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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10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654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105











S#1. 중궁전 마당 (낮)


난정, 중궁전 합문안으로 들어와 계단을 올라간다.



S#2. 동 중궁전 방 안


난정, 윤비 앞에 큰 절을 올리고 앉는다.


윤비 : (자애롭게 보며) 난정아, 참으로 애썼느니라. 이번에 파릉군대감을 조정에서 밀어내는데 네 공이 참으로 컸다.

난정 : 중전마마, 파릉군대감을 밀어낸 일은 시작일 뿐이옵니다. 앞으로도 김안로나 경빈같은 난적들이

         중중첩첩(重重疊疊) 버티고 서서 중전마마를 위협할 것이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천하를 손에 쥐실때까지는

         마음을 놓으시어서는 마마의 큰 뜻을 이루실수 없사옵니다!

윤비 : (흠짓) 천하를 손에 쥔다?

난정 : 예, 소첩이 중전마마께 천하를 바칠 것이옵니다!

윤비 : 네 몸이 자그마한데 어찌 그리 큰 마음이냐?! 아녀자의 손으로 천하를 쥐락펴락 하는게 가당키나 한 말이냐?

         내 한 목숨 부지나 하고 가문만 이어갈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난정 : 아니옵니다, 마마, 당나라의 무측 천황후께오서도 여자의 몸으로 스스로 황제가 되어

         천하를 호령하시지 않으시었사옵니까?

윤비 : (미소) 여자가 황제가 된 것은 옛날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지금처럼 밝은 세상에서야 가당키나 하겠누?

난정 : 마마, 어찌 그리 심약하시옵니까? 사내든 여자든 권세를 움켜쥔다면

         천하가 권세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자명한 세상이치이옵지요!

윤비 : (흠짓 보는) 권세앞에 천하가 무릎을 꿇는다?!

난정 : (비장한) 예! 하오니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엔 반드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어야 하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께오서 세자저하를 젖히고 면류관을 쓰시온다면

         중전마마의 수중에 천하가 굴러들어 올것이옵니다!

윤비 : ...난정아, 네 진정 그리 믿는 것이냐?

난정 : 마마,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 하였사옵지요! 파릉군대감을 조정에서 밀어낸 것이 첫걸음이었다면

         세자저하의 주변에 철갑을 두르고 있는 김안로와 윤임이를 도모하는 일이 두 번째 걸음을 내딛는 일이 될 것이옵니다!

윤비 : 허면 그 다음에는..?

난정 : 경빈의 기를 높혀 오만방자하게 만든 다음, 불시에 허리를 쳐 경빈과 복성군을 천길 벼랑아래로 밀쳐버려야지요!

         그리되면 일의 반은 성사가 된 셈이옵니다! 그런 연후엔 세자저하를...!

윤비 : 세자?! 세자라?!

난정 : 예. 세자는 반드시 도모해 버려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시옵니다!

윤비 : (말을 막듯이) 난정아, 속단은 금물이다. 먼 훗날의 일을 너무 앞질러 가지는 말거라!

난정 : 중전마마, 쉬어갈 틈이 어디 있사옵니까? 세운뜻은 이루어야지요!

         우선은 경빈의 힘을 빌려 김안로와 윤임이를 찍어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을 소첩, 잘 알고 있사옵니다.

윤비(E) : (난정을 보는) 오냐, 내 너를 믿고 일을 도모해 볼게야!



S#3.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복성군을 보며 말한다.


경빈 : (걱정스럽게 보며) 복성군, 어찌 요즘들어 이 어미와 격조하신게요? 듣자니 복성군께서 침식을 거르시는 일이 잦고

         도통 말씀도 없으시다던데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신게요?

복성군(E) : (보며) 몰라서 물으시옵니까?

경빈 : 복성군, 이 어미한테 못할 말이 무에 있소? 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세요.

복성군 : 어마마마, 소자 파릉군대감 일을 알고 있사옵니다!

경빈 : (흠짓 보며) 뭬요?

복성군 : 왕실의 명망높으신 종친어른께오서 조정신료들에게 맥없이 쫓겨나시는 것을 보았사옵니다.

경빈 : ..그, 그래요?

복성군 : 소자, 말로만 듣던 뒷방 왕자의 처지를 두눈으로 목도하오니 남의 일 같지가 않사옵니다!

            소자도 언젠가는 비루먹은 개처럼 쫓겨날 것을 생각하면 산해진미가 소태처럼 쓰고 금침에 바늘이 박힌 듯 하여

            잠을 이룰수가 없고 흉몽만 꾸옵니다.

경빈 : 복성군, 어찌 그리 유약해지시는게요?! 가례를 올리고 출궁하실 때가 가까워오니 마음이 싱숭생숭하신겝니다!

복성군 : (글썽) 어머니, 소자는 어머니와 떨어져 사는 것이 두렵사옵니다.

경빈 : (복성군 앞으로 다가와 손을 잡으며) 복성군, 아무 염려마세요! 그 누구도 복성군의 옥체를 손끝하나 대지 못하게

         이 어미가 복성군을 조치를 할것입니다!

복성군 : (눈물 흐르는) 어머니, 소자가 부디 소자를 버리지 마시옵소서.

경빈 : (안아주며) 이 어미를 믿으세요!

금이(E) : (방밖에서) 경빈마마, 장대인 들었사옵니다.

경빈 : ..장대인이?..(복성군을 보며) 복성군께서는 이만 나가보세요.

복성군 : 예. (소매로 눈물을 쓱 닦으며 일어선다)

경빈 : 복성군, 힘 내세요! 복성군은 전하의 장자이시란 것을 한시도 잊으시어서는 아니되십니다!

복성군 : 예, 어마마마.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어내며) 들라해라.



S#4. 동 경빈 처소 마당


장대인과 금이, 서있는데 복성군이 처소쪽에서 나온다.


장대인 : 복성군마마, 오랜만에 문후드리옵니다.

복성군 : (신발을 신고 내려서며) 장사는 잘 되는가?

장대인 : 모두가 경빈마마께오서 보살펴주신 덕분입지요.

복성군 : 장사꾼은 재물 팔아 이문을 남기기만 하면 되니 세상에 아무런 근심이 없겠구먼!

장대인 : 예에?

복성군 : 아닐세. 들어가보게.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금이 : (장대인에게) 드시지요.

장대인 : (복성군을 돌아 보고는 처소쪽으로 들어간다)..



S#5.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장대인, 마주 앉아있다.


경빈 : 김안로와 윤임이를 도모하는 일은 어찌 진척 되어가는가?

장대인 : 백치수를 수중에 넣었사오니 조만간 김안로가 미끼를 물것이옵니다.

경빈 :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이야! 윤임이는 우직한 자이니 걱정하게 없지만

         김안로는 의심이 많은 자이니 호락호락 함정 속으로 발을 들이밀지는 않을 게야.

장대인 : 굶주린 자의 입에 고기를 넣으면 바로 삼키게 되옵니다! 믿으시옵소서.

경빈 : (장대인을 보며) 그래 내 장대인을 믿지!

장대인 : 예, 시생 이번에 김안로를 잡는데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를 사냥개로 쓸 것이오니 틀림없이 성사될 것이옵니다.

경빈 : (흠짓) 뭬야, 난정이를 사냥개로 쓴다?

장대인 : 예, 마마. 난정이는 작심을 했다하면 사냥감만 보고 뛰는 사냥개입지요!

경빈 : 잘보았네!..자네가 생각이 있어 난정이와 일을 도모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네.

         허나 결코 난정이를 믿어서는 아니될 것이야! 난정이는 구름을 짓다가도 어느새 손을 뒤집어 바람을 일으켜

         상대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비상한 머리를 가진 계집이란걸 명심하게!

장대인 : 시생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김안로를 잡고 난 연후엔 난정이를 토사구팽할 것이옵니다!

경빈 : (야릇한 미소) 토사구팽이라..? 호호, 그거 재미있겠구먼?! 그래, 내 자넬 한번 믿어볼 것이야!

장대인 : ...

경빈 : 조만간 큰 바람이 일겠구먼!



S#6. 중궁전 방 안


윤비, 다과상 건너편에 앉아있는 난정을 보고 말한다.


윤비 : 난정아, 경빈과 손을 잡고 김안로를 도모한 연후엔 어찌 하려느냐? 경빈이 조정의 권세를 틀어쥔다면

         내게 더 큰 위협이 되지 않겠느냐?

난정 : 마마, 경빈의 성정이 바늘 끝 하나 안들어갈 듯 보여도 소첩 눈엔 큰 약점이 보이옵니다.

윤비 : 약점? 약점이라니?

난정 : 세상 어느 어미가 자식을 괴이지 않겠사옵니까만 경빈은 그 누구보다도 자식사랑이 도가 넘칠만큼 지극하옵지요.

윤비 : (빤히 보는)..

난정 : 복성군이 곧 가례를 올리시고 사가로 나가신다고 들었사옵니다. 사가는 대궐과는 달리 위험한 곳이지요.

윤비 : ...?

난정 : 경빈이 감히 복성군의 목숨을 담보로 중궁전에 도전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복성군의 목숨을 담보하다니? 허면 네 복성군을 위협이라도 할 작정이더냐?

난정 : (결연한) 소첩은 중전마마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거리라도 할 것이옵니다!

         하오나 그 전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경빈도 중궁전을 함부로 넘보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윤비 : 만약 내 공주를 생산한다면 어찌되누?

난정 : 만에 하나 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세자저하를 방패막이로 삼으시어야 할 것이옵니다.

윤비 : (자조적인) 목숨을 부지하기 세자를 방패막이로 삼으라?

난정 : 예, 중전마마, 대군을 생산하시기 전까지는요! 승후관 형제분께오서 출사를 하시어 조정에 버팀목을 만드실때까지는

         그 방도밖에는 없사옵니다.

윤비 : ..그래, 그래야겠지..헌데 난정아, 근자에 세자가 중궁전에는 발길을 끊고 경빈처소에 자주 드나들이를 한다고 들었다.

난정 : 세자저하께오서 경빈처소에요?

윤비 : 그래, 난 세자가 경빈처소에 자주 발걸음하는게 마음에 걸리는구나.

난정 : 경빈이 어린아이 입에 꿀을 바른게지요. 소첩이 알아보겠사옵니다.



S#7.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장대인에게 당부하듯이 말한다.


경빈 : 복성군께오서 사가로 나가게 되면 자네가 마마의 안위를 지켜드려야 할것이야! 명심하게!

장대인 : 시생, 목숨을 바쳐 복성군마마를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경빈 : (끄덕이며) 복성군께오서 보위에 오르시는 날, 조선의 인삼독점권은 자네 손에 떨어질걸세!

장대인(E) : 아니지! 인삼독점권만으론 내 속이 차지가 않아!



S#8. 동궁전 뒤 골목 안


장대인, 깊은 생각에 잠기어 중문 밖으로 나온다.


난정 : (맞은 편에서 걸어오다가 장대인을 보고 반갑게) 장대인!

장대인 : (보고) 부인, 중전마마를 알현하고 나오시는게요?

난정 : (쌩끗 웃으며) 장대인은 경빈마마 처소에 자주 드시는구려?

장대인 : (미소) 잘되었소, 기왕 만났으니 어디가서 술이나 한잔 나누면서 낚시 얘기나 나누십시다.

난정 : 내 궐에서 잠시 볼 일이 있으니 두식경쯤 후에 장통교 기방에서 뵙지요.

장대인 : 그거 좋지요.

난정 : 허면 그때 뵙지요. (장대인을 지나쳐 가던길로 가면)

장대인(E) : (난정의 뒷모습을 야릇하게 보는) 그래, 김안로를 찍어버리자니 네 손이 필요하구나! 하하하.

                 (웃으며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난정(E) : (멈춰서 장대인의 뒷모습을 돌아보는) 분명 계집은 계집인데 어찌 남장을 하고 사는게지?

              틀림없이 곡절이 있는 계집이야!



S#9. 동궁전 마당


난정, 동궁전쪽으로 걸어온다.

호위별감들, 난정을 보고 경계태세를 갖추며 달려와 앞을 막는다.

난정, 놀란 표정으로 멈춰선다.


호위별감(*) : 잡인이 동궁에 어찌 들어왔는가?!

난정 : 내 동궁마마를 알현코자 왔으니 길을 여시오.

호위별감(*) : 경을 치기 전에 얼른 물러가시오!

난정 : 동궁마마께 윤승후관의 작은 안으서가 왔다고 한말씀만 여쭈어주시오.

호위별감(*) : 썩 물러가라지 않소!

세자 : (동궁전에서 박상궁과 동궁전 내관등을 거느리고 나오며) 무슨 소란이냐?

별감들(*) : (일제히 세자에게 조아린다)

난정 : (반갑게 보며) 세자저하! 소첩이옵니다!

세자 : (난정을 물끄러미 보다가) 넌 윤승후관의 작은 안으서 아니냐?

난정 : 저하! 소첩의 얼굴을 기억하시겠사옵니까?

세자 : 기억하다마다! 헌데 네 어찌 동궁전까지 발걸음을 하였느냐?

난정 : 소첩, 중전마마의 일로 저하께 아뢸 말씀이 있어 들었사옵니다.

세자 : ..어마마마의?

난정 : 예, 저하.

세자 : (잠시 생각하다가) 박상궁, 들이게.

박상궁 : 예, 저하.

난정 : (조아리며) 황감하옵니다.

세자 : (몸을 돌려 동궁전안으로 들어간다)

박상궁 : (난정을 보며) 따르시게. (동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난정 : 예. (호위별감들 보라는 듯 당당한 표정과 걸음걸이로 그들 앞을 지나쳐 동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10. 동 동궁전 방 안


난정, 세자 앞에 찻소반을 두고 앉아있다.


세자 : 어마마마께오서 문후를 들지 않는다고 섭섭해하신다?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말씀은 아니하시었지만 소첩 짐작엔 그런 눈치이시었사옵니다.

세자 : (크게 한숨을 내쉬며)..내 어마마마께 큰 불효를 하였구나.

난정 : (보며) 저하, 근자에 중궁전에 발걸음을 아니하시는 까닭이라도 있으신지요?

세자 : ..아니다..난정아, 어마마마께오서 다른 불편한 곳은 아니계시다더냐?

난정 : 예, 중전마마께오선 강녕하시옵니다.

세자 : (끄덕이며) 알았느니..넌 이만 물러 가거라.

난정 : 저하. 하오면 소첩, 물러가옵니다. 부디 강녕하시옵소서! (일어서서 조아리고 방문쪽으로 걸어간다)

세자 : (다시 한숨을 내쉬는)..

난정 : (방문 앞에 멈춰서 고개를 돌려 세자를 노려보다가 방밖으로 나간다)



S#11. 동궁전 마당


난정, 동궁전에서 나와 마당으로 내려서서 가려다가 돌아보는 얼굴위로.


난정(E) : 세자께오서 중전마마에 대한 효심이 변치는 않으신 듯 싶은데 무슨 일로 중궁전에 문후를 들지 아니하는지

              어린아이의 속을 모르겠구먼, 참으로 모르겠어. (몸을 돌려 간다)

박상궁 : (동궁전에서 나와 가는 난정의 뒷모습을 보는)...!



S#12. 편전 외경


중종(E) : 과인이 경들을 불러들인 뜻은..



S#13.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은 남곤, 이유청(*), 홍경주, 심정, 김안로, 김제학, 판서급이상의 대신들을 둘러보며 말한다.

(*윗목에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조정의 인사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요!

일동 : (남곤과 홍경주 긴장하여 보는) ...!

중종 : 과인은 영의정에 지정대감을 제수하려하오!

남곤 :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홍경주 : (낭패한)...!

심정 : (''승자의 미소'')...

김안로 : (씁쓸한)...!

중종 : (남곤을 보며) 영의정은 이제까지의 불미스러웠던 일들은 모두 잊고, 조정신료들의 영수로써 소임을 다하여주시오!

남곤 : 전하, 용렬한 신에게 막중대사를 맡겨주시오니 신, 전하의 성총에 보은하기 위하여 분골쇄신하겠나이다!

중종 : 육조와 나머지 조정의 인사는 과인이 추후 영상대감과 논의하여 정할 것이오!

홍경주 : (눈을 질끈 감는)...



S#1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밝은 표정으로 앞에 앉은 남곤과 심정을 본다.


경빈 : 영상대감, 감축드립니다.

남곤 : 모두가 전하의 하해와 같으신 성은이시옵니다.

심정 : 영상대감,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에 오르시었다고 경빈마마의 공을 잊으시어서는 아니되십니다?

남곤 : 이사람이 인두껍을 쓰고 어찌 경빈마마의 은덕을 잊을수가 있겠소이까?

         (경빈에게 조아리며) 신은 경빈마마와 복성군마마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 바칠 것이옵니다.

경빈 : 고맙습니다. 헌데 김안로는 어찌 될 듯싶소?

심정 : 승정원에 알아본 바로는 전하께오서 김안로를 이조판서로 승차시킬 것이라는 소문이옵니다.

경빈 : (끄덕이며) 전하께오서 김안로를 세자의 바람막이로 여기실테니 십중팔구는 그리되겠지요!

         허나 김안로가 조정에 세를 만들게 하여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남곤 : 신이 조정신료들의 영수로 있는 한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옵니다!

경빈 : (끄덕이며) 그래야지요! (야릇한 미소) 남양군대감이 낙마를 하시었다니, 희빈의 처지가 딱하게 되었구먼? 호호.



S#15.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홍경주, 침통한 표정으로 마주 앉아있다.


홍경주 : 전하께오서 이 애비를 헌짚신짝처럼 내버리실 줄은 몰랐사옵니다.

희빈 : 아버님께오선 정국 일등공신이시옵니다. 다음번 기회를 보시면 되실게 아닙니까?

         분명 전하의 의중에 따로 생각이 있으실 것이옵니다.

홍경주 : 그러기에는 이 애비가 너무 늙었사옵니다...이 애비가 더는 마마를 지켜드리지 못할 듯 싶사옵니다.

            마마께오서 스스로를 돌보시어야 할 것이옵니다.

희빈 : (글썽)..아버님...어찌 그리 심약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홍경주 : (한숨을 내쉬는)..지금부터는 세자저하를 감싸안은 중전마마와 조정의 권세를 등에 업은 경빈이

            위세를 다툴것이옵니다. 마마께오서 중전마마와 경빈사이에 외줄타기를 잘하시어야 살아남으실 수 있사옵니다.

            마마, 이 애비의 당부를 잊지마시옵소서!

희빈 : ...



S#16. 어느 길


김안로와 김제학, 각기 사인교를 타고 나란히 오고 있다. (*황서방이 김안로의 사인교를 배행한다)


김안로(E) : (수심에 잠긴) 경빈이 영의정과 화천군이라는 양날개를 달았으니 서둘러 방도를 마련하지 못하면

                조정에서 밀려날 수도 있음이야..

김제학 : (김안로를 힐끔보며) 희락당대감, 너무 심려마시옵소서. 설마 전하께오서 사돈이신 대감을 버리시겠사옵니까?

김안로 : 허나 설마, 설마하며 전하를 믿다가 조정에서 찍혀져 나간 신료들의 앞수레바퀴를 밟을 수야 없지요!

김제학 : ...?!

백치수 : (사인교쪽으로 급하게 다가오며) 희락당대감!

김안로(E) : (백치수를 흠짓 보는) 아,아니 네놈은?!

백치수 : (반갑게) 대감, 오랜만에 뵙사옵니다. 그간 평안하시었사옵니까?

김안로 : ...

백치수 : 이놈, 대감께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김안로 : (버럭) 네놈이 누구이간데 당상관의 행차를 가로막는단 말이냐? 썩 비켜서거라!

백치수 : 대감, 이놈의 얼굴을 벌써 잊으시었사옵니까?!

김안로 : 황서방, 뭣하는가?! 어서 서둘게!

황서방 : 예! 서둘랍신다.


김안로와 김제학을 태운 사인교가 백치수를 칠 듯이 급하게 간다.

백치수, 한쪽으로 몸을 비켜선다.


백치수 : (김안로의 뒷모습을 의미심장한미소로 보며) 이제는 모른척 하시겠다?

            허나 이 백치수를 호락호락 보아서는 아니될 것이야. 암 아니되고 말고! 하하. (몸을 돌려 간다)



S#17. 다른 길


김안로와 김제학, 사인교를 타고온다.


김제학 : 대감, 그자는 백치수 아니옵니까? 하온데 어찌..?

김안로 : 그런 놈을 아는척 했다가는 낭패를 볼수도 있소이다. 허니 영감도 모른척 하시는게 상책일것이오이다!



S#18.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난정, 중문안으로 들어서면 모린, 툇마루에 걸레질을 하다가 난정쪽으로 다가와 조아린다.


난정 : 모린아, 매향이는 어쩌고 있느냐?

모린 : 파릉군대감께오서 떠나신 후로는 기방을 닫고 하루종일 말씀도 잊고 지내시옵니다.

난정 : ..매향이는 지금 어디있느냐?

모린 : 후원에 계시옵니다..

난정 : (후원쪽을 돌아보고는 후원중문쪽으로 걸어간다)



S#19. 동 옥매향 기방 후원


옥매향, 침울한 표정으로 정자위에 앉아있다.

난정, 중문안으로 들어와 옥매향쪽으로 걸어간다.


난정 : (정자위로 올라와 서며) 매향아. 추운데 예서 무얼하고 있는게야?

옥매향 : ..난뎡아..내레 턈으로 모르갔어..아바디께서 어띠 서턀 한댱 남기시디 않고 기냥 떠나시었는디..

난정 : ...

옥매향 : ..나하구 부녀지뎡을 맺으시었으면서, 어띠 핏줄을 턎아 떠난신거이네?

            내레 피한방울 섞이디 않은 텬한 기생년이라도 어띠 기러실수가 있는거이네?

난정 : ...

옥매향 : (글썽)..내레 뎡말 가슴이 띶어딜 듯이 아프구나.. 아바디가 야속할 뿐이야..

난정 : ..매향아, 파릉군대감께서도 마음이 아프실거야. 그래서 너한테 아무 말씀도 하시지 못하고 떠나신 것일게야.

옥매향 : (보며)..뎡말 기럴까?

난정 : (손을 잡아주며)..그래..그러니 힘내..대감께오서 어디에 계시든 너를 친딸처럼 여기시면서 잊지 않으실게야.

옥매향 : ..고마워, 난뎡아..

난정 : 고맙긴? 추운데 들어가자.

옥매향 : 기래..(일어서는데)

모린 : (급하게 중문 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 (모린을 보고) 장대인이 오시었느냐?

모린 : (끄덕끄덕)...!



S#20. 동 옥매향 안채 방 안


난정, 장대인과 술상 앞에 마주 앉아있다.


장대인 : 대어를 낚아 챌 부인의 방책을 들어보십시다.

난정 : (술한잔 마시고) 김안로가 아무리 자금줄에 목을 맨다하여도 의심이 많은 위인이니

         처음부터 호락호락 백도주가 갖다 바치는 재물을 받으려 들지는 않을 것이오.

장대인 : 그거야 이사람도 짐작한 바이올시다..

난정 : 허니 수결한 어음이 아닌 은괴로 갖다주어야 할 것이오!

장대인 : 은괴라..?

난정 : 은괴의 액수는 삼천량정도면 충분할게요.

장대인 : 허허, 조정에서 은자 삼천량으로 무얼할 수 있겠소이까?

난정 : (미소) 모름지기 보채는 아이에게 젖을 물릴때도 모자라는 듯 먹여야 더 자주 어미 젖을 찾는 법이오이다.

장대인 : ...음!

난정 : 김안로가 미끼를 물게 되면 차차 액수를 늘려가도록 하시오! 그러다가 김안로한테 재물이 크게 소용될 때

         자금줄을 끊어버리는 것이오! 그리하면 김안로가 먼저 손을 내밀게 될 것이오!

장대인 : 재물이 크게 소용될 때를 어찌 알고 자금줄을 끊는단 말이오?

난정 : 곧 과거가 있지요. 그리되면 자기들이 뒷배를 보아준 유생들을 급제시키기 위해 조정신료들이 시관들을 매수하기 위한

         자금이 크게 소용이 될게요. 그때를 노리잔 말이외다.

장대인 : (끄덕이다가) 그런 연후에는..?

난정 : 김안로가 손을 내밀 때 거래를 제안하는 것이요. 김안로가 거래를 받아들이는 순간 올가미에 걸려들게 될게요!

장대인 : 거래라니? 무슨 거래를 한단 말이오?

난정 : (웃으며) 벌써 알면 재미가 없지요. 김안로가 거래를 받아들이때 되면 알려주리다! 자 술이나 드십시다. (한잔 마시는)

장대인(E) : (술잔 들고 마시려다 보는) 보면 볼수록 참으로 백령백리한 계집이로구먼!



S#21.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전, 관복차림의 김안로와 김제학이 둘러 앉아있다.


윤임 : 전하께오서 지정대감을 영의정으로 승차시켜주시었으나 희락당대감께도 이조판서직을 제수하실테니

         조정이 경빈 손에 들어갔다고는 들어갔다고만은 할 수가 없지 않소이까?!

김전 : (끄덕이며) 판부사대감 말씀이 맞다. 영의정이란 어찌보면 허울만 번듯한 자리에 불과할 뿐이다.

김제학 : 또한 남양군을 추종하는 세가 저들을 견제할 것이 아니옵니까?

김안로 : 이사람이 염려하는 것은 남양군같은 퇴물이 아니옵니다. 저들에게는 삼사의 젊은 언관들이 있사옵니다!

            삼사의 젊은 언관들이 영의정집 문턱이 닳도록 넘나들며 경빈의 주구 노릇을 하고 있사옵니다.

            이대로 가다간 조정이 온통 저들의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옵니다.

김전 : (심각한)..그리되면..?

김안로 : 예! 세자저하께오서 보위에 오르신다 하여도 저들의 인의 장막에 둘러싸이시어 고립무원되시겠지요!

윤임 : 허어..허면 세자저하께오서 대통을 이으신다 한들 우리에겐 아무 보람이 없다는 말씀이시오이까?

김안로 : 그리되겠지요! 조정에 우리 사람들을 심으려면 절실한 것은 자금이옵니다!

            곧 닥칠 과거에서도 우리측 젊은 인재들을 급제시켜 조정에 출사 시키려해도 막대한 자금이 들것이옵니다.

            헌데 이사람 손에 쥔 것이 없사오니..(한숨을 쉬는)

윤임 : 자금이라? 가진 전답을 다 판다한들 그만한 재물을 모을수는 없을것인데..

김안로 : 전답을 팔고 관직을 팔아 재물을 모은다 한들 저들이 가진 자금을 당할 수는 없을겝니다.

윤임 : ..허어, 이 일을 어찌한다?

일동 : (심각해지는)...!



S#22. 동 윤임 사랑채 마당


윤원형, 박서방의 인도를 받으며 방 쪽으로 걸어온다.

윤임처, 사랑채쪽으로 오다가 윤원형을 보고 반갑게 다가선다.


윤임처 : 조카님, 어서오시게.

윤원형 : 숙모님, 그간 무고하시었사옵니까?

윤임처 : 조카님께서 내집엔 어인 발걸음이신가? 이제 우리 대감에 대한 화가 풀리시었는가?

윤원형 : 하하, 아무리 척을 지었다고는 하지만 이댁과는 윤씨 일문의 피가 흐르는 숙질간 아니옵니까?

            (댓돌위에 신발들을 보며) 헌데 손님들이 들어계신 모양이옵니다.

윤임처 : 기다려보시게. (방쪽에다) 대감, 파산부원군댁 둘째 조카님이 왔사옵니다.



S#23.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 (흠짓보며) 원형이가?..왜 하필 이럴 때..?

김안로 : 대감, 우리는 이만 일어서는게 좋을 듯 싶사옵니다. (김전을 보고) 가시지요, 숙부님!

김전 : 그러자구나. (일어선다)



S#24. 동 윤임 사랑채 마당


윤원형과 윤임처, 박서방이 서있는데 김안로와 김전, 김제학이 방문을 열고 나온다.

윤임, 그 뒤를 따라나온다.


윤원형 : 혹시나 했는데 시생 짐작대로 처조부님과 처숙어른께오서 들어 계시었사옵니다?

김전 : 잘 지냈는가?

윤원형 : 모두 대감들께오서 염려해주시고 돌봐주신 덕분에 무탈하옵니다.

            (면면을 살피며) 헌데 파릉군대감께오서 도성을 떠나시어 춤판을 벌려도 시원치 않으실 듯 싶사온데

            어찌 안색들이 이리도 흐리시옵니까?

김안로 : 자넨 또 난정이의 심부름을 오셨는가?

윤원형 : 시,심부름이라니요?

김안로 : 자네가 난정이와 무슨 농간을 부리려고 하는지는 관심 밖이나 만에 하나 난정이 때문에 내 조카딸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한다면 우리가문에서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야! 명심하게! (무시하듯) 가시지요, 숙부님.

김전,김제학 : (헛기침을 하며 가는데) 험, 험..

윤원형 : 허,참..출가외인이랄땐 언제고..이제 와서 일구이언이라?

김안로 : (윤원형을 휙-돌아보며) 뭐라?!

윤원형 : 아,아니옵니다. 살펴가시지요.

윤임 : 들어오시게! (방으로 들어간다)

윤원형 : 예, 그리하지요. (김안로를 힐끗 보다가 윤임을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김안로 : (윤원형을 노려보는)...!



S#25.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윤원형이 마주 앉아있다.


윤임 : 자네가 내 집에 어인 발걸음이신가?

윤원형(E) : (보며) 네 놈의 숨통을 끊으러 왔다!

윤임 : 조카님 말씀해 보시게.

윤원형 : 실은 숙부님께 경계시켜 드릴 일이 있어 왔사옵니다.

윤임 : 경계라니?

윤원형 : (방문밖 눈치를 힐끔보며 무릎걸음으로 다가서며 낮게) 희락당대감이 은밀하게 뇌물을 받는다는 소문이 있사옵니다.

윤임 : (놀라) 뇌, 뇌물?!

윤원형 : 쉿-목소리가 크시옵니다.

윤임 : 자네 그따위 허무맹랑(虛無孟浪)한 소문을 어디서 들었는가?

윤원형 : 허무맹랑한 소문이 아니옵니다. 희락당대감이 자금줄이 끊긴듯 엄살을 떠시면서도

            뒤로는 백도주의 뇌물을 받아 챙기신다고 하옵니다.

윤임 : 뭐,뭐라?

윤원형 : 숙부님, 희락당대감을 조심하시옵소서. 믿고만 계시었다가는 언제 뒷통수를 맞을지..

윤임 : 네 이놈! 감히 뉘게다 되먹지 못한 이간질을 붙이려는게냐?! 그따위 간계를 부리려거든 당장 내방에서 나가거라!

윤원형 : 시생, 숙부님을 생각하여 예까지 어려운 발걸음을 했사온데 어찌 내치시려시려 하시옵니까?

윤임 : 듣기 싫으니 당장 나가래두! 네 놈이 누굴 죽이려고 그따위 헛소문을 전하는게냐?

윤원형 : (벌떡 일어서서 나가려다가 돌아보며) 대감, 시생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대감께오서 알아보시옵소서!

            시생이 금방 들통날 거짓을 왜 고하겠사옵니까? 하오면 물러가옵지요. (돌아서는데)

윤임 : (노려 보다가) 자네, 그 말을 내게 고하는 까닭이 뭔가?

윤원형 : (돌아보며) 가재는 게편이라고 하지 않사옵니까? 미우나 고우나 피를 나눈 일문끼리 도와야지요! 아니 그렇사옵니까?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윤임 : (뭔가 생각하며 눈알을 굴리는) 원형이 저놈이 희락당대감과 내 사이를 이간질 시키려는게야.

         고얀 놈! (연상을 쾅-치는)...!



S#26. 윤임 집 근처 골목 길


윤원형, 걸어오다가 대문쪽을 휙-돌아본다.


윤원형(E) : (미소)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고..

                 네놈들이 아무리 된장에 상추상 궁합이라도 틀어지게 될 것이야! 흐흐.


윤원형,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27. 대궐 일각


박상궁, 걸어오고 있는데 금이, 총총걸음으로 쫓아온다.


금이 : 마마님, 마마님!

박상궁 : 넌 경빈마마 처소의 나인아니냐?

금이 : 예, 경빈마마께오서 마마님을 찾아계시옵니다.

박상궁 : 나를? (뭔가를 생각하다가 결심한 듯 앞장서서 간다)



S#2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박상궁을 보며 말한다.


경빈 : 박상궁, 윤승후관의 작은 안으서가 동궁전에 들어 세자저하께 무슨 말을 드렸는가?

박상궁 : 경빈마마, 쇠인이 어찌 웃전에서 흘러나온 말씀을 입밖에 낼 수가 있겠사옵니까?

경빈 : (의외라는 듯 보며) 박상궁, 괜찮네! 내 세자저하가 걱정이 되어 묻는 말일세. 난정이 그 애가 요물덩어리거든?

         혹시 그 애가 세자저하의 심기를 불편케 해드리는 말씀을 올렸을까봐 묻는게야.

박상궁 : 쇠인은 말씀 올릴수가 없사옵니다.

경빈 : 내 대충은 짐작하네. 세자저하께오서 근자에 중궁전에 문후를 아니드시고

         오히려 내 처소에 자주 발걸음을 하시는 까닭을 여쭈어 보았을테지. 아니 그러한가?

박상궁 : (흠짓 보는)...!

경빈 : (미소) 내 지금 자네 생각을 읽어볼까? 어찌 그리 잘 알면서 왜 자네에게 묻는 것인지가 궁금한게지?

박상궁 : ...

경빈 : 내 자네같이 웃전에 대한 충성이 깍듯한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게야. 내 마음을 알겠는가?

박상궁 : 황공하옵니다.

경빈 : (연상옆 비단을 집어들고 건네며) 받게. 자네의 충성에 대한 보답일세.

박상궁 : 경빈마마께오서 쇠인같은 아랫것을 잘보아주시오니 황감하옵니다. 하오나 쇠인은 받을 수가 없사옵니다.

경빈 : 괜찮네. 내 손이 무색하구먼, 어서 받게.

박상궁 : (결연하게) 받을 수 없사옵니다!

경빈 : (찌푸리며) 뭬야?! 내 성의를 무시하겠다는 말인가?

박상궁 : (비단염낭을 꺼내 연상위에 바치며) 지난번 마마께오서 떨구고 가신 진주이옵니다. 하오면 쇠인 이만 물러가옵니다!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려는데)

경빈 : 박상궁!

박상궁 : (멈춰서 돌아보는) 예, 마마.

경빈 : 자네가 이 물건들을 두고 방을 나가면 차후 자네의 대궐살이가 편하진 않을게다! 그래도 내게 등을 보이고 나가겠는가?

박상궁 : 쇠인의 웃전은 오직 동궁마마뿐이시옵니다.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 : (분기로)..저, 저년이! (비단염낭을 와락 움켜쥐고 벼르듯 노려보다가 방문쪽을 휙-돌아보며) 금아! 금아!

금이 :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서며) 찾아계시옵니까?

경빈 : 내 중궁전으로 들것이다. 채비를 차리거라!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S#29. 중궁전 복도


경빈, 엄상궁과 오상궁이 있는 방문쪽으로 다가온다.


경빈 : 엄상궁, 요즘 중전마마께오서 세자저하와 격조하신다고 들었는데 그말이 참인가?

엄상궁 :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요망한 것들이 퍼뜨린 헛소문인 듯 싶사옵니다.

경빈 : 엄상궁, 괜한 유언비어가 돌지 않도록 중궁전 아랫것들 입단속 철저하게 시키게나.

엄상궁 : (경빈을 힐끗 보며) 경빈마마께오서 중궁전 벽에 심어놓으신 눈과 귀는 쇠인이 모두 파내버렸사오니

            경빈마마께오서만 함구하시오면 그럴 염려는 없을것이옵니다.

경빈 : 뭬야?..

엄상궁 : (방문쪽에다)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윤비(E) : (방안에서) 들라해라!

엄상궁 : 드시지요.

경빈 : (엄상궁을 못마땅하게 보다가 방문앞으로 다가선다)



S#30. 동 중궁전 방 안


경빈,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윤비앞으로 다가와선다.


윤비 : 경빈, 오늘은 내게 또 무슨 뇌물을 바치려고 발걸음을 하였는가?

경빈 : 뇌물이라니요? 신첩, 오늘은 중전마마의 궁금증에 답을 드리기 위해 들었사옵니다.

윤비 : 궁금증에 답을 주다니?

경빈 : (앞에 앉으며) 신첩, 난정이가 동궁전에 들어 세자저하께 문후를 여쭈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 그래? 난정이가 동궁전에 문후를 들었단 말인가?

경빈 : 예. 아마도 난정이가 세자저하께 중궁전에 발걸음이 뜸하신 까닭을 여쭈어 보았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하오나 세자저하께오서 난정이에게 아무런 답도 하시지않으시었을 것이옵니다.

윤비 : 자네가 그 일을 어찌 그리 소상히 알고 있는겐가?

경빈 : 신첩은 세자저하께오서 중궁전에 격조하신 까닭을 알고 있사옵니다.

         하오니 당연히 세자께오서 난정이에게는 답을 하시지 못하시었을 것이라 짐작하옵니다.

윤비 : 경빈이 세자가 중궁전에 격조한 까닭을 안다?

경빈 : 말씀드리옵기 황공하오나 세자 저하께오선 중전마마를 저어하고 계시옵니다.

윤비 : (놀라보는) 저어하다니? 세자가 어찌 이사람을 저어한단 말인가?!

경빈 : 세자저하께오선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옵고 산달이 가까워 만삭이 되시어

         세자저하를 보시는 눈길이 차가워지시었다고 느끼신듯 하옵니다.

윤비 : 뭐라?! 그 무슨 말이냐? 경빈, 정녕 세자가 그리 말을 하였는가?

경빈 : 딱히 그리 말씀하신 바는 없사오나 신첩이 듣기로 중궁전에 들기가 저어된다는 뜻의 말씀을 여러번 비치시었사옵니다.

윤비 : (충격)..!

경빈 : 세자저하께오서 또한 대군 아우보다는 공주 동생을 보고 싶다는 말씀도 하신적이 있사옵니다.

윤비 : (찌푸리며) 뭐라? 공주동생?!

경빈 : 신첩 귀로 분명히 그리 들었사옵니다. (윤비를 살피며) 중전마마, 괜찮으시옵니까? 안색이 미령해 보이시옵니다!

윤비 : (배를 잡고 고통스럽게 찌푸리는)...!



S#31. 동 중궁전 복도


자순대비, 방문앞에서 경빈의 말을 들은 듯 노기띈 표정으로 서있다.


자순대비 : 이런 고이얀 것! (엄상궁을 보고) 문을 열어라!

엄상궁 : 예. 중전마마, 대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S#32. 동 중궁전 방 안


자순대비, 방문이 열리면 노기띈 얼굴로 방안으로 들어온다.

경빈, 자순대비를 보고 화들짝 놀라 일어서고 윤비, 배를 움켜잡고 고통을 참으며 일어서서 아랫목을 비켜준다.


자순대비 : (아랫목에 앉으며) 경빈, 네 어찌 어미와 자식을 이간질시켜 척을 지게 하려는것이냐?!

경빈 : 예에? 마마, 무슨 말씀이시온지?

자순대비 : 해산을 앞두신 중전께오서 아름다운 말씀만 듣고 보시어도 모자람이 있거늘

               네 어찌 요망한 혓바닥을 놀려 중전의 심기를 어지럽혀드리는 것이냐?!

경빈 : (당혹스러운) 마,마마, 신첩은..

자순대비 : 그 입 다물거라! 경빈, 네 주상의 장자이신 복성군을 생산하여 일품명부에 올라 십수년이 지난 이때껏

               어찌 상주 촌것의 천박함과 간사함을 버리지 못한 것이냐?!

경빈 : 대비마마, 말씀이 지나치시옵니다!

자순대비 : 지나치다니?! 무어가 어쩌고 어째?! 네가 중전과 세자를 갈라놓고 등을 돌리게 만들어

               네가 얻는 이득이 무엇이더냐?!

경빈 : 마,마마..신첩은 세자저하께 들은대로 중전마마께 아뢴 것 뿐이옵니다.

자순대비 : 닥치지 못할까?!

윤비 : (배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신음을 참다가 풀썩 쓰러지는)...!

자순대비 : (놀라 보며) 중전! 중전! (방밖을 보며 다급하게) 엄상궁!

엄상궁 : (방문이 열리면 급하게 들어오다가 쓰러진 윤비를 보고 놀라 달려가 부축하는) 중전마마, 정신차리시옵소서!

오상궁 : (같이 부축하며) 중전마마!

자순대비 : 엄상궁, 어서 양어의를 불러들이게!

엄상궁 : (오상궁에게) 오상궁, 어서 기별을 하게!

오상궁 : 예. (급하게 방밖으로 나간다)

엄상궁 : (윤비를 편하게 눕히며 팔다리를 주무르며) 중전마마, 정신차리시옵소서!

윤비 : (진땀이 흐르는 얼굴로 고통스게 신음을 토해내는)

경빈 : (얼이 빠진 듯 윤비를 보는데)

자순대비 : (경빈을 휙-보며) 경빈, 만에 하나 중전과 중전의 복중태아가 잘못될 시에는 내 너에게 중한 죄를 물을 것이다!

경빈 : ...시,신첩은..!

자순대비 :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처소로 물러가 자숙하고 있거라!

경빈 : ..예..(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가는)

자순대비 : (윤비를 보며) 중전, 조금만 참으시오! 곧 양어의가 올게요.

경빈 : (윤비를 돌아보다가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고통스러운 표정에서)...



S#33. 장대인 사랑채 마당


장대인, 곽서방을 거느리고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송서방 : (다가오며) 백도주께오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요.

장대인 : 알았네. (방으로 들어간다)



S#34.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들어오면 백치수, 술잔을 기울이다 힐끔본다.


장대인 : (앉으며) 희락당대감은 만나보시었소?

백치수 : 아는 척도 안하더구먼! 허나 걱정마시게. 재물 앞에선 제 아무리 항우장사라도 버티지 못하는 법 아닌가?

장대인 : 오늘 안으로 희락당대감을 만나 거래를 성사시키시오.

백치수 : 장대인, 왜 이리 서두는겐가?

장대인 :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일을 빨리 성사시키는게 백도주를 위해서도 좋을 듯 싶소.

백치수 : 허나 당분간은 김안로가 나를 만나주지 않을텐데 어찌하누?

장대인 : 내 은괴 이천량을 내주겠소. 그거면 되겠소?

백치수 : 은괴 이천량이라? (끄덕이며) 그거면 충분하지! (술잔을 급히 비우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35.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낮)


난정, 걸어와 대문 계단을 오른다.



S#36. 윤원형 집 중문 안 마당


난정, 중문 안으로 들어와 초당쪽으로 걸어가는데.

김씨, 나오다가 난정을 보고 다가온다.


김씨 : 이보게. 내 자네한테 이를 말이 있으니 잠시 안채로 들게.

난정 : 아우님, 내 지금은 아우님과 마주 앉을 틈이 없을 듯 싶소. 이를 말이 있거든 나중에 하시오. (김씨를 스쳐서 지나가는데)

김씨 : (난정의 뒷모습을 엄하게 보며) 게섯게!

난정 : (멈춰서서 돌아보는) 아우님 말씀은 나중에 듣겠다고 하지 않았소!

김씨 : 자네 입에 술을 댔는가?

난정 : (미소) 그렇소, 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한잔 했소이다.

김씨 : 뭐라? 자네 만삭의 몸으로 대체 무얼하고 다니는겐가?! 혹여라도 자네 복중태아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어미로써 얼마나 큰죄를 짓는 것인줄 아는가?!

난정 : 허면 아우님이 이사람 대신 조정일을 도모하여 주시겠소?

김씨 : 지금은 조정일보다 자네 복중 태아를 순산하는게 더 시급한 일이라는걸 어찌 모른단 말인가?!

난정 : 아우님, 내 복중태아는 어미 맘을 헤아려줄게요. 허니 걱정일랑은 붙들어 매 놓으시구려!

김씨 : 자네 정녕 이리 삐뚤게만 나갈텐가?

난정 : 그만 좀 하시오! 내 곤하여 잠시 몸을 눕히러 왔다가 아우님 잔소리에 쉬지도 못하겠소. (몸을 돌려 중문 밖으로 나간다)

김씨 : (난정의 뒷모습을 보며) 이보게! 이보게!

난정 : (못들은척 나가버리는)...

김씨 : (자괴감어린 표정)...

길상 : (일각에서 그 모습을 본다)...



S#37.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난정, 굳은 표정으로 대문을 나와 계단을 내려온다.


난정(E) : (대문쪽을 돌아보는 얼굴위로) 내 아우님의 숙부인 김안로를 찍어내면 아우님 친정 가문도 쇠락(衰落)하게 될터이니

              내게 그따위 잔소리는 더는 하지 못하게 될것이요! 그때까지는 실컷 웃전노릇 하시구려! 호호호!


난정, 웃으며 어디론가 간다.



S#38.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연상위에 앉아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 위로.


김안로(E) : 조정에서 밀려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은자 오십만냥은 쌓아놓고 있어야 함이야..

                 그 많은 재물을 어찌 마련한다? 어찌...?

황서방(E) : (방밖에서) 대감마님! 대감마님!

김안로 : (방문쪽을 보며) 무슨 일이냐?

황서방(E) : 나와보십시오! 남소문 객주에서 짐이 왔습니다요.

김안로 : 남소문 객주에서?


김안로,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S#39.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방밖으로 나와 대청위에서 보는데

황서방 옆에 송서방이 서있고 그 뒤로 서너명의 짐꾼들이 궤짝을 등에 지고 서있다.


송서방 : 대감마님, 기체 대안하셨습지요?

김안로 : 자넨 남소문객주의..?

송서방 : 예, 송서방이옵니다.

김안로 : 헌데 자네가 웬일로?

송서방 : 이놈 주인 어른께오서 대감마님께 보내드리란 물건입니다요.

김안로 : (등짐을 보며)...?



S#40.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 앞씬의 궤짝을 열면 은괴가 잔뜩 들어있다.

김안로, 은괴를 보다가 앞에 앉은 송서방을 노려본다.


김안로 : 장대인이 무슨 까닭으로 자네를 시켜 이 은괴를 보냈는가?

송서방 : 이놈은 그저 시키신대로 심부름만 하였을뿐이옵니다. 주인어른께오서 대감마님께 드릴 말씀이있다고 하시었사옵니다.

김안로 : 할 말이라? 헌데 장대인은 어찌함께 오지 않았는가?

송서방 : 남의 이목 때문에 직접 찾아뵈옵지는 못하옵고 살고지다리 근처 정자에서 대감을 은밀히 기다리시겠다고 하였사옵니다.

김안로(E) : (생각하는) 장대인이 무슨 저의로 은괴를 보냈을까?..음!



S#41. 중궁전 복도


중종, 급한 걸음으로 방문쪽으로 다가선다.

대전내관과 김상궁이 중종의 뒤를 급히 따른다.


대전내관 : 주상전하 납시오!

중종 : (그대로 방문을 열고방안으로 들어간다)



S#42. 동 중궁전 방 안


중종, 다급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윤비, 이불을 덮고 정신을 잃은채 누워있다.

자순대비와 엄상궁과 오상궁, 윤비 옆에 앉아 땀을 닦아주고 있다.

내려진 발 너머로 양어의, 약방 의녀 둘을 거느린채 윤비의 손목에 맨 명주실로 진맥중이다.


중종 : (윤비쪽으로 다가와 앉으며) 중전! 중전!

윤비 : (의식을 잃은채 신음만)...

중종 : (자순대비를 보며) 어마마마, 이 대체 어인된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이 늙은이도 잘 모르겠습니다...양어의 중전께선 어떠하신가?

양어의 : (진맥에 심혈을 기울이다가).. 아직은 모르겠사오나 중전마마의 복중아기씨께오서 위치가 바뀌신 듯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놀라) 뭐라?! 허면 중전의 복중태아가 거꾸로 섰단 말이냐?

양어의 : (울상) 그런 듯 싶사옵니다.

중종 : 뭣이라?!

윤비 : (고통의 신음)..음..음..내 아기!아기!

중종 : (윤비를 보는)..!

자순대비 : (걱정스럽게 보는)

엄상궁,오상궁 : (안절부절 안쓰럽게 보는)..


윤비, 고통스럽게 신음을 흘리는 얼굴위로 눈물이 길게 떨어지는데서.



S#43. 어느 길


김안로, 사인교도 배행도 없이 급한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다.



S#44. 어느 정자 위


백치수, 화려한 도포를 입은채 등을 돌린 채 서있다.

김안로, 정자쪽으로 급하게 다가와 계단을 올라 간다.


김안로 : (백치수의 뒷모습을 보며)..장대인..(하다가 뭔가 이상한 듯 흠짓보는데)..?

백치수 : (돌아보며 미소) 이놈, 백치수이옵니다.

김안로 : 허면 내집에 은괴를 보낸 것이 네놈이었단 말이냐?

백치수 : 송구스럽사옵니다만 대감을 만나 뵈오려면 이 방도 밖에 없었사옵니다.

김안로 : (노려보며) 내 아무리 굶주릴지언정 네놈 돈은 받지 않을 것이다.

            허니 내 집에 보낸 은괴를 모두 가지고 가거라! (돌아서는데)

백치수 : 대감, 이놈이 대감께 은자 오십만냥을 내어드린다해도 등을 돌리시겠사옵니까?

김안로 : (움찔 서며) 뭐라? 은자 오십만냥?! (돌아보는)...!

백치수 : (여유있는 미소) 대감, 어찌하시겠사옵니까? 이놈과 거래를 하시겠사옵니까?

김안로 : (갈등하다가)..자네한테 은자 오십만냥이 있단 말인가?

백치수 : 당장 이놈 손에 쥔 것은 아니오나 언제든 손에 쥘 수 있는 돈이지요.

김안로 : (노려보다가)...어디 이목이 없는곳으로 가서 얘기해 보세나.

백치수 : 그리하시지요.


김안로와 백치수, 정자를 내려와 어디론가 간다.

난정, 근처에서 몸을 드러내고 김안로와 백치수의 가는 모습을 보며 쌩끗 웃는다.


난정(E) : (웃는 얼굴위로) 김안로, 네놈이 드디어 미끼를 물었구나! 호호호.


난정, 몸을 돌려 가려다가 갑자기 고통스럽게 배를 움켜쥐며 인상을 쓴다.

난정, 뱃속이 뒤틀리는지 비명을 지르다가 땅바닥에 쓰러진다.

난정, 배를 움켜쥐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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