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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5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502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57











S#1. 당추 암자 외경 (부감)



S#2. 당추 암자 마당


모린, 탑 주변을 쓸고 있다.

난정, 불당 안에서 마당으로 급하게 뛰쳐 나온다.


난정 : (뭔가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린 : (난정의 눈빛에 놀란듯 탑 뒤로 숨는다)...

당추 : (난정쪽으로 다가오며) 난정아, 왜 그러느냐?

난정 : (당추를 돌아보며) ..아,아무것도 아니옵니다, 스님.

당추 : 예불이 끝났으면 잠시 얘기 좀 하자구나. 내 너에게 물을 말이 있다.

난정 : 예, 스님..

당추 : (방쪽으로 먼저 걸어가면)

난정 : (당추뒤를 따르다가 휙- 모린쪽을 돌아보는)...?!

모린 : (탑뒤에서 고개를 내밀다가 깜짝 놀라 다시 탑뒤로 숨는다)..!!

난정 : (그런 모린을 보다가)..? (당추의 뒤를 따라간다)

모린 : (고개 내밀고 난정의 뒷모습 보며)...



S#3. 중궁전 방 안


윤비, 정신을 잃고 땀범벅된 얼굴에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며 자리에 누워있다.

엄상궁, 다급하게 손수건으로 윤비의 얼굴에 땀을 찍어내고 있다.


엄상궁 : 중전마마, 곧 양어의가 당도할 것이오니, 조금만 참으시옵소서.

윤비 : (헛신음)..아니돼..아니돼.. 이리 되어선 아니돼..

엄상궁 : ...!

윤비 : (고통스럽게 신음을 내뱉는 얼굴위로)..

경빈 : (E) 중전마마께오선 이번에 순산을 하시지 못하신다?!



S#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건너편에 앉은 방백인을 놀람과 기대감에 섞인 표정으로 본다.


방백인 : 예, 이놈, 중전마마의 사주에 쓰여 있는 천기를 그리 읽었사옵니다!

경빈 : 순산을 하시지 못하신다면 중전마마께오서 잉태한 용종을 낙태 하시거나, 사산을 하실것이라 이 말이냐?

방백인 : 분명 중전마마께오서 잉태하신 복중 태아는 무탈하시지 못할 것이옵니다.

경빈 : (다짐받듯) 그 말에 추호도 어긋남이 없으렷다!

방백인 : 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허튼 소리를 내뱉으오리까?

경빈 : 음!

방백인 : (슬쩍 힐끔보는)...



S#5. 동 경빈 처소 마당


금이, 방문쪽을 기웃거리다 댓돌로 내려서며 몸을 일각문쪽으로 돌린다.

방백인, 처소방쪽에서 나온다.

방백인, 댓돌위에 신발을 신고 손에 쥔 묵직한 염낭을 품에 넣으며 일각문쪽으로 걸어가는데.


금이 : 이보오!

방백인 : (금이를 돌아보는)...?

금이 : 일전에 나보고 승은(承恩)을 입는다고 했던 말 기억하오?

방백인 : (돌아보며 모른척) 내가 그랬소?

금이 : 몇년전 소격서에서 날 첨봤을 때 분명 그리 말했소.

방백인 : 항아님은 돌파리 점바치 농을 여지껏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소?

금이 : (허탈) 뭐요? 노옹?!

방백인 : 허허허!

금이 : (울그락불그락) 이놈의 돌파리가?!

방백인 : (웃음 뚝 그치며) 항아님은 분명 승은을 입을테니 걱정마시오! 허나 그 후에 신상에 큰 화가 닥쳐도 날 원망마시구려!

금이 : 화?! 화라니?!

방백인 : 더 알려고 하지 마시오! (일각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금이 : 저,저..! (쫓아나가려는데)

나인 : (일각문 안으로 급하게 들어오며) 금아! (금이의 귀에다 뭐라고 소근댄다)

금이 : (눈이 커지게 놀라다가 급하게 처소쪽으로 들어가며) 마마!



S#6.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 (앞에 앉은 금이를 보며) 뭐라? 하혈?!

금이 : 예, 중전마마께오서 교태전 앞에서 하혈을 하신 연후에 자리보전을 하고 계신다하옵니다.

경빈 : 금아, 넌 중전마마의 병세에 대해 더 상세히 알아보도록해라.

금이 : 예, 마마.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묘한 표정)..어쩌면 그 점바치 말대로..? (미소가 번지는) 아직은 하늘이 나와 복성군을 버리시지 않았음이야..호호..



S#7.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놀란 눈으로 앞에 앉은 조상궁을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 뭣이라, 중전께서 붉은 빛을 보이셨단 말이냐?

조상궁 : 예.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허, 이럴수가! 그래 복중의 태아는 어떠하시다더냐?!

조상궁 : 양어의가 급히 교태전에 들어 진맥을 하고 탕약을 올려 복중의 아기씨께서 망극한 일은 면하셨다고 하옵니다.

자순대비 : 오, 참으로 다행이로고, 다행이야.. 모두가 조종조께서 보살펴주셨음이야.. 조상궁, 내 교태전으로 갈 것이니

               자비를 놓아라. 내 두 눈으로 중전과 태아의 안위를 살피고 중전의 놀란 가슴을 위로 할 것이야.

조상궁 : 대비마마, 쇠인 생각엔 지금은 중전마마께오서 안정을 취하시게 하시어 존체를 평안케 하심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끄덕이며)..음, 그도 그럴것이야.. 중전께서 무사히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셔야 할텐데...

               자꾸만 불길한 일이 생기니 어찌하면 좋누? 어찌하면..?



S#8.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창빈이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희빈 : 그게 다 중전마마의 엄하신 성정탓이신게요.

창빈 : 엄하신 성정 탓이라니요?

희빈 : 한점 흐뜨러짐도 용납지 않으시는 중전마마의 눈으로 보면 궁궐 돌아가는 대소사가 모두가 마뜩치않게 보이실테니

         역정이 잦으신것이고 산모께서 심기가 편치 않으시니 태아 역시 평안할 리가 없지요.

창빈 : 허니 우리 일품명부들이 솔선하여 내명부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지요.

희빈 : (저으며) 암만 내명부를 닦달해본들 원자아기씨께서 계시는 한 중전마마의 심기가 편치는 못하실 겝니다.

창빈 : 희빈! 그 무슨?!

희빈 : 창빈도 내심 이 사람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아니 그렇소, 창빈?

창빈 : ...



S#9. 중궁전 방 안


윤비, 창백한 얼굴로 요위에 앉아 배를 보듬으며 내려다 본다.


윤비(E) : ..아가,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에미가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일인 것을!

             (글썽하며) ..아가.. 부디 무사무탈 해야 하느니..

엄상궁 : (E) (방밖에서) 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윤비 : (방쪽을 보며) 뫼시어라.

중종 : (방문이 열리면 급하게 들어오며) 중전! 얼마나 놀래시었소?

윤비 : (힘겹게 일어서서 맞이하려는데) 전하..

중종 : (손을 잡아 앉히며) 괜찮으니 앉아계세요..

윤비 : 황공하옵니다.

중종 : (윤비 앞에 앉으며) 존체는 좀 어떠하시오? 과인이 양어의에게 듣자니 태아가 놀래는 일이 잦은 것은

         지난번 재진맥을 겪으면서 중전의 심중에 부담이 컸던 탓이라 합디다.

윤비 : ...

중종 : 중전, 지난일은 모두 잊어버리시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세요..

         앞으로는 과인이 그 누구도 중전을 폄훼하거나 음해하지 못하게 할 것이오.

윤비 : ..망극하옵니다..

중종 : 과인은 복중의 태아보다도 중전이 더욱 걱정이 되는구려...

윤비 : (뭉클하여)..전하.. (눈물이 글썽)...성은이.. 우악하시옵니다..

중종 :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며 농조) 허허, 중전께서 울보가 되신게요? 요즘 과인 앞에서 눈물을 자주 보이시는구려.

윤비 : (목이 메이는)...전하..신첩은..

중종 : (어깨를 감싸 안아주며) ..아무 말씀마세요... 과인은 중전께서 태교와 섭생에 더욱 조심하시어

         부디 중전과 태아 모두가 무사했으면 하오.

윤비 : ...!



S#10. 당추 암자 방 앞 마당


모린, 살금살금 방문 앞으로 다가가 방안 동정에 귀를 기울인다.



S#11. 동 당추 암자 방 안


난정, 당추 앞에 찻잔을 마주 놓고 앉아있다.


당추 : 난정아, 네가 윤승후관과 혼례를 올리고 중전마마의 총애를 받는다고 하여 네 신분이 달라 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난정 : (미소) 스님, 이년이 아무리 아둔하다고는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 이년을 면천 시켜주실 수 있을것이라 생각지는 않사옵니다.

당추 : 허면 네가 중전마마를 위해 이토록 모든 것을 바쳐가면서 정성을 쏟는 연유가 무엇이더냐?

난정 : 중전마마의 힘만으로 될 수 없지만 앞으로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시는 대군아기씨께오서 보위에 오르신다면

         그리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당추 : 뭐, 뭐라? 네 허면 백일불공을 드리는 까닭이?

난정 : 그러하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 반드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셔야 하옵니다!

         아니 반드시 대군아기씨를 생산 하실것이라 믿사옵니다!

당추 : 지금 계신 원자아기씨는 어쩌고?

난정 : (대답을 피하듯 찻잔을 들어 마시는)..

당추 : 난정아, 총기가 넘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가는 길이 한낱 미망(迷妄)에 불과한 것임을 깨닫지 못하는 법이다. 허니..

난정 : (말을 자르듯) 스님, 주어진 운명에 얽매여 원망을 하고 한숨만 토하며 산다면 어찌 사람으로 태어난 보람이 있겠습니까?!

당추 : 사람으로 태어난 보람?

난정 : 예. 어차피 험한 격류에 내던져진 천한 인생이니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발버둥이라도 쳐 봐야지요.

당추 : 난정아, 내 지금 너를 보면 걱정이 앞서는구나.

난정 : (미소) 이년 아직 총기와 세상을 사는 연륜이 부족하니 그리 생각하시는 것이 당연하시지요.

당추 : 허허, 모자란 것이 무슨 걱정이겠느냐? 네 가슴속엔 세상에 대한 원망과 야심이 가득차 있고

         게다가 총기 또한 넘치니 그것이 걱정이다.

난정 : ...



S#12. 남소문 객주 마당


능금, 모아 세운 무릎 위에 턱을 괸채 툇마루에 앉아있다.

송서방과 달래, 창고쪽에서 나오다가 능금을 보고 다가온다.


달래 : 능금언니, 무슨 근심있소? 어째 요즘 통 맥이 없소?

능금 : ...

송서방 : 능금아, 장대인께서 길상이 일도 무사타첩되게 해 주셨다는데 왜 그러느냐? 너 답지 않게?

능금 : 송서방 아저씨, 뭣 좀 물어봐도 되오?

송서방 : 아무렴, 뭔데?

능금 : (망설이는)..그게 말이오..저.. (달래를 힐끔보는)

달래 : (눈치 빠르게) 알았소, 난 빠지리다. (부엌쪽으로 간다)

능금 : (달래 뒷모습 보며)..그러니까.. 그게 뭐냐 하면 말이오...

송서방 : 아, 거 뜸한번 오래 들인다.

능금 : ..사내와 여자가.. 한 베개를 베었으면...

송서방 : 뭐야?! 능금아, 너 혹시?!

능금 : (화들짝) 아,아니오! 내가 장대인어른하고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송서방 : 뭐여? 허면 너, 장대인 어르신하고?!

능금 : (더욱 더 당황하는데) ...미,미쳤소?! 그게 아니라니까요!

백치수 : (대문안으로 들어오며) 능금아, 마침 예 있었구나!

송서방 : (백치수에게 고개 조아리며) 도주어른신 오십니까요?

능금 : (잽싸게 일어나 백치수쪽으로 다가서며) 백도주 아저씨! 길상인 대체 언제 돌아 오는거요?!

백치수 : 길상이 잘 있으니 아무 걱정말거라.

능금 : 그래도..

백치수 : 것보다 능금아, 장대인이 너를 찾더라. 어서 가보거라.

능금 : (움찔) 자,장대인 어른께서요?

백치수 : (놀리듯) 허허, 네 어찌 장대인 소리만 나오면 들마가 수줍음 많은 암쾡이가 되는것이냐?

능금 : (당황하여) 아,암쾡이라니?! 누,누가 암쾡이요?!

송서방 : (능금의 얼굴 요리조리 보며) 어라?! 귀밑까지 발개졌네?

능금 : 자꾸 놀릴거요?! (쾅쾅 거리며 대문 밖으로 가버린다)

백치수 : (웃다가 송서방을 보며) 송서방.

송서방 : 예, 어르신.

백치수 : 윤승후관댁에 들러 길상이를 불러오게.

송서방 : 예에? 길상이를요?

백치수 : (끄덕끄덕)..그래.



S#13. 백치수 사랑채 방 안


장씨, 멋들어진 산수화(*중국풍)를 그리고 있다. 방바닥 한편에 패물함이 놓여있다.



S#14. 동 백치수 사랑채 방 밖


능금, 계단을 올라 사랑채쪽으로 다가온다.


곽서방 : (능금을 보고 방쪽에다) 어르신, 능금이가 왔습니다요.



S#15.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장씨 : (붓놀림을 멈추고) 들이게.



S#16. 동 백치수 사랑채 방 밖


곽서방 : 예. (뒷편에 서있는 능금보며) 어서 들어가 뵙거라.

능금 : (방으로 들어간다)



S#17.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능금, 방안으로 들어와 장씨 앞에 선다.


능금 :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차,찾으셨소?

장씨 : (능금을 올려다 보는)

능금 : (당황하여 시선을 피하는)..

장씨 : (미소)..능금아, 네 오늘 내 대신 입궐을 하여 경빈마마를 뵙거라.

능금 : 겨,경빈마마를요?!

장씨 : 그래, (방바닥에 놓인 패물함을 지칭하며) 이 함을 진상하면 서찰을 한 장써주실게다. 받아오너라.

능금 : 하,하지만 이년 혼자 어찌 궐내 출입을...?

장씨 : (출입패를 꺼내 건네며) 이걸 수문장에게 보이면 아무 탈없이 입궐할 수 있을게다.

능금 : (출입패를 받으려다가 장씨의 손과 부딪치면 움찔 놀라 출입패를 떨어뜨린다)...!

장씨 : (미소) 나가보거라. (다시 붓을 들어 그림에 濃淡을 먹인다)

능금 : (출입패와 패물함을 들고 도망치듯 방밖으로 나간다)

장씨 : (고개 들고 능금이 나간 방문쪽을 바라보며 미소)...



S#18. 중궁전 마당


경빈, 희빈, 창빈이 금이와 향이, 그리고 각자의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와 중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엄상궁 : (E) 중전마마, 경빈, 희빈, 창빈 들었사옵니다.



S#19.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어느새 가채와 당의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앉아있다.

경빈, 희빈, 창빈이 윤비앞에 조아리고 자리에 앉는다.


윤비 : (미소) 세분 빈들께서 이사람을 걱정하여 발걸음을 해주시니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희빈(E) : (약간의 실망감) 하혈까지 하시었다면서 어찌 이리 강녕하신게지?

경빈(E) : 중전마마께오서 우리에게 당당한 존안을 보이시느라 힘깨나 드시겠구먼?

창빈 : 중전마마, 강녕하오신 존체를 뵈오니 신첩, 마음이 놓이옵니다.

윤비 : 그래요, 이사람을 생각해주는 세분 빈들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내 반드시 무탈하게 순산을 할것이요.

희빈(E) : 중전마마, 그리 마음먹으신대로 호락호락 되시지는 않을겝니다.

경빈 : 신첩은 중전마마께오서 순산 뿐 아니오라 장차 대통을 이으실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기를 축수발원드릴 것이옵니다!

윤비 : (굳는)...!

희빈,창빈 : (경빈을 돌아보는)...?!

경빈 :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보고 모르는척) 중전마마, 신첩이 무례한 말씀을 올린 것이옵니까?

윤비 : 경빈, 이사람은 장차 원자가 전하의 대통을 이을 것을 단 한번도 의심해 본 일이 없소.

         허니 앞으로 그런 말씀은 삼가시길 바라오.

경빈 : 하오나, 마마 조종조의 일을 살펴보아도 적통 대군들중에서는 장자가 아니신 왕자분께오서 대통을 이으신 일이

         많지 않았사옵니까? 전하께오서도...

윤비 : (노려보며) 경빈, 그 입 다물라!

경빈 : (움찔)...!

윤비 : 경빈은 지금 내 마음을 떠보려 함이던가?

경빈 : 떠보다니요? 천부당 만부당 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신첩이 어찌 그런 불경한 마음을 먹을수 있겠사옵니까?

윤비 : 내 빈들 앞에서 분명히 밝혀두고자 하네! 이 사람이 추호라도 내 소생 대군을 왕세자로 삼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빈들의 왕자들을 불러놓고 원자에 대한 충성맹세를 시키지 않았을 것이야!

경,희,창빈 : ...

윤비 : 나 또한 대군을 생산한다면 원자 앞에 충성맹세를 시킬 것이네!

희빈(E) : (힐끔 보며) 중전의 속내가 과연 그럴지 아닐지는 두고 볼일이야.

창빈 : (미심쩍은)...

경빈(E) : 호호호, 중전마마, 차라리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시지요.

윤비 : 그대들이 나와 복중태아의 안위를 염려해주는 마음은 고맙게 받아들일 것이나

         그것을 빌미로 이사람과 원자를 이간질 시키려는 짓거리는 내 용납지 않을것이야! 알아들었는가?!

경,희,창빈 : (조아리며)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 내 좀 곤하구먼.. 이만 물러들 가시게나.

경,희,창빈 : 중전마마, 편히 쉬시옵소서! (일어서서 방문 밖으로 나간다)

윤비 : (굳는)...!



S#20. 동 중궁전 앞 마당


경빈, 희빈, 창빈, 중궁전에서 걸어나온다.


희빈 : (창빈을 보고) 창빈, 창빈께선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면

         원자아기께 충성맹세를 시키신다는 말씀을 믿소?

창빈 : 중전마마께오서 원자마마를 그만큼 괴이신다는 마음을 천명하신게지요!

희빈 : (경빈을 보고) 경빈도 그리 생각하오?

경빈 : 아이고, 이런 정신머리 하곤?! 내 중전마마께 긴한 말씀을 여쭌다는 것을..

         내 다시 중전마마를 뵙고 갈테니 먼저들 처소에 돌아가시구려. (돌아서서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희빈,창빈 : (경빈 뒷모습을 보며)...?



S#21. 동 중궁전 복도


경빈, 엄상궁 앞으로 걸어와 선다.


엄상궁 : (의아하게 보는데)...?

경빈 : (야릇한 미소속에 뼈섞인) 엄상궁마마님, 여쭈어주시지요.

엄상궁 : (흠짓하다가) 그러지요! 중전마마, 경빈이 다시 들었사옵니다.

경빈 : ...



S#22.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흠짓 보다가) 들라해라.

엄상궁 : (E) (방밖에서) 예.

경빈 : (방문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윤비앞에 조아리고 앉는다)

         ..마마, 신첩 마마께 이실직고 할 말씀이 있어 다시 들었사옵니다.

윤비 : 이실직고라니?

경빈 : 신첩, 근자에 대국에서 온 거상을 처소에서 만났사옵니다.

         신첩 생각엔 중전마마께오서도 이미 아시고 계실것이라 믿사옵니다.

윤비 : 대국 복색을 한 '사내' 말인가?

경빈 : 대국 조정과 깊숙이 연줄을 대고 있는 '거상'이옵니다.

윤비 : 헌데 자네가 그 말을 내게 고하는 연유가 무언가?

경빈 : 신첩, 그자를 중궁전에 인사를 여쭙게 하고 싶사온데 윤허해 주실런지요?

윤비 : 뭐라? 인사?!

경빈 : 중전마마, 그 거상이 대국 조정과 연줄을 대고 있다면

         마마께오서 장차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께오서 왕세자 책봉을 받는데..

윤비 : (버럭) 경빈! 그 입 다물라!

경빈 : (보는)...

윤비 : 내 원자가 대통을 이을것을 추호도 의심해 본 일이 없다고 했느니!!

경빈 : 마마, 신첩도 중전마마께오서 거짓회임을 하셨다고 불경한 짓거리를 한 일이 한번도 없다고 말씀드렸사옵니다!

윤비 : ...!

경빈 : ...!

윤비 : 경빈의 말은 더 듣고 싶지 않으니 물러가라!

경빈 : 신첩, 원자아기씨의 외숙이신 판부사대감과 전하의 사돈이신 희락당대감께서

         원자아기씨의 왕세자책봉을 서둘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 (흠짓, 그러나 내색하지 않는)..?

경빈 : 중전마마, 실기하오시면 반드시 후회하실 것이옵니다.

윤비 : 내 물러가라 했느니!

경빈 : 신첩, 물러가기 전에 한 말씀만 더 여쭈겠사옵니다. 신첩은 언제든 중전마마께오서 내미시는 손을 받잡을 것이옵니다.

         하오니 신첩을 개처럼 부리시옵소서.

윤비 : 뭐라? 경빈, 지금 뭐라 했는가? 개처럼 부리라?

경빈 : 예, 신첩, 중전마마께오서 휘두르시는 철퇴를 피해 살아남아야 후일을 기약할 것이 아니옵니까?

         살아 남기 위해선 중궁전의 개가 된들 두려울 것이 없사옵니다.

윤비 : ...!

경빈 : (쌩끗 웃으며) 하오면 신첩, 물러가옵니다.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



S#23. 동 중궁전 마당


경빈, 중궁전에서 나오면 금이가 쪼르르 옆에 붙어선다.


경빈 : 금아, 장대인이 입궐키로 한 날이니 궐문에서 기다렸다 처소로 데려오너라.

금이 : 예, 마마. (돌아서 어디론가 간다)

경빈 : (중궁전을 돌아보며 씩 웃고는 돌아서 간다)



S#24.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생각하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55회 S#2의 난정.


난정 : (55회 S#2의) ...장차 원자마마를 왕세자로 책봉시키려는 조정의 공론이 불거질 때

         경빈이 가진 조정의 세가 중전마마와 대군아기씨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이옵니다.

윤비 : (생각에서 깨어나며)..방패막이.. 방패막이라..?!



S#25. 대궐 입구 중문 안


능금, 중문안으로 들어서며 출입패를 들어보인다.

능금, 손에 패물함을 든채 급하게 걸어온다.


능금 : (전각들을 급하게 두리번 거리며) 녠장맞을! 도통 어디가 어딘지 알수가 있나?!

         (얼굴을 찌푸리며 아랫배를 움켜쥐며) 이거 어쩌지?!


능금, 낭패한 표정으로 두리번 거리며 어디론가 뛰어간다.



S#26. 대궐 강녕전 합문 앞


능금, 급하게 뛰듯이 걸어와 합문쪽으로 뛰어들어가려는데.


별감 : (칼을 뽑을듯이 막아서며) 웬 잡인이냐?!

능금 : (급하게) 내 측간이 급해서 그러오! 여기 측간이 어디오? (합문안으로 뛰어 들려는데)

별감 : (능금을 잡아채며) 네 머리가 잘리고 싶은게냐?!

         감히 전하께오서 계신 강녕전 앞에서 측간을 물어?! 이런 미친 것을 봤나?!


별감들, 능금을 휙-내팽겨쳐버린다.

능금, 나동그라진채 인상쓰며 보다가 발딱 일어나 어디론가 뛰어간다.


능금 : (다급한) 아이고, 이일을 어째?


능금, 둘러보다가 중문이 보이는 쪽으로 토끼뜀을 뛰어간다.



S#27. 대궐 다른 중문 앞


능금, 급하게 뛰어와 두리번대다가 쪽문쪽으로 뛰어들어간다.

능금, 치마를 걷어올리고 쪽문 뒤로 가서 패물함을 든채 쪼그리고 앉는다.

긴 한숨을 내쉬며 눈이 풀리는 능금의 얼굴.


금이(E) : (능금 뒤편에서) 예서 뭐하오?

능금 : (휙-돌아보고 치마를 내리며 일어선다)..보면 모르오? 별걸 다 묻네?

금이 : (바닥을 보고 짐작하고는 어이없는) ..이,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오?

능금 : (변명하듯) 어찌 사람 사는 곳에 측간 하나 변변히 없는게요?

금이 : (어이없어 보다가 웃어버리는) 호호호! 경치기 전에 어서 따라오시오. (앞장서는)

능금 : (그 뒤를 쫓으며) 저..이봐요, 누구한테도 말하면 아니되오, 응?!응?!

금이 : 알았소. (픽 웃는)



S#28. 경빈 처소 방 안


능금, 두손으로 경빈앞에 패물함을 내민다.

능금, 감히 경빈의 얼굴을 쳐다 볼수가 없다.


경빈 : 장대인이 너를 대신 보냈단 말이냐?

능금 : (숙인채) 예, 마마께오서 서찰을 써 주실것이라 들었사옵니다.

경빈 : 이렇듯 중차대한 일에 너같이 투미한 어리보기를 보내다니..?

능금 : (고개들고 보며) 예에? 어리보기라닙쇼?

경빈 : (능금과 눈빛이 마주치는)

능금 : (섬뜩한지 고개를 숙이는) 장대인께선 이년의 독선생이시옵니다.

경빈 : (미소) 독선생?.. 하긴 허허실실이란 말도 있느니.. (연상서랍을 열고 편지 한 장을 꺼내들고)..네 이름이 무엇이냐?

능금 : (조아리며) 능금이라 하옵니다..

경빈 : 능금이..좋은 이름이구나..능금아.

능금 : 예, 마마.

경빈 : 만일 이 편지가 장대인에게 전해지지 못할시엔 네년 머리와 사지가 절단될 것이야! 알겠느냐?!

능금 : (섬뜩)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 (편지를 건네주면)

능금 : (두손으로 받아 품속에 소중하게 넣는다)

경빈 : 나가보거라!

능금 : 예.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중전이 원자의 왕세자 책봉을 늦출수만 있다면 복성군께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음이야...



S#29. 김안로 사랑채 외경


황서방과 박서방, 한곳에 서있다.


김전(E) : (방안에서) 뭣이라, 당장 원자아기씨의 왕세자 책봉을 주청드리잔 말이냐?

황,박서방 : (방쪽을 돌아보는)..?!



S#30.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전, 앞에 앉은 김안로와 윤임을 놀란 표정으로 본다.


김안로 : 숙부님. 한시바삐 조정의 공론을 모아야 명년 봄에 원자아기씨께오서 왕세자 책봉을 받으실 것이 아니옵니까?!

김전 : 허나,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고 계신 터에 어찌..?

김안로 : 하오니 더더욱 서둘러야지요.

김전 : ...

윤임 : 영상대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라도 생산하시오면 일이 더욱 난마처럼 얽혀들게 되옵니다.

         하오니 그 전에 선수를 치자는 말씀이옵니다.

김전 : (윤임을 보며) 허나 그런 우려 때문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오실때

         원자아기씨를 왕세자로 밀어 올리기로 좌의정이나 남양군과 약조를 하지 않았소이까?

윤임 : 영상대감께오선 남양군이나 좌의정대감같이 언제 말을 바꿀지 모르는 노회한 정객들의 약조를 믿으시옵니까?

김전 : 뭣이요?

김안로 : 숙부님, 좌의정대감이나 남양군은 경빈이나 희빈을 등에 업고 계신 분들이옵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언제 누구의 뒷통수를 칠지 알 수 없는 분들 아니옵니까? 허니..

김전 : 허니 우리가 먼저 두사람의 뒷통수를 치자?! 이 말이냐?

김안로 :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신 연후에는 이미 늦사옵니다. 실기하기 전에 일을 서둘자는 말씀이옵니다.

윤임 : 영상대감, 모두 적통대군이신 원자아기씨로 이나라의 대통을 잇게 하기 위함이옵니다.

김전 : 허나 아무런 대비책도 없이 일을 서둘렀다간 좌의정이나 남양군에게 허를 찔려 긁어 부스럼 만들수도 있음인 것을

         왜 모르시오?!

김안로 : 숙부님께오서 전하께 왕세자 책봉에 대한 주청을 드려주시옵소서.

            허면 뒷 공론은 판부사대감과 시생이 힘을 모을것이옵니다.

김전 : (망설이며)..음!

윤임 : 대감!

김안로 : 숙부님!

김전 : (김안로를 보며) 정녕 확신이 있는게냐?!

김안로 : 믿으시옵소서!

김전 : 음!



S#31. 어느 길


홍경주, 집사가 인도하는 사인교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있다. 뭔가 생각에 빠진 홍경주의 얼굴위로.


남곤집사 : (E) 대감마님, 남양군대감께오서 오셨사옵니다요.



S#32. 남곤 사랑채 방 안


홍경주, 방안으로 들어오면 남곤과 심정, 일어서서 맞이한다.


남곤 : 어이구, 남양군대감께오서 무슨 바람이 불어 이사람 집까지 발걸음을 하셨소이까?

홍경주 : (앉으며) 마침 화천군께서도 와계시니 잘 됐소이다.

남곤,심정 : (앉으며) 대감께오서 이사람들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계신것이외까?

홍경주 : 이 늙은이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말이오.. 왕세자 책봉을 중전마마께오서 해산하신 이후로 미룰 까닭이 없더라

            이 말씀이외다.

남곤 : (예상외의 말에) 예에? 대감 그 무슨 말씀이오이까?

심정 : 허면 왕세자책봉을 중전마마의 해산전에 매듭을 짓자는 말씀이옵니까?

홍경주 : 역시 화천군께오서 말귀가 빠르시오이다.

남곤 : 허나 일전에 희락당대감 사랑에서 가진 회합에서는..

홍경주 : 이 늙은이가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리다! 왕세자 책봉같이 이 나라 종사가 걸린 대계를

            중전마마께오서 아들을 낳으실 것이냐 딸을 낳으실 것이냐의 여부에 맡겨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오이다!

남곤 : 음! 허면..?

홍경주 : 그렇소이다. 조정의 공론을 모아 지금 계신 왕자분들중에서 왕세자를 책봉하도록 전하께 주청을 드리자 이 말씀이외다.

심정 : (끄덕이며) 대감 말씀에도 일리가 있사옵니다. 허나 지금 당장 어느분을 밀어올릴지가 정해지지 않았사오니..

홍경주 : 허어, 이거 왜 또 이러시오이까? 지난번 주초의 무리를 찍어낼 때 두분 대감께서 이 늙은이에게

            금원군을 밀어주시기로 약조하시지 않으셨소이까?!

남곤,심정 : (의표를 찔린)...!

홍경주 : 설마, 그때의 일을 잊었다고는 말씀 못하시겠지요?!

남곤,심정 : (낭패한 얼굴로 서로를 보는)...!!

홍경주 : 어찌 대답이 없으신게요?!



S#33.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송서방, 집 앞으로 걸어와 계단을 올라가는데 누군가의 손이 송서방의 어깨를 턱 잡는다.

송서방, 깜짝 놀라 돌아보면 길상이가 서있다.


길상 : 아저씨, 여긴 어쩐일이시오?

송서방 : 마침 잘만났네. 백도주께서 자넬 찾으시네.



S#34. 백치수 사랑채 마당


길상, 사랑채 방문쪽으로 걸어온다.


곽서방 : (막아서며) 누군가?

길상 : 백도주어른을 만나뵈러 왔소. 길상이라 하오.

곽서방 : (방쪽에다) 어르신, 길상이란 총각이 뵙겠답니다요.

백치수 : (E) (방안에서) 들라하게.

길상 : (방안으로 들어간다)...



S#35.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백치수와 장씨, 술을 마시고 있는데 방안으로 길상이 들어온다.


길상 : 어르신, 이놈을 찾으셨사옵니까?

백치수 : 그래, 잘 왔다. 다가와 앉거라.

길상 : (다가와 앉는다)

백치수 : (장씨에게) 이 애가 길상이오.

장씨 : (길상을 훑어보며) 네가 들마의 마음을 사로잡은 총각놈이냐?

길상 : (기분 상한) 댁은 누구요?

장씨 : (미소) 나? 난 네 새주인이지.

길상 : (인상) 뭐요?!

백치수 : 길상아, 내 네 목숨을 여기계신 장대인께 팔았으니 앞으론 이분께서 네 주인이시다.

길상 : (어이없어) 뭐요? 누구 맘대로...

장씨 : (길상의 따귀를 찰싹 친다)

길상 : (울컥하여 등에 쥔 환도를 뽑으려다가 눌러 참는다)..

장씨 : 어린 놈이 제법 참을성이 있구나.

길상 : (노려보는)..난 내 목숨을 당신에게 판 적이 없소.

장씨 : 네가 어찌 생각하던 상관없다. 내 이미 백도주에게 세곱의 셈을 치뤘으니 앞으론 내가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들라고 명하면

         주저없이 그리 해야 할 것이야.

길상 : (백도주를 노려보는)...!

백치수 : (술을 한잔 마시며 시선을 피하는)..

장씨 : 당분간 승후관 뒤를 쫓는 것은 허락하마.

길상 : ...

장씨 : 대신 능금이에 대해선 아주 잊어야 할것이야! 능금이는 이미 나와 한베개를 베었다!

길상 : (E) (충격) 뭐,뭐라 한베개?!



S#36. 동 백치수 사랑채 방 밖


능금 : (서서 엿듣다가 충격)...!!



S#37.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장씨 : 조만간 너를 다시 부를테니 가보거라!

길상 : (장씨와 백치수를 노려보다가 벌떡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장씨 : ...



S#38. 동 백치수 사랑채 방 밖


길상, 방밖으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능금 방밖에 서있다.


능금 : ..기,길상아...

길상 : (말없이 마당을 가로질러 가버린다)...

능금 : 길상아-길상아-


능금, 쭈그리고 앉아서 흐느낀다.

백치수와 장씨, 방문 밖으로 나와서 능금의 모습을 본다.


백치수 : ...

장씨 : ...



S#39. 당추 암자 작은 탑 앞


난정, 걸어오다가 돌탑위에 돌을 얹어 놓고 합장을 한다.

모린, 저 만치서 난정을 훔쳐보고 있다.


신비 : (E) 아니, 넌 난정이가 아니냐?

난정 : (돌아보며 반가움) 마마!

신비 : (언년이를 거느리고 다가서며) 머리를 올린 것을 보니 그새 시집이라도 간것이더냐?

난정 : (부끄러운 듯 미소)..예, 마마.



S#40. 당추 암자 정자 위


난정과 신비, 연못물을 내려다 보며 있다.


난정 : 마마, 국모란 어떤 자리이옵니까?

신비 : (미소) 고작 이레도 못채우고 교태전에서 내쫓긴 내가 그걸 어찌 알겠누?

난정 : 하오니 마마께오서 더 잘 깨닫고 계실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신비 : (회상하듯 허공을 보면) 글세다.. 일각이 여삼추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고역이었지..

         앉아있으면 바늘방석이요, 누우면 가시관속이었느니..

난정 : ...

신비 : 아무리 전하의 괴이심이 각별하시다 한들 대군이 없고 조정에 받쳐줄 세가 없는 중전은

         나뒹구는 추풍낙엽 같은 신세일수 밖에..

난정 : ...!



S#41. 동 중궁전(교태전) 계단


윤임과 윤임처, 중궁전 계단을 오르는 모습위로.


엄상궁 : (E) 중전마마, 판부사대감과 정부인 들었사옵니다.



S#42. 동 중궁전 방 안


윤임과 윤임처, 윤비앞에 조아리고 앉는다.


윤비 : 어서들오세요, 판부사 참으로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윤임 : 예, 늦게나마 중전마마의 회임을 감축드리러 발걸음을 하였사옵니다.

윤비 : 감축이라니요? 내 원자의 앞날을 위해 회임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 이번 회임으로 무색해 졌으니

         대감내외분을 볼 낯이 없습니다.

윤임 : ...

윤임처 : 천부당만부당하시옵니다. 마마의 망극한 말씀에 소첩,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윤임 : 중전마마께오서 원자아기씨에 대한 괴이심이 깊으시어 원자아기씨께오서 무탈하게 장성하실 것이오니

         참으로 든든하옵니다.

윤비 : 당연한 일이 아니옵니까? 판부사대감께오서 이사람을 교태전에 밀어주신 까닭이 바로

         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음을 내 한시도 잊어본 일이 없습니다.

윤임 :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중궁의 자리는 하늘이 내시는 것이온데 어찌 이사람에게 공이 있다고 말씀을 하시옵니까?

윤비 : (미소) 무릇 어떤 일이 성사될 때는 하늘의 보살핌과 사람의 공이 따로 있는 법이지요.

윤임,윤임처 : 황공하오신 말씀이옵니다.

윤임처 : 소첩은 마마께오서 이번에 꼭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길 부처님 앞에 축수발원드리고 있사옵니다.

윤비 : 고맙습니다..

윤임 : 마마, 이사람 중전마마께 긴한 청이 있어 입궐을 했사옵니다.

윤비 : (흠짓)..청이라니요? 말씀해 보세요.

윤임 : 마마, 조정신료들이 전하께 내년 봄에 왕세자책봉례를 올리자는 주청을 드릴 것이옵니다.

윤비 : (움찔)..왕세자 책봉이요?

윤임 : 허니 중전마마께오서 원자아기씨께오서 왕세자에 책봉 될 수 있도록 힘을 써주십사 청을 드리고자 걸음을 했사옵니다.

윤비 :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리해야지요!

윤임 : 중전마마의 하늘같으신 은혜에 어찌 보답을 하올는지..!

윤비 : (뭔지 모르는 착찹함) ....은혜는 무슨요? 판부사대감이 아니었으면 이사람이 어찌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윤임,윤임처 : ...



S#43. 경빈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마주 앉은 심정을 보고 말한다.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해산을 하시기 전에 왕세자 책봉을 매듭짓자 이 말씀이십니까?

심정 : 예, 마마! 지금이 복성군께오서 왕세자에 책봉 되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시옵니다.

경빈 : 하긴, 실기를 하여 원자아기씨께서 더욱 장성하시고, 또한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라도 덜컥 생산하시온다면

         복성군의 앞날이 어두워 질 것은 자명한 일이겠지요..

심정 : 신들의 생각도 그러하옵니다. 마마.

경빈 : 헌데, 우리 복성군께서 승산이 있을까요?

심정 : 이사람과 좌의정이 힘을 다 할것이오니 믿고 맡겨주시옵소서.

경빈 : ..음!



S#44. 편전 외경


중종 : (E) 뭣이라, 왕세자 책봉례를 내년 봄에 행하자고 하셨소이까?



S#45.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은 김전과 남곤, 그리고 홍경주를 놀란 눈으로 본다.

윗목에 박승지(*새로 임명된)가 앉아있다.


김전 : 전하, 전하께오서 보위에 오르신지 십수년이옵니다. 하루라도 속히 대통을 이으실 왕세자책봉을 공포하시어

         전하의 정통성을 공고히 하심은 물론이옵고, 종묘사직의 근간을 밝히시고 민심을 안정시키심이 옳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영상, 그것이 조정의 공론이오?

김전 : 예, 전하. 의정부신료들과 재상들의 공론을 취합하여 주청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남곤 : 삼사에서도 왕세자 책봉을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공론이 모아지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중종 : (끄덕이며) 그래요?.. 허나 원자의 나이가 아직은 어린 것이 과인의 마음에 걸리는구려.

홍경주 :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적통대군이신 원자아기씨 뿐 아니오라 다른 왕자분들께오서도

            전하와 조종조의 혈통을 이으신 분들이라 생각하옵니다. 이번 왕세자책봉에는 적서보다는

            왕자분들의 자질을 살피시어 낙점 하오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남곤 : 신의 생각도 남양군과 같사옵니다.

중종 : 영상께서도 그리 생각하시오?

김전 : (홍경주와 남곤의 눈치를 힐끔 보다가) 신의 뜻도 같사옵니다.

중종 : 그래요..경들의 뜻이 정녕 그렇다면 과인이 왕자들의 자질을 충분히 헤아려 본 연후에 용단을 내리도록 하리다.

김전,남곤,홍경 : (각자의 결의에 찬 눈빛을 번뜩이는 모습들 위로)...!

해설(NA) : 조선에서 왕세자를 책봉하는 일은 불분명했던 차기 권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대한 정치투쟁의 장이었다.

                문정왕후의 회임을 빌미로 조정의 정치세력들은 장경왕후의 소생인 원자를 중심으로 쟁쟁한 후궁들 소생의 왕자로

                왕세자 책봉을 받게 하기 위한 치열한 정치투쟁을 예고하고 있었다.



S#46. 윤원형 집 초당 마루


배천댁과 탄실이, 마루에 앉아 빨래를 개키고 있다.


윤원형 : (E) 하, 합궁일이요?!

배천댁,탄실 : (방문쪽을 돌아본다)...!



S#47.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손에 봉투를 든채 놀란 눈으로 김씨를 본다.


윤원형 : 부,부인, 지금 합궁일이라 하시었소?

김씨 : 예, 서방님. 그 속에 택일한 날이 들어있사옵니다.

윤원형 : (봉투를 급하게 열어보면 '丁未'라고 쓰여있다) ..정미일이면 내일 모레가 아닙니까..?

김씨 : 예, 길일중에서 가장 이른 날로 잡았사옵니다.

윤원형 : 부인, 허면 내게 굳게 닫아거셨던 마음의 빗장을 열어주시는게요?

김씨 : 그동안 소첩, 서방님이 야속하기도 하였고 또한 눈물도 많이 흘렸사옵니다. 하오나 서방님께오선 누가 뭐래도

         평생 소첩이 받들고 따라야 할 지아비이시옵니다. 소첩은 지어미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 (감격에 겨워 김씨의 손을 쥐며) 부인, 고맙소.. 부인께 몹쓸 짓을 한 내 허물을 덮어주시겠다니

            참으로 고맙소이다, 부인!

김씨 : (긍정하는 끄덕임)..예. 서방님께오서 난정이와 혼례를 올리신 연후에 두문불출하시고 과거공부에 정진하시는 것을 뵈오니

         중전마마께오서 말씀하신 대로 난정이가 서방님께 크게 쓸모가 있는 사람인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 부인, 부인께서 오늘 조강지처란 넉자의 뜻을 크게 깨닫게 해주시는구려.

            내 부인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 되리다.

배천댁 : (E) (방밖에서) 나으리!

윤원형 : (방문쪽 돌아보며) 무슨 일이냐?



S#48. 동 윤원형 초당 방 밖 마당


배천댁 : (방쪽에 대고) 작은사랑에 중궁전마마님께오서 드셔계신다 하옵니다.



S#49.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 중궁전 마마님께서?

김씨 : ...어서 작은 사랑으로 걸음을 하시지요.

윤원형 : 알았소.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 (뭔가 불안한)...



S#50.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앞에 앉은 오상궁을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윤원형 : 예에? 중전마마께오서 혼절을 하시다니요?! 그,그,그래 중전마마께오선 지금은 무탈하신게요?

오상궁 : 예, 중전마마께오서 (낮게) 부원군대감이나 큰 오라버니께는 알리지 마시고 혼자 입궐하시라 이르셨사옵니다.

윤원형 : 그,그래야지요! (방밖을 보며) 임서방! 임서방! 당장 입궐 채비를 하게!



S#51.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밖


임서방 : 예. (방밖에 서있다가 어디론가 급하게 뛰어간다)



S#52. 중궁전 복도


관복을 입은 윤원형이 다급한 표정으로 오상궁의 뒤를 따라와 방문앞에 멈춰선다.


엄상궁 : 중전마마, 윤승후관 드셨사옵니다.

윤비(E) : (방안에서) 어서 뫼시게.

엄상궁 : 드시지요.

윤원형 : 허엄! (급하게 방안으로 들어간다)



S#53. 동 중궁전 방 안


윤원형, 급하게 방안으로 들어와 윤비 앞에 앉는다.


윤원형 : 마마, 혼절을 하시다니요? 이 대체 무슨 경천동지할 일이옵니까?

윤비 : 오라버니, 이 사람은 괜찮습니다.

윤원형 : 괜찮다니요? 존안이 이리도 미령해 보이시는데요?

윤비 : 오라버니, 그일 보다 더 중대한 일이 있습니다.

윤원형 : 마마, 마마와 복중 아기씨의 안위보다 더 중대한 일이 어디있겠사옵니까?

윤비 : 지금 조정에선 이사람의 해산전에 왕세자 책봉을 마무리 지으려는 공론이 일고있습니다.

윤원형 : (놀라) 예에? 아,아니 그럴리가요?!

윤비 : 분명합니다. 만에 하나 후궁 소생의 왕자가 왕세자에 책봉된다면 이사람은 헛회임을 한 것이나 진배없게 됩니다.

윤원형 : ...!

윤비 : 허니 오라버니께서는 조정 돌아가는 사정도 알아보시고 또한 난정이가 머물고 있는 암자에 기별을 하시어

         그 애를 화급히 데려오도록 하세요.

윤원형 : 난정이를요?

윤비 : 예, 지금 이사람 곁에는 난정이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S#54. 윤원형 집 대문 앞 계단


윤원형, 임서방과 사인교를 거느리고 계단을 오르는 모습위로.


윤지임 : (E) 원형아, 그 무슨 말이냐? 하례물을 받지 말라니?!



S#55.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과 윤원로, 관복차림의 윤원형을 의아하게 본다.


윤원형 : 아버님, 이번에는 소자의 뜻에 따라주셔야 합니다.

윤원형 : 원형아, 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듯 싶은데 이 집 어른은 아버님이시고 또 그 밑으로는 이 형이 있다 이 말씀이다.

            헌데 네 어찌..

윤원형 : 아무튼 소자, 중전마마의 엄명대로 전했으사오니 이만 물러가옵니다.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다)

윤지임 : 주,중전마마?!

윤원형 : (윤원형의 뒤를 쫓아나가며) 원형아-



S#56.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윤원형, 걸어가는데 윤원로 방밖으로 황급히 쫓아나온다.


윤원로 : 원형아, 정말 중전마마께오서 그리 명을 내리셨느냐?

윤원형 : (돌아보며 진지하게) 형님, 지금 조정이 어찌 돌아가는지 아시오?

윤원로 : 어찌 돌아가다니?

윤원형 : 왕세자 책봉 때문에 아귀다툼이 벌어질 참이요.

윤원로 : 와,왕세자 책봉?!

윤원형 : 허니, 형님께서도 남양군댁에 드나들며 어느 대감이 어느 왕자를 밀고 있는지 소상히 알아보시오.

윤원로 : 그,그래..내 그리하마.



S#57. 갖바치 마당


갖바치, 평상위에서 땀을 흘리며 가죽신에 바늘땀을 넣고 있고

당골네, 한쪽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빨래를 널고 있는데

방백인,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손에 줄에 꿴 생선을 들고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방백인 : 임자!

당골네 : (돌아보며) 에휴, 어디서 또 고주망태로 퍼마시고 온게요?!

방백인 : (생선 내밀며) 여편네야 이거나 받어! 비린 것 먹고싶다고 했잖여.

당골네 : (생선 받아들며 싫지 않은) 이게 웬거요?

방백인 : 잔말말고 냉수나 한사발 떠와.

당골네 : 알았소. (부엌으로 들어간다)

방백인 : (갖바치의 평상에 다가와 털썩 걸터 앉는다) 형님!

갖바치 : (보며) 허허, 입궐하여 중전마마의 사주풀이를 해주셨구먼.

방백인 : 예, 이놈이 형님 흉내를 한번 냈더니 두둑히 은전을 내려주십디다.

갖바치 : 내 흉내라니?

방백인 : 일전에 연을 맺은 후궁마마께서 이놈에게 중전마마께서 이번에 대군을 생산하실지, 공주를 생산하실지를 묻습디다.

갖바치 : 음, 그럴수도 있겠지.. (가죽신을 꿰맨다)

방백인 : 그래서 이놈이 후궁마마의 입맛에 맞게 중전마마께오서 순산을 하시지 못할 것이라 했소.

갖바치 : 뭐야? 허면 거짓을 고했단 말인가?

방백인 : 예, 그리 말해둬야, 중전마마께 비술이나 방자같은 몹쓸 짓거릴 할 생각을 못할게 아니겠소?

갖바치 : 그래, 그 머리 한번 빠르게 썼군. 잘했네.

방백인 : 하하하.

갖바치 : 헌데 자네 그리 함부로 떠벌였다가 후환이 두렵지 않은가?

당골네 : (미숫가루 대접을 들고 부엌에서 나오며) 후환이라니? 무슨 후환이요?

방백인 : (평상에 벌떡 누워 코를 드르렁 곤다)

갖바치 : ...



S#58. 정윤겸 사랑채 마당


정렴과 옥련이 방안 동정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정윤겸 : (E) (방안에서) 네 두 번다시 발걸음을 하지 말라 일렀거늘!

옥련 : (안절부절)...!



S#59.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과 박희량이 앉아있다.


정윤겸 : 네 어찌 자꾸 내 집에 발을 들여놓는단 말이냐?!

박희량 : 어르신, 시생은 평소 어르신의 성품을 흠모해왔사옵니다. 하온데 시생 실망를 감출수가 없사옵니다.

정윤겸 : 뭐라? 실망?!

박희량 : 예, 시생은 시생의 전정을 생각지도 않고 어쩌면 대역죄인으로 몰릴수도 있으신 어르신의 구명을 위해

            백방으로 힘을 썼사옵니다. 하온데, 어찌..


정윤겸, 연상위에 있는 벼루뚜겅을 집어 박희량에게 던져 버린다.

박희량을 피해 방바닥에 와장창 깨지는 벼루뚜껑.


박희량 : ...!

정윤겸 : 당장 내 집에서 나가거라!

박희량 : (벌떡 일어서며) 시생, 선비로써 더 이상의 수모는 당할 수 없사옵니다. 어르신께서 마음을 돌리지 않으시니

            시생, 옥련낭자와 파혼을 하겠사옵니다!

옥련 : (방문 열고 들어오며) 아니되옵니다, 도련님!

박희량 : (옥련을 뿌리치며 방밖으로 휙-나간다)

옥련 : (쫓아나가려 하며) 도련님!

정윤겸 : 옥련아!

옥련 : (눈물 글썽 돌아보며) 소녀, 아버님이 원망스럽사옵니다! 원망스럽사옵니다! (방밖으로 휙-나가버린다)

정윤겸 : ...!



S#60. 산위로 석양이 진다(INSERT)



S#61. 당추 암자 계단 (석양)


윤원형, 부채를 부치며 계단을 오르고 있다.

당추, 계단을 내려오다가 윤원형을 본다.


당추 : (합장하며) 아니, 윤승후관 나으리 아니시옵니까?

윤원형 : 당추선사, 그동안 무고하셨소이까?

당추 : 승후관나으리께오서 이 누추한 암자까지 무슨 일로 발걸음을 하셨사옵니까?

윤원형 : 내 안사람을 찾아왔소이다.

당추 : 예, 어서 오르시지요.


당추, 윤원형과 함께 계단을 오른다.



S#62. 동 당추 암자 법당 안팎 (석양)


난정, 땀이 송글송글 맺힌 얼굴로 부처님앞에 절을 드리고 있다.

열린 법당문 뒤로 윤원형이 올라오며 반가운 얼굴로.


윤원형 : 부인! 부인!

난정 : (법당 밖을 돌아보는)...!

윤원형 : (법당 문앞에 서서 웃으며 보는) 부인, 나요.

난정 : (반가운) 서방님!



S#63. 동 당추 객사 외경 (밤)


암자방문에 불빛이 비추고 있다.


난정 : (E) 예에? 왕세자 책봉이라니요?!



S#64. 동 당추 암자 방 안 (밤)


난정과 윤원형,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윤원형 : (한숨) 조정의 공론이 그리 흘러가고 있다니 이 일을 어쩌면 좋겠소?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이제 곧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텐데 그리되면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고 말 것이옵니다.

윤원형 : ..그러니 말이오.. 천신만고 끝에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셨거늘 도로아미타불이 되다니.. 허,이거 참..

난정 : (저으며) 막아야하옵니다. 막아야 하옵니다! 날이 밝는 즉시 소첩 도성으로 돌아가 중전마마를 알현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 중전마마께오서도 속히 돌아오라 하시니 머리를 맞대고 왕세자 책봉을 늦추거나 막을 방도를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난정 : ...



S#65. 자운아 기방 대문 앞 (밤)


정광필과 안당이 대문 앞으로 걸어온다.


정광필 : 희락당 대감이 무슨 일로 우리같이 밀려난 늙은이들을 기방에 청했을까요?

안당 : 글쎄요, 만나보면 알게 되겠지요.


정광필과 안당,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66. 동 자운아 기방 안채 방 안 (밤)


김안로와 김승지, 정광필, 안당이 앉아있고 각자 옆에 자운아와 옥매향, 탄금, 향심이가 술을 따르고 있다.


김안로 : 시생이 두분 대감을 청한 연유는 이번 왕세자 책봉에 관한 일때문이옵니다.

옥매향 : (E) (흠짓) 왕세자 택봉?!

김안로 : 시생은..

정광필 : 희락당대감, 그 입 다무시오.

김안로 : 예에?

정광필 : 조정신료가 어찌 기방에서 정치를 그것도 조정의 중대사를 논하려 하시오.

김승지 : 대감들께서 오해마시옵소서, 이 기방은..

안당 : 영감, 기방에 왔으면 술이나 마시고 돌아가면 그만 아니겠소.

김안로 : ...!

자운아 : 기래요, 따분한 뎡티얘길랑은 그만두시고 가무나 들기시라요. 매향아 뭐하네? 가야금으로 흥 둄 돋구라우.

옥매향 : 알았시오, 오마니! (일어나 가야금쪽으로 간다)

김안로 : (정광필 안당을 보며 '만만치가 않구나')...!



S#67. 중궁전 외경 (밤)


오상궁, 급한 걸음으로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68. 동 중궁전 복도 (밤)


오상궁, 급하게 와서 엄상궁에게 귓속말을 소근거린다.


엄상궁 : (움찔놀라)...그게 정말인가?

오상궁 : 예, 쇠인 눈으로 똑똑히 보고 오는 길이옵니다.

엄상궁 : (방문쪽에다) 중전마마, 엄상궁이옵니다.

윤비 : (E) (방문 안에서) 들게.

엄상궁 : 예. (방안으로 들어간다)



S#69.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방안으로 들어오는 엄상궁을 본다.


윤비 : 엄상궁, 무슨 일인가?

엄상궁 : (조아리며)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주상전하께오서 경빈처소로 납시셨다하옵니다.

윤비 : (흠짓) 뭐라, 경빈 처소에?



S#70. 경빈 처소 마당 (밤)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을 거느리고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경빈과 복성군, 금이와 상궁나인들이 조아리며 중종을 맞이한다.


중종 : 경빈, 어찌 나와 계시오?

경빈 : 전하께오서 납시온다는 기별을 받고 신첩, 가슴이 방망이질 치듯 설레여 방안에서 기다리지를 못하였나이다.

중종 : 허허, 과인이 그동안 경빈에게 무심하였던게구려. 복성군도 잘 지냈느냐?

복성군 : 예, 아바마마!

중종 : 자 들어가십시다.


중종, 앞장서서 방쪽으로 들어가면 경빈과 복성군이 따른다.

경빈, 쌩끗 웃는 얼굴로 뒤를 돌아본다.


경빈(E) : 중전, 화무십일홍이란 말 뜻을 깊이 새겨보시구려. 호호..


경빈, 돌아서 중종의 뒤를 따라 방쪽으로 들어간다.



S#71.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얼굴위로.


윤비(E) : 전하께오서 경빈의 처소로 발걸음을 하셨다...? 경빈의 처소로..?! (고개를 들고 어딘가를 문득 본다)



S#72. 당추 암자 외경 (밤)


암자 방에 불이 꺼져 정적에 쌓여있다.



S#73. 동 당추 암자 방 안 (밤)


윤원형, 태평하게 코를 드르렁골며 잠들어 있다.

난정, 어둠속에 앉아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다.


난정(E) : 왕세자책봉을 막지 못하면 중전마마께오서 앞으로 오랜 세월동안을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시고 지내셔야 될것이야..

              반드시 반드시 막아야 해..

난정 : (문득 고개를 들며)...!



S#74. 동 당추 암자 방 밖 (밤)


난정, 암자 방문을 열고 나와 법당쪽으로 간다.


난정 : (법당부처님께 합장하며) 부처님, 이년 마음먹고 뜻먹은대로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시는 대군아기씨께오서

         장차 대통을 잇게 살펴주시옵소서..


누군가의 손이 난정의 어깨를 덥썩 잡는다.

난정, 깜짝 놀라 돌아보면 길상이다.


난정 : 기,길상아..

길상 : 난정아, 개죽음 당하고 싶지 않으면 대궐출입은 그만둬.

난정 : 뭐어?

길상 : 난정아, 중전마마가 어찌되던 너하고 무슨 상관이냔 말이야?!

난정 : (노려보며 길상의 따귀를 찰싹 친다)..

길상 : ...!

난정 : (쏘아보며) 다시 한번 중전마마께 불경한 말따위를 지껄였다간 내 너를 가만두지 않을거야!

길상 : 난정아!

난정 : (싸늘한) 너 따위가 내 마음을 어찌알아?! (휙 돌아서는데)

모린 : (지나가다 두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는)...!

난정 : (인기척에 돌아보는)...!

길상 : (모린쪽을 돌아보는)

모린 : (빙긋 웃어준다)..


난정, 모린을 바라보는 놀란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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