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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11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1,382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116











S#1. 난정모 마당 (밤)


난정과 패랭이, 서로를 팽팽하게 노려보고 섰다.


패랭이 : 네년이 정난정이냐고 물었다!

난정(E) : (침을 꿀꺽 삼키며) 눈에 살기가 가득찬 것이 자객놈이구나!

패랭이 : (휙- 칼을 뽑아들고 난정의 목에 겨누며) 더 묻지 않겠다. 네년이 정난정이냐?

난정 : 사람을 잘못 보시었소! 초당아씨께오선 묘향산에 불공을 드리러 가시었소.

패랭이 : (살기 띈 눈빛) 허면 네년은 누구냐?

난정 : 난 초당아씨의 몸정 모린이오.

패랭이 : 몸종?!

난정 : 그렇소!

패랭이 : (싸늘한 미소) 아니, 네년이 정난정이 틀림 없다! 몸종년 따위가 목줄기에 칼날이 스치는데도 이리 태연할 수는 없지!

난정 : ('들켰구나?!' 낭패한)...?!

패랭이 : 방안에 누워있는 놈은 필시 길상이란 놈일 테고!

난정 : (당당해지는) 누가 보내서 온게냐?!

패랭이 : 황천에 가서 알아보거라!


패랭이, 칼을 들어 난정을 베려는데 방문이 벌컼 열리고 길상, 패랭이한테 미음소반을 내던진다.

(*길상, 옷고름은 매지 않고 웃저고리를 걸친 채 나왔다)

패랭이, 칼로 소반을 와장창 쳐버린다.


길상 : (어느새 몸을 날려 난정 앞을 가로막고 패랭이에게 칼을 겨누며) 난정아, 도망쳐!

난정 : 길상아, 네 그 몸으로 어쩌려고?!

길상 : (버럭) 어서 가라니까?!

난정 : (주춤 주춤 물러서다가 대문 밖으로 뛰어나간다)

패랭이 : (길상에게 칼을 겨누며) ..네놈의 기백은 가상하다만 내 적수는 못 돼!


패랭이, 기합을 지르며 길상에게 칼을 휘두른다. 칼춤을 추는 듯한 패랭이의 솜씨에 길상이 뒤로 밀린다.

길상, 몇합을 부딪치다가 패랭이의 칼에 어깨를 베인다.


패랭이 : 다음엔 네놈의 명줄을 따주지! (살기 띈 눈빛으로 길상에게 칼을 겨누는데)

길상 : (담장을 휙- 뛰어넘는다)

패랭이 : (길상의 뒤를 쫓아 담장을 뛰어 넘는다)



S#2. 난정모 집 담장 밖 길 (밤)


길상, 옆구리와 어깨를 움켜쥔 채 도망치는 뒷모습.

패랭이, 길상의 뒤를 쫓는다.



S#3. 다른 골목길 (밤)


패랭이, 급하게 골목 안으로 들어온다.

패랭이, 정적에 싸인 골목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길상, 한편 노적가리 뒷편(*혹은 거적이 내려진 공간 속)에 어깨와 옆구리 상처의 고통을 참으며 숨어있다.

패랭이, 돌아서려다 문득 땅바닥을 보면 길상이가 숨어있는 쪽으로 이어진 핏자국.

패랭이, 핏자국을 따라 길상이 숨어있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길상, 숨을 죽인채 칼을 움켜쥐는데..

(E) 골목 저편에서 정적을 깨는 호각소리 삐익-


패랭이 : (호각소리 나는 쪽을 흠짓 돌아보고는 길상이 숨어있는 쪽을 향해) 운이 좋은 놈이구나!

            허나 다음 번에는 살아서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패랭이, 휙- 허공으로 몸을 날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길상, 긴장이 풀리듯 한숨을 내쉬는데 호각소리와 발자국소리가 점점 가까워온다.

길상, 다시 긴장하는데.


난정 : (두리번거리며 다가오는) 길상아- 길상아-

길상 : ..난정아.. 여기다..

난정 : (길상이 숨어있는 쪽으로 오며) 길상아, 무사했구나..!

길상 : (탓하듯) 왜 돌아왔어?!

난정 : ..내 너를 두고 어찌 혼자 도망갈 수 있겠니?

길상 : (찡하여 보다가 난정의 손에 들린 호각을 보며) ..네가 호각을 분게냐?

난정 : ..그래.. (길상을 부축하며) 어서 가자.


난정, 길상을 부착하여 어디론가 간다.



S#4. 경빈 처소 마당 (밤)


금이와 경빈처소 나인들이 꿇어앉아 있다.

중궁전 상궁들이 금이와 경빈처소 나인들을 감시하듯 지켜섰다.



S#5. 동 경빈 처소 방 안 (밤)


윤비, 보료 위에 앉아 있고 그 앞에 경빈과 심정이 앉아있다.

엄상궁과 오상궁을 비롯한 중궁전 상궁들이 지켜보고 섰다.


윤비 : 경빈, 화천군과는 언제부터 통정하였는가?!

경빈 : 뭬요?! 통정?! 중전마마, 통정이라니요?! 주상전하를 뫼시는 후궁에게

         그 무슨 가당치도 않으신 누명을 덯에 씌우시는겝니까?!

심정(E) : (경악하여 보는) 토, 통정?!

윤비 : 경빈, 네 이년! 내 야심한 밤에 방안에서 두 사람이 몸을 가까이 하고 있는 것을 동시 포착하였거늘

         눈 앞에서 시치미를 잡아뗄 셈이더냐?!

심정 : (당혹스러운) ..주, 중전마마.. 그, 그것은..?

윤비 : 화천군, 닥치거라! 내 일찍이 화천군이 경빈처소에 무상으로 드나들이 한다는 소문을 들었으나 이리 목도하니

         참으로 치가 떨리는구나! 화천군, 정승된 자가 주상전하의 후궁을 탐한 불충을 어찌 다 씻으려 하는 것이냐?!

심정 : ..주, 중전마마, 하늘이 굽어보시고 땅이 지켜보시고 계시옵니다!

         신은 너무도 억울하고 억울하여 기가 막히옵니다! 흐흑..!

경빈 : (버럭) 화천군, 눈물을 보이지 마세요! 화천군께서 약한 모습을 보이시면

         중전마마께오서 파놓으신 함정에 더욱 깊숙이 빠지시게 됩니다!

심정 : (흐느낌을 삼키는)...

윤비 : 네 지금 함정이라 했느냐?

경빈 : 함정이지요! 중전마마께오서 신첩과 화천군이 통정하였다는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하여

         주도면밀하게 일을 꾸미시었으니 무어라 발명을 해본들 아무 소용이 없겠지요.

윤비 : 경빈, 네 입이 있은들 전하를 뫼시는 후궁의 몸으로 야심한 시각에 방안에서 화천군과 은밀히 몸을 맞댄 죄는

         발뺌하지 못할 것이다!

경빈 : (윤비를 휙- 쏘아보며) 중전마마, 신첩과 화천군을 어찌하실 작정이시옵니까?!

         주성전하께 고하시어 이사람과 화천군을 능지처참이라도 시키실 참이시옵니까?!

윤비 : 오냐, 내 당장이라도 편전에 들어 두 사람의 죄를 고한 연후에 엄히 죄를 물으시라 청할 것이다!

경빈 : 하오면 복성군도 전하의 핏줄이 아닌 화천군의 핏줄이라고 고하시지요!

심정 : 예에, 겨, 경빈마마.. 그 무슨?!

경빈 : 어차피 억울하게 흙탕물을 뒤집어 쓰는 판국에 저어할게 무에 있습니까?!

         중전마마, 그리하시오면 복성군까지도 도려내실 수 있을게 아니옵니까?! 아니 그렇사옵니까?!

윤비 : 경빈, 네 어찌 뉘우치기는 커녕 한술 더 뜨는 것이냐?! 네 정녕 단매에 죽고 싶은게로구나!

경빈 : 예, 중전마마께오서 신첩을 죽이시겠다면 신첩 죽어드리지요!

         (무섭게 쏘아보며) 하오나 신첩, 이대로 혼자 죽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오냐, 경빈, 내 네 뜻대로 해주마! (엄상궁을 보며) 엄상궁!

엄상궁 : 예, 마마.

윤비 : 편전에 들어 주상전하께 경빈처소로 납시어 달라는 말씀을 올리게!

경빈 : (움찔)...!

심정 : (사색이 되는) ...!

엄상궁 : 중전마마, 지금 말씀이옵니까?

윤비 : 그래, 당장 편전으로 들게! 내 경빈이 언제까지 당당할 수 있는지 지켜볼 것이야!

엄상궁 : 예! (조아리고 가려는데)

심정 : (엄상궁을 다급하게 잡으며) 엄상궁,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시게!

엄상궁 : 화천군대감, 이 손을 놓으시지요!

심정 : (윤비를 돌아보며) 중전마마, 차라리 신이 이 자리에서 자진을 하겠사옵니다! 하오니 전하께는 알리지 마시옵소서!

윤비 : 자진을 하시겠다?

심정 : 예, 마마! 이 자리에서 전하의 용안을 뵈옵느니 차라리 자진을 하겠사옵니다. 크흐흐...!

윤비 : (경빈을 보는) 경빈, 너도 자진을 하겠느냐?

경빈 : (냉랭하게 보는) 신첩이 자진한다면 스스로 죄를 자인하는 것이거늘 어찌 자진을 하겠사옵니까?!

         신첩 주상전하 앞에서 신첩의 결백을 밝히겠사옵니다!

윤비(E) : (경빈을 보며) 경빈, 네 참으로 독한 년이로구나!

엄상궁 : 중전마마, 어찌 할깝쇼?

윤비 : 그래.. 전하께 이런 더러운 짓거리를 저지른 자의 추한 얼굴들을 보여드려 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혀 드릴 수는 없지!

         (뭔가를 생각하다가) 화천군.

심정 : 예, 마마..

윤비 : 화천군은 이만 물러가라.

심정 : (고개를 들고 보며) 예에? 하, 하오면 눈을 감아 주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 (호통) 내 이번 일을 어찌 처결한지 마음을 정할 때까지 물러가 근신하며 죄를 뉘우치고 있으라 이 말일세!

심정 : 예,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일어서는데)

윤비 : 화천군, 차후 두 번 다시 경빈의 처소에 발걸음을 한다면 그날로 화천군의 명줄이 끊어질 것이야! 내 말뜻을 아시겠는가?!

심정 : (조아리며)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을 힐끔 보고는 황급히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 저, 저런 못난 작자 같으니라고...!

윤비 : 경빈, 자네가 그토록 믿던 조정의 뒷배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는가?!

경빈 : (윤비를 노려보며) 중전마마, 신첩에게 바라시는 게 무엇이옵니까?

윤비 : 내 너따위에게 무엇을 바랄까?

경빈 : 하오면 어찌 신첩과 화천군을 당장 편전으로 끌고가 전하께 고하시지 않는 것이옵니까?

윤비 : 나 역시 경빈과 화천군의 추악한 죄상을 백일하에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다. 허나 그리되면

         왕실의 권위가 땅바닥에 떨어지고 조정의 기강이 무너져내려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을게다.

경빈 : 하오면 이번 일을 모른 척 넘어가실 작정이시옵니까?

윤비 : 대신 세자를 방자하기 위해 동궁전 후원에 작서를 매어달고 세자의 하례물로 작서를 바친 게

         경빈 네가 한 짓거리임을 자복하거라!

경빈 : 자복이요?! 호호호-

윤비 : (엄하게 보는) 네 지금 웃음이 나오느냐?

경빈 : 중전마마, 세자저하를 방자하시려던 분은 바로 중전마마가 아니시옵니까?!

         마마께오서 난정이를 시켜 저지르신 일을 신첩에게 뒤집어 씌우려 하시오니 웃음이 나올 수 밖에요!

윤비(E) : 경빈, 네 벌써 알아챈 것이더냐?

경빈(E) : 중전, 네년의 속내를 내 모를 줄 알았더냐?!

경빈 : 중전마마, 신첩 국문을 받아 살점이 다 찢기고 뼈가 튕겨져나가 바스라진다 할지언정

         방자를 했다고 자복할 일은 없을 것이오니 헛된 기대일랑 버리시옵소서.

윤비 : 내 경빈과 화천군의 일에 대해 어찌 처결할지는 차후 경빈이 세자를 방자한 일을 토설하는지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니

         잘 생각해 보거라. (일어서) 가세 엄상궁! (방밖으로 나가려는데)

경빈 : 중전마마, 난정이에게 방자술을 일러준 술사놈이 신첩의 수중에 있는 한 중전마마의 뜻대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윤비 : (흠짓 돌아보며) 뭐라, 술사?!

경빈 : 예, 신첩이 잡아들인 술사놈이 난정이와 모의한 일을 토설한다면 중전마마께오서도 무사치는 못하실 것이옵니다.

윤비 : 그래, 내 경빈이 천길 허공 위에서 외줄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야.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경빈 : (윤비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긴장이 풀리는지 맥을 놓는)...!

금이 : (방문이 열리면 울상되어 방안으로 들어오며)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경빈 : (금이를 휙- 보며) 금아, 장대인한테 기별을 넣어 술사놈이 난정이와 꾸민 짓거리란 자복을 반드시 받아내라고 이르거라.

금이 : 예, 마마.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 내 결코 중전따위에게 뒷통수를 맞지는 않을 것이야! (어딘가를 휙- 노려보는) ...!



S#6. 옥매향 기방 외경 (밤)



S#7. 동 옥매향 아래채 방 안 (밤)


난정, 길상을 부축하여 자리에 눕힌다.

옥매향,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심퉁, 안절부절하여 방문 앞에 서있다)


옥매향 : 난뎡아, 대톄 무슨 닐이네? 길상툥각이 와 이러케 된기야?

난정 : 전후사정은 나중에 말해줄게. 매향아, 더운물 좀 가져다줄래?

옥매향 : 심퉁아, 날래 물 좀 데워오라우.

심퉁 : 야, 아씨. (방밖으로 나간다)

옥매향 : (길상을 보며 걱정스러운) 의원을 불러야 되는거이 아니네?

난정 : 의원은 안돼!

옥매향 : ...

난정 : (길상의 땀을 딱아주며) 길상아, 조금만 참아, 내 널 이대로 죽게 내버려두지는 않을게야. (길상의 얼굴을 내려다 보는)...

길상 : (정신을 잃은 채 신음소리) ..으으..



S#8. 갖바치 대문 앞 길 (밤)


당골네, 잔뜩 찌푸린 채 길 이편 저편을 둘러보며 궁시렁대고 있다.


당골네 : (걱정스러운) 이양반은 대체 어찌 된게야? 인왕산 호랭이한테 물려간 것도 아닐 테구!

            (번뜩) 틀림없어! 어디서 술 잔뜩 처먹고 계집질을 하는게야! 어휴, 들어오기만 해봐라, 내 가만 안 둬!

            (손톱으로 할퀴는 시늉) 기냥 콱!



S#9. 장대인집 창고 방 안 (밤)


물건들이 쌓여있는 창고 방.

한구석에 방백인이 뒷결박 당한 채 처박혀 있다.


방백인 : ..아이구.. 뒷통수야.. (눈을 뜨고 둘러보며) 여기가 대체 어디여?


방문 밖으로 횃불빛이 일렁거리며 발자국 소리.

방백인, 긴장하는데 방문이 열리고 장대인과 횃불을 든 송서방이 방안으로 들어온다.

방백인, 혼절한 척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장대인 : 깨어있는 줄 알고 있으니 눈을 뜨거라.

방백인(E) : (흠짓) 아, 아니 이 목소리는?!

방백인 : (짐짓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뜨고 보는) ..이, 이놈이 무슨 죄가 있다고 잡아오신게요?!

장대인 : (방백인 앞에 앉으며) 네놈이 난정이에게 불에 태운 쥐로 세자저하를 방자하는 비술을 일러주었느냐?

방백인 : 바,방자라닙쇼? 이놈같은 사주쟁이가 무슨..?

장대인 : (말을 자르며) 내 열흘 말미를 주지! 첫날엔 네 놈의 손가락을 자를 것이다. 그래도 토설치 않으면

            하루가 지날 떄마다 사지를 하나씩 잘라내고 여샛째 되는 날은 두 귀를 자를게다. 그 다음날은 코를 베어내고.

            다음엔 눈을 도려낼게야. 아흐레째는 혓바닥을 잘라내고. 열흘때 되는 날에는 네놈의 목을 베어버릴게다.

방백인 : (섬찟한) ..그, 그 무슨 끔찍한 말씀이십니까요?! 이놈은 참말 모르는 일입니다요!

장대인 : 몸뚱이를 잃고 싶지 않으면 하루라도 빨리 입을 여는게 좋을게다. (일어서며) 가자.

송서방 : 예.

장대인 : (송서방을 거느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방백인(E) : (낭패한) 허어, 이거 걸려도 된통 걸렸구나! 이 일을 어찌하면 좋누?!



S#10.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밤)


장대인, 의자에 앉으며 앞에 서 있는 패랭이를 본다.


장대인 : 난정이와 길상이의 목은 어찌 되었는가?

패랭이 : 곧 가져다 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장대인 : (끄덕이며) 잘되었구만..난정이는 산 채로 데려오게.

패랭이 : 예에?

장대인 : 아직은 쓸모가 있으니 병신을 만들더라고 목숨은 부지시켜 데려와야 하네.

패랭이 : 하오면 길상이는..?

장대인 : 자네 마음대로 하게!

패랭이 : 그리하지요. (조아리며 방문 밖으로 나간다)

장대인(E) : (심각한) 세자를 방자를 한 것이 난정이란 것을 밝혀내지 못하면 경빈마마와 복성군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음이야..

                 그리되면 내 앞날도..?! (연상 쾅-) 아니되지! 반드시 난정이를 잡아다 토설케 만들어야 함이야!



S#11. 경빈 처소 마당 (밤)


금이, 급한 발걸음으로 일각문을 들어와 처소 쪽으로 들어간다.



S#12. 동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금이를 보며 말한다.


경빈 : 장대인이 점바치 놈을 잡아들였다고 하더냐?!

금이 : 예, 마마. 조만간 토설을 받을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경빈 : (끄덕이며) 난정이는 어찌 되었다더냐?

금이 : 도성안에 있는게 틀림없답니다요.

경빈 : (연상 쾅-) 쥐새끼 같은 년!

금이 : 장대인이 수하들을 풀어 백방으로 종적을 쫓고 있으니 곧 잡아들일 것이라며 심려 거두시랍니다요.

경빈 : 장상궁, 궁인들에게 일러 궐안을 철저히 감시하도록 해라! 난정이가 입궐하는 즉시 잡아서 끌고 오너라!

금이 : 예에? 난정이가 입궐을요?

경빈 : 그래, 이번 일의 사후처리를 위해서 난정이년이 반드시 입궐하여 중궁전에 들 것이다.

         그때를 노리라 이 말이다. 알겠느냐?!

금이 : (결연하게) 예, 마마.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경빈(E) : 난정이년을 잡지 못하면 이제껏 쌓아올린 아흔 아홉 칸 공든 탑이 일순에 무너져 내릴 수도 있음이야!

             그리 되어서는 아니되니, 아니되고 말고!



S#13.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찻잔을 놓고 앉아있고 엄상궁과 오상궁이 그 앞에 앉아있다.


엄상궁 : 중전마마, 쇠인은 참으로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 모르겠다니, 무엇을?

엄상궁 : 어찌 경빈과 화천군의 일을 이대로 넘기시는 것이옵니까? 전하나 대비마마께 고하시오면

            경빈이 대죄를 당하게 될 것은 자명하지 않사옵니까?

윤비 : 그래 그럴수도 있을 테니...

엄상궁 : 하온데 어찌..?

윤비 : 엄상궁, 전하를 뫼시는 일품명부가 정승과 통정을 하였다는 소문이 궐밖으로 나가면 어찌되겠는가?

         왕실의 권위와 조정의 체통이 땅바닥에 떨어져 백성들은 왕실과 조정을 공경하지 않을게야.

         또한 도덕과 기강이 무너져내려 이나라의 국본이 흔들릴게 자명할게야.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워버릴 수는 없네!

엄상궁 : 하오면 경빈을 이대로 내버려두실 것이옵니까?

윤비 : 내 잠시 더 두고볼 것이야.

엄상궁,오상궁 : ...


윤비, 찻잔을 드는 얼굴 위로 떠오르는.



S#14. 중궁전 방 안 (밤/ 115회 S#13에서 이어지는)


난정(*나인의상 연결), 윤비에게 은밀히 고하고 있다.


난정 : 세자저하를 방자한 작서들이 발견되면 모두들 경빈을 범인으로 의심할 것이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그래, 그럴 것이다.

난정 : 하오면 경빈은 화천군과 대책을 강구할 것이 자명하옵니다. 경빈이 화천군을 처소로 은밀히 불러들였을 때

         중전마마께오서 경빈의 처소를 들이치시어야 하옵니다.

윤비 : 경빈의 처소를 들이치라?

난정 : 그런 연후에 총관후궁과 정승이 통정을 한 대죄로 몰아 부치시옵소서!

윤비 : (흠짓) 통정?! 네 지금 통정이라 하였느냐?

난정 : 예, 마마, 반드시 통정을 한 것으로 몰아가시어야 할 것이옵니다!

윤비 : 난정아, 내 설혹 경빈과 화천군을 동시포착 할지라도 경빈같은 위인이 순순히 자인을 하겠느냐?

난정 : 경빈은 분명 목에 칼이 들어온다 할지라도 자인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허면?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이번 일을 덮어주시는 대신 경빈에게 세자저하를 방자한 일을 자복하라 하시옵소서.

윤비 : 네 뜻을 알 수가 없구나. 스스로 한 짓거리 조차 시치미를 잡아 뗄 경빈이 하지도 않은 짓거리를 자복할리 있겠느냐?

난정 : 자복치는 않을 것이오나 위기감을 느낀 경빈이 조정신료들을 다그쳐 세자저하를 폐위시키려는 이를 서두릴 것이옵니다.

윤비 : 그리 되면?

난정 : 예, 그리 되오면 일을 다그치는 경빈과 몸을 사리려는 조정신료들 사이에 반드시 틈이 벌어질 것이옵니다.

         그 와중에 중전마마께오서 약점을 틀어쥐고 계신 화천군만 잘 이용하시온다면...

윤비 : 경빈이 그토록 믿고 있는 조정신료들이 경빈을 도려내 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더냐?!

난정 : 예, 마마! 그리 되어야 경빈 뿐 아니오라 차후에 철옹성같이 버티고 있는 조정의 공신들을 깨부술 수가 있사옵니다!



S#15. 동 중궁전 방 안 (현실)


윤비, 결연한 얼굴 위로.


윤비(E) : 그래 내 이번 참에 경빈 뿐 아니라 경빈과 복성군을 추종하는 조정 공신들까지도 바수어버릴 것이야!

             그러기 위해서 조정신료들 손으로 경빈을 도려내게 해야 함이야! 조정신료들 손으로!



S#16. 심정 사랑채 방 안 (밤)


심정, 연상 앞에서 한 손으로 이마를 괸 채 생각에 잠겨있다.


심정(E) : 만에 하나 중전마마께오서 오늘밤 일을 전하께 고한다면 내 목숨을 부지할 수가 없을 것인데..

              허어,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심정집사(E) : (방 밖에서) 대감마님, 장판서와 김도총관대감이 뵙기를 청하시옵니다요.

심정 : (깨어나며) 오, 어서 드시라 해라.


장순손과 김극핍,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심정 : 대감들 어서들 오세요.

장순손 : (앉으며) 화천군대감, 경빈마마를 뵈온 일은 어찌 되시었사옵니까?

김극핍 : (앉으며) 경빈마마께 우리의 뜻을 전하시었사옵니까?

심정 : 헌데.. 마마께오선 맞불을 놓으라 하시었소이다.

김극핍 : 맞불이요? 허면 역모고변을 강행하란 말씀이시옵니까?

심정 : 예, 분명 그리 말씀 하시었사옵니다.

장순손 : 허어, 어찌 마마께오서 그리 지당치 못한 말씀을 하시었을까요? 세자를 방자한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세자저하가 연루된 역모를 고변한다면 그 불똥이 우리들에게 튈 것이 자명할 터인데...

김극핍 : 대감, 경빈마마께 우리의 뜻을 다시 말씀 올리시는 게 좋을 듯 싶사옵니다.

심정 : 허나 경빈마마의 뜻이 완강하시오니...

김극핍 : 아니 될 말씀이시옵니다! 섶을 지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 수는 없사옵니다!

장순손 : 암요! 만약 화천군께오서 이번 일을 밀어붙이시겠다면 이사람은 한발 물러설 수 밖에요!

김극핍 : 이사람 뜻도 같사옵니다.

심정 : (놀라보며) 허면 대감들은 경빈마마의 뜻을 거역하시겠단 말씀이시오?

김극핍 : 아무리 경빈마마의 뜻이라도 아니되는 일은 아니되는 게지요!

심정 : 뭐, 뭐요?

장순손 : 도총관 말씀이 지당하옵니다. 허면 이사람들은 이만 물러가옵니다.

장순손, 김극핍 : (일어서는데)

심정 : (당혹스러운) 대, 대감들...내 말 좀 들어보시구려.

장순손, 김극핍 : (방 밖으로 나가버린다)

심정(E) : 아니, 이자들이 이제 와서 경빈마마께 등을 돌리겠다는 말인가?



S#17. 김안로 유배지 초가 방 안 (밤)


김안로와 김제학, 등잔불 아래 앉아있다.


김안로 : 장차 경빈을 추종하는 조정신료들 사이에 자중지란이 벌어질 것이오이다.

김제학 : 자중지란이라니요? 화천군을 중심으로 한 주먹으로 똘똘 뭉쳐있는 조정신료들인데 쉽사리 틈이 벌어지겠사옵니까?

김안로 : 두고 보시구려. 경빈이 세자저하를 방자한 범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판국이니

            저마다 제 살 길을 찾으려고 버둥대다가 반드시, 반드시 산산조각이 나버릴 겝니다!

김제학 : ..음!

김안로 : 영감께오선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신료들 중에서 쓸만한 인재들을 물색하여 우리 사람으로 규합하여 주시오!

김제학 : 그리 하겠사옵니다.

김안로(E)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경빈이 피운 꽃이 시들때가 되었음이야!! 하하하.



S#18. 달 (INSERT)



S#19. 옥매향 아래채 방 안 (밤)


길상, 옆구리와 어깨에 천을 감은 채 잠들어 있다.

난정, 피곤한 기색으로 길상을 보고 있다.


옥매향 : (난정을 보며) 난뎡아, 니뎨 길상툥각두 한고비 넘긴 듯 하니, 눈둄 부티라우. 이러다 너까디 쓰러디겠다.

난정 : (매향을 돌아보며) 매향아, 내 대신 길상이를 잘 돌봐줘.

옥매향 : 와, 넌 어칼려구?

난정 : 내 급히 중전마마를 뵈어야 해.

옥매향 : 댱대인이 풀어놓은 칼잽이가 너를 노린다믄서? 난뎡아, 기러디 말고 당분간 내 기방에서 숨어 지내라우.

난정 : 그럴 순 없어...

옥매향 : 그러면?

난정 : 매향아, 이 기방에 손님들 술값 대신 맡아놓은 의관 있지?

옥매향 : 기런데? 기건 와?

난정 : ...!



S#20. 윤원형 대문 안 마당 (낮)


김씨, 삼이와 배천댁, 탄실이를 거느리고 중문 밖으로 나와 대문쪽으로 온다.

윤원형, 배웅하듯 그 뒤를 따라나온다.


윤원형 : 삼아, 절에 가지 말고 이 아비와 집에서 글공부나 하자구나.

삼이 : 나으리, 이놈은 부처님께 절을 올리는 것이 좋사옵니다.

윤원형 : 허, 삼이 네가 절 핑계대고 뚝섬에서 배 타닌 재미를 들인게지?

섬이 : (머쓱한)...

윤원형 : 그놈 참말인 모양이구나.

김씨 : 서방님, 소첩 다녀 오겠사옵니다.

윤원형 : 부인, 조심해 다녀오시구려.

김씨 : (일행을 거느리고 대문 밖으로 나가는)

윤원형 : (기지개를 펴며) 춘래불사춘이라! (몸을 돌려 중문쪽으로 가는데)

임서방 : (다가오며) 나으리.

윤원형 : (돌아보며) 무슨 일인가?

임서방 : (봉투없는 서찰을 전하며) 정초시란 분이 뵙자는 전갈을 보내왔사옵니다.

윤원형 : (서찰을 받고 갸웃거리며) 정초시?.. 정초시라..? 누구지?



S#21. 어느 정자 안팎


윤원형, 정자쪽으로 다가오는데

난정, 갓과 도포차림으로 정자 난간 쪽에 등을 돌린 채 서있다.


윤원형 : (정자 위로 오르며) 노형께서 정초시오?

난정 : (돌아보며 낮게) 서방님!

윤원형 : (놀라) 아, 아니 부인?! 이게 어찌된 영문이오? 묘향산에 계시어야 할 부인께서 난데없이 도포차림으로...?!

난정 : (주변을 살피며) 남들 눈을 피하려면 어찌할 수 없었사옵니다.

윤원형 : 남들 눈을 피하다니요? 대체 그 무슨 말씀이오?

난정 : 서방님, 아무 것도 묻지 마시옵고 소첩을 도와주시옵소서.

윤원형 : ...?!



S#22. 편전 외경



S#23.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과 심정, 이유정(*), 장순손, 김극핍, 이항, 윤은보 박승지와 판서급 대신들

그리고 윗목에 도승지 강찬이 앉아있다.


중종 : 과인은 세자생일에 동궁에서 일어난 변괴가 필시 세자를 동티내여 국본을 동요 시키려는 자의

         강포(强暴)한 소행이라 생각하오. 과인은 즉시 추핵하여 범인을 색출하고 그 배후를 드러내고자 하니

         경들은 과인의 뜻을 받들어 추호의 의혹도 없이 진상을 밝혀주시기 바라오!

심정 : 전하, 동궁전에서 일어난 괴변은 경악스럽기 짝이 없사오나 신의 생각에 이는 조정의 일이 아니오라

         내명부의 일이라 사료 되옵니다. 하오니 내명부에서 추문하여 다스리게 하심이 가할 줄로 사료 되옵니다.

정광필 : 좌상대감, 지난번 변괴는 분명 세자저하를 모해하려는 대역무도한 무리의 소행임이 자명하거늘 내명부의 일이라니요!

            이번 일은 반드시 조정에서 추핵하여 범인과 그 배후를 철저히 밝혀내어

            차후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야 할 것이오이다!

심정 : ..허, 허나..

중종 : 영중추부사 말이 옳도다! 판의금부사는 이번 일에 연루된 궁인들을 의금부로 잡아들인 연후에 문초토록 하라!

대신1(*) : 예.

심정 : (낭패한 표정) ...!

장순손,김극핍 : (이항과 눈짓을 맞추며 심정을 보는)

윤은보,박승지 : ...



S#24. 대궐일각


1) 금부도사의 지휘로 나인1,2(*쥐를 처음 발견했던 이)가 겁에 질려 끌려간다.

2) 나인3(*심정과 말을 나누었던 이)이 금부군사들에게 끌려간다.

3) 또 다른 무수리들이 군사들에게 질질 끌려간다.



S#25. 대비전 방안


자순대비 옆에 윤비가 앉아있고 그 앞에 희빈과 창빈, 그리고 홍숙의, 이숙의, 이숙원과 김숙원이 앉아있다.


자순대비 : 여기 앉아계신 분들도 세자의 탄일날 있었던 요괴스러운 일에 대해 들어 아시고 있으리라 믿소.

일동 : ...

자순대비 : 이 늙은이 생각엔 세자를 음해하기 위해 작서를 매단 것은 궐 내부인의 소행이라고 확신하오.

               혹시 그 일에 대해 아는 바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고하여 주시오.

               내 이 자리에서 있었던 말에 대해선 죄를 묻지 않을 것이오.

창빈 : 신첩, 그전에 대비마마께 여쭐 말씀이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말씀해 보세요, 창빈.

창빈 : 어찌 이 자리에 경빈은 참석치 않은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흠짓 보며) ..그, 그건...

윤비 : 대비마마, 신첩이 답을 하도록 윤허하야 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그래요, 중전이 말씀하시구려.

윤비 : (후궁들을 훑어보며) 너희들도 이번에 세자를 음해하려던 자가 경빈이라는 소문은 들었을 것이다.

일동 : (희빈, 창빈, 흠짓하여 보는) ...!

희빈(E) : 암요, 경빈이 틀림없을 겝니다! 그런 짓거리를 할 배포를 지닌 사람은 경빈 밖에 없고 말고요!

윤비 : 경빈은 이번 일을 자행한 범인으로 의심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번 대비마마께 불경한 짓거리를 저지른 일로

         금족령이 내렸기에 이 자리에는 부르지 않은 것이다. 또한 대비마마께오서 너희들을 불러 들이신 뜻은

         이번 동궁침소와 둥궁후원에 작서로 세자를 음해하려던 범인을 색출하는데 실마리를 찾아보시려는 연유와 더불어

         흐트러진 내명부의 기강을 바로 세우시고자 하는 뜻이 계시었다.

일동 : ...?!

윤비 : (후궁들을 엄하게 보며) 어찌 지엄한 궁중에서 동궁후원에 흉물들이 내걸리고

         어찌 일개 후궁 따위가 대비마마의 면전에서 망극한 짓거리를 할 수 있단 말이냐!

         어찌 내명부의 기강이 이리도 흐트러졌단 말인가?! 내 참으로 부끄럽고 망극하여 대비마마를 볼 찾이 없구나!

일동 : (움찔 움츠려드는) 망극하옵니다-

윤비 : 내명부의 기강과 법도가 문란해진 것은 내명부를 다스리는 중궁의 책임이 분명할 터, 내 너희들에게 죄를 묻기에 앞서

         중궁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스스로에게 죄를 물을 것이다. (방문쪽을 보며) 엄상궁 들이게!

엄상궁(E) : 예.


엄상궁, 방문이 열리면 목침과 회초리를 받쳐 들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희빈과 창빈, 후궁들 의아하게 보는데.


윤비 : 내려놓게.

엄상궁 : 예. (윤비 앞에 회초리와 목침을 내려놓고 물러선다)

윤비 : 너희들의 손으로 내명부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중궁의 종아리에 회초리를 치거라!

일동 : (놀란 눈으로 보는데) ...?!

윤비 : (치마를 걷고 목침 위로 올라 서며) 희빈, 네 먼저 치거라!

희빈 : (놀라) 중전마마,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어찌 신첩 따위가 중전마마의 존체에 매를 칠 수 있겠사옵니까?!

윤비 : 허면 창빈이 먼저 치겠느냐?!

창빈 : (울먹이며) 마마, 신첩들이 잘못 하였사옵니다. 부디 회초리를 치라는 명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일동 : (조아리며) 거두어 주시옵소서!

윤비 : 너희들이 내게 회초리를 치지 못하겠다면 내 어찌 내명부의 기강을 바로 잡을 수가 있겠느냐?!

희빈 : ..마마, 신첩들의 대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흐흑..

일동 :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 너희들이 못 치겠다면 내 스스로 칠 수 밖에! (회초리를 뽑아드는데)

창빈 : (앞으로 나서서 윤비의 손을 막으며) 마마, 차라리 신첩에게 매를 치시옵소서.

         신첩이 마마를 대신하여 맞겠사옵니다. 흐흑..

희빈 : (눈치를 보다가 앞으로 나서며) 아니되옵니다. 신첩이 대신 맞겠사옵니다!

일동 : (모두들 나서며) 신첩이 대신 맞겠사옵니다!

윤비 : ...!

자순대비 : 중전, 후궁들께서 잘못을 크게 뉘우치는 듯 싶으니 이만 목침에서 내려오세요.

윤비 : (후궁들을 보며) 너희들이 정녕 나를 대신하여 회초리를 맞겠느냐?!

일동 : 예, 마마!



S#26. 동 대비전 마당


향이를 비롯한 각 처소 상궁나인들이 도열하여 서있는 모습 위로,

(E) 대비전 안에서 들려오는 찰싹- 찰싹- 회초리 소리


향이 : (안쓰럽게 대비전을 보는데)...

금이 : (급히 향이 쪽으로 오며) 정상궁,, 무슨 일인가?

향이 : 중전마마께오서 후궁마마들 종아리에 회초리를 치고 계셔.

금이 : 무어라? 회초리? (놀란 눈으로 대비전을 돌아보는)



S#27. 동 대비전 방 안


윤비, 목침 위에 올라선 창빈의 종아리에 찰싹- 회초리를 치고 있다.

창빈,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참는다.

희빈, 창빈이 맞을 때마다 마치 자신이 맞는 듯 움찔거리며 겁에 질린다.

(*윤비 앞에는 부러진 회초리 몇 개가 놓여있고,

희빈을 제외한 모든 후궁들이 회초리를 맞은 듯 눈물을 글썽이며 고통스런 표정으로 앉아있다)


윤비 : (회초리를 멈추고) 되었느니, 내려 서거라.

창빈 : (치마를 내리고 목침에서 내려와 절뚝거리며 자리에 앉는다)

윤비 : 끝으로 희빈 올라 서거라!

희빈 : 예, 마마..(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치마를 걷고 목침 위로 올라선다)


윤비, 사정없이 회초리를 찰싹- 내려치면 희빈, 악- 비명을 지르며 종아리를 움켜쥔다.


윤비 : 희빈, 이깟 회초리를 못 참아서야 어찌 내명부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겠느냐?! 손을 치우지 못할까?!

희빈 : 예, 마마.. (울상되어 손을 올리면)

윤비 : 세거라! (매섭게 회초리를 쳐댄다)

희빈 : (맞을 때마다 숫자를 세면서 이를 악물로 흐느끼는) ..흐흑.. 두울.. 세엑.. 흐흑..

         (종아리의 살갗이 터지고 피가 흐르는) ..흐흑.. 아홉.. 여얼..

윤비 : 되었다, 내려 서거라!

희빈 : (목침에서 내려와 자리에 앉으며) 흐흐흑...

윤비 : (피묻은 회초리를 내려놓으며) 지금 너희들이 맞은 회초리는 차후 내명부 기강을 바로 세우는데 앞장 서겠다고

         대비마마께 드리는 다짐이니라. 대비마마께 맹세 드릴 수 있겠느냐?!

일동 : 맹세 드리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 애쓰시었소.. (후궁들을 보며) 후궁들 회초리를 치시는 중전의 마음도 편치는 않으시었을 게요...

일동 : ...

자순대비 : 내 내명부의 기강을 확립하겠다는 여러분의 맹세를 들으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세자를 음해하려는 자를 색출하여

               징치하는 게 우선 일 듯 싶소. 그 일에 대해 아는 바가 있다면 기탄없이 말씀들을 해보시오.

일동 : ...

희빈 : (눈치를 보다가) ..대비마마, 신첩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말씀해 보세요, 희빈.

희빈 : 이번 동궁전 변괴와 관련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오나..지난번 경빈이 신첩과 후궁들을 청해놓고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대감이 역모를 일으킨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뭐라? 역모?!

희빈 : 예,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대감이 조정에 돌아오면 우리의 가문은 멸문지화를 당할 것이며

         우리가 생산한 왕자, 왕주들까지 무사치는 못할 것이라면서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대감이 조정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말을 하였사옵니다.

자순대비 : 뭐라? 희빈, 그 말이 참이오?!

희빈 : 예, 여기있는 후궁들도 똑독히 들었을 것이옵니다. (돌아보며) 아니 그렇소?

일동 : (창빈을 제외한) 예.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E) : (분노로 일그러지는) 경빈, 그것이 정녕?!

윤비(E) : 경빈, 네가 탄 배가 가라앉고 있음이구나!



S#2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복성군과 윤씨가 앉아있고 윗목으로 혜순옹주와 혜정옹주가 앉아있다.

경빈, 윗목에 서있는 금이를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경빈 : 뭬야, 중전이 대비전에서 후궁들에게 회초리를 치고 있다?

금이 : 예, 마마. 동궁에 작서를 매단 일을 추궁하시는 듯 싶었사옵니다.

경빈 : 허, 대비께오서 노망이 든 게지! 어찌 후궁들을 대비전에 불러들이시어 중전에게 회초리를 치라 하실 수 있단 말인가?!

         (들으라는 듯) 후궁들 종아리가 부러져 나갈 때까지 실컷 매질을 해보시라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회초리를 쥐고 있는 중전께서 한 일을 어찌 후궁들에게 추궁한단 말이냐?!

혜순옹주 : (동그랗게 보며) 어머니, 참으로 중전마마께오서 세자를 방자하신 것이옵니까?

혜정옹주 : 언니, 그 무슨 망극한 말씀이오?

경빈 : 철환아, 넌 궁궐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입을 다물거라.

혜순옹주 : 예, 어머니.

경빈 : 며늘아, 너도 그리해야 하느니라.

윤씨 : 명심 하겠사옵니다.

복성군 : 어마마마, 소자 어마마마께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경빈 : 그래요?..장상궁, 세분을 곁방으로 뫼시게.

금이 : 예. 일어들 나시지요.

혜순, 혜정, 윤씨 : (일어나 조아리고 금이를 따라 방문 밖으로 나간다)

경빈 : 복성군, 이 어미에게 하실 말씀이 무엇이오?

복성궁 : 어마마마, 정녕 세자를 방자한 일에 대해 모르시옵니까?

경빈 : (굳는) ..복성군께서도 이 어미를 의심하시는 겝니까?

복성군 : 소자는 잘, 모르겠사옵니다.

경빈 : 복성군, 이번 일은 중전이 난정이년을 앞세워 저지른 짓거리라 틀림 없소.

복성군 : 중전마마께오서 어찌요?

경빈 : 그 죄를 이 어미한테 뒤집에 씌워려는 수작이지요.

복성군 : 예에?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방자를 하신 확증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꼼짝없이 어마마마께오서 죄를 당하실 것이 아니옵니까?

경빈 : 복성군,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오! 이 어미를 믿으세요.

복성군 : 하오나..

경빈 : 장대인이 동궁에 방자질을 꾸민 놈을 잡아들였으니 중전의 죄상이 백일하에 밝혀질 테니 아무 걱정 마세요!

복성궁 : ...



S#29. 장대인 집 창고 방 안


방백인, 뒷결박을 당한 채 장대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장대인, 뒤로 송서방과 험상궃게 생긴 수하들이 서있다.


장대인 : 네 정녕 실토하지 않을 참이냐?

방백인 : 이놈은 아는게 없는데 대체 무엇을 실토하라시는 게요?

장대인 : 네 놈이 난정이에게 쥐를 태워 방자하는 비술을 일러주지 않았더냐?!

방백인 : (도리질) 그런일 없소이다.

장대인 : 몸뚱이를 아낄 줄 모르는 놈이구나. (수하들에게 눈짓을 하면)

수하1,2(*) : (방백인의 결박을 풀어 왼손을 강제로 내밀게 한다)

방백인 : 왜, 왜들 이러시는 게요?

장대인 : 송서방, 이리 주게.

송서방 : (마개가 막힌 호리병을 건네주는) 여기 있습니다요.

장대인 : (마개를 열고 호리병 속에 든 기름을 방백인 손에 붓는다)

방백인 : (그 냄새에 코를 찡그리며) 무슨 짓을 하는 게요?!

장대인 : 유황을 썩은 기름이다. 네 손가락을 자르기 전에 장을 지져주마.

방백인 : 자, 장?!

장대인 : (수하가 들고선 횃불을 건네받으며) 네놈이 두번 다시는 육갑을 짚지 못할 게다.

            (횃불을 방백인의 손에 가까이 가져가면)

방백인 : (겁에 질려) 난 참말 모르는 일이오! 모른다니까?! 아악-


방백인, 비병을 질러대는 데서.



S#30. 갖바치 마당


갖바치 평상 위에 안자 풀 죽은 채 앞에 서있는 당골네를 본다.


갖바치 : 그 무슨 말이오?! 아우가 난정이한테 방자하는 비술을 전해줬다니오?

당골네 : 난정이가 하도 졸라대는 통에 일러준 모양인데...

            아무래도 이 양반이 그 일루다 무슨 변고를 당한게 틀립없는 듯 싶습니다요...

갖바치 : 허어, 이런 정신 나간 사람들을 보았나?! 어쩌자고?!

당골네 : 어르신, 화는 나중에 내시고 우리 바깥양반 좀 찾아주시오, 예?

갖바치 : 인과응보이거늘! 그런 짓거리를 하고도 살아남길 바랬단 말이오?! 그런 놈은 살든 죽든 내 알바 아니오!

            (일어나 대문 밖으로 휙- 나가버린다)

당골네 : ..어른신.. 아유, 이거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놨으니 이 일을 어째?

임백령 : (방문을 벌컥 열고 나오며) 아주머니, 내 어찌 이 집에 있는 게요?!

당골네 : (흘겨보며) 그걸 쇤네한테 물으면 어찌합니까요?! 나도 모릅니다요! (부엌으로 들어가버린다)

임백령 : (골치가 아픈 듯 머리를 쥐며 마당으로 내려서는)..허, 정인한테 버림받은 낙방거사라고

            천한 아낙까지 선비를 괄시하는구만...! 하하하하! (웃으며 대문 밖으로 나간다)



S#31. 어느 숲석 길 (길상의 꿈)


난정, 누군가에게 쫓기듯 도망치고 있다.

패랭이, 칼을 뽑아든 채 난정의 뒤를 쫓고 있다.

난정, 뒤를 돌아보다가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진다.

난정, 숨을 몰아쉬며 낭패한 표정으로 돌아보면

패랭이, 어느새 살기 띈 웃음을 흘리며 난정 앞에 다가와 서있다.

패랭이, 칼을 치켜들고 절망스러운 난정을 베려는데.


길상(E) : 아니 돼!


난정과 패랭이, 돌아보면 길상, 한편에 서 있다.


난정 : (간절하게 손을 내밀며) 길상아, 살려줘!


길상, 칼을 뽑아들고 패랭이를 향해 달려가는데

패랭이, 단호하게 단칼에 난정을 베어버린다.

난정, 피를 뿜으며 쓰러진다.

패랭이, 길상에게 싸늘한 미소를 던지며 몸을 날려 사라진다.

길상, 난정의 시신을 부둥켜 안고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길상 : 난정아- 난정아- 아니 돼! 아니 돼!



S#32. 옥매향 기방 아랫방 안


길상, 땀투성이의 얼굴로 몸을 일으키며 소리친다.


길상 : 아니 돼! 아니 돼! (고통스러운) ..윽!


길상, 옆구리를 움켜쥐고 주변을 둘러보면 꿈이다.


길상 : (숨을 몰아쉬다가 문득 불길한 표정으로) ..난정아.. (어딘가를 휙- 돌아본다)



S#33. 중궁전 마당


난정, 윤원형 관복차림으로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합문을 들어온다.

난정, 중궁전 계단을 올라간다.



S#34.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관복차림의 난정을 미소로 보며 말한다.


윤비 : 지난번엔 나인복색이더니 이제는 오라버니 관복이라? 천변만화란 난정이 너를 일컫는 말인 듯 싶구나.

난정 : (진지하게) 경빈이 보낸 자객이 소첩의 목숨을 노리고 있사옵니다.

윤비 : (굳는) 뭐라? 자객이 네 목숨을 노린다?

난정 : 앞으로 경빈이 살아남고자 마지막 발악을 할 것이옵니다! 하루라도 빨리 경빈을 도려내지 않는다면

         소첩의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옵니다.

윤비 : 난정아, 네 중궁전 안에 머물거라. 허면 내가 너를 지켜줄 것이야.

난정 : 소첩은 아직 궐 밖에서 할 일이 남아 있사옵니다.

         마마, 지난번 말씀 올린 경빈과 화천군이 방 안에 있는 것을 포착하시었사옵니까?

윤비 : 오냐, 그래. 내 네 말대로 하였다.

난정 : 참으로 잘 하시었사옵니다!

윤비 : 지금 전하의 마음도 경빈에게서 멀어지시었고 대비마마는 물론이고 후궁들까지도 경빈에게 등을 돌리고 있으니

         경빈을 내칠 때가 무르익은 듯 싶구나.

난정 : 하오나 아직 조정의 대세는 경빈 손에 있사옵니다!

윤비 : 조정의 대세라..?

난정 : 중전마마, 심려 거두시옵소서. 소첩, 반드시 경빈에게 가장 충직한 신하였던 화천군의 손으로

         경빈을 찍어내게 할 것이옵니다!

윤비 : 네 혼자 힘으로 화천군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 있겠느냐?

난정 : 서방님께오서 도와주실 것이오니 그리 될 것이옵니다.

윤비 : 난정아, 경빈이 궐 밖으로 쫓겨나가기 전까지는 부디 몸조심 하거라!

난정 : 중전마마, 소첩의 몸뚱이는 중전마마를 위하여 쓰이는 연장이옵니다.

         중전마마의 윤허 없이는 터럭 하나도 함부로 훼손지 않을 것이옵니다!



S#35. 대궐 일각


심정, 힘없이 걸어오고 있는 얼굴 위로.


심정(E) : 중전마마께오서 지난밤 일을 전하께 고하시는 날이면 내 목숨이 날아갈 것이야...

              허어, 내 어찌하여 오른 정승의 자리인데 달수도 채우지 못하고 파직을 당하게 생겼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누? 어찌하면... (한숨을 내쉬는)

박희량 : (반대편에서 다가오며) 화천군대감, 어찌 이리 몸에 풀기가 없으시옵니까?

심정 : 아, 아닐세.. 다들 모이시었는가?

박희량 : 예, 어서 빈청으로 드시지요.


심정과 박희량, 어디론가 간다.

난정, 한쪽 모퉁이에서 나타나며 심정과 박희량의 뒷모습을 싸늘하게 보다가 몸을 돌려 간다.



S#36. 빈청 안


장순손, 김극핍, 이항과 이유청(*), 판서급 대신들이 둘러 앉아있다.


장순손 : 전하께오서 경빈마마께 금족령까지 내리시었으니 경빈마마께오서 전하의 총애를 읽으신 것이나 진배 없소이다.

일동 : (웅성거리는) ...!

이항 : 장대감,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겝니까?!

김극핍 : 장판서 말씀은 만에 하나 이번 추국에서 세자저하를 방자한 사람이 경빈마마로 밝혀진다면

            조정에서 경빈마마를 두호해서는 아니 될 것이라는 이 말씀이외다.

장순손 : 지당한 말씀이시옵니다. 썩은 동아줄을 붙들고 아등바등 할 것이 아니라 새 동아줄을 꽉 움켜쥐자 이 말슴이지요.

이항 : 장대감이 말씀하시는 새 동아줄은 누구이옵니까?

장순손 : 그야 세자저하이시지 누구이겠소이까?!

일동 : (공감하듯 끄덕이는데) ...

심정 :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며) 뭐요?! 새 동아줄이라니요?!

장순손 : (힐끔 보며) 화천군대감, 어찌 기침도 없이 드시옵니까?

김극핀 : (머쓱한 헛기침) 흠흠..

일동 : (심정의 시선을 피하는) ...

박희량 : (심정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

심정 : 복성군께 충성을 맹세한 대감들께서 어찌 이럴 수가 있소이까?! 명생이 이 나라 조정을 이끌어 간다는 대감들께오서

         어찌 하루 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지조를 버리시는 것이오이까?!

김극핍 : 대감, 정치란 시류를 따라 흐르는 것이오이다. 헌데 어찌 지조를 버리는 것이라 하시오이까?!

장순손 : 암요?! 경빈마마께오서 동궁후원에 작서를 매달지만 않으시었어도 이런 일은 없으시었을 테지요!

            경빈마마께오서 스스로 화를 자초하신 일을 어찌 이 사람들에게 떠넘기려 하시옵니까?

심정 : 뭐요? 허면 대감들께선 경빈마마께오서 세자저하를 방자하시었다고 믿으시는 게요?!

장순손 : ..아니면 누가 그런 짓거리를 하겠소이까?

심정(E) : (울그락 불그락) 이놈들이 정녕...?!

이항 : 이사람이 사헌부 관헌들을 시켜 알아본 바로도 경빈마마께오서...

심정 : 듣기 싫소! 한 배를 타기로 맹세한 대감들께서 어찌.. 어찌..?! 대감들 부끄럽지도 않소이까?!

장순손 : 그 배가 썩은 배였으니 탈이지요.

심정 : (장순손과 일동을 치를 떨며 노려보는) ..지금 그 말을 경빈마마 앞에서도 내뱉으실 수 있겠소이까?!

김극핍 : 내 목숨을 구명하려는데 못 할 게 무에 있겠소이까? (일동을 둘러보며) 아니 그렇소이까?

장순손 : 암요, 지당한 말씀이지요!

심정 : (일동을 노려보다가 몸을 휙- 돌려 빈청 밖으로 나가버린다)

일동 : (장순손, 김극핍, 이항을 중심으로 수군거리는데) ...

박희량(E) : (일동을 보는) 달변 삼키고 쓰면 뱉는다? 참으로 개판이로구나, 개판이야!



S#37. 빈청 밖 마당


심정, 분노한 표정으로 다급하게 나온다.


심정(E) : (빈청족을 휙- 돌아보는 얼굴 위로) 내 저런 자들과 의기투합 하였다니?!

김안로(E) : (어디선가 들려오는) 하하하-

윤임(E) : (조롱하는 듯한) 하하하-


심정, 웃음소리를 쫓아 주변을 둘러보면

(INSERT CUT) 조롱하는 듯 웃어대는 김안로와 윤임의 얼굴.

심정, 괴로운 듯 머리를 감싸쥐며 어디론가 가버린다.



S#38. 편전 방 안


자순대비, 격양된 표정으로 중종을 보고 말한다.


자순대비 : 주상, 당장 경빈을 금부에 잡아들이세요!

중종 : 어마마마, 소자 역시 경빈이 어마마마께 저지른 패악무도한 짓거리를 생각하면

         당장 폐서인 시켜 사가로 내쫓고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헌데 어찌 경빈을 폐서인 시킨다는 어명을 내리시지 않으시는 게요?!

               주상께서는 이 어미가 더한 수모를 당해야 경빈을 내치시렵니까?

중종 : 어마마마, 경빈이 깊이 뉘우치고 있을뿐 아니오라 소자가 금족령을 내리지 않았사옵니까?

자순대비 : 뉘우치다니요?! 경빈은 뉘우칠 사람이 아닙니다.

중종 : 어마마마...

자순대비 : 경빈은 이 어미에게 패악무도한 짓거리를 저질렀을뿐 아니라 세자를 음해하려고 방자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희락당과 판부사가 역모를 일으키려 했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하여 왕실과 조정을 분란시키고 있어요!

               주상, 경빈의 죄상이 아직도 모자란 것입니까?!

중종 : 어마마마, 확증도 없이 일품명부를 의금부에 가두고 문초를 할 수는 없사옵니다.

         오늘밤 추국을 할 것이오니 잠시 더 지켜보시옵소서.

자순대비 : 주상, 어찌 이리도 심약하십니까?! 경빈을 당장 내치시지 않으면 왕실과 조정에 더 큰 변괴가 생길 겝니다!

               이 어미의 말씀을 명심하세요! (벌떡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간다)

중종 : (한숨을 내쉬는) ... ...



S#39. 동 편전 복도


자순대비, 방밖으로 나오면 대전내관과 김상궁, 조아린다. (*복도 뒷편에 봉상궁이 서있다)

자순대비, 방문쪽을 돌아보는 얼굴 위로.


자순대비(E) : 그래요, 이십년 넘게 주상과 살을 맞대고 뫼시어 온 조강지처나 다름없는 경빈을 어찌 쉽게 내치실 수 있겠소?...

                    허나 이 어미는 경빈과는 한 하늘을 이고 살지는 않을 겝니다!

자순대비 : 가자, 봉상궁. (앞장 서서 가면)

봉상궁 : 예. (자순대비 뒤를 따른다)



S#40. 동궁전 방 안


세자와 이언전(*시강원설서), 각기 연상 위에 책을 놓고 앉아있다.

세자, 책을 읽다가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다.


이언적 : (보며) 세자저하, 어디가 미령하시옵니까?

세자 : 스승님..근자에 이사람을 방자한 일로 궐 안이 소란스럽다고 들으니 마음이 무겁사옵니다.

이언적 : 저하, 누군가 그런 요괴스러운 짓거리를 했다면 추핵하여 범인을 색출하는 것이 당연하거늘 어찌 그러시옵니까?

세자 : 누군가 이사람을 음해하려 했다면 근본 까닭은 내 부덕의 소치이온데

         형장을 치고 추문을 하여 범인을 밝혀낸다고 하여도 내 마음이 가벼워질 듯 싶지가 않사옵니다.. (한숨을 내쉬는)

이언적(E) : (감동스럽게 보는) 참으로 성군의 자질을 갖추시었구나!



S#41. 장대인 사랑채 외경


송서방, 방문 앞에 서있는 모습 위로.


장대인(E) : 사람을 내어놓으라니?! 뜬금없이 그 무슨 소리인가?

송서방 : (불안한 듯 방쪽을 돌아보는)...!



S#42.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갖바치, 장대인을 팽팽하게 쏘아보며 섰다.


갖바치 : 장대인이 잡아가둔 내 아우를 내놓으라 이 말이외다!

장대인 : 나같은 장사꾼이 무엇하러 점바치 따위를 잡아들였겠는가?

갖바치 : 내 아우가 세자저하를 방자하였다는 토설을 받아내려는 속셈이겠지요!

장대인(E) : (흠짓한) 아니, 이놈이 어찌 그걸?!

갖바치 : 내 말에 틀림이 있소이까?!

장대인 : (표정수습하며) 하하하, 앉아서 천리를 내다본다는 자네의 식견이 고작 이정도인가?

            자네 아우놈한테 그런 대역부도한 혐의가 있다면 금부에 넘기면 그만인 것을 내 어찌 번거로운 일을 하겠는가?!

갖바치 : ..음!

장대인 : 내 지난번 복성군마마께오서 당하신 수모를 생각하면 네놈의 뼈 몇개쯤 추려놓고 싶다만

            아우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상하여 곱게 보내주마! 물러가거라!

갖바치 : 내 지금은 돌아가겠소이다. 허나, 내 아우에게 터럭만큼이라도 해를 끼친다면 네 년도 무사치는 못할 것이다!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 : (쏘아보며) 건방진 놈같으니라구!



S#43.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옥매향, 아래채쪽으로 갈어건다.

심퉁, 손에 미음소반을 들고 옥매향의 뒤를 따른다.

옥매향 아래채 방문을 여는데.



S#44. 동 옥매향 기방 아래채 방 안


옥매향, 방문을 열고 보면 텅 빈 방안.


옥매향 : (갸웃) ..길상툥가이래 성티도 않은 몸을 해갖구서리 어딜 간거이디?!



S#45. 어느 길


길상, 옆구리를 움켜쥔 채 비틀거음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다.


길상 : (고통스러운 표정) .. 난정아, 네 대체 어디로 간게냐?!


길상, 문득 멈춰서서 담장 옆으로 몸을 숨긴다.

패랭이, 맞은편에서 걸어와 길상이 숨은 담장 옆을 지나쳐 간다.

길상, 몸을 드러내고 패랭이가 가는 뒷모슴을 노려보는데 누군가의 손이 길상의 어깨를 탁 친다.

길상, 놀라 돌아보는데 갖바치가 서있다.


갖바치 : 자네, 왜 그러는가?

길상 : ..갖바치 어른.. (눈이 풀리며 스르르 무너지는)

갖바치 : (길상을 부축하며) 이보게, 정신차리시게!


갖바치, 길상을 떠매듯 부축하고 어디론가 간다.



S#46. 편전 복도


세자와 세자빈, 박상궁과 동궁전내관, 최상궁을 거느리고 방문쪽으로 다가온다.


세자 : 고하여 주시게.

대전내관 : 전하, 세자저하 내외분 드시었사옵니다.



S#47. 동 편전 방 안


중종 : 들라하라.

대전내관(E) : (방밖에서) 예.


방문이 열리면 세자와 세자빈, 방안으로 들어와 곡배를 올린다.


세자 : 아바마마, 소자 내외 문후드리옵니다.

중종 : 오냐, 내려와 앉거라.

세자, 세자빈 : (중종 앞에 앉는)

중종 : 빈궁, 네 몸은 좀 어떠하냐?

세자빈 : 염려해주신 덕분에 기력을 회복하였사옵니다.

중종 : 그래, 그래야지..과인이 반드시 빈궁을 놀래킨 범인을 잡아낼 것이니 아무 염려말고 몸조섭에 힘쓰도록 하라.

세자빈 : 명심하겠사옵니다.

중종 : (세자를 보며) 세자, 헌데 네 어찌 안색이 흐린 것이냐?

세자 : 아바마마, 소자는 이번 작서의 변괴를 덮어두었으면 하옵니다.

중종 : 뭣이라, 세자 네 그 무슨 말이더냐?!

세자 : 소자는 소자때문에 왕실과 조정이 분한에 휩싸이는 일을 원치 않사옵니다.

         아바마마, 하오니 이번일은 이대로 덮에 불문에 부치심이...

중종 : 세자, 그 입 다물라! 이번 작서의 변괴는 세자를 음해하려는 것 뿐만 아니라 이 아비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짓거리임을

         네 어찌 모르느냐?! 내 반드시 변괴를 일으킨 자를 색출하여 엄히 죄를 물을 것이다!

세자 : ...



S#48.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희와 효혜공주,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김희 : 오늘밤, 동궁전을 방자한 범인을 색출하기 위한 추국이 벌어진답니다.

효혜공주 : 서방님, 소첩은 가슴이 떨리고 눈앞이 캄캄해지옵니다.

김희 : 부인, 아무 염려마시고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하늘도 부인의 효심을 알아줄것이오.

효혜공주 : ...



S#49. 의금부 마당 (밤)


정광필, 대청마루 위에 서있고 이유청(*), 장순손, 김극핍, 윤은보, 판서급대신들이 늘어서 있다.

금부군사들이 횃불을 들고 지켜선 마당에는 나인1(*), 나인2(*), 나인3(*) 등이 겁에 질린채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정광필 : (추상같은) 세자궁 시녀 은금은 듣거라! 네 처음으로 불에 탄 쥐를 본 것이 틀림없더냐?!

나인1(*) : (겁에 질려 움츠려드는) ..예..예..

정광필 : 네 이년 똑바로 고하지 못할까?!

나인1(*) : 예! 하문하시옵소서.


금이, 담벼락 한편에서 추국장면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돌아서 간다.



S#50.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금이를 보고 말한다.


경빈 : 장상궁, 추국장에서 다른 말은 나오지 않았는가?!

금이 : 예, 추문받는 나인들마다 쥐만 보았을뿐 사람은 못보았다고 고하였사옵니다.

경빈 : (자신감있는 미소).. 그래, 그럴테지..



S#51. 편전 마당 (밤)


정광필, 공초문을 받들고 편전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중종(E) : 영중추부사, 추국은 어찌되었소?



S#52. 편전 방 안 (밤)


중종 앞에 정광필과 윗목에 강찬이 앉아있다. (*연상위에 공초문이 놓여있다)


정광필 : 신이 세자궁 시녀 은금과 시녀 중월, 색방장자 현비등을 추문하였사오나

            동궁 후원 당향목가지에 매달린 작서만을 보았을뿐 누구의 소행인지는 아는바 없다고 진술하였사옵니다.

중종 : (공초문을 보다가 탁 엎으며) 영부사대감, 이는 분명 대궐내부인의 소행일것이요.

         대궐 궁인들을 모두 문초하더라도 누구의 소행인지 반드시 밝혀내도록 하시오!

정광필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중종 : (강찬을 보며) 도승지.

강찬 : 예, 전하.

중종 : 어찌 우의정은 추국에 나오지 않은것인가?

강찬 : 우상대감은 병으로 등청치 아니하였사옵니다.

중종 : ...?!



S#53. 심정 사랑채 방 안 (밤)


심정, 촛불 앞에서 깊은 수심에 잠긴 얼굴위로.


심정(E) : 지금쯤 추국이 끝났을 터이지... 어찌 되었을꼬? 만에 하나 작서의 변괴가 경빈마마의 소행으로 드러난다면 어찌되누?

             조정신료들이 모두들 등을 돌려대었으니 마마께오서 무사치는 못하실터.. 허어, 이 일을 어찌할꼬, 어찌할꼬?!

심정집사(E) : (방밖에서) 대감마님, 윤승후관이 뵙기를 청하십니다요.

심정 : (흠짓놀라) 뭐라? 윤승후관이?! ...윤승후관이 이 야심한 밤에 어인일로?.. 혹시 중전마마의 기별을 가지고 온겐가?

심정집사(E) : (방밖에서) 물러가라할깝쇼?

심정 : 들라하게!


부채로 얼굴을 가린채 방문을 열고 들어선다.


심정 : 윤승후관, 이 야심한 밤에 어인일로 내집에 발걸음을 한겐가?

난정 : (부채를 거두며 내려다보며) 화천군대감, 소첩을 알아보시겠사옵니까?

심정 : (기함을 하여) 아, 아니 너는?!

난정 : 예, 소첩, 난정이옵니다. 정난정!

심정 : 네, 네년이 내집엔 어찌 온것이더냐?!


난정, 심정을 내려다보며 쌩끗 웃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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