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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8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523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82











S#1. 난정모 집 마당


난정, 방문 앞에 서있는 정윤겸을 놀란 눈으로 본다.

정렴, 그 옆에 서있다.


난정 : (냉랭한) 대감마님께오서 천 것의 집까지 어인 일로 발걸음을 하시었사옵니까?

정윤겸 : 내 너에게 청이 있어 왔느니라!

난정 : (경계하듯) 청이라니요?!

정렴 : 밖에 서서 이럴게 아니라 들어 오너라!

난정 : ...그리하지요.


정윤겸, 방안으로 들어가면 난정, 그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정렴, 두사람이 들어간 방문쪽을 엿듣는다.



S#2. 동 난정모 방 안


정윤겸, 아랫목에 앉는데 난정, 선채로 정윤겸을 내려다 본다.


정윤겸 : (난정을 보며) 앉거라!

난정 : (어색한 표정을 감추며 다소곳하게 앉는다)

정윤겸 : 네 어미가 집을 오랫동안 비운 모양이구나.

난정 : ('그걸 어찌?' 흠짓 보는)...!

정윤겸 : (방안을 둘러보며) 네 어미 성품에 방안에 먼지가 이리 켜켜히 쌓인 것을 가만히 놔둘 리는 없을터!

            네 어미는 어딜 간게냐?

난정 : (어금니를 물며) 대감마님, 이년에게 하실 청이 무엇이옵니까?

정윤겸 : 내 근자에 판부사대감과 윤승후관이 사소한 오해가 있었다고 들었다.

난정 : ..사소한 오해요?!

정윤겸 : 난정아, 네가 두분께서 오해를 풀고 화해하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겠느냐?

난정 : (어이없게 보며) 화, 화해요?

정윤겸 : 그래. 내 실은 판부사대감의 부탁을 받고 왔느니라!

난정 : (휙-보며) 대감마님! 어찌 대감을 파직시킨 자들의 주구노릇을 하시려는 것이옵니까?!

정윤겸 : (일그러지며) 뭐라? 주구?! 네 어찌 애비 면전에서 그런 되먹지 못한 말따위를 내뱉는 것이냐?!

난정 : 하오면 어찌하여 대감께오선 중전마마를 찍어내려 한 자들과 한쪽에 서시려 하시옵니까?!

정윤겸 : 네가 뭔가 잘못 알고 있구나!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은 세자저하를 위해 신명을 다바치실 분들이다!

            나 역시 그런 명분이 있기에 너를 찾아온 게야!

난정 : 대감마님, 그자들은 세자저하를 지켜 드린다는 미명(美名)아래 조정의 권세를 틀어쥐고 정사를 농단하려는 자들이옵니다!

         그들의 시꺼먼 속내를 어찌 꿰뚫어보시지 못하시옵니까?!

정윤겸 : 네 이년! 네 감히 애비를 훈계하려 드는 것이냐?!

난정 : 대감께오서 이년 모녀와 절연하시고 내치신 연후에 이년은 대감마님 원망을 많이 하였지요!

         하오나 그것은 아비에게 버림받은 자식이 갖는 원망이었사옵니다!

정윤겸 : 뭐라?!

난정 : 이년은 대감마님의 대쪽같으신 절개를 흠모하였사옵니다!

         하온데 어찌, 어찌하여 그 곧으신 절개를 꺽고 지조를 버리신 것이옵니까?!

정윤겸 : 닥치거라! (난정의 뺨을 찰싹 친다)

난정 : (고개가 휘청 돌아가지만 다시 휙- 고개를 돌려 무섭게 쏘아보는)...!

정윤겸 : (보는)..

난정 : (무섭게 가라앉은) 대감마님, 그만 내 집에서 나가주시지요!

정윤겸 : 오냐! 내 너를 찾은 것이 잘못이었음이야! (벌떡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난정 : ...!



S#3. 동 난정모 마당


정윤겸, 방문을 열고 나와 그대로 성큼성큼 대문밖으로 나간다.


정렴 : (당황하여 정윤겸 뒤를 쫓아나가며) 아버님! 아버님!



S#4.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 (벌겋게 부풀어 오른 뺨을 매만지다가 어딘가를 휙-노려보는)...!



S#5. 경빈 처소 외경


금이, 처소 방쪽을 엿듣는 모습 위로.


경빈(E) : 희락당대감께서 이사람을 찾아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소이다!



S#6.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김안로, 찻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김안로 : 진즉 찾아 뵙고 인사를 여쭈지 못해 송구할 따름이옵니다.

경빈 : 호호, 장차 대통을 이으실 세자저하의 장자방이신 희락당 대감께오서 이사람 처소까지 친히 발걸음을 해주시었으니

         오히려 광영이지요. 차가 식겠소이다. 드시지요.

김안로 : 예.

김안로(E) : (찻잔을 들며 보는) 과연 듣던대로 만만치가 않음이야!

경빈(E) : (차를 마시면서 힐끗 보는) 천변만화의 수를 읽는다더니 빈틈이 없구먼!

경빈 : (찻잔을 내려놓으며) 헌데 이사람에게 긴히 할 말씀이 무엇이오이까?

김안로 : 마마, 언제까지 중전께오서 손을 내미실때만을 기다리실 것이옵니까?

경빈 : (허를 찔린) 뭬요?! 희락당 대감 그 무슨?

김안로 : 중전마마께오선 결코 경빈마마와 의기투합 하실 분이 아니란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계시옵니까?!

경빈 : 중전마마께오선 결코 이사람과 의기투합하시지 않는다? 어찌 그리 장담 하시는게요?

김안로 : 그거야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옵지요. 치부책 일만 해도 그렇지요!

            중전마마께오선 경빈마마께오서 건네신 치부책이 아니라 좌의정의 이름이 적힌 원본 치부책을 전하께 올려

            좌의정과 경빈마마의 뒷통수를 후려치신 분이옵니다!

경빈(E) : (흠짓) 이 자가 어찌 그 일을 알고 있단 말인가?

김안로 : 뿐만 아니오라 폐서인 전교를 받으시는 순간까지도 그 치부책을 움켜쥐고 계시었다가 세자저하께 건네드리신 일로

            전하의 총애를 단박에 회복 하시었지요! 중전마마께오선 표리부동하오신 분이옵니다!

            언제 경빈마마의 등뒤에 비수를 꽂을지도 모르옵니다!

경빈 : (싸늘한 미소) 중전께오서 무서운 속내를 가지신 것은 이사람도 잘 아오이다! 허나 내 중전마마께 등을 돌리더라도

         판부사나 희락당대감과는 손을 잡지 않을 것이니 괜한 기대는 마시오!

김안로 : 예, 마마께오서 판부사대감과 이사람을 어찌 생각하시는지 이사람도 잘 아옵니다.

경빈 : 암요! 판부사대감이 중전마마께 이사람에게 사약을 내리라 부추키셨던 일을

         내 관속에 들어간들 어찌 잊을수가 있겠소이까?!

김안로 : 허허, 이 사람 앞에 앉아계신 분이 천하의 경빈마마가 맞는 것이옵니까?!

            마마께오선 어찌 그릇이 종지만큼 밖엔 아니 되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 뭬, 뭬요?! (연상 쾅-) 대감! 아무리 대감께서 전하의 사돈이시라 할지라도 이사람을 모욕하는 말씀은 삼가시오!

김안로 : (진지한) 마마, 정녕 사사로운 원한 때문에 중전마마께 토사구팽 당하실 것이옵니까?!

경빈 : 토사구팽이요?!

김안로 : 중전마마께오선 이사람과 판부사를 쳐내신 연후에 분명 경빈마마를 파내 버리려고 하실 것이 자명하옵니다.

경빈 : (생각하다가)..희락당대감께서 이사람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이까?

김안로 : 우선 마마께오서 이사람과 판부사대감이 조정에서 찍혀져 나가는 것을 막아 주시옵소서.

            그런 연후에 이사람과 손을 잡고 중전마마를 도려내시어야지요!

경빈 : 그리하면 대감께오선 이사람에게 무엇을 주시겠소이까?

김안로 : 이사람이 마마를 교태전 주인으로 앉혀 드릴 것이옵니다!

경빈 : (냉랭한 미소)..교태전 주인이요?

김안로 : 예! 허나 만에 하나 세자저하를 젖히고 복성군마마를 보위에 올려세우실 마음을 잡숫고 계신다면

            이사람은 역시 경빈마마를 찍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옵니다.

경빈 : 아주 솔직하시군요! 허면 어쩐다?

김안로 : 마마, 이사람이 내미는 손을 잡아주시겠사옵니까?

경빈 : (가는 눈을 뜨고 생각하는)..음!



S#7. 대비전 외경


중종의 옥교 옆에 대전내관과 김상궁, 무예청들과 호위별감들이 서있다.



S#8.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와 중종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 주상, 이번 일을 어찌 처결하실 작정이시오? 주상의 어의를 알고 싶구려.

중종 : 어마마마, 소자는 청탁뇌물을 받은 신료들에게 엄중한 죄를 물은 연후에 참신한 인물들을 대거 등용하여

         조정을 개편하고 국정을 쇄신하고자 하옵니다.

자순대비 : 허면 이제껏 십수년동안 주상께 충성을 다 바친 측근신료들까지 퇴출시키실 작정이십니까?

중종 : 예. 소자는 이번기회에 조정의 비리를 발본색원하여 왕실의 권위를 세우고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을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주상,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은 어찌 하시렵니까?

중종 : 어마마마, 소자는 불편부당하고 엄중하게 죄를 물을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이 늙은이 생각에는 임금의 측근에는 공명정대한 신하보다는

               어의를 받들고 군주의 허물을 대신 뒤집어쓰고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신하가 더욱 필요한겝니다.

중종 : ...

자순대비 : 반정공신들이 십수년동안 전횡과 비리로 지탄을 받아왔지만 주상께서 지금껏 무탈하시게 보위를 지켜오신 것은

               따지고 보면 반정공신들이 주상의 측근에서 보필해준 덕분 아닙니까?

중종 : ...

자순대비 : 주상, 이 늙은이가 보기에 장차 세자를 측근에서 지켜줄 사람은 판부사와 희락당대감 두분밖에는 없을 듯 싶습니다.

중종 : 허면 어마마마께오선 중전을 폐위시키는데 앞장 선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을 용서하라는 말씀이시옵니까?

자순대비 : 세자에 대한 충성이 과했던 탓이니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의 일은 그냥 덮어두시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중종 : (결연한) 소자, 그리 할 수는 없사옵니다!

자순대비 : 주상!

중종 : 소자가 두사람의 일을 덮어둔다면 폐위전교까지 내렸던 중전을 무슨 낯으로 대하겠사옵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을 용서할 수는 없사옵니다!

자순대비 : ..음! 허면 세자의 바람막이는 누구로 하시렵니까?

중종 : 차차 생각해보겠사옵니다. 하오니 어마마마께오선 이번일을 모른척 보고만 계시옵소서!

자순대비 : 주상, 신중하시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시면 반드시 후회하실 일이 생기실 겝니다!



S#9. 중궁전 앞 마당


난정, 당의를 입고 중궁전 합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총총히 계단을 올라가 중궁전 안으로 들어 간다.



S#10. 중궁전 방 안


난정, 윤비 앞에 함박 웃음을 보이며 앉는다.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화급을 벗어나신 일을 감축드리옵니다.

윤비 : (농조) 난정아, 주상전하께오서 네 다시 한번 입궐할 시에는 능지처참 할 것이라 엄명하신 일을 알면서도

         어찌 입궐한 것이냐?

난정 : (미소쌩끗) 전하께오서 중전마마의 폐위전교까지 거두어주시었다고 들었사오니

         이 미천한 것의 목숨도 살려주실 것이라 믿사옵니다.

윤비 : (미소) 오냐, 전하께오서도 그 치부책을 내게 가져온 사람이 난정이 너라는 것을 아시고 크게 흡족해 하시었다.

난정 : 성은이 망극할 뿐이옵니다.

윤비 : 난정아, 네가 내 목숨을 구하였다! 뇌물 명단이 적힌 치부책을 가져다 준것도 그렇거니와

         (연상에서 <生卽必死 死卽必生> 글귀가 적힌 종이를 꺼내며) 네가 이 글귀로 치부책을 사용할 방책을 알려주지 않았던들

         어찌 이번 화급을 피할수 있었겠느냐?

난정 : 마마께오선 이 글귀를 어떤 뜻으로 푸시었사옵니까?

윤비 : 처음에는 이 글귀가 혼란스러웠지만 폐비전교를 받은 연후에야 명확하게 뜻을 풀 수 있었느니라.

난정 : ...?

윤비 : 생즉필사, 살려고 하면 반드시 죽을 것이란 말은 오라버니나 내 목숨을 살리려고 하지 말고

         사즉필생, 죽으려고 하면 반드시 살것이란 글귀는 폐서인 되어 사약을 받을지라도 내 손으로 치부책을 전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뜻으로 풀었느니라.

난정 : 참으로 명쾌하고 영명하오신 답이시옵니다.

윤비 : 오냐, 내 이 글귀를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살것이니라.

난정 : 황감하옵니다, 마마.

윤비 : 헌데 난정아, 방면되신 내 아버님과 오라 버니들은 만나뵈었느냐?

난정 : 파산부원군대감과 큰 승후관께오서는 문초를 오래받지 않으시어 무탈하시옵니다.

윤비 : 작은 오라버니께오선 어떠하시더냐?

난정 : 서방님께오서도 천만다행으로 뼈를 상하지 않으시었사오니 곧 회복되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 암,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 말고!

난정 : 하온데 마마, 전하께오서 윤임이와 김안로는 어찌 처결하실지요?

윤비 : 내 그동안 두사람의 작태를 생각하면 당장 단매에 바수어놓으라 주청드리고 싶지만 좀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음이야.

난정 : 마마, 경빈이 마음에 걸리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 (끄덕이는) 내 손에 칼자루를 쥐었으니 윤임이와 김안로를 베어내는 것쯤 뭐가 어렵겠느냐만은..

         그리된 연후에는 반드시 경빈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 자명하지 않겠느냐?

난정 : 분명 그리되겠지요!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 경빈을 궐밖으로 내치시는 일은

         언젠가는 반드시 치루시어야 하실 일이옵니다.

윤비 : 그래 나도 잘 알고 있다. 허나 아직은 때가 이른듯 싶구나. 지금 경빈을 잘못 건드렸다간

         화살 설맞은 멧돼지처럼 사생결단으로 덤벼들것이 분명하니 위태로울 수도 있음이야.

난정(E) : (뭔가 생각하는) 경빈..경빈이라?



S#1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한손으로 이마를 괸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경빈(E) : 중전은 결코 이사람과 의기투합하지 않을것이다?..그래 중전의 성정으로 보아 그럴수도 있음이야! 허면 어찌 한다?

              (번뜩) 차라리 내가 중전을 밀어내고 교태전에 들어간 연후에 후일을 도모함이..?

              (고개를 크게 저으며) 아니야! 간교한 김안로 그놈이 당장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감언이설로 간계를 부리는것인지도 모르지! 간계를!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12. 대궐 일각


김안로, 생각에 잠긴채 걸어오다가 멈춰서서 어느 전각을 돌아본다.


김안로(E) : 암, 내 한신처럼 시정잡배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가더라도 반드시 살아 남을 것이야!

                 (결연한) 반드시 살아남아 천하를 내 손아귀에 쥘 것이야!


김안로, 몸을 돌려 어디론가 총총히 간다.



S#13. 중궁전 방 안


윤비,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고 난정, 그 모습을 본다.


윤비 : 난정아, 네 지난번에 이 아기가 나와 내 가문을 지켜줄 보배라고 한 말을 기억하느냐?

난정 : 예, 중전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가 아니라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었다면 위기감을 느낀 경빈이

         필시 김안로와 윤임과 손을 잡고 이번에 필사적으로 중전마마께 위해를 가하려고 하였을 것이옵니다.

윤비 : 그래, 그랬을 것이야..내 폐위전교를 받고 궐밖으로 떠나게 되었을 때

         이 어린 것을 떼어놓고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더구나.

난정 : ..예, 그러시었을테지요.

윤비 : (난정을 보며 농조) 아이를 낳아본 일이 없는 네가 그 심정을 어찌 알겠누?

난정 : (수줍은 미소) 소첩도 서방님의 핏줄을 낳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사오나

         하늘을 봐야 별을 따는 법이오니 어찌 할 수 없지요.

윤비 : 네 아직 어리고 오라버니와 금슬이 좋으니 장차 회임을 하는 일이 무에 걱정이겠느냐?

난정 : (씁쓸한 미소) 예..하오나 자식을 낳아본들 지체가 짧은 첩의 자식일 뿐이오니..

윤비 : (보며)...네 가슴에 맺힌 것이 많은 모양이구나.

난정 : 가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어차피 천출로 태어나 중전마마를 곁에서 뫼시는데 무엇을 더 바라겠사옵니까?

윤비 : (안스럽게 보는) 하긴 너처럼 총명하고 재색이 빼어난들

         평생 첩실로 살아갈 수 밖에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로구나..

난정 : (글썽) 아니옵니다 마마. 소첩은 이대로 중전마마를 위해 평생 견마지로 할것이옵니다.



S#14. 윤임 사랑채 외경


정렴과 박서방이 서있다.


윤임(E) : 예에? 허면 난정이가 대감의 청을 거절하였다는 말씀이오이까?!



S#15.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정윤겸이 앉아있다.


윤임 : 어허, 난정이가 참으로 당돌한 계집 아니오이까? 어찌 낳아준 아버지이자 상전인 대감의 청을 거절할 수 있는겝니까?!

정윤겸 : 모두가 이사람이 부덕한 탓이오이다!

윤임 : 어쩔수 없지요. 난정이가 화해의 자리를 주선하지 못하겠다면 이 사람이 직접 나설 수 밖에요! (뭔가 결심하는)..음!



S#16. 대궐 일각


중종의 옥교가 대전내관과 김상궁, 호위 별감들을 거느리고 온다.

희빈, 맞은 편에서 향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다가온다.


희빈 : (옥교 앞으로 다가와 멈추며) 전하!

종종 : (희빈을 보고 옥교를 멈추는) 멈추어라! (옥교가 멈추면) 희빈, 어찌 과인의 발길을 막는것이오?

희빈 : 전하! 신첩 전하께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중종 : 말해 보오.

희빈 : (땅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전하, 신첩을 가엾게 여기시온다면 신첩의 아비가 지은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중종 : (안색이 굳는) 뭣이라?! 희빈, 지금 뭐라 하였는가?

희빈 : (눈물을 흘리며) 전하, 신첩의 아비는 병인년 반정의 일등공신이옵고, 지금껏 전하께 충성을 다 바쳤사옵니다.

         전하, 그동안 신첩 아비의 공을 헤아리시어 부디 하해와 같으신 아량을 베풀어주시옵소서!

중종 : 희빈! 과인이 남양군의 죄를 묻는 것은 조정의 일이니 물러가도록하시오!

희빈 : 전하, 하오면 신첩이 연로한 아비의 죄를 대신 받겠나이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어허, 물러가라지 않았는가?!

희빈 : (땅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전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중종 : (싸늘하게 보다가 대전내관에게) 편전으로 가자!


중종을 태운 옥교가 희빈을 지나쳐 어디론가 간다.


희빈 : (남겨진채)..전하! 전하!

향이 : (다가서며) 희빈마마, 그만 일어서시지요..(희빈을 부액하면)

희빈 : (향이의 부액으로 일어서며) 아버님, 어찌 이사람에게 이런 수모를 겪게 하시는 것이옵니까.. 흐흑..



S#17.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홍경주가 침통하게 앉아있다.


홍경주 : 이 늙은이가 전하를 십수년간 뫼셔왔지만 이번처럼 진노하신 것은 처음이오이다.

            허어 대체 이번 일을 어찌 수습할지 참으로 난감 하오이다.

남곤 : 이사람은 유구무언이오이다. 전하의 면전에서 망신을 당한자가 무슨 할 말이 있겠소이까?

홍경주 : 화천군, 무슨 좋은 방도가 없겠소이까?

심정 : 글쎄요..이사람도 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가 않사옵니다.

남곤 : 이번 일로 무고하게 폐위를 당하실 뻔한 중전마마나 금부에서 고초를 겪었던 윤승후관이 구명을 주청드린다면 모를까?

         우리가 조정에 붙어있을 방도가 없소이다.

홍경주 : (한숨 푹) 허나 죽을 고비를 당했던 중전마마나 윤승후관은 우리에게 원한이 깊이 맺히었을텐데

            그런 주청을 드려주실 리가 없지요.



S#18.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윤임을 태운 사인교가 대문앞 계단쪽으로 온다.


윤임 : (박서방에게) 멈추게.

박서방 : 예. (교꾼들에게) 멈추랍신다!

윤임 : (사인교에서 내려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대문을 올려다보는)..!


윤임, 결심했다는 듯 계단을 올라 대문쪽으로 걸어간다.



S#19.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원로, 방문앞에 서서 마당에 서있는 임서방을 놀란 눈으로 본다.


윤원로 : 뭬야, 누가 왔다고?!

임서방 : 판부사대감께오서 대감마님을 뵙기를 청하고 계시옵니다.

윤원로 : 판부사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이구먼. 예까지 행차를 다하시고?!

임서방 : 어찌 할깝쇼?

윤원로 : 어쩌긴? 자네 판부사한테 가서 내 말대로 똑똑히 전하게.

임서방 : 예, 나으리.



S#20. 동 윤원형 대문 안 마당


윤임, 중문쪽을 바라보며 서있고 그 뒤편에 박서방이 섰다.

임서방, 중문을 열고 나와 윤임쪽으로 달려와 조아린다.


윤임 : 오, 어찌 되었는가?

임서방 : (쭈삣대며) 저, 저희 대감마님께오서 탕약을 드시고 막 오수에 드시었으니

            다음번에 다시 발걸음을 하시거나, 아니면 예서 기다리시랍니다.

윤임(E) : (일그러지는) 지난번 일을 똑같이 갚아주겠다는 속셈이구먼? 허나 이 윤임이가 그런 일로 물러설 수야 없지.

임서방 : 어찌 하시올런지요?

윤임 : 내 예서 기다릴테니 부원군 대감께서 오수에서 기침하시거든 일러주게.

임서방 : 예, 그리하겠습니다요. (조아리고 다시 중문 안으로 들어간다)

윤임(E) : 암, 내 기다릴 것이야!



S#21.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아랫목에 누워있다.

윤원로, 탕약사발을 단숨에 쭉 들이키며 비웃음을 짓는다.


윤원로 : 흥, 천년이고 만년이고 고목나무에 꽃이 필때까지 기다려보라지!

윤지임 : (힐끗 보며) 원로야 비맞은 땡중 마냥 뭘 그리 중얼거리는게냐?

윤원로 : 아, 아니옵니다. 아버님! 탕약을 마시니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싶어 그렇사옵니다.



S#22.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금이를 보며 말한다.


경빈 : 뭬야?! 전하께오서 남양군의 죄를 대신 받겠다고 읍청(泣請)하는 희빈을 뿌리치셨단 말이냐?!

금이 : 예, 전하께오서 눈물을 흘리서는 희빈마마를 내버려두신채 편전으로 드셨다하옵니다.

경빈(E) : 전하께오서 이번 일에 연루된 조정 신료들을 쳐내버리시기로 어의를 단단히 굳히셨음이구먼!

              허어, 좌의정대감이 찍혀져나간다면 나와 복성군을 받쳐주는 조정에 세가 위축될 것이 자명할 터인데 어쩐다?

              ..역시 아직은 중전한테 기댈 수 밖에 없음이야!



S#23. 동 경빈 처소 마당


금이, 처소쪽에서 나오고 난정, 일각문 안으로 들어오다가 두사람의 시선이 마주친다.

금이, 흠짓 놀라 주춤 멈춰선다.


난정 : (쌩끗 미소) 금아, 내 지난번 발걸음을 하였을 때 네가 보이지 않아

         혹시 주상전하의 승은을 입고 첩지라도 받은줄 알았건만 아직도 나인 신세를 면치 못하였구나?

금이 : (발끈) 뭐어? 네가 지금 나를 놀리는게냐?

난정 : (끄덕이는) 암, 놀리는게다.

금이 : 뭐,뭐야?!

난정 : (엄하게) 냉큼 나왔던 길로 들어가 경빈마마께 고하여라!

금이 : (기세에 질려 처소쪽을 돌아보며) 마마, 난정이가 들었사옵니다.

난정 : (미소)..



S#24. 동 경빈 처소 방 안


난정, 경빈앞에 다소곳하게 앉는다.


경빈 : (반갑게 보며) 난정아, 잘 왔느니라. 그렇지 않아도 내 너를 불러들이려던 참이었느니라.

난정 : (미소) 이심전심이옵니다! 소첩, 중궁전에서 나와 퇴궐하려다가 어쩐지 마마의 처소로 발걸음이 끌리더니

         경빈마마와 소첩은 마음이 통하는 모양이옵니다.

경빈 : 이심전심이라? 좋은 말이구나. 헌데 어찌 중전마마께오서는 내 충심을 몰라주시는지 알수가 없구나!

난정 : 소첩, 중궁전에서 들었사옵니다. 경빈마마께오서 중전마마께 뇌물 받은 명단이 적힌 치부책을 바치시었고

         또한 중전마마께 폐위전교가 내리시었을때는 편전에까지 드시어 주상전하께

         폐위전교를 거두어 달라는 주청을 드리시다 처소에 유폐까지 당하시었다지요?

경빈 : 그래, 내 중전마마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로 성심을 다 바쳤건만

         중전마마께오선 어찌 내 마음을 받아주시지 않는 것이냐?

난정 :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사옵니다.

경빈 : 과유불급?

난정 : 경빈마마께오서 복성군을 중전마마의 양자로 맞아달라고 청을 하시었다지요?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나를 믿어주시지 않기에 그런 청을 드린 것이야!

난정 : 하지만 너무 과하시었사옵니다. 하오니 중전마마께오선 경빈마마의 저의를 의심하실 수 밖에요.

경빈 : 허면 나보고 더 어찌하란 말이냐?

난정 : (은밀하게 보며) 마마, 혹시 희락당대감이 경빈마마에게 손을 내밀지는 않았사옵니까?

경빈 : (당황하는 기색을 수습하며) 뭬,뭬야? 희락당대감이 내게 손을 내밀다니 그 무슨 말이냐, 뜬금없이?

난정 : (경빈의 표정을 살피며) 틀림없사옵니까?

경빈 : (단호하게) 그런 일은 없었다!

경빈(E) : (힐끔보며) 허, 난정이 이 애가 정녕 귀신아닌가?

난정(E) : (미소) 분명 희락당대감과 무슨 말이 오갔음이야.

난정 : 백척간두에 내몰린 희락당이나 판부사께선 살아남기 위해선 분명 경빈마마의 힘을 빌리고자 할 것이옵니다.

         대신 그 댓가로 장차 교태전 자리를 약조하실테지요!

경빈 : (움찔)...!

난정 : 경빈마마께오서 중전마마의 신임을 얻으시려면 이번에 경빈마마께오서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을 찍어 내시옵소서!

         그리하시오면 중전마마께오서도 경빈마마에 대한 불신의 벽을 허물것이오며

         또한 세자 저하의 바람벽이 무너지게 되오니 일석이조가 되는 일 아니옵니까?

경빈 : 일석이조라?

난정 : 예, 마마! 소첩 말대로 따라주시오면 경빈마마께 득이 되면 득이 되었지 해가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옵니다.

경빈 : ..음!



S#25. 윤원형 대문 안 마당


윤임, 중문쪽을 바라보며 서있다.

그 뒤편에 박서방이 힘에 겨운 듯 땀을 흘리며 서있다.


윤임(E) : (벌컥) 허어, 내 명색이 세자의 외숙부이거늘 이자들이 해도 너무 하는 것이 아닌가?!

             (마음을 다잡 듯 도리질하며) 아니야, 살아남기 위해선 이정도 수모쯤 참아내지 못할까? 음!!



S#26.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김씨, 윤원형의 얼굴과 목등의 땀을 닦아주고 있다.

탄실, 대야물에 수건을 빨고 있다.


배천댁(E) : (방밖에서) 아씨, 탕약 들여가옵니다.

김씨 : 들이게.


탄실, 일어나 방문을 열어주면 배천댁, 목판에 탕약을 바쳐들고 들어온다.

배천댁, 김씨 옆에 탕약을 내려놓는다.


김씨 : 판부사대감께오선 아직 기다리고 계시는가?

배천댁 : 예. 두식경이 넘도록 꼿꼿하게 서 계시옵니다.

김씨 : (한숨을 내쉬는데)

윤원형 : (눈을 뜨고 힘겹게) 부인! 지금 내집에..판부사가 와있다고 하시었소?

김씨 : (반가움에) 서방님, 이제 정신이 드시옵니까?

윤원형 : 부인, 내 묻고 있지 않소?! 판부사가 와있소?

김씨 : 예, 두식경전부터 대문안 마당에 서계시옵니다.

윤원형 : (몸을 일으키려다가 고통에 찡그리며) 부인, 임서방을 불러주시오!

김씨 : 서방님, 어찌하시려고요?

윤원형 : 어서 임서방을 불러주시오!

김씨 : ...



S#27. 동 윤원형 대문 안 마당


윤임, 어금니를 물며 참아내고 있는데 중문이 열리고 임서방의 등에 업힌 윤원형이 나와 윤임쪽으로 다가와선다.

윤원형, 업힌채 윤임을 쏘아본다.


윤임 : (윤원형의 눈빛에 흠짓하다가) 허허, 조카님! 몸도 성치 않으신데 어찌 벌써 찬바람을 쏘이시는가?

윤원형 : 조카님?! 허, 이 양반이 벌써 망령이 나시었소?

윤임 : (찌푸리며) 뭐라? 망령?!

윤원형 : 숙질간에 촌수를 잘라버리고 남남이라고 내뱉은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냐 이 말씀이오?!

윤임 : (눌러 참으며) 이보시게! 난 자네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 화해를 하러 온걸세!

윤원형 : 화해요?! 누구맘대로 화해를 하잔 말이오?!

윤임 : 이보시게 조카님!

윤원형 : 난 댁같은 숙부를 둔 적이 없으니 온 집안에 똥냄새 풍기지 말고 당장 내집에서 나가시오!

윤임 : 뭐라?! 자네 말이면 다하는줄 아는가?!

윤원형 : 임서방! 두 번 다시 이 똥냄새 풍기는 양반을 집안에 들였다가는 경을 칠줄 알게! 알았는가?!

임서방 : (당황하여 눈치를 보는)...예.. 그리하겠습니다요..

윤원형 : 하인들을 시켜 내쫓기 전에 어서 나가시오!

윤임 : (울그락불그락 분을 참다가) 자네 오늘 내게 한 짓거리를 반드시 후회하게 될게야! (휙-돌아서 대문 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 뭣들하느냐?! 저 양반 발자국이 찍힌 곳마다 소금을 뿌리거라!


김씨, 중문밖으로 그 모습을 침통하게 바라본다.



S#28. 동 윤원형 집 앞 길


윤임, 분기탱천하여 계단을 급하게 내려오고 박서방이 그 뒤를 쫓아온다.

윤임, 계단아래 놓여있는 사인교에 올라타려다가 대문쪽을 휙 돌아본다.


윤임(E) : 두고보아라! 내 중전과 너희 가문을 반드시 반드시, 내손으로 찍어내버릴 것이다!

윤임 : (사인교에 올라타며) 가자!

박서방 : 예!


윤임을 태운 사인교가 어디론가 떠난다.



S#29. 중궁전 외경 (밤)


중종의 옥교옆에 상궁나인들과 무예청들과 호위별감 등이 서있다.



S#30. 동 중궁전 방 안 (밤)


중종과 윤비가 술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중종 : 과인은 앞으로 처남들을 지근에 두고 보살펴줄 것이오.

윤비 : 전하께오서 신첩의 오라비까지 마음을 써주시오니 황감할 뿐이옵니다.

중종 : 아니오, 과인은 금부에 하옥되어 모진 문초를 당하면서도 거짓토설을 하지 않았던 작은 처남의 의기를 높이 사고 싶구려.

         (한잔 마신다)

윤비 : (술을 따르며) 하온데 전하, 청탁 뇌물을 받았던 신료들을 어찌 처결하실 작정이시옵니까?

중종 : 과인도 그 생각만 하면 머릿속에 실타래가 얽힌 듯 하여 어찌 매듭을 풀어야 할지 모르겠소.

         그자들이 작은 처남에게 죄를 덮어씌운 연후에 중전까지 내치려고 했던 괘씸한 짓거리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친국을 하여 죄를 묻고 싶은 심정이오!

윤비 : ...

중종 : 허나, 조정신료들중 당상관의 대다수가 연루되어있는터라 섯불리 친국을 벌인다면

         조정이 무너지고 정사가 마비될 것이 자명하니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소이다.

윤비 : 전하, 이번 일은 이대로 덮어두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술잔들고 마시려다 흠짓보는) 뭐요? 중전, 지금 이번 일을 덮어두라고 하시었소?

윤비 : 전하, 그들이 신첩을 폐위시키고 신첩의 가문을 닫게 하려던 저의에 대해

         신첩 역시 몸서리가 쳐지고 치가 떨릴만치 분하옵니다! 하오나 이번일에 연루된 신료들중 다수는

         전하를 보위에 추대한 공신들이거나 장차 세자를 지켜드릴 측근이 옵니다. 그들에게 죄를 묻는다면

         대의명분은 드높게 빛날 것이오나 전하와 세자를 받쳐주는 조정의 기반이 무너질수도 있음이옵니다.

         그들을 내치시는 것보다는 전하께오서 아량을 베푸시오면

         그들 역시 감복하여 이번 일을 경계로 삼아 전하께 더더욱 충성을 바칠수 있게 하시 옵소서!

중종 : 중전, 중전을 폐서인 시키려던 자들을 이리 감싸주시다니요? 중전께선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니셨구려.

윤비 : 신첩은 전하께오서 천세에 길이 빛날 군주로 남으시오면 이 한목숨 기꺼이 바칠 것이옵니다.

중종 : (손을 맞쥐며) 고맙소, 중전..과인은 중전의 뜻에 따르리다.

윤비 : ..전하..



S#31. 난정모 집 방 안 (밤)


난정, 어딘가를 보는 얼굴위로.


난정(E) : 중전마마, 잘하시었사옵니다! 김안로와 윤임이를 살려주셨사오니 이제 경빈이 마마를 대신하여

              그자들을 찍어낼 것이옵니다. 그리된 연후에 경빈을 치시오면 중전마마의 앞날엔 서광이 비칠 것이옵니다.



S#32 .편전 외경 (낮)



S#33.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 안당, 김전, 홍경주, 남곤, 이유청(*), 김안로, 윤임, 김제학과 판서급 대신들(*)이 앉아있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앞에 황촛불이 밝혀져 있다.

중종, 치부책을 들고 신료들의 면면을 훑어본다.


중종 : 경들은 이 치부책속에 자신의 이름과 뇌물액수, 일시, 청탁내용들이 적혀 있는 부분을 찾아 찢으라!

일동 : (놀라보는)...!

중종 : 박승지, 이 치부책을 건네주도록 하라!

박승지 : 예.


박승지, 일어서서 중종에게 다가가 치부책을 받아들고 김전에게 전해준다.

김전, 떨리는 손으로 책장을 넘기다 자신의 이름이 있는 장을 찢어낸다.

김전, 남곤에게 치부책을 넘겨준다. 남곤, 떨리는 손으로 서너장을 찢어낸다.

홍경주, 역시 찢어내고 김안로, 윤임, 김제학, 그리고 판서급대신들이 각자의 이름이 적힌 책장을 찢어낸다.

중종, 신료들의 책장 찢는 모습을 하나하나 유심히 본다. (*정광필과 안당은 찢지 않는다)

치부책이 방안 신료들을 일순(一巡)하면..


중종 : 박승지, 치부책을 가져오라.

박승지 : 예. (치부책을 건네받아 중종에게 다가와 바친다)


중종, 너덜너덜해지고 몇장 남지 않은 치부책을 본다.


중종 : 여기 남은 사람들은 이미 유명을 달리했거나 다른 비리에 연루되어 귀양을 가거나 참형을 받은자들이오!

일동 : ...!


중종, 치부책의 나머지 장들을 찢어 촛불에 대고 불길을 당긴다.

일동, 그 모습을 놀라 보는데.


중종 : 과인은 지금 이후로 이 치부책을 본적도 들은적도 없소! 또한 이 치부책에 대해 잊어버리도록 할 것이오!

일동 : ..!

중종 : 허나 경들은 과인이 치부책을 태우는 뜻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오!

일동 : (조아리며) 명심하겠사옵니다!

중종 : 경들도 한 사람씩 나와 자신의 죄를 태워버리도록 하오! 영상!

김전 : ...!


김전, 촛불앞으로 다가와 손에 쥔 찢어진 책장을 태운다.

남곤, 이유청(*)이 나와 찢어낸 책장을 촛불에 태운다.

홍경주, 태우며 엉엉울고 김안로, 윤임, 김제학 등등이 차례대로 나와 찢어낸 책장을 촛불에 태워버린다.

중종, 그들의 면면을 엄한 눈빛으로 묵묵히 지켜본다.



S#34. 윤원형 작은 사랑채 외경


윤원형(E) : 난정아, 어찌 전하께오서 이러실 수 있단 말이냐?!



S#35.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난정에게 답답한 듯 말한다.


윤원형 : 전하께오서 어찌 중전마마를 음해하고 나를 죽이려고 했던 놈들의 죄를 그리도 쉽게 용서하실 수가 있단 말이냐?

            참으로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살수가 없구나.

난정 : 서방님, 모두가 중전마마의 뜻이오니 너무 서운해 마시옵소서.

윤원형 : 뭐라? 중전마마의 뜻?

난정 : 예. 이이제이란 옛말이 있지 않사옵니까?

윤원형 : 오랑캐의 힘을 빌어 오랑캐를 친다.

난정 : (미소) 두고 보시옵소서. 윤임과 김안로는 경빈의 손에 찍혀져 나가게 되어 있사옵니다.

         그런 연후에 중전마마께오서 경빈을 내치시려는게지요!

윤원형 : ...?!

난정 : 허니 중전마마를 믿으시옵소서!



S#36. 동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난정, 쓰개치마를 쓰고 대문밖으로 나온다.

난정, 계단을 내려와 가려는데

한쪽에서 뒤돌아 서 있던 도포차림의 선비가 돌아본다. 능금이다. (*80-82회까지의 능금의 행보는 보충씬으로 처리)


능금 : 난정아!

난정 : (돌아보며)...!

능금 : 너 나 좀 보자!


난정, 능금을 경계하듯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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