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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8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497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86











S#1. 정윤겸 사랑채 외경 (낮)


정렴, 방안을 엿들으며 방쪽으로 한발짝 다가서는데.


김안로E : (85회 엔딩 씬의) 난정이 네 이년!

정렴 : (움찔 놀라 뒤로 물러서는) ..!



S#2.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난정, 김안로를 쏘아보고 섰다.

난정과 김안로의 눈빛이 팽팽하게 부딪친다.

정윤겸, 연상 옆에 놓인 벼루뚜껑을 들어 난정에게 휙- 집어던진다.

벼루뚜껑이 난정 얼굴 옆으로 간 발의 차이로 비켜나가 와장창 부서진다.

난정과 김안로, 놀란 눈으로 정윤겸을 돌아본다.


정윤겸 :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난정아, 네, 네 어찌 손님 앞에서 이 아비 망신을 이리 시킬 수가 있는 것이냐?!

난정 : 대감마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런 자의 간계에 어찌 또 속으시려 하시는 것이옵니까?!

정윤겸 : 뭣이라?! 네 지금..!

난정 : (격앙된) 여기 앉아 계신 희락당대감은 세자저하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천하권세를 움켜 쥐시려는 분이옵니다!

         눈 앞에 이득을 취할수 있다면 명분이나 의리 따위는 헌 짚신짝처럼 내던져 버릴 소인배란 말이옵니다 !

김안로 : (일그러지는) ...!

정윤겸 : (버럭) 그 입 닥치거라!

난정 : 대감, 어찌 중전마마를 내쫓고 내 서방님 가문을 풍비박산 내려고 했던 소인배와 일을 도모하시어

         가문을 닫을 화를 자초하시려는 겝니까?!

정윤겸 : (분노에 떨리는) ..뭐, 뭣이라?!

난정 : (정윤겸을 보는) 대감마님, 어찌 이리도 눈이 흐려지셨사옵니까?! 어찌 발밑에 놓인 덫을 보시지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정윤겸 : (벌떡 일어나 장검을 뽑아들고 난정을 노려보며) 네 정녕 내 손에 죽고 싶은 것이더냐?!

김안로 : (놀란 눈으로 보는) ..!

난정 : 예, 이년 정씨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대감의 칼에 죽겠사옵니다!

정윤겸 : (살기 띈 눈빛으로 칼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네..! 네 정녕?!

난정 : (다그치듯) 대감, 어서 이년의 목을 치시옵소서! (각오한 듯 눈을 감는다)

정윤겸 : (칼을 머리 위로 치켜들면)

김안로 : (다급하게) 대감!


정윤겸, 노려보다가 기합을 지르며 장검을 휙- 내리친다. 장검이 연상 위에 쾅- 떨어진다.


김안로 : (움찔 놀라고) ..!

난정 : (눈을 감은 채) ..

정윤겸 : (난정을 외면하며) 당장 사라지거라! 두 번 다시 내 눈에 띄면 그땐 내 너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난정 : (눈을 뜨고) 예, 가지요! (김안로를 휙- 노려보며) 희락당대감! 이사람, 대감께 약조를 드리지요!

         만에 하나 정씨가문이 대감 때문에 티끌 만한 화라도 입는다면 그땐.. 그땐 대감의 가문이 문을 닫게 될 것이옵니다!

김안로 : 허, 네 천한 첩년 따위가 나를 위협하는 것이냐?

난정 : 다음번에는 대감께 법구경을 전해드리는 것으로만은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정윤겸 : 어서 물러가거라!!

난정 : 대감 두 번 다시 내 서방님댁엔 발걸음을 하지 마시옵소서!

정윤겸 : (보는) ..뭐라?

난정 : 구차하게 벼슬 구걸하실 생각 마시란 말씀이옵니다! (정윤겸을 노려 보다가 방 밖으로 휙- 나가버린다)

정윤겸 : 저..저..!

김안로 : 허어, 저런 발칙한 계집이 있나?

정윤겸 : (김안로에게 조아리며) 이사람이 여식을 잘못둔 죄로 참으로 대감 뵐 낯이 없소이다!

김안로 : (정윤겸을 보며) 그게 어디 대감의 잘못이겠사옵니까? 첩년의 딸년이 제 멋대로 설치고 다닐 만큼

            세상 법도가 무너진 탓이지요! (방문쪽을 날카롭게 휙- 돌아본다)



S#3. 동 정윤겸 대문 앞 길


난정, 대문을 열고 급하게 나오는데 정렴, 그 뒤를 급하게 쫓아 나온다.


정렴 : 난정아! 난정아.. 방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난정 : (그대로 가버린다)

정렴 : (멈춰서서 갸웃거리며 보는) ...?!



S#4. 어느 길


난정, 걸어가다가 멈춰서서 어딘가를 휙 돌아보는 얼굴 위로-


난정E : 예, 이년 손으로 정씨 가문을 지켜드리지요! 허나 이년 대감께 부녀지정이 남아 있어서가 아니옵니다.

           이년 정씨 성을 가진 죄로 가문이 문을 닫는 것을 차마 볼 수 없기 때문이옵니다!


난정, 몸을 돌려 어디론가 총총히 가버린다.



S#5. 대궐 문 앞 (*혹은 중문 앞)


임백령, 군졸들(*)에게 둘러쌓인 채 결연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군관(*), 낭패한 표정으로 임백령에게 다가선다.


군관(*) : 선비양반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어서 돌아가시오!

임백령 : 내 주상전하를 알현하기 전까지는 꼼짝하지 않을 것이라 했느니!

            내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댔다가는 성치는 못할 것이다.

금부도사 : (궐문 안에서 나오며) 웬 소란이냐?

군관(*) : 예.. (금부도사의 귀에 뭐라고 속삭인다)

금부도사 : (놀란 눈으로 임백령을 돌아보며) 뭐라? 주상전하를 알현케 해달라?

               (임백령쪽으로 다가서며) 촌선비께오서 어인 연유로 주상전하를 알현케 해달라는 게요?

임백령 : (당당한) 이 사람이 주상전하께오서 성군의 정사를 펼치실 복안을 진언드리고자 하오!

금부도사 : (임백령을 찬찬히 살펴 보다가) ..잠시 기다리시오. (궐문 안으로 들어간다)

임백령 : (결연한 표정) ...!



S#6. 대궐 일각


박승지, 걸어오는데 금부도사가 맞은편에서 다가와 조아리고 선다.


금부도사 : 승지영감,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박승지 : (보며) 아뢸 말이라니? 무슨?

금부도사 : (박승지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 모습 위로)

중종E : 뭣이라! 젊은 선비 하나가 궐문 앞에서 연좌를 하고 있단 말이냐?



S#7. 편전 방 안


중종, 윗목에 앉은 박승지를 돌아보며 말한다.


중종 : 허어, 대체 무슨 연유로 연좌를 한다더냐?

박승지 : 전하께 장차 성군의 정치를 펼치실 복안을 진언드리고자 한다고 들었사옵니다.

중종 : 성군의 정치를 펼칠 복안이라?

박승지 : 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신이 보기엔 선비의 기상이 범상치 않아 보였사옵니다.

중종 : (생각하다가) ...군주된 자가 선비의 말 한마디라도 가볍게 여길 수는 없는 법이라 했느니..

         (보던 상소를 탁 덮으며) 박승지, 그 선비를 강녕전 앞으로 불러 들이라.

박승지 : 예, 전하. (일어서서 방문 밖으로 나간다)

중종 : ..성군의 정치를 펼칠 복안이라?



S#8. 편전 마당


임백령, 박승지의 뒤를 따라 편전 합문 안으로 들어와 계단쪽으로 다가온다.

그 주변으로 호위 별감들이 따른다.


박승지 : 예서 잠시 기다리시게.


박승지, 계단을 올라 편전 안으로 들어가면

임백령, <康寧殿> 현판을 감동적으로 보고 섰는데...

중종, 박승지와 대전내관, 김상궁 등을 거느리고 편전 밖으로 나온다.

임백령, 중종을 보고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


중종 :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며) 그대는 어인 연유로 과인과 면대를 청하였는가?

임백령 : 주상전하, 소신은 해남에서 올라온 임백령이라 하옵니다.

중종 : (입속으로 되새기는) ..임백령이라?

임백령 : 소신, 주상전하께오서 이 나라 종묘사직을 바로 세워 억조창생이 전하의 업적을 기리는 천세만세에 길이 빛날

            성군으로 칭송 되시기를 바라옵고 또 바라옵는 충심으로 진언드릴 것이 있어 알현 하옵기를 청하였사옵니다.

중종 : 기탄없이 말해보라!

임백령 : 전하! 지난번 뇌물 비리에 연루된 조정신료들의 죄를 물으시옵소서!

중종 : 뭣이라?

임백령 : 전하, 전하와 백성들을 위해 멸사봉공해야 할 조정신료들이 뇌물을 받은 것은 군주를 기망한 것일 뿐만 아니오라

            백성들의 가산을 도적질 한 것이나 진배없는 일이옵니다. 소신은 전하께오서 이번 일을 덮어두신 일을

            이해할 수가 없사옵니다! 어찌 조정에 독버섯 같은 그자들의 죄를 묻지 않으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 (정곡을 찔리는) ..음!

임백령 : 전하, 청컨대 뇌물에 연루된 자들의 죄질의 경중을 따지시어 파직하거나 형장을 치고 귀양을 보내시거나 참수하시어

            일벌백계의 경계로 삼으시옵소서!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지 않으시오면

            이 나라 조정의 앞날은 뿌리채 썩어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

임백령 : 전하, 또한 훈구공신들과 척신들을 배척하시옵소서! 태조대왕께오서 이 나라를 창건하시올 때

            조선은 도학의 나라임을 분명히 천명하시었사옵니다! 하온데 작금의 사정은 어떠하옵니까?

            훈구공신들과 척신들이 활개치며 조정을 농단하고 있사옵니다! 지조와 절개를 지닌 선비들은 낙향하고 있사옵고,

            백성들은 지방수령들의 토색질에 등골이 휜 채 비명을 질러대고 있사옵니다! 이는 이 나라에 도학이 바로 서지 못하고

            바른 말을 하는 선비들이 없다는 증거이옵니다! 청컨대 선비들의 사표이자 귀감이시었던 조정암을 사면복권 하시어

            이나라가 도학의 나라이자 선비의 나라임을 천명하시옵소서!

중종 : (충격을 받은 듯) ...!

임백령 : (눈물이 흐르는) 전하, 부디 소신의 충심을 깊이 깊이 헤아리시어 천세만세에 빛나는 성군이 되시옵소서!

중종 : 그대의 이름이 무엇이라 했는가?

임백령 : 임백령이라 하옵니다.

중종 : ..과인이 그대의 충심을 잘 알았도다.. 허니 이만 물러가거라.

임백령 :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흐흑...

중종 : 박승지.

박승지 : 예. 전하.

중종 : 저 젊은 선비에게 술 한병을 내려주도록 하라.

박승지 :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중종E : (편전으로 걸음을 옮겨 들어가려다가 임백령을 돌아보며) 임백령, 임백령이라.. 참으로 선비다운 기개로다.


중종, 편전 안으로 들어간다.


박승지 : (계단을 내려와 임백령 앞에 앉으며) 전하께오서 자네의 충정에 감복하시어 어사주까지 내리시었네.

            허니 이만 물러가게.

임백령 : 전하, 흐흐흑...



S#9. 중궁전 방 안


윤비, 엄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뭐라? 젊은 선비가 필마단기로 전하의 용안 앞에서 뇌물비리에 연루된 조정신료들을 죄주라는 주청을 드렸단 말이냐?

엄상궁 : 예, 전하께오서 선비의 기개에 감복하시어 어사주까지 내리시었다고 하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그래 그 선비가 뉘댁 자제라 하더냐?

엄상궁 : 해남에서 과거를 보러 올라온 선비라 들었사옵니다.

윤비E : (끄덕이는) 그런 선비가 작은 오라버니 곁에 있어 준다면 내 마음이 든든할 것을...



S#10. 경빈 처소 마당


금이, 툇마루 위에 앉아 있는데 장대인,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금이, 툇마루에서 쪼르르 내려와 장대인에게 조아린다.


금이 : 장대인 오시었사옵니까?

장대인 : (미소) 경빈마마께 고하여 주시게.

금이 : 예, 그럽지요. (처소쪽으로 들어가며) 경빈마마, 장대인 들었사옵니다.



S#11.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장대인이 앉아있다. (*발은 내려져 있지 않다)


경빈 : 뭬야? 지금 백아무개를 구명해 달라고 했는가?

장대인 : 예, 마마. 분명 그리 말씀 올렸사옵니다.

경빈 : (의아하게 보며) 내 듣기로는 자네가 백아무개가 금부에 하옥되어 있는 와중에 남소문 객주와

         그 자의 집까지 차지한 것으로 알고 있네. 만약 백아무개가 방면 된다면 자네에게 손톱만치도 득이 될 리가 없을 터인데

         내 자네의 속내를 모르겠구먼?

장대인 : 모두가 경빈마마와 복성군마마를 위해서이옵니다.

경빈 : 나와 복성군을 위함이라?

장대인 : 어차피 복성군께오서 보위에 오르시자면 세자저하를 폐위시켜야 할 것이 아니옵니까?

경빈 : 허어, 자네 목청이 너무 크구먼!

장대인 : (낮지만 단호하게) 그러기 위해서는 세자저하의 좌우 날개격인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의 깃을 꺾어 버려야 할 것이옵니다!

경빈 : (끄덕이며) 암, 그래야 할 것이야!

장대인 : 백치수는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를 조정에서 찍어내는 미끼가 될 것이옵니다.

경빈 : 백아무개가 김안로와 윤임이를 찍어내는 미끼노릇을 해줄 것이다?

장대인 : 예, 마마.

경빈 : 어디 자네 생각을 속시원하게 털어놔 보게!

장대인 : (미소) ...



S#12. 윤임 사랑채 마당


김안로, 박서방의 인도를 받으며 방쪽으로 다가온다.

황서방, 김안로의 뒤를 따른다.


박서방 : 대감마님, 희락당대감께오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S#13.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생각에 잠겨 있다가 흠짓 방문쪽을 돌아본다.


윤임 : (찌푸리며) ..희락당대감이?.. (방문 쪽에다 대고) 내 지금은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으니 발걸음을 돌리시라 하게.



S#14. 동 윤임 사랑채 마당


박서방 : (김안로에게 조아리며) 저희 대감마님께오서 지금..

김안로 : (말을 자르며) 다시 고하게!

박서방 : (놀라 보며) 예에?

김안로 : 어서 다시 고하래두!

박서방 : 예.. (방쪽에다) 대감마님, 희락당대감께오서..



S#15.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 (버럭) 박서방, 내 돌아가시게 하라 이르지 않았는가?!



S#16. 동 윤임 사랑채 마당


박서방 : 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며) ..저희 대감마님께오서..

김안로 : 나도 들었네!


김안로, 방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마루에 올라선다.


김안로 : 대감, 이사람 좀 들어가겠사옵니다! (벌컥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17.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김안로, 벌컥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윤임 : (놀라 보며) 어허, 방주인의 허락도 없이 들어오다니 대감, 어찌 이리 무례한 짓거리를 하시는 게요?!

김안로 : 판부사대감, 지금 우리 명치에 비수가 틀어박힐 판국인데 방안에 드는 예법만을 따지시려는 겝니까?!

윤임 : 뭐, 뭐요?!

김안로 : (앉으며) 우리 두사람은 세자저하라는 한 배에 올라탔사옵니다! 헌데 지금 세찬 격랑을 만나 배가 출렁거리고

            배 밑바닥에선 물이 솟고 있사옵니다!

윤임 : ..음!

김안로 : 대감, 지금은 잘잘못의 따져 책임을 전가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사옵니다! 어찌 그걸 모르시옵니까?!

윤임E : (냉담했던 자순대비의 일이 생각나는 듯) 그래.. 대비마마께오서 나를 대하시는 것이 예전 같지가 않았음이야.

김안로 : 대감, 우리 두사람, 다시 뭉쳐야 하옵니다! 그렇치 않으면 우리 두사람이 탄 배는 세찬 격랑을 견디지 못하고

            수십길 강바닥 아래로 수장될 것이옵니다!

윤임 : 음! 허면 희락당대감에게 이번 난국을 벗어날 방책이라도 있으신 게요?

김안로 : ...



S#1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장대인을 보며 말한다.


경빈 : 백아무개가 김안로와 윤임이를 찍어내는 미끼 노릇을 해줄 것이라니?

장대인 :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은 중전마마를 폐위시키려 했던 일로 전하의 신망을 잃고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옵니다!

경빈 : 암, 이번에 중전께오서 회임까지 하시었으니 더 더욱 입술이 바짝 바짝 타들어갈 게야!

장대인 : 예,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은 조정에서 밀려 나가지 않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거리라도 할 것이옵니다.

경빈 : (끄덕이는) 그럴테지.. 조정에 세를 불리기 위해 발버둥을 칠 것이 자명해!

장대인 : 허나 지난번 치부책 사건 이후로 그 어떤 장사꾼도 조정에 재물을 대려고 하지 않사오니

            조정에 자금줄이 말라버렸지요.

경빈 : ..헌데?

장대인 : 시생이 백치수를 통해 희락당대감에게 자금을 대어주도록할 것이옵니다.

경빈 : 뭬야?! 허면 김안로의 숨통을 틔워 주겠다 이 말인가?!

장대인 : 예, 시생이 희락당대감 손에 먹음직한 떡을 쥐어줄 것이옵니다.

경빈 : (의아하게 보며) 뭬라, 떡을 쥐어준다?

장대인 : 하오나 급히 먹는 떡은 반드시 체하게 마련이옵지요!

경빈 : 급히 먹는 떡은 반드시 체한다?!

장대인 : 예, 마마. 시생을 믿고 백치수를 구명해 주시옵소서.

            허면 시생이 반드시 희락당과 판부사를 조정에서 도려낼 수 있도록 일을 꾸며보겠사옵니다.

경빈 : (생각하는) ..헌데 그 여우같은 김안로가 자네 생각대로 미끼를 덥썩 물어줄까?

장대인 : 목이 마른자는 찬물 더운물 가리지 않는 법이오니

            희락당대감은 반드시 시생이 처놓은 그물에 걸려 들게 되어 있사옵니다.

경빈 : ...음!



S#19. 경빈 처소 일각문 밖


장대인, 일각문에서 나와 흡족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간다.

오상궁, 뒤편에서 걸어오다가 저만치 가는 장대인을 본다.

오상궁, 멈춰서서 갸웃거리다가 어딘가로 총총히 간다.



S#20. 중궁전 방 안


윤비, 찻잔을 내려놓으며 오상궁을 본다.


윤비 : 뭐라? 일전에 중궁전에서 내쫓겼던 대국 상인이 경빈 처소에서 나왔다?

오상궁 : 예, 틀림없었사옵니다.

윤비 : (뭔가 생각하는) ...

엄상궁 : 중전마마, 경빈을 불러들여 자초지종을 엄중히 하문하심이 옳을 줄로 사료되옵니다.

윤비 : 아닐세, 내 당분간 더 지켜볼 것이다.

엄,오상궁 : ...

윤비E : (찻잔을 들며) 경빈이 또 무슨 짓거리를 꾸미기 시작한 게야.



S#21. 갖바치 집 외경


방백인E : 본댁으로 들어갈 길일을 택일해 달라?



S#22. 동 갖바치 방 안


난정, 방백인 앞에 사주일시가 적힌 봉투를 내민다.

갖바치와 당골네, 찻잔을 놓고 그 옆에 앉아있다.


난정 : 이속에 적힌 것이 그댁 분들의 사주이옵니다.

방백인 : (봉투를 받아들며) 오냐, 내 아주 좋은 날로 택일해 주마. (봉투속에서 사주일시가 적힌 종이를 꺼내 펼쳐 본다)

            어디보자.. 임오년, 정월 경진일이라.. (육갑을 짚으며 중얼거리는)

갖바치 : 난정아, 네 승후관댁으로 들어갈 작심을 한 것이더냐?

난정 : 예, 중전마마의 윤허가 계시었사옵니다. 우선 당추스님 암자에서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위한

         백일 불공을 드린 연후에 본댁으로 들어갈 것이옵니다.

갖바치 : (뭔가 불길한) ..음!

당골네 : 하기사 미우니 고우니 해도 서방님 곁에 찰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어야 사랑도 새록새록 솟고 정도 붙는 법이지.

방백인 : (육갑을 짚다가 움찔 놀라는) ...!

당골네 : (의아하게 보며) 왜그러시오, 임자?

난정 : (방백인을 보며) 아저씨, 어찌 그러시옵니까?

방백인 : (당혹스러움을 감추며) 아, 아무것도 아니다! 난정아, 아무 걱정말고 당추형님 암자에 다녀오너라.

            허면 내 그때까지 길일을 잡아두도록 하마.

난정 : 그러세요. 허면 아저씨만 믿고 물러가겠사옵니다.

방백인 : 오냐, 내 말을 믿거라.

난정 : (쓰개치마를 들고 일어서려다) 헌데 임선비께오선 어딜 가신 겝니까?

당골네 : 글쎄다? 요즘은 도통 말씀도 없고 집에 계시지도 않고 밥때를 넘겨 들어오시는 일이 다반사이시니

            그분 속내를 알 수가 없구나.

갖바치 : 임선비께오서 사자후를 토해내시기 위해 입을 다물고 말씀을 아끼신 게지.

당골네 : 예에? 갖바치 어른 그 무슨 말씀이오?

난정 : (갖바치를 보는) ...?



S#23. 어느 길


임백령, 손에 비단보로 싼 술병을 들고걸어오고 있다.


임백령E : (굳은 얼굴 위로) 내 청운의 뜻을 품고 살아왔건만.. 모든게 다 부질 없는 꿈이었단 말인가?


임백령, 문득 손에 든 술병을 보며 탄식을 뿜어낸다.

임백령, 뭔가를 생각하다가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긴다.



S#24.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옥매향, 안방쪽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선다.


옥매향 : (두리번거리며) 모린아, 모린아! 이 에미나이래 대톄 오딜 간기야? 모린아, 모린아!

임백령 : (중문 안으로 들어온다) ..

옥매향 : (임백령을 보고 반가움에) 임선비 나으리!

임백령 : (미소) 그동안 잘 있으시었소?

옥매향 : (수줍은 미소로 농조) ..과거공부에 뎡딘하시어야 할 선비님께오서 기방엔 어인 발걸음이시옵네까?

임백령 : 왜요? 내가 찾아온 것이 반갑지 않으면 돌아가리까?

옥매향 : (화들짝) 그런 소리 마시라요! 내 기방을 탸댜온 손님인데 기냥 보내드릴 수야 없디요.

임백령 : 내 매향이가 따라주는 술 한잔 마시러 왔소.

옥매향 : (놀라 보며) 술이요?



S#25.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옥매향, 임백령의 술잔에 술을 따른다. (*어사주는 따로 있다)

임백령, 심각한 표정으로 술잔을 바라본다.


옥매향 : 댱원급뎨하실 때까딘 입에 술을 안대시겠다던 나으리께오서 어띠 댝심(作心)을 파하신 거야요?

임백령 : 내 이번에 과거를 포기하고 낙향할 작정이오.

옥매향 : (놀라) 예에? 낙향이요?!

임백령 : 내 매향이에게 그 말을 하고 싶어 온게요.

옥매향 : 나으리, 허면 소텹은 어띠하옵네까? 나으리께오서 댱원급뎨 하실 날만을 목을 늘이고 학수고대하던 소텹은요?

임백령 : 미안하오! 내 낙향할 행장을 차려야겠으니 이만 가봐야겠소. (어사주를 들고 벌떡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옥매향 : 나으리! 나으리! (부르다 주저앉아 눈물을 글썽이는) ...!



S#26. 남곤 사랑채 외경


남곤E : 조정에서 이사람을 찍어내려는 음모가 있소이다!



S#27.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심정, 놀란 눈으로 남곤을 보며 말한다.


심정 : 음모라니요?! 대체 조정의 누가 그런 짓거리를 한단 말이옵니까?

남곤 : 안당과 정광필이 우리 공신들을 밀어내고 조정을 장악하려는 모략을 꾸미고 있소이다!

심정 : 그럴 리가요?

남곤 : (연상 쾅) 그럴 리가요 라니요?! 그자들이 주초의 잔당을 부추켜 우리의 등 뒤에 비수를 꽂아 넣으려고 하고 있는 판에

         화천군께서는 어찌 이리 무사태평이신 게요?!

심정 : 대감, 이사람도 조정안팎 돌아가는 사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사오나

         아직은 그런 조짐을 감지하지는 못했사옵니다.

남곤 : 허어, 이리 답답할 데가 있나?! 화천군대감, 안당과 정광필이 공신들을 찍어내고

         조정을 온통 주초의 잔당으로 채우게 되면 화천군께서도 무사하지는 못하실 것이외다!

심정 : 음! 그야 당연한 말씀이지요!

남곤 : 이번 일을 이대로 좌시해서는 아니될 것이오! 우리가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는 그자들을 먼저 찍어내 버려야 할 것이외다!

심정 : ..음!

남곤집사E : (방 밖에서) 대감마님, 판부사대감과 희락당대감께오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남곤,심정 : (흠짓하여 서로의 얼굴을 보는) ...?!



S#28. 동 남곤 사랑채 마당


남곤집사의 옆으로 윤임과 김안로가 서있고 그 뒤로 박서방과 황서방이 서있다.


남곤E : (방 안에서) 뫼시어라!

남곤집사 : 예. (윤임과 김안로에게) 드시지요.

윤임,김안로 : (헛기침을 하며 마루 위로 올라서서 방쪽으로 들어간다)



S#29.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앞에 윤임과 김안로가 앉아있다.


남곤 : 두분 대감께서 내집엔 어인 발걸음을 하신게요?

윤임 : 대감들과 공생(共生)하자는 말씀을 드리러 왔소이다!

남곤 : ..고, 공생이요?

윤임 : 예, 다 함께 살아야지요!

김안로 : 전하께오선 뇌물비리에 연루되었던 조정신료들에 대한 신망을 거두시었사옵니다. 만에 하나 이틈에

            사림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안당대감이 조정에 들어오게 된다면 우리들은 언제 찍혀져 나갈지 모르는 일이옵니다.

남곤 : (심각해지는) ..음! 그거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고..

심정 : 두분께서는 전하의 신망을 회복할 무슨 방책이라도 가지고 있으신 게요?

윤임 : 방책은 단 한가지 뿐이옵니다!

남곤 : 말씀해 보시구려!

윤임 : (은밀히) 역모를 일으키는 것이옵니다!

남곤,심정 : (경악) ..여, 역모?!

김안로 : (결연하게 보는) ...!

남곤 : (질린 얼굴로) 역모라니?! 대, 대체 누가 역모를 꾸민단 말이오?!

김안로 : 안당 대감이옵니다!

남곤 : 안당?

심정 : 허면 안당대감을 거짓 역모로 찍어내자는 말씀이오이까?

김안로 : 예, 지금은 그 방도 밖에는 없사옵니다.

남곤E :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 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먼..

심정E : 참으로 무서운 작자들이구먼..!

윤임 : 어찌 하시겠소이까? 두분께서도 우리와 합세해 주시겠소이까?

남곤 : 그리 되면 이사람에게는 무슨 득이 있겠소이까?

김안로 : 좌의정께서는 영의정으로 승차를 하시게 될 것이옵니다.

남곤 : 영의정이라..

심정 : 허나 영상의 자리는 희락당대감의 숙부님이 앉아계시지 않소이까?

김안로 : 역모가 수습되면 숙부님께오선 사직을 하실 것이옵니다.



S#30. 대궐 일각


경빈과 희빈, 창빈이 금이와 향이 등 처소상궁 나인들을 거느리고 온다.


희빈 : 대비마마께오서 우리 세사람을 어찌 함께 들라 명하시었을까요?

경빈 : 마마께오서 희빈에게 큰 상급을 내리시려는 겔 겝니다.

희빈 : (돌아보며) 이 사람에게 큰 상급을요?

경빈 : (뼈있는) 암요, 대비마마께오서 중궁전에 충견이 되기로 맹세한 희빈의 충정을 가상하게 여기시어

         상급을 내리시구 말구요! 호호호.

희빈 : (발끈) 경빈!

경빈 : 왜요? 이사람이 틀린 말이라도 했습니까?!

창빈 : (경빈을 보며) 경빈께서는 어찌 만사를 삐뚜루만 보시는 겝니까?

경빈 : (휙-보며) 허! 겉 다르고 속 다른 창빈께서 어찌 이 사람을 가르치려 드는게요?!

창빈 : 경빈, 그 무슨...

경빈 : (말을 자르며) 중전마마께오서 폐위를 당하시자 교태전 자리가 탐이 나서 등을 돌리신 창빈 아니오?!

         창빈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실 게요!

창빈 : ...!

경빈 : 가자 금아! (비웃음을 흘리며 먼저 가버린다)

희빈 : (창빈 옆으로 오며) 창빈 마음쓰지 마세요. 혼자만 잘난 위인 아닙니까? 가십시다.


희빈과 창빈, 경빈의 뒤를 따라 어디론가 가는모습 위로.


조상궁E : 대비마마, 경빈, 희빈, 창빈 들었사옵니다.



S#31.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와 윤비가 앉아있다.

경빈, 희빈, 창빈, 자순대비 앞에서 큰 절을 올리고 선다.


경빈,희빈,창빈 : 대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자순대비 : 앉으세요.

경빈,희빈,창빈 : (자리에 앉는다)

자순대비 : (미소로 보며) 빈들께서도 중전께서 두 번째 용종을 잉태하신 일은 다들 아시고 계시겠지요?

희빈 : 예, 마마. 신첩들이 왕실의 큰 경사를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지난번 신첩들이 중궁전에 들어 경하를 드렸사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 이 늙은이는 중전께서 무탈하게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 수 있도록

               세분 빈들께서도 축수발원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아니 그렇소, 중전.

윤비 : 예, 마마. 신첩도 그리 믿사옵니다.

경빈,희빈,창빈 : 믿으시옵소서!

윤비 : (경, 희, 창빈을 미소로 보는) ..

경빈 : ...

자순대비 : (방 밖을 보며) 조상궁, 다과상을 들이게.

조상궁E : (방 밖에서) 예.

자순대비 : 내 세분 빈들을 부른 연유는 지난번 말씀을 꺼낸 왕자들의 혼례에 대해 마무리를 짓고자 함입니다.

경빈,희빈,창빈 : (충격) ...!

자순대비 : 이 늙은이가 복성군에게 어울리는 혼처를 물색하던 중에

               마침 중전께서 이 늙은이 마음에 꼭 차는 규수를 추천 하시었소이다!

경빈E : (윤비를 휙-보며) 주, 중전! 기필코 복성군을 내치실 작정이시오?!

윤비 : (경빈을 미소로 보는) ..

자순대비 : 이 늙은이와 같은 파평윤문중에 윤인범의 여식이오.

경빈 : 마마, 파, 파평윤문이라 하시었사옵니까?

자순대비 : 그래요. 이 늙은이도 윤인범의 여식이 현숙하고 후덕하다고 들었는 바, 마침 중전께서도 추천을 하시었구려.

경빈 : ...!

자순대비 : 가문으로 보나, 규수의 성품이 복성군의 배필로는 적합할 듯 싶은데 경빈의 뜻은 어떠하시오?

경빈E : (충격을 받은) 정녕 복성군이 내 품을 떠나 궐 밖으로 나가야 한단 말인가?!

자순대비 : (의아하게 보며) 경빈..

경빈E : (울음이 나올 듯) 아니 돼! 아니 돼! 복성군을 이대로 떠나보내서는 아니 돼!

희빈,창빈 : (경빈을 보는) ..?!

윤비 : 경빈! 대비마마께오서 하문하고 계시지 않는가?!

경빈 :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순대비를 보는) .. 예에?

자순대비 : 경빈, 윤인범의 여식이 마음에 차시지 않으시는 게요?

경빈 : 아, 아니옵니다! 신첩은 대비마마와 중전마마의 뜻에 따를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이 늙은이의 뜻에 따라준다니 고맙구려. 이 늙은이가 조만간 혼례일을 택일하여 경빈에게 일러줄 것입니다.

               허니 경빈께선 복성군의 혼사채비에 정성을 기울여 주세요.

경빈 : (조아리며) 명심하겠사옵니다. (고개를 들며 윤비를 쏘아보는) ..!

윤비E : (보는) 경빈,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모두가 대통을 잇지 못하는 왕자들이 겪어야 하는 운명이거늘..



S#32. 윤원형 집 작은 사랑채 마당


김씨, 배천댁과 탄실이를 거느리고 와서 방 앞에 선다.


김씨 : 서방님, 소첩이옵니다.

윤원형E : 오, 부인 들어오시구려.

김씨 : (배천댁을 보며) 이리 주게.

배천댁 : 예, 아씨. (받쳐들었던 약사발을 김씨에게 건넨다)

김씨 : (약사발을 받아들고 방 안으로 들어간다)



S#33.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약을 마시고 입맛이 쓴 듯 찌푸리며 약사발을 내려 놓는다.

김씨, 약사발을 받아들고 당과를 건넨다.


윤원형 : (당과를 씹으며) 부인, 아까 누워있자니 밖이 소란하던데 무슨 일이요?

김씨 : 소첩이 임서방에게 안채에 작은집의 세간을 들여 놓으라 하였사옵니다.

윤원형 : 그 무슨 말이요, 부인? 허면 난정이에게 안채를 내어줄 것이란 말이요?

김씨 : 작은집이 들어오면 안채를 내어달라고 할 것이 자명하지 않사옵니까?

윤원형 : 허어, 아무리 그래도 법도가 있는 법인데 첩실에게 안채를 내어줄 수는 없는 일 아니겠소?

김씨 : 서방님, 난정이가 비록 첩실이라고 하오나 중전마마의 총애를 받고 있을뿐 아니오라

         이번에 서방님을 구명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사옵니다. 하오니 난정이가 안채를 쓴들 부족함이 없을 것이옵니다.

윤원형 : 부인! 아무리 난정이가 공이 크다하나 내 조강지처는 부인이신데 어찌..

김씨 : 서방님, 중전마마께오선 소첩과 서방님의 합궁일에 서방님과 난정이의 혼례를 윤허해 주시었고

         또한 난정이에게 당의까지 내리시어 중궁전 출입까지 윤허 해 주시었사옵니다.

         또한 이번에 주상전하를 알현하는 자리에도 소첩이 아닌 난정이를 부르시지 않았사옵니까?

윤원형 : 부인, 그건...

김씨 : 중전마마께오서 처첩간에 법도를 무너뜨리시었사온데 소첩이 어찌 감히 법도를 입에 담을 수 있겠사옵니까?!

         소첩은 초당에 머물 것이옵니다.

윤원형 : ...!

김씨 : 그리 아시고 쉬시옵소서! (약사발을 들고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 ..허어.. 아무래도 앞으로의 일이 평탄치가 않겠구먼. 평탄치가...



S#34.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김씨, 약사발을 들고 마당으로 내려서다 이마를 짚으며 비틀 한다.

김씨가 놓친 약사발이 땅바닥에 떨어져 깨진다.


배천댁 : (다가오며) 아씨, 괜찮으시옵니까?

김씨 : 괜찮네.. 가세.. (초당쪽으로 간다)


배천댁과 탄실, 황급하게 깨진 약사발을 챙겨들고 김씨의 뒤를 따른다.



S#35. 중궁전 앞 마당


난정, 당의를 입고 환한 표정으로 중궁전 계단 위를 오른다.


엄상궁E : 중전마마,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 들었사옵니다.

윤비E : 들라해라.



S#36. 동 중궁전 방 안


방문이 열리고 난정, 방안으로 들어서려다가 움찔 멈춰선다.

윤비 옆에 세자가 책을 펴놓은 채 다정하게 앉아있다. (*박상궁, 윗목에 앉아있다)


윤비 : 난정아, 이리 다가오거라.

난정 : 예, 마마. (윤비 앞쪽으로 다가와 큰 절을 올린다)

세자 : (그런 난정의 자태를 유심하게 보는) ..

윤비 : 세자, 윤승후관의 작은 안으서입니다.

세자 : 하오면 아바마마께오서 어사주를 내려주시었다던 처자이옵니까?

윤비 : 그래요.. 난정아 세자저하께 문후 여쭈거라.

난정 : 예.. 소첩, 세자저하께 문후 드리옵니다. (세자에게 큰 절을 올린다)

세자 : 오냐...

난정 : (쌩끗 웃으며) 세자저하, 소첩이 지난번 존체를 뵈었을 때보다 장성하시었사옵니다.

세자 : 우리가 전에 만난 적이 있더냐?

난정 : 소첩, 세자저하께오서 책봉을 받기 전에 먼발치로 뵌 적이 있었사옵니다.

세자 : 그랬더냐?

난정 : 예. 세자저하.

세자 : 어마마마, 소자는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말씀 나누시옵소서.

윤비 : 그래요, 세자, 다음에 또 이 어미에게 효경 강독을 해주세요.

세자 : 예, 어마마마 그리하겠사옵니다.

윤비 : 박상궁, 세자를 뫼시게.

박상궁 : 예, 중전마마.

세자 : (펴놓았던 <孝經>책을 들고 일어선다)

난정 : (일어나서 세자에 대한 예를 갖춰 조아리는데)

세자 : (윤비에게 조아리고 나서 난정을 보고) 허면 다음에 또 보자구나.

난정 : 예, 소첩, 세자저하를 다시 만나뵙기를 고대하겠사옵니다.

세자 : 가자, 박상궁. (박상궁을 거느리고 방문쪽으로 걸어가 방 밖으로 나간다)

난정 : (조아렸던 고개를 들고 세자의 뒷모습을 무섭게 노려보는데) ..

윤비 : 앉거라.

난정 : 예, 마마.. (자리에 앉는다)

윤비 : 난정아, 네 오라버니댁으로 들어갈 채비는 잘 하고 있느냐?

난정 : 예, 소첩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위한 백일 불공을 마친 연후에 들어갈 것이옵니다.

윤비 : 그래, 나를 위하는 네 정성이 고맙고도 고맙구나.

난정 : 황감하옵니다, 마마..

윤비 : (방문 쪽을 보며) 엄상궁, 다과상을 들이게.



S#3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격앙된 연상을 쾅-쾅- 치며 말한다.

경빈 앞에 남곤과 심정, 난감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경빈 : 그리하세요! 안당이든 김안로든 다 찍어내 버리세요! 허나 대감들 결코 잊으시어서는 아니될 게 있습니다!

남곤,심정 : (경빈의 얼굴을 보는) ...

경빈 : (살기등등한) 종국에는 반드시 반드시 중전을 천길 벼랑 아래로 밀쳐버려야 할 것입니다! (휙- 보며) 아시겠습니까?!

남곤,심정 : (섬찟 질리는) ..!

경빈 : 아시겠냐고 물었습니다!

남곤,심정 : (조아리며)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 (분을 삭히지 못해 씩씩대다가 어딘가를 휙- 노려보는) ..



S#38. 중궁전 방 안


난정과 윤비, 다과상을 놓고 마주앉아 있다.


윤비 : 난정아, 너는 앞으로 조정이 어찌 돌아갈 것이라고 보느냐?

난정 : 치부책 일로 주상전하의 신망을 잃은 조정신료들이 밀려나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며 물어뜯을 것이옵니다.

윤비 : 조정에서 이전투구가 벌어질 것이다? 허면 조정에 또다시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란 이 말이냐?

난정 : 예, 하오나 마마께오선 크게 심려하시지 않으시어도 좋으실 것이옵니다.

윤비 : ..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주상전하의 총애를 회복하시고 용종까지 잉태하시었사오니

         조정과 왕실의 그 누구도 감히 중전마마의 권위에 도전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윤비 : 허나 경빈이 있지 않느냐?

난정 : 경빈은 중전마마의 믿음을 얻기 위해 당분간 김안로와 윤임이를 찍어낼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윤비 : 그건 그렇지 않을 게야.

난정 : 예에?

윤비 : 근자에 대국서 온 장아무개라는 장사치가 다시 경빈 처소를 드나들이 한다고 들었다.

난정 : (흠짓) 장아무개가요?

윤비 : 그래, 내 이번에 복성군을 성혼시켜 출궁시키는 일을 서둘렀으니

         아들 사랑이 지극한 경빈이 내게 큰 원한을 품고 있을 게야.

난정E : (생각하는) 경빈과 장대인이 손을 잡고 일을 꾸민다?



S#39. 편전 방 안


중종, 연상 위에 놓인 교지들을 살펴보며 옥새를 찍어 날인을 한다.

박승지, 중종 앞에 앉아 교지들에 날인하는 것을 거들며 지켜본다.



S#40. 동 편전 복도


김전, 남곤, 심정, 윤임, 홍경주, 김안로, 윤임이 굳은 표정으로 방문 앞으로 걸어와 선다.


김전 : (대전내관에게) 고하여주시게.

대전내관 : 예. (방문 쪽을 향해) 전하, 영의정과 신료들 들었사옵니다.



S#41. 동 편전 방 안


중종 : (방문 쪽을 돌아보며) 영의정이? (옥새를 거두며) 들라하라.

대전내관E : (방 밖에서) 예.


박승지, 교지를 챙겨 윗목으로 물러난다.

방문이 열리면 김전, 남곤, 심정, 홍경주, 김안로, 윤임이 결연한 표정으로 방안으로 들어와 곡배를 올리고 선다.


중종 : 경들께서 편전엔 어인 연유로 드시었소?

김전 : 전하, 신들은 역모를 고변하러 들었사옵니다.

중종 : (경악하여 보는) 뭣이라? 역모?! 영상, 지금 역모라 하였는가?!

일동 : (결연한 표정) ...!



S#42.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 위로.


경빈E : 내 처음부터 중전과는 손을 잡지 말아야 했음이야! 내 참으로 아둔했음이야! 아둔했음이야!

경빈 : (뭔가를 억누르는 듯 찻잔을 들어 마시려는데)

금이E : (처소 마당에서) 경빈마마, 난정이 들었사옵니다.

경빈 : (멈칫) ..뭬라, 난정이가?! (뭔가 생각하는) ..!



S#43. 동 경빈 처소 마당


금이, 처소쪽을 향하고 있고 난정, 그 뒤편에 서있다.


금이 : 경빈마마, 난정이 들었사옵니다.

경빈E : (대답없는) ...

금이 : (갸웃하며) ..주무시나?..

난정 : 금아, 더 큰 소리로 고하거라!

금이 : (휙- 보며) 난정아, 네 어찌 나를 아랫것 다루듯 하는 게냐?!

난정 : (금이 앞으로 한발짝 나서며) 허면 너따위 아랫것을 상전 뫼시듯 할까?!

금이 : (움찔하는데)

경빈E : 들라해라!

금이 : ..예, 예.

난정 : (금이를 밀치고 처소 안으로 들어간다)



S#44. 동 경빈 처소 방 안


방문이 열리고 난정, 환한 미소를 지으며 경빈 앞으로 다가와 선다.

경빈, 난정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찻잔을 들어 마신다.


난정 : 경빈마마, 소첩 마마를 당분간 뵈옵지 못할 듯 싶어 인사를 여쭈러 왔사옵니다.

경빈 : (시선을 주지 않은 채) ..

난정 : (앉아서 경빈의 표정을 살피며) 마마, 어디가 미령하시옵니까? 심기가 불편해 보이시옵니다?

경빈 : (휙- 노려보다가 들고 있던 찻잔을 난정에게 휙- 뿌려버린다)


찻물이 난정의 얼굴에 뿌려진다.


난정 : (쏘아보며) 마마, 어찌 이러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 (노려보는) 이 요망한 년! 내 손으로 네 년의 각을 떠내도 시원치 않음이야!


난정, 분이 난 숨을 몰아쉬며 경빈을 무섭게 노려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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