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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8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526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83











S#1.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난정과 능금, 서로를 팽팽한 시선으로 보고 섰다.


난정 : 능금아, 네 어찌 내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것이냐?

능금 : 내 너와 거래 얘길 하고자 왔다.

난정 : (의외) 거래?..네 지금 거래라고 했니?

능금 : 장대인께서 지난번 네 입으로 내뱉은 조정에 돈줄 대는 일에 대해서 상세히 들어보라고 하셨다.

난정 : 그 일이라면 장대인한테 직접 찾아오라고 전해!

능금 : 장대인께서 그 일은 나한테 맡기셨다. 나하고 말하고 싶지 않다면 없던 일로 할 수 밖에!

난정 : ..거 참 별일이구나. 장대인이 그런 중차대한 일을 너따위한테 맡기다니?

능금 : (노려보며) 너따위라니?! 입 조심해!

난정 : (능금을 보며)..그래, 네가 사람이 많이 변한 듯 싶구나.. 허면 예서 이럴게 아니라 어디가서 술이라도 한잔 나누자.

능금 : 술?

난정 : 거래를 하고 싶다면 따라와! (앞장서서 걸어가면)

능금 : (난정을 보다가 그 뒤를 따라간다)

길상 : (한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난정과 능금의 뒷모습을 보는)...!



S#2. 중궁전 외경


상궁나인들과 동궁내관과 세자익위서 호위별감들이 서있다.



S#3. 동 중궁전 방 안


윤비와 김안로, 윤임, 세사람의 눈길이 팽팽하게 부딪치는 긴장된 분위기.

박상궁, 긴장된 방안 분위기에 주눅이 든 표정이다.

세자, 천진한 눈으로 윤비와 윤임, 김안로를 본다.


세자 : (정적을 깨듯) 어마마마, 어찌 아무 말씀도 아니하시옵니까?

윤비 : (세자를 자애롭게 보며) 세자, 이 어미가 두분 대감과 긴하게 나눌 말이 있으니 이만 물러가세요.

세자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윤비 : (세자의 손을 쥐며) 세자, 폐위당해 쫓겨날뻔한 어미를 지켜주시어 참으로 고마울 뿐이오.

세자 : 소자는 자식된 도리를 다했을 뿐이옵니다.

윤비 : 앞으로도 이 어미한테 위급이 닥치면 세자께서 지켜주시겠지요?

세자 : (결연한) 예, 소자 약조 드리옵니다! 어마마마를 해치려는 자가 있다면 소자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그래요, 내 세자를 믿습니다.

윤임(E) : (당혹한) 세자저하..어찌 어찌...?!

김안로(E) : 중전이 세자저하를 방패막이로 이용할 셈이신가?!

윤비 : (흐뭇한 미소) 세자께서 약조를 하여 주시었으니 앞으로는 그 누구도 이 어미와 세자를 갈라놓으려는

         음해를 꾸미지 못할 것이오. (김안로와 윤임을 보며) 아니 그렇소이까?

윤임 : (당황한)..예. 신도 그리생각하옵니다.

김안로 : ...

윤비 : (박상궁에게) 박상궁, 세자를 뫼시게.

박상궁 : 예. (세자를 보고) 세자저하, 동궁으로 드시지요.

세자 : 알았네. (윤임과 김안로에게) 두분 대감께서도 어머니를 잘 보위해주세요.

윤임,김안로 : (조아리며)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세자 : (일어나 박상궁을 거느리고 방문 밖으로 나간다)

윤임, 김안로 : (일어나서 세자에게 예를 갖추고 자리에 앉는데)...

윤비 : 어린 세자가 어미를 생각하는 효심이 참으로 지극하지 않습니까?

윤임,김안로 : ...

윤비 : 이사람이 강녕전 앞에서 석고대죄를 청할 때 세자가 어미 대신 죄를 받겠다고 이사람 곁을 지켜준 일을

         결코 잊지는 못할겝니다. 세자가 장차 보위에 오르면 틀림없이 성군이 되실겝니다. 아니 그렇습니까?

윤임 : ..예, 신들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김안로 : ('무슨 말을 하려는게지?' 윤비를 보는)...

윤비 : (날카롭게 변한 눈빛으로 불쑥) 헌데 두분 대감께서는 저리도 가상한 세자를 앞세워 어찌 역심을 품고 계시는 것입니까?!

김안로(E) : (눈이 번쩍 뜨이는) 역심?!

윤임 : (하얗게 질리며) 역심이라니요?! 마마, 그 무슨 가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시옵니까?!

윤비 : 두분께서 나와 장차 내가 생산할 대군이 세자에게 위협이 될것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이사람을 폐서인 시키고

         내 오라버니들을 잘라버리려고 했던 것은 내심으로는 장차 세자가 보위에 오른 뒤

         두분 대감의 손아귀로 이나라 정사를 농단하려던 것임을 천하가 다 아는 일이요! 이게 역심이 아니면 뭐란 말이오?!

윤임,김안로 : (굳는)...!

윤비 : 허나 그리는 아니될 것이오! 이나라는 분명 이씨의 나라이지 대감들 같은 김씨나 윤씨의 나라가 아닙니다!

         내 왕실의 일원으로써 김씨나 윤씨가 이나라 정사를 농단하는 짓거리를 결코 용납하거나 좌시하진 않을 것입니다!

윤임, 김안로 : ...!

윤비 : 두분 대감께서 세자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나와 이사람의 오라버니들에게 위해를 끼친다면

         이 사람 역시 세자와 왕실의 안녕(安寧)을 위해서 두분 대감을 쳐낼 것이외다. 이사람 말 뜻을 아시겠습니까?

윤임, 김안로 : ...

윤비 : 내, 아시겠느냐고 물었소!

윤임,김안로 : (수모감에) 예, 마마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 허면 이만 물러가세요.

윤임,김안로 : 예.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간다)

김안로 : (멈춰서 돌아보며) 중전마마. 신 마마께 여쭈어 볼 말씀이 있사옵니다.

윤비 : (보며)..말씀해 보세요.

김안로 : 중전마마께오서 마음만 잡수셨다면 이번에 신들을 조정에서 찍어내실 수 있으시었사온데

            어인 연유로 신들을 구명해주신 것이옵니까?

윤비 : 이사람도 대감들이 나와 내 아버님과 오라버니들에게 한 패악무도한 짓거리를 생각하면

         내 당장이라도 대감들을 절도에 위리안치시킨 연후에 사약을 내리시라 전하께 읍청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윤임,김안로 : (섬뜩한)...!

윤비 : 허나! 사사로운 원한때문에 이나라 종사와 왕실과 조정을 위태롭게 할 수는 없지요! 아니 그렇소이까?!

윤임,김안로 : ...

윤비 : 이게 반듯한 사람이 행할 전하와 이나라 종사를 위한 길일것이오!

윤임,김안로 : ...

윤비 : 두분 대감께서도 이사람의 말을 가슴깊이 새겨두시고 두고두고 경계로 삼도록 하세요!



S#4. 동 중궁전 마당


윤임과 김안로, 중궁전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와 선다.


윤임 : 희락당대감, 이사람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오이다. 중전께오서 세자를 어여삐 여기시고

         또한 이나라 종사를 위하시는 마음이 참이라면 우리가 너무 앞질러간 것이 아니오이까?!

김안로 : 판부사대감, 중전의 말씀에 마음이 흔들리시어서는 결코 아니되시옵니다.

윤임 : 허나 중전께오선 우리의 목숨을 구명해주시지 않으셨소이까?

김안로 : 중전마마께오서 분명 다른 속내가 있을 것이옵니다.

윤임 : 음! 다른 속내라? (교태전 쪽을 돌아보는) 중전께서 무슨..?



S#5.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찻잔을 들어 마시는 얼굴위로.


윤비(E) : 내 대군을 생산할때까지는 너희들을 경빈을 막는 바람막이로 쓰고자 함이로다!



S#6.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경빈(E) : 중전은 물론이고 김안로와 윤임이 역시 호락호락한 위인들은 아닐진대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한단말인가?!

              괜히 섯불리 움직였다가는 낭패보기가 십상인 것을..! 어찌한다, 어찌?!



S#7. 동 경빈 처소 마당


금이, 툇마루에 앉아있는데 심정이 명나라 복색의 장대인과 함께 일각문을 들어온다.


금이 : (쪼르르 내려와 조아리며) 화천군대감 오시옵니까?

심정 : 경빈마마께 장대인을 데려왔다고 고하거라.

금이 : 예, 대감. (장대인을 힐끗보고 처소 안으로 들어가며) 경빈마마-

장대인 : (처소건물을 둘러보며 미소)..



S#8.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내려진 발 너머로 큰절을 올리는 장대인을 본다. (*심정은 이미 앉아있다)


경빈 : 장대인, 오랜만이구먼.

장대인 : 마마. 그동안 존체 평안하시었사옵니까?

경빈 : 자네도 무고하였는가?

장대인 : 예, 시생 대국조정에 연줄을 대고 복성군마마의 세자책봉 추청사를 기다리고 있었사온데

            조선의 왕세자로 원자아기씨가 낙점되시었다고 들었사옵니다.

경빈 : (입맛이 쓴)..일이 그리 되었네..(떠보는) 헌데 자네는 어찌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되버린 나를 찾아온 것인가?

장대인 : (미소) 복성군께오서 왕세자책봉을 받지 못하였다고 보위에 오르시지 못하란 법은 없지요!

경빈 : 뭬야?!

심정 : (당황하여) 허어, 이사람 어찌 그런 대역무도한 말을...?!

장대인 : 무엇보다 경빈마마께오선 결코 포기하시지 않으셨을 것이라 믿고있사온데 시생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옵니까?

경빈 : (보는)...!



S#9. 자운아 기방 안채 마당


모린, 안채 방 앞 댓돌위에 놓인 신발(女2, 男1) 세 켤레를 가지런하게 놓는다.


옥매향(E) : (방안에서 반가운) 난뎡아, 이 에미나이래 증말 능금이 맞네?

모린 : (방쪽을 돌아보는)...?



S#10.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옥매향, 신기한 듯 갓과 도포차림의 능금을 살핀다.


난정 : 그래. 남소문 객주에 있던 능금이야.

옥매향 : 대국물이 됴킨 됴은 모양이구나야. 길상툥각 찾아와서리 텬방디튝 날뛰던게 엊그뎨 같은데

            아듀 몰라보게 달라뎠으니 말이야.

능금 : 난 손님으로 온게야! 허니 자발없이 주둥이 놀리지 말고 술상이나 내와!

옥매향 : (발끈) 뭐이 어드레?! 이 에미나이래 말뽄새는 여전하구나야!

난정 : 매향아, 내 능금이하고 긴히 얘기를 할 것이 있으니 잠시 자리 좀 피해주겠니?

옥매향 : 기래. 알갔어. (일어서며 능금을 힐끔 보며) 하긴 닙성이 바뀌었다고 그 텬성이 어디갔을라고?

능금 : (휙-노려보며) 뭐야?!

옥매향 : (콧방귀 뀌듯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 능금아, 나하고 무슨 거래를 하고 싶은 게냐?

능금 : 니가 이번에 백도주가 희락당대감에게 바쳤던 치부책을 훔쳐내어 폐위당하실 뻔한 중전마마를 구명했다고 들었다.

난정(E) : (흠짓) 과연 장대인이시구먼. 조선땅을 다시 밟은지 언제라고 벌써 전후사정을 꿰뚫고 있다니..

난정 : (태연하게) 그래서?

능금 : 네가 중전마마께 줄을 댈수 있게 해주면 네 평생 써도 다 못 쓸 만큼의 재물을 주지.

난정 : 재물?! 재물이라?..헌데 중전마마께 줄을 대어서 무얼 어찌하려고?

능금 : 장차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가 보위에 오른다면 조선의 인삼독점권을 내주겠는 약조만 받아주면 돼!

난정 : 뭐라? 인삼독점권?!..(보다가 웃음을 터뜨리는) 호호호.

능금 : (진지한) 왜 웃는게야?

난정 : (웃음 뚝 그치고) 능금아, 장대인이 가진 그깟 재물 몇푼으로 내 마음을 움직여 보겠다는게냐?!

능금 : (인상) 뭐어? 재물 몇푼이라니?

난정 : 내게 그따위 되먹지 못한 청을 하려거든 장대인보고 직접 오라고 해!

능금 : 난 장대인의 명을 받고 중전마마께..

난정 : (휙-쏘아보며) 장사치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주제에 네 어디서 감히 중전마마를 입에 담는게냐?!

         갓쓰고 도포를 입었다고 사람이 바뀔 줄 아느냐?!

능금 : (입술을 깨물며 쏘아보는)...!

난정 : 니가 장대인의 명을 받고 왔다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그러면 혹시 모르지, 니 청을 들어줄지도..

능금 : (보는)..

난정 : 그리 할 수 있겠니? 길상이를 네게서 빼앗아 간 내 발치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릴 수 있겠느냐고?!

능금 : (착 가라앉은)..어차피 우리 둘이는 한편에 설수는 없는 팔자인 듯 싶다.

난정 : (비웃음이 스치는)..사사로운 원한때문에 머리를 조아릴 수 없다면

         너따위 피라미 같은 장사치는 중전마마를 만날 수 없어.

능금 : (노려보는)..

난정 :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버려.

능금 : (휙-몸을 돌려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 (그 뒷모습에다) 호호호!



S#11. 동 자운아 안채 마당


능금, 울그락 불그락하여 안방에서 급하게 나온다.

옥매향, 앞장서고 모린, 조촐한 술소반을 들고 부엌에서 안채방쪽으로 온다.


난정(E) : (안방쪽에서 웃음소리 이어지고) 호호호.

옥매향 : 능금아! 술상 들여가는데 오딜 가는거이네?


능금, 옥매향과 모린을 뚫고 휙-뿌리치듯 지나치는 바람에 술소반이 와장창 바닥에 뒤집어진다.

능금, 아랑곳않고 급하게 중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옥매향 : (놀라 보며) 뎌 에미나이래 왜 뎌러는기야?! (갸웃하다가) 모린아, 사금파리에 다티디 않게 댤 티우라우!

모린 : (쪼그리고 앉아 깨진 술병등을 치우고)

옥매향 : (안방쪽으로 들어간다)



S#12. 동 자운아 안채 방 안


난정, 앉아있는데 옥매향, 방안으로 들어선다.


옥매향 : (앉으며) 난뎡아, 능금이 에미나이래 와 저러는거이네?

난정 : (웃음을 그치는)...

옥매향 : 성딜머리하곤?! 에미나이래 턈말 변한게 하나도 읎는거 같애.

난정 : (진지한) 아니.. 능금이 예전에 우리가 알던 능금이가 아냐. 어쩌면 나중에 내 가슴에 비수를 들이댈 수도 있을게야..

옥매향 : 고거이 무슨 말이네? 비수를 들이대다니?

난정 : (진지하게 뭔가 생각하는)...



S#13. 어느 길


능금, 분기를 삭이며 걸어오다가 문득 멈춰서서 도포자락에서 뭔가를 꺼내 휙-날린다.

길가 나무에 퍽-들어가 꽂히는 표창.


능금(E) : (뒤를 휙-돌아보며) 두고보아라. 난정아, 내 언젠가 너를 내 발치 아래 꿇릴 것이야!

              (급한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버린다)


표창이 꽂힌 나무쪽으로 누군가가 다가와 표창을 쑥 뽑는다. 길상이다.


길상 : (뽑아든 표창을 보다가 능금이 걸어간 쪽을 의미심장하게 보는)...!



S#1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장대인을 보며 말한다.


경빈 : 장대인, 자네는 우리 복성군께오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장대인 : 시생, 대국의 전례를 보더라도 조정의 세와 또한 그들을 움직일 자금과 천운만 따라준다면

            세상천지에 이루지 못할게 무에 있겠사옵니까?

경빈 : (끄덕이며) 그거야 그렇지..

장대인 : 앞으로 조정신료들이 백치수의 치부책 일 때문에 몸을 사리느라 조정에 자금줄이 끊어질 것이옵니다.

            이럴 때 시생이 경빈마마께 자금을 대어드린다면 조정 안팎에 큰 세를 이루실 수 있으실 것이옵니다.

경빈 : (흠짓 보며)...자네가 조선땅을 다시 밟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조정사정을 그리 상세히 알고 있는가?

장대인 : 조정 안팎과 민심 돌아가는 사정은 장사꾼 밥을 먹는 자들의 눈치가 빠른 법이옵지요.

심정 : ...

경빈 : 허면 자네가 복성군께오서 보위에 오르실 때까지 내게다 자금을 대겠다는 말인가?

장대인 : 예, 대신 마마께오선 시생에게 인삼독점권을 내어주시면 되옵니다.

경빈 : 허나 이번 백아무개의 일에서도 보았듯이 장사꾼들이란 두길보기는커녕 세길보기, 네길보기까지 하는

         믿지 못할 족속이거늘, 내 어찌 자네를 믿을 수 있겠는가?

장대인 : 시생은 대국에서 뼈가 굵은 장사꾼이옵니다. 대국조정은 넓기가 바다와 같아서 허툰데다 돈을 뿌려댔다가는

            화수분이라도 버틸수 없습지요. 시생 저울질할 때는 신중하지만 일단 저울질이 끝나면 한 우물을 파왔사옵니다.

경빈 : (끄덕이며)..내 자네를 한번 믿어봄세.



S#15. 김안로 사랑채 외경


윤임(E) : 영상대감,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사직을 하시겠다니요?!



S#16.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윤임, 김전과 김제학 등이 앉아있다.


김전 : 조정신료들의 영수라는 자가 뇌물로 치부를 하고 중전마마를 폐서인시키라는 공론을 주도하였으니

         전하의 용안은 물론이고 조정신료들을 볼 면목이 없소이다. 허니 이즈음에서 관복을 벗으려고 하오.

김제학 : 아니되시옵니다! 지금 영상대감께오서 물러나시오면 세자저하를 감싸고 있는 우리들 세가

            현저하게 위축될 것이 자명하옵니다.

윤임 : 만일 지금 의정부 정승들이 갈리게 된다면 좌의정과 화천군을 비롯하여 경빈마마를 밀고 있는 신료들이

         부상할 것이옵니다. 그런 정황에서 중전마마와 경빈마마가 의기투합하시어 합세하시온다면

         세자저하께오서 참으로 위태로워지실 것이옵니다!

김전 : 허면 이 늙은이보고 어찌하란 말이외까?

김안로 : 숙부님께오서 영상자리를 지키고 계시어야 하옵니다. 지금 전하께오선 우리들에 대한 신뢰가 예전 같지 않사옵고

            게다가 우리에겐 자금줄도 말라붙어 신료들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옵니다.

김전,윤임,김제학 : (심각한)...음!

김전 : 허면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윤임 : 방도를 강구해야지요!

김제학 : 방도라니요, 무슨?

윤임 : 우리에게는 장차 대통을 이으실 세자저하께오서 계시지 않사옵니까? 그리고 대비마마께오서 계시옵지요!

김전 : 이 늙은이 생각에는 우선 중전마마와 화해를 하여야 할 듯 싶구나..

         그 다음 행보는 그런 연후에 차차 생각해보야 할 듯 싶다.

김안로 : 우선은 중전마마와 화해를 해야겠지요! 허나 무엇보다 중차대한 일은

            세자저하와 중전마마의 거리를 멀리해야 하는것이옵니다.

김제학 : 세자저하와 중전마마의 거리를 멀리해야 하다니요?

김안로 : 지금 세자저하께오서는 중전마마를 친어머니 보다 각별하게 따르고 계시옵니다.

            허니 장차를 위해서라도 두분의 거리를 떼어놓는 것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임,김제학,김전 : (끄덕끄덕)..음!



S#17. 의금부 옥사 앞


장대인, 심정의 뒤를 따라 온다.

심정, 옥사 앞에서 서있는 금부도사에게 뭐라 말하면 금부도사 길을 비켜준다.


금부도사 : (옥사쪽을 가리키며) 죄인은 저 안에 있네. 들어가보게.

장대인 : 고맙사옵니다. (옥사 안으로 들어간다)



S#18. 동 의금부 옥사 안


장대인, 옥사 안으로 들어오면 악취가 나는지 찌푸리며 코를 쥔다.


백치수(E) : (옥살안에서 신음소리)...으으..


장대인, 신음소리를 따라 옥살쪽으로 다가서서 보면 백치수, 처참한 몰골로 널부러져 있다.


장대인 : (냉정하게 보며) 백도주.

백치수 : (움찔 놀라 돌아보며)..자,장대인..! 도,돌아왔는가..?

장대인 : 내 백도주에게 빚을 받으러 왔소이다.

백치수 : 비..빚이라니?!

장대인 : 지난번 대국으로 떠날 때 구해달라고 한 인삼 삼만근 말이외다.

백치수 : ..자네한테 미안하게 됐네..허나 이번일로 객주물산 모두를 적몰 당했다네.

장대인 : (빙긋 미소) 옥사에 들어앉아서도 잇속을 차릴 생각을 하시다니 과연 백도주답구려.

백치수 : 잇속이라니?! 차,참말일세..장대인 옛정을 생각해서 날 좀 여기서 꺼내주게나.

            내 다리의 상처가 썩는지 구더기가 들끓고 있네..이대로 뒀다간 영영 걷지 못할지도 모르네.

장대인 : 꺼내드리는거야 어렵지 않소만..허면 대신 내게 백도주의 치부책을 내주시겠소?

백치수 : 치,치부책이라니?

장대인 : 뇌물명단이 적힌 치부책 말이오. 백도주가 원본 말고도 여벌로 두권을 더 필사해 두었다고 알고 있소.

백치수 : ..이미 무용지물이 된 치부책을 자네가 무슨 까닭으로..

장대인 : 아무리 명검이라도 백정 손에 쥐이면 소나 돼지를 잡는 칼이 되고,

            무디고 녹이 슨 칼이라도 장수의 손에 쥐이면 나라를 위한 검이 되는 것이 아니겠소?

백치수 : ...!

장대인 : 그 치부책을 넘겨주면 내 백도주의 구명을 위해 힘을 쓰리다.

백치수 : ...



S#19. 중궁전 외경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 등을 거느리고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엄상궁(E) : 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S#20. 동 중궁전 방 안


중종, 방안으로 들어와 아랫목에 앉는다.

윤비, 중종 앞에 서서 맞이한 후에 따라 앉는다.


중종 : 중전, 과인이 이번에 작은 처남의 쾌유를 위한 뜻으로 어사주를 하사하려고 하오.

윤비 : 황감하옵니다. 신첩 가문에 큰 광영이옵니다.

중종 : 또한 처남 두분을 조정에 출사시키려 하는데 중전의 뜻은 어떠하시오?

윤비 : 전하, 신첩과 신첩의 오라비들을 생각해 주시는 성총에 신첩은 눈물이 나옵니다. 하오나 아직은 때가 이른 듯 하옵니다.

중종 : 때가 이르다니요?

윤비 : 신첩의 오라비들이 전하의 성은을 입어 이번에 출사를 하게 되오면 이번에 조정을 쇄신하시려는 전하의 어의가

         훼손되실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그리되오면 이번 조정의 불미스러운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시려는 전하의 어의가

         한걸음 물러나시게 될 수도 있음이옵니다. 전하 부디 대의를 잃지 마시옵소서.

중종 : (윤비의 손을 쥐며) 중전께선 참으로 뜻이 깊고도 깊구려..

         그래요..내 중전의 가상한 뜻을 받아들여 중전의 말을 따르리다.

윤비 : 망극하옵니다, 전하.

중종 : 허면 과인이 장인과 처남들에게 저질렀던 과오를 어찌 갚으면 좋겠소?

         특히 작은 처남에겐 과인이 참으로 못할 짓을 저질렀건만..

윤비 : 신첩의 오라비들은 전하의 충직한 신하들이옵니다. 그분들께오서도 이번일로 왕실의 체통에 위엄이 서고

         조정의 기강이 바로 잡힌다면 누구보다도 기뻐하실 것이옵니다. 하오니 자책하지 마시옵소서.

중종 : 고맙구려. 중전. 대신 내 장인과 처남들에게 큰 상급을 내리리다.

윤비 : 성은이 우악하시옵니다.

중종 : 어처께선 과인의 우매함을 깨우쳐주는 과인의 참 스승이시구려, 허허허!

윤비 : (미소)...



S#2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남곤과 심정이 앉아있다. (*발이 걷혀져 있다)

남곤, 웬지 풀이 죽은 얼굴이다.


경빈 : 이사람이 좌의정대감을 뵙자고 한 연유는 장차 조정의 십년대계를 논의코자 함입니다.

남곤 : 예에? 십년대계라니요?

경빈 : 이사람, 근자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중전마마께오선 대군을 생산하시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조정에 중궁전을 받쳐줄 세도 없었습니다. 헌데도 어찌 고립무원 처지에 놓이신 중전께오서

         조정의 거센 공론은 물론이옵고 전하와 대비전의 뜻을 거스르면서도 이제껏 살아남으시었고

         또한 오히려 거꾸로 우리의 숨통을 조이시고 있으신지 말입니다!

남곤,심정 : ..?

경빈 : 답은 쉬운 곳에 있었습니다. 중전마마께오서는 우리가 한치 앞을 보며 아등바등거리고 있을 때

         보다 멀리 내다 보시고 계시었던 까닭입니다.

남곤,심정 : (긍정하는)..음!

경빈 : 복성군을 보위에 밀어올리는 대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사람과 복성군은

         피눈물을 흘리는 한이 있어도 참고 기다릴 것입니다. 허니 좌의정께오서 십년 앞을 내다보는 지혜를 모아주세요.

남곤 : 하오나, 신은 전하의 용안 앞에서 씻어담지 못할 치욕을 당했사온데..

경빈 : 좌상 대감! 이사람은 좌상대감보다 더 큰 수모와 치욕을 당해 왔습니다! 헌데 대감께오선 한번 꺽이시었다고하여

         이사람과 복성군에게 등을 돌리실 작정이십니까?!

남곤 : ...

심정 : 좌상대감, 힘을 내시옵소서! 권토중래란 말도 있지 않사옵니까?

남곤 : 하오나 신은 이번 일로 신망도 잃었을 뿐 아니오라 자금줄도 막혔사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어찌해야 하올지 모르겠사옵니다.

경빈 : (미소)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권세가 있으면 신망도 따르는 것이 이치 아닙니까? 조정신료들을 움직일 자금은

         이 사람이 대어 드릴 것이옵니다. 허니 반드시 두분 대감께오서 조정의 권세를 손아귀에 움켜쥐시어야 할 것입니다!

심정 : 하온데 마마, 근자에 들어 안당의 주변에 조광조를 따르던 잔당들이 다시 몰려들고 있다 하옵니다.

경빈 : 조광조의 잔당들이요?

남곤 : 예, 안당과 정광필은 원임정승이라고는 하오나 추관에 임명될 만큼 전하의 신망이 높을뿐 아니오라

         백치수의 뇌물명단에도 오르지 않아 사림들의 추앙을 받고 있사옵니다. 전하께오서 안당을 재등용하신다면..

경빈 : (연상 쾅-) 아니될 말씀입니다! 이사람과 대감들께오서 조광조를 몰아내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 하였습니까?

         대의명분에 목숨을 거는 사림들이 조정에 들어와서는 결코 아니될 것입니다!

심정 : 하오시면...?

경빈 : 우선은 안당부터 찍어내세요! 그런 연후에 김안로와 윤임이를 조정에서 몰아내야 할 것입니다.

남곤,심정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S#22. 윤원형 집 앞 길


쌀섬과 피륙을 잔뜩 실은 소수레가 서있다. (*난정의 살림세간도 실려있다)

관헌의 지휘로 짐꾼들이 예전에 실어갔던 쌀섬과 피륙, 살림세간 등을 대문안으로 옮기고 있다.

임서방, 일꾼들을 인도하고 있고 한편에서 윤원로 흐뭇하게 지켜보고 섰다.

정윤겸, 정렴을 거느리고 윤원로 쪽으로 다가온다.


정윤겸 : 이댁이 파산부원군댁이 맞소이까?

윤원로 : (보며) 예, 이 집이 중전마마의 사가가 분명하온데 뉘시온지요?

정윤겸 : 이사람은 오위도총부 도총관을 지낸 정윤겸이라 하오이다.

윤원로 : 시생은 중전마마의 큰 오라비되는 윤원로라 하옵니다. 헌데 어찌 찾아오시었는지요?

정윤겸 : 이사람은 이집 둘째 자제를 만나보러 왔소이다.

윤원로 : 원형이는 금부에서 문초받은 일로 와병중인데 대감께오서 어인 연유로 시생의 아우를 찾으시는 것이온지요?

정윤겸 : ...



S#23. 동 윤원형 집 초당 방 안


김씨, 앞에 앉은 배천댁을 보며 말한다.


김씨 : 뭐라? 지금 작은 사랑채에 원임 도총관 대감께오서 들어 계신단 말이냐?

배천댁 : 예, 아씨..

김씨(E) : (심난한) 도총관께서 어찌 이 집에 발걸음을 하시었단 말인가?

배천댁 : 아씨, 어찌 안색이 불편해 보이시옵니다?

김씨 : ..아,아닐세..



S#24.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자리보전을 하고 있고 그 앞에 정윤겸이 앉아있다. 그 옆에 윤원로가 앉아있다.


윤원형 : (누운채) 이거 장인께오서 찾아오셨는데 구들장에 등바닥을 붙이고 맞이하게 되어 송구하옵니다.

정윤겸 : 아닐세. 사위께서 금부에서 국문을 당하시느라 얼마나 고초가 심했는가?

윤원형(E) : (흠짓보며) 사위?

윤원로 : (의외라는 듯) 대감, 지금 시생의 아우보고 사위라 하시었사옵니까?

정윤겸 : 허허, 사위의 부실이 이사람의 서출이올시다.

윤원로 : 하오면 대감께오서 일편단심 닐니리야의..

정윤겸 : (보는)...?

윤원형 : 예, 정대감께오서 이사람의 첩장인이시오이다.

윤원로 : (끄덕이는) 지체 높으신 원임 도총관대감께오서 첩장인이시라?

윤원형 : 하온데 시생의 인사를 매몰차게 내치시었던 장인께오서 어인 연유로 시생의 병문안까지 오신것이옵니까?

정윤겸 : 내 실은 판부사대감과 자네의 화해를 주선하러 왔네.

윤원형 : (인상) 장인어른, 지금 뭐라 하시었사옵니까?! 판부사와 화해주선이요?!

정윤겸 : 그래, 판부사와 이댁은 파평윤문의 아닌가? 게다가 부원군댁들이시고? 허니..

윤원형 : 대감, 그런 말씀을 하시려거든 당장 내 집에서 나가주시옵소서!

정윤겸 : 이보게 사위! 내 낯을 보아서라도!

윤원형 : 내 비록 난정이와 혼례를 치루는 일로 대감 댁에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했을지언정

            대감의 대쪽같으신 성품을 흠모해 왔사온데 어찌 사람이 이리 변하실 수 있단 말씀이옵니까?!

            지금 내 눈 앞에 앉아 계신 분이 정녕 도총관대감이 맞는 것이옵니까?!

정윤겸 : (모욕감)...!

윤원형 : (몸을 일으키며 버럭) 당장 나가주시옵소서! (몸이 결리는지 고통에 찌푸리며) 윽..

윤원로 : (부축하며) 얘, 원형아 괜찮은게냐?!

윤원형 : 형님, 손님이 가신다니 배웅이라도 해 드리시구려.

윤원로 : 도총관 대감, 나가시지요! 판부사대감은 우리 가문의 철천지 원수이올시다.

            판부사의 사주를 받고 오시었다면 시생도 받아들일수가 없사옵니다!

정윤겸 : 그래, 내 다음번에 다시 들름세..(벌떡 일어서며) 허면 몸조리 잘하시게나. (방문을 열고 나간다)

윤원형 : (자리에 누우며) 음!!



S#25.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정윤겸, 착잡한 표정으로 방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서면 정렴이 다가선다.


정렴 : 아버님, 괜찮으시옵니까?

정윤겸 : (끄덕이며) 그래, 가자구나..


정윤겸, 정렴을 거느리고 대문쪽으로 간다.

김씨, 배천댁과 탄실이를 거느리고 서서 정윤겸의 뒷모습을 본다.


김씨 : ...



S#26. 장대인 사랑채 마당


능금, 방쪽으로 다가오는데 곽서방이 방에서 나온다.


곽서방 : 이제 오시는가? 어르신께오서 기다리시고 계시니 얼른 들어가보시게.

능금 : (툇마루에 올라 방안으로 들어간다)...



S#27.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능금,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장대인 : (앉아서 장부등을 챙기다가) 윤승후관 작은안으서를 만났던 일은 잘 되었느냐?

능금 : (장대인 앞에 앉으며 쏘아보는)...

장대인 : (힐끗 보며 미소) 네 얼굴을 보니 잘 안된 모양이구나. 하긴 윤승후관 작은안으서가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닐게다.

능금 : 내 앞으로 두 번 다시는 난정이에게 청 따위를 넣지는 않을것이오!

장대인 : (흠짓 보는)...!

능금 : 대체 난 뭐요?! 내 지금껏 장대인께 호된 질책을 당하며 대국말을 배우고 장사법을 배웠소!

         헌데 기껏 조선에 돌아와서 첩년의 딸 년한테 고개를 숙이고 청이나 넣어야 한단 말이오?!

장대인 : 능금아!

능금 : (표창을 휙-꺼내며) 내 이걸로 난정의 명줄을 따버리고 싶던 것을 간신히 눌러 참았소!

장대인 : 능금아, 괜한 짓거리는 삼가거라. 그 암기는 누구의 명줄을 따라는 것이 아니라 네 스스로를 지키라고 배워준 것이야!

능금 : (어금니를 깨물며 눌러참는)...!

장대인 : (비단염낭을 꺼내놓으며) 이걸로 비단옷 몇 필 짓거라.

능금 : (보는) 비단옷이요?

장대인 : (미소) 암, 네가 백도주를 대신하여 남소문 객주의 새주인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대갓 댁 대감들은 물론이고 궐내출입도 수시로 해야할 터이니 걸맞는 의복을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

능금(E) : (충격) 남소문 객주의 새주인?!



S#28. 당추 암자 마당


당추, 법당에서 부처님께 합장인사를 올리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난정, 계단위로 올라오다가 당추를 보고 반갑게 부른다.


난정 : 스님! (급하게 당추쪽으로 걸어온다)

당추 : (자애로운) 난정아, 네 어찌 이 산속으로 다시 돌아온게냐?

난정 : (웃음) 어찌 돌아오다니요? 스님께오선 제가 보고 싶지 않으시었사옵니까?

당추 : 허허, 네가 도성으로 돌아갈 때 마다 걸음도 못떼어놓는 어린아이를 우물가에 내버려둔 듯하여

         내 마음이 조마조마 하구나.

난정 : 스님, 제 걱정은 걱정마시옵소서. 스님께오서 저를 위해 일구월심 발원을 드려주시어 부처님 가피를 입었사오니

         무서울게 무에 있겠사옵니까?

당추 : 그래 중전마마께오선 무탈하시느냐?

난정 : 예, 이번에 큰 화급을 넘기셨사옵니다.

당추 : (끄덕이며) 음!..어서 부처님께 인사를 여쭈거라. 그런 연후에 상세한 얘기를 들어 보자구나.

난정 : 예, 스님! (밝은 표정으로 법당쪽으로 간다)

당추 : 나무 관세음보살...



S#29. 편전 외경


중종(E) :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니 그 무슨 말씀이시오?



S#30.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안당과 정광필이 앉아있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서 주의깊게 듣고 있다.


중종 : 수천대감, 기탄없이 말씀해 보세요.

정광필 : 전하께오서 이번 백아무개의 뇌물비리와 연루된 조정신료들의 일을 덮어두신 것에 대해 백성들의 원성이 높사옵니다.

중종 : ...음!

안당 : 뿐만 아니오라 젊은 선비들이 조정에 등을 돌리고 있사옵니다. 하루속히 용단을 내리시어

         조정신료들의 죄를 명명백백하게 밝히시어 이번일을 바로잡지 않으시오면 민심이 이반될 것이옵니다.

중종 : 과인도 선비들과 백성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오. 허나 지난번 뇌물비리에 대해서는

         과인과 연루된 신료들 스스로가 치부책을 불태워 버림으로써 매듭을 짓지 않았소? 또한!

정광필,안당 : ...

중종 : 또한 과인이 비리에 연루된 조정신료들의 죄를 물었다면 조정에 신료들이 몇이나 남아 정사를 돌볼 수 있었겠소?

         부득불 그리 처결할 수 밖에 없었던 과인의 뜻을 헤아려 주시구려.

안당 : 전하, 조정신료들의 절반을 잃으시는 한이 있더라도 올곧은 선비 한사람의 뜻을 받아들여주시어야

         밝은 군주가 되시옵니다. 당장은 조정이 흔들리고 위급해보이는 듯 하오나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오면

         이나라의 종사가 천년, 만년을 강건하게 이어질 것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정광필 : 신의 뜻도 같사옵니다!

중종 : 과인이 깊이 상량을 해볼터이니 이만 물러들 가세요.

안당 : 신은 전하의 혜안과 용단을 믿사옵고 물러 가옵니다!

정광필,안당 : (일어나서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E) :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과인의 곁에 믿을만한 사람이 없음이야...


중종의 고심에 찬 얼굴위로 문득 떠오르는.

(INTER CUT) 눈물로 진언하는 파릉군의 얼굴.


중종(E) : ..파릉군숙부..허어 내 어찌 숙부를 잊고 있었던가?!

중종 : 박승지!

박승지 : 예, 전하!

중종 : 당장 파발을 띄워 기묘년에 제주도로 귀양 간 파릉군의 안부를 알아보도록 하라!

박승지 : 예, 분부대로 봉행하겠나이다.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E) : 과인의 곁에는 목숨을 걸고 충언을 올릴 자들이 있어야 함이야!


중종의 얼굴위로 문득 떠오르는.

(INTER CUT) 중종의 옥교를 가로막고 땅바닥에서 엎드려 간하던 난정의 모습.


중종 : ...!



S#31. 어느 길


김전과 김안로를 태운 사인교가 나란히 어디론가 가고 있다.

사인교 옆을 김전의 집사(*)와 황서방이 따르고 있다.


김전 : 이 늙은이 생각에는 아무래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듯 하여 마음이 편안치가 못하구나.

김안로 : 숙부님! 모두가 세자저하는 물론이옵고 우리 가문을 위한 일이옵니다. 지금껏 조상님들께오서 공덕을 쌓으시어

            명문반열에 올리신 가문을 우리대에서 무너뜨릴수는 없는 일 아니옵니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수만 있다면 백번, 천번 가려야 하옵니다!

김전 : 음!


김전과 김안로를 태운 사인교가 어디론가 간다.



S#32. 윤원형 집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탕약을 마시다가 놀란 눈으로 방문앞에 서 있는 임서방을 본다.


윤지임 : 뭬,뭬야?! 영상대감과 희락당대감이 초당에 드시었단 말이냐?

임서방 : 예, 대감마님!

윤원로 : (벌떡 일어서며) 이런 뻔뻔스러운 작자들 같으니라구! 예가 어딘줄 알고?! (방문밖으로 나가려는데)

윤지임 : 원로야, 영상대감이시다! 괜히 무례한 짓거리 말고 잠시 지켜보자구나!

윤원로 : (멈춰서며)..



S#33.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김전, 아랫목에 앉고 김안로가 그 옆에 앉는다.

김씨, 불편한 얼굴로 그 앞에 서있다.


김안로 : 앉거라. 숙부님께오서 네게 하실 말씀이 있어 어려운 발걸음을 하신게다.

김씨 : (선채로 보며) 하실 말씀이시라니요?

김전 : (김씨를 보며) 내 실은 네게 청이 있어 왔느니라.

김씨 : 청이요? 지금 청이라 하시었사옵니까?



S#34. 대비전 외경


자순대비(E) : 중전과 세자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니요?!



S#35.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윤임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판부사대감?

윤임 : 장차 중전마마께오서 대군 아기씨를 생산하시오면 아무래도 세자저하를 격조하실게 분명한 이치 아니옵니까?

         그리된다면 이제껏 중전마마를 친어머니 처럼 따른 세자저하께오서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되실지도 모르는 일이옵니다.

자순대비 : 세자가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윤임 : 예, 이로 인해 세자저하의 성정이 잘못 되시기라도 하신다면 이는 이 나라 장래가 어두워지는 일이 아니옵니까?

         마마, 신의 뜻을 깊이 헤아려 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음!



S#36. 동 대비전 방밖 복도


윤비, 조상궁이 서있는 방문쪽으로 다가와선다.


윤비 : 고하여주시게.

조상궁 : 예. (방문쪽에다)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S#37.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 뭐라, 중전께서?

윤임 : (흠짓 놀라는)..?!

자순대비 : 드시라해라.

조상궁(E) : (방밖에서) 예.

윤비 :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서다가 흠짓 윤임을 보며) 판부사대감 드시어 계셨습니까?

윤임 : (일어서서 중전에게 목례하고 자순대비를 보며) 하오면 신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그리하세요. 이리 내려와 앉으세요, 중전.

윤비 : (나가는 윤임이 들으라는 듯이) 대비마마, 앞으로 대비전에 외척을 자주 들이시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임 : (멈칫 서는)...!

자순대비 : (인상) 뭬요? 중전 지금 뭐라 하시었소?!

윤비 : ...



S#38. 어느 산 길


파발마 한필이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 가고 있다.



S#39. 당추 암자 법당 안


난정, 부처님 앞에 합장을 한 채 간절하게 빌고 앉아있다.

(E) (암자 아랫편에서 들려오는 말발굽소리)


난정 : (의아하여 돌아보는)...?



S#40. 당추 암자 계단


올라가는 길 파발마가 급하게 달려와 멈춘다.

군관, 말에서 급하게 내려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S#41. 당추 암자 마당


난정, 법당 안에서 나와 탑쪽으로 걸어오는데.

군관(*), 급하게 누마루 계단위로 뛰어올라온다.


군관 : (난정을 보고) 이 암자에 정난정이란 처자가 머물고 있소?

난정 : 이사람이 정아무개이온데 무슨 일이오이까?

군관 : 정난정은 어명을 받으시오!

난정 : (흠짓 놀라) 어명?! 지금 어명이라 하시었소?


난정, 군관을 보며 놀라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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