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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9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1,346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91











S#1. 난정모 집 마당


당골네, 안절부절하여 방문 쪽을 엿듣고 있다.



S#2.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뺨을 감싸쥔 채 윤원형을 쏘아본다. (*90회와 이어지는)


윤원형 : (분노한) 난정아! 네 어찌 서방한테는 일언반구도 없이 내 핏줄을 지웠단 말이냐?!

            네 정녕 나와의 인연을 끊겠다는 심사였더냐?

난정 : (매몰차게) 이년이 뱃속에 든 아이를 지운 일로 서방님께오서 이년을 내치시겠다면

         이년도 서방님과의 인연에 연연하지 않을것이옵니다!

윤원형 : 뭬,뭬야?! 네 지금 그걸 말따위라고 내뱉는 것이냐?!

난정 : (쏘아보며) 서방님과 더는 말씨름 하고 싶지 않사옵니다. 이년 서방님 뜻을 뼈에 사무치도록 잘 알았사오니

         이만 내 집에서 나가주시지요!

윤원형 : 뭐라?! 내 뜻이라니?!

난정 : 서방님께오서 이년에게 손찌검까지 하신 것은 이년보다 윤씨 가문의 핏줄을 더 중하게 여기신다는 뜻이시겠지요!

         이년 그런 서방님을 믿고 평생을 맡길 수 없사오니 나가달라 이 말씀이옵니다! (고개를 휙-돌려 버린다)

윤원형 : (어금니를 물며) 네 어찌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한술 더 뜬단 말이냐?! 네 이리도 독한 계집이었단 말이냐?!

난정 : (외면한 채)...

윤원형 : (일어서며 무섭게 쏘아보며) 오냐! 내 두 번 다시 너를 찾지 않을 것이다! (거칠게 방문을 박차고 방 밖으로 나가버린다)

난정 : ...!



S#3. 동 난정모 마당


윤원형, 분기로 씩씩대며 방밖으로 나온다. (*임서방은 없다)

당골네, 난정이 마셨던 약의 정체를 알기에 어쩔줄 몰라 서있다가..


당골네 : (윤원형에게)..저, 나으리..실은..

윤원형 : (휙-쏘아보며 버럭)..뭔가?! 내게 할 말이라도 있는가?!

당골네 : (윤원형의 서슬에 찔끔하여 움츠려드는)..아,아니옵니다요..

윤원형 : (대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당골네 : (울상되어)..아유, 이 일을 어째? ..(걱정 가득하여 방문쪽을 본다)



S#4. 동 난정모 방 안


난정, 꼿꼿하던 얼굴에서 글썽거리던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난정, 방바닥에 몸을 무너뜨리며 흐흑-서럽게 울어댄다.



S#5. 중궁전 외경


조상궁과 대비전 상궁나인들을 비롯하여 금이, 향이, 창빈처소 상궁나인들이 서있는 모습 위로.


자순대비(E) : (호통) 중전, 어찌 왕실의 손을 끊으려는 무엄한 짓거리를 하시려는 게요?!

금이,향이 : (놀란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



S#6. 동 중궁전 방 안


윤비와 자순대비, 굳은 표정으로 마주 앉아있고

그 뒤편으로 경빈, 희빈, 창빈이 두사람을 주시한 채 서있다.


자순대비 : 중전, 내 더는 길게 말하고 싶지 않소이다! 당장 세분 빈들에게 공주생산 불공을 드리라 내리신 명을 거둬들이세요!

윤비 : 대비마마, 신첩 그리는 못한다고 분명 말씀 드리지 않았사옵니까?!

자순대비 : 중전! 끝까지 이 시에미 말을 거스르시겠다는게요?!

윤비 : 대비마마, 신첩도 대군이 아니라 공주를 생산하겠다는 뜻이 왕실의 후사를 번창케 하려는 대의에 위배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그걸 잘 아시는 중전께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게요?!

윤비 : 마마, 신첩이 공주를 생산하고자 하는 뜻은 모두 세자를 위한 신첩의 마음이오니 깊이 헤아려주시옵소서.

희빈(E) : (냉랭한 미소) 세자를 위해서라니?! 흥, 참으로 그럴싸한 핑계시구려!

창빈(E) : 중전마마께오서 세자저하를 위하시는 마음이 어찌 이리도 깊으실까?

경빈(E) : 창빈, 당치도 않소! 이사람 눈에는 중전이 대군을 생산하실때까지는 세자를 방패막이로 내세우고자 하는

              시꺼먼 속내가 훤히 보이는구려! 호호..

자순대비 : 지난번에도 중전께서는 원자의 밝은 앞날을 위해 회임을 하지 않으시겠다는 천명을 하시었소이다!

               허나 지금은 원자가 왕세자로 책봉되어 이 나라의 대통이 바로 세워졌거늘

               어찌 세자를 위해서 공주를 생산하시겠다는 것이요?! 이 늙은이는 중전께서 도시(都是) 무슨 생각에서

               그리 말씀하시는지 이해가 아니됩니다.

윤비 : 대비마마, 신첩 역시 대군을 생산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옵니다! 신첩 지난번 폐위당할 뻔한 일을 겪으면서

         대군을 생산치 못한 중궁의 자리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참으로 깊이 깨우쳤사옵니다.

자순대비 : 헌데요?

윤비 : 하오나 지금은 신첩의 안위보다는 세자가 무탈하게 장성하여 보위를 이어받는 것이 더 중차대한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께서 대군을 생산하시면 세자가 대통을 잇는 일이 위태로워진다는 말씀이시오?

윤비 : 분명, 그러하옵니다!

자순대비 : 뭬요? 중전께선 어찌 그리 생각하시는 겝니까? 이 늙은이는 도무지 중전의 생각을 알수가 없구려.

윤비 : 마마, 대통을 이을 세자라 할지라도 조정에 바쳐줄 세가 없다면 모래 위에 지은 누각처럼

         언제 발밑이 허물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자리이옵니다.

자순대비 : ..음.

윤비 : 신첩이 살펴보건데 지금 세자의 지근에는 판부사대감과 희락당대감이 있으실 뿐이옵니다.

         하오나 판부사대감은 외척이시기에 조정일에 깊이 관여하실수는 없는 형편이옵고,

         희락당대감은 지난번 뇌물비리에 연루되어 중궁전을 음해하려던 일로 전하와 조정의 신망을 잃었사옵니다.

         또한 대의명분을 숭상하여 세자를 바쳐줄 사림들은 근자에 조정공신들이 안당대감을 역모로 고변한 일로

         당장이라도 조정에서 찍혀져 나갈 풍전등화의 처지가 아니옵니까?!

         정황이 이러할진대 조정에 누가 있어 세자를 끝까지 지켜줄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결연한) 중전, 세자는 주상과 이 늙은이가 지켜줄 것입니다!

윤비 : 예, 신첩 어찌 그걸 모르겠사옵니까?! 하오나 신첩이 대군을 생산하온다면 전하의 사랑이 대군에게 쏠릴 것은

         자명한 일이옵니다. 신첩 또한 내 배로 낳은 대군이 전하와 대비마마의 괴임 받기를 원할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옵니다!

         그리되오면 세자와 중궁전의 거리가 멀어질 것이 자명하옵니다.

자순대비(E) : (수긍하는 얼굴위로)..그래요..그럴 겝니다.

윤비 : 하오나 신첩이 참으로 저어하는 일은 신첩이 대군을 생산한 연후에 조정에서 중궁전을 바쳐줄 세가 형성되는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뭐요? 중궁전을 바쳐줄 조정의 세가 형성될 것이다?

윤비 : 예, 작금의 조정신료들은 후궁소생의 왕자들의 뒷날까지도 기약하는 터이오니

         정비인 신첩 소생인 대군에게도 그럴 것이 자명할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음!

경빈,희빈,창빈 : (굳어지고, 찌푸리고, 심기 불편한 각자의 표정)...!

윤비 : 마마, 신첩이 이번에 오라비들의 출사를 막은 일이나 복성군을 비롯한 후궁소생 왕자들의 성혼을 서두른 일은

         모두 다 세자에게 터럭만큼이라도 위해를 끼칠 빌미를 제거하려는 뜻이었사옵니다.

경빈(E) : (일그러지는) 뭬야?!

희빈(E) : (짜증스러운)...?!

경빈 : 중전마마, 그 무슨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까?! 신첩들 소생 왕자들이 세자저하에게 위해를 끼치다니요?!

윤비 : 경빈, 그 입 다물라! 네 어찌 웃전들 말씀에 끼어들어 토를 다는것이냐?!

경빈 : (움찔)...!

윤비 : 대비마마, 신첩의 뜻을 깊이 상량하여 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내 중전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중전께서 너무 앞서 가시는 듯 싶소이다.

윤비 : 마마, 폐주 연산주 때의 일을 잊으시었사옵니까?!

자순대비 : (흠짓 보며) 연산주때의 일이라니요?

윤비 : 신첩, 주상전하께오서 사가에 계시올 때의 일을 듣자니, 연산주의 대통을 이을 세자가 정해진 연후에

         더더욱 핍박을 받으시었을 뿐 아니오라 언제 역모에 휩쓸려 사약을 받으실지 몰라 항상 머리맡에 의관을 마련해 두시고

         잠자리에 드셨다고 알고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당시의 일이 떠오르는듯)..그랬었지요.. 이 늙은이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수였으니까요..

윤비 : (눈물까지 글썽) 마마, 신첩은 왕실에서 두 번 다시, 두 번 다시 한 아버지의 핏줄을 받은 왕자들간에

         골육상쟁을 벌어져서는 아니될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허면 중전께서는 세자가 대통을 잇는 그날까지는 대군을 생산하시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이오?

윤비 : 예! 신첩, 진심으로 그러길 바라옵고 바라옵니다!

자순대비 : 허나 그것이 사람의 힘만으로 되는 일이겠소?

윤비 : 하늘과 조종조께오서 신첩의 뜻을 알아주시온다면 신첩에게 공주를 점지해 주실 것이라 믿사옵니다!

자순대비 : ..음!

경빈(E) : (경련까지 일으키며) 저,저런 가증스러운! 중전이 아들을 낳고자 원하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거늘! 어찌?! 어찌?!

희빈(E) : (반신반의)..정녕 중전께서 공주를 생산하시기를 원하는 것인가?

창빈(E) : (감동한) 중전마마께오선 참으로 높고도 깊으신 마음을 지니셨사옵니다.

윤비 : ...

자순대비 : 이 늙은이가 중전의 가상하고 깊고 깊으신 마음을 잘 알았소. 허나 조종조의 전례를 살펴보아도

               왕실에서 따님 생산을 위한 불공을 드린 일도 없고 또 차후에도 전례가 되어서는 아니될 것이요.

               허니 중전이 세분 빈들에게 내린 명을 거두어 들이세요.

윤비 : ...

자순대비 : 중전, 부디 이 늙은이의 간곡한 청을 뿌리치지 마시구려.

윤비 : ..신첩, 마마의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끄덕이며)..중전..참으로 고맙구려..(윤비의 손을 맞쥐며) 이 늙은이는 중전의 복중 용종이 대군이든 공주든

               무탈하게 생산하시길 바랄것이요.

윤비 : 황감하옵니다.

경빈 : (울그락불그락하여 쏘아보는)...!



S#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희빈, 창빈이 방안으로 들어와 각기 자리에 앉는다.


경빈 : (분기 가득한) 허! 중전께서 아들을 생산하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어찌 대비마마께오서 중전마마의 감언이설에 그리쉽게 넘어가신단 말인가?!

창빈 : 경빈, 속단하지 마세요! 중전마마께오선 세자저하를 위하시는 마음이 참으로 크시어 그러시는겝니다!

경빈 : (휙-쏘아보며) 뭬요?

희빈 : 이사람도 중전마마의 말씀에 거짓은 없으신 듯 들렸소이다.

경빈 : 허! 이리도 아둔하고 아둔할데가 있나?! 두분은 금원군과 덕흥군이 세자저하께 위해를 끼칠수있기에

         궐밖으로 쫓겨나가야 된다고 말씀하시는게요?!

창빈 : 대궐법도가 그런걸 우린들 어쩌겠소?!

경빈 : (연상 쾅-) 그놈의 법도! 법도! 법도! 중전께서 후궁들에게 공주생산 불공을 드리라고 명 하시는 것은

         대궐법도에 맞는 일이랍디까?!

희빈 : 경빈, 그리도 분하면 중전마마 면전에서 따지실 일이지 왜 우리에게 역증(逆症)을 내는게요?!

경빈 : 어찌 이리도 중전마마의 속내를 꿰뚫어 보시질 못하는게요?! 참으로 답답하오이다!

         중전마마께오선 세자저하를 위해 따님을 생산하시겠다고 천명하시었지만 뒤로는 이번에 대군아기씨생산을 위해

         무슨 짓거리든 하실 분이시란 걸 어찌 모르십니까?!

창빈 : 경빈, 지금 조정에서 중대한 옥사가 벌어지고 있는터에 우리 내명부에서 큰 소리를 내는 것은 좋지 못한 듯 싶습니다.

희빈 : 암요,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하든 공주를 생산하시든 우리 금원군이 궐안에서 기거하게 되는 것은 아닌것을요!

경빈(E) : (한심하다는 듯 보며) 이런 멍청한 것들! 이러니 중궁전의 꼭두각시 놀음에 놀아나지!

희빈 : 창빈, 괜한 걱정일랑 똑똑하신 경빈 혼자 하게 놔두고 이사람 처소로 가서 차나 드십시다. (일어서면)

창빈 : (일어서며) 그러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희빈,창빈 : (경빈을 비웃듯 힐끔 보고는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저, 저런 못난 위인들 같으니!

경빈(E) : (벼르는) 중전, 어디 두고보시구려! 이사람이 언젠가는 중전의 표리부동한 두 얼굴을 만천하에 밝혀내고야 말 것이야!

              (어딘가를 휙-돌 아보는)



S#8.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엄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엄상궁, 전하께오선 지금 어찌하고 계신다더냐?

엄상궁 : 전하께오선 친국을 하시러 의금부로 납시셨다고 하옵니다.

윤비 : (굳는)..친국이라?

엄상궁 : 예, 안당대감과 그 자제분은 물론이고 역모로 고변된 젊은 선비들이 금부로 압송되었다고 하옵니다.

윤비(E) : 그래, 전하께오서 이번 옥사를 전하께오서 어찌 처결하실지 내 입을 닫고 지켜만 볼 것이야.



S#9. 대궐 일각


중종, 굳은 표정으로 보교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 뒤를 대전내관과 김상궁, 무예별감 등이 따르고 있다.



S#10. 의금부 마당


김전, 홍경주, 남곤, 이유청(*), 심정, 김안로, 판서급 대신들이 당상자리에 서있다. (*김제학은 없다)

금부도사의 지휘로 군졸들이 안당과 안처겸 부자와 선비등을 형틀 의자가 있는 곳으로 거칠게 끌고 온다.


안당 : (김전 등을 보며) 대감들! 대체 이사람과 여기 있는 젊은 선비들을 대체 무슨 죄로 잡아온 것이오?!

신료일동 : (시선을 피하는)...

김안로 : 대감은 역모를 꾀한 혐의로 고변되었소이다!

안당 : 뭣이라?! 이사람이 죄가 없음은 대감들이 잘 알고 있으신데 역모라니?!

남곤 : (휙-보며) 죄가 있고 없음은 문초를 해보면 백일하에 드러날 터이니 너무 조급하게 굴지 마시구려!

안처겸 : 하하하! 아버님.

홍경주 : 네가 실성을 했느냐? 어찌 죄인된 자가 당상관들 앞에서 웃음을 보이는 것이냐?!

안처겸 : 조정의 큰 도적들이 당상입네 하고 앉아있는 꼬락서니가 참으로 우스워서 그렇소이다! 하하하!

신료일동 : (굳는)...!

남곤 : (분노한) 화천군, 죄인이 국문장의 당상관들을 이리 기망하도록 내버려두실 작정이시오?!

심정 : (금부도사에게) 죄인의 입을 막아라!

금부도사 : 예! 죄인의 주둥이를 다스려라!

군관 : 예! (군졸들에게 눈짓하면)

형졸들 : (안처겸에게 달려들어 사정없이 몽둥이 찜질을 해댄다)

안처겸 : (피투성이가 되어 비명을 질러대는데)..

대전내관(E) : 주상전하 납시오!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 호위별감 등을 거느리고 의금부마당으로 들어선다.

조정신료들과 금부도사, 군졸들이 일제히 예를 갖춘다.

중종, 금부 대청위로 올라 교의에 앉는다.


중종 : (안당을 노려보며) 영모당, 그대는 좌의정을 역임한 조정의 중신이거늘 어찌하여 자식들과 작당하여 역모를 꾀했는가?

안당 : 역모라니?! 당치도 않사옵니다! 신은 평생 전하와 이나라 종묘사직을 위해 충성을 다바친 일밖에는 없사옵니다!

         그것이 역모이옵니까?!

중종 : (안처겸을 보며) 안처겸, 너는 평소 조정에 불만을 품고 조정대신들을 참살할 마음을 먹었다고 들었다!

안처겸 : (격앙된) 그렇사옵니다! 조정에서 전하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소인배들의 목을 쳐낸다면

            전하와 이 나라 종묘사직이 바르게 설 수 있다고 믿사옵니다!

신료일동 : (당혹스럽고, 일그러지고)...

홍경주 : 저,저런! 죽일놈!

중종 : (벌떡 일어서며) 이런 괘씸한! 과인이 중용한 조정신료들을 참살하겠다는 것은

         곧 과인에 대해서도 다른 마음을 먹었음이 자명할 터! 네가 누구를 추대하려고 하였느냐?!

안당 : (놀라) 추대라니요?! 당치도 않사옵니다! 신의 자식이 젊은 혈기로 과격한 언사를 토로한 적은 있사오나

         모두가 우국충정에서 나온 것일뿐 다른 마음을 먹은 일은 결코 없사옵니다!

안처겸 : 조정의 쇄신과 개혁정치의 열망을 품은 것을 어찌 역심이라 하시옵니까? 신들의 충정을 깊이 헤아려 주시옵소서!

중종 : 뭣들 하느냐?! 죄인들이 바른 말을 토설할 때까지 주리를 틀라!

심정 : 주리를 틀라신다!

금부도사 : 예! 주리를 틀랍신다!


군관의 지휘로 형졸들이 안당과 안처겸에게 달려들어 주리를 튼다.

안당과 안처겸, ''전하-''를 부르며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러댄다.


중종 : (교의에 앉으며 그 모습을 노려보는)...!



S#11. 갖바치 방 안


윤원형, 급히 마시고 술잔을 소반위에 탁-내려 놓는다.


윤원형 : (울화가 치미듯) 허어, 인두껍을 쓰고 어찌 그런 모진 짓거리를 할 수 있단 말이오?! 뱃속에 든 내 핏줄을 지우다니요?!

갖바치 : (윤원형 잔에다 한잔 따라주며)..허면 나으리께오선 난정이를 버리실 것이옵니까?

윤원형 : 그렇소! 내 그 애를 두 번 다시 찾지 않을 것이외다! (다시 급히 마시는)

갖바치 : 나으리, 그리 모진 짓거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난정이의 심정은 헤아려 보시었사옵니까?

윤원형 : 난정이의 심정이라니요?!

갖바치 : 짐승들도 제 새끼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내던 지는 것이 섭리지요! 하물며 사람이야 오죽 하겠사옵니까?

윤원형 : 그러니 내 난정이가 더더욱 용서가 아니된다 이 말이오!

갖바치 : 나으리, 난정이가 뱃속에 든 아이를 지우려고 했던 까닭이 무엇이었는지,

            또한 어미된 자의 가슴이 얼마나 찢어질 듯 했는가는 어찌 헤아리지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윤원형 : (휙-보며) 선생, 어찌 난정이의 역성을 드는 것이오이까?!

갖바치 : 부부는 일심동체라 하였사옵니다. 나으리께오서 난정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시어 함께 아파하실 수 없다면

            이쯤에서 난정이와의 연을 끊는 편이 나을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 허어, 가재는 게편이라고! 내 잘못 찾아왔구먼! (벌떡 일어서며) 난정이가 내 전정에 부귀영달을 가져다 준다할지라도

            내 핏줄을 낳지 않겠다는 계집을 무에 쓰겠소이까?! 나 역시 그런 계집과는 연을 끊을것이고

            또한 그런 계집의 역성을 드는 자와도 연을 맺지는 않을 것이외다! (방밖으로 휙-나가 버린다)

갖바치 : (술잔을 들어 마시는)...



S#12. 동 갖바치 마당


윤원형, 분기로 씩씩대며 마당으로 내려서서 방쪽을 휙-노려본다.

방백인, 윤원형쪽으로 다가온다.


방백인 : 나으리, 어찌 벌써 가시는 것이옵니까?

윤원형 : 내 두 번 다시는 이 집에 발걸음을 하지 않을 것이야! (대문 밖으로 휙-나가 버린다)

방백인 : 허어, 어찌..?

임백령 : (뒷곁에서 다리를 쩔뚝이며 다가오며) 저 양반이 누구요?

방백인 : 중전마마의 작은 오라버니 되시는 분이지요.

임백령 : 중전마마의 작은 오라버니?



S#13. 갖바치 대문 앞 길


윤원형, 성난 표정으로 오다가 멈춰서서 대문쪽을 휙-돌아보는 얼굴위로.


윤원형(E) : 흥, 가슴 찢어질듯한 난정이 심정이라고?! 아무리 서출이라 하여도 첫 자식을 잃은 애비된 자의 심정은

                 어찌 헤아리지 못하는겐가?! 두고 보아라, 내 두 번 다시 천출들과는 상종을 하지 않을 것이야! (급하게 가버린다)

길상 : (윤원형의 뒷모습을 보는)...!



S#14. 난정모 방 안


난정, 이불을 쓰고 누워 땀범벅 된 얼굴로 신열에 들뜬 괴로운 신음을 흘리고 있다. (*마치 낙태를 한듯한 느낌의)


난정 : ..아가..아가..흐흑..(눈물이 길게 흐른다)



S#15. 당추 암자 방 안


당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당추, 미간이 움찔거리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S#16. 후레쉬 백


당추, 계향(*)에게서 아기를 받아내고 있다.

당추, 아기의 탯줄을 이빨로 물어 뜯는다.

계향, 당추에게 아기를 부탁하고 숨을 거둔다.



S#17. 동 당추 암자 방 안


당추, 눈을 번쩍 뜨고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당추 : 음..모두가 업보인 것을..업보인것을.. 나무관세음보살..나무관세음보살..



S#18. 의금부 마당


안당과 안처겸을 비롯한 잡혀온 선비들이 주리를 틀리거나 형장을 맞으며 질러대는 비명으로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다.

중종, 냉랭한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손을 들어 보인다.


심정 : (중종의 손짓을 보고 금부도사에게) 멈추어라!

금부도사 : 멈추랍신다.

형졸들 : (고문을 멈춘다)

중종 : 죄인들은 아직도 죄상을 자복하지 않겠는가?!

안당 : (고통을 참으며)..전하, 신은 역심을 품은 일이 결단코 없었사옵니다!

중종 : (조객록과 역군명부를 들어보이며) 이 속에 죄인들과 역모를 꾸민 주모자들과 군사들의 명단이 적혀있는데도

         시치미를 잡아 뗄 셈이냐?!

안당 : 며, 명단이라니요?!

중종 : 이것을 죄인에게 보이라! (조객록과 역군명부를 대전내관에게 건네면)

대전내관 : (받아 심정에게 전한다)

심정 : (받아들며) 예. (금부도사에게 다시 전하면)

금부도사 : (두권의 책을 안당에게 펼쳐보인다)

안당 : (내용을 살피다가)..이,이것은..?

중종 : 이제야 이실직고 하겠느냐?!

안당 : 전하, 여기에 적힌 이름들은 신의 안해 초종때 문상을 온 조객들과 발인때 일꾼들의 명부이옵니다.

중종 : 뭣이라?! 명백한 물증과 증인이 있거늘 죄인은 어찌 죄상을 자복하지 않으려는게냐?!

안처겸 : (분통이 터지는) 전하, 억울하고도 억울하옵니다! 이는 신들을 음해하려는 누군가의 모함이옵니다!

            증인이 있다면 대질케 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역모를 고변한 자들을 불러오라!

심정 : 예! (금부도사에게) 사간원정언 박희량과 송아무개를 불러들이라!

금부도사 : 예. (어딘가를 돌아보며) 증인들을 불러 들이랍신다!


군관, 뒤편에서 박희량과 송사련을 데리고 나온다.


안당 : (송사련을 충격으로 보는) 아,아니, 너는?!

송사련 : (안당의 시선을 피하며 걸어오는)..

안처겸 : (박희량을 놀란 눈으로 보며) 아,아니, 저 놈은?!

박희량 : (안처겸에게 보는 얼굴에 야릇한 미소가 스친다)..

심정 : 증인들은 주상전하의 하문에 추호도 거짓없이 답을 올려야 할 것이다!

박희량 : 신, 하늘 같으신 주상전하의 용안 앞에서 어찌 티끌만한 거짓이라도 아뢸수가 있겠사옵니까?! 하문하시옵소서!

중종 : 너희들은 어인 연유로 안당부자의 역모를 고변하였는가?

박희량 : 신은 사간원 정언 박희량이라 하옵니다. 신, 죄인 안처겸이 평소 역당의 무리들과 조정을 갈아 엎어버리겠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을 들었사옵고 또한 죄인 부자가 인적이 드문 정자에서 만나 조정을 도모해야한다고 밀담을 나누는 것을

            목도 하였사옵니다!

안당,안처겸 : (''아뿔사!''의 느낌)...!

남곤(E) : (미소가 번지는) 아주 쓸만한 쓸개로구먼..

송사련 : 이놈 송사련이라 하옵니다. 안당에게는 성이 다른 조카가 되옵고, 안처겸과는 고종사촌이옵니다.

            안처겸이 말하기를 거사를 하여 먼저 조정에서 간신배들을 쳐낸 연후에 큰 일을 도모해 보자며

            의기투합한 자들의 명단이 적힌 명부를 이놈에게 보여주었사옵니다!

            이놈, 비록 천출이오나 전하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 역모를 고변한 것이옵니다요.

김안로 : (미소)..

안당 : (송사련에게) 네 이놈! 네 너를 친자식처럼 여겼거늘 어찌 이리 등뒤에서 비수를 꽂는 것이더냐?!

중종 : (교의에서 벌떡 일어나 나서며) 그 입 다물라! 죄인의 역심이 백일하에 드러났거늘 이래도 죄를 자복치 아니하겠느냐?!

안당 : 전하! 억울하옵니다! 부디 진상을 잘 살피시옵소서!

중종 : 죄인들이 자복할때까지 주리를 틀고 형장을 치라!

심정 : 주리를 틀고 형장을 치라신다.

금부도사 : 예. 뭣들하느냐? 어명을 거행하라!


형졸들, 안당과 안처겸과 선비들에게 사정없이 주리를 틀고 형장을 친다.

형틀에 묶인 자들이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러댄다.

중종, 분기를 삭히려는 듯 교의에 앉으면 조정신료들, 미소가 스친다.

한편에서 세자, 얼굴을 내밀며 심각한 얼굴로 국문장을 지켜보고 섰다가 어디론가 간다.



S#19. 대궐 일각


세자, 깊은 고뇌에 잠긴채 힘없이 걸어온다.

복성군, 반대편에서 걸어오다가 세자를 보고 급히 간다.


복성군 : (다가와 조아리며) 세자저하! 어찌 혼자 계신것이옵니까?

세자 : ..복성군 형님.

복성군 : 어찌 모습에 풀기가 없으신 것이옵니까?

세자 : 형님, 이 아우는 동궁의 자리가 편치가 않사옵니다.

복성군 : (놀라 보며) 예, 저하, 그 무슨..?!

박상궁(E) : (다급한) 세자저하! 세자저하!

복성군 : (돌아보면)..?!

박상궁 : (급한 걸음으로 세자쪽으로 급히 뛰어와 멈춰서며) 세자저하! 말씀도 아니하시고 어딜 가시었던 것이옵니까?

            세자저하께오서 보이시질 않아 동궁전이 발칵 뒤집어졌사옵니다.

세자 : (한숨을 내쉬는)...

박상궁 : 세자저하,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시옵니까?

세자 : 아닐세..형님, 나중에 뵙겠사옵니다.

복성군 : (조아리며)..예..

세자 : 박상궁, 가세나..(앞장서서 가는)

박상궁 : (의아하여 세자를 보다가 복성군에게 조아리고 세자 뒤를 따른다)

복성군(E) : (세자의 뒷모습을 보며) 내, 네놈만 없었다면 동궁의 자리에 앉아있을 것을!

                (하다가 문득) 동궁의 자리가 편치가 않다?! (뭔가 생각하다가 어디론가 간다)



S#20.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찻잔을 앞에 놓고 생각에 잠겨 있는 얼굴 위로 떠오르는.


세자 : (90회 S#36의) 내 어머니는 지금 교태전에 앉아계신 중전마마뿐이시옵니다!

         나는 떡도 싫고 나와 어마마마를 이간질 시키려는 외숙부도 싫습니다!

         이 떡을 가지고 내 방에서 나가세요! 내가 부를 때까지는 동궁에 들지 마세요!

윤임 : (아픈)..음! 이 일을 어찌한다?

윤임처 : (차를 따르며) 대감, 지난번 동궁전에 드셨던 일 때문에 그러시옵니까?

윤임 : 그래요, 혹을 떼려갔다가 혹을 붙이고 온 격이니..!

윤임처 : 너무 심려마시옵소서. 세자저하께오서도 장성하시오면 대감의 마음을 알아주실 겝니다.

윤임 : (끄덕이며) 암요, 그러시어야지요.. (찻잔을 드는데)



S#21. 동 윤임 사랑채 마당


윤원로, 박서방의 뒤를 따라 방쪽으로 온다.


박서방 : 대감마님, 파산부원군댁 큰 자제께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S#22.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 (흠짓) 원로가?!

윤임처 : 큰 조카가 어인 일일까요?

윤임 : 떡고물이 탐나서 온게지요. (방밖에다) 들라하게!



S#23. 동 윤임 사랑채 마당


박서방 : 예. (윤원로에게) 드시지요.

윤원로 : 고맙네. 어험. (방안으로 들어간다)



S#24.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원로, 방안으로 들어오면.


윤임처 : (일어선 채) 큰조카님 오시었는가?

윤원로 : 예. 숙모님께오서도 평안하시지요?

윤임처 : 덕분일세..허면 말씀 나누시게. (방밖으로 나간다)

윤임 : 허허, 중전마마께오서 자네한테 금족령을 내리시었다는데 여긴 어찌 발걸음을 하시었는가?

윤원로 : (앉으며) 판부사대감! 전하께오서 영모당 부자에 대해 친국을 하신다고 들었사옵니다.

            그리되면 역모죄를 면치는 못하겠지요?!

윤임 : 물증과 증인이 있으니 십중팔구는 그리 될걸세.

윤원로 : (씩 웃으며) 하오면 시생에겐 무슨 벼슬을 내려주실 것이옵니까?

윤임 : 이번 옥사뒤에 조정이 물갈이 될터이니 약조대로 자네한테 참상관 자리라도 돌아갈걸세.

윤원로 : (환하게 펴지며) 고맙사옵니다. 대감.

윤임 : 헌데 자네는 중전마마의 호통이 무섭지 않은게로구먼!

윤원로 : 이 모두가 중전마마를 위하는 충정이온데 무서울게 무에 있겠사옵니까?

윤임 : 허허..모두가 중전마마를 위한 충정이라?

윤임(E) : 쓸개빠진놈 같으니라고!

윤원로 : 예, 대감! 하하하.

윤임 : (슬쩍 떠보듯) 그나저나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엔 반드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어야 할텐데 걱정일세.

윤원로 : 심려거두시옵소서. 시생의 제수씨가 법당에서 일구월심으로 축수발원드리고 있사오니

            반드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 것이옵니다.

윤임 : 암, 그러시어야지! 그러시어야지! 허허허.

윤임(E) : 사람이 겉다르고 속이 다른 짐승이라더니 이는 중전마마를 일컬음이야!



S#25. 윤원형집 초당 마당


김씨, 외출복차림으로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윤원형, 초당쪽으로 다가온다.


윤원형 : 부인, 어딜 가시는게요?

김씨 : 예, 봉은사에 중전마마의 불공을 드리러 가는 길이옵니다.

윤원형 : 내 부인께 드릴 말이 있으니 잠시 안으로 드십시다. (대청으로 올라가면)

김씨 : (배천댁과 탄실에게) 예서 잠시 기다리게.

배천,탄실 : 예, 아씨.

김씨 : (윤원형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간다)



S#26. 동 윤원형 조당 방 안


윤원형, 보료위에 앉으면 김씨, 그 앞에 따라 앉는다.


윤원형 : 부인, 내 난정이와 인연을 끊기로 했소!

김씨 : (놀라 보며) 서방님,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난정이와의 인연을 끊으시겠다니요?

윤원형 : 내 이번에 난정이가 얼마나 모진 계집인 줄 잘 알게 되었소이다.

            역시 뭐니뭐니해도 사내한테는 조강지처가 제일이라는걸 깨달았소이다.

김씨 : 서방님, 중전마마의 윤허가 있으셨던 것이옵니까?

윤원형 : 첩년 하나 내치는데 중전마마의 윤허를 받을 것까지 무에 있겠소?

김씨 : 하오나..

윤원형 : 부인, 아무것도 묻지 마시고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 낳아주시구려.

            그리만 해주시면 내 평생동안 한눈 안팔고 부인만 바라보고 살리다.

김씨 : ...?

윤원형 : 잘되었소이다.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 불공을 드리실 때 부인께서도 아들하나 점지해달라고

            덤으로 부처님께 발원드리시구려.

김씨 : ...



S#2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복성군을 보고 있다.


경빈 : 뭬요? 세자가 동궁의 자리가 편치가 않다고 하시었단 말이오?

복성군 : 예, 세자께오서 뭔가 크게 상심하신 듯 싶었사옵니다.

경빈 : 크게 상심을 하신 듯 싶다?

복성군 : 어마마마, 세자께오서 스스로 동궁의 자리를 마다하시오면 어찌되는 것이옵니까?

            태종대왕께오서도 세자이시었던 양녕대군의 자질을 자격을 질책하시어 폐세자시키신 전례가 있지 않사옵니까?

경빈 : (생각하는)...음!

복성군 : (들뜬) 어마마마, 소자에게도 실낱같은 기회가 온 것이 아니옵니까?

경빈 : 복성군, 이 어미가 자초지종을 알아볼때까지는 경거망동 하시어서는 아니되십니다! 아시겠습니까?

복성군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금이(E) : (방밖에서) 경빈마마, 화천군대감 드셨사옵니다.

경빈 : 드시라해라! (복성군에게) 복성군은 이만 물러가세요.

복성군 : 예.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나가는데)

심정 : (방문안으로 들어오다가) 복성군마마, 그간 대안 하시었사옵니까?

복성군 : 예, 허면 나중에 또 뵙겠사옵니다. (방밖으로 나간다)

심정 : (경빈앞에 앉으며) 복성군마마의 안색이 밝아보이시옵니다?

경빈 : 얼음구덩이에 내던져진 사람은 조그마한 불씨라도 반가운 법이지요.

심정 : 예에?

경빈 : 아닙니다. 안당부자에 대한 국문은 어찌 되었습니까?

심정 : 전하께오서 친국을 그치시고 편전으로 드셨사옵니다.

경빈 : 그래, 전하의 어의는 어찌 정해지실 듯 싶습니까?

심정 : 안당부자가 역모를 자복치 않았사오나 안처겸이 조정대신들을 참살할 마음이 있었음을 토설하였사오니

         죄를 면치는 못할 것이옵니다.



S#28.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김전, 남곤, 이유청(*), 홍경주, 김안로, 국문과정에 있었던 판서급대신들이 앉아있다. (*박승지 윗목에 앉아있다)


중종 : 경들은 이번 일을 어찌 처결했으면 좋은지 견해를 말씀해 보시오!

김전 : 모반대역 죄인은 즉시 처결해야 하는 법이옵니다! 안당부자는 물론이옵고

         이번 일에 연루된 자들의 죄를 엄중히 물으심이 가할 줄로 사료되옵니다!

홍경주 : 전하, 안처겸이 재상들을 참살하는 변란을 일으키고자 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사옵니다.

            안처겸을 참수하시옵고 아비인 안당에게 연좌를 물으심이 옳으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중종 : 그 아비에게 연좌를 물으라?

남곤 : 예! 안당은 아들의 역모를 알고도 고하지 않았사오니 이또한 큰 죄이옵니다.

         연좌법으로 교형(絞刑)에 처하심이 마땅하옵니다!

중종 : (망설이는데)..음!

김안로 : (보는)...



S#29. 동 편전 방 밖 복도


정광필, 급한 걸음으로 방문쪽으로 다가와 선다.


정광필 : 고하여주시게!

대전내관 : 전하, 수천대감 들었사옵니다.



S#30. 동 편전 방 안


중종 : 수천대감이?

신료일동 : (흠짓하여 중종의 눈치를 살피는데)

중종 : 드시라 해라!

대전내관(E) : 예.

정광필 : (방문이 열리면 굳은 얼굴로 방안으로 들어와 선다)

중종 : 수천대감, 과인에게 하실 말씀이 많으신 듯 싶구려.

정광필 : (방바닥에 이마를 조아리며) 전하! 어찌 영모당같은 큰 선비를 죽이려 하시옵니까?!

            선비들이 바로서야 백성들도 선비들을 따르고 본받아 나라에 충성을 다바치는 법이옵니다!

            하온데 전하께오선 어찌 조종조에서 선비들을 아끼고 양육하신 뜻을 본받지 않으시옵니까?!

중종 : (괴롭다)..음!

홍경주 : 수천대감! 역모를 꾀한 자를 어찌 선비라 칭하시는 것이오이까?!

정광필 : 역모라니요?! 영모당 스스로 역심을 품었음을 자복치 않았는데 어찌 역적의 누명을 덮어씌우시려는게요?!

남곤 : 비록 역모를 자복치는 않았으나 그 아들이 모반대역 죄인이니 아비 역시 연좌를 묻는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니오이까?!

정광필 : (놀라보며) 연좌라니요?! (중종을 보며) 전하! 안당은 일찍이 정승의 반열에 있던 사람인데

            어찌 연좌를 물으시려 하시옵니까?! 조종조에도 대신들이 연좌되는 일로 중죄를 받은 적이 없었사옵고

            성종대왕 때에도 권맹희의 어미가 조정대신의 안해인 까닭에 죄를 면한 일이 있었사옵니다.

            전하, 전례를 살피시어 아량을 베풀어 주시옵소서!

중종 : ...

김안로 : 수천대감, 어찌 전하께 그릇된 말씀을 올리시는 것이옵니까?!

정광필 : 그릇되다니요?!

김안로 : 안처겸 등은 조정인사들을 제거한 연후에 기묘년에 귀양간 죄인들을 불러들여

            조정을 장악할 역모를 꾀한 자들이옵니다. 안당이 그 일을 알면서도 고변치 않은 것은 부자간의 정에 이끌린 것이온데

            어찌 선비라 자처하는 자가 사사로운 정에 이끌려 국사를 그릇칠 수 있단 말이옵니까?! 이는 아녀자와 같은 짓거리로

            지금 정승의 반열에 있는 사람이라도 용서치 못할 대죄임이 자명함을 어찌 모르신단 말씀이시옵니까?!

            수천대감께오서 영의정을 지내셨던 분이 맞사옵니까?!

정광필 : (말문이 막히는데)..뭣이라?!..저,저..

중종 : 그만들 하시오! 어찌 과인의 면전에서 고성이 오갈 수 있단 말인가?!

일동 :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중종 : 과인이 조만간 용단을 내릴것이니 경들은 이만 물러들 가도록 하시오!

일동 : (일어서서 조아리고 방밖으로 물러간다)

중종 : ...!



S#31. 의금부 옥사 안


안당과 안처겸, 그리고 잡혀온 선비들이 옥살안에 갇혀있다. (*고문으로 머리가 흩어지고 피멍 등이 얼룩진 몰골들이다)


안처겸 : ..아버님, 송구하옵니다..못난 소자 때문에 아버님께오서 이런 고초를 당하시오니.. 흐흑..

안당 : 아니다, 처겸아..내 이런 세상에서는 더는 살뜻이 없구나..

안처겸 : 아버님,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안당 : 조정암이 사약을 받은 후로 조선의 학문도 정신도 이미 죽은게야..이 늙은이가 이런 어두운 세상에

         더 살아서 무엇을 하겠느냐? 차라리 깨끗하게 가는게 전하를 위해서도 올바른 일일게다..

안처겸 : 아버님..흐흐흑...

안당 : (감회 젖은 눈빛에 눈물 글썽)...



S#32. 동궁전 방 안


세자, 연상 앞에서 책(*論語)을 펴놓은채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세자, 한숨을 폭 내쉰다.



S#33. 동 동궁전 복도


김제학, 책(*論語)을 들고 복도쪽으로 다가온다.


박상궁 : (방쪽에다) 세자저하, 부제학 영감 들었사옵니다.



S#34. 동 동궁전 방 안


세자 : 드시라해라.

박상궁(E) : 예.

김제학 :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조아린다)

세자 : (일어서서) 부제학 영감 오시옵니까?

김제학 : 좌정하시옵소서.

세자 : 예. (자리에 앉는)

김제학 : (따라 앉으며) 약조대로 오늘부터 세자저하께 논어를 강할 것이옵니다. 서책은 읽어보시었는지요?

세자 : (연상위에 펴놓았던 책을 탁 덮으며) 내 더는 서책을 읽을 뜻이 없습니다.

김제학 : (당황하여) 예에? 저,저하 어찌 이러시옵니까?!

세자 : 이 나라에 큰 선비가 역모로 죽는 판에 책은 읽어 무엇하겠습니까?

김제학 : 저,저하 그 무슨..?

세자 : 내 아까 국문장을 엿보았습니다. 아바마마께오서 안당대감과 젊은 선비들에게 형문을 가하시는 것을 보니

         이 나라의 정신이 죽어가고 있었어요! 내 마음이 아픕니다.

김제학 : 저하, 전하께오서 역당의 무리들에게 죄를 물으시는 것이었사옵니다.

세자 : 역당의 무리라니요? 안당대감은 사림들의 존경을 받는 큰 선비라 들었사옵니다. 선비가 역심을 품을 까닭이 없습니다.

         이사람 말에 틀림이 있사옵니까?

김제학 : (말문이 막히는)..

세자 : 부제학 영감!

김제학 : 예, 저하.

세자 : 영감께서는 내 스승님이시옵니다. 스승께선 선비가 바로서야 학문이 바로서고

         나라의 정신이 바로 선다고 가르쳐주셨사옵니다.

김제학 : 예. 분명 그리 말씀드렸사옵니다.

세자 : 하온데 어찌 기묘년에 조정암 같으신 큰 선비께오서 화를 당하시었으며,

         또 어찌하여 지금 안당대감 같은 큰선비께오서 역모죄로 죄를 받으시는 것이옵니까?

김제학 : ...그,그건..

세자 : 스승님께오서도 이번 역모고변에 의기투합을 하시었사옵니까?

김제학 : ..예에?

세자 : 의기투합을 하셨냐고 물었사옵니다!

김제학 : 예, 그렇사옵니다.

세자 : 스승님, 내 방에서 나가주세요!

김제학 : 저하, 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른것이옵니까?

세자 : 내게 선비의 도리를 가르쳐 주신 스승님께서 어찌 소인배들처럼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옵니까?

         나는 그런 추한 소인배에게 글을 배우고 싶지 않습니다.

김제학 : (하얗게 질리며) 저,저하..

세자 : 어서 나가세요!

김제학 : 예..(책을 들고 엉거주춤 방밖으로 나간다)

세자 : (뭔가를 생각하다가 방밖을 보며) 박상궁, 들게.

박상궁 : (방문이 열리면 들어서며) 찾아계시옵니까?

세자 : 소줏간에 일러 술상을 차려오게.

박상궁 : (놀라) 예에? 저하, 지금 술상이라 하시었사옵니까?

세자 : 오냐! 이나라의 기둥이 쓰러지셨으니 내 아픈 마음을 술로 달래야겠다.

박상궁 : (놀라보는)...



S#35. 대비전 마당


박상궁, 급한 걸음으로 뛰어와 대비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윤비의 옥교 옆에 서있던 엄상궁과 오상궁, 의아하게 박상궁을 본다.


자순대비(E) : 뭐라?! 그 무슨 말이냐? 세자가 술상을 봐오라고 했다니?



S#36. 동 대비전 방 안


윤비와 자순대비가 앉아있고 윗목에 박상궁이 서있다.


자순대비 : 허어, 아직 년치 어리신 세자가 어인 연유로 술을 찾는 것이더냐?

박상궁 : 쇠인도 영문을 알수가 없사옵니다.

윤비 : 분명 세자가 술상을 보아오라 했느냐?

박상궁 : 예, 분명 술상이라 하명하시었사옵니다.

윤비 : 박상궁, 오늘 세자한테 무슨 일이 있었더냐?

박상궁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세자저하께오서 동궁전을 나가신적이 있었사온데 국문장을 다녀오신 듯 하였사옵니다.

자순대비 : 뭐라?! 국문장에?! 허! 어찌 세자를 혼자 돌아다니시게 했단 말인가?

박상궁 : (울상) 모두가 쇠인의 죄이옵니다.

윤비 : 그리고 또?!

박상궁 : 잠시 전에는 경서를 강하러 드신 부제학영감을 호통치시어 퇴하시었사옵니다.

윤비 : (뭔가 생각하며)..부제학영감을 퇴하였다?

자순대비 : 아무래도 세자의 심중에 큰 병이 생긴 듯 싶소. 아무래도 이 늙은이가 동궁전으로 발걸음을 해봐야겠소이다.

윤비 : 대비마마, 이번 일은 신첩에게 맡겨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중전께서요?

윤비 : (의미심장한)..신첩이 세자가 술을 찾은 까닭을 알듯도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 그래요 허면 내 세자의 일은 중전께 맡기리다.

윤비 : (박상궁에게) 지금 세자는 어디에 계시느냐?



S#37. 난정모 방 안 (난정의 꿈)


난정, 탈진한 듯 잠들어 있는 얼굴위로.


(E) : (응애-응애-아기의 울음소리)

난정 : (눈을 뜨고 돌아보면)

난정모 : (강보에 쌓인 아기를 품에 안고 얼루고 있다)..

난정 : 어,어머니!

난정모 : 난정아, 이제 정신이 드느냐?

난정 : 어머니, 그 아기는..?

난정모 : 네가 낳은 딸이란다..

난정 : ..따,딸이요?

난정모 : (아기 얼굴을 보여주며) 보렴, 어미를 쏙 빼닮아 아주 예쁘게도 생겼구나.

난정 : ..따,딸이요?

난정모 : 그래. 이 아기도 나중에 자라면 너처럼 기생년이 되겠다고 떼를 쓰다가 대갓댁 첩년으로 들어가겠지?

난정 : 예에?

난정모 : 왜 나같은 첩년의 딸을 낳았냐고 에미 가슴에 못을 박을게다! 아니 그러하냐? 호호호!

아기 : (자지러질 듯 울어댄다)

난정 : (고통스럽게 귀를 막으며 도리질치는) 그만! 그만하세요!



S#38. 동 난정모 방 안 (현실)


난정, 비명을 지르며 몸을 번쩍 일으킨다.

난정, 꿈인걸 알고 안도하다가 문득 생각난 듯 이불 속으로 아랫배 부분을 만져본다.


난정 : (일그러지며 어딘가를 쏘아보는)...!



S#39. 갖바치 마당


당골네, 툇마루에 앉아 안절부절하고 엉덩이를 달싹대고 있다.


방백인 : (다가오며) 여편네야, 똥마련 강아지 처럼 왜 그러고 있어?

당골네 : 사람이 죄짓고는 못산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오. 왜 이리 마음이 불안한지 모르겠소?

방백인 : 난정이 일은 형님 시키신대로 하면 될테니 맘편히 먹어!

당골네 : 나 때문에 윤승후관께오서 난정이와 인연을 끊으신것만 같아서..

난정 : (굳은 표정으로 대문안으로 들어와 다가오며) 아주머니!

당골네 : (화들짝 놀라 일어서며) 나,난정아!

방백인 : (덩달아 놀라) 난정이 왔느냐?

난정 : (당골네를 무섭게 노려보며) 아주머니가 나를 속이고도 무사할줄 아셨소?!

당골네 : 그,그게 말이다..난정아..갖바치 어른께서..

난정 : 갖바치 아저씨요?

갖바치 : (뒷편에서 쇠가죽지게를 매고 들어오며) 그래, 난정아! 내 아주머니께 그리 하라고 일렀다.

난정 : (휙-돌아보며) 아저씨, 어찌, 어찌요?!

갖바치 : 바람이 차니 들어가자구나! (방안으로 들어간다)

난정 : (당골네와 방백인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방안으로 들어간다)

당골네 : (오한이 나는 듯 몸서리를 치는)..



S#40. 동 갖바치 방 안


난정, 갖바치를 쏘아보며 말한다.


난정 : 아저씨, 당골네 아주머니를 시켜 내게 전해준 약이 무슨 약이옵니까?

갖바치 : 태아에게 좋은 보약이다.

난정 : 보약이요?! 아저씨 어찌..?

갖바치 : (말을 자르며) 난정아! 네 첩의 딸로 태어난 설움을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은 마음은 나도 잘 안다.

            그런 까닭으로 뱃속의 태아를 지워버린다면 조선땅에는 한줌도 안되는 양반들만이 남게 될게다.

난정 : ...

갖바치 : 세상이 우리같은 천것들에게 아무리 척박하고 망할 세상이라 하여도 살아볼 보람이 있는게다.

            허니 괜한 생각 말거라!

난정 : 아저씨가 어찌 이년의 설움을 알겠사옵니까? 내 몸으로 잉태한 생명이니 내 손으로 거둘 것이옵니다.

갖바치 : 난정아, 네 뱃속에 든 태아가 네 핏줄만은 아니란 것을 어찌 모르느냐?

난정 : 예, 잘 아옵니다. 잘난 파평윤씨 가문의 핏줄이옵지요!

갖바치 : 네 어찌 안목이 그리도 좁은 것이냐?! 그 아이는 당추형님이나 내 핏줄도 된다. 아니 우리와 같은 천한 운명을 타고난

            백성들 모두의 자식인게야. 네 어미라 하여 함부로 어린 생명을 해꼬지 해서는 아니될 것이야!

난정 : 아저씨가 무슨 말씀을 하시어도 이 뱃속에 아이는 태어나서는 아니되옵니다! 이 어미손으로 꼭 지울 것이옵니다!!

갖바치 : (난정의 뺨을 찰싹 때린다)

난정 : (뺨을 감싸안고 놀라 보는)...!

갖바치 : 네 어찌 친구의 말에 귀를 닫는 것이냐?! 네가 나를 친구로 생각지 않는다면 이방에서 나가거라!

난정 : 예! 예! 자식을 죽이려는 년한테 친구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사옵니까?! 이년 나가지요! 나가고 말고요!

         (방밖으로 튀쳐나간다)

갖바치 : 음!



S#41. 갖바치 대문 앞 길


난정, 급히 대문을 튀쳐나와 울면서 어디론가 가버린다.


당골네 : (대문밖으로 쫓아나오며) 난정아!.. (멈춰서서 난정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보는)..쯧쯧..

길상 : (당골네 뒤에서 나타나며) 아주머니.

당골네 : (놀라 돌아보며) 몽달귀 총각!

길상 : 대체 난정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게요?

당골네 : (난감한) 그,그게..



S#42. 어느 객주 마당 (마포객주 정도로 설정된)


딱부리패거리들, 마포객주 물건들이며 기물들을 닥치는대로 부수고 있다.

능금, 송서방을 거느리고 멀찍이서 보고섰다.

마포객주행수(*)가 건장한 장정 패거리를 데리고 나타난다.


마포행수(*) : (능금 일행을 손가락질 하며) 저기 저 놈들일세.

장정대장(*) : (앞으로 나서며) 어디서 굴러먹던 개뼉따귀들이 행패를 부리는게냐?!

딱부리 : (수하들에게) 쳐라!


딱부리 패거리들과 장정패거리들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난투극을 벌인다.

장정패거리들의 몽둥이찜질에 딱부리패거리들이 점점 밀린다.

딱부리, 도움을 청하듯 능금을 보면 능금, 앞으로 나서며 표창을 휙-휙-날린다.

장정패거리들, 몽둥이며 손등, 허벅지등에 퍽-퍽-꽂히는 표창들.

장정패거리들, 어이쿠-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풀썩 나자빠진다.

다시 역전되어 딱부리패들이 장정패거리들을 때려눕힌다.

마포행수, 놀라 도망치려는데 딱부리가 잽싸게 쫓아가 뒷덜미를 끌고 능금 앞으로 데려와 꿀린다.


능금 : 앞으론 우리 남소문 객주의 명에 따르겠소?

마포행수(*) : 그,그, 그리하리다.

능금 : (흡족한 미소)...



S#43. 장대인 사랑채 마당


능금과 송서방, 개선장군처럼 당당하게 사랑채 쪽으로 걸어온다.

곽서방, 급하게 능금과 송서방쪽으로 다가온다.


능금 : 장대인 어른, 계시오?

곽서방 : 어르신께오선 경빈마마의 기별을 받고 입궐하시었네.

능금 : 그래요? 말썽을 부리던 마포객주를 처리한 일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허면 나중에 들리지요. (돌아서려는데)

곽서방 : 백도주가 기다리고 있네. 들어가보게.

능금 : (휙-돌아보며) 백도주가요?!

백치수 : (방문을 열고 나오며 반갑게) 능금아!

능금 : (보고 놀라는)...!

송서방 : 도주 어르신!

백치수 : 송서방, 잘 있었는가?

송서방 : (무릎을 꿇으며) 도주 어르신, 흐흑..

능금 : (냉랭하게) 백도주가 여긴 어인 일이시오?

백치수 : 내 능금이 너한테 할 말이 있으니 들어가자구나.

능금 : 그럽시다. (송서방을 휙-돌아보며) 송서방, 초상났나?! 울긴 왜 우는겐가?! 어서 일어나게!

송서방 : 예, 행수어른..(눈물을 훔치며 일어난다)

능금 : 들어갑시다. (방안으로 들어가면)

백치수 : (그 뒤를 따라들어간다)..



S#44. 윤원형 집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술소반을 놓고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윤원형 : 내 핏줄을 떼다니 결코 용납할 수 없음이야! (급히 들이킨다)



S#45.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길상, 임서방 뒤를 따라 사랑채 방쪽으로 다가간다.


임서방 : (방쪽에다 대고) 나으리, 길상이가 뵙기를 청하옵니다요.



S#46.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 (술잔들고 마시려다 흠짓) 처남이?! (한잔 마시고) 들라하게!



S#47.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임서방 : (길상에게) 들게나.

길상 : (방안으로 들어간다)


임서방,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어디론가 가는데

김씨, 외출복차림으로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김씨 : 임서방!

임서방 : 아씨, 지금 오십니까요?

김씨 : 방금 작은사랑채로 들어간 사람이 서방님의 호위를 따르는 총각이 맞는가?

임서방 : 예. 그렇사옵니다요.

김씨 : (작은 사랑채쪽을 돌아보는)...!



S#48.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놀란 눈으로 길상을 본다.


윤원형 : 처남, 그게 참말인가?! 허면 난정이가 아이를 지운게 아니었어?

길상 : 예. 하온데 어찌 나으리께오선 자초지종도 상세하게 알아보시지 않고 난정이와의 인연을 끊으려고 하신겝니까?!

윤원형 : 미안하네, 처남! 아까는 내 경황이 없어 그리했네!

길상 : 나으리, 이놈 평생 나으리를 지켜드리겠노라고 피로 맹세를 하였사옵니다.

         하오나, 나으리께오서 난정이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시온다면 이놈도 생각을 고쳐먹을 수 밖에 없사옵니다.

윤원형 : 그래, 내 경솔했구먼! 경솔했어! 내 처남 볼 낯이 없구먼..

길상 : ...



S#49.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밖 마당


김씨, 찻소반을 들고 충격을 받은 듯 표정으로 서있다.


김씨(E) : 뭐라..허면 난정이가 회임을 하였단 말인가?! 회임을!



S#50. 경빈 처소 마당


장대인, 일각문을 들어서면 금이, 쪼르르 다가와 조아린다.


금이 : 경빈마마께오서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장대인 : (끄덕이며) 고하시게.

금이 : (처소 방쪽에다) 경빈마마, 장대인 들었사옵니다.

경빈(E) : (방쪽에서) 들라해라.

금이 : 예. 드시지요.

장대인 : (처소쪽으로 들어간다)



S#51.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복성군, 앉아있는데 장대인, 방안으로 들어와 선다.


장대인 : 경빈마마, 찾아계시옵니까?

경빈 : 어서오게나. 장대인. 복성군께 인사 여쭈게.

장대인(E) : (흠짓 복성군을 보며) 복성군?!

경빈 : 이분이 주상전하의 장자이신 복성군마마이시네. 자네가 앞으로 하늘처럼 받들고 모셔야할 자네의 주인이시네!

장대인 : 복성군마마를 뵈옵고 문후를 여쭈게 되오니 광영이옵니다. 시생 장아무개라 하옵니다. (큰 절을 올린다)

복성군 : (장대인을 심각하게 보는)...

장대인 : (복성군을 보며)(*) 이 아이가 경빈에 혹인가?

경빈 : (두사람을 미소로 보며)... 장대인 복성군의 조난를 잘 기억해두게나.

장대인 : 예 마마.



S#52. 동궁전 방밖 복도


박상궁과 동궁내관(*), 안절부절 울상이 되어 서있는데

윤비가 걸어오고 그 뒤를 술병을 받쳐든 엄상궁이 따른다.

박상궁과 동궁내관(*), 윤비에게 조아린다.


윤비 : 고하여 주게.

박상궁 : 마마, 그..그게 저..

윤비 : 왜 그러시는가?!

박상궁 : 세자저하께오서 또 어디로 가시었는지 행방이 또 묘연하시옵니다.

윤비 : 뭐라? 묘연하다? (어딘가를 휙-돌아보는)



S#53. 빈청 안


김전과 남곤, 심정, 홍경주, 김안로와 이유청(*), 그리고 판서급 대신들이 호쾌하게 웃고 있다 .(*김전만은 침묵하고 있다)


홍경주 : 안당부자가 찍혀져 나갈것은 자명하니 이제 두발 쭉 뻗고 잠들 수 있겠소이다.

남곤 : 암요, 이제 전하께오서도 조정에 공신들 외에는 믿을 신료들이 없으실테지요! 허허허.

김안로 : 이 모두가 여러분들께오서 의기투합해 주신 덕분이옵니다.

            이번일로 우리 공신들이 힘을 똘똘 뭉치면 산이라도 옮길 수 있다는걸 보여준 것이옵니다.

심정 : 예서, 이럴게 아니라, 축하주라도 드시어야지요!

홍경주 : 예, 장통교 기방으로 가십시다. 오늘은 이 늙은이가 술값을 도맡으리다!

남곤 : 거 좋지요..하하..일어들나십시다.

일동 : (일어서는데)

세자 : (방문을 열고 들어와 선다)...

김안로 : (당황하여) 아,아니 세자저하!

일동 : (놀라 세자를 보는데)

세자 : (신료들의 면면을 노려보는)...!



S#54. 난정모 방 안


난정, 방바닥에 놓인 술을 연신 따라서 마시고 있다.

난정, 취기 어린 눈빛으로 품에서 약종이를 꺼내 펼쳐본다.

난정, 하얀 약가루를 보는 얼굴위로 들려오는.


의원(E) : (*) 이 약을 잘못쓰면 태아뿐 아니라 산모의 목숨까지 위태로으니 조심하슈.

난정 : (결심한 듯 약가루를 술병속에 털어넣는다)..


난정, 뭔가 생각하다가 술병을 흔들고 마시려는데.


김씨(E) : (방밖에서) 작은댁 안에 있는가?

난정 : (흠짓 방문쪽을 보며) 뉘시오?



S#55. 동 난정모 방 밖 마당


김씨, 배천댁과 탄실이를 거느리고 방문 앞에 서있다.


김씨 : 내 좀 들어가겠네.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56. 동 난정모 방 안


김씨,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난정 : (싸늘한 미소) 아우님께서 이 누추한 집에는 어인 발걸음이시오?

김씨 : (방안의 술병 등을 보다가) 자네 이 무슨 짓거리인가?

난정 : 왜요? 천한 창기 출신 첩년이 술좀 마시기로서니 뭐가 잘못되었소?

김씨 : 회임한 임부가 태교에 힘쓸 생각은 않고 음주라니?!

난정 : (움찔 보다가)..호호..아우님께오서 소식을 들으시었구려.

         허나 걱정마시오. 내 서방님의 핏줄은 낳지 않을 작심을 했소이다. 호호..

김씨 : (방바닥에 구겨진 약종이를 보고는) ...!

난정 : (술병을 들어 병채로 마시려는데)

김씨 : (술병을 빼앗아들고 휙-벽에다 던져 버린다)


와장창-깨지는 술병과 벽에서 흘러내리는 술..


난정 : (노려보며) 왜 남의 집에까지 들어와 행패를 부리는게야?!

김씨 : (난정의 뺨을 찰싹 갈긴다) 이런 못난 것 같으니!


난정, 김씨를 휙-노려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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