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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8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643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85











s#1. 편전 외경 (낮)


엄상궁과 오상궁 등 중궁전 상궁나인들이 서있는 모습위로.


중종(E) : (놀라) 중전, 어찌 이러시는게요?!

엄상궁,오상궁 : (불안한 표정으로 편전쪽을 돌아본다)..!



s#2. 동 편전 방안


윤비, 입을 가리고 고통스럽게 헛구역질을 해댄다.

중종, 당혹스럽게 윤비를 보고 윤형원, 역시 놀란 눈으로 윤비를 본다.

윤비, 헛구역질을 계속하는데..


난정 : (윤비의 옆으로 다가가 등을 쓸어주며)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윤비 : (헛구역질을 가까스로 멈추며)..오냐.. 괜찮느니..(중종을 보며) 전하, 황공하옵니다.

중종 : (걱정스럽게 보며) 이제 역증이 좀 가라 앉으시오?

윤비 : 예..전하, 신첩의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

중종 : 무례는 무슨요? 중전께서 그동안 마음을 너무 많이 쓰시어 그러는듯 싶소.

         과인이 내의원에 일러 체증에 좋은 약을 지어 올리라 하겠소.

윤원형 : (안도하는 표정으로 보는)..

난정 : ..마마, 입안을 헹궈내시옵소서. (윤비의 입가에 물대접을 대어주는)

윤비 : (난정이 입에 대준 물을 한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돌려 난정이가 받쳐주는 다른 빈대접에 뱉어낸다)..

중종 : 여봐라! 김상궁 게 있느냐?

김상궁(E) : (방 밖에서) 예.

김상궁 : (방문 열리면 들어서서) 전하, 찾아계시옵니까?

난정 : (미소) 주상전하, 소첩의 짐작으론는 중전마마께오선 체증이 아니오라 회임을 하신 듯 싶사옵니다.

중종 : (놀라는) 뭣이라, 회임?!

윤원형 : (휘둥그레지는) 회,회임?!

김상궁(E) : 아니, 회임이라니? 이일을 어쩐다?

난정 : (윤비를 보며) 중전마마, 소첩의 짐작이 맞사옵나이까?

윤비 : (네 벌써 알고 있었구나!)....

중종 : 중전, 난정이 말이 참이오? 중전께서 참으로, 참으로 회임을 하신것이요?!

윤비 : (미소로 고개를 조아리는)..신첩, 그런듯 싶사옵니다.

중종 : (얼굴이 환해지며) 허허허! 회임이라니! 이런 경사가 있나?!

         (윤비의 손을 잡아주며) 중전께서 과인에게 참으로 기쁨을 주는구려! 허허허!

윤비 : (수줍은) 황감하옵니다.

윤원형 : (기쁨에 들뜬) 중전마마, 회임을 경하드리옵니다!

윤비 : ...고맙습니다, 오라버니.

난정 : (쌩끗 웃으며 중종과 윤비를 보는) 감축드리옵니다, 중전마마.

윤비(E) : (담담한 미소위로 결연한) 그래, 내 이번엔 틀림없이 대군을 생산할 것이야!



s#3. 경빈처소 방안


경빈, 경악한 눈으로 방문 앞에 서있는 금이를 본다.

복성군, 다과상 건너편에 앉아서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경빈 : (찾잔을 탁 내려 놓으며) 뭬야?! 중전께오서 회임을 하시었단 말이냐?!

금이 : 예, 주상전하께서 윤승후관과 난정이를 부르시어 친히 어사주를 따라주시는 자리에서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의 징조를 보이시었다 하옵니다.

경빈(E) : (충격으로 일그러지는)..이 무슨 천지가 개벽할 소식인가?!

복성군 : (울상) 어마마마, 이 무슨 청천벽력이옵니까?!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다니요?!

경빈 : (충격을 추스리는)...

복성군 : 어머니,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하시온다면 소자는 성혼을 하여 궐밖으로 나간 후에

            두번다시 대궐흙을 밟지 못하는 것이옵니까?!

경빈 : (휙-보며) 복성군, 속단하지 마세요! 지금 경거망동하였다간 더 큰 낭패를 볼것이니 잠시 추이를 더 지켜 보십시다.

복성군 : (풀이죽은) 예 어마마마...

경빈 : 복성군은 이만 물러가세요.

복성군 : 예..(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금아, 당장 화천군 대감을 입궐하라는 기별을 넣어라!

금이 : 예, 마마.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 회임, 회임이라...! 치부책 사건으로 주상전하의 총애를 받고 있는 중전이 이번에 대군이라도 생산한다면

              만사가 끝장인게야! 허, 이 일을 대체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어찌?! (주먹을 으스러지게 쥔다)



s#4. 대비전 외경


중종의 옥교 옆에 대전내관과 김상궁, 대전 상궁나인들이 서있고

그 옆으로 오상궁과 중궁전 상궁나인들이 환한 표정으로 서있다. (*엄상궁은 없다)


양어의(E) : 중전마마, 명주실을 푸시옵소서.



s#5. 동 대비전 방 안


중종과 자순대비가 지켜보는 가운데 윤비가 명주실 진맥을 받고 있다.

엄상궁, 윤비의 옆에 앉아 윤비의 손목에 감은 명주실을 풀어낸다.

내려진 발 건너편에 수염이 희끗해진 양어의와 의녀 두 명이 앉아있다.


중종 : (양어의를 보며) 양어의, 중전께서 회임을 하신 것이 틀림 없는가?

양어의 : (조아리며) 전하, 참으로 경하드리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선 틀림없는 회임이시옵니다!

중종 : (함박웃음) 오, 그래? 허허! (자순대비를 보며) 어마마마, 중전이 회임이 틀림없답니다.

자순대비 : (미소로 끄덕이며) 예, 주상. 이 늙은이도 들었습니다.

               (윤비를 보며) 중전, 부디 이번에는 대군을 생산하시어야 합니다!

중종 : 그래요, 중전, 이번에는 우리 세자한테 대군 아우를 보게 해주시어야 합니다! 하하하!

윤비(E) : 암요, 암요! 신첩은 반드시 대군을 생산할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자애로운 표정으로 윤비에게 다가와 앉으며 손을 쥐어주며) 중전, 모쪼룩 몸가짐에 각별히 조심하시고

               태교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세요.

윤비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s#6. 김안로 사랑채 방 안


윤임, 연상을 쾅 치며 말한다.


윤임 : 허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더니! 중전이 회임을 했다?! 일이 어찌 이리도 꼬일수가 있단 말이요?!

김안로 : 온 조정이 중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이옵니다.

윤임 : 중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다니요?!

김안로 : 중전마마가 치부책과 회임하신 것을 양손에 움켜쥐신 채

            조정신료들이 꼭두각시 놀음을 하게 만든 것이라는 말씀이옵니다.

윤임 : (뭔가 심각한)..음!

김안로 : 중전이 회임까지 했으니 세자저하의 장래가 어찌될지 암담할 뿐이옵니다.

윤임 : (휙-보며) 이 모두가 희락당대감께서 중전을 찍어내는 일을 너무 서두르시는 바람에 일을 그르친 것이외다!

김안로 : (흠짓하여 보는) 예에? 대감, 그 무슨? 어디 다시 한번 말씀해 보시지요!

윤임 : 말해봤자 똑같은 말이지만! 그러기에 이 사람이 뭐라 했소이까?! 아무 대책도 없이 일을 벌렸다가는

         도리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리지 않았소이까?!

김안로 : 아니, 대감, 어찌 이제 와서 이사람을 질책하시는 것이옵니까?

윤임 : 질책이 아니라, 경위가 그렇다는게지요! 대감께서 그 치부책만 도둑맞지 않았어도 이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외다!

김안로 : ...!

윤임 : 하긴 희락당대감 말만 믿고 따라온 이사람이 너무도 아둔하였소이다!

김안로 : 대감, 이럴 때일수록 뭉쳐야 하옵니다. 우리 두사람 사이에 분란이 생긴다면

            한치 앞도 볼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옵니다.

윤임 : (말을 자르듯) 이 사람은 이만 돌아가보겠소이다! (벌떡 일어서서 방문 쪽으로 간다)

김안로 : (윤임의 뒷모습을 보며) 대감! 판부사 대감!

윤임 : (방문을 쾅- 닫고 나가는)

김안로 : (표정이 굳는)..



s#7.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윤임, 굳은 표정으로 방쪽에서 급하게 나온다.

박서방, 급히 댓돌 위에 신발을 가지런하게 놓으면.


윤임 :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내려서며) 가세, 박서방. (대문쪽으로 걸어가면)

박서방 : 예. (윤임 뒤를 따른다)

황서방 : (허리를 숙이는)...

윤임(E) : (급히 대문쪽으로 나가다가 멈춰서서 방쪽을 휙 돌아보는 얼굴위로) 이쯤에서 희락당대감의 손을 놓치 않으면

              내 가문이 위태로울수도 있음이야!


윤임, 총총히 가버린다.



s#8.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E) :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는 굳은 얼굴위로) 허어, 판부사가 모든 허물을 내게 떠넘기고

                 혼자만 살아남으려는 수작이구먼. 허나 수렁에서 발을 빼기엔 너무도 깊숙이 발이 빠져있음이야..

                 (자조적인) 하하하!


김안로, 웃음을 그치고 어딘가를 휙- 돌아본다.



s#9. 중궁전 방 안


윤비, 다과상 건너편에 앉은 윤원형을 보며 말한다. (*윤원형은 아직 거동이 불편한 상태입니다)


윤비 : 이사람 때문에 오라버니께서 주상전하의 어사주를 밥는 자리가 일찍 파하게 되어 미안쩍습니다.

윤원형 :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시생은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것이 이사람이 어사주를 받는 것보다

            백배 천배, 막중한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 고맙습니다, 오라버니. 이사람 주변에 오라버니께서 계시오니 참으로 마음이 든든합니다.

윤원형 : 황감하옵니다! 중전마마, 두 번 다시는 누구도 중궁전을 위협하지 못하게

            이번에는 반드시! 반드시! 대군 아기씨를 생산하시어야 하옵니다! 그래야 다시 시작하실 수가 있사옵니다.

윤비 : (미소) 오라버니, 대군은 하늘이 점지해 주시는 것이거늘 그것이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일이겠습니까?

난정 :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온 것은 하늘이 중전마마의 반듯한 성품에 감동하시어

         복을 내려주신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소첩은 중전마마께오서 그동안 겪으셨던 환난고초(患難苦楚)에 대한

         보답을 받으시어 꼭 대군 아기씨를 생산하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사옵니다.

윤비 : (결연한) 오냐. 나 역시 대군을 생산치 못한 중궁의 자리란 것이 모래 위에 지은 누각처럼 일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 있는

         허망한 것임을 뼈저리게 깨달았으니! 내 이번엔 반드시, 반드시 대군을 생산할 것이다! 그래야 천하가 달라질 것이야!

난정 : ...!

윤원형 : 중전마마의 은덕으로 우리 가문에 서광이 비추는 듯 싶사옵니다.

윤비 : 오라버니. 전하께오선 이번에 작은 오라버니께오서 국문을 당하시는 과정에서 보여주신 의기를 높이 사시어

         출사길을 열어주시겠다는 말씀이 계시었습니다.

윤원형 : (기대감에) 예에? 마마. 그 무슨 황공하오신 말씀이옵니까? 소신은 문초를 끝까지 견뎌내지 못하고

            망극하옵게도 거짓 자복을 하였사온데 어찌..?

난정 : 가혹한 국문을 사흘 밤낮을 버티신 것만으로도 서방님의 의기는 충분히 밝히신 것이옵지요.

윤원형 : (은근한 자부심)..음..

윤비 : 허나 오라버니께오선 당분간 출사를 거두어달라는 청을 드렸습니다.

윤원형 : (실망한)..예에..

난정 : (예상한 듯 담담한)..

윤비 : 오라버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윤원형 : 섭섭하다니요?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그리 하시었다면

            반드시 깊으신 뜻이 있으실 것이오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오라버니. 이사람을 믿어주시니 고맙습니다.

난정 : ...

윤비 : 난정아, 너는 내가 오라버니의 출사를 막은 뜻을 짐작하겠느냐?

난정 : 예, 마마. 어림 짐작하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그래..그럴 것이다. 네 벌써 짐작을 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야.

난정 : ...

윤비 : 오라버니. 헌데 난정이를 언제까지 산중암자와 도성을 오가도록 내버려두실 작정이십니까?

윤원형 : 예에? 마마. 무슨 말씀이시온지?

윤비 : 난정이를 집안에 들이세요. 부부지간에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지내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입니다.

윤원형 : 예, 시생, 마마께오서 분부하신데로 따르겠사옵니다.

난정 : (글썽이며 목소리 떨리는)..마마! 소첩을 헤아려주시는 우악하오신 은혜에 눈물이 나옵니다.

         (방바닦에 머리를 조아리며) 소첩, 중전마마의 뜻을 떠받들어 소임을 다하겠사옵니다! 흐흑..

윤비 : (끄덕이며 미소로 보는)..그래, 내 그 말을 믿을 것이니!



s#10. 어느 길


윤원형, 임서방이 따르는 사인교 위에 불편한 몸을 기대 앉았고

난정의 가마(*84회 s#54의)가 그 뒤를 따른다.


윤원형(E) : (뭔가 입맛이 쓴 얼굴위로) 어허, 어찌 중전마마께오서 이 사람의 출사길을 막으셨을꼬? 어찌..?


난정, 가마창을 열고 앞서가는 윤원형의 사인교 쪽을 향해 말한다.


난정 : 서방님, 서방님!

윤원형 : (돌아보며) 어이 부르는게요?

난정 : 잠시 좀 보시어요.

윤원형 : 임서방, 사인교를 작은 아씨 가마 옆으로 대게.

임서방 : 예, 나으리. (교꾼들에게) 잠시 걸음을 늦추게.


윤원형이 탄 사인교가 늦추어지며 난정의 가마와 나란하게 간다.


난정 : 서방님,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 서방님의 출사를 막으신 것이 마음에 걸리시는 것이옵니까?

윤원형 : 내 어찌 족집게 같은 부인을 속이겠소? 그래요, 내 그런 생각을 먹지 않으려고 해도

            중전마마의 이번 처사엔 가슴 한구석이 시큰하구려.

난정 : (미소) 서방님, 장통교로 길을 잡으시지요.

윤원형 : 장통교요?

난정 : 예, 소첩이 중전마마의 뜻을 말씀 올리지요. 또한 소첩이 본댁으로 들어가는 일도 논의해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윤원형 : 그러십시다. 임서방, 장통교로 길을 잡게.

임서방 : 예.


윤원형의 사인교와 난정의 가마가 길을 틀어 어디론가 간다.

길상, 한곳에서 나타나 그 모습을 지켜본다.


송서방 : (길상 뒤편으로 다가와 어께를 툭 치며) 길상아!

길상 : (돌아보며) 송서방 아저씨.

송서방 : 남소문 객주의 새행수께서 너를 보자고 하신다.

길상 : (의아) 새행수요?



s#11. 백치수 사랑채 마당


갓과 도포차림의 능금, 연못을 보고 있다.

송서방, 길상을 데리고 뒤돌아선 능금쪽으로 다가온다.


송서방 : 행수어른, 길상이를 데려 왔습니다요.

능금 : (돌아보며) 애썼네. 자넨 객주로 돌아가 있게.

송서방 : 예, 어른. (조아리고 어딘가로 간다)

길상 : (보며)..네가 어찌..?

능금 : (야릇한 미소) 길상아, 내가 남소문의 새행수가 된 것이 낯선게냐? 하긴 광대패에서 행인들 주머니를 털던 꽃잽이 계집이

         조선 상권을 쥐락펴락하는 남소문 객주의 행수가 되었으니 세상 참 오래 살고 볼일 아니냐?

길상 : ...능금아..

능금 : (버럭) 능금이라니?! 네 어찌 주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단 말이냐?!

길상 : 뭐어? 주인?!

능금 : 그래. 너는 백도주에게 팔렸던 몸 아니냐? 그런 너를 장대인이 샀고, 장대인께서 너를 내게 넘기셨으니

         이제부터 내가 니 새주인이라 이 말이다!

길상 : 능금아, 그만둬..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게야!

능금 : (버럭) 길상아, 내 앞에서 그런 말 다시는 뻥끗도 하지마!

길상 : ...

능금 : 네가 목숨을 걸고 치부책을 훔쳐내어 중전마마가 목숨을 구해본들 난정이가 네 품에 안길 듯 싶으냐?!

         흥, 어림 없는 말이지! 길상아, 넌 난정이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결국 버림받고 말게야!

길상 : (묵묵하게 보다가 돌아서는데)

능금 : 길상아, 잊지마. 네가 어디서 무슨 짓을 하든 네 명줄을 틀어쥐고 있는 주인이 나란 것을!

길상 : (흠짓 멈춰서 듣다가 그대로 가버린다)

능금 : (일그러지는)



s#12.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자운아 기방)


옥매향, 안채 방에서 나와 모린이 서있는 마당으로 내려선다.


옥매향 : 모린아, 안방에 차를 다려 올리라우.

모린 : (조아리고 부엌으로 가는데)..

난정 : (중문 안으로 들어서며) 매향아.

옥매향 : (반가운) 난뎡아!

윤원형 : (난정의 뒤를 따라 임서방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서며) 매향아, 잘 있었느냐?

옥매향 : 승후관 나으리! 내레 나으리께서 금부에서 무죄방면 되시었다는 소식은 딘즉 들었시오.

            나으리를 이리 뵈오니 턈으로 눈물이 쏟아딜 듯 하옵네다.

윤원형 : 오냐, 네가 옛 정을 잊지 않고 내 걱정을 해주었다니 참으로 고맙구나.

난정 : (농조) 두사람이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다시 만난 듯 이리도 애뜻하시니 내레 시샘이 나서 볼 수가 없구나.

옥매향 : (흘기며) 에미나이래 말뽄새하고는? 예서 니럴게 아니라 방으로 드시댜요.

            모린아 뭐하네 어서 아랫방으로 뫼시디 않고?

모린 : (다가와 윤원형 앞에 깊이 허리를 숙이고 아랫방쪽으로 앞장서는데)

난정 : (안채쪽을 돌아보며) 헌데 대낮부터 안방에는 누가 들어계신거니?

옥매향 : 영상대감과 희락당대감 일행이 들어계셔.

난정 : (흠칫) 희락당 대감?!

윤원형 : (아랫방으로 가는 걸음을 멈추고) 매향아, 네 지금 희락당대감이라 했느냐?

옥매향 : 예, 나으리.

윤원형 : (안방쪽을 무섭게 노려보는).....!



S#13.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김안로와 김전, 그리고 김제학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김안로 : 중전께오서 회임까지 하시었으니 세자저하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 것이옵니다.

김전 : (탄식섞인) 음! 그럴게야..

김제학 : 허면 우리는 장차 어찌 처신해야 할지요?

김전 : 당분간은 죽은 듯 엎드려 세월을 보낼 수 밖에 없는 듯 싶소이다.

김제학 : ...

김안로 : 중전이 치부책에 연루된 조정신료들을 구명해 준 저의를 되씹어보니

            중전께선 우리가 자중지란을 일으켜 스스로 무너지길 기다리는 듯 싶사옵니다.

김전 : 그럴질도 모르지... 중전께오선 참으로 무서운 분이시다.

김안로 : 우리가 무너지면 세자저하께오서도 무사하시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숙부님과 부제학영감께서는 조정의 동요를 막아주셔야 하옵니다. 그래야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며 윤원형이 신발을 신은채 방안으로 들어선다.

김안로, 김전, 김제학 놀라 방문쪽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윤원형 : (쭉 둘러보며) 허어, 어쩐지 이 기방에서 역한 똥냄새가 난다 싶더니 과연 여기들 앉아계시었사옵니다?

일동 : ...!

윤원형 : 영상대감! 희락당 대감! 숙질간에 또 누구를 찍어낼 모의를 꾸미시는겝니까?!

김안로 : 뭐라?! 모의라니?! 자네 어찌 이리도 방약무도할 수가 있는가?

윤원형 : 허, 방약무도요?! 내 대감들 모함 덕분에 저승문턱까지 구경하고 돌아왔거늘! 더군다나 회임을 하오신 중전마마께오서

            이사람의 뒷배를 봐주고 계신데 무엇이 두려워 예를 갖추겠소이까? (김전을 보며) 아니그렇사옵니까? 처조부님?

김전 : (시선을 피하며)...음!

윤원형 : (방 한가운데 털썩 앉으며) 이사람, 금부에서 문초를 받은 일로 거동이 불편하여 큰 방을 차지해야 할 것이니

            이 방을 내어 주시어야겠소!

김제학 : (일그러지며) 아, 아니 이 자가?!

윤원형 : 매향아, 손님들 가신다니 뫼시어라!

김전 : (모욕감에 일어서며) 기방에서 다툴 것 없소! 이만 가십시다! (방밖으로 휙 나가버린다.)

김제학 : (윤원형을 못마땅하게 보다가 김전의 뒤를 따라나간다)

윤원형 : (귀를 후비며) 공산을 보며 비루먹은 개가 짖어대는구먼..

김안로 : (끓어오르는 분기를 누르며 윤원형을 노려보다가 방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 (껄껄껄 웃어대는)...허허허!



S#14. 동 옥매향 안채 마당


김안로, 방밖으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난정, 김안로를 보고 쌩끗 웃으며 다가온다.


난정 : 천하를 손에 쥐시었던 희락당대감께오서 하루아침에 급전직하 하시어

         조카사위의 호통에 이리 쫓겨나시듯 피하시다니요?!

김안로(E) : (난정을 쏘아보는) 내 당장이라도 네 년을!

난정 : 대감, 당분간은 기방출입을 삼가시고 두문불출하시지요,

         전해드린 법구경을 읽으시며 마음을 수양하시는 편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김안로 : 네 천한 첩년 따위가 감히 뉘 앞에서 요망한 혓바닥을 놀리는게냐?!

난정 : 이년, 전하께오서 친히 옥수로 따라주신 어사주에 아직도 취한 듯 싶사옵니다.

         희락당 대감께오선 넓으신 아량으로 이해하여 주시옵소서. (과장된 공손함으로 머리를 조아린다.)

김안로 : (울그락불그락하며 보다가 휙-중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난정 : (그 뒷모습에다) 호호호!

옥매향 : (다가오며 걱정스럽게) 난뎡아, 됴뎡의 덍댕한 신료분들한테 이리 불경하게 대해도 되는 거이네?

난정 : 걱정마, 매향아. 지놈들이 지은 죄가 있으니 어쩌진 못할거야.

윤원형(E) : (방쪽에서) 부인, 무엇을 하시오? 어서 들어오시구려!

난정 : 예, 들어가옵니다. (매향에게) 매향아, 술상 좀 들여주겠니?

옥매향 : 기래.. 알았어.. 먼뎌 들어가라우.

난정 : (안방으로 들어가면)

옥매향 : (뭔가 걱정스럽게 난정의 뒷모습을 보는)...



S#1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1. 경빈, 윤비 앞에서 눈물로 피묻은 손수건을 빨던 장면

2. 경빈, 윤비 앞에서 혈서를 쓰던 장면. 윤비, 그 혈서를 촛불에 태워 경빈의 치마폭에 내던지던 장면.

3. 경빈, 석고대죄를 드리던 윤비에게 따귀를 맞던 장면...


경빈 : (당시의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듯 얼굴이 일그러지는)....!



S#16. 경빈 처소 마당


금이와 심정이 급하게 일각문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 위로.


금이(E) : 경빈마마, 화천군대감 드셨사옵니다.



S#1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심정, 마주앉아 있다.


심정 :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참으로 큰 일이 아니옵니까?

경빈 : (담담한).. 화천군대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하시든 공주를 생산하시든

         중궁전의 동태에 이리저리 휘둘려서는 아니됩니다.

심정 : (의외의 반응에) 예에?

경빈 : 이사람이 수년동안 중전을 겪으면서 이제야 깨달은게 있습니다.

심정 : ...?

경빈 : 중전은 총명함과 더불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세자의 효심까지 방패막이로 이용하는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런 중전과 섯불리 맞섰다가는 결코 중전을 찍어누를 수 없습니다.

심정 : 하오시면?

경빈 : 기다리는 것이 상책입니다.

심정 : 기다리다니요, 무엇을요, 마마?

경빈 : 중전의 가슴 속에 숨겨져 있는 시커면 야심이 드러날 때를 말입니다. 중전이 대군을 생산한다면

         중전은 반드시, 반드시 그 대군아기씨로 대통을 잇게 하고자 무슨 짓거리라도 할 것입니다!

심정 : ...

경빈 : 김안로가 중전의 속내를 정확히 꿰뚫어보고 이번에 중전을 찍어내려 한 것이지요.

         하지만 상대를 너무 만만히 봤습니다. 중전은 김안로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는 사람입니다.

심정 : 음.. 하오시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옵니까?

경빈 : 중전이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어 속내를 드러낼 때까지는 기다려야 합니다.

         차라리 이번에 중전이 대군을 생산하기를 바래야지요.!

심정 : 음!

경빈 : 허나 무작정 기다려서는 아니됩니다. 장차 조정에 중전을 바쳐주는 세가 형성된다면

         이 나라 왕실과 조정이 중전의 손아귀에 농단 될 것이 자명합니다. 허니 조정은 반드시 화천군께서 장악하셔야 합니다.

심정 : 예, 이 사람과 좌의정대감을 믿으시옵소서!

경빈 : 아닙니다, 화천군대감께서 좌의정과는 거리를 두셔야 합니다.

심정 : 예에? 좌의정과 거리를 두라니요?

경빈 : 좌의정은 지난번 왕세자책봉때와 이번 치부책 때도 이 사람과 복성군에 대한 마음이 흔들린 듯 싶었습니다.

심정 : ('알고 있구나?')..

경빈 : 화천군대감, 이리 가까이 다가오세요.

심정 : .. 예 마마..(무릎걸음으로 다가와 앉는다)

경빈 : 더 다가 오세요.

심정 : 예에?...예..(더욱 바짝 앉으면)

경빈 : (똑바로 보며) 이사람은 화천군대감만을 믿을 것입니다.

심정 : (경빈의 시선에 당혹스러운).. 화, 황감하옵니다.

경빈 : (서랍에서 어음을 꺼내 심정에게 건내며) 앞으로 조정신료들을 움직일 자금입니다.

심정 : (두손으로 받는)..

경빈 : (속삭이듯) 이 사람은 화천군만 믿습니다...

심정 : ..예, 마마 믿으시옵소서.

경빈 : 암요, 믿지요, 믿고 말구요!

심정 : (야릇한 표정이 된다)...



S#18. 편전 외경


중종(E) : 뭣이라, 기묘년에 대역죄를 받은 주초의 무리를 다시 등용하란 말인가?!



S#19. 동 편전 방안


중종 앞에 정광필과 안당이 앉아있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안당 : 전하, 사리에 밝고 학문이 도도한 도덕성을 지닌 젊은 인재들로 개혁정치를 펴나가시지 않으시오면 뇌물비리로 얼룩진

         이 나라 조정의 앞날은 어두워질 것이며 그리되면 전하의 치세가 사초에 난세로 기록될 수도 있사옵니다.

중종 : (불편한)... 음! (정광필을 보며) 수천대감도 그리 생각하시오?

정광필 : 전하께오서 조정을 쇄신하시겠다는 어의를 천명하시었사오니 이번 일에 연루된 의정부 정승들과 육조 판서들 중

            누구도 사직을 하지 않고 있사옵니다. 이는 전하께오서 정사를 돌보시는데 큰 부담이 될 것이옵니다.

            하오니 우선 그들의 사직서부터 받으신 연후에 조정인사를 마무리 하시는 것이 옳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눈을 감으며) 과인이 좀더 상량해 본 연후에 처결할테니 경들은 이만 물러들 가시구려.

안당 : 전하, 이번에 실기하시오면 민심이 떠나가옵고 이나라 정치가 백년을 뒷걸음칠 것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알았으니 물러들 가라 하지 않았는가?!

안당,정광필 : 예.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E) : 과인의 치세가 사초에 난세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S#20. 대궐 일각


정광필과 안당, 걸어오다가 멈춰선다.


정광필 : 영모당대감, 아까 편전에서는 말씀이 과하시었소이다. 전하께오서 심기가 불편하신 듯 싶었소이다.

안당 : 과하다니요? 주상께 직언을 올리지 못하는 신하가 어찌 신하라 자처할 수가 있겠소이까?!

         이사람은 이반된 민심을 돌이켜 세우는 방도는 이번 뇌물비리에 연루된 자들 중 그 죄상이 큰 좌의정을 파직시키고

         군기시다리에서 참수하는 것이라 생각하오이다.

정광필 : 허어, 영모당대감, 누가 듣겠소이다.

안당 : 들으라지요! 정국공신입네하고 십수년동안 영화를 누려온 자들을 퇴출시키는 길만이

         이나라 종표사직을 바로 세우는 길이외다.

정광필 : (주변을 둘러보다가) 어허, 이만 퇴궐하십시다.


정광필과 안당, 어디론가 간다.

박희량, 담장 뒷편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걸어가는 정광필과 안당의 뒷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노려본다.

박희량, 어딘가로 획 가버린다.



S#21. 옥매향 안채 마당


모린, 안채 방쪽에 서서 방안을 엿듣고 섰다.


윤원형(E) : 허면 앞으로 조정에 정변이 일어날 것이란 말이요?

모린(E) : (흠짓) 정변..? (안방쪽을 보는)



S#22.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난정, 윤원형에게 술 한잔을 따라주고 말한다.


난정 : 예, 그렇고 말고요.

윤원형 : 부인 어찌 정변이 난다는 말인지 내 아둔한 머리로는 도통 알수가 없구려, 소상히 말씀해 보시구려.

난정 : 주상전하께오선 뇌물비리에 연루된 조정신료들을 용서해 주시었으나 내심 믿지를 못하실 것이옵니다.

         조만간 전하께오선 참신한 인물들을 등용하시어 조정을 물갈이 하실 것이옵니다.

윤원형 : ... 그러실테지요. 허니 이 사람도 그 참에 조정에 들어가는게 모양새가 좋지 않겠소?

난정 : 서방님, 그리되면 지금껏 조정을 장악하고 부귀영달을 누리던 구렁이 같은 신료들이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거리라도 벌릴 것이옵니다.

윤원형 : (반신반의의 표정으로 술잔을 들어 입술을 축이는).. 구렁이 같은 대신들이 정변을 일으킬 것이다?

난정 : 예, 이번에 조정에 들어가시어 정변에 휩쓸리시는 것보다는 때를 기다리시라는 것이 중전마마의 뜻이라 생각하옵니다.

윤원형 : 허면 난 언제 조정에 출사를 하게 되는게요?

난정 : 당당히 과거를 보시어야지요.

윤원형 : 과거라니요?! 부인, 당치도 않소. 내 반토막도 안되는 공부로 어느 세월에

            팔도에서 올라온 쟁쟁한 선비들과 자웅을 견줄 수 있단말이요?

난정 :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고 하였사옵니다.

         소첩이 서방님께오서 장원급제 하실 수 있도록 해드릴 것이옵니다. 하오니 염려 거두시옵소서!

윤원형 : 장원급제라? 허허허! 그래요, 내 부인을 믿으리다, 자, 부인도 한잔 받으시구려..

            (난정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헌데 부인은 언제 내 집에 들어오실 작정이시오?

난정 : (미소 쌩끗) 소첩, 길일을 택일하여 들어갈 것이옵니다.

윤원형 : 자 드십시다. (술을 들이키다가 생각난 듯) 아, 참, 부인 지난번에 도총관대감이 내 집에 걸음을 하셨습디다.

난정 : (흠짓 보며) 예에, 도총관대감이요?



S#23. 대궐 일각


윤임과 비단보자기에 싼 패물함 든 윤임처, 걸어온다.


윤임 : (멈춰서서) 나는 대비전으로 들테니 부인은 중궁전으로 드시구려.

윤임처 : 예, 대감.

윤임 : 부인, 중전마마께오서 어떤 꾸지람과 수모를 주신다해도 낯빛을 바꾸면 아니될 것이요,

         모두가 세자저하와 우리 가문을 위해서라는 것을 잊지 마시오.

윤임처 : 예, 소첩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윤임 : (끄덕이며) 허면 내 먼저 가리다. (어디론가 걸어간다)

윤임처 : (한숨을 내쉬다가 다른 편으로 간다)



S#24. 중궁전 마당


윤임처, 패물함을 들고 중궁전 합문을 들어와 멈춰 서서 심호흡을 한 후에 중궁전 계단을 오른다.


엄상궁(E) : 중전마마, 판부사댁 정부인 들었사옵니다.



S#25. 동 중궁전 방안


윤임처, 윤비 앞에 큰 절을 올린다.


윤임처 : 중전마마, 회임을 경하드리옵니다.

윤비 : (자애롭게 보며) 고맙습니다. 헌데 정부인께서 참으로 힘든 발걸음을 하시었습니다.

윤임처 : (패물함을 바치며)... 마마, 회임을 경하드리는 하례물이옵니다.

윤비 : 하례물이요? 호호,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내 면전에서 이사람을 중전의 자리에서 찍어내시겠다고

         눈을 부라리시던 판부사대감께서 이렇듯 정부인을 통해 하례물까지 보내시다니요?

윤임처 : (방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마마, 대감의 죄를 지었다면 신첩이 대신받겠사옵니다. 하오니..

윤비 : (말을 자르며 엄하게) 판부사대감이 죄를 지었다면 판부사대감께서 용서를 구하고 죄를 씻으시는 것이 도리이거늘

         어찌 이리도 무례한 망발을 하시는겝니까?!

윤임처 : (당황하여 더욱 조아리며) 마, 망극하옵니다..!



S#26.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경빈, 희빈, 창빈이 엄상궁과 오상궁이 서있는 방문쪽으로 다가와 선다.


윤임처(E) : (방안에서) 마마, 신첩의 짧은 생각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옵소서.

경빈 : (엄상궁을 보며) 누가 들어계시는가?

엄상궁 : 판부사댁 정부인이 들어계시옵니다.

경빈 : (야릇한 미소) 그래?.. 엄상궁, 고하여 주시게.

엄상궁 : 중전마마, 일품명부 세분 들었사옵니다.

윤비(E) : (방안에서) 들라하게.

엄상궁 : 예.



S#27. 동 중궁전 방안


윤비 앞에 윤임처, 방바닥에 고개를 박고 납작 엎드려 있다.

방문이 열리고 경빈, 희빈, 창빈이 방안으로 들어서다 흠짓 본다.


윤비 : 정부인, 판부사대감께 똑바로 전하세요, 판부사대감께서 이 사람에게 용서를 구할 죄를 지었다면

         정부인 치맛자락뒤에 숨어있지 말고 직접 중궁전으로 들라고 하세요! 아시겠습니까?!

윤임처 : (쩔쩔매는)...

윤비 : 아시겠냐고 물었습니다.!

윤임처 : (진땀이 흐르는)..예, 마마..

경빈(E) : 허, 명색이 세자의 외숙모 되는 정이품 정부인이 방바닥에서 이마를 떼어놓지 못하는구먼?

희빈(E) : (침을 꼴깍삼키며) 고양이 앞에 새앙쥐도 저렇게 설설기지는 않을게야.

창빈(E) : 판부사 정부인이면 중전마마를 교태전에 밀어올린 사람이거늘..중전마마께오서 어찌 이리 심하게 대하실까?

윤비 : 이만 물러가세요.

윤임처 : ...마, 마마... 하오면 신첩 물러가옵니다.


윤임처, 다리가 후들거리는지 간신히 일어서서 경빈, 희빈, 창빈에게 고개를 숙이고 방밖으로 나가려는데.


윤비 : (휙보며) 정부인.

윤임처 : (움찔 경기를 일으키듯이 놀라 돌아보며) 예, 중전마마.

윤비 : (패물함을 밀치며) 냄새나는 이 물건 역하니 도루 가지고 가세요.

윤임처 : (울상) 마마, 그것은 중전마마의 회임을 경하드리기 위한 하례물이온데..

윤비 : 정부인께서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신겝니까?

윤임처 : (파랗게 질리며) 예에?

윤비 : 판부사가 뇌물을 받아 치부한 일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이 사람이 어찌 이따위 부정한 하례물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윤임처 : 마,마마..

윤비 : 판부사께서 뇌물을 받아챙긴것도 모자라 그 죄를 이 사람과 이 사람의 가문에 덮어 씌우려고 했던 일을

         진정으로 뉘우치신다면 당장 가산을 풀어 백성들에게 돌려주세요. 내 판부사가 가산을 풀었다는 소문을 듣기전에는

         판부사나 정부인의 어떤 말에도 귀를 막을 것입니다.

윤임처 : (흐느끼는) 마마..

윤비 : (버럭) 어허, 뉘 앞에서 눈물을 보이시는겝니까? 어서 물러가세요!

윤임처 : (입술을 깨물며)..예, 마마..(패물함을 집어 들고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희빈창빈 : (써늘한 분위기에 감히 입을 떼지 못하는데...)

경빈 : (미소) 신첩들은 중전마마의 회임을 경하드리러 왔사옵니다.

윤비 : 그래요? 이리 내려들 앉으세요.

경빈희빈창빈 : 예. (쭈빗쭈빗 윤비 앞에 내려와 앉는다.)

윤비 : 엄상궁, 다과상을 들이게.

엄상궁 : (방 밖에서) 예.

윤비 : (미소) 내 마침 세분 빈들께 이를 말이 있었는데 마침 잘들 걸음하시었소.

경빈희빈창빈 : (긴장하는)...

윤비 : (미소로 경빈희빈창빈을 보는)...



S#28. 동 중궁전 앞 마당


금이와 향이를 비롯한 경빈희빈창빈처소 상궁나인들이 서있다.

윤임처, 패물함을 든채 눈물을 흘리며 중궁전을 나와 계단을 내려간다.

윤임처, 중궁전을 원망스럽게 돌아보다가 합문쪽으로 나간다.



S#29. 자순대비 방안


자순대비, 윤임을 보며 쌀쌀맞게 말한다.


자순대비 : 판부사대감, 당분간은 대비전에는 발걸음을 하지 마세요.

윤임 : (놀라) 예에? 마마,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대비마마께오서 파평윤문인 소신을 어찌 멀리하시려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판부사대감이 대비전에 자주 발걸음을 하시면 중전의 복중 용종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칠까 저어되어 그런겝니다.

윤임 : 마마, 하오나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세자저하께 위해가 되실 것임은

         불을 보듯 자명할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대감! 이 늙은이가 보기에 세자한테 위해가 되는 분들은 판부사나 희락당 대감이십니다.

윤임 : 예에?

자순대비 : 이번에 조정에서 중전과 중전의 오라비들을 퇴출시키는데 판부사와 희락당 대감이 앞장서시었다고 들었습니다.

               중전께서는 보교를 타고 궐밖으로 나가시는 순간까지도 모든 것을 짊어지고 떠나시려고 했어요.

윤임 : 마마. 그것은...

자순대비 : 이 늙은이 말을 더 들으세요!

윤임 : (찔끔) !...

자순대비 : 중전께서 아무리 반듯한 성품을 지니셨다고는 하나 중전도 사람이고 아녀자입니다.

               대감들께서 세자의 안위를 내세워 중전을 음해하시려고 한다면 중전께서도 억하심정이 생기시어

               세자에 대한 마음이 달라지실수도 있음이십니다.

윤임 : ....!

자순대비 : 허니 당분간 궐내 출입을 삼가시면서 자중하세요. 그것이 진정으로 세자를 위하시는 길이 될 겝니다.

윤임 : (답답한) 마마, 어찌 소신을 믿지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분명 중전마마께오서는...

자순대비 : 더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외면하며) 이만 물러가세요.

윤임 : 마마!

자순대비 : 이만 물러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윤임 : ...



S#30. 대궐 일각


윤임, 힘없이 걸어오는 얼굴 위로.


윤임 : 허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더니 내 처지가 어찌 이리되었누?

윤임처 :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다)

윤임 : (윤임처를 보고 급히 다가가며) 부인, 부인! 중궁전에 드신일은 어찌 되시었소?

         (패물함을 보고) 아니, 어찌 하례물을 전하지 않으신게요!

윤임처 : (눈물 핑하여 원망스럽게 보며 패물함을 휙- 건네며) 대감께오서 직접 중전마마께 전하세요.

윤임 : (패물함을 받으며) 왜요! 중궁전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소이까?

윤임처 : 소첩, 평생 이런 망신과 수모는 처음이옵니다. 소첩 두 번 다시는 바깥일에는 끼어들지 않을터이니 그리 아시옵소서.

            (돌아서 총총히 가버린다.)

윤임 : 부인부인...(윤임처를 쫓다가 멈춰서서 패물함을 내려다 본다.)



s#31. 중궁전 방 안


윤비와 경빈, 희빈, 창빈이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윤비 : 나무도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는 옛말이 있소. 지금껏 내명부들이 중궁전의 권위와 위엄에 복종하였던 것은

         이 사람을 두려워 하였기 때문이란 것을 나 역시 잘 알고 있소. (경빈을 힐끔보며) 물론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지만..

경빈 : ...

윤비 : 허나 내 이번 회임을 계기로 왕실과 내명부의 존경을 받는 중전이 되고자 하오.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계신 세분 빈들께서 이사람을 도와주셔야 할것이오.

희빈 : 지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신첩, 중궁전에 충성을 다 바치겠사옵니다.

윤비 : 희빈, 그 말씀이 참이오?

희빈 : 신첩, 지난번 중전마마께오서 탕약을 지어 신첩의 처소를 몸소 찾아주신 일로 큰 감동을 받았사옵니다.

         신첩은 창빈을 본받아 중전마마를 떠바칠 것이옵니다.

윤비 : 고맙소, 희빈..

경빈 : 중전마마, 왕실과 내명부의 존경을 받으시려면 무엇보다 이번엔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옵소서!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치 못하시오면 중궁전의 권위와 위엄은 일순간에 무너져 내릴수도 있사옵니다.

희빈,창빈 : (경빈을 보는)..

윤비 : (끄덕이며) 내 경빈의 말을 깊이 새기도록 하겠네.

경빈 : 황공하옵니다.

희빈,창빈 : (의외의 반응에)..?

윤비 : (떠보듯) 허나 내가 대군을 생산한다면 경빈과 복성군의 앞날이 더욱 흐려질수도 있음인데 어찌하누?

경빈 : 신첩은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도록 축수발원 드릴 것이옵니다!

         하오니 그런 걱정은 접으시옵소서.

윤비 : 그 말을 믿어도 좋겠소, 경빈?

경빈 : (야릇한 미소) 예, 신첩을 믿고 지켜보시옵소서!

윤비 : (미소) 고맙구려. 자, 차들 듭시다.

윤비(E) : (찾잔을 들고 경빈을 보며) 경빈, 네 때를 기다리려 함이더냐?

경빈(E) : (찾잔을 들어 마시면서 윤비를 힐끔 보며) 암요, 이 사람은 중전께서 시커먼 속내를 드러낼때까지

              겨울잠을 자러 동굴로 들어간 곰처럼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이외다!


윤비와 경빈, 동상이몽의 미소로 서로를 보는 얼굴에서.



s#32. 장대인 사랑채 외경



s#33. 동 장대인 사랑채 방안


장대인과 심정, 마주 앉아있다.


장대인 : 경빈마마께오서 모든 거래를 화천군대감을 통하라고 명하시었단 말씀이시옵니까?

심정 : 또한 자네와 남소문객주를 통해서 단 한푼이라도 조정으로 흘러들어가서는 아니될 것이라는 말씀도 계시었네.

장대인 : (미소) 마마께오서 조정의 정적들의 자금줄을 말리시려 하시는게군요?

심정 : 어떤가? 장대인이 그리만 약조해 준다면 남소문 객주가 조선의 상권을 움켜쥐는데 뒷배를 봐주겠네.

장대인 : 조선의 인삼독점권은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심정 : (은밀하게) 인삼독점권은 복성군마마께오서 보위에 오르시는 날 자네 수중에 떨어질걸세.

         허니 자네도 복성군마마를 위해 물심양면 힘을 써야할 것이야!

장대인 : 좋사옵니다! 그리 약조드리지요!

심정 : 허면 난 이만 돌아가보겠네. (일어서며) 나중에 또 보세나.

장대인 : (일어나며 명나라식 인사) 살펴가시옵소서.

심정 : (방밖으로 나가면)

장대인 : (의자에 앉으며 혼잣말) 일국의 군주를 내 손으로 옹립한다? 암 그 또한 보람이 서는 일이겠지! 하하!

능금(E) : (방밖에서) 장대인어른 능금이요.

장대인 : 오, 들어오너라.

능금 : (앉다가 의아하여 보는) 그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이요?

장대인 : 아니다. 차차 말해주마..헌데 길상이는 만나보았느냐?

능금 : 예..헌데 아직은 좀 더 말미가 필요할 듯 싶소.

장대인 : 능금아, 길상이는 중궁전의 장자방인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의 수족노릇을 하고 있다.

            장차 우리에겐 화근이 될것이 자면하다.

능금 : ...

장대인 : 네 만약 지금 길상이의 마음을 돌려세우지 못한다면

            언젠가 너나 내가 길상이의 비수에 등을 찔릴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능금 : (어금니를 무는)..

장대인 : 그전에 먼저 네 손으로 길상이의 명줄을 따버리는 것이 상책이야.

능금 : (버럭) 잘 알고 있소!

장대인 : 오냐, 길상이 일은 네게 맡기마. 허나 나를 실망시키지는 말거라!

능금 : 믿으라고 하지 않았소?!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 : (뭔가 생각하는)



s#34. 동 장대인 사랑채 마당


능금,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송서방이 다가온다.


송서방 : ..느, 능금아.

능금 : (무섭게) 또! 또!

송서방 : (조아리며) 행수어른..백도주어른을 방면시켜 주시겠다는 약조는 어찌 되신겝니까요?

능금 : 장사꾼 밥으로 잔뼈가 굵은 자네가 그런 약조를 믿었단 말인가?

송서방 : 예에, 하오면..?

능금 : (휙-가버린다)

송서방 : (그 뒤를 쫓으며) 행수어른, 행수어른!



s#35. 의금부 옥사 안


백치수, 피딱지가 엉겨붙은 몰골로 멍하게 앉아있다.


백치수 : (눈물이 핑 돌며)..허어, 내 헛살았구나..참으로 헛살았어..허허허..(헛헛하게 웃다가 끝내 흐느낌을 터트린다)..흐흑.



s#36. 홍경주 사랑채 방 안


홍경주, 머리에 천을 싸맨채 신음소리를 내며 누워 있다. 그 앞에 남곤이 앉아있다.


남곤 : 남양군대감,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셔야지요.

홍경주 : (저으며)..내 손으로 추대해 올린 전하께오서 이 늙은이를 내치셨는대 무슨 살아갈 힘이 있겠소이까?

남곤 : 허어, 포악하던 폐주 연산을 한주먹에 몰아내신 대감께오서 어찌 그런 심약한 말씀을 하시는겝니까?!

홍경주 : 대감,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산다는게 일장춘몽인 것을..왜 그리 아등바등거리고 살았는지 모르겠구려..

            참으로 모르겠어요..

남곤 : (홍경주의 손을 쥐며 안쓰럽게 보는)...



S#37. 어느 길


남곤, 우울한 표정으로 사인교를 타고 오는 얼굴위로. (*남곤집사가 배행하고 있다)


남곤(E) : ..산다는게 일장춘몽이라..허어 그럴지도 모르지..

박희량 : (급하게 걸어와 사인교를 막아서며) 좌의정 대감, 시생 대감께 긴히 아뢸말씀이 있사옵니다!

남곤 : 아, 아니, 자네는?

박희량 : (굳은 얼굴로 보는)...



S#38. 남곤 사랑채 방안


남곤, 분기탱천한 얼굴로 박희량을 본다.


남곤 : 뭣이라?! 안당과 정광필이가 나를 찍어내려고 벼르고 있단 말인가?!

박희량 : 예, 시생 귀로 똑똑히 들었사옵니다!

남곤 : (연상을 쾅-치며) 이런 괘씸한 자들이 있는가?! (안면이 떨리며) 어디 한번두고 보아라! 누가 찍혀져 나가는지!

박희량 : (보는)..



s#39. 윤원형 집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임서방, 신발을 가지런하게 챙기고 있다.

배천댁과 탄실, 한 옆에 다소곳하게 서있다.


윤지임(E) : (방안에서) 뭐라?! 중정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었어?!

배천댁,탄실 : (서로의 얼굴을 보는)...!



S#40.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안


윤지임, 윤원형과 윤원로가 찻상 앞에 둘러앉아있다.

김씨, 삼부자 옆에 다소곳 앉아있다.


윤원형 : 예, 아버님, 고진감래란 말처럼 중전마마께오서 간난신고(艱難辛苦)를 넘기시오니

            이제 탄탄대로가 열리는 듯 싶사옵니다.

윤지임 : 이럴게 아니라 우리 삼부자 내일이라도 입궐하여 중전마마께 경하인사를 드려야겠다.

            (김씨를 보며) 며늘아, 네 그동안 맘고생이 젤루 심했을테니 함께 중궁전에 들자구나.

김씨 : (감격의 눈물을 찍어내며) 예, 아버님.

윤원로 : (뚱한)..

윤원형 : 헌데 형님은 어찌 꿀먹은 벙어리마냥 입에 자물통을 채우고 있으신게요?

윤지임 : (윤원로를 보는)..

윤원로 : 원형아, 주상전하께오서 우리형제의 출사에 대해서는 정녕 아무말씀도 아니하시었느냐?

윤원형 : 형님,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소? 중전마마께오선 우리형제가 과거를 보아 당당하게 조정에 들어오길 바라신다고...

윤원로 : 너하고 내가 무슨 재주로 과거에 급제를 한단 말이냐?! 이는 필시 중전마마께오서 우리 형제들이 출사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시는 게다!

윤원형 : 형님, 그런 말이 어디있소?

윤원로 : (못마땅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나가려는데)

윤지임 : 원로야, 네 어딜 가려는게냐?

윤원로 : (분통) 아버님, 중전마마께오서 이러실수는 없사옵니다! 소자는 중전마마를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금부에 끌려가

            가혹한 국문까지 받았사옵니다. 하온데 중정마마께오선 어찌 소자와 원형이를 이리 대하시는지 모르겠사옵니다!

윤지임 : 이놈아, 네 지금 중전마마를 탓하는게냐?

윤원로 : 두고보시옵소서! 소자, 중전마마의 뒷배가 아니더라도 이번에 꼭 조정에 출사를 할것이옵니다!

            (방문 쾅-닫으며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윤지임 : 얘, 원로야! 저놈의 성질머리하고는..쯧쯧..

윤원형 : 아버님, 내버려두십시오..형님이야 대장간 쇠처럼 쉬 달고 쉬 식는 성정이니 뒤탈은 없으실 겝니다.

윤지임 : 하긴..

윤원형 : 하오면 소자도 물러가옵니다..

윤지임 : 그래 몸조리를 더 하거라.

윤원형 : (김씨의 부액을 받아 일어서며) 부인..내 부인께 할말이 있소이다.



S#41. 동 윤원형 초당 방안


김씨, 놀란 눈으로 윤원형을 본다.


김씨 : 예에? 난정이를 집안에 들이실것이란 말씀이옵니까?

윤원형 : 부인께서 마음 편치는 않으시리란 것을 잘 아오. 허나 중전마마께오서 명하신 일이니

            부인께서 현명하게 받아들여 주실것이라 믿소.

김씨 : (착잡한)...중전마마께오서 윤허를 하시었다면 백번천번 따를 것이옵니다. 서방님과 이댁가문에 대죄를 지은 소첩이

         무슨 할말이 있겠사옵니까?

윤원형 : (손을 쥐며)..부인..

김씨 : (글썽거리는 눈물을 참아내며) 소첩은 중전마마께오서 난정이를 윗전으로 뫼시라 해도 그리 따를 것이오니

         심려 거두시옵소서.

윤원형 : 고맙소, 부인...

김씨 : ...!



S#42. 갖바치 마당


갖바치, 한편에 서서 멀리 하늘을 살피고섰다.

방백인과 당골네, 툇마루에 걸터앉아 이불홑청을 양쪽에서 맞잡고 엇박자로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

방백인, 당골네가 당기는 힘에 홑청 끝 자꾸 놓친다.


당골네 : (흘겨보며) 임자, 하루 밥세끼 꼬박꼬박 챙겨먹으면서 어찌 그리 힘을 못쓰는게요?

방백인 : 여편네야, 남녀가 유별하거늘 어찌 사내가 아녀자 일에 능통하길 바래?

당골네 : 남이 들으면 사내일은 변변한줄 알겠네? 양기가 순전히 입으로만 뻗쳐갖구는?

방백인 : 뭐야? 이 여편네가 칵!

당골네 : 그만두슈. 새로 빤 홑청에 때만 타겠수! (갖바치쪽 돌아보면) 갖바치어른!

방뱅인 : 이 여편네야, 형님께서 천기를 읽고 계신게 안보여?!

당골네 : 천기는 무슨? 에휴, 임선비라도 계시면 좋으련만 어딜가신게지?

갖바치 : (하늘을 살피다가 미간을 움찔하며) 허, 조정에 또 한바탕 피바람이 몰려올 징조로구만. 이 일을 어쩐다?



S#43. 대궐문앞 (*혹은 중문 앞정도)


임백령, 군관과 군졸들이 지키고 서 있는 문쪽으로 걸어온다.


군관 : (다가오면) 뉘시오?

임백령 : 이사람은 해남에서 올라온 임백령이란 유생이오.

군관 : 헌데 무슨 볼일이슈?

임백령 : 내 주상전하를 알현하고 긴히 아뢸말씀이 있어 왔소이다! 허니 비켜들 서시오.

군관 : (어이없게 보면) 뭐요? 이런 미친 양반을 보았나? 치도곤을 맞기전에 썩 돌아가시오!

         (군졸들을 보며) 이 선비를 멀리 뫼시거라.

군졸들 : 예. (임백령에게 다가서는데)

임백령 : (버럭) 물러들 섯거라! 언놈이 감히 군주에게 직언을 하려는 선비의 앞을 가로막는단 말이냐?

군졸들 : (그 서슬에 찔끔하여 물러서는)..

임백령 : (바닥에 정자세로 앉으며) 길을 열지 못하겠다면 내 주상전하를 알현할 때까지는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알거라!


군관과 군졸을, 낭패한 표정으로 임백령으로 보는데

임백령, 결연한 표정으로 대궐문을 쏘아본다.



S#44. 정윤겸 사랑채 외경


정윤겸 : 하오면 전하께오서 기묘년에 귀양을 떠나신 파릉군대감께 사면령을 내리시었단 말씀이외까?



S#45. 동 정윤겸 사랑채 방안


정윤겸과 김안로가 앉아있다.


김안로 : 전하께오선 지금의 조정신료들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으시옵니다.

            허니 믿을수 있는 분들을 주변으로 불러드리시려는 것이옵니다.

정윤겸 : 음..!

김안로 : 이번참에 분명 전하께오서 대감을 다시불러 막중지책을 맡기실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정윤겸 : 대감께서, 정녕 그리 생각하시는겝니까?

김안로 : 예. 틀림없사옵니다. 대감 그리되시오면 세자 저하의 호위를 맡게 되실것이옵니다!

정윤겸 : 전하께오서 소임을 맡겨만 주신다면 이사람 결초보은 할것이외다!

김안로 : 대감, 누구든 세자저하께 위해가 되는 자들은 대감께오서 쳐버리셔야 할것이옵니다!

정윤겸 : 암요! 의당 그래야지요!

정렴 : (방밖에서) 아버님!

정윤겸 : (방밖을 보며) 무슨 일이냐?



s#46. 동 정윤겸 사랑채 마당


정렴과 그 뒤편으로 난정이 서 있다.


정렴 : 난정이가 아버님 뵙기를 청하옵니다.



s#47. 동 정윤겸 사랑채 방안


정윤겸 : 뭣이라? 난정이가?

김안로 : (당황하는 기색) 난정이가?

정윤겸 : 들이거라.



s#48. 동 정윤겸 사랑채 마당


정렴 : 예. (난정에게 다정하게) 난정아, 들어가 보거라.

난정 : (신발을 벗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49. 동 정윤겸 사랑채 방안


난정,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어다가 김안로를 보고 흠짓 멈춰선다.


김안로 : (난정을 보는)...!

난정 : (김안로를 노려보는)...!

정윤겸 : 난정아, 네 무슨일로 내집에 발걸음을 한 것이더냐?

난정 : (정윤겸을 휙-돌아보며) 대감마님! 어찌 이런 간신배와 한방에 마주앉아 계신 것이옵니까?!

정윤겸 : 뭣이라?!

김안로 : (일그러지는)...!

정윤겸 : 난정아, 네 이년! 감히 뉘앞이라고..

난정 : 아버님! 정녕 정씨가문의 문을 닫고 싶으신겝니까?!

정윤겸 : (당황하여) 뭐, 뭐라?!

난정 : (김안로를 휙-노려보는)...!

김안로 : (쏘아보며) 난정이 네 이년!


난정, 김안로를 무섭게 노려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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