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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12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1,024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125











S#1. 어느 길


한충보, 사인교를 탄채 앞장서고 그 뒤로 군사들이 난정을 태운 가마를 애워싼채 어디론가 가고 있다.

행인들, 길을 비켜서서 조아린다.



S#2. 동 흔들리는 가마안


난정, 보쌈속에서 버둥대고 있다.


난정(E) : 이놈들!



S#3. 어느 길


한충보 : (재촉하는) 서둘러라!

군졸들 : 예!


군졸들, 걸음을 빨리하여 가는데

모린, 걱정스런 표정으로 멀찍하게 떨어져 난정의 가마를 뒤쫓는다.



S#4. 어느 광 안


광문이 열리고 군졸 둘, 보쌈을 들쳐메고 들어와 내려놓는다.


한충보 : (군졸에게) 숨통을 틔워주거라.

군졸(*) : 예! (보쌈을 묶은 주둥이를 풀어주면)

난정 : (보쌈 속에서 얼굴을 내밀며 답답한 숨을 몰아쉬는)...

한충보 : 네 윤승후관의 첩실인 정난정이 틀림없으리렸다?!

난정 : (한충보를 노려보며) 그렇소! 헌데 어인 연유로 벌건 대낮에 남편있는 아녀자를 보쌈해온게요?

한충보 : 그 까닭은 네 스스로 잘 알고 있을터! 잘 생각해보거라!

난정 : 그 무슨 말이요?!

한충보 : (대꾸않고 난정을 보다가 군졸들을 거느리고 광 밖으로 나간다)

난정 : (다급하게) 이보시오! 이보시오!


광문이 쾅- 닫힌다.


난정 : ...!



S#5. 동 어느 광문 밖


군졸(*), 광문에 자물통을 채운다.


한충보 :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 못하도록 단단히 지키거라!

군졸들 : 예!

한충보 : (대문쪽으로 간다)



S#6. 동 어느 광 안


난정(E) : (불안한 얼굴위로) 군사를 동원한 것으로 보면 분명 김안로가 보낸 자가 틀림없을게야!..

              이번엔 쉽사리 풀려나지 못할 듯 싶은데.. 이 일을 어쩐다?



S#7. 윤원형 집 대문 앞 길


윤원형, 대문밖으로 나와 계단을 내려와 서서 하늘을 보며.


윤원형 : 청명한 봄날에 내 가슴이 어찌 이리도 두근거리는지 모르겠구만?

            거참, 내 열여섯먹은 처녀도 아니거들 봄을 타는겐가?

모린 : (윤원형쪽으로 헐레벌떡 달려오는)...

윤원형 : (보며) 모린아! 네 어인 일이냐?

모린 : (숨을 몰아쉬며) 나, 나으리 크 큰일 났사옵니다!

윤원형 : (휘둥그레 보며) 아, 아니.. 네 말문이 트였느냐?!

모린 : ..초, 초당아씨께오서 보쌈을 당하시었사옵니다!

윤원형 : (충격) 보, 보쌈?!



S#8.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한충보, 마주 앉아있다.


한충보 : 대감께오서 이르신대로 계집을 잡아들였사옵니다!

김안로 : (흡족한) 시임 도총관께오서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시어 고맙사옵니다.

한충보 : 허허, 이사람이 누구덕분에 도총관자리에 올랐는데요? 마땅히 희락당대감께 보답을 해드려야지요.

김안로 : 예, 도총관께오서 계시오니 참으로 든든하옵니다.

한충보 : 하온데 그 계집은 어찌 하실것이옵니까? 사사로이 구금하였사오니 나중에 골치 아픈 일이라도 생긴다면...?

김안로 : 내 조만간 조치를 취할것이니 당분간 사옥에 붙잡아두시지요!

한충보 : 그리하겠사옵니다.

황서방(E) : (방밖에서) 대감마님, 장대인이 뵙기를 청하옵니다요.

김안로 : (방밖을 보며) 들라해라!

한충보 : 허면 이사람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김안로 : 예, 살펴가시지요.


장대인,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한충보, 스치듯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 : 대감, 시생을 찾으시었사옵니까?

김안로 : 앉게.

장대인 : (앉으면)...

김안로 : 자네 대국 색상(色商)과 줄이 닿는가?

장대인 : 색상이요? 줄이 닿기는 닿사옵니다만... 무슨...?

김안로 : 조선의 천하절색 계집을 넘기면 값을 후하게 받을 수 있을테지?

장대인 : (의아하게 보다가 문득)...하오면 난정이를?

김안로 : (끄덕이며) 그래. 난정이를 대국으로 팔아버리게.

장대인 : 예,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김안로(E) : (번뜩이는 눈빛으로) 내 난정이 네년을 쉽게 죽이지는 않을게다.

                 철모르고 날뛰는 계집한테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내 똑똑히 가르쳐줄것이야!



S#9. 어느 골목 길


윤원형, 모린을 따라 급하게 골목안으로 들어선다.


모린 : (울상)..여기서 아씨를 태운 가마를 놓쳤습니다요..

윤원형 : (주변을 둘려보며)...음!

모린 : (울먹이며)..나으리, 모두가 이년의 잘못이옵니다. 나으리 꼭 아씨를 구해주시옵소서..

윤원형 : 오냐, 내 반드시 아씨를 구해낼 것이니 눈물을 거두거라!

윤원형(E) : (번뜩) 분명 김안로가 우리 가문을 죽이려고 선수를 친게야!



S#10. 대비전 외경 (INSERT)



S#11.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금침위에 누운채 잠들어 있고 양어의, 자순대비의 손목위에 명주천을 덮고 진맥을 하고 있다.

중종과 윤비, 세자와 세자빈, 뒤편에 앉은 희빈, 창빈, 홍숙의, 이숙의, 이숙원, 김숙원 등이 긴장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양어의, 진맥하던 손을 거두면 의녀(*), 자순대비 손목위에 명주천을 걷고 자순대비 손을 이불속으로 넣어준다.


중종 : (걱정) 양어의, 어마마마께오선 어떠하신가?

양어의 : (잔맥하던 손을 거두며)... 대비마마께오서 고비를 넘기시고 깊이 잠이 드시었사옵니다.

중종 : (안도하며) 오, 그래? 참으로 다행이로다. 다행이야... 모두가 조종조께오서 살펴주신 음덕이로다...

일동 : (안도하는 각자의 표정들)...!

윤비 : 전하, 대비마마께오서 편히 쉬시도록 사람들을 물리시는게 좋을 듯 싶사옵니다.

중종 : 그리하십시다. (돌아보며) 이만 물러들가라.

후궁일동 : 예. (조아리고 일어서서 나가는)

중종 : 세자도 빈궁을 데리고 동궁으로 물러가거라.

세자 : 아바마마, 소자는 할마마마 곁을 지킬것이옵니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이 아비가 어찌 네 지극한 효심을 막을 수 있겠느냐? 그리허거라.

         (자순대비를 보며) 대비마마께오서 세자의 효심을 알아주신다면 이번 병마를 이겨내시고 반드시 쾌차하실게다!

윤비 : ...



S#12. 어느 길


윤임과 김제학, 굳은 얼굴로 박서방 등이 배행하는 사인교를 타고 어디론가 급하게 가고 있다.



S#13. 김안로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제학, 김안로 앞에 앉는다.


김안로 : 두분께오서 기별도 없이 어인 발걸음이시옵니까?

윤임 : 대감, 대비마마께오서 환후가 깊으시답니다.

김안로 : 예, 이사람도 들었사옵니다.

윤임 : 하온데 어찌 이리 태연자약하신겝니까? 만에 하나 대비마마께오서 승하라도 하시온다면

         왕실에서 세자저하를 지켜주시던 큰 마루가 뽑혀져 나가는 것이 아니오이까?!

김제학 : 그리되오면 왕실이 중전마마의 입김에 좌지우지 될 것이 자명할 것이고 세자저하께 큰 위협이 될것이옵니다.

김안로 : 중전의 수족노릇을 하던 난정이만 잘라버린다면 중전 역시 큰 위협은 되지 못할겝니다. 허니 심려거두시옵소서.

윤임 : 대감께오서 난정이를 잘라낼 방책이라도 갖고 있으신것이오이까?

김안로 : 이미 손을 써 놨으니 맡겨주시옵소서.

윤임, 김제학 : 음!...

김안로 : 곧 화천군을 추종하는 신료들을 판갈이 해버릴것이오니

            두분께오선 조정에 세자저하께 충성할 사람들을 심어놓는 일에 더더욱 마음을 써주시어야 할 것이옵니다.

윤임 : 대감, 너무 서두르시는 것이 아니오이까? 대비마마께오서 환후중이시옵고

         또한 전하께오서 조정을 개편하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김안로 : 하오니 저자들이 마음을 놓고 있을 때 뒷통수를 후려쳐 버려야지요!

윤임, 김제학 : ...!



S#14. 심정 사랑채 방 안


심정 앞에 김극핍, 장순손, 이항, 이유청(*)과 판서급 대시들과 박희량이 앉아있다.


심정 : 희락당대감이 비록 우리와 손을 잡겠다고 약조를 하였으나

         속을 알 수 없는 자이니 언제 우리들 뒷통수를 후려칠지 모르오이다!

김극핍 : 하오니 희락당보다 한발 앞서 우리가 그자를 도모해야지요!

이항 :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 싶사옵니다. 섣불리 먼저 움직였다가는 관한 오해를 사서

         조정이 또 한바탕 시끄러워질지도 모르옵니다.

장순손 : 이사람도 그게 좋을 듯 싶사옵니다. 당분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게 수순일 듯 싶사옵니다.

심정 : (일동과 함께 끄덕이는데)...

박희량 : 시생 소견엔 서둘러 희락당대감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심정 : (일동이 박희량을 보며) 박제학 어찌 그리 생각하는가?

박희량 : 지난번 조정개편에서 여기계신 대감들께오서 승차를 하시었다고는 하오나 군사를 동원할 수 있는 도총관이나

            언론을 장악한 사헌부와 사간원 등 삼사가 모두 희락당대감의 사람들로 채워진 것이 조짐이 좋지가 않사옵니다.

이항 : 그거야 자리가 없으니 그리된 것이지. 다른 뜻은 없을걸세.

장순손 : 암요, 우리가 똘똘 뭉친다면 누가 우리와 세를 견줄 수 있겠나?

김극핍 : 허나 박제학 말대로 조심해서 나쁠게 없지요!

심정 : 예, 당분간은 희락당의 움직임을 지켜보도록 합시다.

박희량 : (뭔가 불안한)...!



S#15. 김안로 대문 앞 길


김안로, 관복차림으로 황서방이 배행하는 사인교를 타려는데

윤원형, 관복차림으로 임서방이 배행하는 사인교를 거느리고 급히온다.


윤원형 : 처숙어른!

김안로 : (돌아보며) 자네 내 집에 발걸음이 잦구먼? 헌데 내 지금 입궐하려던 참이라 자네와 마주앉을 여유가 없구먼?

윤원형 : (울그락 불그락) 처숙어른, 어찌 난정이를 잡아가신겝니까?

김안로 : 난정이를 잡아가다니?!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겐가?!

윤원형 : 시생, 다 알고 왔사오니 난정이를 내어놓으시라 이 말씀이옵니다!

김안로 : (쏘아보며) 허어, 어찌 이리 억지를 쓰는겐가?! 자네 손으로 내친 첩년을 어찌 내 집에 와서 찾는것인가?!

윤원형 : 좋사옵니다! 처숙어른께오서 정녕 시치미를 잡아떼신다면 내 당장 입궐하여 전하께 고하겠사옵니다!

김안로 : 어디 마음대로 해보게!

윤원형 : (쏘아보다가) 예, 어디 한번 해보시지요! (돌아서며) 가세 임서방!

김안로 : 언평! 중전마마의 뒷배만 믿고 설쳐댄다면 자네 출사길이 막힐것이야! 내 말 명심하게!

윤원형 : (휙- 고개를 돌려 쏘아보며) 시생도 희락당대감이 계신 조정엔 출사하고픈 마음이 눈꼽만치도 없사옵니다!

김안로 : 뭐, 뭐라?! 이런 무례한 놈 같으니라구!

윤원형 : (휘적휘적 가버린다)

김안로 : (보다가 사인교를 타며) 황서방, 서둘게!

황서방 : 예, 대감마님! (교꾼들에게) 서둘랍신다!


교꾼들, 사인교를 들고 급하게 윤원형의 뒤를 따른다.



S#16. 중궁전 마당


윤원형, 급한 걸음으로 합문으로 들어와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17.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윤원형을 노한 눈으로 보며 말한다.


윤비 : 뭐라, 난정이가 보쌈을 당하다니요?!

윤원형 : 시생 짐작엔 희락당대감이 난정이를 모처에 감금한 것이 틀림없는 듯 싶사옵니다!

윤비 : 그래요, 분명 그럴겝니다! 김안로가 눈엣가시같은 난정이를 그냥 놔둘리 만무하건만

         어찌 난정이를 집밖으로 내치신 것이옵니까?

윤원형 : ..실은 난정이가 시생을 김안로의 독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집을 나간 것이옵니다.

윤비 : (연상 쾅- 치는)... 내 그리도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였건만!

윤원형 : (움찔)...?!

윤비 : 무슨 방도를 써서라도 난정이를 구해내야 할것입니다! 난정이가 없다면 이사람과 우리 가문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바람앞에 촛불이 될 것입니다.

윤원형 : 예, 시생 아니그래도 편전에 들어 전하께 난정이 일을 고하려고 하옵니다.

            전하께오서 난정이를 총애하고 계시오니 이번일을 이대로 넘어가시지는 않으실 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윤비 : (저으며) 지금 전하께오선 조정의 풍파를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으실분 아니오라

         대비마마께오서 병중이시오니 난정이 일에 크게 마음을 쓰시지는 못하실겝니다.

윤원형 : 하오면 이대로 당하고만 있으란 말씀이시옵니까?

윤비 : 이사람이 김안로와 담판을 지을것이니 오라버니께오선 전하께 문후나 드시도록하세요.

윤원형 : 하, 하오나 마마...

윤비 : 이 사람 말대로 따라주세요.

윤원형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S#18.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기력없이 누워서 잠들어있고 그 옆에 의녀가 지키고 있다.

김안로, 세자와 세자빈의 옆에 앉아 자순대비의 얼굴을 보고 있다.


김안로 : (세자를 보며) 저하, 대비마마께오선 괜찮으실 듯 싶사오니 잠시 동궁전으로 들어 존체를 쉬시지요.

세자 : 아닙니다. 할마마마께오서 언제 눈을 뜨시어 나를 찾으실지 모릅니다.

김안로 : 세자저하 존체를 돌보시도록 하시옵소서! 대비마마께오서도 당신 때문에 세자저하의 존체가 쇠약해 지시는 것을

            결코 바라지는 않으실것이옵니다!

세자 : 대감의 말씀,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할마마마는 내가 지켜 볼 것이오니 희락당대감께선 빈청으로 드세요.

         왕실에 우환이 있다고 조정일을 등한시 할 수는 없는게 아니옵니까?

김안로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하오면 신은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간다)



S#19. 대비전 마당


김안로, 대비전을 나오다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는 얼굴위로.


김안로(E) : 세자저하께오서 성정이 저리도 어지시오니 왕실과 조정에서 충성을 다한다면

                 장차 큰 성군이 되실것이 틀림업스실게야. 세자저하께오서 보위에 오르시어 성군의 정치를 펼치시는 그날까지

                 내 후대에 소인배라는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손에 도끼를 들고 걸림돌이 되는 중전과 화천군을 찍어낼것이야!

윤임 : (급하게 다가오며) 희락당대감! 대비마마는 좀 어떠시오이까?

김안로 : 아직은 환후에 차도가 없으시옵니다.

윤임 : 그래요?..대감, 헌데 지금 편전에 원형이가 들었다고 합니다.

김안로 : 윤원형이가요? (어딘가를 휙- 보는)...?!



S#20.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윤원형이 앉아있다.


중종 : 처남, 요즘 백성들 민심이 어찌 돌아가고 있소?

윤원형 :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지방수령들의 가렴주구로 백성들은 배를 곯고 있사오며

            삼남지방에는 역병이 창궐하여 송장썩는 냄새가 진동하옵고

            도덕이 땅에 떨어져 날이 저물면 도성안 아작들 조차 밤길을 나다실 수 없을 지경이옵니다.

중종 : (자탄) 허어, 왕실에 변괴와 우환이 그치지 않으니 민심이 흉흉할 수밖에요. 이 모두가 과인의 부덕한 탓이로다!

윤원형 : 전하, 이는 전하의 부덕이 아니오라 조정이 썩어있는 탓이옵니다.

중종 : ...?!

윤원형 : 조정신료들이 관직을 지키기 위해 힘겨루기를 해대면서 자신에게 붙는자는 천거하고

            반대당파에 말은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배척하고 폄훼하여 조정이 어지러운 것이옵니다!

            또한 지방수령들 역시 자신을 천거한 조정권세가의 눈치를 살피고 비위를 맞추기 위해 백성들의 등골을 짜내

            미곡과 진상품을 도성으로 올려보내고 있사오니 굶주린 백성들의 원성은 더 더욱 높아가는 것이옵니다!

중종 : 처남, 과인의 치세가 난세로 기록될 것이란 말인가?

윤원형 : 전하, 백성들은 전하께오서 병인년에 폐주 연산을 내치시고 이나라 국본을 반석위에 올리신 대업을

            잊지 않고 있사옵니다. 전하께오서 그날의 초심을 잊지 않으시오면

            백성들은 결코 전하께 등을 돌리지 않을것이라 믿습니다.

중종 : 처남, 참으로 그럴것이라 믿소?

윤원형 : 예, 희락당대감과 판부사대감이 조정으로 돌아오시어 조정에 개혁의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사오니

            머지 않아 빈청에서 풍기는 썩은냄새도 가실것이라 생각하옵니다.

중종 : 그래요, 그래야지요! 처남의 말을 들으니 과인이 위로가 되는구려.

윤원형 : 황공하옵니다.



S#21. 동 편전 복도


김안로, 굳은 얼굴로 대전내관이 서있는 방문 앞으로 다가와 선다.


김안로 : 윤승후관이 편전에 든지 얼마나 되었소?

대전내관 : 한식경이 못되었사옵니다.

김안로 : 고하여 주시게.

대전내관 : 주상전하, 희락당대감 들었사옵니다.

중종(E) : (방안에서) 드시라해라.



S#22. 동 편전 방 안


김안로,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선다.

윤원형과 김안로의 시선이 일순 날카롭게 부딪친다.


중종 : 희락당대감, 이리 내려와 앉으시오.

김안로 : 예. (중종 앞으로 다가가 앉으며) 전하, 승후관과 무슨 말씀을 나누고 계시었사옵니까?

중종 : 처남이 백성들 민심 돌아가는 시정과 조정개혁의 당위에 대한 소신을 피력을 하는 것을 듣고 있었소.

김안로 : (흠짓) 조정개혁의 당위요? (윤원형을 돌아보면)...?!

윤원형 : 시생, 전하께 이나라 백성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것을 말씀 올리었사옵니다.

중종 : 가끔 처남이 편전에 들어 과인에게 던지는 말이 과인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소이다.

윤원형 : (조아리며) 황감하옵니다.

김안로 : 전하, 어찌 이런 소인배의 교언영색(巧言令色)에 귀를 기울이고 계시옵니까?!

윤원형 : (움찔 돌아보는)...소, 소인배?!

김안로 : 전하, 윤승후관은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 자이옵니다!

            이런 소인배의 아첨에 빠지시어 전하의 혜안이 흐리지실까 걱정이옵니다.

윤원형 : 희락당대감께오서 시생의 처숙이 되시오나 전하 앞에서 가릴 말씀이 있는 법이거늘

            어찌 이사람을 소인배로 몰아 붙이시는 것이옵니까?!

중종 : 그래요, 희락당대감께서 말씀이 지나치신 듯 싶소이다.

김안로 : (소매에서 어음봉투-124회 S#52의-를 꺼내 두손으로 바치며) 이것을 보시오면

            전하께오서도 신이 결코 허언을 하는 것이 아니랄 것을 아시게 되실것이옵니다!

중종 : (어음봉투를 받아 꺼내보다가) 아, 아니 이건 은자 오십만냥짜리 어음 아니오?

김안로 : 그렇사옵니다. 얼마전 윤승후관이 신에게 찾아와 뇌물로 건네준 어음이옵니다.

중종 : (굳은 얼굴로 윤원형을 쏘아보며) 처남! 정녕 이 어음을 처남이 희락당대감에게 건네주었는가?

윤원형 : 분명 그러하옵니다.

중종 : (일그러지며) 뭣이라?! 처남 스스로 죄를 자인하는 것인가?!

윤원형 : ...

김안로 : 전하, 자신의 부귀영달을 위해 뇌물을 쓰는자가 어찌 조정개혁을 입에 담을 수 있사옵니까?

            전하, 이런 소인배는 멀리 하시어야 하옵니다!

중종 : ...음!

윤원형 : 처숙어른 어찌 전하앞에서 이리도 경망한 언행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김안로 : 머, 뭐라?! 경망한 언행이라니?

윤원형 : 시생이 그 어음을 희락당대감께 전해 드린 뜻을 어찌 모르시옵니까?!

중종 : 윤승후관! 대체 무슨 뜻인지 상세히 말해보라!

윤원형 : 희락당대감께오서 어찌 귀양을 가시었사옵니까?! 국유지 목장을 사취하시려던 죄가 아니었사옵니까?

김안로(E) : (당황한 듯) 아, 아니 이놈이?!

윤원형 : 정치를 하려면 자금이 소용되는 것이 현실이옵니다! 시생은 희락당대감께오서 두 번 다시는 남의 뇌물을 받으시거나

            국유지를 사취하시는 일이 없이 정치에만 몰두하실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그 돈을 드린 것이옵니다!

김안로 : ...?!

윤원형 : 시생이 그 어음을 내드리면서 관직을 달라하였사옵니까?! 그 어음은 아무런 조건없이 드린것이옵니다!

            하온데 천지의 조화를 꿰뚫어보신다는 대감께오서 시생의 진의도 파악하지 못하시고

            청탁뇌물쯤으로 받아들이시었으니 시생, 참으로 곤혹스럽기 짝이 없사옵니다!

중종 : 희락당, 정녕 승후관의 청탁이 없었는가?

김안로 : ...예에?..예..전하..

중종 : 음!

윤원형 : 신이 조정의 개혁을 위하여 희락당대감께오서 조정으로 돌아오시기를 누구보다도 열망한 것은

            전하께오서도 잘 아시고 계실것이라 믿사옵니다. 하온데 희락당대감의 혜안이 이것밖에 아니되신다면

            신이 실망한 것은 차지하고라도 전하께오서 어찌 희락당대감을 믿고 정사를 맡기실수가 있겠사옵니까?

            참으로 안타까울뿐이옵니다!

김안로(E) : (윤원형을 노려보며) 네놈이 전하의 용안앞에서 나를 농락하려드는게냐?!

윤원형 : 전하, 신이 처숙어른께 드린 어음이 뇌물이라면 이 자리에서 죄를 받을 것이옵니다!

            하오나 신에게 다른 저의가 없었음을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중종 : (윤원형을 보다가 김안로에게 고개를 돌리며) 이번일은 희락당대감이 경조하시었던 듯 싶소.

김안로 : ..예에?!

중종 : (어음을 김안로에게 건네며) 과인은 이번일을 모른척 덮어둘 것이니 두분께서 오해를 풀도록 하시오.

김안로 : (굳는)...!

윤원형 : (승자의 미소가 스치는)...



S#23. 편전 마당


윤원형, 편전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오는데 김안로, 뒤따라 급하게 편전에서 나오며 윤원형을 부른다.


김안로 : 언평, 나 좀 보세나!

윤원형 : (멈춰서 돌아보며 과장된 공손함) 예, 처숙어른! 부르시었사옵니까?

김안로 : 자네도 난정이와 수년동안 살을 맞대고 살더니 언사가 번드르르 해졌구먼!

윤원형 : 시생이 언사를 아무리 탁마해본들 해괴한 양시론을 주창하오신 처숙오른께 비하겠사옵니까?!

김안로 : 입조심하게나! 만에 하나 난정이가 내 수중에 있다면 자네 말한마디에 따라 난정이 명줄이 끊어질 수도 있음이야!

윤원형 : 암요, 어련하실라구요! 그런 걱정일랑은 마시고 중궁전에 발걸음을 하시지요!

김안로 : 중궁전에?

윤원형 : 중전마마께오서 처숙어른을 찾으시었사옵니다. 그럼 시생은 이만! (몸을 돌려 편전계단을 내려가 총총히 가버린다)

김안로 : (윤원형의 뒷모습을 보다가 옆계단으로 내려가는 모습위로)

김안로(E) : 중전마마, 신을 어찌 찾으시었사옵니까?



S#24. 중궁전 방 안 팎


윤비, 정적속에서 열린 방문앞 복도에 앉은 김안로를 쏘아보고 있다.


김안로 : 중전마마, 신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계신것이옵니까?

윤비 : ..누군가 내 목숨처럼 아끼는 사람을 잡아가두었다고 들었습니다.

김안로 : 누가 그런 짓을?! 중전마마께오서 상심이 크시겠사옵니다.

윤비 : (쏘아보다가 연상서랍을 열고 치부책 한권을 꺼내 김안로 앞에 던지는)...

김안로 : (앞에 떨어진 치부책을 보며)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윤비 : ...

김안로(E) : (주워들고 책장을 펼쳐보다가 움찔 놀라는) ..아, 아니 이것은?!

김안로 : (윤비를 보며) 중전마마께오서 어찌 이것을...?!

윤비 : 내 희락당대감과 긴말을 하고 싶지 않소! 나머지 치부책들도 내어드릴테니 난정이를 풀어주시오!

김안로 : 난정이라니요? 신은 정녕 모르는 일이옵니다.

윤비 : 희락당대감께오서 모르시는 일이라 할지라도 수소문하여 찾아 주실수는 있지 않겠소이까?!

김안로 : ...그럴수도 있겠지요.

윤비 : 내 눈으로 난정이의 안위를 확인하는 즉시 나머지 치부책들을 대감께 내어주시겠소이다! 어찌하겠소이까?!

김안로 : 음!.. 신이 중전마마의 말씀에 따르지 않겠다면 어찌하시겠사옵니까?

윤비 : 오늘밤 술시까지 난정이가 입궐치 못한다면 내 이 치부책을 화천군에게 보일 수 밖에요!

김안로 : 화, 화천군이요?!

윤비 : 화천군은 이 치부책을 수중에 놓기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걸게요!

김안로(E) : 화천군을 위협하여 내게 맞서게 할것이라는 위협인가?!

윤비 : 희락당대감, 대비마마께오서 병중이시온데 조정에 또 한바탕 회오리를 불러 일으키고 싶지는 않겠지요?!

김안로 : 신에게 생각할 말미를 주시옵소서!

윤비 : 오늘밤 술시까지요! 잊지 마시오! (엄상궁에게) 엄상궁, 방문을 닫게!

엄상궁 : 예!


김안로 눈앞으로 방문이 쾅- 닫힌다.



S#25. 동 중궁전 방문 앞 복도


김안로 : (방문앞에 앉은채 치부책을 보는)...?!



S#26. 대궐 일각


김안로, 손에 치부책을 들고 급하게 걸어오다가 멈춰서서 치부책을 보는 얼굴 위로.


김안로(E) : 이 치부책이 정녕 장대인이 뇌물을 바친 조정신료들의 명단이란 말인가?!

심정 : (맞은편에서 걸어오며) 희락당대감!

김안로 : (치부책을 급히 소매속에 넣는다)

심정 : 대감, 입궐하시어 빈청에는 아니드시고 어디 계시었던 겝니까?

김안로 : 화천군대감, 이사람 좀 보십시다.

심정 : 예, 그러지요.


김안로, 앞장서서 걸어가면 심정, 그 뒤를 따른다.



S#27. 대궐 누마루 밑 지하통로 안


김안로, 통로문을 열고 들어서면 심정, 따라 들어온다.


심정 : (주변을 둘려보며) 대궐안에 이런 곳이 있을줄이야?

김안로 : (돌아서서 심정을 보는) 대궐 벽과 담에 박혀있는 눈과 귀를 피하기 위해 대감을 이리로 뫼시었사옵니다.

심정 : 무슨 긴한 말씀이라도 하시려는겝니까?

김안로 : 화천군대감, 장대인이 뇌물을 건네준 조정신료들의 명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사옵니다.

심정 : (당황하여) 뇌, 뇌물 명단이오?

김안로 : 괜찮소이다! 내 대감을 과거의 허물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소문의 진위를 알고 싶어 묻는 것이옵니다.

심정 : (망설이다가)..좋소이다. 어차피 아시게 될터! 내 털어놓으리다. 뇌물명단이 적힌 치부책이 있긴 있었지요.

김안로 : 허면 지금은...?

심정 : 모두 불살라버렸소이다.

김안로 : 치부책이 모두 몇권이었는지 기억하시옵니까?

심정 : 다섯권이었소이다.

김안로(E) : ...다섯권이라?

심정 : 헌데 어찌 그 일을 물으시는게요?

김안로 : 아니옵니다. 화천군대감께오서 이 사람을 믿고 모든걸 말씀해주시니 대감께 믿음이 가옵니다.

심정 : 새삼 무슨 말씀을요? 우리 두사람은 한배를 타지 않았소이까?

김안로 : 예, 이사람 대감을 믿겠사옵니다!



S#28. 윤원형 집 대문 안 마당


윤원형, 임서방과 사인교를 거느리고 대문안으로 들어선다.


윤원형(E) : (심각한 얼굴위로) 중전마마께오서 희락당대감과 무슨 담판을 지어 난정이를 풀려나게 하시려는겐지?

                 허어, 참으로 모르겠구먼?! (중문쪽으로 걸어가는데)

윤원로 : (중문쪽에서 반갑게 튀어나오며) 원형아!

윤원형 : (놀랍고 반가운) 아, 아니 형님!

윤원로 : (윤원형을 얼싸안으며) 그래, 형님이다!

윤원형 : 형님, 어찌 돌아오신게요?

윤원로 : 어찌 돌아오다니? 네 그 무슨 섭섭한 말이냐?! 전하께오서 이 형의 귀양을 풀어주시고 봉상시판관 벼슬을 내리시었다!

윤원형 : 예어?

윤원로 : (윤원형의 팔을 잡아 끌며) 다 말해줄테니 들어가자구나.

윤원형 : (윤원로에게 끌려 중문안으로 들어간다)



S#29.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방 안


윤지임 앞에 윤원형과 윤원로, 김씨와 삼이가 앉아있다.


윤원로 : 내 비록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죄를 받아 처음엔 울화가 치밀기도 하였지만

            언젠가는 전하께오서 내 결백을 믿어주시리라 생각하고 인고에 또 인고를 하였다.

            헌데 하늘도 무심치 않으시었는지 이제 돌아오게 되었구나.

윤지임 : (눈물을 찍어내며) 그래.. 잘왔다.. 이 아비는 네 걱정으로 밤마다 잠을 설쳤거늘

            이제야 두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구나!

윤원로 : 아버님, 앞으로 희락당대감이 소자의 뒷배를 보아주실터이니 아무 염려마시옵소서!

윤원형 : 형님, 희락당대감의 뒷배라니요?

윤원로 : 아, 아니 ..그런게 있다.

윤원형 : 형님, 혹시 희락당대감께 무슨 청탁이라도 넣으신게요?

윤원로 : 암, 내 청탁을 넣었다.

윤원형 : 뭬요?! 형님, 지금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오?

윤원로 : ..뭐 어떠냐? 희락당대감께오선 네 처숙이 되시지 않느냐? 사돈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게 뭐가 어떠냐?

            아니 그렇소이까, 제수시?

김씨 : ...예에? 예..

윤지임 : 암, 사돈댁하게 좋은 인연을 맺어두어서 나쁠게 무에 있겠느냐?!

윤원형 : 하오나 희락당대감은?!... (하다가 김씨를 의식하고)...에휴, 그만두십시다.

윤원로 : 헌데 원형아, 네 난정이를 손찌검하여 집에서 내치었다면서?! 백번 잘한일이다! 암, 백번 잘한 일이고 말고!

삼이 : (입술을 깨무는)...!

윤원형 : (삼이를 힐끗보며) 형님! 애 듣는 데서 못하는 말씀이 없소!

윤원로 : 뭐라? 이젠 첩년의 자식 눈치까지 봐야하는게냐?

            (삼이를 보며) 네 이놈! 네 어찌 첩년 자식놈이 사랑채에 든게냐? 썩 나가지 못할가?!

삼이 :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뛰쳐나간다)

김씨 : (쫓아나가며) 삼아- 삼아-

윤원형 : 형님! 어찌 이러시오? 형님은 아직 귀양을 덜 사신 듯 싶소!

윤원로 : 뭬, 뭬야? 네 어찌 형에게 악담을 퍼붓는게냐?!

윤원형 : (윤원로를 못마땅하게 보다가 휙- 방밖으로 나가버린다)

윤원로 : 아버님, 소자가 잘못 말한 것이옵니까?

윤지임 : ...그래, 네가 좀 심했구나..

윤원로 : ...?!



S#30. 윤원형 집 일각


삼이,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삼이 : ...어머니..날 어찌 서출로 낳으시었어요..흐흑..

김씨 : (삼이를 보고 다가오려다 멈춰서서 안쓰럽게 보는)...!



S#31. 어느 광 안


난정, 구석에 멍석말이등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가 나쁜 꿈이라도 꾸는지 몸을 뒤척이며 되뇌인다.


난정 : ...어머니..어머니...



S#32. 정윤겸 집 난정모 방 안 (기존 촬영분)


어린 난정, 난정모에게 '나같이 천한 것을 왜 낳으셨어요?' 울면서 하소연하는 장면.



S#33. 동 어느 광 안


난정, 잠든 얼굴위로 서러운 눈물이 흐른다.


난정 : ...어머니, 날 어찌 첩년의 딸로 낳으셨어요.. 어찌요?! 어찌요?!.. 흐흑..


난정, 울다가 눈을 뜨고는 꿈인 것을 알고는 몸을 일으킨다.

난정, 미간을 찌푸리며 큰 한숨을 토해낸다.


난정 : (마음을 다잡는 표정위로) 내 여기서 죽는다면 삼이한테 첩년의 족쇄를 물려주게 될것이야!

         내 여기서 죽을수는 없음이야!



S#34. 장대인 사랑채 마당


송서방과 황서방이 서있는 모습위로.


김안로(E) : (방안에서) 뭐라?! 진본말고 필사본이 따로 있었단 말인가?!



S#35. 동 장대인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장대인, 탁자위에 앉아있다.


장대인 : 시생이 필사본을 따로 만들어두었는데 모두 난정이의 사주를 받은 길상이란 놈이 훔쳐냈습지요.

김안로 : (진지해지는)...음!

장대인 : 허나 그 치부책들은 화천군이 회수하여 태워버린 것으로 들었사옵니다.

김안로 : (소매속에서 치부책을 꺼내는) 이것을 알아보겠는가?

장대인 : (치부책을 보고 놀라) 아, 아니 이것은? (펼쳐보다가) 이 치부책은 분명 시생이 기록한 진본이옵니다.

김안로(E) : (심각해지는) 음! 중전의 말이 참이었구만!

장대인 : 하온데 어찌 대감께오서 이 치부책을 가지고 계신것이옵니까?

김안로 : (뭔가 생각하다가 일어서는) 허면 나중에 또 보세나.

장대인 : (따라 일어서며) 대감, 제물포에 대국 색상이 들어왔다는데 불러올리까요?

김안로 : 그 일은 잠시 더 두고 보세! (방밖으로 나간다)

장대인(E) : 희락당대감 수중에 어찌 저 치부책이 있는겔까? 어찌?



S#36. 대비전 마당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걸어와 대비전 안으로 들어간다.



S#37. 동 대비전 복도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봉상궁이 있는 방문쪽으로 걸어온다.

(*한편에 서있던 박상궁과 최상궁, 윤비에게 조아린다)


윤비 : (봉상궁에게) 대비마마께오서 이 사람을 찾으시었다고 했는가?

봉상궁 : 예, 대비마마께오서 침수에서 깨어나신 연후에 중전마마를 급히 뫼시어 오라 하시었사옵니다.

윤비 : 고하시게.

봉상궁 : (방문쪽에다)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자순대비(E) : (방안에서) 뫼시어라..



S#38. 동 대비전 방 안


윤비,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서서 누워있는 자순대비앞에 앉는다.

(*세자와 세자빈, 일어서서 예를 갖추고 따라 앉는다)


윤비 : 대비마마, 정신이 드시옵니까?

자순대비 : (병으로 고통스럽게) 그래요.. 중전.. 아무래도 이 늙은이는 더는 버티지 못할 듯 싶구려.

윤비 : 마마, 어찌 약한 말씀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만병의 근원은 마음에 달려있다고 들었사옵니다.

         마음을 굳게 잡수시오면 이겨내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저으며) 아니에요.. 내 병은 내가 잘 압니다.

윤비 : ..

자순대비 : 이 늙은이가 중전에게 당부할 것이 있어 찾았소..

윤비 : ..말씀하시옵소서.

자순대비 : ...중전, 이 늙은이가 없더라고 우리 세자를 잘 부탁합니다. 비록 중전께서 배앓이를 하여 낳으시지는 않았지만

               중전께서 세자를 얼마나 괴이시는지 참으로 잘 압니다.. 중전, 왕실에서 세자를 지켜주실 분은 중전이십니다.

               중전.. 이 늙은이와 약조해 주실 수 있겠소?

윤비 : 신첩, 왕실과 조정에서 세자를 모해하려는 어떠한 소행이 있더라고 반드시 세자를 지켜낼 것이옵니다.

         하오니 마음을 편히 가지시옵소서.

자순대비 : 고맙습니다.. 내 중전의 말씀을 들으니 이 늙은이의 마음이 놓입니다.. (세자를 돌아보며) 세자..

세자 : 예, 할마마마.

자순대비 : 이 할미가 세자한테도 당부할것이 있소이다.

세자 : (눈물을 글썽이며)..말씀하시옵소서..

자순대비 : 세자..장차 무슨 일이 있더라고 중전을 지켜드리겠다고 약조하실수 있겠소?

세자 : 예, 할마마마. 소손, 맹세드리옵니다. 소손 두 번 다시는 왕실에 참혹한 일이 벌어지니 못하도록

         신명을 다 바칠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그래요.. 두분께서는 주상과 이나라의 종사를 떠바치실.. 왕실의 기둥이십니다..

               내 두분의 약조를 들으니 마음이 편해지는구려.. (눈이 스르르 감기며 잠에 빠지는)

윤비 : ...

세자 : ...



S#39. 갖바치 마당


갖바치, 한곳에 서서 뒷짐을 진채 먼곳을 바라보고 있고 방백인과 당골네, 툇마루에 앉아있다.


당골네 : 대비마마께오서 위중하시대요. 곧 국상이 날거랍디다.

방백인 : 평생 왕실에서 부위영화를 누리신 분들도 백가지 명약으로도 세월을 막지는 못하시는구만.. 쯧쯧..

갖바치 : (돌아와 평상에 앉으며) 겉으로 보기엔 부귀영화에 휩싸인 인생이지만

            그분께서는 구절구절마다 애끓고 속이 타는 세월이었을걸세.

방백인 : 그럴겝니다. 폐주 연산시절부터 살아남으신 분이니 그 속이 어떻겠소?

당골네 : 난 속이 시커멓게 그을러도 대궐에서 호통치며 살아봤으면 원이 없겠소.

방백인 : 씨그러, 여편네야! 세상에 뭐니뭐니해도 배부르고 등따습고 마음 편하면 극락이 따로 없는게야!

갖바치 : 자네 말이 옳은 답일세, 그려.. 옳은 답이야..



S#40. 당주 암자 마당


당추와 용이, 누마루 계단을 올라와 서서 법당쪽을 향하여 합장을 올린다.

당추, 용이를 보며 말한다.


당추 : 용아, 선비님께오서 잘 계시온지 객방쪽으로 가보아라!

용이 : 예, 스님!


용이, 객방쪽으로 쪼르르 달려가 방문을 왈칵 열고 고개를 들이민다.



S#41. 동 당추 암자 임백령 방 안


용이, 방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어지럽혀진 방안을 둘러보다가 방문을 닫는다.



S#42. 동 당추 암자 임백령 방문 앞


용이 : (당추를 돌아보며) 스님, 방에는 아무도 없는뎁쇼?

당추 : (흠짓하여) 허어, 임선비께오서 작심을 파하고 하산을 하신겐가?! (어딘가를 돌아보는)...?!



S#43. 동 당추 암자 근처 정자 위


임백령, 정자 난간에 걸터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S#44. 후레쉬 백 (기존촬영분)


옥매향, 승무복 차림에 고깔을 쓴채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옥매향 : 나으리, 소텹 나으리를 가슴에 묻고 떠나옵네다.. 부디 댱원급데 하시어 나으리의 크신 뜻을 세상에 널리 펴시옵고

            고귀하오신 니름을 만고에 길이 빛내시라요..


옥매향, 큰 절을 올리고 일어서서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가버린다.



S#45. 동 당추 암자 근처 정자 위


임백령 : 정녕, 매향이가 떠난 것인가? 아니야.. 꿈일게야.. 꿈! 매향이가 나를 떠날 리가 없어... 허면 이건 뭐지?


임백령 손에 쥔 <槐馬>(괴마)라고 쓴 종이를 들어보는데서.



S#46. 어느 광 문 앞


한중보, 군졸들이 지키고 선 헛간 앞으로 다가와 선다.


한중보 : 문을 열어라.

군졸들 : 예. (자물통을 열고 헛간문을 열어젖히면)

한중보 : (헛간 안으로 들어선다)



S#47. 동 어느 광 안


난정, 고개를 들고 광안으로 들어서는 한중보를 노려본다.


한중보 : (난정을 보다가)..방면해 줄터이니 돌아가거라.

난정 : (노려보다가) 대감은 뉘시오이까?

한중보 : 내 누구인지는 알거없고 이곳에서 갇혔던 일은 잊도록해라.

난정 : (어이없는 웃음) 하! 나를 억지로 끌고올때는 언제고 이제 또 다시 돌아가라는게요?

한중보 : ...어서 일어서거라.

난정 : 대감, 대체 누구의 명으로 나를 데려오신것이오이까?! 어명을 받든 것은 분명 아닐테고 대감의 웃전이 대체 누구시오?

한중보 : 이런 발칙한! 군사들에게 끌어내라해야 나가겠느냐?

난정 : (버럭) 이사람은 비록 서출이기는 하오나 도총관대감의 여식이옵고,

         또한 중전마마의 오라비이신 윤승후관의 부실되는 사람이외다! 어찌 대감들 마음대로 사사로이 구금을 했다가

         다시 방면을 하시려는게요?! 당장 대감의 웃전을 불러오시오!

한중보 : (당황하여) 아, 아니 이런 당돌한 계집을 보았나?

난정 : 내 대감의 웃전이신 희락당대감이 오시어 나를 예까지 끌고온 까닭을 듣기전까지는 한걸음도 움직이지 않을것이오이다!

한중보 : 뭐, 뭐라?! 네 지금 희락당대감이라 하였느냐?

난정 : 왜요? 소첩이 말에 찔리는 데라도 있는신 것이옵니까?

한중보 : (굳는데)...?!

난정 : 희락당대감을 불러오지 못하시겠다면 내 여기서 나가는 즉시 입궐을 하여 주상전하를 배알한 연후에

         대감의 죄를 따져 물을것이외다! 그리하여도 좋겠소이까?!



S#48.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제학, 채무택, 이항이 앉아있고 윤임처, 각자의 찻잔에 찻물을 따르고 있다.


윤임처 : (걱정되는) 대비마마의 병환은 좀 어떠하시옵니까?

윤임 : 큰 고비는 넘기시었다고는 하나 마마께오서 연로하신데다가

         지난번 작서의 변괴로 경빈을 사사하는데 앞장서시었던 일로 아무래도 이번에 일어나시기는 힘드실 듯 싶소.

윤임처 : 하오면 소첩, 내일이라도 입궐하여 대비마마를 배알하여야겠사옵니다.

윤임 : 그리하시구려.

윤임처 : 하오면 말씀 나누시옵소서..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허항 : (한숨을 내쉬는)...왕실의 큰 어른께오서 쓰러지시었으니 참으로 걱정이옵니다.. 하필이면 이럴때...

채무택 : 하오면 대비마마의 탈상이 끝나기 전까지는 화천군의 무리를 이대로 두고봐야하는 것이옵니까?

김제학 : 아무래도 그래야 될 듯 싶소이다. 상중에 조정에서 옥사가 일으키는 것이 도리는 아닌 듯 싶소이다.

            또한 우리에게 승산이 있을지도 의문이지요.

윤임 : 무엇보다 희락당대감의 의중에 달려있겠지요. 이사람은 희락당대감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신지가 궁금하구려.



S#49.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밤)


김안로, 연상앞에 놓인 치부책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위로.


김안로(E) : 내 수중에 이 치부책만 쥘 수 있다면 화천군 일당의 숨통을 쳐낼 수 있을 것이야.

                 헌데 내 어찌 이 치부책을 얻기 위해 난정이를 살려준 것이 더 마음에 걸리는겐가?

황서방(E) : (방밖에서) 대감마님, 도총관대감께오서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김안로 : (방문쪽을 보며)...?!



S#50.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밤)


한중보, 황서방 앞에 서있는데 김안로, 방문을 열고 방밖으로 나오며 한중보를 본다.


김안로 : 도총관대감, 이사람이 말한대로 난정이를 방면 하시었사옵니까?

한중보 : ...그게...저..아무래도 희락당대감께오서 이사람과 함께 가시어야 할 듯 싶사옵니다.

김안로 : ...?



S#51. 동 어느 광 문 앞 마당 (밤)


김안로와 한중보, 급하게 열린 광문 앞으로 걸어온다. (*광문앞에는 횃불을 든 군사가 지키고 섰다)

김안로, 열린 광안을 들여다보면 난정이 앉아있다.

난정, 김안로를 지켜보며 말한다.


난정 : 역시 소첩의 짐작대로 희락당대감이 맞군요!

김안로 : 그래, 내 귀신을 속이지 어찌 너를 속일수가 있겠느냐?

난정 : 대감께오서 소첩을 보쌈해오시었을때는 죽일 작정을 하시었을 듯 싶은데 어찌 방면해 주시려는겝니까?

김안로 : (미소) 아직은 네가 죽을때가 아닌 듯 싶구나.

난정 : ..죽을때가 아니다?

김안로 : 난정아, 중전마마께오서 너를 급히 찾으시니 어서 입궐채비를 차리고 중궁전에 들도록 해라.

난정 : (흠짓하여 혼잣말) 뭐, 뭐라? 중전마마께오서? (휙- 쏘아보며)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이사람을 살리기 위해

         대감께 치부책을 넘겨드리시었단 말이오?!

김안로 : 그것은 네가 택하거라! 네 목숨과 치부책을 바꾸겠느냐?

            아니면 네 예서 쥐도 새도 모르는 처참한 죽음을 당하겠느냐?!

난정 : (갈등하는 모습)...?!

김안로 : (군졸들이 들고있는 칼을 빼앗아 뽑아들고 난정의 목줄기에 겨누며) 네 중궁전에 들지 앉겠다면

            내 손으로 네년의 목을 쳐버릴 것이다!

난정 : (불빛을 받아 번뜩이는 칼날을 쏘아보는)...!

김안로 : (다그치듯) 어서 택하거라! 네 목숨이냐! 치부책이냐?!

난정(E) : 아니돼! 아니돼! 장차 중전마마의 목숨을 구명해드릴 치부책으로 내 미천한 목숨을 건질수는 없음이야!


난정, 목줄기에 칼날을 겨눈 김안로를 쏘아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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