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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6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420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63











s#1. 난정모 집 외경 (낮)


난정 : (E) (방안에서) 예에?! 스님,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s#2.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당추를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당추 옆에 모린이 앉아있다.


난정 : 모린이를 거두어 달라니요?

당추 : 난정이, 네가 암자를 떠난 후로 무슨 까닭인지 이 아이가 어미를 기다리는 어린 새처럼 식음을 폐한채

         네가 돌아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느니라.

난정 : 하오나, 스님 아직 제 몸뚱이 하나 편히 눕히지 못하는 처지에 어찌 다른 사람을 보살필 수 있겠사옵니까?

당추 : 무리한 청인줄은 알지만..따지고 보면 모두가 부처님께오서 정해주신 인연이 아니겠느냐?

난정 : (모린을 보는)...

모린 : (고개를 숙인채 불쌍한 표정)...

난정 : (뭔가를 생각하는)...



s#3. 백치수 사랑채 외경


곽서방, 마루위에 앉아있다.


백치수 : (E) 장대인, 중전마마를 알현하신 일은 어찌 되셨는가?



s#4.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장씨와 백치수가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장씨 : 이사람, 중전마마께 추상같은 호통만 맞고 쫓겨났습니다.

백치수 : (의아) 호통을 맞고 쫓겨나다니?

장씨 : 성정이 반듯하고 대쪽같으신 분께 장사 얘기를 끄집어 냈다가 경을 치는줄 알았소이다.

백치수 : 허어, 경빈마마께서 써주신 서찰이라도 내보이지 그랬는가?

            중전마마께오서 그 서찰을 보셨다면 자넬 박대하시진 못하셨을것을.

장씨 : (미소) 과연 그랬을까요?

백치수 : 암, 그렇고 말고! 중전마마께오서 그 서찰만 손에 넣으신다면

            중궁전을 위협하는 경빈마마의 큰 약점을 틀어쥐시게 되는데 자넬 매정하게 내치실 리가 있겠나?!

장씨 : 괜찮소, 첫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백치수 : 헌데 지엄하신 중전마마를 뵈오니 어떠하시던가?

장씨 : 참으로 크신 인물이십디다. 허나 때를 잘 못 타고 나시었소.

백치수 : 때를 잘 못 타고 나셨다?

장씨 : (찻잔을 들어 입술을 적시고)..백도주, 이사람은 평소에 조선의 여인네들을 참으로 가엽게 여겼소이다.

         평생을 길쌈이다 밭일로 허리 한번 펴보지 못하고 등골빠지는 고된 살림 속에서도

         사내를 상전처럼 떠 받들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양반가의 여인들 역시 고리타분한 법도에 얽매여

         대문밖 출입 조차 제 맘대로 못한채 평생 움크리고 살 수밖에 없으니 참으로 처참한 팔자 아니오이까?

백치수 : 사내가 높고 여자가 낮은 것은 세상에 정해진 이치가 아닌가?

장씨 : 세상에 정해진 이치요?! 하하, 이사람이 평생 여러곳을 다녀봤어도

         세상 천지에 조선땅처럼 여자들을 옭죄는 나라는 보질 못했소이다.

백치수 : 허허, 장대인 무슨 말이 하고 싶으신겐가?

장씨 : (진지한 표정) 이사람이 이번에 조선땅에 와서 중전마마를 비롯하여 경빈이나

         심지어 승후관의 첩실이라는 난정이를 만나보니 참으로 영웅호걸의 기상입디다.

백치수 : 영웅호걸의 기상?! 허허, 여자들이 영웅호걸 기상을 타고 났다 한들 무엇에 쓰겠는가?

장씨 : 그러니 때를 잘못 타고 났다는 말이지요.

백치수 : (끄덕이며) 하긴 그럴수도 있겠지..

장씨 : 허나 아직은 속단 할 일은 아닌 듯 싶소. 혹시 아오? 조선땅이 치마폭에 휘둘려 들썩거릴지?

백치수 : 허허허, 천지가 개벽되지 않는한 그런 일은 절대 없을걸세..

            것보다는 능금이가 걱정일세. 지난밤 이후론 도통 방밖 출입을 안하고 틀어박혀 있으니...

장씨 : (냉정하다)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은 법이지요. (찻잔 들어 마신다)



s#5.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


능금, 무릎을 곧추세운채 생각에 빠져있는 얼굴위로 들려오는.


길상(E) : (62회 s#42의) 다른 사내와 살을 섞은 몸뚱이로 내 배필이 되겠다고?!

              앞으론 나를 배필로 생각지도 말고 부르지도 마! 알았니?!


능금, 눈물 글썽한 슬픈 표정으로 문득 손가락을 들어 본다. 손가락에 끼어있는 옥가락지.



s#6. 후레쉬 백 (11회 s#8의)


길상, 능금에게 옥가락지를 주던 장면.



s#7. 동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 (현실)


능금,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얼굴에 옛생각에 희미한 미소가 스친다.


능금 : (옥가락지를 한참 들여다 보다가 더욱 처참한)...!



s#8. 편전 외경


중종(E) : 과인은 누구를 왕세자로 낙점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s#9.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김전, 남곤, 이유청(*), 홍경주, 정광필, 안당이 앉아있고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어의를 정한 바가 없소. 허나 왕세자 책봉을 더 미룬다면 조정의 공론은 분열되고 기강이 혼탁해질 것이라 생각되오.

         하여 과인은 이번에 여러 왕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왕재를 가리고자 하오.

일동 : (서로의 얼굴을 보며)...!

중종 : 그 자리에 경들도 배석해 주셨으면 하는데 경들의 뜻은 어떠하시오?

김전 : 나라의 방본(邦本)을 정하는 막중한 자리에 신들을 불러주시온다니 전하의 하해와 같은 성은에 감읍할 뿐이옵니다.

중종 : 과인은 왕자들의 적서와 장유를 따지지 않고 불편부당하게 왕재의 품절을 따져 본 연후에 낙점을 하고자 하니

         과인이 어의를 정하는데 경들의 혜안을 빌려주시구려.

일동 : 망극하옵니다.



s#1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내려진 발 너머의 남곤과 심정을 보고 말한다.


경빈 : 허면 전하께오서 왕자들의 자품과 지혜와 식견을 시험하시는데 원임 정승들까지 배석시키겠다는 말씀이시오?

남곤 : 예, 대비마마와 중전마마께오서도 자리를 함께 하실 것이란 말씀이 계셨사옵니다.

경빈 : 정광필과 안당대감은 물론이고 대비마마와 중전마마께오서도 내심 원자를 왕세자로 밀고 계신분들 아닙니까?

         헌데 어찌...?!

심정 : 마마, 심려거두시옵소서. 전하께오서 왕실뿐 아니라 조정의 신료들이 참석할 자리를 마련하신 것은

         불편부당한 낙점을 하시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신 것이라 생각되옵니다.

남곤 : 그러하옵니다. 복성군께오서 공정하게 다른 왕자들과 자웅을 겨룬다면

         반드시 왕세자로 책봉되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사옵니다.

경빈 : (결연한) 암요, 반드시 그래야지요! 우리 복성군께서 왕세자로 책봉되신 연 후에

         왕실이나 조정에서 혹시 잡소리가 터져 나올수도 있으니 조정의 고삐를 바짝 틀어쥐셔야 합니다.

남곤,심정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경빈 : (E) (야릇한 미소) 복성군께서 왕세자에 책봉되신 연후엔 이 사람이 교태전으로 들어갈 것이야..호호.



s#11. 대비전 앞 마당


희빈, 금원군과 봉성군을 데리고 대비전쪽으로 걸어온다.

그 뒤를 따르는 향이와 희빈처소 상궁나인들.


희빈 : (멈춰서서 금원군과 봉성군을 돌아보며) 금원군, 봉성군. 대비마마 앞에서 당당함과 의젓함을 보이셔야 합니다.

         또한 추호도 대비마마의 심기를 상하게 하시는 말씀을 하시면 아니되십니다. 이 에미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금원,봉성군 : 예, 어마마마.

희빈 : (봉성군의 복건을 잘 씌워주며)..들어가십시다.


희빈, 금원군과 봉성군과 함께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s#12. 대비전 복도


희빈, 금원군과 봉성군을 데리고 방문쪽으로 걸어온다.


자순대비 : (E) (방안에서) 호호호.

희빈 : (방안 동정을 힐끗 보며) 조상궁, 방안에 누가 들어계시는가?

조상궁 : 창빈마마와 영양군 덕흥군 두분 왕자께서 들어계시옵니다.

희빈 : (움찔) 창빈이?!..고하여 주시게.

조상궁 : 예, (방문쪽에다) 대비마마, 금원군, 봉성군 왕자두분과 희빈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E) (방안에서) 오, 뫼시어라.

조상궁 : 예. (희빈에게) 드시지요.

희빈 : (금원, 봉성군에게) 드십시다.



s#13.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창빈과 영양군, 덕흥군이 다과상을 놓고 앉아있다.

희빈, 금원군과 봉성군을 데리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자순대비 : 희빈, 어서오세요.

희빈 : 대비마마, 신첩 마마께 문후 여쭈러 들었사옵니다.

금원,봉성군 : (큰 절을 올리며) 할마마마, 존체 평안하시옵니까?

자순대비 : (끄덕이며) 금원군, 오늘보니 참으로 의젓하게 장성하시었구려?

금원군 : 불감하옵니다. 할마마마.

희빈 : (흡족) 하온데 대비마마, 무슨 재미난 말씀을 나누고 계시었사옵니까?

자순대비 : 덕흥군이 이 늙은이에게 양상군자에 대한 고사를 말씀해 주시어 모두 재미있게 듣던 중이었습니다.

희빈 : 그래요? 덕흥군 이사람에게도 재미난 말씀을 해주시지요.

희빈 : (E) (창빈 힐끔보며) 흥, 창빈도 보위가 눈앞에 어른거리니 체면도 없구먼! 그리 반듯하게 굴던 창빈이 선수를 치다니?!

창빈 : (E) (시선을 피하며) 아무렴요, 자식을 위한 일인데 세상에 어미가 못할 일이 어디 있겠소?

자순대비 : 이렇듯 왕자분들을 한자리에서 뵈니 이 늙은이는 마음이 든든하구려..희빈.

희빈 : 예, 마마.

자순대비 : (창빈 보며) 창빈.

창빈 : 예, 대비마마.

자순대비 : (왕자들을 둘러보며) 앞에 계신 왕자분들도 잘 들어두세요.

왕자들 : 예, 할마마마.

자순대비 : 여기 앉아계신 왕자분들중에서 낙점을 받을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습니다. 허나 누가 왕세자에 책봉 되시든

               빈들께선 주상의 지어미들이시고 왕자분들은 주상의 한 핏줄을 받으신 아드님들이시란 것을 잊으셔서는

               절대 아니될 것입니다. 이 늙은이의 뜻을 아시겠습니까?

일동 : 명심하겠사옵니다.



s#14. 중궁전 방 안


윤비, 원자를 품에 안고 앉아있다. 윗목에 박상궁이 앉아있다.


윤비 : (안스럽게 보며) 원자, 얼굴이 많이 야위셨구려. 강학청 공부가 많이 힘드신 게요?

원자 : 아니옵니다, 어마마마.

윤비 : (박상궁을 엄하게 보며) 박상궁, 원자의 존안이 어찌 이리 상하셨는가?!

박상궁 : 근자에 원자마마께오서 주야로 공부에 정진하시는 연유로..

윤비 : 허, 지금 내 앞에서 발명을 하는겐가?!

박상궁 : (납짝 조아리며) 화,황공하옵니다. 모두가 쇠인의 불찰이옵니다.

원자 : 어마마마, 박상궁을 나무라지 마시옵소서. 소자는 괜찮사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원자께서 참으로 너그럽구려..참으로 성군의 자질이시오..(박상궁을 보며) 박상궁, 앞으로

         원자의 존체를 보살피는데 추호도 소홀함이 없어야 될 것이야! 내 말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하시게!

박상궁 :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 원자, 부디 강녕하게 장성하시어야 합니다. 이제까지는 어미가 원자를 지켜 드렸지만 앞으로는 원자가..

         (글썽)..원자가 이 어미를 지켜주셔야 합니다...

원자 : 어마마마..

윤비 : 원자..이 어미를 지켜주신다고 약조하실수 있겠소?

원자 : 예, 어마마마..소자 어마마마를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윤비 : (품에 꼭 안으며) 고맙소, 참으로 고맙소..원자..



s#15.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지임 : (E) 원형아, 그 닐니리야 소실은 어찌 할 작정이냐?



s#16.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과 윤원로, 그리고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원형 : 예에? 어찌하다니요, 아버님?

윤지임 : 안채를 내어달라고 또 찾아오면 어쩔 것이냐 이 말이다.

윤원형 : 소자 작은집 일은 안사람에게 맡겨둘 것이옵니다.

윤지임 : 며느리한테 말이냐?

윤원형 : 예, 아버님.

윤원로 : (점잖게 저으며) 아니야, 제수씨 힘만으론 어림없다. 이 형 생각엔 일편단심 닐니리야가 더 큰 사단을 벌이기 전에

            절연하는게 상책일 듯 싶다.

윤원형 : 저,절연이요?

윤원로 : 잘 생각해봐라, 제년이 아무리 중전마마의 윤허를 받고 너와 혼례를 올렸다고 쳐도

            어찌 시아버지와 시아주버니한테까지 안하무인격으로 대들 수 있단 말이냐?!

윤원형 : ..못난 소자 아버님께는 참으로 송구하여 드릴 말씀이 없사옵니다.

윤원로 : 천번 만번 양보하여 아버님과 이 형이 일편단심 닐니리야의 되먹지 못한 짓거리를 꾹 참아 넘긴다고 치자.

            허나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선 아니 새겠느냐? 행여 네 작은 댁이 밖에서 중전마마의 뒷배를 믿고

            온갖 행악잡질이라도 벌린다면 중전마마나 우리 가문에 큰 위해가 될게다.

윤지임 : 그건 원로 말이 맞다. 원형아 네 전정을 위해서라도 못된 싹은 싹똑 잘라 버리는게 좋을 듯 싶구나.

윤원형 : (괴로운)...

윤원로 : 원형아, 어찌 말은 않고 우거지 상만 써대는게냐?

윤원형 : 아버님, 형님. 제게 조금 더 생각할 여유를 주시오면 조만간 결단을 내리겠사옵니다.



s#17. 동 윤원형 대문 안 마당


윤원형, 한숨을 푹 내쉬며 안채 큰 사랑채 쪽에서 나온다.


윤원형 : 하긴, 난정이가 심하긴 심한 짓거릴 한게야..허어, 이거 참.. (걸어오는 임서방을 보며) 임서방.

임서방 : (다가와서 조아린다)..예, 나으리.

윤원형 : 작은 아씨께서 들여놓으신 짐들은 잘 간수하고 있는가?

임서방 : 예, 곳간에 들여놓았습지요.

윤원형 : (끄덕이는) 잘 했네. (초당쪽 보며) 헌데 오늘따라 초당이 어찌 이리 조용한가?

임서방 : 초당아씨께오선 배천댁과 탄실이를 거느리시고 출타하셨습니다요.

윤원형 : 출타? 어딜?



s#18. 난정모 집 마당


배천댁과 탄실, 한편에 서서 방쪽을 주시하고 있다.


난정모 : (E) 우리 난정이가 아씨께 무슨 대죄라도 지었사옵니까?



s#19. 동 난정모 방 안


김씨, 아랫목에 앉아있고 그 앞에 난정모가 불안한 듯 안절부절 서있다.


김씨 : 대죄라니, 당치도 않네. 우선 앉으시게나.

난정모 : ..예..(앉으며 김씨의 눈치를 보는)...

김씨 : (미소) 작은댁이 자네의 빼어난 기색을 쏙 빼 닮았구먼.

난정모 : 송구하옵니다...하온데 본댁 아씨께오서 기별도 없이 불쑥 누추한 집을 찾아주시니 쇤네 바늘방석에 앉은 듯 하옵니다.

김씨 : (미소) 너무 불안해 하지 말게. 내 작은댁이 어찌 사는가를 보고 싶기도 하고 또 자네에게 이를 말이 있어서 왔네.

난정모 : 쇤네한테요?

김씨 : (비단 염낭을 꺼내 내민다) 받게.

난정모 : (알아보고)..이것은..?

김씨 : 그래, 내 작은 사람한테 와가라도 한 채 얻으라고 내어준 걸세.

         헌데 자네 딸은 와가 대신 내집에 들어와 살 작심을 한 듯 싶네.

난정모 : (놀라 보며) 예에? 그게 정말입니까?

김씨 : 자네 딸이 내 집에 들어오면 집안에 풍파가 그치지 않을뿐 아니라 서방님이나 중전마마께 큰 누가 되는 일일세.

         허니 자네가 잘 알아듣게 말을 해 주게.

난정모 : ...

김씨 : 내 말 뜻을 아시겠는가?

난정모 : 예, 아씨..쇤네 딸년 일로 발걸음을 하시게 하여 송구할 뿐입니다.

김씨 : 허면, 자네만 믿고 이만 일어나 보겠네..(일어서면)

난정모 : (따라 일어서는)..

김씨 : (방문쪽으로 가다가 돌아보며) 헌데 자네는 어느 분을 뫼셨는가?

난정모 : 예에?

김씨 : 자네 딸이 어느분의 혈육인가 이 말일세.

난정모 : ..도총관대감이시옵니다.

김씨 : 도총관 대감? 허면 의기로 명성이 높으신 정도총관 말씀이신가?

난정모 : 예..지금은 쇤네 모녀와 의절을 하셨습지요.

김씨 : (끄덕이며) 작은댁이 재색은 자네를 빼어 닮았고, 성정은 도총관대감의 피를 받은 모양이구먼.

난정모 : (흠짓) 예에?

김씨 : 아닐세. (방문 밖으로 나간다)

난정모 : (방밖으로 따라나가는)



s#20. 동 난정모 대문 앞


김씨가 탄 가마가 배천대과 탄실을 거느리고 떠나고 있다.

난정모, 깊숙이 허리를 숙인다.


난정모 : (고개를 들며)...



s#21. 자운아 기방 아랫방 앞 마당


모린, 불안한 듯 눈치를 힐끔거리고 섰다.

심퉁, 그런 모린을 아래위로 훑어본다.


옥매향 : (E)(아랫방안에서) 뭐이 어드레? 모린이라는 에미나이를 우리 기방에 들여달라 이 말이네?

심퉁,모린 : (아랫방쪽을 힐끔 돌아본다)



s#22. 동 자운아 아랫방 안


난정과 옥매향이 마주 앉아있다.


난정 : 그래, 기생수업을 받게 해달라는게 아니라 부엌 허드렛일이라도 거들면서 여기서 먹고 자게만 있게 해 줘.

옥매향 : 기거야 어렵디 않티만 뎌 에미나이래 말도 못한다며?

난정 : 하지만 말귀도 잘 알아듣고 눈치도 빠르니까 속을 썩히지는 않을거야.

옥매향 : 오마니한테 어케 말하디?

난정 : 매향아, 내 얼굴을 봐서라도 당분간만 당분간만, 응?

옥매향 : (곱게 흘기며) 에미나이래?..됴와, 어탸피 울 오마니래 심퉁이 데리고 뎨듀도 가시면 닐손도 딸릴텐데 길케 하디 뭐.

난정 : 고마워, 매향아.



s#23. 동 자운아 안채 마당


심퉁, 모린이를 보며 말한다.


심퉁 : 나이가 몇이여?

모린 : (겁이 나는 듯)...

심퉁 : (손짓하며) 증말 말 못혀?

모린 : (끄덕이는)...


아랫방안에서 난정과 옥매향이 나온다.

모린, 눈을 반짝이며 난정쪽으로 다가온다.


난정 : 모린아, 당분간 매향아씨가 널 돌봐 주실거야.

모린 : (놀라 고개를 젓는다)..

난정 : 당분간 여기서 지내면 나중에 널 데려갈게. 알았니?

옥매향 : 기래, 아딕은 난뎡이가 몸둉 부릴 형편이 안되서 기래.

모린 : (어쩔수 없다는 듯 끄덕끄덕)...

난정 : 심퉁아, 잘 부탁할게.

심퉁 : 야, 아무 걱정 마세유!

난정 : (매향에게) 그럼 나중에 보자.

옥매향 : 기래. 또 보자우.

난정 : (중문쪽으로 나간다)

모린 : (난정의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보는데)

옥매향 : 내레 난뎡이하고 둘도 없는 동무니끼니 난뎡이 보듯 하라우. 알간?

모린 : ...

옥매향 : 심퉁아, 이 에미나이래 목욕시키고 새옷으로 갈아입히라우.

심퉁 : 야, 아씨. (모린에게) 따라와. (부엌쪽으로 간다)

옥매향 : (안방쪽으로 가면)

모린 : (옥매향의 뒷모습을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쏘아본다)

심퉁 : (부엌앞에서 돌아보며) 빨리 오지 않고 뭐혀?

모린 : (풀이 죽어 심퉁쪽으로 걸어간다)



s#24. 갖바치 집 마당


당골네, 방백인을 보고 말한다.


당골네 : 모린이 처녀한테 액이 씌였다면 내가 살풀이 굿이라도 해서 풀어볼까요?

방백인 : 시끄러 여편네야!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도 몰라?

당골네 : 선무당이라니?! 내 이래뵈도 장군신을 몸주로 모셨던 몸이요.

방백인 : 시끄러 여편네야!..(갸웃하며) 허어, 참. 당추 형님께서 어찌 그 처자의 살기를 꿰뚫어보시지 못하셨을꼬?

            (방쪽을 휙-돌아본다)



s#25.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 당추를 보며 말한다.


갖바치 : 허면 형님께선 일부러 모린이를 난정이 곁에 두시려는겝니까?

당추 : (끄덕이며) 난정이는 지금 주변의 누구도 믿지 않는다네. 심지어는 부처님까지도 말일세.

갖바치 : (한숨) 난정이 가슴속에 가득차 있는 야심이 난정이의 눈을 흐리게 만든게지요.

당추 : 모린이처럼 온몸에 가시가 돋힌 아이를 곁에 둔다면 난정이가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경계로 삼지 않겠는가?

갖바치 : 형님, 만에 하나 두사람 다 상처를 입으면 어찌하시렵니까?

당추 : 진인사대천명이라 했으니 부처님뜻에 맡겨야지..나무관세음보살.

갖바치 : ...



s#25. 대궐 후원 일각


금원군(*희빈소생)과 덕흥군(*창빈소생), 걸어오고 있다.

금원군, 유독 표정이 굳어있다.


덕흥군 : (조심스럽게) 금원군 형님, 안색이 불편해 보이시옵니다.

금원군 : (멈춰서며) 이보게 덕흥군아우, 난 이번 왕세자 책봉 때문에 형제들간에 우애가 상할까 심히 우려가 되네.

덕흥군 : 주상전하의 한 핏줄을 이어받은 형제간에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금원군 : 모르는 말일세. 선대조의 일을 살펴보아도 왕자들간의 골육상쟁은 왕실과 조정은 물론이고

            온 나라안을 피로 물들이는 법일세.

덕흥군 : 허면 금원군형님은 이번 주상전하께오서 왕재를 살피시는 시험에 참례치 않으실겝니까?

금원군 : 아우님이라면 그러시겠는가?

덕흥군 : ...


복성군, 걸어오다가 금원군과 덕흥군을 본다.


복성군 : (다가오며) 금원군, 덕흥군 예서 무엇을 하고 있는게냐?

금원,덕흥군 : (조아리며) 복성군 형님!

복성군 : 왕세자책봉에 대해 둘이 야합이라도 하고 있었더냐?

금원군 : 야합이라니요?! 형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복성군 : 너희들이 아무리 왕세자 자리를 노려본들 무슨 소용이겠느냐? 이미 아바마마의 어의가 내게로 기울었음이야!

금원군 : (불쾌하다는 듯 보는) 어의가 기울다니요?

복성군 : 참으로 아둔하구나! 전하께오서 적서를 구별치 않으시겠다는 천명하신 것은

            장자인 나를 염두에 두시고 하신 말씀이란걸 아직 몰랐단 말이더냐?

덕흥군 : (금원군에게) 금원군 형님, 가시지요.

금원군 : 그럽시다. (돌아서 가려는데)

복성군 : 이런 무엄한 놈들! 형님 말씀이 아직 끝나지 않았거늘 등을 보이다니?!

금원군 : (휙-돌아보며) 왜요? 형님께서 원자의 뺨을 치시듯이 우리의 뺨도 치시렵니까?

복성군 : 뭬야? 금원군 네 지금..?!

덕흥군 : 형님은 정명(正名)의 뜻을 잊으셨사옵니까? 형님이 형님답지 못하온데 어찌 아우들의 공경을 받으려 하시옵니까?!

복성군 : 더,덕흥군, 너까지?!

금원군 : 형님께서 장차 대통을 이으시면 형제들의 뺨을 치시는 대신 귀양을 보내거나 사약을 내리시겠지요! 아니그렇사옵니까?

복성군 : (울그락불그락)..네,네 이 놈들! 그 입 닥치거라!

금원군 : 우리는 중전마마의 부름을 받잡고 교태전에 드는 길이니 이만 가보겠소이다!


금원군과 덕흥군, 등을 돌리고 가버린다.


복성군 : (E) (금원, 덕흥군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분을 참지 못하고) 두고봐라! 내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것이야!


복성군, 반대편쪽으로 휙-돌아서서 어디론가 간다.



s#26. 대궐 또 다른 일각


복성군, 울그락불그락하여 걸어오다가 문득 멈춰선다.


복성군 : 중전마마께서 무슨 뜻으로 금원군과 덕흥군만을 교태전에 부르셨는가?! (생각에 잠기는데)

금이 : (급하게 뛰어오며) 복성군마마!

복성군 : (휙-금이를 쏘아보며) 무슨 일이냐?

금이 : (움찔하며)..중전마마께오서 급히 찾아계시옵니다.

복성군 : (인상이 펴지며) 뭐라, 어마마마께오서?

금이 : 예.

복성군 : 오냐, 알았느니! (인상이 펴지며 급하게 어디론가 뛰어간다)

금이 : (복성군 뒷모습을 보며 갸웃) 어마마마?!



s#27. 중궁전 마당


복성군, 숨을 헐떡이며 합문 안으로 뛰어들어와 급하게 계단을 올라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28. 동 중궁전 복도


복성군, 급하게 방문쪽으로 다가온다.


복성군 : (엄상궁에게) 어서 고하여라.

엄상궁 : 드시기 전에 의관을 정제하시어 예를 갖추시지요.

복성군 : (흐뜨러진 옷매무새를 바로 잡는다)

엄상궁 : 중전마마, 복성군 들었사옵니다.

윤비(E) : (방안에서) 들라해라.

엄상궁 : 예, (복성군에게) 드시지요.

복성군 : (방문쪽으로 들어간다)



s#29. 동 중궁전 방 안


복성군, 방안으로 들어서다가 흠짓 놀라 멈춰선다.

윤비 앞에 각기 다과소반을 앞에 놓은 원자와 금원군과 봉성군, 영양군과 덕흥군, 해안군과 덕양군이 앉아있다가

복성군을 돌아본다.


복성군 : (윤비에게 조아리며) 어마마마, 소자 기별을 늦게 받은 연후로 늦었사옵니다. 용서하시옵소서.

윤비 : 괜찮소, 앉으시구려.

복성군 : 예, 어마마마.


복성군, 금원군과 덕흥군을 힐끔 노려보고는 원자 옆자리에 마련된 다과소반 앞에 앉는다.



s#3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금이를 보며 말한다.


경빈 : 뭬야, 중전께서 복성군을 불러들이셨다?

금이 : 예, 마마. 하온데 복성군마마뿐만 아니오라 원자아기씨를 비롯한 여덟분 왕자분 모두를 교태전에 부르셨다 하옵니다.

경빈 : (흠짓) 왕자들을 모두 다 말이냐?

금이 : 예,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경빈 : 어찌 중전께오서 왕자들을...어찌..?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31.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자애로운 미소로 왕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복성군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윤비를 보고, 원자를 비롯한 다른 왕자들 역시 눈을 빛내고 앉아 있다.


윤비 : 내 왕자분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어느분께서 전하의 대통을 이으신다 하시어도 손색이 없으실 만큼

         모두 출중한 왕재와 총기를 지니신 듯 합니다. 과연 전하의 핏줄을 받으신 아드님들 다우십니다. (눈물을 글썽인다)

원자 : (걱정스럽게) 어마마마, 어찌 눈물을 보이시옵니까?

윤비 : ..내 여러 왕자분들을 이렇듯 한자리에서 뵈니 감동이 지극하여 이 어미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구려.

왕자들 :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윤비 : 내 오늘 여러분들을 청한 뜻은 다짐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왕자들 : ('다짐')...?

윤비 : 조만간 주상전하께오서 여기 앉아 계신 여덟분 중 한 분을 왕세자로 낙점 하실겝니다.

         여기 계신 분들께선 어느 왕자가 왕세자로 낙점을 받으시던 전하의 어의에 승복하시겠습니까?

왕자들 : 예, 승복하겠사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그래야지요! 전하의 어의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아버지의 뜻에 거스르는 불효인 동시에

         군주의 뜻에 반하는 반역대죄를 짓는 것이니 마땅히 따라주시리라 믿습니다.

왕자들 : ...

윤비 : 또한 왕세자로 책봉될 왕자에게 형제로서의 우애뿐 아니라 군신간의 충성을 다 하실 것을 맹세할 수 있겠습니까?

왕자들 : 맹세하겠사옵니다!

윤비 : 고맙습니다, 이렇듯 여러분의 다짐을 받으니 내 마음이 든든합니다. 다과들 드세요.

복성군 : 어마마마.

윤비 : 말씀하세요, 복성군.

복성군 : 소자는 이번 왕세자 책봉에 원자와 소자 두사람 이외에는 왕세자로 낙점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옵니다!

윤비 : 뭐라?

금원,덕흥 : (일그러지는)...!

그외왕자들 : (일제히 복성군을 보는)..

윤비 : 복성군, 그 무슨 말이요?! 다른 왕자들은 왕세자 자격이 없다니?

복성군 : 소자를 제외한 다른 왕자들은 일전에 중전마마 앞에서 원자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음을 소자 똑똑히 기억하옵니다.

            어마마마께오서는 물론이옵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왕자들도 잊지 않았으리라 믿사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그랬지요. 헌데요?

복성군 : 이미 원자에게 신하로써 고개를 숙이고 충성을 맹세했던 자들이 어찌 군주의 자리에 오를수가 있겠사옵니까?

윤비 : ...!

복성군 : 만에 하나 금원군이나 덕흥군이 왕세자에 책봉이 된다면 자신들이 고개를 숙였던 원자를

            가만 놔둘 리가 없을 것은 자명한 일이옵니다.

금원군 : (복성군을 노려보면) 형님! 그 무슨 망발이십니까?

덕흥군 : (복성군을 노려보는)...

윤비 : 복성군, 그 당시 왕자들이 원자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은 중궁전의 명을 받아 행하여 진 일이고

         명분 또한 어긋남이 없는 일이었느니. 명분을 가지고 행해진 일에 어찌 잘잘못을 따질수 있겠는가?

복성군 : 어마마마! 소자는 원자의 안위가 걱정되어 충정으로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 복성군, 만약 허물이 있었다면 충성을 맹세한 왕자들이 아니라 충성맹세를 시킨 내게 있었던 것이니라.

         지금 복성군은 내 잘못을 들춰내어 죄를 묻겠다는 것인가?!

복성군 : 마마, 대통을 이을 왕세자를 뽑는 일이옵니다. 어찌 사사로운 원한이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

            하오나 소자는 장차 티끌만한 화근의 싹도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어마마마께오서 이러한 사정을 주상전하께 고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 (보다가) 복성군.

복성군 : 예, 마마.

윤비 : 만약 복성군이 그때 원자에게 충성 맹세를 했었다면 복성군이 왕세자에 책봉되어 장차 보위에 오른다면

         원자와 형제들에게 사약이라도 내리겠다는 말씀이신가?

복성군 : (E) (결연한) 중전마마, 군주는 지존이옵니다. 종사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라도 천번 만번 그리 할것이옵니다!

윤비 : 복성군! 내 묻고 있지 않는가?

복성군 : (말문이 막혀) 예에?..소,소자가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윤비 : 암, 그럴리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아니될 것이야! 나는 복성군이 보위에 오른뒤에

         형제에게 목숨을 위협하는 짓거리를 하지 않을 것이라 믿소! 또한,

복성군 : ...

윤비 : 다른 왕자들 역시 복성군과 마찬가지로 그리 할것이라고 믿소! (왕자들을 보며) 내 그대들을 믿어도 좋겠는가?

왕자들 : (조아리며) 믿으시옵소서!

복성군 : ...!

윤비 : (복성군을 보는) 복성군은 보위에 오른다면 태종대왕의 본을 받고 싶다고 했지?

복성군 : 예, 소자 그 마음에 한치의 변함도 없을 것이옵니다.

윤비 : 태종대왕께오서 손에 형제분들의 피를 묻히셨을 때 얼마나 괴로우셨을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복성군 : 예에?

윤비 : 나는 복성군이 태조대왕께오서 골육상쟁을 통해 보위에 오르신 일 보다는

         그 분께오서 보위에 오르신 연후에 쌓으셨던 위업을 본받기를 바랄뿐이야.

복성군 : (참담해 지는)...



s#32. 남소문 객주 마당


송서방과 달래가 물목 맞춤을 하고 있는데 백치수,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송서방 : 도주 어르신, 나오셨습니까요?

백치수 : (아랫방쪽을 보며) 능금이는 아직도인가?

송서방 : 예, 어르신..식음을 폐하고 방문밖 출입을 않고 있습지요.

백치수 : (아랫방 안으로 다가가며) 험험! 내 들어가마. (방안으로 들어간다)



s#33. 동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


능금, 멍한 상태로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앉아있다.


백치수 : (방문 열고 들어오며) 능금아, 네 정녕 굶어죽을 작정이더냐?

능금 : ...

백치수 : 능금아, 네 심정은 잘 안다. 허나 이런다고 길상이가 돌아오진 않는다. 네 어찌 그걸 모르느냐?

능금 : ...

백치수 : 한 사내에 얽매여 꽃봉오리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인생을 망칠셈이더냐? 이제 그만 일어나거라!

            (능금의 어깨에 손을 얹는데)

능금 : (버럭) 망치든 말든 날 좀 가만 내버려 두란말이오!!

백치수 : 이런 못난 것같으니! 이럴 바엔 차라리 네 손으로 목을 매거라! 월희년처럼 말이야!

능금 : (움찔하여 보는) 워, 월희?!

백치수 : ...



s#34. 백치수 사랑채 마당


난정, 곽서방의 인도를 받으며 방쪽으로 걸어온다.


곽서방 : (방쪽에다 대고) 어르신, 승후관댁 안으서께서 뵙자십니다.

장씨 : (방안에서) 드시라 하게!

곽서방 : 예, (난정에게) 드시지요.


난정, 마루위로 올라서서 방안으로 들어간다.



s#35. 동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난정,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장씨, 산수화(*예전것과는 다른 그림)를 그리던 붓놀림을 멈춘다.


장씨 : 어서 오시지요. 중전마마께 박대를 당한 이사람에게 아직도 볼일이 남으셨소이까?

난정 : 장대인을 호통치신 것은 중전마마의 본뜻이 아니셨을테니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하오.

장씨 : 본뜻이 아니셨다? 하하, 나보고 그 말씀을 믿으란게요?

난정 : 믿고 안믿고는 장대인의 마음이지만 이 사람은 분명 그리 생각하오.

장씨 : 헌데 어인 연유로 다시 발걸음을 하시었소?

난정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리다. 내 장대인과 거래를 하고 싶소.

장씨 : 거래? 거래라? 이사람과 무슨 거래를 하고 싶으신게요?

난정 : 조선왕실과 조정에서는 이번에 경빈마마의 소생이신 복성군마마를 왕세자로 책봉하게 될 것이오.

장씨 : (힐끔 보며) 복성군을요?

난정 : (결연한) 그렇소이다. 틀림없이 그리 될 것이오!

장씨 : 그래서요?

난정 : 조선에서 대국에 복성군을 왕세자로 승인해달라는 주청사를 보내면

         장대인께서는 대국 조정에서 복성군을 승인하지 못하도록 힘을 써주시오.

장씨 : ...

난정 : 또 하나 경빈마마께서 써주었다던 서찰을 이사람에게 넘겨주시오.

장씨 : 허면 내게는 무엇을 주시겠소?

난정 : 그리만 해주시면 조선 인삼의 독점권은 장대인 수중에 떨어질 것이오. 어떻소, 나와 거래를 하겠소?

장씨 : 그것이 중전마마의 뜻이오이까?

난정 : (흠짓)....!

장씨 : (난정을 뚫어지게 보며) 중전마마의 뜻이 계셨냐고 묻지 않소?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이사람의 충정을 알아주시어 결국엔 이사람의 뜻에 따라주실것이라 믿소!

         허니, 나와 거래를 할것인지 말것인지 가부만 정하시오!

장씨 : (보다가) 이사람은 거절하겠소이다.

난정 : (당황하여) 뭐, 뭐라? 지금 거절이라 했소?

장씨 : 무얼 그리 놀라시오이까? 장사꾼이란 거래할 상대의 밑천이 바닥나면 거래를 트지 않는 것이 당연지사이지요.

         내 어찌 일개 승후관댁 작은 안으서의 약조만 믿고 수십만냥이 오가는 거래를 할 수가 있겠소이까?!

난정 : (이를 물고 보는) 이사람을 믿지 못하시겠다는 말이오?

장씨 : 이사람은 중전마마를 뵈옵고 참으로 반듯하신 위엄을 갖추신 분이라 생각 했소.

         중전마마께오서 이사람과 거래를 하지 않으시겠다고 말씀하셨다면 중전마마께오선 앞으로 이사람과는

         마주 앉지 않으실 것이라 생각하오.

난정 : ...!

장씨 : 헌데도 승후관 안으서께서는 어찌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중전마마의 뜻을 거스르려고 하시는게요?

난정 : 호가호위라니요?!

장씨 : 말이 과했다면 용서하시오.

난정 : (쏘아보다가 벌떡 일어서며) 거래가 무산됐으니 내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아있을 까닭이 없겠구려!

         나중에 후회하지 마시오! (방밖으로 나가려는데)

장씨 : 내 술 벗으로 충언 한마디만 더 하리다. 조급하게 윗분의 뜻을 꺽으려 들지 마시오!

         괜한 오해를 불러 하루 아침에 내침을 당할 수도 있으니 말이오!

난정 : (장씨를 쏘아보다가 휙- 나가버린다)

장씨 : (뭔가를 생각하는)...



s#36. 동 백치수 사랑채 마당


난정, 방에서 나와 대문쪽으로 가려다가 멈춰서서 방쪽을 휙-노려본다.


난정 : ...!


난정, 대문쪽으로 휙-가버린다.



s#37. 정윤겸 사랑채 대문 앞


박서방과 황서방이 윤임과 김안로의 사인교 앞에 서있다.


윤임 : (E) 대감 어찌 이러실수가 있단 말이오이까?!



s#38.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앞에 윤임과 김안로가 앉아있다.


윤임 : 장차 세자저하의 보위를 맡으실 대감의 자제분께오서

         복성군을 왕세자 책봉을 주청드리는 연명상소에 이름을 올리셨소이다!

정윤겸 : 이사람의 자식은 아직 초시에도 입격치 못했는데 어찌 전하께 상소를 올릴 수 있겠소이까?!

            대감들께서 잘못 아신 일이실테지요!

김안로 : (소매에서 상소한장을 꺼내 정윤겸에게 건넨다) 이것이 명문 대갓댁 자제 분들께서 연명한 상소이옵니다.


정윤겸, 상소를 보면 상소끝자락에 이름들이 줄줄이 새겨져 있다.


정윤겸 : (충격)..아,아니..렴이 이놈이!

윤임 : 이제야 믿으시겠소이까?! 자제분께서 서명한 차례를 보아서는 이번 일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으신 듯 하옵니다.

김안로 : 자제분께서 연명을 주도하셨든 아니면 누군가의 감언이설에 빠지셨든

            때가 때인 만큼 대감께서 자제분 단속을 철처히 하셔야 할것입니다.

정윤겸 : (울그락 불그락하여) 음!! (버럭) 배서방, 배서방- 당장 렴이를 불러들이게!



s#39. 어느 대갓댁 집 대문 앞 (박희량 집)


박희량, 대문 밖으로 나오는데 정렴, 허겁지겁 박희량 쪽으로 뛰듯이 달려와 멈춰선다.


정렴 : 이보게 희량이! 희량이! 크, 큰일났네!

박희량 : 큰 일이라니?

정렴 : 내 지난번 자네가 가져왔던 상소에 연명을 하지 않았나?

박희량 : 헌데?

정렴 : 그게 아버지한테 들통이 났다 이 말일세. 뭐라 발명할지 말 좀 해주시게.

박희량 : 허어, 이사람. 사내 대장부가 소신껏 뜻을 밝히고 연명을 해놓고 발명할 일이 무에 있나?

            어르신께 자네 뜻을 분명히 밝히면 그만이지!

정렴 : 하지만 내 상소문 글월조차 읽어보지 못했는데...

박희량 : 내 지금은 급히 가볼데가 있으니 나중에 말씀하시게나. (휘적휘적 간다)

정렴 : (뒤 쫓다가) 이,이보게 희량이..(멈춰서며 낭패한)..허, 이거 참...



s#40. 어느 길


박희량, 걸어오다가 멈춰서서 오던 길을 돌아본다.


박희량 : ..쓸개 빠진 놈 같으니...(다시 가던길을 간다)



s#41.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홍경주, 다소곳하게 앉은 금원군을 본다.


홍경주 : 복성군께서 태종대왕같으신 군주가 되시겠다는 포부를 밝히셨단 말씀이십니까?

금원군 : 예, 외조부님.

홍경주 : 허어, 이복 형제분이 많으신 터에 하필이면 태종대왕의 본을 받으시겠다니..

            어찌 들으면 가시가 돋힌 말씀같기도 합니다.

희빈 : 금원군께서는 장차 보위에 오르시면 어느분의 본을 받으시겠습니까?

금원군 : 소자는 선비와 백성을 아끼셨던 세종대왕 같으신 성군이 되고 싶사옵니다.

홍경주 : 암요, 금원군께서는 사초에 길이 빛날 동방의 요순이 되실겝니다.

희빈 : 참으로 장하십니다, 금원군. 꼭 보위에 올라 이날 이때껏 기한번 펴보지 못하고 움크리고 살아온

         이 어미의 원을 풀어주세요.

금원군 : 예, 어마마마.



s#42. 대궐 후원 연못 일각


창빈, 덕흥군과 함께 거닐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상궁나인들.


창빈 : (덕흥군의 얼굴을 살피며) 덕흥군, 중궁전에 들었다 나오신 후로 어찌 안색이 편치가 못한 듯 보이십니다.

덕흥군 : 어마마마, 소자, 이번 왕세자를 가리는 시험에 참례하고 싶지 않사옵니다.

창빈 : 덕흥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덕흥군 : 이번 일로 형제들 사이는 물론이옵고..어마마마께오서도 중전마마나 다른 후궁마마들과

            반목의 골이 깊이 패이실까 걱정이옵니다.

창빈 : 덕흥군께서 주상전하의 심중에 드시어 왕세자 낙점을 받게 되신다면 덕흥군과 영양군은 물론이고

         이 어미도 태평하게 될겝니다. 허니 그런 말씀마세요.

덕흥군 : ...



s#4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복성군을 대견한 듯 바라본다.


경빈 : 복성군, 중전마마와 다른 왕자들 앞에서 태종대왕의 본을 받으시겠다는 소신을 떳떳히 밝히셨다지요?

복성군 : 예, 어마마마.

경빈 : 참으로 잘 하시었습니다! 왕실과 조정에서는 세종대왕과 성종대왕을 동방의 요순이시라 칭송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분들께오서 성군으로 칭송되시는 것은 그 앞에서 왕조의 기틀을 세우신 태종대왕 같으신 분이나

         왕실의 위엄을 공고히 하신 세조대왕 같으신 분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복성군 : 소자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경빈 : 모름지기 군주는 강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왕실은 물론이고 조정의 신료들이 군주의 권위를 넘보지 못하는겝니다.

복성군 :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선 소자가 태종대왕을 흠모하는 것에 우려를 보이셨사옵니다.

경빈 : 복성군, 중궁전에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중요한 것은 주상전하의 어의이십니다.

         전하께오선 보위에 오르신 이후 지금까지 강건한 군주는 되시지 못하셨습니다.

         허니 내심 장차 대통을 이으실 왕세자에게는 강한 군주의 모습을 보시길 원하실겝니다.

복성군 : 어마마마, 정말 그럴까요?

경빈 : 이 어미는 그리 생각합니다. 허니 복성군께서는 주상전하 앞에서도 당당히 소신을 밝히도록 하세요.

복성군 : 예, 소자 반드시 주상전하의 어의에 부합하여 왕세자가 될 것이옵니다!

경빈 : (복성군의 손을 맞쥐며) 예, 어미는 복성군을 믿습니다.



s#44. 중궁전 방 안


윤비, 편지를 봉투에 넣는다.


윤비 : (방밖을 보며) 엄상궁, 들게.

엄상궁 : (E) (방밖에서) 예.

엄상궁 : (방문 열리면 들어와 서며)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편지를 내밀며) 이 서찰을 사가 둘째 오라버니께 전하게.

엄상궁 : (조아리며 편지를 두손으로 받아들고)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방밖으로 나 간다)



s#45.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길상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윤원형과 길상, 조촐한 술소반을 놓고 마주 앉았다.


윤원형 : 더위에 목이 컬컬할테니 쭉 들이키게나.

길상 : (잔을 든채) 나으리, 이놈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시옵니까?

윤원형 : 할 말은 무슨? 처남 매부지간에 술이라도 한잔 나누자는게지. 자 드세나.


윤원형, 술을 마시고 길상을 보면 아직도 술잔을 든채다.


길상 : (잔을 든채)..말씀하시옵소서.

윤원형 : 사람 고집두..내 실은 자네 누이 일로 보자고 했네.

길상 : ...!

윤원형 : 작은사람이 이 집 안채로 들어오겠다고 살림살이까지 들여놓은 일은 자네도 알것이야.

            허나 남의 눈도 있고..또 이 집 사정도 있으니 그리하지는 못 할걸세.

길상 : ...

윤원형 : (길상을 슬쩍 보며) 내 생각엔 자네 누이가 가까운 곳에 와가나 한 채 마련했으면 좋으련만

            내 말은 도통 씨알도 먹히지 않으니 어쩌겠나...?

길상 : ...

윤원형 : 허니 자네가 누이한테 잘 좀 말해주게나.

길상 : ...예, 그러지요. (술잔을 한입에 털어 넣는다)

윤원형 : 고맙네 처남. 헌데 자넨 언제까지 댕기머리로 다닐셈인가?

길상 : 이놈, 가슴속에 묻어둔 정인을 다시 만날때까지는 상투를 틀지 않을것이옵니다.

윤원형 : 허어, 내 평생 사내가 절개를 지킨다는 말은 지나던 개가 웃을 소리로만 알았는데 이거 눈 앞에 앉아 계셨구먼..허허..

길상 : (굳는)...

윤원형 : (보며) 그래, 무슨 사연이 있겠지..누군지는 몰라도 자네 정인은 복터진 처자일세.

길상 : ...

임서방 : (E) (방밖에서) 나으리, 궐에서 기별이 왔사옵니다.

윤원형 : (방밖 보며) 궐에서? 들어오게나.

길상 : 허면 이놈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윤원형 : 그리하게나.


길상, 일어서면 임서방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길상, 방밖으로 나간다.


임서방 : (서찰을 내밀며) 중궁전 마마님께오서 서찰을 가져 오셨습니다요.

윤원형 : (서찰을 받으며) 서찰?!



s#46. 윤원형 집 대문 앞


길상, 계단을 내려와 어디론가 간다.

반대편에서 김씨,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오다가 길상의 뒷모습을 본다.


김씨 : 배천댁. 저 총각이 누군데 집에서 나오는가?

배천댁 : 나으리를 호위하는 총각이 있다고 들었사온데 그 자인 듯 싶사옵니다.

김씨 : 호위?

배천댁 : 예, 아씨.

김씨 : (길상의 모습을 갸웃하며 보다가 계단을 올라간다)



s#47. 어느 의원집 대문 앞


대문 앞에 난정의 가마가 놓여져 있다.

난정, 당의차림으로 의원집 대문안쪽에서 밖으로 나온다.


난정 : (가마에 오르며) 대궐로 길을 잡게.

교꾼들 : 예!


교꾼들, 난정이 탄 가마를 메고 어디론가 간다.



s#48. 동 가마 안


난정, 품에서 약봉지를 꺼내 의미심장하게 본다.


난정 : ...



s#49.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읽던 서찰을 내려놓으며 긴 한숨을 내쉰다.


윤원형 : ..중전마마께오서 누구를 왕세자로 밀어주실지 용단을 내리셨구먼.. 용단을 내리셨어..



s#50. 중궁전 마당


난정, 결연한 표정으로 중궁전 계단을 오른다.


엄상궁 : (E) 중전마마,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 들었사옵니다.

윤비 : (E) 들라해라.



s#51.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앞에 앉아있는데 난정, 결연한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윤비 앞에 절을 올리고 앉는다.


윤비 : 난정아, 네 어찌 기별도 없이 중궁전에 든것이더냐?

난정 : 중전마마, 소첩 중전마마께 목숨을 맡길 각오로 진언을 드리고자 들었사옵니다.

윤비 : (가볍게) 난정아, 네가 목숨을 건 진언이라도 할 참이더냐?

난정 : (진지한) 예!

윤비 : (흠짓) 뭐라?..


난정, 품에서 약봉지를 꺼내 펼치면 하얀 약가루다.


윤비 : 그것이 무엇이더냐?

난정 : 비상이옵니다.

윤비 : 비상? 네 어찌 내 앞에서 비상을 펼치는 것이냐?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소첩의 진언을 들어주시지 않으시오면 소첩 이 자리에서 이 비상을 먹을 것이옵니다.

윤비 : 말해보거라.

난정 : 마마, 복성군을 왕세자로 밀어주시옵소서!

윤비 : (버럭) 난정아, 네 정녕 내 뜻을 꺽어볼 셈이더냐?!

난정 : (간절하다) 마마!

윤비 : (고개돌려 외면하며) 듣기 싫으니 물러가거라!

난정 : ...!


난정, 처참함과 살기가 뒤섞인 심정으로 앞에 놓인 약가루를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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