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천하] 135
s#1. 당추 암자 근처 정자 위 (낮)
난정과 소월향, 마주 앉아있다.
난정,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소월향을 뚫어지게 본다.
난정 : 월향아, 네 송도 출신이라 하였느냐?
소월향 : 예, 소첩 송도 병부교 색주가에서 나고 자랐습지요.
난정 : (끄덕이며) 송도는 평양과 쌍벽(雙璧)을 이루는 색향이니 네 기생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겠구나.
소월향 : ...
난정 : 자고로 기생이란 소금 한섬을 들어먹어도 짜다는 소리를 안하고
당초 한수레를 털어 먹어도 맵다는 소리를 하지 않아야 하느니.
소월향 : (배싯 웃으며) 소첩,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오나
소첩은 한량이나 뜨내기 장사치를 털어먹는 창기는 되지 않을것이옵니다.
난정 : ..창기는 되고 싶지 않다?
소월향 : 소첩, 이 치마폭으로 천하를 호령하는 영웅호걸을 휘감는 명기가 될것이옵니다.
난정 : 호호호, 한폭 치마로 영웅호걸을 휘감겠다?! 호호호, 네 말하는 법수가 제법 당돌하구나!
소월향 : 부끄럽사옵니다. 아씨께오선 한폭 치마 속에 천하를 담으려 하시는데 소첩은 영웅호걸이라도 휘감아야지
아녀자로 태어난 보람이 있지 않겠사옵니까?
난정 : (흠짓 굳으며) 뭐라?!
소월향 : 장차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오실 대군아기씨께오서 장성시어 대통을 이으신다면
중전마마께오선 천하를 도리질 치실것이옵고, 그리되오면 아씨께오선 천하를 치마폭에 담으실수 있을 것 아니옵니까?
난정 : (버럭) 네 이년! 네 어찌 요망한 혓바닥을 함부로 놀려대는 것이냐?!
소월향 : ..아씨께오서 소첩을 부르신 연유가 그때 요긴하게 쓰실 인재들을 치마폭에 휘감아두란 뜻으로 알고 있사온데
소첩의 짐작이 틀렸사옵니까?
난정 : (소월향을 노려보는)...?!
소월향 : (난정을 마주 보는)...
난정 : (웃음을 터뜨리는) 호호호! 네 참으로 원만한 사내 한둘쯤은 통째로 찜져 먹을만한 계집이로구나!
소월향 : (미소)..부끄럽사옵니다.
난정 : 오냐, 월향아 내 너에게 장통교 기방을 맡길 것이니 내 뜻을 잘 받들도록 해라.
소월향 : (일어나 큰절을 올리며) 소첩, 아씨께 견마지로를 다 바칠 것이옵니다.
난정 : (그 자태를 보는)...!
s#2. 동 암자 누마루 계단 아래
난정, 떠나는 소월향과 윤춘년을 배웅하고 있다. (*모린, 난정의 뒤를 따른다)
윤춘년 : 당숙모님은 언제까지 이 암자에 머무실겝니까?
난정 : 내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실때까지는 예서 불공을 드려야 할 것이니
조카님이 월향이를 장통교기방에 데려가시게나.
윤춘년 : 그리하옵지요.
난정 : 월향아, 내 도성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기방밖으로는 발걸음하지 말고 은인자중하고 있어야할 것이다.
소월향 : 명심하겠사옵니다.
난정 : 조카님, 어서 떠나시게.
윤춘년 : 예, 당숙모님. (소월향이에게) 가세.
소월향 : (난정에게 조아리며) 나중에 뵈옵겠사옵니다. (윤춘년을 따라 계단을 내려간다)
난정 : (윤춘년과 소월향의 뒷모습을 보는데)
당추 : (난정쪽으로 다가오며) 난정아, 네 저 기생을 어디에 쓰려느냐?
난정 : (돌아보며) 예에?
당추 : 난정아, 저 기생의 얼굴엔 요태가 흐르고 있으니 가까이 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난정 : (미소).. 스님, 매향이가 떠난후 장통교 기방을 너무 오래 비워둔 듯 싶어 기방을 맡길 기생을 찾은 것뿐이오니
너무 심려마시옵소서.
당추 : 기방을 맡길 기생이라..?
난정 : 예, 스님! 하오면 소첩은 부처님께 올릴 공양 채비를 하겠사옵니다. (모린에게) 가자 모린아.
(모린을 거느리고 계단을 오르는)
당추 : (소월향의 뒷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보며 혼잣말)..허어, 장차 이나라를 크게 어지럽힐 계집이로다!
용이 : 예에? 스님 지금 뭐라 하시었사옵니까?
당추 : 아니다.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간다)
용이 : (영문 몰라 소월향의 뒷모습을 보다가) ?! (당추를 따라간다)
s#3. 중궁전 외경
중종(E) : (다급한) 중전, 괜찮으신게요?!
s#4.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슬픈 표정으로 자리에 누워있고 중종, 걱정스러운 눈길로 보고 있다.
윗목엔 양어의와 의녀가 앉아있다.
윤비 : (눈물을 흘리는)..신첩.. 낳아주신 아버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였사오니
세상에 이리 큰 불효가 어디 있사옵니까.? 흐흑..
중종 : (윤비를 안스럽게 보다가 양어의를 돌아보며) 양어의, 중전의 복중태아는 어떠한가?
양어의 : 중전마마와 복중아기씨는 무탈하시옵니다..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 파산부원군대감의 훙거로 충격이 크시오니
몸조섭에 크게 마음을 쓰시어야 할것이옵니다.
중종 : (윤비의 손을 쥐어주며)..과인이 중전의 망극한 심정을 어찌 모르겠소만 복중의 용종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세요..
눈을 감으신 장인께서도 중전이 힘을 내시어 용종을 무탈하게 생산하시길 바라실게요.!
윤비 : (슬픈 표정) 흐흐흑..!
s#5. 김안로 사랑채 방 안
김안로와 윤임, 관복을 입은채 앉아있다.
김안로 : ..중전이 아비를 잃은 충격으로 복중 태아를 낙태하였으면 화근이 사라지는 것이었거늘...!
윤임 : 허어, 희락당대감, 어찌 그리 섬뜩한 말씀을 하시오이까?
김안로 : 세자저하의 앞날을 위해서는 백번 천번이고 그리되었어야 마땅한것을요!
윤임(E) : (움찔보며) 허어, 인면수심이라더니...! 이 자가 어찌 이리 변했단 말인가?!
김안로 : 이사람 말에 틀림이 있사옵니까?!
윤임 : 아,아니오이다! 마땅히 그리 되었어야지요..
황서방(E) : (방밖에서) 대감마님, 입궐하실 채비가 되었사옵니다.
김안로 : 알았네! (윤임을 보며) 입궐하시지요. 중전의 상복입는 일을 논의하러 가시지요!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면)
윤임 : (뭔가를 생각하는)..내가 알던 예전의 희락당대감이 아니구먼! (일어서서 김안로의 뒤를 쫓아 방밖으로 나간다)
s#6. 희빈 처소 방 안
창빈, 걱정스런 표정으로 희빈을 보며 말한다.
창빈 : 중전마마께오서 해산달을 앞두시고 상을 당하시었으니 참으로 큰 일입니다.
무탈하게 복중 아기씨를 생산하시어야 할텐데..
희빈 : 창빈께서는 참으로 모르시는 것이오?! 아니면 모르는척 하시는게요?!
창빈 : 모르는 척하다니요, 무엇을요?
희빈 : 세자저하께오서 후사를 아니두신 중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장차 세자저하께오서 대통을 이으실때 큰 사단이 벌어질게요!
창빈 : 큰 사단이라니요?!
희빈 : ..분명 세자저하의 지위가 위협 받게 될겝니다!
창빈 : (휙-노려보며) 희빈! 어찌 중궁전과 동궁전의 이간질을 획책하는 말씀을 하시는겝니까?
희빈 : 뭐, 뭐요? 이간질을 획책하다니요?! 무슨 말씀을 그리하시오?
창빈 :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지금껏 외롭게 장성하신 세자저하를 떠바치는
대군아우님이 되실것이오니 왕실의 큰 경사이거늘 어찌 그리 모진 말씀을 하시는겝니까?!
희빈 : 쯧쯧, 이리 아둔하시긴..! 하긴 내 중전마마의 입속에 혀같은 창빈한테 말을 잘못 꺼냈구려!
창빈 : 뭬요?!
희빈 : 창빈, 내 말 새겨들으세요! 만에 하나 중전마마께오서 당신이 생산하신 대군을 보위에 올리시려고 한다면
이사람 소생인 금원군과 봉성군은 물론이고 창빈의 소생이신 영양군과 덕흥군도 무사치는 못할게요!
창빈 : 희빈! 내 지금 참으로 더러운 말을 들었으니 귀를 씻어야겠소이다!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는)
희빈(E) : 중전이 대군을 생산해서는 결코 아니돼! 암, 아니되고 말고!
s#7. 중궁전 방 안
윤비,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는 얼굴위로.
윤비(E) : 아버님, 이 불효한 자식이 반드시..대군을 생산하여 우리 윤씨 가문의 핏줄이 흐르는 대군이
이나라의 보위를 잇게 할 것이옵니다! (결연한 표정) 반드시..반드시 그리 할 것이옵니다..!
s#8.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허항, 채무택과 박희량 등 삼사의 대간들이 앉아있고, 윗목에 강찬과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중전께서 해산달이 임박하시어 상을 당하시었으나 언제 상복을 벗어야할 것인지 삼사의 견해를 듣고 싶소이다.
채무택 : 오례의에 따르면 왕비가 부모의 상사를 당하면 십삼개월만에 복을 벗는다고 하였사오니
그리 따르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허항 : 하오나 또한 오례의에 따르면 품지하여 공제하는 예를 시행하게 되면 십삼일만에 벗는다고 하였사오니
그리 따르심이 가할줄로 사료되옵니다.
중종 : ..음! 마땅히 따를 전례가 없으니 참으로 답답하구려.
박희량 : 전하, 십삼개월의 상을 거행 한다면 이는 너무 멀고 단지 십삼일의 상만 거행한다면 너무 가깝다 할것이옵니다.
대저 예란 인정에 따르는 것이오니 중간을 참작하여 백일이 되면 상을 벗게 하심이 가할 줄로 사료되옵니다.
강찬 : 대제학의 말이 옳은 듯 싶사옵니다.
박승지 : 신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중종 : (끄덕이며) 그래요.. 과인이 대제학의 말대로 따르리다.
박희량 : (조아리며) 황공 무지하옵니다.
s#9. 빈청 방 안
김안로 앞에 윤임, 장순손, 김제학과 판서급대신들이 앉아있다.
김안로 : 전하께오서 중전마마의 상복 벗는 년월을 백일로 명하시었다?!
장순손 : 예, 상께오서 삼사의 간언을 가납하시었사옵니다.
김안로 : (끄덕이며) 하긴 중전의 탈상이 무에 그리 중하겠소이까?!
요는 이번에 중전마마 께오서 아들을 생산하시올지 여부이올시다.
윤임 : 허나 중전께오서 대군을 생산하실지 공주를 생산하실지 여부는 인력으로 어찌해볼수 없는 일이니 기다려볼 밖에요.
일동 : (동의하듯 끄덕이는데)...
김안로 : 기다리기 보다는 세자저하께오서도 후사를 보시도록 종용을 해야지요!
김제학 : 후사를 보시도록 세자저하를 종용하다니요?! 어떻게요?
김안로 : 빈궁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시기 어려우시다면 양제라도 들이라 해야지요!
장순손 : (놀라보며) 야,양제요?
김안로 : (결연한) 예, 세자저하께오서 정궁소생이 아니더라도 하루속히 후사를 보시어야
이나라 대통이 굳건한 반석 위에 설것이옵니다!
윤임 : (일동, 각자의 결연한 표정위로)...!
해설(NA) : 양제라는 것은 세자의 후궁을 일컬음이다. 김안로는 문정왕후가 대군을 생산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 대처방안으로 양제를 들여 세자의 후손을 보는 일을 서둘렀다.
s#10. 동궁전 외경
세자(E) : 양제를 들이라니요?!
s#11. 동 동궁전 방 안
세자, 앞에 앉은 세자빈을 놀란 눈으로 보며 말한다.
세자 : 빈궁, 그 무슨 말씀이시오? 어찌 이사람에 양제를 들이라 하시는게요?
세자빈 : 저하, 소첩 말을 고깝게여기지 마시고 들어주시옵소서. 지난번 주상전하께오서 동궁전에 납시어
후사를 아니보시겠다는 저하를 꾸짖으신 연후로 비록 저하께오서 소첩과 합궁은 하시오나
소첩의 몸에는 손을 아니대시옵니다.
세자 : (흠짓)..빈궁 그것은..
세자빈 : 예, 소첩도 중전마마를 위하시는 세자저하의 효심을 잘아옵니다. 하오나 소첩은 전하께 대죄를 짓는듯 하여
마음이 무겁사옵니다. 하오니 양제라도 들이시어 전하의 걱정을 덜어주시옵소서..
세자 : 내 빈궁께는 못할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아오. 허나 어마마마께오서 해산달이 임박하시어 상을 당하신 일로
심기가 몹시 상하시었텐데 어찌 자식된 자가 후사를 보기 위해 양제를 들일수가 있겠소.
세자빈 : 하오나 저하..
세자 : 빈궁, 힘드시겠지만 어마마마께오서 대군아우를 생산하실 때까지만 참아주시오..
그 연후엔 내 빈궁의 말대로 따르리다.
세자빈 : (크게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돌리는)...!
s#12.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가는 파발마
s#13. 전라도 광산 어느 정자 위
윤원형, 판관 관복을 입고 정자위에 뭔가 생각에 잠겨있다. (*자막-전라도 광산-이라고 뜬다)
윤원형(E) :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엔 반드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어야 할텐데.. 어찌될지 참으로 걱정이구먼.
향리(*) : (윤원형쪽으로 급히 다가오며) 판관나으리.
윤원형 : (돌아보며) 무슨 일인가?
향리(*) : 도성에서 급한 전갈이옵니다.
윤원형 : 급한 전갈이라니?!
향리(*) : (울상이 되어) 그,그게 저..파산부원군대감께오서..
윤원형 : 뭐,뭐라?! 내 아버님께오서 어찌 되시었단 말씀인가?! 어서 말을 해보게!
s#14. 당추 암자 법당 안팎
난정, 놀란 눈으로 법당밖에 서있는 탄실을 보며 말한다. (*모린, 탄실 옆에 서있다)
난정 : 뭐라, 아버님께오서 돌아가시었단 말이냐?!
탄실 : (울상)..예, 아씨..
난정 : (맥이 풀리는)..이럴수가..이럴수가...!
탄실 : 안방아씨께오서 초당아씨를 급히 뫼셔오라 하시었사옵니다.
난정 : (정신을 차리고)..암, 내 가야지! 내 가야하고 말고! (모린을 보며) 모린아, 어서 도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거라!
모린 : (조아리고 객사쪽으로 간다)...!
s#15. 윤원형 집 안채 방 안
김씨, 상복을 입은채 한손으로 이마를 괸채 앉아있는데
배천댁, 옆에 앉은채 김씨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김씨 :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폭 내쉬는데)
배천댁 : (조심스럽게)..아씨, 미음이라도 올릴깝쇼?
김씨 : 아닐세..생각이 없네..
배천댁 : 아씨..이러시다간 아씨께오서 쓰러지시겠사옵니다.
김씨 : ..내 괜찮으니..자넨 나가보게.
임서방(E) : (방밖에서) 아씨, 희락당 대감께오서 오시었사옵니다.
김씨 : (흠짓 방문쪽을 돌아보며) 뭐라? 숙부님께오서?
s#16. 동 윤원형 안채 마당
김안로, 황서방을 거느리고 임서방 옆에 서있는데
김씨, 배천댁을 거느리고 방문을 열고 나온다.
김씨 : 숙부님, 어찌 이집엔 발걸음을 하시었사옵니까?
김안로 : 어찌오다니? 파산부원군께오서 망극한 일을 당하시었으니 내 문상을 왔다.
김씨 : (냉랭하게 보는) 문상을 마치시었으면 이만 돌아가시지요.
김안로 : 뭐라? 내 상심에 쌓인 너를 위로하러 왔거늘
어찌 숙부 대접을 해서라도 이렇게 문전축객(門前逐客) 할 수 있는 것이냐?!
김씨 : 저는 김씨집안에서는 출가외인이옵니다!
김안로 : 출가외인이라니?! 당치도 않다! 네 비록 윤씨 집안의 제사를 받든다 할지라도
부모에게서 받은 김씨의 피를 어찌 버릴수 있겠느냐?!
김씨 : 제 서방님은 시아버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시었사옵니다. 이리 큰 불효를 짓게하신 죄를 어찌 씻으려 하시옵니까?!
김안로 : 윤서방이 외직으로 나간 것은 중전마마께오서 자청하시었던 일이거늘 네 어찌 나를 원망하는 것이냐?!
김씨 : (싸늘하게 보다가) 희락당대감, 돌아가시지요!
김안로 : 뭐라?!
김씨 : 임서방, 어서 희락당대감을 배웅해 드리게!
임서방 : (난처하여 눈치를 보는데)..
김씨 : (버럭) 어서 뫼시지 않고 무엇하는가?!
김안로 : 오냐, 내 오늘은 이만 돌아 가마..허나 이 가문이 박살난다할지라도 내 너하나만은 구해줄 것이다.
김씨 : 임서방, 두 번 다시는 낯선 손님을 집안에 들이지 말게. 알겠는가?!
임서방 : ...예..
김씨 : (몸을 휙-돌려 방안으로 들어가버린다)
김안로 : (방문쪽을 보며) 너는 김씨의 핏줄이란 것을 잊지 말거라! (몸을 돌려 중문쪽으로 나가는)...
s#17. 동 윤원형 안채 방 안
김씨, 방바닥에 무너지며 흐느낌을 토해낸다.
s#18. 동 윤원형 큰 대문안 안채 중문 밖 마당
김안로, 황서방을 거느리고 중문밖으로 나오면 임서방이 따라나온다.
김안로 : 임서방, 난정이가 집으로 돌아오면 내게 기별을 넣게! 알겠는가?
임서방 : 예, 그리합죠.. (조아리며) 살펴가십시오.
김안로, 황서방을 거느리고 사인교쪽으로 걸어오는데.
윤원로 : (행장차림으로 김안로쪽으로 달리오는) 희락당대감!
김안로 : (윤원로를 돌아보는)..아,아니 자넨?!
윤원로 : (다가와서서 부릅뜨고 쏘아 보는)..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더니만! 어찌 내 집에 발걸음을 하신게요?!
김안로 : 자네야말로 어찌 임지를 떠나 도성으로 돌아온겐가?!
윤원로 : 뭬,뭬요?! 지금 나보구 어찌 임지를 떠나왔냐구 물으신게요?!
김안로 : 부원군께오선 와석종신하시었다고 들었네..! 허니 내게다 괜한 원한 품지말게나!
윤원로 : (분노) 이, 이런 천하에 몹쓸 양반 같으니라구! 내 아버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해 천추의 한이 된 것이
모두 대감의 농간탓이거늘 뭐가 어쩌고 어찌해요?! (달려들 듯 하는데)
황서방 : (윤원로의 앞을 가로막는)
김안로 : (손을 들어 황서방을 말리며)..이보게 자네가 사천 현령 외직으로 나간 것이 자네 목숨을 살렸으니 감지덕지하시게나!
윤원로 : 뭬요?!
김안로 : 가세 황서방!
황서방 : 예, 대감마님. (교꾼들에게) 떠나랍신다.
교꾼들 : 예! (사인교를 들고 가려는데)
윤원로 : 희락당대감,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만 생산하시온다면 대감께오서도 무사치는 못하실 것이외다!
김안로 : 누가 무사치 못할 것인지는 장차 두고보면 알걸세! 가자!
일동 : 예!
김안로 : (황서방을 거느리고가는)
윤원로 : (김안로를 씩씩대며 보다가 급하게 안채쪽으로 들어간다)
s#19. 어느 길
김안로, 사인교 위에서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위로.
김안로(E) : 중전이 대군을 생산한다면 내 무사치는 못할것이다?
김안로 : (황서방을 돌아보며) 황서방, 자네 이길로 혜화문 갖바치집에 걸음을 하게.
황서방 : 갖바치를 부를깝쇼?
김안로 : 갖바치가 아니라 그집에 사는 방아무개란 점바치를 집으로 데려오게.
황서방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조아리고 사인교를 떠나 다른 길로 급히 간다)
s#20. 윤임 사랑채 마당
윤임, 박서방을 거느리고 들어오는데 윤임처가 다가오며 맞이한다.
윤임처 : 대감, 지난번 그 분들께오서 또 오시었사옵니다.
윤임 : (방문쪽을 돌아보며 뭔가 생각하는)..음!.. 알았으니 사랑채 근처로 잡인의 출입을 막아주시오.
윤임처 : 그리하겠사옵니다.
윤임 : (헛기침을 하며 댓돌을 올라서서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s#21.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보료위에 앉으며 정언각, 임형수, 김하서를 본다.
윤임 : 지난번, 이사람의 뜻을 분명히 밝혔건만 어찌 또 발걸음들을 하신게요?
정언각 : 판부사대감께오서 김안로를 몰아내는 우리의 뜻을 받아 들여주실 때까지 찾아뵐 것이옵니다.
윤임 : 허어, 어찌 자꾸 희락당대감과 이사람 사이에 이간질을 획책하는 것이오?!
이사람, 당장이라도 여러분을 금부에 잡아가둘 수도 있소이다!
임형수 : 대감께오서 그런 마음을 잡수셨다면 지난번에 그리하시었겠지요.
윤임 : ...으음!
김하서 : 대감, 이나라가 이씨의 나라이옵니까?! 김가의 나라이옵니까?!
대감께오서 이나라 조정과 백성들을 위해 대의를 밝히는 일에 앞장 서주시옵소서!
윤임(E) : 허어, 이거 참으로 난감하구먼! 이 일을 어쩐다? 어찌 한다?
s#22. 김안로 사랑채 방 안
한중보, 김안로에게 은밀하게 말한다.
한중보 : 대감, 근자에 판부사대감 집에 수상쩍은 자들이 출입한다고 들었사옵니다.
김안로 : 수상쩍은 자들이라니요?!
한중보 : 정언각이란 자와 젊은 선비들 두셋이라고 들었사옵니다.
김안로 : 판부사대감께 벼슬청탁이라도 넣으러 드나들이 하는게지요.
한중보 : 하오나 근자에 조정의 젊은 신료들 동태가 심상치가 않사옵니다.
김안로 : (대수롭지 않게) 그깟 구상유취한 선비놈들이 수근거린다고 무슨 대수겠소이까?
그보다는 중전이 대군을 생산하실지 여부가 큰 일이오.
한중보 : ...
김안로 : 전하께오서 불혹을 훌쩍 넘기시었으니 이번에 아드님을 보신다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으실 듯이 괴이실테니..!
한중보 : 그래보았자 중전의 주변에 조정 세가 없사오니 큰 탈이야 있겠사옵니까?
김안로 : 만사불여튼튼이라..! 중전은 주도면밀한 사람이니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아니될 것이오이다!
한중보 : (명단을 내밀며) 근자에 부원군 집에 문상온 자들의 명단이옵니다.
김안로 : (명단을 받으며) 이자들에 대한 감시를 철처히 하시어야 될것이옵니다.
한중보 : 그리하겠사옵니다.
황서방(E) : (방밖에서) 대감마님, 점바치를 데려왔사옵니다.
김안로 : 대감께오선 이만 돌아가시지요.
한중보 : 그리하겠사옵니다. (일어서면)
김안로 : (방밖에다) 들이게-
s#23.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황서방과 방백인, 방문앞에 서있는데 한중보가 나온다.
황서방 : (한중보에게) 살펴가시옵소서!
한중보 : (방문을 열고 나오며 방백인을 의아하게 보고는 간다)
황서방 : (방백인에게) 들게!
방백인 : 예..(한중보의 뒷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보다가 방안으로 들어간다)
s#24.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방백인, 김안로에게 큰 절을 올리고 앉는다.
방백인 : 희락당대감, 이놈을 어찌 찾으시었사옵니까?
김안로 : (방백인을 유심히 보다가) 자네가 사주풀이에는 귀신같다지?
방백인 : 사람이 어찌 귀신과 재주를 견주겠사옵니까만..이놈, 사주풀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는 않습지요.
김안로 : (서랍을 열고 방백인 앞에 비단염낭을 던져주는)
방백인 : ...?!
김안로 : 내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중전마마께오서 이번에 대군을 생산하시겠는가 아니면 공주를 생산하시겠는가?
방백인 : 예에?
김안로 : 말해보게! 자네의 사주풀이가 맞는다면 내 자네에게 평생을 호의호식할 재물을 내주지!
방백인 : (김안로를 보다가 파안대소하는) 하하하!
김안로 : (굳는)..자네 어찌 이리 웃는 겐가?!
방백인 : (웃음을 참으며) 갖바치 형님 말씀이 딱 맞았사옵니다.
김안로 : 뭐라?!
방백인 : 선비분들께오선 굿이나 점술 같은 것을 양속을 해치는 사술이라하여 타파하라하시는데
희락당대감께오선 선비가 아니시라 하였사옵지요!
김안로 : 뭐,뭐라?! 네 이놈, 어찌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는게냐?!
방백인 : (웃음 뚝 그치며) 희락당대감! 중전마마께오선 공주아기씨를 생산하실 것이옵니다.
김안로 : 뭐,뭐라? 공주?!..그게 참말인가?
방백인 : 예! 분명 그리하실 것이옵니다.
김안로 : 자네 그 말에 목숨을 걸수 있겠는가?
방백인 : 예, 이놈 목숨을 백번 천번이라도 걸겠사옵니다.
김안로 : 내 자네 목숨을 맡아둘테니 이만 물러가게나.
방백인 : 예, 그리합죠! (비단염낭을 들고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김안로(E) : 이번에 중전이 공주를 생산한다? 공주를?!
김안로 : 하하하-
s#25. 동 김안로 사랑채 마당
방백인, 비단염낭을 들고 방밖으로 나오다가 방문쪽을 돌아보는 얼굴위로.
방백인(E) : 소인배가 제 목이 떨어져 나갈지는 모르고 웃어대는 꼬락서니라니..허!
황서방 : 어서 따르게. (앞장서면)
방백인 : 예. (황서방 뒤를 따라 대문쪽으로 걸어간다)
s#26. 편전 외경
s#27.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윤은보와 강찬, 박승지가 앉아있다.
중종 : 윤대감, 산실청을 설치하여 중전께서 용종을 생산하시는데 추호도 차질이 없도록 하여주시오!
윤은보 :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중종 : 과인은 중전께서 부원군을 잃으신 충격으로 황망하시어 용종을 생산하시는데 잘못되실까 걱정이구려..
강찬 : 전하, 윤승후관 형제를 도성으로 불러올리시오면 중전마마께오서 든든하실것이라 생각되옵니다.
중종 : 처남들을 불러 올리라?
윤은보 : 예, 신의 생각에도 승후관 형제가 외직으로 나갈 까닭이 없었사옵니다.
중종 : 허나 그 일은 중전께서 원하시었던 일이요. 과인이 처남들을 불러 올린다면
희락당 대감과 불편한 일이 또다시 불거질게요.
윤은보 : 전하, 신하들간에 다툼이 있다면 두사람 모두를 외직으로 내보내실 것이지 어찌 승후관 형제들만 내치신것이옵니까?
중종 : 허나 처남들은 외척이 아니오.
강찬 : 희락당대감 또한 왕실의 사돈이옵니다. 이는 불편부당치 못하신 처결이시옵니다.
전하, 중전마마의 무탈하오신 해산을 위하여서라도 승후관 형제를 불러올리시옵소서.
중종 : 음..! 과인이 좀 더 상량해 본 연후에 처결하리다.
s#28.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세자와 세자빈이 앉아있다.
세자 : 어마마마, 심기는 어떠하시옵니까?
윤비 : ..창졸간에 황망하였던 가슴이 많이 진정되었소이다.
세자 : 어마마마와 복중 아우가 무탈 하다니 참으로 다행이옵니다.
윤비 : ...그래요, 모두가 세자가 이 어미를 끔찍하게 생각해주시는 효심 덕분입니다..세자도 어서 후사를 보시어야지요.
세자 : ..예, 어마마마.
윤비 : (세자빈을 보며) 빈궁. 근자에 세자가 빈궁처소에서 침수 드시는 일이 잦다고 들었으니
조만간 빈궁께서도 회임을 하시게 될겝니다.
세자빈 : ....
윤비 : 빈궁, 어찌 안색이 이리 흐리신게요?
세자빈 : ....
윤비 : 빈궁께서는 어찌 말씀을 아니 하시는겝니까?
세자빈 : ..중전마마, 세자저하의 양제를 들이도록 윤허하여주시옵소서.
윤비 : (놀라보며)..양제라니요?
세자빈 : (눈물 글썽).. 소첩은 세손을 생산치 못할 듯 싶사오니 양제를 들여 세손을 보시도록 하시옵소서.
윤비 : 빈궁, 그 무슨 말씀이오?! 적서의 구분이 분명하거늘 어찌 아직 년치 젊으신 빈궁께서 그런 해괴한 말씀을 하시는게요?!
세자빈 : 세자저하의 괴임을 받지 못하는 소첩은 유구무언이옵니다. 흐흑..
윤비 : 뭐라? (세자를 돌아보며) 세자, 혹시 빈궁처소에서 침수만 드실뿐 합궁은 아니하시는 게 아니오?!
세자 : 다,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세자빈 : ...
윤비 : 세자, 이 어미를 기망할 생각이시오?!
세자 : ...어, 어마마마..기망이라니요?!
윤비 : 세자, 내 이번 일을 더는 묻지 않겠소! 이 어미가 엄상궁에게 일러 빈궁께서 회임하기 좋은 일시를 택일하라 이를 것이니
올해는 반드시 세손을 회임하게 해주세요. 약조 하실수 있겠소?!
세자 : ..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윤비 : 빈궁께서도 눈물을 거두세요.
세자빈 : ..예!
윤비 : 이 어미가 곤하니 이만 동궁전으로 물러가세요.
세자 : 어마마마, 편히 쉬시옵소서.
세자빈 : 편히 쉬시옵소서.
세자,세자빈 :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면)
윤비(E) : (세자빈의 뒷모습을 보며) 세자가 합궁을 아니하니 양제를 들이라?.. 빈궁이 참으로 당돌하구먼..당돌해!
s#29. 동 중궁전 마당
세자와 세자빈, 박상궁과 동궁내관, 최상궁 등을 거느리고 중궁전에서 나온다.
세자 : (세자빈을 보며) 빈궁! 어찌 어마마마 안전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어 어마마마의 심기를 불편케 해드리는 것이오?!
세자빈 : ..저하, 소첩은 단지..!
세자 : 빈궁께서 양제를 들이시기를 그리도 원하신다면 그리하십시다.
허나 내 어마마께오서 대군아우를 생산하실때까지는 후사를 아니보겠다는 결심을 굽히지는 않을것이오!
세자빈 : 저,저하..!
세자 : 가세, 박상궁. (앞장서서 가면)
세자빈 : (당황한 표정으로 세자를 보는)...?!
s#30. 갖바치 외경
당골네(E) : 임자, 참으로 용하시구려?!
s#31. 동 갖바치 방 안
당골네, 비단염낭속에 든 은자를 바쳐들고 보며 희희낙락하고있다.
갖바치와 방백인, 그 옆에 앉아있다.
당골네 : 단박에 이리 큰 돈을 벌어오다니?! 이게 대체 얼마여?
방백인 : 여편네야, 입다물어, 파리들어갈라!
당골네 :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옛말이 맞기는 맞는가 보오?!
방백인 : 호들갑떨지 말고 그걸루다 술이나 받아와!
당골네 : 알았소, 내 닭한마리 삶으리다! (발딱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방백인 : 김안로가 형님 말씀처럼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을 생산하실지 여부를 묻습디다.
갖바치 : 그자의 학문이 깊지 못하니 점이나 사술에 의존할 마음이 생긴게지.
자네가 살아돌아온 것을 보니 공주를 생산하실 것이라 하였구만?
방백인 : 그렇소, 형님이 족집게 이시구려!
갖바치 : 허허, 그러다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온다면 자네 목숨은 파리 목숨이 될 것인데?!
방백인 : 형님, 내 점괘가 틀린 것을 보시었소?
갖바치 : 뭐라? 허면 이번에도 중전마마께오서 따님을 생산하실 것이란 말인가?
방백인 : 어찌 되실지는 두고보시구려!
갖바치 : ..음!
방백인 : 헌데 괴마께서는 어딜 가신게요?
s#32. 옥매향 기방 대문 앞 길
임백령, 대문 앞쪽으로 걸어와 선다.
임백령(E) : 허어, 내 매향이가 떠난줄 알면서도 매향이를 잊지 못해 오늘도 예까지 발걸음을 하였구려..!
그래요, 내 반드시 장원급제를 하여 매향이의 원을 풀어주리다! 반드시..! (돌아서서 가려는데)
(E) : (기방안에서 들려오는 가야금소리)
임백령 : (대문쪽을 휙 돌아보며)..?!
s#33. 동 옥매향 기방 후원 정자 안팎
소월향, 정자위에서 가야금을 타고 있다.
임백령, 중문안으로 들어와 소월향을 본다.
임백령의 시선으로 가야금을 타는 소월향의 자태에 옥매향의 모습이 겹쳐진다.
소월향 : (가야금을 멈추고 임백령쪽을 돌아보는)
임백령 : (움찔 놀라 돌아서려는데) ?!
소월향 : 임백령 나으리!
임백령 : (놀라 소월향을 보며) 그, 그대가 어찌 내 이름을 아시오?
소월향 : (가야금을 걷으며 일어서서) 소첩, 나으리를 진즉 뵙고 싶었사옵니다.
(쌩끗 웃으며) 나으리, 소첩과 잠시 차나 한잔 나누시지요.
임백령 : (당혹스러운)...?!
s#34. 동 옥매향 안채 마당
심퉁, 아랫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윤춘년과 정렴, 다가온다.
정렴 : 심퉁아, 방에 드신 손님이 뉘시냐?
심퉁 : 임백령 나으리셔유.
윤춘년 : 임백령?
심퉁 : 예전에 우리 매향아씨하구 백년가약을 맺으시었던 선비님이셨시유. (한숨을 폭 내쉬며 부엌쪽으로 간다)
윤춘년 : 월향이 저 계집이 재주도 좋구먼. 도성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사내를 후리다니?
정렴 :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쉿..(방문쪽에다 귀를 기울이면)
윤춘년 : (따라서 귀를 기울이는)...?
s#35. 동 옥매향 아랫방 안
소월향, 임백령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며 말한다.
소월향 : 소첩, 장안 최고 명기 옥매향과 임백령 나으리의 얘기를 송도에서 들었사옵지요.
임백령 : 소,송도에서 말이오?
소월향 : 예,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평양이나 남원까지 팔도의 기생들 중 두분의 얘기를 모르는 기생이 드물 것이옵니다.
임백령 : ...?!
소월향 : 옥매향이 나으리의 입신양명을 위해 비구니가 되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는 말도 있고
강물에 몸을 던져 공양을 드리었다는 소문도 있사옵지요.
임백령 : (한숨을 푹 내쉬는)..허어, 내 앞으로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
소월향 : 임백령 나으리께오선 듣던대로 옥골선풍이시옵니다..
나으리 소첩에게도 나으리를 뫼실수 있는 기회를 주시겠사옵니까?
임백령 : 내 그리 할 수는 없소.. 허면 내 이만 돌아가리다.. (벌떡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소월향 : (자신만만한 미소)..임백령이라..? 내 치마폭으로 휘감을 첫 번째 사내가 되시겠구먼.. (찻잔을 들어 마시는)
s#36. 전라도 광산 판관 숙사 방 안
윤원형, 상복을 입고 통곡을 하고 있다.
윤원형 : 아버님의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한 소자의 불효를 용서하시옵소서! 흐흐흑!
소자, 불구대천지 원수 김안로에게 반드시 이 원한를 갚을 것이옵니다.
향리(*) : (방밖에서) 판관나으리, 손님들이 뵙기를 청하시옵니다.
윤원형 : (눈물을 닦으며)..손님이라니?! 뫼시어라!
향리(*) : 예.
윤원형 : (방문쪽을 보는데)...
정순붕,이기,허자 :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윤공, 오랜만이오..
윤원형 : (놀라보는) 아,아니 세분께오서 어찌 험한 광산땅까지 오시었사옵니까?
정순붕 : 윤공께서 부친상을 당하시었다는 말씀을 듣고 왔소이다.
이기 : 그래, 도성에서 천리밖에 떨어진 이곳에서 상을 당하시어 얼마나 황망하신가?
허자 : ..윤공, 힘드시겠지만 힘을 내시옵소서! 우리가 윤공의 곁에서 힘이 되어줄 것이옵니다.
윤원형 : 고맙사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는 날 내 도성으로 돌아가 김안로의 명줄을 따버릴 것이옵니다!
s#37. 윤원형 집 작은 사랑채 방 안
상복을 입은 윤원로와 김씨가 앉아있다.
윤원로 : 제수씨, 희락당대감과는 인연을 딱 끊어버리시오!
김씨 : ...
윤원로 : 내 아무리 벼슬도 좋지만은 천륜을 저버리게 만든 그런 자의 뒷배로 조정에 출사하고 싶지는 않소이다.
김씨 : 아주버님, 어명도 받잡지 않고 임지를 떠나오시어도 괜찮으신 것이옵니까?!
윤원로 : 그깟 사천 현령자리가 무에가 중요하다고요?!
허어, 원형이도 분명 소식을 들었을터인데 어찌 돌아오지 않는지 모르겠구먼!
김씨 : ...
배천댁(E) : 아씨, 초당아씨께오서 돌아오시었사옵니다.
김씨 : (흠짓)...?!
윤원로 : 뭬라? 난정이가?! 아니 첩년 주제에 어딜..?!
김씨 : 아주버님, 소첩이 불러들였사오니 소첩에게 맡기어주시옵소서.
윤원로 : 제수씨가 그리하겠다면 내 입에 자물통을 채우고 있겠소이다.
허나 난정이를 조심하시오! 내보기엔 언제 제수씨를 내쫓고 제수씨 자릴 꿰찰지 모르는 계집이오.
김씨 : (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는)..
s#38. 동 윤원형 초당 마당
김씨, 배천댁과 탄실을 거느리고 방쪽으로 다가온다.
김씨 : (방쪽에다) 내 좀 들어가겠네.
모린 : (방밖으로 나와 김씨에게 조아리는)
김씨 : (방안으로 들어가는)
s#39.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김씨, 방안으로 들어서는데 난정, 상복을 입은채 아랫목에 미동도 않고 앉아있다.
김씨 : (윗목에 앉으며) 자네가 일구월심 불공을 드리는데 이런 망극한 소식을 전하는 내 마음도 편치가 않네.
난정 : ...
김씨 : 아버님께오서 생전에 자네를 윤씨가문 사람으로 인정하시었으니 알리는 것이 도리일 듯 싶어..
난정 : (휙-돌아보며) 아우님! 무슨 염치로 이집에 안주인 노릇을 하시는게요?!
김씨 : ..뭐,뭐라?!
난정 : 서방님과 아주버님 형제분이 외직으로 나가시어 아버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신게 대체 누구탓이오?
서방님께 씻지 못할 불효를 짓게 만든 자가 대체 누구란 말이오이까?! 바로 아우님의 숙부인 김안로 그놈이오이다.
김씨 : (당혹스러운)...?!
난정 : 김안로와 윤씨가문은 한 하늘을 이고는 살지못할 불공 대천의 원수이온데
어찌 원수의 조카가 버젓히 이댁 가문의 안주인노릇을 할수 있는 것이오이까?!
김씨 : ..이보시게..?!
난정 : 아우님께서 티끌만큼이라도 이댁 가문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당장 보따리를 싸서 아우님 발로 걸어나가시오!
그게 아버님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고 또한 서방님과 아주버님의 전정을 위한 길일 것이오!
김씨 : (충격을 받는)...?!
난정 : 당장 내 방에서 나가시오! 내 아우님과는 한지붕을 이고 살고 싶지 않소이다!
김씨 : ...?!
난정 : 나가라는 내 말이 들리지 않소?!
김씨 : (그 서슬에 하얗게 질려 일어나 방문쪽으로 걸어가는데) ?!
난정 : (들어라는 듯) 허, 뻔뻔하기는?! 자식도 낳지 못한 자가 무슨 낯으로 안주인 행세를 하려는겐지!
김씨 : (방밖으로 나간다)
s#40. 동 윤원형 초당 방밖 마당
김씨,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초당방에서 나오다가 비틀하면.
배천댁,탄실 : (김씨를 부축하며) 아씨, 괜찮으시옵니까?!
김씨 : 그래, 난 괜찮네..
배천댁 : 어서 안채로 드시지요.
김씨 : (부축을 받으며 안채쪽으로 걸어가는)...
모린 : (김씨를 보다가 초당쪽을 돌아보는)..
s#41.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 (독기서린 표정) 암, 내 김안로를 찍어내는 날, 아우님을 내치고 안방을 차지할 것이야!
s#42. 김안로 사랑채 외경 (밤)
s#43. 동 김안로 사랑채 방 안 (밤)
김안로, 촛불 앞에서 뭔가를 생각하는 얼굴위로.
김안로(E) : 점바치놈이 이번에 중전이 공주를 생산할 것이라 했지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수는 없음이야!
암,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야!
김안로 : (방밖을 보며) 황서방- 판부사 대감댁에 갈 채비를 하게!
s#44. 윤임 사랑채 외경 (밤)
윤임(E) : 희락당대감, 이 야심한 밤에 어찌 이사람을 찾으시었소이까?
s#45.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밤)
김안로와 윤임, 은밀하게 앉아있다.
김안로 : 중전이 대군을 생산치는 못할 것이나 만에 하나 대군을 생산할 수도 있는 일이오니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임 : 대비책이라니요?!
김안로 : 잠시 귀를 빌려주시옵소서!
윤임 : (귀를 가까이 대면)..
김안로 : (윤임의 귀에다 뭐라고 속삭이는)..?!
윤임 : (경악하는) 뭬,뭬요?! 대군아기씨를..?!
김안로 : 쉿-소리가 크시옵니다!
윤임 : (낮게) 대감, 어찌 그런 대역부도한 말씀을 하시는 것이오이까?! 대군아기씨를 어찌해요?!
김안로 : 화근의 싹이 자라지 못하게 잘라버리자는 것이옵니다.
윤임(E) : 이 자가 제정신이 아니구먼! 제정신이 아니야!
김안로 : 판부사대감께오서 그 일을 성사시켜주시어야겠사옵니다!
윤임 : (휙-돌아앉으며) 이사람은 그런 대역부도한 짓거리는 할 수가 없사오이다!
김안로 : 대감, 세자저하께오서 중전이 생산할 대군에게 화를 당하시어도 좋으시겠소이까?!
윤임 : (보며) 허나 중궁전에 수많은 눈이 있는데 어찌..?!
김안로 : 희빈의 손을 빌리면 될 것이옵니다.
윤임 : ...음! 희빈이 그런 일을 하겠소이까?!
김안로 : 이사람이 희빈의 약점을 쥐고 있으니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옵니다!
윤임 : ..희빈의 약점을 쥐고 있다?
김안로 : 어찌하시겠사옵니까? 세자저하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시기로 맹세하신 대감께오서 물러서시지는 않으시겠지요?!
윤임 : ..음!
s#46. 대궐 일각 (아침)
윤임, 침통한 걸음으로 어디론가 가는 얼굴위로.
윤임(E) : 허어, 내 어쩌다 희락당대감의 주구노릇을 하게 되었단 말인가? 어찌..?!
윤임, 한숨을 내쉬며 어디론가 간다.
s#47.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앞에 앉은 윤임을 놀란 얼굴로 본다.
희빈 : 판부사대감, 지금 제정신이십니까? 중궁전나인들을 매수하여 대군아기씨를 어찌해요?!
윤임 : 이사람은 희락당대감의 말을 전하는 것뿐이옵니다.
희빈 : 내 교태전 자리를 준다해도 그리는 못합니다! 어찌..?!
윤임 : 희빈마마께오서 지난번 중전의 복중용종을 낙태시키기 위해..
희빈 : (휙-쏘아보며) 뭐라?! 대감, 그 무슨 말씀이오?! 내 결코 그런 일은 없었소이다!
어찌 이사람을 죽이려고 그런 말도 안되는 말씀을 내뱉는것이오?!
윤임 : 희락당대감 말로는 확증이 있다고 하시었사옵니다.
희빈 : 확증이라니요?
윤임 : 밀지말이옵니다.
희빈 : 미, 밀지요?!
윤임 : 중전마마께오서 반드시 대군 아기씨를 생산하실 보장이 없사오나, 단지 희빈마마의 의중을 알고 싶은것이옵니다.
그리해주실수 있겠사옵니까?
희빈 : ...?!
윤임 : (보다가) 이사람은 마마께오서 따라주시리라 믿고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는)
희빈(E) : 내 희락당이 쳐놓은 올가미에 단단히 걸렸음이야..이일을 어찌한다..?!
s#48. 대궐 일각
김안로, 서있는데 윤임, 다가온다.
윤임 : 희락당대감!
김안로 : (윤임을 돌아보며) 판부사대감, 어찌되었사옵니까?
윤임 : 희빈이 대감의 뜻에 따르기로 하였소이다.
김안로 : 하하, 이제야 마음이 놓이옵니다. 참으로 잘 하시었사옵니다. 빈청으로 드시지요. (앞장서면)
윤임(E) : 언젠가는 저자가 내 뒷통수도 후려칠수 있을것이야!
김안로 : (돌아보며) 판부사대감, 어찌 그러시옵니까?
윤임 : 아니오이다, 가시지요. (그 뒤를 따른다)
윤임과 김안로, 어디론가 가는 모습위로.
해설(NA) : 문정왕후의 대군생산 여부를 놓고 왕실과 조정이 동상이몽속에서 귀추를 주목하는 가운데
문정왕후의 해산날이 다가왔다.
s#49. 중궁전 외경
도열한 상궁나인들, 걱정스럽게 중궁전쪽을 주시하는 위로.
윤비(E) : (비명소리) 아악-
s#50.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삼줄을 붙잡고 힘을 쓰고 있다.
노상궁, 아기를 받고 있고 엄상궁과 오상궁이 윤비를 부축하고 있다.
엄상궁 : 중전마마, 조금만 더 힘을 쓰시옵소서!
윤비 : (이전과는 달리 소리를 지르는) 아악-
s#51. 빈청 방 안
김안로와 윤임을 비롯한 장순손, 허항, 채무택, 김제학, 박희량, 윤중보 등이 모여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듯 침묵속에 앉아있다.
s#52. 광산 판관 숙사 안
윤원형과 정순붕, 이기, 허자,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s#53. 희빈처소 방 안
희빈,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서성거리고 있다.
s#54. 동궁전 방 안
세자, 간절한 표정 위로.
세자(E) : 하늘이시어, 어마마마께오서 대군아우를 생산케 해주시옵소서!
세자빈 : (복잡한 표정으로 보는)..
s#55. 당추 암자 법당 안
난정, 부처님께 빌고 있다.
난정 : 부처님, 대군아기씨옵니다. 대군아기씨!
s#56. 중궁전 방 안
윤비,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용을 쓰고 있다.
노상궁 : 중전마마, 한번만 더 힘을 주시옵소서!
윤비 : (마지막 힘을 다하듯) 아악-
애기(E) : (힘찬 울음소리) 응애-응애-
윤비 : (탈진 한 듯 삼줄을 놓고 털썩 눕는다)..
s#57. 편전 뒷마당
김상궁, 급한 걸음으로 편전으로 들어간다.
s#58. 편전 방 안
중종, 초조한 듯 앉아있는데.
중종 : 허어, 중전께서 무탈하게 용종을 생산하시어야 하거늘..
김상궁(E) : (방밖에서) 전하, 김상궁이옵니다!
중종 : 들라!
김상궁 : (방문이 열리면 들어서는)..
중종 : 김상궁, 중전께오서 몸을 푸시었는가?
김상궁 : (감격에 겨운) 전하. 경하드리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었사옵니다!
중종 : (환하게 펴지는) 뭣이라?! 대군을?!
s#59. 중궁전 방 안
윤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엄상궁을 본다.
노상궁, 아기를 강보에 싸고 있다.
윤비 : 엄상궁, 내 참으로 대군을 생산하였는가?
엄상궁 : (감격의 눈물)..예, 틀림없는 대군아기씨이시옵니다..
윤비 : ..어디 내 눈으로 직접 보아야겠네..
엄,오상궁 : (윤비를 부축하여 일으켜주는)
노상궁 : (강보에 싸인 아기를 윤비에게 건네며)..아주 잘생기시었사옵니다.
윤비 : (아기를 보다가 울컥 감격이 북바치는) 하늘이..참으로 무심치 않으시었구나..
아가..아가..네가 세상에 나와 이 어미의 목숨을 살렸구나..아가..아가..흐흑..
윤비, 강보에 싸인 아기를 보며 감격스럽게 눈물을 흘리는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