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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9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749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95











S#1. 대궐 일각 (낮)


난정, 밝게 웃는 얼굴로 파릉군을 보고 섰다.

윤원형, 난정의 뒤편에서 두사람을 갸웃하며 지켜본다.


파릉군 : (놀랍고 반가운) 아니, 넌 난정이 아니냐?!

난정 : 대감, 소첩을 알아보시겠사옵니까?

파릉군 : 암,암! 내 어찌 너를 잊겠느냐? 너는 정도총관의 핏줄이요,

            네 언젠가 잃어버렸던 내 핏줄을 찾을 징표를 찾아주지 않았더냐?

난정 : (수줍은 미소) 대감께오서 미천한 소첩을 기억해 주시오니 황감할 뿐이옵니다.

파릉군 : (문득 살펴보며) 헌데 난정아, 네 어찌 당의를 갖춰 입고 입궐한 것이더냐?

난정 : (미소) 소첩, 중전마마의 작은 오라비되시는 윤승후관 첩실로 들어갔사옵지요.

         중전마마께오서 미천한 소첩을 어여삐 보시어 당의를 내려주시옵고 궐내 출입까지 윤허해 주셨사옵니다.

파릉군 : 뭐라? 중전마마께오서?

난정 : (미소) 예.

윤원형(E) : (두사람을 유심히 살펴보는) 허, 저 대감께오서 대체 누구이시간대 난정이와 저리도 다정해 보일꼬?

난정 : (문득 생각난 듯 돌아보며) 아, 참! 서방님, 이리 오시어 인사 여쭈시어요.

윤원형 : (파릉군의 얼굴을 힐끗 거리며 난정 쪽으로 다가와 서는데)..

난정 : (파릉군에게) 대감, 중전마마의 작은 오라비 되시는 윤승후관이시옵니다.

윤원형 : (조아리며) 시생, 윤원형이라 하옵니다.

난정 : (윤원형에게) 서방님, 주상전하의 숙부되시오는 파릉군대감이시옵니다.

윤원형 : (놀라) 파,파릉군 대감이요?! (땅바닥에 넙쭉 절하며) 파릉군대감! 대감의 높으신 고명을 익히 들었사옵니다.

            평소에 가슴속으로 흠모하던 어른을 이렇듯 뵈옵게 되오니 참으로 큰 광영이옵니다.

파릉군 : 허허, 궐내에 이목도 있으니 이만 일어나시구려.

윤원형 : 예, 대감. (일어선다)

파릉군 : 난정아, 내 지금은 주상전하의 부르심을 받잡고 편전에 드는 길이니 나중에 장통교로 걸음하거라.

            그때 못 다한 얘기를 나누자구나.

난정 : (조아리며)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어서 강녕전으로 발걸음을 하시지요.

파릉군 : (끄덕) 윤승후관, 나중에 또 보십시다.

윤원형 : 예, 대감. 다시 만나뵈올 날을 고대하고 있겠사옵니다.

파릉군 : (돌아서 간다)

윤원형 : (파릉군의 뒷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보며) 파릉군..파릉군이라? 허어, 조정이 또 한바탕 시끌벅적해지겠구먼!

            (문득 난정을 보며) 헌데 부인께서 파릉군대감과는 어찌 면식이 있으신게요?

난정 : 그분과의 인연은 차차 말씀 드리겠사옵니다. 어서 중궁전으로 드시지요.

윤원형 : 그리 하십시다. (걸음을 옮긴다)

난정 : (고개를 돌려 파릉군을 노려보다가 몸을 돌려 윤원형을 따라간다)



S#2. 강녕전 마당


파릉군, 강녕전 계단을 걸어올라가는 모습위로.


대전내관(E) : 전하, 파릉군 들었사옵니다.



S#3. 동 편전 방 안


중종,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고 그 앞에 파릉군이 앉아있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중종, 무겁게 입을 뗀다.


중종 : (착 가라앉은) 박승지와 사관은 물러가 있으라.

박승지 : (당황하여) 전하, 독대를 하시려는 것이옵니까?

중종 : 그러고자 하느니!

박승지 : 저, 전하, 하오나 독대를 하오시면..

중종 : 어허, 박승지 웬 말이 그리 많은가?! 어서 물러가 있으라!

박승지 : 예, 전하. (일어나 조아리고 사관과 함께 방문 밖으로 나간다)

중종 : 숙부, 과인이 안당부자와 이번 역모의 주모자들을 처형한 일에 대해 백성들의 민심은 어떠합니까?

         기탄 없이 말씀해 보세요.

파릉군 : 전하, 사람을 바로 보시옵소서! 뜻있는 선비들과 백성들은 그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사옵니다.

            전하, 용단을 내리시어 조정을 쇄신하시옵소서! 실기 하시오면 민심이 급격히 이반되어

            백성들이 군주를 믿지 못하고 조정에 등을 돌리게 되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사옵니다.

중종 : 그래요...선비들의 준엄한 질타와 백성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 하여 과인의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편치가 않아요..!

파릉군 : 전하, 아직도 늦지 않았사옵니다! 조정에 부패한 신료들을 퇴출시키시어 조정의 기강을 바로세우시옵고

            경륜 높은 인재들을 등용하시어 어진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시옵소서!

중종 : 압니다. 압니다! 과인이 조정 인사를 쇄신하는 일을 논의하고자 숙부를 청한 것이오!

파릉군 : (보는)..!

중종 : 숙부, 조정신료들의 살생부를 만들어주시오!

파릉군 : (놀라 보며) 예에? 저,전하 살생부라 하시었사옵니까?!

중종 : 그래요, 조정에서 퇴출시켜야 될 자들의 명단과 조정에 탁용(擢用)하거나 천거할 인재들의 명단을 과인에게 알려주세요!

         이번 일은 과인과 숙부 두사람 외에는 누구도 알아서는 아니될 것이니 은밀하게 추진하시어야 할 것입니다.

파릉군 : 전하.. 신같이 미열하고 조정사정에 어두운 자에게 어찌 그런 큰 소임을 맡기시려 하시옵니까?

중종 : 과인의 곁에는 믿을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파릉군 : ...!

중종 : 과인은 숙부께서 이 나라 종묘사직과 억조창생을 위해 과인을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

파릉군 : (결연한) 신, 신명을 다바쳐 멸사봉공하겠사옵니다!

중종 : (신뢰감) 과인은 파릉군 숙부를 믿습니다.



S#4. 동 편전 방 밖 복도


김상궁, 놀란 표정으로 방문쪽에 바짝 귀를 기울이고 섰다.


대전내관 : (조심스러운 헛기침) 험,험..

김상궁 : (흠짓 대전내관쪽을 돌아보는)..!

대전내관 : (낮지만 준엄한) 마마님, 명심보감에 입을 막고 세치 혀를 깊이 감추면 몸이 평안할 것이라 했소이다.

김상궁 : (불쾌한 듯 보며)..뭐,뭐요?!



S#5. 대궐 일각


박승지, 급하게 오다가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김제학과 마주친다.


박승지 : 오, 영감. 마침 잘 만났소이다. (김제학의 귀에다 뭐라고 소근거린다)

김제학 : (충격) 뭐, 뭐요?! 전하께오서 파릉군과 독대를요?!

박승지 : 예. 전하께오서 파릉군대감을 불러들이신 연후에 이사람과 사관을 물리시었소이다.

김제학 : (심각해지는) 음! 알겠소이다! 박승지께선 편전 근처에서 떠나지 마세요. (급하게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6. 중궁전 방 안


윤비, 찻소반을 앞에 놓고 앉아있는 난정과 윤원형을 보며 말한다.


윤비 : (윤원형을 휙-보며) 뭐라, 난정이가 대문 앞에서 밤새워 연좌를 하였는데도

         아버님께오서 난정이를 집안에 들이겠다는 허락을 내리시지 않으시었단 말입니까?!

윤원형 : 예. 아버님께오서 워낙 완강하시옵고, 게다가 형님께서 아버님 곁에서 불길에 기름을 쏟아 붓듯 거드시는 까닭에

            어쩔 도리가 없었사옵니다!

윤비 : (찌푸리는) 허! 뒷방후궁들한테 벼슬구걸 다니시기에 바쁜 큰오라버니께선

         어쩌자고 이사람 뜻에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시려는 겝니까?!

윤원형 : 예에? 형님이 벼슬구걸을 다니다니요?

윤비 : 아닙니다!

난정 : 마마, 모두가 소첩이 부덕한 탓이옵니다.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윤비 : 난정아 네 어찌 아버님 마음을 돌려세우지도 못했거늘 무슨 까닭으로 성급하게 내 집 대문을 넘은 것이냐?!

윤원형 : 중전마마, 난정이의 잘못이 아니오니 크게 꾸짖지 마시옵소서! 난정이를 그대로 내버려두었다면

            산모는 물론이옵고 복중 태아까지도 위태롭다는 판단이 들어 시생이 결단을 내렸사옵니다!

윤비 : 내 난정이에게 물었느니!

난정 : 마마, 장차 조정안팎이 흔들릴 조짐이 보이고 있사온데 어찌 소첩이 본댁에 들어가는 일에만 마음을 쓸 수 있겠사옵니까?

         소첩, 파산부원군대감을 지극정성으로 봉양한다면 언제가는 부원군대감께오서도 소첩의 진심을 알아주시어

         소첩을 괴이실 것이라 생각이옵니다.

윤비 : 허면 네 모진 시집살이를 견디어 낼 각오가 선 것이더냐?!

난정 : 소첩은 중전마마와 윤씨가문을 위하여 이 한 목숨 바칠 각오로 본댁의 문턱을 넘었사오니

         뼈가 바스라지고 몸뚱이가 넝마가 될지 언정 소첩의 충정은 변치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믿음직스럽게 보며) 알았느니, 내 너를 믿을 것이야!



S#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김상궁을 날카롭게 보며 말한다.


경빈 : 뭬야?! 조정신료들의 살생부?! 그게 참말인가, 김상궁?!

김상궁 : 예, 마마. 전하께오서 조정을 쇄신하시겠다는 어의를 천명하시었사옵니다.

경빈 : 허어, 어찌 이런 일이?! 이리되면 파릉군이 조정신료들의 명줄을 틀어쥐게 되는 것이 아닌가?!

김상궁 : ...

경빈 : 아니돼, 그럴 수는 없지! 반드시, 반드시 막아야 함이야!



S#8.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윤임, 그리고 관복을 입은 김제학이 앉아 있다.


윤임 : (김제학을 보며) 전하께오서 파릉군과 독대를요?!

김제학 : 예, 전하께오서 파릉군을 급히 편전으로 불러들이시었다고 하옵니다.

윤임 : 허어, 전하께오서 파릉군과 무슨 말씀이 나누시었을꼬?

김안로 : 전하께오서 조정 인사를 쇄신하시겠다는 어의를 정하신게지요.

윤임,김제학 : (김안로를 보는)...?!

윤임 : 조정인사의 쇄신이라니요? 안당부자의 처형으로 조정신료들의 자리가 누구도 넘볼 수 없게 굳건해진 것이 아니오이까?

김안로 : 그렇지는 않을것이옵니다. 주상전하께오서 귀양 가있던 파릉군을 불러 올리신 어의가 무엇이겠사옵니까?

            전하께오서는 조정을 장악하고 있는 신료들이 못 미더우셨던게지요!

윤임 : 허면 어찌 처신하면 좋겠소이까?

김안로 : 전하께오서 파릉군의 손을 빌어 조정을 쇄신하시기 전에 우리가 먼저 손을 쓰는 수 밖에요!

            (방문쪽을 보며) 황서방 게 있는가?



S#9. 동 김안로 사랑채 방 밖


황서방, 박서방과 한편에 서있다가 방쪽으로 달려간다.


황서방 : 대감마님, 찾아계시옵니까?



S#10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 당장 청파동 숙부님 댁에 걸음을 하여 숙부님을 뫼셔오게!



S#11. 동 김안로 사랑채 방 밖


황서방 : (방문 앞에서) 예, 그리합지요! (몸을 돌려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12.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윤임,김제학 : ..음!

김안로 : (깊이 생각하는)..!



S#13. 중궁전 방 안


윤비, 지필묵을 옆에 놓고 두루마리 종이위에 뭔가를 쓰고 있다.

엄상궁, 먹을 벼루에 조심스럽게 갈고 있다.

난정과 윤원형, 숨을 죽이고 윤비가 글을 쓰는 모습을 지켜본다.

윤비, 엄상궁에게 붓을 건네면 엄상궁, 붓에 먹물을 묻혀 다시 바친다.

윤비, 달필로 문장을 써내려가는 모습에서 (DIS)

윤비, 붓을 놓고 두리마리에 적힌 문장을 훑어 보고는 난정을 본다.


윤비 : 난정아, 네가 본댁에 들어가 몸가짐과 언행하는데 있어 지켜야 할 계율들을 적었느니라.

         (난정에게 두루마리를 건네며) 받거라.

난정 : (두루마리를 두손으로 황공하게 받으며) 황감하옵니다.

윤비 : 남의 안해된 자가 지아비의 입신양명을 도와 그 집 가문을 번창하게 하는 것이 아녀자로 태어난 제일 큰 보람이니라.

         사내가 장가든 후에 가풍과 법도가 내조에 달려있으니 네 모쪼록 오라버니를 잘 인도하여 입신양명하시도록

         내조함은 물론이요, 부모에게 극진히 효도하고, 동기간에 우애하며 친척에게 화목하고 손님을 극진히 예로 대접하여

         인리향당에 칭찬을 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네 무엇보다 작은 안으서된 자로써 투기하는 마음을 버리고

         항상 몸을 낮추고 또 낮추어야 할 것이다. 내 말을 명심하거라.

난정 : (두루마리를 가슴에 품으며) 소첩, 중전마마의 말씀을 가슴속에다 깊이 깊이 새겨 넣겠사옵니다.

윤원형 : 중전마마께오서 이렇듯 난정이에게 마음을 써주시오니 시생, 황감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 오라버니, 난정이가 윤씨가문의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난정이의 행실도 중요하지만

         오라버니께오서 어찌 처신하시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이사람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윤원형 : 예, 시생 중전마마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도록 처신할 것이옵니다.

윤비 : 그래요, 내 작은 오라버니를 믿겠습니다.

윤원형 : 믿으시옵소서!

윤비 : 오라버니, 이사람 생각이 따로 있어 그러하니 퇴궐하시기 전에 난정이와 함께 대비전에 발걸음을 하시어

         문후를 드리도록 하세요.

윤원형 : 대비마마께 문후를 여쭌지도 오래되었으니 말씀대로 하겠사옵니다.

난정 : 중전마마, 서방님과 소첩이 대비전에 들어야 할 다른 까닭이라도 있는 것이옵니까?

윤비 : (미소) 네 역시 내 말 한마디 한마디를 예사롭게 넘기지를 않는구나.

         난정아, 네가 대비전에 들어 대비마마의 오해를 풀어드리었으면 한다.

윤원형 : (놀라보며) 오해요?! 오해라니요, 마마?

난정 : ...!



S#14 대궐 일각


윤원형과 난정, 걸어오고 있다.


윤원형 : (못마땅한 듯 멈춰서서) 허어, 참! 형님께오선 언제 철이 드실는지?!

            허우대는 곰같으신 양반이 어찌 정신을 못차리시고 이런 사단만 만들고 다니시는겐지 모르겠소!

난정 : 서방님, 의기투합한 동지보다는 핏줄이 더 가까운 법이옵니다.

윤원형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요. 이거야 원! 쯧쯧.

난정 : 시비는 나중에 따지시고 어서 대비전으로 발걸음을 하시지요.


난정과 윤원형, 어디론가 간다.



S#1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침통한 표정으로 앉은 남곤과 심정을 노려보고 있다.


경빈 : 대감들 뭐라 말씀들 좀 해보세요! 전하께오서 파릉군에게 조정신료들의 살생부를 만들라 명하시어

         대감들의 뒷통수를 후려치시었는데 대감들께선 어찌 입에 자물통만 채우고 있으신겝니까?!

남곤 : 전하께오서 신들을 찍어내시려고 목덜미에 비수를 들이대시었는데 신들에게 무슨 뾰족한 방책이 있을수 있겠사옵니까?

         전하의 하명을 기다려 볼 수 밖에요..

심정 : 신 역시 전하의 심중을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질 뿐이옵니다.

경빈 : (연상 쾅-) 허어, 이리 답답할데가 있나?! 허면 두분 대감께서는 앉아서 날벼락을 맞으실 작정이십니까?!

남곤,심정 : (움찔)...!

경빈 : 전하께오서 아무리 유약하시다고는하나 십수년 동안 용상을 지키시었던 이 나라의 군주이십니다!

         어찌 대감들께선 앞으로는 안당을 처형하라는 조정신료들의 주청을 받아들이시고

         뒤로는 다시 주청을 올린 조정신료들을 찍어내려고 하시려는 군주의 두얼굴을 짐작조차 못하시었단 말씀입니까?!

남곤,심정 : (난감한)...

경빈 : 이러고서야 내 어찌 두분을 믿고 복성군을 보위에 올릴 대업을 도모할 수가 있겠습니까?!

남곤,심정 : 황공하옵니다!

경빈 : (못마땅하게 보며 혀를 쯧쯧 차는)..

심정 : 마마, 하오면 신들이 어찌 처신해야 하올런지요?

경빈 : 파릉군이 살생부를 만들겠다면 대감들께서도 살생부를 만드세요!

남곤 : (놀라 보는) 예에?

심정 : 마마, 살생부라니요?!

경빈 : 이렇게 답답하시긴?! 장차 우리 복성군께오서 보위에 오르시는데 걸림돌이 되는

         찍어내버릴 자들의 이름이 적힌 살생부 말입니다!

남곤,심정 : ...!

경빈 : 그 살생부 속에는 공신들의 앙숙(怏宿)인 파릉군과 세자의 방패막이 노릇을 하는 김안로와 윤임이,

         그리고 중전을 반드시 적어넣으시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남곤,심정 : (섬뜩한)..!



S#16.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전과 김안로, 윤임, 그리고 김제학이 무거운 분위기로 앉아있다.


김전 : 허면 나보고 당장 영상자리를 내놓으란 말이냐?

김안로 : 숙부님. 불길이 온 산야를 태워버리기 전에 불씨를 꺼야하옵니다. 숙부님께오서 지금 사직하시지 않으시오면

            조정신료들이 차가운 금부옥사바닥에 갇히게 될 지도 모르옵니다.

김전 : (한숨을 푹 내쉬는)..음!

김안로 : 숙부님, 이나라 조정의 운명이 숙부님의 결단에 달려있사옵니다!

김전 : (아쉬운) 허나 내가 사직한다고 전하께오서 어의를 바꾸시겠느냐?

김안로 : 숙부님께오서 조정신료들의 영수로써 그 동안 실정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시고 물러나시오면

            전하께오서 어의를 돌리실 빌미가 마련될 것이옵니다!

윤임 : 허나 만에 하나 우리가 전하의 심중을 잘못 읽은 것이라면 애매한 영상자리만 차버리는 격이 아니오이까?

김안로 : 전하께오서 파릉군과 독대를 하신 까닭은 분명 조정의 물갈이 때문이 틀림없사옵니다! 이사람을 믿으시옵소서!

김제학 : 영상대감께오서 물러나신 연후엔 어찌되는 것이옵니까?

김안로 : 파릉군이 조정인사들을 물갈이 한다고 해도 시일이 걸릴 것이옵니다. 그 동안 우리 스스로 조정을 개편해서

            민심을 수습한다면 전하께오서도 어의를 돌리실 수 밖에는 없을 것이옵니다.

윤임 : 전하께오서 어의를 돌리신 연후에는 어찌되는게요?

김안로 : 그런 연후엔 파릉군을 찍어내버려야지요!



S#17. 대궐 일각


파릉군, 세자와 함께 거닐고 있다.

박상궁과 동궁전내관, 호위별감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파릉군과 세자, 멈춰서 대궐 전각들을 돌아본다.


파릉군 : 저하, 이 궁궐을 어찌 경복궁이라 칭하게 되었는지 그 유래를 아시옵니까?

세자 : 시경의 글귀에서 따온 것이라 알고 있사옵니다.

파릉군 : 예, 조선을 창건하오신 태조대왕께오서 정도전에게 궁궐의 이름을 지으라 명을 내리시어

            정도전이 시경의 글귀에서 두 자를 취해 경복궁이라 이름을 지은 것이지요..그 구절을 아시옵니까?

세자 : 파릉군 대감께오서 제 과문함을 일깨워 주시옵소서.

파릉군 : (감정을 잡으며) 기취이주(旣醉以酒)하고 기포이덕(旣飽以德)하니 군자만년(君子萬年)에 개이경복(介爾景福)이라..

            이미 술에 취하고 덕에 배가 부르니 군자 만년에 복이 빛나리라!는 뜻이옵니다.

세자 : (끄덕이며)...

파릉군 : 경복이라는 말은 길이 길이 큰 복을 누린다는 뜻으로 조선을 창건하오신 태조대왕과 개국공신들은 물론이옵고

            백성들까지 새로운 왕조의 천년 만년 번성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있사옵니다.

세자 : ..

파릉군 : 하오나 종사가 길이 길이 빛나기 위해서는 임금이 큰 덕을 밝혀 이나라 억조창생들을 감동시켜야 할것이오며,

            또한 조정신료들 역시 군주의 뜻을 충절로 받들어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펼쳐나가는 한 길 뿐이옵니다.

세자 : (감동한 듯 보는)...

파릉군 : 저하께오선 장차 대통을 이으시어 이 궁궐의 주인이 되실 분이시오니

            경복궁의 뜻을 잊으시어서는 아니되실것이옵니다.

세자 : 명심하겠사옵니다. 대감께오서 제 곁에 오래 오래 머무시면서 임금의 도리를 깨우쳐주세요.

파릉군 : 예, 세자저하. 신, 그리할 것이옵니다!


세자와 파릉군, 행렬을 이끌고 다른곳으로 걸어간다.

복성군, 한곳에서 몸을 드러내며 그 뒷모습을 냉랭한 표정으로 노려본다.


복성군 : ...!



S#18. 대비전 외경


윤원형(E) : 대비마마, 참으로 오랜만에 문후여쭈옵니다.



S#19.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은 윤원형과 난정을 자애로운 눈길로 본다.


자순대비 : 윤승후관께오선 그동안 무탈하시었소이까?

윤원형 : 모두가 대비마마께오서 돌봐주신 덕분이옵니다.

자순대비 : 난정아, 너도 잘 지냈느냐?

난정 : 예, 대비마마께오서 소첩의 천한 이름 석 자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오니 참으로 광영이옵니다.

자순대비 : 허허, 이 늙은이에게 문후를 드는 외명부들이야 남편의 관직에 따라 품계가 정해지니 대부분 정경부인이나 정부인,

               숙부인으로 칭하면 되지만 너야 품계를 받을 일이 없으니 이름으로 기억할 수 밖에 더 있겠느냐?

난정 : (아픈, 그러나 내색않는)...!

자순대비 : 아니 그러하냐? 난정아.

난정 : (쌩끗 미소) 지당하옵신 말씀이시옵니다.

윤원형 : 대비마마, 실은 이번에 난정이가 시생의 핏줄을 잉태하였사옵니다.

자순대비 : 오, 그래요? 비록 서출이라고는 하나 승후관의 첫 소생이니 감축드릴 일이구려.

윤원형 : 예, 하여 겸사겸사 난정이를 집으로 들였사오니 대비마마께오서 난정이한테 덕담 한 말씀 내려주시지요.

자순대비 : 덕담이라? 첩실을 집안에 들이는데 덕담이랄게 무에 있겠소?..난정아, 네 아무리 승후관의 괴임을 받고

               대궐출입을 할지라도 정실부인을 웃전으로 뫼시어야 하는 신분임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난정 : ...!

자순대비 : 그래야 네 마음도 평안하고 집안이 모두 화목해지는 것이니라. 내 말뜻을 알겠느냐?

난정 : 대비마마께오서 소첩의 분수와 소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시오니 황감할 따름이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 네 총명하니 내 말뜻을 잘 알아들었으리라 믿으마. 헌데 승후관.

윤원형 : 예, 마마.

자순대비 : 승후관께서 난정이만을 어여삐 여기시니 안사람께서 섭섭하시겠소이다.

윤원형 : 예에..그럴리가요?

자순대비 : 승후관의 부인께선 왕실의 사돈이신 희락당 대감의 질부라 들었소.

               이 늙은이가 승후관의 부인을 한번 보고 싶구려. 언제 한번 같이 입궐하세요.

윤원형 : (난정의 눈치를 힐끗보며)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슬쩍 떠보듯) 아, 참, 승후관 안사람께선 중전의 아들생산 불공을 드리러 다니시느라

               궐안에 발걸음 하실 겨를이 없으시겠구려.

윤원형 : 아들생산 불공이라니요?!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자순대비 : (의아) 내 분명 그리 들었거늘 이 늙은이가 잘못 알고 있는게요?

윤원형 : 예, 대비마마께오서 잘못 아시고 계신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 (추궁하는 눈빛으로 똑바로 보며) 승후관! 근자에 승후관의 안사람이 봉은사에서 불공드리는 것을

               본 사람이 있는데도요?

윤원형 : (순간 당황하여)..마마, 그게 저..

난정 : (미소) 소첩의 웃전이신 아씨께오선 중전마마의 따님생산을 발원드리는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뭐라? 따님생산 발원?!

난정 : 예, 아씨께오서도 중전마마께오서 회임하시었다는 말씀을 처음 들으시었을적엔 아들생산 불공을 드리시었지요.

         하오나 중궁전에 불려가 중전마마께 불호령을 맞으신 연후엔 따님생산을 발원드리시는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추궁하는 눈빛으로 엄하게 보며) 난정아, 네 말에 추호도 거짓이 없으렷다!

난정 : (태연) 소첩 따위가 어찌 대비마마 안전에서 거짓을 고하겠사옵니까? 소첩의 말이 믿기지 않으시오면

         소첩의 웃전을 불러들이시어 하문해 보시옵소서!

자순대비 : (반신반의한 눈빛)..그래? 네 말이 참이더냐?

난정 : (미소) 예, 대비마마.

윤원형(E) : (난정을 힐끔보며) 허, 어찌 저리 웃는 낯으로 거짓을 고할 수 있누?



S#20. 대비전 앞 마당


윤원형과 난정, 급하게 대비전에서 나온다.


윤원형 : 부인, 내 가슴이 떨려 조마조마 했거늘 부인께선 대비마마 안전에서 어찌 그리 태연자약하게 거짓을 고하실수가 있소?

난정 : 서방님, 소첩은 중전마마를 위해서라면 섶을 지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 것이옵니다.

윤원형 : ..그래요..그러시겠지요..

난정 : 아직은 대비마마의 의심이 풀리시지 않은 듯 싶으니

         서방님께오서 아우님한테 입단속을 단단히 시켜두시어야 할 것입니다.

윤원형 : 알겠소. 내 그리하리다.

난정 : 서방님, 먼저 퇴궐하시지요. 소첩은 궐안에 남은 볼일이 있사옵니다.

윤원형 : 그래요, 홀몸이 아니란걸 명심하시고 매사에 조심, 또 조심하시구려.

난정 : 예, 서방님 심려 거두시어요.

윤원형 : 허면 내 먼저 퇴궐하리다. (몸을 돌려 간다)

난정 : (윤원형을 보다가 어디론가 간다)



S#21. 대궐 일각


희빈과 창빈, 향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오고 있다.

숙의홍씨와 숙의이씨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맞은 편에서 오다가 희빈과 창빈을 보고 깊숙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다른 편에서 걸어오던 숙원김씨와 숙원이씨가 급하게 다가와 깊숙하게 허리를 숙인다.

희빈과 창빈, 앞장서서 가면 그 뒤를 숙의홍씨와 숙의이씨가 또 그 뒤를 숙원김씨와 숙원이씨가 따라 어디론가 간다.

오상궁, 한편에 서서 그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지켜보다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총총히 간다.



S#22.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아있는 오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뭐라? 후궁들 모두가 경빈처소쪽으로 발걸음을 했단 말이냐?

오상궁 : 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창빈마마도 함께이시었사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그래, 그럴테지.

엄상궁 : 중전마마, 경빈이 후궁들을 부추켜 또 무슨 못된 짓거리를 꾸미고 있는 듯 싶사옵니다.

윤비 : (찻잔을 들며) 전하께오서 파릉군대감과 독대를 하시었다는 말을 듣고

         경빈과 후궁들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듯 다급해진게지.

엄상궁 : 예에? 마마, 무슨 말씀이시온지요?

윤비 : 그런 것이 있네..(찻잔 들어 마시고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는)..



S#2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희빈, 창빈과 숙의이씨와 숙의홍씨, 숙원 김씨와 숙원이씨가 각기 찻소반을 앞에 놓고 앉아있다.


경빈 : 전하께오서 보위에 오르신 후 십여년 동안 우리 후궁들은 장경왕후를 웃전으로 뫼시고

         내명부의 지엄한 기강과 도리를 지키며 지내왔소. 그러나 장경왕후께오서 급작스러운 산후발한으로 돌아가시고

         지금의 중전마마께오서 교태전에 앉으신 연후로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일품명부 세사람을 비롯한 여러분은

         여염집 뒷방살이 첩실들보다도 못한 핍박과 수모를 당해왔소이다!

희빈 : 암요, 수모도 그런 수모가 없었지요! 허나 우리는 분명 전하의 승은을 입은 지어미이자

         주상전하의 핏줄을 받은 왕자와 옹주분들을 생산한 왕실의 당당한 일원임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오!

창빈 : (난감한 듯 한숨 내쉬는)...

일동 : ...

경빈 : 우리가 중궁전의 핍박과 수모속에서도 이만큼이라도 버틸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전하를 보위에 추대한

         정국공신의 딸들이란 것 때문이외다. 우리의 아비와 오라비들이 조정에 버티고 앉아 우리 뒤를 바쳐주시지 않았던들

         우린 중전마마의 핍박에 진즉 추풍낙엽이 되어 궐밖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을 것이요.

일동 : (동의하듯 끄덕끄덕)...

경빈 : 헌데 이번엔 귀양이 풀린 파릉군대감께서 근신하시고 자숙하시기는 커녕 사사로운 원한을 품고

         우리의 아비와 오라비들을 조정에서 찍어 내려고 칼날을 벼리고 있소이다!

일동 : (놀란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웅성웅성 동요하는)...!

경빈 : 그리되어서는 결코 아니될 것이요! 이번에 우리의 아비와 오라비들이 조정에서 퇴출당하신다면

         그 다음번에는 우리 차례가 될 것이 자명할 것이기 때문이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런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하오!

         이번에는 우리 힘으로 아비와 오라비들을 지켜내야만 할 것이외다! 그래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소.

         또한 우리가 생산한 왕자와 옹주분들이 장차 궐밖에 나가 사신다 하여도 그분들의 안위가 보장될 것이외다!

희빈 : 아무렴요! 이사람은 경빈의 말에 따를 것이외다! 여러분들도 힘을 보태주시겠지요?!

일동 : (결연한) 예! 그리할 것이옵니다!

창빈 : 허면 두분 빈께서는 어찌 하시잔 말씀이오?

희빈 : 어찌하긴요? 조정에서 우리 아비와 오라비들이 합세하여 파릉군대감의 전횡을 막을것이고

         우리 후궁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전하께 읍청이라도 드려야지요!

경빈 : 희빈 말씀이 옳습니다! 거대한 불길을 막으려면 맞불을 놓아 대응하는 수 밖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허나 종친부의 큰 어른이시자 전하의 큰 신망을 받고 계신 파릉군대감과 맞서는 일은

         우리 힘만으로는 벅찰수도 있음이오. 허니 중궁전의 힘을 빌리는 것이 상책입니다.

일동 : ('중궁전?!' 하는 표정으로 경빈을 보는)...!

희빈 : 경빈, 지금 중궁전의 힘을 빌리자고 하시었소?

경빈 : 그렇소이다. 지금 파릉군대감과 맞설 수 있는 분은 중전마마 뿐이시오!

희빈,일동 : (끄덕이는)..

경빈 : (창빈을 보며 미소) 창빈, 이번에 중궁전의 힘을 빌리는데 중전마마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으신 창빈께서

         앞장서 주시겠지요?!

일동 : (창빈을 주시하는)...

창빈 : (난감한)..



S#24. 동 경빈 처소 마당


금이와 향이, 그리고 각처소의 상궁나인들이 도열하여 서있다.


향이 : (방쪽을 기웃거리며) 어찌 말씀이 길어지시는 듯 싶네?

         금아, 경빈마마께오서 대체 무슨 일로 후궁마마들을 불러들이신게냐?

금이 : (얄미운 미소) 네 나인나부랭이 따위가 그딴건 알아서 뭐하누? 넌 그저 웃전께서 명하신대로 잘 받잡기나 하거라.

향이 : (휙-보며) 뭐야?! 네년은 나인나부랭이가 아니란 말이냐?

금이 : (쏘아보며) 나인나부랭이라니?! 이 몸은 경빈마마의 장자방이란 말이다!

향이 : 장자방?! 허, 지나던 소가 다 웃겠다! 니깟게 장자방이면 난 제갈공명이게?

금이 : 뭬야?!

난정(E) : 호호호!

금이,향이 : (일각문 쪽을 돌아보면)..?

난정 : (웃음 머금은) 금아! 네깟게 장자방을 자처하니 궐안에 장자방 사태가 나겠구나!

금이 : ..저,저게..?!

난정 : 허튼 말따위 지껄이지 말고 경빈마마께 고하거라.

금이 : 후궁마마들께오서 들어계시온데 네 어딜 함부로 고하라는 게냐?!

난정 : (번뜩 노려보며) 네깟년이 감히 내 명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금이 : (움찔 겁에 질리는)..!



S#25.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희빈, 창빈, 그리고 후궁들이뭔가 진지한 표정으로 논의중이다.


희빈 : 경빈, 중전마마께오서 우리의 청을 들어주시지 않을시엔 어찌하시려오?

경빈 : (무슨 생각이 있는 듯) 그때는 최후수단을 강구 해야지요.

희빈 : 최후수단이라니요? 무슨..?

금이(E) : (방밖에서) 경빈마마,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 들었사옵니다.

경빈 : (고개를 돌리며) 난정이가?

희빈 : 윤승후관 작은안으서라면, 그때 그..?

창빈 : 예, 그런 듯 합니다.

희빈 : 경빈, 설마 방안으로 들이실 생각은 아니겠지요?

경빈 : (생각하다가) 들라해라.

금이(E) : (방밖에서) 예.

일동 : (누군가 긴장하여 방문쪽을 보는)...?

난정 : (방문이 열리면 쌩끗 웃으며 방안으로 들어선다)

경빈 : 난정아, 네 오늘은 어인 연유로 발걸음을 한 것이더냐?

난정 : 소첩, 중궁전에 들었다가 퇴궐하는 길에 경빈마마께 인사나 여쭈러 들었사옵니다.

경빈 : 오냐, 이왕 걸음을 했으니 후궁마마들께 인사 드리거라.

난정 : (미소) 희빈마마, 창빈마마, 오랜만에 뵙겠사옵니다.

희빈 : (경계하듯 어색한 미소로 보는)..오랜만이구려.

창빈 : 어서오세요.

난정 : 다른 후궁마마들께도 인사 여쭈옵니다. 소첩, 정난정이라 하옵니다! (격식있게 큰 절을 올리고 앉는다)

         후궁마마들께오서 이렇듯 한자리에 계시오니 소첩, 방안 가득한 광채에 눈이 부셔 눈을 뜰수가 없사옵니다.

일동 : (싫지 않은)..

경빈 : 호호, 난정이 저 애가 찰라에도 열두번씩 사람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혓바닥을 지녔으니 조심들하시구려.

난정 : 하온데 마마들께오선 한자리에 모이시어 파릉군대감을 찍어낼 모의라도 하시고 계시었사옵니까?

경빈 : (일그러지며) 뭬야?!

일동 : (굳는)...!

난정 : (빙긋) 마마들 안색이 굳으시는 것을 뵈오니 소첩의 짐작이 틀림없는 듯 싶군요.

         (경빈을 보며) 아니 그렇사옵니까, 경빈마마?

경빈 : 호호호! 내 어찌 너를 속이겠느냐? 네 말이 맞다.

         난정아, 네게 파릉군대감께서 휘두르시는 칼날을 피할 방책이라도 있느냐?

난정 : 예, 소첩에게 세가지 방책이 있지요!

일동 : (놀란 눈으로 보는)...?!

경빈 : (미소) 세가지 방책이라? 어디 한번 말해보거라.

난정 : 첫 번째 방책은 파릉군대감께오서 찍어내려고 벼르시는 공신들께오서 스스로 조정에서 물러나시는 것이옵니다.

         그리되오면 누구도 피를 흘리지 않고 조정이 평안해 질것이오니 가장 상책이옵지요.

일동 : (경빈의 표정이 굳는)...

난정 : 두 번째 방책은 중전마마의 힘을 빌려 전하의 어의를 돌리는 것이옵니다.

일동 : (흠짓 놀라는 희빈)..!

난정 :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선 파릉군대감과 후궁마마들의 싸움에 나서시지 않으실 것이 자명하오니

         성사되지 못할 가장 하책이옵지요.

희빈 : 허면 세 번째 방책은 무어요?

난정 : 세 번째 방책은 후궁마마들께오서 조정의 공신들과 합세하시어 파릉군대감을 찍어내시는 것이옵니다.

         그리되오면 조정에 또 한바탕 피바람이 불어 닥칠 것이옵니다.

일동 : ('피바람?!')...!

경빈 : 네 지금 조정에 피바람이 불어 닥칠것이라 했느냐?

난정 : 예, 어차피 피해 갈 수 없는 일이라면 마마들께오서 먼저 선수를 치시어야 할 것이옵니다!

일동 : (경빈, 희빈, 창빈의 비장한 표정)...!

난정 : (미소)...



S#26. 정윤겸 사랑채 마당


파릉군, 정렴을 따라 사랑채 방쪽으로 다가온다. (*파릉군 뒤로 천서방이 따른다)


정렴 : 아버님, 파릉군대감께오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정윤겸 : (방문을 열고 나와보며) 파릉군대감!

파릉군 : 허허, 도총관대감 오랜만에 뵙겠소이다.

정윤겸 : (마당에 내려서서 파릉군의 손을 맞쥐는) 대감, 험한 제주땅에서 지내시느라 얼마나 고초가 많으셨소이까?

파릉군 : 고초는 무슨요? 이사람, 대감께오서 낙마를 하시고 두문불출 지내신다고 들었소이다.

정윤겸 : 어서 드시지요. 렴아, 다과를 내오거라.

정렴 : 예, 아버님! (천서방을 보고) 자넨 나를 따라오게. (돌아서 간다)

천서방 : 예. (정렴을 따라간다)

파릉군 : (대청으로 오르려다 댓돌위에 놓인 갖신 두켤레를 보고) 헌데 손님이 들어계신 듯 싶소이다?

정윤겸 : 예,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이 대감을 기다리시었소이다.

파릉군 :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이요?

윤임 : (방밖으로 나와 조아리며) 파릉군대감, 참으로 오랜만에 뵙겠소이다.

김안로 : (파릉군에게 목례하는)...!

파릉군 : (굳는)...!



S#27.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과 파릉군, 윤임과 김안로가 각기 앞에 찻잔을 놓고 앉아있다.


윤임 : 파릉군대감, 참으로 잘 오시었사옵니다! 대감께오서 우리와 합세하여 세자저하를 지켜주신다면

         감히 누가 세자저하께 위해를 끼칠 마음을 먹겠소이까? 아니 그렇소이까?

김안로 : 예, 이사람도 마음이 든든하옵니다.

파릉군 : (묵묵히 차만 마시는)...

김안로 : (파릉군의 표정을 살피는)..

정윤겸 : 파릉군대감, 어찌 아무 말씀도 아니하시는 것이옵니까?

파릉군 : (찻잔을 내려놓으며) 이사람, 이만 돌아가봐야겠소이다.

정윤겸 : 아니, 대감 어찌 이러시오이까?

파릉군 : 이사람은 파렴치한(破廉恥漢)자들과 더는 마주 앉아있고 싶지 않소이다!

윤임 : 예에? 우리가 대감께 무슨 실수라도 한 것이옵니까?

파릉군 : (윤임과 김안로를 보며) 세자저하께 위해가 되는 것은 오히려 두분 대감이오이다!

윤임 : 대감, 그 무슨 말씀이옵니까?!

김안로 : ...!

파릉군 : 도총관대감! 세자저하를 보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뇌물을 받아 챙기고 조정에 파당을 짓고

            또한 장차 세자저하를 앞세워 권세를 틀어쥐려는 야심을 지닌 자들을 어찌 방안에 들이신 것이오이까?!

윤임 : 대감, 말씀이 지나치시오이다! 어찌 대감의 억측으로 세자의 외숙부인 이사람을 모욕하시는겝니까?!

파릉군 : 억측이라니요?! 세자저하께오서 동궁의 자리가 싫다는 말씀을 하시었소이다!

            만약 두분대감께서 저하를 충심으로 보필하시었다면 어찌 세자저하께오서 그런 망극한 말씀을 하시었겠소이까?!

            이래도 억측이라 하시겠소이까?!

윤임 : (움찔)...!

김안로 : 파릉군대감! 대의명분만으로 세자저하를 지켜드릴수는 없사옵니다! 정치를 하려면 조정에 세가 있어야하고

            또한 정치자금도 필요한 것이오이다!

파릉군 : 그래서 장사치의 뇌물을 받으시었소이까?! 대감들, 대의명분이 없고 백성을 위하지 않는 정치를

            어찌 정치라 할수있소이까?! 대감들은 폐주연산을 탓할 자격이 없소이다! (벌떡 일어나 방문을 박차듯 나가버린다)

정윤겸 : 대감, 대감! (파릉군을 쫓아 방밖으로 나가고)

윤임 : ..음!

김안로 : (모욕감에 입술을 무는)...!



S#28. 갖바치 마당


당골네, 부엌 앞에서 푸성귀를 다듬고 있다.

윤원형, 헛기침을 하며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당골네 : (일어나 조아리며) 아이구, 나으리, 오십니까요?

윤원형 : 자네, 고생이 많구먼. (둘러보며) 헌데 갖바치선생은 어딜 출타하시었는가?

당골네 : 도수장(屠獸場)에 쇠가죽을 구하러 가셨습지요.

윤원형 : 그래? 괜한 헛걸음을 했구먼. 허어 어쩐다?

당골네 : 날씨가 찬데 따뜻한 물이라도 한사발 드시렵니까요?

윤원형 : 아닐세. 내 이만 가보겠네. (대문쪽으로 가려다가 방쪽을 휙-돌아보며) 혹시 임선비가 방안에 계신가?

당골네 : 예, 글공부중이시옵지요.



S#29. 동 갖바치 방 안


임백령, 책상앞에 앉아 서책을 읽고 있다.


당골네(E) : (방밖에서) 나으리, 윤승후관께오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임백령 : (고개 들고 방문쪽을 보고는 다시 서책을 본다)

당골네(E) : (방밖에서)..나으리! 윤승후관께오서 뵙기를 청하십니다요!

임백령 : (서책만 보는)..



S#30. 동 갖바치 마당


당골네와 윤원형, 방문 앞에 서있다.


당골네 : (갸웃하며) 잠이 드셨나?...(다시 한번) 나으리!

윤원형 : 됐네..험험! 노형, 내 잠시 들어가겠소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당골네 : ..?



S#31. 동 갖바치 방 안


윤원형,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임백령, 눈길도 주지않고 서책만을 본다.


윤원형(E) : (임백령을 보며) 내 짐작대로구먼! 외척과는 아는척도 하기 싫다 이뜻이겠지! 그저 선비놈들이란?!

윤원형 : (임백령 옆에 앉으며) 그동안 이 집에 드나들면서 안면을 익혔으면서도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적은 없으니

            통성명이나 하십시다. 이사람 윤원형이라 하오이다.

임백령 : (서책만)...

윤원형 : (머슥한) 허어, 임선비께서 독서삼매경에 푹 빠지신게로구먼? 어쩐다?

임백령 : (미동도 않는)...

윤원형 : (갑자기 개처럼 짖어댄다) 월-월-!

임백령 : (참는)...



S#32. 동 갖바치 마당


갖바치와 방백인, 쇠가죽지게를 짊어지고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당골네 : 이제들 오십니까요?

윤원형(E) : (방안에서) 월-월-

방백인 : (방쪽을 돌아보며) 엥, 이게 무슨 개소리야?!

당골네 : (의아하게 방쪽을 보며) 그러게요?

갖바치 : ...!



S#33. 동 갖바치 방 안


윤원형 : (임백령을 향해 짖어대는) 월- 월-!

임백령 : (더는 참지 못하고 찌푸리며 보는) 이 무슨 무례한 짓거리요?!

윤원형 : 허, 이거, 사람이 들어올때는 외눈하나 꿈뻑 않더니만 개가 짖으니 돌아보시는 구먼!

임백령 : 내게 무슨 볼일이시오?

윤원형 : 어차피 갖바치 선생 문하에서 동문수학 할 사이니 통성명이나 하십시다. 이사람 윤원형이라 하오이다!

임백령 : 내 노형같이 무례한 자와는 통성명할 마음도 없고 더구나 외척과는 동문수학할 마음도 없으니 당장 이방에서 나가시오!

윤원형 : 이런 용렬한 놈!

임백령 : (휙-돌아보며) 뭐요?!

윤원형 : 젊은 선비가 갖바치 백정 앞에 무릎 꿇는 것을 보고 뭔가 다른 구석이 있겠거니 기대를 했건만

            네 놈 그릇이 간장종지만도 못하구나!

임백령 : 아니, 이 자가?!

윤원형 : 너같은 놈이 방구석에 틀어박혀 학문을 익혀 과거에 장원급제해 본들 조정에 들어가 소인배노릇 밖에 더하겠느냐?!

            그러니 이나라 조정이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요모양 요꼴이지!

임백령 : (버럭) 네 이놈! 선비를 모욕한 죄, 당장 무릎꿇고 사죄하지 못할까?!

윤원형 : 선비 좋아하시네! 그깟 알량한 자존심따위는 개나 물어가라고 해라!

임백령 : (울그락 불그락하여 윤원형에게 덤벼든다)


윤원형과 임백령, 뒤엉켜 방바닥을 뒹구른다.



S#34. 동 갖바치 마당


방안에서 우당탕 쿵쾅 소리가 들려온다.


방백인 : (걱정스럽게 방쪽을 보며) 형님, 들어가서 말려야 되는 것 아니오?

갖바치 : (지게에서 쇠가죽을 내리며) 놔두시게. 사내끼리는 싸워야 친해지는 법 아닌가? 허허. (가죽을 줄에 넌다)



S#35.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은 김전을 놀란 눈으로 본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영상, 지금 사직을 하시겠다고 하시었소?

김전 : 예, 전하! 신 부덕하여 그동안 조정신료들의 영수로써 소임을 다하지 못하여

         전하의 치세에 큰 누를 끼친 과오를 통감하여 사직을 청하고자 하오니 부디 신의 뜻을 가납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음!..영의정께서 사직을 하신다면 후임으로 누구를 천거하시겠소?

김전 : 신의 소견으로는 영의정의 소임을 다할 만한 경륜을 지닌 사람은 수천대감과 좌의정대감 두사람 뿐이라고 사료되옵니다.

중종 : 수천대감과 좌의정이라..?

김전 : 예, 하오나 수천대감은 이번 안당부자를 두둔한 일로 조정신료들의 반발이 예상 되는 바,

         신의 소견으로는 좌의정이 적합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과인이 조금 더 상량해 본 연후에 비답을 내릴것이니 이만 물러가시구려.

김전 : 예. 전하. (일어서서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음, 좌의정..좌의정이라?



S#36.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능금,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딱부리를 보고 말한다.


능금 : 송서방이 백도주에게 은밀하게 각서를 건네주었다?

딱부리 : 예, 틀림없사옵니다, 행수어른.

능금 : (잠시 생각하다가) 당장 송서방을 잡아 들이고 멍석을 말게!

딱부리 : 예, 행수어른!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능금 : 각서. 각서라?!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37. 남곤 사랑채 방 안


장대인, 남곤 앞에 어음봉투를 건넨다.

심정, 그 모습을 지켜본다.


남곤 : (어음을 받아 챙기며) 지난번 십만량을 건네 받은지 얼마 안되어 또다시 거금을 받게되어 미안하구먼.

장대인 : 파릉군대감을 찍어내시기 위해 조정에 세를 모으시는 일이 시급하시다고 들었사옵니다.

심정 : 자네가 상세한 사정까지 알 것 없네.

남곤 : 괜찮소이다. 자금을 대주는 사람이니 알 것은 알아야지요. 자네 말대로일세.

장대인 : 시생을 믿어주시니 황공하옵니다. 언제든 말씀만하시옵소서! 약조대로 정치자금은 얼마라도 내어드릴것이옵니다.

남곤 : 그리하겠네.



S#38. 동 남곤 사랑채 마당


남곤집사, 백치수를 데리고 방쪽으로 걸어온다.


남곤집사 : (방쪽에다) 대감마님, 백치수가 뵙기를 청하옵니다요.



S#39.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 : (흠짓) 백치수가? (장대인을 보며) 자네, 불편하지 않겠는가?

장대인 : (미소) 시생, 백도주가 찾아온 속내를 짐작하옵니다. 들이시지요.

남곤 : 음!..(방밖에다) 들라하게!



S#40. 동 남곤 사랑채 마당


남곤집사 : 예. (백치수에게) 드시게.

백치수 : (묵묵히 대청으로 오른다)



S#41.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백치수, 방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장대인을 보고 움찔 놀란다.

장대인, 백치수에게 야릇한 미소를 보인다.


백치수 : (남곤과 심정 앞에 큰 절을 하며) 그동안 기체 대안하시었사옵니까?

남곤 : 헌데 자네가 내 집엔 어인 발걸음이신가?

백치수 : (장대인을 힐끔 보며) 그게..저..

장대인 : 백도주가 좌의정대감께오서 수결하신 각서를 가지고 온게지요.

심정 : 각서라니?

장대인 : 백도주가 처음 자금을 바쳤을때 목숨을 구명해주겠다는 각서에 수결을 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남곤 : 그래, 이제 생각이 나는구먼.

심정 : 자네 정말 그 각서를 가지고 온겐가?

백치수 : (그렇기에 당황스럽다)..

장대인 : 백도주, 그 각서는 무용지물이 되었으니 좌의정대감께 떼를 써본들 소용이 없을 것이오! 아니그렇사옵니까, 좌상대감.

남곤 : 암, 그렇고말고! 자네가 그런 연유로 나를 찾아왔다면 당장 돌아가게나!

백치수 : (낭패한)...!



S#42. 백치수 사랑채 마당


딱부리와 패거리들, 멍석말이당한 송서방에게 사정없이 몽둥이질을 한다.

능금, 비명을 질러대는 송서방을 냉랭하게 보고 섰다가 손을 들어보인다.


딱부리 : (능금의 손짓을 보고) 그치랍신다.

패거리들 : (몰매를 멈추고 물러선다)

능금 : (송서방에게 다가서며) 개도 제 밥그릇을 챙겨주는 주인의 발뒷꿈치를 물지 않는 법이거늘

         네놈이 감히 내 뒷통수를 후려쳐?! 백치수에게 각서를 몇장이나 건네주었느냐?!

송서방 : (눈물)..능금아..그 분은 지금껏 나를 돌봐주신 어르신이시다. 흐흑..

능금 : 닥치거라! 네놈 주인이 나라는 것을 벌써 잊었느냐?! 이놈이 바른대로 토설할때까지 매를 쳐라!

딱부리 : (패거리들에게 턱짓을 하며) 매를 더 치랍신다!

패거리들 : 예! (다시 송서방에게 몽둥이질을 한다)

달래 : (고운 복색으로 뛰어와 능금에게 매달리며) 언니, 그만두라 하시오. 이러다가 송서방 아저씨 죽겠소!

능금 : 달래야,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니 물러서!

달래 : (울상)..언니..

능금 : 물러서래두!

달래 : 언니, 왜 이리 변한거요. 난 언니가 밉소.. 흐흑. (몸을 돌려 뛰어간다)

능금 : (과장된 냉랭함으로 비명을 지르는 송서방을 노려보는)...!



S#43. 갖바치 방 안


갖바치, 술상 앞에 앉아있고 양옆으로 윤원형과 임백령이 엎치락 뒷치락했던 멍자국이 남은채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있다.


갖바치 : (윤원형과 임백령을 번갈아보다가) 허허, 말머리를 맞댄 장수들간에도 몇합을 겨루고 나면 정이 생기는 법이라 했거늘

            어찌 두분께오선 꽁생원처럼 등을 돌리고 계신 것이옵니까?

윤원형 : (휙-돌아보며) 꽁생원이라니요?! 누가요?!

갖바치 : (술병 들며) 자, 이 화해주를 나누시고 마음을 푸시지요.

임백령 : 내 저자가 무릎을 꿇고 먼저 사죄하기 전까지는 화해 할 수 없사옵니다!

윤원형 : (다시 등돌리며) 이사람도 피차일반이오!

갖바치 : (버럭) 허어! 내 손에 또 회초리를 들어야 정신을 차리겠소이까?!

윤원형,임백령 : (찔끔)...!

갖바치 : (엄하게) 윤승후관께오선 술병을 들으시고 임선비께오선 술잔을 내시지요!

윤원형,임백령 : ...

갖바치 : 어서요!

윤원형 : (마지못해 술병을 들고)..

임백령 : (술잔을 들어 내민다)...

갖바치 : 화해주를 따르시지요.

윤원형 : (임백령 잔에 술을 따르며) 내 아까 임선비한테 이놈, 저놈 한 것은 잘못한듯 싶소이다.

            허나 외척이란 이유만으로 개 만도 못한 대접을 받는구나 싶어 그랬던 것이니 이해하시구려..

임백령 : (잔을 받고 병을 들고 윤원형 잔에 따라 주며) 이사람도, 외척운운 한 일이 잘한 일은 아닌 듯 싶소이다.

갖바치 : (술병을 건네받아 자기잔에 따르며) 자 쭉 드시지요!

갖,윤,임백령 : (단숨에 들이킨다)

윤원형 : (뺨을 어루며) 헌데 선비분 손이 어찌 그리 매운지 내 아직도 볼때기가 얼얼 하오이다!

임백령 : (정갱이를 만지며) 시생도 승후관 발길질에 정강이뼈가 튕겨나가는 줄 알았사옵니다.

윤원형 : 그래요? 허면 피차일반이시구려! 아니 그렇소이까? 하하하!

임백령 : 하하하.

갖바치 : 허허허!



S#44. 옥매향 기방 외경


옥매향(E) : 뭐이 어드레? 난뎡아, 본댁에 모린이를 데리고 가겠다는 거이네?



S#45. 동 옥매향 아랫방 안


난정과 옥매향, 찻상앞에 앉아있고 윗목에 모린이 앉아있다.


난정 : 그동안 모린이하고 정이 많이 들었을텐데 미안하다.

옥매향 : 괜탾아, 둄있으면 심퉁이에미나이래 돌아올거이고,

            홀몸도 아닌 니가 본댁에서 시딥살이 하는데 더 쓸모가 많을 거이야.

난정 : 고마워, 매향아. 내 며칠후에 데려갈께.

옥매향 : 모린아, 넌 좋갔다! 오매불망 그리던 난뎡아씨랑 살게되었으니 말이야!

모린 : (좋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한)...

옥매향 : 난뎡아, 나듕에 아들을 낳으면 승후관 나으리를 꼭 빼닮고, 딸이면 너를 쏙 빼닮은 에미나이를 낳으라우!

난정 : 난 꼭 아들을 낳을거야!

옥매향 :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또 어떠네?! 사랑하는 정인의 핏줄인걸! (임백령 생각에 한숨을 푹 내쉰다)..

난정 : 파릉군대감께오선 왜 이리 늦으시는게지? 오늘은 만나 뵈옵지 못할 듯 싶구나..



S#46. 어느 강가


파릉군, 감회에 젖은 눈길로 멀리 강물을 보고 서있다. (*천서방, 한 옆에 서있다)


파릉군 : 정암..이 나라 조정을 개혁하는 길이 쉽지 않을것이란걸 잘 알고 있네.

            허나 내 자네가 못다한 조정개혁의 초석을 놓을 수 있다면 이 한목숨 기꺼이 내던질 작정일세.. 지켜봐 주게나.



S#47. 중궁전 외경


윤비(E) : 창빈, 그 무슨 말인가?!



S#48.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창빈을 엄하게 보며 말한다.


윤비 : 살생부라니?! 상세히 말해보게!

창빈 : 전하께오서 파릉군대감께 공신들의 살생부를 만들라 명하시었다고 하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막아주시지 않으시오면 조정신료들중 공신들이 억울한 죽임을 당하실수도 있사옵니다!

윤비 : 허어, 어찌 진중(鎭重)한 창빈마저 유언비어에 현혹되어 부화뇌동 하려 드시는겐가?!

         창빈, 역시 어쩔수 없는 정국공신들의 따님이시었단 말인가?!

창빈 : 이번 일을 막아주실 분은 중전마마 뿐이시옵니다, 마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 창빈, 정녕 내 손으로 창빈의 손가락에 끼어있는 가락지를 뽑아내야만 하겠는가?!

         당장 처소로 돌아가서 자숙하고 있으라!

창빈 : (울먹)..마마..흐흑..

윤비 : 당장 물러가래두!

창빈 : ..예.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뭔가 생각하는)..살생부..살생부라?!



S#49.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금이를 보고 말한다.


경빈 : 중전께오서 간곡히 청하는 창빈을 호통을 치시어 물리치시었다?

금이 : 예, 마마.

경빈(E) : (생각하는) 암, 중전께오서 그리 호락호락하게 우리가 내민 손을 잡아주실 분은 아니지..

              (결연한) 그렇다면 내가 나설 수 밖에 없음이야..!

경빈 : 금아, 당장 후궁처소마다 기별을 넣어 불러들이도록 해라.

금이 : 예, 마마. (잽싸게 일어나 쪼르르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비장한) 그래, 내가 나설 것이야! 내가!



S#50. 윤원형 집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원로(E) : 아버님, 뭐라 말씀 좀 해보시옵소서!



S#51.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김씨가 건네준 탕약을 마시고 있다.


윤원로 : 아버님, 정녕 원형이가 엉덩이에 뿔난 짓거리를 하는 것을 보고만 계실 것이옵니까?!

윤지임 : (윤원로를 노려보며 귀찮다는 듯 나가라고 손짓하는) 정신 사나우니 맹꽁이 우는 소리 그만하고 나가!

윤원로 : 아버님! 어찌..?!

윤지임 : (마시던 약사발을 휙-던져버린다) 이놈아! 당장 나가지 못해!

윤원로 : (벌떡 일어서며) 예, 나가지요! 나갑니다요!

김씨 : ....



S#52.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김씨, 탕약사발을 들고 나오는데 윤원로, 급하게 다가선다. (*탄실과 배천댁이 서있다)


윤원로 : 제수씨, 참말 닐니리야 계집을 집안으로 들이실 작정이시오?

김씨 : 이미 중전마마께오서 윤허하신 일입니다. 시아주버니께오서도 난정이를 받아들여 주세요.

윤원로 : 내 하늘이 두쪽나는 꼴을 보면 보았지 그리는 못하겠소.

김씨 : (목례하고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간다)...

윤원로 : (그 뒷모습에다) 허어, 제수씨, 고 여우같은 계집을 받아들인다면

            언제가는 제수씨자리를 차지할 거란 것을 어찌 모르시오?!

임서방 : (급히 다가오며) 나으리, 박정언이 오시었사옵니다.

윤원로 : 박정언이? (임서방이 온쪽으로 간다)



S#53.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박희량, 뒷짐을 지고 서있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S#54. 대궐 일각 (박희량의 회상)


심정, 박희량을 보고 말한다.


심정 : 자네가 중전마마의 큰 오라비와의 교유를 돈독히 해 두어야 할것이야.

박희량 : 시생, 생각엔 윤원로는 경빈마마께 도움이 되거나 경계할 만한 인물이 못되는 듯 싶었사온데 어찌..?

심정 : (미소) 윤원로가 아니라 원로와 교유를 하면서 중전마마의 작은 오라비인 윤원형이의 동태를

         철처하게 파악해두라 이 말일세.

박희량 : ...

심정 : 윤원형이는 우리에게 크게 위협이 될 인물이란걸 잊지말게.



S#55.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박희량(E) : 윤원형, 윤원형이라...?!

윤원로 : (반갑게 다가오며) 박정언, 내집엔 또 어인 발걸음이신가?

박희량 : (보며) 시생, 승후관과 술한잔 청하러 들렀사옵니다.

윤원로 : 술?! 거 좋지! 안그래도 내 속에서 불길이 치솟던 참일세. 가세나! (앞장서서 대문쪽으로 가면)

박희량 :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윤원로 뒤를 따른다)



S#56. 동 윤원형 대문 앞 길


윤원로와 박희량, 웃으며 어디론가 간다.

반대편으로 난정을 태운 가마가 다가와 멈춰선다.

난정, 가마에서 내려 교꾼에게 동전을 집어주고 계단을 오르려다가 문득 저만치 가는 윤원로와 박희량의 뒷모습을 본다.


난정(E) : (박희량을 보는 얼굴위로) 저, 저놈은?!

윤원형 : (뒷편에서 급히 오며) 부인!

난정 : (돌아보며) 서방님!

윤원형 : (숨을 헐떡이며) 내 삼거리서부터 부인의 가마를 보고 뒤를 쫓아왔소이다.

난정 : 서방님, 취하신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 허허, 내 동문수학할 벗을 얻어 한잔 했소이다.

난정 : 동문수학할 벗이라니요?

윤원형 : 날이 쌀쌀하니 드십시다. (난정을 부축하여 계단을 오른다)

길상 : (한곳에서 윤원형과 난정이 대문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길상, 쓸쓸하게 걸음을 몇발짝 돌리다가 다시 대문 쪽을 돌아보는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이 길게 떨어진다.



S#57.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윤원형, 난정을 부축하고 방쪽으로 걸어오는데.


배천댁 : (다가와 조아리며) 초당아씨께오서 작은 아씨를 뵙자십니다요.

난정 : (배천댁을 보며) 나를?



S#58.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과 김씨가 마주 앉아있다.


김씨 : 자네가 지금 당장이라도 안채를 쓰겠다면 내어주겠네.

난정 : 아우님, 이사람 안채를 쓸지, 행랑채 방한칸에 머물지 아직 정하지 못했소. 마음이 정해지면 아우님한테 일러주겠소.

김씨 : 자네 뜻대로 하게나. 허나 아버님 심기가 편치 않으시오니 당분간 집에서 자네 때문에 큰소리가 나는 일은 없으면 하네.

난정 : 그리하지요. 허면..(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 ...



S#59.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앉아있는데 난정,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윤원형 : 부인, 내 마누라가 무슨 일로 부른게요?

난정 : 아우님께서 소첩이 안채를 쓸것인지 행랑채를 쓸것인지가 궁금하였나 보옵니다.

윤원형 : 나도 궁금하구려. 부인께서 정녕 안채를 차지하실 생각이시오?

난정 : 서방님께오서 약조를 지켜주신 연후에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윤원형 : (난처한) 헌데, 부인..내 조상님들께 큰 죄를 짓는 듯하여...

난정 : 서방님께오선 열쇠만 가져다 주시오면 소첩 혼자 알아서 할것이옵니다.

윤원형 : (난감한 한숨)...어쩔 수 없지요, 내 그리하리다.

난정 : (비장한)...!



S#60. 처연한 달 (INSERT)



S#61. 대궐 일각 (밤)


조족등 불빛을 앞세우고 일군의 무리들이 행렬을 지어 걸어오고 있다.

경빈, 복성군과 혜순옹주, 혜순공주를 데리고 앞장서서 걸어온다.

양옆으로 희빈이 금원군과 봉성군을 창빈이 영양군과 덕흥군, 정신옹주를...

그 뒤편으로 숙의홍씨가 해안군을, 숙의 이씨가 덕양군을...

숙원이씨가 정순옹주와 효정옹주를, 숙원김씨가 숙정옹주를 데리고 따른다.

후궁들과 왕자, 옹주들의 얼굴에 비장함이 흐른다.

금이와 향이를 비롯한 각 처소의 상궁나인들이 조족등을 들고 따른다.

후궁들의 행렬이 지나가면 오상궁, 한곳에서 몸을 드러낸다.

오상궁, 놀란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다가 급히 몸을 돌려 어디론가 뛰듯이 간다.



S#62.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놀란 눈으로 오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뭐라?! 후궁들이 소생 왕자와 옹주들을 거느리고 강녕전쪽으로 발걸음을 하고 있단 말이냐?!

오상궁 : 예, 마마.

엄상궁 : 오상궁, 틀림없는가?!

오상궁 : 분명하옵니다. 무슨 일이라도 낼듯한 분위기였사옵니다.

윤비 : 허어, 이 야심한 밤에 어찌 후궁들이..?! (뭔가를 생각하다가) 엄상궁, 내 편전으로 들것이다.

엄상궁 : 예, 마마!

윤비 :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63. 강녕전 마당


경빈과 복성군 이하 후궁과 왕자, 옹주들이 합문을 들어서서 강녕전 계단을 올라 댓돌위에 선다.

(*상궁나인들은 계단 주위에 선다)

경빈과 복성군, 비장한 표정으로 강녕전 현판을 노려본다.

희빈, 창빈을 비롯한 후궁들과 왕자, 옹주들, 각기 비장한 표정이다.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등을 거느리고 강녕전쪽으로 걸어온다.


윤비 : (경빈 등을 보고 충격)...!

경빈 : (윤비를 돌아보는)...!

윤비 : ...!



S#64. 윤원형 집 사당문 앞 (밤)


누군가의 발이 살금살금 굳게 닫힌 사당문쪽으로 걸어간다. 난정이다.

난정, 열쇠를 꺼내 굳게 걸어 닫힌 자물통에 열쇠를 밀어넣는다. 철컥 자물통이 열린다.

난정, 끼익-사당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S#65. 동 윤원형 사당 안 마당 (밤)


난정, 어둠과 정적에 싸인 사당 문안으로 들어선다.

난정,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겁 먹은듯 조심스럽게 사당쪽으로 다가간다.

난정, 대청위로 올라서서 사당 방문을 열면 윤씨조상들의 신주와 위패를 모신 방안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난정, 큰 숨을 내쉬는데.


윤씨조상(E) : (쩌렁쩌렁 울리는 환청) 네 이년!

난정 : (깜짝 놀라 주저앉는)...!

윤씨조상(E) : (난정의 환청) 천하디 천한 첩년 따위가 어찌 감히 신주를 모신 사당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단 말이냐?!

난정 : (겁에 질린 눈빛)...

윤씨조상(E) : (난정의 환청) 썩 물러가지 못할까?!



S#66. 밤하늘 위로 마른 번개가 내려친다 (INSERT)



S#67. 동 윤원형 사당 안 마당 (밤)


난정, 벼락치는 소리에 귀를 막으며 벌떡 일어나 사당문밖으로 도망친다.



S#68. 동 윤원형 사당문 밖 (밤)


난정, 사당문밖으로 뛰쳐나오는데 검은 그림자가 앞을 막아선다.

난정, 숨이 막힐 듯 놀라 보면 김씨다.

김씨, 난정을 무섭게 노려본다.

난정, 겁에 질린 눈빛으로 김씨를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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