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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11 - 미안해 널 미워해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11.28|조회수1,243 목록 댓글 0

[너의 목소리가 들려] 11 - 미안해 널 미워해











#1. 피고인 대기실 (D)


혜성, 사복에 포승줄과 수갑을 찬 수하와 마주 앉아 설명을 하고 있다.


혜성 : 무슨 얘긴지 알아들었지? 지금부터 변론방향을 바꾼단 소리야. 민준국이 살아있다로. 왜냐하면 남아있는 용의자 중에..

수하 : (혜성의 설명은 귀에 안들어오고 불안한 기억만이 떠오른다) ...


#Ins. 실내낚시터 (N) - 짧게

수하, 왼손으로는 준국의 목을 조르고 오른손은 칼로 준국의 왼쪽 가슴을 찌르려는 순간


수하 : (흠칫 놀란다. 떨치려고 고개를 저어본다) ...

혜성 : ...그러니까 가능한 배심원들 앞에서 너무 주눅들지 말고 있어. 알았지? (하고 일어나 나가려는데)

수하 : (혜성의 손을 얼른 잡는다)

혜성 : !? (돌아보며) 왜?

수하 : (불안함에 혜성을 올려다보며) 어떻게 나보다 더 나를 믿을 수 있죠?

혜성 : ...

수하 : 내가 범인이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해요?

혜성 : 말했잖아. 넌 나랑 약속했었어. 민준국 해치지 않겠다고..

수하 : ..약속 때문에 날 믿는거에요? 겨우 그깟 약속 때문에?

혜성 : (그런 수하를 잠시 보고는 고개 숙여 눈 맞추며) ...니가 어떤 앤줄 알아?

          나도 기억 안나는 약속 지키자고, 10년 동안 날 찾았던 애야.

수하 : ...!

혜성 : 말이 돼? 겨우 그깟 약속 지키자고..10년을 말이야..

수하 : ...



#2. 합의부 법정 (D)


도연 현범은 검사석, 공숙과 배석들은 판사석, 그리고 수하는 피고인석, 혜성 관우는 변호인석에 앉아있다.

상덕은 방청석에 배심원들은 배심원석에..

혜성, 수하의 손을 꼭 잡아준다.

수하, 불안함을 쫓으려는 듯 그 손을 꼭 잡는다.


공숙 : 변호인, 다시 진술하실거 있나요? 아니면 심리에 들어갈까요?

혜성 : (일어나) 재판장님과 배심원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공숙 : 네, 말씀하세요.

혜성 : (중앙으로 나오며 도연을 보는) 검사님께서 지적하신대로 근거없이 다른 용의자를 의심했다는 점 인정합니다.

         (공숙을 보며) 그런데 이 많은 증거들이 딱 한명, 피고인 박수하가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다고 하셨는데..

         사실 한명 더 있습니다.

배심원 : (동요한다.) ??

혜성 : (배심원들을 보며)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고 모든 정황이 들어맞으며, 통화기록도 있고, 무기인 칼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손목을 자를 정도의 힘이 있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도연 : (누구?)

공숙 : (궁금하고) 그게 누구죠?

혜성 : 바로 피해자 민준국입니다!!!

도연 : (황당하다) !

수하 : (믿음으로 혜성을 본다) ...

공숙 : (어이없고) 변호인, 그게 무슨 소립니까? 민준국은 이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잡니다. 어떻게 용의자가 될 수 있습니까?

혜성 : (목소리에 힘을 실어)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변호인은 피해자 민준국이 아직 살아있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법정 안 술렁댄다.

변호인석의 관우, 방청석의 상덕, 긴장을 잔뜩한 얼굴이다.

혜성, 수하를 보며 안심시키듯 끄덕이며 결연한 표정에서..

# 타이틀 - 미안해 널 미워해



#3. 합의부 법정 (D)


공숙과 배석 당혹스런 표정이다.

배심원들 역시 이게 무슨 상황인가 혼란스럽다.


공숙 : (난감해서) 변호인측, 검찰측 잠시 법대로 나와주시겠습니까?


혜성관우, 도연현범 함께 법대로 나간다.

이하 모두 작게 속닥대며 이야기.


공숙 : (마이크를 손으로 감싸고 몸을 당겨 넷을 향해 속닥) 변호인! 왜 이러십니까? 이런건 공판준비기일 때 미리 얘길 했어야죠.

관우 : (속닥) 미리 생각했으면 얘기했죠. 근데, 지금 생각난 걸 어떡합니까?

현범 : (관우를 보며 속닥) 지금 이건 상당히 무모한 주장입니다. 아시죠?

혜성 : (속닥) 압니다. (공숙을 보며) 근데 무모해도 해볼만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피고인을 위해서..

도연 : (공숙을 보며 속닥) 참여재판입니다. 더 이상 추가되는 증거나 증인은 검사측에선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관우 : (공숙을 보며 속닥) 있는 증거들 안에서 해보이겠습니다.

공숙 : (결심한 듯) 알겠습니다. (관우와 혜성에게 엄하게 속닥) 대신 이건 정말 이례적인 결정이란 거 아셔야합니다.

관우/혜성 : (좋고) 감사합니다!

공숙 : (다들 들어가라는 손시늉 하며) 그럼 황달중씨 증인신문부터 시작하죠.


<컷튀면>

달중, 증인석에 앉아있다. 관우가 신문 중이다.

배심원들 연필을 들고 노트를 하면서 열심히 듣는다.


관우 : 증인은 현재 26년전 아내를 토막살인한 죄로 복역중이죠?

달중 : 네.

관우 : 당시 아내의 사체는 왼손만 발견이 됐기 때문에 세간에는 ‘왼손 살인사건’이라고 불렸었죠?

달중 : 네.

관우 : 이 사실을 함께 복역한 피해자 민준국에게 얘기한 적 있습니까?

달중 : 네. 있습니다.

배심원들 : (동요하는) ...

관우 : 증인은 피해자 민준국이 살해당했다는 소식 들으셨죠?

달중 : 네.

관우 : 피해자 민준국이 살해당했다는 증거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왼손이란 점 아셨습니까?

달중 : (놀라) 아뇨.

관우 : 우연치고 너무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달중 : (혼란스러운) 네? 네.. 좀 그러네요.

배심원들 : (수긍이 가는 듯 동요한다) ...

관우 : (배심원 쪽으로 오며) 그렇다면 이런 가정을 한번 해보죠? 사건 당시 피해자 민준국은 살인미수와 보복범죄 혐의로

         수배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증인으로부터 왼손 살인사건 얘기를 듣고 어떤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경찰의 수배망을 영원히 벗어나면서, 피고인 박수하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바로 자신의 손을 잘라 놓고, 박수하에게 토막살인된 것처럼 꾸미는 거죠.

현범 : (벌떡 일어나 공숙을 보며 큰소리로) 재판장님! 지금 변호인은 확인되지 않은 추측으로 실체 관계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관우 : (지지않고 바로 검사를 응시하며 버럭) 검찰 측의 주장 역시 추측 아닙니까!?

         (카리스마 있게) 왼손 만이 발견됐을 뿐입니다. 나머지 사체는 아직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수사단계부터 사체 없이 정황만으로 이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인지한 것부터가 추측.. 아니 억측이라고 생각합니다.

혜성 : (관우의 이야기를 들으며 열심히 볼펜으로 뭔가를 손바닥에 쓴다) ...

수하 : (그런 혜성을 보는) ...

<컷튀면>

현범 : 2012년 5월 30일 박수하군이 경찰서에 찾아와서 협박을 한적 있죠?

운승 : 네.

현범 : 어떤 협박이었죠?

운승 : 당신들이 가만있으면 내가 민준국을 찾아서 죽일지도 몰라.. 라고 했습니다.

현범 : 민준국이 살해당했다면 증인은 가장 먼저 범인으로 의심할만한 인물로 누굴 꼽겠습니까?

운승 : ..박수하요.

수하 : !

배심원들 : (수긍하는 끄덕임들, 몇몇은 메모를 하고)...

현범 : (승리의 미소로) 이상입니다.

<컷>

관우 : 증인은 2012년 5월 31일 총기를 잃어버린 적이 있죠?

운승 : (화들짝 놀라며) 네? (혜성쪽 보는)

혜성 : (운승 노려보며 손동작으로 현란하고 빠르게 입에 말하는 시늉, 목에 손 긋는 시늉, 검지중지로 지켜본다는 시늉/

         사납게 E) 사실대로 얘기 안하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욧!! 내가 지켜보고 있어요.

운승 : (할 수 없이) 네..에.. 있습니다.

관우 : 그때 총기를 훔친 사람으로 박수하군을 지목했었죠?

운승 : 네..

관우 : 정말 총기를 박수하군이 훔쳤던가요?

운승 : 아뇨. 제 착각이었습니다.

관우 : 혹시 그 착각을 근거로 박수하군을 민준국의 살해 용의자로 의심하신겁니까?

운승 : (할 말 없고) 그게..

관우 : 이상입니다.

배심원들 : (혼란스럽다. 갸우뚱 하며 메모하던 사람 뭔가를 찍찍 긋고 지운다) ...

수하 : (안도하듯 눈을 감는) ..


이하 몽타주처럼 빠르게 치고 받는 느낌으로

이하, 두사람의 변론을 치고 받는 위로 배심원들의 노트메모가 변론의 흐름에 따라 써내려간다.

(혹은 C.G로 하얀 연필 쓰는 느낌으로 화면 위로 입혀지는?)

# 법정스크린에 칼 사진이 나온 채로


도연 :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 칼은 평소 피고인이 소지하고 다닌 칼로서

         피고인의 지문이 잔뜩 찍혀있습니다.

<컷>

관우 : 그 칼에는 피해자 민준국의 지문 역시 찍혀있었습니다. 또한 그 칼은 사건 일주일 전

         장혜성과 박수하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피해자 민준국이 갖고 도주했던 칼입니다.

         즉 칼의 마지막 소지자는 피해자 민준국이었습니다.

<컷>

현범 : 피해자 민준국의 휴대폰 통화기록에 따르면 마지막 통화한 사람이 바로 피고인 박수하입니다.

<컷>

혜성 : 전화를 건쪽이 피해자측이고 피고인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살해의도로 만났다면 전화를 건 쪽이 피고인 쪽이었어야죠.

<컷>

도연 : 현장에는 상당량의 혈흔이 발견됐고, 왼손까지 발견됐습니다.

         변호인측의 주장은 일단 피해자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증거를 하나라도 가지고 왔을 때 할 수 있는 주장입니다.

<컷>

관우 : 검사측야말로 일단 피해자 민준국이 확실히 사망했다는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기소를 했어야죠.

         혈흔의 양은 치사량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왼손만으론 사망했다는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상덕 역시 방청석에서 자기가 임의로 적은 증거목록들을 지워가면서 듣고 있었다.

관우와 혜성이 증거목록을 거의 다 탄핵해가고 있다.


상덕 : (작게 혼잣말로) 잘하고 있다. 증거를 거의 다 탄핵했어.


들어오는 관우와 일어나 나가는 혜성.

관우, 들어서며 손을 아래로 살짝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수하의 표정.



#4. 국도변 과일가게 (D)


유창, 복숭아 하나를 베어 먹으며 성남과 대화중이다.


유창 : (어느새 친해져 넉살좋게) 우와~ 이모 이거 진짜 맛있다. 완전 설탕이네! 설탕!

성남 : 거봐. 내가 맛있다고 했지. 특상 중에 특상이라니까..

유창 : 이모, 이거 한박스가 얼마라고 했지?

성남 : 5만원.. 서울가면 그거 하나에 만원이야.

유창 : 잘 들고 갈 수 있게 포장 해 줄 수 있죠?

성남 : (신나서) 그럼. 한박스 싸줘?

유창 : 두박스!!

성남 : (신나서) 오케이~ (포장 시작하는)

유창 : (먹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근데 이모. 박수하 직접 보니까 어땠어? 되게 이쁘다든데? 글래머야?

성남 : (별 생각없이 둘러대며) 뭐.. 쭉쭉빵빵한게 글래머 맞드라.

유창 : (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 그래? 박수하 남잔데?

성남 : (박스 포장하다가 멈칫) !

유창 : (싱긋) 이봐. 이모는 박수하 본적이 없네. 근데 어떻게 신고를 했대?

성남 : (포장 풀며) 나가! 너 지금 내 현상금 떼먹을려고 온거지! 가! 너한테 복숭아 안팔아!! (파리채 휘두르며) 가라니까!!

유창 : (파리채로 맞으며 이리저리 도망치며) 앗 따거!! 현상금 안떼먹어요! 절대!! 맹세코!

         그러니까 얘기 해보라니까! 어떻게 알고 신고 한건데?

성남 : (휙 가게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

유창 : 이모!! 이모! 문 좀 열어봐요! (두드리는데 답이 없다) 이모! 제발 좀~


유창, 계속 기다려보는데, 문 열생각 안하고.. 간간히 문을 두드리고 이모~ 이모~ 불러보는 유창.

그렇게 낮이 밤이 되도 문은 안열린다. 결국 마지막 희망이 꺼지듯 가게의 불이 꺼지고..

유창, 그 앞에서 문을 두드려보지만 대답이 없다.

할 수 없이 유창 가게 앞에 있는 주소와 연락처가 있는 스티커를 몇 개 가지고 발걸음을 돌린다.



#5. 법원 전경 (N)



#6. 합의부 법정 (N)


계속 이어지는 재판.


공숙 : 이상 증거조사를 마치고 최후변론을 하겠습니다. 우선 검찰 측부터 시작해주시죠.

도연 : (배심원들 앞으로 가서 배심원들과 눈 마주며/온화한 톤으로) 작년에 제가 한 살인사건을 맡은적이 있습니니다.

         원한이 있는 사람의 어머니를 찾아가 화재를 가장해서 살해한 사건이었죠.

혜성 : (자기 어머니 얘기다!) !!

도연 : 당시 피고인이 범인이란 증거는 충분했습니다. 원한관계도 있었고, 가게 앞 CCTV를 고장내러 가는 장면이 찍혔고,

         피해자 두부에는 둔기로 가격당한 골절상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명백한 살인이었습니다.

         (공숙에게 예를 갖추듯 까딱) 물론 제 기준으로 말입니다.

공숙 : (맘이 불편하다) ...

도연 : 그런데 당시 변호인은 살인사건이 아니라 사고다. 두부에 골절상은 부정맥으로 인해 쓰러지다 생긴 것이고,

         CCTV는 우연히 고장이 난 것이며, 방화가 아닌 그저 화재였다. (관우를 질책하듯 보며) 지독한 우연이 만든

         참사라는 의심이 든다.. 라고 변호를 했습니다. 합리적인 의심이라면서 말이죠.

관우 : (참담하다) ...

도연 : (혜성을 보며) 결국 피고인은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그리고 풀려나자마자 원한관계에 있었던 사람들을 찾아가

         바로 테러를 했죠.

배심원들 : (동요한다/안타까운 표정) ..

혜성 : ...

도연 : (관우를 보며) 많은 증거 조각들이 있었지만 100개 중에 80개만 맞췄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습니다.

         나머지 20개의 조각으로 다른 그림이 맞춰질 수도 있다는 의심! 그 합리적인 의심을 들면서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죠.

         (배심원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며 힘있게) 100개짜리 코끼리 퍼즐을 80개만 맞췄다고

         그 퍼즐이 사자처럼 보이거나 고양이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80개만 맞춰도 코끼리란걸 유치원생도 보면 압니다.

         오늘 제가 보여드린 퍼즐이 어떤 그림인지 여러분은 잘 알고 계실겁니다. 피고인의 지문이 묻은 칼, 원한관계, 통화기록,

         피고인의 자백 그리고 왼손.. 이 모든 증거들이 작년의 그 재판처럼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살인자에게 죄를 묻지 않는 부당한 판결이 되지 않도록, 배심원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배심원들 : (공감하는 눈치다/끄덕이는 사람도 간간히 보인다) ..

공숙 : (착찹함으로) 다음.. 변호인 최후변론 해주시죠.


관우, 변론요지서를 들고 착찹한 얼굴로 일어나려는데, 혜성이 제지한다.


혜성 : 내가 할께요. 내가 하게 해줘요.

관우 : .. (끄덕)

혜성 : (일어나 배심원들 쪽으로 간다)

수하 : (그런 혜성을 지켜본다.) ..

혜성 : 우선 긴시간 재판을 지켜보시느라 고생하신 배심원 여러분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변론 전에 한가지 알려드려야할게 있습니다. 아까 검사님께서 말씀하신 사건.. 그 사건의 희생자는 바로 제 어머닙니다.

배심원들 : (놀란다) !!

도연 : (의외의 돌직구에 살짝 당황) ..!

혜성 : (상덕을 보며) 당시 전 범인을 무죄로 풀어준 합리적인 의심, 무죄추정의 원칙은 망할 놈의 원칙이라며

         개나 주라고 소리쳤습니다. (다시 배심원을 보며) 그 원칙을 만든 누군가의 멱살을 잡고 악을 쓰고 싶었습니다.

관우 : ...

혜성 : (관우를 보며) 근데 오늘에서야 그 망할 놈의 원칙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관우 : !!

혜성 : (공숙을 보며) 믿어지십니까? 그 원칙을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사람이 그 원칙으로 한 사람을 변호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필사적으로..

공숙 : !

수하 : !

혜성 : (수하를 보며) 피고인은 1년전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민준국의 왼손이 발견됐습니다. 가능성은 두가집니다. 정말 피고인이 피해자를 죽였거나,

         피해자 민준국이 이 상황을 꾸미고 잠적했거나..

수하 : ...

혜성 : (다시 배심원을 보며) 오늘 재판을 보시면서 여러분 마음 속에 이 두가지 가능성이 둘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판결은 무죄여야 합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결을 해야한다는 것이 형사재판의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도연 : (왜 저러나 싶다) ..

혜성 : (배심원을 보며) 검사님은 지금 이 사건이 스무개 모자란 퍼즐같다고 하셨죠. 물론 스무개가 모자란다고

         코끼리 퍼즐이 사자 퍼즐이 되진 않습니다. 그러나!! (도연을 보며) 그 스무개 퍼즐이 없기 때문에

         그 코끼리가 앞발로 사람을 밟아 죽였는지, 아니면 그냥 공을 차는건지.. 알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도연 : !!

혜성 : (다시 배심원을 보며) 만일 여러분이 그 스무개의 퍼즐 없이.. 코끼리의 앞발이 채 맞춰지지 않는 퍼즐을 보며

         이 코끼리는 앞발로 사람을 죽였으니 죽여 마땅하다 판결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코끼리를 죽인 후에 나머지 스무개가 맞춰졌을 때 그 앞발 아래 사람이 아닌 공이 있었다면요?

배심원들 : (생각이 많다.) ...

혜성 : 죽은 코끼리는 절대 다시 살릴 수 없습니다. 피고인도 마찬가집니다.

         (수하를 보며) 무고하게 수십년 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를 보낸다면..

         그 시간을 우리는 절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공숙을 보며) 그래서 그 망할 놈의 원칙이란 게 필요한겁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아 목이 메이지만 힘겹게 배심원을 보며) 제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놔준 개떡 같은 원칙이지만..

         (추스르고 단호히 힘있게) 또 그 원칙이 지금 저 앞에 있는 피고인을 살릴 수 있는 지푸라기 같은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배심원들 : (수긍이 간다/몇몇은 혼란스러운 듯 갸우뚱) ...

수하 : (그런 혜성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



#7. 법정 앞 복도 (N)


2층 계단에 앉아 관우, 유창과 통화중이다.


관우 : 네, 지금 배심원들 평결 들어갔어요. 유창씨는 지금 어딥니까?

유창 : (E) 전 지금 서울 가는 차안이에요.

관우 : 문성남씨한테 건진건 없는거죠?

유창 : (E) 네. 계속 기다렸는데.. 안나오네요.

관우 : (실망스럽고) 알겠습니다. 내일 봐요. (끊고)


관우, 생각이 많은 얼굴로 앉아있는데 아래 혜성이 걸어가고 있다.

관우, 일어나 혜성에게 가려는데, 혜성을 뒤따라온 도연이 혜성을 잡는다.

관우 멈칫.


도연 : 장혜성.

혜성 : (돌아본다) ..어? 왜?

도연 : (따지는게 아니라 정말 안타깝고, 답답한) 좀 묻자. 너 니 어머니한테 미안하지도 않니?

혜성 : 아니. 왜?

도연 : 아까 니 변론, 작년 민준국 사건 때 차변호사가 하던 변론하고 똑같은 논리야. 알아?

혜성 : (차분히) 알아.

관우 : !

도연 : 그럼 그때 차변호사가 맞았단 소리야? 그 논리로 니 어머니 죽인 사람을 풀어줬는데?

혜성 : (도연 잡은 손을 떼내며) 어. 난 차변이..(힘들지만 못박듯이) 변호사로서 할 일을 한거라고 생각해.

관우 : !!

도연 : (약올리는 톤이 아니라 진심으로 화가 나서) 니 어머니 진짜 안됐다.

         니가 이러는걸 알면 저승에서도 얼마나 억울해 하실까..

혜성 : (눈물이 고이지만 당당히) 아니. 맞다고 하실거야. 지금 내가 옳다고.. 잘하고 있는거라고 하실거야.

관우 : (감동한다) ...

도연 : 글쎄. 난 아니라고 생각..

혜성 : (자르듯 단호히) 내 어머니야! 내가 제일 잘 알아. 분명 잘했다고 하실거야! (가버린다)

관우 : (고마움에 눈물이 고인다) ..



#8. 화장실 (N)


혜성, 손을 씻으며 참아보려 하는데 눈물이 자꾸 흐른다.


혜성 : (이 악물며 눈물 참는) 엄마. 내가 맞지. 나 잘한거지? 그치?


결국, 혜성 세면대를 잡고 앉아 무너지듯 흐느껴 운다.



#9. 화장실 앞 (N)


관우, 화장실 들어가는 입구 쪽 혜성의 흐느낌이 들린다.

미안함과 고마움에 관우 역시 눈물이 흐른다.



#10. 피고인 대기실 (N)


수하, 포승줄과 수갑을 찬 채 앉아있고, 그 앞에 관우가 앉아있다.


수하 : 몇시에요?

관우 : (시계보며) 열시 오십분..

수하 :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요.

관우 : 배심원들 평결이 갈리나봐. 만장일치면 금방 끝날텐데..

수하 : (걱정이 된다) ...

관우 : (결연히) 만에 하나 지더라도 걱정하지마라. 항소하면 되니까..

수하 : (잠시 관우보다) 판결 나기 전에 꼭 이말 하고 싶었어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관우 : (그런 수하 보며) 아니.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고맙다. 정말..

수하 : ?

관우 : 기억 안나겠지만, 나 너한테 크게 빚을 졌어. 짱변한테도.. 그 빚을 갚지 못해서.. 그동안 짱변 곁에 가지 못했어.

         이번 재판은 나한테는 기회야. 다시 짱변한테 돌아갈 수 있는 기회..

수하 : !!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장변호사님을 좋아하시나봐요?

관우 : (미소로) 응. 많이..

수하 : ...

교도관 : (와서는) 준비하세요. 평결이 끝났답니다.

관우 : (벌떡 일어난다) !



#11. 합의부 법정 앞 (N)


개정 중에 다시 불이 들어온다.


경위 : (E) 모두 일어나 주십쇼.



#12. 합의부 법정 (N)


배심원들 자리에 서있고, 다들 각자에 자리에 서있다.

공숙과 배석들 들어서서 자리에 앉는.


경위 : 모두 앉아주십쇼.


모두 자리에 앉는다.


공숙 : (판결문을 읽는) 2013고합1241 피고인 박수하 사건 선고를 하겠습니다. 피고인은 일어나주세요.

수하 : (일어나고) ..

공숙 : 피고인 박수하는 피해자 민준국에 대한 살인 및 사체손괴 및 은닉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사체를 은닉한 사실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혜성 : (긴장해 꼴깍) ...

공숙 : 공소사실인 살인죄 및 사체손괴 및 은닉죄에 대해 배심원의 평결은 5대 4로 유무죄가 갈렸습니다.

         배심원의 평결결과를 고려하여 이 사건의 판결을 선고합니다.

수하 : (긴장) ...

도연/현범 : (긴장한다) ..

혜성 : (긴장해서 혼잣말로) 5대 4...

공숙 : 형사재판에서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합니다. 또한 유죄의 심증형성은 직접증거만이 아닌

         간접증거에 의해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도연 : (안도의 미소) ...

공숙 : 피고인 박수하가 검찰조사초기에 범행을 자백한 점, 사건 현장에 피해자의 왼손이 발견됐고

         현재까지 피해자의 생존자료가 없어보이는 점,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흉기에는 피고인의 지문이 발견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원한관계에 있던 피해자를 살해하고 사체를 손괴, 은닉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듭니다.

관우 : (긴장한다) ...

혜성 : (졌구나 싶다) ..

공숙 :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여 사체를 훼손한 후 은닉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과연 그 같은 증명이 있는지 보겠습니다.

상덕 : (긴장한다) ..

공숙 : 우선 공소사실과 일치하는 피고인의 자백은 피고인이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어 그 신빙성이 의심스럽습니다.

         또한 20cm도 채 되지 않는 칼로 80킬로그램인 피해자를 토막내는 것이 가능했을지 의심이 드는 점,

         피해자의 사체나 다른 신체 부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피해자가 살해되어 은닉되었다'는 공소사실 외의

         다른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도연 : (당혹스러워 항의하듯 공숙을 본다) !!

공숙 :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어) 특히 피해자는 종전 사건에서도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간 후 보복살인을 계속 시도하는 등

         교활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또한! 피해자와 같은 감방에서 수감한 황달중의 사건내용과

         이 사건의 내용이 너무나 유사하여 피해자가 자해를 하고 도주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혜성 : (반색하는) !!

공숙 :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이 경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형사소송법 제 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수하 : (안도의 한숨과 함께 눈 질끈 감는다) ..

관우 : (기쁨에 겨워 주먹을 불끈 쥔다) ...

혜성 :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감싼다) ..

상덕 : (역시 주먹을 불끈 쥔다) 잘했어!

도연 : (분한 듯 이를 악문다) ...



#13. 합의부 법정 복도 (N) - 판사들만 다니는 복도


공숙과 배석 판사들 법정에서 나와 걸어간다.

공숙, 가다가 멈춰서서는 벽을 짚고 안도의 깊은 한숨을 푹 내쉰다.


우배석 : (의아해서) 왜 그러십니까? 어디 아프세요?

공숙 : 아니. 긴장이 풀리니까 힘이 탁 풀리네..

좌배석 : 네? 왜 긴장을 하셨어요?

공숙 : 배심원들이 유죄 평결 내릴까봐 조마조마 했거든..

우/좌배석 : 아.. (끄덕이며 미소) 저두요.



#14. 법원 앞 (N)


수하, 홀로 막막한 얼굴로 서있다.


수하 : (막막함에/E)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한숨)

혜성 : (off) 거기서 뭐해. 집에 안가고..


돌아보면 혜성이다.

혜성, 수하 곁으로 온다.


수하 : 가고 싶은데.. 집이 어딘지 기억이 안나요.

혜성 : (잠시 보다가) ..내가 데려다줄게. 내가 니네 집주소를 알아.

수하 : (미소를 지으며) 네..



#15. 합의부 법정 (N)


불이 꺼진 빈 법정, 관우 방청석 쪽에 서서 법대를 바라보고 있다.

상덕, 다가온다.


상덕 : 뭐하냐? 늦었는데 안들어가고?

관우 : (돌아보지 않은 채 법대를 보며) 기억해놓으려고요. 오늘 여기.. 이 시간을..

상덕 : (옆에 서서) 뭔 소리야?

관우 : (상덕 보며) 앞으로 전 누군가를 변호하면서 많이 다칠거에요. 민준국 사건 때처럼..피고인들 거짓말에 실망하고,

         상처받고, 보람도 없는 순간들이 많을거에요. 그때마다 변호사를 때려치고 싶을거구요. 그쵸?

상덕 : 그렇겠지.

관우 : (다시 법대 보며) 그때마다 오늘 재판을 기억할겁니다. 그걸로 버틸거에요.

         모든 실망과 상처를 지울 만큼 가치가 있는 순간이 있다고.. 그 순간을 위해서.. 죽을 힘으로 버텨보자고..

상덕 : (그런 관우를 본다) ..

관우 : (계속 법대를 보며 눈에 담는) ...



#16. 수하 아파트 전경 (N)



#17. 수하 아파트 복도 (N)


엘리베이터 열리면 혜성과 수하 내린다.

혜성과 수하가 내리면 껌껌한 복도, 동작센서 때문에 불이 들어온다.

사건기록 서류 보는 혜성.


혜성 : 여기네. 804호. (아파트 보면서) 뭐냐. 너 좀 살았구나.

수하 : (자기도 의외고) 그러네요.

혜성 : (서류 가방에 넣으며 혼잣말로 궁시렁) 이렇게 잘 사는줄 알았으면 월세 받을걸..

수하 : 월세요?

혜성 : 아냐. 들어가라. 나 갈게. (하며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면 문이 열리고 탄다)

수하 : (가만히 번호키를 본다) ...

혜성 : (엘리베이터 안에서) 뭐해? 안들어가고?

수하 : 번호가.. 기억이 안나서요.

혜성 : (한숨 푹 쉬고는 내린다) 기다려봐. (핸드폰 꺼내며 문에 붙어있는 각종 스티커들을 찾아본다.

         그러다 앞집 문 옆에 “열쇠 010-OOOO-OOOO”라고 쓰인 스티커를 발견하고) 어? 여깄다.

         (전화걸며) 열쇠 아저씨 부를께. 나중에 번호 바꿔. 여보세요. 네, 여기 로즈 아파트 210동 804혼데요.

         열쇠가 고장이 났어요. 빨리 와주세요. (하다) 네? 30분이요? 뭐 그렇게 오래 걸려요? (툴툴) 12시도 아직 안됐구만..

         알았어요. 빨리 와주세요. (끊고) 30분 안에 온대.

수하 : (끄덕)


<컷튀면>

수하 문 앞에 앉아있고 혜성은 피곤한 듯 계단 쪽에 앉아 벽에 옆으로 기대있다.


혜성 : (하품하며 시계보는) 30분 넘었구만.. 왜 이렇게 안와. (그때 불이 꺼지면 하늘 향해 손뼉 짝 쳐서 불 켜는/동작센서)

수하 : 변호사님은 걱정 안되요?

혜성 : 뭐가?

수하 : 만일 민준국이 살아있다면.. 변호사님 위험한거 아니에요?

혜성 : (담담히) 그렇겠지.

수하 : 내가 진짜 민준국을 죽인거면.. 변호사님은 더 이상 걱정 안했겠죠?

혜성 :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그래도 민준국이 살아있는게 백배 나! 니가 살인자가 되는거보다!

수하 : 네..

혜성 : (불꺼지자 다시 박수 짝 쳐서 불 켜며) 너 구치소 있을 때 의사는 만나봤어?

수하 : 네. 의사가 그러는데 아마 아주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거나, 봤거나 했을거래요.

         그래서 그 이야기 관련된 기억은 다 잃은거라고.. 그러더라구요.

혜성 : (피곤한 듯 벽에 머리 기대며) 기억은 어때? 뭐 생각나는거 없어?

수하 : 그냥 몇가지 장면들만 떠올라요. 근데 시점이 다 뒤섞여 있어서 뭔지 알 수가 없어요.

         의사말로는 그 장면들이 퍼즐처럼 딱 맞춰지면 한꺼번에 다 생각날거래요.


불이 꺼졌는데도 아무 액션이 없는 혜성.

수하, 의아해서 손을 흔들어 불을 켜본다.

보면, 혜성 어느새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옆으로 벽에 기대 입까지 살짝 벌리고 다소 흉한 얼굴로 곯아떨어졌다.

수하, 그런 혜성을 보니 헛웃음이 나오고..

수하, 혜성의 옆자리로 가 손가락으로 턱을 받쳐 입을 다물어준다. 그리고는 자기 쪽으로 당겨 어깨에 기대준다.

수하, 어깨에 잠든 혜성을 본다. 혜성의 왼손을 자기 손에 얹어본다.

형광펜과 검은펜 자국이 묻어있는 혜성의 양손. 왼손바닥에는 채 지워지지 않은 깨알같은 메모들의 자국이 남았다.

오늘 재판이 얼마나 치열했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Ins. 합의부 법정 (D)

# 재판에서 열정적으로 변론을 하던 혜성의 모습

# 관우 변론 때 펜으로 열심히 손바닥에 뭔가를 적었던 혜성의 모습 등등


수하, 그런 혜성의 손을 고마운 마음에 꼭 잡아본다.



#18. 수하집 거실 (N)


쇼파에 담요를 덮은 채 누워 자고 있는 혜성. 눈이 떠지자 낯선 공간.

혜성 놀라 몸을 일으키면 수하, 바닥에 앉아 혜성 곁의 쇼파에 기대 잠이 들었다.

혜성, 앉아서 그런 수하를 잠시 내려다 본다.

혜성, 수하의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려주려 손을 뻗다가 결심한 듯 손을 거둔다.

가방에서 치과 판촉 포스트잇을 꺼낸다.

혜성, 펜을 꺼내 뭔가를 쓰기 시작한다.



#19. 시골 뚝방길 (N)


수하, 눈물을 흘리며 넋이 나가 뭔가로부터 도망치듯 걸어간다.

수하, 도망치듯 뚝방에서 튀어나오다가 트럭에 치이고 나동그라진다.



#20. 수하집 거실 (D)


수하, 놀라 잠에서 깬다. 보면 혜성을 덮어줬던 담요를 덮고있다.

수하, 얼른 벌떡 일어나보면 쇼파에 혜성 없다. 두리번거리면서 가다보니 냉장고에 포스트잇이 한가득 붙어있다.

이빨 포스트잇들에 앞으로 수하가 해야할 일들이 써있다.

현관 열쇠 번호 바꿀 것 / 주민등록증 재발급 받을 것 / 은행에 가서 잔고 확인 / 핸드폰 다시 개통 /

고모부에게 연락. (고모부 캐나다 연락처) / 친구들에게 연락. (고성빈, 이정훈, 김충기 연락처가 써있고) /

신경정신과 가서 진찰받을 것 / 학원등록해서 검정고시 준비 / 대학진학 준비 (너 원래 공부 잘했음) /

각종 공과금 고지서 확인 / 아르바이트 알아볼 것 / 끼니 거르지 말 것 / 냉장고 치울 것 / 등등..

수하 미소로 포스트잇을 보다가 마지막 포스트잇이 눈에 턱 걸린다.

수하, 미소 사라지고 굳은 표정으로 그 포스트잇을 떼어서 한참을 본다. “더이상 나에게 연락하지 말 것”



#21. 도연집 거실 (D)


난을 물수건으로 닦으며 다듬는 도연과 도연모.

대석은 쇼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다.


도연모 : 그래서 혜성이 그 기집애한테 또 잡힌거야?

도연 : 걱정마요. 항소할거니까..

도연모 : 근데 걘 무슨 근거로 민준국이 살아있다고 주장한거야?

도연 : 민준국하고 감방동기라던 황달중이라고 기억나요?

도연모 : 아, 기억나. 위증해서 너 곤란하게 만들었잖아.


대석, 쇼파에서 신문을 보는데 모녀의 대화가 신경이 쓰인다.


도연 : 26년 전에 그 사람도 왼손 살인사건으로 수감이 됐대요. 그걸 민준국이 힌트로 삼아서 자작극을 했을거라고..

도연모 : 자작극?

대석 : !!

도연 : 네, 박수하를 범인으로 만들려고 일부러 왼손만 잘라서 남기고 도망쳤다는거죠.

도연모 : 말도 안돼.

대석 : (그들의 대화가 불편해 신문 접고 서재로 간다) ...



#22. 도연집 서재 (D) - 서재가 없다면 안방


대석, 서재로 와서는 신문을 내팽겨친다. 불안한 듯 마른 세수를 하는데서..



#23. 교도소 일반 면회실 (D)


상덕과 달중 빙고판을 그리고 있다.


상덕 : 짱변이 자네한테 고맙다고 전해달래.

달중 : 고맙긴요. 그냥 전 사실만 얘기했는데요. 뭘..

상덕 : 그래도 자네 증언이 없었으면 상황을 바꿀 수가 없었을거야. 나도 고마워.

달중 : 됐습니다. (계속 그리며 담담히) 아. 저 다음주에 여기서 나갈거 같애요.

상덕 : (놀라) 왜? (반색) 가석방 심사 붙었어?

달중 : 아뇨. 형집행정지요..

상덕 : (의아) 형집행정지를 왜?

달중 : (씁쓸히 웃으며 머리 가리키는) 여기.. 뭐가 있다나봐요.

상덕 : 그게 무슨 소리야?

달중 : (덤덤히) 요즘 어지럽고, 가끔 구역질이 나서 의사 만나봤더니.. 여기 뭐가 있는거 같다고..

         남은 날이 얼마 없을거 같다고 그러대요.

상덕 : (충격받는) ...!

달중 : 그 얘기 듣고 이상하게 박수하.. 그 친구가 떠오르더라구요.

상덕 : ..

달중 : (슬픈 미소로) 적어도 그 친구는.. 나처럼 살진 않을거 아닙니까?

상덕 : (무거운 표정이다) ...



#24. 국선전담 사무실 (D)


성빈, 혜성에게 네일을 해주고 있다. 투명한 느낌의 네일..


혜성 : (손을 보며) 웬일이냐? 너 톤이 많이 얌전해졌다.

성빈 : (네일 해주면서) 샵에 나가다보니까 배우는게 많아졌어요.

         내 취향을 강요하지말고 손님의 취향을 파악해야겠구나. 뭐 이런거?

혜성 : 고성빈, 고새 많이 컸네.

성빈 : 네~ (혜성 옷에 달린 뱃지 보며) 어? 변호사님 뱃지 달았네요? 그동안 안달았잖었잖아요.

혜성 : 어? 어..

성빈 : 변호사짓 쪽팔려서 달기 싫다고 하시더니.. 웬일이래? 이제 안쪽팔려요? 고새 맘 바뀌신거에요?

혜성 : 시끄러. 별걸 다 참견한다. (하다) 수하는.. 만나봤어?

성빈 : (네일 해주며) 안그래도 연락 왔드라구요. 이따가 만나기로 했어요.

혜성 : 만나거든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성빈 : (혜성 보며) 무슨 부탁이요?



#25. 핸드폰 가게 (D)


수하, 핸드폰 개통하고 있는데 배낭 멘 성빈, 달려와 수하를 뒤에서 와락 안는다.


성빈 : 수하야~ (눈물 글썽해서) 내가 너 얼마나 보고 싶었는 줄 알아?

수하 : (어쩔 줄 몰라 난감해서) 어? 어.. 너 날 잘 알아?

성빈 : (떨어져서) 진짜네. 진짜 다 잊어버렸네?

수하 : 미안해.

성빈 : (다시 안고)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되지. 난 성빈이야. 고성빈. (신나서) 너 예전에 나 막 쫓아다녔다. 나 좋다고..

충기 : (off) 뻥치시네.

성빈 : (김빠져) 뭐야. 저거..

충기 : (성빈, 배낭고리를 잡아당겨 떼내면서 퉁명스레) 야! 속지마! 얘가 말하는거 다 구라야.

성빈 : (원망스레 흘기며) 쟨 또 여기 왜 온거래~

충기 : 야! 수하가 나한테 먼저 연락한거거든. 니가 껌딱지처럼 따라붙은거고!



#26. 카페


수하, 충기 앉아있다.


충기 : (쇼핑백 건네며) 야. 이거 다 니거다!

수하 : (받으며) 고맙다. (안에 보면 일기장, 헤드폰, 책들이 있다) ..

충기 : (수하 안색 살피며) 야. 너 왜 그렇게 눈이 시뻘거냐? 울었냐?

수하 : 아니. 요새 통 잠을 못자서..

충기 : (다 안다는 표정으로) 올~ 새끼.. 너두 야동 보는구나.

성빈 : (음료 트레이 들고 오다가 충기 등짝 때리며) 세상 사람이 다 너같은 줄 알아?

충기 : (몸 비틀며) 앗 따가.

성빈 : (걱정돼서) 왜 잠을 못자는데? (음료 나눠주며)

수하 : 몰라. 불면증인가봐. (하다 핸드폰 꺼내며 충기에게) 충기 너 혹시 장혜성 변호사 전화번호 알아?

충기 : 나? 난 모르는데.. 성빈이 니가 알지 않어?

성빈 : 어? 어.. 아는데.. (곤란해서) 짱변호사님이 너한테 알려주지 말래.

수하 : !!

충기 : 아니 왜?

성빈 : 몰라. 알려주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셨어.

충기 : 유치하긴.. 너 혹시 그 변호사 누나 질투해서..

성빈 : (자르고) 야! 그런거 아냐! 진짜야!! 절대 알려주지 말라 그랬어. (수하에게 곤란해서) 미안해. 약속을 했어.

수하 : (씁쓸하다) ...

충기 : (수하 표정보고 신경 쓰여서) 뭐냐. 그 아줌마 용수철 삶아먹었대? 왜 이렇게 튕겨?



#27. 국선전담 사무실 복도 (D)


상덕과 유창 엘리베이터 쪽에서 나오면서.


유창 : 박수하 사건 말입니다. 검사가 항소하겠죠?

상덕 : 하겠지. 당연히..

유창 : 박수하가 2심에서도 무죄 받을 수 있을까요?

상덕 :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때 관우, 커다란 카트에 컴퓨터와 각종 서류들을 끌고 오고 있다.


유창 : (반색) 차변호사님. 이게 뭡니까?

관우 : 국선전담사무실 바로 앞에 저도 사무실 하나 얻었습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상덕 : 그래? 잘했네.

관우 : 일단 사선으로 뛰면서 국선 사건을 받을 예정입니다. 조만간 국선전담변호사 특채가 있다는데 거기도 다시 치러볼려구요.

상덕 : 그만두고 나간 놈을 다시 받아줄까?

관우 : 열심히 해봐야죠.

유창 : (카트 끌면서) 제가 도와드릴께요. (신나서 상덕에게) 우리도 응원차 같이 돕죠!

상덕 : (파이팅조로) 그래! 난 마음으로 응원할께! 마음으로! (힘있게 주먹쥐어 보이며) 파이팅!! (성큼성큼 사무실로 들어가는)

유창 : (기막혀) 신변호사님~



#28. 관우 사무실 (D)


책상과 책장만 있는 조촐한 사무실, 복사기도 팩스도 없다.

책장에 책을 꽂으며 유창과 관우의 대화.


유창 : 복사기랑 팩스가 없네요?

관우 : 거기 사무실에 있잖아요. 사용료 낼테니까 좀 빌려씁시다.

유창 : 그 핑계로 엄청 들락달락 하시겠네.. (하다) 핑계죠?

관우 : 무슨 핑계요?

유창 : (슬쩍) 짱변호사님 볼려는 핑계?

관우 : (기막혀서 말도 안된다는 듯) 하..참... 사람 참 (꺾여서) 쓸데없이 눈치만 빠르다니까.

유창 : (싱긋 웃다가) 아참! 이거요. (하며 과일가게 스티커 준다)

관우 : 이건..(하다) 혹시 그 박수하 신고한 사람 가게에요?

유창 : 네, 그날 밤까지 기다렸는데 나오질 않더라구요. 근데 이상한게 뭔줄 알아요?

관우 : 뭔데요?



#29. 연주 지방 검찰청 (D)


관우, 검찰청 앞에 선다.


유창 : (E) 그 신고자, 박수하가 누군지도 몰라요. 심지어 여자로 알고 있더라구요.



#30. 도연의 집무실 (D)


도연, 항소장을 쓰고 있다.

그때 실무관 노크를 하고 들어선다.


실무관 : 서검사님.. 차관우 변호사가 뵙고 싶다고 찾아왔는데요.

도연 : (의외라) 차관우 변호사? (별로 만나고 싶지 않다) 바쁘다고 하세요. 아니면 없다고 하거나..

실무관 : (난감해서) 네? 네.. 그게..

관우 : (문 사이로 몸 쑥 내밀며) 에이~ 있잖아요. 여기. 왜 거짓말 합니까? (실무관에게) 감사합니다.

         (실무관 보내고 넉살좋게 들어서는)

도연 : (일그러져서) 웬일이십니까?

관우 : 민준국은 찾고 있죠?

도연 : (기막혀) 아뇨. 내가 죽은 사람을 왜 찾죠?

관우 : 재판에서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도연 : (항소이유서를 치며) 난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요. 정 찾고 싶으면 차변호사님이 직접 찾아요.

         여기까지 와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 너무 주제넘은 짓 같은데요.

관우 : 압니다. 근데, 변호사가 할 수 있는게 경찰보다 없어요. 통화기록도 신용카드 기록도 뽑기가 힘들어요.

         (하며 스티커를 준다)

도연 : 이게 뭡니까?

관우 : 이 과일가게 주인이 박수하를 신고한 사람입니다. 근데 그 주인을 만나보니까 박수하를 여자로 알고 있더라구요.

도연 : !!

관우 :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생판 모르는 사람을 신고할 수가 있을까요? 그것도 강화도랑 한참 떨어진 가평에서 말이죠.

도연 : 뭘 얘기하고 싶은거에요? 이 사람 배후에 민준국이 있단 소리에요?

관우 : 그것까진 나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도연 : (계속 자판 치며 건조하게) 안 이상합니다.

관우 : 최소한 통화기록이나, 신용카드기록이라도 알아봐주면 안됩니까? 민준국이 살아있을 확률이..

도연 : (자르며 계속 자판 치는) 없어요. 0.00000001프로도 안됩니다!


마치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눈치없이 양계장, 서류를 보면서 들어오는.


양계장 : (서류보며) 서검사님. 민준국 신용카드 기록이나 입출금거래기록 몽땅 뒤졌는데 아무것도 안나오는데요?

            뭘 또 뒤져볼까요? 진료기록이나, 출입국기록..

도연 : (망신스러워 날카롭게) 양계장님!!

양계장 : (놀라) 네? (관우보고 그제야 상황파악해서 도연에게) 아.. 죄..죄송합니다. (후다닥 나가는)

관우 : (싱긋 웃으며) 아, 내가 정말 주제 넘었네요. 민준국 잘 좀 찾아주십쇼! (나가며) 서도연 검사님! 파이팅! (나가는)

도연 : (짜증나) 이런~씨! (하다 관우가 두고간 스티커를 보게 된다) ...



#31. 수하집 거실 (D) - 날 바뀝니다. 며칠 후


수하 냉동실 쪽에 붙어있는 포스트잇들 중에 한 것들을 떼어낸다.

주민등록증, 핸드폰, 친구들과 연락, 학원등록 등등..



#32. 수하방 (D)


수하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기 위해 참고서를 펴는데 일기가 옆에 있다.

그 일기를 펼쳐보며 읽기 시작하는 수하.


수하 : (E) 오늘도 당신을 닮은 사람을 봤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나는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면.. 꼭... 내가 지켜주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수하, 뭔가 떠오른다.


# Ins. 7부 47씬

양복입고 혜성과 하이파이브 하던 수하.

환하게 웃던 혜성.


수하, 떠올리고 싶은 기억이지만 더 이상 기억이 안난다. 답답한 듯 일기장을 탁 덮는다.


수하 : (일기장을 쓰다듬으며 혼잣말처럼) 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혜성을 찾고 싶은 마음이다. 일기장을 들고 벌떡 일어나 나가는.



#33. 수하집 거실 (D)


수하 일기장을 가방에 넣고 챙겨 달려나간다.

카메라 냉장고로 간다. 냉동실 쪽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포스트잇 ‘더이상 연락하지 말 것’은 아직 떼지 못했다.



#34. 국선전담 사무실 복도 (D)


혜성,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관우가 자기 사무실에서 초콜렛 선물박스를 들고 나오는걸 보고는

화들짝 놀라 화장실 들어가는 입구 쪽에 숨는다.

관우, 모르고 지나가자 혜성 한숨 푹.


#Ins. 10회 36씬

관우 : (법대를 보며 결연히) 걱정마요. 내일 나 죽을 힘을 다해서 싸울겁니다. 어떻게든 무죄 받아낼거에요.

         그게 내가 두 사람한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혜성 : (함께 법대를 보며) ..

관우 : 그리고.. 무죄 받아내면..

혜성 : (관우를 본다) ?

관우 : (혜성을 보며) 나 다시 짱변한테 물어볼겁니다. 나를 다시 생각해줄 수 있는지..


혜성, 벽에 기대 생각이 많다. 한숨 푹 쉬고 코너를 돌아 나오는데 코앞에 관우가 있다.


혜성 : (괴성을 지르며 주저앉으려는데) 으어어억!!

관우 : (얼른 허리 잡아 일으키며) 짱변! 괜찮아요?

혜성 : (얼른 추스르며) 네, 괜찮아요.

관우 : 안그래도 짱변 한참 찾았는데..

혜성 : (부담스러워서 경계) 왜요?

관우 : (초콜렛 선물 박스 주며) 이거 줄려구요. 사무실 개업기념 초콜릿이에요. 떡을 돌릴까 하다가 나름 신경 썼어요.

         나른할 때 간식으로 먹어요.

혜성 : (안도하고) 아..네. 고마워요. (가려는데)

관우 : 짱변..

혜성 : 네?

관우 : 전에 내가 한말 기억하죠? 재판 끝나면, 물어보겠다고 한 말..

혜성 : (긴장하는) 네? 네..

관우 : 그거.. 지금 대답해 줄 수 있어요?

혜성 : 그게.. (하다 결심한 듯) 미안해요. 차변..그때나 지금이나 내 대답은 같아요.

관우 : (수긍하듯 끄덕) 짱변 혹시.. 아직도 나 원망해요?

혜성 : (고개 젓고) 아뇨. 이제 원망 안해요.

관우 : 그럼 내가 안되는 이유.. 물어봐도 되요?

혜성 : (표정) ...



#35. 법조타워 근처 거리 (D)


수하, 달려온다. 법조타워 근처에 도착을 한다.

수많은 변호사들의 간판.. 이중에 혜성이 있는 사무실을 찾을 수가 없다.

수하, 답답하고 무작정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본다.

수하 죄송한데.. 여기 국선전담 변호사 사무실이 어디에요? / 혹시 장혜성 변호사 사무실이 어딨는지 아세요? 등등

그때, 멀리 상덕과 유창 커피를 마시면서 오다가 이사람 저사람 잡고 다니며 묻는 수하를 발견한다.


상덕 : 어? 저 친구는 박수하 아냐?

유창 : 그러네요. (손 흔들며) 어이~ 박수하!!

수하 : (돌아보는) !!

상덕 : 너 뭐하냐? 누구 찾어?

수하 : (달려와) 혹시 장혜성 변호사 아세요? 사무실이 어딘지?

유창 : 당연히 알지. 우리 사무실인데..

수하 : (유창을 잡고) 저 그분 만나야 되요. 만나게 해주세요.



#36. 사무실 복도 (D)


수하, 유창, 상덕 걸어오면서.


상덕 : 근데 짱변은 왜? 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수하 : 그런건 아니구요. 꼭 할 얘기가 있어서요.

유창 : 너 안색이 좀 안좋다? 어디 아프냐?

수하 : 아뇨. 그냥 요새 통 잠을 못자서요.



#37. 국선전담 사무실 (D)


상덕, 유창, 수하 들어서는.


유창 : 짱변호사님! 손님 왔습니다. (하고 들어서는데 아무도 없다)

상덕 : 어? 짱변 없는데?

유창 : 이상하다. (혜성의 스케줄보드판 쪽으로 가면서) 짱변호사님 오늘 재판 3시부턴데..

         (가다 자기 책상 밑에 쪼그려 숨어있는 혜성을 본다) ...!!!

혜성 : (요란한 수신호/E) 나 없다고 하고 얼른 쟤 보내요!

유창 : (알겠다고 끄덕하고는) 아차차! 오늘 짱변호사님 구치소 접견 갔다가 바로 퇴근한다고 했지!

상덕 : 무슨 소리야? 좀 있다 짱변 재판 있잖아. 다단계 사기사건..

유창 : 그 재판 미뤄졌거든요. (수하에게) 어쩌지? 오늘은 못볼거 같은데..

수하 : (실망스럽고) 알겠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나가고)

유창 : 그래! (문닫고 혜성 쪽을 향해) 박수하 갔어요. 나오세요.

혜성 : (다리가 저린 듯 코에 침 바르며 나오는) 아.. 다리야.

상덕 : 뭐야 피한거였어? 짱변 박수하한테 돈이라도 꿨어?

혜성 : (자리로 가면서) 그냥. 재판도 끝났는데 자꾸 엮이는게 귀찮아서요. (사건기록 가방에 넣는)

유창 : 그나저나 짱변호사님 괜찮겠어요? 이따 재판 다단계 사기범 재판이잖아요.

상덕 : (찡그리며) 다단계면 제일 고약스런건데.. 그거 피해자들이 엄청 많고 극성 맞잖아.

혜성 : (대수롭지 않게) 극성맞아 봤자죠. 변호사한테까지 뭐라고 하겠어요?



#38. 법원 정원 일각 (D)


혜성, 수십명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머리 뜯기고, 멱살 잡히면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 : 내돈 내놓으라고 해. 내 돈! / 그런 사기꾼을 변호하고 얼마나 받아쳐먹었어!! /

            (누군가는 밀가루까지 뿌려대면서) 야~ 그런놈 변호하려고 법대 들어갔냐! /

            너도 우리 입장 돼봐! 눈에서 피눈물이 날거다!! / 그 놈은 지 자식들 유학보낼 돈은 있고 빚 갚을 돈은 없대?!

혜성 : (계속 휩쓸리면서 머리 밀가루 범벅되서) 이러지 말고 말로 하세요. 악!! 악! 머리잡지 마요! 왜 나한테 이래요~

공숙 : (법복 입고 와서 우렁차게) 그만들 하세요!! 다들 폭행죄, 협박죄로 고소당하고 싶습니까!

사람들 : (멈칫하고) ...

공숙 : (위엄있게 혼내는) 저분은 국선전담변호삽니다! 돈받고 하는 변호사가 아닙니다!

혜성 : (잡고 있는 사람 뿌리치고) 놔요! (하고 머리에 밀가루 터는) ..



#39. 법원 다른 일각 (D)


법복 입은 공숙과 다소 헝클어진 머리의 혜성 걸어나온다.


공숙 : (고맙다는 얘기 듣고 싶어서) 나 없었으면 어쩔 뻔 했습니까! 경위랑 동행을 하던가 했었어야죠.

혜성 : 다음엔 하죠 뭐.

공숙 : 내가 쫌만 늦었으면 짱변 크게 다쳤을지도 몰라요!

혜성 : 안 다쳤잖아요.

공숙 : 잘 생각해봐요! 어! 내가 없었으면.. (하다 답답해서) 아니 고맙단 얘기하기가 그렇게 힘듭니까?

혜성 : 안 고마운데요?

공숙 : 왜 안고마와요? 내가 구해줬잖아요!!

혜성 : 재판장이시잖아요. 변호인 편드는거 피해자들에게 안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요.

         방금 행동, 재판장으로서 공정함을 망각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새침하게 가고)

공숙 : (열받아서) 와.. 정말 법조계의 변종이다. 저런 성깔로 어떻게 변호사가 됐대.

         (하는데 혜성이 무섭게 공숙 쪽으로 온다. 놀라서 얼른 소심하게) 난 암말 안했는데요.

혜성 : (공숙 법복 옆에 숨으며) 이대로 앞으로 가주세요.

공숙 : (영문 몰라) 네?

혜성 : (채근하는) 빨랑요!


공숙, 지나가면 혜성, 그 법복 옆에 숨어서 보조를 맞춰 걷는다.

이들 옆으로 수하, 계속 입구 쪽을 보며 혜성을 찾고 있다.

공숙에 가려서 혜성을 발견 못하는 수하.


혜성 : (수하 시각에서 벗어나자 예의 도도함으로 걷는) ..그럼 가보겠습니다.

공숙 : 이번에도 안고맙습니까?

혜성 : (돌아보지도 않고 가면서) 넵! 어차피 가던 길이셨잖아요.

공숙 : (혜성의 치마 가운데 뒤트임이 옆으로 돌아갔다) 짱변 치마 돌아갔어요!

혜성 : (돌아보지도 않고 폴짝 뛰어 치마 정리하면서 그대로 가는) ...

공숙 : (질렸다) 하..진짜 역대급 변종이다.



#40. 도연의 집무실 (D)


도연 수하의 항소장을 썼다 지웠다를 하고 있다.

책상 위에 놓인 스티커를 계속 보는.


관우 : (E)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생판 모르는 사람을 신고할 수가 있을까요?

         그것도 강화도랑 한참 떨어진 가평에서 말이죠.


도연, 안되겠다 싶어서 일어나 스티커를 가지고 가방과 차키를 챙겨 나간다.



#41. 국도변 과일가게 (D)


자가용 한 대가 선다. 차에서 내리는 도연 스티커를 꺼내본다. ‘민이네 농장’ 플래카드와 일치한다.

성남 반색을 하고 가게에서 나온다.


성남 : 어서오세요. 뭘 드릴까? 오늘 복숭아가 물이 좋은데..

도연 : (차갑게) 문성남씨 되시죠? 박수하를 신고하셨구요.

성남 : (경계) 또 뭐야? 현상금 뺏을라고 온거야? (파리채 잡아 휘저으며) 어여 가! 나 당신한테 과일 안팔아.

도연 : (물러서지 않고 검찰 신분증 보이며) 현상금, 뺏어갈 수 있습니다. 사실대로 얘기 안하면요.

성남 : (겁 확 먹고) 아니.. 왜 이러십니까? 내가 나쁜 놈을 신고한게 법을 어긴건 아니잖습니까..

도연 : 당연히 아니죠. 근데 어떻게 박수하를 모르고 신고할 수가 있죠?

성남 : (할 수 없이) 아니 난, 그냥 누가 신고만 하면 돈 벌 수 있대서.. 그래서 한거죠.

도연 : (반짝) 그게 누군데요?

성남 : 모르죠. 그냥 지나가다 과일 사던 양반인데.. 내가 싸게 줬더니 고맙다면서 얘기해줬어요.

도연 : 혹시 그 사람 얼굴 기억 나요? 사진 보면 알거 같아요?

성남 : (자신없고) 뭐 사진 보면요..

도연 : (서류 얼른 꺼내서 사진들 보여준다. 지철수(낚시터주인/62세), 김기호(할아버지/70대), 민준국 사진을 차례로 보여준다)

         혹시 이 사람들 중에 있어요?

성남 : (사진을 유심히 본다) ...

도연 : (긴장하는) ..

성남 : (갸우뚱) 이 중에는 없는데요.

도연 : (실망) 없어요?

성남 : 네. 없어요. 셋 다 아니에요.

도연 : 숨기는거 아니죠?

성남 : 아니에요. 어떻게? 셋 중에 아무나 고를까? 그러면 현상금 안뺏어갈거요?

도연 : (답답해서 아니구나 싶다) 됐습니다. (사진 다시 넣는데 떨어지고)


성남의 불안한 시선이 도연 등 뒤 멀리 세워져있는 트럭 한 대에 멈춘다.

도연, 사진 정리해 넣느라 성남의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한다.



#42. 트럭안 (D)


핸들을 잡고 있는 왼손. 깊게 눌러쓴 모자 콧수염과 턱수염을 적당히 기른 턱 뿔테 안경을 쓴 눈 왼쪽에 검은 장갑을 꼈다.

핸들을 왼손으로 딱딱 치는데 의수의 소리가 이질감이 느껴진다.

카메라 팬하면 준국이다.

도연과 과일가게를 응시하고 있는 준국.



#43. 법조타워 앞 (N)


혜성, 나서면서 회전문 안으로 들어서는데 회전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하와 눈이 마주친다.

혜성, 얼른 그대로 회전문을 돌아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수하 달려가 회전문을 멈춘다.

회전문 안에 갇혀버린 혜성, 낑낑거리고 미는데 수하 문을 잡고 버틴다.


수하 : (간절히) 제발.. 피하지 말고 나랑 얘기 좀 해요.

혜성 : (이제 더 이상은 안되겠고, 돌아서 문 밖의 수하를 보며) 그래. 얘기하자.


혜성, 문밖으로 나선다. 수하, 따라간다.

멀리 로비에서 나오던 관우, 이들을 보게 된다.



#44. 카페 (N)


수하, 혜성 창가 쪽에 나란히 앉아있다. (손님은 그리 많지 않은 걸로)

두 사람 앞에는 음료가 공허하게 놓여있다.


혜성 : (이하 건조하고 사무적인 톤) 얘기해 봐. 할 얘기가 뭔데?

수하 : 너무 많아서.. (어색하고 어떤 얘기로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고맙단 인사를 못했어요.

         나 믿어주고 변호해준거.. 정말 고마웠어요.

혜성 : (이하 감정없이 빠르게) 알았어. 그 맘 잘 받을께. 됐지? 그리고 또?

수하 : ..왜 내가 연락하면 안되요?

혜성 : 나 아주 바빠. 한 달에 이삼십건씩 변호할라면 하루가 30시간이래도 모자라. 그래서 니 연락 받아줄 시간같은 거 없어.

         그리고 또?

수하 : 내가 변호사님을 정말 싫어했어요?

혜성 : 싫어했어. 나 어른 대접 안했고, 반말 찍찍하면서 잔소리만 해댔어. 또 있어? 할 얘기?

수하 : 변호사님은요? 변호사님은 나를 싫어했나요?

혜성 : (잠시 수하 보다가 단호히) 솔직히 말할까? 그냥 싫은게 아니라 피곤할 정도로 싫었어.

         쬐끄만게 어른 흉내 내면서 훈계 하는게 얼마나 같잖았는 줄 알아? 그 뿐인가? 사람 속 뒤집어 놓는 재주도 남달랐어. 너.

수하 : (상처지만 참고) 근데 왜 재판 땐 그렇게 필사적으로 변호를 했어요? 내가 같잖고, 싫었다면서..

혜성 : (어이없다는 듯) 아~ 너 그거 때문에 오해하는구나. 내가 너한테 말하지 않았나? 니가 특별한게 아니라

         민준국이 나한테 특별한거라고. 니 무죄를 받아내야 그나마 알량하게 남아있는 법에 대한 믿음을 지킬 수 있으니까..

         그래서 열심히 변호한거라고..

수하 : ...

혜성 : (일어나며) 재판으로 난 얻을 걸 다 얻었어. 니 덕에 변호사가 뭔지도 알았구. 그건 너한테 고맙게 생각해.

         그치만 거기까지야. 그러니까 너도 여기까지 해. 됐지? (시계 보며) 늦었다. 나 가야돼. (가려는데)

수하 : (가려는 혜성의 손 잡고) 미안한데.. 정말.. 미안한데..

혜성 : ?!

수하 : 내가 싫어도, 피곤할 정도로 싫어도.. 그냥 있어주면 안돼요?

혜성 : (수하의 시선을 외면하고) 놔.

수하 : (계속 잡은 채) 나 지금 세상하고 연결된 끈이 다 끊어진 느낌이에요. 변호사님마저 날 놓으면.. 난..


그때 혜성의 핸드폰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창밖에 누군가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보면 관우가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싱긋 미소 지으며 창문을 두드린다.


혜성 : (놀라) 차변?

수하 : (자기도 모르게 손을 놓는) ..

관우 : (핸드폰 받으라는 시늉) ...

혜성 : (핸드폰 받으면) 여보세요.

관우 : (E) 지금 곤란한 상황 맞죠? 나하고 영화보러 가야한다고 하고 나오세요.

혜성 : 네? (눈치 채고 얼른) 아. 맞다. 우리 영화 보러 가기로 했었죠.

수하 : !

관우 : (창밖에서 전화하며, 수하에게도 밝게 손 흔들어준다)

혜성 : (수하에게) 나 먼저 간다. (전화하며 나가는) 미안해요. 너무 늦었죠?


수하, 나가는 혜성을 잡지 못한 채 앉아있다. 관우에 비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고 무력하다.

창밖을 보면 관우, 혜성을 반색하며 맞이한다.

관우와 혜성, 택시를 잡기 위해 찻길 쪽으로 간다.


수하 : (그들을 보며 혼잣말처럼 낮게) 가지마요. (유리창을 탕 치며 크게) 가지마!!


그러나 혜성과 관우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수하, 안되겠다 싶어서 달려나간다.



#45. 카페 앞 거리 (N)


혜성과 관우 택시에 오르고, 택시 떠난다.

수하, 뒤늦게 뛰어나와보지만 이미 늦었다.


수하 : (소리치고) 가지마! 가지말라구!!! (잦아들 듯) 가지마요. 제발..


수하,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막연히 택시를 보며 서있다.



#46. 택시 안 (N)


혜성, 택시 안에서 뒤를 본다. 멀리 수하, 망부석처럼 서있는걸 본다.


혜성 : (마음 다잡듯 시선 돌리며) 고마워요.

관우 : 뭘요. 아저씨 수직동으로 가주세요.

혜성 : 아니에요. 나 저 코너 돌아서 내려주세요. 버스 타고 가면 되요.

관우 : 그냥 있어요. 데려다줄께요.



#47. 카페 앞 거리 (N)


수하,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수하, 계단에 앉는다. (계단이 없다면 벤치? 혹은 기다란 볼라드에 앉아있는)

사람들 속의 움직임 속에 홀로 망부석처럼 멈춰있는 수하.


#Ins. 5회 37씬 혜성집 앞 (N)

비오는 날, 혜성과 관우를 보며 비를 한없이 맞고 있었던 수하.


수하, 그 기억이 떠오르자 자조적으로.


수하 : 이런 적이 또 있었나보네..


수하,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6부 시작부분 홀로 남겨진 수하와 비슷한 구도, 표정으로)



#48. 혜성집 앞 (N)


관우, 혜성과 함께 집 앞으로 걸어온다. 집에 다다르자.


관우 : 들어가요.

혜성 : 네. 오늘 고마웠어요.

관우 : 고마우면 내일 점심 사요.

혜성 : 그럼 안고마운걸로 할래요.

관우 : (미소로) 독설은 여전하네요. 걱정할 필요 없겠어요. 갈께요.

혜성 : (끄덕) ..



#49. 혜성집 거실 (N)


혜성, 일상적으로 평상복으로 갈아입는다.

커피 물 올리고, 머리 편하게 묶는 거실에 앉아 가지고 온 사건기록 서류를 펼치는데 빗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혜성, 창밖을 보고 애써 무시하듯 사건기록을 본다.



#50. 버스 정류장 (N)


관우, 가방을 머리에 이고 비를 피하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관우 : (시계 보며) 버스가 왜 이렇게 안와. (하다 앞을 보고 얼굴이 굳는다)


평상복 차림의 혜성, 멀리 길 건너에서 우산을 들고 지갑만 든 채 택시를 잡고 있다.

관우, 혜성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이 간다.

혜성, 택시를 잡고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관우, 일전에 혜성의 답을 떠올린다.


관우 : (E) 짱변 혹시.. 아직도 나 원망해요?


#Ins. 34씬 국선전담 사무실 복도

혜성 : (고개 젓고) 아뇨. 이제 원망 안해요.

관우 : 그럼 내가 안되는 이유.. 물어봐도 되요?

혜성 : (표정)



#51. 택시안 (N)


혜성, 내가 뭐하는 짓인가 자책하는 얼굴이다.



#52. 국선전담 사무실 복도 (D) - 34씬 연결


혜성 : 내가 정말 말도 안되게도.. 정말 어이없게도요..



#53. 카페 앞 거리 (N)


혜성, 택시에서 내리며 우산을 편다.

멀리 수하 비를 온전히 맞으며 담담한 표정으로 그대로 앉아있다.

혜성, 속상하고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54. 국선전담 사무실 복도 (D) - 52씬 연결


혜성 : ..그 애가 자꾸 신경 쓰여요.



#55. 카페 앞 거리 (N)


우산을 쓴 혜성, 수하 곁으로 온다.

수하, 놀라 혜성을 올려다 본다.


혜성 : (답답해서) 진짜 미치겠다.



#56. 국선전담 사무실 복도 (D) - 54씬 연결


혜성 : 정말 말도 안되게도.. 내가 그 애를 좋아하나봐요.



#57. 카페 앞 거리 (N)


혜성, 답답하고 짜증나 쭈그리고 앉는다. 우산은 옆으로 내동댕이쳐진다.

수하, 그런 혜성을 보고 있다.

수하, 기쁘고 혼란스럽고 어리둥절하다.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수하.


혜성 : (그런 수하를 보며 화가 난다.) 널 어떡하면 좋으니..



#58. 국선전담 사무실 복도 (D) - 56씬 연결


혜성 : (그러나 자신 있는 얼굴로) 그래서 빨리 정리 하려구요. 정리 해야하구요. (자신에게 다짐하듯) 할 수 있어요.



#59. 카페 앞 거리 (N)


답답한 듯 머리 감싼 채 쪼그리고 앉은 혜성 앞에 수하, 함께 쪼그려 앉아 눈을 맞춘다.

혜성 옆에 떨어진 우산을 들어 팔을 쭉 뻗어 혜성을 씌워주는 수하.

그런 수하를 짜증과 혼란스러움으로 보는 혜성.

수하, 고마움과 기쁨으로 혜성을 마주한다.

그런 혜성을 보며 비를 맞으며 미소 짓는 수하의 모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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