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여인천하] 11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1,086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117











S#1. 심정 사랑채 외경 (밤)


심정(E) : 뭣이라?! 내 목숨을 구명해주러 왔다?!



S#2. 동 심정 사랑채 방 안 (밤)


난정, 당혹스럽게 앉아있는 심정을 여유있는 미소로 내려다보고 있다.


난정 : 예, 소첩이 화천군 대감의 목숨을 구명하여드리지요!

심정 : (굳는) 이런 발칙한! 네 첩년따위가 예가 어디라고 찾아와 방자한 말짓거리를 함부로 내뱉는것이냐?!

         금부에 끌려가 치도곤을 맞기 전에 썩 물러가거라!

난정 : (자리에 앉으며) 물러가라니요? 그 무슨 섭섭한 말씀이시옵니까?

심정 : 이, 이런, 방자한?! (방문쪽을 보며) 게 아무도 없느냐?

난정 : (강렬한 눈빛) 소첩이 이 방에서 나가는 순간 대감의 구명줄이 떨어지게 되옵니다! 그래도 소첩을 내치시겠사옵니까?!

심정(E) : (난정의 눈빛에 기가 질리는)..구명줄이 떨어진다?!

심정집사(E) : (방밖에서) 대감마님, 찾아계시옵니까?

심정 : ..아, 아닐세. 자넨 물러가있게!

심정집사(E) : (방밖에서) 예.

난정 : 잘 하시었사옵니다. 하나뿐인 목숨인데 아끼시어야지요!

심정(E) : (살피며).. 허어, 지금 이 계집이 일국의 정승인 나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저울질하고 있지 않은가?

난정(E) : 암, 내 손에 천하를 쥐려고 하는데 어찌 경빈의 개노릇을 하던 네따위 하나쯤 쥐락펴락 못할까?!

심정 : 난정아, 말해보거라. 내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도 없거늘

         어찌 대역부도죄를 당해 목숨이 위태롭다고 하는것이냐?!

난정 : 지난번 세자저하의 탄일에 벌어졌던 작서의 변괴가 세자저하를 모해하고 복성군을 새로운 왕세자로 옹립하려는

         경빈의 소행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옵지요!

심정 : ...?!

난정 : (질타하듯) 헌데 어찌 그런 대역부도한 짓거리에 화천군대감께오서 경빈의 주구노릇을 하고 계신것이옵니까?!

         (노려보며) 대감, 정녕 군기시 다리에서 참수를 당하고 싶으신겝니까?!

심정 : 뭐, 뭐라?! 대역부도죄로 참수를 당한다?!

난정 : (싸늘한 미소로 쏘아보는)...!



S#3.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찻잔을 앞에 놓고 비장하게 앉아있는 얼굴 위로.


경빈(E) : 중전, 네년이 아무리 내 목에 올가미를 씌우려해도 화천군과 조정의 대세가 내쪽에 있는한

              네년 뜻대로 되지는 않을게다! 암, 아니되고 말고! 호호호... (점차 웃음이 가시며) 아니지..

              만에 하나 화천군이 내게 등을 돌리기라도 한다면?! (표정이 굳으며) ..그리되면 아니될것이야!

경빈 : (방밖을 돌아보며) 장상궁 게 있느냐?!

금이(E) : (방밖에서) 예-

금이 : (방문 열고 들어와 조아리며) 찾아계시옵니까?

경빈 : 네 지금 화천군댁에 발걸음하여 입궐하시라 기별을 넣거라.

금이 : (놀라보며) 마마, 지금 말이옵니까?!

경빈 : 그래, 지금 당장 말이다.

금이 : ..하, 하오나.. 밤이 너무 깊었사옵니다.

경빈 : 장상궁, 네 언제부터 내 명에 토를 달았느냐?!

금이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조아리고 방밖을 나간다)

경빈(E) : 내 화천군이 다른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오금을 박아두어야 함이야! (어딘가를 휙- 돌아보는)



S#4. 심정 사랑채 방 안 (밤)


난정, 심정을 똑바로 보며 말한다.


난정 : 지금 전하와 대비마마는 물론이옵고 조정신료들까지도 경빈에게 등을 돌리고 있사옵니다.

         하온데 어찌 화천군대감께오선 경빈과 함께 천길 절벽아래로 떨어지시려는겝니까?

심정 : (불편한) ..으음!

난정 : 경빈마마와의 정분 때문에 그러시옵니까?!

심정 : (당혹스러운) 저, 정분?!

난정 : 화천군대감께오서 야심한 밤에 경빈처소에 은밀히 드나들이 하시면서 경빈과 통정하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사온데

         소첩이 잘못 들은 것이옵니까?

심정 : (연상을 꽝- 치며) 통정이라니?! 네 누굴죽이려고 그런 무엄한 소리를 내뱉는 것이더냐?!

난정 : 대감, 중전마마께오서 화천군대감과 경빈이 야심한 밤에 살을 맞대고 있었던 일을 주상전하께 고하면

         어찌되겠사옵니까? 대감께오서 파직은커녕 자손대대로 가문의 치욕이 되지 않겠사옵니까?!

심정(E) : (낭패한) 허어, 이거 올가미에 걸려도 단단히 걸려들었구나!

난정 : 화천군대감, 살아남으시려면 택일을 하시지요!

심정 : 태, 택일?!

난정 : 전하와 왕실은 물론 조정신료들조차 등을 돌려버린 저물어가는 낙조에 불과한 경빈쪽에 서실겝니까,

         아니면 중전마마쪽에 서시어 세자저하를 보위하실겝니까?!

심정 : ...?!

난정 : 경빈쪽에 서시오면 대역부도죄로 대감은 물론 가문까지 멸문지화를 당하실것이옵고

         중전마마께 충성하시온다면 대감께오선 이나라 대통과 종사를 보위한 충신으로 만고에 빛나실 것이옵니다.

심정 : (E) 이, 이 계집이 지금 나를 위협하는겐가?!

난정 : (다긋치듯) 대감, 역적이 되실겝니까?! 만고에 빛날 충신이 되실겝니까?! 어서 결단을 내리시지요!

심정 : (낭패한) ...?!

난정 : (보다가) 하오면 소첩은 화천군대감께오서 현명하신 판단을 내리시리라 믿고 이만 물러가지요.

         (일어나 조아리고 방문쪽으로 돌아서는데)

심정 : ...난정아!

난정 : (돌아보는) ...?

심정 : ...내 중전마마께 충성을 맹세한다면 중전마마께오서 지난밤 경빈마마 처소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웠던 일을 덮어주시겠느냐?!

난정 : (미소) 암요, 중전마마께오선 대감의 충심에 너그러운 아량으로 은혜를 베푸실 것이옵니다! (방밖으로 나간다)

심정 : (깊이 생각하는) ...음!



S#5. 심정 집 대문 앞 (밤)


난정, 대문을 열고 나와 계단을 내려서다가 대문쪽을 휙- 돌아보며 싸늘한 미소짓는 얼굴위로.


난정(E) : 화천군, 네놈이 밤새껏 머리를 짜내보았자 누구를 택해야 할지는 자명할 수 밖에 없음이야!


난정, 몸을 돌려 가려는데 금이, 쓰개치마를 쓴채 급한 걸음으로 맞은편에서 온다.

난정, 흠짓하여 부채를 촥- 펴서 얼굴을 가리면

금이, 쓰개치마를 바짝 여미며 시선을 피하며 난정을 지나쳐 심정집쪽으로 총총히 간다.


난정(E) : (금이의 뒷모습을 돌아보며) 이 야심한 밤에 화천군에게 기별을 넣다니

              경빈의 똥줄이 바짝 탄게로구먼! 호호호-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6. 동 심정 사랑채 방 안 (밤)


심정, 촛불 앞에서 수심에 잠긴 얼굴위로.


심정(E) : 허어, 참으로 답답하구먼! 분명 경빈마마인지 중전마마인지, 양단간에 택일을 해야할 것인데..! 어찌하면 좋을꼬?!

심정집사(E) : (방밖에서) 대감마님, 궐에서 마마님이 나오시었사옵니다.

심정 : (흠짓) ..궐에서?.. (잠시 생각) 들라해라.

심정집사(E) : (방밖에서) 예.

금이 : (방문을 열고 들어와 조아리는) 대감, 쇠인 장상궁이옵니다.

심정 : 장상궁이 이 야심한 밤에 어인 일인가?

금이 : 경빈마마께오서 화천군대감을 급히 입궐하시라 명하시었사옵니다.

심정 : (움찔) 뭐, 뭐라, 입궐?!



S#7. 중궁전 외경


중종(E) : 중전께서 후궁들을 대비전에 불러들이시어 회초리를 치시었다지요?!



S#8. 중궁전 방 안 (밤)


중종, 윤비를 엄하게 보며 말한다.


중종 : 중전, 어찌 그리 모진 짓을 하신게요?!

윤비 : 신첩이 후궁들의 종아리에 회초리를 친 것은 내명부의 흐뜨러진 기강을 바로 잡고

         또한 이번에 동궁을 방자한 범인을 색출하고자 하는 뜻이었을 뿐 다른 뜻은 없었사옵니다.

중종 : 중전, 이번 작서의 변괴를 저지른 범인은 과인과 조정에서 밝혀낼 것이니

         중전께서는 더 나서지 않으시는게 좋을 듯 싶소.

윤비 : 전하, 이번 작서의 변괴는 궐내 사람의 소행이 분명하온데

         어찌 신첩이 모른척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을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 중전! 과인의 어의를 거스르시겠다는 말씀이시오?!

윤비 : 전하, 오늘밤 금부당상들이 세자궁 나인들을 추문하였사오나 범인에 대한 단초조차 밝히지 못하였다고 들었사옵니다.

중종 : 그래서요? 중전께서 몸소 추국장에 나서기라고 하시겠다는 말씀이오?

윤비 : 전하, 이번 일의 배후에는 전하께오서 총애하시는 후궁이 연루되어 있다는 소문이 있사옵니다.

         아무리 추상같은 금부당상들이 추국을 벌인다 한들 어찌 전하께오서 아끼시는 총관후궁을 문초할 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 중전, 과인이 총애하는 후궁이라면 경빈을 일컬음이오?!

윤비 : ...그러하옵니다, 전하.

중종 : 중전, 지금 대비마마께오서 경빈에 대하여 심기가 격양되어 계시오. 이럴 때 경빈이 의심을 받아 추국을 당한다면

         필시 죄를 피할 수 없을것이오!

윤비 : 전하, 조종조의 일을 살펴보아도 궁궐내에 나타난 요괴로운 술책가운데 이보다 심한 것은 없었사옵니다.

         하루속히 범인을 찾아내어 엄단하시지 않으시오면 전하와 왕실의 권위가 땅바닥에 떨어질 것이옵니다!

중종 : 과인도 중전의 뜻과 같소. 허나 과인이 우려하는 것은

         이번 일이 일파만파로 번져 왕실과 조정에 큰 참화를 불러일으킬까 그게 걱정이오.

윤비 : 전하, 마음을 굳게 잡수시어야 하옵니다! 이번에 사특한 무리들을 발본색원 하시지 않으시오면

         세자의 장래가 위태로울수도 있음이옵니다.

중종 : 과인은 경빈이 연루되었다고는 추호도 생각해 본적이 없소! 허니 중전께서도 경거망동하지 마시고

         경빈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들부터 찾아내어 징치토록 하시오!

윤비 : 전하...

중종 : 중전께서 과인의 어의를 받들어줄 것으로 믿겠소이다!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E) : 전하께오서 아직도 경빈을 괴이시는 마음이 두터우신게야! 아직도!



S#9. 대비전 방 안 (밤)


자순대비, 앞에 앉은 봉상궁을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 뭐라? 지금껏 행하여진 추국에서도 아무 성과가 없었단 말이냐?

봉상궁 : 예, 마마. 문초를 받은 나인들 모두 범인을 모른다고 토설했다 하옵니다.

자순대비 : 허어, 주상께오서도 참으로 답답하시구나! 경빈을 잡아들여 주리를 틀면

               제 손으로 동궁에 쥐를 매단 일을 토설할 것이거늘 어찌 애매한 나인들만 문초하신단말이냐?

봉상궁 : ...

자순대비 : 참으로 답답하구나! 답답한 일이야!



S#10. 편전 방 안 (밤)


중종, 자작으로 술을 마시고 있다.


중종(E) : (술주전자를 들고 따르며).. 정녕 세자를 방자한 것이 경빈이란 말인가?! 아니야, 경빈이 그럴 리가 없음이야!

              (술잔을 들려다 문득) 허나, 경빈이 그런 짓거리를 했다면?!...

              설혹 그렇다할지라도 내 경빈을 보호해 줄 수 밖에 없음이야! 그래야 왕실과 조정이 풍파에 휩쓸리는 것을

              막을수 있을게야! (술잔을 단숨에 비운다)



S#21. 경빈 처소 일각문 밖


심정, 맥이 풀린채 일각문 밖으로 걸어나온다.


심정 : (한숨을 내쉬며) 어찌 경빈마마께오서 스스로 무덤을 파시려는겐가? 어찌? (어디론가 걸어간다)



S#22. 빈청 방 안


정광필과 장순손, 김극핍, 윤은보, 강찬, 이유청(*)과 판서급 대신들이 앉아있다.


정광필 : 후궁처소 상궁나인들까지 추국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동궁을 방자한 범인을 밝혀내기는 요원할 듯 싶소.

강찬 : 하오나 전하께오선 이번 일이 왕실로 번져나가는 것을 원치 않으시고 계시옵니다.

김극핍 : 도승지,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작서의 변괴는 대통을 이으실 세자저하를 모해하려는 자들의 소행이 분명한

            역모이옵니다! 역모에 후궁들이 연루되어 있다면 형장을 쳐서라도 진상을 명명백백 밝혀야지요!

장순손 : 지당한 말씀이시옵니다! 이나라 종묘와 사직을 위해서라도 이번 일은 유야무야 넘기어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윤은보(E) : 이자들이 어찌 하루아침에 마음을 바꾸어 세자저하를 내세우는 것인가?

강찬 : 윤판서께오선 어찌 생각하시옵니까?

윤은보 : 이사람도 추호의 의심없이 범인을 밝혀내자는 말에는 같은 뜻이옵니다! 하오나 확증도 없이 형장을 쳐서 토설케 한다면

            이는 억울한 죄를 뒤집어 쓰게 할 수도 있사오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것이옵니다.

김극핍 : 허어, 어찌 윤판서 말씀이 이번일에 연루된 후궁들을 두호하는 것처럼 들리오이다?

장순손 : 글쎄말이옵니다?

윤은보 : 뭐요? 말이면 다하는줄 아시는게요?! 허면 내 범인을 두호한다는 말씀이시오?!

장순손 : 허어, 아니면 그만이지 그리 홧증을 내실게 뭐요?

윤은보 : 대감들이야 말로 경빈마마의 뒷줄로 이자리에 오르신 것은 온조정이 다 아는일 아니오니까?

            개도 뼈다귀를 물려준 주인의 뒷꿈치를 물지는 않소이다.

            헌데 대감들은 어찌 살길을 찾기위해 배은망덕 하시는겝니까?!

김극핍 : 뭐, 뭐요?! 윤판서 지금 뭐라고 하시었소?! 경빈의 뒷줄이라니요?!

장순손 : (연상 꽝-) 허어, 윤판서 사람을 이리 모함하시어도 되는게요?!

정광필 : (버럭) 고정들하세요! 조정이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면 가장 좋아할 자는 동궁을 방자한 범인일 것이오이다!

일동 : (움찔)...!

심정 : (헛기침을 하며 빈청안으로 들어오는) 허엄...!

강찬 : 우의정대감, 병이 위중하시다 들었는데 어찌 등청을 하신겝니까?

심정 : 국가의 막중대사가 벌어졌는데 정승된 자가 누워만 있어서 되겠소이까?

         헌데 이른 아침부터 무슨 말씀을 나누고계시었소?

정광필 : 이번 추국을 후궁들 처소의 상궁나인들까지 확대하려고 전하께 주청을 올리고자 하는데

            우의정의 듯은 어떠하시오이까?

심정 : 후, 후궁들 상궁나인들까지요?



S#23.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희빈과 창빈과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자순대비 : 암요, 후궁들 상궁나인들뿐 아니라 의혹이 있다면 대비전은 물론이고

               중궁전 상궁나인들까지도 문초를 해야하구말고! 두분 빈의 의향은 어떠하오?

희빈 : 신첩은 결백하오니 오히려 바라던 바이옵니다.

창빈 : 신첩도 그리생각하오나 전하께오서 윤허를 하여주실지가 의문이옵니다.

자순대비 : 이번 작서의 변괴는 역모입니다. 역모에 연루되었다면 종친들가지도 잡아들여 국문하는게 전례인 것을

               결국엔 주상께오서도 윤허하야 주실겝니다.

희빈(E) : 호호, 조만간 경빈이 궐밖으로 쫓겨나가는 꼬락서니를 보겠구먼?



S#24.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 김극핍, 장순손, 윤은보, 이유청(*) 판서급대신들이 앉아있고 윗목에 강찬이 앉아있다.


중종 : 과인은 윤허할 수 없소!

정광필 : 전하, 후궁들 처소의 상궁나인들을 문초하지 않는다면 이번 변괴의 진상을 명백하게 드러낼 수가 없사옵니다!

김극핍 : 전하, 조정의 공론을 물리치지 마시옵소서!

중종 : 아니되오, 아니되오! 과인은 이번 일로 왕실을 뒤흔드는 화를 불러들일수는 없소이다!

윤은보 : 전하, 이번에 작서의 변괴의 배후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차후 조정과 왕실이 반목하게 될것이오며

            그리되오면 더 큰 참혹한 화를 자초할수도 있사옵니다. 하루 속히 용단을 내려주시옵소서!

장순손 : 윤판서의 말이 지당하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일동 :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완강한) 과인이 그리할 수는 없다 하지 않았는가?! 경들은 이만 물러들 가시오!



S#25. 빈청 안


심정, 방안에 혼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난정 : (117회 S#4의) 대감, 역적이 되실겝니까?! 만고에 빛날 충신이 되실겝니가?! 어서 결단을 내리시지요!

경빈 : (117회 S#20의) 화천군 대감! 누구 덕분에 우의정이 되시었는지 벌써 잊으신겝니까?!...

         대감께서 이번 일을 어찌 처결하시는가에 따라 복성군께오서 장차 보위에 오르시었을 때

         화천군대감의 충역이 갈릴 것입니다!

심정(E) : 허어, 내 어찌 처신을 해야 하누?


이항과 박희량, 빈청안으로 들어온다.


이항 : 우상대감, 편전엔 어찌 아니드시었사옵니까?

심정 : 그리되었소이다. 그래 전하께오서 후궁들처소의 상궁나인들을 문초하라는 조정신료들의 주청에

         어찌 비답을 내리시었답니까?

이항 : 완강하게 윤허를 거부하시었답니다.

심정 : 그, 그래요?

박희량 : 하오나 삼사는 물론이옵고 성균관 유생들까지 이번 변괴의 진상과 배후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사옵니다. 결국은 전하께오서도 윤허를 하실 수 밖에 없으실것이옵니다.

이항 : 이사람도 같은 생각이옵니다.

심정 : 음!



S#26.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외경


배천댁과 탄실, 대청 앞에 서 있다.


윤원형(E) : 하오면 소자 입궐하겠사옵니다.



S#27.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앞에 관복차림의 윤원형과 김씨가 앉아있다.


윤지임 : 원형아, 지금 궐안에 변괴가 생겼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는데 네 어찌 입궐하는게냐?

윤원형 : 소자, 중전마마를 위로해드릴겸 궐내 돌아가는 사정도 알아보고 오겠사옵니다.

윤지임 : 원형아, 네 부디 입조심하고 누가 무슨 일로 꾄다할지라도 조정일에는 끼어들어서는 아니되느니라!

윤원형 : 아버님, 소자가 세 살 먹은 어린아이가 아니오니 심려거두시옵소서. 중궁전에 들었다 해거름전에 나올것이옵니다.

            하오면 다녀오겠사옵니다.

윤지임 : 오냐..



S#28. 동 윤원형 대문 안 마당


윤원형과 김씨,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중문밖으로 나온다.

임서방이 곁에 선 사인교가 기다리고 있다.


윤원형 : (사인교 앞에 서며) 부인, 근자에 판부사댁 정부인을 뵈온적이 있소이까?

김씨 : 근자에는 뵈온적이 없사옵니다.

윤원형 : 허면 부인께서 문안인사라도 들일겸 판부사댁에 발걸음을 하시구려.

김씨 : (놀라보는) 예에?

윤원형 : 정부인께 판부사대감이 곧 조정으로 돌아오실테니 염려마시라고 위로해 드리시구려.

김씨 : 하오나..

윤원형 : 나도 내키지는 않으나 어쩌겠소? 양지가 음지되고 음지가 양지되는 것이 사람사는 이치인것을요?

김씨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삼이 : (행랑채쪽에서 뛰어오다가 윤원형을 보고) 어?! (멈춰서 조아리며) 나으리, 살펴 다녀오시옵소서.

윤원형 : 삼아, 네 까마귀고기를 먹었느냐? 아비라 부르라 했거늘 네 어찌 또 나으리냐?!

삼이 : (고개 숙인채)...

김씨 : 서방님, 삼이 마음이 편치가 않아 그러는 것일테니 내러벼두시지요.

윤원형 : 그리해야지 어쩌겠소? (삼이를 보며) 쯧쯧.. 못난놈!

김씨 : (조아리며) 다녀오시옵소서!

윤원형 : (임서방을 보며) 가세 임서방! (앞장서면)

임서방 : 따르랍신다.

교꾼들 : 예!


교꾼들이 빈 사인교를 매고 윤원형 뒤를 따라 대문밖으로 나간다.



S#29. 동 윤원형 대문 앞 길


윤원형, 임서방이 배행하는 빈 사인교를 거느리고 계단을 내려와 어디론가 간다.

패랭이, 한편에 몸을 숨시고 윤원형을 지켜보는데 심퉁, 윤원형쪽으로 급하게 뛰어온다.


심퉁 : 나으리 잠깐만유-

윤원형 : (돌아보며) 아니, 심퉁아, 네 어인일이냐?

심퉁 : (윤원형 앞에 다가와 숨을 몰아쉬며).. 늦지 않아 다행이네유. 정초시 나으리 서찰 심부름을 왔구먼유.

윤원형 : 정초시 서찰심부름? 어디 보자.

심퉁 : (서찰봉투를 꺼내 건네며) 예, 여기유.

윤원형 : (서찰봉투를 방다 급히 서찰을 꺼내 펼쳐보다가 놀라는) 아, 아니?! 이사람이 어쩌자고 거길 갔누?

            (어딘가를 돌아보는)...!



S#30. 장대인 집 창고 방안


방백인의 얼굴에 물이 확- 뿌려진다.

방백인, 물에 빠진듯 어푸- 거리며 정신을 차린다.

방백인, 눈을 뜨고 보며 앞에 장대인이 수하들을 거느리고 서있다.

방백인, 문득 화들짝 놀라 왼손을 눈앞에 가져다대고 보면 멀쩡한 손가락들.


방백인 : 아,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장대인 : 네놈 담이 콩알보다도 작구나. 불길을 당기기도 전에 비명을 지르고 오줌을 지린채 혼절을 하다니?

방백인 : 뭐, 뭐요? 오, 오줌을 지려?

장대인 : 자, 이제 깨어났으니 실토하거라! 네놈이 난정이한테 세자저하를 방자하는 비술을 일러주었지?!

방백인 : ...이, 이놈은 처, 천지신명께 맹세코 그런적이 없소!

장대인 : 할 수 없는 놈이군! 약조대로 손가락을 잘라 버릴 수 밖에! (수하들에게 눈짓 하면)

수하들 : (방백인 앞에 놓은 작두날을 집어 드는)

방백인 : (질겁하여 주춤 물러서는데)... 이것들 보시오, 왜들 이러시는게요?

수하들 : (방백인의 왼손을 억지로 작두날 밑에 들이민다)

방백인 : (울상) ...사, 사, 살려주시오.

장대인 : (냉혹하게 보며 명령을 내리려는데)

송서방 : (급하게 들어온다)

장대인 : (보며) 무슨 일이냐?

송서방 : (장대인의 귀에다 낮게 속삭이는) ...

장대인 : (놀란 표정) 뭐라?! 난정이가?! (급하게 밖으로 나간다)

송서방 : (수하들에게) 저놈을 단단히 지켜! (장대인 뒤를 따라나간다)

방백인(E) :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허, 헌데.. 난정이가 호랑이굴엔 어찌 들어왔을꼬?!



S#31.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난정, 도포차림으로 탁자위에 놓인 찻잔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장대인,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난정 : (장대인을 미소로 돌아보며) 장대인, 오랜만이오이다.

장대인 : (싸늘한 미소로 보며) 하하, 아침부터 까치가 울더니 참으로 반가운 손님께서 찾아오시었구려. 자, 앉으십시다.

장대인(E) : (앉으며) 네 스스로 무덤속으로 걸어들어오다니 네년의 운도 다한 모양이구나!

난정(E) : 내 네년 따위가 파놓은 덫에 치이지는 않을게다.

장대인 : 내 부인을 만나면 묻고 싶은게 있었소.

난정 : 무어든 물어보시구려.

장대인 : (차를 따르며) 지난번 동궁전 후원에 쥐를 매다신 일은 어찌 하신게요? 참으로 귀신이 곡할 솜씨였다고 합디다.

난정 : 알고 싶으시오?

장대인 : 심심파적삼아 한번 들어나 보십시다.

난정 : 대신 장대인이 잡아가둔 사람을 풀어주시겠소?

장대인 : 방백인이란 점바치 놈이 부인 일을 토설할까 걱정되어 오신게요?

난정(E) : (흠짓, 그러나 미소를 잃지 않는) 뭐라, 방백인 아저씨?! 허면 길상이가 아니라 방백인 아저씨를 잡아왔단 말인가?

              허면 길상이는 어디있는게지?

장대인 : 점바치놈이 아직은 토설치 않았으니 걱정마시오. 허나 오래 버티지는 못할게요.

난정 : 장대인, 나와 거래를 하겠소? 내가 쥐를 매단 이야기를 해주면 방백인 아저씨를 풀어주시오!

장대인 : 하하, 내 손해를 보는 거래를 어찌 하겠소?

난정 : 손해라니?!

장대인 : 어차피 점바치는 토설케 되어있고, 네년 또한 내 수중에 들어왔거늘 내 무엇이 아쉬워 거래를 한단 말이냐? 하하하.

난정 : 장대인, 네 정녕 어리석게도 경빈이란 썩을 배를 타고 강바닥에 가라앉을 셈이냐?

장대인 : 뭐라?!

난정 : 네 웃전인 경빈과 복성군은 어차피 도려져 나가게 되어있으니 늦기전에 배를 바꿔타는게 상책일게다!

장대인 : 닥치거라! 작서의 변괴가 네년과 점바치 놈이 꾸민 짓거리임을 토설케 만든다면 경빈마마께오선 무탈하실게다.

난정 : 어차피 한편에 설 수 없다면 내 네년도 경빈과 함께 잘라내버릴 수 밖에!

장대인 : 하하! 그런 객기따위일랑 이 집에서 나간 연후에나 하거라! 허나 네 이 집에서 한발짝도 밖으로 나가지는 못할것이다!

난정 : 호호호! 장대인 네년은 내 몸에 손가락하나 대지 못할게다!

장대인 : (찌푸리며) 뭐라?! 이번에도 길상이놈이 구해주러 나타날것이라 믿고 있는것이냐?

난정 : 혼례를 치룬 아낙이 어찌 외간사내한테 의지할가?!

윤원형(E) : (방밖에서) 부인, 어디있는게요?!

장대인 : ...?!

난정 : (장대인에게 비웃음을 날리듯 보다가) 서방님, 소첩 여기 있사옵니다. (방밖으로 나가는)

장대인 : (일그러지는)...!



S#32. 동 장대인 사랑채 마당


윤원형, 관복을 입은채 서있고 그 옆에 송서방이 난처한 듯 서있다.

난정, 사랑채 방문을 열고 나온다.


윤원형 : 부인 무탈하신게요?

난정 : (댓돌로 내려서며) 예, 서방님께오서 때맞추어 잘 와주시었사옵니다.

장대인 : (사랑채에서 나와 굳은 표정으로 보는) ...

윤원형 : 장대인, 네 내 부인에게 무슨 못된 짓거리라고 했다면 내 너를 가만두지 않았을게다!.. 가십시다, 부인!

장대인 : 승후관나으리, 이대로는 못가시옵니다.

윤원형 : (돌아보며) 뭬, 뭬야?!


장대인, 손짓하면 수하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윤원형과 난정을 둘러싼다.


윤원형 : 네 장사꾼 따위가 감히 중전마마의 오라비를 위협하려는게냐?!

장대인 : 시생, 승후관 작은안으서가 저지른 천인공로할 죄상을 명백히 토설받기전에는 보내드릴수가 없사옵니다!

윤원형 : 네 이집에 들어와 한식경이 지나도 나오지 않으면 임서방한테 금부에 발고를 하라 일러두었다!

            이 집구석이 풍비박산나고 대국으로 쫓겨가야 네가 정신을 차리겠느냐?!

장대인 : ...?!

윤원형 : (수하들에게 버럭) 네 이놈들! 당장 길을 열지 못할까?!

수하들 : (움찔 물러서는데) ...!

난정 : 서방님, 이 집안 어디에 방백인아저씨가 잡혀있을 것이옵니다!

윤원형 : 그래요? (장대인을 휙- 쏘아보며) 이런 발칙한! 네 어찌 선량한 백성을 사사로이 구금할 수 있단말이냐?!

            당장 풀어주거라!

장대인 : (낭패한) ...

윤원형 : 어서 데려오지 못할까?!

난정 : (승자의 미소로 장대인을 보는)

장대인 : (패배감으로 난정을 쏘아보는) ...!



S#33. 복성군 사가 안채 방 안


방바닥 위에 흉측하게 생긴 인형이 놓여진다.

윤씨, 당의차림으로 대바늘들을 인형의 입과 사지와 몸통에 찔러넣는다.

윤씨, 대바늘이 꽂힌 인형을 의미심장하게 보는데.


복성군(E) : (방밖에서) 부인, 나요!

윤씨 : (황급하게 인형을 천에 감싸서 치우고) ...드시옵소서.

복성군 : (방문을 열고 들어오며) 입궐채비는 다 되시었소?

윤씨 : (일어서서 맞으며) 예, 서방님.

복성군 : 서둘도록 하시오. (방밖으로 나간다)

윤씨 : (천에 싸인 인형을 비장하게 보는) ...!



S#34. 갖바치 아랫방 안


당골네, 소반위에 쌀과 옆전을 수북히 싸인 위에 촛불을 밝힌채 빌고 있다.


당골네 : 비나이다, 비나이다. 몸주님께 비나이다, 우리 바깥양반이 무사무탈하게 돌아오세 해주시옵소서.

            다음부턴 바깥양반 면전에서 구박도 읺고 주둥이질도 아니할 것이오니 제발 몸상한테 없이 무탈하게 보내주시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방백인(E) : (방밖에서) 여편네야! 서방이 돌아왔는데 어디 쳐박혀있는겨?!

당골네 : (놀라) 엥?! 임자?!



S#35. 동 갖바치 마당


방백인, 추례한 몰골로 앞장서고 그 뒤로 윤원형과 난정이 서있다.


방백인 : (둘러보며) 이 여편네가 그새 샛서방을 따라 보따리 싼겐가?!

당골네 : (방문을 박차듯 나오며) 임자! (버선발로 뛰어내려와 방백인에게 안기며) 임자, 대체 어딜갔다 오는게요?

방백인 : (윤원형과 난정을 힐끔보며 밀쳐내며) 어허, 이 여편네, 우세스럽게?

당골네 : (눈물까지 글썽이며) 우세스러울게 뭐있소? 황천갔던 서방을 다시 만난 듯 싶은데..

윤원형 : 암, 마음껏 회포를 푸시게나.

당골네 : 거보슈. 승후관께오서 내 마음을 알아주시잖소?

난정 : (미소) 아주머니 갖바치 아저씨는요?

당골네 : 몽달귀총각한테 쓸 약초를 구하러 나가셨다.

난정 : 예에? 길상이가 여기 있어요?

당골네 : 그래, 길바닥에서 정신을 잃은 것을 갖바치어른이 업어왔다.

난정 : (방쪽을 돌아보는)...?!



S#36. 동 갖바치 방 안


난정, 이불위에 잠자듯 누워있는 길상을 안쓰럽게 내려다본다.


윤원형 : 상처는 깊지만 목숨은 건진 듯 싶소.

난정 :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참으로..

윤원형 : 처남을 여기 두느니 내 집으로 옮기는게 나을 듯 싶소이다.

난정 : 아니옵니다. 당분간 이곳이 안전할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 그래요, 부인 뜻대로 하시구려. 허면 난 부인 말씀대로 입궐하리다.

난정 : 서방님, 반드시 편전에 드시어 전하께 주청을 드리시어야 하옵니다.

윤원형 : 그리하리다. (일어서며) 허면 내 퇴궐후 들르겠소이다.

난정 : (돌아보며) 서방님, 조심하시옵소서.

윤원형 : 그래요, 부인도 조심하시구려.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 (길상의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며 혼잣말).. 미련곰퉁이같으니.. 이 몸을 해갖고 나를 찾아나선게냐?

         내 네 걱정을 얼마나 많이 했는줄 아는게냐?

길상 : (눈을 뜨며) ...미안하다..

난정 : (움찔 당황하여) 기, 길상아, 네 깨어있었던게냐?

길상 : (끄덕이며) ..앞으로는 나를 두고 사라지지마라..

난정 : (길상의 손을 쥐어주며) 그래, 내 약조할게.

길상 : (안심한 듯 다시 눈을 감는) ...



S#37. 동 갖바치 대문 앞 길


윤원형, 대문에서 나와 임서방이 배행하는 사인교를 거느리고 간다.

패랭이, 윤원형을 의미심장하게 보다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사라진다.



S#38.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앞에 패랭이가 서있다.


장대인 : 난정이와 길상이가 혜화문 밖 갖바치 집에 있다?

패랭이 : 예, 어르신! 명만 내리시지요! 당장 년놈의 머리를 베어다 드리겠사옵니다.

장대인 : 아니야, 당분간은 지켜만 볼뿐 손을 쓰지는 말게!

패랭이 : (흠짓 보다가) 예, 그리하지요!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E) : 그래, 내 살아남기 위해선 경빈한테 맹목적으로 충성을 바치기보다는

                 당분간은 조정돌아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것이야.



S#39. 대비전 마당


복성군과 윤씨, 대비전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윤씨 손에는 비단보로 싼 다식이 들렸다)


봉상궁(E) : 대비마마, 복성군내외분 드시었사옵니다.



S#40.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큰절을 올리는 복성군과 윤씨를 못마땅한 눈길로 본다.

복성군과 윤씨, 자순대비 앞에 앉는다. (*윤씨, 앞에 비단보로 싼 다식이 놓여있다.)]


복성군, 윤씨 : 할마마마, 그간 존체 강녕하시었사옵니까?

자순대비 : 이 할미는 심기가 편치 못했소.

복성군 : 예에? 할마마마, 어찌...?

자순대비 : 복성군, 경빈에게 가서 물어보시오. 이 할미가 어찌 편치가 못했는지?!

복성군(E) : 이 늙은이가 아직도 내 어머니한테 억하심정을 가지고 있는겐가?

윤씨 : (다식을 싼 비단보를 풀며) 할마마마, 소첩이 다식을 만들어왔사온데 맛 좀 보시라 가져왔사옵니다.

자순대비 : 나중에 맛을 볼테니 지금 풀지 마세요.

윤씨 : (머슥하여) 그리하겠사옵니다. (연상위에 올려놓고 물러나 앉는다)

자순대비 : 헌데 복성군, 대비전엔 어인 연유로 발걸음을 하신게요?

복성군 : (미소) 손자가 할머니를 찾아뵙고 문후를 드리는데 따로이 무슨 연유가 있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가시돋힌) 허어, 이상한 일이구려. 이때껏 복성군이 입궐을 하시어도

               대비전에는 문후를 들지 않고 퇴궐하실때가 많았거늘...참으로 이상한 일이에요.

복성군 : 실은 소손, 할마마마와 어마마마사이에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휙- 보며) 오해요?! 지금 오해라하시었소?

복성군 : 예, 어마마마께오선 대비마마를 극진히 생각하고 계시온데

            주변에서 대비마마와 어마마마를 이간질 시키려는 사람들이 괜한 구설을 퍼뜨려...

자순대비 : (버럭) 복성군, 그런 말따위를 하려거든 당장 물러가거라!

복성군, 윤씨 : (움찔 놀라서보는) ...?!

자순대비 : 어허, 당장 물러가래두!

복성군 : 할마마마, 소손을 어찌 내치시려 하시옵니까?

자순대비 : 네 상궁들을 불러 내치기 전에 어서 물러가지 못할까?! 봉상궁!

봉상궁 : (방문 열리면 급히 들어서며) 찾아계시옵니가?

복성군 : (당혹스러운) 예, 소손 내외는 이만 물러갈테니 고정하시옵소서. (윤씨에게) 가십시다.

윤씨 : 예...

복성군, 윤씨 : (일어서서 조아리고 방쪽으로 나가려는데)

자순대비 : 복성군, 네 어미한테 가서 전하거라! 천하에 두려울게 없다며 기고만장하여 이 늙은이를 윽박지르던 짓거리는

               가슴속에 깊이 깊이 새겨두어서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거라! (고개를 돌려 버린다)

복성군, 윤씨 : (방밖으로 나간다)

자순대비 : (연상위에 놓인 다식을 휙- 밀치며) 봉상궁, 이것을 갖다가 수채구멍에 쏟아버려라!



S#41. 동 대비전 마당


복성군과 윤씨, 급하게 대비전 계단을 내려선다.


복성군(E) : (대비전을 노려보며) 심통 사나운 늙은이 같으니라고!

윤씨 : 서방님, 할마마마께오서 어찌 저리 진노하신겝니가?

복성군 : 나도 잘 모르겠소이다. 내 잠시 동궁전에 들를테니 부인께선 어마마마처소에 들어계시구려.

윤씨 : 그리하겠사옵니다.

복성군 : (어디론가 휘적휘적 가버린다)

윤씨 : (보다가 몸을 돌려 간다)



S#42. 동궁전 복도


복성군, 박상궁과 최상궁이 서있는 방문쪽으로 다가와 선다.


복성군 : (박상궁에게) 세자저하께오선 무엇을 하고 계시는가?

박상궁 : 빈궁마마와 담소를 나누고 계시옵니다.

복성군 : 담소?

세자, 세자빈(E) : (방안에서 웃음소리) 하하하, 호호호~

복성군 : (일순 찌푸리고는) 고하여주게.

박상궁 : 세자저하, 복성군 드시었사옵니다.

세자 : (반가운) 어서 뫼시어라!

박상궁 : 예. (복성군에게) 드시지요.



S#43. 동 동궁전 방 안


세자와 세자빈,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아있는데 복성군, 방안으로 들어온다.


세자 : 복성군형님, 어서오세요.

복성군 : 시생이 두분께오서 오붓한 말씀을 나누시는데 훼방을 놓은 듯 싶사옵니다.

세자 : 그럴리가요? 형님, 이리 내려와 앉으세요.

복성군 : (세자 앞에 앉으며) 시생, 세자저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 들었사옵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빈궁마마께오서 자리를 비켜주시겠사옵니까?

세자빈 : 그리하지요. (일어서며) 하오면 두분 말씀 나누시지요.

복성군 : 황공하옵니다.

세자빈 : (방밖으로 나가면)

세자 : 형님, 긴히 할 말씀이라니요?

복성군 : 저하, 동궁후원에 작서가 매달린 일로 왕실과 조정에 피바람이 불어올 판인데 어찌 이리도 태평하시옵니까?!

세자 : (느닷없는 공세에) ...혀, 형님?!

복성군 : 저하께오서 빈궁마마와 담소를 나누시는 동안 동궁후원에서 벌어진 변괴로 인해 무고한 시생의 어미는

            사특한 유언비어에 휘말려 침식을 읹으신채 눈물을 뿌리고 계시옵니다.

            하온데 저하께오선 어찌 이러실수가 있으시단 말씀이옵니까?!

세자 : 빈궁이 쾌차하여 위로를 해주던 참이었사옵니다..형님, 이 아우의 생각이 짧았사옵니다. 용서하세요.

복성군 : 저하께오서 시생을 피를 나눈 형제로 생각하시온다면 전하께 시생의 어미의 결백을 주청드려 주시옵소서!

세자 : 형님, 그 일은 조정에서 추문을 하고 있사오니 조만간 경빈마마의 무고함이 드러나실겝니다.

복성군 : 저하! 어찌 이리도 모르시는것이옵니까?! 지금 궐내에는 시생의 어미가 시생을 새로운 왕세자로 옹립시키기 위해

            저하를 방자하였다는 유언비어가 파다하옵니다. 세자저하께오서 지켜주시기 못하오면 시생모자는

            대역부도죄로 사약을 받게 될것이옵니다! 크흐흐..

세자 : (복성군 앞에서 손을 맞쥐며) 형님, 그런일은 결코 없을것이옵니다. 이 아우가 형님과 경빈마마를 지켜드릴것이옵니다.

복성군 : (눈물로 보며) 시생, 저하를 믿어도 좋겠사옵니까?

세자 : 예, 믿으세요 형님!

복성군 : (세자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시생, 저하를 믿겠사옵니다. 믿겠사옵니다.

세자 : ...

복성군(E) : 암! 지금은 네놈이 나와 어머니의 방패막이 노릇을 잘 해주어야 할것이다!



S#44. 중궁전 방 안


윤원형, 놀란 눈으로 윤비를 보며 말한다.


윤원형 : 예에? 경빈이 작서를 매달아 세자저하를 방자하려했단 말이옵니까?!

윤비 : 왕실과 조정에서는 경빈이 한 짓거리라 단정하고 있으니 십중팔구는 틀림없을겝니다.

윤원형 : (치가 떨리는).. 이런 천하에 못된...!

윤비(E) : 내 오라버니께 말씀 못드리는 심정을 알아주세요.

윤비 : 오라버니, 난정이는 어찌 지내고 있습니까?

윤원형 : (바짝 다가서며 낮게) 실은 난정이의 기별을 가지고 왔사옵니다.

윤비 : 기별이라니요, 무슨요?

윤원형 : 화천군대감을 만난 일은 잘되엇으니 마마께오선 심려거두시어도 될것이라 하였사옵니다.

윤비(E) : (끄덕이며) 난정이가 일을 성사시킨게로구나!

윤원형 : 또한 시생한테는 편전에 들어 판부사를 조정으로 불러올리라는 주청을 들이라 하였사옵니다.

윤비 : 판부사를요?

윤원형 : 예, 조만간 희락당과 판부사가 조정으로 돌아올 것이오니 판부사와 친분을 다져놓아야 할것이란 말도 하였사옵니다.

            하온데 시생의 아둔한 머리로는 대체 어찌 돌아가는 사정인지 도통 알수가 없사옵니다.

윤비 : 오라버니, 당분간은 난정이가 시키는대로 하세요.

         그리하시는게 이사람은 물론이고 오라버니와 가문을 위하는 길이 될겝니다.

윤원형 : 예, 마마. 그리하겠사옵니다.



S#4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복성군과 윤씨가 앉아있다.


경빈 : 복성군께서 대비전에서는 호통을 맞으시고 동궁전에 드시어 눈물까지 보이시면서 이 어미를 위해 애를 쓰시었다지요?

복성군 : 소자, 자식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도리를 했을뿐이옵니다.

경빈 : (글성하여 눈물을 찍어내는)...복성군, 참으로 고맙습니다.

복성군 : (경빈의 손을 쥐며) 어마마마, 눈물을 거두시옵소서. 며느리 앞에서 눈물을 보이시다니요?

경빈 : 복성군, 이 어미는 복성군의 효심에 감독이 북받쳐 올라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복성군, 이 어미가 복성군의 효심에 보답을 해드릴것입니다. 반드시, 반드시요!

복성군 : 소자는 한시도 어마마마에 대한 믿음을 버린 적이 없사옵니다!

경빈 : 그래요, 믿으세요.

윤씨 : ...!



S#46. 동 경빈 처소 마당


복성군과 윤씨, 처소를 나와 일각문쪽으로 가면 금이가 뒤를 따른다.


복성군 : 장상궁, 근자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있으니 어마마마께오서 심기를 상하시지 않으시도록 각별히 마음을 써야할 것이야.

금이 : 쇠인을 믿으시옵소서.

복성군 : 허면, 내 장상궁만 믿겠네.

금이 : (조아리며) 살펴가시옵소서.

윤씨 : 서방님, 먼저 걸음하시옵소서. 소첩은 장상궁에게 당부할 말이 있사옵니다.

복성군 : 그러시구려.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윤씨 : (손에 든 종이함을 건네주며) 장상궁 받게.

금이 :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윤씨 : 열어보게.

금이 : (기대감에 열어보다가 움찔 놀라보는) 아, 아니 이것은?


(INSERT) 종이함 속에 대바늘이 박힌 인형이 놓여있다.


윤씨 : (낮게) 이 목우(木偶)를 동궁후원뒤에 아무도 몰래 묻게.

         그리하면 작서를 매단 자의 입과 사지가 뒤틀려 소행을 이실직고할걸게.

금이 : 하, 하오나...?

윤씨 : 내 용한 무당한테 알아온 비책이니 자넨 시키는대로만 하게.

금이 : 예...아씨.

윤씨 : 허면 나중에 또 보세.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금이 : (대바늘 박힌 인형을 섬찟하여 보는) ...!



S#47. 편전 방 안


윤원형, 중종 앞에 곡배를 올리고 앉는다. (*웃목에 강찬이 앉아있다.)


중종 : 처남, 궐내가 뒤숭숭한데 어인 일로 편전에 드시었소?

윤원형 : 신, 대궐에서 요괴스런 변괴가 생기었다는 소문을 듣고 전하께 주청드릴 일이 있어 들었사옵니다.

중종 : 주청이라?.. 말씀해 보시구려.

윤원형 : 전하, 세자저하를 모해하려는 역도의 무리를 발본색원하시어 가차없이 처형하시옵소서!

            그리하시어야 이나라 종사가 바로서고 민심이 수습될 것이옵니다.

중종 : 그 일이라면 과인이 조정신료들과 논의하여 처결한 것이오.

윤원형 : 전하, 누군가 세자저하를 모해하려는 역심을 품었다면 이는 왕실과 조정에 있는 자들이

            주도면밀하게 저지른 짓거리일줄로 사료되옵니다. 하오니 설혹 주범을 붙잡아 처형한다 한들

            장차 이런 변괴가 다시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가 있겠사옵니까?!

중종 : 뭣이라?! 허면 또 다시 이런 변괴가 벌어질수도 있다는게요?

윤원형 : 신은 분명 그럴것이라 생각하옵니다! 하오니 조정에서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자저하를 측근에서 보필할 신료들을 중용하시어야 할것이옵니다.

강찬(E) : ...!

중종 : 세자를 측근에서 보필할 신료들을 중요하라? 처남은 그게 누구라고 생각하시오?

윤원형 : 전하, 판부사대감부터 불러들이시옵소서!

중종 : 처남, 지금 판부사라 하시었소?

윤원형 : 예, 판부사대감은 세저자하의 외숙일뿐 아니오라 전하의 충직한 신하이옵니다.

            판부사가 변방에 나아간지 수년이 지났사오니 이제는 조정으로 불러들이시어 세자저하를 지켜주시옵소서!

중종 : 과인이 처남의 주청을 다시금 상량해 볼것이니 처남은 이만 물러가세요.

윤원형 : 하오면 신은 물러가옵니다. (일어서서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생각하는) 음.. 판부사.. 판부사라?



S#48. 경원 윤임 숙사 방 안


(INSERT CUT) 윤임과 허항, 채무택이 심정을 토로하듯 열띤 논의를 하고있다.



S#49. 동 편전 방 안


중종 : (강찬을 돌아보며) 도승지는 승후관의 주청을 어찌 생각하시오?

강찬 : 신의 생각엔 승후관 주청이 옳다고 사료되옵니다. 판부사는 죄를 당해 외직에 나간 것이 아니오니

         당장 불러들이신다한들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옵니다.

중종 : 음! 과인이 판부사 윤임을 조정으로 불러들일것이니 도승지는 당장 전교를 받들도록 하라!

강찬 : 예, 전하!



S#50. 대궐 일각


강찬, 급한 걸음으로 걸어와 두리번거리는데 윤은보와 이언적, 맞은편에서 걸어오다가 강찬을 보고 다가온다.


윤은보 : 도승지영감, 누구를 찾으시오이까?

강찬 : 혹시 두분께오선 윤승후관을 보시지 못하였소이까?

이언적 : 윤승후관이라면 시관을 매수한 혐으로 과거 응시자격을 박탈당한 중전마마의 오라비가 아니옵니까?

강찬 : 그렇소이다. 내 중전의 둘째오라비가 파락호노릇을 하던 쭉정이인줄만 알았더니

         이제 보니 속이 꽉찬 알갱이였소이다. 알갱이...!



S#51. 어느 길


윤원형, 임서방이 배행하는 사인교를 거느리고 온다.


윤원형(E) : 허어, 어제만 해도 철천지 원수처럼 여기던 판부사를 내 입으로 조정으로 불러들이라 주청을 올리다니?

                정치란 참으로 묘한 것이로구먼... 어제의 원수가 오늘은 벗이 되고

                오늘의 벗이 내일이면 서로의 가슴팍에 비수를 맞댈 적이 될 수도 있음이니...

윤원형 : (되노이는) 묘한일일세...참으로 묘한일이야...! (어디론가 간다)



S#52. 어느 절(봉은사) 가는 길


김씨, 삼이의 손을 잡고 배천댁과 탄신을 거느리고 올라가는데

윤임처, 몸정(*머리를 올린)을 거느리고 내려온다.


김씨 : (윤임처를 보고 반갑게) 숙모님, 봉은사에 불공을 다니시옵니까?

윤임처 : 대감께오서 무탈하게 조정으로 돌아오시길 불공드리고 있다네.

김씨 : 제 서방님 말씀이 판부사께오선 조만간 조정으로 돌아오실터니이 심려거두라 하시었사옵니다.

윤임처 : 그리되었으면 오죽 좋겠나만..(삼이를 보며) 이 애가 난정이 자식인가?

김씨 : 예, 삼아 판부사댁 정부인이시다, 인사드리거라.

삼이 : (조아리며) 마님, 이놈 삼이라 하옵니다.

윤임처 : 어미를 닮지 않아 인사성한번 바르구먼. (김씨를 보며) 자넨 언제까지 첩년이 낳은 혹을 달고 다닐셈인가?

김씨 : ..숙모님, 말씀이 과하시옵니다. (삼이를 보면)

삼이 : (고개를 푹 숙이는) ...!

김씨 : 숙모님, 언제 집에 한번 들르시지요.

윤임처 : 내 조카님 첩년 위세떠는 꼬락서니가 보기 싫어서 그리는 안하겠네.

김씨 : 하오면 제가 숙모님댁에 들르지요.

윤임처 : 그리하게나. 허면 나중에 또 보세. (몸종을 거느리고 내려간다)

김씨 : 가자. (오르막을 오르는데)

삼이 : (윤임처의 뒷모습을 노려보는) ...!



S#53. 김안로 유배지 마당


김희와 효혜공주, 황서방과 쌀가마짐과 장작짐을 진 하인들을 거느리고 마당으로 들어온다.


김희 : (방쪽을 둘러보며) 아버님, 소자이옵니다. 출타를 하시었는가?

김안로 : (부엌에서 나오며) 아니 연성위 아니시오?

김희 : (돌아보며) 아버님!

효혜공주 : (보며) 아버님..

김안로 : 허어, 공주마마께오서 어찌 이런 누지까지 발걸음을 하시었사옵니까?

김희, 효혜공주 : (김안로의 추레한 모습에 콧끝이 찡한) ...!

김안로 : 자, 누추하지만 방으로 드십시다.



S#54. 동 김안로 유배지 초가 방 안


김안로와 김희, 효혜공주가 앉아있다.


김안로 : 연성위와 공주마마께오서 이 아비를 위해 큰 일을 해주시었사옵니다.

김희 : 하오나 세자저하를 방자한 것이 경빈의 소행이란 소문만 무성할뿐 추국에서 밝혀진바는 아직 없사옵니다.

김안로 : 음.. 곧 사태가 진전될겝니다. 내 이 풍덕 땅에서 수년을 기다렸는데 며칠쯤 더 못기다리겠사옵니까?

효혜공주 : 아버님, 제가 한 일이 발각될까봐 두렵사옵니다. 밤마다 작서들이 몰려나오는 흉몽에 시달리옵니다.

김안로 : 공주마마, 마음을 굳게 잡수시옵소서. 이 시아비가 조정으로 돌아가면 모든게 잘될것이옵니다.

김희 : 하온데 경빈이 쫓겨나고 아버님께오서 돌아오신다 한들 아직은 조정신료들이 막강하게 버티고 있지 않사옵니까?

김안로 : 이 아비가 돌아가면 조정을 물갈이 할것이옵니다. 장차 세자저하를 보위한 참신할 인재들로 조정을 채우기 위해

            지금 사람들을 규합하고 있으니 연성위께서는 염려하지 마세요!



S#55. 윤원로 유배지 방 안


윤원로와 김제학이 마주 앉아있다.


윤원로 : 조정물갈이요? 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경빈과 화천군이 왕실과 조정에 떡 버티고 있는한 꿈도 꾸지 마시오!

김제학 : 그들의 위세는 이번에 반드시 꺽이게 되어있소이다. 그리되면 희락당대감과 손을 잡으시겠소이까?

윤원로 : 허어, 그거 참, 떡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물부터 마시는 격일세그려.

김제학 : 윤장령! 이사람 말을 믿으시오.

윤원로 : 좋소, 앞으로 석달내루 내 기양이 풀린다면 영감 말을 믿으리다, 됐소이까?

김제학 : 예, 두고보시오. 꼭 그리 될것이외다.

윤원로 : 영감께서 혈육도 찾아주지 않는 이 험하디 험한 강령땅까지 찾아주시었고 덕담까지 해주시오니 참으로 고맙소이다.

            자 술이나 한잔드시지요. (사발로 술동이에서 술을 퍼주는)

김제학 : (벌컥벌컥 마시는)



S#56. 옥매향 기방 아래채 방 안


옥매향, 슬픈 얼굴로 가야금을 타고 있다.

옥매향 눈물이 떨어지는 얼굴위로.


옥매향 : 서방님, 용서하시라요! 니년 평생 서방님을 기다리겠단 약됴를 지킬수가 없게 됐사옵네다.

            오늘밤 비록 니년이 다른 사내의 품에 안기더라도.. 서방님에 대한 니년의 마음은 편함 없을것이옵네다..

            믿어주시라요.. 흐흑..



S#57. 옥매향 기방 안채 마당


(E) (아래채에서 구슬픈 가야금소리가 들려온다)

복성군, 홍집사를 거느리고 중문 안으로 들어선다.


심퉁 : (안채에서 나오다가 조아리며) 나으리 오셨슈?

복성군 : 오냐, 이 가야금소리가 매향이가 타는 가야금소리더냐?

심퉁 : 야.. 매향아씨를 모시어 올깝쇼?

복성군 : 아니다, 이대로 좀 더 듣자구나..

(E) (가야금소리 뚝 그치며) ...

옥매향(E) : (아랫방안에서) 밖에 뉘가 오셨네?

심퉁 : 복성군나으리께서 오시었슈.

옥매향 : (아랫방문을 열고 나오며) 나으리 약됴한 유시가 되려면 이른 시각이온데..

복성군 : 내 오늘밤 네 수청을 받기로한 약조를 지키지 못할 듯 싶어 왔다.

옥매향 : 하오면 댱원급데를 시켜주신다는 약도는 어띠 되는것이옵네까?

복성군 : 내 네 정성이 갸륵하여 들어주도록 하마.

옥매향 : (연신조아리며) 고맙사옵네다, 고맙사옵네다. 니년 나으리 은혜 평생 닞디 않겠사오네다.

            댬시 드시어 댜라토 하시고 가시라요.

복성군 : 그리할까? (옥매향을 따라 안채로 들어가는데)

임백령 : (술에 취해 중문안으로 뒤어들어오며) 매향아!

옥매향, 복성군 : (돌아보는) ...?!

임백령 : 날 평생 기다리겠다는 약조가 고작 이런것이었느냐?! 대낮부터 사내를 끌어들여?

옥매향 : 서방님, 오해마시라요, 이 나으리께오선..

복성군 : 네놈이 매향이의 정인이구나?! 허, 장안최고 명기 옥매향 이름이 부끄럽구나!

            고작 이거밖에 안되는 용렬한 놈을 정인으로 삼다니?!

임백령 : 뭣이라? 네놈이 재물 좀 있다고 선비를 모욕하는게냐?! (복성군에게 달려드는데)

복성군 : (달려드는 임백령을 한방 치면)

임백령 : (땅바닥에 나동그라진다)

복성군 : (옥매향을 보며) 차는 다음번에 마시기로 하지. 가세, 홍세방. (홍서방을 거느리고 중문밖으로 나간다)

임백령 : (고통스럽게 신음을 흘리는) 으으...

심퉁 : (임백령 옆에 앉으며) 나으리, 괜찮으서유?

옥매향 : (임백력을 보다가) 심퉁아, 대문밖으로 뫼시라구!

심튱 : (보며) 야아? 그치만..

옥매향 : 내 말대루 하라우! 내레 이런 한심한 양반을 뎡인으로 둔닐이 없으니 그리알라우!

            (휙- 돌아서서 아랫방안으로 들어간다)

임백령 : (절망감으로 보는) ...매향이...



S#58. 옥매향 기방 대문 앞


임백령, 힘없이 걸어나오면.


심퉁 : 미안하구먼유.. (대문을 쾅- 닫아버린다)

임백령 : (굳게 닫힌 대문을 돌아보다가 어디론가 간다)



S#59. 중궁전 마당 (밤)


심정, 합문을 들어와 비장한 표정으로 중궁전 계단을 오른다.

심정, 중궁전 댓돌위에 서서 교태전 현판을 올려다 본다.

나인들, 심정의 의외의 등장에 힐끗 거리며 보는데

심정, 결심한 듯 지키고 선 나인에게 말한다.


심정 : 화천군 심정이 중궁전에 들기를 청하고 있다고 여쭈어주게!

나인 : 예.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60. 동 중궁전 방 안 (밤)


방문이 열리면 엄상궁, 급히 방안으로 들어와 윤비에게 조아리며 말한다.


엄상궁 : 화천군이 중전마마를 알현하기를 청하옵니다.

윤비 : 화천군이?! ...(엄상궁보고) 들라하게.

엄상궁 : 예, (돌아서며) 마마, 발을 내릴깝쇼?

윤비 : 아닐세, 됐네.

엄상궁 : (방밖으로 나가면)

윤비 : (혼잣말) .. 화천군이 생각보다 늦었구먼..



S#61. 동 중궁전 복도 (밤)


심정, 오상궁의 인도를 받으며 방문쪽으로 다가선다.


엄상궁 : 중전마마, 화천군 들었사옵니다.

윤비 : 들라하게!

엄상궁 : 예, (심정을 보며) 드시지요.

심정 : (마른 침을 꿀꺽삼키며 방문쪽으로 한걸음 내딛는다)



S#62. 동 중궁전 방 안 (밤)


심정,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윤비에게 조아리고 선다.

윤비, 심정을 냉정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심정, 결연한 표정이지만 고개를 숙인채 윤비의 시선을 피한다.

방안에 정적이 흐른다.

심정, 이윽고 결심했다는 듯 비장하게 고개를 들어 윤비를 본다.


심정 : 중전마마, 신이 중전마마께 충성을 맹세하오면 신의 목숨을 구명해주시겠사옵니까?

윤비 : 난정이가 화천군에게 그리 약조했다면 내 화천군의 목숨을 구명해줄것이다!

심정 : ...?!


심정, 윤비 앞에 마치 왕에게 곡배를 올리듯 격식있게 큰 절을 한다.

윤비, 그런 심정을 군주의 시선으로 본다.



S#63.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금이를 닦달하듯 보며 말한다.


경빈 : 장상궁, 아직도이더냐?

금이 : 예, 마마.

경빈 : 허어, 어찌 화천군이 조정신료들을 이끌고 편전에 들어 희락당의 역모고변을 하지 않느단 말이냐?! 어찌?!

         (연상을 쾅- 치며) 화천군, 내 명을 거스를 작정인가?!

금이 : (그 서슬에 움찔) ...?!

경빈(E) : (독기서린) 오냐! 화천군이 못하겠다면 내 스스로 편전에 들어 전하를 알현한 연후에 역모를 고변할 것이다!

경빈 : 장상궁, 당장 편전에 들 채비를 하거라!


경빈,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면 금이, 그 뒤를 따른다.



S#64. 편전 복도 (밤)


경빈, 성난 표정으로 방문쪽으로 걸어오면 김상궁과 대전내관이 조아린다.


경빈 : (방쪽을 힐끔보며) 누가 들어계시는가?

대전내관 : 전하께오서 화천군대감과 면대를 하고 계시옵니다.

경빈 : 화천군대감이?!

대전내관 : 고할까요?

경빈 : 아닐세, 면대가 끝날때까지 기다리겠네.

경빈(E) : (흡족한 미소가 스치는) 그럼 그렇치! 화천군이 내 명을 거역할 리가 없지! (방문쪽에 귀를 기울이는데)



S#65. 동 편전 방 안 (밤)


중종, 놀란 눈으로 앞에 앉은 심정을 본다.


중종 : 뭣이라?! 화천군 지금 뭐라고 했는가?! 동궁 후원에서 작서의 변괴를 저지른 것이 경빈의 소행이라고 했는가?!

심정 : 예, 전하! 경빈처소의 상궁나인들을 문초하시어 세자저하를 모해하려는 역모를 밝히시옵소서!



S#66. 동 편전 방문 앞 복도 (밤)


경빈 : (경악하는) 뭬, 뭬, 뭬야?! 화천군 저놈이 미쳤나?!



S#67. 동 편전 방 안 (밤)


중종 : 화천군, 지금 그 말에 목숨을 걸겠는가?!

심정 : (비장한) 예, 신 목숨을 걸겠사옵니다!

경빈 :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며) 화천군 네 이노옴! 하늘이 두렵지 않는냐?! 네 어찌 나를 죽이려 드는것이냐?!

심정 : (경빈을 돌아보며 충격) ... 겨, 경빈마마?!

중종 : 밖에 누구 없느냐?


김상궁과 대전내관, 황급하게 들어와 경빈을 붙든다.


경빈 : (김상궁과 대전내관에게 끌려나가며 발악하듯) 화천군, 네 놈이 누구 덕분에 이 자리에 올랐거늘!

중종 : 뭣들하는게냐?! 경빈을 당장 편전밖으로 내치거라!

경빈 : 전하, 신첩 억울하옵니다! 모두가 중전과 난정이가 꾸민짓거리이옵니다!

윤비(E) : 호호호호-



S#68. 중궁전 방 안 (밤)


윤비의 웃음소리 이어지며

윤비, 호호호- 웃어대는 얼굴위로 들러오는.


난정(E) : 호호호-



S#69. 갖바치 마당 (밤)


윤비(E) : (웃음소리 이어지며) 호호호-


난정, 깔깔깔 웃어대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