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여인천하] 11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1,186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119











S#1. 갖바치 마당


방백인과 당골네, 툇마루위에서 방문쪽을 엿듣고 있는데.


난정(E) : 길상아, 지금 뭐라 한게냐? 삼이가 네 아들이라고?!

당골네 : (놀라 동그라지는 눈) 뭐, 뭐야?! 허면 난정이 애가 몽달귀 총각의 자식?!

방백인 : (당골네 입을 막으며 쥐어박는 시늉) 이 여편네!

당골네 : (알았다는 듯 끄덕거리는)


방백인과 당골네, 다시 방문쪽에 귀를 바짝 귀울인다.



S#2. 동 갖바치 방 안


난정와 길상, 침묵 속에서 서로를 팽팽하게 쏘아본다.

난정, 길상을 노려보다가 무겁게 입을 뗀다.


난정 : 길상아, 삼이는 서방님 핏줄이다. 그건 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게다.

길상 : ..그래 그 아이는 나와는 피한방울도 썩이지 않은 나으리 핏줄이다!

난정 : 헌데 네 어찌 내 앞에서 그따위 허튼 말을 내뱉는게냐?!

길상 : 허나, 삼이는 내 평생 가슴속에 품고 사모하는 정인의 자식이니 내 자식이나 다를바 없다.

난정 : ..뭐어?!

길상 : 내 핏줄처럼 아끼는 삼이가 장차 처참하게 되는걸 보고 싶진 않다.

난정 : (버럭) 그딴 소리 마! 내 결코 삼이한테는 첩년의 자식이라는 족쇄를 채우지 않을게야!

길상 : 네 그 야심이 삼이의 앞길을 망칠것이란것 어찌 모르는게냐?!

난정 : (충격) ...뭐, 뭐라?!

길상 : 난정아, 삼이는 윤씨가문 사람이 아니다! 아비를 아비가 아닌 웃전으로 뫼시어야 하는 천한 서출이란 말이다!

         네 아무리 중전마마를 떠받들고 발버둥친다해도 귀천의 담벼락을 뛰어넘진 못한다는 것을 어찌 몰라?!

난정 : (분기로 숨을 몰아쉬며 무섭게 노려보는) ...!

길상 : 난정아, 네 가슴속에 야심을 파내버리지 않는다면 너뿐만 아니라 삼이까지 참혹하게 될 뿐이야!

난정 : 닥쳐! (길상이 뺨을 찰싹 친다)

길상 : ...!

난정 : 내 널 참으로 떠나보내야 할 때가 된 듯 싶구나.

길상 : ..나보고 떠나란 말이냐?

난정 : (단호하게) 길상아, 네 정녕 나를 가슴속에 품은 정인으로 생각한다면, 네가 나를 참으로 괴인다면

         도성을 떠나 멀리 가버려! 두 번 다시는 나를 찾지 마! (박차고 일어나 방밖으로 휙- 나가버린다)

길상 : (처참한 심정)...!



S#3. 편전 외경


자순대비(E) : (격한) 주상! 경빈과 복성군을 처형토록 하세요!



S#4. 편전 방 안


중종, 난감한 표정으로 앉아있고

그 앞에 자순대비와 심정을 비롯한 장순손, 김극핍, 이유청(*), 판서급 대신들과

희빈, 창빈을 비롯한 후궁들, 그리고 윗목에 강찬이 앉아있다. (*118회 S#72와 동일한 자리배치)


자순대비 : 주상, 경빈과 복성군의 대역부도한 역심에 죄를 묻지 않으시면 이 나라 종사와 대통이 위태로워집니다!

               주상, 어서 용단을 내리세요!

일동 :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중종 : (괴로운)...!

심정 : 전하, 경빈의 죄상이 만천하에 드러났사오니 죄를 묻는 것은 당연지사이옵니다!

         속히 경빈과 복성군을 잡아들이라는 어명을 내려주시옵소서!

중종 : (저으며) 아니오. 과인은 그리할 수는 없소!

희빈 : 전하, 지금 인정에 이끌리시어 경빈을 용서하시오면 장차 세자저하께오서 큰 화를 당하실수도 있사옵니다!

중종 : 어찌 왕실과 조정이 합세하여 경빈과 복성군에게 이렇듯 등을 돌려댈 수 있단 말인가?! 어찌?!

심정 : 전하, 경빈을 처형하시어 왕실과 조정에 군주의 지엄한 위엄과 권위를 세우시옵시고

         이나라 억조창생을 위하여 대의를 밝히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일동 :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그만! 그만들 하라! (벌떡 일어서서 도망치듯 방문쪽으로 가려는데)

자순대비 : (꾸짓듯 추상같은) 주상, 언제까지 유약하신 군주노릇을 하실겝니까?!

중종 : (멈춰서 휙- 돌아보는) ...?!

자순대비 : (꿇어 앉으며) 이 어미가 이리 빕니다. 주상께서 용단을 내리시지 못하고 이 자리에서 도망치신다면

               주상께선 유악하신 군주로 사초에 기록되어 천세만세 전해질 것이오! 주상, 정녕 부끄러운 군주가 되시려는겝니까?!

중종 : (울컥) 소자, 비록 용렬한 군주로 사초에 기록되어 손가락질을 받는다 할지라도

         소자의 손으로 지어미와 자식을 처형하여 천륜을 저버리는 포악한 짓거리를 결코 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주, 주상!

중종 : (자순대비를 쏘아보다가 방문을 거칠에 여닫고 나가버린다)

자순대비 : (고개를 저으며 탄식 하듯) 허어, 주상께서 어찌 저리도 심약하시단 말인가? 어찌?!



S#5. 동 편전 마당


중종, 격한 표정으로 대전내관과 김상궁을 거느리고 대전에서 나온다.

중종, 분노한 얼굴로 편전을 휙- 돌아보는 얼굴위로.


중종(E) : 어마마마, 왕실과 온 조정이 소자를 힘으로 몰아부친다하여도 소자, 결코 어의를 꺽지 않을 것이옵니다!

대전내관 : 전하, 어디로 납시올런지요.

중종 : (잠시 생각하다가) 중궁전으로 가자!

김상궁 : (당황스럽게 보며) ..하, 하오나

중종 : 김상궁, 어찌 말 끝을 흐시는가?

김상궁 : ..지금 ..중궁전마당에 경빈마마가 계시다고 하옵니다.

중종 : 뭣이라, 경빈이?! 어찌 과인이 처소에 유폐시칸 경빈이 교태전까지 나올 수 있단 말이냐?! (어느쪽을 휙- 돌아보는)



S#6. 중궁전 마당


윤비와 경빈, 침묵속에서 서로를 팽팽하게 노려보고 섰다.

엄상궁과 오상궁, 경빈이 뽑아든 은장도를 긴장하여 보고 있다. (*별감들고 중궁전 상궁들 배치는 118회 S#73과 동일)


경빈 : 이년 중전마마 앞에서 자결코자 교태전에 들었사옵니다.

윤비 : 자결?!

경빈 : 예, 마마.

윤비 : 경빈, 네 지금 제정신이더냐?! (싸늘한 눈빛으로 쏘아보는데)

경빈 : (노려보는 눈가에 경련이 이는)...신첩, 죽기전에 중전마마께 소청이 있어 왔사옵니다.

윤비 : 소청?!

경빈 : 예, 마마. (윤비쪽으로 한발짝 나서는데)

윤비 : 경빈, 네 소청이 무엇이냐?

경빈 : (윤비 앞에 무릎을 털썩 꿇는다)

일동 : ...?!

경빈 : (윤비에게 두손으로 은장도를 바치며) 중전마마! 이 장도로 신첩의 목줄기를 찌르시옵소서!

         신첩, 어차피 죽은 목숨이라면 차라리 중전마마의 손에 죽겠사옵니다!

윤비 : 경빈, 네 지금 실성을 한 것이더냐?! 내 어찌 손에 너 따위의 피를 묻혀 내 무덤을 파는 짓거리를 하겠느냐?!

         아직은 너의 죄상에 대한 전하의 어명이 아니 계시었으니 처소로 물러가 자중하고 있으라!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신첩을 죽이지 못하시겠다면... 신첩의 목숨을 구명해 주시옵소서!

윤비 : 뭐라? 경빈, 네 지금 내게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더냐?

경빈 : ..예, 지금 신첩의 목숨을 구명해주실 분은 오직 중전마마뿐이시옵니다.

         부디 자비를 베푸시어 신첩과 복성군의 목숨을 살려주시옵소서!

윤비 : (보다가) 호호, 참으로 오래살고 볼일이구먼! 천하의 경빈이 허울뿐인 중궁의 자리에 앉아있는 내게

         살려달라고 애걸을 하다니?!

경빈 : (모멸감에 어금니를 물며) ..신첩, 중전마마께오서 신첩과 복성군의 목숨을 구명하여 주시온다면

         마마께오서 어떤 수모와 멸시를 하실지라도 달게 받아 드릴 것이옵니다. 또한 장차 중전마마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오며 중궁전을 지키는 충복이 될 것을 맹세 드릴것이옵니다.

윤비 : 경빈, 네 진심이더냐?

경빈 : (윤비의 발등에 이마를 대고 조아리며) 신첩은 항상 중전마마의 발아래 자리할 것이옵니다! 믿어주시옵소서!..

         (눈물이 흐르는) 흐흐흑...

윤비 : ...!

엄상궁, 오상궁 : (충격으로 보는) ...!

일동 : (충격과 더불어 뭔가 찡하여 보는) ...!

경빈 : (조아린채) 흐흐흑- 중전마마, 신첩을 용서하여주시옵소서...!

윤비(E) :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경빈을 내려다보며) 경빈, 네 지금보니 한마리 가엾은 짐생에 불과하구나..

             네 이리도 가냘픈 몸으로 어찌 천하를 손아귀에 움켜 쥐려는 야심을 가졌단 말이냐?

경빈 : (눈물범벅된 얼굴로 윤비를 올려다 보며) 흐흐흑... 중전마마, 신첩과 복성군을 살려주시옵소서!

윤비 : (안쓰럽게 보는데) ...

난정(E) : 중전마마, 아니되시옵니다!

윤비 : (움찔 놀라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

난정 : (INSERT CUT) 중전마마, 화근의 싹은 일찌감치 짤라버려야 하옵니다!

         지금 마음이 약해지시오면 장차 중전마마께오서 경빈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목숨을 구걸하시게 될 것이옵니다!

윤비(E) : (냉정을 찾는) 그래, 내 예서 마음이 약해지면 살아남을 수가 없음이야! 살아남을 수가!

윤비 : (냉랭하게 보며) 경빈, 일어나거라! 내가 내린 약을 사약으로 오인하였으면서도

         죽음을 겁내지 않고 들이키던 네 기세는 어디로 갔느냐?!

경빈 : 마마, 흐흑...

윤비 : 인과응보라 했거늘, 네 세자를 방자하여 스스로 하늘을 거역한 대역부도한 죄를 지었거늘 어찌 살기를 바라는게냐?!

경빈 : 중전마마! 작서의 변괴는 신첩의 소행이 아님을 중전마마께오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지 않사옵니까?!

윤비 : 경빈, 네 아직도 네 손으로 저지른 죄를 자인하지 않는것이냐?!

경빈 : 마마, 정녕 신첩을 죽이시려는 것이옵니까?!

윤비 : (별감들을 엄하게 보며) 별감들은 듣거라! 너희들은 어찌하야 전하께오서 유폐를 명한 죄인을

         어찌 처소밖으로 나오게 한것이냐?! 당장 어명을 받들어 죄인을 처소로 끌고가라!

별감들 : (조아리며) 예! (경빈쪽으로 몰려들어 양팔을 붙잡아 일으켜 세우고 거칠게 끌고간다)

경빈 : (발버둥치며 끌려가면서도 윤비를 노려보며 울부짖는) 중전, 정녕 나를 죽이려는게요?!

         중전, 두고보시오! 내 결코 혼자만 죽지는 않을것이오! 혼자만 죽지는 않을것이야! (합문 밖으로 끌려나가는)

윤비(E) : (경빈의 뒷모습을 보며) 경빈, 우리 두사람은 결코 한 하늘을 이고는 살수가 없는 윤명인것을...!

윤비 : 엄상궁, 가세. (돌아서는데)

대전내관(E) : (합문쪽에서) 주상전하, 납시오-


윤비, 돌아보며 중종, 대전내관과 김상궁을 거느리고 합문안으로 들어온다.

중종, 계단을 올라와 윤비쪽으로 다가오면 일동, 조아리며 맞이한다.


윤비 : (조아리며) 전하, 납시옵니까?

중종 : 중전, 경빈이 어찌 과인의 명을 거스르고 중궁전까지 발걸음을 한것이오?

윤비 : 경빈이 작서의 변괴는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며 신첩에게 억울함을 호소하였사옵니다.

중종 : 그래요? ..중궁전으로 드십시다. 과인은 중전께 물을 말이 있소.


중종, 앞장서면 윤비, 그 뒤를 따라 중궁전으로 들어간다.



S#7. 동 중궁전 방 안


중종과 윤비, 마주 앉아있다.


중종 : (한숨을 내쉬며) 왕실과 조정의 공론이 경빈과 복성군을 처형하라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과인은 이번 일을 어찌 처결해야할지 모르겠소. 중전께서 과인에게 지혜를 빌려주시구려.

윤비 : 전하, 이번일은 왕실의 압력이나 조정의 공론에 연연치 마시옵고 신중에 신중을 기하시어 처결하시어야 하옵니다!

         작서의 변괴가 경빈의 소행이라는 아무런 확증도 없이 경빈을 토끼몰이하듯 몰아만 부친다면

         장차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수도 있사옵니다.

중종 : 불행한 사태라니요?

윤비 : 만에 하나 경빈과 복성군이 세자를 방자했다는 소문만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처형된다면

         세자의 가슴에 큰 상처가 될 것이옵니다. 그리되오면 장차 세자가 전하의 대통을 이어 보위에 오른 연후에도

         치세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옵니다.

중종 : 음.. 세자의 여린 성품으로 보아 그럴수도 있을게요. 허면 어찌하면 좋겠소?

윤비 : 전하, 경빈을 친국하시옵소서!

중종 : (흠짓) 경빈을요?

윤비 : 예, 전하께오서 친국을 하시어 경빈 스스로 죄를 토설케 하신 연후에 죄를 물으시온다면 아무런 뒷탈이 없을 것이옵니다.

중종 : (저으며) 아니오, 경빈을 친국할 수는 없소.

윤비 : 전하, 마음에 걸리시는 일이라도 있으시옵니까?

중종 : 과인이 어찌 경빈에게 형장을 치고 주리를 틀면서 문초를 할 수가 있겠소?

         또한 형신을 가하여 경빈의 토설을 받는다한들 그 어찌 진실된 자복이라 할 수 있겠소? 과인을 그리 할 수는 없소.

윤비(E) : (서운함이 스치는) 전하, 신첩의 아비와 오라비들에게 형장을 치시었사옵고

             또한 신첩에게 폐위교지까지 서슴치 않고 내리시었던 전하께오서

             어찌 경빈과 복성군은 그리도 아끼시는 것이옵니까? 어찌요?

윤비 : 하오면 이 난제를 어찌 푸시려하옵니까?

중종 : (괴로운) 과인도 모르겠소... 과인의 가슴을 천근 바위가 짓누르는 듯 참으로 답답할 뿐이요!

윤비 : ...



S#8. 빈청 방 안


심정을 중심으로 장순손, 김극핍, 이유청(*), 이항, 박희량과 정광필, 강찬, 윤은보, 이언적, 박승지와

판서급이상 대신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김극핍 : 전하께오서 경빈박씨에 대한 총애가 크시어 용단을 내리시지 못하시오니

            이러다가 작서의 변괴에 대한 범인 색출이 유야무야 되지나 않을지 참으로 걱정이옵니다.

심정 : 그리되서는 아니될 것이오! 온 조정과 왕실이 똘똘 뭉쳐 전하의 용단을 촉구해야할 것이외다!

장순손 : 지당하오신 말씀이옵니다! 예서 물러선다면 우리의 목이 떨어져 나갈수도 있사옵니다!

            (정광필등을 보며) 다음번에 편전에 들때에는 영부사대감께오서도 동참해 주시겠지요?

정광필 : 대감들, 어찌 경거망동을 하시는 것이오이까?!

심정일파 : (일그러지며 정광필을 보는)...?!

심정 : 경거망동이라니요?!

정광필 : 대감들께오선 어찌 아무런 확증도 없이 유언비어만으로 경빈마마와 복성군의 처형을 주청드린 것이오이까?!

심정 : 경빈의 심복인 장상궁 처소에서 방자에 쓰일 제웅이 나왔소이다! 이보다 더 분명한 확증이 어디있겠소이까?

윤은보 : 제웅이 나왔다고 하여 작서의 변괴가 경빈의 소행이라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아니오이다!

김극핍 : 허어, 영부사와 윤판서대감께오서는 어찌 경빈을 감싸도 도시는 것이오이까?

            그러다 괜한 구설에 오르실수도 있사옵니다!

정광필 : 구설이라니요?!

장순손 : 경빈이 목숨을 구명하기 위하여 조정에 막대한 뇌물을 쓰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사옵니다.

정광필 : (분노의 연상 쾅-) 장판서, 말씀 삼가하시오! 허면 이사람들이 경빈에게 뇌물이라도 받아 챙겼다는 말씀이오이까?!

김극핍 : 우리들이 목숨을 걸고 편전에 들어 주청을 드리는 동안

            대감들께오선 팔짱을 끼고 강건너 불구경하시는 듯하여 드리는 말씀이오이다.

윤은보 : 허어, 경빈의 재물과 뒷배로 재상의 반열에 오른 대감들이 어찌 하루아침에 안면을 바꾸고 경빈을 내치려하시는게요?!

            대감들의 구린 곳을 감추려 하시는게 아니오이까?!

심정 : 경빈의 재물과 뒷배라니요?! 윤판서, 말이면 다 말인줄 아시오?!

윤은보 : 왜요, 이사람이 틀린 말이라도 하였소이까?!

강찬 : 그만들 두시오! 이러다간 작서의 변괴를 저지른 범인을 밝혀내기도 전에 조정이 내분에 휩싸여 무너지겠소이다!

이언적 : (지켜보다가 벌떡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걸어가는)

강찬 : 회재, 어딜 가시는겐가?

이언적 : (돌아보며) 저런 소인배들과 마주 앉아 역한 똥냄새를 풍기는 말을 듣고 있자니

            코가 문드러질 듯 싶어 견딜수가 없사옵니다!

김극핍 : (일그러지는) 뭬, 뭬야? 저자가?!

윤은보 : (일어서며) 회재, 이사람도 같이 가십시다. (이언적의 뒤를 따라 나간다)


정광필과 박승지도 심정일파를 못마땅하게 보며 일어서서 이언적과 윤은보를 따라 빈청 밖으로 나간다.


장순손 : 허어, 저런 고이얀 자들이 있나?!

심정 : 내버려 두시오! 지금은 전하의 어의를 돌려 경빈을 내치는 일이 시급하오! 전하의 어의를 돌릴 중지를 모아보십시다.


일동, 심각한 표정으로 뭐라고 논의하는 모습위로.


해설(NA) : 조정은 작서의 변괴의 배후로 지목된 경빈박씨에 대한 죄를 묻는 여부를 놓고

                강경파와 신중파로 양분되어 내분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S#9.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굳은 표정으로 앞에 앉은 희빈과 창빈, 홍숙의, 이숙의, 김숙원, 이숙원을 보고 있다.


해설(NA) : 그러나 자순대비를 정점으로 하는 왕실의 입장은 단호했다.

자순대비 : (결연한) 이번 작서의 변괴는 경빈의 저지른 짓거리라 분명합니다.

               주상께서 경빈의 죄를 물으실때까지 여기 계신분들께서 한뜻으로 힘을 모아 주청을 올려야 할 것이오!

일동 : (조아리며) 명심하겠사옵니다!

희빈 : (조심스럽게) 대비마마, 전하께오서 저리도 완강하게 경빈을 감싸주시고 계시오니

         신첩들의 주청이 전하의 심기를 불편케 해드리는 불충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올지 걱정이옵니다.

자순대비 : 희빈, 이 늙은이가 모든 책임을 질터이니 그런 염려는 마시구려!

               내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경빈을 궐밖으로 내칠것이오!

희빈(E) : 암요, 그러시어야지요!

창빈 : (뭔가 불길한)...!



S#10. 복성군 사가 안채 외경


홍서방, 방밖에 서있다.


복성군(E) : 부인, 제웅이라니요?!



S#11. 동 복성군 방 안


복성군, 앞에 앉은 윤씨를 무섭게 노려보며 말한다.


복성군 : 대체 부인께서 장상궁한테 무슨 제웅을 주었다는 것이오?!

윤씨 : (주눅이 든).. 소첩이 용한 무당한테 찾아가 받아온 제웅이온데..

         그 제웅에 대침을 꽂아 궐내에 묻으면 어마마마를 모함하는 자를 찾아낼수 있다고 하길래..

복성군 : (버럭 연상 쾅-) 부인, 지금 제정신이오?! 어마마마께오서 작서의 변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장상궁과 시녀들이 추국을 받는 판에 어찌 그런 짓거리를 하신게요?!

윤씨 : (눈물 글성)..소첩, 어마마마의 누명을 벗겨드리고자 하였을뿐 다른 뜻은 없었사옵니다..

복성군 : 그 입 다무시오!

윤씨 : (찔끔)...!

복성군 : 허어, 만에 하나 제웅이 발각되면 어마마마는 물론이고 나까지 죄를 피하지 못할것이거늘

            허어, 이 일을 대체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윤씨 : (눈물을 찍어내며)..송구하옵니다.

복성군 : (휙- 노려보며) 아무리 아녀자 소견머리라 하지만 어찌 이만 밖에 아니된단 말인가?! 어찌!

            (벌떡 일어서서 방문을 거칠에 여닫고 나가버린다)

윤씨 : 흐흐흑...



S#12.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의자에 앉아 치부책을 펼쳐보고 있다.

장대인, 치부책을 넘기면 관직과 이름, 그리고 뇌물액수등이 적혀있다.

(*탁자위에는 장대인이 보는 것과 같은 치부택이 너댓권 싸여있다.)


장대인(E) : (치부책장을 넘겨보며) 경빈마마께오서 찍혀져나간다면 지금껏 경빈마마를 통해 조정신료들은 물론

                 종친과 내명부들에게 건네 준 수백만량의 뇌물이 무용지물이 될터이지.

                 (치부책을 손바닥으로 탁 치며) 아니돼! 내 지금것 쌓아 올린 공든탑을 무너뜨릴수는 없음이야!

                 내 이 치부책으로 왕실과 조정신료들을 돌려세운 뒤 경빈마마를 구명해드릴 것이야!

송서방(E) : (방밖에서) 어르신! 백도주께오서 뵙기를 청하십니다요.

장대인 : (흠짓보며) 백도주가?... (탁자위에 놓인 치부책들을 치우며) 뫼시어라!



S#13. 동 장대인 사랑채 마당


송서방과 백치수, 방문 앞에 서있다.


송서방 : 예. (백치수에게) 드시지요.

백치수 : (끄더기고는 방안으로 들어간다)



S#14.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찻잔에 차를 따르는데 백치수, 방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온다.


백치수 : 장대인, 그간 무고 하시었는가?

장대인 : (앉으라는 손짓을 하며) 안성유기장에 가시었던 일은 잘 되었소?

백치수 : (앉으며) 암, 내 장사는 순풍에 돛단 듯 술술 풀려나가고 있네.

            헌데 장대인 배가 격랑을 만나 좌초될 위험에 빠져있다고 들었네!

장대인 : 좌초라니요?!

백치수 : 내 듣자니 경빈마마께오서 세자궁을 방자하신 일로 큰 곤경에 처하시었다니?

장대인 : (여유있게 백치수의 찻잔을 채워주며) 장사든 정치든 언제나 크고 작은 함정들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법 아니겠소?

백치수 : 허어, 장대인은 경빈마마께오서 위급에 처하시었어도 태평하구먼?

장대인 : (찻잔을 들며 미소) 낯을 찡그리고 아등바등댄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지요!

백치수 : 하기야 그렇지! 허나 장대인한테 믿는 구석이 있는건 아닌가?

장대인 : (흠짓) 믿는 구석이라니요?

백치수 : 조정신료들에게 찔러준 뇌물을 적어놓은 치부책이 있다든가?

장대인 : 허튼소리!

백치수 : (끄덕이며) 조심하게! 만에 하나 그런 치부책이 있다손 치더라도 함부로 쓸 생각일랑은 말게!

            자네한테 오히려 화급이 닥칠게야!

장대인 : 내 백도주처럼 어리석은 짓거리는 하지 않을테니 걱정마시구려.

백치수 : 암, 그렇겠지! 장대인이 장사수완이나 조정에 끈을 대는 솜씨가 나보다는 한수 윗길이 아니신가? 하하하.

            (단숨에 차를 벌컥 벌컥 마시고) 차 잘 마셨네! 허면 내 이만 남소문으로 돌아가겠네!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E) : (굳는)..저놈이 무슨 냄새를 맡은겐가?



S#15. 동 장대인 대문 앞


백치수, 대문을 열고 나오면 송서방이 배웅하듯 따라나온다.


백치수 : (은밀하게) 송서방, 요즘 장대인 사정이 어떠한가?

송서방 : (주변을 살피고는 낮게) 조정신료들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요.

백치수 : 음!...또?

송서방 : 혜화문 밖에 사는 점바치놈을 잡아왔사온데 난정이와 윤승후관이 쳐들어와서 빼내간 일도 있었사옵니다.

백치수 : (뭔가 생각하며 혼잣말)... 난정이와 윤승후관이 잡아온 점바치를 빼내갔다?

            ..송서방, 장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하게!

송서방 : 예, 어르신.

백치수 :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16. 갖바치 마당


당골네, 툇마루에 앉아 다듬이 방망이질을 하고 방백인, 육갑을 짚고 있다.

갖바치, 쇠가죽 지게를 진채 손에 약첩을 들고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방백인 : (보고) 형님, 오시오?

갖바치 : (지게를 내려놓으며) 그래, 지게를 진 등판에 땀이 베어는 걸 보니 완연한 봄이로구먼!

당골네 : 헌데 손에 드신건 뭡니까요?

갖바치 : 길상이한테 줄 탕약이오. 아주머니가 정성껏 다려주시구려.

당골네 : 예에?... 어쩌나? 몽달귀총각은 떠났는데...?

갖바치 : 떠나다니요?

방백인 : 아까 난정이가 다녀간 뒤에 말리는걸 뿌리치고 나갔소.

갖바치 : (탄식하듯)...음!



S#17. 어느 정자 위


길상,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얼굴위로.


난정 : (119회 S#2의) 길상아, 네 정녕 나를 가슴속에 품은 정인으로 생각한다면, 네가 나를 참으로 괴인다면

         도성을 떠나 멀리 가버려! 두 번 다시는 나를 찾지 마!


길상, 회한가득한 시선으로 하늘을 보다가 정자를 내려와 어디론가 간다.

패랭이, 한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길상의 뒷모습을 노려본다.



S#18. 당추 암자 오르는 산 길


노승, 암자쪽으로 휘적 휘적 올라가고 있다.



S#19. 당추 암자 마당


노승, 마당으로 올라와 법당쪽 부처님께 합장인사를 올린다.

노승, 누군가를 찾듯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노승 : 땡초야- 땡초야, 이놈 어디있느냐?!



S#20. 동 당추 암자 방 안


임백령, 책상앞에 앉아 서책을 읽고 있다. (*방안에 곡물자루와 말린 음식들, 물독 등이 놓여있다.)


노승(E) : (방밖에서) 땡초야-

임백령 : (책을 보다가 신경이 쓰이는듯.. 그러나 서책에 몰두하는)

노승(E) : (방밖에서) 허어, 땡초 이놈이 또 방랑벽이 도진 모양이구먼!

임백령 : ...



S#21. 동 당추 암자 마당


노승, 대못이 박힌 방문앞 툇마루에 걸터 앉는다. (*혹은 자물통이라도 채워진 방문앞)


노승 : (못질된 -혹은 자물통이 채워진- 방문을 보며) 쯧쯧, 어리석은지고.



S#22. 동 당추 암자 방 안


노승(E) : 마음만 있다면 사람들 북적거리는 난장판에선들 용맹정진 하지 못할까?! 쯧쯧 어리석은지고! 어리석은지고!

임백령 : (방문쪽을 돌아보며)...!



S#23. 난정모 마당


윤원형, 관복차림으로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서 방쪽으로 다가간다.


윤원형 : 부인, 나요.

난정(E) : (방안에서) 드시옵소서.

윤원형 : (방안으로 들어간다)



S#24. 동 난정모 방 안


윤원형,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난정, 당의를 입고 앉아있다.


윤원형 : (앉으며) 부인, 오늘은 어인연유로 입궐을 하시려는게요?

난정 : 아직 대궐에서 경빈을 내쳤다는 소문이 들리지 않는 것을 보아

         주상전하께오서 아직 어의를 정하시지 못하시는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 그래요, 전하께오서도 용단을 내리시기 쉽지는 않으시겠지요...

난정 : 지금 경빈의 목을 쳐내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천추에 한이 될것이옵니다.

         하오니 서방님께오서 전하를 알현하시어 경빈을 죄주라는 주청을 드리시옵소서!

윤원형 : 조정의 쟁쟁한 신료들의 청도 들어주시지 않으시는데 이사람이 주청드린다고 전하께오서 어의를 돌리시겠소?

난정 : 서방님, 편전에서 목숨을 내던지실 각오로 주청을 드리시옵소서!!

윤원형 : (흠짓) 목숨을 내던질 각오요?

난정 : 중전마마와 소첩의 목숨이 서방님 손에 달려있사옵니다!

윤원형 : ...!



S#25. 편전 외경


중종(E) : (격노한) 도승지, 이게 다 무엇들인가?!



S#26. 동 편전 방 안


중종, 연상위에 가득 쌓인 상소문을 노한 얼굴로 보고 있다.

중종 앞에 강찬과 박승지가 앉아있다.


강찬 : 삼사는 물론이고 성균관유생들과 각지의 유생들이 경빈과 복성군을 죄주라고 청하는 상소문이옵니다.

중종 : (울그락불그락) 이런 괘씸한?! (상소문을 와르르 밀쳐버린다)

강찬 : (움찔)...?!

중종 : 도승지, 과인의 처결이 있을때까지 조정에서 작서의 변괴에 대해 논의치 말라는 전교를 내리라!

         또한 대궐에도 함구령을 내리라! 지금 이후로 경빈과 복성군을 죄주라는 주청을 올리는 자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어명을 어긴 죄를 물어 엄히 치죄할 것이다!

강찬 : 전하, 어찌 함구령으로 조정의 공론을 무마시키려 하시옵니까? 차라리 경빈마마를 친국하시어 진상을 밝히심이..

중종 : 도승지, 그 입 다물라! 도승지조차 과인의 어명을 어기려드는겐가?!

강찬 : (조아리며) 황공하옵니다.

중종 : 물러들 가라!

강찬, 박승지 :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결연한) 내 반드시 과인의 손으로 경빈과 복성군을 지켜줄 것이야!



S#27. 중궁전 방 안


윤비, 혼자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위로.


윤비(E) : 전하께오서 아직도 경빈에 대한 정을 떼어버리지 못하시었으니 만에 하나 경빈이 구명될 수도 있음이야..

              이번에 경빈이 기사회생한다면.. 경빈에게 등을 돌려댔던 자들은 물론이고

              가장 먼저 나와 난정이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야!



S#28.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소복차림으로 어금니를 물며 주먹을 움켜쥐는 얼굴위로..


경빈(E) : (벼르는) 암, 조정신료들과 왕실의 종친과 내명부한테 찔러준 뇌물을 적은 치부책이 장대인 손에 있는 한

              내 이대로 혼자만 죽지는 않을 것이야! 중전과 난정이 너희 두년과 심정이 네 놈만큼은

              반드시 내 손으로 파묻어 버릴것이다! 두고보아라! 호호호-


경빈, 광기어린 웃음을 웃어대는데서.



S#29. 희빈 처소 방 안


희빈과 창빈이 마주 앉아있다.


희빈 : (조심스럽게) 창빈, 혹시 경빈한테 재물을 돌려 쓰신적이 있으시오?

창빈 : 아니오? 헌데 왜요?

희빈 : (난처한)...

창빈 : 희빈, 혹시...?

희빈 : 그래요, 내 경빈한테 얼마간의 재물을 빌려 쓴 일이 있는데.. 경빈이 이번에 주상전하의 성총을 입어 죄를 피한다면

         경빈을 죄주라고 주청을 올리는데 앞장선 이사람이나 창빈을 가만놔두겠소?

창빈 : (단호한) 희빈, 이번 작서의 변괴는 누가 보더라도 경빈이 저지른 소행이 명백합니다!

         앞으로 경빈이 대궐안을 활보할 일은 없을테니 걱정마세요!

희빈 : 허나, 주상전하께오서 경빈을 저리도 각별히 아끼시오니 그러지요.

창빈 : 주상전하께오서도 영명하오신 해안으로 이번 일을 순리대로 처결하실 것이니 믿으세요!

희빈 : 예, 모쪼록 그러시길 바래야지요..



S#30. 동궁전 방 안


세자와 세자빈 앞에 윤은보와 이언적이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세자 : 지금 조정에서는 경빈마마와 복성군형님을 치죄하라는 공론이 들끓고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

윤은보 : 하오나 주상전하께오서 완강하게 불윤을 하고 계시옵니다.

세자 : 윤판서께오서는 아바마마께오서 조정의 공론을 불윤하시는 까닭을 짐작하시옵니까?

윤은보, 이언적 : ...

세자 : 아바마마께오선 병인년 폐주 연산을 몰아낸 반정으로 보위에 오르시었습니다.

         보위에 오르신지 이레만에 반정공신들의 주청으로 조강지처이시었던 신비마마를 폐위시키시었지요.

         또한 지난 신사년에도 승후관 형제가 조정의 뇌물비리에 연루되었다는 연유로 조정신료들의 주청으로

         지금의 중전마마께서도 폐위전교를 내리신 바 있으시었지요.

윤은보, 이언적 : (이언적 눈을 감고 든는)...

세자 : 헌데 지금 또 조정신료들은 아바마마를 조강지처와 다름없이 뫼시어온 경빈마마와 복성군형님에게

         죄를 물을라고 주청을 드리고 있습니다. 아바마마께오서는 두 번 다시는 그런 우를 되풀이하시고 싶지가 않으신겝니다.

         아바마마께오선 이번 조정신료들의 주청을 쉽사리 윤허하시지 않으실겝니다.

윤은보 : 하오나 조정신료들 역시 호락호락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세자 : 그럴겝니다. 지금 경빈마마를 죄주라고 주청을 올리는 신료들은 모두 경빈마마의 은덕을 입으신 분들이니

         오히려 뒤로 물러서지는 못할 겝니다.

윤은보(E) : (흠짓) 허어, 저하께오선 조정의 판세를 읽고 계시었단 말인가?

이언적 : (눈을 뜨며) 예, 주인을 배신한 개가 주인을 향해 짖어대는 형국이지요!

세자빈 : ...?!

윤은보 : (점잖게 나무라듯) 회재, 저하앞에서 말씀이 과하시구려.

이언적 : 주상전하께오서 아무리 완강하게 거부하신다 하여도 왕실과 조정이 한뜻으로 주청을 올린다면

            결국엔 받아들이실 수 밖에 없을 것이옵니다.

세자 : 내 생각도 같습니다.

윤은보, 이언적 : ...?!

세자 : 하오니 두분께오서 경빈마마와 복성군형님의 방패막이가 되어 조정의 공론을 막아주세요.

         아바마마께오선 이복 형님이신 연산주를 몰아내시고 보위에 오르시었습니다. 헌데 지금 또

         장자이신 복성군형님을 내치신다면 훗날의 역사가 아바마마를 어찌 평하겠습니까? 나는 이나라 왕조가

         골육상쟁의 피로 얼룩진 기록을 남기질 원치 않습니다. 두분께오서 내 말뜻을 저버리시지는 않을것이라 믿습니다.

윤은보, 이언적 : ...!



S#31. 중궁전 마당


난정, 합문을 들어와 중궁전 계단을 오르는 모습위로.


엄상궁(E) : 중전마마, 윤승후관 작은 안으서 들었사옵니다.



S#32. 동 중궁전 방 안


난정과 윤비, 바짝 마주 앉아있다.


윤비 : 난정아, 전하의 어의가 저리도 견고하시오니 이번에 경빈을 쳐내는 일이 어려울 듯 싶구나!

난정 : ...마마, 지금 경빈을 파내버리지 못하고 실기하시오면 두 번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옵니다.

         반드시, 반드시 이번에 경빈과 복성군을 도려내버려야 하옵니다!

윤비 : 허나 어찌 하겠느냐?... 조정신료들은 물론이고 대비마마와 후궁들이 주청을 드려도

         전하의 어의가 꿈쩍도 아니하시는 것을..

난정 :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처럼 윤허를 해주실때까지 수천 수만번 주청을 드려야지요!

         지금 승후관께오서 편전에 드시어 전하께 주청을 드리실 것이옵니다.

윤비 : (흠짓) 뭐라? 작은오라버니께오서?

난정 : 예, 마마.

윤비 : 허어, 지금 궐내에 함구령이 내렸건만 네 어찌 오라버니께 그런 경거망동한 주청을 드리게 하였는냐?!

난정 : (단호한) 중전마마, 경빈의 명줄을 끊어버리려면 누군가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옵니다.

         전하께오서 승후관께 죄를 물으시온다면 소첩의 목숨도 내놓을 것이옵니다!

윤비 : 난정아, 네 어찌...

난정 : 마마, 승후관을 믿으시옵소서!



S#33. 편전 복도


윤원형, 방문쪽으로 다가온다.


대전내관 : (조아리며) 승후관 오시옵니까?

윤원형 : 김내관, 잘계시었소?... 전하께 고하여 주시구려.

대전내관 : 승후관께오선 무슨 일로 전하를 알현하시려 하옵니까?

윤원형 : 내 작서의 변괴에 대해 전하께 주청드릴 일이 있어 들었소이다.

대전내관 : (낮게) 지금 전하께오선 심기가 불편하시오니 다음번에 다시 드시는게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 어찌해서요?

대전내관 : 전하께오서 궐내에 작서의 변괴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시었사옵고

               이를 어기는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히 문책하시겠다는 어명이 계시었사옵니다.

윤원형 : 그, 그래요?

윤원형(E) : (뭔가 생각하는) 하긴 지금 전하께 경빈을 죄주라는 주청을 올렸다가는 불벼락이 떨어질수도 있음이야..

                 내 한발 물러서는 것이 좋을 듯 싶구먼..

난정 : (119회 S#19의) 서방님, 편전에서 목숨을 내던지실 각오로 주청을 드리시옵소서!

         중전마마와 소첩의 목숨이 서방님 손에 달려있사옵니다!

윤원형(E) : (마음을 다잡으며) 그래, 내 약한 마음을 먹어서는 아니됨이야.

윤원형 : 김내관, 전하께 고하여 주시게!

대전내관 : (흠짓 보다가)...전하, 윤승후관 들었사옵니다.

중종(E) : (방안에서) 들라해라-

대전내관 : 예. (윤원형에게) 드시지요.

윤원형 : (헛기침을 하며 방문쪽으로 내딛는다)



S#34. 동 편전 방안


중종,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선다.


윤원형 : (곡배를 올리며) 전하, 옥체 만강하시옵니까?

중종 : 처남, 이리 내려와 앉으세요.

윤원형 : 예. (중종 앞으로 다가가 마주 앉는다)

중종 : 아니그래도 과인의 심기가 답답하여 왕실과 조정신료가 아닌 누군가와 말을 나누고 싶었는데 마침 잘 드시었소.

윤원형 : 작서의 변괴 때문이시옵니까?

중종 : 그래요. 조정신료들은 물론 왕실에서도 온 대궐안에 경빈과 복성군을 죄주라는 주청이 벌떼처럼 들끓고 있소.

         허나 과인을 결코 경빈과 복성군에게 죄를 묻지는 않을것이오.

윤원형 : ...!

중종 : 과인이 이 난제를 어찌 풀어야할지 처남께서 조언 좀 해주시구려.

윤원형 : 전하, 그 답은 읍참마속이란 말에 있사옵니다.

중종 : 읍참마속이요?

윤원형 : 마속이란 장수가 군령을 어기고 전장에서 패하고 돌아오자

            제갈공명은 눈물을 뿌리며 자식처럼 아끼는 마속의 목을 쳤다고 하옵니다.

중종 : (굳는) 처남은 과인이 경빈과 복성군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오?

윤원형 : 전하, 대의를 위하여 작은 정리는 끊어버리는 것이 군주의 길이옵니다!

중종 : 처남, 조정신료들과 같은 말을 되풀이 하시려거든 물러가세요! (고래를 휙- 돌려 외면하는데)

윤원형 : 전하, 경빈마마와 복성군을 지켜주시기 위하여

            중전마마를 위시하여 후궁 분들과 다른 왕자 공주분들을 버리시려 하시옵니까?!

중종 : (다시 돌아보며) 뭣이라?!

윤원형 : 전하께오서 경빈마마를 지켜주시온다면 지금 전하께 경빈과 복성군을 처형하라고 주청을 올린

            왕실과 조정신료들의 운명은 어찌 되겠사옵니까?! 경빈마마께오서 이들을 가만 두시겠사옵니까?!

중종 : 허나 아무런 확증도 없이 경빈을 치죄할 수는 없소!

윤원형 : 예, 신 역시 경빈마마께오서 세자를 방자하실 그 어떤 까닭도 명분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경빈마마같은 해안을 지니신 분께오서 어찌 스스로 목을 옭아멜 짓거리를 하시었겠사옵니까?

중종 : 과인도 처남의 뜻과 같소이다!

윤원형 : 하오나, 전하! 설혹 경빈마마께오서 하늘을 우러러 한점의 죄도 없이 결백하실지라도 죄를 물으시어야 하옵니다!

중종 : 처남! 어찌 그따위 궤변을 늘어놓는가?! 죄없는 경빈에게 죄를 물으라니?!

윤원형 : 그리하시어야 전하의 권위가 드높아질 것이오며

            장차 조정과 왕실에서 그 누구도 전하를 유약하신 군주라 칭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중종 : ...!

윤원형 : (피를 토하듯) 전하, 신, 윤원형 편전의 댓돌에 머리를 짓찧어 골을 내쏟고 죽을 각오로 주청드리오니

            경빈의 죄를 물으시어 이나라 종사와 대통을 편히 하시옵소서!

            (방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흐흐흑...!

중종 : (윤원형을 보는) ...!

윤원형 : 전하.. 흐흐흑!

중종 : (착 가라앉은).. 과인이 처남의 충심을 잘 알았으니 이만 물러가세요.

윤원형 : ..예... (일어나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눈을 감으며 깊은 탄식을 내쉬는)...



S#35.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앉은 봉상궁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자순대비 : 윤승후관이 편전에 들어 주상께 경빈을 죄주라는 주청을 올렸단 말이냐?

봉상궁 : 예, 마마.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궐내에 함구령이 내려 조정신료들은 물론이고 왕실에서조차 주상의 눈치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거늘

               단기필마로 주상을 알현하여 주청을 드리다니..! 윤승후관이 범상한 사람이 아니로구나!

자순대비(E) : 윤승후관처럼 기개가 드높은 신하가 주상과 세자의 곁에 있어야 함이야!



S#36.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난정과 밝은 표정의 윤원형이 앉아있다.


윤원형 : 시생, 만고의 충신관 심정으로 전하께 주청을 드렸더니 속이 다 후련해지는 듯 싶사옵니다.

윤비 : 그래요, 오라버니께오서 이사람한테 큰 힘을 보태주시었습니다.

윤원형 : 전하께오서 시생에게 죄를 내리시지 않으신 것을 보면 분명 전하의 마음이 움직이신 것이오니

            조만간 경빈에게 죄를 물으실것이옵니다.

난정 : 서방님, 속단은 금물이옵니다. 천하의 경빈을 찍어내는 일이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천운이 따라줄것이옵니다!

윤원형 : ...?!

윤비 : 난정이 말이 옳습니다. 오라버니 궐내가 뒤숭숭하니 서둘러 퇴궐하세요.

윤원형 : 예, 하오면 시생은 물러가 은인자중하고 있겠사옵니다. (난정을 보며) 일어서십시다. 부인.

윤비 : 난정이는 궐에서 할 일이 남아있으니 먼저 퇴궐하세요.

윤원형 : 예에?.. 아,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가는데)

난정 : 마마, 소첩, 잠시 승후관께 집안일을 어쭙고 오겠사옵니다.

윤비 : 그리하거라.

난정 : (일어서서 윤원형을 따라 방밖으로 나간다)



S#37. 동 중궁전 복도


윤원형과 난정, 방밖으로 나와 복도 한쪽에 선다.


윤원형 : 부인, 집안 일로 할말이라니요?

난정 : 서방님, 소첩의 오라비가 도성을 떠날것이옵니다.

윤원형 : 처남이? ..처남이 어찌요?

난정 : 소첩의 오라비도 언제까지 남의 집 하인노릇을 할수는 없는 일이지요.

윤원형 : 하인이라니요? 내 여지껏 한번도 처남을 하인 대하듯 한 일이 없었거늘...

난정 : 서방님, 오라비의 뜻이니 붙잡지 마시옵소서.

윤원형 : 내 출사를 하면 내곁에서 일을 해주었으면 했는데.. 그래요, 내 부인 말대로 하리다.

난정 : 소첩의 오라비가 하직인사를 들거든 떠나기전에 소첩을 보고가라고 전해주시옵소서!

윤원형 : 그리하겠소이다. 부인, 궐안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몰라도 몸조심하시구려.

난정 : 그리하겠사옵니다.

윤원형 : 허면 내 이만 퇴궐하리다. (몸을 돌려 복도끝 쪽으로 가는)

난정 : ...



S#38. 윤원형 대문 안 마당


임서방, 하인들이 쌀섬 들이는 일을 지휘하고 있는데 삼이, 임서방쪽으로 쪼르르 달려온다.


삼이 : 아저씨, 길상이 삼촌이 왔다지요?

임서방 : 예, 도련님. 지금 행랑채에 있습지요.

삼이 : (돌아서려다가 멈춰서 임서방을 돌아보며) 아저씨, 난 이댁 도련님이 아니니, 앞으로는 삼이라고 부르세요.

임서방 : (미소) 예, 그리합지요, 도련님.

삼이 : 또! 또!

임서방 : 소인이 도련님 이름을 함부로 불러제꼈다가는 초당아씨께 경을 치라굽쇼? 어서 들어가 보십시요.

삼이 : (행랑채쪽으로 발길을 올린다)



S#39. 동 윤원형 행랑채 방 안


길상, 괴나리 봇짐을 싸고 있다.


삼이 : (방문을 벌컥 열며) 길상이 삼촌!

길상 : (반갑게 보며) 삼이 왔느냐?

삼이 : (문턱에 걸터 앉으며) 삼촌, 어찌 짐을 싸요? 또 어딜 가는게요?

길상 : 그래..이번에 떠나면 아주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할게다.

삼이 : 그럼 한참동안 삼촌을 못보겠네?

길상 : (끄덕이느) ..그럴게야..

삼이 : 나도 삼촌따라 조선팔도를 돌아다녔으면 좋겠소.

길상 : 허튼소리 말고 글공부나 열심히 하거라.

삼이 : 싫소. 나같은 천덕꾸러기 서출이 글은 배워서 뭐하세요? 다 어머니 욕심이지요.

길상 : 뭐라? 삼아, 네 그 무슨 말이냐?

삼이 : 난 양반댁 도련님 대접 받는것도 싫고 글배우는 것도 싫소.

길상 : 삼아, 행여라도 네 어머니 앞에선 그런 말 말거라. 네 어머니는 너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다.

         네 말을 들으면 네 어머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실게다!

삼이 : ...

길상 : 허니 두 번 다시 그런 말 입밖에 내지 말거라. 삼촌과 약조하겠느냐?

삼이 : ..약조하면 나중에 칼쓰는 법을 가르쳐줄거요?

길상 : 그래 나중에.. 나중에 이 삼촌이 돌아오면 가르쳐주마..

삼이 : (밝에 웃으며) 좋소, 내 약조하겠소.

길상 : ...



S#40. 장대인 사랑채 마당


복성군, 화가 난 표정으로 홍서방을 거느린채 사랑채 방쪽으로 걸어온다.


송서방 : (조아리며) 복성군나으리 오십니까요?!

복성군 : (송서방을 밀치고 대청위로 올라 방문을 왈칵 열고 들어간다)



S#41.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복성군, 방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선다.

장대인, 어음에 수결을 하다가 복성군을 놀란 눈으로 본다.


장대인 : ..나으리께오서 어찌 기별도 없이..?

복성군 : (탁자위에 놓인 어음뭉치를 확 쓸어버리며) 장대인, 내 어머니께오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계시는데

            자넨 어찌 이리도 무사태평인가?!

장대인 : (옆으로 비켜서며) 나으리 고정하시고 우선 앉으시지요.

복성군 : 내 지금 고정하게 됐는가?! 난정이와 점바치 놈을 잡아들여 금부에 발고하란 일은 어찌되었는가?!

장대인 : ...그 일은 사정이 생겨 당분간은 어려울 듯 싶사옵니다.

복성군 : (탁자를 쾅- 쾅- 치며) 무어가 어쩌고 어찌해?!

            자네까지 조정신료놈들처럼 나와 내 어머니한테 등을 돌려댈 작정인가?!

장대인 : 그런 일은 결코 없을겝니다!

복성군 : 허면 지금이라도 뇌물명단을 들고 신료놈을들 찾아가 위협을 하여서라도

            내 어머니를 죄주라는 조정의 공론을 돌려세워야 할 것이 아닌가?!

장대인 : (조아리며) 예, 그리 하겠사옵니다.

복성군 : 장대인, 명심하게! 내 어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자네 역시 무사치는 못할 것이야! 내 말 명심하게.

장대인 : 시생, 잘 알고 있사옵니다.

복성군 : (장대인을 노려보다가 휙- 몸을 돌려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E) : (어금니를 무는) 잠시만, 잠시만 참고 계시옵소서. 이 사람도 생각이 있사옵니다, 나으리!



S#42. 빈청 방 안


심정과 박희량, 은밀하게 앉아있다.


심정 : 박제학, 내게 할말이란게 뭔가?

박희량 : (문쪽을 살펴보고는) 대감, 이번에 경빈을 치시는 일을 너무 서둘고 계신 것이 아니옵니까?

심정 : 서둘다니? 난 조정과 왕실의 대세를 따르고 있을 뿐일세.

박희량 : 하오나 경빈에게 뒷통수를 맞을수도 있사옵니다.

심정 : 경빈에게 뒷통수를 맞다니?

박희량 : 경빈은 장대인을 통해 조정에 수십만량의 뇌물을 썻사옵니다.

            주도면밀한 경빈이 뇌물을 준 명단을 적어놓지 않았을리 만무하지 않사옵니까?!

심정 : 뇌, 뇌물명단?!

박희량 : 예, 경빈이 전하께 그 명단을 올리기라도 한다면 조정에 있는 그 누구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심정 : ('아뿔싸?!'의 느낌)...!



S#43.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탁자위에 놓인 치부책 대여섯권을 손으로 보듬으며 노려본다.



S#44.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어딘가를 휙- 노려보며 말한다.


경빈 : 화천군, 네 놈이 제 아무리 잔꾀를 부려보았자 내 손에 뇌물명단을 움켜쥐고 있는 한 어찌하지는 못할 것이다!



S#45. 빈청 방 안


심정, 당혹스럽게 박희량을 보며 말한다.


심정 : 박제학, 만에 하나 경빈이 뇌물명단을 쥐고 있다면 어찌하면 좋겠는가?

박희량 : 경빈이 명단을 전하께 올리기전에 처형을 시키든가..

            아니면 경빈마마와 서로의 목숨을 구명하기 위한 거래를 해야겠지요!

심정 : ..거, 거래?! 거래를 한다?



S#46. 김안로 유배지 초가 외경


김안로(E) : 영감, 이것이 무엇이오이까?!



S#47. 동 김안로 유배지 초가 방 안


김안로, 윤원로의 장부책(*116회의 보충씬에 나온)을 의아하게 보며 말한다.


김제학 : 윤원로가 사헌부장령을 하면서 조정신료들의 비리를 감찰한 것을 적은 장부책이옵니다.

김안로 : (장부책을 들춰보는) ...

김제학 : 조정신료들의 비리가 적혀있다면 요긴하게 쓰이지 않겠사옵니까?

김안로 : (장부책을 화로속에 툭 던져버리는)...

김제학 : (놀라) 대감, 어찌 이러시옵니까?

김안로 : 이깟 것으론 잔챙이들도 잡을수가 없소이다.

김제학 : 예에?

김안로 : 참으로 온 조정을 벌벌 떨게 만들만한 것은 장대인이 쥐고 있을겝니다.

김제학 : 장대인이요?

김안로 : 예, 어쩌면 장대인은 그것으로 경빈의 목숨을 구명하려들지도 모르지요.

김제학 : 대감 말씀대로 저들이 그리한다면 큰 일 아니옵니까?

김안로 : 이사람이 연성위에게 일러두었으나 장대인이 어느쪽 편에 설지는 천운에 맡길 수 밖에요!



S#48. 장대인 사랑채 마당


김희, 송서방을 따라 사랑채 방쪽으로 걸어온다.


송서방 : (방문 앞에 서서) 어르신, 연성위 나으리께오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S#49.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치부책을 보다가 흠짓 놀라 고개를 든다.


장대인 : 연성위라면 희락당대감의...?

송서방(E) : 어르신!

장대인 : 뫼시게! (치부책을 덮에 한쪽에 치우는데)

김희 : (방안으로 들어서는)

장대인 : (일어서서 인사하는) 부마도위께오서 누추한 장사꾼의 집까지 발걸음을 하여주시었사오니 참으로 큰 광영이옵니다.

김희 : 자네가 대국에서 왔다는 장대인이가?

장대인 : 예, 시생이 대국에서 온 장가이옵지요. 앉으시지요.

김희 : 아닐세. 내 아버님 말씀만 전하고 돌아가겠네.

장대인 : 희락당대감의 말씀이요?

김희 : 아버님께오서 자네와 거래를 하기를 원하신다네!

장대인 : 거래요? 거래라니, 무슨..?

김희 : 자네 수중에 있는 뇌물명단을 건네주면 대신 자네가 지금 조선에서 누리고 있는 모든 이권을 보장해주시겠다고 하시었네!

장대인 : 조선에서 누리는 이권을 보장해 주신다니 희락당대감께오서 참으로 고마우신 어른이시옵니다.

김희 : 허면 그 명단을 내개 넘겨주게나. 내 아버님께 전하여 드림세.

장대인 : 헌데 어쩌지요? 시생한테는 그런 명단이 없으니 말이옵니다.

김희 : (당황스러운) 뭐라? 없다니... 아버님께오선 분명...?

장대인 : 희락당대감께오서 오해를 하신게지요. 연성위께오서 괜히 헛걸음만 하시었사옵니다?

김희 : (장대인을 보다가 방문족으로 돌아서서 가는데)

장대인 : 연성위 나으리!

김희 : (멈춰서 돌아보는) ...?!

장대인 : 희락당대감께 전하여주시옵소서! 장대인은 비록 천한 장사꾼이오나 의리를 아는 까닭에

            주인에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고 말이옵니다.

김희 : 알았네! 내 아버님께 그리 전해 올리지! (불쾌한듯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E) : (탁자위에 놓인 치부책을 집어들며) 희락당이 냄새를 맡았으니 서둘러야겠구먼!



S#50. 경빈 처소 마당


별감들, 처소 안팎을 지켜셔 있다.

엄상궁, 손에 약사발을 바쳐든 의녀를 데리고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별감(*) : 멈추시오! (엄상궁을 막아서며) 처소 안으로 누구도 들이지 말라는 어명이시오!

엄상궁 : 중전마마께오서 일품명부인 경빈마마가 걱정되시어 탕약을 지어 보내시었소. 허니 길을 여시오.

별감(*) : (난감하게 보는데)...

엄상궁 : 경빈마마께오서 시녀조차 없이 큰 병이라도 얻으시오면 별감들께서 책임을 지실 작정이신가?!

별감(*) : 허면 의녀만 들이시오.

엄상궁 : 그리하리다. (의녀에게) 네 혼자 들거라.

난정 : (의녀로 변복한) 예, 마마님.


난정, 약사발을 바쳐들고 처소 안으로 종종걸음으로 들어간다.



S#51.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정좌를 하고 손으로 염주알을 굴리는데.


난정(E) : (방밖에서) 경빈마마, 탕약 들여가옵니다.

경빈 : (눈을 뜨며) 탕약? 탕약이라니? 들거라.

난정 : (방문을 열고 고개를 조아린채 들어와 경빈앞으로 다가와서는)

경빈 : 탕약이라니, 어느 전에서 보낸것이더냐?

난정 : (고개를 숙인채) 중전마마께오서 보내시었사옵니다.

경빈 : (그제서야 수상한지 난정의 얼굴을 보가다 움찔 놀라) 아, 아니 네년은?!

난정 : (고개를 들며 쌩끗 웃는) ...예, 소첩 난정이옵니다.

경빈 : (굳으며) 네년이 어찌 내처소에 든 것이냐?!

난정 : 소첩 경빈마마께오서 유폐되시었다는 말씀을 듣고 걱정이 되어 들었사옵니다. 소첩은 가짜 의녀이오나

         이 탕약은 내의원에서 지어 올린 진짜 보약이오니 안심하시고 드시옵소서. (탕약을 경빈앞에 바치는데)

경빈 : 네년이 병주고 약주는게냐?!


경빈, 탕약사발을 휙- 내동댕이 치면 방바닥에 와장창 깨지는 사발.


난정 : 호호, 목숨이 경각에 달리신 처지에서도 기세가 여전하신 것을 뵈오니 경빈마마께오서 참으로 여걸은 여걸이시옵니다.

경빈 : (싸늘한 눈빛)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은 내가 아니라 중전과 난정이 너희 두년이다!

난정 : 경빈마마께오서 믿어 의심치 않으시었던 화천군대감까지도 마마께 등을 돌린 판국에

         어찌 허세를 부리시는 것이옵니까?!

경빈 : (비웃듯) 오냐, 네년 마음대로 짖어보거라! 허나 내 결코 네년보다 먼저 죽지는 않을 것이다.

난정 : 마마, 괜한 고집 부리시지 마시고 작서로 세자저하를 방자하시려 했던 죄를 자인하시옵소서!

경빈 : 뭬야?! 네 지금 네년이 한 짓거리를 나보고 뒤집어 쓰라는게냐?!

난정 : 그것이 마마와 소첩사이에 얽힌 악연을 끊는 길이옵니다.

         (강렬하게 쏘아보며) 그래야 복성군께오서라도 목숨을 구명하실수 있사옵니다.

경빈 : 난정아, 네 지금 복성군을 볼모로 하여 내 죄를 자복케 하려면 참이냐?

난정 : 어미새도 자기 새끼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구렁이와도 맞서는 것이 어미된 마음이지요.

         경빈마마께오서 모든 것을 뒤집어쓰시면 복성군은 물론이옵고 혜순옹주와 혜정옹주께오서도 무사하실수가 있사옵니다.

         결단을 내리시지요.

경빈 : (난정을 노려보다가 깔깔깔 광기어린 웃음을 터뜨리는) 호호호-

난정(E) : (흠짓 스치는 불안감) 경빈이 무얼 믿고 이리 태연자약한게지?!

난정 : 마마, 실성을 하신것이옵니까! 어찌 이리 정신없이 웃으시옵니까?

경빈 : (웃음을 뚝 그치고) 내 눈엔 네년과 중전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꼬락서니가 훤하게 보인다!

         그때가 되면 네년이 지금 한 말들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게다! 호호호.

난정 : ...?!



S#52. 동 경빈 처소 마당


난정, 굳은 표정으로 바쳐든 소반에 깨진 사발을 챙겨들고 처소밖으로 나온다.

엄상궁, 난정을 거느리고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S#53. 동 경빈 처소 일각문 밖


엄상궁, 앞장서서 가다가 멈춰서 난정을 돌아보며 말한다.


엄상궁 : 경빈을 만난 일은 잘 되었는가?

난정 : (굳은 표정) 예, 마마님.

엄상궁 : 헌데 자네 얼굴이 어찌 이리 어두운겐가?

난정 : 아, 아무것도 아니옵니다.

엄상궁 : 가세. (앞장서서 가면)

난정(E) : (굳은 얼굴위로) 분명 경빈에게 무슨 믿는 구석이 있음이야.. 그게 뭘까? (흠짓 놀라며).. 혹시..?!

경빈(E) : 호호호-

난정 : (처소쪽을 돌아보는)...?!



S#54. 경빈 처소 마당


경빈(E) : (미친듯이 웃어대는) 호호호.



S#55. 동 경빈 일각문 밖


경빈(E) : (웃음소리 이어지는) 호호호.


난정, 경빈의 처소쪽을 뭔가 불길한 표정을 노려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