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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대본

[일지매] 0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10.25|조회수446 목록 댓글 0

[일지매] 09











#1. 이원호의 옛집 사랑채 마당 /


매화나무 위 용이와 은채 두 사람 눈 마주치는 순간... 그 위로 휘파람새 소리 들린다.

은채, 당황스러워 얼른 몸을 일으키려는데 잘 안 된다.

용이, 은채 부축하며 일어나면, 얼른 담장 아래로 가 옷매무새 갖추는 은채.


은채 : (정색하며) 누군데 남의 집 담장에 있는 게냐?

용이 : (은채 자세히 내려다보는데)


플레쉬- 격투장. 은채에서 흑괴면 쓰고 은채와 마주 보는....


용이 : 어? (반가운 듯 씨익~ 웃는다)

은채 : 누군데 남의 집 담장에 있느냐고 묻질 않았느냐?

용이 : 아, 그게.. (휘파람새 발견하고) 휘파람새가 울길래.

은채 : (순간 반가운 표정) 저 새를 아느냐?

용이 : 아씨도 저 새를 아십니까?

은채 : (고개 끄덕인다) 어릴 때, 어떤 아이가 가르쳐 줬다.

용이 : (순간 놀라는, 다시 엷은 미소 지으며) 올라와 보시겠습니까?



#2. 저자 / 낮


떡 좌판 널려있고.. 장사하는 떡장수. 봉순 와 앉는다.


봉순 : (씩씩하게) 개떡 주세요.


봉순 돈 주고 개떡 주머니 받아 쥐는데. 저쪽 구석에서 개떡 보며 입술 조물거리는 거렁뱅이 아이와 시선 부딪히는 봉순.


봉순 : (다가가 쪼그리고 앉는다) 몇 살이니?

아이 : (냉큼) 아홉 살.


문득 슬픈 표정의 봉순. 자루에서 개떡 꺼내 아이 손에 들려준다. 아이 좋아라 받아먹는.


봉순 : (부드러운 눈빛) 체하겠다. 천천히 먹어. 우리 오라버니도 꼭 너만 했는데.. (눈물이 그렁거리는)

공갈e : 봉순아...

봉순 : (돌아보며) 아부지.

공갈 : (봉순 손에 들린 개떡자루 보며) 또 오래비한테 가려고?

봉순 : (고개 끄덕인다)

공갈 : (가슴 아프게 보는)



#3. 이원호의 옛집 사랑채 마당 / 낮


담장 위에 나란히 앉은 용이와 은채. 매화나무 위 휘파람새 올려다보고 있다.


은채 : 저 새에게 슬픈 사연이 있다던데.. 결국 듣지 못했다.

용이 : (무슨 말인지 안다) 제가... 들려드릴까요?

은채 : (놀라 돌아본다)

용이 : 옛날 어느 도공에게 어여쁜 정혼녀가 있었는데 혼인을 앞두고 그 여인이 죽고 말았답니다.

         (시선 앞) 도공은 매일같이 무덤을 지키며 죽은 연인을 그리워했죠.


서글퍼 보이는 용이 눈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은채.

어느새 용이, 어린 겸이로 변해있다.


어린 겸이 : 어느 날, 무덤가에 한 그루 매화나무가 피었대. 도공은, 죽은 정혼녀의 넋이라고 생각하고 정성껏 보살폈어.

어린 은채 : (고개 끄덕인다)

어린 겸이 : 매화나무가 크게 자라고 도공도 할아버지가 됐는데 할아버지는 걱정이 된 거야. 내가 죽으면 이 나무를 누가 돌봐줄까.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사라졌어.

어린 은채 : (호기심 잔뜩 어린) 어디로?



#4. 거지촌 인근 / 낮


수막이 죽은 자리쯤에 들꽃 놓는 봉순.


봉순 : 오라버니 나 또 왔어.. (개떡자루에서 개떡 꺼내 올려놓는) 먹어. 늘 나 먹이느라 오라버닌 먹지도 못했잖아.

         (눈물 뚝 떨어진다)


저만치 떨어져 가슴 아프게 보는 공갈. 차마 돌아서서 가는.



#5. 이원호의 집 / 사랑채 마당 / 낮


담장 위, 나란히 앉아있는 성인 용이와 성인 은채.


용이 : 걱정 된 마을사람들이 집엘 가봤더니 도공은 없고 예쁜 질그릇 하나가 엎어져 있더래요.

         그 그릇 속에서 휘파람새 한 마리가 날아올라 매화나무로 날아 가더랍니다.

은채 : 아... 도공이 죽어 휘파람새가 됐구나.

용이 : (휘파람새 보는 서늘한 눈빛) 죽어서도 매화나무를 떠나지 못하는 것... 그게 저 녀석의 운명이죠...


슬픈 눈으로 매화를 바라보는 용이의 눈빛.

은채, 그런 용이를 바라보다 휘파람새에게 시선 옮긴다.


은채 : (생각하듯) 운명이라.. (용이 보며) 운명을 믿니?


둘의 마주치는 시선 사이로... 매화 꽃잎들 눈처럼 서서히 날린다.



#6. 거지촌 인근 / 낮


생각난 듯, 품에서 범발톱노리개 꺼내는 봉순.


봉순 : 이거 기억나지? 그 오라버니.. 살아 있는 걸까? 그랬음 좋겠어...나...신세 갚고 싶은데..


만지작거리는 봉순의 손. 범발톱노리개.

그 위로 아씨아씨~ 섬섬의 목소리.



#7. 이원호의 집 / 사랑채 / 낮


은채 부르는 소리에 놀란 용이. 후다닥 담장 밖으로 뛰어내리고.

은채도 얼른 나무 등걸 딛고, 담장 아래로 내려온다.


섬섬 : 아씨, 어여 오시랍니다.

은채 : (애써 태연한) 곧 갈 터이니 먼저 가 있거라.


섬섬 중문 밖으로 사라지면. 은채 다시 담장 위로 올라가 밖을 내려다본다. 용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뭔가에 홀린 듯... 잠시 멍 하니 서 있는 은채.

<시간경과>

비 추적추적 내리고, 매화꽃잎 뚝뚝 떨어져있다. 매화나무 주변에 추려하게 떨어진 매화 꽃잎들..



#8. 변식네 집 / 별채 마당 / 낮


방안 쪽문 사이로 멍하니 내리는 비 바라보는 은채.


섬섬 : (빨래 개키며) 뭘 그리 넋을 놓고 보십니까?

은채 : (섭섭한) 그새 매화가 다 지겠구나...



#9. 심덕 주막 정지 앞 / 낮


처마 아래 멍하니 앉아있는 봉순. 범발톱노리개 만지작거리는.



#10. 시후의 처소 / 낮


마루에 앉아 골똘히 생각 중인 시후.


플래시 - 수레탈취현장 인근 채소전

아낙 : 사나흘 전인가.. 젊은 사내가 봄동을 모조리 사 갔다니까요.


시후, 뭔가 퍼뜩 떠오르는 듯 뛰어나간다.



#11. 수레탈취현장 / 낮


추적추적 내리는 비.

뛰어오는 시후. 밭에 앉아 봄동 확 뽑으면 뿌리가 없이 툭 뽑히는... 이제 다 알겠다는 표정.

그때 보이는 밭 물줄기 땅에 길게 고여 있는 물...

물줄기 따라 걸어가는 시후. 빗물에 흙이 밀리면서 밭 귀퉁이에 삐죽 삐져나온 거적.

시후 거적 휙! 잡아당기면 들려 올라가는 흙 덮인 거적. 봄동 우수수 쏟아지고 ..그 위에 드러난 나무판.



#12. 어둠 속 / 낮


(마치 수레 위인 느낌으로) 조족등 비추면 상자 안에 가득 담긴 돈들...

용이, 그 틈에 놓여 진 작은 상자 발견하는데 열어보면 흑진주다.



#13. 봄동 밭 위 / 낮


나무판 밑으로 드러난 가죽 줄 확 잡아당기는 시후. 나무 판 쓱 열리며...수레가 빠질만한 크기의 큰 구덩이 모습 드러낸다.

놀라 아래 내려다보는 시후.

구덩이 안에는 이미 빈 수레. 그 위에 달랑 사과상자 하나. 상자 안에 달랑 은전 한 닢. 수레 바닥에 그려진 호방한 홍매 한 자락.

수레 위로 쏟아지는 빗줄기... 빗물에 발갛게 번지는 핏빛 매화.



#14. 수레탈취현장 / 낮


얕은 산길. 두 마리 소가 끄는 대형 수레, 거적으로 덮은 수레에는 짐 가득. 수레 양 옆으로 무장한 사병 십 수 명 호위하고 있고.

말 발이 밭에 심어진 봄동 밟고 지나간다. 히잉- 말 울음소리 들리자 곧바로 이어지는 굉음.

퍼펑펑펑~ 연속으로 폭탄 터지는 굉음 소리. 수레 양쪽 호위병들 일제히 놀라 엎드리며 굉음 나는 쪽 돌아보는....

수레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다. 놀라는 사병들. 주변은 나무 몇 그루와 허허벌판.

사병들 두리번거리며 황망해 하는.. 위로.


시후e : 그때 농부가 여기서 밭일을 하고 있었다고 했죠?



#15. 수레탈취현장. 봄동밭 / 낮


강민학, 시완 등 의금부 관원들 봄동 밭 주변에 쫙 깔려있고 몰려든 구경꾼들 그들 뒤쪽에서 구경하고 있다.

봄동 밭에 앉아있는 시후. 봄동 밭에 떨어져있는 미세한 재들 만지작거리는데...

시후 손 어느새 봄동 밭에 앉아 (시후가 앉아있는 바로 그 자리) 부싯돌 부딪히는 용이의 손.

순간, 양 숲 쪽으로 이어진 긴 줄에 불 타 들어가는...(C.G)



#16. 일지매 아지트 (몽타주) / 빠르게


- 물 끓고 있는 작은 솥에 재와 흙 털어 넣으면 보글보글 올라오는 시커먼 액체

- 식힌 물에서 침전된 흙덩이 긁어내, 버드나무 숯과 반묘(유황)을 섞고 찧기 시작하는 용이.

그 옆, 거적대기 위에 건조시켜 놓은 흑색화약가루들

- 용이, 흑색화약가루, 죽통(잘라놓은 작은 대나무통)에 넣는다.

- 완성된 화약, 미리 성능 실험해 보는 용이.



#17.수레탈취현장. 봄동밭 앞 / 낮


봄동밭 앞까지 다가오는 대형수레. 후다닥 뛰어가 막아서는 농부차림의 용이(변장. 오른쪽 볼에 작고 까만 점)


용이 : 아놔. 이놈의 수레 땜시 해마다 밭농사 망치고 올해 겨~우 배추농사 좀 하나 했드만... 안 돼! 안 돼! 차라리 날 밟고 가슈!

사병들 : (농부 밀쳐내며) 비켜! 이 자식!!!


나도 좀 먹고 삽시다.... 용이와 사병 실랑이 벌이는 동안...

숲 속으로 이어진 실. 계속 타들어가고.. 실 갈라진 부분으로 불 이어 붙는다.

사병 비켜-하며 용이 밀치고, 육중한 수레바퀴가 봄동 밭 뭉개기 시작하면.. 황소 앞을 막아서며 뒷걸음치는 용이.

봄동 밭에 표시해놓은 금(표식) 보는 용이. 순간 반짝이는 용이의 눈빛.



#18. 화면분할 / 봄동 밭 vs 인근 숲


/ 낮 밭 - 앞 수레바퀴가 금(표식)에 닿는 순간

/ 인근 숲 - 심지 타 들어가고

밭 - 긴장한 용이 표정

/ 인근 숲 - 심지 다 타고 펑~! 터지는



#19. 봄동밭 - 스피디한 편집 (과거) / 낮


용이, 수레 위에 올라타며 칼로 말과 수레 연결된 줄 끊고 동시에 칼 휙 던지면.

휙- 나무에 꽂히는 칼날. 나무에 연결된 줄 툭 끊어지며 동시에 구덩이로 풍덩- 빠지는 수레.

용이 머리 위로 줄 잡아끌면 아래쪽 봄동밭이 올라오며 마치 미닫이 뚜껑 닫히듯 구멍 덮는다. (그사이 연속 터지는 폭탄 굉음들..)

이 모든 일이 한 순간에 벌어진다.

어느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평온한 봄동 밭.



#20. 봄동밭 (현재) / 낮


굉음 소리에 엎드려 있던 일동(구경꾼들까지) 일어나 봄동밭 쪽 돌아보며 웅성거리면..

밭 쓱 - 열리고. 구멍 속 수레 위에 서 있는 시후.


시후 : 바로 이렇게 턴 겁니다. (구덩이 위로 휙 뛰어 올라선다)


멍-한 사람들의 표정.. 열린 봄동 밭 구덩이 내려다보면

구멍 속 수레 바닥에 비에 번진 홍매 한가지와 텅 빈 궤짝 있다. 궤짝 안에 놓여있는 은전 한 닢!

구경꾼들 수군거리기 시작하고... 이야, 대단한 놈이네.. 보통 놈이 아니야...



#21. 일지매 현상수배 몽타주 (목격자 인터뷰 + 용모파기 발생 그림) / 낮


사병 : (갸웃) 글쎄요. 일단.. 눈이 쫘악~


일지매 용모파기, 뱁새처럼 쫙 찢어진 눈매 그려지면.


봄동상인(여) : (급흥분) 이런 빕새 눈은 아니쥐~ (홀린 듯 표정 눈 꿈뻑)


퀵 플래시- 수레에 봄동 실으면서 가볍게 변장한 용이, 봄동상인에게 살인적인 눈웃음 날리는... 그 위로 봄동상인 목소리.


봄동상인e : (꿈꾸듯) ..밤하늘의 초승~달?

봄동상인 : 그 콧날은 아조 내 맴까지 화악 베이겄습디다. 아후~


용모파기, 초승달 같은 눈매, 칼날처럼 날렵하게 그려진 콧날..


사병 : ?X! 아주 식칼을 그려놨네. 세상에 이런 코가 어딨수?


용모파기, 날렵한 콧날 다시 뭉툭한 코로 바뀌고.. 휙- 붓 채가는 사병의 손.


사병 : 왼쪽 볼따구에 이~따만한~


퀵 플래시 - 봄동밭. 농부 용이 휙 고개 돌리면 오른쪽 볼에 작고 까만 점.

용모파기, 왼쪽 볼에 커다란 점 ~ 꽝!!! 박히며 완성된 용모파기 휘리릭~

용이와 전혀 닮지 않은 일지매 몽타주. 그 아래, 현상금 일 천 냥. 일명 일지매라 불림이라고 씌여 있다.

용모파기 위로 들리는 쇠돌과 걱두의 대화.


쇠돌e : 일. 지. 매?

걱두e : 범행현장에 매화가지를 쫘악~~ 갈겨놓고 갔다혀서 다들 일지매라 부르잖어. 매화 한 가지. 일!지!매!



#22. 심덕 주막 / 낮


주막에 붙어있는 일지매 용모파기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서 있는 쇠돌과 걱두.


쇠돌 : (고개 끄덕이며) 음마, 솔찬흐네 잉~. 도작질 하니라고 바뻤을 것인디 그림을 다 그려불고...

         (천진한) 그란디, 왜 일지매랴?

걱두 : (헛 기막힌) 에라 이 무~식헌 놈.. 내~둥 설명을 했잖여. 너는 어뜨케 갖바치인 나보다도 무식허냐?

         (버럭 소리) 매화 한! 가지!

쇠돌 : 음마 이 시끼가... 내력업시 침 튀고 지랄이여. (버럭 소리) 아 그랑께 왜 일지매냐고!


그때 건들건들 들어와 쓱 고개 내밀고 용모파기 보는 용이.

흠칫 용이 보는 쇠돌. 너무 반가운.. 하지만 짐짓 모른 척한다.


용이 : (찬찬히 들여다보며) 어랍? 이 도적놈 쌍판때기 나 좀 닮지 않았어?

쇠돌 : (급 흥분, 용이와 서먹함 깜빡 잊고) 어디가 어디가? 이놈은 아조 태생이 도적놈같이 생겼고만..

         눈깔 봐라. 눈깔...쫘악~ 찢어진 것이..

용이 : (쇠돌에게 눈 휙 들이대며 능청스레) 눈은 나도 쫘악~ 찢어 졌는데..

쇠돌 : 음마, 그런 말 말어야~ 니, 니, 니느은~ 눈이 생명이여. 조선천지 너 같이 이쁜 눈이 어딨다고! 니 눈은 국보여! 국보!

용이 : (쇠돌 보고 씩 웃는)

쇠돌 : (순간.. 아차 싶어 팽 돌아 평상 위에 걸터앉는)

걱두 : 떠그럴~ (자기 눈 부릅뜨며) 이 정도 눈은 돼야 국보지.

대식 : (걱두랑 용모파기 번갈아보며) 그러고보니 아젤 좀 닮은 것 같어.

공갈 : (바닥 쓸며 비쭉~) 왜 아니겄냐~. 대식이 눈이 아~조 정확하지.

         그림 속 도연명이 느그 아부지라고? 니 놈 눈깔이 국보다. 국보!

대식 : (우씨) 가, 말똥이나 치우시지.


용이, 자신의 용모파기 밑에 <찾는 물건 : 흑색 구슬> 추가 문구 발견한다.

눈 여겨 보던 용이 갸웃...



#23. 철문전 앞 / 낮


앞장서 걸어오는 쇠돌. 뒤에서 건들건들 따라오는 용이.

쇠돌, 철문전 앞에 서서 팔 쫙 펼치며.


쇠돌 : (마치 철문전이라도 인수하는 듯) 여그다 쇳대전 차리기로 혔다.

용이 : 쇳대전? 돈이 어서 나서?

쇠돌 : 뭐, 십시일반으로다... 쪼까 땡겨서.. 느그 엄니 이름도 좀 폴고...

용이 : 참내, 어느 미친 놈이 곳간털이범한테 쇳대를 맡겨?

쇠돌 : 음마 이놈이 지 아부질 무시흐네. (흥분해서 자기도 모르게) 호판대감 비밀 자물쇠 그거 내가 달아줬잖냐.

용이 : (흠칫 놀라는) 아부지였어? 아부지가 그 구멍 없는 자물쇠?

쇠돌 : 잉? 벌써 소문 들어붓냐? (팔 걷어 부치며) 일지맨지 이지맨지 그 놈 어디한번 맞장뜨자 그려.

         지가 인간 쇳대믄 나는 인간자물?艀?...

용이 : (표정 어두워지는)

쇠돌 : 인자 아부지가 돈 벌랑게 무뢰배짓 그만허고 어여 깨깟이 손 씻어.

         그라고 어여 집에 들 와. 음니가 니 놈 땜시 한 걱정이여.

용이 : 뭐얼~ 나 집나가서 앓던 이 빠졌다 좋아라 깨춤 추실 걸?

쇠돌 : (쫓아가 때리려는) 에라. 이 눔아. 은제 철들래? 은제~~

용이 : (도망치며) 이따 들어갈게요..

쇠돌 : (후다닥 뛰어가는 용이 보며 긴 한숨)



#24. 판의금 부사실 / 낮


이명 변식 앞에 서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변식 : 그렇지 않아도 찾아뵈려 했습니다.. 너무 상심 마십시오. 대감. 내 반드시 그 도적놈 잡아내겠습니다.

이명 : 거, 궤짝들은 찾으면 문제만 생기니 잊어버리고... 그저 그 흑진주만 꼭... 좀...

변식 : 흑진주요? 그럼 그 까만 구슬이 흑...진...주?

이명 : (끄덕) 그게... 용골대 장군님께 드리라 보냈던... 일명, 바다의 눈물이라 불리우는...

변식 : 눈물이라.. 그건 또 얼맙니까?



#25. 숲 속 창고 / 창고 안 / 밤


조족등 들고 비춰 보는 용이. 사과, 배, 고등어, 곶감. 술 등 각종궤짝들.

궤짝들 사이 샅샅이 뒤지는 용이. 궤짝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작은 상자. 고급스러워 보이는.. 열어보면 그 안에 흑진주 있다.


용이 : 이게 그 흑색구슬이야? (만지작거리며) 대체 뭐길래 이것만 찾아?



#26. 송파 사는 그때 그 장물애비 집 / 아침


탁자를 탁! 내리치는 용이 손. (삿갓 쓰고 얼굴 가린 용이)

장물애비 돋보기 들고 흑진주 유심히 살피는데, 등 뒤로 <고객비밀엄수>


장물애비 : (감탄과 환희의 표정으로 흑진주 살피는 손 부들부들 떠는)

용이 : (표정 놓치지 않는) 얼마짜리요?

장물애비 : (고개 절레절레) 이런 귀한 건 처음 보는 거라..부르는 게 값일거요.

용이 : (확 뺏는) 알겠수. (가는)

장물애비 : (아쉬운 듯 입맛 다시는)



#27. 이원호의 옛집 사랑채 마당 / 낮


중문으로 들어서는 은채. 따라 들어오는 섬섬.


섬섬 : 공사장 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대체 여긴 왜?

은채 : 잠시... 혼자 있고 싶구나.

섬섬 : 예? 아, 예.. (눈치 보다 나간다)


섬섬 나가면 은채 이미 다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매화나무 바라본다.

등걸 밟고 담장 위 올라가 보는 (용이 누워있던 장소) 텅 빈 담장 기와 위.


은채 : (실망스러운) 있을 리가 없잖아..



#28. 남문교각 인근 / 낮


터벅터벅 걸어가는 용이. 행인들 사이로 은채와 섬섬이 지나치고...

용이 품에서 주머니 꺼내 흑진주 본다.


용이 : (생각할수록 한심하고 기막힌) 뭐? 부르는 게 값?


쳇 하고 고개 드는데 남문교 입구에 줄줄이 서 있는 사내들 보인다.



#29. 저자 / 낮


치홍 패거리 거들먹거리며 저자 어슬렁거리고 있다. 저만치서 장옷 쓰고 걸어오는 은채와 섬섬.

치홍, 부하들에게 눈짓하며 은채 앞 막아선다.


섬섬 : (야무지게) 뭐하는 짓입니까? 이 분이 뉘신지 알고..

병사1 : 그러는 네 년은 이 분이 뉘신지 아느냐? 대 청제국의 칙사, 정명수 어르신의 아드님이시다.


섬섬, 헉 놀라지만 은채는 눈 하나 깜짝 않는.


치홍 : (능글능글) 한양의 예쁜 여자들이 다 어디 숨었나 했더니만, 여기 있었네.

         내 너무 오랜만에 고국에 돌아 왔더니 한양 땅이 영 낯설구만. 허니 그대가 이 몸 한양 구경 좀 시켜주지.

은채 : (무시하고 가려는데)

치홍 : (은채 팔 확 잡으며) 튕기긴. 나한테 잘 보여 나쁠 것 없을 텐데.

은채 : (뿌리치며 사납게) 이 무슨 돼먹지 못한 짓이오!



#30. 남문교 위 / 낮


나장들, 검문검색 중이다. 일지매 용모파기 보며 한명씩 확인하고 몸수색한다.



#31. 남문교 앞 / 낮


흠칫 놀라는 용이, 흑진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다시 품속에 후다닥 넣고 오던 방향으로 뒤돌아 걸어간다.



#32. 남문교 위 / 낮


검문하던 강민학, 멀찌감치 뒤 돌아가는 용이 발견한다.


강도사 : 저 놈 뭐야. (나장들에게 턱짓 하며) 가 봐.



#32. 저자 / 낮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 듯 걸어가는 용이. 쫓아오는 나장들..

행인들 사이로 빨리 걷는 용이 모습 보이고... 어이, 거기! 하는데..

당황하는 용이. 두리번거리다 저 앞에 치홍 무리와 은채 실랑이 하는 모습 보인다.



#33. 인근 / 낮


독한 눈빛으로 치홍을 노려보고 있는 은채.


치홍 : 오호, 앙탈 부리니 더 고운데?

은채 : 조선 땅을 떠난 지 오래 되셨다더니 그새 조선의 예의까지 잊으셨소이까? 썩 비키시오! (노려보는)


화난 치홍, 이게 하며 은채 어깨 확 잡고 섬섬이 꺅 비명소리.

뿌리치려는 은채, 놓치 않는 치홍. 씩- 웃으며 은채 반대편 어깨 잡으려는데,

순간 치홍 팔을 확 잡아채는 손! 용이다!

깜짝 놀라는 은채. 용이 보고 반가운 표정.


용이 : (은채 어깨 잡은 치홍 손 붙잡은 채 껄렁껄렁) 거, 싫대잖수. 아놔, 모냥 빠지게 길거리에서 수작질이요~ 수작질은?


하면서 치홍 손에서 은채 떼 내며 슬쩍 은채 장옷 소맷단에 흑진주 숨긴다.


치홍 : 뭐야? 이 자식?

용이 : (귀에 대고) 참... 눈 낮으시네. 저 처자 정돈 아무 것도 아니요.

         내 단골 기방에 가면 쭉~빵~ 끝~내주는 호리병 몸매들이 나래비로 섰수다. 내 이름만 대면 반값에 후려칠 수...

치홍 : (붉으락푸르락) 뭐 이 새끼야!


순간 치홍 부하들 용이에게 덤벼들고 얻어터지기 시작하는 용이.

사정없이 구타하는 치홍 일당. 용이 몸 웅크리며 아구구.. 사람 살려~~~ 입술 터지고.. 지근지근 밟히고...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은채. 몰려든 구경꾼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슬슬 피하는 구경꾼들.. 정명수 아들이라며? 아이고, 잘못 건드렸네.. 쯧쯧.. 하며 아무도 나서질 않는다.

구경꾼들 원망스럽게 보다 안 되겠는지 직접 말리려고 달려드는 은채.


섬섬 : 안돼요 아씨 (은채 꽉 붙잡고 늘어지며) 참으세요. 아씨 제발요. (눈짓하면 다른 사람들도 와 은채 붙잡는)


용이 얻어터지면서 자기 구하려고 버둥거리는 은채 바라보는데 눈에 흐르는 피 때문에 뿌옇게 잘 안보이지만..

아른아른 보이는 은채의 모습.

그제야 은채 알아본 듯 씨익 웃는 용이.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미소 짓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해 맑은...

그런 용이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은채.

그때 사람들 뚫고 뛰어오는 시후와 나장들.


시후 : (놀라 은채에게 달려들며) 괜찮니? 무슨 일이냐!

은채 : (정신없이 시후 옷 꽉 잡고) 저 사람 좀... 절 구하려다.. 살려주세요... 오라버니.


다급하게 애원하는 은채의 모습에 주춤하는 시후. 은채가 이리 당황하며 안절부절 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치홍에게 다가가는 시후.


시후 : (공손하게 목례, 예의 갖춘 말투로) 나리! 이 자는 사대부가를 턴 절도 용의잡니다.

         데려가 심문할 것이니 부디 소인들에게 넘겨주시지요.

치홍 : (멈칫) 절도 용의자?

시후 : 예. 나리께 무례하게 군 죄도 함께 묻겠습니다.

치홍 : (버럭) 내게 무례를 범한 죄는 내 직접 물으테니 비키거라.

시후 : (나즈막이) 하온대 변식 대감님의 여식과는 어찌...

치홍 : 변식대감?... (시후 귀에 대고) 변대감의 여식이었드냐?

시후 : 그러하옵니다.

치홍 : (끙~)

시후 : 일단 용의자를 소인들에게 넘기시지요.

치홍 : (이런 낭패다 싶은) 좋다. (봐 준다는 듯) 그만들 가자.


하고 치홍 거들먹거리며 가면, 병사들 뒤 따르고.

쫓아온 나장들, 용이 일으켜 몸수색 한다.


은채 : 오라버니. 이 사람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저 자들이...

시후 : 가만 있거라.

은채 : (섭섭한...)

송나장 : (몸수색하는데 아무것도 없다. 용모파기 비교하며) 아닌데?

시후 : 그만 가죠.. (나장들 앞서 가면, 은채 돌아보며) 가자. 데려다주마.


하며 앞장서는 데 어느새 은채 용이에게 달려가 영견(손수건) 내민다.

퉁퉁 부어터진 용이. 은채가 내미는 수놓인 영견(손수건) 보고.. 올려다보는.

서로를 바라보는 용이와 은채의 눈빛.

그런 둘의 모습 보는 시후, 서운함과 질투가 섞인 묘한 표정이다.



#34. 심덕의 주막 / 낮


정지에서 약촛물 들고 나오는 봉순. 입이 나발이 되어 있다.

아고고- 온갖 엄살 부리며 평상에 앉아있는 용이.


봉순 : (약초그릇 턱 놓으며) 같잖은 새끼. 오늘은 또 뉘 집 삥 뜯다 줘~터졌냐?

용이 : 이게 주인님 알기를.. 어이 아짐~ 오늘 품삯 나오는 날이지?

심덕 : (쌀 주머니 평상 위에 턱 올려놓으며) 야 이놈아. 너 요새 뭔 짓하고 다니냐?

용이 : (못들은 척 주머니 열어보며) 어랍쇼? 왜 이것 밖에 안 돼?

심덕 : 말마라. 저 년은 손님한테 바락바락 대들다 그릇째 집어 던지질 않나. 애비란 작자는 툭 하면 술 통 째 들고튀질 않나.

         에라 이놈아, 니가 나한테 쌀을 줘야 할 판이다.

용이 : (봉순 째려보며) 야! 너 똑바로 안 해? 각서 들고 포청 가리? (하며 품에서 각서 확 꺼내는 시늉하면)

봉순 : (180도 돌변 얼굴에 약초 살살 발라주며) 언놈이야? 언놈이 우리 주인님 용안에 생채기를 내? 내가 당장 쫓아가서 화악~

용이 : 애 쓴다 애써. 야, 너 얼굴에 경련 인다.

봉순 : (실룩- 아니꼽지만 약초 발라주며 상처 후~ 부는데... 용이 봉순 얼굴에 얼굴을 확 들이댄다)

         (당황하며 얼굴 뒤로 빼는) 왜, 왜 이래?

용이 : 너 돈 많이 벌어야겠다. 돈이라도 많아야지. 이 얼굴을 누가 데려가냐.

봉순 : (우씨~) 이게 (약초 확 칠하는)

용이 : 앗 따거따거.. (비명)

봉순 : 야! 너야말로 돈 많이 벌어야겠다. (용이 아랫도리 시선고정) 넌... 하찮잖아. 이 하찮은 시끼~



#35. 의금부. 연못가 / 낮


쇠돌 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다.


시후 : (뛰어오며) 아버지.

쇠돌 : 아이고메. 차돌아. (슬픈 눈빛이지만 애써 밝은) 아따 우리 차돌이가 입응께 나장 옷이 임금님 옷맨치 멋져부네.

시후 : 저... 나장 된 건 어찌 아셨습니까?

쇠돌 : 잉.. 막쇠 놈이... (가슴 아프게 바라보며) 힘들쟈?

시후 : 아닙니다.

쇠돌 : (눈치 살피며) 나장이믄 도성순찰도 함담서? 무뢰배 단속도 허고?

시후 : 예.

쇠돌 : 그라믄 남문 쪽도 순찰 도냐?

시후 : 예. 그 쪽이 제 관할입니다만...

쇠돌 : 잉... 남문 바닥은 아주까리 놈들이 장악하고 있는디.... 그 놈들 그리 숭한 놈들 아닝께 부닥치더래도 살살 좀 봐주고...

시후 : 예?

쇠돌 : 아니 뭐, 다 묵고 사니라고... 한 놈 한 놈 따지고 보면 또 다~ 지 부모들한테는 금쪽같은 새끼고...

시후 : (대체 무슨 말인가?)

쇠돌 : 거시기 뭐시냐...우리 용이 말이여...혹여 어서 마주치더라도... 다 내 잘못잉께... 뭔 잘못 한 일 있으믄 다 내죙께.

         나를 잡아가그라 잉? 갸는 나두고 잉?

시후 :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쇠돌 : (시후 손 확 붙잡고) 우리가..아, 아니 내가.. 내가 갸한테 잘못한 게 허벌라게 커부러야..

         그랑께 날 봐서 무조건적으로다가 잘혀줘라이? 참말 짠흔 놈이여.

시후 : (왠지 섭섭한) 그 녀석한테 뭘 그리 잘못 하셨는데요...

쇠돌 : (물끄러미 보다 그저 한숨. 말 돌리는) 참, 나, 저자에 쇳대전 차린다. 올래?

         모레 문 열어야. 남문저자 철문전 앞인디(눈치)...바쁘쟈~?

시후 : (망설이는)

쇠돌 : (눈치 채는) 어, 어어... 단인 요새 원체 일감이 밀려서 못 올 것인디..

시완 : (저만치서) 변나장. 뭐해? 오늘까지 치우랬지?

시후 : (순간 얼굴 굳는. 일어나며) 살펴가세요... (휙 뛰어가는)

쇠돌 : ...(시완 알아보고) 가만... 저, 저 호로시끼...



#36. 쇠돌의 초옥 / 낮


어깨 축 늘어뜨리며 터벅터벅 들어오는 쇠돌.


단이 : (나물 다듬으며) 어딜 갔다 와요?

쇠돌 : (기가 팍 죽어) 잉... 기냥.


쇠돌, 방안으로 들어가 문 닫는다. 단이 무슨 일인가 싶어 문 열면 쇠돌 등 돌린 채 누워있다.


단이 : (걱정스럽게) 무슨 일... 있어요?

쇠돌 : (여전히 등 돌린 채) 아니여... 쪼까 되야서 그랴...

용이e : (껄렁한 말투) 엄니! 집 나간 용이 돌아 왔습니다~ (열린 문으로 방안 보며) 아부지 왜 저래요?

단이 : (문 닫으며 용이 얼굴 보는 데 얼굴이 상처 투성.. 말 없이 보는)

용이 : (얼굴 감싸며) 아, 뭐, 쫌.. 보리 좀 얻어 왔는 데... 정지에 갔다 놓으게요. (보리자루 들고 후다닥 정지로 들어간다)

단이 : (걱정스런 듯 용이 보는)



#37. 변식네 집 / (별채 은채 처소) 마당 / 밤


터벅터벅 들어서는 시후. 불 켜진 은채 방 앞에 선다. 잠시 망설이다.. 그냥 가려는데 쪽문 열리는..


시후 : ...괜찮니?

은채 : ... 괜..찮겠죠? 그 사람?

시후 : (섭섭함. 묘한 질투심)

은채 : (시후의 시선 눈치 못하고 그저 멍하니 생각에 빠진)

시후 : (그런 은채 씁쓸하게 바라보는)



#38. 쇠돌의 초옥. 마당 / 밤


독에다 보리 쏟는데 영견(손수건) 툭 떨어진다. 집으며 영견(손수건) 물끄러미 보는...


플래시 컷 -

어린 시절 매화나무 첫 만남

격투장에서 용이 손잡는 은채. 가면 속으로 마주치는..

담장 위, 용이 몸 위로 넘어진 은채와 눈 마주치는.


멍- 한 표정의 용이. 일순 정신 번쩍 드는 듯...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하는.

영견(손수건) 구겨 아궁이에 획 집어넣으려다.. 멈칫. 뭔가 생각한 듯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39. 별채 (은채 처소) 중문 밖 / 밤


중문 밖으로 나오는 시후. 콧바람 풍풍거리는 변식과 마주친다. 그 뒤에 따라오는 시완과 변식처.


변식 : 이놈의 시끼! 너 그 자리에 있었다며! (고래고래~) 그 쳐 죽일 놈을 왜 그냥 보내! 당장 내 앞에 끌고 왔어야지!!


찰싹- 시후 얼굴 때리더니 분이 안 풀리는 듯 신발짝 벗어들고 내리치려는데

중문 안에서 뛰어 나와 변식 잡는 은채.


은채 : 왜 이러세요. 아버님! 그 작자, 청사신관의 아들이랍니다. 정녕 끌고 왔어야 맞나요?

시후 : (신발도 신지 않고 뛰어나온 흙 묻은 은채의 버선발 보는)

변식 : (화들짝) 뭐? 정명수? (홱 돌며 신발로 시완 머리 퉁 치며) 이 놈아 그 말은 왜 쏙 빼? (시후 보며) 그래. 꾹~ 잘 참았다.

변식처 : 영감! 왜 거기 있지도 않았던 시완이한테 화풀이십니까? (시후 노려보며) 니놈은 입이 붙었니?

            그런 큰 일이 있었으면 당장 와서 고해야지. 우리 시완이 아녔으면 에미인 나도 모를 뻔 했잖니.

변식 : (변식처 눈치 살피며) 저놈 속에는 뭐가 들었는지.. 가자. 은채야.... 놀랬지.. 이 여린 게 얼마나 놀랬을까나..

         보약이라도 한재 지어 먹어야겠다. 들어가 푹 쉬자 어여어여...


은채 몰고 우르르 들어가는 변식. 변식처와 시완.

떠밀리듯 들어가다 걱정스레 돌아보는 은채. 홀로 남아있는 시후. 씁쓸한...



#40. 수청옥. 정지 앞 / 밤


한씨부인 채소 다듬고 있는데 누군가의 발. 올려다보면 시후다.


시후 : 황태국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겠는가?

한씨 부인 : 저녁이 늦으셨네요. 잠시 계세요. (하며 정지로 들어가는)


<잠시 후 / 시간경과>

시후, 정지 앞 쪽마루에 앉아 밥 먹고 있고 한씨부인 그 앞에 앉아있다.

한쪽 볼 벌겋게 부어오른 시후의 얼굴 물끄러미 보는 한씨부인. 하지만 내색 않는..


시후 : 어릴 때 아버지가 술을 많이 드셔서 어머니가 황태국을 끓여주곤 했는데 꼭 그 맛이네.

한씨부인 : 어머님이 참 다정하신 모양입니다. 반듯하신 도련님 뵈니, 어머님 사랑 많이 받으셨겠어요.

시후 : (씁쓸하게 미소 짓다) 자식.. 있는가?

한씨부인 : (순간 깊어지는 눈빛) 도련님만한 아들 녀석이 있습니다. 딸아이도 하나 있고... (하며 말끝 흐리는)

시후 : 떨어져... 사는가?

한씨부인 : (얼른 말 바꾸며 애써 밝게) 황태국 드시고 싶을 땐 언제든 들르세요.

시후 : (얘기하고 싶지 않구나... 보일락 말락 끄덕이는)



#41. 이원호의 옛 집 / 매화나무 집 / 낮


담장 밖으로 보이는 추레한 매화나무.. 그 앞에 슬픈 눈빛으로 서 있는 용이.

종복 나와서 빗자루 질 하면... 용이 표정 바꾸며 건들건들 다가선다.


용이 : 어이! 이 집 아씨 좀 불러주쇼.

종복 : (위 아래로 훑어보며) 뭐요?

용이 : (위풍당당) 어제 남문에서 아씨를 구해 준 정의로운 청년이 안부 차 찾아왔다 그리 전하시오.

종복 : 아씨? 이 댁엔 아씨 없는데?

용이 : 어허 안 믿으시네. (영견 꺼내 흔들며) 이 집 아씨께서 직접 주셨소. 이걸 보여 드리면 필시 버선발로 뛰어 나오실 거요.

종복 : (갸웃) 마님 말씀인가?..기다려보슈.


용이 건들건들 기다리는데...잠시 후 치맛자락 쓱 보이는...


목소리E : 날 찾는다고?


용이, 아놔...건방지게 고개 꺾으며 멋진 척~ 고개 휙 돌며 영견(손수건) 확 내보이는 데 늙은 마님(은채이모)다.


은채이모 : (사납게) 뭔가?

용이 : 아니... 따님 좀...

은채모 : (무슨 소린가?) 딸이라니? 난 딸이 없네..


은채모, 의심의 눈초리로 용이 위아래 훑다 용이 손에 들린 영견 보고 흠칫 놀라는. (은채 영견임을 알아본)


은채이모 : (버럭) 네 이 놈... 뭘 얻어먹으려고 수작질이야. 수작질이.

용이 : (갑자기 소리 지르는 것이 뭔가 의심쩍은) 아, 아니 난 이 영견(손수건) 주인 좀...

은채이모 : 난 모르는 물건이다. (종복에게) 당장 쫓아내거라. (휙 들어가는)

용이 : 마, 마님...분명히 이 집 아씨...

종복 : (빗자루로 쫓으며) 가! 확 안 가!

용이 : 그, 그게 아니라.. (하며 쫓겨나는)


< 점핑 >

아무도 없는 대문 앞. 종복, 나와서 어디론가 급히 간다.

담장 뒤에서 슥 나타나는 용이. 눈빛 매서운... 종복 뒤 따르는.



#42. 의금부 담장 앞 / 낮


시완에게 얘기 중인 종복.


시완 : (벌컥) 뭐? 우리 은채를 찾아?

종복 : 예. 어제 은채아씨가 저자에서 봉변을 당했다던데.. 아씨 영견(손수건)까지 가지고 있더랍니다.

         아무래도 그 수작 건 놈인가..싶어서 마님이 어서 도사나리께 가보라고..

시완 : 그래? 정치홍 이 새끼, 감히 내 누이한테~ (흥분해서 팔 걷어 부치는)

용이 : (숨어 보고 있는.. 시완 한심스럽게 보며) 저 새끼 누이였어?



#43. 의금부 증거보관실 / 낮


물끄러미 궤짝 바라보는 시후. (탈취된 수레에 남겨진 궤짝이다)

궤짝 안 모서리에 초록색 진액 묻어있다. 만져보는 시후. 아직 축축하다.

갸웃하며 진액 묻은 손가락을 혀에 대보는 시후.


강민학 : (들어오며) 뭐해?

시후 : 잡아야지요..

강민학 : 일지맨가 하는 그 도적 놈? 뭔 단서를 남겨놨어야 잡지. 궤짝 하나에 은전 한 잎. 매화그림.. 그거 말곤 아무 것도 없잖아.

시후 : (강민학 말 무시하며 상자속 보여주는) 이게 뭘까요?

강민학 : 글쎄...

시후 : (갸웃하며 상자 들어보다 뭔가 발견한 듯 한 표정)



#44. 채소전 앞 / 낮


채소전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양순. 그 앞에 서는 그림자. 양순 올려다보면 시후다. 강민학 등 일행도 함께 있다.


시후 : (부드러운 말투) 니 이름이 양순이니?

양순 : (사납게 시후 위아래 훑어보는)

시후 : 아, 의금부에서 좀 알아볼 게 있어 나온 거란다.

양순 : (야물딱지게) 그거를 우째 믿습니꺼? 요새 세상이 하도 무서버서.. (턱 쓱 올리며) 증거 함 내 보이소.

시후 : (픽 웃으며 품에서 신패 보여주면)

양순 : (거꾸로 들어보다, 다시 내주며) 무신 일인데예?

시후 : 아버지 계시니?


그때 후다닥 뛰어오는 양순부. 잔뜩 긴장한 얼굴.


양순부 : (양순 뒤로 빼며) 머, 머꼬?


시후 손에 들린 궤짝 보고 흠칫 놀라는.. 시후, 그 표정 놓치지 않는다.


시후 : 이 궤짝 아시죠?

양순부 : 사, 사과궤짝 아입니꺼? 사과는 과일전에나 가보이소.

시후 : (궤짝 안 초록빛 액 보여주며) 이거 채솟물 맞죠?

양순부 : (당황) 아니.. 조선 천지에 채소장사가 우리 집 밖에 없습니꺼?

시후 : (품에서 종이 꺼내는데 ‘남문 양순네’라고 써있다) 궤짝 바닥에 붙어 있었습니다.

         이 집 궤짝이 탈취된 호판대감댁 수레 속에서 나왔어요.

양순부 : (헉- 놀라며) 그, 그기...

강민학 : (앞으로 나오며) 당신! 범인하고 무슨 사이야? 공범이지?

양순부 : 고, 공범이라니예? 지는 모릅니더. 모르는 일입니더.

강민학 : 끌고 가! (나장들 양순부 붙잡으면)

양순부 : (싹싹 빌며) 아이고 나리.. 나리...살려주이소.

양순 : (아빠 붙잡은 나장 물어뜯으며) 이거 놓이소~ 우리 아부지 놓으란 말이다~



#45. 채소전 인근 / 낮


숨어 지켜보는 희봉 무리. 양순모와 양순이 매달리지만 끌려가는 양순부.


희봉 : (낭패다) 에이씨, 다 불면 어떡하지?

부하 : 그러게요. 저 영감 완전 새가슴인데.


용이, 걱정스레 끌려가는 양순부 바라보며 난감하고 걱정스런...



#46. 의금부 추국청. 취조실 / 밤


강민학, 시후, 나장들 서 있고 그 앞에 결박된 채 무릎 꿇린 채소전 상인.


강민학 : 뭐? 호판대감께 사과궤짝을?

채소전 : 그럼 우얍니꺼? 그기 이 바닥 관행아인교... 장사치 중에 호판영감한테 궤짝 안 보낸 놈 있음 어데 나와보라카요.

시후 : (허 기막힌)



#47. 호판 이명일 집 마당 / 밤


쾅! 대문 열리면서 들이닥치는 김익희 사헌부 감찰관들.


김익희 : 뒤져!

이명일 : (버럭) 뭐하는 짓들이야!

김익희 : 대감께서 강제로 인정물을 받았다는 증언을 입수했습니다.

이명일 : (당황하는) 뭐, 뭐 네 이놈들 감히!



#48. 궁. 편전 / 문정전 / 낮


인조와 변식, 김익희 등을 비롯. 3정승 6판서 모여 있다.


김익희 : 호판 이명 대감은 불법 재산을 은닉하고 해외로 빼돌리려 했으니, 마땅히 공초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 공초 죄인이 범죄사실을 진술하는 일)

변식 : 하오나 전하. 호판은 반정공신이옵니다. 전하께서 반정공신을 내치시면 조정의 기강이 흔들릴 뿐 아니라

         저 남인 놈들에게 책잡힐 빌미만 주는...

인조 : (부드러게) 내 호판의 공을 모르는 바는 아니네.. 자네들의 공을 내 늘 잊지 않고 있지.

대신들 : 망극하옵니다. 전하!

인조 : 허나 아무리 반정공신이라 하더라도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고 불법 재산을 은닉한 그 큰 허물을 어찌 덮을 수 있겠는가.

대신들 : (당황하는)

인조 : 허니, 예서 그대들이 아무리 호판의 사죄를 청터라도... 짐은 그저 원칙대로 처리할 밖에...

대신들 : 전하!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김익희 : (좋았어!)

변식 : (뭔가 읽은 듯한 표정)

인조 : (단호한) 그만 물러들 가게!



#49. 의금부 판의금부사실 앞 / 낮


난감한 표정의 강민학. 그 앞에서 안절부절 서 있는 양순모.

따지고 있는 용이.


용이 : 아니 왜 잡으라는 도적놈은 안 잡고 엉뚱한 사람만 잡아다 놔. 아~ 일지매 잡으라고요~

         금부가 이리 찌질하니 나라가 이 모냥이지.

강민학 : (한심한) 너 그러다 아주 여기 단골 되겄다. 지난번에도 그~ 생떼를 쓰더니...

용이 : 아놔. 풀어달라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저 가족들이 잠깐 얼굴만 보고 가겠다는데.

강민학 : (다 죽어가는 양순모 보고 난감한) 나도 들여보내고 싶지. 헌데 일이 좀 커져서..


하는데 멀리 변식 씩씩거리며 나온다. 나오자마자 강민학 조인트 까는 으- 신음소리.


변식 : 왜 김익희 놈 귀에 들어가게 해?

강나장 : 그게... 하필 추국 중에 갑자기 들이 닥쳐서...

변식 : 시끄라. 어떻게든 막았어야지. 지금 그 도적놈 하나 땜에 일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기나 해?

용이 : (얼굴 삐쭉 내밀며) 혹시, 대장나리십니까?

변식 : (용이 위아래로 훑어보며) 뭐야? 이놈은.

용이 : 그르지그르지. 원래 이런 얘긴 젤 높으신 분이랑 해야 통하죠. 어쩜 그리 듬직허니 믿음을 갖게 생기셨을까...

변식 : (으쓱) 가만.. 이 놈을 어디서 봤드라..

용이 : 나리. 억울하게 잡혀온 채소전 아제, 얼굴 한 번 보고 구메밥만 넣게 해 주십시오.

변식 : 시끄라. (가려는 데 확 매달리는 용이, 나리- 하며 바지 붙잡고 늘어지고.. 허리춤 잡는 변식, 바지 내려갈까 전전긍긍)

         이 놈! 내가 누군지 알고. 어따대고 감히. 화악~

용이 : 뭐 정 그러시면...할 수 없는 일이지요. 소인 이 길로 대궐행입니다.

변식 : 대궐?

용이 : 제가 또 격쟁에는 일가견이 있어서...나랏님도 절 이뻐라 하시고...

변식 : 아~ 너 너 너.. 그때 그... (강민학 보며 손사래) 야야..들어줘.. 면회..구메밥..다 해줘. 다 해줘.

강민학 : 예? 아 예...

변식 : 이 새끼 당장 끌어내.. 쩌~~기, 대궐 반대쪽 쩨일 끝에...

용이 : (손 탈탈 털며) 제 발로 돌아갈 테니 걱정 마십시오. 대궐 반대쪽 끝으로 갑니다. 보세요. 저 갑니다. (하며 막 걸어가는)

변식 : (가는 용이보며 기막힌) 뭐.. 저런 시끼가 다 있어?

시후e : 부르셨습니까?

변나장 : (돌아보면 시후다) 엉, 당장 거적 들고 따라 와. (앞장서서 간다)

시후 : (무슨 말인가)



#50. 인근 / 낮


나장들 앉아서 시완 오면 일어선다.


시완 : 변나장 어디 갔어? 도사들 신발 닦아 놓으랬더니.

송나장 : 궐에 들어갔는데요.

시완 : 뭐 어디?

송나장 : 판의금부사 나리께서 변나장을 아주 잘 보신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나장 따윌 궁까지 데리고 가겠습니까?

시완 : (확 얼굴색 변하는)



#51. 창경궁 외경 / 차비문 앞 / 낮


변식 : (머리 풀어 헤쳐진 상태로 거적위에 앉아)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놀라는 시후. 다른 대신들 놀라 뛰어오고... 우왕좌왕...

그때. 내관 목소리. 전하, 납시었습니다.

조정대신들과 함께 나타난 인조, 기다렸다는 듯 오바하는 변식.


변식 : 전하~ 이것은 사헌부의 직권남용이옵니다. 호판 이명 대감은 아~무 죄가 없사옵니다.

대신들 : (눈치보다 변식 옆 주저앉으며)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인조 난감해 하는 듯.

이때다 싶은 변식.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임금에게 다가가며.


변식 : 전하~~~ 부디 호판의 수사를 중지하여 주십시오.


내금위 병사가 창으로 변식 앞 가로막으면 오버스럽게 몸부림치는...변식.

김익희 한심한 듯 바라보고....인조.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는.

사천, 문득 나장차림으로 서 있는 시후 본다. 시후와 눈 마주치는 사천, 나장복 보고 놀라는.

시후, 사천 알아보고 목례한다.


인조 : (결심한 듯) 알겠네. 그대들의 뜻이 그리 강경하니.. 어쩔 도리가 없구만.

         호판의 일은 일단 공함(서류로 제출. 오늘날의 서면답변)하게. (** 공함 오늘날의 서면답변)

김익희 : 공함이라니오. 전하! 호판을 풀어주면 모든 증거를 인멸하려 들 것입니다.

인조 : 판의금부사. 그 도적부터 잡게나. 가뜩이나 계속되는 변란으로 힘든 내 백성들, 도적마저 들끓으면

         어찌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겠나...아니 그런가? 지금은, 파당과 부서를 막론하고

         그 도적을 잡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야! (돌아서 간다)

변식 : 예. 전하. 제 말이 그 말이고 제 뜻이 그 뜻입니다.

김익희 : (기막힌)



#52. 의금부 정문 앞 / 낮


송나장과 시후가 너덜너덜해진 양순부 부축해서 나온다.

마중 나와 있는 저자사람들 양순부 부축하고.. 양순모, 양순 엉엉 울며 따른다.



#53. 양순네 집 앞 / 낮


문 앞에 서 있는 용이. 채소전 앞에 붙어있는 영업정지 방 본다.


양순모e : 아이고..이제 우린 우째 사노. 돈도 뺏기고, 장사도 몬하게 하고. 아주까리 놈들 돈은 어뜨케 갚노~~~ (울며 곡하는)


심난한 표정으로 서 있던 용이, 돌아서는데 양순이 서 있다.


양순 : (용이에게 한 닢 내민다)

용이 : (돈 보며) 뭐냐?

양순 : (용이에게 쥐어주며) 원래 이런 거 준다아이가. 뒷돈.!

용이 : 뒷돈?

양순 : 울 아부지 저래 만든 아제들 혼 쫌 내도. 오라버니는 착한 아주까리 아이가. 내, 다 안다.

용이 : (황당)

양순 : 적나? 좋다, 그라모 거래를 하자. 내가 난중에 오라버니한테 시집가주께. 됐나? 됐제?


으쓱 하며 휙 돌아서는 양순. 황당한 듯 보는 용이.



#54. 일지매 아지트. 창고 / 밤


궤짝들 앞에 서 있는 용이. 궤짝 밑에 쭉 삐져나온 종이쪽지보고 뭐지? 하고 보면 ‘중촌 송행수’라고 씌여 있다.

용이 다른 궤짝들 보는데, 역시 상호, 이름, 다 써 있다. (남문 백당전 수동네. 동문 잡화전 칠성네. 등등..)


양순모e : 아이고..이제 우린 우째 사노. 돈도 뺏기고, 장사도 몬하게 하고. 아주까리 놈들 돈은 어뜨케 갚노~~~ (울며 곡하는)


용이 고민하는...



#55. 저자. 이른 아침 / 낮


문 여는 채소전주부인. 문 앞에 자루 놓여 있다. 뭔가 보다가 깜짝 놀라는.

뛰어오는 걱두.


걱두 : (보며) 자네도 돌아왔는가?

양순모 : (신기한 듯) 예. 고대로..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아이고 살았네 살았어...인제 살았어.

걱두 : (소근거리듯) 연초전이랑, 백당전, 과일전, 미전... 다 돌아왔대..

용이e : 뭐가 돌아와요?


고개 쑥 내미는 용이. 화들짝 놀라는 걱두와 채소전부인.


용이 : (씩 웃으며) 아제, 집 나간 아짐이 돌아왔어?



#56. 철물전 앞 간이 쇳대매장 / 낮


돼지머리에 절하는 쇠돌. 돼지 입에 엽전 끼워 넣으며.


쇠돌 : 비나이다. 비나이다. 양반님네들 집에 도적들 많이 들끓게 해서 쇳대사업 대박 나게 해주세요.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 앞에 공갈, 흥견, 걱두, 심덕, 단이 빙 둘러선 뒷모습.

쇳대매장, 철물전 인수가 아니라, 그 앞 나무의자 하나에 쇳대 걸려 있는 판때기 하나.


심덕 : (고름으로 눈물 찍 찍고) 드디어 자네가 정신을 차리고..

공갈 : (기가 차다는 듯 보다) 난 또 뭔 대단한 장사 시작했다고.. 돼지머리가 부끄럽네.

일동 : (공갈 휙 째리는)

걱두 : (짠~하고 간판 내밀며) 아나. 개업선물이다.


걱두가 만들어 온 간판, 쇳대 걸린 판보다 크다. <용이네 쇳대. 그 밑 작은 글씨; 일지매도 못 따고 울고 간 그 쇳대집!>


흥견 : 그나저나 용이는요?

쇠돌 : 엉, 어엉... 바뻐..

걱두 : 바쁘긴. 무뢰배 짓 하느라... (쇠돌, 눈 확- 부라리면, 시선피하며) 그란디 봉순이도 안 보이네?

공갈 : 엉~ 우리 봉순이도 바뻐. 요새 날마다 어딜 쏘댕기는 것이.. 수상혀.



#57. 궁궐 홍화문 앞 / 낮


격쟁하러 온 사람들.

봉순 사람들 붙잡고 범발톱의 주인 찾는 중이다.


봉순 : 혹시 이 노리개 찾는 사람 안 왔소?

격쟁인1 : 이 처자 또 왔네. 글쎄 안 왔다니까.



#58. 인근 / 낮


걸어오는 희봉 패거리. 용이 슬슬 눈치 보며.


용이 : 성. 병판대감 댁 뒤는 안 봐 줘?

희봉 : 안 봐주긴, 병판 대감 땜에 우리 식구들이 먹고 산다. 최우수 고객이시다. 임마.

용이 : 그럼 그 댁은 언제 가?

희봉 : 뻔질나게 부르시더니 요즘은 좀 뜸하시네... (뭔가 발견하고) 어랍쇼? 저거 뭐야?


하면 용이 희봉 시선 따라가다, 깜짝 놀라 희봉 팔 후다닥- 잡는다.

희봉, 놔 봐~ 하며 순식간에 용이 뿌리치고 앞장서 가면. 당황한 표정 짓다 난감한... 후다닥 담 뒤로 숨는 용이.



#59. 쇳대매장 앞 / 낮


단이만이 남아 고삿상 치우고 있다.


쇠돌 : 아이고 내가 한당께는... (하는데)

희봉 : (다가와) 아이고 뭐혀? 사랑의 쇳대질?

쇠돌 : 뭐여? 이 눔의 시끼들. 흐미~ 지름이 지르르르 아이고 썩은내~ 이놈들아 머리 좀 빨고 댕겨라. 흐미미~

희봉 : 아니, 이 아제가. 쥐똥 만하게 생겨갖고.. 여그서 장사 하려면 자릿세 내야한단 말 못 들었어?

         (쇠돌 목의 쇳대판 확 뜯으려는데)

단이 : (달려들어 말리며 버럭-) 뭐하는 짓들이야.

희봉 : 아이고 아줌니 싸납네...어뜨케..서방님 구실 좀 못하게 만들어 드려?

쇠돌 : 뭐, 뭐시여 이놈아?

희봉 : 으따 가만 보니까 아제 이빨 빠진 호랭이네?

쇠돌 : (순간 입 흡 다무는)

단이 : 한심한 놈들. 할 짓이 없어. 썩 꺼져. 이놈들아. (하며 희봉 밀면)

희봉 : 아, 이 아줌니 말로 안되겠구만.


하는데 휙- 희봉 멱살 잡는 손. 돌아보면 시후다.

시후, 희봉 땅바닥에 패대기치면, 희봉 우씨-하고 일어나다 나장차림에 헉-


시후 : 남문에서 무뢰배 놈들이 판을 치고 다닌다더니 니놈들이구나.

희봉 : 아, 아이고.. 나장나리. 수고하십니다. 그것이 아니고.. 쇳대가 좀 필요해서 구경 쪼까 허니라고.. 그럼 수고하쇼.



#60. 쇳대매장 인근 / 낮


도망치듯 가는 희봉 무리들. 그런데 도망가던 희봉 문득 멈춰선다. 가만...

휙 돌아보는 희봉, 순간 얼굴 일그러지며.


희봉 : 저, 저 시끼.. 저! 저!



#61. 쇳대매장 앞 / 낮


쇠돌과 단이... 마주보고 서있는 시후. 어색함 흐르고..


쇠돌 : 차, 차돌아... 왔냐?

단이 : (아무 말 못하고 그저 바라보는)

시후 : (사무적이고 딱딱한 말투로) 의금부 나장입니다. 무뢰배 단속기간이라 도성 순찰 중입니다. 다른 피해는 없으십니까?

쇠돌 : (당황스런) 아.. 예......

시후 : 그럼 수고하십시오. (목례 하고 가는)


단이, 가는 시후 뒷모습.. 바라보는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애써 참는 단이 어깨 들썩이고...

쇠돌, 그런 단이 어깨 꼭 껴안아 주는.



#62. 인근 / 낮


시후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누군가 막고 서있다. 보면 노려보고 있는 희봉이다.


시후 : 뭐야?

희봉 : 아니올시다. 나장 나리!

시후 : 비켜!

희봉 : (계속 안 비키고 노려보는)

용이 : (숨어있다 보다 못해 뛰어나와) 성 왜 그랴.. 가, 어여.

시후 : (용이 알아보고 한심한 듯 차림 꼬락서니 보다 다시 희봉 보며) 뭐 할 말 있나?

용이 : 아이고 할 말은 무신. 나장나린 어여 가던 길 가십시오. 나랏일 하시느라 바쁘실 텐데..

         (하다가) 어라? 도련님? 접때 저자, 격투장... 저 아시죠?


하는데 시후, 한심한 듯 용이 보다가 휙 돌아서 가 버린다. 용이 뻘줌~


용이 : 에이~ 낯가리시네.. 성 대체 왜 그래? 좋은 분인데...

희봉 : (가는 시후 계속 노려보며) 저 놈.. 그 놈이다.

용이 : 그 놈? 뭔 놈?

희봉 : 니 누이 포청에 고변한 바로 그 놈!


뭐? 순간, 용이 눈에서 불꽃 튀는.. 주먹 쥐고 부들부들 떨며 시후 쫓아가려는 용이.

희봉 놀라 확 붙들며.


희봉 : 너 어쩔려 그래?

용이 : 놔! 놔! 놔와~~~~~

희봉 : 용아.. 제발.... 죽고 잡냐.. 참아. 제발~

용이 : (끓어오르는 분노..가쁜 숨..) 허..허...



#63. 도박장 딸려있는 술집 / 낮


벌컥벌컥 술 마시는 희봉. 용이, 입술 꾹 다물고 앉아 있다.


희봉 : (용이 눈치 살피며) 뭐 따지고 보면, 그 놈이 뭔 죄냐. 그저 사람 해하고 도망친 관비라 고변한 거겠지.

용이 : (서늘한 표정)


그때 저쪽 도박장에서 시끌시끌한 소리 들리며 노름꾼 나오고. 뛰어 나와 붙잡는 시완.


시완 : (잔뜩 취해서 비틀비틀) 가긴 어딜 가. 끝장을 보자구.

노름꾼1 : (한심한 듯 픽-) 제 아무리 도사 아니라 도사 할애비여도 우린 쩐 없으면 상대 안 합니다.

시완 : 뭐 이 자식... (퍽- 치면 넘어지는 노름꾼)


다른 노름꾼들 일으키면 노름꾼1 입술 쓱 닦으며. 시완 확 째려본다.


시완 : (능정거리며) 뭘 봐. 이 짜식아~ 확 눈깔 깔어~ 쌍것주제에.

노름꾼1 : (노려보며) 좋습니다. 더 하죠. 헌데 돈 말고 딴 걸 걸죠.

시완 : 좋아...뭐든.. 다~걸어. 하자구.


노름꾼들 서로 눈 마주치고. 일동 다시 도박장 안으로 들어가는...


희봉 : 그 나장 놈이랑 저기~ 저 한심한 놈이랑 형제다.

용이 : 뭐? (알겠다는 듯) 근데 왜 나장이야? 양반집 도령이면서...

희봉 : 얼자거든. 변대감이 종년 건드려 낳은 자식. 저 싸가지가 그 나장새끼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드라.

용이 : 그래..? (눈빛 반짝...심각하게 뭔가 생각하는...)



#64. 선술집 도박장 안 / 낮


시완 : 손가락?

노름꾼1 : 왜, 겁나십니까. 나리?

시완 : (자존심 확 상하는) 좋아... 걸어. (손 내밀며) 걸자고~!


<시간경과>

서로 눈치 살피며 패 보고 있는 노름꾼들...

시완 눈 반쯤 풀린 채 패 보고.


노름꾼3 : 7

노름꾼2 : 8

시완 : (씨익) 9땅! (돈 쓸어가려는데)

노름꾼1 : (잡으며) 장땅!


순간 확 술이 깨는 시완 얼굴색 하얗게 질리는...

씨익 웃는 노름꾼들 노름꾼2,3 시완 손목 잡으면.. 덜덜 떠는 시완.


노름꾼1 : (품에서 칼 꺼내 쓱쓱 닦는)

시완 : 이, 이놈들.. 감히... 이러고도 니들이 성할 줄 아느냐?

노름꾼1 : 노름하다 생긴 문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게 이 바닥 불문율 아닙니까 나리.

              더구나 도사 나리께서 노름 하다 손가락 잘린 걸, 어디다 하소연하시게요.

시완 : (공포, 애절한 눈빛) 봐, 봐주게...

노름꾼1 : 어허.. 떠시긴. 금방 끝납니다. 나리. 체통을 지키셔야지요.

시완 : 도, 돈을 가져오라 하마.

노름꾼1 : 내 뺨 값이 어디 돈으로 되나요?

시완 : 놔, 놔라!


몸부림치지만 패거리들 시완 붙잡고 놔 주지 않고 칼 내리찍으려는 노름꾼1 막 시완의 팔목 내리치려는데..


용이e : 거, 뭣들 하는 짓거리야.


노름꾼들 돌아보면, 용이 건들거리고 들어온다.


용이 : 재미지자고 하는 투전을 사람 몸까지 망가뜨리면 쓰나.

노름꾼1 : 너 뭐야?

용이 : 못 보던 얼굴들인데 어서들 원정 오셨나? 남문 투전판에서 용일 모르면 오랑캐지.

노름꾼 : (허) 니가 용이냐?

용이 : 거, 소문은 들으셨구만. 그러지 말고 나랑 한 판 뜹시다. 내 이기면 이 도련님 그냥 놔주고

         내가 지면 도련님 손가락에 (품에서 가죽칼 꺼내 판 위에 칼 확 내리꽂으며) 덤으로 내 손목!!!

시완 : (놀라는)

희봉 : 요, 용아!

노름꾼1 : 허. 이 놈 봐라. 그래, 니놈 배짱 하난 알아준다 소문은 내 익히 들었다. 좋아. 해보자.

용이 : 나 얼마 시간 없으니까 한방에 갑시다.


노름꾼1 패 60장을 섞어 뒤집어 자기 앞에 좌르르 놓는다.

일동 침 꼴깍 넘어가는... 희봉, 시완도 잔뜩 긴장한 눈으로 본다. 몰려 든 구경꾼들..

노름꾼1 뒤집어진 패 가운데 한 장을 슥- 까 쥔다.


노름꾼1 : (씩 웃으며) 맞춰봐. 이걸 맞춰야 남문 최고의 투전꾼이지.


용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닥의 패들 내려다본다. 눈 꾹 감은 채, 손으로 덮어진 패들 만져보는..

이윽고 눈 뜨고 낙담한 듯... 시완과 희봉 향해 고개 절레절레...

덜덜 떠는 시완.

용이가 꽂은 칼 뽑아 쥐는 노름꾼....


노름꾼 : 자, 그럼 누구 것부터 가져갈까! 아무래도 니 놈 손목보단 도사나리 손가락이 더 귀하겠지?

시완 : (덜덜 떠는) 이, 이 놈들..

용이 : (확 뺏으며) 이거 내 칼이요. 누구 맘대로 남의 칼을 쓰래? 성님 칼이 훨 잘 들겠구만.

시완 : (놀래 용이 돌아보며) 너! 너! 너 이 놈!!!

용이 : (씩 웃으며 칼 쓱 닦아 품에 넣으며) 에이 나리. 모냥 빠지게. 이럴 때일수록 의연하셔야지. 너무 흥분하신다. 체통!!!

시완 : (알겠다는 듯) 이 놈! 니가 이런 식으로 나한테 복수를 해!

용이 : (씩 웃는) 울 아부지 여적도 이빨 나라고 까치한테 비는데...

시완 : (절망스런 부들부들 떠는)

노름꾼 : (씩 웃으며 칼로 시완 손가락 확 내리치려는 순간)

시완 : 으아아아아~~~~~~~~~~

용이 : (심드렁하게) 물괴기에 끗수 칠!


순간 노름꾼1 내리치던 손 멈추고... 일제히 시선 집중.

노름꾼1 표정 허.. 아연실색한...

눈치가 이상하자 희봉, 얼른 노름꾼1이 뽑아놓은 패. 확 까뒤집는데. 과연..물고기에 끗수 7이다.

놀라는 일동. 긴장 풀렸는지 털썩 주저앉는 시완. 씩 웃는 용이.



#65. 북촌 색주 거리 / 낮


걸어가는 시완과 용이. 용이 신기한 듯 주변 둘러보는.


시완 : 대체 실력이 어느 정도 길래 그게 보이느냐?

용이 : (피식) 알려드려요?

시완 : 엉? (좋아라) 응.응.. (끄덕끄덕)



#66. 플레쉬 백- 도박장 (과거) / 낮


판 위로 탁- 찍히는 용이 가죽칼.


용이 : 덤으로 내 손목!!!


노름꾼 투전패 바닥에 좍- 깔고.. 그 중에 한 장 드는 순간 용이가 꽂아둔 칼날에 살짝 비치는 카드의 모양.

놓치지 않고 보는 용이.


시완e : (기막힌) 그럼 너!



#67. 수청옥 방 / 낮


거하게 한 상 차려져 있고 우걱우걱 먹는 용이.


시완 : (먹는 용이 흐뭇한 듯 보며) 헌데... 너 나 원망... 안하냐?

용이 : 에이 다 잊었습니다. 사내자식이 꽁- 해봐야~

시완 : (보며 웃고) 너도 힘든 일 있으면 어려워 말고 다 얘기해라.

용이 : (눈치 살피며) 허면 댁에 놀러 한 번 가도 되겠습니까?

시완 : 우리 집엘?

용이 : 예.. 소문 들었습니다. 99칸 대궐 같은 집에 사신다면서요? 쇤네 죽기 전에 그런 집 구경 한 번 해 보는 게 소원이라...

시완 : 뭐 그까짓 거.. 좋아.. 언제든지 환영이다.

용이 : 그럼.. 내일..?

시완 : 내일? (안타깝게) 내일이랑 모레는 내가 비상근무다. 영중추부사영감이 청 사신으로 급히 가게 돼서..

         모레 천우회 회원들이 그 댁에서 환송연을 열어주기로 했거든.

용이 : 천우회요?

시완 : 서인들의 실세모임이지. 우리 아버지도 천우회 회원이야.

용이 : 근데 왜 도사님이 비상이에요?

시완 : 에효. 요새 도적놈 하나가 설쳐대는 바람에 경비 서야 된다. 젠장!

용이 : 언놈인지.. 참 그 도적놈 땜에 고생 많으시네요.

시완 : (투덜) 그러게 말이다. 아니, 그 영감탱은 호위무사를 셋이나 거느리면서 뭘 또 의금부 관원들까지 오라가라 해.

         의금부 관원들이 지 사병이야? 참내.

용이 : (일순 긴장하는) 호위무사요? 셋?

시완 : 엉. 그 영감탱 자기도 검 좀 쓰면서 그리 무서우면 직접 잡든가.

용이 : 검이요? (순간 눈빛 반짝)



#68. 쇳대매장 / 낮


멍하니 앉아있는 단이. 옆에서 눈치 보는 쇠돌.


쇠돌 : (슬슬 단이 눈치 보며) 그래도.. 차돌이가.. 지 엄니 밀친다고 기냥 싸-납게,

         아까 봤지? 그 아주까리 놈들이 기가 팍 죽어가꼬..

단이 : 아주까리파요? 용이가 그놈들하고 어울린다면서요?

쇠돌 : 잉? 그..그것이...

단이 : (벌떡 일어나 철물전 앞으로 가더니 전 앞에 서서) 칼 좀 빌립시다.



#69. 수청옥 방 / 낮


용이 : (숭어식해 먹으며) 이야.. 이거 진짜 맛있다... 이게 뭡니까? 나리.

시완 : 음 숭어식해. 참 넌 이런 거 첨 먹어보겠구나.

용이 : 우와. 난 울 엄니가 만들어준 음식이 세상에서 젤로 맛있는 줄 알았는데.. 누군지 음식 솜씨 하나 쥑이네..

시완 : 그래? 더 가져오라하까? (용이 괜찮다고 손사래 치려는데) 어이!

기생 : (들어오며) 예. 나리.

시완 : 이거 한 접시 더 가져 와.



#70. 정지 인근 장독대 앞 / 낮


기생에게 접시 받는 한씨부인. 항아리 뚜껑 열어 삭힌 숭어식해 꺼내는데.


기생 : 이거 찾는 손님들이 어찌나 많은지. 자넨 어쩜 그리 솜씨가 좋아?

한씨부인 : 아닙니다. 이건 그저 제 아들놈이 좋아하던 음식이라...

기생 : (고개 끄덕이며) 방에 갖다 드리게~ (하고 총총 가는)

한씨부인 : (그릇에 숭어식해 담으면서 슬픈 표정)



#71. 수청옥. 기생방 앞 / 낮


숭어식해 그릇 들고 오는 한씨 부인. 방문 앞에 서서.


한씨부인 : 나리, 식해 가져왔습니다. 잠시 들어가겠습니다.


신발 벗고 올라가 막 방문 여는...



#72. 아주까리파 도장 (동백당) 담장 인근 / 낮


희봉 : (담 모서리 막 돌며) 누가 찾는다 그래?


하는데 퍽- 점핑하듯 확 희봉 올라타는 쇠돌. 순간 쾅 넘어지는 희봉.


쇠돌 : (넘어진 희봉 목 누르며) 이 눔의 시끼. 너 오늘 뒤졌어.

희봉 : (목 누르던 손 확 뿌리치며 벌떡 일어나면 쿵 떨어지는 쇠돌) 아씨~ 뭐야. 이 아제 이빨 빠진 쥐똥 아냐?


하는데 희봉 앞에 툭 내던져지는 광목천으로 싼 식칼. 뭐야 하며 집으면.


단이 : 그걸로 내 손가락 잘라.

희봉 : (놀라보면)

단이 : (그 자리에 주저앉아 손 펴서 바닥에 댄다) 내 손가락 하나 줄 테니 내 아들 보내 줘.

쇠돌 : 다, 단이.

희봉 : 뭐야 두 분이 오늘 쌍으로 납시었어? 어이 아짐 아짐 손가락 잘라서 어따 쓰라고?

쇠돌 : 그, 그람 내가 이빨을 뽑으면 안 되까... 아직 앞니 하나 남았는 디.

단이 : 손가락이 부족함 손목도 내 줄 테니 내 아들 쫓아내 달라고.

희봉 : 어디 그럼 줘 보슈 내 아짐 아들이 누군진 모르지만 당장 내줄테니.

단이 : 그래.. (식칼 들어 식칼 싼 광목천 확 푸는)

쇠돌 : (놀라 온갖 호들갑) 안돼 일편단이. 안되야...차라리 내 손모가지를.. (뺏어 던지고) (들이대며) 에라 이 기름떡 시끼야.

         이나핑생 학당, 집, 학당, 집 밖에 모르던 그 순진한 놈을 데려다가...

희봉 : (같잖다는 듯..어느새 웅성웅성 모여든 희봉 부하들 돌아보며) 대체 그 잘난 아들이 누구야? 야 여기 책보 메 본 놈 나와 봐.

부하들 : (궁시렁 궁시렁)

단이 : (애절한) 우리 용이 보내주기만 하면 내 심장이라도 내 드리리다.

희봉 : (놀라는) 용이?



#73. 수청옥. 방 안 / 낮


드르륵 문 열리고. 들어서는 한씨부인 그러나 텅빈 방안. 차려진 상은 그대로인데 용이도 시완도 없다.


한씨부인 : 가셨나? (물끄러미 자신이 들고있는 식해접시 내려다보는)



#74. 아주까리 도장 (동백당) 안 / 낮


희봉, 쇠돌 단이 술상 앞에 앉아 있는.


희봉 : (쇠돌에게 술 한잔 공손히 따르며 부드러운 말투) 걱정마슈.

단이,쇠돌 : (의외의...멈칫)

희봉 : 나 그 놈 친 동생이라 생각하요. 하도 고집을 부려 입당시키긴 했지만, 나같이 살게 안 둘 거요.

         허니 잠시 두고 기다려 보쇼..

단이 : 믿어도 되겠소?

희봉 : 예. 용이 그 놈 무뢰배나 할 놈이 아니죠.

단이 : (희봉에게 술 따라주며 단호하게) 믿겠네.

쇠돌 : (소매로 쓱 훔치는) 아까 쪼까 아팠제... 우리 용이 잘~좀 부탁흐네.



#75. 뒷간 밖 / 낮


용이 배 슬슬 문지르며 나온다.


용이 : 간만에 좋은 음식을 먹었더니.. 배가 놀랐나?



#76. 수청옥 / 방 안 / 낮


주안상 치우는 한씨부인. 그때 막 문 열리는 데. 밖에서 들리는 시완의 목소리.


시완e : 용아~


무심코 뒤돌아보는 한씨 부인.



#77. 수청옥. 방문 밖 / 낮


방문 열던 용이의 손 순간 멈추고, 뒤돌아보는 용이.

걸어오는 시완, 그 뒤에 송나장 있다.


시완 : 가 봐야겠다. 금부서 찾는다.

용이 : (후다닥 뛰어내려오며, 급 비굴하게 옷 먼지 톡톡 털어주며) 가셔얍죠. 도사님 안 계심 금부가 안 돌아가잖아요~

         (클럽 웨이터 마냥 고개 숙이고 팔 쫙~) 가시깝쇼?


용이 후다닥 앞장서 안내하듯 나가고 시완 나가는데..

방문 열리고 주안상 들고 나오는 한씨 부인. 가는 용이와 시완의 뒷모습 보이고..

무심한 표정의 한씨 부인. 정지 쪽으로 간다.



#78. 세검정 / 밤


홍제천 냇물 흐르고... 달빛 냇가 보며 서 있는 흰도포(인조)

인조 등 뒤로 서 있는 김익희.


김익희 : 전하. 어찌 호판의 죄를 덮으려 하십니까? 이 일은 비단 호판의 문제만이 아니옵고,

            썩어 빠진 조정대신들의 총체적 비리를 척결할 수 있는..

인조 : (부드러운 말투) 허나 짐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니었드냐.

김익희 : (강경하게) 전하! 어찌하여 우리가 광해를 폐위시켰습니까?

            이이첨 같은 대북파들이 관직을 팔아먹고 온갖 파행을 거듭 하는 동안!

인조 : (김익희 돌아보면)

김익희 : 광해는 그들의 비리를 비호하고 덮는데 급급해 나라가 도탄에 빠지질 않았습니까?

            전하! 어찌하여 광해의 전궤를 밟으려 하시옵니까!

인조 : (눈가에 작은 경련) 너도... 광해가 나보다 나았다... 그리 생각하니? (하며 쓱 김익희 보는데 서늘한 눈빛)


김익희, 인조의 눈빛에 섬뜩한... 인조 옆에 서 있는 사천 역시 서늘한 눈빛.



#79. 심이열 대감 집이 훤히 보이는 어느 사대부 지붕 위 / 밤


검은 의복 휘날리며 서 있는 일지매. 그의 매서운 눈에 횃불 밝혀진 영중추부사 심이열 사랑채 마당 내려다보이고

도포 입은 심이열(인조가 이원호를 죽일 당시의 도포와 느낌이 비슷한 도포) 서있고

그 앞에 둘러서있는 3인의 무사들 (역시 당시 용제, 사천, 무이 느낌)

플래시 - 궤짝을 통해 내다보는 어린 겸이 눈에 비친. 13년 전. 이원호를 둘러싸고 있는 3인의 자객과 흰도포.

복장과 분위기가 13년 전 그들과 상당히 유사하다. 서늘한 눈빛의 일지매.

























첨부파일 일지매9회.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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