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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9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554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098











S#1. 경빈 처소 외경


금이, 처소방쪽을 엿듣고 있다.


경빈 : 난정아! 네 정녕 나와의 거래를 성사시킬 자신이 있느냐?!

금이(E) : (갸웃) 거래?! (더욱 귀를 기울이는)



S#2.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난정의 속내를 헤아리듯 똑바로 본다.


난정 : (야릇한 미소) 마마, 소첩에게 은자 십만냥을 떼이실까 저어되시옵니까?

경빈 : (냉랭한 미소) 그깟 은자 십만 냥쯤 떼인다고 대수겠느냐만 내 너를 잃게 될까봐 심히 저어되는 구나.

난정 : 지금 마마께오서 하신 말씀은 소첩이 파릉군대감을 찍어내지 못하면 목숨을 바치라는 뜻으로 들리옵니다?

경빈 : 난정아, 네 역시 귀가 밝구나! 암, 그것도 네 한목숨이 아니라 네 복중태아까지 두 목숨이지!

난정 : 경빈마마, 소첩 복중에 태아가 자라고 있는 것을 아시고 계시었사옵니까?

경빈 : (미소) 암, 네가 잉태한 태아를 앞세워 부원군댁으로 들어간 일도 잘 알고 있느니라.

난정 : 호호, 역시 경빈마마이시옵니다. 하긴 구중궁궐 가장 내밀한 강녕전 지밀안에 계신 주상전하의

         일거수 일투족은 물론이옵고 전하의 옥음 한말씀조차 놓치시지 않고 훤하게 꿰뚫어 보시는 마마께오서

         소첩같이 천한 것의 일을 어찌 모르시겠사옵니까?

경빈 : 네 잉태를 하여도 요사스럽게 놀려 대는 혓바닥은 변함없이 여전하구나.

난정 : (진지하게) 마마, 소첩과 거래를 하시겠사옵니까?

경빈 : (진지하게) 네가 파릉군을 찍어내지 못할시에는 목숨을 내어놓겠느냐?

난정 : 예, 소첩 스스로 손으로 소첩의 목을 베어 바치겠사옵니다.

경빈 : 그 말 참이더냐?

난정 : 소첩이 경빈마마께 한번이라도 거짓을 고한적이 있었사옵니까?

경빈 : ..내게 거짓을 고한적이 없다?

난정 : 마마께오서 더 잘 아시고 계실 것이라 믿사옵니다.

경빈 : (싸늘한 미소로 보는)...

난정 : 하오면 소첩,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믿고 퇴궐하는 길에 장대인에게 들려 은자 십만냥짜리 어음을 받겠사옵니다.

경빈 : 난정아, 내 아직 결단을 내리지 않았거늘 네 어찌 속단하는게냐?

난정 : 마마, 결단을 늦추시다가 실기하시오면 경빈마마를 떠받드는 조정신료들이 파릉군대감의 살생부에 이름이 적혀

         먹물이 마르기도 전에 추풍낙엽이 될 수도 있사옵니다.

경빈 : 글쎄다...?

난정 : 마마, 무엇을 망설이시는 것이옵니까? 은자 십만냥을 아끼시려다 지금껏 십수년동안 조정안에 쌓아올린

         아흔아홉칸 공든탑을 무너뜨리실 작정이시옵니까?

경빈 : (미소)..

난정 : 마마, 어찌 웃으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 실은 두어식경 전에 희락당대감도 이 방안에 들어 너와 똑같은 거래를 제안 했었느니라.

난정 : (흠짓) 희락당대감이요?

경빈 : 그래, 희락당대감 역시 은자 십만냥을 내어주면 파릉군대감을 찍어낼 것이라 약조를 했느니라.

난정(E) : 여우같은 김안로가 선수를 치려고 한 것이구만..

난정 : (미소) 허면 소첩, 마마께오서 십만 냥을 내어주실 것이라 알고 물러가겠사옵니다. (조아리고 일어서는데)

경빈 : 난정아, 내 아직 너와 희락당대감 사이에서 저울질이 끝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더냐?

난정 : 소첩 생각엔 이미 저울추가 기울었사옵니다.

경빈 : 저울추가 기울다니?

난정 : 지난번 치부책 일을 잊으시었사옵니까? 희락당대감은 조정신료들의 목숨이 걸린 치부책을

         소첩에게 넘겨주시었던 분이시옵니다. 하오니 경빈마마의 저울추가 소첩에게 기울 것은 자명할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아니 그렇사옵니까, 마마?

경빈 : 호호호!

난정 : (쌩끗 웃는)

경빈 : 오냐, 내 너에게 은자 십만냥을 내어주마. (웃음 뚝 그치고 번뜩) 대신, 네가 파릉군을 찍어내지 못하거나

         만에 하나 나를 기망하려 든다면 네 복중 아기는 영영 밝은 세상을 보지 못 할 것이야!

난정 : (조아리며) 명심하옵지요! 하오면 이만 물러가옵니다.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오냐, 난정아..내 네년이 파릉군을 어찌 찍어내는지 지켜볼 것이다!



S#3. 동 경빈 처소 마당


난정, 처소밖으로 나오는데 금이, 쪼르르 달려와 난정에게 신발을 신겨준다.


난정 : (의외라는 듯 금이를 보는)...?

금이 : (씩 웃어주며) 난정아, 너 잉태를 했다면서?

난정 : (마당으로 내려서며) 금아, 네 귀도 참 밝구나?

금이 : (부러움 섞인 한숨)..넌 좋겠다. 난 언제 승은(承恩)을 입어 왕자나 공주아기씨를 생산해 볼런지?

난정 : 금아, 걱정마..너도 곧 승은을 입을 게야.

금이 : 증말?

난정 : 암, 그날이 네년 제삿날이 되겠지만!

금이 : 뭐어?

난정 : 호호호! (웃으며 금이를 휙-밀치고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금이 : (울그락불그락)...저,저게..

경빈(E) : (처소안에서) 금아-

금이 : (처소쪽을 돌아보며) 예, 마마. (처소 쪽으로 들어간다)



S#4.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금이에게 겉봉에 <長某開見>이라고 쓰인 서찰을 건네준다.


경빈 : 걸음이 잰 아이를 시켜 장대인에게 전하라고 이르거라.

금이 : 예, 마마.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은자 십만냥에 살생부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면 손해보는 거래는 아닌게야. 암 아니고 말고!



S#5. 대궐 일각


윤비를 태운 보교가 어디론가 가고 있다.

엄상궁, 오상궁들이 보교의 뒤를 따르고 있다.

윤비의 얼굴위로 떠오르는.


난정 : (97회 S#38의) 소첩의 손으로 파릉군대감을 찍어내겠사옵니다... 하오나 경빈의 힘을 빌려야 하는 일이옵니다.

윤비(E) : (생각하는 얼굴위로) 경빈의 힘을 빌린다? 경빈의 힘을..?

대전내관(E) : (뒷편에서) 주상전하 납시오!

윤비 : (생각에서 깨어나는)..!


윤비를 태운 보교가 멈춰서고 윤비, 땅위에 내린다.

중종을 태운 옥교가 윤비의 보교쪽으로 다가와 멈춰선다.


중종 : (윤비를 보며) 중전, 어디로 발걸음을 하시는 중이시었소?

윤비 : 신첩, 대비전의 부름을 받잡고 걸음을 하는 중이었사옵니다.

중종 : 그래요? 과인도 어마마마의 부름을 받았거늘..오르세요. 함께 드십시다.

윤비 : 예. 전하. (보교에 올라 앉는다)


중종의 옥교와 윤비의 보교가 다정하게 어디론가 가는 모습위로.


조상궁(E) : 대비마마, 주상전하와 중전마마 납시셨사옵니다.



S#6.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다과상을 놓고 중종과 윤비가 앉아있다.


자순대비 : 내 주상과 중전 내외분을 청한 뜻은 이 늙은이가 두분의 심기를 위무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중종 : (가벼운 농조) 위무라니요? 소자가 어마마마를 위무해 드려도 모자람이 있사온데

         어마마마께오서 소자를 불효자로 만드실 작정이시옵니까?

자순대비 : (미소) 괜찮습니다, 주상..어미 눈에는 육순이 넘은 자식도 어린아이로 보이는 법입니다.. 다과들 드세요.

중종,윤비 : 예..

자순대비 : 주상, 지난번 안당부자의 옥사를 겪은지 얼마 안되어 조정에서 살생부가 불거져 나와

               침수조차 제대로 드시지 못하실테니 심신이 참으로 고단하실겝니다.

중종 : ...

자순대비 : 중전께서도 살생부 때문에 내명부들이 조정일에 앞장서서 나서는 판이니

               반듯하신 중전의 성정으로는 참으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실겝니다.

윤비 : ...

자순대비 : 주상, 이 늙은이 생각에는 이번 살생부 일은 덮어두시었으면 합니다.

중종 : (흠짓) 어마마마,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자순대비 : 종실의 큰어른이신 파릉군께서 조정 신료들의 인사에 관여하시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을뿐더러

               장차 왕실과 조정의 반목을 불러 일으킬수도 있습니다. 허니..

중종 : 어마마마! 소자는 보위에 오른후 지금껏 소자를 추대한 정국공신들의 전횡 때문에

         임금으로써 권위와 위엄을 내보이지 못했사옵니다. 허나 앞으로는 소자, 달라질 것이옵니다!

         조정을 쇄신하여 참신한 인재를 등용할 것이며 학문을 진작하여 선비들의 추앙을 받을 것이오며

         어버이 같은 마음으로 민생을 보살펴 백성들의 칭송을 받을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주상, 임금 혼자서 나라를 다스리고 정사를 돌볼수는 없는 것입니다. 조선을 창건하신 태조대왕께오서도

               조정신료들의 주청으로 결국 보위를 태종대왕께 선위하시지 않으시었습니까?

중종 : 어마마마, 소자는 임금다운 임금이 되고 싶사옵니다! 지금 조정을 쇄신하지 못한다면

         소자는 조선왕조의 가장 유약하고 무능한 군주로 기록될 것이옵니다! (벌떡 일어나며) 소자 이만 물러가옵니다!

자순대비 : 주상, 주상!

중종 : (방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윤비(E) : (중종의 뒷모습을 보는 안스러운 얼굴위로) 전하, 결국 이리 후회하실 것을 아시면서! 주초위왕 이파리가

             공신들의 조작이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었던 전하께오서 어찌 조정암을 내치신 것이옵니까?! 어찌요?!

자순대비 : (눈물을 글썽이며)..중전..중전께서 주상을 잘 내조하여주세요..

               내 이제는 뒷방 늙은이로 손주들의 재롱이나 보고 지낼때가 된 모양입니다..

윤비 : 마마, 어찌 이리 심약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이럴 때일수록 대비마마께오서

         왕실의 중심을 잡아주시어야 할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시오?

윤비 : 예, 마마.

자순대비 : 내 중전께 당부드리리다. 살생부가 만들어지면 조정에 피바람이 불것이고 그 핏물이 흘러 왕실 역시 피비린 내로

               얼룩지게 될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생부만은 막아야 합니다. 중전께서도 힘을 보태시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파릉군대감께서도 무탈 하실겝니다. 중전, 이 늙은이의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윤비(E) : 예, 신첩 복중에서 자라고 있는 대군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파릉군대감을 찍어낼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

윤비 : 신첩, 대비마마의 말씀을 받들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고맙소이다..



S#7. 장대인 집 대문 앞 길


김안로와 윤임을 태운 두 대의 사인교가 대문 앞에 멈춰선다.

황서방과 박서방, 각각 주인의 사인교를 배행한다.


박서방 : (대문앞에 서서) 이리 오너라-이리 오너라-

곽서방 : (대문이 열리면 내다보며) 뉘시옵니까?

박서방 : 판부사대감과 희락당대감이 주인을 보시잔다고 전하게.

곽서방 : 예!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드시지요!


김안로와 윤임을 태운 사인교가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8.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탁자위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른다.

윤임과 김안로, 의자에 앉아있다.


윤임 : (방안을 둘러보며) 방안이 대국풍이구먼.

장대인 : 향수를 달래기 위한 방편이지요. (차를 권하며) 드시옵소서!

김안로 : (장대인만 주시하는)...

장대인 : (자기 의자에 앉으며) 하온데 두분 대감께오서 시생의 누옥까지 어인 발걸음을 하신겝니까?

김안로 : 조정신료가 장사꾼을 찾아왔다면 무슨 일인지 짐작할 것이라 믿네.

장대인 : (찻잔을 들며) 조정신료가 장사꾼을 찾아왔다면 짐작할 것이다?

장대인(E) : 큰잉어 두마리가 펼쳐놓은 낚시대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구먼.

김안로 : 내 단도직입적으로 말함세. 자네가 우리에게 정치자금을 대어주게.

장대인 : 정치자금이라? 허면 시생에게 돌아올 것은 무엇이옵니까?

윤임 : 무엇이 돌아오다니?! 장차 세자저하께오서 보위에 오르시면 자네한테 인삼 독점권이 돌아갈 수도 있음이야.

장대인 : 인삼독점권이요?

김안로 : 어떤가? 자네가 우리의 숨통을 틔워줄텐가?

장대인 : 시생, 인삼독점권은 탐이 나지만 지난번 백도주의 일을 보고 마음을 고쳐 먹었사옵니다.

윤임 : 백도주의 일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다니?

장대인 : 백도주는 모진 고문에도 끝까지 입에 자물통을 채우고 뇌물을 바친 조정신료들의 이름에 대하여

            함구했다고 들었사옵니다. 허나 백도주의 뇌물을 받으신 조정신료들 중 어느분께오서도

            폐인이 되다시피한 백도주를 거둬주시지 않으시었사옵니다. 두분대감께오서도 마찬가지셨지요.

김안로,윤임 : ..!

장대인 : 장사꾼에게 정치자금은 거래이옵니다. 거래가 성사되려면 신의가 있어야 하온데

            대감들께오선 미천한 장사치들과의 약조라 하여 쉽게 파기하시었사옵니다.

            이런 분들을 시생이 어찌 믿고 거래를 할 수 있겠사옵니까?

윤임 : (불쾌한) 뭐, 뭐라?!

장대인 : 시생은 조선의 조정에 계시는 분들과는 거래를 하고 싶지가 않사옵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윤임 : (탁자를 쾅-치며 일어서는) 감히 장사치 따위가 뉘게다..!

장대인 : (휙-보며) 대감, 시생 대국조정에서 정치하시는 분들과 교유가 깊지요!

윤임 : (분기를 삭이는)..음!

김안로 : 헌데 자넨 무슨 저의로 경빈마마와 좌의정에게는 자금을 대는 것인가?

장대인 : ...

김안로 : 혹여 복성군께서 세자저하를 젖히고 보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장대인 : (흠짓보다가) 시생, 그런 일은 없사옵니다!

김안로 : 없다?!

장대인 : 예! 하오니 괜한 오해 마시고 돌아가시지요.

윤임 : 이런 자와 더 얘기 할 것도 없소이다! 가시지요!

김안로 : (일어서며) 장대인, 자네가 조선땅에서 발을 붙이기 위해서는 세자저하와 복성군마마 중

            누굴 택해야 할지 잘 따져보시게나!

장대인 : (예를 갖추며) 살펴들 가시지요.

윤임 : 언젠가는 반드시 후회하게 될게야! 음!

윤임,김안로 :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E) : (의자에 앉으며 미소짓는) 배가 잔뜩 주렸으니 곧 미끼를 물겠구먼..

곽서방(E) : (방밖에서) 대인 어른! 궐에서 서찰이 왔사옵니다.

장대인 : 들어오게.

곽서방 : (방문을 열고 들어와 장대인에게 서찰을 전한다)


장대인, <長某開見> 봉투를 뜯어 서찰을 꺼내보면 짧막한 두문장이 세로로 쓰여져 있다.


장대인 : (의아한 표정)..난정이에게 은자 십만냥을 내주라?..(뭔가 생각하다가 어딘가를 휙-돌아보는)



S#9. 대궐 일각


윤원형, 이곳 저곳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윤원형 : (낭패한) 어허, 이거 어디가 어딘지 도통 알수가 있나?

금이 : (아무생각없이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데)

윤원형 : (금이를 보고 환하게 펴지며) 옳지! 이보시오, 항아(姮娥)님!

금이 : (화들짝 놀라 멈춰서서 고개를 숙이는)..!

윤원형 : 말 좀 물읍시다.

금이 : (수줍은)..예..하문하시옵소서..

윤원형 : 경빈마마의 처소가 어디요?

금이 : (깜짝놀라) 예에? (고개 들고 보다가 윤원형을 알아보는)...!

금이(E) : (놀라는 표정위로) 아,아니 이분은 윤,윤승후관이시잖아?!

금이 : 경빈마마의 처소는 어찌 찾으시옵니까?

윤원형 : 난 중전마마의 둘째 오라비 되는 사람인데 경빈마마께 긴히 아뢸 말씀이 있어 찾는 중이오!

금이 : (뭔가 생각하다가) 허면 쇠인을 따르시어요. (몸을 돌려 뽀르르 간다)

윤원형 : 고맙소. (급히 금이를 뒤쫓으며) 항아님, 천천히 가십시다. (금이를 쫓는다)



S#10. 경빈 처소 마당


금이, 황급하게 일각문 안으로 들어와 처소쪽으로 뛰어들어간다.


금이 : 경빈마마! 경빈마마!



S#11.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 (숨을 헐떡이고 서있는 금이를 놀란 눈으로 보며) 뭬야?! 윤승후관이 나를 찾아 처소로 발걸음을 했다?!

금이 : (숨찬) 예, 마마! 어찌할깝쇼?

경빈(E) : (뭔가 생각하는)..음..윤승후관이 어인 연유로 나를 찾을꼬?



S#12. 동 경빈 처소 마당


윤원형, 일각문 안으로 빼꼼 얼굴을 내밀고 보다가 안쪽을 살피며 들어선다.


윤원형 : 허어, 다람쥐처럼 잽싸기도 하구먼. 분명 여기로 들어온 듯 싶은데..

금이 : (처소 방쪽에서 나오며 조아리는) 경빈마마께오서 승후관나으리를 들라 하십니다.

윤원형 : 그래요?..고맙소..(처소쪽으로 들어간다)

금이 : (윤원형의 신발을 들고 어딘가로 가려다 문득 멈춰서서 방안을 엿듣는다)



S#13. 동 경빈 처소 방 안


윤원형,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선다.

경빈과 윤원형 사이에 발이 내려져있다.


윤원형 : (조아리며) 경빈마마, 처음 뵙겠사옵니다. 시생, 중전마마의 둘째 오라비인 윤원형이라 하옵니다.

경빈 : 윤승후관에 대해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편히 앉으세요.

윤원형 : 고맙사옵니다. (자리에 앉는다)

경빈(E) : (윤원형을 유심히 보는) 중전과는 달리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고 허우대가 번듯하구먼!

              큰 오라비처럼 미욱해 보이지도 않고?

윤원형 : 시생, 감히 사내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까지 전언도 없이 발걸음을 한것이 경빈마마께 큰 누를 끼치는 일인줄은 아오나

            긴히 아뢸 말씀이 있어 비례를 무릎쓰고 용기를 내어 찾아왔사옵니다.

경빈 : 말씀해 보세요.

윤원형 : 마마, 시생의 형님을 수렁으로 끌어들이지 마시옵소서!

경빈 : 뭬요? 윤승후관 지금 뭐라 하시었소이까?

윤원형 : 경빈마마께오서 시생의 형님께 사헌부 지평자리를 천거해 주시기로 약조 하시었다지요?

경빈 : ...

윤원형 : 시생, 청컨대 그 약조를 없던 일로 해주시옵소서. 그렇지 않으면 시생 형제의 우애에 금이가는 것은 물론이옵고

            중전마마께오서 진노하시어 형님께 큰 사단이 벌어질지도 모르오니 부디 통촉해 주시옵소서!

경빈 : 윤승후관께서는 출사를 하시어 중전마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드릴 생각이 없으신게요?

윤원형 : 시생 형제가 조정에 출사를 하여 중전마마께 괜한 심려를 끼쳐드리느니 차라리 백두로 지내는 것이

            중전마마를 백번 천번 위하는 길이지요.

경빈 : 허나 예전엔 윤승후관께서도 좌의정 대감께 정치를 배우러 다니시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윤원형 : 하하, 마마께오서 알고 계시었사옵니까?! 지금 생각해보니 정치라는게 배워지는게 아니오라

            타고 나야 하는 듯 싶었사옵니다. 시생은 이것 따지고 저것 따져야하는 정치가 머리가 깨질 듯 아파서

            감히 정치할 엄두가 안나옵니다.

경빈 : ...

윤원형 : 마마, 시생의 형님에게 벼슬 한자리 천거해주시겠다는 약조를 거두어 주시겠사옵니까?

경빈 : 윤승후관께오서 이리도 간곡하게 당부를 하니 그리하지요.

윤원형 : 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경빈마마 덕분에 집안에 평지풍파가 일어날 일은 가까스로 막은 듯 싶사옵니다.

경빈 : 윤승후관께서 백두로 지내시다가 출사를 하시고 싶으시면 이사람을 찾아오세요.

         내 윤승후관께는 단박에 당상관자리를 드릴수도 있소이다.

윤원형 : 당치도 않사옵니다. 시생같이 과문한 자가 어찌 당상관자리에 앉을 수 있단 말이옵니까?

경빈 : 윤승후관 입으로 말씀하시지 않았소이까? 정치를 하려면 타고나야 한다고 말이오이다.

윤원형 : 시생을 잘 보아주시오니 황감하옵니다. 하오면 시생, 형님에 대해서 경빈마마께오서 해주신 약조를 믿겠사옵니다.

경빈 : 승후관, 난정이한테 잘해주세요.

윤원형 : (흠짓 놀라) 예에? 경빈마마께오서 시생의 작은 마누라도 아시옵니까?

경빈 : 알다마다요! 오늘도 난정이가 이사람을 어루고 달래면서 은자 십만냥을 가져갔습니다.

윤원형 : 으, 은자 십만냥이오?!

경빈 : 내 난정이같이 총명하고 가슴속이 야심으로 가득찬 계집을 휘어잡은 사내가 누구인지 늘 궁금하였는데

         오늘 윤승후관을 이리 뵈니 참으로 잘 어울리는 배필인 듯 싶습니다.

윤원형 : 과찬이시옵니다.

경빈 : 나중에 기회가 되시거든 난정이와 함께 들도록 하세요.

윤원형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경빈 : 아참, 이번에 난정이가 살생부 일을 마무리 하면 그때가 좋을 듯 합니다.

윤원형 : (놀라 보며) 사,살생부요?!

경빈 : (미소) 난정이에게 그리 이르시면 알겝니다.

윤원형 : 하오면 시생 이만 물러가옵니다. (조아리고 일어서서 나간다)



S#14. 동 경빈 처소 마당


윤원형, 처소쪽에서 나오면 금이가 신발을 내려놓는다.

윤원형, 마당으로 내려서서 생각에 잠긴채 일각문쪽으로 가는데.


금이 : (일각문까지 쫓아나오며) 승후관 나으리, 살펴가시옵소서.

윤원형 : 항아님, 오늘 고마웠소..나중에 또 봅시다.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금이 : (한쪽을 휙-돌아보면) 화천군대감, 나오시옵소서.

심정 : (처소 건물 한편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윤원형이 나간 일각문쪽을 심각한 표정으로 보는)...

금이 : (처소방쪽에다) 경빈마마, 화천군 대감 드셨사옵니다.

경빈(E) : 뫼시어라.

금이 : 예. (심정에게) 어서 드시지요.

심정 : (처소방쪽으로 들어간다)..

금이 : (치워놓으려는 듯 심정의 신발을 들고 어딘가로 간다)..



S#15. 대궐 일각 (경빈처소 일각문 밖 근처)


윤원형, 갸웃거리며 걸어오는 뭔가 의아한 얼굴위로.


윤원형 : 경빈마마가 난정이한테 은자 십만 냥을 주었다는건 뭐고... 살생부는 또 무슨 소린가? 거참, 알 수가 없단말이야..

            (어디론가 간다)



S#16.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심정이 발을 걷은채 마주 앉아있다.


심정 : 마마, 윤원형이가 어찌 예까지 든 것이옵니까?

경빈 : 윤원로에게 사헌부 지평자리를 천거하기로한 일을 없던 것을 해달라는 청을 넣으러 왔습니다.

심정 : 뭔가 다른 저의는 없었을까요?

경빈 : 그런 듯 싶지는 않았소이다. 헌데 대감께서는 어찌 재입궐 하신겝니까?

심정 : 전하께오서 재상들중 지난번 뇌물 비리에 연루되었던 신료과 공신들을

         급히 강녕전으로 들라는 어명을 내리시었사옵니다.

경빈 : 뭬요, 어명이요?! (어딘가를 휙- 돌아보는)..!



S#17.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김전, 남곤, 홍경주, 이유청(*), 김안로와 윤임, 김제학, 판서급들 신료들이 앉아있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과인이 경들을 편전으로 급히 들라 명한 까닭은 경들에게 사직을 청하라 명하기 위함이요!

일동 : (충격, 김전만이 담담한)...!

남곤 : 전하, 신들이 대체 무슨 죄를 저지른 것이옵니까?!

중종 : 좌의정, 어찌 임금의 명에 토를 다는 것인가?!

홍경주 : 하오나 전하, 재상들이 사직을 자청하지 않는 한 무슨 죄목으로 사직을 하라 명하시는 것이온지

            그 까닭을 분명하게 밝혀주심이 가할 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과인은 남양군과 여기 앉아계신 분들에게 파직을 명한 것이 아니라 사직을 청하라 명했소!

         이는 과인이 조정을 쇄신하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하여 용단을 내린 일이니 경들은 이나라 종사와 백성들을 위해

         백의종군하는 충정으로 과인의 어의에 따라주시오!

일동 : (서로의 얼굴을 살피는)...!

김안로 : 전하! 지금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신 일이 조정신료들의 살생부와 관련이 있는 것이옵니까?!

중종 : (결연한)...!

윤임 : 전하, 장차 살생부에 이름이 오른자는 이대로 파직되는 것이옵고, 이름이 오르지 않은 자는 복직이 되는 것이옵니까?!

중종 : ...

홍경주 : 전하, 이러실수는 없사옵니다! 대체 누가 조정의 쇄신을 위하여 필요한 인재와

            찍혀져 나가야하는 퇴물을 판단한단 말이옵니까?!

남곤 : 그렇사옵니다. 비록 신들의 이름이 살생부에 적혀져 파직을 당할지라도 신들은 그 결정에 승복할 수가 없사옵니다.

중종 : 경들은 백의종군하는 충정으로 과인의 어의에 따라 달라는 과인의 당부를 벌써 잊었단 말인가?!

김전 : 전하, 신 김전 이미 사직을 청하였사오니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말씀올리겠사옵니다.

         전하! 차라리 전하께오서 신들의 죄를 물어 파직하시옵소서! 그렇지 않으시오면 어떤 신료들도 승복하지 않을것이옵니다!

         그리되오면 조정에 큰 혼란과 분열이 생겨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사옵니다.

         전하, 부디 신들의 뜻을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중종 : (연상 쾅-쾅-쾅-) 그 입 다물라! 다물라! 다물라! 이나라의 군주가 과인인가 경들인가?!

         어찌 하여 경들은 과인의 어의를 사사건건 꺽으려만 드는 것인가?! 과인은 경들에게 사직을 청하라 명했다!

         과인이 공정하게 판단하여 일부는 퇴출할 것이고 다른 일부는 사직을 반려하고 중용할 것이다! 그리 알고 물러들가라!

일동 : 전하!

중종 : 물러들가라지 않았는가?! (고개를 휙-돌려버린다)

일동 : (김안로, 중종을 응시하는)...!



S#18. 빈청 방 안


김전, 남곤, 홍경주, 이유청(*), 김안로와 윤임, 김제학, 판서급 신료들이 빈청안으로 들어와 각자 자리에 앉는다.


홍경주 : 허어,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어찌?!

남곤 : 전하께오서 살생부로 우리들의 뒷통수를 후려치시려고 하시는게요!

윤임 : 지난번 뇌물비리에 연루된 죄도 사면하여주신 전하께오서 어찌 이러시는겐지 모르겠소이다.

김전 : 이 늙은이는 전하의 심정을 알듯도 싶소이다.

김제학 : 예에? 전하의 심정이라니요?

김전 : 조정에서 민생을 위한 방안은 내놓지 못하면서 뉘우치기는커녕 뇌물비리다 역모다하여 잡소리가 끊이지 않으니

         전하께오서도 지치신게지요!

일동 : (김제학과 윤임, 홍경주 등 반은 동의 하는듯 끄덕끄덕, 남곤 등의 반은 냉랭한, 김안로 등은 무표정)...

남곤 : 이사람은 파릉군이 이번 사태를 몰고 온 원흉이라고 생각하외다.

         파릉군이 도성으로 돌아온 뒤로 전하께오서 우리를 보시는 눈이 달라지신게요!

홍경주 : 좌의정 말씀에 일리가 있소이다! 헌데 누구 탓을 하기에 앞서서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 터인데..

            이건 눈 앞이 칠흑같이 어두우니..(한숨)..

김안로 : 이 모두가 조정에 정치자금이 말라버렸기 때문이옵니다.

남곤 : 정치자금이요?

김안로 : 예.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전하께오서 어의를 돌리실때까지 방방곡곡에서 수천 수만장의 상소를 올리거나,

            수천명의 선비들을 동원하여 광화문 앞에서 연좌를 시켜야 하옵니다. 허나 그 많은 재물을 댈수가 없으니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요!

홍경주 : 희락당대감 말씀이 맞는 듯 싶습니다.

김안로 : 좌상대감, 공생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푸시옵소서. 그래야 모두가 사는 길이옵니다.

남곤 : 희락당대감, 남의 속도 모르는 말씀마시구려! 이사람도 암담하오이다!

김안로(E) : 이런 능구렁이같으니! 남이야 어찌되건 혼자만 자금줄도 틀어쥐고 영상자리도 움켜쥐겠다는 속셈인가?!

남곤 : (김안로의 시선을 외면하는)..으음!.. (슬쩍 일어서서 빈청밖으로 나간다)

일동 : ...

김제학 : 희락당대감, 참으로 전하께 사직을 청하실 작정이시오?

김안로 : 만에 하나 우리가 전하의 어명에 따라 사직을 청한다면

            두 번 다시는 조정에 들어올 수 없는 천길 절벽아래로 떨어지게 될지도 모르옵니다.

김전 : 안로야, 허면 네 전하의 어의에 맞서겠다는 것이냐?!

김안로 : 어명을 거스른다면 이 또한 전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되니 살아남기 힘들겠지요!

윤임 : 음! 이럴수도 없고 저럴수도 없고, 이거야 말로 진퇴유곡이구려!

홍경주 : 허어, 참으로 답답하오이다. 답답해요.



S#19.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엄상궁과 오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전하께오서 편전에 든 조정신료들에게 사직을 청하라 명하시었단 말이냐?!

엄상궁 : 예, 마마. 신료들이 전하의 어의에 반발을 했사온데

            전하께오서 강경하게 물리치시고 어의를 관철시키시었다 하옵니다.

윤비 : ..그래, 신료들 중 사직을 청한자가 있다더냐?

오상궁 : 아직은 없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 그럴게다..전하의 어명으로 사직을 청한 신료들의 대부분이 살생부에 오를 자들임이 자명하니

         감히 누가 사직을 청하려 들겠느냐?

엄상궁 : 조정신료들이 빈청에 모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 묘항현령(猫項懸鈴)이라!

엄,오상궁 : 예에?

윤비 : 지금 조정신료들 꼬락서니가 누가 괭이 목에 방울을 달것인지를 논의하는 쥐들과 다름이 없다는 말이다.

엄,오상궁 : ...

윤비(E) : (생각하는)..전하께오서 정녕 살생부로 조정신료들의 숨통을 조르시겠다는 것인가?

              ..내 난정이를 믿고 기다리려 보는 수 밖에 없음이니 참으로 답답하구나..



S#2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여유로운 미소로 앞에 앉은 남곤과 심정을 보며 말한다.


경빈 : 너무 답답해 하실 것 없습니다!

남곤 : 마마, 어찌 이리 태평하신것이옵니까? 지금 전하께오선 신료들을 옴싹달싹 못하도록 옭아매신 연후에

         우리의 등에 비수를 꽂으시려는 것이옵니다.

심정 : (낮게) 마마, 자객을 보내 파릉군을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하심이 옳을 줄로 사료되옵니다.

경빈 : 대감들, 잠시만 더 기다려보세요. 까치가 울면 반가운 기별이 온다지 않습니까?

남곤 : ...?

심정 : 마마께오서 방책이라도 마련해 두신 겝니까?

경빈 : 아직은 모르는 일입니다. 이사람도 기다려볼 밖에요.

남곤,심정 : (서로의 얼굴을 보며)...?

경빈 : (미소)..



S#21. 장대인 사랑채 외경


곽서방, 한곳에 서있다.


장대인(E) : 경빈마마께오서 어찌 부인께 은자 십만냥을 내주라 명하신게요?



S#22.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난정과 장대인,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장대인 : 내 그 까닭을 알고 싶구려.

난정 : (쌩끗 미소) 장대인은 내게 십만냥을 내주는 것이 못마땅하신 모양이구려.

장대인 : (미소) 암요, 그 돈이 비수가 되어 내 가슴팍에 꽂힐수도 있음인데 용처를 알고 싶은게 당연하지요.

난정 : 그리도 궁금하시면 입궐하여 경빈마마께 직접 여쭈어보시구려.

장대인 : 아니외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난정 : 조만간 알게 될테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구려.. (찻잔들어 마시는)

장대인 : (난정을 주시하는)...



S#23.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능금, 책상 위에 놓인 장부를 정리하고 있다.

송서방,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가 되어(*멍석말이 후유증) 한쪽에 놓인 소반 앞에 앉아

낡은 어음들을 한 장 한 장 꼼꼼하게 챙기며 계산중이다.

딱부리, 송서방 옆에 앉아 어깨너머로 어음 챙기는 것을 본다.


능금 : (책상을 쾅-치며 짜증스럽게) 딱부리!

딱부리 : (긴장하여 보는) 예, 행수어른.

능금 : 자네 팔자를 고치려면 은자 몇냥이 든다고 생각하나?

딱부리 : 글쎄요..한 은자 오십냥쯤이면 팔자가 펴겠지요.

능금 : 오십냥?!..헌데 조정에 정치하는 놈들은 매번 수만냥, 수십만냥씩을 바쳐도 모자란다고 손을 내밀어 대니

         그 돈이 대체 누구 아가리로 들어가는지 도통 모르겠다 이 말씀이야.

딱부리 : 이놈도 모르옵니다.

능금 : (픽 웃으며 송서방쪽을 보며) 송서방, 아직 멀었나?

송서방 : ..다 끝나갑니다요.

능금 : 헌데 은자 십만냥정도면 어음한장으로 수결해도 될 것을 어찌 오래된 어음들로 셈을 맞춰 오라는게지?

송서방 : 그리해야..이 어음을 누가 수결했는지 알 수 없으니까 그런게지요..

능금 : 뭔지는 모르겠지만 구린데 쓰일 돈이구먼!

송서방 : 십중팔구는 그럴겝니다요...(어음들을 챙기며) 다 됐습니다요.

능금 : (일어서서 어음뭉치를 받아 넣으며) ..장대인께서 이 어음을 누굴 주실지 받는 놈의 상판이 보고 싶구먼! (방밖으로 나간다)

딱부리 : (그 뒤를 쫓아나가는)

송서방 : ...



S#24. 장대인 사랑채 마당


능금, 딱부리를 거느리고 사랑채쪽으로 다가온다.


곽서방 : 장대인께서 한참 기다리시었소.

능금 : 고하여 주시오!

곽서방 : 어르신, 남소문 행수가 왔습니다.

장대인(E) : 들라하게.

능금 : (먼저 성큼 대청을 올라가 방안으로 들어간다)



S#25.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능금, 방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난정을 보고 흠짓 놀란다.


난정 : (미소) 능금아, 오랜만이구나! 네 이젠 제법 장사꾼 냄새가 나는걸? 눈앞에서 어루고 뒷통수를 쳐대는 장사꾼 말이다.

능금 : (굳는) 대인어른, 은자 십만량을 받아갈 사람이 난정이였소?

장대인 : 손님께서 오래 기다리시었다. 셈 맞춰온 어음들을 어서 내드리거라.

능금 : (어음을 꺼내들고 난정앞에 뿌리듯 던진다)..


어음들이 탁자와 바닥에 흩어진다.


장대인 : 능금아! 이 무슨 되먹지 못한 짓거리냐?! 어서 줍지 못하겠느냐?

능금 : 난 그리는 못하겠소. 그 돈을 쓸 임자보고 주우라고 하시오!

장대인 : 네 정녕!

난정 : (손을 드러 장대인을 말리며 미소로 능금을 보는)...능금아, 네 성질머리는 여전하구나.

         헌데 어쩌지 ..내 복중에 잉태한 태아 때문에 몸을 굽힐 수 없으니 말이야..

능금 : (놀라 보며) 뭐어? 태아?!

장대인 : ...!

난정 : ..그래 내 뱃속엔 아이가 자라고 있다..

능금 : (침을 꼴딱 삼키며)..허,허면..?

난정 : (능금의 표정을 보다가)..호호! 능금아, 네 참으로 그리 생각하는 게냐?

능금 : (당황하여)..무,무엇을 말이냐?!

난정 : 네 조금전 내 복중의 아이가 길상이의 핏줄이냐고 물으려했던게 아니냐?!

능금 : 뭐라?! 난 네 뱃속의 아이가 누구 씨앗인지 알고 싶지 않다!

난정 : 진심이냐?!

능금 : ...!

난정 : 능금아, 바닥에 떨어진 어음을 줍거라! 허면 내 복중태아가 누구 핏줄인지 말해주지.

능금 : (망설이는)...

난정 : (버럭) 어서 주우래두!

능금 : (모멸감을 참으며 다가가 무릎을 꿇고 난정 발치에 떨어진 어음들을 챙겨 탁자위에 놓는다)

난정 : (미소) 애썼다. (장대인을 보며) 장대인, 경빈마마께 은자 십만량 잘 받았으니 약조를 지키겠노라고 전해주시오.

장대인 : 그러리다.

난정 : 너무 지체했으니 이만 가보겠소. (의자에서 일어나 방문쪽으로 걸어가는데)

능금 : 난정아!

난정 : (돌아보는)..왜, 능금아?

능금 : (살기 띈 눈빛) 네 뱃속에서 자라는 아이가 누구 씨앗인지 말해!

난정 : 뭐어? (깔깔 웃음터지는) 호호호! 누구 씨앗이라니! 그야 당연히 내 서방님의 핏줄이지!

         네 정녕 그걸 몰라서 묻는게냐?! 호호호.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능금 : (모욕감에 입술을 깨무는)..!

장대인 : (술병을 들며) 능금아, 네 아직도 길상이를 지워버리지 못한게냐?

능금 : (장대인의 술병을 빼앗아 들고 벌컥벌컥 들이킨다)...

장대인 : ...



S#26. 어느 정자 위


길상, 고개를 숙인채 고민에 휩싸여 있는 얼굴위로.


길상(E) : 난정이가 다른 사내의 안해가 되고 또 그 사내의 핏줄까지 잉태했는데도 어찌하여, 어찌하여!

              네 가슴속에서 난정이를 파내버리지 못하는게냐?! 네가 이런다고 난정이가 네게로 돌아올거라고 믿는게냐?!

              네 정녕 다른 사내의 핏줄까지 낳은 난정이를 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게냐?!..


길상, 괴로운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먼 하늘을 바라보는 얼굴에서.



S#27. 희빈 처소 외경


향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댓돌위에 놓인 희빈과 창빈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돈하는 모습위로.


희빈(E) : 창빈, 이사람 청 좀 들어주시구려.

향이 : (처소쪽을 돌아보며 얕은 한숨을 내쉰다)..



S#28. 동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창빈을 애원조의 표정으로 보고 있다.


희빈 : 창빈께선 평소 검약하시고 내명부나 외명부를 자기사람으로 삼기위해 많은 재물을 쓴 적이 없지 않소?

창빈 : 희빈, 이사람한테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겝니까?

희빈 : 창빈께서 이사람을 믿고 그동안 꽉 움켜쥐시고 모으신 재물 좀 융통해 주시구려. 허면 내 창빈의 은덕을 잊지 않으리다.

창빈 : ...희빈, 이사람도 손에 쥔 재물이 없소.

희빈 : 창빈, 내 아버지의 존함이 살생부 첫장에 오르게 생겼단 말이오..

         내 아버지께오서 위급을 넘기시고 영상 자리에 오르시오면 두배, 아니 세배를 쳐서 되갚으리다..허니..

창빈 : 이사람이 재물을 모으긴 모았었지요 ..헌데 지난번 중전마마의 아들생산 불공을 드리는데 쓰고

         나머지는 사찰을 중수(重修)하는데 시주를 했소이다.

희빈 : 시주요?!

창빈 : (미안한)..예..

희빈 : (울상) 이사람은 코가 석자나 빠졌는데 창빈께서는 절을 수리하는데 시주를 했단 말이오?!

창빈 : 희빈, 경빈한테 부탁해 보세요.. 경빈은 화수분이 아닙니까?

희빈 : 이사람은 혀를 깨물면 깨물었지 재물을 빌리기 위해 경빈한테 손을 벌리는 짓거리는 결코 아니할 것이오!

창빈 : ...



S#29.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손에 든 진주를 보고 있다.

금이, 진주를 넋을 놓고 본다.


경빈 : 금아, 진주의 빛깔이 어떠하냐?

금이 : 광채가 너무도 영롱하여 이년 진주속으로 빨려들 것 같사옵니다.

경빈 : 이 진주 한알이면 고래등같은 기와집 한 채는 살 수 있을게다.

금이 : (놀라는)...기와집 한 채요?

경빈 : (비단 염낭에 진주를 집어넣으며) 잣죽은 어찌 되었느냐?

금이 : 따끈하게 데워 놓았사옵니다.

경빈 : 가자구나, 금아. (일어서서 앞장서서 방밖으로 나가면)

금이 : 예. (경빈의 뒤를 따른다)



S#30. 경빈 처소 일각문 밖


경빈, 앞장서서 일각문 밖으로 나오면 식기(食器)를 바쳐든 금이와 상궁나인들이 뒤를 따른다.

희빈, 향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경빈쪽으로 다가온다.


희빈 : (과장된 반가움으로 다가와서는) 경빈!

경빈 : (보며) 희빈, 예까지 어인 발걸음이시오? 설마 희빈 혼자 이사람을 보러 오신 것은 아니실테고?

희빈 : 아니긴요? 내 경빈과 다과를 들며 담소를 나누려 했는데 어딜가시는게요?

경빈 : 이사람은 동궁전에 드는 길이오.

희빈 : 동궁전에요?

경빈 : 내, 마련한 음식이 식기전에 가봐야겠소. 허면 나중에 보십시다. 금아, 서둘거라!

금이 : 예!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총총히 가버린다.

희빈, 경빈의 뒷모습을 보며 울상된다.



S#31. 동궁전 복도


경빈, 금이가 들었던 식기를 바쳐들고 박상궁쪽으로 걸어온다.


경빈 : 고하여주시게!

박상궁 : 세자저하, 경빈마마 드시었사옵니다.

세자(E) : (방안에서) 뫼시어라!

박상궁 : 예..(경빈에게) 드시지요.



S#32. 동 동궁전 방 안


경빈, 방문이 열리면 들어서고 그 뒤로 박상궁이 들어선다.

세자, 연상에 놓인 책을 읽던중에 멈추고 경빈을 맞이한다.


세자 : 어서오세요. 이리 내려와 앉으세요.

경빈 : (세자 앞에 앉으며) 세자저하, 소첩을 알아보시겠사옵니까?

세자 : 예, 복성군 형님의 어머니 되시는 경빈마마이시지요.

경빈 : 저하께오서 소첩을 알아보시오니 참으로 황감하옵니다.

세자 : 하온데 어찌 동궁전에 발걸음을 하시었사옵니까?

경빈 : 소첩이 세자저하를 위하여 잣죽을 쑤었사옵니다.

세자 : 잣죽이요?

경빈 : 예, 세자저하의 돌아가신 장경왕후께오서도 생전에 소첩이 쑤어드린 잣죽을 즐겨 드시었사옵니다.

세자 : 허면 나도 맛 좀 볼까요?

경빈 : 박상궁, 기미를 보게.

박상궁 : 예, 마마. (다가와 잣죽속에 은저를 담그고 덜어낸 잣죽을 절차에 맞춰 기미를 본다)

경빈 : 세자저하, 얼마후면 복성군께서는 가례를 치루고 궐밖으로 나가서 살것이옵니다.

세자 : 복성군형님과 헤어지게 되어 내 마음도 아픕니다.

경빈 : 비록 떨어져 계신다고 해도 두분의 우애가 변치 않으시었으면 합니다.

세자 : 예, 그럴것입니다.

경빈 : (돌아보며) 박상궁, 어찌 되었는가?

박상궁 : 세자저하, 드시옵소서. (죽사발을 경빈에게 건네며)

경빈 : (죽사발을 받아들고 한술 뜬 후) 세자저하, 아- 하시옵소서!

세자 : 부끄럽사옵니다.

경빈 : 부끄럽기는요? 괜찮사옵니다. 어서 입을 아- 벌리시옵소서.

세자 : (입을 아-벌린다)..

경빈 : (입에 떠넣어 주며) 입에 맞으시옵니까?

세자 : 예, 아주 맛이 있사옵니다.

경빈 : 또 아-하시옵소서..

세자 : (아-벌리면)

경빈 : (떠넣어주는)..


경빈과 세자, 다정한 모자처럼 잣죽을 먹여 주고 먹는다.


박상궁 : (그 모습을 보는)...



S#33.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은 조상궁을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 뭐라? 경빈이 잣죽을 쑤어 동궁전에 들었단 말이냐?

조상궁 : 예. 마마.

자순대비 : 허어, 경빈이 이제야 철이 드신겐가?

조상궁 : (미소)...

자순대비 : 온통 먹장구름에 덮혀 있던 대궐 안이 경빈께서 아름다운 일을 하신 일로 조금은 밝아진 듯 싶구나..



S#34. 동궁전 방 안


경빈, 일어선채 세자에게 조아린다.


경빈 : 저하, 소첩은 이만 물러가옵니다.

세자 : 앞으로는 동궁전에 자주자주 발걸음을 하여주세요.

경빈 : 그리하겠사옵니다. 하오면 편히 쉬시옵소서. (방밖으로 나간다)



S#35. 동 동궁전 방 밖


경빈, 방밖으로 나온다.


경빈 : (박상궁에게) 장차 대통을 이으실 분일세. 신명을 다바쳐 저하를 보필해야 할것이야.

박상궁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돌아서 가려는데 발치로 비단염낭(*진주가 들어있는)이 떨어진다.


박상궁 : (염낭을 주워들며) 마마, 염낭이 떨어졌사옵니다.

경빈 : (돌아보며) 염낭이라니?

박상궁 : (건네며) 받으시옵소서.

경빈 : (정색을 하고) 이 염낭은 내것이 아닐세.

박상궁 : 하오나 분명히...

경빈 : 임자가 없으니 자네가 달고 다니게나.

박상궁 : 하오나..

경빈 : 자네 횡재했구먼..(돌아서 간다)

박상궁 : (갸웃하다가 염낭끈을 풀고 안에 든것을 꺼내보면 영롱한 진주다) ...!



S#36. 대궐 일각 (동궁전 근처)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이 기다리고 서 있는 곳으로 가다가 멈춰서서 돌아보는 얼굴위로.


경빈(E) : (야릇한 미소) 동궁전의 박상궁만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면

              아직 년치 어린 세자쯤이야 내 손으로 쥐락펴락 할 수 있음이야..호호호!


경빈, 몸을 돌려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간다.



S#37. 갖바치 마당 (밤)


당골네, 빨래줄에서 빨래를 걷고 있고 방백인, 옆에서 거든다.

갖바치, 한쪽에서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고 섰다.


방백인 : 날도 저물었는데 임선비께오선 어찌 또 감감소식인겐지?

당골네 : 임자, 사내들 바람기가 회초리 몇 대 맞았다고 하루이틀새 잠잠해지겠소? 그때뿐이지?

            (갖바치쪽을 보며) 그런걸 보면 이집 주인 양반은 참으로 신통방통하지 뭐요?

            이날 이때껏 (방백인 힐끗) 누구처럼 딴짓거리 안하고 참으로 반듯하시지 않소?

방백인 : 여편네, 시끄러! 빨래 다 걷었으면 어여 들어가! (방으로 들어가면)

당골네 : 임자, 같이가십시다! (뒤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갖바치(E) : (멀리 보는 표정위로) 파릉군 대감께오서 살생부를 만드신다면 분명 중전마마께오서 가만히 계시지는 않으실터..

                그리된다면.. 난정이가 나서 파릉군대감을 찍어내려 할 것이 자명할 것인데..

                허어..잘못했다간 부녀지간에 피를 흘리는 천륜을 거스르는 참화가 벌어질 것이야!

                아니 돼! 아니 돼! 난정아, 아니된다! 그분은 네 아버지이시다! 네 아버지이시란 말이다!



S#38. 옥매향 기방 후원 (밤)


난정, 후원 연못위에 비친 달을 내려다 보고 섰다.

아래채 쪽에서 들려오는 구슬픈 가야금 소리.


난정 : ...

모린 : (중문을 들어와 난정쪽으로 다가 와 선다)..아씨..

난정 : 파릉군대감께오선 아직도 이시더냐?

모린 : 예..늦으실 모양이십니다..아씨, 밤기운이 찬데 방에 드시어 기다리시옵소서.

난정 : 괜찮다, 매향이가 타는 가야금 소리에 흠뻑 빠지니 추운줄도 모르겠구나..

모린 : 아씨, 복중 아기씨 생각도 하시어야지요.

난정 : (미소) 내 걱정은 말고 들어가 보거라..

모린 : 예..(다시 중문쪽으로 나간다)..

난정 : (밤하늘의 달을 보는)...!



S#39. 밤하늘의 달 (INSERT)


(E) (가야금 소리 이어진다)



S#40. 옥매향 기방 아래채 방 안 (밤)


임백령, 술잔을 든채 가야금을 타는 옥매향을 홀린 듯 본다.

옥매향, 임백령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가야금을 멈추고 수줍게 웃는다.


옥매향 : 나으리, 어띠 그리 빤히 보시옵네까? 니년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네다.

임백령 : (술한잔 마시고) 내 이리 매향이와 둘이 있으니 별유천지비인간에 와있는 듯 하여 마치 꿈을 꾸는 듯 싶구려.

옥매향 : (가야금을 치우고 술상쪽으로 다가와 술 한잔을 따르며) 인생살이가 일댱튠몽이란 말도 있디 않사옵네까?

임백령 : 일장춘몽이라?..허, 한바탕 꿈이라면 깨지나 말았으면 좋으련만.. (한숨을 내쉬며 술을 마신다)

옥매향 : 나으리, 어띠 한숨을 쉬시옵네까?

임백령 : 내 매향이를 만난 것은 원(鴛)이 앙(鴦)을 만난 것이요, 봉(鳳)이 황(凰)을 얻은 격이니 우리 두 사람이 인연을 맺으면

            금란지교(金 蘭之交)가 되어야 할 것이나.. 나는 장원급제를 기약할 수 없는 촌선비이고

            매향이는 기방에 묶인 노류장화이니 우리 두 사람의 장래가 어찌 될지 참으로 암담하구려.

옥매향 : 나으리, 기런 소리 마시라요. 내레 나으리께서 가시는 곳이라면 칼산디옥 끝까디라도 따를것이옵네다.

임백령 : (옥매향의 손을 쥐며) 매향이의 그 마음이 참으로 고맙구려..

            (손을 쥐며) 나 역시 매향이를 두 번 다시 놓치지 않으리다.

옥매향 : 나으리.. (임백령 품에 안긴다)

임백령 : (옥매향을 안아주는)..



S#41.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얼굴 위로.


윤비(E) : 전하께오서 삼정승 육판서들에게 사직을 청하라 명하시어 그들을 천길 벼랑끝까지 몰아세우시었으니 ..

              진퇴유곡에 몰린 그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무슨 짓거리라도 할것이야.. 그리되어서는 아니돼.. 아니돼..

윤비 : (번뜩 생각에서 깨어나며) 엄상궁 들게.

엄상궁 : (방문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서며)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내 편전으로 들것이다. 차비를 하거라!



S#42. 편전 복도 (밤)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방문쪽으로 다가와 선다.


윤비 : 고하시게.

대전내관 : 전하, 중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S#43. 동 편전 방 안 (밤)


중종, 술잔을 기울이다가 흠짓 방문쪽을 본다.


중종 : (취기가 오른) 뫼시어라!

윤비 :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중종앞에 다가와 선다)..

중종 : (윤비를 올려다 보며) 중전, 어인 연유로 야심한 밤에 편전까지 드시었소?

윤비 : (내려다 보는)...

중종 : 마침, 과인 혼자 술을 마시느라 적적하던 참인데 잘 오시었소. 중전께서 과인의 술한잔 받으시구려.

윤비 : (중종 앞에 앉으며) 전하, 신첩 간절하게 청하건데 삼정승 육판서에게 사직을 청하라 내리신 어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중종 : 중전, 어찌 중전께서도 과인의 어의를 꺽으려만 드시는게요?! 그런 말씀을 하시려거든 당장 물러가세요!

         (술 한잔 급히 따라마시는)

윤비 : (글썽이며 보다가) 전하, 그리고 어지시었던 전하께오서 어찌 폭군의 길을 가시려 하시는겝니까?!

중종 : (충격으로 휙-돌아보며) 뭐요? 중전, 지금 뭐라 하시었소?! 과인을 폭군이라 하시었소?! 폭군?!!

윤비 : 예, 신첩 분명 그리 말씀드렸사옵니다!

중종 : (분기가 치솟는지 술상을 와장창 뒤엎어버리고 윤비를 쏘아보는) ...!

윤비 : (보는)...!



S#44.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밤)


파릉군, 천서방을 거느리고 중문 안으로 들어선다.

모린, 부엌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 파릉군쪽으로 쪼르르 다가와 선다.


파릉군 : 모린아, 네가 나를 많이 기다렸더냐?

모린 : (후원쪽을 손짓하는)..

파릉군 : (후원쪽을 돌아보며) 매향이가 후원에 있는게냐? (천서방을 보며) 천서방, 자네 먼저 들어가게.

천서방 : 예서 기다리겠사옵니다.

파릉군 : 그러게나. (후원쪽으로 걸어간다)



S#45. 동 옥매향 후원 (밤)


난정, 등을 돌리고 연못을 내려다 보고 서 있는데 파릉군, 다가온다.


파릉군 : (미소) 매향아, 네 여기서 연못에 빠진 달이라도 건지려는게냐?

난정 : (돌아보며 조아리는) 대감, 소첩 난정이옵니다.

파릉군 : ..오, 그래 난정이로구나..헌데 이 야심한 밤에 네 어찌 여기 있는 것이냐?

난정 : 소첩, 대감마님을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파릉군 : 나를? 왜 내게 할말이라도 있더냐?

난정 : 예..소첩, 대감마님을 조정에서 찍어낼 것이옵니다!

파릉군 : (당혹감) 뭐라? 나를 조정에서 찍어낸다?!

난정 : 예, 대감!


난정, 파릉군을 독기서린 눈빛으로 쏘아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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