빈 : 창빈, 무얼 하고 있으신게요? 창빈께서도 구경을 나오신게구려?

창빈 : (곱지 않게보며) 구경이라니요?

경빈 : 혹시나 중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을 하시어..

창빈 : (버럭) 경빈! 그걸 말따위라고 하시오?!

경빈 : (노려보며) 뭬요?! 말따위라니요?!

창빈 : 일품명부께서 불경한 말을 함부로 내뱉으니 궐내에 되먹지 못한 유언비어가 난무하는것이 아니오?!

경빈 : 허면 내가 유언비어라도 퍼뜨렸다는게요?!

창빈 : 왜요? 찔리는데라도 있으시오?!

경빈 : 듣자듣자하니!

대전내관 : (E) (저 편에서) 주상전하 납시오!


경빈과 창빈, 돌아보면 중종을 태운 가마가 급하게 오고 있다.

경빈과 창빈 및 상궁나인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조아린다.

중종, 가마가 멈추면 급하게 내려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경빈과 창빈, 허리를 펴며 서로를 노려본다.


경빈 : (E) (대비전쪽을 보며) 아주 잘되었구먼! 전하께오서 친견하시는 앞에서 중전의 거짓회임이 드러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야! 하늘이 나를 도우심이야! 호호호.



S#24. 동 대비전 방 안


방안에 발이 내려져 있다.

아랫목쪽에 자순대비와 윤비, 그리고 윤비의 옆에 엄상궁이 명주실을 두손으로 받들고 앉아있다.

윤비의 팔목에 명주실이 감겨있고 그 명주실 끝이 발너머에 앉아있는 양어의와 내의 두명이 있는 쪽으로 드리워져 있다.

양어의 옆에 약방나인이 명주실을 쥐고 있다.


자순대비 : 양어의가 먼저 짚으시게나.

양어의 : 예. 마마. (명주실 끝을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쥐는데)



S#25. 동 대비전 복도


중종, 급한 걸음으로 방문쪽으로 걸어온다.


조상궁 : 대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S#26.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 (움찔하여 보다가) 뫼시어라!

중종 : (급하게 방안으로 들어선다)


중전과 엄상궁, 양어의와 내의들이 일어나 중종에게 예의를 갖춘다.


자순대비 : 주상, 어인일로 기별도 없이 대비전에 발걸음을 하시었소?

중종 : (자순대비 앞에 앉으며) 어마마마, 어찌하여 중전의 가슴을 참담하게 하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 ...!

자순대비 : 주상, 이 늙은이가 중전을 참담하게 하다니요?

중종 : 어마마마, 어찌 유언비어가 떠돈다하여 중전을 믿지 못하시고 재진맥을 하시려는것이옵니까?

         이로 인해 중전이 심기가 불편해진다면 뱃속의 용종에게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음을 어마마마께오서 어찌 모르시옵니까?

자순대비 : 주상! 마치 이 늙은이가 중전을 핍박하는 못된 시어미처럼 군다는 말씀같구려!

중종 : 어마마마, 당장 재진맥을 그치도록 명을 내려 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주상, 이 에미는 그리는 못합니다! 중전의 회임에 대해서는 한점의 의혹도 없어야 할 것입니다.

중종 : 어마마마!

자순대비 : (팽팽하게 보며) 주상!!

윤비 : 신첩, 전하께 한 말씀 아뢰겠사옵니다.

중종, 자순대비 : (윤비를 보는)...

윤비 : 전하께오서 신첩의 마음을 헤아려주시려는 우악하오신 성은에.. (눈물 글썽)

         신첩 눈물을 감출수가 없사옵니다. (목이 메이는)

중종 : 중전..

윤비 : 하오나 전하, 이 모든 일은 신첩이 부덕함으로 인해 생긴 자업자득이라 생각 하옵니다.

         신첩이 애초에 회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던들 어찌 대비마마께오서 재진맥을 명 하셨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

윤비 : 결자해지란 말이 있사옵니다. 신첩이 자초한 일이오니 전하와 대비마마께오서 계신 앞에서

         신첩의 회임여부를 명명백백 밝힐수 있도록 진맥을 받을 수 있게 하여주시옵소서!

중종 : ...!

자순대비 : ...!

윤비 :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중종 : 중전의 마음이 참으로 가상하구려.. 과인이 중전의 뜻을 받아드리리다. (발너머를 보며) 양어의! 중전의 맥을 짚도록 하라!

양어의 : 예. 전하.

중종 : 오진으로 인해 다시 한번 논란이 생긴다면 양어의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니 신중에 신중을 기하도록 해야 할것이야!

양어의 : (움찔)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 (발너머의 양어의를 보는)...!



S#27. 윤원형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부채질을 하며 방안을 왔다 갔다하고 있다.


윤원형 : 지금쯤 중전마마께오선 진맥을 받고 계실 것인데.. 어쩐다? 난정이 말대로 국으로 가만히 앉아있다가

            당장 금부에서 쳐들어오면 어쩌누? 어허, 그렇다고 나 혼자만 살겠다고 줄행랑을 놓을수도 없고..

윤원로 : (E) (방밖에서) 원형아!

윤원형 : (재빨리 보료위에 앉는)..

윤원로 :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원형아, 네 마침 있었구나.

윤원형 : 형님, 무슨 급히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게요?

윤원로 : (앞에 앉으며) 원형아, 우리 형제도 조정에 출사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

윤원형 : 출사라니요? 형님, 그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요?

윤원로 : 중전마마께오서 회임도 하셨고 하니 조정에 나가 힘을 쓸때가 되지 않았느냐 이 말이다.

윤원형 : (벌떡 일어서며) 형님! 답답한 소리 좀 작작하슈! 안그래도 속터지는데!

윤원로 : 아니, 네 왜 이리 벌컥증을 내는게냐?

윤원형 : (방밖으로 휙-나가버린다)

윤원로 : (갸웃)..?



S#28. 어느 길


윤임과 김안로, 관복을 입은채 사인교를 나란히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사인교 옆을 따르는 황서방과 박서방.


윤임 : 만에 하나 중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으로 밝혀지신다면 어찌되는게요?

김안로 : 중전마마는 물론이고 원자아기씨까지 그 격류에 떠내려갈 것이옵니다.

            허니 속히 대비마마를 알현하여 원자아기씨를 지켜달라는 약조를 받아야지요!

윤임 : (결연한) 그래야지요! 요사스러운 후궁들이 간계를 부리기전에 반드시 대비전의 확약을 받아내야만 하오이다!

김안로 : 황서방, 서둘게나!

황서방 : 예, 대감마님! (교꾼들에게) 서둘랍신다!


윤임과 김안로를 태운 가마가 급하게 간다.



S#29. 빈청 안


김전, 홍경주, 남곤, 심정, 이유청(*), 고형산(*) 그리고 몇몇의 대신들(*)이 뭔가를 기다리는 표정으로 앉아있다.


홍경주 : (E) 허허, 희빈마마가 중전이 되시면 금원군께오서 보위에 오르실 것은 자명한 일이야..

            허허 내가 임금의 외조부가 된다니.. (자기도 모르게 히죽 웃는)

남곤 : (E) (홍경주 얼굴 슬쩍 보며) 남양군, 그런일은 없을테니 몽상에서 깨시구려!

심정 : (E) (남곤을 슬쩍 보며) 경빈마마께오서 교태전에 들어가신다면

         이사람이 좌의정을 젖히고 영의정의 자리에 먼저 앉을수도 있음이야. (음흉한) 하하하.

김전 : (고개를 들며) 허어, 어찌 진맥이 이리 늦누?

남곤 : 그러게 말이오이다. 대비전에 발걸음을 했던 김승지는 뭘하는겐지?

홍경주 : (눈을 뜨며) 어차피 밝혀질 일이니 너무 초조해할 것 없소이다. 아니 그렇소이까, 영상대감?

김전 : 중전마마의 회임이 밝혀지시어 왕실과 조정이 평온을 되찾아야 할텐데 걱정이외다.

심정 : 그러게 말이옵니다.

홍경주 : 영상대감, 걱정마시구려. 이 사람은 중전마마의 회임을 믿소이다.

남곤 : 암요, 그렇고 말고요!

김전 : (E) 쯧쯧.. 속보이는 조무래기들 같으니라고!



S#30. 대비전 마당


경빈과 창빈, 대비전쪽을 주시하고 있다.

희빈, 급한 걸음으로 향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다가온다.


희빈 : 아직 진맥이 끝나지 않았소?

창빈 : 예, 진맥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모양입니다.

경빈 : 희빈께서 어지간히 속이 타셨나보구려? 조금 있으면 가타부타 말씀이 계실것이니 기다려 보시구려!

중종 : (E) (버럭) 아직도이더냐?!

경,희,창빈 : (대비전을 돌아보는)...?!



S#31. 동 대비전 방 안


양어의, 팽팽한 명주실끝을 붙잡은 채 당황하여 진땀을 흘리고 있다.


양어의 : 화, 황공하옵니다. 전하..

중종 : 참으로 답답하구나, 조선 최고의 어의가 회임여부를 가려내는데 어찌 이리 더디단 말인가?!

자순대비 : 주상,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습니다. 양어의가 신중을 기하고 있는 듯 보이니 잠시만 더 기다려 보십시다.

중종 : ..음!

윤비 : (담담하게 눈을 감는다)...

양어의 :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회임의 징표인 활맥을 짚어낼 수가 없사옵니다.

윤비 : (움찔 눈을 뜨는)...!

중종 : (버럭) 뭣이라?! 허면 중전께서 회임을 하시지 않았단 말이냐?!

자순대비 : ...?!

양어의 : 그, 그, 그런 것이 아니오라, 명주실이 먼 듯 하오니 중전마마의 존체에 조금 더 가까이서 진맥을 할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그리하도록 하라.


양어의와 내의 둘이 땀을 닦으며 발쪽으로 다가와 앉는다.


윤비 : ...



S#32. 난정모 초가 마당


난정, 힘없는 표정으로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 (방쪽으로 다가서며) 어머니, 저 왔사옵니다.

난정모 : (E) 들어오너라.



S#33. 동 난정모 초가 방 안


난정,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난정모, 원삼저고리등의 혼례옷을 짓고 있다가 난정을 본다.


난정모 : 난정아, 늦었구나!

난정 : (앉으며) 예, 어머니. 지전에 들러 남소문 신방에 새로 도배를 해달라고 말하고 오는 길이에요.

난정모 : 그랬구나..

난정 : (혼례복을 보듬으며) 참 곱네요..

난정모 : (미소)..에미도 네가 이 옷을 입고 족두리 쓴 모습을 얼른 보고 싶구나.

난정 : 어머니.. 헌데 오늘은 안색이 좋아보이시네요.

난정모 : 그래, 대감마님께서 곧 방면되실거라고 하더라.

난정 : (의아) 방면이라니요? 무슨 수로요?

난정모 : 옥련아씨 정혼자이신 박참의댁 도련님께서 조정의 높은 대감님들께 청을 넣었으니 곧 방면되실거란다.

난정 : 청이요?

난정모 : (기대감) 그래.

난정 : (냉랭하게) 어머니, 그 말을 믿으세요?

난정모 : 뭐라?

난정 : 지금 조정안이 온통 소인배투성인데 대감마님을 쉽사리 방면해주시겠어요?

         게다가 제 살길 찾기에 급급한 박도령 따위가 대감마님의 구명을 위해 청을 넣다니요?!

난정모 : (놀라) 난정아, 네 그 무슨 말이냐?! 허면 대감마님께서 방면되지 못하신다는 것이냐?

난정 : 어머니, 대감마님께오선 무사하실테니 걱정마세요. 대감마님을 잡아가둔 소인배들 손으로 풀려나게 되실거에요.

난정모 : (영문몰라) 난정아, 이 에민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구나.

난정 : (광기 서린) 중전마마만 믿으세요! 그러시면 되요, 그러면요!



S#34. 대비전 방 안


양어의, 땀이 흐르는 것도 잊은채 신경을 명주실 끝에 집중하여 앉아있다.

윤비, 인내심있는 표정으로 단아하게 버티고 앉아있다.

중종과 자순대비, 어떤 불길한 표정을 짓는데.


양어의 : (움찔 눈을 뜨는)...!

자순대비 : (보는)..왜 그러시는가?!

양어의 : ..화, 활맥이옵니다. 활맥!

중종 : (희색) 양어의, 틀림없는가?!

양어의 : 예, 중전마마께오선 회임을 하신 것이 분명, 분명하옵니다. 전하!

중종 : (웃음가득) 어마마마, 이제 중전에 대한 의혹이 풀리셨사옵니까?

자순대비 : 주상, 의혹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이 늙은이는 왕실의 막중대사를 명백히 처결하고자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중종 : 예, 어마마마, 소자도 잘 아옵니다. (윤비를 보며) 중전 참으로 애 많이 쓰시었소.

윤비 : ...!



S#35. 대비전 마당


대비전 안에서 나인하나가 급하게 뛰어나와 금이에게 귓속말을 한다.


금이 : (일그러지는)...!

경빈 : 금아, 왜그러느냐?!

금이 : (거의 울음이 터질듯) 마마,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이 분명하시다 하옵니다!

경빈 : (경악) 뭬야?!! 회임?!.. (비틀거리며 댓돌을 짚는다)

희빈 : ..그,금아, 그,그게 참말이더냐?!

금이 : 예, 양어의와 내의들의 진맥이 일치하였다 하옵니다.

희빈 : (허탈한)..이럴수가..이럴수가.. (풀썩 주저 앉는다)

향이 : (희빈처소 상궁나인들과 부축하며)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창빈 : (감동적인 표정)...!

경빈 : (얼굴을 휙-돌리며 오만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 듯 눈동자를 굴린다)...

금이 : (경빈에게) 마마..

경빈 : (의연하게) 난 괜찮느니라. 가자 금아! (바람소리나게 가버린다)

금이 : (경빈처소 상궁나인들과 그 뒤를 따른다)



S#36. 빈청 안


홍경주와 일동, 앞에 선 김승지를 보고 앉았다.


홍경주 : 뭬요? 회임?!

김승지 : 예, 전하께오서 양어의와 두 내의에게 후한 상급까지 내리셨사옵니다.

남곤,심정 : (서로를 심각하게 보는)...!

김전 : 참으로 다행입니다, 다행이에요.

일동 : (굳은 표정으로 침묵)...

김전 : (의아하게 보며) 아니,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재천명하시어 왕실과 조정의 풍파가 그치게 되었는데

         대감들께서는 왜들 얼굴이 굳으신게요?

홍경주 : 하하하하! 암요, 감축드릴 일이지요! 이제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만 생산하신다면 만사가 태평할 것이외다.

            (일동 둘러보며) 아니그렇소이까?!

남곤 : 그렇지요! 애초부터 중전마마께오서 회임하신 것은 명백하신 일이었지요! 허허허!

일동 : (그제서야 술렁이며 속이 보이는 억지웃음을 짓는다)

홍경주 : (일어서며) 허면 이 늙은이는 이만.. (빈청 밖으로 나간다)

남곤 : (심정에게 눈짓하며) 우리도 일어나십시다. (일어서면)

심정 : (따라 일어서며) 예, 허면 나중에 또 뵈옵겠사옵니다.

일동 : (술렁거리며 일어서서 나간다)

김전 : (혼자 남은채 앉아있는데)


김안로와 윤임이 빈청안으로 들어와 김전 앞에 앉는다.


김안로 : 숙부님,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것이 분명하옵니까?

김전 : (끄덕이며) 그래, 이제 원자아기씨께오서도 한고비 넘기신 듯 싶구나.

윤임 :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다행이옵니다. 허허.

김안로 : (예의 진지한 무표정)...!

김전 : 넌 왜 그러는게냐?

김안로 :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격이오니 원자아기씨의 장래가 어찌될지 참으로 암담할 뿐이옵니다.



S#37. 중궁전 외경



S#38.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탕약을 마시고 사발을 내려놓는다.

엄상궁과 오상궁의 얼굴에 환한 표정이 역력하다.


엄상궁 : (사발을 오상궁에게 건네고 당과를 윤비에게 바치며) 드시옵소서.

윤비 : (당과를 입에 넣다가 문득 보며) 엄상궁, 오상궁 어찌 자네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는가?

엄,오상궁 : 황공하옵니다.

윤비 : (미소) 이제보니 자네들도 내가 회임을 한 것을 믿지 못하였구먼?

엄상궁 :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쇠인이 어찌 그런 불경한 생각을 했겠사옵니까?

            하오나 양어의가 중전마마의 활맥을 짚어 내지 못할 때 쇠인 가슴을 얼마나 졸였던지요.

윤비 : 그랬을게야.. 이번 일에는 양어의의 공이 컸네.. (혼잣말) 암 컸구말고..

엄상궁 : 쇠인들은 물러가겠사옵니다. 마마께오서 진맥을 받으시느라 진기를 탕진하셨을테니 편히 쉬시옵소서.

윤비 : 그러게나.


엄상궁과 오상궁이 빈 약사발을 받쳐들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어딘가를 바라보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S#39. 중궁전 방 안(밤. 47회 S#22의 생략된 앞상황)


윤비, 발너머에 조아린 양어의를 보고 앉아있다.


양어의 : 중전마마, 어디가 미령하시온지 진맥을 짚어 올리겠사옵니다.

윤비 : 아닐세..내 미령한 곳은 없네.

양어의 : (의아한) 하오면 어찌 이 야심한 밤에 소신을 급히 불러들이셨사옵니까?

윤비 : 양어의.

양어의 : (조아리며) 예, 마마.

윤비 : 날이 밝으면 전하께오서 자네에게 내 회임여부를 진맥하라 하명을 하실 것이야.

양어의 : (당황)..하오나 일전에 소신이 진맥해 본바 중전마마께오서는 회임이 아니셨사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그랬을것이야.. 내 지난번에는 엄상궁의 손목에 명주실을 감아 진맥을 받았느니.

양어의 : (놀라) 예에? 하오시면...?

윤비 : 내 뱃속에는 잉태한 용종이 있네!

양어의 : (휘둥그레지다가 조아리며) 중전마마, 회임을 감축드리옵니다.

윤비 : 허나 조심 조심 해야할것이야. 중궁전에서 회임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후궁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뱃속의 용종을 해꼬지를 하려 들것이야.

양어의 : (굳는)...!

윤비 : 돌아가신 장경왕후께오서 원자를 잉태하시었을 당시에도 그랬다고 들었네. 하물며 지금은 경빈이나 희빈이

         조정의 권세를 틀어쥐고 있는 신료들과 결탁하고 있는 판국이니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일게야.

양어의 : (당혹스러운)...마마, 하오시면 소신이.. 어찌 하란 말씀이온지..?

윤비 : 자네는 내가 회임을 하였는지를 소신껏 진맥을 하여 맥을 짚은 그대로 전하께 아뢰어주게.

양어의 : 신은 중전마마의 분부가 아니 계시어도 그리할 것이옵니다.

윤비 : 허나 진맥을 마치면 경빈이 자네를 부를것이야.

양어의 : (흠짓)...예에, 경빈마마께오서 어찌..?!

윤비 : 경빈이 분명 자네를 부르게 되어있네! 자네를 불러들여 이번 중궁전의 회임에 대해 사실 여부를 추궁할 것이야.

양어의 : ...!

윤비 : 허면 자네가 경빈에게 내가 회임한 것이 아니라고 흘려주게나!

양어의 : (충격) 예에?

윤비 : 그리만 해주면 자네 소임은 다하는게야!

양어의 : 마마, 어찌 소신이 중전마마의 회임에 대해 거짓을 발설할 수 있겠사옵니까?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 (결연한) 그것이 자네가 나와 이 뱃속의 용종을 살리는 일일세.

양어의 : (난감한) 하, 하오나...?!

윤비 : 아네! 서슬 퍼런 경빈에게 어찌 거짓을 고하고도 살아 남을 수 있을까? 그것이 걱정될 수도 있겠지!

양어의 : ('정곡을 찔린')...!

윤비 : 내 재물이나 보화로 자네의 마음을 얻을 생각은 없네.

         어차피 그런것이야 더 큰 재물 앞에선 지켜지지 못할 부질 없는 약조 아닌가?

양어의 : ...!

윤비 : 허나, 내 이 뱃속의 용종을 놓고 약조를 함세. 자네의 목숨은 내가 살려줌세!

양어의 : (갈등하는)...

윤비 : 어떠한가? 내 말대로 해 줄수가 있겠는가?

양어의 : ...하오나 마마!

윤비 : (이후 47회 S#22의 기존 촬영분) 사람의 목숨이란 것이 침술과 탕약으로만 구해지는 것이 아닐세.

         이번에 내 목숨을 구하는데는 그 어떤 침이나 탕약보다도 양어의의 말 한마디가 효험이 있을 것이야!

양어의 : ...!

윤비 : 내 목숨을 자네에게 맡겨도 좋겠는가?

양어의 :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신, 의원의 소임을 다해 중전마마의 목숨을 구해드리겠사옵니다. 그리하겠사옵니다.

윤비 : 고맙네, 대신 이 방안에서 나눈 이야기는 무덤속까지 가지고 가야 할 것이야! 내 말 뜻을 깊이 새겨두시게나!

양어의 : 예, 마마!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S#40. 동 중궁전 방 안 (현실)


윤비, 회상에서 깨어나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어딘가를 보며 말한다.


윤비 : 경빈, 내 말을 잊으셨는가?! 경빈같은 얼치기들은 함정 속으로 제 발로 걸어들어오게 마련이거든! 호호호.

         (웃음 뚝 그치고 살기서린) 경빈, 이제부터는 네년이 살기위해 발버둥을 쳐대야 할 것이야!

         허나 네년의 목숨은 내 손아귀에 있느니!!



S#4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충격으로 넋이 나간 얼굴로 연상앞에 앉아있다.


(E) (어디선가 들려오는 윤비와 난정의 웃음소리)

경빈 : (겁에 질려 두리번거리고 보는)...!


(INTER CUT) 난정과 윤비, 경빈을 비웃듯이 웃어대고 있다.

경빈, 점점 커지는 웃음소리에 고통스러운듯 두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몸부림을 친다.

경빈, 연상을 휙-밀쳐서 뒤엎어 버린다.

금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경빈을 부축한다.


금이 : 마마, 마마! 정신차리시옵소서!

경빈 : (그제서야 눈을 뜨고 보면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

금이 : 마마, 좌의정대감과 화천군께오서 드셨사옵니다.

경빈 : (땀범벅과 거친숨) ..지금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으니 물러들가시라 여쭈어라...어서!

금이 : ..예. (일어서서 방문 밖으로 나간다)

경빈 : (긴 한숨을 내쉬는)...!



S#42. 동 경빈 처소 마당


남곤과 심정, 서있는데 금이, 처소쪽에서 나온다.


금이 : 마마께오서 지금은 누구와도 만나고 싶으시지 않다고 하시옵니다.

남곤 : ..그러시겠지. 중전마마의 회임으로 크게 놀라셨을테니..

심정 : (걱정되는) 마마의 존체가 미령하신데는 없으시냐?

금이 : 예..

남곤 : 화천군 퇴청하십시다. 퇴청해서 중전마마의 회임에 대한 방비책을 세워보십시다.

심정 : 예, 그러지요.


남곤과 심정, 돌아서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금이, 가는 남곤과 심정에게 조아리고는 고개를 들어 처소쪽을 돌아본다.


금이 : (걱정되는)...!



S#43. 희빈 처소 방 안


홍경주와 힘이 쭉 빠진채 병색의 희빈과 마주앉아있다.


홍경주 : 마마, 힘을 내세요. 인간만사 새옹지마란 말도 있지 않사옵니까?

희빈 : 아버님, 중전마마께서 이번에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면 우리 금원군과 봉성군은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홍경주 : 마마, 금원군과 봉성군께서는 무탈하실 것이옵니다. 그보다는 배다른 대군을 보게 되는 원자는 고립무원 될것이옵니다..

희빈 : 원자께서 고립무원 된다니요? 중전마마께오서 그리도 괴이시는 원자가요?

홍경주 : 정치란 그런것이옵니다. 허니 마마께오선 다시 때를 기다리세요.

희빈 : 기다리라 기다리라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란 말씀이시옵니까?

홍경주 : 그 때는 꼭 오게 되어 있습니다. 허니 이 에비를 믿으시고 일전에 일러드린 발떼기를 잘하시도록 하세요.

희빈 : 발떼기요?

홍경주 : 예. 당분간은 중전마마 앞에서 몸을 바짝 낮추시라 이 말씀이옵니다. 아시겠사옵니까?

희빈 : (뭔가 생각하는 얼굴위로)...

해설(NA) : 임금이 절대 권력자였던 조선왕조에서, 특히 정치상황이 혼란한 시기에는 중전이나 후궁들에게 있어서

                왕자를 낳는 일과 또 그 왕자로 대통을 잇게하여 보위에 올리는 일은 생존이 걸린 일이었다.



S#44. 몽타쥬 (기존 촬영분)


1. 경빈, 복성군이 심정에게 글 배우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2. 희빈, 중종에게 금원군과 봉성군의 문후인사를 드리게 하는

3. 윤비, 원자를 안고 경빈과 희빈, 창빈의 소생 왕자들에게 충성맹세를 받는 모습 위로


해설(NA) : 어려서부터 최고의 교육을 받고 권력투쟁을 민감하게 겪으며 성장한 왕자들은

                임금에게는 바람막이가 되어주는 종친들인 동시에 왕권에 대한 강력한 도전자가 되었다.

                특히 학식과 인품이 뛰어난 왕자들 중에는 반정세력의 추대를 받거나 자신도 모르는 역모설에 연루되어

                귀양을 가거나 사약을 받을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다.



S#45. 중궁전 방 안


윤비, 처음으로 또다른 생명을 잉태한 모성의 느낌으로 배를 어루만지며 앉아있다.


해설(NA) : 이런 상황에서 문정왕후의 회임은 당시 정국공신들과 후궁들이 긴밀하게 결탁하고 있는 권력 구조에

                강력한 긴장감을 몰고 올 수 밖에 없었다.



S#46. 어느 주막


윤원형, 평상에 앉아 탁배기 잔을 들이키고 있다.


윤원형 : (손으로 입을 닦으며) 크- 세상에 변하지 않는건 술맛밖에 없구먼!

            (술병들고 한잔 더 따르려다가 문득 돌아보며) 처남! 이리 와서 나하고 술이나 한잔 하세나!

길상 : (대답 없는)...

윤원형 : 처남도 재미 없는 사람이구먼.. 오누이지간에 난정이하고는 어찌 그리 다른가?

            (하다가) 허허, 하긴 나 역시도 중전마마와는 천양지차라는 것을 잠시 잊었네 그려!

            (탁배기 잔을 들고 마시려다가 '아차하는') ..이런 아둔패기를 봤나! 마누라가 오늘 중궁전에 든다고 했거늘!


윤원형, 벌떡일어나 상위에 몇푼 던지고 부리나케 주막 밖으로 뛰어나간다.

부엌에서 나오던 주모(*)가 엽전을 주어들고 윤원형의 뒷모습을 의아하게 본다.



S#47. 주막 밖 길


윤원형, 허겁지겁 어디론가 뛰어간다.

길상, 몸을 나타내며 윤원형의 뒷모습을 지켜 본다.



S#48. 중궁전 마당


김씨와 윤임처가 중궁전 계단을 오르는 모습위로.


엄상궁 : (E) 중전마마, 판부사댁 정부인과 윤승후관 안으서 들었사옵니다.



S#49.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김씨와 윤임처가 조아리고 앉는다.


윤비 : (미소) 어서들 오세요.

윤임처,김씨 : 중전마마, 회임을 경하드리옵니다.

윤비 : 고맙습니다. 내 안그래도 두분을 뵈올려고 기별을 넣으려던 참이었습니다.

윤임처 : (비단 염낭을 꺼내 바치며) 중전마마, 하례물이옵니다.

윤비 : 하례물이요? (비단 염낭을 끌러보면 예전의 그 진주가 몇 알 들었다)

윤임처 : 대국에서 건너온 진주인데 항상 존체에 지니고 계시면 아들을 낳는데 영험이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 (인상 굳으며) 정부인의 마음 쓰심은 고마우나 이것은 받을 수 없으니 도로 넣어두세요. (엽낭을 내민다)

윤임처 : (엽낭을 받으며) 마, 마마. 소첩이 불경한 짓이라도 한 것이옵니까?

윤비 : 이 사람이 원자의 장래를 위해 회임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하지 않았습니까? 헌데 이리 회임을 했으니

         정부인을 대할 면목이 없습니다.. 아들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나는 이 뱃속의 태아가 공주였으면 합니다.

윤임처 : (놀라는척) 마마, 그 무슨 망극하오신 말씀이시옵니까?

김씨 : 마마, 소첩 시숙모님과 함께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기를 봉은사 부처님전에 축수발원드릴것이옵니다.

윤비 : (저으며) 그러시지 마세요. 만에 하나 이 사람이 아들을 생산한다면

         돌아가신 장경왕후께 죄를 짓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허니 이 사람 말대로 따라주세요.

김씨,윤임처 : 마마!..

윤비 : (분위기 바꾸며) 오라버니 안으서께서는 근자에 어찌 지내십니까?

김씨 : 중전마마께오서 염려해주시는 덕분에 무사무탈하옵니다.

윤비 : 오라버니께서는 잘 대해주시고요?

김씨 : 예..

윤임처 : 드디어 조카님과 질부님께서 합방 날짜를 택일하셨답니다.

윤비 : 그래요? 그거야말로 경하드릴 일 아닙니까?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얼른 회임을 하시어 아들을 낳으셔야지요.

김씨 : 소첩,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 (미소)...



S#50. 갖바치 마당


당골네, 방안의 동정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S#51. 동 갖바치 방안


갖바치와 당추 앞에 난정모가 앉아 있다. 한쪽 옆에 방백인이 앉아 있다.


갖바치 : (난정모 잔에 차를 따르며) 난정이가 시집을 간 연후엔 보살님께서는 어찌하실 작정이십니까?

난정모 : 쇤네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살아야 할지..

당추 : 보살님, 당분간 소승 암자에서 지내시지요.

난정모 : 쇤네보다는 난정이와 대감마님의 전정이 걱정이옵니다.

갖바치 : ...

방백인 : 아주머니, 난정이 걱정은 안하셔도 좋을 것이요! 승후관 나으리와는 만복을 누리며 해로를 할 것이외다.

난정모 : (끄덕이며) ...그래야지요..그래야지요..



S#52. 의금부 옥사 안


정윤겸, 눈을 감은채 옥창살 안에 갇혀있다.

옥사장, 정윤겸 앞에 밥한덩어리를 내려놓고 바가지에 물을 쏟아주고는 옥사밖으로 나간다.

정윤겸, 눈을 감은채 앉아있는 모습 위로.


옥련 : (E) 오라버니, 허면 뇌물을 쓰자는 말씀이셔요?



S#53. 동 정렴 방 안


정렴과 옥련이 마주 앉아있다.


정렴 : 옥련아, 뇌물을 쓰자는 말이 아니다.

옥련 : 허면요?

정렴 : 아버님을 구명하겠다고 희량이 혼자 대갓댁에다 청을 넣으러 다니는 것이 안쓰러우니

         우리도 조금은 힘을 보태주는게 어떠냐는 말이다.

옥련 : 소녀도 그러고 싶지만 우리 처지에 무슨 재물이 있어서요?

정렴 : (품에서 봉투를 꺼내며) 봐라, 왕십리 미나리논 열마지기하고 양주 고든골 이십석자리 땅문서다.

옥련 : (놀라) 오라버니, 아버님 허락도 없이 함부로 꺼내오면 어째요?

정렴 : 아버님께오서도 우리의 효심을 이해해 주실게다. 어떠냐 이걸 희량이한테 내주면 아버님의 방면이 앞당겨지지 않겠느냐?

옥련 : ...!

배서방 : (E) (방밖에서) 도련님, 희량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요.

정렴 : (방밖을 보며) 오 어서 뫼시게.

옥련 : (방밖을 휙-노려보는)...!



S#54. 동 정렴방 앞 마당


배서방과 박희량이 서 있다.


배서방 : 드시지요.

박희량 : (방안으로 들어간다)



S#55. 동 정렴 방 안


박희량, 방안으로 들어오면 정렴이 옥련이 일어나 맞는다.


정렴 : (자리를 내주며) 희량이 어서오게.

박희량 : (아랫목에 앉으며) 내게 기별을 할 만큼 급한일이 뭔가?

정렴 : (앉으며 문서 봉투를 내민다) 받게나.

박희량 : (받아들며) 이게 뭔가? (봉투를 열어보고는) ..아니 자네 나한테 뇌물을 쓰려는 것인가?!

정렴 : 앞으로 처남 매부 될 사이에 뇌물이라니?! 대갓댁에 드나들때 요긴하게 쓰라고 주는걸세.

옥련 : 그래요, 도련님. ..오라버니한테 다른 뜻이 없으니 받아두세요.

박희량 : ...!



S#56. 남곤 사랑채 마당


관복차림의 남곤과 심정, 중치막을 거느리고 사랑채 방쪽으로 걸어오는데

방앞에 서있던 능금이 쪼르르 달려와 남곤에게 허리를 숙인다.


능금 : 대감마님, 이제 퇴청하시옵니까?

남곤 : 아니 넌?

능금 : 예, 남소문 백도주 밑에 있는 능금이라 하옵니다.

중치막 : 대감마님을 뵙겠다고 한나절 예서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남곤 : 네 백도주가 보내서 왔느냐?

능금 : 아니옵니다, 이년 대감마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제 발로 걸어왔사옵니다.

남곤 : 허면 들어오너라. (방안으로 들어간다)

심정 : (능금을 의아하게 보다가 방으로 들어가는)

능금 : (사랑채 안으로 들어간다)



S#57.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 앞에 앉은 능금을 날카롭게 본다.


남곤 : 뭐라? 길상이란 총각놈을 살려달라?

능금 : 예, 대감마님. (결연한) 대신 대감마님께서 재물을 원하시면 평생 재물을 벌어다 바칠것이고

         이년의 몸뚱이를 원하시면 몸뚱이까지 바치겠사옵니다.

남곤 : 닥치거라! 너같이 천 것을 데려다 엇다 쓰겠느냐?!

능금 : ...!

심정 : 헌데 넌 그 총각놈과 어떤 사이더냐? 네 오라비라도 되는것이냐?

능금 : 이년의 배필이옵니다.

심정 : 배필? 배필이라?

능금 : 예, 이년 배필의 목숨을 살릴수만 있다면 뭐든지 다 할 것이오니 부디 길상이의 목숨만은 살려주시옵소서.

남곤 : 남소문 백도주에게 가서 똑바로 전하거라! 말미를 준 내일까지 그놈을 내앞에 데려와 무릎을 꿇리지 못하면

         남소문 객주의 주인이 바뀔 것이야!

능금 : (놀라는)...!



S#58. 어느 길


능금, 궁시렁거리며 걸어온다.


능금 : 망할놈의 늙은대감 같으니라구! (걱정되는) 헌데 어쩌지? 길상이가 안오면 객주가 깻박나게 생겼는데...

곽서방 : (E) (뒷편에서) 쉿 물럿거라!

능금 : (생각에 잠긴채 뒤편의 사인교를 의식하지 못하고 걸어오는데)

곽서방 : (능금의 뒤편에서 버럭) 계집년 따위가 감히 뉘 앞을 가로 막는겨?!

능금 : (깜짝놀라) 왜 소린 지르고 난리슈?! 비키면 되잖소!


능금, 길 옆으로 피하며 사인교를 힐끗 보면 장씨, 비단도포차림으로 부채로 얼굴을 가린채 능금 옆을 지나간다.


능금 : 이런 녠장맞을! 길바닥을 통째로 세냈나?

장씨 : (손을 들면 사인교가 멈춘다)

능금 : ('하는 말을 들었나?' 움츠리는데)...!


장씨, 능금쪽을 돌아보며 부채를 촤륵 접는다.

갓과 도포차림에 옥골선풍 풍모의 장씨의 얼굴이 나타난다.


장씨 : (능금을 보며 반갑게) 월희야! 네 월희가 아니더냐?!

능금 : (휘둥그레지며) 월희?!



S#59. 윤원형 대문 앞 길


윤원형, 대문앞에서 초조한 듯 서성거리고 있다.

저 앞에서 임서방이 김씨의 가마를 이끌고 오고있다.

윤원형, 가마를 보고 허둥지둥 계단을 뛰어내려 온다. 김씨의 가마가 멈춘다.


윤원형 : (임서방에게) 임서방, 아씨께서 궐에서 오시는 길인가?

임서방 : 예. 나으리.


김씨, 옆에서 따르던 배천댁과 탄실이의 부축을 받으며 가마에서 내린다.


윤원형 : (다급하게) 부,부인. 중전마마께오선 무, 무탈하시오?!

김씨 : 예, 소첩이 뵙기에 혈색도 좋으시고 심기도 편안해 보이셨사옵니다.

         허니 서방님께서 너무 염려않하셔도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 (의외다) 예에?

김씨 : (보는) 서방님, 왜 이리 놀라시옵니까?

윤원형 : 아,아니오..(침을 꼴깍 삼키며) 허,허면 부인, 중전마마께오서 참으로 회임을 하시었단 말이오?!!

김씨 : (의아하여) 참으로 회임을 하시었다니요?!

윤원형 : 아,아,아니요! 들어가십시다.


윤원형, 앞장서서 계단을 오르고 그 뒤로 김씨와 배천댁, 탄실이가 따른다.


윤원형 : (E) (심상치 않은 표정위로) 중전마마께오서 참으로 회임을 하셨다니?! 허어, 어찌, 중전마마께오서 회임한 사실을

            내게까지 감추고 계셨단 말인가?! 어찌?!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딘가를 휙- 돌아본다)



S#60. 중궁전 마당


난정, 중궁전 계단을 오르고 있다.

오상궁, 중궁전에서 나오다가 걸어오는 난정을 본다.


오상궁 : 오, 난정이 들었느냐?

난정 : 예, 마마님, 이년 중전마마께 경하를 드리고자 들었사옵니다.

오상궁 : 중전마마께오서는 후원에 나가계시온데 방에 들어 잠시 기다리거라.

난정 : 마마님..이년, 하시라도 빨리 중전마마를 뵙고 싶사옵니다.

오상궁 : ...



S#61. 대궐 후원 일각


윤비, 엄상궁과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평온하게 거닐고 있다.

엄상궁, 저편에서 오는 오상궁과 난정을 발견한다.


엄상궁 : (윤비에게) 중전마마, 난정이가 오고 있사옵니다.

윤비 : (난정쪽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오상궁, 난정을 인도하여 윤비앞에 다가와선다.


윤비 : 난정아, 내가 재진맥 받은 일이 걱정이 되어 입궐하였느냐?

난정 : 걱정이라니요? 당치도 않사옵니다. 이년 중전마마께 회임 감축 인사를 드리러 왔사옵니다.


난정, 윤비에게 큰 절을 올린다.


난정 : (땅바닥에 조아린채) 중전마마, 회임을 감축드리옵니다.

윤비 : (미소) 고맙구나. 난정아, 그만 일어나거라.

난정 : ..이년 중전마마를 뵈옵기가 두려워 감히 고개를 들수가 없사옵니다.

윤비 : (내려다 보며) 두렵다?

난정 : 예, 마마..부디 이년을 버리지 말아주시옵소서!

윤비 : ...


난정, 땅바닥에 고개를 박은채 눈물을 글썽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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