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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7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418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75











s#1. 대궐 일각


무예 별감들이 난정과 중종의 주변을 둘러 싸고 있다.

난정, 땅바닥에 무릎을 꿇은채 눈물 젖은 간절한 눈길로 중종을 바라본다.


중종 : (놀란눈으로 난정을 보며) 아니, 그대는 과인의 작은 처남의 부실 아니더냐?

난정 : ..예, 그러하옵니다. 전하.

중종 : 허어, 그대가 잡인의 출입을 금하는 예까지 어찌 들어왔는가?

난정 : 소첩, 불경한 대죄임을 잘 아오나 주상전하께 긴히 아뢸 말씀이 있사와 목숨을 내버릴 각오로 들어왔나이다.

중종 : ..목숨을 내버릴 각오로 아뢸 말이라? 그리 중차대한 일이더냐?

대전내관 : (다가와서며) 전하, 당장 금부에 하옥하라 명하시옵고 문초하시어 배후를 밝히심이 가할줄로 사료 되옵니다.

중종 : (생각하는)..음!

난정 : 전하, 부디 소첩이 올리는 말씀을 들어주시옵소서! 그리하옵신 연후에 지존께 불경한 짓거리를 한 대죄는

         소첩의 목숨을 바쳐 씻겠나이다!

중종 : (난정을 내려다 보는)...

난정 : (눈물로 글썽이며 간절하게 보는) ...전하!

중종(E) : (감탄한 듯) 참으로 처염(悽艶)한 자색이로구먼!

난정 : (눈물이 주르르)...

중종 : (난정을 보다가 김상궁을 보며) 김상궁! 과인은 편전으로 들것이다.

김상궁 : 예, 전하.

중종 : 김상궁은 처남의 부실을 편전으로 인도하라.

김상궁 : (충격) 예에?! 지금 편전으로 들이라하시었사옵니까, 전하?

대전내관 : (놀라 보는)...!

중종 : (끄덕이며) 그래, 분명히 그리 일렀다! 과인이 목숨과 맞바꾸겠다는 말이 무엇인지 들어봐야겠다.

난정 : (고개를 바닥에 박으며) 주상전하, 성은이 우악하시옵나이다...흐흑!

중종 : (난정을 보다가 대전내관에게) 가자!


중종, 돌아서 가면 대전내관과 상궁나인들, 그리고 무예별감들이 따른다.


김상궁 : (난정을 내려다보며 생각하다가) 어서 일어나 내 뒤를 따르시게!


난정, 고개를 들고 일어나 김상궁의 뒤를 쫓아 중종의 행렬을 따라간다.



s#2. 중궁전 앞 마당


윤비, 앞을 막아선 경빈을 노려본다.

경빈, 진지한 눈빛으로 윤비를 본다. (*경빈이 윤비 앞을 막아서는 상황은 74회 s#37뒤로 추가할 것임)


윤비 : 경빈, 네 어찌 일품명부 따위가 중궁의 발길을 막아세우는 것이냐?!

경빈 : 중전마마, 지금 경거망동하시오면 윤승후관 뿐만 아니오라 중전마마께오서도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되시옵니다!

윤비 : 뭐라?! 수렁속에 빠진다?!

경빈 : 예, 마마. 한발 물러서시옵소서!

엄상궁 : (앞으로 나서며) 무엄하오이다! 어서 비켜서시지요!

경빈 : 엄상궁, 이사람은 중전마마를 위한 충정으로 길을 막아선 것이니 물러설수가 없네!

엄상궁 : (경빈을 쏘아보다가 윤비를 보며) 마마, 길을 열깝쇼?

윤비 : (경빈을 보는)...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아직도 신첩을 믿지 못하시겠다면 신첩, 충성의 징표를 바치겠사옵니다.

윤비 : 충성의 징표?!

경빈 : 예, 신첩이 지난번 약조드린 치부책 말이옵니다!

윤비 : (흠짓 놀라는)...!

경빈 : (야릇한 미소로 윤비를 보는)..

윤비 : ...



s#3. 의금부 마당


윤원형, 낭패한 표정으로 형틀에 앉은 백치수를 보고 섰다.

안당, 벼락같이 소리친다.


안당 : 윤승후관! 이사람이 묻고 있지 않은가?! 저 자를 아시는가, 모르시는가?!

윤원형(E) : ..허, 이거 참으로 낭패로세..

정광필 : (버럭) 윤승후관, 어명을 받은 추관을 기망하시려는겐가?!

윤원형 : 그,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남곤,홍경주,김전 : (윤원형을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주시하는)..

윤원형 : (입을 떼는)..저..

백치수 : (윤원형의 말을 막듯이 버럭) 이놈, 반백년을 장사꾼 밥을 먹었사옵니다! 어느 장사꾼이 재물 퍼다 준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겠사옵니까?! 허나 이 나으리는 참말 모르는 분이옵니다!

윤원형 : ...!

안당 : (나졸들에게) 뭣들 하느냐?! 저놈의 주둥이를 부벼놓지 못할까?!

나졸들 : 예!


나졸들, 백치수에게 달려들어 몽치로 사정없이 몰매를 친다.

백치수, 비명을 지르며 피떡이 된채 매를 맞는다.

김전, 남곤, 홍경주, 처참한 몰골에 고개를 돌려버린다.


윤원형 : (백치수를 안쓰럽게 보다 안당을 보며) 대감, 시생 이실직고하겠사옵니다!

김전,남곤,홍경주 : (움찔 윤원형을 보는)..!

윤원형 : 시생, 숨김없이 토설할테니 매질을 멈추라 명하시옵소서!

안당 : (손을 들고) 멈추어라.

나졸들 : 예! (매질을 멈추고 물러선다)

백치수 : (의식을 잃어가면서도)..나.. 나으리..아니되시옵니다..

윤원형 : (결연한 표정)..아니되긴?! 나로 인해 당신을 죽일수는 없소.



s#4. 중궁전 방 안


윤비, 치부책(*경빈이 바친)을 펼쳐보다가 한곳에 시선이 멈춘다.

(INSERT) 丁丑年 三月 庚辰 尹彦平 銀子 三萬兩 이라고 쓰여져있다.


윤비 : (안색이 굳는)...아,아니, 이건?!

경빈 : 예, 윤승후관께오서 백아무개란 장사치한테 은자 삼만량을 받은 것은 발뺌할 수 없는 사실이옵니다.

윤비(E) : (알고 있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경빈을 보는) 경빈, 네 어찌 이 치부책을 손에 넣을수 있었단 말이냐?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지금 편전에 드시어 윤승후관의 억울함을 주청드리시었다면

         꼼짝없이 김안로와 윤임이의 올가미에 걸려드시는 꼴이 되시옵니다.

윤비 : ..올가미에 걸려든다?

경빈 : 예, 중전마마, 이제는 신첩을 믿으시옵고 신첩이 하자는 대로 따라 주셔야 하옵니다!

윤비 : ...

경빈 : 마마, 신첩과 손을 잡으시고 저 가증스러운 김안로와 윤임이를 찍어 내는데 힘을 보태주시겠사옵니까?!

윤비 : (보는)..음!



s#5. 의금부 마당


안당 : (추궁하듯) 윤승후관, 다시한번 묻겠소이다! 저 백아무개란 자와 면식이 있으시오?

윤원형(E) : (남곤,김전,홍경주의 얼굴을 돌아보며) 시생보다는 대감들께오서 더 잘 아시지 않사옵니까?

남곤(E) : (슬쩍 고개를 돌리는) 괜히 생사람 잡을 소리 말게나!

김전 : (딴청하는)..음!

홍경주(E) : (힐끔보며) 괜히 물귀신처럼 누구를 끌고 들어갈 생각은 아예 말게나!

윤원형(E) : (가늘게 보며) 명색이 조정대신이라는 작자들이 구차하게 목숨부지를 위해 꼬리를 사리는 꼬락서니들 하고는?!

정광필 : 윤승후관!

윤원형 : (정광필과 안당을 보며) 예, 이 자는 남소문 객주의 행수 백치수란 자이옵고 시생과는 면식이 있사옵니다.

남곤,김전,홍경주 : (움찔 윤원형을 보는)...!

안당 : 허면 윤승후관은 청탁뇌물로 저 자에게 은자 삼만량을 받은 사실이 있소?

윤원형 : 시생은 하늘을 우러러 청탁뇌물따위를 받은 적은 없사옵니다.

일동 : ...

윤원형 : (남곤,김전, 홍경주를 보고는) 허나 시생 이 자로부터 삼만량짜리 어음을 건네 받은일은 분명 있사옵니다!

안당 : 뭐라? 삼만량?!



s#6. 대궐 일각


김안로와 윤임, 초조한 표정으로 서있는데

금부도사, 급하게 달려와 김안로와 윤임에게 조아린다.


김안로 : (금부도사에게) 그래, 어찌 되었는가?

금부도사 : 윤승후관이 백치수에게 삼만량을 받은 것을 토설하였사옵니다.

김안로 : (충격) 뭐라! 윤승후관이 토설을 해?!

윤임 : (심각해지는) 허어, 원형이가 무슨 꿍꿍이로 제 스스로 죄를 인정하는 겐지?

김안로 : 음! 아무래도 이번 일이 쉽사리 매듭지어지지는 않을 듯 싶소이다!

윤임 : 허면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김안로 : ..조정신료들과 대책을 강구해 보면 답이 나올것이옵니다!



s#7. 중궁전 방 안


경빈, 윤비를 보며 진지하게 말한다.


경빈 : 중전마마, 치부책을 보시오면 조정에서 금관자, 옥관자를 단 신료들은 물론이옵고,

         종친들까지 백아무개의 뇌물을 받아 먹지 않은 자가 없사옵니다.

윤비 : (이미 알고 있다)..

경빈 : 또한 윤임이나 김안로가 받아 챙긴 뇌물액수도 윤승후관의 열곱 스무곱이 넘사옵니다.

윤비 : 헌데 어찌 저들이 내 오라버니들에게만 죄를 묻는단 말인가?

경빈 : 저놈들이 제 눈속에 박힌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속에 티끌을 책잡고 있는 꼴이지요!

윤비 : (끄덕이는)...

경빈 :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 이 치부책을 손에 움켜쥐고 계시는 한

         누구도 중전마마와 윤승후관 형제들에게 위해를 끼치지 못할 것이옵니다!

윤비 : ...

경빈 : 마마께오서 이 치부책을 담보로 김안로와 윤임과 타협을 하시온다면 이번에 윤승후관께오선 무탈하실 것이옵니다..

         그런 연후에..

윤비 : 그런 연후에 이 치부책으로 윤임과 김안로의 숨통을 바짝 조여붙이라 이 말이신가?

경빈 : 예, 지금 당장은 그 방도가 최선책인 듯 싶사옵니다.

윤비 : ..저들과 타협을 한다?..타협을..?



s#8. 동 중궁전 복도


오상궁, 급한 걸음으로 복도끝에서 엄상궁쪽으로 다가온다.


오상궁 : (다급한) 마마님! (엄상궁의 귀에다 뭔가를 속닥인다)

엄상궁 : (놀라) 뭐라, 그게 참말인가?

오상궁 : 예, 마마님!

엄상궁 : (방문쪽으로 다가서며) 중전마마, 급히 아뢰올 말씀이 있사옵니다.

윤비(E) : 들게!

엄상궁 : 예! (방문쪽으로 한걸음 다가서는)



s#9. 동 중궁전 방 안


윤비와 경빈, 마주 앉아있는데

엄상궁, 방문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선다.


윤비 : (엄상궁을 보며) 무슨 일인가?

엄상궁 : (경빈쪽을 힐끔보며 말을 흐리는) ..그게..저..

경빈 : (야릇한 미소)...

윤비 : 괜찮으니 말하게.

엄상궁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윤승후관께오서 백아무개한테 삼만량을 받은 사실을 자복을 하시옵고

            금부옥사에 갇히시었다 하옵니다.

윤비 : (굳는) 뭐라?! 오라버니께오서 자복을?!

경빈(E) : (흠짓) 윤승후관이 무슨 속셈으로 자복을 했단 말인가?

윤비 : (연상을 쾅-치며) 이리되면 저들과 타협할 여지가 없어진 셈이야!



s#10.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방문 안쪽에 서있는 조상궁을 보며 말한다.

희빈과 창빈, 조상궁을 주시한다.


자순대비 : 뭐라? 뇌물을 주었다는 자는 부인을 하였는데 윤승후관이 자진하여 토설을 했단 말이냐?!

조상궁 : 예, 대비마마, 쇠인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윤승후관이 어찌 ?

희빈(E) : (쌩끗) 호호, 드디어 중전마마께오서 발딛고 서계신 흙바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게로구먼?

창빈 : (걱정되는) 대비마마, 신첩은 이번 일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 왕실과 조정이 회오리에 휩쓸리게 될까봐 걱정이옵니다.

자순대비 : 이 늙은이도 불길한 생각이 드는구려 ..허어, 그리되면 큰 사단이 벌어질 텐데 이 일을 어찌하누?



s#11. 의금부 옥사 안


한쪽 옥살 안에서는 백치수, 피투성이가 된채 옥사 바닥에 널부러져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그 옆 칸에는 윤원형이 정자세로 앉아있다.


윤원형 : (옆 칸의 백치수를 보며)..쯧쯧.. 참으로 처참하구먼..허나 어쩌겠나 모든게 자업자득인 것을..!

            (한숨 푹 내쉬며) 허어, 내 누구 걱정해 줄 처지가 아니거늘..! 이 일을 어쩐다 ..?



s#12. 편전 외경


상궁 나인들과 별감이 지켜서있다.

김상궁, 난정을 인도하여 옆계단을 걸어 올라온다.

난정, 고개를 들어 康寧殿 현판을 바라본다.


난정 : ...!


김상궁, 편전안으로 들어가면 난정, 그뒤를 따른다.



s#13. 동 편전 복도


김상궁, 난정을 데리고 방문쪽으로 다가온다.


대전내관 : (김상궁을 보고) 마마님, 몸뒤짐은 샅샅히 하시었소?

김상궁 : 예, 주상전하께 위해가 될 만한 것은 몸에 지니지 않았소이다.

대전내관 : (난정을 엄하게 훑어보는)...!

난정 : (당당히 보는)...

대전내관 : (방쪽에다) 주상전하, 정아무개 들었사옵니다.



s#14. 동 편전 방 안


중종, 기다림이 지루했던 듯 반갑게 방문쪽을 돌아보다가..


중종 : (표정을 수습하며) 들라해라.

대전내관(E) : (방밖에서) 예.


방문이 열리면 난정, 방안으로 들어서서 곡배를 올린다.


난정 : 주상전하께오서 하해와 같으신 아량으로 미천한 소첩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시겠다 하시오니

         소첩, 당장 죽는다 한들 아무런 여한이 없사옵니다.

중종 : (미소) 이리 가까이 다가와 앉으라.

난정 : 예. (조심스럽게 중종앞으로 다가와 앉는다)

중종 : (자애롭게) 그래, 과인에게 목숨까지 내걸고 아뢸일이란 것이 무엇이더냐?

난정 : (고개 숙인채)...

중종 : 어서 말해 보라.

난정 : (고개를 들고 보며) 소첩, 도성밖 암자에서 신비마마를 뵈었사옵니다.

중종 : (대수롭지 않게)..신비? (하다가 흠짓 놀라며) 시, 신비라면?!

난정 : 예, 병인년에 폐서인 되시어 사가로 내쫓겨나가신 주상전하의 첫 번째 조강지처이시옵지요!

중종 : ...

난정 : ...

중종 : (마음이 무거운)..그래 그 분은 잘 있으시더냐?

난정 : 예, 신비마마께오선 지금도 산중암자에서 주상전하의 무병장수와 천세만세를 길이 빛내실 성군이 되시길

         축수발원드리고 계시옵니다.

중종 : (찡한)..허어, 그 사람이..그 사람이 ..이 못난 지아비를 아직도 잊지 않고 있었구먼..

난정 : ...



s#15. 경빈처소 일각


경빈, 흡족한 얼굴로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경빈(E) : (미소) 중전께서 내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으실게야! 호호, 내 반드시 중전의 힘을 빌어 세자를 찍어내고

             우리 복성군을 보위에 올리고야 말것이야!


상궁(*), 급하게 경빈쪽으로 다가온다.


상궁(*) : 마마! 경빈마마!

경빈 : (멈춰서 보며) 무슨 일이냐?

상궁(*) : (조아리며) 큰방상궁마마님의 급한 전갈이옵니다!

경빈 : (의아하게 보며) 급한 전갈?!



s#16. 중궁전 방 안


윤비, 엄상궁을 놀란 표정으로 본다.


윤비 : 뭐라?! 허면 난정이가 지금 전하를 알현하고 있다는 말이냐?!

엄상궁 : 예, 마마! 주상전하께오서 행차를 가로 막은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를 편전으로 들이셨다하옵니다.

윤비 : 전하께오서?!

엄상궁 : 예, 쇠인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윤비(E) : ..난정이가, 난정이가 어인 연유로?!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17. 편전 방 안


난정, 중종을 보며 애절한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한다.


난정 : ..신비마마께오선 청천벽력같은 생이별을 당하신 연후에 전하에 대한 그리움으로 날마다 인왕산에 오르시어

         경복궁이 내려다 보이는 큰바위에 치마를 내거시었사옵니다..

중종 : (가슴이 아픈)..과인도 잘 알고 있느니라..

난정 : 신비마마께오선 지금도 지아비를 위해 일구월심으로 발원을 드리고 계시옵니다...

중종 : (눈을 감은채 한숨을 내쉬는 눈가에 물기가 고이는)...

난정 : (눈물 줄줄)..전하 천지간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내린들 사랑하는 지아비에게 내침을 당하고

         생이별 당하는 일보다 가슴이 아플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 (눈물을 참는 신음)..음!

난정 : (비장한) 주상전하, 하온데 어찌 또 다시 중전마마를 내치시려고 하시옵니까?!

         (흐느끼며) 어찌 전하께오선 중전마마의 가슴에 대못을 치시려 하시옵니까?! 흐흑..

중종 : (흠짓 눈을 뜨고 보는)..뭐라?! 네 지금 뭐라 했느냐?!

난정 : (울음 삼키며) 전하! 전하께오서 조정의 공론을 따르시어 윤승후관 형제분들을 찍어내시오면

         조정신료들은 다음에 반드시 중전마마를 폐서인 ..

중종 : (버럭 연상 쾅내려치며) 이런 발칙한!! 네 정녕 참수를 당하고 싶은 것이냐?!

난정 : (비장한) 전하! 소첩 전하의 행차를 가로 막았을 때 벌써 죽기를 각오하고 있었사옵니다!

         소첩의 목숨을 거두시옵고 소첩의 진언을 깊이 헤아려 주시어 중전마마를 보호해주시옵소서!

중종 : 그 입 다물라! 다물라! 다물라!!

난정 : 전하! 부디 중전마마를 보호해주시옵소서...흐흑..

중종 : 네 그래도?! (방문쪽을 보며) 김상궁! 김상궁!

김상궁 : (방문 열리면 급히 들어와 조아리며)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당장 이 발칙한 것을 궐밖으로 내치거라!

김상궁 : 예. (방밖을 보며) 들게!


상궁들과 내관들이 방안으로 들어와 난정을 일으켜 세워 끌고 나간다.


난정 : (끌려나가며) 전하, 중전마마를 보호해주시옵소서!..전하! 전하!

중종 : 네 두 번 다시 입궐을 할시엔 능지처참 할 것이야!


난정, '전하-전하-' 울부짖으며 끌려나가면 방문이 닫힌다.


중종 : (분노를 삭이지 못한듯 연상을 쾅- 내려치는)..이런 고이얀! 이런 고이얀!!



s#18. 편전 마당 동


난정, 상궁들과 내관들에게 끌려 편전 밖으로 나온다.

편전을 지키던 별감들이 몰려와 난정을 둘러싼다.


김상궁 : 이 발칙한 것을 당장 궐밖으로 내치시게!

별감들 : 예! (난정에게 달려드는데)

난정 : (엄한) 비켜서시오! 주상전하께 예를 마친 뒤 내 발로 나가겠소!

별감들 : (난정의 기품과 서슬에 움찔하여 물러서는)..


난정, 편전쪽에다 큰 절을 올린다.

김상궁과 상궁들, 별감들이 난정을 말없이 지켜본다.

난정, 큰 절을 마치고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가면 별감들이 그 주변을 호위하듯 감싼다.


난정 : (잠시 멈춰 강녕전쪽을 휙-돌아본다) ...!

김상궁 : (난정의 눈빛에 섬찟)..!

난정 : (김상궁을 묘한 눈빛으로 노려보다가 다시 몸을 돌려 합문쪽으로 간다)

김상궁 : (멀어지는 난정의 뒷모습을 보며)...!



s#19. 대궐 빈 청 안


정광필, 안당, 김전, 홍경주, 남곤이 앉아있다.


김전 : (안당을 보며) 윤승후관이 자신의 죄를 토설했으니 하루라도 속히 이번 일을 마무리 함이 좋을 듯 싶소이다!

홍경주 : 이사람 생각도 영상대감과 같소이다. 외척의 불미스러운 일은 하루라도 빨리 처결해야지요.

안당 : (생각하는)..음!

정광필 : 허나, 아직은 윤승후관의 죄를 묻기엔 부족함이 있소이다!

남곤 : 예에? 부족함이 있다니?! 그 무슨 말씀이오이까?

안당 : 윤승후관이 백아무개에게 삼만량을 받은 일은 인정했으나 그 돈이 청탁뇌물인지 여부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씀이오이다!

홍경주 : 허허, 뇌물이 아니면 장사꾼이 중전마마의 오라버니에게 까닭없는 재물을 줄 리가 있겠소이까?!

정광필 : 허나, 아무 힘도 없는 승후관에게 삼만량이 전해졌다면

            조정신료들에게는 더 큰 액수가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오이까?!

김전,남곤,홍경주 : (움찔)...!

홍경주 : 그, 그거야 백아무개가 윤승후관이 아니라 중전마마의 뒷배를 이용하고자 뇌물을 쓴것이겠지요!

정광필 : 대감들, 전하께오서 이번 일에 조정에 계신분들이 아니라 영모당대감을 추관으로 임명하신 뜻이 무엇이겠소이까?

김전 : 예에?

정광필 : 단지 윤승후관의 비리뿐 아니라 뇌물과 뒷거래가 난무하는 조정의 비리를 척결 하시고자 하는

            강력한 어의가 계신것이라 생각하오이다!

남곤 : (버럭) 허면 우리들이 백아무개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는게요?!

안당 : 이사람은 이 자리에 계신 분들께서 결백하실것이라 믿소이다.

         (단호한) 허나 이번 기회에 조정에 조그마한 의혹이라도 있다면 투명하게 밝혀낼 것이외다!

김전,남곤,홍경주 : (낭패한)..!



s#20. 대궐 일각


김전, 수심에 잠겨 걸어오는데 김안로와 윤임이 다가온다.


김안로 : 숙부님, 어찌 되었사옵니까?

김전 : 허어, 큰 일이다. 이번 일이 조정에 일파만파 회오리를 몰고 올듯 싶구나.

윤임 :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영상대감?

김전 : (한숨 푹) 아무래도 이번일은 잘못 건드린 것 같소이다.

김안로,윤임 : ...!



s#21. 대궐 또 다른 일각


홍경주와 남곤이 걸어오고 있다.


홍경주 : 허어, 윤승후관 일은 괜히 벌집을 들쑤신 듯 한 생각이 듭니다.

남곤 : 남양군대감, 너무 염려마시지요. 대감께서 뇌물을 받으셨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별일이야 있겠소이까?

홍경주 : (휙-보며 버럭) 그 무슨 말씀이시오, 뇌물을 받다니요?! 좌의정께서 이 늙은이가 뒷돈을 받는 것을 보셨소이까?!

남곤 : 대감, 어찌 이리 벌컥증을 내시옵니까? 이사람은 걱정이 되어..

홍경주 : 이 늙은이는 결백하니 좌의정대감 걱정이나 하시구려! (휙-가버리는)

남곤(E) : (비틀린 냉소) 저, 저런 늙은 너구리 같으니라구!

심정 : (급히 다가오며) 좌상대감, 어찌되었사옵니까?

남곤 :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지도 모르게 생겼소이다.

심정 : 예에?

남곤 : 자, 경빈마마께 가십시다. (앞장서서 간다)

심정 : (그 뒤를 따른다)



s#22. 중궁전 방 안


윤비, 엄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난정이가 전하께 호통을 듣고 궐밖으로 내침을 당했다?!

엄상궁 : 예, 마마! 전하께오서 크게 진노하시어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가 차후 궐내출입을 하면

            능지처참을 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하옵니다.

윤비 : 뭐라? 능지처참?!

엄상궁 : 예. 앞으로는 승후관 작은 안으서가 중궁전 문후도 들지 못할듯 하옵니다.

윤비(E) : (생각하는) 난정이가 전하께오서 진노하실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게야..헌데 어찌?..어찌? (하다가 문득 '혹시?!') ..!

              (어딘가를 본다)



s#23. 어느 길


난정을 태운 가마가 어디론가 가고 있다.



s#24. 동 흔들리는 가마 안


난정 : 예, 마마! 서방님뿐만 아니오라 온 조정이 백도주의 뇌물 비리에 휩쓸려야 할 것이옵니다!

         그리 되어야 중전마마께오서 쥐고 계신 치부책이 힘을 발휘하여 김안로와 윤임이를 단박에 찍어낼 수가 있사옵니다!



s#25. 중궁전 방 안


윤비, 치부책을 내려다 보고 있다.


윤비(E) : (끄덕이며) 오냐..난정아, 내 너의 뜻을 잘 알았느니..알았느니!



s#26. 편전 방 안


중종, 한손으로 이마를 괸채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중종, 문득 고개를 드는 얼굴위로 들려오는.


난정(E) : 전하께오서 조정의 공론을 따르시어 윤승후관 형제분들을 찍어내시오면

              다음에 조정신료들은 반드시 중전 마마를 폐서인시키려 들것이옵니다!

중종 : (연상을 쾅-내려치며) 음!



s#2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호호호- 웃는다. 그 앞에 김상궁이 앉아있다.


경빈 : 호호호, 난정이 그 애가 참으로 총명한 아이구먼. 호호호-

김상궁 : (영문 몰라) 총명하다닙쇼? 전하께오서 불같이 진노를 하시어 능지처참하실거라는 말씀까지 계시었사온데 어찌..?

경빈 : 능지처참이라니 당치도 않네!

김상궁 : 예에?

경빈 : 전하께오서 참으로 진노하셨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난정이를 참하시면 그만이셨을 것을 어찌 궐밖으로 내치셨겠나?

         호호- 전하께오서 분명 난정이의 눈물에 마음이 흔들리셨던게야!

김상궁 : 쇠인은 무슨 말씀이온지..?

경빈 : 김상궁, 자네는 승은을 입은 적이 없으니 사내의 마음을 어찌 알겠누?

김상궁 : (아픈 곳을 찔린 듯 표정이 굳는)..

경빈 : 아무리 모진 사내라도 절색의 여인이 흘리는 눈물 앞에서는 마음이 약해질 수 밖에 없음이야!

김상궁 : (수치심을 참으며)..하오면 쇠인 물러가겠사옵니다.

경빈 : 그리하게나.

김상궁 :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나가려는데)

경빈 : 김상궁.

김상궁 : (멈추고 돌아보며) 예, 마마.

경빈 : 당분간 중궁전의 심기를 거스르는 짓은 삼가시게. 아시겠는가?

김상궁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방문밖으로 나간다)

경빈(E) : (미소) 전하께오선 난정이의 눈물에 윤승후관을 방면해주실 마음이 생기셨을게야. 허나 이미 어명을 내리시어

              다시 물리실수도 없음이시니 전하께오선 이번 일을 공평무사하게 처결하심을 보이시기 위해서

              분명 분명, 조정 신료들의 비리까지 내사를 하실테지! 그리되면..그리되면 김안로와 윤임 네 놈들은!

경빈 : 호호호- (깔깔대며 웃어댄다)



s#28. 편전 외경


정광필과 안당이 편전계단을 오르고 있다.


대전내관(E) : 주상전하, 수천대감과 영모당대감 들었사옵니다.



s#29.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안당과 정광필이 앉아있고,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뭣이라? 과인의 작은처남이 백아무개 한테 은자 삼만량을 받았다고 실토를 했다는 말씀이오?

안당 : 예, 하오나 윤승후관은 청탁뇌물임을 부인하고 있사온지라 좀 더 문초를 해봐야 비리여부가 드러날 듯 하옵니다.

중종 : ..음!

정광필 : 전하, 백아무개란 자가 만에 하나 윤승후관 뿐 아니오라 조정신료들에게 막대한 청탁뇌물을 주었다면

            필시 백아무개는 엄청난 이권을 취했을 것이옵고 그로 인해 백성들의 민생이 피폐되었을 것이 자명하옵니다!

            이번 기회에 조정의 뇌물 비리를 철두철미하게 파헤쳐야 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끄덕이며) 과인의 뜻도 그러하오. 과인이 원임이신 두분대감께 추관을 명한 연유를 짐작하시리라 믿소!

정광필 : 예, 신들은 조정에 난마처럼 얽혀있는 비리를 척결하시려는 전하의 어의를 받들 것이옵니다!

중종 : 과인은 두분 대감을 믿으리다! 과인은 이나라 장래를 위해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두철미하게 파헤쳐

         조정의 비리를 척결할 것이오!



s#3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아있는 남곤과 심정에게 말한다.


경빈 : 전하께오선 분명 이번 윤승후관의 청탁뇌물비리를 조정신료들에게까지 확대시켜 나가실겝니다!

남곤 : 예, 원임이신 수천대감과 영모당 대감을 이번일에 추관으로 명하신걸 보아도 그리하시리라 짐작되옵니다.

심정 : 하온데 마마, 그 불똥이 우리에게 까지 튀면 어찌되는 것이옵니까?

경빈 : 조정신료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유일한 증거는 치부책입니다.

         치부책에 두분 대감의 이름이 빠지셨는데 무슨 걱정입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심정 : (끄덕이며) 그거야..그렇지요.

남곤 : ('찔리는')..음!

경빈 : 두분 대감께선 가만히 앉아계세요. 허면 이번에 김안로와 윤임이가 찍혀져 나갈겝니다!

심정 : (의아) 우리 두사람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누가 그 자들을 찍어낸다는 말씀이시옵니까?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이사람의 수족노릇을 해주실겝니다!

남곤 : (놀라) 예에? 중전마마께오서 수족 노릇을요?

심정 : (경빈을 보는)...?

경빈 : (자신에 찬 미소) 두고 보세요. 중전마마께오서 이사람 뜻대로 움직여 주실겝니다!



s#31.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연상위에서 두권의 치부책을 대조해 보고 있다.


윤비(E) : 이 치부책이 전하께 알려지면 조정 신료들 뿐 아니라 내 오라버니께 오서도위난을 피하기 힘드실게야! ..


윤비, 흠짓하여 치부책 두권을 번갈아 본다.

윤비, 경빈이 준 치부책의 찢겨진 면을 손으로 만져보다가 다른 치부책을 보면

책장에 南止亭(남곤의 호)의 이름 밑으로 丙寅, 丁卯,戊辰, 己巳, 庚午, 辛未...庚辰年 햇수별로 한두차례식 액수가 적혀있다.

(*앞의 윤원형 일시와 액수 기록과 같은 형식으로)


윤비(E) : (냉랭한 미소) 경빈과 좌의정이 잔꾀를 부리셨구먼..잔꾀를!



s#32.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배천댁과 탄실, 사랑채 방쪽에 서있는데 윤원로, 사랑채쪽으로 급하게 뛰어와 대청으로 올라선다.


윤원로 : 아버님! 아버님! 큰일났사옵니다! (방안으로 들어간다)

배천댁,탄실 : (서로의 얼굴을 보며)..?



s#33.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동


윤원로, 방문을 열고 급하게 들어선다.

윤지임, 탕약을 마시고 있고 그 앞에 김씨가 앉아있다.


윤지임 : (탕약을 마시다 입을 떼며 윤원로를 보며) 왜?! 금부에 간 원형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느냐?!

윤원로 : (윤지임 앞에 급히 앉으며) 아버님, 원형이가 금부 옥사에 갇혔다고 하옵니다.

윤지임 : 뭬,뭬야? 옥사에?!

김씨 : (충격) 시아주버님,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서방님께오서 금부 옥사에 갇히시다니요?!

윤원로 : (김씨를 휙-노려보며) 이게 모두 다 제수씨의 조부님과 숙부께서 꾸미신 일이외다!

            제수씨, 우리 가문이 깻박 나면 어찌하실겝니까?! 어찌?!

김씨 : ...!!

윤지임 : 이놈, 원로야. 며늘애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리 윽박을 지르는 게냐?!

윤원로 : (애꿎은 화풀이) 제수씨만 이집에 들어오지 않았어도 우리 형제가 이리 핍박받지는 않았을게 아니옵니까?!

김씨 :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도망치듯이 나간다)

윤지임 : (이마를 감싸며) 아이구 두(頭)야!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어쩌면?!

윤원로 : (김씨가 나간 방문쪽을 휙-노려보는)...!



s#34.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김씨, 사랑채쪽에서 급히 나와 멈춰서서 흐느낌을 삼킨다.

배천댁과 탄실, 김씨쪽으로 다가와 선다.


배천댁 : ..아씨..

탄실 : ..아씨.


김씨, 눈물을 삼키며 결연한 표정으로 사랑 채방쪽을 보다가 초당쪽으로 가면 배천댁과 탄실이 그 뒤를 따른다.



s#35. 갖바치 마당


갖바치, 평상위 작업대에 앉아 갖신에 바늘 땀을 넣고 있다.

방백인, 툇마루에 앉아 부적을 그려 넣다가 기지개를 켠다.


방백인 : (갖바치를 보며) 형님, 임선비께서 이번 과거에 장원급제 떼어놓은 당상이겠지요?

갖바치 : 떼어놓은 당상이라니? 뜬금없이?

방백인 : 그 양반 얼굴이 참으로 맑습디다. 그리 청정(淸淨)하신 분이 권모술수가 판치는 조정에서

            장차 정승 반열에 오르실 귀상을 지니셨으니 공부가 남들보다 열곱 스무곱절은 출중하시지 않느냐 이 말씀이오?

갖바치 : 글쎄..며칠 문답을 나누어 본바로 시문은 뉘게 뒤지시는 않을 듯 하시나

            경학은 과거를 보시기엔 아직 모자람이 있으신 듯 싶으이.

방백인 : 허면 임선비께오서 이번 과거시험엔 낙방을 하실거란 말씀이요?

갖바치 : 허허, 낸들 알겠나? 갖바치 백정 집에서 식객노릇을 하시는 배포에다 우리같은 미천한 아랫것들한테도

            하대를 하시지 않는 겸양을 지니셨으니 장차크게 되실 인물임에 틀림없을게야.

방백인 : 허나 내 임선비의 관상을 보아하니 올해 과거에 급제를 하지 못하시면

            십년 액운이 끼어 촌고을 훈장으로 살 팔자인데..참으로 아깝다, 아까워.

당골네 : (뒷곁에서 치마를 추스르며 나오며) 아깝긴 뭐가요?

            그깟 재액(災厄)이야 내 액막이 굿 한번이면 훠이훠이 날려보낼수 있소!

방백인 : 여편네, 굿 같은 소리하지 말고 한숨 잘테니 밥때되면 깨워! (하품을 쩍지게 하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당골네 : (삐죽대며) 맨날 그놈의 밥타령은?! (갖바치 보며) 헌데 임선비께선 어딜 가셨길래 온종일 아니 보이시는게요?

갖바치 : 허허, 해남 촌고을에서 올라오셨으니 도성구경이라도 나서신게지요.

난정 : (대문안으로 들어서며) 갖바치 아저씨!

당골네 : 오, 난정이 왔구나.

갖바치 : 난정이 왔느냐?

난정 : (진지하게) 아저씨께 청이 있사옵니다.

갖바치 : 청이라?..(일어서며) 들어가자구나.


갖바치, 방안으로 들어가면 난정, 그 뒤를 따라들어간다.



s#36. 자운아 기방 대문 안 마당


어디선가 가야금소리가 들려나온다.

임백령, 대문 안으로 들어와 기웃거리다가 안채쪽으로 가려는데 후원쪽에서 들려오는 애절한 가야금소리.

임백령, 몸을 돌려 후원쪽으로 간다.



s#37. 자운아 기방 후원


후원 중문 안으로 들어오는 임백령의 얼굴.

옥매향, 후원 정자위에서 가야금 연주를 하고 있다.

임백령, 옥매향의 그림같은 자태에 넋이 나간 듯 흠뻑 빠져 보는데

모린, 임백령 뒤편으로 찻소반을 들고 걸어 오다가 멈춰서 경계하듯 본다.


모린 : (가녀린 헛기침) 흠,흠!

임백령 : (가야금 연주에 취한)...

모린 : (더 가까이 다가서서 조금 크게) 흠,흠!


임백령, 그제야 흠짓놀라 뒤를 돌아보다가 모린이 들고선 소반에 부딪친다.

바닥에 떨어지는 찻소반과 다기들.


옥매향 : (가야금을 그치고 중문쪽을 돌아보는) 뉘기야요?

임백령 : (옥매향을 돌아보며 어색한 웃음) 허허, 이거 미안하게 됐소이다.

모린 : (울상되어 임백령을 노려보는)..

옥매향 : (가야금을 걷고 정자에서 내려와 임백령쪽으로 다가오며) 뉘신가 했더니 갖바티 아자씨네서 뵈었던 선비님 아니시야요?

임백령 : ..이 사람을 알아보시겠소?

옥매향 : 기러믄요. 기런데 어띠 뎜닪으신 선비분께서 기방 후원을 훔텨보신 거야요?

임백령 : 훔쳐본 것이 아니라 내 근처를 지나던 길에 애절한 가야금소리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예까지 발걸음을 하게 된것이외다. 무례했다면 용서하시구려.

옥매향 : 용서라니요? 당티도 않습네다. 가야금소리가 발길을 니끌었다는 선비님 말씀은

            우리같은 기생년들 한테는 퇴고의 탼사이디요.

임백령 : 험험, 그럼 이사람은 이만 가던 길을 가보겠소이다. (돌아서는데)

옥매향 : 선비님! 이왕 기방에 발걸음을 들여놓으셨으니 술이라도 한댠 하시고 가시라요.

임백령 : 호의는 고맙지만 내 작심한 바가 있어 아니되겠소.

옥매향 : 댝심이라니요?

임백령 : 내 이번 과거에 장원급제할때까지는 술이나 여색은 멀리하기로 작심 했소.

옥매향 : 기래요? 기러믄 어뗠수 없디요...

임백령 : (가다가 멈춰서 돌아보며) 이사람은 임백령이라 하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이오?

옥매향 : 이년 옥매향이라 하옵니다.

임백령 : 옥매향이라..좋은 이름이로고..내 장원급제를 하면 제일 먼저 이 기방에 들러 매향이가 쳐주는 술을 마시리라. 그럼!

            (돌아서 휘적휘적 간다)

옥매향 : (입속으로 되뇌며) 림..백..령?..


옥매향, 뭔가를 생각하며 서있다가 급하게 임백령의 뒤를 쫓아나간다.

모린, 옥매향을 보다가 쭈그리고 앉아 찻상 위에 깨진 다기를 올린다..



s#38. 동 자운아 기방 대문 앞


옥매향, 대문밖으로 나와 두리번거리다 저만치가는 임백령의 뒷모습을 보고 활짝 웃는다.


옥매향 : (다소곳하게 숙이며) 이년 임선비님께서 꼭 댱원급뎨 하시길 기원드리갔습네다.



s#39. 갖바치 마당


당골네, 갖바치 방안쪽을 엿듣고 있다.


갖바치(E) : 뭐라?! 치부책이라니?!

당골네 : (갸웃되뇌이며) 치부책? (다시 방쪽을 엿듣는)



s#40.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 난정을 무섭게 보며 말한다.


갖바치 : 난정아, 내 분명 조정일에 나서지 말라고 일렀거늘 네 어찌 친구의 말을 이리도 허투루 듣는 것이냐?!

난정 : 아저씨! 이년, 조정일에 나서는것이 아니오라 모두가 지아비를 구명하기 위함이옵니다!

갖바치 : 윤승후관을 구명한다?!

난정 : 예, 서방님께오서 청탁 뇌물을 받으신 혐의로 금부에 끌려가셨사옵니다.

갖바치 : 허어, 우려하던 일이 기어코 터졌구나..

난정 : 김안로와 윤임이 신료들과 야합하여 서방님께 형장을 치고 귀양을 보낼 것이 불을 보듯 자명하온데

         어찌 이년보고 가만히 있으라 하시는겝니까?

갖바치 : 음!..난정아, 네 말대로 중전마마께오서 뇌물을 받은 조정신료들의 이름이 적힌 치부책을 가지고 계시다면

            걱정할것이 무에 있겠느냐?

난정 : 하오나 치부책에는 서방님의 성함도 올라있으시오니 그것을 어찌 풀어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갖바치 : 치부책에 적힌 다른 자들과 함께 윤승후관께서도 격류에 떠내려갈지도 모른다?

난정 : 예, 아저씨께오선 분명 이년 서방님이 격류속에서 몸을 빼내실 방책을 알고 있으리라 믿사옵니다.

         아저씨 부디 친구로서 지혜를 빌려주세요.

갖바치 : 음!..오냐, 내 방책을 일러주마.

난정 : (환하게 펴지며) 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아저씨!

갖바치 : 난정아, 지필묵을 가져와 먹을 갈거라.

난정 : 예. (일어나 지필묵이 놓인 곳으로 간다)

갖바치 : (눈을 감으며)..음!



s#41. 윤임 사랑채 마당


황서방,박서방,남곤집사,홍경주집사,심정집사(*),김전집사(*)등이 댓돌주변에 서있다.


윤임처 : (서방들쪽으로 다가오며) 예서 우두커니 서있지들 말고 행랑채에 들어 요기나 하면서 기다리게나. 박서방 데리고 가게!

박서방 : (조아리며) 예, 마님! (서방들에게) 가세나. (앞장서면)

서방들 : (윤임처에게 조아리고 박서방을 따르는데)

홍경주(E) : (방안에서) 희락당대감, 대체 이 일을 어찌 수습하시려는게요?!

윤임처 : (방쪽을 돌아보는)...?!



s#42. 윤임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윤임, 홍경주와 남곤, 심정, 김전과 김제학이 앉아있다.


홍경주 : (김안로를 쏘아보며) 윤승후관형제를 찍어내려다가 우리들까지 찍혀져 나가게 생기지 않았소이까?!

심정 : 백치수 놈이 형장을 견디지 못해 세치 혀를 놀린다면 조정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일이외다!

김제학 : 이사람도 걱정이옵니다. 그자가 당상관들뿐 아니오라 참상관들한테까지도 뇌물을 건넸다하니..

남곤 : 희락당대감만을 탓할 일이 아니외다. (슬쩍 비꼬는) 아직 정치경륜이 짧은 희락당대감을 믿은 우리에게도 잘못은 있지요.

김안로(E) : (휙-보며) 아니, 이 자가?!

남곤 : 왜요? 내가 틀린 말이라도 했소이까?

김안로 : (눌러참는)..음!

윤임 : 대감들, 누구의 잘못을 질책하기전에 머리를 맞대고 수습책을 논의해보자는 자리가 아니옵니까?!

홍경주 : 다 틀렸소이다! 정광필이나 안당은 지난 기묘년에 조광조를 찍어낸 일로 우리에게 원한이 깊을테니

            이번 일은 호락호락 넘어가지는 않을것이오!

김안로 : 대감들, 너무 심려들 마시옵소서! 이번 백치수 사단의 불길이 조정에까지는 번지지 않을 것이옵니다.

김전 : 네게 무슨 묘책이라도 있는것이냐?

김안로 : 백치수는 뇌물을 준 일을 결코 토설치 않을것이옵니다!

김전 : 토설치 않을 것이다?

김안로 : 예, 입을 열면 십수년동안 조정에 뇌물을 뿌려온 일이 헛수고가 되는 걸

            백치수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것이옵니다!

홍경주 : 하긴..윤승후관과 대질에서도 끝까지 모른다고 완강하게 부인을 합디다.

심정 : 허나 매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외다. 한낱 장사꾼이 주리를 틀어 뼈가 부숴지고 단근질로 살을 지져대는 문초를

         언제까지 견딜수 있겠소이까?

윤임 : 설령 그자가 뇌물을 준 일을 토설한다 하여도 명백한 증거가 없지않소이까?

남곤 : 허어, 만에 하나 풍문으로 떠도는 치부책이 전하의 손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어찌되는게요?!

         조정신료들 반수 이상이 치죄를 당하고 관복을 벗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외다!

김안로 : 치부책 같은 것은 없사옵니다! 또한 있다손 치더라도 전하께 전해지는 일은 절대 없도록 이사람이 손을 쓸것이오니

            이사람을 믿어주시옵소서!

홍경주 : 음! 그럽시다, 달리 방도가 없으니 희락당대감을 믿을수 밖에요!

일동 : (남곤과 심정을 제외하고 동조하듯 끄덕이는데)..

남곤(E) : (비웃음) 치부책이 절대없다? 하하하, 어디 두고 보라지!



s#43. 중궁전 방 안


윤비, 치부책 펼치고 한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INSERT) 丁丑年 三月 庚辰 尹彦平 銀子 三萬兩 이라고 쓰여져있다.

윤비, 그 책장을 움켜잡고 뜯어내려다가 움찔 동작을 멈춘다.


윤비(E) : (한숨을 내쉬며) 오라버니, 어찌 자복을 하시어 일을 어렵게 만드셨습니까? 어찌해서요..?!



s#44. 의금부 옥사 안


윤원형, 정자세로 앉아 있는 결연한 얼굴위로.


윤원형(E) : 마마, 이 못난 오라비가 모든 것을 덮어쓰고 죄를 받을 것이옵니다.

                시생, 신명을 다바쳐 저들이 마마의 존체에 터럭 한올이라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것이옵니다!..

백치수(E) : (옆칸에서 들리는 신음소리)..으.. 으..

윤원형 : (옥살쪽으로 다가와 옆칸쪽으로 얼굴 내밀며) 백도주, 정신이 좀 드시는가?

백치수 : (널부러진채 고통스럽게 짜내듯).. 나으리..

윤원형 : (안스럽게 보며)..쯧쯧..다음번 문초 때는 나에게 돈을 주었다고 바른대로 고하시게나.

백치수 : ..이놈을 어찌 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윤원형 : 괜한 고집부리지 말고 내 말대로 하시게나.

백치수 : (원망스럽게)..나으리..어쩌자고 이놈에게 돈을 받았다고 고하셨사옵니까?

윤원형 : 뭐라? 허면 자네가 죽어나가는 꼴을 가만 보고 있으란 말인가?

백치수 : ..나으리께오서 끝까지 입을 다물고 계셨다면..이놈, 병신이 될망정..목숨만은 건졌을 것이오나..

            이제 다 틀렸사옵니다...

윤원형 : 다 틀리다니 어찌 그리 심약하신가?

백치수 : (고통스럽게 '끙!' 신음소리를 내뱉고는 입을 다문다)...

윤원형 : (머리를 한껏 내밀며)...이보시게, 배,백도주!

백치수 : (입을 다문채)...



s#45.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안로, 두사람만이 남아있다.


윤임 : 대감, 정녕 이번일이 윤승후관 형제만이 찍혀져 나가는 것만으로 무사타첩 될 수 있겠소이까?

김안로 : 진인사대천명이라 했으니 최선을 다해 봐야지요. 판부사대감께오서는 대비전에 들어 대비마마께 청을 드려주시옵소서.

            이사람은 삼사를 움직여보겠사옵니다.

윤임 : 그리하겠소이다. 헌데 대감, 이사람은 도둑맞은 치부책이 자꾸 마음에 걸리는 구려!

김안로 : 이제껏 아무런 기별이 없는 것을 보면 치부책을 훔쳐간 자가 주변 인물은 아닐 것이옵니다!

윤임 : 허나 언젠가는 반드시 위협이 될 화근이 아니오이까?

김안로 : 예, 허니 일을 서둘러야지요!

윤임 : 음!



s#46. 어느 길


김전, 생각에 잠긴채 사인교를 타고 온다.

김씨, 김전의 사인교 앞을 불쑥 막아선다. (*배천댁과 탄실, 김씨 뒤편에 서있다)


김씨 : 조부님!

김전 : (사인교가 멈추면 김씨를 보고 놀라) 아,아니 네 어찌?

김씨 : 조부님, 윤서방이 어인 연유로 금부옥사에 하옥된 것이옵니까?

김전 : (말문이 막히는)..음!

김씨 : (땅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할아버님. 아직도 저를 손녀로 여기신다면 서방님을 방면해 주시옵소서.

김전 : 뭣이라?! 네 어찌 조정의 막중대사에 집안의 사사로운 정을 내세워 청을 넣는 것이냐?!

김씨 : 조부님, 윤서방은 금부옥사에 하옥될 만큼 대죄를 지을 사람이 아니옵니다.

김전 : 네 서방은 문초를 받은 연후에 죄가 없다면 방면될 것이다. 허니 경거망동 말고 냉큼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거라.

김씨 : (눈물)..할아버님!

김전 : (집사에게) 가자!

김전집사(*) : 예, 대감마님! (교꾼들에게) 가세!


김전의 사인교가 무릎꿇은 김씨를 지나쳐 간다.

김씨, 배천댁과 탄실의 부축을 받으며 흐느낌을 삼키며 일어난다.

김전, 힐끗 고개를 돌려 그런 김씨의 모습을 본다.


김전(E) : (착잡한)..정치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것임을 낸들, 낸들 어찌하겠느냐?.. (한숨을 푹 내쉬며 사인교를 타고 간다)


김씨, 배천댁과 탄실의 부축을 받으며 어디론가 간다.

난정, 한곳에서 몸을 드러내며 그런 김씨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난정 : (충격)...!



s#47. 난정모 집 대문 앞 길


난정, 심난한 표정으로 대문쪽으로 걸어오다가 멈춰서서 휙-돌아본다.


난정 : (주변을 살피며) 길상아! 잠시 나 좀 보자!

길상 : (난정의 뒷편에서 나타나는)..

난정 : (인기척에 몸을 돌려 길상을 돌아본다) ..

길상 : (보는)...

난정 : (노려보다가 길상의 뺨을 찰싹 때린다) 이 나쁜 놈! 네 분명 나으리를 목숨 바쳐 지킬것이라 피로 맹세했지?!

길상 : ...

난정 : 헌데 네 어찌 나으리를 금부에 끌려가시도록 수수방관한게야?! 서방님께오서 죄를 받고 귀양이라도 떠나시면

         나를 차지할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니?!

길상 : (괜한 화풀이라는 것을 안다)...

난정 : 길상아, 두 번 다시 나으리께오서 위급하신 것을 그냥 두고본다면 네 너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야!

         (몸을 돌려 대문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길상 : (하늘을 올려다보는)...



s#48. 대비전 외경


윤임, 대비전으로 걸어와 대비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자순대비(E) : 판부사대감, 어서 오세요.



s#49.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은 윤임을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 그렇지 않아도 이 늙은이가 판부사대감을 뵙고 말씀을 나누고 싶었소이다.

윤임 : 의금부에 하옥된 백아무개가 조정과 왕실에 청탁뇌물을 주었다는 소문 때문이시옵니까?

자순대비 : (끄덕이며) 짐작하시는구려. 판부사대감, 이번일에 누가 얼마 만큼 연루되어 있는 것이오?

윤임 : (침울한) 풍문에 들리는바로는 조정의 신료들뿐 아니오라 명망있는 종친분들께오서도 연루되시었다 하옵니다.

자순대비 : (놀라) 뭐요? 종친들까지?! 허어, 대체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꼬?

윤임 : 마마, 풍문이 사실로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장차 주상전하의 치세에 큰 누가 될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분명 그리 될테니 참으로 큰일 아니오?

윤임 : 하오니 이번일은 반드시 윤승후관 선에서 마무리지어야 할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윤승후관 선에서 마무리를 짓다니? 허어 주상의 비리척결 어의가 완강하신 터에 무슨 수로요?

윤임 : 중전마마께오서 전하께 윤승후관을 죄주라는 주청을 드리시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에게 주청을 드리게 하라?

윤임 : 예, 이 모두가 윤승후관형제의 비리의혹에서 불거져 나온 일이옵니다.

         하오니 윤승후관형제의 일이 마무리되면 무마될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 음!..헌데 중전께서 핏줄이신 오라비를 죄주라는 주청을 올리겠소이까?

윤임 : 이나라 종묘사직을 위한 일이옵니다. 신은 중전마마께오서도 대의명분에 따라 주실 것이라 믿사옵니다.

자순대비 : ...



s#50.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앞에 앉은 박희량에게 은밀하게 말한다.


김안로 : 중전마마의 폐서인 주청을 담은 삼사의 상소를 서둘러야겠네!

박희량 : 예,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김안로 : 허나 자네가 앞에 나서서는 아니될것이야!

박희량 : 명심하겠사옵니다, 하오면 시생 물러가겠사옵니다.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는)

김안로 : ...



s#51. 동 김안로 사랑채 방밖 마당


박희량, 방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황서방의 뒤를 따라 정윤겸과 정렴이 사랑채 방쪽으로 걸어온다.


박희량 : (경악하는) 아,아니 어,어르신!

정윤겸 : (가늘게 보는)...!

정렴 : (인상쓰며 박희량에게 달려들듯이) 희량이, 네 이놈!

정윤겸 : 렴아, 경거망동 말거라! (박희량에게) 어서 네 가던길을 가거라.

박희량 : (조아리며 허둥지둥 대문쪽으로 나간다)

정렴 : (분기를 억누르며 박희량의 뒷모습을 노려보는)..!

정윤겸 : (황서방에게) 여쭈어주시게!

황서방 : 예. (방쪽에다) 대감마님, 정윤겸대감께오서 뵙기를 청하십니다요.



s#52.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 (놀라 방문쪽을 보며)..뭐라?! 누가 오셨다고?!..(생각하다가)..뫼시어라!



s#53. 동 김안로 사랑채 방밖 마당


황서방 : 예! (정윤겸에게) 드시지요.

정윤겸 : 렴아, 넌 잠시 예 있거라.

정렴 : 예, 아버님.

정윤겸 : (방안으로 들어간다)



s#54.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정윤겸 : (방안으로 들어서며) 대감, 그동안 무고하셨소이까?

김안로 : (앉은채 정윤겸을 보며) 예, 헌데 대감께오서 내집까지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정윤겸 : 이사람, 대감께 청이 있어 왔소이다.

김안로 : 예에, 청이라니요? 대감께오선 이사람을 철천지 원수로 여기고 계신줄로만 알고 있었사온데..

정윤겸 : (진지하게) 대감, 구원(舊怨)일랑은 접어두고 이사람에게 다시한번 전하께 충성을 바칠수 있는 기회를 주시오!

김안로 : ...!



s#55. 난정모 방 안


난정, 방바닥에 펼쳐진 종이위에 써진 <生卽必死 死卽必生> 글귀를 내려다 보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s#56. 갖바치 방 안 (앞의 s#40의 연결)


갖바치, 바닥에 놓인 종이위에 우측에서 좌측으로 <生卽必死 死卽必生>의 마지막 '生' 글자을 쓰고 붓을 놓는다.


갖바치 : 이것이 윤승후관 나으리를 격류에서 구명할 방책이니라.

난정 : (되뇌어 읽으며) 생즉필사..사즉필생?. (갖바치 보며) 아저씨 이 무슨 뜻이옵니까?

갖바치 : 허허, 그 뜻은 네 머리로 깨우치도록해라.



s#57.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 (<生卽必死 死卽必生>글귀를 보며).. 살려고 하면 반드시 죽을것이고, 죽으려고 하면 반드시 살 것이다..?

         ..생즉필사.. 사즉필생..(몇번을 되뇌여보다가 문득 떠오른 듯 밝게 펴지며)...그래, 그런 뜻인게야!



s#58. 대궐 일각


자순대비, 생각에 잠긴채 가마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모습위로. (*조상궁이 가마 옆을 따른다)


엄상궁(E) : 중전마마, 대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s#59. 중궁전 방 안


자순대비, 보료위에 앉으면 윤비, 그 앞에서 따라 앉는다.


윤비 : 대비마마께오서 중궁전에 친히 발걸음을 하여 주시오니 신첩, 황공하여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 이 늙은이가 중전께 긴한 청이 드리러 왔소이다.

윤비 : (흠짓 보며) 청이라니요, 마마? 말씀 하시옵소서.

자순대비 : (망설이는)...



s#60. 윤원형 집 대문 앞


대문이 끼익-열리며 임서방이 얼굴을 내민다.


임서방 : (대문앞에 서있는 난정을 보고 놀라) 나,난정아씨!

난정 : (미소) 임집사, 내 초당아씨를 만나뵈러 왔네.

임서방 : (당황하여)..예에?..하온데..저..

난정 : (대문안으로 불쑥 들어간다)

임서방 : (당황하여 난정의 뒤를 따른다)



s#61. 중궁전 방 안


윤비, 놀란 얼굴로 자순대비를 본다.


윤비 : 예에? 하오면 신첩 오라비에게 청탁뇌물을 받은 죄를 인정케 하고 이번 일을 덮으란 말씀이시옵니까?

자순대비 : (끄덕이며) 이 늙은이도 무리한 부탁이라는 것은 압니다. 허나 그래야 이나라 왕실과 조정이 평안해집니다.

윤비 : ...

자순대비 : 중전, 이나라 종묘사직을 위해 그렇게 결단을 내려주세요.

윤비 : (보며) 대비마마, 신첩 그리는 못하옵니다!

자순대비 : 뭐요? 중전, 이 늙은이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시겠다는겝니까?

윤비 : (단호한) 예! 신첩 분명 그리는 못한다고 말씀드렸사옵니다!

자순대비 : (일그러지는)..

윤비 : (자순대비를 팽팽하게 보는)..



s#62. 윤원형집 초당 마당


난정, 임서방 옆에 서있고 배천댁과 탄실, 난정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보고 섰다.


임서방 : 초당 아씨, 작은 아씨께오서 뵙기를 청하십니다요.



s#63. 동 윤원형 집 초당 방 안


김씨, 한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다가 방문쪽을 돌아보며 버럭 소리친다.


김씨 : 지금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으니 물러가라하게!



s#64. 동 윤원형 초당 밖 마당


임서방, 난처한 표정으로 난정을 돌아보는데.


난정 : (쌩끗 미소를 지으며 방쪽으로 한발 앞으로 나서며) 아우님, 잠시 나와 보시지요! 서방님의 목숨이 달린 일이옵니다.



s#65.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김씨 : (휙-보며) 뭐라? 서방님의 목숨이 달린 일?! (잠시 생각하다가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나간다)



s#66. 동 윤원형 초당 마당


김씨, 방문을 열고 나와 마루위에서 마당쪽에 서있는 난정을 본다.


김씨 : 자네 지금 서방님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했는가?!


난정, 김씨를 보며 쌩끗 웃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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