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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13 - 차마 못한 가슴 속 한마디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11.28|조회수1,173 목록 댓글 0

[너의 목소리가 들려] 13 - 차마 못한 가슴 속 한마디











#1. 법조타워 앞 거리 (D)


수하, 막막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손에는 코피가 묻은 휴지, 마지막으로 코피를 닦고 휴지통에 던져 버린다.

준국의 외침이 귀에서 떠나지 않는다.


준국 : (E) 이 모든 것을 시작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니 아버지야!!

수하 : (담담히) 이거였구나. 내가 지우고 싶어했던 기억이.. (자조적으로) 지운다고 없어지는게 아닌데..


멀리 혜성이 빠른 걸음으로 핸드폰을 꺼내며 나오는게 보인다.


수하 : (그런 혜성을 보며/E) 당신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사실을 알면 날 더 원망하겠지.

         민준국이 살아있다는 걸 알면.. 또 얼마나 두려워할까.. (혜성을 막연히 보는데 혜성의 마음이 읽힌다)

혜성 : (벅찬 기쁨으로 핸드폰을 찍는/E) 민준국이 살아있었어. 수하가 죽인게 아니었어. 역시 그 자식이 내 약속을 지킨거였어.

수하 : (의외다. 그런 반응일 줄 몰랐다) !!


수하, 그런 혜성의 마음이 읽히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그때 수하 핸드폰에 ‘장변호사님’이 뜬다.


수하 : (혜성을 보며 받는) 여보세요. (일어난다)

혜성 : (걸어가며 벅차올라/E) 어 난데.. 너 지금 어디야? 집이야?

수하 : (혜성을 따라가며) 아뇨. 밖에 나와 있어요.

혜성 : (멈춰서서/E) 민준국이 살아있어. 서도연이랑 차변이 알아냈어.

수하 : (이미 알고 있는 얘기다. 따라가며) ..네..

혜성 : (기쁨으로/E) 반응이 왜 이래. 민준국이 살아있다니까! 넌 이제 완벽하게 무죄야! 2심 안가도 돼!!

수하 : (혜성이 한없이 고맙고 미안하다) ..그 사람이 살아있으면, 당신이 위험하단 뜻이잖아.

혜성 : (핸드폰에 대고 버럭) 야 이 밥통아! 그거야 나중 문제고! 서도연이 니 재판, 항소취하 할거래. 내가 지금 막 들었어.

         그러니까 넌 이제 더 이상 피고인이 아니라..


수하, 혜성을 뒤에서 안는다. 놀란 혜성 돌아보면 수하다.


혜성 : 야.. 너.. (빠져나오려 하면)

수하 : (더 꼭 안고 눈물 흘린다) 당신이야 말로 밥통이야. 당신 목숨이 다시 위험해졌는데.. 어떻게 내 무죄가 먼저야.

         어떻게 그래.. (혜성을 안은 채 혜성의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혜성 : (당혹스러워하다가 수하의 울음에 누그러지고 안도의 미소로) 고맙다. 약속 지켜줘서..

         (수하의 손(혹은 머리)을 쓰다듬어주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서..



#2. 거리 (N)


도시의 야경을 가르는 버스.



#3. 버스안 (N)


혜성, 수하, 함께 뒤에 나란히 앉아 가고 있다.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혜성 : 이제 넌 무죄니까 아무것도 걸릴게 없어. 학원 등록도 하고, 검정고시도 보고, 1년 동안 뒤쳐진거 빨리 따라잡아. 알았지?

수하 : 응. 학원은 이미 등록했어. 검정고시도 접수해놨고..

혜성 : (픽 웃으며) 나도 검정고시 출신인데, 그러고보니까 너랑 나, 여러 가지로 많이 닮았다.

수하 : (미소) 응..

혜성 : 기억은? 아직도야?

수하 : (혜성을 보며 망설인다. 돌아왔다고 말할까 말까) ..아직...

혜성 : (한숨) 그렇구나. 아무튼 기억이 돌아오면 알지? (다짐받는) 그땐 약속대로 하는거다. 다시는 나 찾지 않는거야.

수하 : (좀 욱해서) 왜 그래야 돼?

혜성 : 왜는 왜야. 같이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난 니 신원보증인이었고, 변호사였어.

         무죄 되고, 기억 찾으면 깔끔하게 니 인생 살아. 더 이상 나한테 빌붙지 말고.

수하 : (상처가 된다) ..빌붙는다고? 내가.. 당신한테..?

혜성 : (그런 수하보고/E) 내 말이 너무 심했나? (다잡는/E) 아냐. 잘했어. 괜히 여지를 줄수록 내 감정도 정리하기 힘들어.

수하 : (!!!/E) 내 감정?

혜성 : (단호히) 틀린 말 아니잖아. 너 지금 나한테 빌붙고 있는거야.

         (E) 잘 정리할 수 있겠지? 수하가 떠날 때까지 내 감정 안들키고.. 잘 정리할 수 있을거야. (창밖으로 시선을 둔다)

수하 : (E) 설마.. (긴장되고 두근거린다. 혜성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다. 창밖에 비친 혜성의 눈을 보며) 내가 아직도 귀찮고 싫어?

혜성 : (창밖을 본 채 건조하게) 어. 싫어. (E) 좋아해.

수하 :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 (창밖에 비친 혜성의 눈을 보며) 내가 정말 떠났으면 좋겠어?

혜성 : (창밖을 본 채 건조하게) 어. 그랬으면 좋겠어. (E) 옆에 있어달라고 하고 싶어.


창밖 속 비춰지는 혜성의 얼굴을 보는 수하의 모습 위로.


수하 : (기쁘지만 동시에 슬프다/E) 그 때 당신의 입은 거짓말을.. 당신의 눈은 진실을 얘기하고 있었다.

         당신의 눈은 내가 11년간 그토록 듣고 싶던 말을 하고 있었지만..

         (혜성을 보던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리며) 당신 곁을 지키기 위해 난 그 말을 못들은 척 해야만 했다.


둘 나란히 앉아 서로 시선을 따로 둔 채 말없이 가는데서..

# 타이틀 - 차마 못한 가슴 속 한마디



#4. 혜성 집 앞 (N)


혜성과 수하 걸어오는데 경찰차가 와있다.

운승과 승구, 이 둘을 못본 채 전봇대 쪽을 살피며 메모를 하고 있다.


혜성 : (그다지 달갑지 않은 두 사람이다.) 여기서 뭐하십니까?

운승 : (다가와 진지하게) 얘기 들었습니다. 민준국이 아직 살아있다구요.

승구 : 일단 이 집 주변에 보안 CCTV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입니다.

         여기 전봇대 쪽 하고 저기 골목 입구 쪽 이렇게 두 군데에 설치할까 합니다.

혜성 : (삐죽) 두 대로 될까 몰라요. 저기 위쪽으로도 불안한데..

운승 : (난감한/E) 이 CCTV 두 대도 간신히 빼낸건데.. 어쩌지?

         (하다/E) 에라 모르겠다. 나중에 내가 대장한테 한바탕 깨지면 되지 뭐. (ON) 네, 그쪽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수하 : (운승을 보며) 고맙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혜성 : (공손한 수하가 의외여서) ?

운승 : (손사래 치며) 아냐. 당연히 할 일인데 뭐..

승구 : (수하에게)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했다. 앞으로 순찰을 더 강화 할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수하 : 네.



#5. 혜성집 거실 (N)


혜성과 수하 들어선다.

혜성, 수하를 물끄러미 보며.


혜성 : 기억을 잃으면 성격도 변하나?

수하 : 응?

혜성 : 너, 1년전 보다 좀 순해진거 같아서.. 이성적으로 변했다고나 할까?

수하 : 그래?

혜성 : (가방 내려놓으며) 혹시 민준국을 다시 만나더라도 지금처럼 감정은 죽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대처해.

         (수하 보며) 절대 맞설 생각하지 말고 신고하든지 도망치든지 해. 알았지?

         (E) 그 인간 때문에 또 얘 인생 망치는 꼴 보기 싫어.

수하 : (끄덕) ...알았어.

혜성 : (갸우뚱) 그러고보니 이상하네. 너 왜 갑자기 반말하냐?

수하 : (당황) 어? 어..그게.. (하다) 반말 듣기 싫어?... 요?

혜성 : (픽 웃으면서) 맘대로 해. 니 편한걸로..(냉장고쪽으로 가는)

수하 : (어색) 그럼 앞으로 반말 할게... 요.

혜성 : 그러든가.. (물을 꺼내 컵에 따라 마시는)

수하 : (그런 혜성을 보며/E) 만일 이 모든 것의 시작이 우리 아버지였다는 걸 알면.. 당신은 나를 다시는 보려고 하지 않겠지.

혜성 : (핸드폰 울려서 보면 서도연이다. 일그러져서) 웬일이래? 이 시간에.. (퉁명스레 받는) 여보세요.

도연 : (E) 나야.

혜성 : (퉁명스레) 알아.



#6. 차 안 (N)


도연, 블루투스로 통화중이다.


도연 : 지구대쪽에 니네 집 주변을 순찰 강화 해달라고 요청했어. CCTV도 추가로 설치하라로 했고..

혜성 : (E) 알아. 생색 낼려고 전화한거냐?

도연 : (열받아 흘기며 입모양으로만) 싸가지.. (ON) 혹시라도 주위에 수상한 움직임이 있거나 하면 바로 내 쪽으로 연락해.



#7. 혜성집 거실 (N)


혜성 : 왜애? 내가 민준국한테 당할까봐 그렇게 걱정이 되냐?

도연 : (E) 전혀! 내가 니 걱정할 리가 있겠니? 민준국 만큼은 내 손으로 잡아야겠어서 그래.

수하 : (물을 따르며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듣는) ...

혜성 : (전화기에 대고 입모양으로) 이런 싹퉁바가지~ (비아냥) 그러시겠지. 넌 성과가 중요한 애니까..

         (비아냥) 아무튼 감~사합니다. 검사님께서 민준국을 잡겠다고 이제라도 나서주시니 고마워서 몸둘바를 모르겠다.

수하 : ...



#8. 차안 (N) - 집근처


도연 : 괜히 미련하게 능력도 안되면서 혼자 해결할 생각이나 하지마. 끊는다. (짜증나는 듯 버튼 눌러 끊고)



#9. 도연집 앞 (N)


도연의 집 근처, 숨어있는 누군가의 발이 보인다. (마치 준국처럼 보이는)

도연의 차가 집 앞에 도착을 한다.

누군가의 발, 헤드라이트를 피해 숨는다.

차를 세우고 차안에서 서류와 가방을 챙기는 도연 그런 도연을 보는 어떤 시선, 서서히 도연의 차로 다가간다.

도연,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가방과 서류를 챙겨 차에서 내린다.

누군가의 발 도연을 향해 간다.


도연 : (인기척에 놀라서 돌아보면 초췌한 모습의 달중이다. 소스라치게 놀라) 황..달중씨?

달중 : (눈물을 흘리며 분노로) 니가 서대석 딸이었냐?

도연 :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없다. 좀 겁이 나서 뒷걸음질 치는) 왜 이래요! 여긴 어떻게 온거구요? 가석방 된거에요?

달중 : (도연의 어깨를 잡고 분노로 버럭) 서대석 불러내! 서대석을 당장 내 앞에 불러내!

도연 : (확 뿌리치며 뒷걸음질 치는) 이봐요!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초인종을 급하게 누르며) 저리로 안가요!!

도연모 : (E) 도연이니?

도연 : (다급히) 엄마!! 엄마! 빨리 나와봐요!! 얼른!

도연모 : (날카롭게/E) 도연아!! 무슨 일이야! 여보!! 얼른 나와봐요!


도연, 두려움에 떠는데 인기척이 없다. 돌아보면 정신을 잃은 달중이 쓰러져있다.


도연 : (놀라서) 이봐요. (두려움에 손으로 툭툭 치면서) 어디 아파요? (흔들며) 정신 차려요. 황달중씨.. 황달중씨!!


대석과 도연모 뒤늦게 뛰어나온다.

도연, 쓰러진 달중의 심장에 귀를 대보는.


대석 : 무슨 일이냐! (달중의 얼굴을 보고 사색이 된다) !!

도연모 : (놀라) 어머 이 사람 뭐야? 죽은거야?

도연 : (다급히) 아뇨! 기절한거 같아요. 엄마! 일단 119 불러요!


도연모, 전화로 119 부르고 도연은 심폐소생을 하는 등 정신없는데

대석만이 이 광경을 보며 충격에 얼어붙었다.

도연, 정신없는 와중에 그런 대석을 보게 된다.



#10. 응급실 (N)


대석과 도연, 도연모, 의사에게 달중의 상태를 듣고 있다.


의사 : 자세한건 MRI를 찍어봐야 알겠지만 현재 CT 촬영된거 봐서는 교모세포종 같습니다. 수술도 어려운 단계 같은데요.

대석 : 살날이 얼마 안남았단 뜻입니까?

의사 : 네.. 길어야 서너달?

도연 : (갸우뚱) 그럼 설마 형집행정지로 나온건가?

도연모 : 근데 나오자마자 왜 당신을 찾아요?

대석 : ...

강형사 : (사복 경찰 두명과 들어서며) 서검사님! 황달중 여깄습니까?

도연 : 네, 강형사님! 여기에요!

강형사 : 황달중이 이 인간 왜 이러지? 형집행정지해서 나오자마자 바로 사람을 찌른것도 모자라 검사님한테까지 찾아가고.

도연 : (놀라서) 네? 사람을 찔러요?

도연모 : (놀랍고) 웬일이야? 세상에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그런 짓을 해? 왜요?

대석 : !!

강형사 : 왜인지는 신문을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경찰들에게) 들어가자. (경찰들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고)

도연 : (황당하다) ...



#11. 혜성집 전경 (D)



#12. 혜성집 거실 (D)


수하 외출복 차림으로 밥과 간단한 반찬(2인용)을 놓고 있다.

그러다 테이블 위에 놓인 혜성의 핸드폰을 보는 수하 자신의 핸드폰과 혜성의 핸드폰을 양손에 들고 위치찾기 어플을 깐다.

혜성, 방에서 외출복 차림으로 나오자 얼른 핸드폰 내려놓는.


수하 : 지금 나가는거야?

혜성 : 어.

수하 : (물컵에 물 따르며) 아침은?

혜성 : (시선 안주고 핸드폰 가방에 챙기며) 입맛이 없네. 간다.

수하 : (물컵 혜성 쪽에 딱 놓으며 다정한 톤 아니고 지시톤) 앉아. 아침 먹고 가.

혜성 : (수하의 태도가 의외고 거슬린다) 뭐?

수하 : 내가 불편해서 피하는거잖아. 내가 나가 있을께. 딴 핑계 대지 말고 먹어. (식탁 근처 바닥에 놓인 가방 쪽으로 가는)

혜성 : (그 말투가 거슬려) 야. 너 내가 반말하랬다고 날 애 취급하는거야? 너 이럴거면 반말 하지말고..

         (그때 발밑에 뭔가를 보고) 으아아악!! (놀라 바로 옆에서 가방 들려고 허리 굽혔던 수하 등짝에 난짝 업힌다)

수하 : (놀라서) 왜? 왜?

혜성 : (바닥을 가리키며) 바퀴벌레! 바퀴벌레!! 저기 떼로 있어. 떼로!!

수하 : (혜성 업은 채 이리저리 보며) 어디? 어디?! (하고 바닥 보다가) 저거 수박씨 같은데?

혜성 : 어? (내려보니 정말 수박씨들 서너개. 수하 등짝에서 내려와 틀어진 치마 바로잡으며/E)

         아~ 망신망신 개망신.. 어떡하면 좋아.

수하 : (한숨 쉬고는 휴지로 수박씨를 치우며) 자리 피해줄테니까 얼른 먹고 나와. 사무실까지 데려다 줄게.

혜성 : (E) 데려다 줄 필요 없다고 해야되는데, 민준국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겠어. 나 왜 이렇게 없어보이니. 진짜..

수하 :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학원이 그쪽 사무실 근처야. 올 때도 데리러 갈게.

혜성 : (어쩔 수 없이 누그러져서) 응..

수하 : (다시 가방 챙겨 나가며) 먹고 나와.

혜성 : (그런 수하를 잠시 보다가) 수하야.

수하 : (돌아보며) ...

혜성 : (식탁에 앉으며 시선 안주고) 같이 먹자.

         (먹기 시작하는/E) 기억을 찾거든 그때 가라고 얘기하면 되지 뭐. 지금은 억지로 자르지 말자.


수하, 그런 혜성을 보고 미소를 짓고는 가방을 내려놓고 마주 앉는다.

두 사람 함께 마주앉아 밥을 먹는다.

수하, 먹으면서 자신을 받아준 혜성이 좋아 미소가 번진다.

카메라 줌 아웃 되면서 1년전처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두사람의 모습.


수하 : 이번엔 무슨 재판이야?

혜성 : 폭력 남편을 찌른 살인미수 사건인데 정당방위를 주장해보려고..

수하 : 승산은 있고?

혜성 : 거의 없지.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 받기 진짜 힘들거든.

수하 : 근데 왜?

혜성 : 그걸 피고인이 원해. 내가 피똥 싸도록 열심히 하면 정당방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수하 : (일그러져서) 에이~ 밥먹는데 피똥이 뭐냐. 피똥이. 그냥 열심히 한다고 하면 되지.



#13. 거리 (D)


수하와 혜성 함께 걸어가고 있다.

혜성, 한손에는 서류를 들고, 한손에는 변론 요지서를 보고 가고 있다.

수하, 혜성의 서류를 빼서 들어준다.

혜성, 고맙다 미소 지어주고 변론요지서를 보면서 중얼거리면서 걸어가느라 앞을 못보고,

앞에 볼라드(혹은 다른 장애물)가 나타나면 수하, 혜성의 어깨를 당겨 피하게 해준다.

수하, 혜성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혜성은 수하 못보고)

1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수하에게 꿈같은 출근길이다.



#14. 혜성집 거실 (D)


비어있는 집안,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액정에는 031로 시작하는 전화번호가 찍힌다.

한참을 울리다 꺼지는 전화벨.



#15. 버스정류장 (D)


수하는 서서 이어폰 꼽은 채 참고서 보고 있고, 혜성은 생각이 많은 얼굴로 앉아있다.

수하, 혜성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이어폰을 빼자 혜성의 생각이 들린다.


혜성 : (E) 차변한테 어떻게 해야하지? 수하 때문에 많이 애써줬는데.. 밥 사는 정도로 될려나?

         (한숨 푹) 자꾸 이런 식으로 엮이는 거 부담스러운데..

수하 : ...물어볼게 있는데. 차변호사님 뭐 좋아해?

혜성 : 어? 그건 갑자기 왜?

수하 :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나 무죄 받아주겠다고 많이 뛰어다녔잖아.

         ('내'를 약간씩 강조) 내 일에 그렇게 나서줬는데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안될거 같아서.. 내가 보답해야지.

혜성 : 어? 그럴래.. (갸우뚱) 차변이 뭘 좋아하더라.. 등산이 취미라고는 했는데..

수하 : (곰곰히) 등산..?



#16. 아웃도어 매장 (D)


수하, 등산화를 고르고 있다. 직원이 오면.


직원 : 어떤 거 찾으세요?

수하 : 여기서 제일 비싼게 뭐죠? 사주면 엄청 생색나는 등산화로 보여주세요.

직원 : (좋아서 등산화 보여주며) 일단.. 이 제품이 가격이 제일 많이 나가는데요. 기능을 알면 왜 그 가격일 수밖에 없는지..

수하 : (자르고) 설명은 됐구요. 가격표도 꼭 같이 넣어서 포장해주세요.



#17. 관우 사무실 (D)


관우, 앞에 건네지는 등산화 쇼핑백.

관우, 어리둥절해서 수하를 보면.


수하 : (전혀 감사하지 않은 얼굴로 꾸벅)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내 무죄를 위해 싸워주셔서..

관우 : 이게 뭐냐?

수하 : 등산 좋아한대서 등산화를 골라봤습니다. 이 정도로 수임료 대신할 수 없다는 거 압니다. 필요하다면 천천히 갚을께요.

관우 : 고맙다. (일어나 양복 겉옷 챙기며) 수임료는 됐다. 대신 응원이나 해줘. (거울 앞으로 가는)

수하 : 무슨 응원이요?

관우 : (거울 앞에서 양복 입는) 나 지금 국선전담변호사 신청서 내러가. 드디어 연주지법에 국선전담 특채공고가 떴거든..

수하 : !

관우 : (넥타이를 고쳐매며) 이제 내 자리를 다시 찾을 때가 아닌가 싶다. (수하를 보고) 너 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하지?

수하 : ...네. 기억합니다.

관우 : 기억하면 됐다. (나가며) 나 응원 안해줄거냐?

수하 : (시니컬하게) 해주고 싶겠습니까?

관우 : (빙긋) 그럴 줄 알았다. (나가는)

수하 : (그런 관우를 지켜보며 생각이 많다) ...



#18. 입시학원 앞 (D)


경찰대 입시요강 포스터를 보고 있는 수하.


관우 : (E) 수하 너, 어른 흉내를 내지 말고 진짜 어른답게 굴어봐. 양복만 입는다고 어른이 되는건 아니잖아.


결심한 듯 각종 대학 모집 요강 안내문들 중에 경찰대 안내문을 챙기고는 학원 문 안으로 들어선다.



#19. 거리 (D)


거리를 터프하게 달리는 상덕의 스포츠카.



#20. 구치소 일반 면회실 (D)


상덕, 달중을 면회하고 있다.


상덕 : (벽을 땅 치면서) 이게 무슨 소리야! 살인미수라니!

달중 : (담담히) 네. 죽였어야했는데 못죽였어요.

상덕 : (화가 치밀어) 지금 그게 할소리야!! 기껏 그 고생하고 나와서 사람을 찔러!

달중 : 그 사람이었어요! 26년 전에 내가 죽였다던 사람이었다구요!!

상덕 : (놀라) 뭐어?

달중 : (서서히 고조되어 몰아친다.) 믿어집니까? 내 아내가 살아있었다구요.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며 격앙되서 빠르게) 저요! 26년 전에 유죄판결 받고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술에 취해서 미친놈이 돼서 그렇게 독하게 그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근데 아니었어요! 아니었다구요!!

상덕 : (패닉이 돼서 얼어붙었다) ...!!

달중 : 26년이에요! 26년을 난 하지도 않은 짓 때문에 여기서 썩었어요! 내 인생에 반을!! 여기서..

         (목이 메여) 내 딸.. 내 딸도 잃고.. (통곡하는) ...무슨 인생이 이래요.

상덕 : (눈물이 흐른다. 너무도 참담하다) ...그래서 그 사람을 찌른건가?

달중 : (눈물 고인 채 독기 어려) 네! 어차피 죽은 사람 아닙니까! 난 사람을 찌른게 아니라 귀신을 찌른겁니다.

         그러니까 난 무죄에요!

상덕 : !

달중 : 그러니까 변호사님이 내 무죄 받아내세요! 반드시!

상덕 : ...!



#21. 도연집 부엌 (N)


도연모, 커피 내리고 있고, 도연은 냉장고에서 음료 꺼낸다.


도연모 : 세상에.. 그럼 26년전에 죽였던 사람이 살아서 나타났단 소리야?

도연 : (뚜껑 따고) 네. 그렇게 주장은 하고 있는데 헛소리 같아요. 그럴 수가 없잖아요.

도연모 : 근데 26년전에 와이프는 왜 죽였대?

도연 : (식탁에 앉으며) 딴 남자랑 바람이 났었대나봐요. 그리고 남편 빚이 많다고 맨날 도망치고 싶단 말을 달고 살았대요.

도연모 : (혀끌끌/마주 앉으며) 그 사람도 참.. 26년이나 감방에서 살았으면 남은 생 조용히 살지 왜 사람을 또 찔러. (커피 마시는)

도연 : (대수롭지 않게) 악마가 옷을 바꿔입는다고 천사가 되진 않는대잖아요. 타고나길 범죄자로 타고 난거죠. 뭐.

도연모 : 그러게. 그 사건은 니가 맡은거야 그럼?

도연 : (빙긋) 네, 힘들지만 재밌을거 같애요.



#22. 서재 (N)


대석, 달중의 기사가 난 신문을 보고 있다. 어두운 얼굴로 누군가와 전화를 하는.


대석 : 어, 장부장.. 나 서대석인데, 부탁할게 하나 있어서 전화했어.

         별건 아니고.. 황달중 사건 말이야. 재배당을 해줄 수 있겠나?



#23. 법정 앞 복도 (D)


상덕,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걸어가다가 눈을 가린 디케 앞에서 멈춰선다.

상덕, 달중의 말이 떠오른다.


#Ins. 면회실 이어서

달중 : (눈물 고인 채 독기 어려) 네! 어차피 죽은 사람 아닙니까! 난 사람을 찌른게 아니라 귀신을 찌른겁니다.

         그러니까 난 무죄에요!

상덕 : !

달중 : 그러니까 변호사님이 내 무죄 받아내세요! 반드시!

상덕 : (눈물 흘리며 안타까와서) 나도 어떻게든 무죄 받아내고 싶어. 근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어. 사람을 찔렀는데..

         (수습하고) 어떻게든 반성한다고 선처바란다고 하자. 그리고 다시 형집행정지 받고 나오면..

달중 : (자르고 결연히)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얼마 안남은 목숨이에요. 난 무죕니다! 무죄 주장해주세요!


상덕, 디케를 보며 생각이 많다. 돌아보면 법정 ‘개정중’ 불이 들어와있다.

상덕, 그 안으로 들어가보는..



#24. 합의부 법정 (D)


도연의 모두진술이 이어지고 있는 위로 상덕, 들어서서 자리를 잡는다.

공숙과 배석들 앉아있고, 도연과 혜성 자리에 앉아있다.

사무관들 좀 더운 듯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다.

피고인석에는 월도(50대초반/여/왜소한 느낌)가 앉아있다.


도연 : 피고인 심월도는 피해자 구상만의 가정폭력이 원인이 되어 오랜 불화를 겪어왔습니다.

         2013년 6월 30일 21시경 피해자가 저녁식사를 차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안면부와 복부를 주먹과 발로 가격하자

         이에 격분하여..


공숙, 도연의 모두진술 위로 근엄한 얼굴 아래로 내려가보면

구두 벗은 채 법대 아래 선풍기의 스위치를 켜려고 발로 더듬거리고 있다.

그러다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 선풍기가 확 켜지며 공숙의 법복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법정의 모든 이들이 그 모습에 놀란다.

공숙 당황해 얼른 버튼을 끄는.


도연 : (도연 역시 부푼 공숙 보고 놀라 멈칫하다 바로 수습) 격분하여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로

         칼날길이 16cm의 부엌칼을 마구 휘두르며 피해자의 목에 2cm, 복부에 7cm의 자상을 입혔습니다.

         이에 형법 제250조 제1항, 제254조에 의거 피고인을 살인미수죄로 기소하는 바입니다.

공숙 : (법복을 추스르며 애써 근엄하게) 변호인 공소사실의 인부를 하시지요.

혜성 : 공소장에 기재된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월도를 보며 끄덕)

         그러나,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라는 입장입니다.

상덕 : !!



#25. 국선전담변호사 면접실 복도 → 면접실 (D) - 연주지법 ‘국선전담변호사 특채공고’가 붙어있는 문 앞


관우,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고 들어선다.

면접실 안에는 20명 정도의 지원자들이 앉아있다.


관우 : (혼잣말처럼) 20대1 이구나. 저번보다 해볼만 한건가?



#26. 합의부 법정 (D)


도연과 혜성,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고 있는 중이다.


도연 : 피고인은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있는데, 우선 피고인의 행위는 방위가 아니라 공격이었습니다.

         칼로 목을 찔렀다는 점이 더더욱 그렇습니다. 피해자의 상해가 피고인보다 크다는 점에서도 정당방위로 보기 어렵죠.

<컷>

혜성 : 피해자의 손이 흉기였기 때문에 칼을 든겁니다. 피해자는 전직 배구선수 출신입니다. 때문에 피고인은

         수년간 지속된 폭력으로 현재 펀치드렁크 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머리를 많이 맞는 복서들이나 걸리는 병이죠.

         그런 심리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피고인보다 피해자의 상해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을까요?

<컷>

도연 : 피해자에게 칼을 휘두르기 이전에 이웃이나 경찰에 구조 요청을 하던가, 칼을 잡을 힘이 있었다면 도망을 갔었어야 합니다.

         피고인이 살고 있는 빌라촌은 방귀뀌는 소리도 들릴 만큼 옆집과 가깝습니다.

         극단적인 저항보다는 합리적인 저항방법을 찾았어야합니다.

<컷>

혜성 : (카메라를 노트북에 꽂으며) 검사님이 합리적인 저항방법이라고 하셨는데요.

         그 합리적인 저항방법을 한번 실험해봤습니다.

도연 : (어이없고)


리모컨을 켜면 화면 속에 혜성, 커다란 엠프를 들고 피해자집 대문에서 엠프로 노브레인류의 락음악을 켜는 모습 위로.


혜성 : 피해자의 집입니다. 그 앞에서 락음악을 한번 틀어봤습니다. 10초도 안되서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사람들 : (Off) 누구야! 음악 안꺼! / 경찰에 신고한다!!

혜성 : 10초만에 경찰을 부른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음악 대신 다른걸 틀어보니까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앰프에서 부부싸움하는 소리가 들린다.

'때려봐 때려봐! 악! 사람살려! 동네 사람들! 이 사람이 날 죽이려고 해요!! 악악! 신고 좀 해주세요~'


혜성 : 음악을 틀었을 때는 10초면 소리치던 이웃들이 1분이 지나도록 잠잠합니다. 5분이 지나도록 경찰은 오지도 않았구요.

         합리적인 저항이요? 피고인은 이미 여러번 해봤습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건 침묵과 무관심 뿐이었구요.

         난 저 이웃들과 달라. 난 신고했을 거야. 내가 나서서 구했을거야. 얼마나 속으로 자신하십니까? 전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전 정당방위를 주장하는 겁니다. 저 같은 사람들의 침묵과 무관심 속에서

         피고인이 맨손으로 스스로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으니까요.

상덕 : (그런 혜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27. 국선전담변호사 면접실 (D) - 연주지법


관우, 긴장한 모습으로 앉아있고 문채식판사와 그 옆에 면접관이 2명 더 앉아있다.


채식 : 차변호사님은 상당히 불리한 조건입니다. 성적은 좋지만, 한번 그만둔 전례가 있어서,

         또 다시 그만둘 수도 있다는 선입견을 줬어요.

관우 : 압니다. 근데 그게 제 장점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채식 : 왜죠?

관우 : 전 이제 국선전담변호사에 대한 환상이 없습니다. 어설픈 이상과 신념으로 무장한 변호사가 얼마나 독인지도 압니다.

         그걸 일깨워준 사람이 있어요.

채식 : 그게 누굽니까?



#28. 합의부 법정 앞 (D)


마치 대답처럼 걸어가는 혜성이 보인다.


관우 : (E) 함께 근무했던 장혜성 변호삽니다.

도연 : (off) 너 오늘 아주 가관이더라.

혜성 : (돌아보면 도연이다) 뭐가?

도연 : 난 니가 차변인 줄 알았어. 되도 않는 비디오까지 찍어서 쇼까지 보여주고, 어설프게 감성에 호소하고..

         언제부터 차변 흉내를 내기 시작했대?

혜성 : 흉내란 말 말고 고상한 말 있잖아. 학습! 나도 차변 보고 학습 좀 했다. 왜? 보고 배우는 것도 문제가 되냐?



#29. 국선전담변호사 면접실 (D)


면접을 보는 관우의 모습 위로.


혜성 : (E) 차변 보니까 배울만한게 꽤 있더라구. 그건 너도 인정하지 않니?

관우 : 장혜성 변호사를 보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피고인을 무작정 믿는게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았구요.

         전문성은 없고 인간성만 있는 변호사가 얼마나 무능한지도 알았습니다.

채식 : 국선전담변호사에 대한 환상이 없다는건 좋지만.. 너무 없어도 문제 아닙니까? 이걸 해야하는 이유 정돈 있어야죠.

관우 : 있습니다. 장혜성 변호사에게도 저에게도.. 국선전담변호사를 해야하는 확실한 이유가 생겼어요.



#30. 시험장 (D)


햇살을 한가득 비추는 학교 교실, 그 속에서 고졸 검정고시를 치르고 있는 수하, 열심히 문제를 푸는 모습 위로.


관우 : (E) 장변호사와 전 국선으로서 한 사람의 인생을 구했습니다. 무고하게 감옥에서 썩을 뻔 했던 인생을 구한겁니다.

         이제 그 친구는 세상 속에서 보통 사람으로 아주 잘 살아 갈겁니다.

         그 친구의 인생이.. 저와 장변호사가 국선을 하는 이유이자 동력입니다.



#31. 도연의 사무실 (D)


도연, 법복 벗으며 들어서면서.


도연 : 양계장님, 황달중씨는 언제 들어오기로 했죠?

양계장 : (난감해서) 그게요.

현범 : (양계장 책상에 걸터앉아 달중의 사건기록 보며) 서검! 황달중 사건 나한테 재배당됐다.

도연 : (놀라) 재배당이라뇨! 갑자기 왜?

현범 : (일어나 달중 사건기록 챙기며) 모르지. 나야. 부장이 그렇게 하라니까 까라면 까는거지 뭐.

         우리가 언제 이유 알고 배당받았냐?

도연 : (씩씩대고) 황달중 사건은 내가 많이 파놨단 말이에요!

현범 : 야! 나두 싫어. 난들 일 보태는게 좋겠냐?

도연 : (어이없고) 부장님은 갑자기 왜 그러신대요!

현범 : (대수롭지 않게) 잘은 모르겠는데, 니네 아버지한테 전화 받았다는거 같드라.

도연 : (의외고) 우리 아버지요?



#32. 도연의 집무실 (D)


도연, 생각이 많은 모습이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대석의 모습이 이상한 것이 많았다.


# 9회 20씬 도연집 거실 (D)

대석 : (얼굴 굳고) 민준국의 감방 동기란 사람이 황달중이었어?

<컷>

대석 : 그 사건에서 손 떼. 선고도 끝났고, 이제 니 손을 떠난 사안 아니냐.

도연 : 그치만 딴 사건도 아니고 혜성이..

대석 : (엄하게 자르는) 손 떼라면 떼.


# 9씬 도연집 앞 (N)

쓰러진 달중을 보며 놀라던 대석.


도연, 도대체 뭐지 싶다. 혼란스러운..



#33. 혜성집 거실 (N)


빈집에 전화벨이 계속 울린다.

혜성, 후다닥 뛰어와 전화를 받으려는데 끊긴다.

뒤이어 헤드폰을 목에 걸친 수하 들어서며 불 켜는.


혜성 : 아 뭐야. 기껏 뛰어왔더니 고새 끊기네. (가방 내려놓으며) 저녁 먹었어?

수하 : 아니. 내가 차릴께. (가방과 헤드폰 내려놓으며 전화기가 신경쓰여 슬쩍 보는)

혜성 : 그럴래? (다용도실로 가며) 너 빨래 할거 있어?

수하 : (셔츠 벗으며) 아, 이거! (혜성 던지란 시늉에 던지고)

혜성 : (받으면서) 오늘 너 고졸 검정고시 봤다고 하지 않았나?

수하 : (냉장고 문 열면서 반찬 꺼내는) 어..

혜성 : (세제 넣는) 잘봤어?

수하 : 뭐. 대충 봤어. (밥 푸며) 밥 얼마나 풀까?

혜성 : 너 이게 뭐냐? (수하 셔츠 주머니에서 꺼낸 경찰대 안내문을 펴서 읽으려 하는데)

수하 : (화들짝 놀라 달려가며) 보지마! 보지마! 일루 내놔!!

혜성 : (피하면서 읽는) 올~ 경찰대? 너 경찰대에 관심있냐?

수하 : (혜성 팔 잡아 당겨 뺏으면서) 아냐. 그냥..취미 삼아 본거야.

혜성 : 취미? 말이 돼? (세탁기 버튼 누르며) 거기 들어가기 되게 어렵다든데..

수하 : (수저, 젓가락 놓으며) 알아. 그러니까 취미로 볼 거야. 본격적으로 봤다 떨어지면 쪽팔리니까.. 얼른 와 먹어.

혜성 : 응.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두 사람.


혜성 : (잠시 밥먹는 수하 보다가) 쪽팔일 일 없어. 너 제대로 공부하면 경찰대 붙을 수 있어.

수하 : ?

혜성 : 니가 지금 기억이 없어서 잘 모르나본데, 너 공부 꽤 했어. 내가 니 성적표 봤으니까 믿어도 돼.

         (반찬 중에 간장깻잎장아찌를 한 장을 젓가락으로 떼어내려는데 붙어서 잘 안떼어지는)

         그러니까 취미 핑계대지 말고 제대로 해봐.

수하 : (젓가락으로 떼어내기 쉽게 잡아주는) 어..(미소)

혜성 : (깻잎 떼어내며/E) 이렇게 익숙해져도 될까? 이러다 나중에 얘를 떠나보내면..많이 힘들겠지? 1년 전처럼..

수하 : (!!) 무슨.. 생각해?

혜성 : (애써 건조하게) 그냥, 니가 빨랑 기억 찾아서 나갔으면 좋겠단 생각.

수하 : ..



#34. 혜성집 전경 (D)



#35. 옷방 (D)


평상복을 입은 혜성, 치약 묻힌 칫솔을 들고 옷장에서 옷을 꺼내 나가다

문에 빼곡이 붙어있는 수하의 기억의 포스트잇들을 본다.


혜성 : (보면서) 이렇게 애쓰는데.. 기억이 돌아올라면 아직 멀었나? (그때 밖에서 전화벨 울린다)



#36. 혜성집 거실 (D)


혜성, 칫솔 들고 옷방에서 나와 전화기쪽으로 간다.

수하 화장실에서 수건 두르고 나오다 이를 본다.


혜성 : (별 생각없이 전화받는) 여보세요. 여보세요. (갸우뚱) 뭐야. 왜 말이 없어. (하고 끊고는)

         세수 다 한거지? (칫솔 물고 화장실로 가고)

수하 : 어.. (하고는 전화기를 본다. 뭔가 심상치 않다) ...


전화기로 가서 다시 재발신을 눌러보는 수하.


안내 : (E) 지금 거신 전화는 고객님의 요청으로 착신이 금지되어 연결할 수 없습니다.

수하 : (뭐지 싶다) ..착신이 금지된 번호?


발신기록을 눌러보면 031로 시작하는 여러개의 다른 번호들이 있다.

다 재발신을 눌러보는 수하. 전부 착신이 금지된 번호라고 나온다.


수하 : (불안한) 뭐야. 이게.. (그러다 마지막 번호 거는데 신호가 간다) 어? 신호 간다. (누군가 받는다) 여보세요.

상대 : (E) 여보세요?

수하 : 거기 어디죠? 그 번호로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 : (E) 와 신기하다. 공중전화로도 전화가 오네.

수하 : (불길하다) 지금 이 번호가 공중전화 번호에요?

상대 : (E) 네.

수하 : (펜을 들고) 거기가 어디죠? 어느 공중전홥니까? (적는)



#37. 거리 (D)


동전 공중전화 앞에 서있는 수하, 메모를 보고 다시 한번 핸드폰으로 번호를 걸어보면 정말 공중전화의 벨이 울린다.

뭔가 예감이 불길하다.

수하, 주위를 둘러본다. 멀리 CCTV 한 대가 보인다.



#38. 지구대 (D)


운승과 승구를 만나고 있는 수하.

운승, 수하가 적어온 전화번호를 쭉 보고 있다. (031로 시작하는 번호 6개 정도)


운승 : 그러니까 이게 요즘 장변호사님 집으로 온 부재중 전화란 거지?

수하 : 네, 그 중 마지막 전화는 장변호사님이 받았어요. 전화해보니까 착신 금지번호라고 안내가 뜨는데,

         맨 처음에 온 번호는 공중전화였어요.

승구 : (불길하다) 착신 금지번호라고 안내 나오는 것도 다 공중전화야. (운승에게) 이게 어디 공중전환지 검색해봐.

수하 : 아까 처음 온 공중전화 앞에 CCTV 가 있었어요.

운승 : 그래? 거기가 어딘데?



#39. 거리 (D)


운승과 승구, 수하 CCTV를 보고는 그 CCTV를 설치한 슈퍼에 들어간다.



#40. 슈퍼 (D)


운승과 승구, 수하, 가게 주인과 함께 컴퓨터로 CCTV를 검색한다.


운승 : 처음 온 전화가 그제 온거라고 했지?

수하 : (적어온 메모를 보며) 네, 오전 9시 25분에 왔어요.

운승 : 오전 9시 25분? (화면을 클릭하면서 시간을 맞춰본다)

승구 : 거기다! 거기!!


운승, 얼른 스틸 잡는다.

공중전화기 안에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자가 나온다. 왼손은 주머니에 넣고 전화를 거는 남자.

뒷모습만 봐도 수하는 누군지 안다.


운승 : (돌아선 화면 속 얼굴을 보며) 이거 민준국이잖아!

승구 : (다급히) 야! 얼른 지구대장한테 보고해. 민준국이 연주시에 떴다고..

운승 : (나가며) 네!!

승구 : 민준국 이 자식은 전화를 왜 한거지?

수하 : (분노보다 냉정함으로 화면 속 민준국의 눈을 보며) 확인한거에요. 아직도 그 집에 장변호사님이 살고 있는건가..

         확인하려고 전화한거에요.



#41. 혜성집 거실 (D)


수하, 들어와서 큰 가방에 혜성의 짐을 싼다. 옷가지, 형사소송법 책들, 화장품 그리고 구두까지 싼다.



#42. 국선전담사무실 (D)


혜성, 황당한 얼굴로 상덕을 보고 있다.


혜성 :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상덕 : 도와달라고 했다.

혜성 : (아직도 믿기지 않고) 누가 누구를 도와요?

상덕 : 짱변 니가 날 도와달라고.

혜성 : (놀라움에 유창에게) 유창씨 들었죠? 신변호사님이 나한테 도와달래요.

유창 : (역시 놀랍다) 네, 똑똑히 들었습니다.

혜성 : (의기양양해서 거만 포즈) 음.. 잠깐만요! 생각 좀 해보구요.

         (일어나 테이블쪽으로 가며) 와서 얘기해보세요. 들어보고 할 만하면 도와드릴께요.

상덕 : (자존심이 상하지만 누르고 서류 가져가 앉으며) 황달중이 사건 알지?

혜성 : 네, 알아요.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사람을 찔렀잖아요. 큼.. 목이 좀 마르네.

상덕 : (유창에게 동전 꺼내며) 유창아! 가서 짱변이 마실 음료 좀 뽑아와.

혜성 : (검지손가락 좌우로 흔들며) 음음~ 자판기 말고 아시잖아요. 그리고 달달한 것도 좀 땡기는데?

상덕 : (한숨 쉬며 화를 누르고 지폐 꺼내며) 유창아.

유창 : (신나서 받으며) 제 것도 사와도 되죠?

상덕 : (성질나 버럭) 되겠냐!



#43. 면담실 (D)


커피전문점 음료와 초콜렛을 먹으면서 서류를 검토하는 혜성.


혜성 : 그러니까 황달중 사건을 참여재판으로 진행하고 싶으시단거죠? 저랑같이?

상덕 : 그래.

혜성 : (머리 찰랑 넘기며 거만) 하긴, 제가 참여재판 때 인상적이긴 했죠. 그쵸?

상덕 : (누르고) 그래. 인상적이었지.

혜성 : (다리 꼬고) 그럼 대강 설명을 해보세요. 쟁점이 뭔지. (초콜렛 먹고)

상덕 : 너도 알다시피 황달중은 아내를 죽인 혐의로 26년을 복역하다가 이번에 나왔어.

         시한부 판정 받고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거기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던 아내를 만난거야.



#44. 병원복도 (N) - 12회 37씬 연결 느낌으로


쓰러지는 화병, 산산히 부서지는 화병.


상덕 : (E) 처음에는 찌를 생각이 없었대나봐. 근데 아내가 하는 말이 황달중을 자극 했더라구.

영자 : (울며 뒷걸음질친다) 미안해요. 그치만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 당신도 싫고, 당신빚도 싫었어.

         더 이상 당신 아내로 살기 싫었어. 내 딸을 그 빚더미에서 키우고 싶지 않았어.

달중 : (분노로) 그래서 그렇게 독하게 자기 손까지 잘라가면서까지 날 감옥에 쳐넣은거야!

영자 : (설득하고 싶다) 냉정하게 생각해봐! 당신도 빚에 쫓겨 사느니 감옥 간게 나았을걸? 당신딸도 지금 부잣집에서

         우리 모르게 잘 살고 있어. 당신이 키웠으면 그렇게 이쁘고 잘나게 못컸어. 나도 당신보다 좋은 사람이랑.. 윽..

달중 : (눈물 흘리며 목을 조르며 분노로 몰아치는) 그걸 말이라고 해!!

영자 : (숨막혀) 여보.. 여보..


달중, 깨진 화병 조각을 든다.



#45. 면담실 (D)


혜성, 아까와는 다르게 심취해서 경청하고 있다.


혜성 : (어이없다는 듯) 그럼 황달중씨는 짓지도 않은 죄로 26년을 복역했던거네요.

상덕 : 그렇지.

혜성 : 이게 죄가 성립이 되긴 하나요? 이미 죽은 사람을 찌른거잖아요.

상덕 : 글쎄.. 나도 그걸 잘 모르겠다. 어쨌든 법률상으로 죽은 사람이긴 하지만 엄연히 살아있는 사람이니까..

         근데 황달중은 귀신을 죽인거라면서 그걸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긴 해.

혜성 : (끄덕) 승산이 크진 않지만, 그래도 무죄 주장을 해볼만 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상덕 : 그 전에 문제가 하나 더 있어.

혜성 : 뭔데요?

상덕 : 피해자가 황달중의 전처라는 증거가 없어. 26년전에 신분세탁을 해서 법률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

혜성 : 그래도 지문 뜨면 바로 나올텐데..

상덕 : 지문이 없어. 식당에서 뜨거운 솥을 드는 일을 오래해서 지문이 다 닳아서 없어졌다나봐.

혜성 : (놀라) 그러면 어떻게 그 두 사람이 부부란걸 증명해요?

상덕 : 그 딸을 찾아서 친자확인을 하면, 증명이 돼.

혜성 : 딸은 어딨는데요?

상덕 : 그걸 지금부터 찾아야되는거야.

혜성 : (어이없고) 네에?



#46. 법조타워 회전문 (N)


퇴근하던 혜성, 회전문을 돌면서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혜성 : (E) 이유야 어쨌든 사람을 찌른건데 무죄를 받을 수 있을까? 딸은 어떻게 찾지?

         (그때 수하, 회전문으로 들어와 혜성의 손목을 끌고 나온다) 어? 수하야?

수하 : 왜 전화 안받는데!

혜성 : 전화했었어? 재판 때문에 무음으로 해놔서 몰랐나부다. 무슨 일인데..

수하 : 민준국이 연주시에 나타났어.

혜성 : (놀라) 뭐..

수하 : 민준국이 그 집에 당신이 사는지 확인하려고 공중전화로 전화까지 했어. 이제 그 집은 위험해.

혜성 : (혼란스럽고 겁이 난다.)

수하 : 당분간 집에 들어가지마. 오늘부터 우리집에 가있어.

혜성 : 너희 집?


수하, 겁에 질려 넋이 나간 혜성의 손을 잡고 끌고 간다.

두려운 혜성 그대로 수하를 따라간다.



#47. 수하의 아파트 동입구 앞 (N)


혜성의 손을 끌고 가는 수하, 보안키를 누르면서.


수하 : 여기번호랑 아파트 번호는 내가 나중에 적어줄게.

혜성 : (넋이 나가) 어? 어..



#48. 수하집 거실 (N)


혜성의 손을 잡고 수하 들어선다.

들어서서야 혜성, 지금껏 수하의 손을 잡고 왔다는걸 의식한다.

얼른 손을 놓는 혜성.


수하 : 여긴 수위실도 있고, 복도마다 CCTV도 있고 하니까 당신집보단 안전할거야.

         민준국이 아직 이집은 모르는 거 같으니까 당분간 여기서 지내.

혜성 : 경찰은 알고 있고?

수하 : 어. 오늘 중으로 검문을 시작한다고 했어.

혜성 : 다행이네. (문득 수하를 보며 걱정되는/E) 혹시 수하 얘가 또 위험한 생각을 하면 어떡하지?

         이제 겨우 제자리를 찾았는데, 괜히 복수한다고 민준국 찾아가 덤비면..

수하 : (그 말에 속상해 욱해서) 지금 그게..! (하다 누르고) 짐은 대충 내가 싸왔어.

         (혜성짐 가방 건네며) 더 필요한거 있으면 얘기해. 내가 가서 갖고 올게.

혜성 : (받으며) 됐어. 내가 위험한거면 너도 위험한거야. 가지마. (가방 푸는)

수하 : (그런 혜성을 보고) 경찰이랑 검사, 차변, 닥치는대로 만나서 도와달라고 할거야.

         철없이 혼자서 나대지 않을테니까.. 걱정마.

혜성 : (안심이 되서 빙긋) 알았어. (냉장고쪽으로 가며) 배고픈데 먹을 건 있어?

수하 : 아니. 별거 없을텐데.. 장 봐올까?

혜성 : (썰렁한 냉장고 보며) 대충 해먹을게 있겠네. 있어봐. 내가 해줄게.


<컷 튀면>

혜성, 두 개 그릇에 밥을 나눠 넣고, 참치캔 참치를 반씩 나눠 던다.

고추장을 반스푼씩 넣어서 주걱으로 비비기 시작한다.


수하 : (반가움에 미소 지으며 자기도 모르게) 또 개밥이야?

혜성 : 먹고 더 달라고나 하지 마셔. (건네고 주걱으로 먹으려는데)

수하 : (혜성의 주걱 뺏고 수저를 혜성에게 준다. 주걱으로 먹는) ...

혜성 : (미소짓고 먹으려다 멈칫, 이상해서) 수하 너.. 혹시 기억 돌아왔어?

수하 : (놀라) 어? 아니 왜?

혜성 : 지금 방금 또 개밥이냐고 했잖아.

수하 : !!

혜성 : 그전에 개밥을 기억한단 소리 아냐?

수하 : (둘러대는) 아까 점심때도 이 비슷한 걸 먹었거든. 그래서 또라고 한거야. (먹으며 애써 태연하게) 전에도 이렇게 먹었어?

혜성 : (의심 접고) 어? 어.. (그런 수하를 보고/E) 하긴..얘가 나한테 거짓말을 할 리가 없지. 그럴 앤 아냐. (먹고)

수하 : (그런 혜성을 보며 자신의 거짓말이 점점 걱정이 된다) ...



#49. 혜성집 앞 (N)


모자를 푹 눌러쓴 준국, 혜성집 앞에 도달한다.

여기저기 걸린 CCTV를 피해 골목에 숨어있는데 경찰순찰차가 지나간다.

얼른 몸을 숨기고 순찰차 지나가고 위를 보면 혜성집 불이 다 꺼져있다.


준국 : (낮게) 다들 어디에 숨어있는거냐..



#50. 실외 골프 연습장 (D)


도연과 도연모, 타석에 서서 골프를 함께 치고 있다.


도연모 : (도연이 치는걸 보며) 왜 오늘 컨디션이 별로야? 자꾸 슬라이스가 나네?

도연 : (골프채 넣으며) 그러게요.

도연모 : (안색 살피며) 왜 그래? 뭐 신경 쓰이는 일 있어?

도연 : (도연모를 보며) 엄마. 전에 말했던 황달중 사건 기억하죠?

도연모 : 어.

도연 : 아버지가 그 사건을 나 말고 다른 검사한테 재배당하라고 부장님한테 전활 넣었대요.

도연모 : (의외고) 아버지가? 왜?

도연 : 그걸 모르겠어요. 물어봐도 대답해주실거 같지도 않고..

도연모 : (드라이버 바꿔 꺼내며) 이상하네. 그 양반, 황달중 얘기만 나오면 예민하게 굴까?

            (하다 멈칫) 잠깐.. 혹시 그 사람인가?

도연 : 그 사람이라뇨?

도연모 : 그 양반, 부장판사가 되고 첫사건이 좀 엽기적인 사건이었거든. 와이프를 토막살인 한 사건이었는데,

            그때 피고인 이름이 그 비슷한 이름이었던거 같애.

도연 : !!



#51. 도연 집무실 (D)


도연, 검찰 검색창에 황달중의 이름을 쳐본다. 26년전 달중의 판결문이 뜬다.

클릭을 해서 판결문 맨 아래를 보면 재판장 판사 서대석 이라고 있다.

도연, 역시.. 아버지가 이 사건과 연루되어 있었다.

도연, 다시 스크롤해서 위로 올리면 변호인을 보면 신상덕이라고 되어있다.



#52. 고아원 원장실 (D)


상덕과 혜성, 고아원 원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원장 : (1987년 입양기록을 보면서) 황가현.. 황가현.. (하다 덮으며) 아.. 곤란하게 됐네요.

상덕 : 왜요?

원장 : 비공개 입양이에요. 입양하신 분이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요청한 건이라..

상덕 : 친부가 아주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그 친부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구요.

원장 : 죄송합니다. 원칙이라서.. 절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혜성, 전광석화처럼 손을 뻗어 기록을 뺏으려는데, 원장 역시 전광석화처럼 피한다.

혜성, 뻘줌해져서 얼른 머리 넘기며 자세 수습.


혜성 : (새초롬히 일어나) 가죠. 비공개가 원칙이라잖아요.

상덕 : (할 수 없이 일어나는) ...


혜성, 포기한 듯 나가려다가 다시 기민하게 원장에게 달려들면 원장 팔로 혜성 이마를 밀치며 방어한다.

머리 헝클어지고 모양 빠진 혜성, 돌아서 가면서 머리 수습한다.


혜성 :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까딱 인사하고 가고)

상덕 : (걸어가며 이 악물고 복화술로) 이번건 아주 추접했어.

혜성 : (역시 이 악물고 복화술로) 압니다. 알아요.



#53. 관우 사무실 (D)


관우와 유창 컴퓨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메일 확인을 해보면 도착한 메일이 한통 있다.


관우/유창 : 오! 왔다 왔다!!

유창 : 합격일거에요. 떨어졌으면 메일을 보낼 리가 없지. 얼른 눌러봐요.

관우 : 아.. 너무 떨려요. (하고 클릭하면)


관우와 유창 급실망한 표정이다.

유창 돌아서서 한손 벽을 짚고 누가 죽기라도 한 양 참담한 포즈로 서있다.


관우 : (씁쓸) 괜찮습니다. 다음에 또 도전하면 되죠. (긍정적으로 밝게) 그래도 아깝게 떨어졌네요. 2등이래요. 저..

유창 : 2등? 그런건 왜 썼답니까?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

수하 : (off) 결국 떨어졌습니까?

유창 : 어? 박수하.. 니가 여기 웬일이냐?

관우 : (괜한 화풀이) 마! 너 제대로 응원 안했지! 혹시 떨어지라고 저주라도 한거 아냐? 짱변이랑 떨어지라고?

수하 :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관우 : (어리둥절) 뭐냐? 이 태도변화는?

수하 : 민준국이 연주시에 나타났어요.

관우/유창 : (놀라는) !!



#54. 법조타워 앞 (D)


혜성과 상덕 걸어온다.


혜성 : 어떡해요. 이대로 포기 하실거에요?

상덕 : 이따 다시 찾아갈거다. 누구처럼 무식하게 덤비지 말고 말로 설득해봐야지.

혜성 : (삐죽) 말 참..이쁘게 하십니다. (시계보고) 전 구치소에 접견 갔다 올께요.

상덕 : 갔다와서 짱변은 이 비슷한 판례 좀 뒤져봐. 우리나라에 없으면 외국 판례라도..

혜성 : 알겠습니다~ (하는데 관우가 보인다) 어? 차변?

관우 : 지금 접견 들어가죠? 같이 가요.

상덕 : (의아) 너도 오늘 접견 있냐? 요즘 수임한 사건 거의 없다더니?

관우 : 오늘은 짱변 보디가드로 가는겁니다.

상덕 : 보디가드?

관우 : (혜성에게) 수하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민준국이 나타났다면서요.

혜성/상덕 : ..!

관우 : 당분간 법원 갈 때, 접견갈 때 나 불러요. 혼자 다니지 말고..

혜성 : ... 차변..


멀리서 혜성과 관우를 보는 불길한 시선, 모자를 깊게 눌러쓴 준국이다.



#55. 법원 입구 (D)


수하, 걸어 들어가며 메모를 꺼낸다.. 남운승 경장, 강승구 경사에는 이미 체크가 되어있다.

차관우 변호사에 체크를 하고 마지막 남은 건 서도연 검사다.

수하, 검찰청 쪽으로 향해 걸어가는.



#56. 검찰청 앞 (D)


도연, 걸어나오는데 멀리 대석과 부장이 악수를 하고 헤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부장 빠지고, 대석 차에 오르려고 하는데 도연 달려간다.


도연 : 아버지!!

대석 : (타려다 멈칫 한다. 봤나 싶고) 어, 용케 여기서 보네. 오늘 재판은 없냐?

도연 : 장부장님이랑 무슨 용건으로 오신거에요?

대석 : 별 용건 없다. 그냥 세미나차 왔다가 우연히 만난거야.

도연 : 아니겠죠. 황달중 사건 재배당이 제대로 됐나 확인차 오신거겠죠.

대석 : !


그때 수하, 멀리서 오다가 이들을 보게 된다. 특히 대석 쪽을 볼 수 있는 각도로 오는.


대석 : 난 그런 부탁 한 적 없다.

도연 : 피하지 말고 얘기해주세요. 대체 왜 제가 황달중 사건을 맡으면 안되는 건지.

대석 : (도연을 향해 버럭) 그런 적 없다는데도!!

수하 : (멀리서 대석의 눈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 설마..

도연 : 분명 그런 적 없으시다고 하셨죠. 그 말 그대로 부장님께 전할께요. 그래서 저 그 사건 다시 찾아올거에요. (가고)

대석 : 도연아!!

수하 : (계속 멀리서 그런 대석을 주시한다) ...!!



#57. 법조타워 (N)



#58. 국선전담사무실 (N)


혜성, 홀로 원형 테이블에 앉아 사건서류를 보고 있다.

그때, 누군가 똑똑하고 들어선다. 수하다.


혜성 : 학원 끝났어?

수하 : 어.

혜성 : (서류에 택을 붙여가며) 좀만 기다려. 판례 정리만 하고 갈게.

수하 : (테이블에 앉아 참고서를 편다) ..천천히 해. 기다릴테니까.. (펜을 꺼내는)

혜성 : (E) 아까 고아원 원장 만날 때 수하가 마음을 읽어주면 얼마나 좋아. 그럼 황달중씨 딸도 금방 찾았을텐데..

수하 : (문제 풀다 멈칫) !

혜성 : (털듯이 고개 저으며/E) 아냐. 아냐! 그 능력은 없는게 나! 그거 때문에 얘가 얼마나 힘들어했는데..

수하 : ...

혜성 : (문득 떠올라) 아참 수하야! 너 우리집에서 그 메모들 다 떼어 왔어? 옷방 문에 붙여놨던거..

수하 : 아니.

혜성 : (일어나며) 야! 그걸 챙겨 왔어야지. 지금이라도 갖고 오자.

수하 : (손잡고) 나중에.. (잡아 앉히며) 나중에 내가 갖고 올게.

혜성 : 어? 어..



#59. 버스 정류장 (N)


혜성과 수하 나란히 앉아있다.

혜성, 고민이 많은 듯 입으로 손톱 뜯고 있다.

수하 역시 참고서를 보다 혜성을 본다.


혜성 : (E) 어떻게 하지? 황달중씨 딸을 어떻게든 찾아야될텐데.. 그냥 고아원에 몰래 숨어들어가볼까?

         (짜증나고) 아~ 진짜 검사면 영장이라고 청구할텐데 변호사는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니까..


수하, 혜성을 보고 생각이 많아진다. 지금처럼 좋은 시간이 오래가지 않을거란 걸 안다.


#Ins. 11부 1씬

혜성 : 니가 어떤 앤줄 알아? 나도 기억 안나는 약속 지키자고, 10년 동안 날 찾았던 애야.


#Ins. 수하집 거실

혜성 : (수하를 보고/E) 하긴..얘가 나한테 거짓말을 할 리가 없지. 그럴 앤 아냐.


혜성, 그런 수하 시선을 느끼고 본다.


혜성 : 왜? 무슨 할 말 있어?

수하 : (E) 솔직하게 얘기하면 지금처럼 날 봐줄까? (확신이 안서 시선 거두고) 아니. 없는데..

혜성 : 싱겁긴.. (하다 수하의 뺨에 묻은 펜자국 보고) 수하야. 너 여기..(하며 뺨을 톡톡 친다)


수하, 무슨 뜻인지 안다. 그런데도 수하 혜성의 뺨에 키스를 한다. 어쩌면 인사처럼..


혜성 : (당황해서) 야! 너 여기 펜 묻었다고..

수하 : (책으로 시선을 돌리며) 그래? 내가 잘못 알아들었네.

혜성 : (민망해서 궁시렁) 뭐야. 뜬금없이..



#60. 경찰차 (N)


운승과 승구, 혜성집 근처 골목을 천천히 순찰 돌고 있다.


운승 : (주위를 살피면서) 장변호사님 집 돌았으니까 이번엔 박수하네 집 쪽도 한바퀴 돌죠.

승구 : 그 둘 빼고는 민준국이 찾아갈 만한 사람은 또 없나?

운승 : 글쎄요. 굳이 꼽자면 서도연 검사 아닐까요? 재판 때 보니까 민준국을 엄청 몰아쳤거든요.

승구 : 그럼 박수하 쪽 돌고 그쪽도 한번 돌아볼까?



#61. 관우의 집 근처 거리 (N)


관우, 핸드폰으로 혜성에게 문자를 찍으면서 가고 있다. ‘집에 잘 도착했으면 문자 줘요’

관우, 보내고 핸드폰을 자켓 주머니에 넣는데

전방에 전봇대(혹은 입간판류) 뒤에 숨어있는 낯익은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인다. 준국이다.

놀라는 관우, 준국은 관우를 보지 못했다.



#62. 수하집 거실 (N)


혜성과 수하, 들어선다.

혜성, 핸드폰을 보면 관우의 문자가 도착해있다.


관우 : (E) 집에 잘 도착했으면 문자 줘요.

수하 : 무슨 문자야?

혜성 : (문자 찍으며) 차변.. 니 부탁 때문에 하루종일 날 챙기네. 미안하게..

수하 : (그런 혜성을 보며 고통스럽지만, 결심한 듯) 나 그쪽한테 할 얘기가 있어.

혜성 : (문자 보내며) 어? 뭔데?

수하 : (표정) ..



#63. 관우의 집 근처 거리 (N)


준국의 오른손에는 각목이 들려있고 왼손은 장갑이 끼워져있다.

관우, 심장이 뛰고 긴장이 된다.

관우 조용히 넥타이를 풀어 한손에 감는다. 자켓 단추를 풀며 격투자세로 준국에게 접근한다.

그때 자켓 호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에서 혜성이 보낸 문자 알림음이 울린다.

당황한 관우, 그 소리에 준국 반사적으로 돌면서 각목을 휘두른다.

관우, 오른팔로 각목을 막다가 쓰러지고 각목 부러진다.

관우, 오른팔에 큰 부상을 입는.


관우 : 윽!!


준국 다가오자 관우, 쓰러진 채로 기민하게 흙을 준국 얼굴에 뿌리고,

준국 주춤한 사이, 관우 준국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린다.

왼팔과 무릎으로 준국을 제압한 후 입과 손으로 넥타이를 이용해 준국의 왼손을 잡고 묶으려는데,

관우의 턱끝을 겨누는 뾰족한 각목, 관우 움찔한 채로 물러난다.

관우, 얼어붙고, 준국 일어나 각목을 겨눈 채 관우를 바라본다.


준국 : (굳은 표정으로 숨 몰아쉬며) 오랜만입니다. 차관우 변호사..

관우 : (분노로 노려보며 숨가쁘게) ...당신이 뭘 알아내려고 왔는지 모르지만.. 난 아무 것도 얘기해줄게 없어요.

준국 : (각목을 겨눈 채로 진지하게) 뭐를 알아내려고 왔다기보다.. 당신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왔습니다.

관우 : (그런 준국을 노려보는) ...



#64. 수하집 거실 (N)


수하, 혜성을 마주보고 있다.


혜성 : (수하 살피며) 무슨 얘긴데 이렇게 뜸이 길어?

수하 : (힘겹지만 결심한 듯) ..나, 황달중씨 딸이 누군지 알아.

혜성 : 뭐 진짜? 누군데?

수하 : 서도연 검사.

혜성 : (기막혀 실소) 야 너 장난해? 말이 되는 소릴 해.

수하 : 26년전 황달중 사건 때 재판장이 서대석 판사였어. 황달중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다음날,

         서대석 판사 앞에 그 여자가 나타났어.

혜성 : 그 여자? (놀라) 설마 황달중 아내 전영자?

수하 : (끄덕)



#65. 대석집 앞 일각 (N) - 26년전


차에서 내리던 대석 얼어붙어있고, 그 앞에 왼손에 붕대를 칭칭 감은 영자가 유령처럼 서있다.


대석 : (놀라움에 망연자실) 당신.. 죽은게 아니었어?

영자 : 살려고 죽었습니다. 살려고..

대석 : (분노로) 이게 말이 됩니까!! 당신이 무슨 짓을 한 줄 알아요? 당신 남편을 살인자로 만들었어요!

영자 : 그래서.. 어떻게 할까요? 다시 가서 자수라도 할까요? (비릿하게) 이 판결이 판사님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아요.

         (대석 사진까지 나온 신문 보여주며) 우리시대 최고의 심판자라고 인터뷰까지 하셨는데..

         판사님 성격에 판결을 뒤집는거 상상도 못할 짓이란 것도 알구요.

대석 : !!!

영자 : 판사님께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 부탁만 들어주시면.. 저요. 죽을 때까지 이름도 숨기고 나를 숨기고 살겁니다.

         절대 판사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이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살께요.

대석 :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영자 : 왜 말이 안되요? 그 인간만 지금처럼 감옥에 가있으면 모두가 행복해지는데.. 나도..판사님도.. 그리고 제 딸까지..

대석 : (혼란스럽고) ...당신 딸까지?

영자 : 자식이 없으시죠? 지금 입양을 알아보고 계시구요.

대석 : ...!

영자 : 제 딸을 거둬주세요. 판사님.. 그게 제 부탁입니다.

대석 : (충격받는) !!



#66. 수하집 거실 (N)


혜성, 놀라움에 얼어붙었다.


수하 : 그 제안을 서대석 판사는 받아들었고.. 그 딸이 바로..

혜성 : 서도연이라고?

수하 : (끄덕)

혜성 : (놀라움에 의자에 털썩 앉는다) 마.. 말이 돼? 그렇게 작당을 해서 사람 인생을 망치는게.. 그게 사람이 할 짓이야??

         (분노로) 황달중은 인생에 반을 감옥에서 썩었어!! (하다 문득) 근데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수하 : 아까 검찰청에 갔을 때 서대석 판사를 봤어. 그리고.. (힘겹게) 그 사람 눈을 봤고..

혜성 : 눈을 봐? (하다) 너 설마..

수하 : (끄덕, 힘든 고백이다) 응. 그 능력이 다시 돌아왔어.

혜성 : (벌떡 일어난다) !!

수하 : 그리고 기억도..


충격받아 굳어버린 혜성과 그런 혜성을 담담히 보는 수하의 모습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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