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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대본

[일지매] 0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10.25|조회수439 목록 댓글 0

[일지매] 04











#1. 투견장 / 낮


철책 안에 투견들 서로 물고 뜯고 싸우고 있고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 열광하며 돈 걸고 있다.

구경꾼들 틈에 시완과 한수 보인다.


시완 : 어쩜 말이다. 저, 두 마리의 개가 말이다 형제일지도 모르겠단 생각 들지 않니?

한수 : 형제?

시완 : 한 아비를 두고 저자거리의 두 개가 죽기 살기로 물고 뜯고 처절히 피 흘리는 모습. 끝내 주지 않겠냐?

한수 : (무슨 말인가)

시완 : 내 오늘밤에 화끈하게 보여주지. 이 따위 투견 쌈 따윈 아무 것도 아닐 걸?



#1. 좌포청 / 후원 / 낮


쇠돌 손에 포승줄 묶인 채, 군관에게 끌려온다.


쇠돌 : 글씨.. 어딜가냥께요.


문득 위보면 정자 위에 시후 서 있다.

놀라 애써 시선을 다른 쪽으로 두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쇠돌.


종사관 : 그럼 얘기 나누게. 대장님 모르는 일이니 금세 데리고 가야 되네. (종사관 간다)

시후 : 아버지.



#2. 후원 정자 위 / 낮


쇠돌과 시후 앉아있다. 그 아래 군관 지키고 서 있다. 쇠돌 손에는 여전히 포승줄 묶인 채다.


쇠돌 : (애틋한 눈빛) 그땐 아는 척도 못허고... 참, 귀허게 잘 자랐구만...

시후 : 아부진 많이 늙으셨어요. 그때, 많이 아프셨지요?

쇠돌 : 아니여. 암시랑도 안혀.. 나사 원체 쥐어터지는 덴 이골이 난 몸이잖여... 괘안혀...

시후 : 그 아인... 누굽니까?

쇠돌 : 아, 용이. 어쩌다 줏어다 키운 아이구만... 니 그리 보내고 허한 우리 부부 맴 대신 채워 준 고마운 놈이여.

시후 : (고개 끄덕인다)

쇠돌 : 엄니.. 보고싶제? 온 김에 보고 가그라. 금방 올 것인디..

시후 : 아니요.. 보지 않겠습니다. 어디서 마주치더라도 절대 아는 척 말라셨습니다. 저 또한 그리 할 것입니다.

쇠돌 : (가슴이 아린다. 묶인 손으로 시후 손을 꼭 잡는)



#3. 옥사 인근 / 낮


시후, 걸어가는데, 단이 보따리 들고 터벅터벅 걸어간다.

흠칫 서는 시후, 말없이 단이 뒷모습 지켜본다.



#4. 시후 회상 - 저자거리 / 낮


단이 바느질감 주머니 들고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시후e : 엄니.

단이 : (돌아보고 놀라는)

시후 : (얻어 터졌는지 얼굴 엉망이다) 나 비싼 음식, 비싼 옷 다 필요 없어요. 귀한 사람 안 될래요. 엄니랑 아부지랑 살래요.

단이 : (싸늘하게) 뉘시옵니까?

시후 : (놀라는) 엄...니...

단이 : 쇤넨 도련님을 모르옵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단이 쌩하니 뒤돌아 간다. 충격 받은 듯 바들바들 떠는 시후.



#4. 저자거리 공터 / 낮


용이 이얏 하고 달려드는데 용이 지 발이 엉겨 모래바닥에 쿵 쳐 박힌다.

기막혀 보는 흥견과 대식.

벌떡 일어나는 용이 대식에게 헛 발길질, 손길 질하고 폼도 영 엉성하다.


대식 : (한숨 푹) 온갖 똥폼은 혼자 다 잡더니..

희봉e : 어이~


일동 돌아보면, 희봉, 덕팔 (홍괴면) 거들먹거리며 걸어온다.


희봉 : 연습 중인가 보네? 인사들 하지. 지난번 대회 우승자 덕팔이. 여긴 이번 경기 도전자. 이름이 뭐랬지?

용이 : (겁에 질린) 요, 용인...데요..

덕팔 : 성님, 장난하슈? 아, 이런 찌질이랑 붙으라고?

희봉 : (덕팔 머리통 툭툭 치며) 이 새끼야, 내가 몇 번을 말해? 우리 경긴 도박이야. 승부가 전부가 아니랬잖아.

         질 듯, 이길 듯.. 자빠뜨릴 듯, 자빠질 듯... 아, 돈 내고 보는 사람 간 쫄이게. 좀 쪼는 맛이 있어야 할 거 아냐.

덕팔 : (기분 나쁘지만 참는)

희봉 : 니 힘자랑 보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거 금방 질려. 손님 떨어짐 책임질래?

덕팔 : (입 나발 나와) 돈이나 제때 줘요.

희봉 : (픽 웃으며) 너 많이 컸다. 화악~ (희봉 앞장 서 가면)


덕팔, 괜히 용이 머리 툭 치면서 각오하라는 듯 눈 부라리며 간다.

희봉, 덕팔 가면, 용이 다리 풀리고, 휘청~.


대식 : 저건 도저히 인간이랄 수가 없구만. 괴물이여.. 괴물...

용이 : (추스르며) 괜찮아. 대식아, 쌈은 말이다, 힘으로 하는 게 아냐. 이 머리로 하는 거야. (흥견 돌아보며) 성! 부탁 있어.



#5. 시후의 방 앞 / 낮


검 연습에 열중인 시후.

시후, 천천히 검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다, 날렵하게 옆으로 확 긋는데... 검의 칼끝, 바로 앞에 시완 서 있다.

흠칫 놀라는 시후.


시완 : 휘이이~ 이 목에 바람구멍을 내고 싶지?

시후 : ...

시완 : (시후가 들고 있는 검 손으로 내리며) 좋다. 내 기회를 주지. 오늘 밤에 아주까리 파 놈들이 격투 도박을 벌인다더구나.

         거기서 싸워 이기면, 상금이 삼백 냥이다.

시후 : (보면)

시완 : 그 상금을 내게 주면, 내 니 놈 키워준 애비를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게 풀어달라 하지.

시후 : (놀라는)

시완 : 대신, 반드시 이겨야 한다.



#6. 흥견 작업장 / 낮


선반 위, 물건을 싼 가죽 턱 놓는 흥견의 손.


흥견 : 주문대로 만들긴 했다만...

용이 : 고맙소. 성!


흥견, 걱정스레 보고

용이 가죽 풀면, 쇠징 박은 가죽 손 싸개. 징 박힌 가죽발목보호대, 이마에 묶는 가죽 띠 등이 들어있다.

가죽 띠에도 징이 박혀 있다.

대식이 놀라 만지며.


대식 : 다 뭐냐?

용이 : 출전용 무기!

대식 : 무기?


용이 가죽 띠 머리에 두르고 앞에 이얍 기합소리와 함께 돌판 내리찍으면 쩍~ 갈라지는...

핫~ 거만한 용이 표정.



#7. 저자 공터 / 낮


용이, 흥견이 준 물건들 가죽에 싼 채, 가져가고 있고, 또 그 뒤를 줄줄 대식이 따른다.


대식 : 정말 이런 걸로 이길 수 있으까?

용이 : 새끼 모냥 빠지게. 다 덤비라 그래.

봉순e : 어이!


용이, 돌아보면 저 만치서 봉순이 손가락 까딱까딱 댄다.


용이 : (기막혀 보며 건들거리며 가는) 뭐?

봉순 : 내가 니 눔 땜에 똥구멍에 불난 거 생각하믄...

용이 : 기집애 말뽄새하고는. 차암~ 모냥 빠지네. (생각난 듯) 오호라~ 너 그 약 먹고 피똥 쌌지?

봉순 : (흡~ 어찌 알았지?)

용이 : 덕분에 울 아부지도 피 좀 봤다.

봉순 : 헝~ 그 약 버렸다며어~

용이 : (실눈 뜨고) 그 약, 개똥에 쇠똥 섞은 거, 맞지?

봉순 : (당황하며) 그런데 이놈이 걸핏하면 개똥쇠똥이야. 그리 궁금하면 직접 먹어보든 가~


약병 들고 용이 팔을 확 꺾는 봉순. 헉 기집애 힘도 세다!

밀치고 도망치는 용이, 몇 걸음 못 가, 공갈과 딱 마주친다.


봉순 : (쫒아오며) 아부지! 잡어!

용이 : (반갑게) 아제, 용케 무사했네.

공갈 : (확 잡는) 지 혼자 살자고 도망을 쳐! 비겁한 놈!

봉순 : (약병 들고 씩 웃으며 다가온다) 꽈악 잡고 있어. (약병, 용이 입에 확 들이 부으려 한다)

용이 : (이 앙 당물며 고갯짓하며) 으악~ 대, 대식아...



#8. 의금부 외경 / 의금부 기밀고 / 밤


* 의금부 : 역모죄, 강상죄, 왕족과 사대부에 관한 범죄사건 등을 다루는 왕명특별재판소

죽 늘어선 각종 추국안(추국기록) 자료 보관함들. 그 중에 이원호라고 적혀있는 보관함 봉인되어 있다.

심기원 등록(등불) 고정 해 놓고, 봉인된 보관함 뜯어보면... 가족 기록들.. 증거자료들 보인다.

피로 쓴 혈판장을 꺼내 보는 심기원 슬픈 눈빛으로 들어다 본다. 혈판장, 넘겨보면 피로 쓴 서명.. 이원호를 비롯한 이름들.

심난한 표정으로 혈판장을 덮는 심기원. 다시 보관함 들여다보다, 문득 범발톱 노리개를 발견한다.

범발톱노리개를 들어 만지작거리는 심기원.

플래시 백- 거적때기에 덮여져있는 어린 아이의 시신. 아이 목에 걸린 <범발톱 노리개>가 보인다.

수막 얼굴을 보는 심기원.

심기원 <범발톱 노리개>를 자신의 품에 집어넣는다.



#9. 사천의 처소 / 밤


사천과 무이 긴밀히 얘기 중이다.


사천 : (놀라는) 좌상대감이?

무이 : 예. 13년 전 사건을 다시 들춰 본다는 게 아무래도 뭔가...

사천 : 감시해!

무이 :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사천 : (보면)

무이 : 지난번에 죽이라 했던 그 사내, 아직..살아있다 하옵니다.

사천 : 뭐?

무이 : (얼굴을 들지 못하는) 분명히 죽였는데...

사천 : (한심한 듯 본다) 해치워!

무이 : 예. 이번엔 절대 실수 하지 않겠습니다.



#10. 산속 / 밤


어둠 속, 횃불 밝혀져 있고 길게 늘어선 줄이 희미하게 보인다.

목 빼고 앞쪽 보고 있는 사내들, 옆에 누군가 목탁 두드린다.


공갈 : 나무 아미타려엉~ 관쉐음보소..보소.보소.

사내1 : (돌아보며) 웬 땡중?

공갈 : 어리석고, 우매한 중생들이셔, 어뜨케 극락과 해탈의 경지 한번 느껴 보실라우?

사내2 : 극락? 해탈?


순간, 공갈, 승복을 확 펼쳐 보인다. (마치 바바리맨처럼)

두루마리 안에는 춘화그림부터 별전, 남근모양의 노리개 등등... 쫘악~

순간 사내들 눈 휘둥그레지는... 우와~

<시간경과>

쭈그리고 앉아 돈 세는 공갈과 봉순. 헤벌쭉 하는.


공갈 : (빵빵해진 전대 툭툭 치며, 창고 쪽 보며) 우리도 한판 걸까?

봉순 : (슬쩍 땡기는) 그르까?



#11. 대형 창고 (날파람 도박장) 입구 / 밤


횃불 확 들어 보이면 벽보에 출전 대련자들(자신의 색을 상징하는 두건을 쓴)을 그린 초상화와 색명이 큼직하게 쓰여 있고,

그 벽보 아래에는 각 색(홍, 청, 황, 흑, 녹, 백)을 대표하는 패들 각자 옹기 안에 가득 꽂혀 있다.


봉순 : 그니까, 이 중, 한 놈한테 돈을 걸면 되는 거네? (거의 바닥난 홍패통 보고) 빨간 놈이 우승후본가본데?


봉순 돈을 내고, 냉큼 홍패를 집는다. 공갈도 홍패를 집다가 문득 흑패 초상화를 본다.


공갈 : (갸웃) 가만, 이 쌍판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니?

봉순 : 글쎄? 기생 오랩시 같이 생겼는데 쌈질은 영~

공갈 : (턱에 손가락 괴며) 낯이 익은데?


하는데 일련의 대련자 무리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다. 환호하는 구경꾼들.

맨 마지막에 용이 들어가는 모습 보는 공갈. 헉 놀라며 다시 흑패 초상화로 눈을 돌린다.

공갈, 갑자기 홍패를 내던지고, 흑패를 확- 뽑는다.


봉순 : 어? 그걸 왜 뽑아?

공갈 : (어깨 꽉 잡고 얼굴 바짝~진지한 눈빛) 아부지 믿지?


공갈. 보무도 당당하게 앞서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


봉순 : (쓱 홍패 뽑아 쪽 뽀뽀하며) 너를 더 믿지~~


아부지 부르며 따라 들어가는 봉순.

한심한 듯 웃는 희봉. 뒤에 부하 와 선다.


희봉 : 잡쇠(관군)들 뜰 낌새는 없지?

부하 : 그러믄요. 산 초입에 얘들 쫙 풀어놨으니, 안심 하십시오. 양 포청 부장님들도 단체로다가 경기 보러 오셨는뎁쇼. 뭐.

희봉 : 새끼들. 수금하러 왔구만. 경기 끝나고 좀 찔러 줘.

부하 : 예.

희봉 : 아, 오셨습니까? (시완과 일당들, 그 뒤에 시후 서있다)



#12. 창고(경기장) 내부 / 밤


큰 창고를 개조한 경기장. 가운데는 격투판 설치되어 있고, 철책 둘러져 있다.

희봉의 안내대로 맨 앞줄(일종의 귀빈석)에 시완 일당과 시후 앉는다.

뒷줄에 앉아있는 공갈과 봉순. 봉순 신나서 홍패 흔들고...



#13. 격투판 철책 안 / 밤


둥둥둥- 북소리. 구경꾼들의 우와와~ 터질 듯한 함성 소리.

격투판 한가운데 희봉 서있다.


희봉 :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오늘 날파람 경기를 보기위해 이 자리를 메워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리겄습니다.

         (* 날파람: 주로 주먹으로 공격하며 발, 머리를 사용하기도 하는 조선시대 무술(자막))

         자, 소개해 올리겄습니다. 지난대회 우승자, 홍괴면.


천장, 횃불 밝혀지고, 함거에 들어있는 홍괴면 척 허니 자세 취하고 서 있다. 우레와 같은 박수.


희봉 : 지금부터 다섯 명의 대련 자들의 도전을 차례로 받겠습니다. 자, 여러분은 과연 어느 대련 자에게 돈을 거셨습니까?

         그럼 경기 시작 하겄습니다.


둥둥둥 울리는 북소리. 이윽고 경기시작 알리는 뿔나각 소리.



#14. 시완의 방 앞 / 밤


은채 들어서고 뒤에 섬섬 과일 쟁반 들고 따라 들어온다. 방 불 꺼져있다.

은채, 갸웃하며 나가려는데 걱정스런 얼굴로 들어오는 막쇠와 마주친다.


은채 : 시후오라버니 어딜 간 겐가?

막쇠 : 그, 그게.. 아씨.



#15. 담장 앞 / 밤


말에 올라타는 은채, 섬섬과 막쇠 잡지만, 뿌리치고 이럇~ 세차게 말허리 차는 은채.

은채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발 동동 굴리고 있는 섬섬. 막쇠도 안절부절.


섬섬 : (발 동동 구르며) 아부지. 빨리 쫒아가요.

막쇠 : 이 밤에 산길을? 무서운 디. 그러다 호랭이라도..

섬섬 : (확 째려보면)

막쇠 : (울상 지으며, 하는 수 없다는.. 어둠 속으로 뛰어간다) 아씨~



#16. 산길 / 밤


이럇이럇- 산길 내 달리는 은채.



#17. 격투장 안 / 밤


구경꾼들 우아와~ 쏟아지는 함성소리와 함께 홍괴면의 쉼 없는 주먹과 발길질.

청, 녹색 귀면들 픽픽 쓰러지거나 들 것에 실려 나가고, 항복! 외치며 자신의 패를 드는 색색의 대련자들.

관중석(봉순, 공갈 등)과 교차로. 공갈의 표정 의외로 진지하다.



#18. 격투장 대기실 / 밤


용이 무릎 꿇은 상태로, 격투장 안쪽 들여다보고 있다.


용이 : (잔뜩 걱정스런) 괴물은 괴물이네.


그때 은채 쾅- 문 열리고 헉헉 거리는 숨소리.

주변 돌아보는데, 이미 경기 마친 대련 자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부상자들 사이에 시후가 보이지 않는다.

문득 경기장 보고 있는 용이의 뒷모습 발견하는 은채.


은채 : 오라버니.

용이 : (놀라 돌아보는데 얼굴에 흑괴면 쓴 상태)

은채 : (뛰어와 손 잡아끌며) 가요!

용이 : (놀라 손 빼려 하는데)

은채 : 저들은 전문도박꾼들입니다. 이기기 위해 무슨 짓도 서슴없이 한다 들었습니다. 자칫 죽을 수도 있다 들었습니다.

         (용이 손 꼭 잡으며) 그 분을 구하고자하는 마음은 잘 알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요.

용이 : (그저 가만 지켜보는)

은채 : (두 손을 꽉 부여잡고) 제발 돌아가시어요. 오라버니.

용이 : (잡은 손이 참 따듯하다 생각하는)

막쇠 : (문 열고 헉헉 거리는) 아, 아씨, 시후 도련님. 경기장 안에 계신답니다.


은채, 놀라 용이 휙 돌아보는.. 순간 아차 싶다.

은채 용이 잡은 손 확 뿌리치려는데, 확 잡고 놓지 않는 용이의 손. 씩 웃는 용이.

당황하여 억지로 손 빼는 은채. 용이 뺨을 확 올려붙인다.


은채 : 네 이놈! 무엄하구나.


은채와 용이 마주치는 눈빛. 은채 무안한 듯 확 나가 버린다.

대식 주전부리하며 들어오며 나가는 은채 힐끗 본다.


대식 : 우와~ 곱다. 양반집 규수가 이런 델 다 오냐?

용이 : 오라버니 찾으러 왔댄다. 누군지.. 그 오라버니, 차암~ 부럽다.



#19. 경기장 밖 / 밤


은채와 막쇠 들어가려 하고 부하들 막아서서 들여보내지 않는다.


희봉 : 글쎄, 아씨 같은 분이 들어갈 데가 아니라니까요.

은채 : 이놈들 비키거라. 내 오라버니들이 안에 있다 하질 않느냐.

희봉 : 아, 글쎄. 들여보냈다가 대감마님한테 저 혼쭐납니다. 어여 돌아가십쇼.

         (얼굴 내밀며) 자, 마지막 경기다. 나와!

용이 : (손목대, 가죽발대 등 찬다)

대식 : 용아, 무조건 선빵! 알지? 선빵?



#20. 대형 창고 / 경기장 / 밤


격투판 위, 대치하고 있는 홍괴면과 흑괴면의 용이.


용이 : (혼잣말로 다짐하듯) 용아. 겁먹지 마. 이길 수 있어.


용이 마치 태껸처럼 팔다리를 좌우로 흔들고 기막힌 듯 쳐다보는 홍괴면.

용이의 우스꽝스런 행각에 폭소 터트리는 관객들.

어느새 홍괴면 용이 잡으러 다니고,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피하는 용이.

철책 위로 폴짝 뛰어 오르는 용이 순간 뛰어내리면서 날리는 발차기.

순간 발목 보호대의 징이 홍괴면의 이마에 박히고 휘청하는 홍괴면.

이번엔 홍괴면의 머리에 박치기를 시도하는 용이. 순간 홍괴면의 이마에서 주르륵 흐르는 피.


홍괴면 : (피보고 흥분해) 너 이 새끼 죽었어.


와락 덤벼드는 홍괴면 결국 홍괴면에게 잡히고 마는 용이 홍괴면의 발길질에 퍽 피가 솟구치는 용이의 얼굴.

용이 다시 정신 가다듬으나 홍괴면 주먹으로 용이를 내리 치려하고, 헉 놀래 눈 찔끔 감는 용이.

차마 눈을 감아버리는 대식.

주먹을 확 내리치던 홍괴면의 손, 갑자기 용이가 아닌 자신의 엉덩이로 향하며 흡~

살았다 싶은 용이 씨익~ 웃는. 동시에 공갈도 씨익 웃는...



#21. 플래시 컷 - 저자 공터 / 낮


용이 공갈에게 붙들려 있고 봉순이 용이 입 벌려 억지로 약병 든 약 털어 넣을 태세인데..

몸부림치던 용이, 문득 생각난 듯.


용이 : 가만... 이거 먹고 너도, 울 아부지도 피똥 쌌다. 그거지?

봉순 : 엉?

용이 : 그거 나한테 팔아라.

공갈 : (잡고 있다가 냉큼) 살려구? 그러엄. 이게 정력엔 아무 효과 없어도, 설사 하난 즉빵이다. (히죽 웃으며) 한 방에 쫙쫙~



#22. 플래시 컷 - 쇠돌네 정지 / 낮


주먹밥 만드는 용이. 그 안에 빻은 환약가루 집어넣으며 씩 웃는...



#23. 플래시 컷 - 도박장 (날파람 경기장) 대기실 / 밤


홍괴면 기세등등하게 나무의자에 앉아있다.

용이, 주먹밥 들고, 홍괴면에게 실실거리며 다가간다.


용이 : (보자기 풀며) 야참 좀 싸 왔는디 드셔보실 랍니까? 이따, 좀 살살...


홍괴면. 틱 보더니 주먹밥 한 입에 털어 넣고 오물오물 씹어 먹는다.



#24. 격투판 / 밤


홍괴면 다시 주먹 들어 용이 막 때리려는데 또 흡~ 뒤를 막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용이가 이마로 박치기. 정신없는 와중에 흡- ... 주저앉는 홍괴면.


희봉 : (철책 밖에서) 야, 야 임마. 일어나...어여..창피하게..

홍괴면 : (울상 지으며) 그, 그게... (엉거주춤 일어나다) 흡~ (뭔가 긴장을 놓는 듯한) 으~


홍괴면의 바지, 어느새 똥색으로 번져 있고. 사람들 인상 찌푸리고,

홍괴면 결국 홍패 들어 항복! 부끄러운 지 어울리지 않게 두 손으로 얼굴 가리고 후다닥 뛰어 나간다.

기뻐서 폴짝거리는 용이..

봉순, 에이씨 홍패 내던지는데 공갈 흐뭇한 표정.



#25. 경기장 뒤 / 밤


덕팔 인상 쓰며 엉거주춤 걸어오면, 시완과 한수 서 있다.


시완 : 수고 했다. 져 주느라. (돈주머니 주면)

덕팔 : (탈진된 표정으로 챙긴다)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 흡!


엉덩이에 손 대고 후다닥 뛰어가는 덕팔, 동시에 시완, 한수 코 틀어막는.


한수 : 뭐야? 진짜 설사야?

시완 : 들어가자. 이제부터가 진짜 경기야.



#26. 포청 / 담장 밖 / 밤


쇠돌 면회 끝내고 심난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 걱두와 흥견.


걱두 : 지 애빈 손모가지가 잘려나갈 판인데, 도박질을 하러 가?

흥견 : 아버지, 그게 아니라... 용이가 돈이 좀 필요해서요... (순간 멈추는.. 둘 앞에 단이 화난 얼굴로 서 있다)

단이 : 도박? 이 판국에 도박질을 해? 어디냐? 흥견이 너, 앞장 서!

흥견, 걱두 : (난감한)



#27. 격투판 / 철책 안 / 밤


흑괴면의 용이 기뻐서 펄펄 뛰고 있다.

희봉 격투판 한가운데 다시 서 있다.


희봉 :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시완 보며) 오늘은 특별히 즉석 도전자를 받아볼까요?

용이 : 엥? 말도 안 돼. 그런 게 어딨어요.

희봉 : 시끄러! 확~ 자, 이번 경기는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는 게 아니라, 여기 이 시루가 다 떨어지기 전에

         패를 들게 해 항복을 받아 내야만 이기는 걸로 하겠습니다. 안 그러면 둘 다 지는 겁니다.

용이 : 아놔! 그런 게 어딨어, 우씨.

희봉 : (눈 부라리며) 그런 게 여깄거덩.


구경꾼들 도전! 도전! 도전! 함성 쏟아지고.


희봉 : 자, 그럼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버티기 한판! 새로 떠오른 신성, 우승자 흑괴면에게 도전하실 분!


구경꾼들 웅성웅성 거리고...

희봉 들어와 자리에 착석하는 시완과 눈 마주치면, 시완 씩 웃는다.


희봉 : 자, 도전자 없으십니까? 셋 셀 때까지 도전자가 안 나타나면 오늘의 판돈은 흑패에게 돌아갑니다. 하나, 둘...

용이 : (긴장하며 주위 돌아보며 눈을 꼭 감는다)

시후 : 잠깐!


사람들 일제히 보면,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시후 일어선다.

구경꾼들 우와 함성~ 지르고, 시완, 씩 웃는다.

이윽고 격투판 위로 올라가는 시후. 객석 함성소리 쏟아진다.

시후가 원망스런 용이. 용이와 시후, 팽팽한 눈빛.


용이 : 덤벼! (시후 위 아래로 훑어보며) 부실하네. 뭐.


그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웃옷을 휙 벗어던지는 시후. 단단하게 단련된 근육질의 몸매다.

순간 확 쫄아 붙는 용이.



#28. 거리 / 밤


전속력으로 뛰어오는 말발굽. 무이 등, 사천 부하들이다.



#29. 격투판 / 밤


북소리와 함께 뿔나각 소리 울리고.

선제공격하는 흑괴면 용이. 시후, 잽싸게 용이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계속 이어지는 시후의 주먹질과 발길질. 쿵 넘어지는 용이.

시후, 손 뻗어 용이 일으켜 세우려는데 용이 이마로 시후 얼굴 받는다.

이번엔 시후가 바닥에 쿵 떨어지는데, 얼굴에서 피가 흐른다.

손, 발 등을 이용해 시후를 계속해서 공격하는 용이.

시후, 갑자기 용이를 붙잡더니 손 싸개를 휙 잡아 뜯고, 발대도 풀어 버린다.

구경꾼들의 야유 쏟아진다.

시후의 공격에 속수무책인 용이. 용이, 눈으로 피가 흘러, 앞이 뿌해지며 자꾸만 눈이 감긴다.

시후의 주먹과 발길이 용이의 턱을 갈기고 계속 얻어터지던 용이 플래시 컷.

- 매화나무 아래 즐거이 노는 가족.

- 검 날에 휙- 쓰러지는 이원호의 뒷모습.

- 사지 묶이는 이원호, 귀 막고 도망치는 겸이

고개 흔들다 바닥에 쿵~ 떨어지는 용이. 숨 헉헉 거리며 고개 돌리면,

철책 밖에서 보고 있는 시완. 씩 웃으며 손목 자르는 시늉 한다.

시루 안에 담긴 모래 뚝뚝 떨어지고. 흥분하며 열광하는 구경꾼들, 항복! 항복!을 외친다.

쓰러져 있는 용이, 계속 공격하는 시후. 두 사람 모두 얼굴이 피투성이다.

안타까이 보고 있는 공갈과 봉순.

반면, 즐거운 듯 보고 있는 시완과 한수.


시완 : 어떠냐? 투견보다 훨 재미나지?

한수 : 헌데 누가 이겨도, 그 애비 놈 풀어줘야 되잖아?

시완 : (씨익 웃으며) 내가 그리 둘 것 같니?

희봉 : (들어와 귓속말로 뭐라고 한다)

시완 : (놀라는)



#30. 격투장 앞 / 밤


시완 나오면 그 앞에 은채 희봉 부하들과 실랑이 벌이고 서 있다.


시완 : 니가 여긴...?

은채 : (시완 노려본다)

시완 : 시후 놈 걱정 되서 예까지 달려 온 것이더냐? 아주 끔찍한 남매 사이로구나.

은채 : 대체 언제까지 시후 오라버니를 괴롭힐 참입니까?

시완 : 반쪽짜리 피가 그리도 끈끈하드냐? 돌아가거라. 봐야 니 맘만 상할 것이니..

은채 :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오라버니! 오라버니!


그때 은채 옆 지나치는 단이와 흥견. 걱정스레 시완 들어간 문 쪽 바라보는 은채.

흥견과 단이 부하들 앞 가로막힌 채 실랑이 중이다.

억지로 들어가려는 단이.


부하 : (단이 확 밀치는) 아, 글쎄. 못 들어간다니까!

흥견 : (열 받아) 이봐요. 참가자 가족이란 말 못 들었어? 들어가게 해 달라구!

부하 : 근데 이 자식이. 귓때길 삶아묵었나. 경기 시작하면 아무도 못 들어가! 저리 안 꺼져!

         (희봉과 부하들 멱살잡이하는데...그 틈에 안으로 쑥 들어가 버리는 단이)

부하 : (놀라 돌아보며) 어, 어? 저, 저 여편네가.. 어이! 아짐! 아짐!

         (그러나 이미 안으로 들어가 버린 단이 후다닥 잡으러 들어가는)



#31. 좌포청 옥사 앞 / 밤


쇠돌 쭈그리고 앉아 있는데, 옥문 열린다.


군관 : 나와!

쇠돌 : 예? (좋아라하는 표정) 푸, 풀어주는거시여라?



#32. 격투장 안 / 밤


사람들 틈에 끼어 두리번거리는 단이, 순간 우~ 함성 소리에 놀라는.

두리번거리다 사람들 뚫고 문득 철책 쪽 바라본다. 뭔가? 하고 보다가 헉- 놀라는 단이.

용이에게 미친 듯 주먹질을 해대는 시후.

철책으로 다가오는 단이. 꺽꺽 거리며 철책 잡는 단이.


단이 : 아가... 아가...니가 왜.. 니가 여길 왜...


시후, 문득 단이와 눈이 마주친다. 놀라는 시후.

단이 결국 고개 돌리고, 꺽꺽 운다.

시후 한 눈 파는 틈에 용이 공격한다. 다시 용이에게 얻어터지는 시후.

단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계속 해서 얻어터지는 시후. 쏟아지는 눈물, 단이 철책 아래로 주저앉는다.

시후, 공격하지 않고 꼼짝 않고 단이 본다. 용이 헉헉 숨 몰아쉬고.

너부러져 있는 시후 고개 돌려 단이 보며.


시후 : (혼잣말) 아시겠습니까? 당신이 귀하게 살라 했던 그 아들. 지금 어찌 사는 지... 아시겠습니까?

단이 : (철책을 흔들며 울부짖는다) 그, 그만 해. 그만하라구!


놀라 돌아보는 용이, 어, 엄니...

희봉 부하 무리에게 끌려가는 단이.

플래시 - 끌려가는 한씨부인.

용이 휘청한다. 그 틈에 시후, 용이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희봉 부하들에게 질질 끌려 나가다 격투판 쪽 돌아보는 단이. 이번엔 용이 보이는.

시후에게 얻어터지는 용이.


단이 : 요...용아...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두 아들 번갈아 지켜보는 단이, 가슴 무너진다.


단이 : (흐느끼며) 니들이 왜...제발.. 제발 그만...


용이, 한 대 얻어터질 때마다, 순간순간 스치는 과거의 기억들.

플래시컷

- 자기 앞에서 죽어가는 수막의 모습.

- 용제에게 붙잡힌 봉순의 공포의 얼굴

- 한씨부인에게 돌 던지는 겸이. 이마에 피를 흘리는 한씨부인의 모습.

휘청거리는 용이, 떠오르는 기억들이 혼란스러운 듯 머리를 감싸 쥔다.

봉순, 두 주먹 꽉 쥐고 눈 꾹 감는.. (어릴 때처럼) 가슴 아프게 보는 공갈.



#33. 좌포청 / 동헌 / 새벽


쇠돌, 형틀에 묶기 시작한다. 손목 부들부들 떨고 있고, 집장사령, 작두준비 하고 있다.


쇠돌 : 아.. 아이고... (잔뜩 공포어린) 사, 사,... 살려 주쇼...



#34. 날파람 격투장 / 밤


바닥에 널브러져 숨 꺽꺽... 대는 용이.


시후 : (멱살 잡으며) 들어!

용이 : 싫어!

시후 : (미친 듯 얼굴 패기 시작한다) 패, 들란 말야!

용이 : 싫어!

시후 : (낮지만 간절한) 항복하지 않음 죽여 버릴 거야.

용이 : (소리 지르는) 차라리 죽여!

시후 : (이 악문다) 제발! 제발! 항복해!

용이 : (강한 도리질) 안 돼! 못해! 울 아부지 손목이 잘린다구!

시후 : (일순, 주먹질 멈추는) 뭐?


시후, 손 바들바들 떨며 용이 얼굴에 쓴 흑괴면 확~ 벗기는데...

형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퉁퉁 부은 피투성이 용이 얼굴 드러난다.


시후 : (목소리 떨리는) 너... 니가...용이냐?

용이 : 헉.. 헉...날... (거친 숨 몰아쉬며) 아오?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시후. 숨 헐떡이며 그런 시후 의아하게 보는 용이.

이윽고 자신의 백패를 드는 시후. 동시에 시루 속 모래 마지막 한 방울 뚝 떨어진다.

어안 벙벙한 객석, 야유 쏟아지고...

시후의 갑작스런 항복에 멍한 표정 짓는 용이.


시후 : (낮고 건조한) 뭘 꾸물거려. 어서 가!



#35. 격투장 밖 / 밤


패 바닥에 휙- 집어 던지는 등.. 투덜거리며 돌아가는 사람들..

입구 쪽, (선수들 초상화와 패 항아리 놓여 있던 장소) 눈 퉁퉁 부은 채 헉헉거리고 서 있는 용이.

허리에 찬 자루 빼, 탈탈 털며 희봉에게 내 준다.

못마땅한 표정의 희봉, 돈 세어 용이 자루에 넣어준다.


희봉 : 옛다~ 먹고 떨어져라.


돈 자루 받자마자, 사람들 사이 헤치며 시완 찾는 용이.

사람들 틈에서 시후 찾느라, 뛰어 다니는 은채.

구경꾼들 헤치며, 시완 찾는 용이와 시후를 찾는 은채. 서로 스치는...

순간 용이 은채를 알아보고 멈칫... 하지만, 은채, 무심히 지나친다.


대식 : (용이 어깨 툭 치며) 그 재수탱 도령? 경기 끝나자마자, 토끼던데?

용이 : 갔어? 돈도 안 받고? (뭔가 불안한) 먼저 내려갈게.


정신없이 뛰어 내려가는 용이. 대식 눈 끔뻑이며 본다.



#36. 격투판 / 새벽


텅 빈 격투장 안. 격투판 한가운데 시후 큰 대자로 누워 있다.

문 앞에 서서 시후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단이.

뛰어 들어오는 은채, 격투판 위, 시후 발견하고 올라온다.


은채 : 오라버니, 오라버니. 괜찮으십니까...


소매 속에서 손수건 꺼내 이마에 흐르는 피 닦아주려 하는데.. 확~ 뿌리치는 시후, 힘겹게 일어나 간다.

그런 시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은채.



#37. 격투장 앞 / 새벽


입구 문에 등 대고 서 있는 단이, 시후 나오자...


단이 : 도련님...

시후 : (멈칫)

단이 : (꾸짖듯 단호하게) 사대부 자제분께서...어찌 이런 데서...


시후, 눈길조차 주지않고 지나쳐 가버리고, 그런 시후 반응에 단이 가슴 무너져 내리는...



#38. 산길 / 새벽


미친 듯 뛰어 내려가다 갑자기 어지러운 듯 휘청 거리는 용이.

파팍- 스치는 과거의 기억들. 무너지듯 털썩 주저앉는.


용이 : (고통스러운 듯 머리 감싸며) 뭐지? 대체 뭐야?


정신 차리려는 듯 강하게 도리질 치며 고개 드는데,

눈앞에 어른거리는 검은 실루엣들. 무이와 부하들이다.


용이 : (헉-) 뭐, 뭐야! (강도다 싶어, 돈 자루부터 꽉 움켜쥐는)

무이 : 용케 살아났구나.

용이 : (순간 무이 알아보는) 다, 당신!


용이, 다시 어지러운 듯 손을 땅에 짚는다.

다가오는 부하들. 순간 손에 잡은 흙을 확 뿌리고, 달아난다. (반대쪽, 산 위쪽을 향해 뛰는)

부하들 용이 뒤쫓으려는데, 무이가 손으로 제어한다.


무이 : 내 실수였으니, 내가 처리하고 오마.



#39. 숲속 / 새벽


도망치는 용이, 말 타고 쫒아오는 무이. 두 사람 사이 점점 가까워지고,

용이를 향해 창! 내리 찍는 무이. 넘어지며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용이. 그 와중에 놓쳐버리는 돈 자루.

무이 손에서 휙 나가는 채찍~, 마치 뱀처럼 용이 몸을 휘감는다.

채찍에 몸이 감긴 용이, 얼결에, 바닥에 박힌 무이의 창 들어 집어 던지는데, 하필 무이의 말, 발등 찍어 버린다.

고통스러움에 미친 듯 펄쩍펄쩍 뛰는 무이의 말.

채찍을 손에 감은 채, 정신없이 흔들리는 무이. 말을 세우려하지만 이미 말은 고통에 통제력을 잃은 상태다.

내달리는 말. 무이 손에 들린 채찍에 감겨 질질 끌려가는 용이.



#40. 벼랑 앞 / 새벽


벼랑을 향해 뛰어오는 말. 무이, 온 힘을 다해 고삐를 쥐지만....

절체절명의 위기, 벼랑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춰서는 말.

동시에 반동으로 무이, 몸에 균형을 잃으며 공중 위로 붕~ 뜨더니 이내 벼랑 아래로 추락한다.

동시에 무이 손에 감긴 채찍, 동시에 용이 몸도, 무이의 무게에 의해 드르륵 딸려 내려간다.

벼랑 아래로 끌려가면서 반사적으로 옆에 있는 나무를 꽈악~ 붙잡는 용이. 가까스로 버텨내고...

죽을힘을 다해 북북 기어, 나무에 한 바퀴 몸을 돌리자, 채찍이 나무에 감긴 형태가 된다.

후~ 안도의 한숨 내쉬는 용이.



#41. 벼랑 아래 / 새벽


채찍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무이. 아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다.

절망적인 무이의 표정, 그때 얼굴 삐쭉 내미는 용이.


용이 : (퉁퉁 부은 얼굴...헉헉 거리며) 꼴 조오타~ 별 것도 아닌 게 까불고 있어. 헉, 헉...


두리번거리던 용이 돌 집어 들어 다른 돌에 대고 확 내리친다.

깨진 돌조각, 날카로운 돌날로 무이 몸 지탱중인 채찍 확 자르려는 포즈.


용이 : 말해! 왜 날 못 죽여 안달인데. 엉?

무이 : (본다)

용이 : 어쭈~ 화악~! (당장 돌칼 줄에 찍으려는 듯한...)

무이 : (체념한 듯) 네가 이원호의 아들일지 몰라서다.

용이 : (소리 꽥 지르는) 아놔! 또! 또! 아니라니까! 아니라고요오~~ 귀 때길 삶아 묵었나!

무이 : 난, 그저 명령에 따를 뿐이다.

용이 : 아이고오~ 곧 뒤져도 쎈 척은.. 어이, 바지에 오줌 쌌지?


그때, 용이 몸을 지탱해주던 나무 뿌지직 부러지려 하고 화들짝 놀란 용이, 후다닥 손 뻗는다.

놀라보는 무이.


용이 : 얼렁, 얼렁~

무이 : 난 널 죽이려 했다. 헌데 왜?

용이 : (돌아보면 나무 뿌지직-) 아놔! 시간 없어, 얼렁 잡어.

무이 : 날 살려주면, 난 널 죽일 것이다.

용이 : (확 짜증) 아이씨~ 그럼 걍~ 떨어져 뒤지든가~


하고 손 쓱 올리려는데, 당황한 무이 용이 손잡는다.

씩 웃는 용이. 무이 손잡고 올려준다.



#42. 벼랑 위 / 새벽


나무 계속 힘 지탱하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무이 용이 손을 의지하고 힘겹게 올라온다.

비로소 툭 부러지는 나무... 놀라는 무이. 용이 본다.

벌러덩 누운 채, 헉헉 숨 몰아쉬는 용이와 무이.

순간 용이 뭔가 생각 난 듯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가만 내 돈주머니가? 어딨더라... 찾는...


무이 : (용이 뒤통수에 대고 진지하게) 니 말이 맞다. 니가 겸이였다면, 날 살려주지 않았겠지.

용이 : (건성으로 들으며 계속 돈 찾느라 정신없다가 씩씩 거리며) 근데, 살려준 거, 슬슬 후회하기 시작했거든.

         (휙 돌며 꽥!~) 찾아내~ 내 도오온~~~!!!


소리 지르며 달려드는 순간, 무이 잽싼 동작으로 품에서 단도 꺼내 용이에게 휘익~ 휘두르는..

헉 놀라는 용이. 그러나 잘려 나간 건 용이의 머리카락 한 줌~


용이 : (확 쫄았다)

무이 : 날 살려서가 아니라, 겸이가 아니라, 살려 주는 거다.

용이 : 그럼 곱게~ 살려주든가. (머리 만지며) 아놔! 모냥 빠지게.... (다시 돌아 돈 찾으며) 아, 그나저나 당췌 내 돈은 어딨는...


달려오는 무이 부하들. 당황하는 무이, 가볍게 용이 뒷목 휙- 내리치면 푹 고꾸라지는 용이...

부하들 말에서 내려, 무이 앞에 선다.


무이 : 가자. 해치웠다.


무이 부하 말에 함께 올라타고 앞장 서 가면, 다른 부하 용이를 발로 툭~ 차 버린다.

힘없이 언덕 아래로 구르는 용이의 몸. 그 와중에 정신 차리지만.. 계속 아래로 구르는 용이의 몸.

구르던 용이의 몸이 나무에 퉁- 부딪히고 튕겨져 떨어지다 돌에 머리가 퍽- 이윽고 멈춰지는 용이의 몸.

죽은 듯 꼼짝 않는 용이. 머리에서 피 흐른다.



#43. 좌포청. 동헌 마당 / 낮


사령 작두를 쳐들고 확 내리치고, 으아아~ 비명 지르는 쇠돌.



#44. 인근 하산길 / 낮


헤죽헤죽~ 싱글벙글~ 산길 내려오는 공갈, 봉순이 뛰어와서 공갈의 허리춤 확 잡는다.


봉순 : 이리 내!

공갈 : (손등을 탁~ 치며) 예끼 이 년아 어딜 만져? 내가 딴 돈이여.

봉순 : 칫! (뒤돌아 휙 가는)

공갈 : 삐졌냐? (졸졸 따라가며) 까짓 거, 댕기 하나 사주께. (고개 돌려 궁시렁궁시렁) 꼴에 기집애라고 삐지기는....


궁시렁대는 틈에, 봉순, 공갈 허리를 향해 몸을 날리지만, 공갈은 날렵하게 쉭- 피하고 봉순 땅바닥에 얼굴 처박는다.

봉순 일어나려는데 바닥에 떨어진 돈 보이고 그 옆에 자루있다.


봉순 : 도! 도, 도, 돈!~


봉순, 다다다~ 기어 돈 자루에 막 손 뻗는 순간, 먼저 밟는 묵직한 발.

봉순 쓱 올려다보면 공갈, 승리에 찬 표정.


봉순 : 우씨~ 비켜! 내가 먼저 봤어!

공갈 : 먼저 밟은 사람이 임자지~

봉순 : 좋아! 그럼 반띵!

공갈 : (해죽~) 어림 반띵 없는 소리!


벌떡 일어나, 돈 자루를 뺏으려는 봉순과 고수하려는 공갈의 합!

순간 하늘 위로 솟구치는 돈 자루. 공중위에서 흩뿌려지는 엽전들.



#45. 언덕 아래 (용이 쓰러져있는 장소) / 낮


봉순, 공갈 동시에 언덕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 사방에 흩어진 엽전들을 경쟁적으로 줍기 시작하는데...

봉순 땅에 코 박고 엽전 줍다 문득 코 앞에 엎드린 채 쓰러져 있는 용이 발견한다.


봉순 : (공갈 흘겨보며) 술 쳐 먹고 산에 자빠져 자는 인간 또 있네.

         (돈 찾으며) 아 배때기 좀 들어 봐. (응차, 철푸덕 뒤집는데 용이다) (헉-) 가, 강도 당했나봐.

공갈 : (뛰어와 들여다보며) 어? 이 총각.. 아까 그.... 어이, 흑패! 흑패!


맥 집어보더니, 급히 용이 수풀바닥에 반듯이 눕히는 공갈 활인혈도법으로 용이 머리 지혈 시키고, 다시 한 번 혈도를 잡아주자,

힘겹게 눈 뜨는 용이. 머리 감싸며 일어난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용이.


용이 : 돈. 내 돈 못 봤어요?


벌떡 일어나 주변 수풀 뒤지면서 올라가는 용이.

서로 툭툭 치면서 슬금슬금 뒷걸음치는 공갈.


공갈 : (오바하며) 에라 이놈아, 실컷 살려놨더니 인사도 안하냐!

         하이튼 요새 것들은 버르장머리가 없어요. 놈의 자슥이나.. 내 자슥이나. (하며 봉순 쓱 흘긴다)



#46. 사천의 처소 / 낮


탁자 위에 올려지는 용이의 머리카락 뭉치.


사천 : (본다)

무이 : 처리했습니다만, 이원호의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사천 : 수고했다.

무이 : 하오나 아무 죄도 없는...


갑자기 사천 확 때리고, 무이 쿵 떨어진다. 벌떡 일어나 자세 바로 하고 앉는 무이.


사천 : (낮고 건조한) 무사에게 동정심은 뭐라 했니?

무이 : 파멸, 곧 죽음이라 하셨습니다.

사천 : 뜨거워지지 마라. 우리 심장은 오래 전 그 분께 바쳤다.

무이 : (...) 명심하겠습니다.



#47. 인근 하산길 / 낮


바닥에 퍼질러 앉아 돈 세는 봉순.

용이의 절규 멀리 들린다. ‘내돈~~~’


봉순 : 이백구십 삼? 사? (확 짜증) 아, 저 시끼. 헛갈리게... 소린 지르고 지랄이랴,

         가 조용히 좀 하라 그래. (마지막 엽전 자루에 툭 집어넣고)

공갈 : (엽전 한번 보고) 저거저거, 저러다 벼랑에서 뛰어내리 것는디? 너 돈 잃고 환장한 사람 본 적 없지?

봉순 : 정말 뛰어내릴까? (불쌍한 듯 절벽 보고 돈 자루 보고 망설이는 듯) 아부지..

공갈 : (크게 고개 끄덕이며 봉순 손 덥석 잡는다) 그렇지. 역시 내가 널 바르게 키웠어.

봉순 : (뻔뻔하게 돌변) 사람 그리 쉽게 안 죽어.

공갈 : (순간 어이없다가) 그렇지이~ 역시 내가 널 강하게 키웠어.


봉순, 공갈, 동시에 후다닥 도망친다.



#48. 좌포청 담장 앞 / 낮


헉헉 뛰어오는 용이. 단이가 쇠돌 부축하고 막 나오는 중이고, 걱두와 흥견이도 기다리고 서 있다.

단이, 용이 화난 표정으로 노려본다.

움찔하는 용이. 시선 쇠돌 손 쪽으로 가면, 오른쪽 손 안 보인다.


용이 : (절망스러운) 아부지.

쇠돌 : 용아! (순간 소매에서 손을 쑥 빼며) 애비~ 놀랐제?

용이 : 아, 아부지? (쇠돌 와락 껴안으며 안도의 한숨 내쉰다. 문득!) 호, 혹시 발모가지? 응?


무슨 말인가 눈 끔뻑이는 쇠돌, 입 다문 채 씨익 웃는...



#49. 플레쉬 백 - 과거 / 좌포청 동헌 / 낮


으아악 소리 지른 쇠돌. 내리치는 작두.


변식e : 어이, 잠깐~~!


쇠돌 손목 바로 위에서 작두 멈춰지고... 일동 시선 돌리면 변식과 시완 서있다.


변식 : (심드렁하게) 봐 주지 뭐.

일동 : (놀라는)

시완 : 안됩니다. 저 놈이 소자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요.

변식 : 알았어알았어. 내, 우리 시완이 분해서 그냥 보내긴 섭섭하고

쇠돌 : (헉~ 긴장하는)

변식 : 나 또한 무지몽매한 백성들에게 반상의 도를 가르쳐야 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종사관과 시완에게 낮은 목소리로 뭐라 한다)

시완 : 싫습니다. 소자에겐 저 놈 손모가지가 필요합니다.

변식 : (달래듯) 대신 네가 직접 하믄 될 거 아니냐. (입으로는 웃지만, 눈으로는 시완에게 눈 부라리는)

시완 : (그새 기 팍 죽어) 아버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시완, 고문 도구 중, 집게 골라 들더니 쇠돌에게 다가온다.


쇠돌 : (헉 놀라며) 왜, 왜. 왜라... 우짤랄고..우짤라고...

시완 : (사악하게 미소 지으며) 이놈의 주둥일 쫘악~ 벌리어라.


사령들 달려들어 쇠돌 입 억지로 벌리면, 시완 쇠돌 입에 집게 가져가고..

아악~ 비명 지르는 쇠돌..



#50. 좌포청 담장 앞 / 낮


씨익 웃는 쇠돌, 용이를 향해 해죽 웃으면 앞니 하나가 없다.


쇠돌 : (밝게) 아따~ 인물 완전 베려 부렀지야. 이나 평~생 낯짝 하나 밀고 살았는디... 인자 어찐다냐?

용이 : 아부지..

쇠돌 : 오메, 근디 네 눔 낯짝은 왜 그랴? 어서 또 쥐터지고 온겨? 이번엔 또 언놈이여!

         가! 내 가서 확~ 그 놈의 손모가지를 물어뜯어불랑... (자기 손목 물어 뜨는 시늉하다가, 휑한 앞니..급 풀 죽은..한숨)

단이 : 어서 가요.



#51. 객점 공사장 / 낮


공사 중단 된 상태로 거지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누워 자는... 퍼질러 앉아 깡통밥 먹고 있는... 옷 벗어 이 잡고 있는 거지 등등...

종복, 대동하고 오는 변식 한심한 듯 본다. 목수장 뛰어와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서 있다.


변식 : (한심한) 이 거지새끼들은 뭐냐?

목수장 : 그게, 아씨께서 데리고 와서, 일감을 주라셔서..

변식 : 은채가? 아니, 조선 최고의 호화객점을 짓는 사업에. 이따구 거지 시끼들을 인부로 써? 쯧쯧.. 꾸질하게시리.

         당장 쫒아내! (호들갑) 당장! 당장! 당장!

목수장 : (겁은 먹었으나) 하오나.. 저.. 자기들 걷어준 아씨 은혜에 보답한다고 밤낮 없이 몸 안 사리고 일했습니다요..

변식 : (버럭) 그런 놈들이 저러고 자빠져 있어?

목수장 : 그게 또 저.. 아씨께서 일을 중단하라셔서...

변식 : (더 버럭) 아씨 말은 말이고 내 말은 똥개 새끼냐? (발로 툭툭 차며) 요, 요 꼬락서니들.. 당장 꺼져! 확~ 얼릉!

은채e : 아버님.

변식 : (돌아보면 지친 표정의 은채와 막쇠 서 있다. 급 방긋~) 오우~ 그래, 우리 은채 왔구나. 종일 어딜 갔던 게냐?

은채 : 어찌 되었사옵니까?

변식 : 그 놈 손목은 무사하다.

은채 : (한숨 내쉬며) 고맙습니다. 시후 오라버니도 아버님께 고마워 할 것입니다.

변식 : (혀 끌끌 차며) 그것도 지, 오라비라고 끔찍이도 챙겨요.

은채 : 또한 아버님의 자식입니다.

변식 : 암튼 너만 믿고 간다. 완공일 차질 없이 맞추고... (돌아서다 생각난 듯) 참, 육촌누이네. 살데 없다고 하도 징징 거려서,

         집 한 채 내주기로 했다. 오래 비워둔 집이니, 이따 목수장 데리고 가 좀 봐주고.

은채 : 예.



#52. 변식 집 / 시후의 처소 마루 / 낮


시후, 마루 기둥에 등 대고 앉아있는데 막쇠, 약촛물 가지고 들어온다.

막쇠, 걸터앉아 시후 상처에 발라 주려는데...


시후 : (치우며) 됐다. (순간 욱- 어깨에 통증 느끼는)

막쇠 : (어깨 들여다보면 퉁퉁 부어있다) 시상에나... 찜질 좀 해 드리까요?

시후 : (단호한) 됐대도.

막쇠 : 은채 아씨가 걱정이 많으세요. 참... 쇠돌이는 무사합니다요.

시후 : (안도하는 표정)

막쇠 : 괜허니 용이랑 쌈박질했어요. 은채 아씨가 이미 손 다 써 놓은 모양이든 디.

시후 : (무슨 말인가 보면)

막쇠 : 쇠돌이 손모가지 짜르면, 객점 짓는 일 그만 두고 대감님 장부관리도 안하겠다고... 암튼 우리 아씨 배포 하난.

시후 : 은채가? (하다 벌떡 일어나 선다. 변식처 들어온다)

변식처 : (얼굴에 난 상처 보며 한심한 듯) 장 안에 소문이 자자 하더구나. 병참대감댁 자제가 도박격투를 다 한다고.

시후 : (흠칫-)

변식처 : 설마 우리 시완이가 그 따위 천한 짓을 했을 린 없고.. 아마 어느 놈이 작정하고 우리 집 망신을 시키려는 게지.

            (휙 돌아서 간다)

시후 : (서늘한..)



#53. 쇠돌 집 부근 당산나무 앞 / 낮


단이에게 기대 어린양피우며 좋아라~ 걸어가는 쇠돌과 단이 뒷모습.

용이, 두 사람 보다가 당산나무 앞에 주저앉는다.

플래시

- 검 날에 휙- 쓰러지는 이원호의 뒷모습.

- 이마에 피를 흘리는 한씨부인의 모습.


용이 : 대체.. 뭐지? (고개 갸우뚱 하는데)

심기원e : 자네 아비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얘기해 주려는 것일세...


용이, 벌떡 일어난다.



#54. 심기원의 사랑방 / 밤


범발톱 노리개를 만지작거리며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심기원.


종복e : 대감마님~ 그 자가 찾아왔습니다.

심기원 : (놀라는)


점핑.

심기원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용이. 좌탁 위에 올려진 범발톱노리개 바라보는 용이.


용이 : (놀란 듯) 이거..

심기원 : 알아보겠는가?

용이 : 제가 누굽니까?

심기원 : (놀라 용이 바라보는)

용이 : 어릴 적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데 요새 자꾸 이상한 것들이 떠오릅니다. 제가 누굽니까?

심기원 : (다 이해된다는 듯 고개 끄덕) 휴.. 뭣부터 말을 꺼내야 좋을지. 자네 이름은 이 겸이네. 자네 부친은 살해됐네.

            나도 최근에야 안 사실이네.

용이 : (놀라) 살해되다니요. 누구한테요?

심기원 : (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그게 어떤 모임인데..

종복e : (다급한 목소리) 대, 대감마님. 큰일 났습니다. (우당탕- 사랑채 중문이 열리는 소리와 소란스러운..) 왜, 왜들 이러....

종사관e : 네 이놈 비키거라! (바로 방문 앞에 서서) 대역죄인, 심기원은 어명을 받으라.

심기원 : (다급하게 주위 보다가) 어서 숨게.


병풍 뒤로 숨는 용이.

동시에 사랑채 문 확 열어젖히는 종 5품 의금부 도사, 강민학이다.



#55. 심기원 집 사랑채 마당 / 밤


심기원, 의금부 관원들에게 포박되어 무릎 꿇려 당당하게 소리 지르고 있다. 네 이놈들, 내가 무슨 역모를..

관원들 심기원 끌고 가려는데, 그 앞으로 나와 심기원 막고 앉는 종복.


강민학 : 네 이놈이 감히 어명을~ (하며 육모방망이로 종복 내리치는 강민학)



#56. 심기원 집 사랑방 / 밤


병풍 틈새로 밖을 지켜보던 용이, 육모방망이 내리치는 모습에 놀라 눈 커지고.

플래시

- 검 날에 휙- 쓰러지는 이원호의 뒷모습.

- 돌 맞아 이마에 피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

- 수막이 죽는 모습, 벼랑에서 떨어지는 겸이. 빠르게 지나가고 새하얀 매화꽃잎 날리며.. 행복했던 가족의 한 때


어머니e : 겸아~

연이e : 겸이 너 거기 안 서?


가족들 웃음소리, 행복한 풍경.



#57. 거리 / 밤


통곡하듯 꺽꺽 울면서 미친 듯이 달려가는 용이. 아버지...어머니..



#58. 이원호의 옛집. 사랑채 마당 / 밤


폐허가 되어 여기저기 잡초만 무성하게 피어 있는 고즈넉한 폐허.

사랑채 마당에 들어서는 용이. 이제 갓 피어난 매화 꽃잎들...


용이 : (들썩이는 턱, 눈물이 용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절대 잊지 않겠다고 해 놓고... 십 삼 년 만에야 찾아 왔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매화나무 아래 주저앉아 꺽꺽 우는 용이.

그때 중문 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소리에 매화나무 뒤에 후다닥 몸 숨긴다.

들어오는 은채와 숙모, 목조장, 집 둘러보며 여기저기 살피는.


고모 : (맘 상한 듯 둘러보며 혼잣말로) 참 너무 하시네... 아무리 오갈 데 없는 신세라고... 역모 죄로 몰살당한 집에...


고모, 목조장과 안채 쪽으로 가고. 마당에 혼자 남은 은채... 마당 휘 - 둘러보는데 휘파람새 소리 들린다.

매화나무 앞으로 오는 은채. 상념에 젖은 듯... 매화나무 올려다본다.

매화나무 뒤에 등 돌리고 서 있는 용이. 손등으로 입 막고 애써 울음 참는데 어깨 들썩인다.

매화나무 사이로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 (운명적인 느낌)



#59. 쇠돌 집 초옥 뒷간 / 밤


뒷간에 앉아있는 쇠돌. 수저 등 혹은 밥공기에 이리저리 이빨 빠진 곳 비춰 보며 온갖 표정 지어보다... 한숨 푸욱~


쇠돌 : 갔네. 갔어. 인물 완전 가 부렀어. 에휴~ 인자 우리 일편단이 사랑 받긴 영 글러부렀당께.



#60. 쇠돌의 초옥 밖 / 밤


터벅터벅 걸어오다... 멈칫 서는 용이. 손바닥으로 얼굴 문질러 눈물자국 없애고 크게 호흡한 뒤 들어서는데.



#61. 쇠돌의 초옥 / 밤


멍하니 마루에 걸터 앉아 있던 단이. 용이 들어오면 벌떡 일어나 싸리 빗자루로 용이 때리기 시작한다.


단이 : 이놈의 자식,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도박판에서 쌈질이나 하고 지아부지 저러고 있는데 어디서 뭐하다 이제 들어와?

용이 : 어, 엄니...자, 잘못했어요.


그러나 단이, 멈추지 않고 때리며 소리 지른다.


단이 : 니가 잘못한 줄은 알어?


바지춤 추스르며 급히 뒤쪽에서 나오던 쇠돌. 마당의 살풍경 보고 뛰어와 오메 고만혀, 애 잡겄네 잡어~ 단이 붙들면,

단이 힘 빠진 듯 바닥에 주저앉는다.


쇠돌 : (용이 보며 나지막하게) 일단 튀어! 싸게!



#62. 북촌 기생집 / 후원 방 / 밤


기생 끼고 앉아 술 마시고 있는 시완. 시후 방 앞에 선다.


시후 : 모셔 오랍니다. 그만 가시지요.

시완 : (낄낄대며) 아~주 감동적이더라. 양부 손모가지 구하자고..

시후 : (본다)

시완 : 어떻더냐? 형제끼리 물어뜯고 싸운 소감이...

시후 : (감정 변화 없는 목소리) 그것 때문이었습니까?

시완 : (씨익 웃으며) 기대 보다 아~주 재미 졌다. 뭐 막판에 맥이 좀 빠지기 했다만..

시후 : (감정 없이 비웃는 듯한) 그 맥 더 빠지시겠습니다.

시완 : 뭐?

시후 : 그 아인 제 어미와 양부가 주워다 키운 아입니다.

시완 : (놀라는) 무슨 소리야?

시후 :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란 얘깁니다.

시완 : (분해 부르르 떠는)

시후 : 채비 하시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시후 가면, 시완 분에 못 이겨 으아악 소리 지르며~ 밥상 뒤 엎고, 난리 치는...

기생들, 저 시끼 또 시작이네~ 하는...



#63. 쇠돌 초옥 마당 / 밤


마루에 지친 듯 앉아 있는 단이. 눈치 슬슬 살피는 쇠돌.


쇠돌 : 성치도 않은 애를 뭔 쥐 잡듯 혀... 짠흐도 안흔가.

단이 : 좋겠어요. 효자 아들을 둘이나 둬서....

쇠돌 : 음마, 뭔 소리여? (순간, 윗입술 오므리며 손으로 입 가리는)

단이 : (한숨 내쉬고 일어나 간다)

쇠돌 : (무슨 말인가 눈 껌벅인다. 여전히 어색하게 입 다물고 있다)



#64. 저자 / 밤


여기저기 점포 문 다 닫히고, 어둠만이 짙게 깔린 황량한 저자 풍경...

매섭고 황량한 바람 거리 휘감고.. 도둑고양이 야옹~ 쓰레기 뒤지고...

호주머니에 손 넣고, 어깨 축 늘어뜨린 채, 터벅터벅 걷는 용이. 점포 처마 밑에 쭈그리고 앉아 밤하늘 올려다본다.

눈물 쓱~ 닦는 용이.



#65. 저자거리 / 밤


문 닫힌 점포 처마 밑, 쭈그리고 앉아 있는 용이.


용이 : 아버지...어머니..


























첨부파일 일지매4회.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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