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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11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1,147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113











S#1. 어느 주막 마당 (낮)


난정의 가마가 한편에 세워져 있고 교꾼들, 평상위에 앉아 국밥을 먹으며 탁배기 잔을 기울이고 있다.

길상, 방 앞 툇마루 한편에서 무릎을 세운채 묵묵하게 앉아있다.


모린(E) : (놀란 듯) 아씨, 그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요?!

길상 : ...!



S#2. 동 주막 방 안


모린, 놀란 눈으로 난정을 보며 말한다.


모린 : 옷을 바꿔 입자닙쇼?!

난정 :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쉿! 목소리를 낮추거라.

모린 : (흠짓)..

난정 : 모린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하거라. 옷을 바꿔 입은 연후에 네가 내 행세를 하고 묘향산으로 가는게다!

         교꾼들은 물론이고 그 누구도 눈치를 채서는 아니될 것이야!

모린 : ..하오면 아씨께오선 어찌하시려고요?

난정 : 내 걱정은 말고 넌 시키는대로만 하거라. 내 길상이한테 단단히 일러두었으니 너만 각별히 조심하면 아무도 모를 것이야!

모린 : (난감한 표정인데)...

난정 : (재촉하듯) 어서 서둘거라!

모린 : 예, 아씨..(옷고름을 푼다)

난정 : (모린을 보는)...



S#3. 동 주막 마당


교꾼들, 가마 옆에 서있다.

모린, 난정의 가채와 옷차림으로 쓰개치마를 쓰고 나온다.


길상 : 해지기 전에 임진나루를 건너야 하오니 어서 가마에 오르시오.

모린 : (쓰개치마로 얼굴을 바짝 가린 채) 알았네. (가마쪽으로 다가가 오른다) 가세.

길상 : (교꾼들에게) 떠나랍시네!

교꾼1(*) : 하님(*계집종)이 아직 안나왔는뎁쇼?



S#4. 동 가마 안


모린 : (난정 목소리 흉내내듯) 내 잠시 잊은 물건이 있어 집에 돌려 보낼 것이야! 나중에 뒤를 따를테니 어서 떠나게!



S#5. 동 주막 마당


길상 : (교꾼들에게) 서둘게!

교꾼들 : 예!


교꾼들, 가마를 메고 주막을 떠난다.

길상, 주막방 쪽을 돌아보는 얼굴위로.



S#6. 윤원형 초당 방 안 (길상의 회상)


난정, 길상을 보며 말한다.


난정 : 길상아, 넌 모린이를 묘향산까지 배행한 연후에 당추스님 암자로 와! 내 거기서 머물 것이야!



S#7. 동 주막 앞 길


길상, 심란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가마 뒤를 쫓는다.



S#8. 주막 근처 길


길상이 배행하는 가마가 지나가면 딱부리, 수하 몇을 거느리고 한편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딱부리, 가마를 유심히 보다가 가마 뒤를 쫓는다.



S#9. 동 주막 방 안


난정, 모린의 옷차림에 댕기머리로 앉아 있는 얼굴위로.


난정(E) : 의심 많은 장대인의 감시를 피하려면 이 방도 밖에 없음이야.



S#10. 편전 외경


중종(E) : 뭣이라?! 윤원로와 윤원형을 잡아들이다니?!



S#11.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은 이항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윗목에 도승지 강찬이 앉아있다.


중종 : 대사헌, 대체 무슨 죄로 과인의 처남들을 잡아들였단 말인가?!

이항 : 윤원로는 사헌부 장령의 지위를 내세워 관원들에게 뇌물을 받고 그들의 비리를 눈감아준 죄상이 명백히 드러났사옵고

         윤원형은 지난번 과거에서 시관을 매수하려던 혐의가 있사옵니다!

중종 : 뇌물?! 대사헌, 그 말이 분명한가?

이항 : (중종 앞에 어음을 바치며) 예, 이것이 윤원로가 뇌물로 받았던 어음이옵니다.

중종 : (어음을 보며 참담한) 음! 과인이 조정에서 뇌물을 근절하라 그토록 신신당부를 했건만

         어찌 아직도 뇌물이 오간단 말인가?

이항 : 전하, 외척이 뇌물비리에 연루 되었다면 이는 용서받치 못할 대죄이옵니다!

         속히 처결하시어 온 조정에 경계로 삼으시어야 할 것이옵니다.

중종 : 도승지! 윤원로를 파직하고 장 삼십대를 친 연후에 강령에 부처시킨다고 교지를 쓰라!

강찬 : 예, 전하!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중종 : 또한 시관을 매수하려던 윤원형에겐 장 이십대를 친 연후에 차후로는 과거에 응시할 수 없도록 조치토록 하라!

강찬 : 전하, 윤원로가 뇌물을 받은 죄는 명백히 밝혀졌오나 윤원형에 대해서는 아직 죄상이 드러난 바가 없는데

         어찌 죄를 물으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 (버럭) 외척이 뇌물과 매수의 구설에 올랐다면 이것만으로도 죄를 면키 어려울 것이오!

         과인이 조정에 일벌백계의 어의를 보이고자 함이니 하명한대로 거행토록 하라!



S#12. 의금부 옥사 마당


철썩-철썩 소리와 함께 윤원로와 윤원형, 각기 형틀에 엎드린 채 곤장을 맞고 있다.


윤원로 : (곤장을 맞을때마다) 아이구- 전하, 억울하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아이구! 나죽네-

윤원형 : (어금니를 악물고 고통을 참는 얼굴위로) 이놈들, 두고 보아라! 내 오늘 받은 수모를 반드시 되돌려 줄것이야! 악-



S#13. 중궁전 방 안


윤비, 의연한 표정으로 앉아있고 그 앞에 세자와 세자빈이 앉아있다.


세자 : (위로하듯) 어마마마, 얼마나 상심이 크시옵니까?

윤비 : 괜찮소, 세자! 죄가 있다면 중전의 오라비가 아니라 이 어미라도 마땅히 죄를 받아야지요.

세자 : 하오나 아바마마께오서 윤승후관에게 과거에 응시할 기회마저 박탈하오신 일은 과하신 처분이신 듯 싶사옵니다.

         소자 생각엔 윤승후관께오서 시관을 매수하실 분도 아닐뿐더러 설혹 그런 혐의가 있다고 할지라도

         당시 시관을 불러 대질시킨 연후에 죄상을 밝히시어야 함이온데

         어찌 윤승후관에게만 죄를 물으시는지 알 수가 없사옵니다.

윤비 : 이 어미가 대군을 생산치 못한 까닭에 전하의 마음이 중궁전을 떠나시었으니 그리 된게요!

세자 : (안스러운) 어, 어마마마..!

윤비 : 빈궁도 명심하세요. 외척의 운명은 중전이 임금의 괴임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에 달려있는겝니다!

         또한 그것은 대군을 생산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달려있소! 허니 이 시어미가 대군을 생산하기 전에는

         회임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일랑 하루 속히 거두어 들이고 회임을 서두르도록 하세요! 아시겠습니까?!

세자빈 : ...

세자 : 어마마마, 소자 내외는..

윤비 : 세자, 내 빈궁에게 묻고 있는겝니다! (다그치듯) 빈궁, 어찌 이 시어미의 말에 답을 아니하시는게요?!

세자빈 : (조그맣게) 예. 어마마마 뜻에 따르겠사옵니다.

윤비 : 내 빈궁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이는구려. 이만 물러가도록하세요.

세자 : ...

세자빈 : ...



S#14. 중궁전 마당


세자와 세자빈, 각각 박상궁, 동궁전내관과 최상궁을 거느리고 중궁전에서 나온다.


세자 : 빈궁, 어찌 어마마마께 회임을 하시겠다고 답을 하신겝니까?

세자빈 : ..저하, 소첩은 중전마마가 무섭사옵니다.

세자 : 무섭다니요? 어마마마께오서 얼마나 자애로운 분이신데요?

세자빈 : 하오나 소첩은 중전마마의 눈을 마주볼 수도 없사올만큼 두렵사옵니다.

세자 : 허면 어마마마의 꾸지람이 두려워 회임을 하시겠다고 하신게요?

세자빈 : ..황공하옵니다.

세자 : 빈궁께서도 어마마마께오서 얼마나 어지신 분인지를 아시게되면 두려운 마음이 사라질게요.

세자빈 : 저하, 정녕 어마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하시기 전까지는 소첩과 합궁을 아니하실 작정이시옵니까?

세자 : 그렇소. 내 이번에 어마마마의 형제분들께서 부당하게 죄를 받으신 것을 목도하니 결심이 더더욱 굳어지는구려.

세자빈 : ...

세자 : 자, 이만 동궁으로 가십시다. (앞장서서 가면)

세자빈 :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그 뒤를 따른다)



S#15. 경빈처소 방 안


경빈, 흡족한 표정으로 심정과 마주 앉아있다.


경빈 : 화천군대감, 아주 잘 하시었습니다. 이번에 중전오라비들이 죄를 받은 일로 중전의 억장이 무너져 내렸을겝니다.

심정 : 이번 일로 중전께오서 경빈마마께 원한을 품지는 않을까요?

경빈 : 원한이요?! 호호, 이사람과 중전사이에 원한이라면 진즉 차고 넘쳐서 바다를 이룰만큼 넓고도 깊지요!

심정 : (끄덕이는) 하긴 그렇지요.

경빈 : 화천군대감, 이제 서서히 조정에서 공론을 일으키도록 하세요.

심정 : 공론이라니요?

경빈 : 유약한 세자로 내우외환을 맞고있는 이 나라의 대통을 잇게 할 수 없다는 공론 말입니다.

         또한 도탄에 빠진 이 나라를 이끌어갈 강한 임금의 자질은 복성군 밖에 없다는 소문을 도성안팎에 퍼뜨리도록 하세요.

심정 : 예, 마마. 그리하겠사옵니다.

경빈 : (야릇한 미소) 중전이 고립무원되었으니 세자를 쳐내는 것쯤은 땅짚고 헤엄치기가 될겝니다. 호호호.



S#16. 중궁전 방 안


윤비, 어딘가를 노려보는 얼굴위로.


윤비(E) : 경빈, 네 아무리 나를 고립무원 시키려든다 할지라도 내 곁에 난정이가 있는 한 네 뜻대로 되지는 않을것이다.



S#17. 당추 암자 마당


누마루 계단 위로 댕기머리차림의 난정의 모습이 올라온다.

난정, 계단을 올라와 법당을 향해 합장인사를 드리고 탑쪽으로 걸어온다.

당추, 뒤편에서 나오다가 난정을 보고 흠짓 놀란다.


당추 : (변모한 모습에) 아,아니, 난정아!

난정 : (반갑게 합장하며) 스님, 그간 무고하시었사옵니까?

당추 : 헌데 네 차림이 어찌 그러한것이냐?

난정 : (미소) 사정이 있어 머리를 풀었사옵니다.

당추 : 사정?! 사정이라니?

난정 : 스님, 그 말씀은 차차 드릴것이옵니다. 하온데 스님, 제가 예서 달포쯤 묵어도 괜찮겠는지요?

당추 : 어차피 네 집이나 진배없는 곳이니 어려울게 무에 있겠느냐?

난정 : 대신 제가 이 암자에 있다는 것이 뉘게도 알려져서는 아니될것이옵니다. 스님, 그리하여 주시겠지요?

당추 : 허어, 네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게냐?

난정 : 아무것도 아니오니 심려치 마시옵소서.

임백령 : (방문을 열고 나오다 난정을 흠짓보는)...!

난정 : (임백령을 보고 흠짓 얼굴이 굳는)...!

임백령 : (난정을 못본척 돌아서 뒤편으로 가버린다)

난정 : 저분은 임선비가 아니옵니까? 스님, 어찌 저분이 이 암자에 계신 것이옵니까?

당추 : 과거공부를 위해 며칠전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이곳에 오시었다.

난정 : ..그래요?

난정(E) : (낭패한 표정위로) 임선비가 내 여기 있는 것을 보았으니 어찌한다?

당추 : 걱정말거라. 임선비께오서 과거에 급제하시기 전까진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입을 바우치럼 다물고

         글공부에만 전념하시기로 맹세를 하시었다.

난정 : ...!

당추 : 들어가자구나.



S#18. 어느 길


말을 탄 금부도사와 군졸 몇몇이 윤원로를 끌고 어디론가 간다.

윤원로, 봉두난발에 피딱지 앉은 얼굴로 절뚝이며 금부도사의 탄 말 뒤를 따른다.

행인들, 멈춰서서 귀양행렬을 힐끔거리고 본다.


윤원로(E) : 이런 개망신을 당하다니?! 분명 박제학 그놈이 내 뒷통수를 친게야?!

                내 진즉 그놈을 조심하라는 난정이 말을 들었어야 하는 것을!


김제학, 윤원로를 의미심장하게 보다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윤지임, 임서방을 거느리고 급히 행인들을 비집고 앞으로 나선다.


윤지임 : (충격으로 보며) 원로야!

윤원로 : (돌아보며) 아, 아버님!

윤지임 : (눈물이 핑 돌며) 원로야, 네 대체 무슨 죄를 지은 것이더냐?!

윤원로 : 아버님, 소자는 죄가 없사옵니다. 소인배놈들의 간계에 빠진 것이옵니다.

            아버님, 중전마마께 구명을 청하여 주시옵소서.

금부도사 : (휙-돌아보며) 죄인이 무슨 말이 그리 많은가?! 입에 재갈을 물리어야 그 입을 다물겠는가?!

윤원로 : 알았소, 내 찍소리 않으리다! (윤지임을 보며) 아버님, 부디 강녕하시옵소서..!

윤지임 : (눈물을 찍어내며 보는)...원로야..


갖바치, 쇠가죽지게를 맨채 행인들 사이에서 윤원로를 보고 섰다.


갖바치 : 중전마마의 큰 오라비가 귀양을 가는 것을 보니..

            (하늘을 보며 탄식을 내뱉듯) 허어, 또 한바탕 먹장구름이 몰려오겠구나!



S#19. 윤원형 작은 사랑채 방 안


윤원형, 엎드린채 누워있고 의원이 피터진 엉덩이에 약초를 발라준다.


윤원형 : (찡그리며) 아! 살살 좀 하시구려!

의원(*) : 다 됐사옵니다.

김씨 : 서방님, 소첩이옵니다.

윤원형 : 잠시만 기다리시오! 의원께선 이만 나가보시구려.

의원(*) : 예. (조아리고 일어난다)

윤원형 : (바치를 치켜 올리며)..들어오시구려, 부인.


김씨와 삼이, 방문이 열리고 들어오고 의원, 방밖으로 나간다.


김씨 : 서방님, 괜찮으시옵니까?

윤원형 : 괜찮다말구요? 곤장 스무대에 어찌 될리가 있겠소?

삼이 : (울먹거리며 서있다)..

윤원형 : 삼아, 사내자식이 어찌 이깟일에 눈물을 보이는게냐?

삼이 : ...흐흑..

김씨 : 삼이가 서방님 걱정을 많이 하였사옵니다. 서방님께오서 무탈하게 돌아오시라고

         끼니도 거른채 밤새워 천지신명께 기원을 드렸사옵니다.

윤원형 : 그랬더냐, 삼아? 이 애비가 그리 걱정이 되었어?

삼이 : ..예..

윤원형 : (대견한 듯) 이리오너라.

삼이 : (윤원형 옆에 앉는)..

윤원형 : 이 애빈 끄덕없으니 앞으로는 이깟 일에 눈물을 보여서는 아니되느니라. 알겠느냐?!

삼이 : 예, 나으리.

윤원형 : 이놈이 또? 괜찮으니 애비라고 부르래두!

삼이 : 예, 나으리.

윤원형 : 그래, 이만 나가서 밥 먹고 한숨 푹 자거라.

삼이 : 예. 하오면 몸조리 잘 하시옵소서.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윤원형 : 사내놈이 누굴 닮아 저리 심약하누?

김씨 : 서방님, 지난번 과거에 시관을 매수하시었다는 게 무슨 말이옵니까?

윤원형 : 낸들 알겠소? 허나 분명한 것은 누군가, 중전마마를 궁지에 몰기위해 우리 형제를 모함을 한게 틀림없소!

김씨 : (놀라) 모함을 하다니요?

윤원형 : 부인, 당분간은 친정과는 왕래는 물론이고 기별도 하지마시고 아랫것들 입단속을 철저히 시키시도록 하시오!

김씨 : 예에? 친정과 왕래와 기별을 끊으라니요?

윤원형 : 부인의 숙부이신 희락당대감과 눈꼽만치라도 상관이 있으면

            언제 무슨 날벼락을 맞을지 모르는 일이기에 드리는 말씀이오. 아시겠소?

김씨 : ....



S#20. 대궐 일각


자순대비, 굳은 표정으로 봉상궁이 배행하는 보교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



S#21.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윤은보가 앉아있고 윗목에 강찬이 앉아있다.


윤은보 : 전하, 지난번 별시에 윤원형이 시관을 매수한 혐의가 있다하여 죄를 물으시었다면

            시관을 맡았던 신 역시 죄가 있을것이오니 신을 파직시켜주시옵소서!

중종 : 윤판서, 그 일은 과인이 처남에게 외척으로서 처신을 잘못하여 구설에 오른 죄를 물은 것이오.

         과인은 이번일을 다시 거론치 않을것이니 그리 알고 물러가시오.

윤은보 : 전하, 어찌 죄의 시시비비를 명백히 가리시지 않고 단지 외척이라는 까닭만으로 엄한 죄를 물으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 윤판서는 과인의 처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는게요?!

윤은보 : 전하, 임금의 처결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하여도 사초에 기록되어 후대의 전범이 되는 법이옵니다.

            추호라도 불편부당한 처결이었다면 이는 전하의 치세에 누가 되는 일이오니 부디 깊이 상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허어, 윤판서는 어찌 과인을 이리도 성가시게 구는가?

윤은보 :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알았소, 과인이 다시 상량하여 볼테니 이만 물러가시오!

윤은보 : (조아리고 일어서는데)

대전내관(E) : 전하, 대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중종 : 어마마마께오서?..어서 뫼시어라!



S#22. 동 편전 복도


자순대비, 굳은 표정으로 봉상궁을 거느리고 방문 앞에 서있다.


대전내관 : 드시옵소서.

자순대비 : (방문쪽으로 내딛는다)



S#23. 동 편전 방 안


자순대비,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서고

윤은보와 강찬, 자순대비에게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자순대비 : (중종앞에 다가와 앉으며) 주상, 내 주상께 긴히 물을 말이 있어 들었소이다.

중종 : 어마마마, 하문하실 말씀이 계시오면 소자를 대비전으로 부르실 일이지 어찌 편전까지 발걸음을 하시었사옵니까?

자순대비 : 주상, 이 어미를 퇴물취급 마시구려! 아직은 대궐 어디라도 발걸음을 할만한 기력은 있소이다!

중종 : 어마마마, 소자의 말을 어찌 곡해하여 들으시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주상! 어인 연유로 윤승후관 형제에게 죄를 물으시었소이까?!

중종 : 어마마마..

자순대비 : 주상, 이 어미가 묻는 말에 답을 해주시오!

중종 : 윤원로는 관헌들을 감찰하는 사헌부 장령으로써 뇌물을 받은 확증이 있었사옵고

         윤원형은 지난번 별시에서 시관을 매수한 혐의가 있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주상, 이는 모함이에요!

중종 : 모함이라니요?

자순대비 : 중전의 오라비들을 조정에서 밀어내 중전을 고립무원시키려는 사특한 간계란 말씀입니다!

중종 : 중전을 고립무원시키다니요?! 중전을 고립무원시켜 누가 무슨 이득을 얻는단 말씀이옵니까?

자순대비 : 허어, 이리 답답할데가?! 지금 세자를 곁에서 지켜줄 사람은 중전뿐이오! 헌데 누군가가 세자를 음해하려고 한다면

               그전에 세자의 방패막이를 하고 있는 중전부터 쳐내려 하지 않겠소?! 허니 이번일은 세자를 폐하려는 자들이

               주도면밀하게 벌이고 있는 사특한 간계란 말이오!

중종 : 어마마마, 기우(杞憂)이시옵니다! 누구든 대통을 이을 세자에게 사특한 짓거리를 하려든다면

         소자가 먼저 용서치 않을 것이옵니다! 하오니 심려거두시옵소서!

자순대비 : 주상, 조정에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세자를 폐하라고 주청을 올린다면 어찌 하시겠소이까?!

중종 : 조정에 누가 그런 불경한 짓거리를 한단 말씀이옵니까?! 그런일은 결코 없을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이 어민 주상을 믿을수가 없습니다!

중종 : (충격) 예에? 어마마마, 어찌..?!

자순대비 : 주상께선 한번도 조정의 공론을 꺽어보신 일이 없으십니다!

중종 : (안색이 굳는)...!

자순대비 : 이 어미는 그 까닭을 잘 압니다. 주상의 천성이 유약해서가 아니라

               주상께서는 거병한 신료들에 의해 보위에 추대 되시었기 때문에 조정신료들이 또다시 거병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조정의 공론을 꺽기가 저어되시는겝니다! 이 어미의 말에 틀림이 있습니까, 주상?!

중종 : (버럭) 어마마마! 어찌 이나라의 군주인 소자에게 참기 힘든 모욕을 주시는 것이옵니까?! 어찌요?!

자순대비 : 주상, 어찌 이 어미가 주상에게 모욕을 주려하겠소? 단지 이 늙은이는 세자의 앞날이 걱정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중종 : (분노를 참는 듯 보는)...!

자순대비 : 주상께오서 조정의 공론을 꺽지 못하신다면 조정에 세자를 보위할 바람벽을 만들어 주시어야 합니다!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를 다시 불러들이세요. 중전의 오라비들을 내치기보다는 그들을 조정에 출사를 시키시어 합니다.

중종 : (씩씩대며 보는)...

자순대비 : (눈물을 글썽이며) 주상, 부디 가슴을 여시어 이 어미의 말을 받아들여주세요...

중종 : 소자, 어마마마께 용상 뒤편에 자리를 내어드릴터이니 차라리 수렴청정을 하시옵소서! (벌떡 일어난다)

자순대비 : 주상! 주상! 어찌 마음속에 빗장을 채우고 이 어미를 대하는것이오!

중종 : (방문 밖으로 휙-나가버린다)

자순대비 : 주상, 어찌 이 어미의 마음을 이리도 몰라주는 것이오..주상..흐흑...!



S#24. 중궁전 방 안


윤비와 창빈이 마주 앉아있다.


윤비 : 뭐라? 대비마마께오서 편전에서 눈물을 보이시었단 말인가?

창빈 : 예, 근자에 들어 전하와 대비마마 두분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시는 듯 하여 신첩의 마음이 참으로 무겁사옵니다.

윤비 : 창빈은 근자에 대비마마께오서 어찌 전하의 심기를 불편케 해드리면서까지 조정일에 나서시는지 그 연유를 아는가?

창빈 : 신첩의 단견으로 어찌 대비마마의 깊으신 뜻을 헤아릴수 있겠사옵니까만..

         세자저하를 위하시려는 마음으로 짐작 하옵니다.

윤비 : 잘 보았네..대비마마께오선 누군가 세자를 해치고 동궁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여기시는걸세.

창빈 : (놀란 눈) 예에? 마마, 감히 누가 그런 망극한 짓거리를 하려든단 말씀이옵니까?

윤비 : 창빈, 정녕 모르시겠는가? 내 생각엔 동궁의 자리를 노리는 자가 누구인지 자네도 짐작하고 있을듯 싶은데?!

창빈(E) : 경빈이 복성군을 내세우려 함이던가?!

윤비 : 창빈, 조만간 왕실과 조정에 큰 변괴가 일어날수도 있음이야. 그때가 되면 누구도 수수방관 할 수는 없을게야!

창빈 : ...!

윤비 : 그때 창빈은 누구의 곁에 서겠는가?! 세자인가, 복성군인가?!

창빈 : (당혹스러운) 마, 마마..

윤비 : 내 창빈의 말은 듣는 즉시 머릿속에서 지워버릴것이니 대답해 보게!

창빈 : 신첩이 어찌 감히 추호라도 역천의 마음을 먹겠사옵니까?! 신첩은 오직 주상전하의 어의를 받들것이오며

         또한 중전마마의 곁에 설것이옵니다.

윤비 : 그말 믿어도 되겠는가?!

창빈 : 예, 마마! (지환을 내보이며) 중전마마께오서 내려주신 이 지환이 신첩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한

         신첩은 중전마마를 따를것이옵니다.

윤비 : 호호호- 창빈 때문에 내 오랜만에 웃어 보는구먼..호호호.

창빈 : ...

윤비 : (웃음 뚝 그치며) 창빈, 지금 한 말에 목숨을 걸 수 있겠는가?

창빈 : 예, 신첩은 중전마마와 생사고락을 함께 할 것이옵니다!

윤비 : 그래, 창빈이 내게 힘을 보태줄것이라 믿겠네!

창빈 : (결연한) 믿으시옵소서, 마마!

윤비(E) : (끄덕이며 보는)..그래, 그래, 내 믿지!



S#2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중종의 술잔에 술을 따른다.

중종, 이미 취기가 오른 듯 술잔을 들어 급하게 마신다.


중종 : (술잔을 쭉 내밀며) 한잔 더 따르시오!

경빈 : 전하, 천천히 드시옵소서! 신기를 상하실까 저어되옵니다!

중종 : 괜찮으니 어서 따르래두요!

경빈 : (다시 한잔을 따르면)

중종 : (급히 털어넣고 술잔을 탁-내려놓으며) 과인이 거병을 두려워하여 조정의 공론을 꺽지 못한다니!

         허어?! 대비마마께오선 이제껏 과인을 그리도 용렬한 군주로 보시었단 말인가?!

         (휙-보며) 경빈! 과인이 정녕 유약하고 용렬한 군주란 말인가?!

경빈 : 천부당만부당하시옵니다! 조정신료들은 전하의 지엄한 권위와 외척들을 척결하시는 결단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사옵니다!

중종 : 헌데 어찌 대비마마께오선 과인을 심약한 아들로만 여기신단 말인가?!

경빈 : 대비마마께오서 세자저하를 염려하시어 드린 말씀이시오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옵소서!

중종 : (버럭) 대체 세자가 무엇이간대?! 세자가 무엇이간대, 대비께오서 과인보다 세자를 더 아끼신단 말인가? 어찌?! 어찌?!

경빈 : 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세간에 세자를 바꾸어야 한다는 망극한 소문이 은밀히 떠돌고 있사옵니다..

중종 : 뭣이라, 어쩌고 어째?! 세자를 바꾸다니?! 어느놈이 그따위 혓바닥을 놀려댄단 말인가?!

경빈 : 지금의 세자저하는 천성이 심약하시어 이 나라를 부국강병의 길로 이끌 수 없으니 강건한 왕세자가 대통을 이어야

         폐주 연산을 내치시고 이나라의 종사를 반석위에 세우신 전하의 위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옵니다!

         대비마마께오서도 소문을 들으시고 세자를 걱정하시는 마음이 크시어 그러신 것이실테니

         전하께오서 대비마마의 심정을 헤아려주시옵소서.

중종 : 암! 세자가 유약하여 아비의 위업을 이을 수 없다면 갈아버려야지요!

경빈 : (짐짓 놀란척) 예에? 전하 어찌 그런 망극한 말씀을?!

중종 : 모르겠소이다! 지금 과인의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 된 듯 싶소이다!

경빈 : 전하, 국사를 돌보시느라 지치신 탓이오니 소첩의 무릎을 베시고 잠시 눈을 붙이시옵소서.

         (중종의 옆에 바짝 다가 앉는다)

중종 : 그래요, 내 곤하구려.. (경빈의 다리를 베고 누워 눈을 감는다)

경빈(E) : (중종의 잠든 얼굴을 내려다 보며 야릇한 미소가 번지는) 대비마마께오서 황공하옵게도

              이사람과 복성군을 도와주시는구먼! 호호호.



S#26. 김안로 유배지 초가 외경 (밤)


방문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S#27. 동 김안로 초가 방 안 (밤)


김안로와 김제학, 등잔불 앞에 마주 앉아있다.


김안로 : 윤원로가 파직되어 귀양을 떠나고 윤원형은 과거에 응시할 기회를 박탈 당하였다?

김제학 : 예, 경빈이 주도면밀하게 중전 오라비들에게 덫을 놓은 듯 하옵니다.

김안로 : 그럴테지요.

김제학 : 경빈이 점점 세자저하를 향해 올가미를 바짝 옭죄어 오는 듯 하옵니다.

김안로 : 그럴수록 경빈이 제 명을 재촉하는 짓거리가 될테니 오히려 잘된일이지요.

김제학 : 세자저하께 위급이 닥쳐오는데 대감께오선 어찌 이리 태평하신 것이옵니까?!

            판부사께오서도 대감이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해하시옵니다.

김안로 : 영감, 판부사께 조만간 상주계집이 난초향에 취해 쓰러질 것이니 심려 마시라고 전해주시오!

김제학 : 예에? 그 무슨 뜻이옵니까?

김안로 : (미소) 그리 전하시면 판부사께오서 아실것이오이다.



S#28. 처량한 달 (INSERT)



S#29. 당추 암자 일각 (밤)


임백령, 그리움의 눈길로 달을 바라보고 섰다.

(INTER CUT) 달 위로 옥매향의 얼굴이 겹쳐진다.


임백령(E) : (글썽이는 얼굴위로) 매향이, 내 반드시 장원급제를 하여 매향이 곁으로 돌아갈테니 기다리시구려!

난정 : (뒷편에서 다가오며) 임선비께오서 달속에서 월궁항아(月宮姮娥)를 찾으신듯 하옵니다?

         혹시 그 월궁항아 생김새가 매향이와 똑닮지 않았던가요?

임백령 : (감정 추스르며 무시하고 가려는데)

난정 : 임선비께오선 어찌 과거급제에 연연하시는겝니까?

임백령 : (멈춰서는)...?!

난정 : 천하절색 옥매향의 마음을 얻기위해서이옵니까? 그건 아닐테지요! 매향이 마음은 이미 임선비한테 일편단심이니까요!

임백령 : (돌아보는) 내게 무슨 말을 하시고 싶은게요?

난정 : 임선비가 안타까워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임백령 : 안타깝다니요?! 그 무슨 말이오?

난정 : 소첩 눈에는 임선비 가슴속엔 천하권세를 손에 움켜 쥐고 싶은 야심이 가득차 보입니다.

         헌데 그 가슴속에 가득찬 야심을 선비란 허울이 억누르고 있는게지요!

임백령 : 뭐요?! 어찌 선비를 욕보이려 하시는게요?!

난정 : 임선비! 천하권세를 쥐고싶은 야심과 청빈한 선비의 허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시는 한 장원급제는 요원할것이옵니다!

         하루속히 양단간에 선택을 하세요! 그래야 임선비의 앞 길이 열릴것이옵니다.

임백령 : (버럭) 네 첩실따위가 감히 무엇을 안다고?!

난정 : (싸늘한 미소) 아무리 첩실이라도 같은 부류는 단박에 알아보는 법이지요!

         임선비, 선비노릇일랑을 던져버리고 가슴속에 품은 야심을 따르세요!

         그것이 매향이를 위해서나 임선비 자신을 위해서도 좋을것이옵니다. (몸을 휙- 돌려 가버린다)

임백령 : (머리를 한방 맞은 충격)...!



S#30. 어느 길 (아침)


장대인, 송서방이 배행하는 사인교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딱부리는 없다)



S#31.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장대인, 송서방을 거느리고 중문안으로 들어 오는데.


심퉁 : (쪼르르 달려와 조아리며) 우리 아씨께오서 한참을 기다리시었시유.

장대인 : 매향이는 어디있느냐?

심퉁 : 후원에 계셔유.

장대인 : 내 혼자가서 만날테니 너도 예 있거라.

심퉁 : 예..

장대인 : (후원쪽으로 걸어간다)



S#32. 동 옥매향 기방 후원 정자위


옥매향, 찻소반 위에 다소곳하게 다기(茶器)를 올려놓는데

장대인, 정자쪽으로 다가와선다.


옥매향 : (일어나 조아리며) 장대인 오시었시오? 오르시디요.

장대인 : (정자위로 올라 앉으며) 허어, 장안 최고 명기 옥매향이가 나를 불러주다니 참으로 광영이구먼.

옥매향 : (앉으며)..내레 댱대인 어른께 텽이 있어 뫼신거야요.

장대인 : 청이라?! 우선 차나 한잔 맛보자구나.

옥매향 : (장대인 찻잔에 찻물을 따르는데)

장대인 : (찻잔을 들어 입술을 축이며)..네 차다리는 솜씨도 일품이구나. 그래 청이 뭐냐?

옥매향 : 다음번 과거에서..니년이 말씀드린 분을 댱원급뎨 시켜주시라요.

장대인 : (흠짓 보는)..뭐라?!

옥매향 : (소매에서 문서봉투를 꺼내며) 그리만 해듀시면 이 장통교기방을 어른께 내어 드리갔시요!

장대인 : 하하하, 나같은 장사꾼이 무슨 힘으로 과거에 당락을 정할 수 있단 말이냐?

옥매향 : 내레 댱대인어른께서 경빈마마와 듈이 닿으신다는걸 아옵네다.

            부디 니년의 텽을 내티시디 마시라요. (간절하게 보는)...

장대인 : (진지하게 보는)...!



S#33. 당추 암자 근처 정자 위


임백령, 난간에 기댄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임백령(E) : 내 가슴속에 천하권세를 쥐고 싶은 야심이 가득차 있다? 야심이?! 하하하..


임백령, 자조섞인 웃음을 터뜨린다.

당추, 뒤편에 서서 임백령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본다.



S#34. 복성군 사가 정자위


복성군, 연상위에서 달필로 시문을 써내려 가고 있다.

홍서방(*절도있는 몸가짐과 말투의 복성군 집 청지기), 장대인과 옥매향을 데리고 정자쪽으로 다가온다.


홍서방 : 나으리! 장대인이 뵙기를 청하옵니다.

복성군 : (붓을 내려놓고 돌아보며) 오, 장대인, 어서 오게나!

장대인 : 시생이 마마를 귀찮게 해드리는 것은 아닌지요?

복성군 : 그럴 리가 있나? 어서오르게.

장대인 : (정자위로 오르면)

옥매향 : (서있는데)...

복성군 : (옥매향을 힐끗 보며) 저 애는 누군가?

장대인 : 복성군마마이시다. 어서 올라 와 인사 올리거라.

옥매향 : (정자위로 다소곳하게 올라서서 복성군에게 큰 절을 올리며) 옥매향이라 하옵네다.

복성군 : 옥매향? 옥매향이라?

장대인 : 조선최고의 명기라 일컫는 옥매향이옵지요.

복성군 : 오, 그래..네가 촌선비에 대한 정조를 지키느라 장안 한량들을 애태우게 한다는 매향이로구나.

옥매향 :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는)..

장대인 : 매향이가 복성군마마께 청이 있다하여 함께 발걸음을 하였사옵니다.

복성군 : 청이라? (짐짓) 뒷방 왕자가 무슨 힘이 있어 청을 들어주겠는가? 헛걸음을 하였으니 이만 돌아가거라.

옥매향 : (낭패한 표정인데)..!

장대인 : 시문을 짓고 계시었사옵니까?

복성군 : (끄덕이며) 내 심심파적삼아 도연명의 싯귀 되새겨보고 있었네.

            (음미하듯) 돌아갈까나..전원이 바야흐로 묵어가니 어찌 돌아가지 않을소냐..이미 마음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으니..

옥매향 : 어찌 근심하여 슬퍼만하고 있을소냐. 지난 날의 잘못을 깨달았으니 가야할 바를 알겠노라.. (*原文은 이후 첨가)

복성군 : (흠짓보며)..매향아, 네가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알더냐?

옥매향 : (숙이며) 황공하옵니다. 손님들께오서 읊으시는 것을 귀동냥하였을 뿐이옵니다.

복성군 : 귀동냥하였다? 하하, 네 이제보니 겸양도 갖추었구나. 그래 네가 하려던 청이 무엇이냐?

옥매향 : (놀라보는) 예에, 기러믄 니년의 텽을 들어주시는 것이옵네까?

복성군 :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구나.

장대인 : (미소)...



S#35. 동 복성군 안채 마당


윤씨, 홍서방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윤씨 : 홍집사, 사랑채 정자위에 장대인이 들었는가?

홍서방 : 예, 아씨.

윤씨 : (댓돌위에 놓인 매향의 화려한 신발을 보고) 장대인이 누구와 함께 들었는가?

홍서방 : 장통교 옥매향이라는 기생과 함께 왔사옵니다.

윤씨 : 기생?! (일순 찌푸리며 정자쪽을 돌아보는)..?!



S#36. 동 복성군 사가 정자위


복성군, 옥매향을 보며 말한다.


복성군 : 네 정인이 과거급제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써달라?

옥매향 : 예, 나으리. 기렇케만 해듀시오면 니년 그 은혜 평생 닞디 않겠습네다.

복성군 : 평생 잊지 않겠다? 허면 내 수청을 들 수 있겠느냐?

옥매향 : (놀라보는) 예에?!

복성군 : 니가 내 수청을 들겠다면 나도 네 청을 들어주마. 어떠냐? 그리하겠느냐?

옥매향 : (망설이며 보는)..

장대인 : 어서 말씀을 올리거라!

옥매향 : (결심한 듯) 예, 니년 나으리의 수텽을 들갔습네다!

복성군 : 하하하, 그럼 그렇치! 제 아무리 기예가 뛰어난 명기라해도 노류장화 기생의 정조란 것이 이만 밖에 더 되겠느냐?!

옥매향 : (모욕감을 참는)...!

장대인 : ...



S#37. 편전 외경



S#38. 동 편전 방 안


중종, 연상위에 놓인 사직 상소를 보고 있다.

심정과 이유청(*) 장순손, 김극핍, 윤은보, 박승지, 판서급이상 대신들과 도승지 강찬이 앉아있다.

중종, 심각한 표정으로 보는 사직상소위에 떠오르는.


남곤(E) : 신은 나이 육순이 다 되어 정통한 의원과 좋은 약도 효험이 없는 중병에 걸려 기진해 가고 있사옵니다.



S#39.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 병색의 얼굴로 사직상소를 쓰고 있는 모습위로.


남곤(E) : 하온데 조정신료들의 영수라는 중임을 벗지 못하고 있사오니 두려운 마음이 가슴속에 응어리져

             병을 가중시키고 있사옵니다. 신, 영의정이란 중책을 사직하려 하오니

             삼가 바라옵건대 전하께오서 늙고 병든 신하를 측은하게 여기시어 신을 사직을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S#40. 동 편전 방 안


중종, 자책하는 표정으로 사직상소를 내려놓는다.


중종 : 모두가 과인의 불찰이오. 영상대감이 사직을 청할만큼 병이 깊은 것도 몰랐다니?

심정 : 전하, 영의정대감이 조정을 중임을 벗어나 떠나 병조섭을 할 수 있도록 사직을 받아들이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끄덕이며)..그래요, 우의정의 말씀이 옳은 듯 싶소. 도승지는 들으라.

강찬 : 예, 전하.

중종 : 도승지는 영의정을 문병하여 과인이 사직을 윤허할터이니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고 몸조섭을 잘하라 이르도록 하라!

강찬 :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심정 : (장순손, 김극핍, 이유청 이하 일동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윤은보 : (박승지, 강찬은 담담하다)...



S#41. 남곤 사랑채 마당


남곤집사, 강찬을 뫼시고 방쪽으로 다가온다.


남곤집사 : 대감마님, 도승지께오서 뵙기를 청하십니다요.

남곤(E) : (방안에서 해소기침과 함께)...어서 뫼시어라.

남곤집사 : 드시지요.

강찬 : (대청으로 오르려다가 댓돌위에 갖신을 보고) 손님이 들어계신가?

남곤집사 : 예, 수찬대감께오서 드셔계시옵니다.

강찬 : (끄덕이며 방쪽으로 들어간다)



S#42.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병색의 남곤이 연신 해소기침을 해대다가 타구에 가래를 뱉는다.

남곤 앞에 정광필이 앉아있다.

강찬,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남곤 : 어서 오시구려, 도승지.

강찬 : 수찬대감, 병문안을 오시었사옵니까?

정광필 : 그러하오이다.

남곤 : (농조) 허허, 내 수찬대감을 몇 번이나 조정에서 찍어낸 장본인이거늘

         이렇듯 병문안을 와주시니 참으로 염치가 없을 뿐이외다.

정광필 : 조정에서 수십년동안 으르렁대었으니 미운정고운정이 다 든게지요.

남곤 : 예..도승지, 전하께오서 이사람의 사직을 윤허해 주시었소이까?

강찬 : 예, 마음 편하게 병조섭을 잘하시란 말씀이 계시었사옵니다.

남곤 : 그래요..참으로 하해와 같으신 성은이오이다..수찬대감, 내 물을 말이 있으니 허심탄회하게 답해주시구려.

정광필 : 말씀하시오.

남곤 : 후대사람들이 나를 무어라 일컫겠소이까?

정광필 : 대감은 두고두고 소인으로 일컬어질 것이외다.

남곤 : 소인..소인이라..? 도승지도 그리 생각하시오?

강찬 : ...!

남곤 : 그래요, 그렇겠지요..내가 죽은 연후에 세상사람들에게 빨리 잊혀질 방도는 없겠소이까?

정광필 : 후대에서 금상의 치세를 논할 때 조정암과 더불어 대감의 이름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오이다.

남곤 : (아픈)..조정암은 대인으로 이사람은 소인으로 말이지요?

정광필,강찬 : ...

남곤 : ..수찬대감의 말씀이 폐부를 찌르는구려..폐부를..(해소 기침을 콜록거리는)

강찬 : 대감, 괜찮으시옵니까?

남곤 : (자조적인) 괜찮소이다. 허허, 소인배짓거리만 하다가 이리 와석종신하는 것만도 참으로 천운이지요!

         아니그렇소이까? 허허허...

정광필,강찬 : (씁쓸한)...



S#43. 갖바치 마당 (석양)


갖바치, 먼하늘 위로 지는 석양을 보고 섰다.


갖바치(E) : 노을이 저리도 붉게 타오르는 것을 보니 소인배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겠구먼!



S#44. 남곤 사랑채 외경 (밤)


남곤, 연상 위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싯귀와 문장 등이 적힌 종이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남곤 앞에 남곤처(*)와 남곤의 딸과 사위(*), 식솔들 몇몇(*)이 앉아있다.


남곤 : (글귀들을 들고 음미하듯 보며).. 이것이 내 평생 지은 글이란 말이지?

         ..(갑자기 글귀들을 북북찢어 화로속에 던져 넣는다)

남곤처(*) : (화들짝 놀라 말리며) 대감, 어찌 이러시는겝니까?

남곤딸,사위(*) : (놀라) 아버님!

남곤 :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했거늘...

         내 평생 지은 문장들로 문집을 만들어 내 이름을 후세에 남기고 싶었건만.. 모두가 부질 없는 짓이구나..

         허명으로 세상을 속인 이런 욕거리를 남겨둘 순 없지..암, 없고말고...


남곤, 글귀들을 계속 찢어 화로에 던져넣으면 활활 재로 타오르는 종이들.


남곤처(*) : 대감, 흐흑..

남곤딸,사위(*) : 아버님, 흐흑..

식솔들(*) : 흐흑..

남곤 : 아비가 죽은뒤 다른 글귀가 나온다면 모두 태워버리도록 해라! 그게 이 아비를 위하는 길이 될게다..

         또한 내가 죽은뒤 비단으로 염습하지 말거라. 내 평생을 마음과 행실이 어긋났으니

         시호를 청하여 비석도 세우지도 말거라...알겠느냐?!

일동(*) : 예..흐흑..


남곤, 갑자기 심한 기침을 해댄다.

남곤처(*)와 딸과 사위(*), 식솔들(*)이 놀라 ''대감!'' ''아버님!'' 부르며 남곤을 부축하여 자리에 눕힌다.

남곤, 심하게 쿨럭대다가 어느순간 기력이 다했는지 눈을 감는다.

일동, 남곤의 시신앞에 조아리며 통곡을 하기시작한다.

잠든 듯 죽은 남곤의 얼굴위로.


해설(NA) : 정해년, 영의정 남곤이 57세의 나이로 졸하였다. 호는 지정으로 본관은 의령이다.



S#45. 남곤 몽타쥬


1)남곤이 편전과 빈청에서 활약하던 모습들

2)경빈처소에서 심정과 모의하던

3)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던

4)문집을 불태우던


해설(NA) : 중종실록에 따르면 남곤은 문장이 대단하고 필법 또한 아름다웠다고 전해진다. 평생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았고

                산업을 경영하지 않았으며 재주가 뛰어나서 주장하는바가 올바른 듯 보이게 하는 재주는

                가히 따를자가 없었다고 한다. 성종 25년 문과에 급제한 연후 대사헌, 대제학등을 거쳐 영의정에 이르렀다.

                기묘년에 심정 등과 모의하여 조광조와 사림들을 귀양보내고 죽인 일로 평생 소인배로 낙인찍혀

                세인들에게 손가락질 당했다. 임종할 때 평생동안의 초고를 모두 불사르고

                자제들에게 죽은뒤에 비단으로 염습하지 말고 시호를 청하여 비석을 세우지 말라고 유언하였으니

                자신의 죄를 알고 죽은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있다. 시호는 문경이나 훗날 삭탈당했다.



S#46. 편전 방 안 (낮)


중종, 침통한 표정으로 앞에 앉은 강찬을 보며 말한다.


중종 : 과인을 지근에서 떠받치고 충성을 다바친 충신이 졸하였다는 말을 들으니 지극히 애통스럽도다.

         조참, 경연, 열무등을 일을 중단하고 소찬을 올리도록 하라!

강찬 : 예,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탄식하듯) 남양군대감의 뒤를 이어 지정대감 마저 과인의 곁을 떠났으니.. 내 누굴 믿고 정사를 펼쳐나간단 말인가..



S#47.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심정, 마주 앉아있다.


경빈 : 지정대감께오서 졸하시었다지요?

심정 : (침울한)..예, 지정대감과 평생의 지기로 지냈사온데 임종을 지키지 못했으니 신의 마음이 무겁사옵니다.

경빈 : 화천군 대감, 마음을 굳게 잡수시어야 합니다! 목전에 대통을 뒤바꾸는 대업이 놓여있다는 걸

         한시도 잊으시어서는 아니되십니다!

심정 : 마마, 심려거두시옵소서! 신, 추호도 빈틈없이 일을 성사시킬 것이옵니다.



S#48. 김안로 유배지 근처 강가


김안로, 반짝이는 물결을 보고 있는데 김희, 뒤편에서 급하게 다가온다.


김희 : 아버님!

김안로 : (돌아보며 놀라운 반가움) 아, 아니, 연성위께서 이 험지까지는 어찌 발걸음을 하시었소?


김희, 눈물 글썽하여 땅바닥에 큰 절을 올린다.


김희 : (눈물이 흐르는) 아버님, 이 누지에서 얼마나 고초가 많으시옵니까?

김안로 : (김희 앞에 앉아 일으켜 세워주며) 땅바닥이 차오니 어서 일어나시지요.

김희 : (목이 매이는)...아버님!

김안로 : (눈물을 참으며)..그래요, 이 아비의 누옥으로 가시지요.



S#49. 김안로 유배지 초가 방 안


김안로와 김희, 앉아있다.


김안로 : 지정대감이 졸하였다면 경빈을 추종하는 조정신료들 사이에 큰 구멍이 뚫린것이나 진배가 없으니 잘된 일이외다.

김희 : 허나 화천군이 버티고 있지 않사옵니까?

김안로 : 화천군은 지정대감보다는 한수 모자란 인물이지요. 조정이 겉으로는 일사불란한 듯 움직일것이나

            얼마못가 자중지란을 일으킬게 자명할겝니다!

김희 : 아버님, 지난번 서찰을 가져온 윤승후관의 작은 안으서를 믿을수가 있는 것이옵니까?

김안로 : 지금은 난정이를 믿어야 하옵니다! 연성위께서 그애가 청하는 것은 뭐든 들어주시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아비가 살아서 조정으로 돌아갈수 있을겝니다! 아시겠사옵니까?!

김희 : (결연하게 끄덕이는) 예, 아버님!



S#50. 경원 관아 숙사 방 안


윤임과 허항, 채무택, 김제학이 앉아있다.


윤임 : 조만간 상주계집이 난초향에 취해 쓰러질 것이다?

김제학 : 예, 희락당대감께오서 분명 그리 전하라 하시었사옵니다.

윤임 : ..상주계집과 난초향이라..?

허항 : 그 대체 무슨 뜻일까요?

채무택 : 경빈이 상주 출신이니 상주계집은 경빈을 뜻하는 것이 아니겠소이까?

김제학 : (끄덕이며) 최언성 말에 일리가 있는 듯 하오이다.

허항 : 허면 난초향은 무슨 뜻일까요?

채무택 : 글쎄요..?

윤임 : (생각하다가 문득) 난초향이라면 난정이를 일컬음이 아닌가?!

         허어, 허면 희락당대감께오서 난정이의 손을 빌리시려 함인가?! 난정이의 손을?!



S#51. 당추 암자 마당


당추, 탑 앞에서 합장을 올리고 있는데

길상, 누마루 계단을 올라와 마당으로 들어선다.


길상 : 스님!

당추 : (돌아보며) 아니, 이게 누군가? 자네 길상이 아닌가?

길상 : (합장인사하며) 그간 무고하시었사옵니까?

당추 : 그래, 자네도 그동안 많이 변했구먼?

길상 : 난정이는 어디있사옵니까?

당추 : 객방에 있네..아니 그래도 오늘쯤 자네가 올거라고 기다리더구먼.

길상 : (암자방쪽으로 걸어가 서며) 난정아, 나다.

난정(E) : 들어와 길상아!

길상 : (방으로 들어간다)

임백령 : (한편에서 나오다가 방으로 들어가는 길상을 의미심장하게 본다)..



S#52. 동 암자 방 안


난정, 길상쪽으로 바짝 다가앉으며 은밀하게 묻는다.


난정 : 내가 묘향산에 없다는 걸 눈치챈 사람은 없겠지?

길상 : 그래, 모린이가 네 행세를 빈틈없이 했다.

난정 : 잘되었어..

길상 : 헌데 나를 예까지 부른 까닭이 뭐냐?

난정 : 갖바치 아저씨네서 들러서 방백인 아저씨한테 부탁한 물건을 가져다줘!

길상 : 부탁한 물건이라니?!

난정 : 그리만 말하면 내어주실게다.

길상 : ...!



S#53. 갖바치 집 마당


당골네, 뚝배기그릇을 휙-집어던진다. 와장창-깨지는 뚝배기.


당골네 : (빗자루로 때리는 시늉을 하며 마당을 뛰어다니며) 이놈의 쥐새끼! 거기 못서?! 이놈, 어디로 숨은게냐?!


당골네, 툇마루밑과 이구석, 저틈을 빗자루로 들쑤시며 호들갑을 떤다.


방백인 : (아랫방문을 벌컥 열며) 여편네야! 그만둬! 그만 족하다고 했잖어!

당골네 : 다다익선이라고 많을수록 좋지 뭘 그러우? (쥐가 도망치는지 빗자루를 휙-내던지며) 저깄다, 이놈!

갖바치 : (쇠가죽 지게를 매고 대문안으로 들어서며) 허허, 아주머니 어찌 요즘들어 쥐잡기에 그리 열심이시오?

당골네 : 그,그거야, 사람 먹기도 힘든 양곡을 축내는 놈들이 미워서 그러지요.

갖바치 : (지게를 내리며) 허허, 백성들이 땀흘려 지은 곡식을 힘으로 빼앗고 쥐꼬리만한 권세로 백성들 등골 파먹는 사람쥐도

            그리 때려잡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당골네 : 예에?

갖바치 : 아니오. (발 치수 재는 도구함을 챙겨드는데)

방백인 : 형님, 오시자마자 또 어딜 나가시려고요?

갖바치 : 내 양진사댁에 맞춤치수를 재러 다녀옴세. (도구함을 들고 대문밖으로 나간다)

방백인 : 이제 쥐잡는짓 그만하구..들어와.

당골네 : 알았소..(아랫방안으로 들어간다)



S#54. 동 갖바치 아래방 안


방바닥에 뭔가가 천조각에 덮여있다.

방백인, 천조각 끝을 잡고 서서히 들춘다.

당골네, 침을 꼴깍 삼키며 보고 있다.

방백인, 천조각을 휙 젖히면 주둥이와 사지가 잘려져나간 쥐 네 마리가 놓여있다.


당골네 : (진저리를 치며) 아이구, 흉해라! 주둥이하고 사지를 잘라놓으니 쥐가 아니라 꼭 돼지새끼 형상이구려.

방백인 : 시끄러 여편네야! 호들갑 떨지말고 부지깽이나 이리 줘.

당골네 : (화로에서 벌겋게 달궈진 쇠부지 깽이를 건네주면)


방백인, 부지깽이를 받아들고 쥐의 사지와 주둥이를 지진다. 털 타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당골네 : 임자, 증말 이걸루다 방자가 되긴 되는거요?

방백인 : 낸들 알아? 비급에 적힌대로 하는 게지..(지지다가 무섭게 휙-쏘아보며) 여편네 주둥이 함부로 놀렸다간

            우리 둘 다 끝장이야, 끝장! 알지?!

당골네 : 알았으니 그리 치켜뜨지 마시오! 당신이 더 무섭소.

길상(E) : (방밖에서) 계시오?!

방백인,당골네 : (화들짝 놀라는)...!

방백인 : (천조각을 덮으며 낮게) 어여 나가봐!

당골네 : 알았소.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며) 뉘시오?



S#55. 동 갖바치 마당


당골네, 방밖으로 나오다가 길상을 보고 반갑게 변한다.


당골네 : 난 또 누구라구? 몽달귀 총각, 오랜만이오? 임자 나와보시오.

길상 : (미소)...

방백인 : (방에서 나오며) 누가 왔다구? 오, 자네가 어인 일인가?

길상 : 난정이가 부탁한 물건을 찾으러 왔소.

방백인,당골네 : (움찔)...!



S#56. 어느 정자 위


난정, 댕기머리에 장옷을 쓰고 초조한 듯 기다리고 있는데.


길상 : (뒷편에서 다가오며) 난정아.

난정 : (돌아보며) 길상아, 어찌 되었니?

길상 : (괴나리 봇짐같은 것을 내밀며) 예있다.

난정 : (낚아채듯 받으며) 고마워, 길상아..애썻다..이게 뭔줄 아니?

길상 : ...

난정 : 중전마마를 구해줄 구명줄이야..알겠니?

길상 : 난정아, 네 무슨 일을 꾸미는지는 모르겠다만 네 손에 피를 묻히는 짓거리는 아니 했으면 좋겠다.

난정 : (흠짓 보는)...?!


길상,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가면 난정도 잠시 보다가 어디론가간다.

백치수, 일각에서 몸을 드러내며 놀란 눈으로 난정의 뒷모습을 본다.


백치수(E) : (의심의 눈초리) 저 계집은 난정이가 틀림없어..헌데 어찌 도성안에서 변복을 하고 있는게지?! 어찌?!



S#57.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지친 모습으로 서있는 딱부리를 보며 말한다.


장대인 : 난정이가 묘향산 암자에 간것이 틀림없느냐?

딱부리 : 예, 어르신, 암자에서 기원을 드리는 것을 보고 떠나왔사옵니다.

장대인 : 허면 지금도 묘향산에 있을지 어찌 장담하느냐?

딱부리 : 만일을 위해 수하 몇놈을 붙여놓고 왔으니 난정이가 묘향산을 떴다면 기별이 있을겝니다요.

장대인 : (끄덕이며) 노독에 지쳤을테니 물러가 푹 쉬게.

딱부리 : 예, 어르신.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E) : (미소) 난정이가 묘향산에서 백일불공을 마칠때쯤이면 세자가 폐위되시고

                 복성군께오서 새로운 왕세자로 책봉되신 연후이겠구먼! (문득) 헌데, 어찌 가슴 한구석이 게름직한게지? 어찌..?!



S#58. 복성군 사가 외경 (밤)


방문에 불빛이 흘러나온다.



S#59. 동 복성군 안채 방 안 (밤)


복성군, 심정과 마주 앉아있다.


복성군 : 화천군대감, 우의정으로 승차하신 것을 감축드리오.

심정 : 황감하옵니다. 모두가 경빈마마와 복성군께오서 돌봐주신 덕분이옵니다.

복성군 : 세자를 폐하고 이사람이 새로운 왕세자가 되면 화천군께선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자리에 앉게 되실겝니다.

심정 : ...?!

복성군 : 또한 내 아바마마의 대통을 이어 보위에 오른다면 화천군께오선 이 사람을 보위에 추대한 일등공신이 되어

            조선의 왕조가 이어지는한 대대손손 공신작위를 받으며 광영을 누리게 될겝니다.

심정 : 신, 복성군마마께오서 용상에 오르시는 날까지 신명을 다 바칠것이옵니다!

복성군 : 고맙소이다..내 화천군을 항상 내 곁에 둘것이오.



S#60.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밤)


김희와 효혜공주가 마주 앉아있다.


효혜공주 : 아버님께오선 어떠 하시옵니까?

김희 : 얼굴도 수척해지시고 심신이 많이 지치신 듯 보였소이다.

효혜공주 : ...

김희 : 천하를 호령하실 분께오서 초야에 묻혀계시오니 홧증이 나실만도 하지요.

황서방(E) : (방밖에서) 나으리,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가 뵙기를 청하옵니다.

김희 : (흠짓 보며)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가?!

효혜공주 : 소첩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김희 : 아니오, 부인께서도 함께 계시는 게 좋겠소이다.

효혜공주 : ...

김희 : 들이게!

황서방(E) : 예.


김희와 효혜공주, 긴장하여 방문쪽을 주시하는데

난정, 댕기머리차림으로 손에 패물함을 들고 방문을 열고 들어선다.


김희,효혜공주 : (놀라 보는)...!

난정 : (효혜공주를 보며) 공주마마께오서도 함께 계시었사옵니까?

         소첩, 인사드리옵니다. (큰 절을 올리며) 정난정이라 하옵니다.

효혜공주 : (난정을 유심히 보는)...

김희 : 자네 머리가 어찌된겐가?

난정 : 용서하시옵소서, 경빈의 사냥개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변복을 할 수 밖에 없었사옵니다.

김희 : 그래 이번에는 내게 청을 할텐가?

난정 : 공주마마께 드릴 청이옵니다.

효혜공주 : 내게요?

난정 : 예, (패물함을 바치며) 세자저하의 탄일에 입궐하시어

         이 하례물을 세자 저하께오서 주무시는 동궁전 침소에 두시면 되옵니다.

효혜공주 : 이게 무엇이오? (패물함을 열어보려는데)

난정 : (버럭) 아니되옵니다!

김희,효혜공주 : (움찔 놀라 보는)...!

난정 : 이 패물함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려고 하시어도 아니될 것이오며,

         또한 공주마마께오서 이 물건을 세자저하의 침소에 두시었다는 흔적을 남기시어도 아니되시옵니다!

김희 : 허면 저하의 침소에 은밀히 놔두고 나와야한단 말인가?!

난정 : 그렇사옵니다! 이 두가지만 약조해주시오면 희락당대감께오선 조정으로 돌아오실 수 있사옵니다!


김희와 효혜공주, 긴장된 시선으로 패물함을 본다.

난정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스친다.



S#61. 동 김안로 집 근처 길 (밤)


난정,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골목을 빠져나온다.

난정, 대문쪽을 돌아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 얼굴위로.


난정(E) : 공주마마께오서 시아비를 위해 세자저하를 방자하시다니..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로구먼..

백치수(E) : (뒷편에서) 난정이 네 이년!

난정 : (화들짝 놀라 돌아보면)..?!!

백치수 : (엄한 얼굴로 난정을 노려보며 호통치는) 네년이 또 무슨 요망한 짓거리를 꾸미려는 것이냐?!


난정, 백치수를 놀란 표정으로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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