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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6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384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64











s#1. 중궁전 외경



s#2. 동 중궁전 방 안


난정, 앞에 비상약을 놓은채 간절한 눈빛으로 윤비를 바라본다.

윤비, 싸늘하게 난정을 외면하고 있다.


난정 : 중전마마, 정녕 소첩을 버리시려 하시옵니까?

윤비 : (외면한채) 내 물러가라 했다!

난정 : 마마, 소첩이 마마를 위해 견마지로 하겠다는 충정을 어찌 이리 몰라주시옵니까? (눈물 글썽)

         소첩이 참으로 이 비상을 삼켜야 마마께오서 소첩의 참뜻을 알아주실것이옵니까?

윤비 : ...

난정 : 마마, 원자아기씨께오서 왕세자에 오르시오면 중전마마께오서는 하루하루를 바늘방석에서 지내셔야 하심을

         왜 모르시옵니까?

윤비 : (냉랭하게 보며) 못난 것! 내 뜻조차 읽지 못하는 아둔한 충정을 무엇에 쓰랴?! 차라리 그 비상을 삼키거라!

난정 : (설움이 북받치는) 마마. 흐흑..

윤비 : 어서, 삼키라 했거늘!

난정 : (마음을 다잡으며) 예, 그리하옵지요. 소첩, 중전마마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버리겠나이다.

         (떨리는 손으로 약종이를 집어드는데)

윤비 : 허, 네 지금 나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고 했느냐?

난정 : (보는)..마마, 소첩의 충정을 믿지 못하시옵니까?

윤비 : 충정?! 충정이라니? 내눈에는 네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죽겠다고 생떼를 쓰는

         철없는 계집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구나. 헌데 충정이라?

난정 : ..!

윤비 : 네 정녕 목숨을 끊고 싶다면 네 발로 시구문 밖으로 나갈것이지 무엇하러 중궁전에 발걸음을 했단 말이냐?!

난정 : (방바닥에 조아리며) 마마, 야속하시옵니다..참으로 야속하시옵니다. 흐흑..

윤비 : 야속하다? 난정아, 너는 나와 내 복중의 태아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허나 네가 지금껏 나를 위해 한 일이 대체 무엇이더냐?

난정 : (눈물 범벅된 눈으로 보는)...소,소첩..방책을 낼때마다 마마께오서 소첩의 속내를 꿰뚫어 보시옵고

         소첩보다 한 걸음 더 앞서 계시니..

윤비 : 내 항상 너보다 한발 앞서 있다면 내 너처럼 천하고 덜 떨어진 계집을 곁에 두어 무엇에 쓰겠느냐?

난정 : (절규하듯) 마마!마마!마마!

윤비 : 이 방에서 나가거라.

난정 : 마마, 마마, 이번엔 소첩을 진언을 들어주시옵소서! 아니 들으셔야 하옵니다!

         소첩, 반드시 중전마마의 복중아기씨를 보위에 올려드릴 것이옵니다!

윤비 : (버럭) 복성군을 왕세자로 책봉시키는데 힘을 실어주라는 네 말을 들으라?

난정 : 예, 마마. 그 방도만이 장차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께오서 대통을 이어 받으실 수 있는 길이옵니다.

윤비 : 허나 네 말대로 했다가 복성군이 보위에 오르면 어찌하겠느냐?

         그리된다면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문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복성군은 참으로 독하고 무서운 놈이야.

난정 : 대국 조정에서는 복성군의 왕세자 책봉을 승인해 주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네 어찌 그리 확신을 하느냐? 일전에 중궁전에 들었던 장아무개라는 자와 밀약이라도 맺어 두었단 말이냐?

난정 : ..

윤비 : 정녕 그러한 것이냐?

난정 : 황공하오나 소첩의 청을 그자가 거절했사옵니다.

윤비 : 한낱 장사치의 마음조차 움직이지 못하는 너따위와 내 어찌 장차 후일을 도모 할 수 있을까?

난정 : (모욕감에 입술을 깨물며)..마마, 하오면 어찌 소첩과 승후관 나으리의 혼례를 윤허해 주신 것이옵니까?

윤비 : 내게는 네 총기가 필요함이야.

난정 : 하온데 어찌 소첩 말에는 귀를 기울여 주시지 않는것이옵니까?

윤비 : 난정아, 지금의 네 총기는 한순간에 쏟아지는 소낙비 같이 잠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붙잡아둘 수는 있지만

         비가 그치면 어느 순간 땅속으로 스며들고 마는 그런 빗줄기에 불과할뿐이다.

난정 : ...

윤비 : 그런 총기는 지아비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여염집 처첩간에 벌리는 뒷방 싸움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국본을 정하는 국가의 막중대사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음이 자명하다.

난정 : (곱씹는다)...

윤비 : 난정아, 넌 지금 흙탕물 속을 뒹굴고 있느니라.

난정 : 예에? 흙탕물이라니요?

윤비 : 경빈이나 희빈, 심지어 창빈까지도 왕세자 책봉이 눈앞에 닥치자 자기 아들로 대통을 잇게 하기위해

         흙탕물 속으로 뛰어든 것이야. 흙탕물 속을 뒹구는 자들은 서로의 모습을 보며 흙탕물의 더러움을 모르는 법이니라.

난정 : ...

윤비 : 나 역시 대군이 있었다면 그들과 똑같이 흙탕물 속을 뒹굴었을테지..

난정 : ...!

윤비 : 난정아, 내가 오라버니와 너의 혼례를 윤허해 준 것은 언젠가 나나 오라버니께서 흙탕물 속을 뒹굴 때

         나를 그 속에서 끄집어 내 줄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난정 : 마마, 소첩 이제야 마마의 깊은 뜻을 알 듯 싶사옵니다.

윤비 : (저으며) 아니야, 아직은 아닌 듯 싶구나..내 너에게 마음을 비우라고 했거늘

         네 지금 비상을 들고 중궁전에 들지 않았느냐? 네 가슴속의 야심 때문에 총기가 흐려져 있는게야.

         너 역시 곧은 바늘로 세월을 낚던 강태공이나 극성지패라는 넉자의 뜻을 잘 알고 있을게다.

         허나 흙탕물 속에선 그런 말 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게 되니

         마음이 화급하여 한치 앞도 내다 볼 수가 없게 되는게야!

난정 : 마마..흐흑..

윤비 : 오죽했으면 오라버니께오서도 너를 감당하기가 벅차다고 하셨을까?

난정 : (얼굴을 휙-들고 보는)...!

윤비 : 난정아, 네 소낙비같은 총명함이 소리 없이 흐르는 깊은 강물 같은 혜안으로 바뀔 때까지는

         내 당분간 너를 찾지 않을 것이다.

난정 : ...

윤비 : 명심하거라! 네 가슴속에 야심이 네 빼어난 총기를 흐리고 있다는 것을 네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너는 평생 흙탕물 속을 뒹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난정 : (방바닥에 조아려 통곡같은 울음을 토해낸다)..흐흐흑..마마!



s#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심정을 보며 웃고 있다.


경빈 : 호호호, 화천군대감, 군주는 하늘이 내신다는 옛말이 틀림없는가봅니다.

심정 : 예에?

경빈 : 복성군의 왕재가 왕자들중 군계일학으로 으뜸이시고, 조정에선 좌의정과 화천군께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고

         때마침 대국에서 건너온 거상까지 대국 조정과 연줄을 놓아준다고 했으니

         하늘이 우리 복성군을 왕세자로 점지해 주신게 아니고 뭐겠습니까?

심정 : 그러하옵니다, 마마. 거기다 정윤겸의 자식까지 복성군마마를 왕세자로 추대하는 상소에 연명을 했으니

         만사형통이 될겝니다.

경빈 : 이번 연명상소를 주도한 젊은 유생이 있다지요?

심정 : 예, 참의를 지낸 박규운의 둘째 자제이온데 지난번 조광조에게 사약을 내리란 상소를 주도한 자이옵니다.

경빈 : 화천군대감, 내 그 유생을 만나보고 싶구려.

심정 : 마마께오서 친견을 하시겠사옵니까?

경빈 : 예, 우리 복성군 주변엔 장차 조정을 이끌어 갈 젊은 인재가 많이 필요합니다. 연명상소를 주도할 수완이면

         복성군께서 보위에 오르셨을 때 큰 버팀목이 되어줄게 아닙니까?

심정 : 예, 조만간 신이 자리를 마련하겠사옵니다.

경빈 : 그래 주세요. (흡족한)...



s#4. 윤원형 집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원형 : (E) 임서방! 임서방!

임서방 : (급하게 방쪽으로 달려오며) 예, 나으리.



s#5.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과 윤원형, 관복차림으로 앉아있다.


임서방 : (방문 열고 들어와 조아리며) 찾아계시옵니까?

윤원형 : 아직 형님 행방을 찾지 못했는가?

임서방 : 예, 발걸음 하실만한 곳마다 하인들을 보냈사오니 곧 소식이 있을것이옵니다.

윤원형 : 허,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형님은 그새 또 어딜 가신겐지!

윤지임 : 원형아, 아니되겠다. 우리 두사람이라도 먼저 입궐토록 하자구나.

윤원형 : 예, 아버님. 그리하시는게 좋겠사옵니다.

윤지임 : 임서방, 어서 입궐채비를 하게.

임서방 : 예, 대감마님. (방밖으로 나간다)

윤지임 : (확인하듯) 원형아, 중전마마께오서 분명 원자아기씨를 왕세자로 낙점하신 게지?

윤원형 : 예, 아버님. 분명 중전마마께오서 보내주신 서찰에 그리 쓰여있었사옵니다.

윤지임 : 그래, 잘하신 일이야. 잘하신 일이고 말고!

윤원형 : 글세요..그거야 나중에 두고 봐야지요.

윤지임 : 뭐라? 나중에 두고 보다니?

윤원형 : 아, 아니옵니다. 소자, 입궐 전에 잠시 초당에 들러봐야겠사옵니다.

윤지임 : 오냐, 네 당분간은 며늘애 심기를 잘 다독거려주어야 하느니라.

            며늘애가 그 닐니리야 계집 때문에 얼마나 상심이 컸겠느냐?

윤원형 : 예, 아버님..(방밖으로 나간다)



s#6. 동 윤원형 초당 마당


윤원형, 걸어와 방문 앞에 선다.


윤원형 : (방쪽에다 대고) 부인, 나요.

배천댁 : (탄실이와 함께 방문 열고 나와 조아리며) 어서 드시지요.

윤원형 : 오냐. (대청위에 올라 방안으로 들어간다)



s#7.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보료위에 앉으면 김씨가 맞은편에 앉는다.


김씨 : 서방님, 아버님과 함께 입궐하신다지요?

윤원형 : 그래요, 내 이번엔 아버님을 뫼시고 중궁전이 아니라 편전으로 들것이오.

김씨 : 예에? 하오면 주상전하를 알현하신다는 말씀이옵니까?

윤원형 : 암요. 전하께오서 이번에 왕세자 책봉에 대한 어의를 정하시는데 우리 삼부자도 신하된 도리로 주청을 드리기로 했소.

김씨 : 하오면 어느분을...?

윤원형 : 어느 분이라니요? 당연히 적통대군이신 원자아기씨지요! 처숙어른과 판부사대감께오서

            원자아기씨를 왕세자로 추대하시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계시는데 우리도 힘을 보태야지요.

김씨 : (끄덕이며) 예..

윤원형 : 헌데 부인께선 어딜 출타하시었던게요?

김씨 : 소첩, 작은집을 찾아갔었사옵니다.

윤원형 : 자,작은집이라면 난정이를 말이요?

김씨 : 예, 작은사람은 보지 못하고 그 어미를 만나보았습니다.

윤원형 : 자,장모를요?

김씨 : (굳는) 장모라니요?

윤원형 : 아,아니오! 내 주상전하를 뵈올 생각에 말이 헛나왔소이다. 그래 난정어미와는 무슨 말씀을 나누시었소?

김씨 : 작은집과는 달리 품행도 바르고 음전한 아낙인 듯 싶었사옵니다.

윤원형 : 예, 모녀지간에 성정이 달라도 많이 다르지요.

김씨 : 하온데 서방님, 작은집이 정도총관의 서출이란 말씀을 어찌 안하셨사옵니까?

윤원형 : 허어, 부인. 첩실의 가문을 새삼스럽게 따져 무엇하겠소?

김씨 : 혹여 서방님께오서 작은집을 맞이하면서 도총관 대감께 인사라도 들이셨사옵니까?

윤원형 : 아,아니 그럴리가요!

김씨 : 소첩이 듣기론 전하께오서 도총관대감을 총애하신다고 들었사옵니다. 아무리 서출이라고는 하나

         쟁쟁한 대갓댁의 딸을 맞이하셨으니 인사라도 드시는게 법도인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 부인, 난정이 일은 차차 생각해 보십시다.

임서방 : (E) 나으리, 입궐채비가 다 되었습니다요.

윤원형 : 오냐. (일어서며) 허면 부인 내 다녀오리다.

김씨 : (따라 일어서며) 모조록 주상전하 앞에서는 말씀을 아끼시옵소서.

윤원형 : 내 부인 말대로 하리다. (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 ...



s#8. 백치수 사랑채 마당


장씨, 연못가에서 곽서방과 대련중이다.

장씨, 태극권류의 부드러운 동작으로 곽서방의 직선적인 공격을 피하다가 허점을 노려 연타한다.

곽서방, 장씨앞에 무릎을 꿇는다.


곽서방 : (고개 절레 절레 흔들며) 어르신께는 아니되겠습니다.

장씨 : 힘만 믿고 함부로 공격해 들어오니 허점투성이일 수밖에.

백치수 : (굳은 얼굴로 사랑채쪽으로 오다가 장씨와 곽서방을 본다)...

장씨 : (백치수를 보며) 백도주, 어찌 안색이 그리 굳으시었소?

백치수 : ...

장씨 : 그 못난이는 아직도 객주 방안에 틀어박혀 있소?

백치수 : (끄덕이며)..평생을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사내를 파내는게 그리 쉬운 일이겠나?

장씨 : 그 정도도 딛고 일어서지 못한다면 장에서 좌판이나 벌릴 팔자지요.

백치수 : 능금인 극복해 낼걸세. 난 그 애를 믿네.

장씨 : (미소) 그럴까요..?



s#9.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


능금, 뭔가를 골똘하게 되씹고 있는 얼굴위로 들려오는.


백치수 : (E) 이런 못난 것 같으니! 이럴바엔 차라리 네 손으로 목을 매거라! 월희년처럼 말이야!



s#10. 동 아랫방 안 (능금의 회상, 63회 s#34 연결)


능금, 백치수를 놀란 눈으로 본다.


능금 : 워, 월희요?

백치수 : 그 애가 어인 연유로 목을 맸는지 아느냐?!

능금 : (동그랗게 뜨고 보는)...

백치수 : 과거보러 온 선비와 눈이 맞아 에비고 객주고 모두 내팽겨둔채 선비와 야반도주를 했다.

            석달동안 방방곡곡을 헤맨 끝에 두사람을 잡았다.

능금 : ...

백치수 : 월희는 선비의 소실로라도 들어간다고 했지만 난 하나 밖에 없는 혈육에게 객주를 물려줄 욕심에

            두사람을 억지로 떼어놓았다.

능금 : ...

백치수 : 선비를 잊지 못하던 월희는 침식을 폐한채 방안에만 틀어박혀 석달을 앓다가 있다가 서까래에 목을 매었다...(글썽)..

능금 : ..그 선비는 어찌 되었소?

백치수 : 들리는 풍문으로는 촌고을 현감이 되어 조강지처를 거느리고 잘 살고 있다더라..

능금 : ...

백치수 : 네 지금의 모양새와 죽기전의 월희를 보는 듯 하구나. 너 역시 사내놈 때문에 목을 맬 작정이면

            객주 식구들 속썩히지 말고 속히 결단을 하거라! 알겠느냐?!

능금 : ...

백치수 : 못난년! (방밖으로 휙-나가버린다)



s#11. 동 객주 아랫방 안 (현실)


능금 : (뭔가 결연한 표정으로 옥가락지를 본다)...!



s#12. 백치수 사랑채 방 안


장씨와 백치수가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장씨 : 허면 백도주께서 능금이에게 월희의 사연을 거짓으로 말해줬단 말이오?

백치수 : (한숨) 어쩌겠나? 그 애마저 잃고 싶지 않은 것을..(차를 마신다)

장씨 : 능금이가 백도주 마음을 안다면 훨훨 털고 일어날테니 걱정마시오.

백치수 : 그랬으면 좋으련만...



s#13. 편전 외경



s#14. 동 편전 복도


윤임, 방문쪽으로 걸어와 선다.


윤임 : 고하여 주시오.

대전내관 : (E) 전하, 판부사 들었사옵니다.



s#15. 동 편전 방 안


중종, 상소문을 보고 있다가 반갑게 방문쪽을 본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오, 어서 뫼시어라.

대전내관 : (E) (방밖에서) 예.


윤임, 방안으로 들어와 중종 앞에 곡배를 올리고 앉는다.


윤임 : 전하, 신을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판부사, 참으로 오랜만이시구려. 어찌 이리 격조하시었소.

윤임 : 신, 하루에도 몇차례 편전에 들어 전하의 용안을 뵈옵고 싶은 마음이야 오죽 하겠사옵니까만은

         신은 원자아기씨의 외숙이 되는 외척이옵니다. 조정에서 왕세자 책봉이 거론되는 시기에 외척이 편전에 자주 들면

         구설에 오를수 있기에 자제하고 있었사옵니다.

중종 : 그래요, 과인도 판부사께서 과인과 원자를 생각해주시는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윤임 : 황공무지하옵니다.

중종 : (박승지 보고) 박승지, 과인이 판부사대감과 허심탄회하게 나눌 말이 있으니 잠시 자리를 비켜주게.

박승지 : (조아리며) 예, 전하!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윤임을 보는)...

윤임 : (긴장감에 중종을 보는)...

중종 : (무겁게 입을 떼는) 처남!

윤임 : (움찔하다가 조아리며) 예, 전하!

중종 : 과인이 이번 왕세자를 책봉하는데 왕자들의 적서를 구별치 않겠다고 천명한 일로

         처남께서 과인에게 많이 섭섭하시었을 줄로 아오.

윤임 :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신하된 자가 어찌 군주의 어의에 사사로운 감정을 가질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 처남께서 그리생각해주니 고맙구려..허나 과인은 이제껏 장경왕후와의 약조를 한번도 잊어본일이 없소.

윤임 : (보며) 약조라니요, 전하?!

중종 : (생각에 잠기는)...



s#16. 후레쉬 백(9회 s#24의)


중종, 병상에 누운 장경왕후를 내려다 본다.


장경왕후 : 신첩이 죽고 나면..우리 원자 강보에 쌓인 우리 원자가 어찌 될지 걱정이옵니다...

               원하옵건데 우리 원자를 풍상한설에서 잘 보호해 주시옵소서.

중종 : (손을 잡아주며) 내 약조하리다. 아비가 자식을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보겠소..

장경왕후 : (눈물이 주르르) 신첩 이제야 편히 눈을 감을수 있을 듯 하옵니다.. (스르르 잠에 빠진다)



s#17. 동 편전 (현실)


중종, 눈물을 글썽이며 현실로 돌아온다.


중종 : 과인은 원자가 아닌 다른 왕자가 과인의 대통을 이을것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소.

윤임 : (감격하여)..저, 전하..

중종 : 과인이 왕자들의 적서를 차별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은 아직은 조정에 든든한 세력이 없는 원자를

         왕세자로 책봉할 때 조정의 반발을 우려해서 였소. 허니 처남께서 과인의 뜻을 곡해하시지 말고

         원자를 위한 조정의 세력을 모으는데 앞장 서 주시구려.

윤임 : (눈물이 줄줄 흐른다)...전하, 신 전하와 원자아기씨께 충성을 다 할것이옵니다..

중종 : 그래요, 과인은 처남을 믿습니다.



s#18. 편전 앞 마당


윤원형, 윤지임을 부축하며 계단쪽으로 걸어온다.

윤지임, 계단을 오르다 심호흡을 하며 멈춰선다.


윤원형 : 아버님, 어찌 그러시옵니까? 존체가 불편하신겝니까?

윤지임 : 아,아니다...전하를 알현한다고 생각하니 오금이 저려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는구나?

윤원형 : 아버님, 마음을 편히 잡수시옵소서. 아버님께오선 전하의 장인 아니시옵니까? 허니 사위를 대하듯 편히 하시옵소서.

윤지임 : 오,오냐..들자구나..


윤원형과 윤지임, 계단을 올라 편전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대전내관 : (E) 전하, 파산부원군과 윤승후관 들었사옵니다.



s#19. 동 편전 방 안


중종 : (흠짓하여 방문쪽을 보다가) 파산부원군께서?..뫼시어라!

대전내관 : (E) (방밖에서) 예.

윤임 : ...!



s#20. 동 편전 복도


윤지임과 윤원형, 문앞에 서있는데.


대전내관 : 드시지요.

윤원형 : (윤지임을 부축하여 방안으로 들어간다)

김상궁 :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는)...!



s#21. 동 편전 방 안


윤지임과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와 중종앞에 곡배를 올린다.


윤지임,원형 : 전하, 옥체 강녕하시옵니까?

중종 : 예, 헌데 부원군과 승후관께서 어인 연유로 편전에까지 드셨습니까?

윤지임 : 예, 전하..신 전하께 주청드릴 일이 있어 들었사옵니다.

중종 : 주청이라니요? 말씀해 보세요.

윤지임 : ...예, 저...저...전하의 용안을 뵈오니...입이 떨어지지가 않사옵니다.

중종 : 허면 둘째 처남께서 말씀해보세요.

윤원형 : 예, 전하! 소신 부자는 이번 왕세자 책봉에 원자아기씨를 추대하는 주청을 드리고자 하옵니다!

중종 : (짐짓 노기) 허어, 과인은 왕자들의 적서를 불문에 붙이겠다고 천명했거늘 원자를 추대하는 주청이라니요?

         중전께서 두분께 그리 명를 내리신겝니까?!

윤지임 : (움찔)..!..(낭패한 듯 윤원형을 보는)

윤원형 : 중전마마께오서 명을 내리셨다니 당치도 않사옵니다! 신 삼부자는 이 나라 신민으로써

            전하께 주청을 드리고 있는 것이옵니다! 전하, 적통대군이신 원자아기씨를 왕세자에 책봉하시어

            이 나라 종사의 백년대계를 반석위에 세우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윤지임 :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버럭) 그 입 다무시오! 과인은 이미 천명한대로 불편부당하게 왕세자를 낙점할 것이니

         두 번 다시는 그런 말씀을 꺼내지 마시오!

윤지임 : (낭패한 듯 윤원형을 보는)..

윤원형 : ...!


중종, 윤임과 시선을 주고 받으며 내심 흐뭇하다.



s#22.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김상궁을 보고 말한다.


경빈 : 뭬야? 판부사대감에 이어 파산부원군 부자가 편전에 들어 원자아기씨를 왕세자로 책봉하시라는 주청을 드렸다?

김상궁 : 예, 마마.

경빈 : 그래, 전하께오선 뭐라 답을 내리시었소?

김상궁 : 전하께오선 언성을 높이시면서 부원군 부자를 나무라시면서

            왕자분들의 왕재를 살피시어 낙점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사옵니다.

경빈 : (안도하는) 전하께오서 복성군을 낙점하고 계신 마당에 당연히 그러셨을게요! 김상궁.

김상궁 : 예, 마마.

경빈 : 앞으로도 편전에 누가 드는지 전하께 무슨 말씀을 주청드리시는지 낱낱이 알아내어 내게 고하여 주시게. 아시겠는가?

김상궁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경빈 : 우리 복성군이 왕세자에 책봉되어 보위에 오른다면 김상궁은 물론이고 김상궁의 사가 식솔들까지도

         대대손손 광영을 누릴것이야.

김상궁 : 쇠인, 경빈마마만 믿겠사옵니다.

경빈 : 믿으시게나!

김상궁 : 하오면 쇠인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일어나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분이 나는 듯 연상을 쾅 내려친다) 중전! 중전께서 이사람에 대한 사사로운 원한 때문에

         우리 복성군의 전정까지 막으시려는게요?! 어디 한번 해봅시다! 중전뿐 아니라 중전의 복중아기씨까지

         무사하시진 못하실게요! (어딘가를 휙 돌아본다)



s#23.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엄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내 아버님과 오라버니께서 전하께 꾸중을 들으셨다?

엄상궁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그리 들었사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그래..전하께오서 그리 하셨을게야..

엄상궁 : 예에?

윤비 : 아닐세..아버님과 오라버니께오서 어디로 발걸음을 하시었는가?

엄상궁 : 편전을 나서시어 판부사대감과 행보를 맞추시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됐네..알았으니 물러 가게.

엄상궁 : 예, 마마. 편히 쉬시옵소서.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는)...



s#24. 대궐 일각


윤임과 윤지임, 윤원형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윤임 : 파산부원군 대감 이 사람 대감 부자의 용기에 아주 감격하였사옵니다. 비록 이사람이 청드린 일이긴 하나

         두 분께서 편전에 드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사옵니다.

윤지임 : (한숨 내쉬며) 전하께오서 호통을 치실 때 이 늙은이 놀란 가슴이 아직도 벌렁벌렁 뛰는 듯 합니다.

윤원형 : 숙부님 말씀대로 전하께 원자아기씨의 왕세자 책봉을 주청드렸다가 우리 삼부자에게 미운털이 박힐 것은 물론이고

            행여 중전마마께오서 전하의 눈 밖에 나시면 낭패아니옵니까?

윤임 : 그런 걱정은 접어두시게나. 이왕 어렵게 입궐하셨으니 대비마마께 문후나 여쭈시는게 어떻겠사옵니까?

윤지임 : 대비전에요?

윤원형 : 대비마마께 인사를 여쭐수 있다면 광영이옵지요.

윤임 : 허면 가시지요. (앞장서면)

윤원형 : (윤지임을 부축하여 따라 간다)



s#25.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창빈 앞에 향이가 앉아있다.


희빈 : 뭐야? 편전에 판부사와 파산부원군이 드셨다가 나온 연후에 대비전에 문후를 들어?

향이 : 예, 마마.

희빈 : 궐내가 온통 파평 윤씨 외척들 천지가 되겠구먼?!

창빈 : 희빈, 그 무슨 불경한 말씀이시옵니까? 대비마마와 중전마마께오서도 파평 윤문이시온데.

희빈 : 왜요?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습니까? 자고로 외척이 발호하면

         군주의 권위가 실추되고 조정의 기강이 흔들린다지 않았습니까?

창빈 : 희빈,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희빈 : 창빈, 창빈도 내심 돌아가신 장경왕후의 외척분들이나 중전마마의 외척들께서 편전과 대비전에 드나들이를 하시며

         원자를 밀어주시는 것이 탐탁치 않으시잖소?! 아니 그렇소?

창빈 : 희빈, 이사람은 이만 처소로 돌아가봐야겠소.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희빈 : 아버님께오선 대체 이 중차대한 시기에 무엇을 하고 계시는겐지?!



s#26. 동 희빈 처소 마당


창빈, 처소쪽에서 밖으로 나오다가 처소쪽을 돌아본다.


창빈 : (E) (생각하는 얼굴위로) 외줄타기를 잘해야 함이야..외줄타기를...!


창빈, 몸을 돌려 가면 상궁, 나인들이 그 뒤를 따른다.



s#27.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윤임과 윤지임, 그리고 윤원형이 앉아있다.

조상궁의 지휘로 대비전 상궁들이 각자 앞에 다과상을 내려 놓고 조아리고 나간다.


자순대비 : 파산부원군과 승후관이 주상께 원자의 왕세자 책봉을 주청드렸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윤지임 : 황공하옵니다.

윤원형 : 하온데 시생과 아버님은 전하께 크게 꾸중을 하시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그게 다 전하께오서 지밀 벽에 붙어있는 눈과 귀를 가리기 위해서 그러신 겝니다.

윤원형 : 예에? 벽에 눈과 귀가 붙어있다니요?

자순대비 : (미소) 앞으로 조정에 출사를 하시어 궐내 출입을 하시게 되면 이 늙은이 말뜻을 이해하실겝니다.

               판부사 대감, 주상께서 대감을 불러 무슨 말씀을 나누셨소이까?

윤임 : 대비마마, 신은 오늘에서야 전하의 깊고 깊으신 어의를 알게 되오니

         전하의 하해와 같으신 성은에 머리가 숙여질 뿐이옵니다.

자순대비 : 허면 주상께서..('원자를?')

윤임 : 예, 마마!

자순대비 : (활짝 펴지며) 그래요! 그러셨을겝니다! 이 늙은이가 뭐라 했습니까? 주상을 믿으라 하지 않았습니까?

윤지임,원형 : (멀뚱거리며 윤임과 자순대비를 살피는데)...?

자순대비 : 자, 차들 드세요.

윤지임,원형 : 예, 마마.

자순대비 : 이 방안에 계신분들은 비록 가문은 다르다 하나 크게 보아 파평 윤문이 아닙니까?

               허니 앞으로도 왕실과 조정에 대사가 있을 때 힘을 보태주세요.

윤임,지임,원형 : 명심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승후관, 이번에 소실을 들이셨다구요?

윤원형 : (덜컥 놀라 차를 쏟을 뻔)..예에?..궐내에 계신 대비마마께오서 그걸 어찌 알고 계시옵니까?

자순대비 : (미소) 이 늙은이에게 귀가 보배지요. 방안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문후를 드는 외명부들이

               궐밖 돌아가는 소식을 상세히 들려주니 말씀입니다.

윤원형 : 예에...

자순대비 : 앞으로 승후관께서 중궁전에 문후여쭈러 드실 때 대비전에도 발걸음을 하시어 이 늙은이 말동무라도 되어 주세요.

윤원형 : (조아리며) 예, 마마. 그리하겠사옵니다.



s#28. 대궐 중문 밖


사인교 몇채가 서있고 그 중 임서방 모습도 보인다.

윤원형, 윤지임을 부축하며 중문 밖으로 걸어온다.

임서방, 윤지임과 윤원형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조아린다.


윤지임 : 원형아, 이 에비는 궐내 돌아가는 속사정을 살피느라 골치가 지끈거려 중궁전에는 들지 못하겠구나..

윤원형 : 아버님, 집에 돌아가 푹 쉬시면 괜찮아지실겝니다. (윤지임을 부축하여 사인교에 태우며)

            중전마마께는 소자가 잘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임서방 보며) 임서방, 아버님 잘 뫼시게.

임서방 : 예! (교꾼들에게) 가세!

윤지임 : 헌데 원로는 대체 어딜 간겐지...


윤원형, 윤지임을 태운 사인교가 떠나는 것을 보다가 몸을 돌려 중문안으로 들어간다.



s#29. 홍경주 사랑채 방 안


윤원로, 연명 상소(*금원군을 추대하자는) 끝자락에 이름을 쓴다.

홍경주와 이유청, 그리고 노회한 신료 너댓명이 앉아있다.

윤원로, 붓을 내려놓는다.


홍경주 : (연명상소를 들어보며) 잘 하시었네. 자네도 여기 계신 쟁쟁한 대감들과 한자리에 서신 것일세.

윤원로 : 대감, 시생이 금원군마마를 왕세자로 추대하는 연명상소에 이름을 올렸으니

            약조대로 벼슬 한자리 내려 주시는 것이옵지요?

홍경주 : 암, 우리 금원군께오서 대통을 이으신다면 이 상소에 연명하신 분들의 가문은 광영을 누리게 될 것이야.

일동 : (서로의 얼굴을 보며 끄덕이고)..

윤원로 : (히죽 웃는)...



s#30. 남곤 사랑채 외경


박희량 : (E) 예에, 경빈마마께오서 시생을요?



s#31.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 심정 앞에 박희량이 앉아있다.


심정 : (환한 웃음) 그렇다네, 경빈마마께오서 조만간 자네를 친견하시겠다고 하셨다네.

남곤 : 허허, 자네로선 큰 광영아니신가? 경빈마마께오서 자네의 뒷배를 봐주신다면 자넨 출사길은 거칠것이 없어지는걸세.

         혹시 아는가 흑두재상이라도 되실런지?

박희량 : 시생, 감격하여 말문이 막히옵니다.

심정 : 이 모두가 연명상소 덕분일세. 상소는 잘 지니고 있으시겠지?

박희량 : (흠짓 찔리지만) 예, 대감...



s#32. 김안로 사랑채 방


김안로, 박희량과 정렴의 이름이 적힌 연명상소(*복성군을 추대하자는)를 보고 있다.

그 앞에 김전과 김제학이 앉아있다.


김안로 : (김전에게 건네며) 여기 적힌 유생들이 복성군을 추대하려는 뜻을 지닌 대갓댁 자제들이올시다.

            장차 원자께오서 왕세자에 오르신 연후에 조정의 반대세력을 형성할 인물들이옵니다.

김전 : (이름들을 일별하며 끄덕이는)..음!..(김제학에게 건네준다)

김제학 : (상소를 보는데)

김안로 : 그 중에는 세자를 보위할 정도총관의 자제도 이름이 올라있지요.

김제학 : 예에? 도총관의 자제까지도요? 허어, 어찌 그런 일이..

김전 : 그만큼 좌의정과 화천군을 추종하는 자들의 뿌리가 깊다는 뜻이겠지요.

김안로 : 예, 하오니 원자아기씨께오서 왕세자에 책봉되시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자릴 지켜내시는 것이

            더 중대한 일이 될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조정에 원자마마를 보위할 세를 만드는 일이옵니다.

김전 : 조정의 세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 걱정이지..

김안로 : 어차피 넝쿨들은 햇살이 비추는 쪽으로 몸을 뻗는게 이치 아니옵니까?

            원자아기씨께오서 세자로 책봉되시면 세를 형성하기가 수월해 지겠지요.

김전,김제학 : (끄덕끄덕)...



s#33. 중궁전 외경


윤원형 : (E) 예에? 당분간 시생의 작은 사람을 못 본척 하시라니요?



s#34. 동 중궁전 방 안


윤원형, 윤비를 의아하게 본다.


윤비 : 이 사람 말대로 해주세요.

윤원형 : 시생, 마마께오서 분부하시는대로 따를것이옵니다만 그 연유를 여쭈어보아도 되겠는지요?

윤비 : 오라버니, 대장장이가 쇠못 하나를 만드는데도 수천번의 망치질이 필요한 법입니다. 하물며 내 사람을 만드는 일입니다.

윤원형 : 하오면 마마께오선...

윤비 : 이사람은 난정이를 크게 쓰고자 합니다. 허니 당장 오라버니의 마음이 아프시더라도 이 사람 뜻에 따라주세요.

         그렇게 하는 것이 난정이에게도 큰 약이 될겝니다.

윤원형 : ...



s#35. 강 가(혹은 개울가)


난정, 강물을 보며 앉아있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s#36. 중궁전 방 안


윤비 : 난정아 바람이 아무리 거세게 몰아친다 한들 강줄기는 거슬러 흐르지 않는 게다! 대세를 읽지 못하고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만을 보고 오판을 한다면 나는 물론이고 너나 그 누구도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명심하거라!



s#37. 동 강가(혹은 동 개울가)


난정, 품에서 비상이 담긴 약종이를 꺼낸다.

난정, 약종이를 풀어 약을 강물에 뿌리고 종이를 흘려 보낸다.


난정 : (보며)...!



s#38.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밤)


이곳 저곳에서 가야금소리 웃음소리가 들려나온다.

모린,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심퉁 : (부엌에서 술병들고 나오다 모린을 보고) 모린아.

모린 : (흠짓 심퉁을 돌아보는)..

심퉁 : 워째 하루종일 넋을 놓고 먼산만 바라보는 있는겨?

모린 : (다시 멍한)...

옥매향 : (아랫방에서 나오며) 심퉁아, 술은 어케 됐네?

심퉁 : 야, 들어가유.

옥매향 : 모린이는 뭐하는거네?

심퉁 : 지두 모르겠슈, 하여튼 얘만 보면 속이 터진다니까유.

옥매향 : 아딕 기방에 닉숙티 못해서 기런거니끼니 놔두라우. (안채방쪽을 보며) 기런데 안방은 와 뎌러케 됴용한거이네?

심퉁 : 백도주 어른하구, 장대인께서 마님과 말씀중이셔유.

옥매향 : (눈을 반짝이며) 뭐이, 댱대인께서 오셨어? 에미나이래 딘댝 말하디않고? 아랫방 술은 니가 들이라우!

심퉁 : ...?

옥매향 : (머리 매무새를 만지며 안채쪽을 보며 배시시 웃는다)



s#39. 동 자운아 안 방 (밤)


자운아가 백치수와 장씨 앞에 앉아있다.


장씨 : (어음 한 장을 내밀며) 어떤가? 이 재물이면 이만한 기방을 열채도 넘게 차릴수 있을걸세.

자운아 : 녈턔 아니라 백턔를 탸릴만한 댸물을 주신대도 니 기방은 넘길수 없습네다.

            니년 텽튠을 다 바텨 일궈놓은 기방을 남에게 듈수야 없디요.

장씨 : 그럴테지...

백치수 : 자운아 잘 생각해 보게. 장대인이 자네를 내보내겠다는 뜻은 아닐세. 어차피 관허를 받아야 하는 기방이니

            기생들과 손님들은 지금처럼 자네가 맡고 장대인은 뒷전에 물러나 있겠다 이 말일세.

자운아 : 장대인처럼 큰 댱사를 하시는 어른께서 어띠 이 기방을 탐내시는디 니유나 들어보댜요.

장씨 : 내 조선땅에서 장사를 하려면 뿌리가 필요한데 조정의 신료들이 드나드는 이 기방을 거처로 삼겠다는 뜻일뿐

         다른 이유는 없네.

자운아 : ...

옥매향 : (E) (방밖에서) 오마니, 매향이야요.

자운아 : (못마땅) 뎌 에미나이래 어띠 안끼어드나 했시요.

백치수 : 허허, 들어오너라.

옥매향 : (E) (방밖에서) 예.


옥매향, 방안으로 들어와 장씨를 의식하며 다소곳하게 앉는다.


옥매향 : 오마니, 술상도 들이디 않고 무슨 긴한 말씀들을 나누시는거야요?

자운아 : 에미나이래 어른들 얘기에 끼어들디 말라우.

백치수 : 아닐세, 어차피 매향이가 이 기방을 물려받을 것이라면 매향이도 알아야 될 것이야!

옥매향 : ...대톄 무슨 말씀이신데요?

장씨 : 내 이 기방을 사고 싶은데 네 의향은 어떠하냐?

옥매향 : 예에?..

장씨 : 모녀간에 잘 생각해 보시고 답을 주시게. 내 기다림세. (백치수 보고) 허면 일어나십시다. (일어난다)

백치수 : 그러세나. (일어난다)


장씨와 백치수, 방밖으로 나간다.


자운아 : (그자리에 굳은 듯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옥매향 : (자운아 옆에 다가 앉으며) 오마니, 니 기방을 팔다니 고거이 대톄 무슨 말이야요?

자운아 : (한숨을 푹 내쉰다)...



s#40. 어느 정자 위 (밤)


길상, 난간에 걸터 앉아 달을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 정자위로 올라와 길상쪽으로 다가온다. 능금이다.


능금 : 길상아...

길상 : (짐짓 냉정한) 내 두 번 다시는 네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능금 : (손바닥을 내밀며) 이거 돌려주러 왔어.


길상, 보면 능금의 손바닥위에 옥가락지가 놓여있다.


길상 : (고개 돌리면) 내겐 소용없는 물건이야. 돌려주지 않아도 돼.

능금 : 아니, 받아..이걸 가지고 있으면 널 잊지 못할거 같아..

길상 : 그럼 내버려!

능금 : 뭐어?

길상 : 내겐 소용없는 물건이니 니 손으로 버리란 말야..

능금 : (어금니를 물고 노려보다가 옥가락지를 움켜쥐며)..그래 내 손으로 버릴게!

         (돌아서서 정자계단쪽으로 가다가 멈춰서서) 나 장대인을 따라서 대국으로 떠날거야.

길상 : (움찔)...!

능금 : 니 원대로 앞으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몰라...(눈물을 참아내며) 잘 있어.. (정자계단을 급히 뛰어서 내려간다)

길상 : (착잡한)...!



s#41. 편전 앞 마당 (밤)


경빈, 환한 얼굴로 금이를 거느린채 걸어와 편전 안으로 들어간다.



s#42. 동 편전 복도 (밤)


경빈, 복도를 걸어와 방문 앞에 선다.


대전내관 : 전하, 경빈 들었사옵니다.

중종 : (E) (방안에서) 들라해라.

대전내관 : 예. (경빈에게) 드시지요.

경빈 : (김상궁과 눈짓을 교환하고는 방앞으로 다가선다)



s#43. 동 편전 방 안 (밤)


중종, 술상을 앞에 놓고 앉아있다.

경빈, 방문을 열고 들어와 조아린다.


경빈 : 전하, 신첩을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오, 경빈 어서 오시구려. 과인 옆으로 오시어 앉으시오.

경빈 : (중종 옆으로 다가와 다소곳하게 앉으며) 전하, 야심한 밤에 신첩을 강녕전까지 불러주시오니

         신첩, 감격스러워 눈물이 다 나올 듯 싶사옵니다.

중종 : 허허, 과인이 천일주를 마시던 중에 문득 경빈이 머리에 스치는구려.

경빈 : (미소) 예, 신첩이 전하를 처음 뫼신것도 강녕전 침소였사옵니다.

중종 : 그래요.. (술잔을 내밀며) 어디 그때처럼 한잔 따라보시구려.

경빈 : (두손으로 술주전자를 들어 따른다)...

중종 : (빤히 보며) 과인이 경빈을 처음 본 날 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십수년이 흘렀다니...

경빈 : ...신첩, 부끄러워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중종 : 과인이 일전에 복성군을 보니 학문이 섬부하고 문재가 영롱합디다. 경빈께서 참으로 훈육을 잘 하시었소.

경빈 : 황감하옵니다..

중종 : 경빈, 복성군은 과인의 장자요..비록 이번에 왕세자에 책봉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과인은 복성군을 장자로써 총애할 것이요.

경빈 : 성은이 우악하시옵나이다.

중종 : 이번에 과인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경빈과 복성군은 과인의 뜻에 승복하리라 믿어도 좋겠소?

경빈 : 예, 전하. 신첩은 전하께오서 어떠한 용단을 내리신다 할지라도 따를 것이옵니다.

중종 : (손을 잡으며) 고맙소, 경빈.

경빈 : (E) (미소 쌩끗 스치며) 하오나 신첩, 전하께오서 복성군을 왕세자로 낙점하시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사옵니다!



s#44. 중궁전 마당 (밤)


경빈, 금이를 거느리고 교태전 앞으로 걸어온다.

경빈, 중궁전 앞에 멈춰서서 <교태전> 현판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경빈, 어느순간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호호호- 웃어댄다.

경빈, 휙-돌아서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간다.

그 모습위로 경빈의 웃음소리가 에코된다.



s#45.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당의를 벗고 가채를 내린채 이불위에 다소곳이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데.


경빈 : (E) (어디선가 에코되어 들려오는 웃음소리) 호호호-

윤비 : (불길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보며)...!



s#46. 갖바치 집 외경 (밤)


갖바치 방에 불이 켜져 있다.



s#47. 동 갖바치 방 안 (밤)


당추, 갖바치, 방백인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당골네, 한쪽 벽에 따개비처럼 붙어 연신 고개방아를 찧어대며 졸고 있다.


방백인 : 당추 형님, 이번에 어느 분께서 왕세자에 책봉 되실 것 같소?

당추 : 이사람아 불제자가 정치에 관심이 있어 뭣하겠나? 허나 심심파적 삼아 맞춰보자면..

방백인 : 맞춰보자면요?

당추 : 조정은 협잡이 판치는 곳이니 남을 헐고, 깍고, 저미고, 할퀴기 잘하는 왕자가 왕세자에 책봉되어 대통을 잇지 않겠나?

갖바치 : 허허, 형님 취하셨구려?

당추 : 허면 아우님께선 아직도 이나라 정치에 기대할 것이 남아있다고 보시는가?

갖바치 : 형님, 세상이 더럽다고 욕만해대고 피해버리면 세상은 더더욱 더러워 질 뿐이외다.

당추 : 허면..아우님께선 이번 왕세자 책봉에 관심이 많으시겠구먼.

갖바치 : 적통대군이신 원자아기씨에게 대통을 이으셔야 우리 같은 천한 백성들도 명분이니 의리니 하는 것을

            가슴 한자락에 품고 살아가지 않겠소?

당추 : 허나 정치란 것이 어디 명분만으로 되는것이어야 말이지?

갖바치 : 그럴수록 더욱 명분을 찾아야지요! 그래야 난정이처럼 헛된 야심을 성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처참한 인생이 생겨나지 못할 것 아니겠소?!

당추 : 음!



s#48. 동 갖바치 마당 (밤)


난정, 방앞에서 듣고 서있다.


난정 : ...!


난정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데서 깊은 F.O



s#49. 편전 앞 마당 (F.I 낮)


경빈이 복성군과 함께 합문 안으로 들어와 계단앞에 멈춰선다.

그 뒤로 희빈이 금원군과 봉성군을 데리고 들어와 경빈 옆에 선다.

그 뒤로 창빈이 영양군과 덕흥군을 숙의 홍씨가 해안군을, 숙의 이씨가 덕양군을 데리고 들어와 선다.

원자, 박상궁과 함께 합문안으로 마지막으로 들어와 제일 앞에 선다.

원자를 비롯한 후궁들과 소생 왕자들 모두 각오에 찬 결연한 표정이다.

대전내관, 편전에서 나와 계단 쪽으로 다가온다.


대전내관 : 주상전하께오서 왕자분들을 드시라 명하셨사옵니다.


경빈을 비롯한 후궁들이 당부하듯 소생 왕자들을 본다.

원자를 필두로 복성군과 금원군, 봉성,영양,덕흥,해안, 덕양군 등이 나이 순서대로 편전계단을 오른다.

왕자들, 대전내관의 인도를 받으며 편전안으로 들어간다.

남아있던 경빈을 비롯한 후궁들이 간절함과 결연한 표정으로 왕자들을 바라본다.



s#50. 동 편전 복도


대전내관의 인도로 여덟명의 왕자들이 서열순으로 방문앞에 선다.


대전내관 : 주상전하, 왕자분들 입시이옵니다.

중종 : (E) (방안에서) 들라하라!

대전내관 : 예. (왕자들에게) 드시지요.



s#51. 동 편전 방 안


중종이 앉아있고 그 옆에 자순대비와 윤비가 앉아있다.

김전, 남곤,이유청(*),정광필,안당, 김제학, 박승지가 배석해있는 근엄한 분위기.

원자와 복성군을 비롯한 왕자들이 중종 앞에 선다.


왕자일동 : 주상전하,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과인은 오늘 이 자리에서 왕자들의 식견과 학문, 지혜를 시험하여 장차 과인의 대통을 이을 왕세자를 책봉하고자 하오!

         왕자들은 성심을 다해 과인의 하문에 답해주시길 바라오. 아시겠소?

왕자일동 : (결연한) 예, 주상전하!



s#52. 당추 암자 마당


당추, 누마루 계단을 올라온다.


당추 : (혼잣말) 허허, 중이 절을 자주 비우니 내 어찌 참된 중이라 할수 있을꼬?


당추, 법당쪽에다 합장을 하고 법당쪽으로 가는데 법당안에 누군가 부처님 앞에 오체투지하듯 엎드려있는 뒷모습이 보인다.



s#53. 동 당추 법당 안팎


당추, 의아한 표정으로 법당쪽으로 다가온다.


당추 : 보살님께오선 뉘시온지요?

난정 : (몸을 일으키며 눈물 가득한 눈으로 돌아보는)..스님..

당추 : 아,아니 넌 난정이 아니냐? 도성에 있어야 할 네가 여긴 어쩐 일이더냐?

난정 : (힘겹게 몸을 일으켜 당추쪽으로 오며)..스님, 이년을 불제자로 받아주시옵소서!

당추 : 뭐,뭐라? 허면 네 머리를 깍겠다는 말이더냐?

난정 : 예, 스님!


난정, 눈물 그렁한 눈으로 당추를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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