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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10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612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102











S#1. 장대인 사랑채 외경


곽서방, 방문 앞에 서있는데.


장대인(E) : 부인, 지금 백치수를 미끼로 쓰겠다고 하시었소?!

곽서방 : (놀란 눈으로 방문쪽을 돌아보는)...!



S#2.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놀란 눈으로 난정을 보는데

난정, 쌩끗 웃으며 찻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고는 장대인을 본다.


장대인 : 지금 미끼라 말씀하시었소?

난정 : 김안로와 윤임이 같은 큰 고기를 낚으려면 미끼가 백치수쯤은 되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장대인 : (표정 수습하며) 부인께서는 판부사와 희락당대감이 백치수라는 미끼를 덥썩 물 것이라고 생각하시는게요?

난정 : 틀림없이 물게 되어있소이다. 그 까닭은 장대인께서 잘 아실것이라 믿소.

장대인 : 글쎄요..이사람은 도통 짐작이 가지 않소이다.

난정 : (미소) 장대인, 지금 이사람의 속내를 저울질 하시는게요?

장대인 : 그럴리가요?

난정 : 어차피 김안로와 윤임이는 중전마마와 경빈마마께 위협이 되는 자들이외다.

         허니 우리 두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찍어내야 하지 않겠소?!

장대인 : 우리 두사람이 의기투합한다?

난정 : 암요, 장차 서로의 가슴팍에 비수를 들이댈 때 들이대더라도 지금은 의기투합 해야지요! 아니그렇소이까?

장대인 : 허면 이사람이 자금을 대고...

난정 : 예, 이사람이 김안로와 윤임이를 찍어낼 방책을 내지요!

장대인 : (난정을 보며 웃음이 번지다가 호탕하게 웃어대는) 하하하!

난정 : (웃는) 호호호!


난정과 장대인, 웃어대는 모습에서.



S#3. 중궁전 외경



S#4. 동 중궁전 복도


엄상궁과 오상궁, 방안의 동정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다.


심정(E) : (방안에서) 주,중전마마..어찌 이러시옵니까?!

윤비(E) : (방안에서 호통) 화천군, 그 입다물지 못할까?!

엄,오상궁 : (움찔)...!



S#5.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방바닥에 이마를 박고 바짝 조아린 심정을 노려본다.

심정, 수치심에 얼굴이 벌겋게 익었다.


윤비 : 화천군, 고개를 들라!

심정 : (방바닥에서 이마를 떼고 허리를 편다)...!

윤비 : 화천군대감! 이사람에게 맞은 연유를 짐작 하시겠소?!

심정 : (분을 삼키듯) 모르겠사옵니다! 신은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당상관에게 찌검을 하시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사옵니다.

윤비 :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심정 : (어금니를 물며) 예, 마마.

윤비 : 화천군은 전하의 어명도 받잡지 않고 금부군사를 움직여 파릉군대감과 종친분들을 잡아들였소.

         주상전하를 기망한 대감께서 어찌 뉘우치는 기색조차 없는것인가?!

심정 : (항변하듯) 중전마마, 신이 어명을 받잡지 않고 금부군사를 동원한 짓은 백번 처형 당한들 발명할 수 없는 대죄이오나

         파릉군대감이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를 인멸할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하여 내린 선참후계의 결단이옵니다.

윤비 : ...선참후계?

심정 : 예. 신은 그 일로 전하께 석고대죄를 드렸사옵고 전하께오서는 신의 충정을 알아주시어

         죄를 묻지 않겠다 하시었사옵니다! 하온데 어찌 전하께오서 용서하여주신 일을 중전 마마께오서 재론하시며

         당상관을 이리도 욕보이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 화천군! 이사람에게 맞은 것은 그리도 분하신가?!

심정 : (울분을 참으며) 중전마마께오서 금부당상이자 공신작위까지 받은 이사람에게 손지껌을 하신 것은

         조정신료들 모두를 욕보이신 것과 진배없사옵니다. 이는 온 조정이 공분할 일이오며

         중궁전의 위엄과 권위를 중전마마께오서 스스로 크게 훼손시키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윤비 : 온 조정이 공분할 일이라?! 허면 화천군께서 조정에 공론을 일으켜 이사람을 폐서인이라도 시키시겠다는 말씀이신가?

심정(E) : (경련을 일으키는 표정) 암요! 내 중궁전을 나가는 길로 온 조정의 공론을 모아 중전을 폐위시켜드리고 말고요!

윤비 : 화천군은 파릉군대감에게 뇌물을 받은 증거가 있다는 것을 어찌 확신하였는가?! 경빈이 화천군에게 일러라도 주었는가?!

심정 : 예에?

윤비 : 그대는 주상전하의 어명이 아니라 경빈의 명을 받고 금부군사를 동원한 것이 아니더냐?!

심정 : (당황하여) 주,중전마마..그,그럴리가요?!

윤비 : 화천군이 경빈의 수족 노릇을 하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인데 네 어찌 내 앞에서 거짓을 고하려드는게냐?!

심정 : (움찔)...!

윤비 : 화천군! 화천군은 누구의 신하인가? 주상전하의 신하인가, 경빈의 수족인가?!

심정 : (움츠리며)..마,마마..

윤비 : 화천군이 일개 후궁의 명을 받잡고 금부군사를 동원하였다면 이는 스스로 후궁처소의 개라는 것을 자인한 것이거늘!

심정 : ...마,마마..

윤비 : 내 공신작위를 받은 조정의 금부당상의 뺨을 친 것이 아니라

         후궁처소에서 기르는 버르장머리 없는 개한테 손지껌을 했기로서니 그것이 죄가 된단 말인가?!

심정 : ...!

윤비 : 화천군대감, 내 말에 틀림이 있는가?!

심정 : ...

윤비 : 화천군!

심정 : 예, 마마..

윤비 : 이사람에게 맞은 것이 분하거들랑 어디 한번 조정에 공론을 일으켜보시오!

심정 : ..마,마마..신은 단지...!

윤비 : 화천군, 다시 한번 전하의 어명을 받잡지 않고 금부군사를 멋대로 움직인다면

         내 다음번에는 손찌검만으로 그치지는 않을것이오! 명심하시오!

심정 : (진땀이 나는)...

윤비 : 내 명심하라 했느니!

심정 : 예, 마마..며, 명심하겠사옵니다.

윤비 : 이만 물러가시오.

심정 : ...예, 마마..(일어서는데 다리가 휘청거리며 비틀거린다)...


심정,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방문쪽으로 걸어간다.


윤비 : (심정의 뒷통수에다) 허, 아녀자의 호통에 오금조차 펴지 못하는 자가 공신작위를 받은 금부당상이라?!

심정 : (모멸감)...!



S#6.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심정, 이를 악물고 방밖으로 나와선다.


엄상궁 : 화천군대감, 어디가 미령하시옵니까? 어찌 안색이 흐리시옵니다?

심정 : (말리는 시누이처럼 보다가)..아,아닐세.. (복도 끝쪽으로 걸어간다)

엄,오상궁 : (심정의 뒷모습을 보는)...



S#7. 동 중궁전 마당


심정, 중궁전에서 나오다 비틀하다가 가까스로 몸을 지탱한다.

심정, 이마의 진땀을 닦으며 숨을 고르다가 교태전을 휙-돌아본다.


심정 : (노려보는) 두고보시오, 중전. 언제가는 공신을 욕보인 댓가를 열곱, 백곱으로 되갚아주리다!


심정, 중궁전계단을 내려가서 어디론가 간다.



S#8. 대궐 일각


심정, 걸어오는데 금이, 주변을 눈치를 살피며 쪼르르 다가온다.


금이 : 화천군대감, 경빈마마께오서 처소로 드시랍니다요.

심정 : ..경빈마마께오서...?

금이 : 예. (앞장서서 가면)

심정 :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금이의 뒤를 따른다)



S#9.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난정과 장대인, 바짝 마주 앉아 은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대인 : 백치수를 어떤 미끼로 쓰려고 하시오?

난정 : 우선 백치수의 손으로 김안로와 윤임이에게 정치자금을 쥐어주어야 하오.

장대인 : 허면 김안로와 윤임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말씀이시오?

난정 : (끄덕이며) 지금 조정은 흡사 거북이 등껍질같이 갈라진 논처럼 자금줄이 매말라 있소이다.

         (야릇한 미소) 그 까닭은 장대인이 자금줄을 틀어쥐고 좌의정대감한테만 뒷돈을 대어주기 때문이지요.

장대인 : (긍정하는 미소)..그래서요?

난정 : 김안로와 윤임이는 백치수의 뒷돈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오이다.

         백치수의 돈줄로 서서히 김안로와 윤임이를 옭아매다가..

장대인 : 그 뒤는 이 사람이 말해볼까요?

난정 : 어디 말해보시오.

장대인 : 백치수가 김안로와 윤임이에게 건네준 뒷돈의 액수와 그 청탁내역 등을 상세하게 기록해 두었다가

            전하께 아뢴다는것이겠지요.

난정 : ...

장대인 : 그만한 계책이라면 이사람도 진즉 생각해 둔터 내 부인과 손을 잡을 까닭이 무에있겠소이까?

난정 : 장대인, 김안로는 기억력이 비상한 사람이오. 그런 자가 한번 당했던 계책에 또다시 발을 걸려 넘어질 듯 싶소?

장대인 : 허면 다른 생각이라도 있으신게요?

난정 : 오늘은 예까지만 하지요. 그전에 우선 백치수를 끌어들이는 것이 시급하오.

장대인 : 그건 걱정마시오. 내가 손만 벌리면 날개깃이 꺽인 백치수가 순순히 따라 올 수 밖에 없을게요.

난정 : 장대인, 백치수는 수십년동안 조정의 풍파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장사꾼이오! 너무 호락호락 여기진 마시구려!

장대인 : 글쎄요, 호락호락한지 아닌지는 두고보면 알겠지요.

난정 : ...



S#10. 어느 주막 마당


능금, 한곳에 서있는데 송서방과 딱부리, 능금쪽으로 다가온다.


능금 : 백도주는 어딜 간겐가?

송서방 : ..오늘까지도 이 주막 뒷방에서 머물렀는데.. 한식경전에 내쫓았답니다.

능금 : ...!

딱부리 : 다른 주막을 찾아볼깝쇼?

능금 : (끄덕이며) 가세. (돌아서는데 뒤편에서 들리는)

주모(E) : (101회 주막방 주모와 동일 목소리) 그놈의 거렁뱅이 잘 내쫓았지! 암, 잘 내쫓았구말구!

능금 : (휙-가버린다)

송서방,딱부리 : (능금의 뒤를 따른다)



S#11.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윤원형, 관복을 입은채 사인교를 이끌고 걸어온다. (*임서방은 없다)

윤원형, 대문앞 계단을 올라 가려는데.


백치수 : (급하게 달려오며) 나으리! 그간 무고하시었사옵니까?

윤원형 : (흠짓 보다가) 아,아니 자넨 백도주 아닌가?!

백치수 : 도주라니요. 이놈 장타령꾼보다 못한 신세가 되었습지요.

윤원형 : (흠짓 굳으며) 헌데 자네가 날 어찌 찾아온겐가?

백치수 : 나으리께 드릴 말씀이 있어왔사옵니다.

윤원형 : 듣고 싶지 않네! 지난번 금부옥사에서 자네가 내게 한 짓거리를 생각하면

            자네같은 자와 두 번 다시 상면하고 싶지가 않네!

백치수 : 나으리!

윤원형 : 돌아가래두! (휙-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백치수 : 나으리께오서 수결해주신 각서를 잊으시었사옵니까?

윤원형 : (돌아보며) 가,각서?!

백치수 : 이놈이 은자 삼만냥을 드리는대신 나으리께오서 이놈의 목숨을 구해주겠다는 각서를 한 장 쓰시었지요!

윤원형 : 허,허면 나보고 자네 목숨을 구해달란 말인가?

백치수 : 목숨 대신 돈으로 갚아주시어도 좋사옵니다.

윤원형 : (잠시 생각하다가)..돈으로 갚아주어도 좋다? 하긴. 셈은 셈이지. 알았네. 묵은 빚을 청산하세. 따라오게.

            (앞장서서 계단 위를 올라대문 쪽으로 간다)

백치수 :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윤원형 뒤를 따른다)

길상 : (한편에서 윤원형과 백치수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S#12.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마당


윤원형, 방쪽으로 앞장서서 오고, 백치수 그 뒤를 따라오는데.

윤원로와 박희량, 사랑채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내려선다.


윤원로 : (윤원형을 보고) 원형아, 마침 잘왔다. 인사 나누거라! 이쪽은 사간원 박정언이시고 이쪽은 내 아우 윤원형이오.

박희량 : 처음 뵙겠사옵니다. 시생 박희량이라 하옵니다.

윤원형 : 아, 예..이사람 윤원형이올시다. (힐끗 보며) 헌데 박정언과는 구면인 듯 싶은데 혹시 이사람과 면식이 있으신게요?

박희량 : 시생은 처음 뵙사옵니다. 혹시 대궐 먼발치서 몇 번 뵈었을지도 모르지요.

윤원형 : 그래요?

윤원로 : 내 박정언과 술한잔 하러 가는데 같이 가려느냐?

윤원형 : 그러고는 싶지만 손님이 계시어서..

윤원로 : (백치수를 보며) 헌데 이 분은 뉘시냐? 낯이 익은데..?

백치수 : (고개를 돌리는데)..

윤원로 : (생각났다) 아,아니 저놈은?! 우리 집안을 패가망신시키려고 했던 백아무개놈 아니냐?!

윤원형 : 형님, 오늘은 내 손님으로 찾아 왔으니 그만두시구려!

윤원로 : 원형아, 네가 정신이 있는게냐? 저놈 때문에 중전마마와 우리 가문이 결단날뻔 했는데

            어찌 저런 놈한테 문턱을 넘게 한것이냐?!

윤원형 : 형님!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소이다. 박정언, 어서 형님을 뫼시고 가시오.

박희량 : (윤원로를 말리며) 진정하시지요..

윤원로 : (울그락 불그락)..원형아, 네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다만 저런 놈과 상종을 했다간 집안이 망칠테니 당장 내쫓거라.

윤원형 : 예, 예, 형님 내 알아서 할테니 어서 가보시구려.

윤원로 : (씩씩거리며 박희량의 손에 이끌려 간다)..

윤원형 : (백치수에게) 드십시다. (방으로 들어가면)

백치수 : (방으로 따라들어간다)



S#13. 동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백치수, 윗목에 앉아있고...

윤원형, 문갑 깊은곳에서 어음봉투를 꺼내들고 보료위에 앉는다.


윤원형 : 내 일전에 장대인한테 받은 십만냥을 만냥짜리로 바꾸어두길 잘했나 보네.

            (봉투에서 어음석장을 꺼내 내밀며) 옛네, 은자 만냥짜리 어음 석장일세.

백치수 : ...

윤원형 : 이걸로 자네와의 묵은 빚은 다 청산한걸세!

백치수 : 허허허!

윤원형 : (의아하게 보며) 왜 그리 웃는가?

백치수 : 나으리 이놈 목숨값이 고작 삼만냥 값어치밖에 아니 되는 것으로 보시었사옵니까?

윤원형 : 그 무슨 말인가? 내 그때 분명 삼만냥을...

백치수 : 그때의 삼만냥에 이자가 붙었으니 지금은 은자 삼십만냥쯤 되겠지요.

윤원형 : 뭬,뭬야?! 이런 날도둑놈 같으니라구! 형님 말씀대로 상종 못할 자였구먼!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내집에서 나가게!

백치수 : (소매에서 尹彦平이라고 적힌 각서봉투를 꺼내며) 이것이 나으리께오서 수결하신 각서이옵지요.

윤원형 : ...!

백치수 : 이놈이 나으리께 빌려준 돈을 되받기 위해 이 각서를 증거로 하여 한성부에 소장을 내면

            중전마마께 큰 누가 될지도 모르옵니다. 그래도 좋겠사옵니까?

윤원형 : 자,자네, 지금 날 위협하는겐가?

백치수 : 위협하는 것이 아니오라, 이놈을 도와달라고 말씀드리는 것이옵니다!

윤원형 : 도와 달라니?

백치수 : 이놈이 남소문 객주를 되찾을 수 있게 나으리께오서 힘을 보태주시옵소서!

윤원형 : ('잘못 걸렸구나!')..!



S#14. 동 윤원형 대문 앞 길


백치수, 환한 표정으로 대문을 나온다.


백치수 : (대문을 돌아보는 얼굴위로) 암, 중전마마의 오라비의 힘을 빌릴수 있다면

            내 언제간 남소문 객주를 되찾을수 있음이야. 암, 그렇고말고!


백치수, 껄껄 웃으며 어디론가 간다.

길상, 몸을 드러내며 백치수의 뒷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본다.



S#15. 옥매향 기방 후원


옥매향과 임백령이 서있다.


옥매향 : (글썽거리며) 나으리, 아바디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카디요?

임백령 : 매향이, 내 약조하리다! 만에 하나 파릉군대감께오서 화를 당하시온다면

            내 선비로써 이름을 걸고 대감을 구명하기 위하여 이 한목숨을 다바칠 것이오!

옥매향 : (임백령 품에 안기며) 고맙습네다..나으리..고맙습네다..

임백령 : 전하께오서 반드시 대감의 무고함을 풀어주실테니 너무 걱정마시오..

모린 : (중문안으로 급하게 뛰어들어와 옥매향쪽으로 온다)

옥매향 : (임백령의 품에서 떨어지며) 모린아 무슨일이네?

모린 : (손짓과 표정으로 뭔가 설명하는)...

옥매향 : (눈이 커지며) 뭐이 어드레? 아바디께서 돌아오시었어?

모린 : (크게 끄덕끄덕)..!

옥매향 : (눈물을 훔치고 중문쪽으로 뛰어간다) 아바디-

임백령 : (옥매향 뒤를 따른다)

모린 : ...



S#16. 동 옥매향 안채 마당


옥매향, 후원중문에서 뛰어나오는데 파릉군, 천서방을 거느리고 중문 안으로 들어선다.


옥매향 : 아바디- (파릉군에게 달려가 품에 안긴다) 아바디!

파릉군 : 허허, 매향아!

옥매향 : (글썽) 내레 아바디를 올마나 걱뎡했는디 아십네까?

파릉군 : 그래, 그래..네 정성이 이 애비를 무사히 방면시킨 듯 싶구나..허허..

임백령 : (후원쪽에서 나오며) 대감, 무탈하시옵니까?

파릉군 : 허허, 자네가 나없는 동안 매향이를 잘 돌봐주었구먼?

임백령 : ..금부옥사에 계시느라 곤하실텐데..쉬시지요. 시생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파릉군 : 아닐세..나와 술이나 한잔 하세나. 내 자네같은 젊은 선비의 생각을 듣고 싶구먼.

옥매향 : 그러시라요, 나으리..

파릉군 : 자, 들어가세나. (앞서 안채쪽으로 들어가면)

임백령 : 예..대감..(파릉군의 뒤를 따른다)



S#17.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임백령, 파릉군의 술잔에 술을 따라준다.

파릉군, 술병을 바꿔들고 임백령 잔에도 따라준다.


파릉군 : (술잔을 들고) 자, 드세나.

임백령 : 예. (마신다)

파릉군 : (다시 따라주며) 자네는 이나라의 장래를 어찌보는가?

임백령 : 시생의 짧은 소견으로는 지금 이나라는 갈림길에 서있다고 생각하옵니다.

파릉군 : 갈림길이라?

임백령 : 대의명분을 앞세운 선비들이 조정에서 소인배들을 몰아내고 개혁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나라 조정은 공신과 척신들의 손아귀에서 농단될 것이옵고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헤어나올수 없을 것이옵니다.

파릉군 : 전하께오서 조정쇄신의 의지를 천명하시었으니 전하께오서 조정개혁의 선봉에 서실것일세.

임백령 : 시생 외람된 말씀이오나 전하께오선 유약하시어 개혁의 선봉에 서시지는 못하실 듯 싶사옵니다.

파릉군 : 뭐, 뭐라? 자네 그 무슨 불경한 망발인가?

임백령 : 시생, 강녕전 앞에서 전하를 알현하옵고, 조정개혁에 대한 소신을 피력한 일이 있었사옵니다.

파릉군 : 자,자네가?!

임백령 : 그때 전하께오선 시생에게 어사주까지 내려주시었사오나 조정의 대대적인 개혁보다는

            조정의 안정을 우선시 하시는 듯 싶었사옵니다.

파릉군 : ..음!

임백령 : 시생의 생각엔 올곧은 선비들이 조정에 있어 군주를 바른길로 이끌 수 있을때에는

            군주의 유약함이 오히려 성군의 자질로 비출수 있을것이오나 지금처럼 조정이 온통 소인배들로 가득차 있을때는

            군주의 유약함이 나라를 망치는 독이 될 것이옵니다.

파릉군 : 자네 언사가 과격하구먼!

임백령 : 젊은 선비의 철없는 객기로 받아들여 주시옵소서!

파릉군 : ..음..누가 뭐라해도 난 전하를 믿네..(마신다)

임백령 : (마시는)...



S#18. 편전 마당


정광필과 정윤겸, 굳은 표정으로 편전계단을 오르는 모습위로.


대전내관(E) : 전하, 수천대감과 전임 도총관 정윤겸 들었사옵니다.



S#19.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과 정윤겸이 앉아있다.

연상위에 조정신료들의 사직상소가 가득 놓여있다.


정광필 : 전하, 어찌 판의금부사가 어명도 받잡지 않고 파릉군대감과 종친분들을 금부로 잡아들일수가 있사옵니까?

중종 : ...

정광필 : 전하, 어찌 군주를 기망한 판의금부사의 죄를 사하여주신 것이옵니까?! 어찌하여 파릉군을 찍어내려는

            조정신료들의 작태를 보고만 계신 것이옵니까? 전하, 용단내리시어 조정에서 소인배들을 퇴출시키시옵소서!

중종 : 도총관도 그리 생각하시오?

정윤겸 : 예, 신의 뜻도 수천대감과 같사옵니다.

중종 : (연상위에 놓인 사직상소들을 보며) 경들은 이 상소들이 무엇인줄 아시오?

정광필,윤겸 : ...

중종 : 과인이 사직을 청하라 명한 조정신료들이 올린 사직상소들이오!

정광필 : 전하, 무엇을 망설이시는 것이옵니까? 이번 기회에 그들을 퇴출시키시어 조정을 쇄신하시옵소서!

중종 : 수천대감..경은 거병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을 들어보시었소?

정광필 : 거, 거병이라니요, 전하?!

중종 : 과인이 조정을 쇄신하기 위해 조정신료들을 퇴출시킨다면 거병이 있을것이란 소문 말이오!

정윤겸 : 전하, 어찌 소인배들이 퍼뜨린 유언비어를 저어하시는 것이옵니까?!

            신의 생각엔 누구도 전하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중종 : 허나 이들은 연산형님 조차 보위에서 밀어냈던 자들이오..과인은 이들을 버릴수가 없구려..버릴수가 없어요!

정광필,정윤겸 : ...!



S#20. 동 편전 마당


정광필과 정윤겸, 편전에서 나와 굳은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온다.


정광필 : (멈춰서서 탄식하는) 전하께오서 너무도 유약하시구려..

정윤겸 : 공신들 손으로 보위에 올려드렸으니 그런게지요..

정광필 : 이나라의 장래가 어찌 될지 참으로 걱정이구려..

정윤겸 : ...!



S#21. 경빈 처소 외경


경빈(E) : 화천군대감, 말씀을 해보세요. 대체 중궁전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던겝니까?

금이 : (바짝 귀를 기울이는)...



S#22.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안색이 불편한 심정을 보고 있다.


경빈 : 전하께오서 금부군사를 움직인 화천군대감의 죄를 묻지 않으시겠다고 말씀이 계시었거늘

         어찌 이리 불편해 하시는겝니까?

심정 : ...

경빈 : 대감, 중전마마께 무슨 말씀을 들으신겝니까?

심정 : (거의 울상) 마마, 중궁전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사옵니다. 더는 묻지 마시옵소서!

경빈 : (쏘아보며) 화천군대감, 이사람도 중전마마앞에서 필설(筆舌)로 못다할 수모를 당했습니다.

         헌데 이사람에게 털어놓지 못할 말이 무에 있습니까?

심정 : (난감한데)...

경빈 : 괜찮으니 말씀해 보세요.



S#23. 동 경빈 처소 마당


금이, 처소쪽에 더욱 바짝 귀를 기울이는데

세자, 박상궁과 동궁전 내관 및 상궁 나인들을 거느리로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뒤따르는 나인 손에 비단보에 덮힌 목판이 들렸다)


금이 : (돌아보다가 화들짝 놀라 조아리며) 동궁마마, 드시옵니까?

세자 : 경빈마마, 계시느냐?

금이 : (당황하여) 예에? 예에..

세자 : 마마께 고하여라.

금이 : 예, 마마. (급하게 처소안으로 뛰어들어간다)



S#24.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 뭬요?! 허면 중전이 화천군대감께 손찌검을 하시었단 말씀이오?!

심정 : 신, 어찌 하늘아래 낯을 들고 다닐수가 있겠사옵니까?!

경빈 : ...!

금이(E) : 경빈마마, 세자저하 드시었사옵니다!

경빈 : (휙-돌아보며) 뭬야?! 세자가?!

심정 : (당황하는)...?!

경빈 : 화천군대감, 어서 협실로 드시지요!

심정 : (다급하게 일어서며) 예..(급하게 방문을 나간다)

경빈 : 금아! 세자저하를 뫼시어라! 아니다! 내 직접 세자저하를 맞이할 것이다!


경빈, 일어나서 방밖으로 나간다.



S#25. 동 경빈 처소 마당


세자, 박상궁들을 거느리고 서있는데

경빈, 반가운 표정으로 처소에서 버선발로 마당으로 내려온다.


경빈 : 세자저하께오서 소첩의 누추한 처소까지 발걸음을 하여주시오니 참으로 광영이옵니다!

세자 : 이리 반갑게 맞아주시오니 고맙사옵니다.

경빈 : 어서 드시지요.

세자 : 예. 박상궁 따르게.

박상궁 : 예.


세자, 앞장서면 경빈이 보필하듯 옆에서 따르며 처소안으로 들어간다.


박상궁 : (목판을 든 나인에게) 그것 이리 다오.

나인(*) : 예. (비단보에 덮힌 목판을 박상궁에게 건네면)

박상궁 : (식기를 건네받고 처소안으로 들어간다)



S#26. 동 경빈 처소 방 안


세자, 보료위에 앉아있고 경빈이 그 앞에 앉아있다.

박상궁, 비단보에 덮힌 목판을 방바닥에 내려놓는다.


경빈 : 세자저하,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세자 : 약밥이옵니다.

경빈 : 약밥이요?

세자 : 지난번 마마께오서 잣죽을 쑤어주신 답례이옵니다.

경빈 : 저하께오서 소첩을 이리도 생각하여 주시오니 황감하여 몸둘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세자 : 박상궁, 마마께 약밥을 올리게.

박상궁 : 예.. (비단보를 젖히고 먹음직스러운 약밥을 경빈쪽으로 밀며) 드시지요.

경빈 : 저하께오서 먼저 잡수시지요.

세자 : 아닙니다, 마마께 올리는 음식이니 먼저 드시옵소서.

경빈 : 예..하오면..(은저를 들어 약밥을 떼어 입에 넣는다)..

세자 : 박상궁, 마마께 식혜를 따라드리게.

박상궁 : 예. (목판위에 놓인 주전자를 들어 식혜를 따라 경빈앞에 놓는다)

경빈 : (약밥을 먹다가 눈물이 돌며) 흐흑..

세자 : 마마, 어찌 눈물을 보이시옵니까?

경빈 : 세자저하께오서 소첩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 주시오니 감동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나옵니다. 흐흑..

세자 : 마마, 울지마세요.. 복성군 형님께오서 출궁하시오면 내가 자주 마마의 처소에 들러

         복성군 형님의 빈자리를 채워드릴 것이옵니다.

경빈 : (감격에 조아리며) 세자저하, 고맙사옵니다..고맙사옵니다..흐흑...



S#27. 중궁전 방 안


윤비, 놀란 눈으로 엄상궁을 보며 말한다.


윤비 : 뭐라?! 세자가 경빈처소에 발걸음을 하였단 말이냐?

엄상궁 : 예. 지난번 경빈이 동궁전에 잣죽을 쑤어 올린 일에 대하여 세자저하께오서 답례로

            경빈한테 약밥을 드리시었다 하옵니다.

윤비 : (뭔가 허탈한)..세자가 중궁전에 앞서 경빈처소부터 들르다니..

         (배를 감싸안으며) 세자가 이 어미의 복중 아우를 투기하는 것인가?

엄상궁,오상궁 : (윤비의 눈치를 보는)...

윤비 : 알 수 없는 일이야..참으로 알수가 없는 일이구먼.



S#28. 갖바치 마당


갖바치, 평상위에서 쇠가죽에 바늘땀을 넣고 있다.

방백인, 손바닥에 침을 퉤퉤 뱉어가며 장작을 패고 있고 당골네, 그 옆에서 장작개비를 차곡차곡 챙긴다.


난정 : (대문안으로 들어서며) 아저씨!

갖바치 : ...!

방백인 : (돌아보며) 오, 난정이 왔느냐?!

당골네 : 난정아, 날씨도 쌀쌀하고 몸도 무거운데 어찌 발걸음을 한게냐?

난정 : 당추스님이 오시었다길래 뵈러 왔지요. 헌데 스님은 어디 계시온지요?

당골네 : 글쎄다, 어제까지만해도 난정이 너를 만나시겠다고 동분서주하시더니 어딜 가셨지?

갖바치 : (일어서며) 난정아, 네게 할말이 있으니 들어오너라. (방으로 들어가는)

난정 : 예.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방백인 : 난정아, 그댁 어른들은 모두들 무고하시냐?

난정 : 예..헌데 왜요?

방백인 : 아,아니다! (도끼로 장작을 쾅-내려치는데 엇나간다) 여편네야, 장작 좀 제대로 좀 들이대!

당골네 : (삐죽거리는) 재주없는 목수 연장탓만 한다더니! 맨날 남탓은?!

난정 : (미소로 보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S#29. 동 갖바치 방 안


난정과 갖바치가 마주 앉아있다.


갖바치 : 난정아, 지난밤 파릉군대감께오서 의금부에 끌려가셨던 일이 너와 연관이 있는 일이었더냐?

난정 : 아저씨, 어찌 그리 생각하시옵니까?

갖바치 : 파릉군대감께오서 머물고 계신 매향이 기방에서 어음들이 나왔다고 들었다.

            네가 모린이를 시켜 그리 한 것이 아니더냐?

난정 : (흠짓 보다 표정수습하며) 아저씨, 제가 파릉군대감을 모함할 까닭이 무에 있겠사옵니까?

갖바치 : 난정아..파릉군대감은 네가 어려서부터 너를 아껴주신 분이시다. 그런분께 위해를 끼쳐서는 아니될 것이야.

            난정아, 네가 내말을 허투루 듣는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난정 : (미소) 예. 저도 잘 알고 있사오니 심려마시어요.

갖바치 : ...그래..너를 믿으마..

난정 : 헌데 당추스님은 어딜 가신게지요? 어젯밤에 집까지 찾아오셨다고 들었사온데...?

갖바치 : ...



S#30.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옥매향, 찻소반을 들고 아래채 방앞으로 다가와 선다.


옥매향 : 스님, 차들여가옵네다.



S#31. 동 옥매향 기방 아래채 방 안


당추, 한쪽에 앉아있다가 방문쪽을 돌아본다.


당추 : 들어오너라.

옥매향 : (방문을 열고 찻소반을 들고 들어와 내려놓는다) ..스님, 아바디께서 말씀이 길어디실 듯 하옵네다.

당추 : 오냐, 헌데 안채에 들어계신분들이 누구시더냐?

옥매향 : 둉친어른 두분하고 수텬대감과 됴툥관대감께오서 들어계시옵네다.

당추 : 음! 도총관대감이라...나무관세음보살..



S#32. 동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


파릉군과 이세진, 이몽헌, 정윤겸, 정광필이 찻잔을 놓고 앉아있다.


이몽헌 : 전하의 어명도 없이 금부군사를 동원하여 종친들을 금부에 하옥한 것은 왕실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오이다!

정광필 : 예! 이 자들은 말로는 임금에 대한 충성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임금을 팔아 제 배 불리기에만 급급하고 있소이다!

            이런 자들을 전하의 곁에 내버려 둔다면 전하의 용안에 먹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하께오선 사초에 용렬한 군주로 기록되실 것이 자명할 것이오다!

이세진 : 파릉군대감, 소인배들이 전하의 눈을 흐리게 하고 안하무인격으로 이나라 정사를 농단하도록 내버려두실 것이옵니까?!

파릉군 : (결연한) 그리 내버려 둘수는 없지요! 내 이 한 몸을 불살라서 군주가 군주로써 바로서고

            신하가 신하로써 충성을 다바칠수 있는 나라로 바로 세울 수 있다면 기꺼이 이 한목숨 바칠 것이외다!

정윤겸 : 이사람 역시 전하의 눈을 흐리고 귀를 막고 있는 한줌도 안되는 소인배들을 단칼에 쳐내는데 선봉이 될 것이오이다!

정광필 : 헌데 전하께오선 소인배들이 거병을 할 것을 저어하고 계시었소이다.

정윤겸 : 파릉군대감, 하시라도 속히 살생부를 작성하시어 소인배들을 찍어내는 것이 상책일 듯 싶소이다.

이세진 : 예, 살생부가 작성되면 전하의 어의도 굳건해지실 것이옵니다.

이몽헌 : 그렇사옵니다!

파릉군 : 허면 누구의 이름을 첫장에 올려야 하겠소?

정광필 : 이번에 사직상소를 올린 신료들의 영수격인 좌의정이 첫장에 올라야겠지요!

정윤겸 : 전하의 어명도 받잡지 않고 멋대로 금부군사를 동원한 화천군도 포함되어야 할것이오이다!

파릉군 : (침통한)..음! 살생부 명단은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보도록 하십시다..

정광필 : 예, 허면 이 사람은 조정 쇄신에 뜻을 함께 할 원임 대신들과의 회합이 있어 이만 일어나 보겠소이다.

이세진 : 이사람들도 종친부의 뜻을 모아야 하오니 이만 돌아가보겠사옵니다.

파릉군 : 살펴들 가시오.

정광필 : (일어서며) 파릉군대감, 대감을 노리는 자들이 많소이다. 부디 몸조심 하시오.

            이 나라 조정의 장래가 대감의 손에 달려있사옵니다.

파릉군 : 내 여러분들의 조정쇄신의 뜻을 모아 전하께 전해 올리겠소이다!

정광필 : 허면 나중에 뵙겠소이다. (방밖으로 나간다)

이세진,몽헌 : (조아리고는 정광필의 뒤를 따라 방밖으로 나간다)

정윤겸 : 이사람도 이만 일어나 보겠소이다. (조아리고 일어서는데)

파릉군 : 정대감..바쁘지 않으시오면 오랜만에 이사람과 술이나 한잔 나누시지요.

정윤겸 : 그럴까요?..



S#33. 동 옥매향 기방 아랫방 안


당추, 찻소반 앞에 앉아있는데.


옥매향(E) : (방밖에서) 스님, 매향이야요.

당추 : 들어오너라.

옥매향 : (방안으로 들어오는데)

당추 : 매향아, 손님들께오선 모두 돌아가시었느냐?

옥매향 : 아딕 한분이 남아계시옵네다. 잠시 더 기다리시라요.

당추 : ..그래? 어느분이 계시더냐.

옥매향 : 됴툥관대감께서 아바디와 술을 나누고 계시야요.

당추 : 도총관대감이?



S#34. 동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


파릉군과 정윤겸,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파릉군 : 조정에 협잡과 음해가 난무하니 천하의 도덕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선비들이 세상을 등지고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 듯하오이다.

정윤겸 : 바로 잡아야지요! 말로 아니되면 칼을 휘둘러서라도 조정을 쇄신해야 할 것이옵니다!

파릉군 : 그래요..(술한잔 마시고) 대감, 이사람이 일전에 난정이를 만났소이다.

정윤겸 : (흠짓 놀라) 난정이를요?

파릉군 : 예, 그 아이가 세상의 풍파를 겪으며 많이 변한 듯 싶었소이다.

정윤겸 : 행여 난정이가 대감께 무슨 불경한 짓거리라도 한것이오이까?!

파릉군 : 난정이 가슴속에 쌓인 한이 그 아일 그리 변하게 한게지요..그게 어디 난정이 탓만이겠소이까?

            조정에 간신배들이 들끓고 세상이 어지러우니 그리 된게지요!

            어찌 보면 그런 세상을 막지 못한 우리들의 잘못이 큰 것 아니겠소이까?!

정윤겸 : ...!



S#35. 동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


당추, 안채 방문쪽을 바라보고 서있는 안타까운 얼굴위로.


당추(E) : 난정이를 낳아준 친부와 길러준 양부가 질기디 질긴 인연의 끈으로 엮어져 있구나..!

              이 모두가 부처님의 뜻인 것을!..나무관세음보살..


당추, 한숨을 내쉬고는 대문쪽으로 나간다.



S#36. 대비전 외경


금이와 향이, 창빈처소 상궁나인들이 서있는 모습위로.


자순대비(E) : 경빈, 세자께서 처소로 발걸음을 하시어 약밥을 전해드리었다지요?



S#37.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경빈, 희빈, 창빈이 앉아있다.


경빈 : 예, 신첩,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그치지가 않았사옵니다.

희빈(E) : (경빈을 힐끔보며) 흥, 행여나 그랬을라구?!

창빈(E) : 중전마마께오서 섭섭해 하시지나 않으시었을지..!

자순대비 : (온화한 미소) 중전뿐 아니라 세분 빈들께서도 세자한테는 어머니가 되시는 분들이시니 자애롭게 대하여주세요.

               세자가 비록 어리다고는 하나 지극한 효심을 지녔으니 빈들을 어머니로 대하여 줄 것입니다.

               이 늙은이의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경,희,창빈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이 늙은이가 빈들을 불러들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번 살생부를 둘러싼 조정의 혼란이

               무마될 듯싶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경,희,창빈 : (자순대비를 보는)...?!

자순대비 : 빈들께서도 다들 아시겠지만 주상께오서 어명도 없이 금부군사를 움직인 화천군의 죄를 사하신 것은

               조정의 분란을 묻어두시고자 하는 어의를 천명하신것이라 생각하오. 허니 빈들께서도 빈들의 아비와 오라비들에게

               주상의 뜻을 분명하게 밝혀주세요!

경빈 : 대비마마, 정녕 전하께오서 조정의 분란을 원치 않으시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예, 이 늙은이는 분명 그리 생각하오.

경빈 : 하온데 어찌 전하께오서 조정신료들의 사직상소를 퇴하시지 아니하시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허면 경빈께선 이 늙은이의 말에 틀림이 있다고 생각하시는게요?

경빈(E) : 전하께오서 조정의 분란을 원치 않으신다 할지라도 이번에 파릉군을 찍어내지 않는다면

              조정에 평온은 결코 없을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경빈!

경빈 : (자순대비 말에 틀림이 있다는 뜻으로)..황공하옵니다...

자순대비 : 뭐요?

희빈 : 신첩 역시 전하께오서 살생부를 만들라고 파릉군대감께 내리신 어명을 거두시겠다고 천명하시지 않으시는한

         조정에 분란은 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자순대비 : 뭐라? 경빈, 희빈, 빈들은 주상을 믿지 못하는 것이오?

창빈 : 대비마마, 신첩들은 전하의 어의를 분명히 알고 싶은 것이옵니다!

경빈,희빈,창빈 : (결연한 표정)...!

자순대비 : 음! 빈들에게 아직 불신의 골이 깊게 패여있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어찌?



S#38. 동 대비전 마당


경빈, 희빈, 창빈이 대비전에서 나온다.

금이와 향이, 창빈처소 상궁나인들이 각각의 상전의 뒤편에 선다.


희빈 : 경빈, 참으로 살생부가 무용지물이 될것이라 믿어도 좋겠소?

경빈 : 암요, 전하께오서 화천군에게 죄를 묻지 않으신 것을 보고도 믿지 못하시겠소이까?

창빈 : 헌데 전하께오선 금부에 하옥되었던 파릉군대감과 종친분들도 방면하여 주시지 않으시었소이까?

경빈 : 두고보시오! 전하께오서 조정신료들의 사직상소를 어찌 처결하실지 두고 보시면 분명히 아시게 될것이오이다!

         가자 금아. (앞장서가면)

금이 : 예, 마마. (경빈의 뒤를 따르는)

창빈 : 희빈, 참으로 경빈의 말대로 될까요?

희빈 : 이사람도 그리되길 바라지만 경빈에게는 믿음이 안가오! 경빈은 누구보다도 세자를 원망하는 마음이 크면서도

         세자저하 앞에서는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그런 사람이니 말이오! 가자 향아. (총총히 가면)

향이 : 예, 마마. (희빈의 뒤를 따르는)

창빈 : ...



S#39. 남곤 사랑채 외경


남곤집사, 박서방, 황서방 등이 몰려서 있는 모습위로.


일동(E) : (호탕한 웃음소리) 하하하!



S#40.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김안로와 윤임, 김제학, 김전, 이유청(*), 판서급대신들이 둘러앉아 호탕하게 웃고 있다.


남곤 : 하하하, 대세는 우리쪽으로 기울었소이다!

김제학 : 이번 일에는 화천군대감의 공이 크시었소이다!

윤임 : 암요, 그렇고말고요! 화천군께서 강녕전 앞에서 석고대죄까지 드리실줄 누군들 짐작이나 했겠소이까?

심정(E) : (어색한 웃음) 공이라?! 내가 중전마마께 당했던 수모를 알면 그런 소리를 못할것이야!

김안로 : 허나, 아직은 마음을 놓아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전하께오서 아직 우리가 올린 사직상소를 퇴하시지 아니하셨사옵니다.

남곤 : 전하께오서 화천군대감의 죄까지 사하여 주시었으니 사직상소도 곧 퇴하여 주실것이오이다.

김전 : 허면 파릉군대감은 어찌하실 것이오이까?

남곤 : 어찌하긴요? 두 번 다시 조정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지요!

김제학 : 절도로 귀양을 보내시잔 말씀이오이까?

남곤 : 귀양이라니요? 이번에야 말로 파묻어 버려야지요!

김전 : 허나 그리되면 종친들과 유생들의 반발이 심하지 않겠소이까?

김안로 : 손톱밑에 박힌 가시를 파내는 일이니 생살을 도려내는 아픔쯤은 감수해야지요!

일동 : (동의하듯 끄덕이는)...!



S#41. 옥매향 기방 안채 방 안


파릉군, 살생부를 앞에 놓고 눈을 감은채 정좌를 하고 앉아있다.


파릉군 : ...



S#42. 편전 외경 (밤)



S#43. 편전 방 안 (밤)


중종, 사직상소들을 내려다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얼굴위로.


중종(E) : 허어, 참으로 답답하구나! 이 일을 어찌 처결해야 좋을것인가? 어찌 처결해야..?!

             과인의 곁에 믿을 만한 사람이 없음이야.. 믿을만한 사람이..! (문득 눈이 번쩍뜨이는)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

중종 : (벌떡 일어나 방문쪽을 걸어가며) 김상궁! 내 중궁전으로 갈 것이다!


중종, 방문 밖으로 나간다.



S#44.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뭔가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위로.


윤비(E) : 파릉군대감이 돌아온 후로 모든게 달라지고 있음이야.. 조정의 공신들이 한뜻으로 의기투합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자까지 내게서 멀어지고 있음이야..



S#45.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밤)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을 거느리고 방쪽으로 다가온다.

엄상궁, 오상궁을 비롯한 나인들이 깊숙하게 조아린다.


중종 : 고하여라.

엄상궁 : 예..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S#46.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 (흠짓보며) 전하께오서. 어서 뫼시어라! (일어나 예를 갖추려는데)

중종 : (방안으로 들어와 보료위에 앉는다) 앉으세요, 중전.

윤비 : (앉으며)..전하, 어찌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이옵니까?

중종 : 과인이 스스로 과인의 무덤을 판듯싶소.

윤비 : (놀라) 예에?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중종 : 과인이 파릉군숙부에게 조정쇄신을 위해 살생부를 작성하라 명한 일을 중전께서도 잘 아시고 계실것이오.

윤비 : ...

중종 : 헌데 그 살생부가 지금 과인의 목을 조르고 있소.

윤비 : (흠짓 보는)...?!

중종 : 지금 과인의 머릿속은 실타래가 뒤엉킨 것처럼 혼란스럽소.

윤비 : 전하, 어찌 그러시옵니까?

중종 : 과인의 주변엔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소..파릉군숙부가 귀양이 풀려 돌아오시면

         과인의 곁에서 큰 힘이 되어주실 것이라 믿었소..

윤비 : ...

중종 : 헌데 과인이 숙부에게 살생부를 만들라 명한 이후로는 어찌된 일인지 숙부도 믿을 수 없는 사람처럼 생각이 드는구려..

윤비 : 전하..전하께오선 이나라의 군주이시옵니다.

         조정쇄신의 어의를 굳히시었다면 군주의 위엄과 권위로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중종 : 허나 과인은 과인을 보위에 추대한 공신들을 내칠수는 없소..

윤비 : ..전하..

중종 : 과인도 왜 이리 갈피를 잡지 못하는지 모르겠소... 과인도 이런 과인의 유약함이 싫소..(눈물이 글썽거리는)...

윤비 : (글썽거리며 보는)..전하..

중종 : (목이 메이는)..과인은 어이해야 좋을지 모르겠소 .... 모르겠소....흐흑

윤비 : (애처롭게 보는)....!



S#47. 옥매향 안채 마당 (밤)


난정, 중문 안으로 들어선다. 그 뒤로 모린이 따른다.

난정, 불켜진 안채 방문을 노려보다가 안채 방 쪽으로 걸어간다.



S#48.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밤)


파릉군, 세필을 들어 살생부 첫장에 -南袞-이라고 적는다.

파릉군, 세필에 먹물을 묻히고 두 번째장에 -金安老-라고 적는다...


난정(E) : (방밖에서) 파릉군대감, 소첩 난정이옵니다.

파릉군 : (흠짓 방문쪽을 보다가) 야심한 밤에 네가 무슨 일이냐? 물러가거라.

난정(E) : 소첩 잠시 들어가겠사옵니다.

파릉군 : (당혹스럽게) 뭐라?

난정 :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파릉군 : 난정아, 네 어찌..?!

난정 : (연상위에 살생부를 보다가 파릉군을 쏘아보며) 대감, 정녕 살생부에 먹물을 묻히실 작정이시옵니까?

파릉군 : (버럭) 난정이 네 이년! 네 어찌 아녀자가 조정대사에 알음알이를 하려 드는 것이냐?! 당장 물러가거라!

난정 : 대감, 정신 차리시옵소서! 정녕 보람도 없이 목숨을 버리실 작정이시옵니까?!

파릉군 : 뭐라?!


난정, 파릉군을 무섭게 쏘아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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