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여인천하] 08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613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88











s#1. 난정모 집 외경 (밤)


불켜진 방문위로 문앞에 서있는 길상과 앉아있는 난정의 실루엣이 비친다.


길상(E) : 난정아, 네 어찌 그러는게냐?!



s#2. 동 난정모 방 안 (밤)


난정, 충격을 받은 듯 놀란 표정으로 앉아있다.

길상, 그런 난정을 놀란 눈으로 보고 섰다.


길상 : (난정 옆에 앉으며) 난정아, 괜찮은 게냐?

난정 : (표정 수습하며) 그래, 난 괜찮아..

길상 : (보며) 너 혹시..? (차마 회임이냐고 물어볼수가 없는)

난정 : (미소) 아니! 낮에 빈속에 독주를 들이켰더니 속이 메슥거리는 것 뿐이야.

길상 : (안도하는 표정)..그러면 다행이고.. 이기지도 못하는 술은 삼가고 네 몸부터 잘 살피도록 해..(방밖으로 나가버린다)

난정 : ...



s#3. 중궁전 외경 (밤)


중종(E) : 중전, 어인 연유로 영모당대감에게 죄를 물으라는게요?



s#4. 동 중궁전 방 안 (밤)


중종,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윤비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본다.


윤비 : ...

중종 : 중전, 기탄없이 말씀해 보세요.

윤비 : 전하, 이나라가 누구의 나라이옵니까? 이나라는 선비들의 나라가 아니옵고 또한 공신들의 나라도 아니옵니다.

         이 나라는 바로 이씨의 나라이옵고 선대조의 대통의 이으신 전하의 나라이옵니다!

중종 : ...

윤비 : 전하께오서는 이나라 백성들의 주인이시옵고 억조창생의 어버이이시옵니다.

         조정신료들 역시 전하의 발 아래 몸을 낮추고 군주를 떠받들어야 하오며 그 누구든 어떤 명분으로든

         전하와 왕실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는 단호하게 쳐내야 할 것이옵니다.

중종 : 음! 허면 중전께선 영모당이 역모를 꾸민 것이 참이라 생각하시는게요?

윤비 : 전하, 교태전에 앉아있는 신첩이 조정 돌아가는 사정을 어찌 상세히 알수 있겠사옵니까?

         하오나 신첩이 듣기로 공신들이 안당대감의 역모를 고변하였고,

         안당대감 또한 이나라 종묘사직을 위해 공신들을 쳐내야 한다고 주청드린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중종 : 그래요, 중전께서 아시는 바 그대로요.

윤비 : 이는 곧 안당대감과 공신들이 한조정에서는 물론이옵고 한하늘을 이고는 살수가 없게 된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그래요, 과인의 고민도 그것이요..양측이 타협의 여지가 없소이다.

윤비 : 전하!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전하께오서 용단을 늦추시면 늦추실수록 이나라 조정은

         더 깊은 반목과 혼란에 빠져 들것이옵고 그리되오면 전하를 떠받드는 조정이 무너져 내릴것이 자명하옵니다.

중종 : 헌데 중전께선 어찌 공신들이 아닌 영모당의 죄를 물으라 하신게요?

         지난 기묘년때는 조정암을 두둔하시고 공신들을 내치라고 주청하시지 않으셨소?

윤비 : 당시 조정암은 전하의 총애와 후광을 입어 조정의 대세를 이루고 있었사옵니다. 전하께오서 당시 조정암의 뜻에 따라

         공신들을 배척하시었다면 조정암은 전하를 위해 멸사봉공하였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중종 : (아픈곳을 찔린듯)..음..

윤비 : 하오나 지금 안당대감과 그를 추앙하는 사림들은 기묘년의 일을 겪은 이후에 전하 앞에서 몸을 낮출지언정

         전하께 목숨을 바치는 충성을 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중종 : ...

윤비 : 전하께오서 안당대감과 그를 추앙하는 사림들의 뜻을 가납하시어 공신들을 쳐내시오면

         사림들은 그 기세를 몰아 대의명분을 앞세워 호시탐탐 전하와 왕실의 권위를 꺽으려 들것이 자명하옵니다.

중종 : (탄식) 허어, 과인이 조정암을 사사한 일이 아직도 과인의 발목을 잡고 있구려..!

윤비 : 전하, 지나간 일을 경계로 삼으시되 그 일에 연연하시온다면 군주의 권위가 손상되실 뿐이옵니다.

중종 : ..그래요..그래요..그래되어서는 아니될 것이요!

윤비 : 전하,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안당대감에게 죄를 물으시옵소서!

         그래야 전하와 이나라 왕실이 평안해질 것이옵니다!

중종 : 중전, 그리되면 과인의 곁에서 직언을 해주는 충직한 신하들이 없어질 것이요..

윤비 : 전하, 신첩, 왕실의 종친들 중에서도 파릉군 같은 큰 선비가 계시다고 들었사옵니다.

중종 : (보며) 파릉군 숙부요?

윤비 : 예, 파릉군께오서는 폐주연산주 시절 지조와 절개를 지키기 위해 벼슬을 마다하시었고 전하께오서 보위에 오르신 후에는

         이나라 종사와 왕실을 위해 전하께 목숨을 걸고 충성을 다 바치신 분이라 들었사옵니다.

중종 : ...

윤비 : 전하, 파릉군과 충성스러운 종친들을 중용하시오면 혼탁한 조정에 일침을 가하시어

         왕실의 지엄함을 보이실수 있을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E) : (허공을 보며) 파릉군 숙부..참으로 보고 싶구려.



s#5. 어느 길 (밤)


파릉군, 달빛 아래서 천서방이 견마잡은 나귀를 타고 오고 있다.

파릉군의 회한가득한 얼굴 위로.


파릉군(E) : 전하, 잠시만 기다려주시옵소서..신, 오매불망 그리던 전하의 용안을 뵈오러 밤낮을 달려가고 있사옵니다.

파릉군 : 천서방, 서둘게나.

천서방 : 예, 대감마님. 이랴-


파릉군을 태운 나귀가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6. 빈청 안 (밤)


김전, 남곤, 심정, 홍경주, 김안로, 윤임, 김제학 그리고 말석에 윤원로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박승지, 빈청안으로 들어와 선다.


남곤 : 오, 박승지, 전하의 어명이 계시었는가?

박승지 : 전하께오선 중궁전에서 나오시어 강녕전 침소로 납시셨사옵니다.

김전 : 전하께오서 오늘밤에는 용단을 내리시지는 않을 듯 하니 이만 퇴청들 하십시다.

심정 : 예, 그리들 하시지요.

윤원로 : (버럭) 대감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일동 : (윤원로를 보는)..?!

윤원로 : 대장부가 칼을 한번 뽑았으면 끝을 봐야지요! 시생은 전하께오서 우리의 뜻을 가납해주실때까지

            앉은 자리에서 망부석이 될지언정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을것이옵니다!

홍경주 : 허허, 이사람 의욕이 과하시구먼. 정치를 하려면 기다릴줄도 알아야 하는 법일세.

윤임 : 이사람아, 걸음마를 떼어놓기도 전에 달음질 치려다가는 넘어져서 코가 깨지는 법일세나.

윤원로 : 코가 깨져요?

김안로 : 일어서시게. 자네가 정치에 입문하였으니 내 경하주(慶賀酒)를 삼세.

윤원로 : 경하주요?!..대감들께오서 그리들 청하시니 어찌할수 없지요. (일어선다)

홍경주 : 허허허, 중전마마의 오라비께서 우리에게 합세하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보다 더 든든 하오이다! 아니그렇소이까?

김전 : 암요, 그렇고 말고요.


일동, 동감을 표시하며 윤원로를 데리고 빈청밖으로 나가는데

남곤과 심정, 뒤를 따라 나가면서 눈짓을 교환한다.



s#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발너머에 앉아있는 남곤과 심정을 보고 말한다.


경빈 : 전하께오서 중궁전을 나와 강녕전 침소에 드시었단 말씀이십니까?

남곤 : 예, 하온데 중전마마께오서 안당을 두둔하시옵고 우리 공신들을 내치라는 주청을 드리시었을까요?

경빈 : 이사람, 틀림없이 그리 짐작합니다. 대감들, 안당을 찍어낼 방책은 분명 가지고 있으신겝니까?

         치부책 일을 거울삼아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시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남곤 : 예, 믿으시옵소서!

심정 : 하온데 마마, 중전마마의 큰 오라비가 안당을 찍어내는 대사에 의기투합하겠다는 뜻을 밝혔사옵니다.

경빈 : 뭬요? 중전의 큰 오라비가요?!



s#8.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 (밤)


김전, 홍경주, 김안로, 윤임, 김제학, 윤원로가 기생들을 하나씩 옆에 앉혀놓고 거나하게 술판을 벌리고 있다.

옥매향, 가야금 연주에 기생 둘이 춤을 추고 있다.

윤원로, 대신들이 연신 따라주는 술을 껄껄대며 마셔 댄다.



s#9.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남곤과 심정에게 말한다.


경빈 : 대감들, 벼슬을 내려주더라도 중전의 큰 오라비를 곁에 두도록 하세요.

남곤,심정 : 예, 마마.

경빈 : (야릇한 미소) 어쩌면 중궁전의 큰 약점을 틀어쥐게 될듯도 싶습니다.



s#10.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가채와 당의를 벗은채 촛불 앞에 앉아 있다.

윤비, 소중하게 배를 감싸안는 얼굴위로.


윤비(E) : 아가, 이 어미는 네 장래에 걸림돌이 되는 자들은 비록 피를 나눈 형제들이라도 용서치 않을 것이다.

              네가 이 어미의 마음을 안다면 반드시 반드시 대군으로 세상에 나와야 할 것이다. 대군으로...!



s#11.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밤)


윤원형, 책상위에 놓인 책을 보고 있다.


윤원형 : (한숨을 푹 쉬며) 대체 공자님 말씀에 왜 이리 토(*주석)를 많이 달아 놓았누?

            그 소리가 그 소리 같아서 더 알수가 없구먼! 난정이가 곁에 있었다면 글귀에 숨은 뜻을 명쾌하게 일러줬을 것을!

            벌써부터 그애가 보고 싶구먼...에휴.. (다시 책을 펼쳐본다)



s#12. 난정모 집 방 안 (밤)


난정, 굳은 표정으로 미동도 없이 등잔불을 노려 본다.


난정(E) :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무서운 표정으로 쥐어짜듯 배를 움켜쥐며) 그리되어선 아니돼! 아니돼!


난정, 품에서 비단 염낭을 꺼낸다.

난정, 염낭을 풀어 그속에서 반쪽짜리 옥패를 꺼낸다.

난정, 옥패를 뚫어지게 노려보는데서.



s#13. 밤하늘에 달 (INSERT)



s#14. 옥매향 기방 후원 (밤)


임백령, 달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E) (안채쪽에서 들려오는 윤원로,김전,김안로,윤임,김제학 등의 왁짜한 웃음)


임백령 : (안채쪽을 돌아보며 착잡한 표정)..!



s#15.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 (밤)


윤원로, 기생들과 어울려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김전, 홍경주, 김안로, 윤임, 김제학 등이 껄껄대며 본다.

옥매향, 홍경주 옆에 앉아있다.


홍경주 : 허허, 이제 보니 승후관이 천하 한량이었구먼.

윤원로 : 예, 한량을 뽑는 과거가 있다면 진즉 장원급제를 했을 것이옵니다.

김전 : 허허, 자네 말이 맞네 그려.

김안로 : 남양군대감께오서도 오늘밤은 격식을 벗어 던지고 맘껏 취해 보시지요.

홍경주 : 그럴까요? 하긴 이 늙은이도 소시적엔 기방출입깨나 했지요! 좋소이다, 내 한량무 한자락 펼쳐보겠소이다.

            (술 한잔 마시고 일어선다)

윤원로 : 다른 대감들께오서도 일어서시지요.


홍경주, 김제학, 윤원로 등이 기생들과 어울려 춤을 춘다.

옥매향, 그 틈에 살포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간다.

윤임, 술한잔을 급히 마시고 취한 듯 비틀걸음으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간다.



s#16. 동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밤)


옥매향, 안채 마당으로 내려서서 두손으로 볼을 감싸고 한숨을 내쉰다.

모린, 술병이 놓인 소반을 들고 부엌에서 나온다.


옥매향 : 모린아, 임선비께오선 어디 계시네?

모린 : (후원쪽을 돌아본다)

옥매향 : 기래? (후원쪽으로 가려는데)

윤임 : (안방에서 취한 걸음으로 나오며) 매향아.

옥매향 : 판부사대감, 어띠 나오신거야요?

윤임 : (옥매향에게 다가서며) 매향아, 내 오늘밤 네 머리를 올려주마.

옥매향 : 예에? 판부사대감, 많이 튀하신 듯 싶사옵네다.

윤임 : 취하긴? 네 오늘밤은 무슨 발명을 해도 내 뜻을 꺽지는 못할것이야. (옥매향을 와락 품에 안는다)

옥매향 : (몸을 빼내려고 하며) 대감, 왜이러십네까?

윤임 : (더욱 힘껏 안으며) 왜 이러긴? 네 언제까지 내 마음을 달게 만들게냐?!

옥매향 : 이러디 마시라요..!


윤임과 옥매향, 실갱이를 한다.

모린, 어찌할바를 모르고 보는데.


임백령 : (후원 중문에서 나오다 보고는) 대감, 체통을 지키시지요!

윤임 : (임백령쪽을 돌아보는)...?

옥매향 : (윤임의 품에서 몸을 빼내며)..나으리..

임백령 : (윤임쪽으로 다가서며) 조정일에 노심초사하시어야 할 대감들께오서 기방에서 술타령을 벌이시는것도 모자라

            어찌 기생까지 희롱하시는겝니까?

윤임 : (당황하여) 뭐, 뭐라?!

임백령 : (옥매향의 손을 잡아끌며) 이리 오시오!

옥매향 : (임백령의 손에 이끌려 가며)..나으리..

윤임 : 네 이놈! 감히 내가 누군줄 알고 이리 무례한 짓거리를 하는게냐?!

임백령 : (휙-보며) 시생, 대감께오서 누구이시온지는 모르오나 대감께오서 술판에서 기생을 희롱하시는 모습을 뵈오니

            어찌 이 나라 조정이 이리도 혼탁해졌는지 또한 백성들이 어찌 조정에 등을 돌리고 있는지 잘 알게 되었사옵니다!

윤임 : (일그러지며) 뭣이라?!

임백령 : 시생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옵니까?!

윤임 : 네 이놈! (임백령의 뺨을 후려친다)

옥매향 : (놀라) 나으리!

윤임 : 네 정녕 금부에 끌려가 물고가 나고 싶은게냐?!

임백령 : (윤임을 노려보는데)..!


남곤과 심정, 안채 중문쪽으로 들어온다.


남곤 : (윤임쪽으로 다가오며) 판부사대감, 예서 뭘하고 계시는게요?!

윤임 : (돌아보며) 좌의정대감..

옥매향 : (조아리며) 좌상대감 오시옵네까?

남곤 : 오냐, 매향아 잘 있었느냐?..이사람이 늦었소이다..자 들어가십시다. (안채로 걸어가고)

심정 : (윤임에게) 드시지요.

윤임 : 예, 그러시지요. (남곤과 심정을 따라가려다 임백령을 휙-돌아보며) 자네 이름이 무언가?

임백령 : 임백령이라 하옵니다!

윤임 : 임백령..! 내 그 이름 석자를 기억해두지! (안방으로 들어간다)

옥매향 : (울상되어 임백령의 얼굴을 살피며) 나으리, 괜찮으시옵네까?

임백령 : 괜찮소..(떠들석한 안채방쪽을 노려보는) ...!



s#17. 갖바치 방 안 (밤)


갖바치, 자기 옷을 꿰매고 있다.

갖바치, 임백령이 공부하던 책상쪽을 돌아본다.


갖바치 : (한숨을 내쉬는)..음!



s#18. 옥매향 아랫방 안 (밤)


옥매향, 임백령의 잔에 술을 따른다.


옥매향 : (울먹거리며) 나으리께오서 소텹 때문에 봉변을 당하신듯 싶어 니년 가슴이 띶어딜 듯이 아프옵니다.

임백령 : 아니오..조정신료들의 작태를 내 눈으로 목도하니 낙향 결심이 더욱 굳어지는구려.

            이런 조정에 출사하여 본들 내 어찌 큰 뜻을 펼칠 수가 있겠소?

옥매향 : ..나으리..

임백령 : 허나..매향이를 두고 간다는게 마음에 걸리는구려.

옥매향 : 나으리께오서 낙향하시오면 소텹도 따라갈 것이옵네다.

임백령 : 아, 아니오, 내 매향이를 데려갈 순 없소.

옥매향 : 와요? 니년이 노류댱화 턍기라서 그러신거야요?

임백령 : 가당치도 않소. 내 매향이를 그리 생각했다면 어사주를 들고 찾아오지도 않았을게요.

옥매향 : 나으리, 니년은 술자리에서 사내들에게 웃음을 파는 기생년이옵니다. 길티만 니년 마음만은

            어떤 사내한테도 녈디 않았시요...나으리 니년을 버리시디 마시라요..흐흑..(임백령 품에 쓰러진다)

임백령 : (매향을 안아주며 긴 한숨을 내쉰다)...



s#19. 당추 암자 계단 (낮)


난정, 결연한 표정으로 계단을 올라온다.



s#20. 동 당추 암자 마당


당추, 법당에서 나오는데 난정, 계단을 올라와 당추쪽으로 다가온다.


당추 : (난정을 보고 반갑게) 오, 난정아!

난정 : ..스님..

당추 : (난정 앞에 다가와서며) 그래, 네 주상전하의 용안은 알현하였느냐?!

난정 : ..예..스님..

당추 : 헌데 난정아, 네 평생의 광영을 입었거늘 어찌 얼굴에 그늘이 깊게 드리운게냐?

난정 : 스님! 흐흑! (당추의 품에 쓰러지며 흐느낌을 터뜨린다)

당추 : (뭔가 있구나)...!



s#21. 동 당추 암자 방 안


난정, 당추앞에 앉아있다.


당추 : 난정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보거라.

난정 : 아니옵니다, 스님..이년 주상전하를 알현하였던 일이 떠올라서 감격에 가슴이 벅차 올라 울음이 터진 것뿐이옵니다.

당추 : 난정아..

난정 : (쌩끗 웃으며) 스님,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었사옵니다.

당추 :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난정 : 예. 이년 부처님 앞에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위한 백일불공을 드릴 것이옵니다.

당추 : ...

난정 : 스님,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엔 반드시 아드님을 생산하시어야 하옵니다. 하오니 스님께오서도 기원해주시옵소서.

당추 : 오냐, 내 그리하마..

난정 : (밝은 표정) 고맙사옵니다, 스님.

당추 :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난정을 보며) ..음!



s#22. 장대인 사랑채 마당


능금, 대문을 들어와 급한 걸음으로 방쪽으로 다가온다.


곽서방 : (방쪽에다 고하려는) 대인어른..

능금 : (그대로 대청위로 올라서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곽서방 : (놀라)..저,저..



s#23.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수묵화를 그리고 있는데 능금, 방문을 왈칵 열고 들어온다.


능금 : 어른, 어찌 이러실수 있소?

장대인 : (짐작한 듯 담담한) 우선 게 앉거라.

능금 : 내게 해명부터 하시오. 대체 길상이를 죽이려는 까닭이 뭐요?!

장대인 : 말해주지 않았더냐? 화근의 싹은 미리 미리 짤라버려야 할것이라고!

능금 : 하지만 길상이 일은 내게 맡겨두기로..

장대인 : (말을 자르며) 네 분명 대국을 떠나올 때 조선땅을 다시 밟는 순간

            피도 눈물도 없는 장사꾼이 되기로 맹세하지 않았더냐?!

능금 : (움찔)...!

장대인 : 헌데 네 어찌 아직도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대사를 그릇치려 하는게냐?!

능금 : ...

장대인 : 길상이는 네게로 돌아오지 않는다! 또한 너 역시 길상이에게 모진 마음을 먹을수 없음이야!

            그런 까닭에 내 사람을 사서 보낸게다.

능금 : (노려보며) 어른, 길상이 주인은 나요! 길상이 일은 죽이되든 밥이되든 내손으로 처리하겠소!

장대인 : (보는) 넌 아직도 길상이를 가슴에서 파내버리지 못했다. 네 어찌 그걸 깨닫지 못하느냐?!

능금 : 길상이를 건들지 마시오! 만약 어른께서 다시 한번 길상이를 노린다면..(표창을 꺼내들며) 내 누구라도 용서치 않을게요!

장대인 : (능금의 뺨을 찰싹 친다)

능금 : ...!

장대인 : 어리석은 것! 내가 배워준 재주로 나를 어쩌겠다는게냐?!

능금 : ...

장대인 : 오냐, 길상이는 당분간 네손에 맡겨두마! 허나 내가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하거라! 나가보거라!

능금 : ..고맙소..(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 : ...!



s#24. 대궐 일각


자순대비, 조상궁이 배행하는 자비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자순대비의 굳은 표정위로.


대전내관(E) : 전하, 대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s#25. 편전 방 안


자순대비, 중종 앞에 앉아 있다.


자순대비 : 주상, 이 늙은이가 주상의 어의를 알고 싶어 왔소이다.

중종 : 어마마마, 소자의 뜻이라니요?

자순대비 : 지난번 조정신료들의 역모고변이 있었다고 들었소. 주상께선 어찌 아무런 처결도 아니내리시는겝니까?

중종 : 어마마마, 소자 깊이 살피고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허나 주상, 이번일에 용단을 미루시면 주상의 지엄한 권위가 훼손된다는 것을 어찌 모르십니까?

중종 : 하오나 어마마마, 역모로 고변당한 영모당대감은 사림들의 존경을 받고 있사옵니다. 영모당대감을 잡아들여 국문한다면

         사림들이 소자와 조정에 등을 돌리게 될 수도 있음이옵니다.

자순대비 : (보는)...

중종 : 또한 역모를 고변한 조정신료들에게 죄를 준다면 이나라 조정의 한축이 무너져 내릴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주상, 군주가 신하들을 두려워해서야 어찌 정사를 펼쳐나갈 수 있겠습니까?

               주상, 강건한 군주의 힘을 보이시지 못하면 장차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하겠소?!

중종 : 어마마마, 소자는 때를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하오니 소자를 믿고 맡겨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음!



s#26. 중궁전 복도


자순대비, 근엄한 표정으로 조상궁을 거느리고 걸어와 방문 앞에 선다.

엄상궁과 오상궁, 자순대비에게 조아린다.


자순대비 : (엄상궁을 보며) 고하여라!

엄상궁 : 예. (방문쪽에다) 중전마마, 대비마마 드셨사옵니다.



s#27.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위에 놓인 책을 보다가 방문쪽을 돌아본다.


윤비 : 어서 뫼시어라.

엄상궁(E) : 예.

윤비 : (보료에서 일어나 자리를 비켜준다)

자순대비 :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온다)

윤비 : (조아리며) 대비마마, 오시옵니까?

자순대비 : (보료위에 앉으며) 앉으세요.

윤비 : 예. (앉는다)

자순대비 : 내 편전에 들어 주상을 뵙고 나오는 길에 중전께 물을 말이 있어 발걸음을 했소.

윤비 : 하문하시옵소서.

자순대비 : 중전께서 지난밤 주상께 안당대감에게 죄를 물으라는 주청을 드리셨다는데 이 늙은 말이 맞소?

윤비 : (보다가) 예..그러하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중전께선 이 시어미가 이번일에 눈을 감고 귀를 덮은 채 함구해 달라는 당부를 벌써 잊으신게요?!

윤비 : 마마, 신첩은 전하의 하문에 지어미로써 말씀을 올린 것일뿐 다른 뜻은 없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다른 뜻은 없었다?

윤비 : 예, 마마.

자순대비 : 그래요, 지아비의 고충을 듣고 지어미로써 조언을 해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겠지요.

윤비 : ...

자순대비 : 허나, 이 늙은이가 듣기로 중전의 큰 오라비께서 안당대감의 역모를 고변한 조정신료들과 의기투합하시어

               행동을 함께 하신다고 들었소!

윤비 : (흠짓 놀라보며) 예에? 신첩의 큰 오라비가요?

자순대비 : 왜 그리 놀라시는게요? 허면 중전께서 큰 오라비께 그리 시키신 일이 아니란 말씀이오?!

윤비 : 천부당만부당 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신첩이 어찌..?

자순대비 : 모르신다니 더는 묻지 않으리다! 허나 중전이 주상께 안당대감의 죄를 물으라는 주청을 드리셨고

               중전의 큰 오라비께서 역모를 고변한 신료들과 합세하시었다면

               누가 보더라도 중전께서 안당대감을 찍어내려 하신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음이요!

윤비 : 마마..

자순대비 : 중전, 오비이락(烏飛梨落)이란 말이 있습니다. 괜한 구설에 오르시지 않게 자중, 또 자중하세요!

               중전께서 평안 하시어야 중전의 복중태아도 평안할게 아닙니까?!

윤비 : ...

자순대비 : 이 늙은이의 말을 깊이 새기도록 하세요.

윤비 : 예, 마마.


자순대비, 일어나면 윤비, 일어나서 예를 갖춘다.

자순대비, 방밖으로 나가면 윤비, 보료위로 가서 앉는다.


윤비 : (찌푸리며 뭔가를 생각하는) 큰 오라버니가 어찌..?! (방문쪽을 휙-보며) 엄상궁!



s#28.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김안로와 윤임이 둘러 앉아 껄껄대며 웃는다.


남곤 : 중전마마의 큰 오라비까지 우리와 의기투합하였으니 두려울게 없소이다.

김안로 : 예, 큰 복덩이가 제발로 걸어들어온 셈이지요.

심정 : 암요, 우리가 윤원로를 방패막이로 내세운다면 중전마마를 총애하시는 전하께오서도

         우리공신들을 어쩌시지 못하실겝니다.

윤임 : 하온데 전하께오선 어찌 용단을 내리시지 않으시는걸까요?

심정 : 섯불리 용단을 내리시었다가는 사림들이 왕실에 등을 돌리실까봐 저어하시는게지요.

남곤 : 그깟 사림들이 등을 돌려본들 조정의 대세가 우리한테 있음이니 곧 용단을 내리실겝니다. 허허허.

김안로 : 예, 허나 전하께오서 어의를 정하실때까지 안당대감의 뒤를 철저하게 캐어내어

            국문 과정에서 옴싹달싹 빠져나가지 못하게 옭아 매야 할 것이옵니다.

남곤 : 그건 걱정마시구려. 내 희락당대감께서 내 버린 쓸개를 잘 쓰고 있소이다.

김안로 : 예에?

남곤 : 그보다는 이번에 안당을 찍어내면 이사람을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로 밀어주시겠다는 약조나 잊지마시구려.

김안로 : 예, 믿으시옵소서!

남곤집사(E) : 대감마님, 수천대감께오서 급히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일동 : (흠짓 놀라 방문쪽을 돌아보는)...!

남곤 : ..수천대감이?

심정 : 어인 연유로 수천대감이 예까지 찾아왔을까요?

남곤 : 어차피 한번은 맞딱드려야 할 일인것을요.. (방문쪽에다) 드시라해라.

김안로 : ...



s#29. 동 남곤 사랑채 마당


남곤집사 : 예. (정광필에게) 드시지요.

정광필 : (굳은 표정으로 방쪽으로 들어간다)



s#30.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김안로와 윤임이 앉아있는데 정광필, 굳은 얼굴로 방안으로 들어온다.


남곤 : 수천대감께오서 내 집까지 어인 발걸음을 하시었소이까?

정광필 : (선채로 방안의 면면을 둘러보다) 대감들, 어찌 이러실수가 있단 말이오?!

남곤 : 그 무슨 말이오이까?! 뜬금없이?!

정광필 : 대감들, 무슨 저의로 영모당대감을 역모로 고변하시었소이까?!

심정 : 무슨 저의라니요? 그거야 누구든 혐의가 있다면 전하께 아뢰는 것이 신하된 도리가..

정광필 : 그 입 다무시오!

심정 : (찔끔)...!

정광필 : (둘러보며)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시는게요! 대감들이 뇌물비리에 연루 되어 전하의 신망을 잃게 되자,

            영모당대감을 역모로 몰아 전하와 세인의 관심을 돌려세운후 대감들이 조정의 대세를 다시금 움켜쥐려는 속셈이란 걸

            삼척동자도 아는일이외다!

윤임 : 대감, 말씀이 과하시오이다!

정광필 : 과하다니요?!

김안로 : 수천대감, 이사람들은 영모당대감의 결백이 밝혀지면 목숨을 바치기로 전하께 약조를 드리었사옵니다!

            공신들이 목숨을 담보로 고변한 일을 어찌 폄훼하려 드시는겝니까?!

정광필 : 뭐요?

김안로 : 영모당대감이 역모를 꾀한 혐의가 밝혀지면 대감의 목숨을 내어놓으시겠소이까?!

정광필 : (흠짓)...!

남곤 : 수천대감, 목숨을 내어놓으실 자신이 없다면 이만 돌아가주시오! 목숨을 내어놓은 사람들끼리 더 나눌 말이 있소이다.

정광필 : 좋소, 내 대감들이 어찌 생사람을 잡는지 두고 볼 것이외다! (휙-돌아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임 : (둘러보며) 이번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우리가 파놓은 함정에 스스로 빠지게 될 것이오이다!

남곤 : 안당대감은 반드시 찍혀져 나가게 되어있사옵니다, 마음 놓으시구려, 허허!

심정 : 암요, 그렇고 말구요!

김안로 : (‘이자들이 어찌 이리 태평인가’)...



s#31. 어느 길


안당, 사인교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

박희량, 담뒤에서 얼굴을 내밀고 급한 걸음으로 그 뒤를 쫓는다.



s#32. 다른 한적한 길


안당, 사인교에서 내려 집사(*)를 보며 말한다.


안당 : 자넨 이만 돌아가게.

안당집사(*) : 예, 대감마님. (사인교를 돌려 오던길로 간다)

안당 : (떠나는 사인교를 보다가 발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박희량 : (몸을 드러내며 안당을 보다가 그 뒤를 쫓는다)



s#33. 갖바치 마당


갖바치, 평상 작업대 위에서 신발을 꿰매고 있다.

방백인, 툇마루에서 부적을 그리고 있고 당골네, 한편에서 키질을 하고 있다.


당골네 : 대체 임선비께서는 어딜 가셨길래 이리 감감 무소식이오?

방백인 : 낸들 아나?

당골네 : 과거에 급제할 자신이 없어 낙향하신게 아닐까요?

방백인 : 여편네, 그 양반 영의정 반열에 오르신다는 내 점괘를 뭘로보고 그런 소릴혀?!

당골네 : 그러고 신통방통한 솜씨로 그 양반 어딜 가셨는지 방위점이나 쳐보시구랴.

방백인 :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니 기다리면 돌아오실 테지!

갖바치 : (바느질을 하다가 가슴이 턱 막히듯 고통스러운) 음!

방백인 : 형님, 왜 그러시오?

당골네 : ...?!

갖바치 : (가슴을 움켜쥐며) 아닐세..괜찮네..

갖바치(E) : (고통스러운 얼굴로 하늘을 보며) 허어, 학의 목이 달아나게 생겼구먼!



s#34. 어느 한적한 암자 안팎


안당, 암자 위에 서있다.

박희량, 한편에 몸을 숨기고 안당을 훔쳐보고 있는데.

안처겸(*안당의 아들), 급하게 다가와 정자위로 올라온다.


박희량(E) : (안처겸을 보고 움찔) 아니, 저자는?!..

안처겸 : 아버님.

안당 : (돌아보며) 왔느냐?

안처겸 : 예. 하온데 어찌 소자를 인적이 드문 예까지 부르신 것이옵니까?

안당 : ..이 에비가 주상전하를 독대를 하였다.

안처겸 : 독대를요?

안당 : 그래 주상전하께 공신들의 목을 쳐내라는 주청을 드렸다.

안처겸 : (흠짓 보다가) 아버님, 참으로 잘하시었사옵니다! 부패한 조정을 쇄신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는 길은

            공신들을 쳐내고 개혁정치를 이루는 길 뿐이라 생각하옵니다. 소자는 아버님이 존경스럽사옵니다!

안당 : 처겸아. 말을 아껴야 하느니라.

안처겸 : 예에?

안당 : 공신들이 전하께 이 에비가 역모를 꾸미고 있다는 고변을 하였다.

안처겸 : 예에? 이,이런 쳐죽일 놈들!

안당 : 네 근자에 친구들과 어울려 조정을 갈아엎어야 한다는 말을 토하고 다닌다고 들었다.

안처겸 : 예, 선비된 자는 군주가 어두운 길로 빠지면 군주의 종아리에 회초리를 쳐서라도

            바른길로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박희량 : ...!

안당 : 지금은 말을 아끼고 아껴야 하느니라. 그자들에게 터럭만한 빌미를 주어서는 아니될 것이야.

안처겸 : 지난번 소자와 함께 현량과에 급제한 벗들이오니 말이 새지는 않을것이옵니다.

안당 : 이 에비가 너를 이 곳으로 불러들인 까닭을 곰곰이 되새겨보도록 해라.

안처겸 : ...

박희량 : (헛기침을 하며 몸을 드러낸다)...

안당 : (휙-돌아보며) 게 누구냐?!

박희량 : 시생, 두분 말씀을 잘 들었사옵니다..(숙이며) 하오면 시생은 이만 물러가옵니다. (몸을 돌려 간다)

안처겸 : 아,아니 저자는?!

안당 : (안처겸을 낭패한 보는)...!



s#35. 윤원형 집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지임(E) : 원로야, 요즘 네 어딜 그리 싸돌아다니는 게냐?!



s#36.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과 윤원로, 윤원형이 찻소반을 놓고 둘러앉아 있다.


윤원로 : 아버님, 소자 정치를 하러 다니고 있사옵니다.

윤지임 : 정치?!

윤원형 : (윤원로에게 코를 대며 킁킁 냄새를 맡으며) 형님, 정치를 하러 다니시는 분 몸에서

            어찌 기생년 분냄새가 진동하는게요? 요즘 정치는 조정이 아니라 기방에서 한답디까?

윤원로 : 원형아, 두고봐라! 이 형이 중전마마의 뒷배 없이 스스로 힘으로 출사를 할테니!

윤원형 : 그러시려면 과거공부를 하시어야지요. 기방출입을 하시면 쓰겠소?

윤지임 : 암, 그건 원형이 말이 백번 옳다.

윤원로 : 아버님, 우리 형제같이 공부머리가 없는자들이 어느세월에 과거를 보아 장원급제를 할 수 있겠사옵니까?!

            원형아, 이 형을 믿거라. 이 형이 출사를 하게 되면 네 앞길을 닦아놓을 것이니..

임서방(E) : (방밖에서) 대감마님! 궐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요.

윤지임 : 궐에서?



s#37. 어느 길


윤원로와 윤원형을 태운 사인교가 앞장서고(*임서방이 배행한다)

그 뒤로 배천댁과 탄실이가 배행하는 김씨의 가마가 따르고 있다.


윤원로 : (뭔가 찔리듯) 중전마마께오서 우리 형제를 어찌 불러들이시는게냐?

윤원형 : (농조) 혹시 모르지요, 형님이 하도 벼슬, 벼슬하시니까 중전마마께오서 능참봉직이라도 한자리 내려주실런지요?

윤원로 : (찔리는)..헌데 어찌 제수씨까지 함께 불러 들이시는게냐?

윤원형 : 그거야, 형님 제수씨가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하였으니 중전마마께오서 위로를 해주시려고 하시는게지요..

            (김씨 가마를 돌아보며) 아니 그렇소, 부인?



s#38. 동 흔들리는 김씨 가마 안


김씨, 무표정한 얼굴위로.


원로,원형,김씨(E) :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s#39.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윤원로와 윤원형, 김씨를 본다.

윤원로, 바늘방석에 앉은 듯 윤비의 눈치를 살피는데.


윤비 : (김씨를 보며) 내 두분 오라버니와 긴히 나눌 말이 있으니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겠소?

김씨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일어서는데)

윤비 : 엄상궁.

엄상궁(E) : 예.

엄상궁 : (방문이 열리면 들어서며)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작은 오라버니 안으서를 곁방으로 뫼시게.

엄상궁 : 예, 마마. (김씨에게) 따르시지요.


김씨, 엄상궁을 따라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윤원로를 근엄하게 본다.

윤원로, 윤비의 시선을 피하며 안절부절하는데.


윤원형 : (윤비와 윤원로를 보다가) 중전마마, 어찌 형님을 그리보시옵니까?

윤비 : ...

윤원형 : (윤원로를 보며) 형님, 왜 그러시는 게요?

윤원로 : ...

윤비 : 큰오라버니, 긴말 하지 않겠습니다. 이길로 집에 돌아가시어 이사람의 명이 있을때까진

         대문밖으로 한발자국도 나오시지 마세요!

윤원로 : 저, 마마..

윤비 : 그 입 다무세요!

윤원로 : (찔끔)...!

윤원형 : 마마, 어찌 형님께 금족령을 내리시는 것이옵니까? 형님께서 무슨 대죄라도 지으신 것이옵니까?

윤비 : 큰 오라버니께 여쭤보세요.

윤원형 : 형님!

윤원로 : 마마! 시생, 하루라도 빨리 출사를 하여 중전마마를 지켜드리겠다는 뜻을 어찌 모르시옵니까?!

            시생은 중전마마에 대한 충정으로..

윤비 : 오라버니! 외척이 역모고변에 앞장서서 무얼 어찌하시겠다는겝니까?!

윤원형(E) : (놀라)..여,역모고변이요?

윤원로 : 하오나 마마, 이번일만 성사되면 시생 당당히 조정으로 들어와...

윤비 : (연상 쾅-) 오라버니께서 이사람 명을 거역한다면 내 오라버니와의 연을 끊을 것입니다! 그리해도 좋겠습니까?!

윤원로 : 마마..

윤비 : 연을 끊어도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윤원로 : (고개를 푹 숙이며) 마마의 명에 따르겠사옵니다.

윤비 : (윤원형을 보며) 작은 오라버니께서도 이 사람이 대군을 생산하기 전까지는

         조정 일에는 말을 뱉거나 발을 내딛시어서는 아니되십니다.

윤원형 :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 허면 두분 오라버니께서는 먼저 퇴궐하세요. 내 작은 오라버니 안으서에게 이를 말이 있습니다.

윤원형,원로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조아리고 일어서서 나간다)

윤비 : (나가는 윤원로의 뒷모습을 못마땅하게 보는)...



s#40. 어느 길


윤원로와 윤원형, 임서방이 배행하는 사인교를 나란히 타고 온다.


윤원형 : 형님, 어쩌자고 부사리처럼 무모한 짓을 하고 다니시는게요?

윤원로 : 원형아, 네 어찌 가문의 장남인 내 심정을 알겠느냐?

윤원형 : 장남이고 차남이고 간에 누울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시어야지요! 그자들이 어떤 자들인데 형님한테 벼슬을 주겠소?

            괜히 공신들의 화살받이 노릇하시다가 고슴도치 되기 십상이요. 중전마마 말씀대로 두문불출 하시면서

            이 아우와 서책이나 읽읍시다.

윤원로(E) : 네 어찌 참새가 봉황의 뜻을 알겠느냐?


윤원로와 윤원형을 태운 사인교가 어디론가 간다.



s#41. 중궁전 방 안


윤비와 김씨,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았다.


윤비 : 차 드세요.

김씨 : 예, 마마. (찻잔을 든다)

윤비 : 오라버니 안으서께서 그동안 마음 고생이 많이 하시었던걸 이사람도 잘 압니다.

김씨 : ...

윤비 : 또한 난정이를 본댁으로 들여보내라 명한 일에 대해서도 섭섭한 마음이 많으실겝니다.

김씨 : 소첩, 중전마마께오서 난정이를 집에 들이라 명하신 뜻을 잘알고 있사온데 어찌 섭섭한 마음이 있사오리까?

윤비 : 명한 뜻이라니요?

김씨 : 지난번 소첩의 조부와 숙부께서 중전마마께 위해를 가하려는 대죄를 지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아무리 출가외인이라고는 하오나 소첩은 마마의 가문에 누를 끼쳤사옵고 앞으로도 그럴수 있음이온데

         어찌 소첩에게 서방님의 내조를 맡기실수 있겠사옵니까?

윤비 : ..

김씨 : 소첩, 중전마마의 뜻을 받들것이오니 심려 거두시옵소서.

윤비 : (보다가) 사내들의 마음을 잡으려면 자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들 말입니다.

김씨 : 예에?

윤비 : 난정이가 첩실이라고는 하나 자색이 빼어나고 총기가 넘치는 아입니다. 작은 오라버니를 난정이에게 빼앗기지 않으시려면

         난정이 보다 먼저 아들을 낳으세요. 그래야 조강지처 자리를 지키실수 있으십니다.

김씨 : (놀라보는)...!

윤비 : 이사람, 오라버니 안으서께 청이 있어 들라했습니다.

김씨 : 청이라니요, 마마?

윤비 : 봉은사에서 이사람의 아들생산 불공을 드려주세요.

김씨 : (놀라는)...



s#42. 당추 암자 법당 안


난정, 부처님을 간절한 표정으로 올려다 보는 얼굴 위로.


난정(E) : 대자대비하오신 부처님, 이년의 죄를 용서 하시옵소서..

             (울먹이는) 이년의 어미와 이 년의 업보를 또 내리물림 할 수는 없사옵니다..

             (법당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흐느끼는)..부처님 죄많은 이년을 용서하시옵소서...흐흑..



s#43. 동 당추 암자 방 안


난정, 간장이 가득 담긴 바가지를 앞에 놓고 앉아 있다.

난정, 바가지를 회한 가득한 표정으로 내려다 본다.

난정, 결심했다는 듯 바가지를 두손으로 받쳐들고 간장을 꿀꺽꿀꺽 마신다.

일그러지는 난정의 얼굴.. 난정, 숨을 몰아쉬며 고통을 참아내며 간장을 들이킨다.

난정, 바가지를 떨구고 방바닥에 쓰러지며 고통스럽게 헛구역질을 해댄다.


난정 : (간신히 헛구역질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는)...!



s#44. 대궐 후원 연못 일각


복성군, 난간에 걸터 앉아 연못을 내려다 보는 참담한 얼굴위로.


복성군(E) : 정녕, 정녕 이 궐을 떠나야한단 말인가?! 정녕?!


세자, 박상궁과 동궁내관과 상궁나인 호위별감 등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세자 : (복성군을 보고 다가오며) 복성군 형님.

복성군 : (세자를 보고 일어나 털썩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

세자 : 형님, 어찌 이러시옵니까?

복성군 : (눈물 글썽) 세자저하, 이 못난 형이 궐안에서 살수 있게 해주시옵소서.

세자 : 형님,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복성군 : 세자저하께오선 주상전하께오서 중전마마의 폐위전교까지 거두게 해주시지 않으셨사옵니까?

            부디 이 형을 불쌍하게 여기시어 주상전하께 주청을 드려주시옵소서.

세자 : 형님, 그리는 못하옵니다!

복성군 : 예에?

세자 : 장성한 왕자가 혼례를 치루면 궐밖으로 나가는 것은 대궐의 지엄한 법도이옵니다.

         아바마마께오서도 법도를 바꾸시지는 못하옵니다.

복성군 : ...

세자 : (복성군의 손을 쥐며) 형님, 이 아우가 형님이 보고싶으면 궐안으로 자주 부를것이니 너무 섭섭해 마시옵소서.

복성군 : ...



s#45. 경빈 처소 마당


복성군, 굳은 표정으로 일각문 안으로 들어온다.

금이, 복성군쪽으로 쪼르르 달려와 조아린다.


금이 : 복성군마마 오시옵니까?

복성군 : 어머니께 고하여라.

금이 : 예. (처소쪽에다) 경빈마마, 복성군마마 드셨사옵니다.

복성군 : ...



s#46.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비장한 표정의 복성군이 앉아있다.


복성군 : 어마마마, 소자의 혼처가 정해졌다고 들었사옵니다.

경빈 : (마음이 아프지만 애써 담담한) 예, 파평윤씨 일문인 윤인범의 여식입니다..이 어미가 알아본 바로는

         규수의 인물도 출중하고 총기도 넘치니 복성군의 배필로는 손색이 없는 듯 합니다.

복성군 : 어머니, 정녕 소자를 버리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 복성군을 버리다니 그 무슨 가당치도 않은 말씀이오?!

복성군 : (눈물이 흐르는)..소자, 이제껏 한번도 궁을 떠나 살게 된다는 생각을 해본 일이 없사옵니다.

경빈 : (아픈)..복성군...

복성군 : 어머니, 소자 두렵사옵니다. 어머니 품을 떠나 궐밖으로 나가 사는 일이 참으로 두렵사옵니다...

            소자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옵니다...흐흑..어머니 소자를..소자를..버리지 말아주시옵소서...

경빈 : (복성군쪽으로 내려와 안아주며) 복성군.. 이 어미도 복성군을 떠나보내고 어찌 살아야할지 가슴이 미어집니다.

         허나 견뎌내시어야 합니다. 참아내셔야 합니다. 그리 몇 년만 참아내시면 반드시 반드시 이 어미가

         복성군을 불러들일 것입니다..반드시요.. 허니 이 어미를 믿으세요, 믿으세요!

복성군 : ..어머니...흐흑..

경빈 : (안아주며)..복성군..(눈물을 흘린다)



s#47. 대궐 일각


심정, 서성거리고 있는데 박희량, 급한 걸음으로 다가온다.


심정 : (박희량을 보며) 오, 어찌되었는가?

박희량 : (심정의 귀에 뭐라고 속삭이는)..

심정 :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게 참말인가?

박희량 : 예, 틀림없사옵니다.

심정 : 애썻네..(급하게 어디론가 간다)

박희량 : (야릇한 미소)...



s#48. 빈청 안


김전, 홍경주, 김안로, 윤임, 남곤, 김제학이 앉아있다.

심정, 급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심정 : 대감들, 되었소이다. 확증을 잡았다고 하옵니다.

홍경주 : 그래요?! 허면 강녕전으로 가십시다. (일어선다)

남곤 : 그러시지요!


홍경주, 남곤, 심정, 윤임, 김제학 등이 일어서서 먼저 빈청 밖으로 나간다.


김전 : (나가려다 멈춰서 김안로에게) 내 이번 일을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김안로 : 숙부님, 세자저하와 우리 가문이 사는 길이옵니다.

김전 : 음..!

김안로 : 가시지요..


김안로와 김전, 빈청 밖으로 나간다.



s#49. 중궁전 방 안


윤비, 엄상궁을 놀란 눈으로 본다.


윤비 : 뭐라? 조정대신들이 강녕전 앞에서 연좌를 한단 말이냐?!

엄상궁 : 예, 마마! 조정대신들이 연좌를 하다니 참으로 해괴한 일이옵니다.

윤비 : (뭔가를 생각하다가) 엄상궁, 내 강녕전으로 걸음을 할 것이다.

엄상궁 : 예에? 지금 말씀이옵니까?

윤비 : 그래, 그자들이 무어라 하는지 내 눈으로 보고 듣고 싶구먼.


윤비,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가면 엄상궁이 그 뒤를 따른다.



s#50. 편전 마당


김전, 남곤, 심정, 홍경주, 김안로, 윤임, 김제학 등이 댓돌위에 연좌를 하고 있다.


김전 : 전하, 신들이 역모로 고변한 안당을 국문하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일동 :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s#51. 동 편전 방 안


중종, 인상을 쓰며 분노를 삼키고 있다.

박승지, 윗목에서 중종의 안색을 살핀다.


중종 : 조정대신이란 자들이 어찌 이리할 수가 있는가?! 어찌?!



s#52. 동 편전 마당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 등을 거느리고 편전쪽으로 걸어온다.

경빈, 합문을 통해 향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들어온다.

윤비, 멈춰서서 조정신료들이 연좌하는 것을 본다.

윤비와 김안로의 시선이 마주친다.


윤비 : ...

김안로 : ...

윤비 : (문득 시선을 돌려 경빈쪽을 보는)..

경빈 :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윤비를 본다)

윤비 : ...



s#53. 당추 암자 근처 절벽


난정,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다.

난정,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는 얼굴 위로.


난정(E) : ..아가..이 못난 에미를 원망하거라..


난정, 눈을 감고 절벽아래로 몸을 날린다.

난정, 절벽 비탈을 거칠게 굴러 바닥에 몸을 부딪친다.

난정,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며 점점 눈이 감긴다..


난정 : ..아가..아가..


난정, 고개를 툭 떨구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