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SBS대본

[여인천하] 12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1,313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121











S#1. 어느 길


난정, 비틀걸음으로 금부도사와 군사들에게 둘러싸여 끌려간다.

가마니로 덮힌 길상이 시신이 놓인 소달구지가 군사들 뒤를 다른다.

난정, 온통 눈물자국으로 얼룩진 망연자실한 얼굴위로 떠오르는.



S#2. 후레쉬 백 (120회 S#73의)


난정, '쏘지 마시오!' 길상 쪽으로 뛰어오면

길상, 난정의 돌아보는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금부도사, 치켜든 칼을 내리면 궁수들, 길상을 향해 일제히 화살을 날린다.

길상의 온 몸에 화살이 퍽- 퍽- 퍽- 날아와 박힌다.

난정, 경악하여 멈춰서는데 길상, 풀썩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난정, 달려가 길상을 품에 안고 울부짓는다.



S#3. 동 어느 길


난정, 고통스러운 표정위로 다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금부도사와 군사들, 난정과 소달구지를 끌고 지나가면 행인들이 수군거리며 구경한다.

갖바치, 쇠가죽지게를 지고 가다가 끌려가는 난정을 보고 우뚝 멈춰선다.

난정과 갖바치의 시선이 부딪친다.


갖바치(E) : (놀란 눈으로 보며) 난정아, 이 대체 어찌된게냐?!

난정(E) : (갖바치를 슬픈 눈으로 보는) 아저씨, 길상이가 죽었어요.. 나 때문에 길상이가.. 길상이가.. 죽었어요.. 흐흑...

갖바치 : (소달구지에 실려가는 길상의 시신을 보며) ..아, 아니 이럴수가?!


갖바치, 충격으로 말을 잊은채 난정과 길상의 시신을 지켜보는데서.



S#4. 편전 외경


중종(E) : 경빈, 네 정녕 동궁후원에 작서를 매달에 세자를 방자하려던 죄를 자복치 못하겠느냐?!?!



S#5.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꿇어앉은 경빈을 근엄하게 노려보고 있다.

중종 옆으로 윤비와 자순대비가 앉아있고

희빈과 창빈을 비롯한 홍숙의, 이숙의, 김숙원, 이숙원등의 후궁들과

정광필, 심정, 장순손, 김극핍, 윤은보, 이항, 박희량, 강찬, 이유청을 비롯한 판서급 대신들이 경빈을 둘러싼채 경빈을 쏘아본다.

(*정광필과 윤은보를 추가하여 120회 S#72의 재촬영)


경빈 : (울부짖듯) 전하, 신첩, 억울하옵고도 억울하옵니다!

         신첩, 천지신명 앞에 맹세코 정녕 그런 짓거기를 한 적이 없사옵니다!

중종 : (냉랭한) ..음!

경빈 : 전하, 하늘이 굽어보시고 계시온데 신첩이 어찌 거짓을 고하겠사옵니까?!

         전하, 영명하오신 혜안으로 신첩의 결백을 믿어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닥치거라! 네 어찌 하늘을 발칙한 입에 담는 것이더냐?!

경빈 : (애절한) 대비마마, 신첩, 대비마마께 패악무도한 짓거기를 한 일때문이라면 백번죽어 마땅하옵니다.

         하오나 신첩, 세자저하를 방자하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는 죽을 수 없사옵니다!

         (흐느끼며) 대비마마, 부디 신첩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주상, 더 들을 것도 없습니다. 당장 경빈을 금부로 끌고가 주리를 틀고 단근질을 하여

               대역부도한 짓거기를 토설 받도록 하세요!

경빈 : (머리를 방바닥에 조아리며) 전하! 전하! 하해와 같으신 아량으로 굽어살피시옵소서! 흐흑...

자순대비 : (노려보며) 경빈, 네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눈물을 보이는게냐?! 당장 그치지 못할까?!

경빈 : (가까스로 울음을 삼키는)... 대비마마, 신첩에 대한 미움을 거둬주시옵소서.. 흐흐흑..

신료일동 : (정광필, 냉랭하게 보고 심정은 일말의 안스러움으로 보다가 외면하고)...

후궁일동 : (희빈은 얄밉게 보고, 창빈은 담담하다)...

윤비(E) : (노려보며) 경빈, 네 아무리 발버둥을 쳐본들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중종 : ...경빈, 네 참으로 작서로 동궁을 방자하려던 일이 없었느냐?

경빈 : 결코 그런 일은 없었사옵니다! 전하, 신첩을 믿어주시옵소서!

중종 : (냉랭하게 보다가) 도승지, 들이라!

강찬 : 예, 전하. (방문쪽을 보며) 들이랍신다!

별감들(E) : (방밖에서) 예.


방문이 열리면 별감들, 금이의 양팔을 끼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금이, 방문 앞 윗목에 무릎을 꿇는다.


경빈 : (금이를 보고 놀라) 자, 장상궁!

금이 : (경빈을 보고 울먹거리며) .. 마, 마마..

정광필 : (금이를 엄하게 나무라듯) 주상전하께오서 계신 지엄한 자리에서 네 어찌 눈물을 보이는 것이냐?!

금이 : (움찔 고개를 조아리는)...!

중종 : 장상궁, 네 과인이 묻는 말에 추호도 거짓없이 이실직고 하렸다.

금이 : ..하, 하문하시옵소서.

중종 : 네 지난 이월스무닷새날 세자의 침소에 작서를 하례물로 바치고 동궁후원에 죽은 쥐를 매달았느냐?

금이 : (경빈의 눈치를 보며 난감한 듯 머뭇대는) ...

경빈(E) : (금이를 신뢰감으로 보며) 금아, 네 세치 혓바닥에 나와 복성군의 목숨이 달려있느니라.

              어서 입을 열어 나를 구명하거라!

금이 : ...

정광필 : 네 어찌 주상전하의 하문에 입을 열지 않는것이냐?!

            주상전하께오서 네가 작서로 세자저하를 방자하였느냐고 하문하시고 계시지 않느냐?!

금이 : ..예, 작서를 매단 것은 쇠인이 한 짓거리이옵니다.

경빈 : (경악하는) ...뭬, 뭬야?!

금이 : ..하오나 쇠인은 경빈마마께오서 시키신대로 따른 것이옵니다.

경빈 : 금이! 네 이년! 네년이 어찌.. 어찌 나를 죽이려고 주상전하 앞에서 거짓을 고하는 것이냐?!

금이 : (울상되어 경빈의 시선을 피하는)...

정광필 : (별감들에게) 데려가라!

별감들 : (금이의 양팔을 끼고 일으켜 세워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경빈, 네 이래도 모른다고 시치미를 잡아뗄 작정이냐?!

경빈 : 전하, 아니옵니다! 아니옵니다! 이는 왕실과 온 조정이 합세하여 신첩을 찍어내기 위한 더러운 모략이옵니다.

중종 : 더러운 모략이라니? 네 어찌 대비마마와 조정의 재상들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죄를 피하고자 요망한 혓바닥을 놀리는 것이더냐?!

경빈 : 전하! 작서로 세자저하를 방자하려던 것은 저기 앉아 계신 중전마마이시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윤승후관 첩년인

         난정이를 앞세워 요괴스러운 짓거리를 저지른 연후에 신첩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신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뭐, 뭐라?! 저런 발칙한 것이 있나?!

경빈 : (윤비를 노려보며) 중전마마, 천벌이 두렵지 않으시옵니까?!

윤비(E) : (노려보는) 경빈, 네 아무리 발버둥을 쳐본들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경빈 : 전하께오선 속고 계신 것이옵니다! 왕실과 조정신료들 모두가 전하를 속이고 있사옵니다!

중종 : 경빈, 그 입 다물라! 다물라! 다물라!

경빈 : (심정과 신료들을 휙- 노려보며) 화천군, 네 이놈! 이사람과 복성군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겠다고

         충성을 맹세한 너희놈들이 어찌 앞장서서 나를 무덤속에 쳐 넣으려 하는 것이냐?! 어찌?!

심정 : (신료들, 경빈의 시선을 피한다)

경빈 : (희빈과 후궁들을 휙- 노려보며) 희빈, 창빈, 너희년들이 어찌 스무해 넘게 함께 전하를 뫼시어온 나를 도려내는

         중전의 앞잡이 노릇을 하려드는게냐?! 이러고도 너희들이 살아남기를 바랬더냐?!

희빈 : (창빈과 후궁들, 움찔하여 시선을 피해버린다)...!

자순대비 : 주상, 경빈이 적반하장격으로 조정신료들과 후궁들을 위협하는 것을 두고만 보실겝니까?!

중종 : 밖에 별감들 있느냐?!

별감들(E) : (방밖에서) 예!

별감들 : (방문이 열리면 들어서서)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당장 경빈을 처소로 끌고 가라!

별감들 : 예. (경빈쪽으로 다가가 잡아일으켜 방문쪽으로 끌고 나간다)

경빈 : (발버둥치며) 놔라 이놈들! (중종을 애절하게 보며) 전하! 전하! 어찌 신첩을 버리시려하시옵니까?! 전하! 전하!

중종 : (경빈을 외면해버리는)...

경빈 : (방문밖으로 끌려나가며 신료들과 후궁들을 보며 고래고래 악을 쓰는) 내 결코 혼자 죽지는 않을 것이다!

         너희들을 가만 뇌두지는 않을것이야!

윤비 : (경빈을 쏘아보는)


경빈, 별감들에게 방밖으로 질질 끌려나가면

일동, 각자의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거나 외면한다.



S#6. 동 편전 마당


별감들, 경빈을 편전에서 끌고 나와 계단 아래로 끌고 간다.


경빈 : (편전쪽을 돌아보며 악을 쓰는) 전하! 신첩은 억울하옵니다! 전하- 전하-


별감들, 경빈을 합문쪽으로 끌고간다.

편전앞에서 김상궁은 안타깝게, 대전내관은 담담하게 경빈의 모습을 본다.



S#7. 동 편전 방 안


중종을 위시한 윤비와 자순대비, 심정과 신료일동과 희빈과 후궁일동이 폭풍이 한차례 지나간 정적속에 앉아있다.


자순대비 : 주상, 경빈의 대역부도한 죄상이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더 망설이실게 없습니다. 경빈에게 사약을 내리세요!

중종 : (움찔 자순대비를 보며) 사, 사약이요?!

자순대비 : 세자를 모해하려는 죄는 국본을 뒤흔드는 대죄입니다!

               당연히 경빈을 사사하여 국법의 지엄함을 보이시어야 합니다!

심정 : 조정의 뜻도 같사옵니다. 경빈과 복성군을 사사하시어

         차후 누구도 세자저하를 음해하지 못하도록 경계로 삼으시옵소서!

중종 : 화천군, 복성군까지 사사하란 말씀이오?!

심정 : 예, 전하! 작서의 변괴 이후에도 복성군 안으서가 대침을 박은 제웅으로 세자저하를 방자하려들었음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졌사오니 이는 분명 경빈과 복성군이 세자저하를 음해하려고 사전에 치밀한 모의를 한 것이

         틀림이 없사옵니다. 복성군한테도 죄를 물으심이 마땅하실 것이옵니다.

장순손 : 우의정 말씀이 지당하옵니다. 복성군을 살려두시오면 장차 왕실과 조정에 큰 화가 될 것이옵니다.

윤은보 : 경빈과 복성군이 아직 자복도 아니하였거늘 대감들께오선 어찌 사사를 주청드리는 것이오이까?!

김극핍 : 윤판서께서는 방금전 경빈의 패악을 보시고도 어찌 경빈을 두호하시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오이까?!

장순손 : 암요, 경빈은 전하의 면전에서 대비마마와 중전마마를 비롯한 왕실의 어른들은 물론이옵고

            후궁분들과 조정의 재상들을 위협하였사옵니다. 그것만으로도 씻을 수 없는 대죄를 지은 것이지요!

윤은보 : 허나 확증과 자복도 없이 일품명부와 왕자를 사사할 수는 없소이다!

정광필 : 이사람도 윤판서의 뜻과 같소이다!

이항 : 허어, 어찌 영부사와 윤판서께서는 조정의 공론을 거스르려 하시는 것이오이까?!

윤은보 : 잘못된 공론이라면 바로 잡아야지요!

이항 : 잘못된 공론이라니요?! 윤판서같은 사람 때문에 조정이 분란에 휩싸인 듯 보이는 것이 아니오이까?!

중종 : (연상을 쾅-) 그만들하라!

일동 : (움찔)...!

중종 : 박제학, 삼사의 언간들의 뜻은 어떠한가?

박희량 : 여기 앉아계신 재상들 뿐 아니라 삼사와 성균관 유생들 또한 한목소리로

            경빈과 복성군을 죄주라는 상소를 올리고 있사옵니다!

중종 : (괴로운)..음!

자순대비 : 주상, 괴로우실테지만 용단을 내리세요! 그래야 왕실과 조정이 평안해 질겝니다.

중종 : 어마마마, 소자에게 잠시만 말미를 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그래요.. 이 늙은이는 주상께서 영명한 판단을 하시리라 믿고 이만 물러가리다. 중전, 가십시다. (일어서면)

윤비 : 예, 대비마마. (따라 일어선다)


자순대비와 윤비, 희빈과 창빈을 비롯한 후궁들을 이끌고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경들도 물러가 있으라!

신료일동 : 예, 전하.


심정과 정광필을 비롯한 신료일동이 일어나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깊은 탄식을 내뱉는다.



S#8. 대궐 일각


희빈과 창빈을 선두로, 홍숙의, 이숙의, 김숙원, 이숙원등이 향이를 비롯한 상궁나인들을 이끌고 걸어오고 있다.


창빈 : (멈춰서며) 희빈, 경빈과 복성군이 참으로 사약을 받을까요?

희빈 : 암요, 왕실과 조정의 대세가 기울어졌으니 경빈이 목숨을 부지하지는 못할 것이오!

창빈 : (뭔가 불안한)...

희빈 : 왜요? 창빈께서 경빈이 기사회생이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시는게요?

창빈 : 미우나 고우나 스무해 넘게 동고동락해오던 경빈이 참혹한 일을 당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희빈 : 창빈, 마음 굳게 잡수세요! 만에 하나 경빈이 살아난다면 우리들은 죽은 목숨입니다.

         (후궁들을 돌아보며) 여러분도 명심하세요! 이번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경빈을 도려내야합니다.

         그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오이다!

후궁일동 : 명심하겠습니다.

희빈 : 내처소로 가서 앞일을 논의해 보십시다. (앞장서서 가는)


창빈과 후궁들, 희빈의 뒤를 따라 어디론가 간다.



S#9.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살기띈 눈으로 벼르듯 보며 말한다.


경빈 : 갈갈이 찢어죽일 것들! 너희들이 아무리 나를 죽이려고 한들 내 손에 뇌물명단이 적힌 치부책을 움켜쥐고 있는한

         내 이대로 호락호락 죽지는 않을 것이다! (어딘가를 휙- 노려보는)...!



S#10. 대궐 또 다른 일각


심정, 급한 걸음으로 걸어오는데 금부도사, 맞은편에서 온다.


금부도사 : 대감마님!

심정 : (멈춰서서 돌아보며) 치부책은 어찌되었는가?!

금부도사 : 송구하오나 찾지 못하였사옵니다.

심정 : 찾지 못하다니?! 허어,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금부도사 : 하오나 치부책을 훔쳐간 난정이란 계집을 잡았사오니, 그 계집을 족치면 숨겨놓은 곳을 토설할 것이옵니다.

심정 : (환하게 펴지며) 오, 그래? 지금 난정이는 어디있는가?

금부도사 :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잡아 가뒀사옵니다.



S#11. 어느 헛간 안


난정,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쪼그리고 앉아있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INSERT CUT) 길상, 난정의 품에서 숨을 거두는 장면.


난정 : (눈물이 흐르는)... 길상아.. 길상아 흐흑..



S#12. 장대인 사랑채 외경


송서방이 서있는 모습 위로.


복성군(E) : 뭣이라?! 뇌물명단을 도둑맞았다?!



S#13.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복성군, 앞에 앉아있는 장대인을 무섭게 쏘아보며 말한다.


복성군 : 장대인,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

장대인 : 믿든 아니 믿든 복성군나으리의 마음이시지만 뇌물명단을 적어놓은 치부책은 시생의 수중엔 없사옵니다.

복성군 : (탁자를 쾅- 치며) 장대인! 네 놈까지 나와 어마마마에게 등을 돌리겠다는 속셈이냐?!

장대인 : 시생이 배신을 한 것이 아니라 하늘이 경빈마마와 복성군께 등을 돌린 것이옵니다!

복성군 : (부들부들 떨며) 뭐, 뭐라?! 네놈이 정녕 내손에 죽고 싶은 것이냐?!

장대인 : (담담한) 천운이 따르지 않는 것이니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시지요!

복성군 : ..내 너 같은 장사꾼 놈을 믿은 것이 천추의 한이로구나!

장대인 : (내심 참담한)...!

복성군 : 오냐, 두고 보아라! 어마마마께오서 누명을 벗으신다면 내 반드시 네놈부터 요절을 내버리고 말것이다!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장대인(E) : 예, 경빈마마께오서 살아남으신다면 시생 손으로 자진을 해야겠지요!

                 허나 경빈마마께오선 살아남지 못할 것이옵니다!



S#14. 동 장대인 대문 앞 길


복성군, 잔뜩 성이 난 표정으로 대문을 나와 사인교에 오른다.


홍서방 : 뫼시어라!

교꾼들 : 예!


복성군, 홍서방이 배행하는 사인교를 타고 간다.

반대편에서 박서방이 배행하는 사인교를 탄 윤임이 장대인 집쪽으로 온다.

복성군, 잔뜩 찌푸린 얼굴로 윤임의 사인교가 스쳐가는데.


윤임(E) : (복성군의 뒷모습을 돌아보며) 아니 저놈은 복성군 아닌가?!... 음!



S#15.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찻잔을 들어 마시는데.


송서방(E) : (방밖에서) 어르신, 판부사대감께오서 뵙자고 하시옵니다요.

장대인 : (흠짓) 판부사가?... (잠시 생각하다) ..뫼시게.

송서방(E) : 예.

윤임 : (방문을 열고 들어서며) 장대인, 오랜만일세. 그간 잘 지냈는가?

장대인 : (일어서서 예를 갖추며) 판부사대감, 기체 대안하시었사옵니까?

            대감께오서 도성으로 돌아오시었다는 말씀은 들었사온데 먼저 찾아가 인사를 여쭈지 못하여 송구하옵니다.

윤임 : (앉으며) 인사는 무슨? 내 변방에서 자네가 경빈과 복성군을 추종하는 조정신료들에게 줄을 대고

         조선의 재물을 긁어들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네.

장대인 : (따라 앉으며) 하온데 아직 노독이 풀리지 않으시었을 대감께오서 시생의 누옥에는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윤임 : 내 자네에게 물건을 건네 받고자 왔네!

장대인 : (보며) 시생이 뇌물을 바친 신료들의 명단 말씀이옵니까?

윤임 : (흠짓하다가) 자네도 조정의 대세를 읽을 줄 아는 눈을 가졌으니 그 명단을 내게 건네주는게 최선책임을 잘 알테지!

장대인 : 예! 어차피 경빈마마께오서 도려져 나가시온다면 장차 세자저하의 외숙이신 판부사대감의 천하가 될터이지요.

윤임 : 말이 통하는구먼. (손을 내밀며) 자 어서 내어놓게.

장대인 : 대감께오서 한발 늦으시었사옵니다.

윤임 : 한발 늦다니?

장대인 : 어젯밤, 난정이가 그 명단을 빼내갔사옵니다.

윤임 : 뭐, 뭐라? 난정이가?!

장대인 : 난정이가 동궁후원에 죽은 쥐를 매달아 경빈마마를 함정에 빠뜨렸사옵고,

            또한 경빈마마를 구명할 명단까지 빼내갔지요.

윤임(E) : (충격) 뭐라?! 허면, 작서의 변괴가 정녕 중전이 난정이를 앞세워 저지른 짓거리였단 말인가?!



S#16. 중궁전 방 안


윤비, 찻잔을 앞에 놓고 앉아있는 얼굴위로.


윤비(E) : 난정이가 장대인 수중에 있는 뇌물명단을 빼낸것인가?.. 헌데 난정이한테 어찌 아직껏 기별이 없는겐가?



S#17. 어느 헛간 안


난정, 양무릎을 세운채 얼굴을 파묻고 있는데 헛간문이 끼익- 열리면서 심정과 금부도사가 군사들을 거느리고 들어선다.

심정, 난정을 내려다보는데.


금부도사 : 잡혀온 후로 물한모금 마시지 않고 저러고 있사옵니다.

심정 : ...난정아, 고개를 들거라!

난정(E) : (고개를 들고 독기서린 눈으로 심정을 노려보는) 네놈이 길상이를 죽인게야! 네놈이!

심정 : 장대인한테 훔쳐낸 뇌물 명단은 어디에 숨겼느냐?!

난정 : (쏘아보는)...

심정 : 난정아 네 정녕 쥐도 새도 모르게 개죽음을 당할 작정이더냐?

난정 : ...

금부도사 : 대감, 끌어내다가 형장을 칠깝쇼?

심정 : 아닐세, 혀를 깨물고 죽으면 죽었지 형장따위로 입을 열 계집이 아닐세.

금부도사 : 하오면 어찌?

심정 : 내 생각이 있으니 철저히 감시하게!


심정과 금부도사, 밖으로 나가면 헛간문이 굳게 닫힌다.


난정(E) : (헛간문을 노려보는 위로) 내 반드시 네놈을 죽여 길상이의 원수를 갚을게다! 길상이의 원수를!

              (독기서린 표정위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S#18. 경빈 처소 마당


별감들, 처소 안팎을 굳게 지켜서고 있다.

복성군, 잔뜩 굳은 비장한 표정으로 일각문 안으로 들어선다.


별감(*) : (복성군을 막아서며) 멈추시오!

복성군 : (별감들을 밀치며) 감히 뉘앞을 막는게냐?! 난 주상전하의 장자이니라!

별감(*) : ..죄인의 처소에 누구도 들이지 말라는 어명이 계시었사옵니다.

복선군 : (일그러지며 별감의 뺨을 퍽- 후려친다) 네 이놈! 죄인이라니?! 이 처소안에 계신 분께오선 내 생모이시니라!

별감(*) : (뺨을 움켜쥐며 기세가 꺽이는)...

복성군 : 다시한번 죄인이란 말을 입밖에 내뱉었다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복성군, 별감들을 휙- 밀치고 처소안으로 들어간다.


복성군 : 어마마마! 소자이옵니다!



S#19.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반가운 표정으로 방문쪽을 휙- 돌아보는데 복성군, 방문을 열고 들어선다.


경빈 : 오, 복성군, 어서 오세요!

복성군 : (경빈 앞에 다가와 앉으며 울컥 목이 매이는) 어마마마! 얼마나 고초가 크시옵니까?

경빈 : 복성군, 이 어미한테 뇌물을 받은 조정신료들의 명단이 있는한 이 어미는 결코 밀려나가지 않을겝니다.

         허니 이 어미 걱정은 마세요..

복성군 : (흐느낌이 터지는) 흐흐흑-

경빈 : 복성군, 장차 보위에 오르실 분이 이만한 일로 눈물을 보이시다니요? 어미는 괜찮다고 하지 않습니까?

복성군 : ..어마마마.. 뇌물 명단 따위는 없사옵니다.

경빈 : (당황스러원) 뭬, 뭬요?.. 복성군 그 무슨 말씀이시오..?

복성군 : 장대인 그 놈이 어마마마와 소자를 배신하였사옵니다..

경빈 : (충격) 뭬요?! 장대인이 배, 배신을요?!

복성군 : (흐느끼며) ..어마마마, 세상천지에 소자와 어마마마를 구명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사옵니다!

경빈 : (맥이 풀리는 듯 비틀)...!

복성군 : ..어마마마, 소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죄를 받아 죽으니 차라리 자진을 하여 억울한 누명을 벗겠사옵니다.

경빈 : (뭔가 생각하는데)...

복성군 : (품에서 장도를 꺼내드는데)...

경빈 : (휙- 노려보며 복성군의 뺨을 찰싹 갈기는) 복성군, 못난 짓거리 말거라!

복성군 : ..흐흑.. 하오면 소자보고 어찌하란 말씀이시옵니까?

경빈 : 복성군, 주상전하를 믿으세요. 세상이 우리 모자한테 등을 돌리더라도

         주상전하께오선 결코, 결코 이 어미와 복성군을 버리시지 않을겝니다!

복성군 : (비참한) 어머니.. 흐흑..

경빈 : (복성군을 안아주며 우는) 흐흑.. 복성군..



S#20. 중궁전 복도


심정, 엄상궁이 서 있는 방문쪽으로 다가와 선다.


심정 : 엄상궁, 고하여주시게.

엄상궁 : 중전마마, 화천군대감 드시었사옵니다.

윤비(E) : (방안에서) 방문을 열어라!

엄상궁 : 예.



S#21. 동 중궁전 방 안 팎


방문이 열리면 심정,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고한다.


심정 : 신, 중전마마께 아뢸 말씀이 있어 찾아왔사옵니다.

윤비 : 화천군, 내게 아뢸 말이라는게 무엇이오?

심정 : 중전마마, 장대인이라는 장사꾼을 아시옵니까?

윤비 : 장대인이라?.. 경빈의 수족노릇을 하면서 지난 수년동안 화천군대감과 조정신료들에게 막대한 뇌물을 대어주었다던

         그자 말이오?

심정 : ...예, 신이 중전마마께 무엇을 더 숨기겠사옵니까? 신들은 지난 수년동안 장대인에게 정치자금을 받아왔사옵니다.

윤비 : (보는)...그거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거늘 화천군이 이사람 앞에서 다시 거론하는 까닭이 무엇이요?

심정 : 장대인한테 조정신료들에게 자금을 대어준 것을 낱낱이 적어놓은 치부책이 있사옵니다.

윤비 : (짐짓 모른척) 치부책?!

윤비(E) : 난정이의 짐작이 적중했구먼!

심정 : 만에 하나 경빈이 그 치부책을 수중에 넣고 조정신료들을 위협한다면 경빈을 죄주라는 조정의 공론이 무너질 것이오며

         그리된다면 경빈이 기사회생 할 수도 있사옵니다.

윤비 : 또한 주상전하께오서 알게 되시오면 화천군을 물론이고 조정의 중책을 맡은 신료들의 목이 떨어져나갈수도 있겠지요!

심정 : (흠짓 보다가) 예, 마마! 그렇사옵니다!

윤비 : 화천군, 그 치부책이 그리도 걱정된다면 장대인한테서 빼앗아오면 그만인것을 어찌 나를 찾아온것이오?

심정 : ..하온데.. 그 치부책을 윤승후관 작은안으서가 먼저 가로챘사옵니다.

윤비 : 뭐라? 난정이가?

심정 : 예. 지난밤 신이 금부군사를 동원하여 장대인 집을 들이쳤사온데 이미 윤승후관 작은안으서가 빼내간 후였사옵니다.

윤비 : 호호호!

심정 : (움찔하여 보는)...?!

윤비 : 허면 앞으로 화천군과 조정신료들의 목숨이 난정이 손에 달려있다는 말이구려!

         호호, 난정이 그애가 참으로 용한 재주를 가졌구먼!

심정 : 중전마마, 신이 난정이를 잡아들여 모처에 가두었사옵니다.

윤비 : (굳으며) 뭐라?! 화천군, 지금 난정이를 잡아가두었다고 하였는가?

심정 : 예, 하오나 난정이가 치부책을 숨겨둔 연후였사옵지요..

윤비 : (버럭) 화천군, 어찌 확증도 없이 내 오라버니의 첩실을 구금하였단 말인가?! 당장 난정이를 풀어주게!

심정 : 중전마마, 그리는 못하옵니다!

윤비 : 뭐라?! 화천군, 내 말을 거역하겠다는 것인가?!

심정 : 마마, 신은 경빈을 찍어내는 일로 중전마마께 충성을 맹세하였사옵니다! 하온데 어찌 중전마마께오서는

         신을 믿지 못하시고 난정이를 시켜 치부책을 빼내 신들의 목숨을 움켜쥐려 하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 ...?!

심정 : 마마, 윤승후관 작은안으서에게 치부책을 신에게 내주라 명하시옵소서!

         신, 치부책만 되찾는다면 윤승후관 작은안으서를 터럭하나 상하지 않고 방면하여 드릴 것이옵니다.

윤비 : 화천군, 난정이와 치부책을 맞바꾸는 거래를 하자는 말인가?

심정 : 예, 그리만 하여 주시오면 중전마마께 드린 신의 충성맹세가 변치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한번 주인을 배신한 화천군의 충성맹세 따위를 내 어찌 믿겠는가?!

심정 : ..예에?

윤비 : 허나, 내 화천군의 말대로 해줄것이다! 대신 난정이의 신상에 무슨 일이 있다면

         화천군의 목숨도 내놓을 각오를 해야할 것이다!

심정 : 예! 약조드리겠사옵니다!

윤비 : (심정을 노려보는)...!



S#22. 어느 길


윤원형, 임서방이 배행하는 사인교를 거느리고 걸어오고 있다.


윤원형(E) : 처남을 잘 떠났는지 모르겠구먼?... 회자정리라 했거늘.. 언젠가는 또 만날 날이 있겠지..

                 헌데 부인한테는 어찌 기별이 없을꼬...?



S#23.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제학, 허항, 채무택이 술상을 앞에 놓고 앉아있다.


김제학 : 예에? 치부책을 윤승후관 작은안으서가 벌써 빼돌렸다고 하시었사옵니까?

윤임 : 그렇소이다! 중전이 마치 우리의 행보를 예견한 듯 난정이를 앞서워 한걸음씩 앞서 움직이고 있소이다.

허항 : 하온데 윤승후관의 작은안으서가 대체 누구이옵니까?

         누구이길래 아녀자의 몸으로 조정의 막중대사에 이리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옵니까?

윤임 : 아주 무서운 계집이지요! 아녀자라고 얕보았다간 언제 쥐도 새도 모르게 뒷통수를 후려칠지 모르는 계집이외다.

채무택 : 하오면 희락당대감께오서 말씀하오신 경빈을 쓰러뜨릴 것이라는 난초향이 난정이를 일컬음이었사옵니까?

윤임 : 음! 필시 그럴겝니다.

윤원형(E) : (방밖에서) 숙모님, 그간 무고하셨사옵니까?!

윤임처(E) : (방밖에서) 조카님, 어서오시게!

윤임 : (방밖을 돌아보며) 아니, 저놈이?!



S#24. 동 윤임 사랑채 마당


윤원형, 윤임처와 마주서있다. (*박서방, 윤원형 옆에 서있다)


윤원형 : 시생, 판부사대감께오서 도성으로 돌아오시었단 말씀을 듣고 인사를 올리러 왔사옵니다.

윤임처 : 잠시 기다리시게. (방문쪽에다 대고) 대감, 윤승후관이 찾아왔사옵니다.

윤임(E) : (방안에서) 들라하시오!

윤임처 : 들어가보게.

윤원형 : 예. (방안으로 들어간다)



S#25.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원형,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윤임, 곱지않은 표정이고 김제학, 허항, 채무택은 경계하듯 본다.


윤원형 : (방안을 보며) 이거, 손님들이 들어계시었사옵니다. 하긴, 숙부님께오서 장차 조정의 권세를 틀어쥐실 것이오니

            문전성시를 이룰만도 하지요.

윤임 : (불편한) ..쓸데없는 소리 말고 앉게.

윤원형 : (넙쭉 절하며) 숙부님, 조정으로 돌아오신 것을 경하드리옵니다.

윤임 : (못마땅하게 보며) 자네, 공치사라도 하러 온것인가?!

윤원형 : (멀뚱) 공치사라니요?

윤임 : 자네가 주상전하께 나를 조정에 불러올리라는 주청을 드렸다고 들었네.

윤원형 : 숙부님, 별말씀을 다하시옵니다. 시생은 작서의 변괴로 세자저하의 안위가 걱정되어

            이나라 대통을 위한 충심이었을뿐 결코 다른 뜻은 없었사옵니다.

윤임 : (떠보는) 허나 항간에는 세자궁에 죽은 쥐를 매단 것은 중전마마라는 소문이 은밀히 돌고 있네.

윤원형 : (버럭) 뭬요?! 대관절 어느 개후레아들놈이 그딴 유언비어를 퍼뜨린단 말이옵니까?!

일동 : (찔끔)...!

윤원형 : (윤임이 떠본것임을 알 듯이 윤임을 노려보며) 그런 유언비어를 퍼뜨린 놈이 내 눈앞에 앉아 있다면

            내 당장 그놈의 세치혀를 뽑아버렸을 것이옵니다!

김제학 : (술병을 들며) 고정하시고 술 한잔 받으시게.

윤원형 : (술잔을 들며) 고맙사옵니다, 영감. (술잔이 차면) 첫잔은 이나라 대통을 이으실 세자저하의 만수무강을 위하여

            들겠사옵니다. (쭉 마시는)

윤임(E) : (윤원형을 보며) 이놈은 정녕 모르는 일이란 말인가?



S#26. 어느 헛간 안


심정, 서찰봉투를 난정에게 내밀지만 난정, 외면한다.


심정 : 읽어보거라. 중전마마께오서 네게 보내신 서찰이시다.

난정 : (흠짓) ..중전마마..?! (서찰봉투를 받아 서찰을 꺼낸다)


난정, 서찰을 읽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윤비(E) : 난정아, 화천군에게 저간의 사정을 들었으니라.



S#27. 중궁전 방 안


윤비, 서찰을 쓰고 있다. 엄상궁, 옆에서 먹을 갈고 있다.


윤비(E) : 내 아무리 손에 조정신료들의 목숨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치부책이 수백, 수천권 있다한들

             어찌 난정이 네 목숨에 비할 수 있겠느냐?! 난정아, 치부책따위는 화천군에게 던져주고 내 곁으로 무사히 돌아오너라.



S#28. 동 어느 헛간 안


난정 : (서찰을 읽으며 눈물을 흘러내리는) ..중전마마.. 참으로 우악하오신 은혜시옵니다..

심정 : 난정아, 치부책 있는 곳을 토설하겠느냐?!

난정 : (끄덕이는)...



S#29. 편전 방 안


중종,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얼굴위로.


중종(E) : 정녕 내손으로 경빈과 복성군에게 사약을 내려야 한단 말인가?! 정녕?!

대전내관(E) : (방밖에서) 전하! 김내관이옵니다.

중종 : ..무슨 일이냐?



S#30. 동 편전 복도


대전내관 : (난감한 표정으로 방문쪽에 고하는) 지금 세자저하께오서 강녕전 댓돌에 좌정하시어

               작서의 변괴에 대하여 주청드릴 말씀이 있다고 전하의 용안을 배알하옵기를 청하고 있으시옵니다.



S#31. 동 편전 방안


중종 : 뭣이라, 세자가?! (일그러지는) 작서의 변괴에 대한 일이라면 더 들을 것도 없으니! 세자에게 당장 물러가라 하라!

대전내관(E) : (방밖에서) 예.

중종 : 세자가 어찌 아비의 심정을 더욱 어지럽게 하려드는겐가?! 어찌?!



S#32.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엄상궁을 보고 말한다.


윤비 : 뭐라? 전하께오서 물라가라 명하시었는데도 세자가 강녕전 댓돌위에서 좌정을 풀지 않고 있단 말이냐?

엄상궁 : 예, 빈궁마마께오서도 함께 계신다 하옵니다.

윤비 : (굳는) 내 세자에게 알아듣게 타일렀거늘 어쩌자고 철딱서니 없는 고집을 세우는겐가?!



S#33. 편전 마당


세자, 댓돌위에 앉아있고 그 옆에 세자빈이 서있다.

뒤편으로 박상궁과 대전내관, 최상궁 등의 시녀들이 서있다.


세자빈 : (걱정되는) 저하, 이만 동궁전으로 물러가시는 것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이러시다가 전하의 노여움이라도 사실까 걱정이옵니다.

세자 : 내 복성군형님을 지켜드리겠다고 약조를 드리었소이다. 피를 나눈 형제간에 한 약조조차 지키지 못하는 자가

         어찌 종묘와 사직을 보존하고 어진 백성들을 다스리는 임금이 될 수 있겠소?

세자빈 : ...

세자 : 내 아바마마께오서 경빈마마와 복성군 형님을 구명해주실때까지는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오..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등을 거느리고 옆계단 위로 걸어올라온다.

세자빈과 배행한 상궁나인들이 윤비에게 조아린다.


윤비 : (세자 앞에 서며) 세자, 어찌 차가운 댓돌바닥에 앉아있는 것이오?

세자 : 어마마마, 소자는 아바마마께 경빈마마와 복성군형님의 구명을 청하기위해..

윤비 : (말을 자르며) 세자! 이 어미가 경빈과 복성군을 죄주는 일은 왕실과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고

         종사를 평안케 하는 대의라 그리도 말했건만 이 어미가 쇠귀에 경을 읽은 것인가?!

세자 : 어마마마, 소자는 소자로부터 비롯된 일로 경빈마마와 복성군형님께오서 사사되시는 것을 원치 않사옵니다.

윤비 : 세자가 원하든 원치 않든 죄가 있다면 지엄한 국법에 따라야 함이야!

세자 : 하오나 어마마마..

윤비 : 세자는 감히 조종조께오서 이나라 대통위에 새겨놓으신 국법에 도전을 하려는 것인가?!

세자 : (움찔하여 보는)...?!

윤비 : 주상전하의 심기를 어지럽혀드리지 말고 이만 물러가시오!

세자 : ...!

윤비 : (박상궁을 휙- 돌아보며) 박상궁, 세자내외분을 어서 동궁전으로 뫼시어라!

박상궁 : 예, 마마.. (세자쪽으로 다가오며) 세자저하, 어서 동궁전으로 드시지요.

세자 : (근엄한) 박상궁, 물러서게!

박상궁 : (당황하여 윤비와 세자의 눈치를 보는데)...

윤비 : 세자, 정녕 이 어미의 말을 거스르는 불효를 저지르겠다는 말이오?

세자 : 어마마마, 소자의 불효를 용서하여주시옵소서! 하오나 소자는 경빈마마와 복성군형님께오서 사사되시온다면

         동궁의 자리를 내어놓을 것이옵니다!

세자빈 : (충격)...?!

윤비 : 뭐라?!

중종 : (편전에서 김상궁과 대전내관을 이끌고 나오며) 뭣이라?! 세자 네 지금 뭐라 하였느냐?!

         (노기띈 얼굴로 세자 앞에 다가와 서며) 다시 한번 말해보라! 무엇이 어쩌고 어째?! 세자자리를 내어놓겠다니

         네가 지금 제 정신인 것이냐?!

세자 : 아바마마, 왕실과 조정에서 소자의 대통을 보위한다는 명분으로 경빈마마와 복성군형님을 사사하라는 주청을

         드리고 있사옵니다. 아바마마께오서 이번에 경빈마마와 복성군형님을 사사하시온다면

         다음번엔 희빈마마와 금원군형님의 차례가 될 것이오며 또 그다음번에는 창빈마마와 덕흥군이

         죽음을 당할수도 있사옵니다. (눈물을 흘리며) 소자는 피를 나눈 형제들의 시신을 디딤돌로 하여

         보위에 오르고자 하는 마음이 없사옵니다. 소자 차라리 세자의 자리를 내어놓고 초야에 묻혀

         이름없는 종친으로 살아가고 싶사옵니다.

중종 : (찡한)...?!

윤비 : ...!

세자빈 : (눈물을 글썽이는)...

세자 : 아바마마, 설혹 작서의 변괴가 경빈마마와 복성군형님의 소행임이 명백하옵더라도

         아량을 베푸시어 목숨만은 구명케 하여주시옵소서! 흐흑..

중종 : (세자 앞에 앉으며 의외의 자상한 목소리) 이 아비가 세자의 뜻을 잘 알았노라!... 허니 이만 물러가거라..

세자 : ..예, 아바마마...

윤비 : ...?!

세자 : (조아리고 세자빈과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계단을 내려가 합문쪽으로 나간다)

중종 : (세자의 뒷모습을 보며 혼잣말)... 그래 세자 네 마음이 참으로 참담할 것이다.. 이 아비가 어찌 네 마음을 모르겠느냐...?

윤비 : 전하, 하오면 경빈과 복성군의 죄를 묻지 않을 것이옵니까?

중종 : (먼 하늘을 바라보는)...!



S#34. 어느 산길 (120회 S#67의)


금부도사와 군사들이 여기저기를 뒤지고 있다.

금부도사, 어느 쓰러진 나무 밑에서 무언가를 꺼내들고 본다.

난정이가 가지고 도망쳤던 비단보에 싸인 치부책보따리다. (*이 속에는 필사본만이 들어있기에 권수나 부치가 원래의 반이다)



S#35. 어느 헛간 앞 마당


군사들, 헛간 주변을 지켜서 있다.

심정, 손에 치부책 보따리를 든채 금부도사를 거느리고 온다.


심정 : 문을 열어라!

군사들 : 예! (자물통을 열고 헛간 문을 연다)



S#36. 동 어느 헛간 안


난정, 헛간문이 열리면 들어오는 심정을 보는데.


심정 : (흡족하게 치부책 보따리를 내보이며) 난정아, 네가 치부책 있는 곳을 알려주었으니

         나도 중전마마께 약속드린 대로 너를 풀어주마.

난정 : ...

심정 : (금부도사를 돌아보며) 윤승후관 작은안으서를 집까지 가마로 잘 뫼시어라.

금부도사 : 예, 대감!

심정 : (치부책보따리를 들고 헛간 밖으로 나가면)

난정 : (심정의 뒷모습을 쏘아보는)...!



S#37. 어느 길


난정을 대운 가마가 오고 있다.



S#38. 동 흔들리는 가마 안


난정, 눈물이 글썽거리는.


난정(E) : 길상아, 미안하다.. 네가 목숨을 걸고 가져다 준 치부책을 조정 간신배놈들에게 돌려주고 말았구나...!

              (문득 고개를 저으며) 아니돼! 내 길상이 너를 생각해서라도 두 번 다시 눈물을 흘리어서는 아니돼!

             ..길상아, 내 너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는 않을게야! (살기를 번뜩이며) 내 기필코 너를 해친 놈들에게

             원수를 갚아줄 것이야!

난정 : (결연한 표정) 가마를 멈추게!



S#39. 어느 길


교꾼들, 가마를 멈추고 내려놓으면 난정, 가마에서 내린다.


난정 : 내 예서부턴 혼자 갈터이니 돌아들가게.

교꾼들 : 예. (빈가마를 들고 돌아가면)

난정 : (보다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40. 어느 산길 (120회 S#67의)


난정, 이 나무 저 나무를 살피며 무언가를 찾고 있다.

난정, 어느 나무 앞에 서서 눈을 반짝인다. 나무 한쪽에 칼로 표식을 한 듯 X표시가 되어있다.

난정, 그 나무밑에 주저앉아 두손으로 수북하게 싸인 낙엽더미를 헤진다.

낙엽더미속에서 장대인의 치부책 원본이 나온다.


난정 : (치부책을 들어보며)...!



S#41. 심정 사랑채 방 안


심정, 연상위에 놓인 치부책 필사본들을 희희낙락하여 펼쳐보고 있다.


심정(E) : (치부책을 넘겨보며) 하하, 이것이 내 손에 들어있으니

              이제 조정의 권세가 내 손에 들어온것이나 다름이 없음이야! 하하하-



S#42. 장대인 사랑채 방 안


장대인, 탁자위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장대인(E) : 내 앞으로 치부책을 쥐고 있는 자의 손바닥위에서 꼭두각시 놀음을 해야할 수 밖에 없단 말인가?!

                 아니지 그럴수는 없지! 허면 누구의 줄을 잡아야 살아 남을수가 있단말인가?


(INSERT CUT) 경빈의 모습위로.


장대인(E) : 경빈마마께오선 수렁속에 깊이 빠지시어 이미 가망이 없고...


(INSERT CUT) 심정의 모습위로.


장대인(E) : 화천군?! (저으며) 아니야.. 경빈마마가 없는 화천군은 모래위에 지은 누각과 다름없으니 오래가지는 못할게야!


(INSERT CUT) 윤비의 모습위로.


장대인(E) : 중전마마?!


(INSERT CUT) 난정의 깔깔 웃어대는 모습위로.


장대인(E) : 아니지.. 중전마마 곁에는 나와 물과 기름같은 난정이가 버티고 있으니 아니될 말이야.. 허면 누가?

                 (문득 떠오르는) 그래, 희락당대감이라면 내 목숨을 맡겨볼수도 있음이야!... 희락당, 희락당이라...?!



S#43. 김안로 유배지 초가 방 안


김안로 앞에 김희와 효혜공주가 앉아있다.


김희 : 장대인이란 자가 자기는 비록 천한 장사꾼이오나 주인에 대한 의리를 지키겠다는 말을

         아버님께 전해 올리라 하였사옵니다.

김안로 : 의를 지킨다? 하하하.

김희 : 하오나 장대인이란 자의 심지가 굳어보였사옵니다.

김안로 : 밤하늘에 달도 날마다 그 모습을 바꾸는게 이치이온데 장사꾼에게 의리라니 당치도 앉사옵니다.

김희, 효혜공주 : ...?!

김안로 : ..조정은 어찌 돌아가고 있사옵니까?

김희 : 경빈이 고립무원된채 왕실과 조정이 경빈과 복성군을 죄주라는 주청을 드리고 있사온데

         전하께오선 아직 어의를 정하시지 못하신 듯 싶사옵니다.

김안로 : 너무 조급해 마시옵소서. 주상전하께오서 곧 용단을 내리실겝니다.

            (효혜공주를 보며) 공주마마, 심기는 어떠하시옵니까?

효혜공주 : 아버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옵니다.

김안로 : 경빈이 쫓겨나가고 이번 작서의 변괴가 갈무리되면 공주마마의 심기도 평안해 지실것이오니

            마음을 편히 가시시옵소서.

효혜공주 : 예, 아버님..

김희 : 걱정이옵니다. 아버님 귀양이 빨리 풀리시어야 될터인데..

김안로 : 판부사대감이 조정에 돌아갔사오니 이 아비가 돌아갈 실마리가 풀릴것이옵니다.



S#44. 중궁전 마당


윤임, 합문 안으로 들어와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위로.


윤비(E) : 판부사대감, 어서오세요.



S#45.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윤임이 앉아있다.


윤임 : 전하께오서 이번에 신을 불러오리시는 용단을 내리시는데는 중전마마의 공이 크시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윤비 : 이사람 공이라니요? 판부사께서 돌아오실때가 되었으니 돌아오신게지요.

윤임 : 또한 신이 조정을 떠나 있는 동안 중전마마게오서 사특한 무리들로부터 세자저하를 잘 보위하여 주셨사옵고

         또한 이번에 경빈을 찍어내는데 앞장을 서 주시었으니 그 크신 은혜를 어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 이사람이 경빈을 찍어내는데 앞장을 서다니요? 판부사께서 무슨 오해가 있으신 듯 싶소.

윤임 : 오해라니요?! 난정이를 시켜 동궁전 안팎에 작서를 매달게 한 장본인이 중전마마가 아니시옵니까?!

윤비 : 뭐라?! 판부사, 그 무슨 망발이오?!

윤임 : 심려거두시옵소서. 신, 무덤에 들어갈때가지는 이 일을 발설치 않을것이옵니다.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 경빈이 좇겨난 연후에도 세자저하께 다른 마음을 잡수시온다면

         신이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판부사, 지금 이사람을 위협하는 것인가?!

윤임 : (위압적으로 쏘아보며) 신, 변방에서 국경을 침탈해 온 오랑캐들의 수급을 베었사옵니다!

         신이 칼을 뽑는다면 결코 그냥 칼집에 꽂아넣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윤비 : ...?!

윤임 : 중전마마께오서 신의 진언을 깊이 새겨주시리라 믿고 이만 물러가옵니다. (일어서서 조아리고 나가려는데)

윤비 : 판부사대감.

윤임 : (멈춰서서 돌아보는) 예, 중전마마.

윤비 : 판부사대감이 괜한 오해를 빌미로 이사람이나 이사람 가문에 티끌만한 상처라도 입히려든다면

         판부사 역시 경빈의 전철을 밟게 될것이오!

윤임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중전마마.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E) : 판부사, 너 역시 나와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는 없는 자로구나!



S#46. 갖바치 방 안


갖바치, 향을 켜놓고 정좌를 한채 눈을 감고 앉아있다. (*길상을 추모하는 듯한 분위기)



S#47. 동 갖바치 마당


방백인과 당골네, 평상에 앉아 있다.


당골네 : 임자, 증말 몽달귀 총각이 죽은게 틀림없소?

방백인 : (한숨섞인) 그려.. 형님이 보셨다잖아..

당골네 : 에유, 말이 씨가 된다더니 몽달귀총각이 그예 씨한번 못부리고 불귀의 객이 되었구려.

방백인 : 그러니까 여편네야! 고 주둥이 조심혀!

당골네 : 임자 앞가림이나 잘하시오! 괜히 비술이네 뭐네 딴짓거리하다가 코깨지 말고!

난정 : (지치고 피곤한 기색으로 치부책을 들고 대문안으로 들어오는)..

당골네 : 나, 난정아! 네 괜찮은게냐?

방백인 : (난정의 얼굴을 보고 흠짓 놀라는)...?!

난정 : 갖바치 아저씨를 뵈러왔소.

당골네 : 방에 계시니 들어가보거라.

난정 : (방쪽으러 걸어다며) 아저씨, 난정이옵니다.

갖바치(E) : (방안에서) 들어오너라.

난정 : (방안으로 들어간다)

당골네 : (방밲인을 돌아보며) 임자, 난정이한테 위로의 말은 못해줄망정 어찌 가자미처럼 곁눈질만 하는게요?

방백인 : 난정이 눈에 살기가 서려있어...

당골네 : 살기요?!



S#48. 동 갖바치 방 안


난정, 방문 앞에서 향이 피어오르는 향로를 우두커니 내려다본다.


갖바치 : ..앉거라.

난정 : (앉으며)..슬퍼한다고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것도 아닌데 향불은 무엇 때문에 피우신겝니까?!

갖바치 : 뭐라?

난정 : 아저씨한테 물건을 맡기러 왔사옵니다.

         (치부책들을 방바닥위에 내려놓으며) ..내 목숨보다 중한 것이니 잘 간수해주세요.

갖바치 : 난정아, 이 세상에 사람목숨보다 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난정 : ...!

갖바치 : (치부책을 던질 듯 집어들며) 대체 이깟게 무엇이간대 무엇이간대 사람 목숨을 좌지우지 한단 말이냐?!

난정 : (쏘아보며) 내 이것으로 길상이의 원수를 갚을 것이옵니다!

갖바치 : 어리석은 것! 길상이를 죽인 것은 조정의 소인배들이 아니라

            네 가슴속에 가득찬 무모한 야심때문이라는 것을 어찌 모르는게냐?!

난정 : (울부짖듯) 아니오! 아니오! 길상이는 내가 죽인 것이 아니오!

갖바치 : 네 야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난정 : (두손으로 귀를 막으며) 그만, 그만하란 말이요!


난정, 몸부림치다가 정신을 잃고 방바닥에 풀썩 쓰러진다.

당골네와 방백인 방문을 빼꼼열고 놀란 눈으로 방안을 들여다본다.


갖바치 : (난정을 안스럽게 보는)..음!



S#49. 대궐 일각


윤비, 심각한 표정으로 엄삼궁과 오상궁을 이끌고 어디론다 급한 걸음으로 가고 있다.



S#50. 대비전 마당


자순대비, 소복차림으로 머리를 푼채 그 앞을 막아선 희빈과 창빈을 비롯한 이숙의, 홍숙의, 이숙원, 김숙원과 대치하고 섰다.

봉상궁과 향이를 비롯한 상궁나인들, 당황하여 어찌할줄을 모른다.


자순대비 : 어허, 당장 물러서지 못할가?!

희빈 : 아니될 말씀이시옵니다! 왕실의 어른이신 대비마마께오서 석고대죄를 드리신다니요?!

자순대비 : 어서 길을 열지 못할까?!

창빈 : 대비마마, 신첩들은 대비마마를 보내드릴수가 없사옵니다!

         (자순대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차라리 신첩들을 짓밟고 가시옵소서! 흐흑..

후궁일동 : (땅바닥에 무릎을 꿇는다)..흐흑..

자순대비 : 너희들마저 이 늙은이의 뜻을 거역할 셈이냐?!

후궁일동 : 마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윤비 : (엄상궁과 오상궁등을 이끌고 걸어오며) 대비마마.. 이 대체 무슨 일이시옵니까?

자순대비 : 중전, 이 늙은이가 주상께 석고대죄를 드리러하오.

윤비 : 대비마마, 석고대죄라니요?!

자순대비 : 주상께오서 경빈을 처형하시지 못하시겠다면

               경빈과 복성군에게 죄를 물으라 칭한 이 늙은이가 대신 죄를 받겠다는 말이외다!

윤비 : ...?!

희빈 : 중전마마, 대비마마를 말려주시옵소서!

윤비 : 너희들은 나서지 말거라!

희빈 : (후궁일동이 놀라는)...?!

윤비 : 대비마마께오서 전하께 석고대죄를 드리시겠다면 신첩, 마마의 앞길을 막지는 않겠사옵니다.

일동 : ...?!

자순대비 : 그래요, 중전께서 이 늙은이의 마음을 제대로 짚으시었구려!

윤비 : 하오나 신첩에게 오늘 하루만 말미를 주시옵소서! 신첩이 전하를 뵈온 연후에도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지 못하시온다면 그때는 신첩과 후궁들 모두가 대비마마의 뒤를 따라

         전하께 석고대죄를 드리겠사옵니다. 그리해 주실 수 있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음!...그리하십시다.

윤비 : (후궁들에게) 뭣들하느냐?! 어서 대비마마를 방으로 뫼시지 않고?!

봉상궁 : 예. (자순대비를 부축하며) 드시지요...


자순대비, 봉상궁의 부축을 받으며 대비전안으로 들어간다.


윤비 : (후궁들을 못마땅하게 노려보며) 못난 것들!

후궁들 : (시선을 피하는)...

윤비 : 엄상궁, 따르거라! (몸을 휙- 돌려 어디론가 가면)

엄상궁 : 예. (오상궁등과 함께 윤비의 뒤를 따른다)



S#51. 편전 복도


윤비, 굳은 표정으로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방문쪽으로 걸어와선다.


윤비 : 고하시게!

대전내관 : 예.. (방문쪽에다) 전하, 중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중종(E) : 드시라해라.

대전내관 : 예. (윤비에게) 드시지요.



S#52. 동 편전 방 안


윤비, 방안으로 들어서면 중종과 강찬, 마주앉아있다가 들어오는 윤비를 본다.


중종 : 중전, 과인에게 무슨 말씀이 하시고 싶으시어 오신겝니가?

윤비 : 전하, 도승지를 물리쳐 주시옵소서..

중종 : (흠짓 보다가) 도승지는 잠시 물러가 있으라.

강찬 : 예..(일어나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중전, 이리 내려와 앉으시구려.

윤비 : (중종 앞으로 다가와 앉으며) 전하, 대비마마께오서 전하께 석고대죄를 드리신다 하옵니다!

중종 : 뭐, 뭣이라?! 어마마마께오서 어인 연유로 석고대죄를...?

윤비 : 대비마마께오서 경빈에게 죄를 물으라 들이신 주청을 전하께오서 불윤하시었사오니

         주청을 잘못 드린 죄를 청하시려는 것이옵니다!

중종 : 어마마마께오서 어찌 과인을 이리도 힘들게 한단 말인가?

윤비 : 전하, 어찌 대비마마 탓만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이런 사태를 몰고 온 것은 전하이시옵니다!

중종 : (당혹스러운)..주, 중전...?!

윤비 : 대체 일개 후궁인 경빈따위가 무엇이간대 전하께오선 부모자식간에 강상의 도리까지 저버리시려하시는 것이옵니까?!

         어찌 낳아주신 대비마마의 가슴에 대못을 박으시려 하시는 것이옵니까?! 연로하신 대비마마께오서

         석고대죄를 드리시다가 잘못되시기라도 한다면 그 죄를 어찌 씻으려고 하시옵니까?! 전하, 부디 정신을 차리시옵소서!

중종 : (충격)...?!

윤비 : 전하,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경빈을 용서하시든 단죄하시든 전하께오서 용단을 내리시어야 이번 사태가

         진정될 것이옵니다. 그러신 연후에 전하의 용단에 따르지 못하겠다는 왕실과 조정신료들의 목을 쳐버리시옵소서!

중종 : ...!

윤비 : 전하께오서 오늘 밤안으로 용단을 내리시지 못하시온다면 신첩, 대비마마를 뫼시고 석고대죄를 드릴 것이옵니다!

         전하, 신첩 감히 단언하옵니다! 대비마마께오서 석고대죄를 드린다면 신첩과 후궁들은 물론이옵고

         궐내의 오백여명의 궁인들 모두가 대비마마를 따를것이옵니다! 진정으로 참혹한 광경을 목도하시고 싶지 않으시오면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중종 : (처참한)...!



S#53. 심정 사랑채 방 안


심정 앞에 장순손, 김극핍, 이유청(*), 이항, 판서급대신들과 박희량이 앉아있다.

일동, 심정의 앞에 놓인 치부책을 주시한다.


심정 : 이 치부책속에는 장대인이 이 사람과 대감들뿐 아니오라 조정신료들에게 뇌물을 바친 내력이 상세히 적혀있소이다.

일동 : ...!

장순손 : 화천군대감, 그 치부책을 어찌하실 작정이시옵니가? 설마 그것을 쥐시고 우리들 숨통을 옴싹달싹 못하게

            움켜쥐시려는 것이옵니까?

심정 : 장판서, 그것이 겁이 나시오?

장순손 : 겁이 나다니요? 이사람이야 화천군대감과 한배를 탄것을요?

김극핍 : 암요, 그렇고 말구요. 아니그렇소이까, 대감들?

일동 : (끄덕이며) 예, 그렇사옵니다!

박희량(E) : 조정대신들이란 자들의 짓거리가 참으로 역겹구나..

심정 : 최서방, 들이게!

심정집사(E) : (방밖에서) 예.


방문이 열리면 심정집사의 지휘로 하인 둘이 청동화로를 들고 들어온다.

하인 둘, 청동화로를 내려놓고 방밖으로 나간다.

심정, 치부책을 북북 찢어 화로에 던지면 불에 타는 종이들.

일동, 놀란 눈으로 보는데.


이항 : 화천군대감, 어찌 치부책을 태우시는 것이옵니까?

심정 : 이 치부책속에는 이사람의 비리가 가장 많이 적혀있소이다. 이런 화근을 남겨두어서는 아니될 것이오!

         자, 대감들께오서도 태우시지요. (치부책을 넘겨주면)


장순손, 이항, 김극핍 등등이 치부책을 받아 북북찢어 화로에 던져넣는다.


심정 : 이제 우리의 발목을 잡던 치부책도 없어졌으니 지금 이후로는 대감들께오서 경빈을 내치는데

         더욱 성심을 다해야 할것이오이다!

장순손 :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일동 : (환한 표정으로 동의하는데서)



S#54.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앞에 앉은 창빈과 네명의 후궁들에게 말한다.


희빈 : 대비마마께오서 석고대죄를 드리신다면 우리 모두 죄를 피할수 없을겝니다! 허니 내일부터는

         우리 손으로 경빈의 머리채를 잡고 궐밖으로 끌어낼 각오루다 한목소리로 주상전하께 주청을 드려야하오!

창빈 : (결연한) 이사람이 한발 앞장설 것입니다!

후궁들 : (비장한 표정)...!



S#55.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싸늘한 비웃음을 흘리는 모습위로.


경빈(E) : 네깟것들이 아무리 나를 찍어내려고 발버둥을 쳐본들 주상전하께오서는 결코 나를 버리시지는 않으실게다!

             암, 암! 그렇고말고!



S#56. 편전 방 안


중종,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데 환청처럼 어지럽게 들려오는.


자순대비 : (INSERT CUT) 주상, 경빈과 복성군을 사사하세요!

윤비 : (INSERT CUT) 전하,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신료일동 : (INSERT CUT) (심정을 비롯한) 전하, 경빈과 복성군을 사사하시옵소서!

후궁일동 : (INSERT CUT) (희빈을 비롯한) 전하, 경빈과 복성군을 사사하시옵소서!

중종 : (연상을 쾅- 치며) 그만, 그만들하라! (괴로운 표정) ...과인은 경빈과 복성군을 내칠수가 없다.. 내칠수가..!



S#57. 밤하늘 위로 마른 벼락이 친다 (INSERT)



S#58.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앞에 선 김상궁을 보며 말한다. (*마른 벼락이 친다)


경빈 : 뭬야? 전하께오서 나를 찾아계시온단 말이냐?

김상궁 : 예, 마마..

경빈 : 그래 이번엔 편전에 누구 누구가 들어있느냐?

김상궁 : (난처한) ..저..

경빈 : 오냐, 내 이만큼 수모를 당했거늘 더 무예를 저어할까?! 가자, 김상궁!


경빈, 일어서 앞장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59. 동 편전 복도 (밤)


경빈, 김상궁을 거느리고 방문쪽으로 다가와선다.


대전내관 : 주상전하, 경빈 들었사옵니다.

중종(E) : (방안에서) 들라해라.

대전내관 : 예, (경빈에게) 드시지요..

경빈 : (뭔가를 각오한 눈빛으로 방문쪽으로 한발 다가선다)



S#60. 동 편전 방 안 (밤)


경빈, 잔뜩 긴장하여 방안으로 들어선다.

중종, 정적속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가 경빈을 보고 말한다.


중종 : ...경빈, 이리 내려와 앉으시오.

경빈 : (당황한 듯 다가와 앉으며) 저, 전하, 신첩을 어인 연유로 찾아계시옵니까?

중종 : 과인이 오랜만에 경빈과 술한잔 먹고 싶어서 불렀소.

경빈 : (감격한 듯) 저, 전하.. 하오면.. 신첩을..?

중종 : (술잔내밀며) 자 한잔 따르시구려..

경빈 : 예..(술주전자를 들어 한잔 따르는)

중종 : (술잔을 비우고 술주전자를 들며) 자, 경빈도 한잔 받으시구려.

경빈 : 황감하옵니다.. (술잔을 내밀어 술을 받고 고개를 돌리고 마신다)

중종 : (경빈을 빤히 보는) ...

경빈 :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며) 전하, 어찌 신첩의 얼굴을 빤히 보시옵니까?

중종 : 과인이 경빈을 본지 스무해가 지났지만 경빈의 미색은 흐뜨러짐이 없구려.

경빈 : ..과찬이시옵니다.

경빈(E) : 전하께오서 나를 용서하시었음이야.. 나를!

중종 : 과인이 보위에 오른지 이레만에 신비를 폐서인시켜 사가로 내보낸 연후에 처음으로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이 경빈이었소.

경빈 : ..신첩 전하를 처음 뫼시었던 밤을 생각하오면 아직도 가슴이 뛰옵니다.

중종 : (미소) ..그래요. 경빈은 그런사람이오.. 스물 두해가 지나는 동안 동고동락하며 과인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셨소..

경빈 : (중종의 품에 안기며) 전하, 신첩은 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전하를 곁에서 받을어 뫼실것이옵니다.

중종 : (경빈을 안아주는)...

강찬(E) : (방밖에서) 전하, 보교가 들었사옵니다.

경빈 : (흠짓하여 떨어지며) 전하, 보교라니요?!

중종 : 도승지는 들라!


방문이 열리면 강찬, 박승지를 거느리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중종 : 도승지는 전교를 받들라!

강찬 : 예.

중종 : 경빈 박씨를 폐서인시켜 상주에 부처토록 하라! 또한 경빈박씨의 아들 복성군 미도 폐서인시켜 상주에 부처토록 하라!

(E) : (번개불빛과 함께 벼락치는 소리)

경빈 : (경악하여) 저, 저, 전하! 어찌 신첩을 버리시려 하시옵니까?!

         (중종의 용포를 붙잡으며) 전하, 이러실수는.. 이러실수는 없사옵니다!

중종 : (침통한 표정으로 외면하는)...


별감들, 편전안으로 들어와 경빈을 떼어낸다.


경빈 :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울부짖는) ..전하- 전하- (끌려나가는)

중종 : (끝내 외면하다가 방문이 닫히면 눈물이 흐르는)... 경빈, 미안하구려.. 미안하구려.. 미안하구려..



S#61. 동 편전 마당 (밤)


밤하늘에 마른 벼락이 치고 있다.

경빈, '전하- 전하-' 울부짖으며 별감들에게 끌려 편전밖으로 나온다. (*강찬과 박승지가 경빈의 뒤를 따라 나온다)

강녕전 댓돌위에 윤비와 자순대비, 희빈 창빈을 비롯한 후궁일동이

각각 엄상궁, 오상궁, 봉상궁, 향이등의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서있다.

다른쪽에는 심정, 정광필, 장순손, 김극핍, 윤은보, 이항, 박희량, 이언적, 이유청(*)과

판서급대신들이 서서 냉랭하게 경빈을 쏘아본다.

계단 아래 검은보교가 놓여있고 양옆으로 횃불을 든 군사들이 도열해섰다.

경빈, 윤비 등의 내명부와 심정 등의 조정신료들의 시선 하나하나를 살기띈 표정으로 맞쏘아본다.

경빈, 윤비와 시선이 맹렬하게 부딪친다.


경빈 : (윤비 등과 조정신료들을 쏘아보며) 두고보아라! 내 반드시 대궐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되면 이 자리에 서있던 너희들의 목을 모조리 쳐버릴 것이다!

자순대비 : 뭣들 하느냐?! 어서 보교에 태우거라!

별감들(*) : 예. (경빈을 잡아끌려는데)

경빈 : 놓아라! 내 발로 걸어갈 것이다!

별감들(*) : (주춤 물러서는)...!


경빈, 후둘거리는 발걸음을 떼어놓으며 계단을 내려간다.

경빈, 가마앞에 서면 교꾼들이 가마문을 열어주면 경빈, 몸을 휙- 돌려 계단을 뛰어오른다.

별감들, 경빈을 붙잡아 보교쪽으로 끌고간다.


경빈 : (울부짖는) 전하! 신첩은 억울하옵니다! 전하!

별감들 : (경빈을 가마속으로 내팽겨치듯 집어넣고 가마문을 닫는다)

강찬 : 떠나라!

교꾼들 : 예!


경빈을 태운 검은보교가 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간다.

일동, 각자의 표정으로 합문밖으로 떠나가는 검은 보교를 본다.


윤비 : ...!



S#62. 복성군 사가 안채 마당 (밤)


선전관, 중종의 교지를 펼쳐들고 읽는다.

복성군, 삿자리에 무릎을 꿇은채 머리를 땅에 박고 울부짓고 있다.

윤씨, 복성군 옆에 서서 눈물을 흘린다.



S#63. 어느 길 (밤)


경빈을 태운 검은 보교가 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어디론가 간다.



S#64. 동 검은 보교 안 (밤)


경빈, 눈물 범벅된 얼굴로 살기띈 눈빛을 번뜩이며 말한다.


경빈 : 내 반드시 대궐로 돌아가 나를 내쫓은 너희 년놈들의 목을 모조리 쳐버릴 것이다! 반드시!



S#65. 밤하늘을 때리는 마른 번개 (INSERT)



S#66. 갖바치 아랫방 안 (밤)


(E) : (벼락치는 소리)

난정, 잠들어있다가 벼락치는 소리에 몸을 벌떡 일으킨다. (*난정 옆에는 당골네가 잠들어있다)

난정, 뭔가 불안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돌아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