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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11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1,052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111











S#1. 어느 도성 밖 길 (인적이 드문 길)


(난정을 태운) 가마가 급하게 오고 있다.

모린, 가마 옆을 따르며 종종 걸음질 친다.


난정 : (가마 창문을 벌컥 열며) 모린아, 더 빨리가자! 내 화급을 다투어 도성으로 돌아가야 함이야!

모린교꾼 : 예, 아씨! (교꾼들에게) 좀 더 서둘랍시오!

교꾼들 : 예…


교꾼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진다.



S#2. 동 흔들리는 가마 안


난정, 숨이 막히는지 가슴을 움켜쥐는 얼굴위로.


난정(E) : 도성이 가까워질수록 어찌 이리 숨이 턱턱 막히는겐가?! 필시 중전마마께 무슨 일이 생긴게 분명해!

              (뭔가 심상치 않은 얼굴 위로) 허면 이번에도?!.. (강력한 자기 부인)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이번엔 반드시 반드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었을게야! 암! 암! 분명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었을게야! 대군 아기씨를!



S#3. 중궁전 외경


상궁나인들, 침통한 표정으로 서있다.


윤비(E) : 흐흑..어찌..어찌..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S#4.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출산하고 조금전에 정신을 차린 듯 누운채 흐느끼고 있다.

엄상궁, 침통하게 강보에 싸인 아기를 안아들고 옆에 앉아있다.


윤비 : ...하늘이 어찌 이리도 가혹하시단 말이냐?..내 무슨 대죄를 지었길래...

         하늘은 어찌 내게 대군을 점지해주시지 않는단 말이냐?.. 정녕 하늘이 나를..나를 내버리시려 하신단 말이냐?! 흐흑..

엄상궁 : (눈물이 고이는)..중전마마..흐흑..

오상궁 : (고개를 숙이는)..흑..

윤비 : (절망감에)..하늘이 참으로 무심하시구나..흐흑흑..



S#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복성군과 윤씨(*복성군처)와 혜순옹주와 혜정옹주가 각기 찻소반을 놓고 앉아있다.


경빈 : 호호호, 중전께오서 참으로 신통방통하시구먼! 어찌 한삼줄에 내리 따님만 세분을 생산하실 수 있누?

혜순 : 그러게 말이어요, 앞으로 아바마마께오서 중궁전을 보시는 눈길도 곱지 않으실 터이니

         중전마마께오서 소박을 맞으실지도 모르겠네요?

혜정 : 언니, 그 무슨 말씀이오, 불경하게?

혜순 : 불경하다니? 안듣는데서는 나랏님 욕도 하는 법이라는데? 아니 그래요, 어머니?

경빈 : 허어, 네 올케 앞에서 어찌 자발없는 주둥이를 놀리는게냐?

혜순 : (움찔)...!

윤씨 : (못들은 척)...

경빈 : (자애롭게) 아가, 넌 아직 소식이 없는게냐?

윤씨 : (조아리며) 황송하옵니다.

경빈 : 황송할게 뭐 있누? 이 시어미가 내의원에 일러 회임에 좋은 약재를 지어놓았으니 가져가 정성껏 다려먹도록해라.

윤씨 : 예, 어머니.

경빈 : (혜정과 혜순을 보며) 이 어미가 복성군과 나눌 얘기가 있으니 올케하고 잠시 후원을 둘러보거라.

혜순 : 오라버니와 무슨 밀담을 나누시려고요?

경빈 : (짐짓 흘겨보며) 어허, 어미 말에 꼬박꼬박 토를 달기는?!

혜순 : 알겠사옵니다. (윤씨를 보며) 올케, 나가십시다.

혜정,혜순,윤씨 : (일어나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가는)..

경빈 : (복성군의 얼굴을 대견하다는 듯 미소로 빤히 보는)

복성군 : ..어머니, 어찌 그리 보시옵니까?

경빈 : 참으로 으젓해지시었습니다. 궁궐을 떠나기 싫다고 이 어미 앞에서 눈물을 보이시던 복성군께오서

         어느새 약관이 훌쩍 넘으시었으니.. 세월이 참으로 유수와 같구려.

복성군 : (미소)..그때는 철딱서니가 없었지요.

경빈 : 복성군, 이제 때가 된 것입니다! 약조를 지킬 때가 온 듯 싶습니다!

복성군 : 때가 되었다!.. 약조라니요?

경빈 : 이 어미가 복성군을 대궐으로 불러들여 용상에 앉혀드리겠다는 한 약조 말입니다!

복성군 : (당황하여 보며) 예에? 하, 하오면..?!

경빈 : (야릇한 미소) 이제 때가 무르익었습니다. 조정에 이 어미가 심어놓은 신료들이

         울울창창(鬱鬱蒼蒼)하게 권세를 틀어쥐고 있으니 혈혈단신인 세자 하나쯤 도모하는 일이 무에가 어렵겠습니까?!

복성군 : 하오나 세자의 곁에는 중전마마와 대비마마께오서 계시지 않사옵니까?

경빈 : 대비마마는 이미 노약해지신지 오래고, 중전께오서는 이번에도 공주를 생산하시었으니

         제 앞가림하기에도 급급하실 양반이 무슨 힘이 있어 세자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복성군, 아무 염려말고 믿으세요, 이 어미를!

복성군 : ...



S#6. 편전 방 안


중종, 침울하게 앉아있고 그 옆에 세자와 세자빈 앉아있다.


중종 : 내 이번엔 반드시 대군이기를 바랬건만..허어, 과인은 어찌 이리도 대군 복이 없단 말인가?

세자 : 아바마마 용안을 펴시옵소서..아바마마의 용안이 어두우시오면 어마마마의 가슴은 백배 천배 미어지실 것이옵니다.

중종 : (한숨을 쉬듯) 그래..네 말이 옳도다..중전을 위해서라도 그리해야겠지..

         무릎 위에 올려놓고 공주의 재롱을 보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을게다, 아니그러하냐?

세자 : 예, 아바마마..그리 마음 편히생각하시옵소서.

중종 : (끝내아쉬운)..대군이야 세자 혼자로도 족하지, 암, 족하고 말고..! 세자빈도 그리 생각하느냐?

세자빈 : 세자저하의 생각과 같사옵니다.

세자 : (중종의 심정을 알고 침통한)...



S#7. 동궁전 마당 앞


세자와 세자빈, 박상궁과 최상궁 동궁전 내관들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세자(E) : (침울한 얼굴위로)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오서 얼마나 상심이 크실까? 이 모두가 내가 불효한 탓인게야! 불효한!


세자, 탄식하며 동궁전 쪽으로 다가오는데 복성군, 등을 보인채 서있다.


세자 : (번뜩 알아보고 반가운) 복성군형님!

복성군 : (돌아보며 조아리며) 세자저하! 그간 강녕하시었사옵니까?

세자 : (급히 다가와 손을 맞쥐며) 예, 형님, 참으로 오랜만에 입궐하시었사옵니다.

복성군 : 그간 삼남지방을 둘러보느라 격조하였사옵니다.

세자 : 그래요? 형님, 어서 드시어 밀린 얘기나 나누시지요.


세자와 복성군, 다정하게 동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세자빈, 그 뒤를 따른다.



S#8. 동 동궁전 방 안


세자와 복성군,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세자 : (걱정되는) 삼년 내리 가뭄으로 어진 백성들이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있다니!

         내 당장 아바마마께 품하여 구휼미를 더 풀라고 어명을 내리시어 달라하겠사옵니다.

복성군 : 주상전하께오서도 저간의 사정을 잘 아시고 계실것이옵니다.

세자 : 하온데 어찌..?

복성군 : 지방관아는 물론이옵고 왕실에도 그들을 구제할만한 미곡이 없사옵니다.

세자 : 허면 어진 백성들이 굶어 죽는 것을 이대로 방치해야하는 것이옵니까?

복성군 : 지금은 지방수령들이 백성들을 더욱 엄하게 옭죄어 민심이반을 막도록 하는게 급선무이옵니다.

세자 : (슬픈)..형님, 제 마음이 참으로 아프옵니다..(글썽)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을 더욱 엄하게 다스리다니요...

복성군 : 저하, 너무 자책하지 마시옵소서. 가난구제는 나라에서도 하지 못하는 법이라 하였사옵니다..

세자 : ..형님...내 이나라의 대통을 이을 세자라는게 참으로 부끄러울뿐 이옵니다..(눈물이 떨어지는)

복성군 : 그런 심약한 말씀 마시옵소서! 이만 눈물을 거두시옵소서..

세자 : ...(소매속에서 손수건을 꺼내눈물을 닦는다)

복성군(E) : (세자를 보며)..너처럼 유약한 자한테 군주의 자리가 가당키나 한말이더냐?

                 내 반드시 이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너를 젖히고 용상에 오를것이야!



S#9. 중궁전 방 안


윤비, 자순대비 앞에 고개를 숙인채 앉아있다.


자순대비 : 중전, 이 늙은이가 무슨 말로 중전을 위로할 수가 있겠소? 무탈하게 순산을 하시었으니 그나마위안을 삼을 밖에요..

윤비 : ..망극하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 모쪼록 산후조리에 힘을 쓰세요..중전께서 강녕하시어야 다음번에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게 아니겠소.

윤비 : ...

자순대비 : 허어, 중전께오서 이번엔 반드시 대군을 생산하시었어야 세자를 든든히 떠바치는 버팀목이 되었을 것을...!

               참으로 안타운 일이구려, 안타까워..

윤비 : (입술을 깨무는)...!



S#10. 도성 안 길 (다른씬으로 대체)


난정을 태운 가마가 급하게 오고 있다.

맞은 편에서 아낙들이 수군거리며 걸어오고 있다.


난정 : (가마창을 열고 아낙들을 보며) 모린아, 잠시 가마를 멈추라 해라.

모린 : 예. (교꾼들에게) 가마를 잠시 멈추라시오.

교꾼들 : (가마를 세우면)

난정 : (가마에서 내려 아낙들 쪽으로 급히 다가가는)

모린 : (난정을 쫓으며) 아씨, 어딜 가시옵니까?

난정 : (아낙들에게) 이보게들, 내 말 좀 묻겠네.

아낙들(*) : (양반댁 마님 행색의 난정에게 고개를 조아리는데)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아기씨를 생산하시었다는가?

아낙들 :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데)..?!

아낙1(*) : 예, 아기씨를 생산하시었답니다요.

난정 : (기대반 불안감 반) 그, 그래? ..대군이신가?! 공주이신가?!

아낙들(*) : (눈치를 보며)..그게..저..

난정 : (다그치듯) 어찌 꾸물거리는게야?!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었지?! 그렇지?! 그렇지?!

아낙1(*) : 소문엔 공주 아기씨랍니다요.

난정 : (충격)..뭐, 뭐라?! 고,공주아기씨?!

아낙1(*) : 예..

난정 : 아니야! 아니야! 네년들이 무얼 잘못들은걸게야! 그럴 리가 없다! 중전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시었을 리가 없어!

아낙들(*) : (겁에 질려 쭈뼛 물러서는데)

난정 : (비틀 다리힘이 풀린 듯 풀석 무릎을 꿇는)

모린 : (난정을 부축하며) 아씨! 아씨! 괜찮으시옵니까?!

난정 : (넋나간 듯) 이럴수가..이럴수가..?!...내 지금껏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그리도 축수발원드렸건만..어찌..어찌...?! (눈물이 솟는)..흐흑..흐흐흑...아니야! 아니야! 흐흐흑!


난정, 땅바닥에 이마를 대며 울부짖듯 통곡을 해댄다.

모린, 난정을 옆에서 안쓰럽게 보고 아낙들(*)과 행인들, '왜 저런다냐? 실성을 했나?'의 느낌으로 본다.

아랑곳 않고 통곡해대는 난정의 모습에서.



S#11. 윤원형 집 안채 큰 사랑채 외경



S#12.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앞에 윤원형과 관복(*사헌부장령)을 입은 윤원로가 침통하게 앉아있다.


윤지임 : (탄식을 내뱉으며) 허어, 또 공주아기씨라..? 지난 수년동안 작은애가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축수발원 드린게 다 공염불이 되었구나.

윤원형 : 중전마마의 년치가 아직 젊으시오니 다음번을 기대해봐야지요.

윤원로 : 원형아 헛된 꿈일랑은 접거라.

윤원형 : 헛된 꿈이라니요, 형님?

윤원로 : 주상전하의 보령이 불혹을 넘기 시었다. 중전마마께오서 다시 회임을 하시기도 어려우시거니와

            어렵사리 회임을 하신다손치더라도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길 기대하긴 어려울게다.

윤원형 : 그래서요?

윤원로 : 중전마마께오서 내리 따님만 세분을 생산하시었으니 앞으로 대궐에서 서실 땅이 더욱 좁아지 실게다.

            허니 너도 과거에 급제하겠다는 헛된 꿈은 접고 나처럼 출사를 해라 이 말이다.

윤원형 : 형님처럼 소인배들의 뒷줄을 잡고 옥관자를 달라 이 말이오?

윤원로 :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지!

윤원형 : 그래서 형님은 잘난 스라소니새끼라도 잡으시었소?

윤원로 : 원형아! 이 형을 빈정댄다고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오신 공주아기씨가 대군아기씨로 둔갑하겠느냐?

윤원형 : ...

윤원로 : 원형아, 내 말대로 하거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 형의 손을 잡고 영상대감한테 찾아가자구나.

            우리 형제가 조정에 버티고 있어야 중전마마를 지켜드릴 수 있다.

윤지임 : 그래..원로의 말에 일리가 있는 듯 싶구나.

윤원형 : 아버님, 호랑이는 굶어죽어도 풀은 뜯지는 않는 법이라 하였사옵니다!

윤원로 : 허어, 네 어찌 큰선비라도 되는양 고집을 피우는게냐? 네 과거 공부만하다가 낙방거사로 평생을 마칠셈이냐?

윤원형 : 형님, 내 만약 경빈의 뒷배로 출사를 하게 된다면

            우리손으로 중전마마를 폐위시키자는 상소에 연명을 할수도 있사옵니다! 어찌 그걸 모르시옵니까?

윤원로 : 그래, 네 마음대로 하거라!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한들 그 때는 때가 늦었을것이야!

            아버님, 하오면 소자 물러가옵니다.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지임 : 에휴..

윤원형(E) : 이 일을 난정이가 알면 얼마나 가슴이 무너져내릴꼬?..



S#13. 동 윤원형 대문 안 마당


난정, 모린을 거느리고 대문안으로 들어오는데

윤원로, 안채중문밖으로 나오다가 난정을 보고 인상이 굳는다.


윤원로 : (난정쪽으로 다가오며) 너도 중전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신 소식을 들었느냐?

난정(E) : (충격) 뭐라! 공주아기씨?!

윤원로 : 네 명산대찰을 찾아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위한 불공을 드린답시고

            허구헌날 집을 비우고 절간에다 재물을 퍼다주더니 꼴 좋게 됐구나!

난정 : (노려보며)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시온게 모두 소첩때문이란 말씀이시옵니까?

윤원로 : 예로부터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느니! 네 두 번 다시 바깥일에 나대지 말라 이말이다.

            (휙-대문쪽으로 가버린다)

난정 : (휙 돌아서서 윤원로를 노려보는)...!



S#14. 동 윤원형 초당 마당


난정, 모린을 거느리고 초당 방쪽으로 걸어오는데

도령복을 입은 삼이(*7-8세정도의 난정아들), 초당방문을 열고 뛰어나와 마당으로 내려서다가

난정을 보고 화들짝 놀라 멈춰선다.


삼이 : ..어, 어머니..

난정 : (엄하게) 삼아, 네 어찌 초당에서 나오는 것이냐?

삼이 : (울상되어)...그,그게..저..

난정 : 따라 들어오너라. (초당 대청으로 올라서는)

삼이 : (쭈뼛쭈뼛 눈치보는)...

난정 : (휙-돌아보며) 어서 들어오래두!

삼이 : 예..(대청위로 오른다)



S#15.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서다가 안색이 굳는다.

경대서랍이 열려져 있고 화장품 등으로 방안이 잔뜩 흐뜨러져있다.

난정, 삼이를 휙- 돌아보면 삼이, 고개를 푹 숙인채 난정의 시선을 피한다.


난정 : (무섭게 삼이를 노려보는)...!



S#16. 동 윤원형 초당 마당


찰싹-찰싹-회초리 치는 소리와 함께.


삼이(E) : (방안에서 울음섞인) 어머니, 소자가 잘못했사옵니다!


모린, 자신이 맞는 듯 찰싹-찰싹-소리에 움찔거리며 한편에서 듣고섰다.

김씨, 배천댁과 탄실(*머리를 올린)을 거느리고 초당으로 들어온다.

모린, 김씨에게 조아린다.


삼이(E) : (찰싹-찰싹 소리와 함께) 흐흑..흐흐흑!

김씨 : (초당쪽을 돌아보는)...?



S#17.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목침위에 올라선 삼이의 종아리에 무섭게 회초리질을 하고 있다.

삼이의 종아리에서 피가 난다.


난정 : (회초리질을 하며) 이런 못난 놈! 에미는 네 나이에 명심보감을 깨쳤거늘

         아직도 천자문조차 깨우치지 못한 놈이 장롱뒤짐만 한단말이냐?!

삼이 : (눈물 줄줄)..흐흑..

난정 : 네놈이 첩년의 자식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배우고 또 익혀야된다고 했거늘 어찌 어미말은 한귀로 흘려버리고

         천방지축 나대기만 하는게냐?! 네 놈이 어찌 이 어미의 속이 이리 긁어놓는단 말이냐?!

삼이 : (주저앉으며 손으로 종아리를 잡으며)..흐흑..어머니!..한번만 용서해주세요.

난정 : (노려보며) 당장 일어서지 못할까?!

삼이 : ..어머니..흐흑..

난정 : 어서 일어나래도!

김씨 : (방문안으로 들어서며) 자네 이게 무슨 짓인가?!

삼이 : (구세주를 만난 듯 김씨에게 달려가 치마뒤로 숨는다)..흐흑..

김씨 : (삼이의 피나는 종아리를 보며) 아,아니?! (난정을 보며) 자네, 이 애를 잡을 셈인가?!

난정 : 아우님은 나서지 마시오!

김씨 : 어린아이가 장난질 좀 쳤기로서니 어찌 이리 매를 칠수 있단 말인가?! 그만하게. 이만 했으면 삼이도 알아들었을걸세..

난정 : 아우님이 저 애를 감싸고 도니 어린 놈 버르장머리가 없는게 아니요?!

김씨 : (보는)..허면 회초리를 친다고 삼이가 하루아침에 글눈이 트이겠는가?

난정 : (씩씩대며 노려보는)..

김씨 : 자네도 들었겠지만 중전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신 일로 아버님과 서방님 심기가 불편하시니

         오늘만큼은 집안에서 큰소리가 나지 않게 하게나!

난정 : (삼이 얼굴을 휙-노려보며) 네이놈!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물러가거라!

김씨 : 배천댁! 삼이를 데려가 약을 발라주게.

배천댁 : 예..(방안으로 들어와 삼이의 손을 잡고) 가시지요..

삼이 : (난정을 힐끔 보다가 절뚝거리며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 아우님, 삼이는 내 아들이요! 헌데 어찌 눈엣 가시같은 첩년 자식을 감싸고 도시는게요?

         미운자식 떡하나 더 주시려는 심보이오이까?!

김씨 : ..자네가 배앓이를 하여 낳은 자식이지만 삼이는 내게도 자식이나 마찬가지일세.

난정 : 뭐요?

김씨 : 삼이가 세상에 나온 후로 자네가 중전마마의 대군생산을 축수발원드리기 위해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는 동안

         내손으로 삼이를 먹이고 업어 키웠네.

난정 : 아우님, 내 자식을 청맹과니로 만들어 놓고 공치사를 하시는게요?!

김씨 : (보다가) 자네와는 더는 말씨름하고 싶지 않네. 석달만에 집에 돌아왔으니 옷갈아입기 전에 아버님께 인사 여쭙게나.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 (쏘아보다가 회초리를 휙-던져버리고 속에서 불이 나는지 방밖에다) 모린아- 냉수 한사발 들여오너라!



S#18. 동 윤원형 중문 안 마당


김씨, 탄실이를 거느리고 걸어오는데.


윤원형 : (다가오며) 부인, 삼이 어미가 돌아왔다지요?

김씨 : 예. 서방님.

윤원형 : (심각한)..백일불공을 다 채우지 않고 돌아온 것을 보면 중전마마의 해산소식을 들은게로구먼...



S#19.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는데.


윤원형(E) : (방밖에서) 부인, 나요! 들어가리다.

난정 : (물사발을 모린에게 건네며) 넌 나가있거라.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오면 모린,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일어나 아랫목을 비워주면 윤원형, 보료위에 앉는다.


윤원형 : 부인, 중전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신 일은 알고계시겠지요?

난정 : ..예..

윤원형 : (한숨) 에휴..중전마마께오서 크게 상심하시었을테니 중궁전에 들어 위로라도 하여드려야겠소이다.

난정 : 서방님, 지금 중전마마께 위로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사옵니다.

윤원형 : (보는)..부인, 그 무슨..?

난정 : 경빈은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신 것을 불씨로 삼아

         복성군을 왕세자로 추대하기 위한 일을 도모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 허면 경빈이 역모를 꾸민단 말이오?

난정 : 역모라니요? 복성군은 주상전하의 장자이시옵니다. 지금의 왕세자를 복성군으로 바꿔친다 한들 역모는 아니지요!

윤원형 : 허,허나..대통을 바꾸는 일이 어디 손바닥 뒤집듯 쉽게 되겠소이까?

난정 : 저들은 조정의 막강한 권세를 틀어쥐고 있고 또한 장대인의 마르지 않는 자금이 뒷배를 받치고 있사옵니다!

         게다가 중전마마께오서 따님을 생산하시어 기세가 꺽이시었으니 조정일에 나서실 수가 없으실것이오니

         경빈은 힘으로 몰아부치려 할 것이 자명하옵니다.

윤원형 : ...!



S#20.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남곤과 심정을 보며 말한다.


경빈 : 대감들, 이번 기회에 힘으로 몰아부쳐야 합니다!

남곤 : 하오나 세자저하를 폐위시킬 명분이 없지 않사옵니까?

경빈 : (야릇한 미소) 영상대감, 세자가 역모에 연루되었다면 폐위시킬 명분이 차고 넘치지 않겠습니까?

남곤 : (당황하여) 여,역모요?!

심정 : 마마, 조정은 영상대감과 이사람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사온데 누가 역모를 일으킨단 말이옵니까?!

경빈 : (냉랭한 미소) 누구라니요? 그거야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남곤,심정 : ...?!



S#21.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 (놀라 보는)..김안로와 윤임이요?!

난정 : 예, 분명 경빈은 김안로와 윤임이가 세자를 옹립하려는 역모를 꾀한다는 명분으로 세자를 폐위시키려고 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 서,설마 주상전하께오서 그런 말도 안되는 까닭으로 세자저하를 폐위시키시겠소이까?

난정 : 서방님, 태조대왕께오서도 아드님이신 태종대왕께오서 베푸신 연회에 철퇴를 숨겨가지고 참석하시었지요!

         그 철퇴로 태종대왕을 내려치시려고 말이옵니다.

윤원형 : 그, 그거야 와전되었거나 꾸며낸 말이겠지요..서,설마하니..?

난정 : 참이든 꾸며낸 말이든 권력이란 부자간에도 나누어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지요!

윤원형 : (섬뜻한 듯 침을 꼴깍 삼키는)...!

난정 : 허나 그보다 더 큰 위급은 저들은 세자저하를 폐위시키기 전에 중전마마를 먼저 내치려고 할것이옵니다!

         그리되오면 중전마마뿐 아니오라 서방님과 이 집 가문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 ..우리가문이 멸문지화라도 당한다는 말씀이요?

난정 : (끄덕끄덕)...예!

윤원형 : 뭐,뭐요?! 아니 그 무슨 끔찍한 말이요?



S#22. 동 경빈처소 방 안


경빈 : 세자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반드시 눈엣 가시같은 중전부터 도려내 버리도록 하세요!

남곤 : 하오나 대군도 생산치 못한 중전께오서 무슨 걸림돌이 되겠사옵니까?

경빈 : 아닙니다! 아닙니다! 중전이 교태전에 있는한 또 무슨 짓거리를 꾸며 큰일을 그르칠수도 있습니다!

심정 : 하오나 중전의 큰 오라비는 윤원로는 우리 녹을 먹는 자가 않사옵니까?

경빈 : 이번참에 중전의 가문을 닫아버리도록 해야합니다! 허니 그 쓰잘대기없는 윤원로부터 쳐버리세요!

남곤,심정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S#23.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 두고보시옵소서. 시아주버님께오선 여태껏 그자들 손에서 꼭두각시 놀음을 하시다가 토사구팽당하실 겝니다.

윤원형 : 이런 쳐죽일 놈들! 감히 우리 가문을 닫게 하려들다니?! 내 그것들의 간을 내어 씹어도 시원치가 않소!

난정 : ... 이제야 정신이 드시옵니까?

윤원형 : 부인, 중전마마도 구명하고 우리 가문도 살릴 방도가 없겠소이까?

난정 : 방도는 딱 한가지 뿐이옵니다!

윤원형 : 한가지라니요?! 그게 무엇이요?

난정 : (비장한 얼굴) 중전마마께오서 살아남으시는 유일한 방도는 경빈이 중전마마를 음해하기 전에

         먼저 손을 써서 세자저하의 명줄을 끊어버리는 것이옵니다!

윤원형 : (경악하여) 뭬,뭬요?! 부,부인.. 지금 뭐,뭐라하시었소? 내 잘못들은 듯 싶소..

난정 : 소첩, 분명 세자저하의 명줄을 따버려야 한다고 말씀드렸사옵니다!

윤원형 : (충격으로 아득해지는) 부,부인..그 무슨 하늘 무너지는 생각을 하시는겐지 속시원하게 속내를 털어놔 보시구려.

난정 : ...!



S#24. 대비전 마당


세자와 세자빈, 박상궁과 최상궁 등을 거느리고 걸어와서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봉상궁(E) : 대비마마, 세자저하 내외분 드시었사옵니다.



S#25. 동 대비전 방 안


세자와 세자빈, 자순대비 앞에 큰 절을 올린다.


세자,세자빈 : 할마마마, 문후드리옵니다.

자순대비 : (자애롭게 보며) 그래요, 어서들 오세요..

세자 : (절하고 앉으며)..할마마마, 미령한 곳은 없으시옵니까?

자순대비 : 암요, 세자가 조석으로 이 할미의 안부를 물어주는데 미령해서는 아니되지요..세자와 빈궁도 별일 없으시지요?

세자 : 소손은 어마마마께오서 이번에 공주동생을 생산하신 일로 크게 상심하시었을까 걱정이옵니다.

자순대비 : 세자, 중전께서는 강건하신 분이오니 이번 상심쯤은 훌훌 털어내실겝니다.

세자 : 소손, 참으로 그리하시길 빌고 또 빌뿐이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 참으로 세자는 효자이시오. …(세자빈을 보며) 빈궁.

세자빈 : 예, 대비마마.

자순대비 : 하루라도 빨리 세손을 생산하세요. 이번에 시어머니인 중전의 일을 보시어도 잘 아시겠지만

               궁궐에서 살아가는 여인은 용종을 받아 아들을 낳는 것보다 더 큰 광영은 없는겝니다.

               또한 대통이 확고하게 정해지지 않으면 조정에 바람이 잘날이 없는겝니다.

               부디 두분께서 이 할미의 말을 깊이 새기도록 하세요.

세자,세자빈 : 명심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오늘은 이 할미와 담소나 나누면서 오래도록 계시다 가세요.

세자 : 그리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방밖을 보며) 봉상궁! 다과상을 들이도록 해라.



S#26. 동 대비전 복도


봉상궁 : (방문 쪽에 조아리며) 예, 대비마마. (다른 상궁에게) 다과상을 내오게.



S#27.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세자와 세자빈을 근심스럽게 보는 얼굴위로.


세자 : 할마마마,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신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짐짓 환하게 웃으며)..근심은 무슨요?

자순대비(E) : 희락당대감이나 판부사대감, 두분 중 한분만이라도 세자의 곁을 지키고 계시었어도

                    이리 불안하지는 않았을 것인데...이찌 이리 불안할꼬?!



S#28. 김안로 유배지 근처 강가


김안로, 강물위로 낚시대를 드리운채 멀리 바라보고 앉아있다.


김안로(E) : 전하께오서 정녕 김안로를 잊으시었단 말인가? 정녕?!

김제학(E) : (뒷편에서) 희락당대감!


김안로, 돌아보면 김제학과 허항, 채무택이 웃으며 서있다.


김안로 : (반갑게) 오, 부제학 영감! 허청중과 채언성도 오시었구려.

허항 : 그간 기체 대안하시었사옵니까?

김안로 : 예..세분께오서도 무고하시지요?

채무택 : 대감께오선 강태공처럼 세월이라도 낚고 계신것이옵니까?

김안로 : 허허, 이렇듯 세월을 낚고 있으니 이사람이 세월을 잊은 것인지, 세월이 이사람을 잊은 것인지 모르겠소이다그려.

김제학 : 대감, 예서 이럴게 아니라 처소로 드시어 탁배기라도 나누시지요.

김안로 : 그러시지요. (빈 낚시대를 걷으며) 뒤를 밟는자는 없었소이까?

김제학 : 조정에서 물러난지가 벌써 몇해가 지났거늘..무서울게 무에 있겠소이까?



S#29. 김안로 유배 초가 방 안


김안로와 김제학, 허항, 채무택이 탁배기 사발을 나누고 있다.


김안로 : (놀라보며) 예에? 중전마마께오서 공주아기씨를요?

김제학 : 왕실에서는 실망스러운 일이나 세자저하를 위해서는 참으로 다행이 아니옵니까?

채무택 : 시생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중전 마마께오서 세자저하와 보위를 다툴 대군을 생산하시었다면

            큰일이 날뻔하였사옵니다.

김안로 : (굳는)..그건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허항 : 그렇지가 않다니요, 대감?

김안로 : 미우나 고우나 지금 세자저하를 지켜주실 분은 중전뿐이시었사옵니다. 헌데 중전께오서 공주를 생산하시었으니

            분명 경빈이 이번 기회에 세자저하를 젖히고자 움직일 것이옵니다.

김제학 : 대감 말씀이 들어 맞는다면 참으로 큰 일이 아니오이까?

김안로(E) : (심각한) 허어, 이 일을 어찌한다? 어찌?!



S#30. 남곤 사랑채 외경


남곤(E) : 공사다망하신 대감들을 내 집으로 청한 뜻은..



S#31.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앞에 장순손, 김극핍, 이항이 앉아있다. (방안의 가재도구가 모두 달라져 있다.)


남곤 : 큰일을 도모할 때가 왔기에 여러분의 뜻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서이오이다.

김극핍 : 큰일이라하심은 폐세자를 뜻하시는 것이옵니까?

심정 : 쉿! 목소리가 크시오이다. 여기 앉아계신 대감들께오선 비록 경빈마마께 충성을 맹세하고

         복성군을 추대하고자 의기투합한 분들이오나 이 논의가 새어나가면 하루아침에 군기시 다리에서 참수를 당할 것이외다.

일동 : (긴장하는)...

이항 : (침 꿀꺽 삼키며) 만에 하나 일이 틀어지면 역모가 되는 일이 아니옵니까?!

남곤 : 역모라니요?! 당치도 않은 말씀이오이다! 조선을 부국강병으로 이끌수 있는 왕세자로 대통을 이어가자는

         대의명분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외다.

장순손 : 암요, 지당하신 말씀이고말고요! 강건한 군주만이 이나라를 외적의 침략과 궁핍으로부터 막아낼 수 있을것이옵니다.

김극핍 : 세자를 폐위할 명분은 찾으시었사옵니까?

심정 : 물론이지요! 허나 그 전에 중전부터 교태전에서 밀어내야 할 것이오이다!

김극핍 : 중전이라니요?! 중전은 어인 연유로요?

남곤 : 중전께오서 비록 생모는 아니시오나 세자의 어머니이신 정궁이시오니 조정에서 세자를 폐위하려는 공론이 일면

         분명 세자의 바람막이 노릇을 하시려들겝니다. 허니 그 전에 중전부터 잘라내버리자는겝니다!

장순손 : 지당, 또 지당하오신 말씀이시옵니다.

심정 : 허니 대사헌영감께서 중전의 큰 오라비인 윤원로부터 사헌부에서 도려 내버리는게 수순일 듯 싶소이다!

이항 : (끄덕이며)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S#32. 대궐 일각


윤원로, 의젓하게 걸어오는데 맞은 편에서 박희량, 다가온다.


윤원로 : 오, 박제학! 마침 잘만났소이다.

박희량 : 이사람에게 긴히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겝니까?

윤원로 : (박희량의 손을 잡아끌어 한곳으로가며) 이번에 중전마마께오서 공주를 생산하시지 않았소이까?

박희량 : 예..중전마마께오서 면괴(面愧)하실 것을 생각하오니 시생 참으로 황공하옵니다.

윤원로 : (낮게) 그래서 말인데, 혹여 조정에서 누가 그 일로 중전마마를 폄훼하거나 음해하려는 놈이 있다면

            박제학이 내게 귀뜸을 해주시구려.

박희량 : ..어찌하시려고요?

윤원로 : 어찌하긴요? 내 사헌부장령으로써 그런 놈들을 철저하게 감찰하여 장치해버리겠소이다.

박희량 : (끄덕이며)..그리하겠사옵니다. 아,참! (소매속에서 어음봉투를 꺼내며)

            이것은 홍문관에서 윤장령께 드리는 것이옵니다.

윤원로 : (급히 받아 넣으며) 고맙소이다, 역시 박제학은 내 참된 붕우요! 허면 내 박제학만 믿겠소이다. (어디론가 간다)

박희량(E) : (윤원로의 뒷모습을 보며)..제 놈 모가지부터 도려져나갈 것을 모르는 눈뜬 동태로구먼?!

                 (비틀린 미소를 짓고는 몸을 돌려 간다)



S#33. 중궁전 방 안


중종과 윤비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윤비, 공주생산후 며칠이 지난복장)


중종 : 중전, 산후는 좀 어떠하시오?

윤비 : 신첩, 면괴하여 두 번 다시는 전하의 용안을 뵈올 낯이 없사옵니다.

중종 : 중전, 너무 자책하지 마시구려. 그게 어디 중전 혼자 안간힘을 쓴다고 되는 일이겠소이까?

         과인도 아쉽기는 하지만 대군은 세자 하나로 족하라는 하늘과 조종조의 뜻이라 생각하여

         과욕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기로 하였소이다. 허니 중전께서도 마음을 편히 가지시구려.

윤비(E) : (글썽)...전하! 어찌 전하마저 신첩을 버리시려하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 (짐짓 웃으며) 중전께서 아직 산후의 몸으로 불편하실터인데 과인이 너무 지체한 듯 싶구려.

         허면 나중에 또 들리다. 좀 누워서 쉬시구려.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일어서서 예를 갖추다가 자괴감)...!



S#34. 동 중궁전 마당


중종, 김상궁과 대전내관을 거느리고 중궁전에서 나와 옥교에 오른다.


중종(E) : (교태전쪽을 돌아보며 침통한)..중전, 미안하구려..허나 과인도 어찌된 일인지 중궁전에 오래 머물수가 없구려..

중종 : (대전내관에게) 김숙원 처소로 가자.

대전내관 : 예. (무예청들에게) 김숙원 처소로 들랍신다.


중종의 옥교가 어디론가 떠나간다.

난정, 합문안으로 들어오다가 멈춰서서 떠나는 중종의 옥교를 본다.


난정 : (중종의 침통한 표정을 보며)...!



S#35.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앞에 앉아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윤비(E) : (탄식)..전하의 마음이 내게서 멀어지고 있음이야.. 멀어졌음이야..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린다)...



S#36. 동 중궁전 복도


난정, 방문 앞으로 걸어와 선다.


난정 : (엄상궁에게) 마마님, 지금 전하께오서 납시었다 가셨지요?

엄상궁 : 그렇네만..?

난정 : 전하께오서 얼마나 계시다가 중궁전에서 나가신겝니까?

엄상궁 : 다과도 들지 아니하시고 납시자마자 나가시었네..

난정(E) : (뭔가 생각하며 끄덕이는)..이번에도 따님을 생산하시었으니 전하의 마음이 중궁전에서 떠나시는게지.

엄상궁 : 헌데 왜그러시는가?

난정 : 아니옵니다..고하여주시지요.

엄상궁 : (방쪽을 보며) 중전마마,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 들었사옵니다.



S#37. 동 중궁전


윤비 : ..난정이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찍어내며)..어서 들라하게!

엄상궁(E) : 예.

난정 : (방문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선다)..

윤비 : (짐짓 밝게)..난정아 어서오너라.

난정 : (윤비 앞으로 다가와서 풀썩 고꾸라지 듯 방바닥에 이마를 박는) 중전마마, 소첩을 죽여주시옵소서.

윤비 : 난정아, 네 그 무슨 말이더냐?

난정 : 소첩의 정성이 부족하여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도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시었사오니

         소첩의 죄 백번 죽어 마땅할 것이옵니다. 흐흑..

윤비 : 난정아, 눈물을 거두거라. 네 지난 몇해동안 팔도의 명산대찰을 돌아다니며

         내 대군생산을 축수발원 드린 일을 알고 있거늘..어찌 네게 죄를 물을 수 있단 말이냐?

난정 : ..중전마마..

윤비 : (의연한 미소) 난 괜찮느니..대군이야 다음번에 생산하면 되지 않겠느냐..?

난정 : (눈물로 보며) 중전마마! 어찌 소첩따위를 위로해 주시기 위해 웃음을 지으시옵니까?!

         소첩, 아옵니다! 너무도 잘 아옵니다! 지금 중전마마께오선 생살이 갈갈이 찢겨져 나가실듯 가슴이 아프시옵고

         마마의 두눈에선 피눈물을 흘러 내리고 있사온 것을 소첩이 어찌 모르겠사옵니까?!

         마마, 지금은 통곡을 하시어야 할때이옵니다!

윤비 : ..난정아..!

난정 : 앞으로는 전하의 발걸음이 뜸해지실 것이옵고 그리되오면 중전마마의 위엄과 권위가 실추될 것이오며

         경빈이 그 틈을 노려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중전마마의 가슴을 할퀴고자 할 것이옵니다!

윤비 : (어금니를 무는)...!

난정 : 하오나 심려거두시옵소서! 소첩, 몸뚱이가 갈갈이 찢겨져 나간다 할지라도

         신명을 다바쳐 중전마마를 지켜드릴 것이옵니다!

윤비 : ..그래..내 너를 믿을 것이다..



S#3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희빈에게 패물함을 건네준다.

희빈, 패물함을 열어보면 번쩍거리는 패물이 그득하다.


희빈 : (흡족하게 보며)..번번히 고맙소이다, 경빈..내 잘 쓰리다.

경빈 : 희빈, 요즘들어 씀씀이가 더 커지신 듯 하오이다.

희빈 : 나이를 먹으니 이곳 저곳 용처가 더욱 많아지는 듯 싶소.

경빈 : 희빈, 이때껏 이사람에게서 빌어다 쓴 재물이 얼마인줄 아시오?

희빈 : (휙-노려보며) 그깟 재물 얼마나 된다고 위세를 부리는게요?!

경빈 : 그깟 재물이라니요? 은자 십만냥은 족히 될 듯 싶은데?

희빈 : 뭐,뭐요? 은자 십만냥이라니?!

경빈 : 남양군대감께오서 졸하시기 전부터 내게서 빌려쓴 재물에 이자가 붙었으니 그럴 수 밖에요.

희빈 : 이자라니요?! 세상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더니?! 이런 날도둑 같으니?!

경빈 : 믿기지 않으면 셈을 따져보겠소이까?! (연상서랍에서 장부를 꺼내는데)

희빈 : 이,이게 뭐요?

경빈 : 이제껏 희빈이 이사람에게 빌려간 재물을 적은 치부책이오.

희빈 : (얼굴이 굳다가) 경빈, 내 다 갚아 줄테니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마시오!

경빈 : (빙긋 웃으며) 갚다니요?! 남양군께오서 돌아가신 연후로 집도 절도 다 떨어져나간 희빈이

         무슨 재주로 은자 십만냥이 넘는 재물을 갚는단 말이오?

희빈 : 갚아주면 될게아니요! 갚아주면! (벌떡 일어서는데)

경빈 : 희빈, 앉으시오!

희빈 : (멈춰서서 갈등하는)...

경빈 : 내 앉으라 했느니!!

희빈(E) : (움찔하여 자리에 앉으며) 아니 이것이 중전 흉내를 내는겐가?!

경빈 : 내 지금껏 희빈에게 내어준 재물을 되받고 싶지는 않소이다. 단 희빈이 약조를 한가지 해주어야겠소이다!

희빈 : 약조라니요?

경빈 : 장차 왕실에 큰 변괴가 생길지도 모르오.

희빈 : 변,변괴요?

경빈 : 그리되면 희빈은 이사람이 시키는대로 하여주시오. 아시겠소?

희빈(E) : (보는) 이년이 또 무슨 수작을 꾸미는게지? 잘못했다간 거미줄에 걸려든 나방이 꼴이 될터인데..

경빈(E) : 네년이 아무리 발버둥쳐보았자 내 손아귀를 빠져나가지는 못할것이다!

경빈 : 어찌 대답을 아니하시는게요?

희빈 : ..알았소, 내 그리하리다..(일어서는데)

경빈 : (패물함을 밀어주며) 이 패물함은 가져가세요, 희빈.

희빈 : (모멸감에 패물함을 보며 망설이는)...

경빈 : 어서요.

희빈 : (패물함을 들고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 (야릇한 미소) 희빈, 내 너를 중전을 찍어내는데 사냥개로 쓸것이야! 호호호.



S#39. 동 경빈처소 마당


금이와 향이(*상궁복장), 한곳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희빈, 패물함을 들고 처소안에서 급하게 나온다.


희빈 : (향이를 흘겨보며) 정상궁, 뭣하는게냐?!

향이 : (급하게 희빈 앞으로 다가오는데)..예, 마마..

희빈 : (패물함을 향이에게 던지듯 건네고 급하게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향이,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희빈의 뒤를 급하게 따라나간다.



S#40. 중궁전 방 안


난정, 윤비에게 말한다. (*찻상이 차려져 있다)


난정 : 경빈은 조정과 왕실의 세를 손아귀에 움켜쥐고 세자저하를 도모하기에 앞서 반드시 중전마마를 노릴것이옵니다.

윤비 : 그럴게다. 그럴게야..

난정 : 하오면 중전마마께오선 어찌 하시겠사옵니까?!

         지금 경빈과 맞서시는 것은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일이 될 것이온데..

윤비 : 난정아! 내 아무리 교태전에서 밀려나고 가문이 풍비박산난다 할지라도 경빈따위에게 머리를 조아리지는 않을 것이다!

난정 :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살아남으시기 위해서는 먼저 경빈의 목을 치는 수 밖에요!

윤비 : 허나, 경빈의 목을 쳐내는 일이 쉽사리 성사되겠느냐?

난정 : 방책이 있사옵니다!

윤비 : 방책?!

난정 : 이 방책을 쓰려면 중전마마의 윤허를 받아야하옵기에 중궁전에 든 것이옵니다.

윤비 : 방책이 무엇이냐? 말해보거라.

난정 : 세자저하를 시해(弑害)하는 것이옵니다.

윤비 : 뭐,뭐라? 세자를?! 난정아 네 그게 무슨 말이더냐?!

난정 : (비장한) 중전마마께오서 살아남으실 다른 방도는 없사옵니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 아니된다! 아니돼! 그리할 수는 없다!

난정 : (간절하게 보며) 마마!

윤비 : 네 정녕 제 정신이 아닌게야! 만에하나 세자를 해치려다가 발각되면 삼족이 멸할 일이다!

         그리되면 경빈만이 어부지리를 얻게될 수도 있음이야!

난정 : 마마, 소첩을 믿어주시옵소서! 소첩, 어느 귀신이 한줄도 모르게 일을 성사시킬 것이옵니다!

윤비 : (난정을 뚫어지게 보는)..!

난정 : (윤비를 간절하게 보는)..!



S#41. 중궁전 마당


경빈,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합문 안으로 들어와 계단쪽으로 온다.

난정, 중궁전에서 나오다가 계단을 올라오는 경빈과 마주친다.


난정 : (쌩끗 웃으며) 경빈마마, 오랜만에 인사 여쭈옵니다.

경빈 : 난정아, 네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부처님께 중전마마의 대군아기씨 생산을 축수발원드린다고 들었거늘..

난정 : 예, 며칠전 중전마마께오서 몸을 푸시었다는 소문을 듣고 도성으로 돌아왔습지요.

경빈 : 헌데 거참 이상한 일이로구나? 네 그리 일구월심으로 정성을 다하였다면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또

         공주님을 생산하신게냐? 난정아, 네 혹시 불공은 뒷전이고 젊은 스님한테만 넋이 빠졌던게 아니냐?

난정 : 호호호, 경빈마마, 농이 지나치시옵니다. 마마께오서 젊은 내관에게 눈길을 주신다면 모를까

         소첩이 그럴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경빈 : 뭬야?! 이. 이것이!

난정 : 소첩은 중전마마께 청을 올린 일에 윤허를 받았사오니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조아리고 계단을 내려간다)

경빈(E) : (난정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내 반드시 난정이 네년의 피도 볼것이야!


경빈, 몸을 돌려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엄상궁(E) :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S#42. 동 중궁전 방 안


윤비와 경빈, 마주 앉아있다.


경빈 : 신첩, 중전마마의 산후가 어떠하신지 걱정이 되어 들었사옵니다.

윤비 : 경빈이 걱정을 한다? 나를?! 허어, 이거야 말로 괭이가 쥐생각 해주는 꼴이로구먼!

경빈 : 중전마마, 어찌 신첩의 진심을 곡해하시어 듣고 보시옵니까?

윤비 : 곡해라니?! 경빈, 내가 이번에도 공주를 생산하였으니 경빈이 천하의 절반쯤은 손아귀에 쥔게 아닌가?

경빈 : 절반의 천하를 손에 쥐다니요? 그 무슨 천부당만부당하오신..

윤비 : 괜찮네! 조정의 권세가 자네한테 있는데 겸양할게 무에 있고 딸만 셋씩 낳은 나를 저어할게 무에 있는가?

경빈(E) : 호호, 중전께오서 늦게나마 그걸 아시었으면 이제 내게 무릎을 꿇으시지요.

윤비 : 경빈, 내 자네한테 권고 한마디 함세..세자를 도모하기 전에 이사람부터 어찌 해볼 요량이라면 서두르게!

         괜히 미루적거렸다가는 자네가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을게야! 그때가서 땅을 치고 후회해본들 때가 이미 늦었음이니

         내 말 명심하고 서두르시게나.

경빈 : 중전마마, 신첩이 어찌 감히 하늘같으신 웃전을 훼쇄(毁碎)하고자 마음 먹겠사옵니까? 오해가 있다면 푸시옵소서.

윤비 : 오해?! 산을 산이라하고 물을 물이라하는데 무슨 오해 따위가 있겠는가?

경빈 : ...!

윤비 : 이만 물러가게!

경빈 : 예, 하오면 산후 몸조리에 만전을 기하시옵소서.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걸어가는데)

윤비 : 경빈!

경빈 : (돌아보는) 예, 마마!

윤비 : 이번에야 말로 나 아니면 자네 둘 중 한 사람이 궐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을 게야!

경빈(E) : (미소) 암요, 중전께오서 그리 간절히 원하시오면 내 끝장을 내드리지요!

윤비 : 내 경빈이 비수를 품고 중궁전에 들기를 기다리고 있겠네!

경빈 : (몸을 휙 돌려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 : ...!



S#43. 동 중궁전 마당


경빈, 중궁전에서 나와 교태전을 돌아보는 싸늘한 얼굴위로.


경빈(E) : 내가 비수를 품고 중궁전에 들기를 기다리겠다?! 호호, 중전이 조바심이 난게로구먼?!

             중전, 기다리시구려! 내 중전의 뼈마디 하나까지 잘근잘근 바수어 줄것이니! 호호호!


경빈, 웃음을 뿌리며 금이와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합문쪽으로 나간다.



S#44.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난정아, 내 너를 믿을것이야! 너를!

(E) (까마귀 소리) 까르르-까르르-

윤비 : (불길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돌아보는) ...!



S#45. 갖바치 마당


(E) 까마귀 소리가 이어지며

당골네, 담장쪽 나무를 보며 발을 쿵쿵 구르며.


당골네 : (손짓하며) 훠이-훠이- 웬 까마귀가 이리 울어쌌누?

방백인 : (뒷곁에서 나오다 찌푸리며 하늘을 보며) 흉조가 생기려나?

난정 : (대문안으로 들어오는)

방백인 : (당황) 나,난정아!

당골네 : (반가운) 난정아, 네 도성엔 언제 돌아온게냐?

난정 : (방백인을 노려보며) 아저씨! 왜 나를 속이신게요?

방백인 : 소,속이다니?!

난정 : (둘러보며) 갖바치 아저씨는요?

당골네 : 임선비를 찾아 출타를 하시었는데..네 갖바치 어른을 찾아온게냐?

난정 : 아니오, 내 방백인 아저씨하고 할말이 있소, 두분 다, 잠시 드시지요. (아랫 방쪽으로 들어가면)

당골네 : (쿡 찌르며) 임자, 어쩌자고 난정일 속이시었소?

방백인 : 시끄러 여편네야! 암것도 모르면서 나불대긴?!


당골네와 방백인, 서로에게 찡얼대며 방쪽으로 간다.



S#46. 동 갖바치 아래채 방 안


난정, 방백인을 추궁하듯 보며 말한다.

당골네, 방백인 옆에 멀뚱하게 앉아있다.


난정 : 내 수년전 아저씨한테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낳을 수 있는 비책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지극정성으로 불공을 드리면 대군을 생산 하실거라고 하시었지요?!

방백인 : 그,그래, 내 그리 말했지.

난정 : 내 아저씨 말만 믿고 지난 몇 년 동안 자식까지 내버려둔채 영험하다는 절은 다 찾아다니며 발원을 드렸것만..

         어찌 또 중전마마께오서 따님을 생산하신게요?

당골네 : 난정아, 아기는 삼신할머니가 점지하여 주시는게지, 이런 돌파리를 닦달해본들 무슨 소용이겠느냐?

방백인 : 주둥이를 콱! 어여 나가있지 못해!

당골네 : (움찔하여 보다가 방밖으로 나가는)...

방백인 : 중전마마의 사주로는 분명 일왕사주의 아들 한분에 공주 네 분이시다.

            벌써 공주를 세분 보시었으니 다음에는 십중팔구는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

난정 : (말을 자르는) 다음번은 없소!

방백인 : 어, 없다니..?

난정 : 내 아저씨를 탓하지 않을테니 대신 방자로 사람죽이는 비책을 일러주시오!

방백인 : 나,난정아..! 방자로 사람을 죽이는 비책이라니?! 네 어찌...!

난정 : (사주가 적힌 종이를 꺼내 내밀며) 이사주의 임자를 방자해야하오!


방백인, 종이를 받아 펼쳐 보면 "乙亥 二月 二十五日"이라고 적혀있다.


방백인 : ..을해년 이월 스무닷새..(눈이 휘둥 그레지며) 아,아니..! 이, 이 사주는 세자저하의?!

난정 : (비장한)...!



S#47. 동 갖바치 방문 밖


당골네 : (엿듣다가 화들짝 놀라) 세,세자저하?!



S#48. 김안로 사랑채 정자 위


연성위 김희, 감회에 잠겨 멀리 보고 서있는데. (*연성위는 공주에게 장가든 자로 종일품임)


황서방 : (다가오며) 나으리!

김희 : (돌아보며) 무슨 일인가?

황서방 : 부제학을 지내시었던 김헌영감께오서 오시었습니다요.

김제학 : (황서방 뒤에서 김희를 보며) 연성위께오선 안녕하시온지요?

김희 : (반갑게 뛰어내려오며) 영감! 참으로 오랜만에 뵙겠사옵니다.

김제학 : 그래요, 오랜만이구려.

김희 : 어서 방으로 드시지요.

김제학 : 아니외다, 남들 이목이 있으니 내 희락당대감의 서찰만 전하고 가리다.

김희 : 아버님의 서찰이요?


김제학, 서찰봉투를 꺼내 건네면 김희, 소중하게 받아드는데서.



S#49. 경원 관아 외경


허항(E) : 희락당대감의 서찰이옵니다.



S#50. 동 경원 관아 숙사 안


허항, 윤임에게 서찰봉투를 건네준다. (*채무택, 허항 옆에 앉아있다)


윤임 : (서찰봉투를 받으며) 서찰이요?! (급하게 서찰을 꺼내 펼쳐보다가 일그러지다가 울컥 책상을 쾅-내려치며)

         이런 처죽일 놈들!

채무택 : 희락당대감께오서 서찰에 무어라 쓰시었길래..?

윤임 : 조정에 경빈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복성군을 추대하기 위해

         희락당대감과 이사람을 역모로 몰아 폐세자를 시킬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란 당부이오이다!

허항,채무택 : (놀라는)..!

윤임 : 이놈들이 정녕 역천을 할 작정인가?!



S#51. 대궐 일각


이유청(*)과 판서급대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고 있다.

장순손과 김극핍이 걸어오면 신료들이 두사람에게 우르르 몰려간다.

장순손과 김극핍, 신료들과 은밀하게 말하면서 함께 어디론가 간다.


윤은보 : (한편에 서서 눈살을 찌푸리며 보는)..!

강찬 : (박승지를 데리고 윤은보 쪽으로 다가오며) 윤판서. 여기 계시었구려.

윤은보 : (강찬을 보고 조아리며) 도승지 영감, 오시오이까?

강찬 : 어찌 궐내가 뒤숭숭한게 꼭 정변이라도 일어날 듯하오이다.

박승지 : ...

윤은보 : 소인배들이 일을 꾸미는 듯 하옵니다.

강찬 : 허어, 한동안 잠잠한 듯 싶더니..또 한바탕 피바람이 불겠구려..! 이 일을 어찌하누?

윤은보 : ...!



S#52.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심퉁(*머리를 틀어올린), 아래채 방앞에서 안절부절 서있는데 방안에서 들려오는.


옥매향(E) : 서방님, 이러디 마시라요?

임백령(E) : 비키거라, 내 술이라도 없이 어찌 말짱한 정신으로 이 더러운 세상을 살아가겠느냐?! 어서 비키래두!

(E) (와장창 소리)

갖바치 : (중문안으로 들어서다가 그 소리를 듣는)..!

심퉁 : 아유, 이 일을 어쩐대?!

갖바치 : (안색이 굳는)



S#53. 동 옥매향 기방 아래채 방 안


술소반이 뒤집어진 방바닥.

임백령, 취기로 몸을 가누지 못한채 술병채 꿀꺽 꿀꺽 마시고 있다.

옥매향, 눈물을 글썽거리며 임백령을 보다가 술병을 뺏으려고 하며.


옥매향 : 서방님, 뎨발 술은 그만 하시고 뎡신 둄 챠리시라요!

임백령 : (옥매향을 확-밀쳐내며) 매향아! 네 기생년 따위가 내 심정을 어찌 알겠느냐?!

            조정엔 온통 소인배들로 득실대고 임금은 후궁들 치마폭에 싸여 이리저리 휩쓸리기나 하고..

            그런 조정에 출사를 해보려고 아등바등하다가 과거에 세 번씩이나 낙방한 내 심정을 알겠느냐구?!

옥매향 : ..서방님..흐흑..

임백령 : (술병채 들이키려다 보면 술이 없는)...술! 술이나 더 가져오너라!


갖바치, 방문을 확-열어젖히고 물대야를 들고 들어온다.


임백령 : 갖바치선생, 잘 오시었소이다! 낙방거사와 한잔 하십시다.

갖바치 : (일그러지며) 이런 못난 놈! (대야의 물을 임백령에게 휙-뿌린다)

임백령 : (물벼락을 뒤집어 쓴)...!

갖바치 : 비열한 놈! 네 어찌 공부를 게을리한 네 책임을 세상에 떠넘기려는게냐?! 네 어찌 태백성처럼 총명했던 안광이

            이리도 흐려버린게냐?! 정녕 기생서방이 따로없구나! 네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말거라! (휙-몸을 돌려 나간다)

옥매향 : 아자씨..!

임백령 : (자조적인)..기생서방이라..선생 말이 맞는지도 모르지..! 하하하.. (웃음이 흐느낌으로 바뀌는) 흐흐흑...

옥매향 : (임백령을 감싸주며)..서방님..흐흑..



S#54. 김안로 사랑채 마당 (밤)


효혜공주, 사랑채쪽으로 걸어오는데 사랑채 방에 불이 켜져있다.


효혜공주 : (의아하여) 누가 불을 켜놓은게지?

김희(E) : (사랑채 방쪽에서) 흐흐흑..

효혜공주 : (깜짝 놀라 방쪽으로 다가서며)...서방님? 방에 계시옵니까?

김희(E) : (흐느낌이 잦아들고)...

효혜공주 :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가는)..



S#55.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밤)


효혜공주, 방안으로 들어서면 김희, 연상위에서 서찰을 보며 흐느낌을 참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효혜공주 : (김희 옆에 앉으며) 서방님, 어찌 불도 안지핀 아버님 방에 드시어 눈물을 보이시는 것이옵니까?

김희 : 부인..내 명색이 공주의 부마란 자가 아버님의 귀양조차 풀어드리지 못하고 있으니

         세상에 이런 불효가 또 어디있단 말이오?

효혜공주 : (글썽)..서방님...

김희 : 내 주상전하의 사위만 아니었어도 아버님의 무고함을 주청드릴 것을..?!

         흐흑..내 부마란 것이 이리도 큰 족쇄인지 몰랐소이다..흐흑..

효혜공주 :  서방님...제가 입궐하여 아바마마께 말씀을 올릴테니 눈물을 거두시어요.

김희 : 고맙소..고맙소, 부인..



S#56. 윤원형 행랑채 안 마당 (밤)


모린, 방문앞에 서있는데 길상이 행랑채 방문을 열고 나온다. (*길상, 수염이 자라고 상투를 튼 모습이다)


길상 : 모린아, 야심한 밤에 무슨 일이냐?

모린 : (초당쪽을 가리키며 손짓 발짓)...

길상 : 초당아씨께오서 나를 어찌 찾으시는게냐?

모린 : (젓는)..!

길상 : 모린아, 네 언제까지 벙어리 흉내를 내며 살게냐?

모린 : (낮게)..아씨께오서 말을 하라 명하실때까지요!

길상 : (모린을 보다가 초당쪽으로 걸어가는)...



S#57.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밤)


난정, 행장보따리를 챙기고 있는데.


길상(E) : 아씨, 길상이옵니다.

난정 : 들어오게.

길상 : (방문을 열고 들어와 서는) 아씨, 어이 부르시었사옵니까?

난정 : 날이 밝는대로 도성밖으로 나가야 하니 배행할 채비를 하게.

길상 : 가마를 타시지 않으시는겝니까?

난정 : 남의 눈에 띄어서는 아니될 일이네.

길상 : 분부대로 하지요. (조아리고 돌아서는데)

난정 : 길상아.

길상 : (멈춰서는)...

난정 : 네 정녕 장가는 아니 들 작정이냐?

길상 : (어금니를 물다가 방밖으로 나가는)...!

난정 : ...!



S#58. 동 윤원형 초당 마당 (밤)


길상, 초당에서 나와 마당에 내려서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S#59. 초생달 (INSERT)



S#60. 동 윤원형 초당 마당


길상 : (눈물이 나는)..!


길상, 손등으로 눈물을 쓱 훔치고 초당 방문에 비친 난정의 실루엣을 한번 돌아보고는 몸을 돌려 간다.


모린 : (한곳에 숨어서 보는)...!



S#61. 장대인 사랑채 외경


송서방이 서있는 모습위로.


백치수(E) : 이것이 남소문객주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의 전부일세.



S#62.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과 백치수, 어음뭉치들이 잔뜩 싸인 탁자에 마주 앉아있다.


장대인 : (어음뭉치를 살펴보다가) 애쓰시었소이다. 이만 돌아가보시오.

백치수 : 헌데 어찌 급작스럽게 이 많은 돈을 내어달라는겐가? 혹시 조정에 무슨 정변이라도 생기는게 아닌가?

장대인 : 백도주! 내 조정일에는 눈을 돌리지 말라고 한 말을 벌써 잊으시었소?!

백치수 : 아,알았네.. 미안허이, 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걸세. 허면 내 이만 돌아가지.

딱부리(E) : (방밖에서) 대인어른, 딱부립니다요.

장대인 : 들어오게!

딱부리 : (방안으로 급하게 들어서면)

백치수 :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 : 무슨 일인가?

딱부리 :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가 도성밖으로 빠져나갔습니다요.

장대인 : 뭐라? 허면 어디로 갔단 말이냐?

딱부리 : ..그게..저..

장대인 : 가마 하나 뒤쫓지 못했느냐?!

딱부리 : 길상이 형님을 거느리고 나서는 통에 따라붙지를 못했습니다요.

장대인(E) : (심각해지며) 난정이가 또 움직이기 시작한겐가?



S#63. 동 장대인 사랑채 마당


백치수, 방쪽을 엿듣다가 빙긋 미소짓는 얼굴위로.


백치수(E) : 난정이 그 계집이 아직도 조정을 쥐락펴락 하고 있구먼! 허허!


백치수, 송서방을 거느리고 간다.



S#64. 김안로 유배지 근처 강가


김안로, 강가를 보고 있는 얼굴위로.


김안로(E) : 내 세자저하 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필시 이나라 대통의 크게 뒤바뀔 것이거늘! 답답하구먼! 참으로 답답하구먼!

난정(E) : (뒷편에서) 희락당대감!

김안로(E) : (움찔 굳는) 아,아니 이 목소리는?!


김안로, 휙-돌아보면 난정, 쓰개치마를 벗으며 쌩끗 웃는다. (난정의 뒤편으로 멀찍하게 서있는 길상의 모습이 보인다)


김안로 : 아,아니 네년은?

난정 : 예, 소첩 난정이옵니다. 그간 기체 대안 하셨사옵니까?

김안로 : 네년이 여기 어찌 온게?!

난정 : 소첩, 대감과 세자저하를 시해할 모의를 꾸미러 왔습지요?

김안로 : (분기로 얼굴이 일그러지며) 뭐라?! 세자저하를 어쩌구 어찌해?! 네년이 정녕 능지처참을 당하고 싶은게냐?!


난정, 김안로를 보며 쌩끗 웃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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