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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14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8.27|조회수1,101 목록 댓글 0

[여인천하] 145











s#1. 대궐 전경


- 중종 38년 계유년(1543년)- 자막



s#2. 대궐 일각


경원대군(*11세/훗날 명종), 급하게 달려온다.

경원대군, 뛰어오다가 돌부리에 걸려 앞으로 넘어진다.

경원대군, 아픈지 인상을 찌푸리는데 누군가, 경원대군 앞으로 다가와 조아리고 앉는다.

난정이다. (*10년의 세월이 흘러 난정은 30대 후반이다)


난정 : (손에 비단보로 싼 약과를 들고) 아기씨, 괜찮으시옵니까?

경원대군 : ..난정이 왔느냐?

난정 : (일으켜 세워주며) 아기씨, 매사에 조심 또 조심하시옵소서. 귀하신 존체를 상하시오면 중전마마께오서 걱정하시옵니다.

경원대군 : ..또,또 그 잔소리!

난정 : 황공하옵니다. 소첩은 아기씨가 걱정되어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장상궁(*훗날 명종의 대전상궁), 나인들을 거느리고 급하게 쫓아온다.


장상궁 : (경원대군을 살피며) 아기씨, 괜찮으시옵니까?!

난정 : (근엄한) 마마님, 어찌 대군아기씨를 혼자 내버려두시는 것이옵니까?

장상궁 : ..그, 그게 아니라..

난정 : (추궁하듯) 대군 아기씨 곁을 일각도 떨어져서는 아니된다는 중전마마의 지엄하신 명을 잊으신겝니까?!

장상궁 : (주눅 든)...

경원대군 : (돌아보며) 난정아, 장상궁을 탓하지 마라. 내 장상궁과 숨박꼭질을 하고 있었다.

난정 : 숨박꼭질이요?.. 소첩이 아기씨께오서 좋아하시는 약과를 만들어 왔사오니 중궁전으로 드시지요.

경원대군 : 내 나중에 맛을 볼테니 너 먼저 중궁전으로 들거라.

난정 : 아기씨께오선 어딜 가시옵니까?

경원대군 : 내 동궁전에 들어 세자 형님께 문후를 여쭈고 갈 것이다. 가세, 장상궁. (앞장서서 가면)

장상궁 : 예. (나인들을 이끌고 경원대군의 뒤를 따르는)

난정 : (경원대군의 뒷모습을 지켜보다 몸을 돌려 어디론가 총총히 가는)



s#3. 중궁전 복도


난정, 비단보로 싼 약과를 들고 엄상궁, 오상궁이 서있는 방문쪽으로 다가와 선다.


엄상궁 : 중전마마, 윤승지 작은 안으서 들었사옵니다.

윤비(E) : (방안에서) 들라해라-

엄상궁 : 예. (난정을 보며) 드시게.

난정 : (방문쪽으로 다가서려다 멈칫 엄상궁을 보며) 마마님, 소첩이 윤씨가문의 안주인 노릇을 한지 십년이 넘었사온데

         언제까지 소첩을 작은 안으서라 부르실 것이옵니까?

엄상궁 : 법도가 그런 것을 낸들 어찌하겠는가? 어서 드시게.

난정 : ... (방문쪽으로 다가선다)



s#4. 동 중궁전 방 안


난정, 방문이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조아리고 윤비 앞에 다가와 앉는다.


윤비 : 난정이 왔느냐?

난정 : 예, 마마! 소첩이 약과를 만들어 왔사옵니다. 맛 좀 보시옵소서.

윤비 : 아니다, 내 지금은 천도복숭아를 먹은들 소태를 씹는 맛일게다.

난정 : 예에?.. 마마, 어찌 그러시옵니까?

윤비 : (탄식 섞인) 근자에 들어 전하의 기력이 더욱 쇠잔해지시어 아무래도 용상을 오래 지키지 못하실 듯 싶구나..

난정 : 중전마마, 어찌 그리 심약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소첩이 뵙기에 주상전하께오선 아직도 연부역강하시오니

         그런 일은 없을것이오니 너무 심려치마시옵소서.

윤비 : 난정아, 네 모르는 말이다. 전하의 기력이 하루하루가 다르시니 만에 하나 전하께오서 창졸간에

         황망한 일이라도 당하시어 세자가 보위에 오른다면 윤임의 무리가 우리 모자를 내몰고자 악머구리처럼 떠들어댈 것이

         자명하거늘 나와 환(*경원대군의 이름)이의 장래가 어찌될지 참으로 걱정이구나.. (한숨을 내쉬는)

난정 : 중전마마,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옵니다! 서방님께오서 조정에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계시온데

         무엇을 걱정하시옵니까?!

윤비 : 허나 내 윤승지만을 믿고 있을수는 없게 되었다!

난정 : 마마,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윤비 : 지금 파릉군대감이 종친들과 함께 편전에 들어 윤승지를 파직하라는 주청을 드리고 있다!

난정 : 예에? 파릉군대감이요?! (어딘가를 휙-돌아보는)



s#5. 편전 방 안


파릉군, 중종에게 피를 토하듯 고하고 있다. (*이세진과 이몽헌이 파릉군 옆에 앉아있고 윤은보와 강찬이 한옆에 앉아 있다)


파릉군 : 전하, 외척들이 정사를 농단하도록 이대로 내버려 두실것이옵니까?! 지금 조정은 온통 대윤과 소윤당으로 갈려

            이들 손에 국정이 좌지우지되고 있사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옵니다!

중종 : (피곤한 표정으로 듣는)

파릉군 : 대윤과 소윤이 벌이는 이전투구를 막지 못하시온다면

            장차 세자저하와 대군아기씨의 형제간에 골육상쟁의 참화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옵니다!

중종 : (흠짓) 뭣이라?! 숙부, 지금 형제간의 골육상쟁이라 하시었소?

파릉군 : 예! 대윤과 소윤은 각기 세자저하와 대군아기씨를 비호한다는 명목으로 세를 이루고 있사오나

            실상 그 자들은 세자저하와 대군아기씨를 등에 업고 사리사욕을 채우고 부귀영달을 챙기고 있사옵니다.

            이들을 내버려 두었다가는 소인배들 농간으로 장차 조정과 왕실에 장차 참혹한 피를 부를 수도 있사옵니다.

중종 : 피, 피를 부른다?!

파릉군 : 예, 전하, 신 간절히 청하옵건대 독버섯 같은 외척들을 조정에서 내치시고 이나라 종묘와 사직을 보호하시옵소서!

            전하, 부디 굽어 통촉하시옵소서!

이세진,이하명 : (조아리며) 통촉하시옵소서, 전하!

중종 : .. 과인이 숙부의 말을 깊이 새긴 연후에 처남들 일을 어찌 처결할 것인지 용단을 내릴것이니 이만 물러들가세요..

파릉군 : 전하..

중종 : (쿨럭거리며 고통스럽게 기침을 해대는)..

파릉군 : (당혹스럽게 보는)..저, 전하..!

중종 : (기침을 멈추며) 과인은 괜찮으니.. 이만 물러들 가세요..

파릉군 : 예.. 옥체 보중하시옵소서...(조아리고 일어서서 방밖으로 나가는)

이세진,이하명 : (예를 갖추고 파릉군을 따라 나가는)

중종 : (윤은보를 보며) 영상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과인이 처남들을 내칠만큼

         조정에서 대윤과 소윤의 반목이 그리도 심각하였단 말이오?

윤은보 : 전하, 곪은 상처는 터뜨려야 빨리 아무는 법이옵니다. 신의 생각도 파릉군 대감과 같사옵니다.

중종 : (뭔가 생각하는)..음! (강찬을 보며) 도승지, 판부사와 언평을 불러들이라.

강찬 : 예, 전하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중종 : ..과인이 아무리 허수아비같은 임금이라한들 과인의 핏줄끼리 피를 보는 일을 기필코 막을 것이다! (결연한 얼굴위로)

해설(NA) : 중종이 보위에 오른지 사십년 세월이 흘러 중종의 보령은 어느덧 예순을 바라보고 있었다.



s#6. 몽타쥬


1. 빈청 방 안

- 윤원형과 정순붕, 이기, 허자 등의 소윤파와 윤임, 김헌, 박희량, 정언각, 임형수, 김하서 등의 소윤파가

삿대질을 벌이며 격렬하게 싸우는.

2. 대궐 일각

- 정순붕과 이기, 허자가 신료들과 걸어오는데 맞은 편에서 정언각, 임형수, 김하서등이 걸어오다가 마주친다.

정순붕 일행과 정언각 일행, 서로를 쏘아보며 찬바람소리 나게 지나쳐간다.

3. 편전 방 안

- 중종 앞에서 윤원형과 윤임 일파가 목청을 높여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중종, 연상을 내려치며 말려보지만 잠시 멈췄다가 다시 언성을 높이는 양파의 신료들...

중종, 한숨을 내쉬는.

4. 대궐 후원 일각

- 세자(*30세, 수염이 난)와 세자빈, 걸어온다.

경원대군, 장상궁을 거느리고 세자쪽으로 달려온다.

세자, 경원대군을 반갑게 들어 안아준다.

세자빈, 그 모습을 편치 않을 표정으로 본다.


해설(NA) : 중종의 기력이 쇠잔해질수록 세자와 문정왕후가 생산한 경원대군을 비호하는 대윤과 소윤의 대결과 반목은

                더더욱 격렬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장차의 세자가 보위에 올랐을 때 후환을 없애기 위한 대윤파와

                경원대군과 문정왕후를 비호하는 소윤파 간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었다.

                대윤파가 경원대군과 문정왕후를 경계하였던 근본적인 이유는 세자에게 아직 후사가 없는 때문이었다.

                세자가 후사를 생산치 못한다면 다음 대통은 경원대군에게 이어질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소윤파에게 조정의 권세를 내주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될 수 밖에 없는 대윤파는

                화근의 싹을 잘라버리기 위해 소윤파에 대한 치열한 공세를 가하였고

                소윤파 역시 그때까지는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조정의 사정과는 아랑곳 없이 세자와 경원대군은 친형제보다 우애가 깊었다.



s#7. 동궁전 외경


세자(E) : 환아, 네 지금 뭐라 하였느냐?!



s#8. 동 동궁전 방 안


세자, 앞에 앉은 경원대군에게 묻는다.


세자 : 내가 후사를 보아야 왕실과 조정이 평안할 것이라 하였느냐?

경원대군 : 예, 형님! (세자빈을 보며) 형수님, 왕실과 조정을 위해서 하루 속히 세손을 생산하시옵소서.

세자빈 : (씁쓸한 미소)..예, 그리하겠사옵니다.

세자 : 환아, 네 벌써부터 왕실과 조정일을 걱정하는 것이냐?

경원대군 : ..또한 형님께서 후사를 아니보시면 어마마마와 이 아우가 궐밖으로 쫓겨나갈 것이라 하였사옵니다.

세자 : (굳는) 뭐, 뭐라?!

경원대군 : (울먹이는) 형님.. 이 아우는 궐밖으로 쫓겨나기 싫사옵니다..부디 이 아우를 내치지 마시옵소서..흐흑..

세자 : (분노) 이런 고이얀! 감히 누가 네 앞에서 그따위 말을 지껄였단 말이냐?!

경원대군 : 흐흑..

세자 : (경원대군의 손을 잡아주며)..환아, 아무걱정 말거라. 이 형이 너와 어마마마를 지켜줄 것이다!

경원대군 : 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세자빈 : (착잡하게 보는)..



s#9. 대궐 일각


윤원형, 걸어오는데 맞은 편에서 윤임이 걸어온다.


윤원형 : (멈칫 하늘을 보며) 허어, 해가 서쪽에서 떳나? 이 시각이면 청파동 월향이 집에 계시어야 할 대감께오서

            대궐에는 어인일이시옵니까?

윤임 : 조강지처 죽이고 첩년한테 안방을 내어주고 첩년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는 주제에 말한번 번드르르하게 잘하는구먼?!

윤원형 : (휙-돌아보며) 뭐라구요?!

윤임 : 내 전하를 알현하러 편전에 드는 길이니 자네와 노닥거릴 짬이 없네. (앞장서서 가면)

윤원형 : (노려보며) 내 같은 파평윤문만 아니었어도 상투잡이를 했을 것을?! (부지런히 윤임의 뒤를 쫓는)

대전내관(E) : 주상전하, 판부사대감과 윤승지 들었사옵니다.



s#10.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은 윤원형과 윤임을 근엄하게 본다.


중종 : 과인은 두 처남이 대윤이니 소윤이니 붕당을 지어 다투는 일로 조정에 하루도 바람 잘날이 없다고 들었소!

윤임 : 부,붕당이라니요, 전하, 당치도 않사옵니다!

중종 : (연상 쾅-) 판부사, 과인을 말허리를 자르지 말라! 과인이 아직 이 나라의 임금이란 것을 잊었는가?!

윤임 : (흠짓) 화, 황공하옵니다..

윤원형 : (힐끗 야릇한 미소로 보는)..

중종 : 과인은 외척들이 당을 짓고 반목하는 것을 더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윤원형 : 전하, 판부사대감이 붕당을 짓다니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판부사대감은 조정을 물샐틈 없이 틀어쥐시어

            이미 부귀가 극에 달하시었사온데 무슨 여한이 있어 붕당을 짓겠사옵니까?

            이는 사특한 무리들이 판부사대감과 신을 모함하기 위한 음험한 사론이옵니다.

윤임(E) : 이, 이놈이..?!

윤원형(E) : 왜요, 섬뜩하시오?

윤임 : 전하. 언평 역시 중전마마의 동기란 까닭으로 젊은 나이에 관직에 올라 부족한 것이 없거늘

         어찌 당을 짓는 아둔한 짓거리를 하겠사옵니까?!

윤원형(E) : 차로 장군을 치니 포로 멍군으로 받는구먼?!

중종 : 이나라 조정이 대윤과 소윤으로 나뉘어져 반목을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거늘

         어찌 과인을 기망하려 드는 것인가?!

윤임,윤원형 : 망극하옵니다.

중종 : 과인은 외척들간의 대윤과 소윤 싸움이 세자와 대군의 골육상쟁으로 번지는 것을 용납지 않을 것이오!

         판부사는 관직을 내어놓고 물러가 과인의 명이 있을 때까지 은인자중하고 있으라!

윤임 : 저, 전하 신을 파직하시는 것이옵니까?!

윤원형(E) : 암, 파직이고 말고! 파직! 전하께오서 이사람의 손을 들어주신게야! 하하하.

중종 : 윤승지는 대국조정에 성절사로 파견할 것이니 그리 알고 떠날 채비를 갖추도록 하라!

윤원형 : (놀라 보며) 예에, 서, 성절사라니요, 전하?! 신보고 이 나라를 떠나란 말씀이시옵니까?!

중종 : 성절사로 대국에 다녀오란 말이오! 그리 알고 물러들 가시오!

윤원형 : 저, 전하..! 하오나..!

중종 : 과인, 곤하여 몸을 눕혀야겠으니 어서 물러들가라!


윤원형과 윤임, 일어서서 조아리고 방밖으로 나간다.



s#11. 동 편전 마당


윤임과 굳은 표정의 윤원형, 편전 밖으로 나온다.


윤임 : 언평, 잘 알았는가?! 전하께오서 누굴 더 총애하시는지 똑똑히 알았느냐 이 말일세! 하하하- (앞장서서 가면)

윤원형 : (윤임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중궁전쪽으로 가는 모습위로)

윤비(E) : 뭐, 뭐라?! 성절사요?!



s#12. 중궁전 방 안


윤비와 난정, 놀란 눈으로 윤원형을 본다.


윤원형 : 판부사도 관직을 내어놓고 조정에서 물러가라는 어명이 계시었사옵니다.

윤비 : 판부사가 빈청에 들지않는다고 해서 권세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거늘..

         허어 어찌 전하께오서 윤승지를 대국으로 보내시려 하시는겐지?!

윤원형 : 마마, 만에 하나 시생이 성절사로 대국에 가있는 동안 전하께오서 붕어라도 하시온다면

            지금껏 시생이 구축한 조정의 세가 속수무책으로 휩쓸려 나갈수 밖에 없사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그래요, 내 이대로 윤승지를 대국으로 보내지는 않을것이오! 내 당장 편전에 들어 전하께 말씀을 올리리다!

난정 : 중전마마, 주청을 아니 올리시는 것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 뭐,뭐요?

윤비 : (난정을 보며) 뭐라? 허면 윤승지를 이대로 대국으로 떠나보내란 말이냐?!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전하께 주청을 드리시오면 대윤쪽에서도 판부사의 파직을 거두어달라 맞주청을 드릴 것이옵니다.

         그리 되오면 조정이 다시한번 시끄러워 질 것이옵고 지금껏 서방님이 쌓아올린 주상전하의 신임이

         한꺼번에 무너질 것이옵니다.

윤비 : ..네 말이 옳은 듯 싶구나..

윤원형 : 허나 내 대국에 가 있는 동안 판부사가 우리 소윤을 갈아엎으려 들터인데..

난정 : 떠나시기 전에 소윤을 불러들여 중전마마와 대군아기씨에 대한 충성맹세문에 연명을 하게 한다면

         흔들리지 않을 것이옵니다.

윤원형 : ..나는..?

난정 : 서방님, 고진감래라 하였사옵니다..흔쾌하게 다녀오시지요!

윤비 : 그래요, 난정이 말에 일리가 있는 듯 하니 그리하도록 하세요!

윤원형 : (결연한) 예, 하오면 시생, 주상전하의 명을 받잡을 것이옵니다!



s#13. 소월향 집 마당


박서방, 안채 마루에 걸터 앉아 있다.



s#14. 동 소월향 집 안채 방안


윤임과 김헌, 박희량, 정언각, 김하서, 임형수와 판서급대신들이 모여 앉아 있다.


윤임 : 언평이 대국으로 떠날테니 이제 소윤놈들도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 할 것이오이다!

         소윤놈들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릴 좋은 기회오이다! 회유할 자는 회유하고 내칠 놈은 내쳐 버리도록 하시오!

김하서 : 대감께오서 파직을 당하신 것이 유감이옵니다.

윤임 : 유감은 무슨요? 공들께서 이곳을 빈청처럼 드나들이 하시면 그만인 것을요?! 아니그렇소이까?!

김헌 : 허허, 대감 소실의 눈치가 보이니 그렇지요!

윤임 : 눈치라니요?!

박희량 : 우리가 자주 드나들이 하면 소실이 대감과 무릉도원을 헤맬 짬이 줄어들테니 눈치가 보일수 밖에요?

윤임 : 예끼?! 예판이 농도 잘하시오! 허허.

정언각 : 하온데 어찌 정부인께서는 지난 십년동안 대감이 소실을 들이신 일을 까마득히 모르고 계실수 있사옵니까?

임형수 : 시생에게도 본처에게 들키지 않고 소실을 들이는 방도를 일러주시옵소서!

윤임 : 허허, 등하불명이라지 않소이까?

일동 : (웃는)

심퉁(E) : (방밖에서) 대감마님, 화채 들여가옵니다.

윤임 : 들이거라!

심퉁 : (화채와 대접을 올린 소반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오는)

윤임 : 마침 목이 컬컬하던 참이었는데 잘 되었구나.

심퉁 : (소반을 놓고 화채를 그릇에 퍼담는데)

윤임 : 헌데 월향이는 어딜 간게냐?

심퉁 : 출타하시었는뎁슈.

윤임 : 출타? 근자에 어찌 월향이의 출타가 잦은 듯 하구나?

정언각 : (농조) 판부사대감, 첩실이 샛서방이라도 보았을까봐 걱정이 되시는겝니까?

윤임 : 걱정이라니요? (주먹을 불끈 쥐며) 내 아직 계집 서넛쯤은 끄떡없소이다!

정언각 : 암요! 어련하실라구요, 하하하-

일동 : (웃는데)

윤임 : (뭔가 불길한)...?!



s#15. 옥매향 기방 아랫방 안


소월향, 임백령 품에 안겨있다.


임백령 : ..월향아, 네 집으로 돌아갈 시각이된 듯 싶구나.

소월향 : (파고 들며)..소첩, 서방님과 좀 더 함께 있고 싶사옵니다.

임백령 :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라지 않았느냐? 판부사가 의심하기 전에 어서 돌아가보거라.

소월향 : 서방님, 소첩 돌아가기 싫사옵니다!

임백령 : (보는)..네 어찌 또 고집을 피우는게냐?

소월향 : (눈물 글썽)...소첩은 평생 서방님과 있고 싶사옵니다. 서방님, 부디 소첩을 판부사 손에서 놓아나게 해주시옵소서.

임백령 : 월향아, 내 무슨 수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판부사의 소실을 빼앗을 수 있단 말이냐?!

소월향 : 조정에서 판부사를 거꾸러뜨리면 될 것이 아니옵니까?

임백령 : 조정이 온통 대윤과 소윤 외척들의 손에서 놀아나는 판에 나보고 그 진흙탕에 발을 담궈 몸을 더럽히란 말이냐?

소월향 : 서방님, 하오면 평생 소첩과 이리 밀통을 하실것이옵니까?

임백령 : ...음!

소월향 : 서방님, 참으로 야속하시옵니다..참으로 야속하시옵니다..흐흑..!

            (원망스럽게 보다가 장옷을 집어들고 방밖으로 뛰쳐나가는)

임백령 : (한숨을 내쉬는)...!



s#16.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마당


한곳에 임서방이 서있다.



s#17. 동 윤원형 안채 큰 사랑 채 방 안


윤원형 앞에 정순붕과 이기, 허자, 그리고 또래의 도포짜리들이 앉아있다.

정순붕, 연명서에 이름을 적는다. (*다른 사람들 연명이 적혀있다)


정순붕 : (연명서를 윤원형에게 건네며) 언평, 예 있소. 이사람과 여기 모인 사람들 모두

            중전마마와 대군아기씨에 대한 충성은 변치 않을것이오!

윤원형 : 고맙사옵니다. 시생, 믿지 못해서가 아니오라 중전마마와 대군아기씨에 대한 충성을

            다시한번 다짐하는 뜻으로 연명을 받은 것이라 생각해 주시옵소서!

이기 : 부디 잘 다녀오시게나!

윤원형 : 예, 시생이 대국에 가있는 동안 대윤놈들이 우리를 와해시키기 위해 일을 꾸밀것이옵니다.

            그 놈들의 책동에 흔들리지 마시옵소서!

허자 : 언평께서 조선땅을 떠나 있어도 우리 소윤은 결코 흔들림없을 것이옵니다.

윤원형 : (결연한) 시생, 믿겠사옵니다.

정순붕 : (일동 결연한 표정) 믿으시게!



s#18. 동 윤원형 대문 안 밖


윤원형, 정순붕과 이기, 허자와 방안의 인물들을 배웅하듯 대문밖으로 나오는데

윤원로, 급하게 온다. (*임서방, 윤원형 뒤를 따른다)


윤원로 : (계단 밑으로 다가오며) 원형아, 네 성절사로 대국으로 가게 되었다지?

윤원형 : (계단을 내려와 서서) 형님, 내 집엔 두번 다시 발걸음을 하지 말라 일렀거늘 어찌 또 오신게요?!

윤원로 : 아우가 좌천당해 먼길을 떠나는데 이 형이 어찌 가만 있겠느냐?!

정순붕 : (못마땅하게 보며)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바쁘신 분이 오시었구먼?!

이기 : 가십시다. (허자 등등이 윤원로를 못마땅하게 보며 갈길을 가는)

윤원로 : 아니, 저,저것들이?!

윤원형 : 형님이 두길보기를 하니 그런 말을 들어도 싸오!

윤원로 : 두길보기라니?! 넌 중용지도(中庸之道)란 말도 모르느냐?!

윤원형 : 내 떠날 채비를 해야하니 이만 들어가야겠소이다. (몸을 돌리며) 임서방, 대문 걸어닫게!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윤원로 : 원형아, 원형아-

임서방 : (조아리며) 송구하옵니다요. (대문안으로 들어가 대문을 쾅-닫는)

윤원로 : 허어, 이 형을 문전박대하다니?! 네 어찌 이럴수 있는게냐?!

            아버님께오서 살아계시었다면 네놈 종아리에 피가 나도록 회초리를 치시었을게다! (몸을 돌려 가는)



s#19.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윤원형의 옷가지 등을 챙기고 있고 모린, 거들고 있다.


윤원형(E) : (방밖에서) 부인, 내 들어가겠소.

난정 : 들어오시지요. (모린을 보며) 모린아, 네 잠시 나가 있거라.

모린 : 예, 아씨. (일어서서 방문쪽으로 가면)

윤원형 : (방안으로 들어와 앉는)

난정 : 손님분들께오선 가시었사옵니까?

윤원형 : 그렇소. (소매속에서 연명서를 꺼내 건네며) 이것이 중전마마와 대군아기씨께 충성맹세를 결의한 연명서요.

난정 : (받아들고 보는)...!

윤원형 : 내 대국에 있는 동안 부인께서 깊이 간직해 주시구려!

난정 : 그리하겠사옵니다. 서방님, 대국으로 가실 때 춘년이와 소첩 오라비를 배행시켜주시옵소서.

         장차 서방님께오서 요긴하게 쓸 사람들이오니 이번 기회에 견문을 넓히는 것도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 그거야 무에 어렵겠소이까? 헌데 그보다는 내 대국에 가있는 동안 전하께오서 망극한 일이라도 당하시온다면...

난정 : 만에 하나 전하께오서 붕어하신다 할지라도..세자저하께오선 보위에 오르지 못하실 것이옵니다.

윤원형 : (당혹스럽게 보며) 그, 그 무슨 말씀이시오?

난정 : 서방님께오서 조선땅을 떠나신 연후에 소첩이 일을 도모할 것이옵니다.

윤원형 : 일을 도모하시다니요? 상세히 말씀해 보시구려.

난정 : 서방님 잠시 귀 좀. (윤원형 귀에 뭐라고 소곤거리는)..

윤원형 : (경악한 표정으로 떨어져 보며)...뭐,뭐라?! 부,부인 참말 그리 하실 작정이시오?!

난정 : 예! 소첩, 이미 목숨을 바칠 각오을 하였사옵니다.

윤원형 : 부,부인..어찌 그,그런 짓거리를...?! 만에 하나 발각되면 부인뿐 아니라 나는 물론이고

            중전마마께오서도 죽은 목숨인것을...!

난정 : 소첩을 믿으시옵소서! 소첩, 쥐도 새도 모르게 해낼 것이옵니다!

윤원형 : 부인이 하려는 짓거리를 중전마마께오서도 아시는게요?

난정 : 중전마마께는 말씀을 드리지 않았사옵니다. 서방님께오서도 아뢰지 마시옵소서!

윤원형 : 허, 허면 부인께서 내게 흔쾌히 성절사를 받아들이라 하신것도..?

난정 : (비장한) 서방님께오선 모르는 척 다녀오시옵소서. 조선에 돌아오시오면 천하의 주인이 바뀌어져 있을 것이옵니다!

윤원형 : (섬뜩한 느낌으로 보는) ...!



s#20. 성문 밖 길


윤원형, 말에 올라타서 성절사 행렬을 이끌고 도성밖으로 나간다.

그 뒤를 정렴과 윤춘년이 말을 타고 따른다.

난정, 모린을 거느리고 윤원형 일행이 성문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섰다.


난정 : (눈물이 흐르는)...!



s#21. 대궐 출입 중문 앞


군졸들, 중문 앞을 지켜서고 있는데

난정, 앞장서고 그 뒤를 모린, 손에 옷보퉁이를 들고 머리에 동이를 이고 그 뒤를 따른다.


군관 : (난정과 낯이 익은 듯) 중궁전에 드시는 길이오이까?

난정 : ..고생이 많소..

군관 : (모린을 보며) 헌데 저하님이 머리에 인 동이 속에는 무어가 들었소?

난정 : 중전마마께 올릴 감주요.

군관 : 감주요? 궐내에 들이는 물건은 감찰을 해야하니 이리 내보시오!

난정 : (흠짓하다가) 호호, 내 궐내를 한두해 출입한 것도 아닌데 어찌 이리 빡빡하게 구시는게요?

군관 : 허나, 궁궐 법도가 지엄한 것을 어찌하겠소?

난정 : (비단 염낭을 건네주며) 나중에 기방에 가서 목이라도 축이시오!

군관 : (받아 넣으며) 번번히 고맙소이다.. 어서 드시오!


군관의 지휘로 군졸들, 길을 열면 난정과 모린 중문 안으로 들어간다.



s#22. 대궐 전각 밑 지하통로


난정과 모린, 조심스럽게 문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 모린아, 이리 내거라!

모린 : 예, 아씨..(동이를 건네면)

난정 : (동이를 건네받아 구석에 조심스럽게 감추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모린아, 넌 이 길로 궐을 빠져나가거라!

모린 : 예, 아씨. (조아리고 문밖으로 나간다)


난정, 보퉁이 끌러 속에서 나인 복장으로 꺼내 옷을 갈아입는다.



s#23. 밤하늘의 달 (INSERT)



s#24. 대궐 전각 밑 지하통로 문 밖 (밤)


난정, 나인복장으로 문을 빼꼼 열고 나온다.

난정, 옆구리에 동이를 들고 있다.

난정, 주변을 살피고는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s#25. 대궐 또 다른 일각 (밤)


난정, 어디론가 조심스럽고 빠르게 가는데 앞쪽에서 내금위 군사들이 다가온다.

난정, 급하게 몸을 담벼락 아래로 숨긴다.

군사들, 난정을 못본 채 지나쳐 가면 난정,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다시 어디론가 간다.



s#26. 동궁전 마당 (밤)


난정, 담벼락 그늘에 몸을 숨기고 동궁전을 빼꼼 살펴보면 나인들이 동궁전 입구를 지키고 섰다.


난정(E) : ..어찌한다..? 그래, 뒷편으로 돌아갈 수 밖에..!


난정, 몸을 돌려 어디론가 급히 간다.



s#27. 동궁전 전각 뒤편 일각 (밤)


난정, 주변을 살피며 전각쪽으로 다가온다.

난정, 동이를 꼭꼭 감싼 밀봉을 뜯어낸다.

난정, 동이속에서 올라오는 유황 냄새에 찌푸리며 코를 막는다.

난정, 동이속의 유황기름을 전각 곳곳에 뿌려댄다.

난정, 한곳으로 물러가 앉아 부싯돌과 솜뭉치를 꺼낸다.

난정, 탁탁-부싯돌을 쳐서 솜뭉치에다 불길을 당긴다.

난정, 불붙은 솜뭉치를 유황기름쪽에다 던지면 확-치솟아 오르는 불길.

불길이 순식간에 전각에 옮겨붙어 활활 타오른다.


난정 : (불길을 보며) 활활 타오르거라! 우리 대군아기씨께오서 보위에 오르실수 있도록 모조리 태워버리거라!


난정, 불길을 보다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s#28. 동궁전 마당 (밤)


동궁전 앞에 서있던 나인, 코를 킁킁 대다가 일렁이는 불길에 돌아본다.

전각 뒤편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나인(*) : (화들짝 놀라 고함을 지르는) 불이야-불이야-



s#29. 동 동궁전 뒷편으로 치솟는 불길 (밤)



s#30. 동 동궁전 세자빈 방안 (밤)


세자빈, 잠들어 있는데.


최상궁 : (다급하게 뛰어들어 오며) 빈궁마마! 빈궁마마!

세자빈 : (눈을 뜨고 일어나 앉으며) 최상궁, 무슨 일인가?

최상궁 : 마마, 동궁전에 불이 났사옵니다! 어서 피하시옵소서!

세자빈 : (놀라) 뭐라, 불?!

최상궁 : 예..!

세자빈 : 저, 저하께오선 어찌하고 계시다더냐?!

최상궁 : 저하께오선 존체를 피하시었을 것이옵니다. 어서 서두시옵소서.

세자빈 : 최상궁, 당의를 갖추게.

최상궁 : 마마, 당의를 갖출 시각이 없사옵니다. 쇠인이 당의를 들고 따를 것이오니 어서 피하시옵소서!

세자빈 : ..알았네..(일어나면)


최상궁, 세자빈을 부축하여 급하게 방밖으로 나간다.



s#31. 동 동궁전 방 밖 복도 (밤)


매캐한 연기가 자욱하고 불길이 일렁거리는 속에서 나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복도끝쪽으로 우왕좌왕 소란스럽게 뛰쳐나간다.



s#32. 동 동궁전 방 안 (밤)


세자, 정좌를 하고 눈을 감은채 앉아있다.


세자 : ...!



s#33. 편전 방 안 (밤)


중종,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놀란 눈으로 김상궁을 보며 말한다.


중종 : 뭣이라?! 동궁전에 불이 났어?!

김상궁 : 예, 전하! 불길이 동궁전 뿐만 아니오라 자선당 쪽으로 옮겨붙었다 하옵니다.

중종 : 김상궁, 세자, 세자는 무사한가?!

김상궁 : 아직 자세한 동정을 모르겠사옵니다.

중종 : 뭣이라?! 세자의 동정을 모르다니?! 동궁내관들은 어디로 갔느냐?! 무예청들과 별감들은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이냐?!

         이런 천참만륙을 할 놈들?!

김상궁 : (울상된)...!

중종 : 아니되겠다! 내 당장 동궁전으로 갈 것이다! 당장 차비를 하거라!

김상궁 : 전하, 아니되시옵니다! 동궁전에 가시었다가 화마에 옥체라도 상하시오면..

중종 : 자식이 죽게 되었는데 아비된 자가 강건너 불구경이나 하고 있으란 말이냐?! 당장 용포를 대령하거라!

김상궁 : (난감한)...예, 전하! (곤룡포를 챙겨 중종에게 입히는데)

대전내관(E) : (방밖에서) 주상전하, 중전마마와 대군아기씨 드시었사옵니다.

중종 : 드시라해라!


윤비, 방문이 열리면 경원대군의 손을 잡고 방안으로 들어선다.


윤비 : 전하, 지금 어디로 납시려하시옵니까?!

중종 : 중전, 동궁전에 불이 났다고 하오! 과인이 동궁전에 나가 세자의 안위를 확인해야겠소! (용포를 입고 나서려는데)

윤비 : (막아서며) 전하, 못가시옵니다!

중종 : 뭣이라?! 중전, 과인의 앞길을 막아서다니요?! 당장 물러서시오!

윤비 : 신첩은 비켜드릴수가 없사옵니다!

중종 : (일그러지며) 중전! 중전! 당장 비켜서지 못할까?!

윤비 : 전하, 세자가 중하옵니까? 이 나라 종사가 중하옵니까?!

중종 : 뭣이라?!

윤비 : 신첩, 전하께오서 세자를 아끼시는 마음을 잘 아옵니다.

         하오나 전하께오서 화염이 치솟는 동궁으로 발걸음을 하시온다면 옥체를 상하실수도 있사옵니다.

         (중종 앞에 꿇어 앉으며) 전하, 세자의 안위를 생각하면 신첩의 마음도 찢어질 듯 아프옵니다..(눈물을 글썽)

         ..하오나 신첩 비정한 어미가 될 지언정 이나라 종사를 위해 전하를 보내드릴 수가 없사옵니다.

중종 : ...중전..!

윤비 :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흐흑..

경원대군 : (울먹거리며) 아바마마.. 소자도 세자형님이 걱정되옵니다...

중종 : (경원대군을 안아주며) ..오냐..세자는 괜찮을 것이다..괜찮을게야.. 암, 괜찮고 말고..!



s#34. 대궐 일각 (밤)


금부군사들과 금화사(禁火司) 군사들이 우르르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간다.

난정, 일각에서 그들을 보다가 미소를 짓는다.


난정 : 화마속에서 세자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호호. (몸을 돌려 간다)



s#35. 불타는 동궁전이 보이는 곳 (밤)


동궁전이 불길에 휩싸여있다.

동궁전 앞에 금화사 군사들과 무예청별감, 정원사령들이 떡매, 쇠스랑, 지렛대 등을 든채 치솟는 불길을 넋을 놓고 보고있다.

그 뒤편으로 상궁나인들이 단속곳 등등 각양각색차림으로 몰려서 있다.

세자빈, 상궁나인들 쪽으로 다가와 주변을 둘러보며 말한다.


세자빈 : 세자저하께오서는 어디 계시느냐?!

박상궁 : (급하게 세자빈 쪽으로 오는) 빈궁마마, 무사하시었사옵니까?

세자빈 : ..오, 박상궁! 저하께오선 무사하신가?!

박상궁 : (울상되어) 쇠인,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불길이 치솟은지라..

세자빈 : 뭐라? 허면 저하께오서 아직 동궁전 안에 계시단 말이냐?!

박상궁 : (꿇어 앉으며) 마마, 쇠인을 죽여주시옵소서!

세자빈 : (군사들에게 고함치는) 세자저하께오서 동궁전에 계시다. 당장 저하를 뫼셔오거라!

일동 : (눈치만 보고 시선을 피하는)...

세자빈 : (분노) 이런 발칙한 것들! 대통을 이으실 저하께오서 화염속에 계시온데 너희들 안위만 생각하여 몸을 사리는 것이냐?!

            (동궁전쪽으로 달려가며) 너희들이 못하겠다면 내 저하를 뫼셔 올것이야!

최상궁 : (상궁나인들과 막아서며) 빈궁마마, 참으시옵소서.

세자빈 : 물러서지 못할까?!

최상궁 : 마마, 흐흑-

세자빈 : (주저 앉으며 동궁전을 보며 통곡하는) 저하-저하-흐흑-


상궁나인들 사이에 섰던 정귀인, 세자빈이 통곡하는 것을 보다가 불길에 싸인 동궁전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일동, 놀란 눈으로 본다.



s#36. 동 동궁전 복도 (밤)


정귀인(*), 매케한 연기와 치솟는 불길을 헤치며 방쪽으로 다가온다.


정귀인 : 세자저하! 세자저하! 방에 계시옵니까?!


정귀인,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s#37. 동 동궁전 방 안 (밤)


세자, 연기에 질식한 듯 쓰러져 있다.

정귀인, 세자쪽으로 다가가 부축하여 일으킨다.


정귀인 : 저하, 저하, 정신차리시옵소서!

세자 : (기침을 하며 정신을 차리며 눈을 뜨는)..네, 네가 누구냐?

정귀인 : 소첩, 정귀인이옵니다. ..저하를 뫼시러 왔사옵니다..어서 나가시옵소서.

세자 : 아니다.. 내 나가지 않을 것이다..

정귀인 : 저하, 빈궁마마께오서 통곡을 하시고 계시옵니다..

세자 : 뭐라, 빈궁이..통곡을 하고 있다..?

정귀인 : 예, 소첩에게 기대시옵소서..

세자 : 그래..나가자구나..


세자, 정귀인의 도움으로 몸을 일으키고 방밖으로 나간다.



s#38. 동 동궁전 마당 (밤)


세자, 정귀인의 부축을 받으며 불길이 치솟는 동궁전에서 나온다.

군사들이 세자를 호위하여 상궁 나인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온다.


세자빈 : (세자쪽으로 달려오며) 저하, 저하! 괜찮으시옵니까?

세자 : 빈궁께서 나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시었다지요?

세자빈 : (세자에게 안기며)..저하..흐흑...

세자 : (정귀인을 보며) 저 아이가 나를 살렸소..

세자빈 : (정귀인의 손을 쥐며)..참으로 고맙구나..고맙구나...네가 참으로 충신이다..

정귀인 : (조아리며)..황감하옵니다...


정귀인의 얼굴위로.


해설(NA) : 계유년에 있었던 동궁전 화재에서 세자를 살렸다고 전해지는 정귀인은

                선조 때 철혈재상이었으며 관동별곡, 사미인곡 같은 주옥같은 문학을 남겼던 송강정철의 친누이였다.



s#39. 불길에 전소된 동궁전의 모습위로 여명이 밝아온다



s#40. 편전 마당


세자와 세자빈, 박상궁과 최상궁을 거느리고 합문 안으로 들어와 계단쪽으로 가는데

중종, 김상궁과 대전내관을 이끌고 급하게 편전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온다.

윤비, 경원대군의 손을 잡고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나온다.


중종 : (글썽거리며 세자를 안는) 백돌아, 네 무사하였구나.

세자 : 소자, 아바마마를 놀라시게 한 불효의 죄가 크옵니다.

중종 : ..아니다, 네 이리 살았으니 되었다.. 되었어.

경원대군 : 세자형님! (세자에게 달려가 안기는) 형님, 흐흑...

세자 : (경원대군을 안아주며)..내 어린 아우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다니 참으로 못난 형이구나..

경원대군 : 아니옵니다..형님..! 아니옵니다..!


중종과 세자, 경원대군, 삼부자가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세자빈, 감동이 치솟는지 눈물을 찍어낸다.

윤비, 그 모습을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본다.



s#41. 윤임 사랑채 외경


윤임(E) : 이번 동궁전에 불을 낸 것은 중전과 윤원형이가 꾸민게 틀림없소이다.



s#42.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정언각, 김헌, 박희량, 임형수, 김하서가 앉아있다.


김헌 : 언평은 성절사로 대국에 가있지 않사옵니까?

윤임 : 원형이의 첩실인 난정이년이 대궐을 쥐새끼 풀방구리 드나들 듯 하고 있으니 분명 그년이 한 짓거리가 분명하오!

정언각 : 허나 아무런 확증없이 언평의 소실을 금부로 잡아들여 문초할 수도 없지 않사옵니까?!

박희량 : 이번 동궁전 화재가 누구의 소행인지 철저하게 밝혀야지요!

임형수 : 예, 그래야지요!

윤임 : 중전과 소윤놈들을 박살내지 않고는 세자저하께오서 언제 무슨 봉변을 당하실지 모르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할것이오이다!

일동 : (심각한)..음!



s#43. 윤원형 초당 방 안


난정, 뭔가 생각하는 얼굴위로.


난정(E) : 세자가 그 화염속에서도 천재일우로 목숨을 건지다니..?! 아직은 세자의 천수가 끊어질 때가 아니란 말인가?!

              (어딘가를 휙-노려보는)..!



s#44. 희빈 처소 방 안


희빈, 창빈을 보며 은밀하게 말한다.


희빈 : 이번 동궁전에 불을 놓은 것이 중전마마께오서 명을 내리시었답니다.

창빈 : 희빈, 천벌 받을 소리 마세요!

희빈 : 참말이라오. 누군가 유황기름에 붓고 불을 당긴거랍디다.

창빈 : 희빈,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 또 경을 치시려 그러오?!

희빈 : 소문이 그렇다는거지요. 아무튼 이번일로 대윤과 소윤이 일촉즉발로 격돌할테니

         조정에 또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 칠게요!

창빈 : (걱정스러운 표정)...



s#45. 편전 외경


세자, 박상궁과 동궁내관을 거느리고 편전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위로.


세자(E) : 아바바마, 찾아계시옵니까?



s#46.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은 세자를 보며 말한다.


중종 : 세자, 이 아비가 너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으니 허심탄회하게 답하거라.

세자 : 하문하시옵소서.

중종 : 네 지난번 동궁전 화재 때 불이 난 것을 알면서도 몸을 피하지 않고 방안에 있었다고 들었다. 그것이 참이냐?

세자 : ....

중종 : 이 아비가 너를 추궁하려는 것이 아니니 말해보거라. 네 정녕 화염속에서 죽으려고 했던 것이냐?

세자 : (망설이다가 결심한 듯) 예, 그러하옵니다.

중종 : 뭣이라?! 세자, 네 이나라 대통을 이을 왕세자의 몸으로 어찌 그런 천부당 만부당한 마음을 먹을수가 있단 말이냐?

         어서 말해보라!

세자 : 아바마마, 지난번 소자를 저주하는 작서의 변괴 때문에 경빈마마와 복성군 형님은 물론이옵고 수많은 종친과 지친이

         누명을 쓴채 죄를 받고 돌아가시었사옵니다. 이번에 동궁전 화재가 소자를 노리고 누군가 불을 놓은 것이라면

         왕실과 조정에 또 한번 처참한 살육이 벌어질게 자명할 터,

         차라리 소자가 없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그리 한것이옵니다..

중종 : 뭣이라?!

세자 : 아바마마, 소자 간절히 청컨대 이번 동궁전 화재는 이대로 덮어주시옵소서!

         지금 조정에 대윤과 소윤으로 갈려 팽팽히 맞서고 있사온데 동궁전 화재를 조사하시온다면

         조정과 왕실에 피바람을 몰아칠 것이옵니다. 아바마마, 부디 소자의 청을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세자, 네 참으로 생각이 깊구나..왕실과 조정을 위해 네 목숨을 버리려 들다니..!

         오냐 이 아비가 네 뜻대로 처결할 것이다.

세자 : 아바마마, 고맙사옵니다..고맙사옵니다.



s#47. 갖바치 아랫방 안


당골네, 이불을 꿰매고 있고 방백인, 목침을 베고 누워있다.


당골네 : 임자, 이번 세자궁에서 난 불이 누군가 세자저하를 시해하기 위해 불을 놓은거라면서요?!

방백인 : (벌떡 일어나 앉으며)..이 여편네 입조심해! 금부에 끌려가 치도곤을 맞고 싶은겨?!

당골네 : 소문이 그렇다는거지요. 아무튼 세자저하께오서 환난을 겪으시니 참으로 걱정이오.

방백인 : 걱정할거 없어..저하께오선 정명이 예순 둘이시니 앞으로 서른 두해는 더 천수를 누리실게야.

당골네 : 그래요?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생산하오신 대군아기씨는 어찌되는게요?

방백인 : 어찌 되긴 무어가 어찌 돼?!

당골네 : 에휴, 난정이가 실망이 크겠소...대군아기씨께오서 보위에 오르시어야 난정이 팔자가 피는건데..

            우리도 떡고물이 좀 떨어질테고..!

방백인 : (버럭) 그 주둥이!

당골네 : 알았소..! 무슨 말을 못하게 해..(이불을 꿰매는)

방백인 : ...음!



s#48. 당추 암자 마당


용이, 마당을 쓸고 있다.



s#49. 동 당추 암자 방 안


갖바치와 당추, 술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당추 : 아우님, 정녕 갖바치노릇을 그만 두려는가?

갖바치 : 예, 내 평생 고린내 나는 갖신에 바늘땀을 넣고 살았으니 이제는 산야를 훨훨 떠돌아다니고 싶소이다.

당추 : 자네가 도성을 떠나려는게 난정이 때문인가?

갖바치 : 글쎄요..

당추 : 난정이가 하늘을 노하게 하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더는 볼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이 말일세?

갖바치 : 그럴지도 모르지요... (술한잔을 급히 마신다)



s#50. 중궁전 외경



s#51. 동 중궁전 방 안


난정과 윤비 찻소반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난정 : 중전마마, 이번 동궁전 화재로 얼마나 놀래시었사옵니까?

윤비 : 난정아, 네 정녕 이번 일에 연루되지 않은 것이냐?

난정 : ..그럴 리가 있사옵니까? 소첩이 중전마마의 명도 받잡지 않고 어찌 그런 짓거리를 할 수가 있겠사옵니까?

윤비 : ..허면 이번 일은 대체 누구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느냐?

난정 : 소첩, 황공하오나 아는 바가 없사옵니다.

윤비 : 아는 바가 없다..?

난정 : 예, 마마..

윤비 : 난정아, 네가 저지른 짓이라는 것을 내가 알고 하늘이 알고 있거늘 어찌 내 면전에서까지 시치미를 잡아떼는 것이냐?

난정 : 마마, 소첩은 정녕 모르는 일이옵니다.

윤비 : 그래, 네 금부에 잡혀가 문초를 받는다 하여도 나를 끌어들이지 않기로 작정을 한것이겠지..!

난정 : 중전마마께오서 소첩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오니 황감할 뿐이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차가 식겠구나..! 들자구나.

난정 : 예, 마마..

엄상궁(E) : 중전마마, 세자저하 내외분 문후드시었사옵니다.

윤비 : 드시라해라.

엄상궁(E) : 예.


세자와 세자빈, 방문이 열리면 들어온다.

난정, 일어서서 세자와 세자빈에게 예를 갖춘다.


세자,세자빈 : (윤비에게 조아리며) 어마마마, 문후 드리옵니다.

윤비 : 이리 내려와 앉으세요.

세자 : 난정아, 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구나..

난정 : 예, 저하. 이번 동궁전 화마로 얼마나 놀래시었사옵니까?!

세자 : ..나보다는 빈궁이 많이 놀래셨다.

세자빈 : ..모두가 조정조께오서 돌봐주신 덕분에 화를 면했사옵니다.

난정 : 소첩, 동궁전 화재가 누군가 저하를 모해하려고 불을 놓았다는 소문을 듣고 치가 떨리고 분통이 터져

         사흘 동안 잠을 이룰수가 없었사옵니다.

세자 : 난정아, 네 그리도 내 걱정을 하였더냐?

난정 : 장차 이나라 대통을 이으실 세자저하를 해꼬지 하려 들다니요?!

         저하, 이번 화재가 누구의 소행인지 철저히 조사하여 범인과 배후를 명명백백하게 밝히시어야 할것이옵니다.

세자 : 이번 일은 아바바마께오서 더 이상 거론치말라 어명을 내리시었다. 허니 너도 그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거라.

난정 : 예에?..하오나..

윤비 : (말을 자르듯) 세자, 몸은 어떻소?

세자 : 어마마마께오서 염려하여 주신 덕분에 완쾌되었사옵니다.

윤비 : 그래요, 참으로 다행이구려! (방문쪽을 보며) 엄상궁, 다과상을 들이게.

엄상궁(E) : 예!

난정(E) : (세자를 보는) 세자, 이번엔 천행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다음번에는 네 결코 무사하지 못할것이다..!


난정, 세자를 무섭게 노려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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