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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6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416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62











S#1. 경빈 처소 마당


난정, 땅바닥에 조아린채 복성군 발치에 앉아 있다.

복성군, 그런 난정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내려다 보는데.


금이 : (다가오며) 나, 난정아, 네 감히 어느 존전이라고 이리 방약무인한 짓거리를 하는게야?!

난정 : 뭐라?

복성군 : (금이를 휙 노려보며) 금아, 네 어찌 당의를 입은 외명부에게 하대를 하는게냐?

금이 : 그,그런게 아니옵고..

복성군 : (버럭) 그 입 다물거라!

금이 : (찔끔 눈치)..예, 마마..

난정 : (스치는 미소)...

복성군 : (난정을 보며 부드럽게) 그대는 어느댁 외명부이신가?

난정 : 소첩, 외명부 첩지를 받지 못하는 승후관댁 작은 안으서이옵니다.

복성군 : 승후관댁 작은 안으서? 헌데 첩지도 받지 못한자가 어찌 당의를 입고 궐내 출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난정 : (미소) 경빈마마께오서 소첩을 어여삐 여기시어 처소에 무상 출입을 윤허해 주시었사옵지요.

복성군 : 어마마마께오서?

난정 : 예, 소첩 장차 보위에 오르실 옥체를 뵈오니 참으로 광영이옵니다.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린다)

복성군 : (싫지 않은) 허면 어마마마를 뵈오시게나. 험,험..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난정 : (일어서며 위압적으로) 금아, 어서 아뢰거라.

금이 : (처소쪽으로 급히 들어간다) 마마, 난정이가 들었사옵니다.

난정 : (복성군이 사라진쪽을 냉랭하게 쏘아본다)...!



S#2. 동 경빈 처소 방 안


난정, 경빈에게 절을 올리고 앉는다.


난정 : (경빈을 쌩끗 보며) 마마, 소첩 경빈마마께 감축인사를 올리러 들었사옵니다.

경빈 : (짐짓) 감축 인사라니?

난정 : 주상전하께오서 이번에 왕세자를 낙점하시는데 왕자분들의 적서를 구분하시지 않으시겠다고 천명 하셨다지요?

경빈 : 그런데?

난정 : 전하께오서 그리 천명하신 것은 전하께오서 장자이신 복성군마마를 의중에 두시고 말씀하신게 아니시겠사옵니까?

경빈 : 난정아, 네 진정 그리 생각하느냐?

난정 : 예, 소첩 분명 그리 생각하옵니다. 복성군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시고,

         장차 보위에 오르시어 대통을 이으실 것이 자명하오니 경빈마마께오선 소원성취를 하신것이나 진배없으시겠사옵니다?

경빈 : 소원성취라? 호호호, 고맙구나, 난정아!

난정 : (E) (보며) 흥, 피눈물을 흘리기 전에 실컷 웃어두는 것도 좋을것이야.



S#3.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임서방과 박서방, 그리고 홍경주 집사, 남곤의 집사가 한편에 서있다.


홍경주 : (E) 국사를 돌보시느라 바쁘실 좌의정께서 파산부원군댁엔 어인 일로 발걸음을 하시었소이까?



S#4. 동 윤원형 안채 큰사랑채 방 안


윤지임과 윤원로, 윤원형이 방안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홍경주, 남곤, 윤임이 불편한 심기를 얼굴에 드러낸 채 앉아있다.


남곤 : 허허, 남양군께오선 어찌 이사람이 못올데라도 온 것처럼 말씀을 하시는겝니까?

         스승이 제자를 찾아오는 것이 무에가 잘못되었다는겝니까?

홍경주 : 허어, 좌의정께서 누구의 스승이시란 말씀이외까?

남곤 : (윤원형쪽 가르키며) 부원군댁 둘째 자제가 내게 정치를 배우러 다녔으니 따지고 보면 사제간이지요.

         (윤원형을 보며) 아니 그런가, 이사람아?

윤원형 : 예에? 예에..따는 그렇습지요.

홍경주 : 오라, 입속에 혀놀림 말씀이구려.. 허허허!

남곤 : (휙-보며) 입속의 혀놀림이라니?

윤원로 : 대감께오서 제 아우에게 가르치시기를 정치판에서 살아남으려면

            윗사람의 입속에 혀노릇을 잘해야 된다고 하셨다지요, 허허허!

남곤 : 음!!

윤지임 : (윤원로에게 눈치주며 낮게) 원로야!

윤임 : 헌데 남양군께오선 이 댁에 어인 일로 오셨소이까?

홍경주 : 허허, 이 댁 큰 자제분께서 이 늙은이 사랑채에서 식객노릇을 하셨던 인연으로 내 가끔 들르지요.

남곤 : 헌데 판부사께서는 또 어인일이시오?

윤임 : 허허, 윤씨 문중의 일로 파산부원군께 상의드릴 일이 있어 왔소이다.

홍경주 : 그래요? 허면 모두들 이댁에 볼일이 있으셨던게로구먼요. 허허.

남곤 : 허허, 요즘같이 미묘한 때에 중전마마의 사가를 찾았으니 괜한 오해받기 십상이지요.

윤임 : 암요, 좌의정대감 말씀이 맞사옵니다, 허허허.

홍경,남곤,윤임 : (어색함을 감추려고 껄껄껄 웃어댄다)

윤원형 : (E) (같이 웃는 얼굴위로) 예끼 이런 능구렁이같은 작자들을 봤나? 빤히 서로의 속내를 꿰뚫고 있으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잘도 넘어가는구나?!

윤원로 : (E) (웃으며) 암, 그러니 여지껏 정치판에서 살아남았을 것 아니냐?

윤지임 : (E) (웃는) 원로야, 원형아, 너희들도 함부로 속내를 드러내서는 아니될 것이다, 이 에비 말 명심하거라!

윤원로,원형(E) : 예, 아버님! 아버님 말씀 가슴 깊이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방안의 웃음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S#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다과상 건너편에 앉아있는 난정을 보며 말한다.


경빈 : 난정아, 인간만사가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하더니 세상 이치가 참으로 오묘하구나?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온 것이 나와 복성군께 절호의 기회가 되다니 말이다.

난정 : 그러기에 화무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지 않사옵니까?

경빈 : (묘한 미소) 화무십일홍이라..? 암 그렇고말고, 호호호호.

난정 : 마마, 어찌 그리 웃으시옵니까?

경빈 : (웃음 그치며) 아니니라.. 차를 들거라.

난정 : (찻잔을 드는데)...

경빈 : 난정아, 개가 주인을 잃으면 어찌 되는지 아느냐?

난정 : 글쎄요..굶주린채 길을 헤매다 각설이패에게 잡혀 그들의 허기진 뱃속을 채우거나 아니면 들개가 되겠지요.

         허나 충견이라면 주인이 돌아오길 기다리겠지요.

경빈 : 주인이 불귀의 객이 되어 돌아올 수 없는 처지라면?

난정 : 그 자리에서 굶어죽거나, 아니면 새주인을 찾아 떠나야지요.

경빈 : 굶어죽거나, 새주인을 찾아 떠난다?

난정 : 예, 마마.

경빈 : 난정아, 네가 만약 주인을 잃거나 주인에게 버림을 받는다면 어찌 하겠느냐? 네 스스로 내게로 오겠느냐?

난정 : 호호호, 중전마마께오서 이년을 버리실 리가 없으니 소첩이 그런 걱정을 할 까닭이 무에 있겠사옵니까?

경빈 : (집요한) 허나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 아니더냐? 만에 하나 중전마마께오서 폐서인이라도 되시어

         사가로 내쫓기시라도 하신다면...

난정 : (휙-보며) 경빈마마! 복성군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시고 장차 대통을 이으신다면 중전마마를 내치시려 하시옵니까?

경빈 : 난정아, 내 어찌 웃전으로 뫼시는 중전마마께 감히 그런 불경한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느냐? 아니 그렇겠느냐?

난정 : 그러시겠지요. 하오면 소첩 이만 물러갈까 하옵니다.

경빈 : 오냐, 그리하거라..

난정 : (일어나 조아리고 방문쪽으로 걸어가면)

경빈 : (난정의 뒷모습을 보며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는데)...

난정 : (돌아보며) 마마, 소첩은 주인을 잃거나 주인께 버림을 받는다면 새주인을 찾을 것이옵니다.

경빈 : 뭐라? 허면 난정아 네 스스로 나를 찾아 오겠느냐?

난정 : 한번 주인의 손에 길들여진 개는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하는 법이지요. 호호호. (웃으며 방문 밖으로 나간다)

경빈 : 길들여진 개는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한다? 오냐, 난정아 내 너를 기다리고 있을것이야. 호호호!



S#6. 동 경빈 처소 마당


난정, 처소방쪽에서 호호호 웃으며 나온다.

난정, 신발을 신고 일각문쪽으로 나가려다 웃음을 뚝 그치고 한편에 서있는 금이를 휙-쏘아본다.


금이 : (섬뜩하여 움츠러드는)...!

난정 : (다시 깔깔깔 웃으며 일각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S#7. 중궁전 방 안


윤비, 골똘한 생각에 빠져있는 모습위로 후레쉬 백되는.



S#8. 후레쉬 백 몽타쥬 (기존 촬영분)


1) 윤비, 복성군과 후궁들이 보는 앞에서 경빈에게 피묻은 손수건을 빨게 한다.

2) 윤비, 경빈이 복성군의 회초리를 치는 것을 지켜본다.

3) 윤비, 경빈에게 당약가루를 푼 차를 마시게 강요한다.

4) 윤비, 경빈이 쓴 혈서에 불을 붙여 경빈의 치맛자락에 던진다.

- 경빈, 중전을 강렬하게 노려보며 말한다.



S#9. 중궁전 방 안 (현실)


경빈 : (E) (60회 S#8의 에코되어 들리는) 내 오늘 일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양미간을 움찔 찌푸리며 회상에서 깨어난다.


윤비 : (E) 복성군이 장차 대통을 잇게 된다면 내 대군을 생산한다 해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야..


윤비, 본능적인 모성으로 배를 두손으로 감싸쥐듯 보듬어 안는다.



S#10. 윤원형 대문 앞 길


홍경주, 남곤, 윤임이 각기 사인교에 올라탄다.

윤지임과 윤원로, 윤원형과 임서방이 배웅하듯 계단 앞에 서있다.


윤지임 : (깊숙하게 숙이며) 허면 살펴들 가시옵소서.


윤원로, 윤원형도 윤지임을 쫓아 허리를 숙인다.

홍경주, 남곤, 윤임이 각자의 집사들을 거느리고 각기 어디론가 간다.


윤지임 : (고개들고 보며) 전하를 떠받드는 조정중신들이 어찌 이리 아웅다웅거리는 것인지, 쯧쯧..

윤원로 : 그러게 말이옵니다 아버님.

윤원형 : 한심한 작자들 같으니라구...

윤지임 : 원형아, 중전마마를 뵈온 일은 어찌되었느냐?

윤원형 : 들어가시지요, 아버님! 소자가 중전마마의 말씀을 상세히 전해 올리겠사옵니다.

윤지임 : 오냐, 들어가자구나.


윤지임, 삼부자 계단을 올라간다.



S#11. 어느길


윤임, 박서방을 거느리고 사인교를 타고 가는데 앞쪽에서 황서방이 급하게 걸어와 조아린다.


황서방 : 대감마님.

윤임 : 오, 황서방 자네가 웬일인가?

황서방 : 저희 대감께오서 판부사대감을 장통교 기방으로 뫼셔오라십니다요.

윤임 : 장통교 기방에?



S#12.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심각하게 얼굴로 듣는 윤지임과 윤원로를 보며 말한다.


윤원형 : 하루아침에 뱃속의 태아가 대군이든 공주든 아무런 기대도 보람도 없게 되신 중전마마의 심정을

            헤아려 보셨느냐고 말씀하셨사옵니다.

윤지임 : (침통한) 하긴 이 에비 생각이 짧았구나..

윤원형 : 중전마마께오서 왕세자 책봉에 대해선 우리 삼부자가 입을 조개처럼 꽉 다물어야 할것이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사옵니다.

윤지임 : (끄덕이는) 그래.. 중전마마의 뜻에 따라야지 어쩌겠느냐..

윤원형 : 형님도 잘 아시겠지요?

윤원로 : (저으며) 나는 중전마마의 뜻을 잘 모르겠구나.

윤원형 : 모르다니요?

윤원로 : 어차피 누가 왕세자에 책봉되시던 우리 형제와 가문의 앞날엔 먹구름이 낄것이 자명할터이니

            차라리 우리 삼부자가 이번 왕세자 책봉에 팔뚝을 걷어부치고 나서는 것이 옳은 방도가 아니겠느냐?

윤지임 : 팔뚝을 걷어부치다니?

윤원로 : 예컨대 소자는 남양군을, 원형이는 좌의정을 아버님께오선 판부사대감이 미시는 왕자분들을

            나서서 밀어올리는데 힘을 쓴다면 우리 삼부자중에 한사람의 전정이라도 밝아지지 않겠사옵니까?

윤지임 : 예끼, 못난놈! 그걸 말따위라고 하는게냐?

윤원로 : 말따위라니요?!

윤원형 : 형님, 왕세자 책봉이 투전판에 끗발 잡는 것과 같은 줄 아시오? 괜히 사단 만들지 마시고 중전마마 말씀대로 하시구려.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윤원로 : (E) (눈을 멀뚱거리는 위로) 아니야, 내 이대로 가만 앉아 있을순 없지.

윤지임 : (자리에 누우며) 원로야, 딴 마음 먹을 생각말고 국으루 가만있어. 알았느냐? (눈을 감는다)

윤원로 : (뜨끔 놀라) 예, 아버님, 소자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윤지임 눈치를 보다가 일어나 방밖으로 빠져 나간다)



S#13. 동 윤원형 초당 방문 앞 마당


윤원형, 초당 방쪽으로 다가오면 걸레질을 치던 배천대과 탄실이 일손을 멈추고 조아린다.


윤원형 : (배천댁에게) 안에 계시느냐?

배천댁 : 예. (방쪽에다) 아씨..

윤원형 : (손들어 말리며) 아닐세, 자네들은 하던 볼일이나 마저보게나.

배천댁,탄실 : 예.

윤원형 : (대청위로 올라 방문 앞에 다가서며) 어험, 부인 나요.

김씨 : (E) ...

윤원형 : 부인, 나라니까요?

김씨 : (E) (방안에서) 드시지요.

윤원형 : (방문안으로 들어간다)...



S#14.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보료위에 앉으면 김씨, 그 앞에 따라 앉는다.


윤원형 : 부인, 내 난정이 일로 몇 번이고 부인 볼 낯이 없구려.

김씨 : 서방님, 난정이를 진정 괴이시는 것이옵니까?

윤원형 : (순간 당황하고 쑥스러운) 괴,괴,괴이다니요?..거참.. 부인 별걸 다 물으시는구려.

김씨 : 서방님께오서 작은댁을 진정 아끼신다면 난정이가 중전마마의 뒷배만 믿고 더는 방약한 짓거리를 못하게

         단단히 다잡으셔야 할겝니다.

윤원형 : 하지만 난정이가 내말은 도통 들어먹지를 않으니 어쩌겠소?

김씨 : 서방님, 처음부터 버릇을 잘못 들이면 장차 이댁 가문에 평지풍파를 일으킬수도 있을것이옵니다.

윤원형 : 부인, 내 난정이 일을 중전마마께 말씀 올렸더니 중전마마께오서 난정이 일은 부인께 맡겨두라고 하십디다.

김씨 : 소첩에게요?

윤원형 : 내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까도 부인께서 안채를 내어달라고 떼를 쓰는 난정이의 기세를 단박에 꺽어버리시지 않았소?

김씨 : ...

윤원형 : 해서 내 중전마마의 말씀대로 난정일은 부인에게 맡겨둘 것이오.

김씨 : 서방님, 그말 참이시옵니까?

윤원형 : 예, 부인께서 난정이 버릇을 고치시려고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뜨리시든 머리채를 뽑아버리시든 내 상관 하지 않을테니

            부인 요량대로 해보시구려.

김씨 : ...



S#15. 백치수 사랑채 마당


곽서방, 난정을 안내하듯 앞장서서 방쪽으로 다가온다.


곽서방 : (방쪽에다) 어르신, 윤승후관댁 안으서가 뵙자고 하십니다요.



S#16.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백치수와 장씨, 장부를 보고 있다가 흠짓 방문쪽을 본다.


백치수 : 난정이가?

장씨 : (장부를 덮으며) 들라하게.



S#17. 동 백치수 사랑채 마당


곽서방 : 예. (난정에게) 드시지요.

난정 : 고맙네. (신발을 벗고 방쪽으로 들어간다)



S#18.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난정, 방안으로 들어오다가 백치수를 보고 멈칫선다.


장씨 : 어서 오시오. 앉으시지요.

난정 : (백치수를 경계하듯 노려보는) 이사람, 백도주와는 악연이 있어 한자리에 마주 앉고 싶지 않소이다.

백치수 : 뭐라?

난정 : 장대인, 저사람을 내보내주시겠소, 아니면 이사람이 발걸음을 돌릴까요?

백치수 : 네 지금 방주인을 내쫓겠다는 심사더냐?

난정 : (백치수 무시하고 장씨를 보며) 어쩌시겠소?

장씨 : (미소) 하긴..큰 거래를 하는데 다른 장사치가 끼어 앉는 것도 꼴이 우습긴 할게요..

         (백치수 보며) 백도주께서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오. 내 거간비는 후히 쳐드리리다.

백치수 : (어이없는) 허어. 내 상투 틀어 올린 후로 내 집에서 쫓겨나보긴 처음일세. 음!!

            (못마땅한 신음소리를 내며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 (그제서야 장씨 앞에 앉는다)

장씨 : 중전마마께 이사람이 배알(拜謁)드리겠다는 말씀은 전하시었소?

난정 : 중전마마께오선 경빈마마가 대국조정에 보내는 서찰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이시었지요.

장씨 : 그래요? 허허 생각보다는 일이 쉽게 풀리겠구먼.. 허면 중전마마는 언제 알현케 해주시겠소이까?

난정 : 중궁전에 외간사내가 함부로 들 수 없으니 관복을 한 벌 빌려입은 연후에 이사람과 함께 들도록 하지요.

장씨 : 아무리나, 좋도록 하십시다.

난정 : 입궐 일시는 중전마마께오서 정하시어 기별을 주실것이외다.

장씨 : 예, 이사람, 중전마마를 알현할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겠소이다. 이왕 발걸음을 하셨으니 술이라도 한잔 하시겠소?

난정 : 그러고 싶지만 들러봐야 할 곳이 있어서.. 이만 일어나야 겠소이다. (일어나는)

장씨 : 허면 잡지 않겠소이다. 살펴가시지요.

난정 : (방밖으로 나간다)...

장씨 : (부채를 촤륵-펼치며) 중전마마께오서 대국으로 가는 서찰에 관심이 많으시다? (의미심장하게 웃는)



S#19. 편전 외경


박승지, 상소문을 잔뜩 받쳐들고 편전 계단을 올라 편전안으로 들어간다.



S#20. 동 편전 방 안


중종, 상소문을 읽고 있고 연상위에 다른 상소문이 겹겹이 쌓여있다.

중종, 눈이 피곤한지 미간을 찌푸리며 상소문을 내려놓는다.


중종 : (박승지를 보며) 박승지, 나머지 상소들도 왕세자 책봉에 대한 것들인가?

박승지 : 예, 전하 그러하옵니다.

중종 : 허면 과인이 지금 곤하니 나중에 읽도록 합시다.

박승지 : 예, 전하, 그리하시지요.

중종 : (방문쪽을 보며) 대전내관 있느냐?

대전내관 : (E) (방밖에서) 예, 전하.

대전내관 :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조아리며)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자비를 내어라, 내 대비전에 문후를 들것이니라.

대전내관 : 예, 분부 받잡겠사옵니다.



S#21. 대비전 외경


연을 탄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등을 거느리고 대비전쪽으로 온다.

중종, 연에서 내려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조상궁 : (E) 대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자순대비 : (E) 오, 어서 뫼시어라!



S#22. 동 대비전 방 안


중종, 자순대비 앞에 앉아있다.


자순대비 : 주상, 근자에 왕세자 책봉 주청 상소 때문에 심신이 많이 곤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옥체는 강녕하신겝니까?

중종 : 소자, 어마마마께오서 염려해주시는 덕분에 무탈하옵니다.

자순대비 : 그러셔야지요. (한숨을 내쉬며) 헌데 이 늙은이는 걱정입니다.

중종 : 어마마마, 왜 그러시옵니까?

자순대비 : 주상께서 왕세자를 정하시고자 하는 뜻은 국본의 정통성을 밝히고 종사를 굳건히 할 뿐 아니라

               조정의 기강을 세우기 위함이시온데..조정신료들은 서로 자기 세력의 득실을 따져 거기에 부합하는 왕자를

               왕세자로 추대하기 위해 사분오열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닙니까?

중종 : 어마마마, 너무 심려 마시옵소서. 소자가 왕세자를 낙점하여 대통이 정해지면

         조정신료들 역시 소자의 뜻을 받들어 줄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이 늙은이는 이번 왕세자 책봉으로 불거진 조정의 반목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중종 : 소자에게도 생각이 있사옵니다. 하오니 소자를 믿으시옵소서.

자순대비 : 그래야지요.. 이 늙은이는 오직 주상만을 믿을 뿐입니다.

중종 : ...



S#23.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김전과 감제학, 심퉁의 인도로 중문안으로 들어와서 안채 방쪽으로 간다.


김전 : 대낮에 사람을 기방으로 부르다니 까닭을 모르겠구먼.

김제학 : 그러게 말이옵니다.

심퉁 : (방문쪽에다 대고) 손님이 오셨구먼유.

김안로 : (E) (방안에서) 어서 뫼시어라.

심퉁 : 드셔유.

김전 : 오냐, 그러자구나. (김제학 보며) 드십시다, 영감.

김제학 : 예.


김전과 김제학, 안방으로 들어간다.



S#24.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김전과 김제학이 방안으로 들어오면

윤임, 홍경주, 남곤, 심정, 정광필, 안당이 방안을 가득 메웠고 각자 앞에 놓인 다(茶)소반위엔 찻잔이 놓였다.

자운아, 능숙하게 각자의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다.


홍경주 : 늦으셨소이다, 영상대감.

김전 : 예, 기별을 늦게 받는 통에 이리 되었소이다.

자운아 : (자리를 권하며) 두분께서도 앉으시라요.

김전 : (앉으며 김안로 보며) 헌데 네 어인 일로 조정에 쟁쟁한 분들을 청한게냐?

김안로 : (자운아보고) 자운아, 자리 좀 비켜주겠나?

자운아 : 그리 하디요. 기럼 말씀들 나누시라요.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김안로 : 시생이 여러 대감들을 청한 까닭은 이번 왕세자 책봉에 대한 우려 때문이옵니다.

홍경주 : 우려라니요? 왕세자 책봉이 이렇듯 조기에 가시화된 것은

            희락당대감께서 원자마마를 위한 강학청 설치를 주청드린 일로 시작된 일 아니오이까?

남곤 : 지금와서 그런 것을 따져서 무엇하겠소이까?

김안로 : 시생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전하께오서 왕세자를 낙점하오신 연후에도 다른 왕자분을 추대하셨던 분들께서

            전하의 용단에 승복하지 않으시는 것이옵니다.

윤임 : 예, 만일 그리 된다면 조정은 사분오열되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게 될것이외다.

홍경주 : 우리 금원군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시오면 그런 일은 없을것이외다.

남곤 : 허, 누구 마음대로요? 남양군께선 전하께오서 이번 왕세자 책봉에서 왕자분들의 적서를 따지지 않겠다고

         천명하신 어의를 어찌 읽지 못하시는 것이외까?

홍경주 : 어의라니요?

심정 : 전하께오선 장자이신 복성군을 의중에 두시고 그리 천명을 하신게지요.

홍경주 : 뭬요, 허면 이 늙은이와 두분대감께서 하신 약조는 어찌되는게요?

            분명히 두분께서 금원군을 밀어주신다고 밀약하시지 않았소이까?

김전 : 미,밀약이오?

남곤 : 허어, 남양군께서 벌써 망령이 나셨소이까? 밀약이라니요?!

홍경주 : 지금 이 늙은이를 기망하시는게요?

정광필 : (버럭) 그만들 두시오! 이 무슨 추태시오이까?!

일동 : ...

정광필 : 전하께오서 모든 왕자분들에게 기회를 주신 것은 바로 이러한 사태를 우려하시어

            왕세자 책봉을 투명하게 처리하려 하시었던것이외다!

안당 : 전하께오서 지금 이 모습을 보시었다면 뭐라하시겠소이까?!

일동 : ..음!

정광필 : 희락당대감, 말씀을 이으시오.

김안로 : (정광필 보며) 고맙사옵니다.. 시생이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여기 계신 분들께서 각자 왕자분들을 추대하시되

            전하께오서 어느분을 왕세자를 낙점하시든 왕세자께오서 정해시진 연후에는 승복하자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약조해 주실 수 있으시겠사옵니까?

홍경주 :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신 일에 누가 토를 달겠소이까? 이 늙은이는 승복하리다.

일동 : (끄덕이는)...

김안로 : 고맙사옵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분들께오서 서로의 증인이 되실 것이오니 시생 대감들을 믿겠사옵니다.

일동 : (각자의 표정)...



S#25. 갖바치 마당


방백인, 더위에 지친 듯 윗통을 벗은채 툇마루에 누워 잠들었고

당골네, 그 옆에 누워 같이 낮잠을 즐기는 중이다.

당추, 툇마루쪽으로 다가와 방백인과 당골네의 모습을 혀를 차며 보다가.


당추 : (죽장으로 툇마루를 쾅-내려 찍으며) 불이야! 불!

방백인 : (벌떡 몸을 일으키며 두리번대는) 불?! 어디요, 어디?!

당골네 : (화들짝 놀라 우왕좌왕하는) 임자, 얼른 물길어오슈..

당추 : 하하하.

방백인,당골네 : (당추를 보고 그제서야 안도하는)..

방백인 : 형님, 사람을 어찌 이리 놀라케 하시는게요? (하품하며)

당추 : 밤엔 뭣들을 하셨길래 내외간에 오수에 푹 빠지셨는가?

방백인 : 뭘하긴요? (얼버무리는)..

당추 : (툇마루에 걸터앉는데) 아주머니 시원한 냉수나 한 대접 주시구려.

당골네 : 알았소. (흘겨보며 삐죽삐죽 부엌쪽으로 간다)

방백인 : 헌데 형님, 어찌 또 속세로 내려오신게요?

당추 : 내 사람하나 부탁하러 왔네.

방백인 : 사람이라니요?

당추 : (한쪽 보며) 모린아, 이리 나오너라.

모린 : (모서리벽에 숨어있다가 몸을 드러낸다)

당추 : 이리 와서 인사드리거라.

모린 : (수줍은 듯 다가오는데)

당골네 : (부엌에서 물대접들고 나오다가 모린을 보며) 처녀가 인물은 있네? 몇 살이요?

모린 : ...

당추 : 듣기는 하지만 말은 못하오.

당골네 : 그래요? 쯧쯧..인물이 아깝구먼..

방백인 : (모린의 상을 살펴보다가 흠짓 놀라는)...!

당추 : 왜 그러시는가?

방백인 : 아,아무것도 아니오.. (모린을 심상치 않게 보는)

당추 : 헌데 이 집 주인은 어딜 출타하신게요?

당골네 : 장통교 기방에 가셨소.

당추 : 기방?



S#26.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홍경주, 남곤, 심정, 김전, 김안로, 윤임, 정광필, 안당, 김제학이 우르르 안방에서 나와 중문쪽으로 나간다.

자운아와 옥매향, 심퉁이 그들을 배웅하듯 쫓아나간다.

갖바치, 한편 옆에서 그들이 모두 중문밖으로 나간뒤에도 고개를 깊숙이 조아린채 서있다.


옥매향 : (갖바치 옆으로 다가와 웃으며) 갖바티 아쟈씨. 다들 가셨시요.

갖바치 : (고개들고 보며) 허허, 나는 이나라 조정이 통째로 이 기방으로 옮겨 앉은줄 알았구나?

옥매향 : 길티요? 모두들 덍덍한 됴뎡 대신분들이야요.

갖바치 : 그럴테지, 헌데 어찌 기방에서 분내가 아닌 똥내가 나는지 모르겠구나?

옥매향 : 예에? 고거이 무슨 말씀이야요?

자운아 : (심퉁을 데리고 들어오며) 오래기다리셨디요? 안방은 티워야 하니끼니 아랫턔로 드시댜요.


자운아, 아래채쪽으로 가면 갖바치 그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간다.



S#27. 동 자운아 아래채 방 안


자운아, 방바닥에 놓인 비단보를 푼다. 비단보 위에 가지런히 놓인 낡은 갖신 한 켤레.


갖바치 : (갖신을 두손으로 주워들고 느낌을 음미하듯) ..파릉군 나으리께오서 신으시던 갖신이구먼요.

자운아 : (놀라보며) 고거이 어띠 아십네까?

갖바치 : 내 손으로 한땀 한땀 정성으로 바늘땀을 넣었는데 그걸 어찌 모를수가 있겠습니까?

            갖신이 닳고 헤진 모양새를 보면 갖신 주인의 성정은 물론이고 용모까지 짐작할 수 있는 법이지요.

자운아 : 딱 니 모양, 니 크기로 녈 두켤레를 디어듀시라요.

갖바치 : (보며) 열두켤레씩 어디다 쓰려 하십니까?

자운아 : (글썽) 나으리께서 귀양가신 뎨듀도는 땅이 척박하다니끼니 나으리 발이 뎨일 편티 못하실거야요..흐흑..

갖바치 : ...



S#28. 동 자운아 기방 대문 앞


자운아와 옥매향이 갖바치를 배웅하듯 대문 밖으로 나온다.


자운아 : 기럼 기한은 꼭 마퉈듀시는걸로 알겠시오.

갖바치 : 예, 허면..(조아리고 걸어간다)

자운아 : 살펴 가시라요. (대문안으로 들어간다)

옥매향 : (대문안으로 들어가려다) 갖바티 아쟈씨.

갖바치 : (돌아보며) 왜그러느냐?

옥매향 : 나듕에 내레 시딥갈 때 니쁜 꽃신하나 디어듀셔야돼요?

갖바치 : 암, 내 지어주마. 허면 잘 있거라. (돌아서는데)

난정 : (대문 앞으로 걸어오다 갖바치를 보고 굳으며 멈칫서는)

옥매향 : (반가운) 난뎡이 왔네?

난정 : (굳은)...

옥매향 : 난뎡아, 니 얼굴이 와 기러케 굳은기야? 갖바티 아쟈씨한테 닌사도 안하고?

난정 : (갖바치에게 어색한 목례를 하고는 옥매향쪽으로 온다) 들어가자, 매향아.

갖바치 : ...

옥매향 : 난뎡아, 너 와 기러는기야?

난정 : 들어가재두. (옥매향을 손을 끌고 들어가려는데)

갖바치 : 난정아, 난 아직도 네 친구다. 언제든 답답한 일이 있거든 찾아오너라.

난정 : (옥매향을 끌고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갖바치 :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난정의 뒷모습을 보다가 돌아서 간다)



S#29. 동 자운아 아래채 방안


옥매향, 난정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한다.


옥매향 : 난뎡아, 너 갖바티 아쟈씨하고 무슨일 있는거이네?

난정 : 아니야, 아무것도.

옥매향 : 갖바티아쟈씨 만큼 널 생각해듀시는 분이 오디있네? 오해가 있으믄 풀어버리라우, 알간?!

난정 : 그래..헌데 갖바치 아저씨는 여기 왜 오신거니?

옥매향 : 왜긴, 갖신 맞튬하러 오신거이디.

난정 : 갖신 맞춤?

옥매향 : (한숨) 울오마니 맞튬한 갖신 들고 아바디 탸댜서 뎨듀도에 가신대..

난정 : 뭐어, 제주도?

옥매향 : 기래, 심퉁이까디 데려가실 거 같은데 나 혼댜 니 기방을 어카라고 기러시는디 모르갔어.

난정 : 매향아, 너 정말 판부사대감은 마음에 없는거야?

옥매향 : (흘겨보며) 에미나이래 디금 불난 딥에 부턔딜 하는거이네?

난정 : 매향아, 다시 한번 생각해봐.. 풍류나 흥은 꿈결처럼 한순간에 지나가는거야.

옥매향 : 꿈?

난정 : 그래, 허망한 꿈!

옥매향 : (환하게 웃으며) 난뎡아, 한평생 꿈을 꾸듯 살아가는것도 멋있디 않캈네?

난정 : ...



S#30. 김안로 사랑채 외경


윤임 : (E) 분명 전하께오서 원자아기씨로 낙점하실게 틀림없는것이오이까?



S#31.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윤임, 김전, 김제학이 앉아있다.


김안로 : 전하를 알현하신 수천대감의 생각도 그러하시고, 이사람 역시 그리 확신하옵니다!

김제학 : 하온데 어찌 전하께오서 왕자분들의 적서를 불문에 부치시겠다고 천명하시었을까요?

김전 : 이 늙은이도 어째 그 것이 께름직하구나.

김안로 : 전하께오서 원자아기씨를 왕세자로 책봉하시는데 후궁들과 결탁하고 있는 조정신료들의 반발을

            불식시키려는 뜻이실테지요!

윤임 : 음..! 아무튼 원자아기씨께오서 무탈하게 왕세자로 낙점이 되셔야 할터인데..



S#32. 중궁전 외경 (밤)


중종 : (E) 중전, 중전께선 일전에 과인이 왕자들 중 누구를 왕세자로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하신다고 말씀하시었지요?



S#33. 동 중궁전 방 안 (밤)


중종과 윤비가 마주 앉아있다.


윤비 : 예, 전하. 신첩 분명 그리 말씀 올렸사옵니다.

중종 : 중전께서 짐작하시는 왕자가 누군지 과인에게 말씀해 주실 수 있겠소?

윤비 : 신첩, 국가의 막중대사를 어찌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 괜찮소.. 과인은 과인이 생각이 옳은 것인지 중전의 충언을 듣고 싶구려..

윤비 : ..전하께오선 이나라의 지존이시옵니다. 무엇을 두려워하시옵니까?

중종 : 과인은 군주의 자리가 높기에 위태롭다고 진언해주던 조정암의 말뜻을 이제야 알 듯 싶소.

         군주의 한마디에 나라의 운명이 바뀔 수 있거늘.. 과인은 군주의 독단과 전횡에 일침을 가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두렵소.

윤비 : ...!

중종 : 허면 중전께선 누가 과인의 대통을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시오?

윤비 : (보다가)..신첩은 전하의 보위를 이어받을 사람은 적통대군인 원자뿐이라 생각하옵니다.

중종 : (끄덕이며) 그래요, 보위가 적통대군에게 이어지지 못한다면 훗날 어찌 선왕들을 뵈올 수 있겠소?

윤비 : ...

중종 : 허면 중전께선 과인이 이번 왕세자 책봉에 왕자들의 적서의 구별치 않겠다고 한 연유도 아시겠구려?

윤비 : 조정신료들과 결탁하고 있는 후궁소생의 왕자들을 왕세자 간택에 참례시키신 중에서 원자가 왕세자에 책봉된다면

         조정신료들은 왕세자의 정통성에 승복 할 수 밖에 없을것이오며 아직은 조정에 받쳐줄 세가 미약한 원자의 장래에

         힘을 실어주시고자 하심이라 생각하옵니다.

중종 : 그래요..중전이 과인의 심중을 있는 그대로 읽어내셨구려..

         헌데 과인은 아직 어린 원자가 다른 왕자들과 왕재를 겨룰 수 있을지 걱정이구려.

윤비 : 전하, 원자는 전하의 하나밖에 없는 적통대군이옵니다. 분명 원자는 전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옵니다.

중종 : (윤비의 손을 쥐며) 고맙소 중전...

윤비 : ...

중종 : 중전께서 회임을 하시지 않으셨던들 어찌 원자가 조정의 비호를 받고 있는 다른 왕자들과

         당당히 왕재를 겨룰수 있었겠소.. 과인은 중전이 고맙고도 고마울 뿐이요..(안아주는)

윤비 : (서러운 눈물이 북받친다).. 전하..흐흑..



S#34. 난정모 방 안 (밤)


난정, 무릎을 곧추 세우고 무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는 얼굴위로. (*난정모, 그 옆에 누워 자고 있다)


난정 : (E) (61회 S#42의) 왕자분들의 적서를 차별 하시지 않으시겠다면 전하께오서 복성군을 심중에 두고 계신 것이 아니옵니까?



S#35. 중궁전 방 안 (61회 42회의 연결)


윤비 :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분명 그렇치는 않으실게다.

난정 : 하오시면 어느분을,,,?

윤비 : 전하께오선 원자를 마음에 두고 계실것이야.

난정 : 원자아기씨를요?

윤비 : 그래, 그럴것이야.. 장경왕후께오서 산후발한으로 이레만에 돌아가신 후로

         전하께오선 원자에게 보위를 물려주시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바꾸시지 않으셨을게야.

난정 : ...!

윤비 : 전하께오서 내가 대군을 생산하시길 간절하게 바라시는 까닭도

         장차 원자의 방패막이가 되어줄 대군형제들이기 때문이신게지.

난정 : 마마..

윤비 : (눈물 글썽) 내 뱃속의 용종이 참으로 불쌍하고도 불쌍할뿐이구나...



S#36. 동 난정모 방 안 (밤, 현실)


난정, 결연한 표정 위로.


난정 : (E) 마마, 소첩 목숨을 다바쳐서 장차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를 보위에 올려 드릴 것이옵니다!



S#37. 백치수 사랑채 외경 (밤)


백치수 : (E) (방에서 놀란) 허면 능금이를 대국으로 데려가겠단 말이신가?



S#38.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밤)


장씨와 백치수가 술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장씨 : 능금이를 진짜 장사꾼으로 만들려면 조선땅에 우물안 개구리로 놓아둘 수는 없소.

백치수 : 음! 하긴 광활한 대국 땅을 밟아 보면 능금이의 머리도 틔이고 가슴도 확 틔일테지.

장씨 : 조선에서 능금이 같이 기가 센 여인들은 천덕꾸러기 밖에 더되겠소?

백치수 : 언제 떠나실 작정이신가?

장씨 : 중전마마를 뵈옵는대로 곧 채비를 차릴게요.

백치수 : 헌데 능금이가 길상이를 두고 먼길을 떠나려고 할지 모르겠구먼?

장씨 : (술잔 들며) 길상이란 놈이 능금이를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내 뜻대로 해줄것이니 걱정마시요. (술을 털어 넣는다)



S#39. 남소문 객주 마당 (밤)


능금, 빈 자리끼 대접을 들고 방안에서 나온다.

능금, 부엌쪽으로 가려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본다.



S#40. 처연한 달 (INSERT)



S#41. 동 남소문 객주 마당 (밤)


능금, 눈물이 글썽하여 손등으로 눈가를 쓱 닦는다.


능금 : 녠장맞을, 오늘따라 달은 왜 저리 밝아?! (부엌쪽으로 가려는데)

길상 : (어느새 능금 앞에 서있다)..

능금 : (움찔 놀라다가)..기,길상아..

길상 : (무표정하게 보며) 능금아, 잠시 나가자. (몸을 돌려 대문밖으로 나간다)

능금 : 응?! 응, 그, 그래! (대접을 놓고 길상 뒤를 쫓아나간다) 기다려, 길상아!



S#42. 어느 정자 위 (밤)


능금, 정자계단 위로 급하게 올라온다.

길상, 난간 저편에 등을 돌린채 서있다.


능금 : (길상쪽으로 다가서며) 길상아.. 이 야심한 밤에 무,무슨 일이야..

길상 : (등 돌린채) 능금아, 너 아직도 나를 배필로 생각하니?

능금 : ..그럼, 그걸 말이라고 해?! (수줍은)..어릴적에... 아부지가 널 광대패에 처음 데리고 왔던 날 생각나니?

         너무 오래전 일이라 넌 기억 하지도 못할거야.. 하지만 그 날 이후로

         내 배필은 길상이 너뿐이라는 내 마음은 변한 적이 없어..

길상 : (휙-몸을 돌리며 노려보는) 장대인과 한베개를 벤 것은 어쩌구?

능금 : (당황) 뭐,뭐어..?! 기,길상아, 그,그건...

길상 : 다른 사내와 살을 섞은 몸뚱이로 내 배필이 되겠다고?

능금 : (충격으로 보는)...!!

길상 : 능금아, 앞으론 나를 배필로 생각하지 말고 부르지도 마! 알았니?!

능금 : (길상의 뺨을 찰싹 때린다)

길상 : (뺨을 어루만지며) 이걸로 너하고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능금 : (길상을 보다가 눈물을 흩뿌리며 돌아서 정자를 내려가 어둠속으로 뛰어가버린다)

길상 : (그 뒷모습 보며 눈물이 흐르는)...능금아..


길상, 무릎을 털썩 꿇고 앉아 굵은 눈물을 뿌린다.



S#43. 중궁전 마당


당의차림의 난정과 관복차림의 장씨, 중궁전 계단을 오른다.



S#44. 동 중궁전 복도


난정과 장씨, 방문 앞에 엄상궁쪽으로 다가와 선다.


엄상궁 : (갸웃하며 장씨의 얼굴을 힐끔 본다)

장씨 : (미소)...

난정 : (엄상궁을 보며 미소) 마마님, 고하여주시지요.

엄상궁 : 중전마마,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와 장아무개 들었사옵니다.

윤비(E) : (방안에서) 들라해라.

엄상궁 : 예. (난정과 장씨보며) 드시지요.


난정과 장씨, 방안으로 들어선다.



S#45. 동 중궁전 방 안


난정과 장씨, 방안으로 들어온다.

윤비, 앞에 발이 내려져 있다.

난정, 안으로 들어와 윤비 앞에 큰 절을 올린다.


난정 : (공손히 앉으며) 중전마마, 저자가 대국에서 온 자이옵니다.

윤비 : (발너머로 장씨의 얼굴을 주시하는)...

장씨 : (남자의 큰 절을 올리며) 중전마마, 시생 장저이(菹怡)라 하옵니다.

         존귀하오신 마마를 배알할 광영을 베풀어 주시오니 망극할 뿐이옵니다.

윤비 : 그대는 어인 연유로 나를 알현코자 청을 넣었는가?

장씨 : 시생, 윤승후관께 시생의 후견인이 되어주실 것을 청하였사온데

         그 전에 중전마마를 뵈옵고 인사를 여쭙는 것이 예의라 생각하였사옵니다.

윤비 : 어찌 그대같은 거상이 내 오라버니같이 출사도 못한 분을 후견인으로 삼으려 하는것인가?

장씨 : 시생 눈앞에 티끌만한 이문보다는 태산같은 이문이 굴러 들어오는 날을 참고 기다리는 쪽을 택한 것이옵니다.

윤비 : 후일을 기약한다?

장씨 : 예, 마마. 시생 승후관께오서 만인지상일인지하의 자리에 오르실때까지 재물과 연줄을 대어드릴것이옵니다.

윤비 :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헛된 재물은 쓰지 않는 법이라고 들었네. 허면 그대가 바라는 것이 있을터, 말해보게.

장씨 : 조선의 인삼독점권을 주시옵소서.

윤비 : 인삼 독점권을 내어달라?

장씨 : 예, 허면 시생 인삼을 팔아 남긴 이문의 십중 칠을 중전마마와 승후관께 바칠 것이옵니다.

윤비 : 십중 칠?

장씨 : 예, 마마. 약조드리겠사옵니다.

윤비 : ...

장씨 : 시생, 약조의 징표로 경빈마마께서 대국조정에 보내는 서찰을 중전마마께 바치겠사옵니다.

         (소매자락에서 경빈이 준 서찰을 꺼낸다)

윤비 : 서찰?!

난정 : ...!

장씨 : 예, 서찰속에는 복성군의 왕세자 책봉을 승인해 달라는 것 뿐 아니오라

         장차 경빈마마의 새왕비 책봉을 승인해 달라는 불경한 내용이 들어있사옵니다.

윤비 : ...

난정 : 중전마마, 마마께오서 이 서찰만 지니고 계시오면

         경빈마마께서 감히 중전마마를 핍박하거나 위협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윤비 : 난정아, 너는 저자의 말을 믿는것이냐?

난정 : 예에?

윤비 : 자신을 믿고 써준 서찰까지 팔아먹는 저런 신망없는 자의 말따위를 믿느냐 이 말이다?

난정 : 마, 마마..

장씨 : 마마, 중전마마께 충성을 바치려는 시생의 충심을 믿어주시옵소서.

윤비 : (버럭 호통) 물고를 내기 전에 썩 물러가거라! 네 두 번 다시 중궁전에 들었다간 살아서 궐을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장씨 : ...!



S#46. 중궁전 마당


장씨, 중궁전을 나온다.

장씨, 소매자락에서 아까의 서찰을 꺼내들고 속지를 꺼내들면 백지다.

장씨, 서찰을 북 찢어 버리고 교태전을 돌아보며 야릇하게 웃는다.


장씨 : 중전께서 듣던대로 여걸이로구먼.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음이야..


장씨, 웃으며 중궁전 계단을 내려간다.



S#47. 동 중궁전 방 안


난정, 윤비를 보며 말한다.


난정 : 중전마마, 어찌 경빈의 서찰을 받아두시지 않으신 것이옵니까?

윤비 : (미소) 난정아,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는 사람에겐 먹음직한 미끼에 끼워진 낚시바늘이 저절로 보이는 법이니라.

난정 : 예에?

윤비 : 난정아, 너 역시 기다리는 것을 배우지 못한다면 네 조급함이 총기를 흐리게 할 것이 자명하니 경계해야 할것이다.

난정 : 예, 마마의 말씀 가슴 깊이 명심, 또 명심하겠사옵니다.



S#48. 갖바치 마당


갖바치, 평상위에서 (파릉군의) 갖신에 부지런히 바늘땀을 넣고 있다.

방백인, 갖바치 옆으로 다가와 앉는다.


방백인 : 형님, 어제 당추형님께서 암자에서 데려온 아이의 상을 보셨소?

갖바치 : 모린이 말인가?

방백인 : 예.

갖바치 : 가련한 인생이지.. 부모가 화적패한테 참살당하는 것을 본 후로 말까지 잊어버렸다고 하지 않았나..

방백인 : (주변을 살피고) 헌데 그 애 상이 심상치가 않았소.

갖바치 : (보며) 심상치가 않다니?

방백인 : 내 눈은 못속이오! 그 앳띤 얼굴에 살인귀의 상이 서려있다 이 말이오!

갖바치 : 뭐라, 살인귀?!



S#49. 어느 길


난정을 태운 가마가 오고 있다.



S#50. 동 가마 안


난정, 흔들리는 가마속에서 뭔가를 생각하며 되뇌인다.


난정 : ..내 조급함이 총기를 흐리게 할것이 자명하다..?



S#51. 난정모 집 대문 앞


난정을 태운 가마가 대문 앞에 멈춰선다.

난정, 가마에서 내리는데 당추와 모린이 난정모 집 대문쪽으로 걸어오다가 난정을 본다.


당추 : 난정아-

난정 : (돌아보며 반갑게) 스님!


모린, 반갑게 뛰어가 난정의 품에 와락 안긴다.


모린 : (재회의 울음을 터뜨린다)..

난정 : 모,모린아, 왜 이러는게야?


난정, 품에 안겨 흐느끼는 모린을 의아하게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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