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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1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10.25|조회수448 목록 댓글 0

[일지매] 11











#1. 길. 나무 위 / 밤


나무 위에 앉아있는 일지매와 은채.

은채 놀란 표정으로 보면 일지매 허리에 나무들과 연결된 줄 묶여있는..

은채의 입 막고 있던 손 푸는 일지매.


일지매 :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억지로 태우는 것 같길래.

은채 :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보면)

일지매 : (복면 속, 눈웃음) 할 일... 남으신 거죠?


일지매 은채 품에 안은 채, 나무에서 휙 내려오는. (나무에 연결된 줄 주르르 따라 내려오는. 설명 참조)



#2. 변식집 솟을 대문 앞 / 밤


가마 내려놓는 가마꾼들.


섬섬 : 당도했습니다. 아씨. (대답 없는) 아씨? 아씨? 주무시나? (가마 문 열자마자 으악~) 아, 아씨가...


희봉 놀라 보면 가마뚜껑 뜯겨진 흔적. 가마뚜껑 휙 들어보면 가마 안에 놓여있는 큰 돌덩이 (은채 몸무게 정도의)

그때 대문 열고 나오는 시후와 막쇠. 심상치 않은 분위기 느끼는 시후.


시후 : 무슨 일이냐?



#3. 거지촌 / 밤


일지매 나무에 앉아 내려다보고 있는..

일지매 시선으로... 거지촌 병자들 죽 먹여주고.. 더러운 아이들 씻기는 은채 보인다.

아이들과 물장난 치며 미소 짓는 은채. 그 모습 바라보는 일지매의 시선..



#4. 거지촌 입구 / 밤


거지촌에서 나오는 은채. 사람들 입구까지 따라 나와 걱정스런 표정으로.


거지1 : 아이구 아씨. 쇤네들이 댁까지 모셔다드린다니까 그러시네.

은채 : 혼자 갈 수 있다니까요. 어서 들어가 아이들 재우십시오.

거지1 : 하지만.. 밤길인데.. 가마도 보내시고.. 어찌 혼자서..

은채 : 매일 다니는 길인걸요. (거지 손에 들린 등롱 뺏어들며) 들어가세요. 그럼.


공손하게 인사하고 가는 은채.

못내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는 거지촌 사람들 시야에서 사라지면... 멀리서 들리는 짐승 울음소리에 흠칫..

하지만 이내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걸어가는 은채.

그때 누군가 은채 손에 들린 등롱 휙 뺏는.. 놀라 돌아보는 은채. 일지매다.

등롱 들고 묵묵히 앞장 서 걷는 일지매. 은채, 반가움에 살며시 미소 짓는다.



#5. 숲 가. 가로수 길 / 밤


등롱 든 채 말 없이 걸어가는 일지매. 그 뒤를 천천히 따라 걷는 은채.

그렇게 말없이 걷는 일지매와 은채의 머리 위로 내려앉는 은은한 달빛..

문득 은채 발걸음 서둘러 일지매 옆에 살짝 서고, 일지매의 옆얼굴 힐끔 쳐다보는..

그런 은채 시선 느끼는 일지매. 은채를 향해 고개 돌리면 서로 마주치는 두 사람의 눈빛.

그때 저만치 아씨 아씨! 소리와 함께 멀리서 뛰어오는 사람들 실루엣 보이고..

순간 은채 손 확 잡아채는 일지매. 숲가 쪽으로 밀고 들어가고..



#6. 숲 속 안 / 밤


나무 뒤 바위 아래 몸 웅크리고 숨은 일지매와 은채.

아씨! 부르는 소리 점점 가까워지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등롱불 끄려고 동시에 후- 불려다 가까이서 눈 마주치는.

가까워진 얼굴.. 순간 어색해지는 두 사람..

아씨! 아씨! 소리에 후다닥 후- 하고 등롱 불 끄는 은채. 잠시 적막...

어둠 속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두 사람... 고개 돌려 앞 쪽 돌아보면, 그들 앞에 달빛에 반짝반짝 빛을 내는 개울물 흐른다.

카메라 시선 뒤로 빠지면 바위에 앉아 개울물 바라보고 있는 일지매와 은채가 있는 풍광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7. 숲길 가 / 밤


은채야- 은채야 부르며 뛰어오는 시후.

아씨- 아씨- 부르며 그 뒤를 따라오는 희봉과 가마꾼들.



#8. 숲 안쪽, 바위 뒤 / 밤


아씨- 은채야- 부르는 소리 가까이 들렸다 멀어지고.

들킬세라 바위 뒤에서 몸 웅크리고 앉아있는 은채와 일지매. 이윽고.. 주변 조용해지고..

순간 일지매와 은채 사이에 또 다시 어색한 침묵..

은채 결심한 듯 입을 뗀다.


은채 : 매화를 아주 잘 그리신다면서요?

일지매 : (놀라 은채 돌아보다 멋쩍은 눈웃음)

은채 : 맞구나. 일지매... 맞죠?

일지매 : (말없이 은채 바라보다) 제가 무섭지 않으세요?

은채 : (빙긋) 소문 들었습니다. 원래 주인들한테 돌려주셨다면서요? (약간 귀엽고 장난스럽게) 사실 저도 통쾌했습니다.

일지매 : (당황스러운 표정. 그러나 이내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

은채 : (수다스러워지는) 참, 이번엔 변장을 하고 황금두꺼비를 훔치셨다면서요?

         그럼 아까도 거기 계신 분들 도우러 오셨다가.. 아, 그래서 절 보신거군요.

일지매 : (말없이 보는)

은채 : 참 가엾은 분들이세요. 아이들마저 구걸을 다니고 있고.. 병을 앓고 계신 분들도 많은 데

         봄이라도 아직 많이 추워서 걱정이에요. (걱정스런) 우리 객점에 모셔도 추위 해결은 안 될 텐데..

일지매 : (그런 은채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선)

은채 : (문득 일지매 시선 느끼며) 제가 너무 말이 많았지요? (말하고도 스스로 머쓱한) 그만.. 갈까요? (하며 일어나면)

일지매 : (앉은 채, 은채 따라 올려다보는 시선)

은채 : (그런 일지매 시선 느끼고 바라보는...)



#9. 거지촌 앞 / 밤


거지촌 사내와 얘기하는 시후.


시후 : 다시 왔었단 말이지?

거지1 : 예.

시후 : 그리고 혼자 가셨다...?

거지1 : (잔뜩 겁먹은) 예. 혹,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 겁니까?

시후 : 아닐세.


헉헉 거리며 뒤늦게 도착한 희봉, 가마꾼들.

시후,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시 오던 길로 뛰어간다.



#10. 변식집 솟을 대문 앞 / 밤


터벅터벅 걸어오는 시후, 걱정스런 얼굴로 시후 뒤 따르는 희봉 가마꾼들.

대문 앞에서 서성이던 막쇠, 시후 무리 보고 달려와.


막쇠 : 들어오셨습니다요. 방금 전에요.

시후 : (안으로 급히 뛰어 들어가는)



#11. 별채. 은채 처소 / 밤


마루에 걸터앉아 멍하니 앉아 있는 은채. 입가에 살짝 미소. 옆에 서 있는 섬섬.


섬섬 : (답답한) 대체 어찌 된 거냐고요, 아씨. 예?

은채 : (그저 빙그레 미소 짓는)

섬섬 : 시방 웃음이 나옵니까요? 쇤넨 간 떨어지는 줄.. 시후도련님은 또 어떻구요? 얼굴이 허옇게 질려서..


하는데 뛰어오는 시후. 은채 보고 선다.

섬섬 눈치 살피다 슬쩍- 나가는.


은채 : (일어나며)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 오라버니.

시후 : (차분하게) 어찌 된 것이냐?

은채 : 그게.. (잠시 주저) 아버님이 보낸 자가 억지로 가마에 태우길래.. 제가 슬쩍 도망친 것입니다.

시후 : 뭐? 니 스스로 가마지붕을 뜯고.. 돌을 넣었단 말이냐?

은채 :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 입 꾹 다문)

시후 : (황망한 듯 은채 보다) 알았다. 무사하니 다행이다. 쉬거라.


뒤돌아가는 시후 표정, 섭섭한.



#12. 일지매 아지트 (지하) / 밤


복면 벗는 용이. 일지매 옷 벗다 문득 생각에 잠기는.


플래쉬 컷

은채 : 원래 주인들한테 돌려주셨다면서요? 사실 통쾌했습니다. 참, 이번엔 변장을 하고 황금두꺼비를 훔치셨다면서요?

         혹시 그래서 아까 그 곳에 계신 분들 도우러 오셨다가..


일지매 돌아보면 탁자 위에 놓여있는 황금두꺼비와 흑진주. 결심한 듯 챙기는...



#13. 거지촌 / 아침


기지개 켜며 나오는 아이. 배고파.. 엄니.. 하며 걸어오다 궤짝들 발견하고.. 이게 뭐지? 하며 덮어놓은 거적 열어보면

약재, 음식, 옷감 돈.. 등.. 가득 들어있다.

엄니! 아부지! 부르면 무슨 일인가 싶어 오는... 놀라는 아이 뒤로 더 놀란 엄마. 나와 봐요. 다들 나와 봐요~

우르르 나오는 거지들. 놀라서 웅성웅성.



#14. 당산나무 앞 / 아침


양 손에 커다란 보따리 바리바리 싸들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봉순, 표정 신나 있다.



#15. 쇠돌의 초옥 / 아침


방에서 피곤한 듯 나오는 용이. 심각한 표정으로 신발 신는데..

갑자기 날아오는 싸리 빗자루. 놀라보면 잔뜩 화가 나 있는 단이다.


용이 : (순간 표정 확 바뀌며) 아 또, 왜~ 일편단이 진정 좀 해~~~

단이 : (사정없이 후려치며) 오늘 너랑 나랑 같이 죽자 죽어!

용이 : (오버스레 비명 지르며) 아야야 - 아놔~ 내가 왜 죽어~

단이 : 너 거지촌 가서 행패 부렸다며? 어린 아일 때려? 내가 부끄러워 얼굴 들고 저잘 돌아다닐 수가 없어.

         왜 그러고 살어? 대체 언제까지 그러고 살 거야. 너 이러고 사는 걸 니 아버지가.. 니 아버지가...


순간 단이, 가슴에 메이는... 용이, 그런 단이 서글프게 바라보는...

다시 독한 표정 짓는 단이, 싸리 빗자루 쳐들고 용이 패려는데... 놀라 맨발로 뛰어내려와 단이 잡는 쇠돌.


쇠돌 : 아이고~ 일편단이 왜 또 이랴?

단이 : 놔요. 놔.. (쇠돌 확 뿌리치며) 내가 오늘 이 놈을 아주...


하고 다시 용이 후려치는 데 그 사이로 누군가 확- 끼어드는데 봉순이다. 왜 이래요 아줌니..

하지만 멈추지 못하고 내리친 단이의 싸리 빗자루에 봉순 얼굴 맞으려는 찰나,

봉순 손 붙잡고 봉순의 몸 휙 자기 뒤로 숨기는 용이.

순간 싸리 빗자루, 용이 어깨 사정없이 후려치고.. 으~ 인상 쓰는 용이. 그 순간에도 봉순 손 놓지 않는..

용이 손에 붙잡힌 봉순, 순간...

퀵 플래시 - 겸이 손에 잡힌 어린 봉순

멍한 표정으로 자기 손 잡고 있는 용이 손 보는 봉순.


쇠돌 : (빗자루 뺏으며) 오메 단이, 이라지 마아~ 이라지 마랑께...


힘 빠진 듯 바닥에 주저앉는 단이. 부축해 방으로 들어가는 쇠돌.

용이 속상한 듯 보다가, 문득 봉순 손잡고 있는 손. 확 뿌리치며 휙 돌아본다. 봉순 눈 껌뻑이며 있고...



#16. 쇠돌의 초옥 앞 / 아침


봉순 끌고 집 밖으로 끌고 나오는 용이.


용이 : (눈 부라리며) 아놔! 너 땜에 아으~ (아픈지 어깨 만지며) 꼭두새벽부터 남의 집에 와서 지랄이야. 화악~ 가! 안 가?

봉순 : (분한 듯 씩씩거리며) 그게 아니라 니네 엄니가...

용이 : 우리 엄니가 뭐?

봉순 : (안쪽 확 째려보며) 아니, 어쩜 그렇게 사정없이 패? 아무리 지 새끼~ (하다가 입 꾹 다무는)

용이 : 아,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지. 가만.. 근데 이 꼭두새벽부터 울 집엔 왜 왔냐?

봉순 : 엉? 어엉 (좋아라 보따리 풀면 각종 채소, 고기, 굴비, 쌀 등등) 너 맛난 거 해 먹일라고.

         얼굴은 핼쑥하고 몸은 또 삐쩍 꼬라가지고.

용이 : 가만... 요거요거 거지촌에서 내 편 들더니.. 오늘도.. 내 앞을 척 허니 막아서고... (얼굴 확 들이대며) 너, 혹시..

봉순 : (당황스런) 엉? 뭐..

용이 : (실눈 뜨며) 너...

봉순 : (침 꼴깍)

용이 : (눈 확 부라리며) 이런다고 내가 인질 풀어줄 거 같애? 헛 삽질 말고 얼렁 가 일해. 품삯 날 얼마 안 남았다. 확~ 가!가!가!


용이 봉순 보따리 싸주다 새끼줄로 묶은 굴비만 홀랑 빼 들더니, 봉순 떠밀고 안가안가안가 버티는 봉순.

집으로 휙-들어가는 용이, 가다 휙 돌아보며-


용이 : 확 안가? (어깨 만지며) 아으 저거저거 생각할수록 열 받네.

봉순 : (가슴 아프게 투덜거리며 들어가는 용이 보는)



#17. 정지 안 / 아침


심난한 표정으로 정지 들어오던 단이, 깜짝 놀라는...

보글보글 아궁이 위에서 뭔가 끓고 있고, 석쇠에 굽고 있는 생선.. 정지안은 생선 연기로 자욱하고...

밥상 위에 이것저것 반찬 차리고 있는 봉순.

허- 기막힌 단이, 아궁이 앞에 놓인 불쏘시개 집어 들고.


단이 : (패려는 시늉, 버럭) 안 나가? 썩.

봉순 : (담던 반찬 놓고 손가락 한번 쭉 빨고. 손 툭툭 털며 째리는) 가요! 가. 가긴 가는데요!

         아짐! 우리 용이 오라버니 잘 좀 챙겨 먹여요. 한창 힘쓸 나인데..삐쩍 꼻아가지고.

         거, 쇠돌아제 밥만 고봉으로 담지 말고오~

단이 : (허- 기막힌) 뭐?

봉순 : 아무리 그래도... (뭔가 할말 많은.. 그러나 꾹 참는) 자식한테... 그러는 거 아니죠오~~~ (하며 핑- 나가는)

단이 : (뭐 저런 게 다 있나 싶은 표정)



#18. 쇠돌의 초옥 / 방안 / 아침


푸짐한 밥상보며 놀라는 쇠돌과 용이.


용이 : 우와~ 엄니. 오늘 뭔 날이요? (밥그릇에 수북히 쌓인 쌀밥) 이야 이 새하얀 이팝~

         (눈 가리는 시늉) 오우- 눈부셔라~ 이러다 눈 멀겄네.

단이 : 봉순이 년이 너 챙겨 먹이란다.

용이 : 에? 뻥순이 년이요? 또 언제요?

쇠돌 : (용이 보며 걱정스럽고 은밀하게) 너 갸랑 사고 친 겨?

용이 : (밥압 푸~ 뿜으며) 아씨. 아부지!!!

쇠돌 : (절레절레 밥술 푸며) 이 놈이 눈이 낮어.. 눈이...

용이 : (꽥) 아부지!!!



#19. 객점공사장 / 낮


모여 있는 거지촌 사람들과 은채 서 있다.


은채 : 아니 왜 갑자기 떠나신다는 건지... 혹여 또 그 무뢰배 놈들이?

거지1 : 아유 아닙니다, 아씨. 저.. 그게.. (잠시 눈치 보다가) 실은 간밤에 일지매가 다녀갔습니다.

은채 : 예?

거지1 : 시상에.. 약재랑 음식이랑 돈까지..

은채 : (아, 그랬구나.. 싶은.. 감동한)

거지2 : 그 돈으로 밭떼기 좀 사고, 집도 짓고.. 이제 정착해서 사람답게 살아 볼려구요.

은채 : 아. 그러셔야지요. 정말 잘됐습니다.

거지1 : (눈물 흘리며) 아씨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은채 : (눈물 글썽 거지아이 머리 쓰다듬고, 두 손 꼭 잡으며) 어디든 정착하면 꼭 소식 전하세요.


거지들 은채에게 연신 절해대며 가고... 은채 거지무리 환송하고 돌아서다 문득

건물현장 꼭대기에 이마에 손 가리고 두리번거리며 둘러보고 있는 용이 본다. 용이도 마치 그제야 은채 발견하는 듯.


용이 : (건들대며) 아이고~ 아씨! 아씨! (건물 뼈대 타고 내리며 폴짝 뛰어내리듯 착지) 여기서 또 보네요.

         역시 우린 운명인가봐요. (휘익-휘파람) 휘파람~휘파람~

은채 : (용이 보고 기가 막힌 듯)

용이 : 여기 전망이 아조 좋습니다. 역쉬~ 저기 거지촌만 쓸어버리믄 쥑일텐데.. 이번 참에 확실히 쓸어드리까요?

은채 : (사납게) 남의 공사장에서 뭘 하는 게냐?

용이 : (아직 문짝 안 단 방안에 걸터앉으며) 얘기 들었습니다. 아씨가 이 객점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면서요?

         우와 돈 많이 벌어 좋으시겠다. 자고로 아부질 잘 만나 태어났어야 하는데... 난 하필...

은채 : (버럭) 네 이 놈!

용이 : (벌렁 드러누워) 아 좋다.. 나도 이런데서 한번 자봤으면 소원이. (오버스럽게) 아구.. 차라.. 아구 차.. 방이 냉골이네.

         우리 마을 송의원님 말씀이 자고로 아픈 사람들은 뜨끈한 바닥에서 지져야 병이 낫는다 했거늘.. 여기선 더 골병들겠네.

         (뒹굴뒹굴) 아이구 관아에나 가 누워있어야겠다. 거긴 온돌도 깔려 있드만~

         (엉덩이 툭툭 털고 은채한테 눈 찡긋하고 건들건들 간다.)

은채 : (그런 용이 한심한 듯 보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20. 변식의 사랑채 / 낮


변식 코털 뽑으며 앉아있고, 은채 그 앞에 앉아있다.


은채 : 그래서 온돌을 깔려구요. 옛 기록에 성균관에 온돌방을 설치하여 병을 앓는 이들의 휴양처로 사용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변식 : 온돌? 궁이나 관아에나 까는 것을 어찌...

은채 : 꼭 궁이나 관아에만 깔란 법은 없질 않습니까.

변식 : 그렇지~ 객점에 온돌이라.. 허나 객점 방들이 한 두 개도 아니고

         그 방들에 다 깔면, 그 많은 땔감은 다 어찌 감당한 단 말이냐?

은채 : 도성을 둘러싼 산들에 수북이 쌓인 솔잎들 때문에 연일 산불이 일어나고 있질 않사옵니까?

         그 때문에 상감마마께서도 근심이 매우 크다 들었습니다.

변식 : 그렇지.

은채 : 허니 온돌을 우리객점 뿐 아니라...



#21. 편전 / 낮


변식 : 오부(*자막 : 오부 - 다섯 방위로 나누어 정한 한성부의 행정구역)의 각 집들에도 설치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하오면 땔감 걱정은 물론, 나라의 골칫거리인 산불 걱정도 없어지질 않겠사옵니까?

인조 : (구미가 당기는) 온돌이라..?


변식을 비롯한 3정승, 6판서 앉아있다.


변식 : 예. 전하. 온돌을 깔면 백성들도 추위에 떨지 않고 허면 돌아선 민심도 돌아오고.. 그야말로 일석삼조 아니겠습니까?

인조 : 민심이 돌아온다.. 그래, 경들은 어찌 생각하는가?

김류 : 예. 전하. 참으로 훌륭한 계책이라 사료되옵니다.

이민훈 : 그러하옵니다. 전하.

인조 : 그래, 그럼 그리 행하게. 수고했네, 병판.

변식 : 천부당만부당 하시옵니다, 전하. 소신은 그저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오로~~~지 가엾은 백성들의 안위와 전하에 대한

         충심만을 생각하다보니.. 이런 발상이 뇌리에서 파팍- 떠올랐을 따름이옵니다. 전하!

대신들 : (참내...)



#22. 객점공사장 / 낮


구들 뜯는 인부들. 건들건들 뒷짐 지고 보고 있는 용이, 마치 완장 찬 현장감독처럼 군다.


용이 : 아, 아.. 그 쪽 아니지... 그래그래그래 거기거기. 거 조심조심.

인부 : (중얼거리며) 저 시끼 뭐야?

용이 : 어허, 근무 중엔 잡담 금지!

은채e : 뭐하는 게냐?

용이 : (돌아보면 은채 보고 서 있다) 아이고, 아씨 나오셨습니까? 온돌 까신다면서요?

은채 : (부드러운) 아, 그게 다 자네 덕분에...

용이 : (말 자르며 못 들은 척) 거 다 지어놓은 객점을 아깝게 다시 뜯으시고. 대체 언제 문 열어서 돈 버실라고.

         대충대충 하지 왜 쓸데없이 판을 벌이시는지.. (쯧쯧)

은채 : (한심한.. 사납게) 왜 자꾸 여긴 얼쩡거리는 게야..

용이 : (눈 찡긋하며) 에이그, 얼굴은 고우신 분이 느무~ 사나우시당.

         에이.. 지금은 이러셔도.. (엄지와 검지로 턱 척- 받치고) 조만간 쇤네 매력에 푸욱~ 첨부덩~ 허부적~ 빠져 드실 겁니다.

은채 :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다. 휙 가는)

용이 : (가는 은채 뒤통수에 대고) 아, 쫌 이쁘게 봐 주십쇼. 그래도 우린 운명인데... (휘익) 휘파람~


용이, 가는 은채의 뒷모습 바라보는 눈빛이 쓸쓸하다.



#23. 가로수 길 / 밤


가마꾼들 가마 메고 가고, 그 옆에 등롱불 들고 가는 섬섬.

나무 위, 앉아서 보고 있는 일지매. 서늘한 눈빛이다.

품에서 가죽칼 꺼내드는 일지매. 자신의 왼팔을 힘주어 쓱 긋는.. 투둑- 떨어지는 선홍색 피. 표정 변화조차 없는...



#24. 은채 처소 앞 / 밤


은채 들어와 신발 벗고 막 방에 들어가려는데.. 어둠 속 그림자 담 휙 넘어 오는.

은채 놀라 돌아보면, 땀 뻘뻘 흘리고 고통스러워하는 일지매. 팔 움켜쥐고 있으면 잡고 있는 손 사이로 흥건한 피.


은채 : (뛰어와 보며) 다, 다치셨어요?


일지매, 고통스러운 듯.. 팔 잡고 낮은 신음 소리.

은채 주변 살피며 일지매 부축해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25. 별채. 은채의 방 / 밤


일지매 치료하고 있는 은채. 다친 팔에 영견 묶어주는데 용이에게 건넸던 바로 그 영견이다.

일지매 그 영견 알아보고 멈칫.. 이윽고 물끄러미 은채 내려다본다.


은채 : (걱정스런) 어쩌다?

일지매 : (눈치 살피며) 예판 댁에... 사병들이 깔린 줄 모르고..

은채 : 예판 댁이요? 그 댁은 자체적으로 훈련을 받는 사병들이 많습니다. 궁 내금위 출신도 있다 들었습니다.

         더구나 요즘.. (눈치 한번 살피고) 일지매 때문에 사대부가들이 바짝 긴장을 하고 있어서..

일지매 : (바라보는) 그걸 어찌 다..

은채 : 아버님이 의금부 수장이라..

일지매 : 대체 사병이 몇 명이나 있답니까?

은채 : 잠깐만요.


은채, 경대 거울을 열면 그 안에서 나오는 각종 장부들. 사대부 경호 관련 장부를 찾는 은채.

그 틈에 슬쩍 천우회 명부집을 품에 넣는 일지매.

은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장부 보며..


은채 : 예판 댁은 사병 규모가..

섬섬e : 아씨! 자리끼 가져왔습니다.


놀라 문 쪽 돌아보는 은채. 순간 손으로 휙 바람 일으켜 호롱불 끄는 일지매.



#26. 은채 처소 밖 / 밤


불이 꺼진 은채 방 앞에 자리끼 들고 서 있는 섬섬.

섬섬, 주무시나? 마루에 자리끼 올려 두고 돌아서는.



#27. 은채 방 / 밤


다시 불 켜는 은채.. 보면 어느새 일지매 사라지고 없다. 반대쪽 쪽 문 열려있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문 앞에 서서 일지매 사라진 곳 아쉬운 듯 바라보는 은채.



#28. 이원호의 집. 매화나무 앞 / 밤


천우회 명부집 손에 꽉 쥐고 있는 일지매(복면은 벗은 상태)

이원호가 죽었던 자리. 그 매화나무 앞에 선 용이의 서늘한 눈빛.


일지매 : (서늘하고 독기서린 눈빛) 아버지..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버지를 죽인 그 놈! 누이를 죽게 한 그 놈!

            반드시 이곳에 끌고 와 아버지 앞에 무릎 꿇게 할 것입니다.

            (주먹 떨리는...눈물 그렁) 지금의 내 고통.. 고스란히 느끼게 해 줄 것입니다.


애써 울음 참는 일지매의 얼굴에 경련이 이는.. 참고, 또 참으려 하지만..결국은 터져 나와 버리는 눈물.. 들썩이는 어깨...

애써 참아내고 손으로 얼굴 쓱 닦는 용이. 서늘하고, 독기어린 눈빛이다.



#29. 판결사 김련(천우회 회원) 집 방 안 / 낮


방안 들여다보며 서 있는 김련과 사병들.


김련 : (자신만만한) 일지매? 어디 한 번 실컷 털어보라 그래.


방안 한 가운데 놓여있는 백자호리병. (주변 장에는 각종 진귀한 물건들. 그 중 검도 있다)

방바닥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온통 뾰족한 철침들 쫙 깔려있다.



#30. 동해 (이하 빠르고 경쾌한 느낌) / 낮


바위 위에 앉아 목 뒤로 깍지 낀 채 늘어지게 하품하는 용이 유유자적 낚시하고 있다. 드리워진 낚싯줄에서..



#31. 판결사 김련 집 지붕 위 / 밤


그 낚싯줄에서 카메라 멀어지면 어느새 지붕 위에 앉아서 낚싯대 드리우고 있는 일지매.



#32. 판결사 김련 집 방안 / 밤


매화 그려진 종이 팔랑~팔랑~ 내려 와 호리병이 놓여있던 자리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이미 그 자리에 있던 호리병은 사라지고 없고.

문 쾅~ 열리면서 놀라는 김련의 얼굴. 으아악~~~~~~ 일지매 이노옴~



#33. 강가 / 낮


낚시하고 있는 용이와 시완.


시완 : (고개를 절레절레) 자물쇠를 딴 흔적도 없고.. 방안에는 철침이 가득했다던데.. 대체.. 호리병을 어찌 훔쳐갔을까?

용이 : (능청스럽게) 그러게요.



#34. 판결사 김련 집 방안 / 낮


탁자 위에 놓여있는 매화그림 중간이 살짝 젖어있는. 종이 들면.. 탁자 밑에 떨어져 있는 물 흔적.

시후, 물을 손으로 찍어 맛보다 갸웃..


시후 : 이게 무슨 물일까요?

강민학 : (맛보고) 짭짜름한데... 소금물인가?

시후 : (순간 눈치 챈 듯.. 천장 위 올려다보는데 천장이 살짝 들린 흔적)

강민학e : 근데 왜 검이 바닥에 떨어져 있지?

시후 : (보면 한쪽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검집. 시후 만져보면 역시 물 묻은 흔적. 맛보면 역시 짭짤한)



#35. 바닷가 / 낮


후후- 장작불 때는 시커먼 용이 얼굴 커다란 솥단지 안에 보글보글 끓고 있는 물.

용이, 옆에 있는 커다란 통 뚜껑 열고 뭔가 꺼내려는.


용이 : (큰 소리로) 다 됐어요. 넣기만 하면 돼요. 어여 오세요.

시완 : (낚싯줄 걷으며) 엉. 간다.


하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리는 급박한 목소리 (다급한 비명소리인 척)


용이e : 도사님~ 살려주세요~


시완, 놀라 돌아보는데 용이 몸에 대왕문어 붙은 채 사투? 벌이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상황.

시완, 헉 놀라..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는데 용이 몸에 문어 붙은 채 시완에게 달려온다.

시완 어? 저리가저리가 하고 있는데 살려주세요 하며 시완 확 붙잡는 용이. (그 순간 용이 슬쩍 대왕문어 시완에게 붙이는)

순간 대왕문어의 발이 이번엔 시완 몸에 척 달라붙는다.

시완 으아악 소리 지르며 막 잡아떼느라 정신없는. 웃음 참고 그 상황 지켜보는 용이.


시완 : (호들갑스럽게 오버하며) 아씨~ 왜 안 떨어져? 빨리 떼. 떼 떼. 빨리빨리~

용이 : (호들갑스럽게 떼 주며) 아놔 잘 안 떨어지네. 이 빨판 힘 센 거 봐~


울먹거리던 시완, 용이 시완 몸에서 대왕문어 떼 내 바닥에 패대기치면 헉헉 거리며 안도의 한숨 쉬는.

패대기쳐진 대왕문어, 바닥에서 꿈틀거리면 시완과 용이 동시에 서로 끌어안고 움찔거리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는..


시완 : (몸서리치며) 어휴~ 문어탕 한 번 먹어보려다 문어 밥 될 뻔 했네.

용이 : 어휴~ 그러게요. 저 놈 빨판이요. 어찌나 센 지 세상천지 못 빨아들이는 게 없대요.

         고래도 빨고~ 상어도 빨고~ 도사님도 빨고~ (눈치 슬쩍) 도자기도 빨고~ 백자도 빨고~

시완 : (갸웃) 백자?



#36. 금부 서고 / 낮


어류도감 일일이 뒤지고 있는 시후. 다음 장 넘기면 문어그림과 설명 나온다.

대팔초어(大八梢魚): 붉은 갈색이고 연한 빛깔을 띤 그물 모양의 무늬가 있고...

발은 여덟 개인데 빨판이 많이 있으며 그 힘이 대단한..


시후 : (순간 멈칫) 빨판?!!



#37. 의금부 마당 / 낮


뛰어 들어오는 시후. 씩 웃고 지나가는 시완, 그 뒤를 졸졸 따르는 용이.


강민학 : (다가오며) 지붕을 뜯고, 도치로 백자를 낚았다는구만. 어떻게 그걸 생각해냈지? 대단해.. 변도사..


시후 문득 돌아보면 역시 뒤돌아보고. 시후 보던 용이와 눈 마주친다. 헤죽 웃는 용이. 깐죽거리듯 고개 까딱 인사하는..

분한 듯 보는 시후.



#38. 일지매 아지트 / 밤 (이하 빠르고 경쾌한 느낌)


벽에 매화침으로 꽂혀있는 천우회 회원 (김련) 뜯어내고. 새 종이 매화침 꽂는..

이번엔 <영동현감 박정>이라고 씌여 있다.



#39. 영동현감 박정대감 집. 처마 / 밤


박정대감과 호위하는 사병 두 명 지나가고..

카메라시선 위로 올라가면, 처마 밑에 박쥐처럼 몸 말고 매달려있는 일지매. 툭 착지하면..



#40. 박정대감 집. 창고 밖 / 밤


창고문 7개 나란히 있고, (一, 二, 三, 四, 五, 六, 七) 각 문 위에 번호 써있는.. 손잡이마다 육중한 쇳대 채워져 있다.

철심으로 자물쇠 끄르는 일지매의 능숙한 솜씨. 찰칵 철심 걸리는 소리.

씩 웃는 일지매. 막 문잡아 열려는데 순간 놀라는 눈빛..



#41. 박정대감 집. 창고 안 / 밤


문 안쪽 손잡이에 연결된 줄 보이고. 철커덕- 문 열리면서 줄 팽팽해지면...

C.G 문손잡이에서 창고안쪽 창문 -> 건물 밖 -> 허공 -> 사병들 모여 있는 창고의 창살 창문 -> 창고 안에 줄과 연결된 7개의 종.

(조선판 경보장치)



#42. 박정대감 집 사병 대기실 (일종의 경비실) 안 / 밤


천장에서 내려온 종 달린 줄. 종 하나가 울리기 시작하면, 사병들 일어나 무기 챙기는데..

갑자기 나머지 종들(총7개)의 종들 동시에 울리기 시작하고.. 놀란 사병들 우왕좌왕하며 튀어나가는..

카메라 시선 위로 올라가면..

대들보 위에 쪼그리고 앉아 7개의 줄 한꺼번에 모아 줄 인형 놀이 하듯 양손으로 움직이던 일지매의 장난스런 눈빛.

손에 쥔 줄들 툭 놓으면.. 스르르- 줄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지는 7개의 종.

일지매, 일어나 천장 위 빼놓은 기와 구멍 사이로 휙 올라가는.



#43. 지붕 위 / 밤


지붕 위로 올라와 지붕 사이 달리는 일지매.

그 위로 오버랩 되듯, 매화침에 박힌 박정 이름 떼어내고, 훈련대장 구인후 이름 붙이고 매화침 휙 꽂는.



#44. 북촌 사대부가 / 밤


나오는 쇠돌. 상당히 취해 있다. 따라 나오는 집사.


쇠돌 : (취해서 오버스럽게) 일지매 아니라 일지매 아부지가 나타나도 쇤네가 달아드린 자물쇤 질대 못 따불 것잉께요.


문 닫히고 술에 취한 쇠돌, 헤롱헤롱~ 하며 걷다 담벼락에 노상방뇨 중. 부르르 몸 떠는데..

일지매다- 소리 들리면 고개 휙 돌리는데.. 쇠돌 눈에 보이는.. 담 위에서 칼을 들고 달을 가르듯 내리치는 일지매.

공중 2회전 후 멋지게 착지하는 일지매. 몽환적으로 보이는.

눈 풀린 쇠돌, 와- 입 벌리고 감탄하다... 아차, 바지 보며.. 흐미.. 지려 부렀네.. 다시 고개 돌려보다 일지매 사라지고 없다.


쇠돌 : (몸 부르르 떨며) 오메메? 어디 갔디야? 꿈 꿔붓나?



#45. 쇳대매장 앞 / 낮


침 꼴깍 삼키는 쇠돌 얼굴에서... 웅성웅성 쇠돌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 쪼그리고 턱 괴고 앉아 쇠돌 얘기 경청하고 있다.


쇠돌 : 아 내가 똑똑히 봤당께. 북촌 김대감댁에 쇳대 갖다 주고 술 한 잔 얻어 묵고 나오는디. 바로 그때!


플래시 / 일지매 담 올라탔는데, 양쪽 담에서 올라오는 사병들.

일지매 당황하는 사이 올라와 칼 휘두르는 사병, 당황한 일지매 얼결에 담 옆 나뭇가지 꺾어 방어하느라 마구 휘두르는데

마침 나뭇가지 휘두르는 게 달 끝에 걸린다. (그 위로 쇠돌의 목소리)


쇠돌e : 쉬이이익- 바람을 가름서 소리가 나는디.. 일지매가 칼로 화악~ 달을 쪼개불드만.. 꼭 수박통 쪼개드끼.

걱두 : 수박통?

쇠돌 : 음~~ 글고는

사람들 : (침 꼴깍 하며 경청)


플래시 / 목에 들어오는 놈들의 칼을 피하려고 몸을 뒤로 빼다 중심을 잃고 담장 밑으로 구르는 일지매.

뚝 떨어진 후... 절룩거리며 부리나케 도망가는. (그 위로 쇠돌의 목소리)


쇠돌e : 허공서 몸을 두바쿠.. 세바쿤가? 돌리고는 번개처럼 사라져불드라고.


이야.. 우와.. 역시 일지매는.. 못 허는 것이 없고만.. 내 무술도 잘할 줄 알았어.. 모여 있는 사람들 감탄하고.

그 틈에 있는 공갈, 술 나발 불며.


공갈 : 쳇~ 그게 사람이냐? 구신이지. 사람이 어뜨케 달을 갈라? 글고 그깟 공중 두바쿠? 나 소싯적엔 다섯바쿠도 돌았다.

쇠돌 : (한심한 듯 공갈 보며) 암만, 돌았겄제. (머리 앞에 대고 손가락 돌리며) 다섯바쿠는 거뜬히 돌았을 겨.


사람들 폭소하는데, 어느새 앉아있는 사람들 뒤에 서서 무거운 표정으로 듣고 서 있는 용이, 급 표정 바꾸며.


용이 : 아부지- 일편단이가 점심 잡수러 오래~ (하고 뒤돌아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쇠돌 : (눈 커지며) 용아.. 너 다리가 왜 그랴.. 또 쌈박질 혔냐?



#46. 변식 집 안채 / 낮


안채 마루에 탁- 패물 든 보자기 내려놓는 은채. 마루에 서 있는 변식과 변식처,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은채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막쇠와 섬섬.


변식 : (패물과 은채 번갈아보며) 너.. 지금 뭐 하는 짓..

은채 : (변식 똑바로 보며) 사람 목숨보다 귀중한 패물도 있습니까?

         지금 평안도에선 역병으로 치료를 받지 못해 천 4백 명이 죽질 않았습니까. 어머님도 좀 빼주십시오.

변식처 : (당황) 어머, 얘.. 이게 얼마짜린데..

변식 : 그러게 대체 니가 왜 나서냐고~ 조정이 알아서 할 일인데!

은채 : 조정에선 나라재정이 어렵다는 핑계로 나몰라라하질 않습니까 허니 어떡합니까. 사대부가에서 스스로 나서야지요.

         이럴 때 아버님이 나서주십시오. 곳간 하나만 내어주셔도 수 백 명의 목숨은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변식 : 이것이 이쁘다 이쁘다 했더니 이젠 지 애비 곳간을 털려들어! 당장 나가, 당장 나가!

은채 : (마루에 내려놓은 패물보자기 집어 들며) 정 그러시면 제가 직접 가서 병자들을 돌보겠습니다.

변식처 : 거기가 어디라고.. 너 죽고 싶어?

은채 : (눈 똑바로 뜨고) 그럼 내 주십시오.



#47. 안채 밖 / 낮


시완 따라 건들거리며 걸어가는 용이.


용이 : (고개 돌려 별채 쪽 쳐다보며) 아씨는.. 객점공사장 가셨나.

시완 : 은채? 어, 저기 오네. 은채..


하는데, 눈길도 주지 않고 쌩- 지나가는 은채.


시완 : 쟤 왜 저러냐?

막쇠 : (발 동동거리며) 말도 마십쇼. 아씨 지금 평안도 가신답니다.

시완 : 평안도~?


보면, 빠른 걸음으로 가는 은채와 아씨아씨..하며 따라가는 섬섬.

고개 돌려 바라보는 용이.



#48. 은채처소 / 낮


짐 싸고 있는 은채. 옆에서 말리는 섬섬. 은채 짐 뺏으며 아씨.. 거기 가시면 죽어요.. 역병으로 떼죽음을 당한다는데...

은채, 내 놓거라 하며 실랑이 하고 있는 열린 쪽문 사이로 보이고 중문 밖에서 보고 있는 용이의 걱정스런 표정.



#49. 일지매 아지트 / 밤


훔친 물건들 가득 쌓여 있고 그 물건들 바라보는 용이.


섬섬e : 아씨.. 거기 가시면 죽어요..


커다란 자루에 물건 담기 시작하는 용이.



#50. 평안도 의주. 역병마을초입 / 낮


입구에 지키고 선 병사들.

빈 수레 끌고 오는 천민복장의 용이. 병사들 보고.


용이 : 시신 처리하러 왔습니다.

관원 : (얼굴에 쓰는 천 건네주며) 시신 썩는 냄새가 고약할거야. 이거 쓰고 해.

용이 : (천 받아서 얼굴에 쓰는데)

주민 : (관원에게 매달리며 울부짖는) 내 오마니가 죽어간단 말이오. 나가서 약재만 구해오게 해달라요.

관원 : 안 돼! 마을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

주민 : 약재도 없고 식량도 없고 그럼 우린 여기 갇혀서 다 죽어야 되갔시요! (북한식 억양)

관원 : 나한테 말해봤자야. 나라에서 그리 명이 떨어진 걸 낸들 어쩌란 말이냐.

사내 : (주저앉아 통곡하며) 어뜨케 이럴 수가 이씨요! 병들어 죽어가는 백성들을 내 몰라라 버려두고...

         혹시 말이라도 날까...마을 밖에도 못 나가게 하고... 이 벼루기 같은 새끼들. 차라리 눈 가리고 하늘을 가리라요!


심각한 표정의 용이, 수레 끌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51. 평안도 의주. 역병마을 안 / 낮


수레 끌고 마을 지나가는 용이, 여기저기 널브러진 시신, 통곡하는 사람들, 배고파서 빽빽 우는 아이들 보는 충격 받은 표정.

한참을 그렇게 보고 서 있는다.

한적한 나무 뒤에 수레 세우는 용이. 빈 수레 바닥 열면 수레 바닥 아래, 가득 쌓여있는 약재, 식량, 의복 등.



#52. 문정전 / 편전 / 낮


변식 등 조정대신들 앉아있고. 인조, 속을 알 수 없는 예의 그 표정.


변식 : 전하.. 일지매가 평안도에 역병을 앓는 5천여 명 모두에게 약재와 음식, 의복까지 나눠줬다 합니다.

이민훈(호판) : 지금 전국은 의적 일지매 얘기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인조 : 의적.. 의적 일지매라.. (하며 껄껄 웃는 하지만 웃음 뒤에는 묘한 기분 나쁨)

변식 : 전하, 자고로 의적이라면 탐관오리의 재물을 뺏어다 가난한 백성에게 나눠주는 자인데.

         그렇다면 소신들이 모두 탐관오리란 말입니까.

구인후 : 전하, 참으로 억울하옵니다.

인조 : 억울해 말게. 다 짐이 백성들에게 덕을 얻지 못해서..

변식 : 전하. 무슨 그런 천부당만부당 하신 말씀을. 이런 숭악한 도적놈은 초장에 잡아다 엄벌에 처해야 하옵니다.

대신들 :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인조 : 알겠네. 전국에 방을 붙이고 그 도적을 잡아오는 자에게는 포상금 만 냥과 함께..



#53. 의금부 안 / 낮


일지매 용모파기 옆에 방 써있다. 방보며 읽는.


송나장 : 천민은 양인으로, 양인은 양반으로 신분을 상승시켜 준다?

            이야. 그럼 나도 양반 되는 거야? 일지매 이놈, 아주 딱 걸렸다.


나장들 웅성웅성하고.. 그 뒤에서 말없이 보고 있는 시후. 옆에서 툭 치는 손. 시후 돌아보면.


강민학 : 좋은 기회야. 꼭 잡게!


시후 다시 일지매의 용모파기 바라보고, 일지매 용모파기 용이 얼굴로 바뀌는...



#54. 저자 / 낮


무언가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용이. 문 닫은 잡화전의 <금일 휴업> 방 붙어있다.


용이 : (간판 발로 툭) 잘-한다. 장사 때려 치고 꽃놀이나 다니고.. 이래서 어디 아주까리 빚은 갚겠어?

봉순 : (용이 발견하고 좋아라) 용아~?

용이 : 너 잘 만났다. 여기 말고 댕기 또 어서 파냐?

봉순 : 댕기? (좋아라) 나 사주게? 다리 건너 동문 잡화전 있잖아.

용이 : 그래? (가는)

봉순 : (좋아라 따라 붙으며 간다)

용이 : (짜증스럽게) 왜?

봉순 : 내가 직접 골라야지. 니 눈을 어찌 믿냐...

용이 : 뭐? 가. 확~ 가 돈 벌어.


하며 가는데 다리 약간 절룩인다.

봉순 악착같이 들러붙는. 용이 놔 뿌리치고.. 봉순 그런 용이 힘으로 제압하고.. 이게 이뻐해 줄 때 가만있지. 까불고 있어 우씨.

봉순 손에 끌려 따라가는 형국..



#55. 쇳대매장 인근 / 낮


심덕, 광주리 이고 엉덩이 실룩실룩 흔들며 걸어간다.


심덕 : 장어를~ 멕이고~


심덕 가다가 멈칫...

좋아라 히히덕~ 거리며 밥 먹고 있는 쇠돌. 단이에게 한 입 먹어보라고 건네고.. 싫다고 고개 젓는 단이 보이는.

순간 섭섭한 심덕 표정.



#56. 심덕의 주막 / 낮


평상에 앉아 손님이 남기고 술 벌컥벌컥 마시는 공갈. 남은 안주 낼름낼름 집어먹고 있다.

대식 한심하게 보다 바깥 쪽 보고 놀라는.


대식 : (호들갑스럽게) 아제, 아제..! 아줌니, 아줌니.


후다닥 일어나 앞에 놓인 장작들... 공갈, 윗옷 벗어 던지고 흡! 소리와 함께 패는 척...

머리에 광주리 이고 터벅터벅 걸어 들어오는 심덕.

계속해서 흡흡!

정지에서 술상 가지고 와 방으로 들어가는 심덕. 열린 방문으로 혼자 술 마시고 있는 모습.

공갈 계속 흡흡 소리 내며 눈치 슬슬... 술병 보면서 입맛 다시는.. 흡...


공갈 : (눈은 술병에 가 있어 마치 걱정해주는 듯) 뭔 일 있어?

심덕 : (돌아보며) 한잔 헐텨?

공갈 : (혹 하는)



#57. 심덕의 방안 / 낮


술상 앞 술병 몇 병째... 이미 거나하게 취해 있는 공갈과 심덕.


공갈 : 진심이었는가?

심덕 : (후- 한숨 끄덕끄덕)

공갈 : 거, 취향하고는.. 몸도 부실허고.. 이도 부실허고..

심덕 : 맴이 실~하잖아. 쇠돌이 속 깊고 잔정도 많고.

공갈 : 나는 속 깊고 큰 정도 많은데..

심덕 : 그려. 전번에 아주까리 놈들 행패 부릴 때 도와준 거 고마워.

공갈 : 뭘.. 사내는 뭐니 뭐니 해도 심!

심덕 : 왜~ 쇠돌이가 째깐해도 은근히 잔 심줄이..

공갈 : 어허! 시방 내 앞에서 심줄 얘기를 해. 흡! (팔뚝)

심덕 : (눈 묘하게 뜨며) 그러고 보니. 실허네.. (만져보면)

공갈 : (느끼는) 일편덕이!

심덕 : (취한 눈으로 유혹하듯 보면)

공갈 : (허장강 톤으로) 우리 심심한테 주뎅이만 함 맞춰 보까.


순간 눈이 찌리리- 통하는 심덕과 공갈. 심덕, 공갈 와락~ 자빠뜨리는데..

넘어지는 와중에도 방문 확 닫는 공갈.



#58. 개울가 외나무 다리 / 낮


꽤 깊은 개울. 외나무다리 건너는 용이.

다리 앞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봉순. 개울물 내려다보면.

플래시 / 어릴 때 절벽 아래 내려다보이던 물.

용이, 성큼성큼 앞서 다리 건너는데.. 가다가 뒤돌아보면 봉순 덜덜 떨며 주먹 쥔 팔로 얼굴 감싸고 눈 꼭 감고 서 있다.


용이 : 아 놔.. 약한 척은.. 가! (하며 뒤돌아 휙 가는)

봉순 : 같이 가~ (달달 떨며 한 발 내딛는)


건들거리며 걸어가는 용이. 거의 다 건너는데 악- 비명소리 뒤돌아보면 봉순, 다리 붙잡고 매달려 있다.

놀란 용이 아씨 저게~ 후다닥 다시 나무다리 위로 뛰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봉순 팔목 잡고..

봉순 올려다보면 어느새 다리위에서 손 내밀고 있는 자는 용이가 아니라, 어린 겸이다.


어린봉순 : (울먹이면)

어린겸이 : 겁내지 마. 내가 있잖아. 내가 지켜줄게.

어린봉순 : (고개 끄덕이면)

어린겸이 : (미소 지으며) 절대 손 안 놓을거야.


어린 봉순 손 꽉 쥔 겸이의 손, 어느새 봉순의 손 꽉 쥐고 있는 용이 손.

<점핑>

봉순 등에 업고 다리 건너는 용이.


용이 : 아놔. 이 기집애.. 왜 이렇게 무거워. 너 아침에 뭐 먹었어? 혼자 씩씩한 척은 다 하더니..


투덜투덜 쭝얼쭝얼 가는 용이. 그래도 봉순 마냥 좋은 듯.. 용이 목 꽉 껴안고 있다.


용이 : 너 어릴 때 똥통에 빠진 적 있냐?

봉순 : 어엉?

용이 : 그렇지 않고서야... 수상해 수상해.


용이, 건너다 일부러 뒤뚱- 장난하며 가고... 봉순, 꺅 소리와 함께 무서워 더욱 목 꽉 껴안는.


용이 : 아놔. 모가지 모가지. 아 으... 야야 놔아.. 이게 구해줬더니 주인님 목 졸라 죽이네~


목 살짝 풀며 용이 등에 고개 묻는 봉순의 미소.. 행복한..

봉순을 업은 용이 다리를 건너가는 풍경..



#59. 동문 저자 잡화전 앞 / 낮


댕기 고르는 용이. 봉순 머리에 이것저것 대보는데..


봉순 : 어때?

용이 : 넌 뭘 갖다 대도 어쩜 그리... 안 이뿌냐?

봉순 : 우씨... (하면서도 내심 좋아라 하는 표정) 아, 저거 이쁘다.

용이 : (봉순이가 가리키는 방향 보면 빨간 댕기 보이고) 아줌니. 저거 하나 줘 봐요.

봉순 : (좋아라. 입 헤벌레)

용이 : (쓱 품어 넣는)

봉순 : 안 줘? 나중에 주게? 에이. 지금 주지.

용이 : 얘가 아까 다리에서 충격이 컸나? (하며 가는)

봉순 : 우씨! 내 놔~ (가는 용이 팔 잡는)

용이 : 놔 이게 확.. (뿌리치며 가고. 따라붙는 봉순)



#60. 심덕 주막 마당 / 낮


대식 패다 만 장작더미 앞에 서 있다.


대식 : 아제.. 아제 장작 패다 말고 어디 갔어. 아제~ 아제~ 아짐~ 아제 못 봤어? 아짐~


방 문 확 열다, 놀라 확 닫고 휙 돌아서는데 신난 표정으로 들어오는 봉순.

봉순 보고 후덜덜 떠는 대식.


대식 : 그,.그게 아니라...

봉순 : 뭐. 뭐가 아냐?

대식 : (손사래 치며 땀 삐질) 아, 암도 없어..


봉순 갸웃? 문득 댓돌에 놓여 있는 공갈과 심덕 신발.


대식 : (봉순 시선 따라가다 헉) 어. 이, 이게 왜 여깄지.. (후다닥 공갈 신발 드는) 아제.. 내가 술 배달 보냈는데..

봉순 : (전혀 동요하지 않고) 어째 요새, 잠잠~하다했다. 울 아부지.


순간 안에서 문 빼꼼 열리다 후다닥 닫히는...


봉순 : (픽- 버럭) 얼른 안 나와. 이 화상아~!



#61. 쇳대매장 앞 / 낮


손님, 쇠돌이 맨 열쇠판때기 앞에 앉아 쇳대 고르고 있고 쇠돌 추천 중이다.


쇠돌 : 그랑께 이 쇳대가 일지매도 못 따고 간 바로 그 쇳대요.

손님 : 하나 주쇼.

쇠돌 : 예예~~

걱두 : (달려오며) 쇠돌아~ 쇠돌아~ 자빠졌다. 자~ (하다 지 발에 지가 걸려 퍽 자빠지며) 자빠졌어~

쇠돌 : 알어. 너 자빠진 거. 으이그 낫살이나 쳐먹어가꼬.

걱두 : (으- 쓰려 일어나며) 그것이 아니고.. 심덕이가 자빠져 부렀다~

쇠돌 : 심덕이? 어서 자빠져? 뼈 뿌라진 겨?

걱두 : 공갈한테 확 자빠졌다~

쇠돌 : 뭐? 공갈? (순간 섭섭한, 하지만 애써 표정 바꾸며) 잘되야 부렀네..

걱두 : 왜? 섭섭흐냐? (놀리듯) 에라~이 놈아...

쇠돌 : 뭐? 뭐시. 섭섭혀. 뭐시. 이 쇠돌인 오직 일편단이여~

걱두 : 몬난~ 놈. 공갈한테 좀 배워라. 배워. 단이 좀 자빠뜨려봐!

쇠돌 : 이 시끼가.. 넘의 형수씨한테 단이가 뭐여? 니네 단이여?

         (쇳대 들고 공갈 잡으며) 확 쇳대로 이놈 콧구멍을 확 쑤셔불랑께~



#62. 은채 별채 마당 / 밤


휘리릭 담 넘어오는 일지매.



#63. 은채 처소 안 / 밤


조심스레 경대 앞으로 와 경대 열어 장부들 맨 위에 천우회명부집 쓱 올려놓는...



#64. 은채 별채 / 밤


일지매 막 나오는 데 중문에서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 놀라 휘리릭 나무 위로 올라가 숨는.

이윽고 안으로 들어오는 은채.. 마루에 걸터앉아 멍 하니 밤하늘 바라보는.

나무 위, 그런 은채 바라보고 있는 일지매. 심난한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순간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


은채 : 거기 누구..

일지매 : (잠시 멈칫.. 하다가 담장 밖으로 뛰려는데)

은채 : 잠시만요.


일지매, 잠시 망설이다 고개 돌려 은채 본다. 은채와 마주치는 눈빛.


은채 : 가지 마세요... (간절한 눈빛)

일지매 : (그런 은채 바라보는..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 점핑 >

일지매와 나란히 앉아있는 은채. 일지매, 물끄러미 은채 바라보고 있고..


은채 : (상기된 표정) 달도 쪼개시고 붕붕 날아다니신다고..

일지매 : 그런 능력... 제겐 없습니다.

은채 : (장난스럽게) 헌데 왜 날아다닌다고 소문이 났을까...? 그것도 두 바퀸가, 세 바퀸가..?

일지매 : (눈웃음) 확인 해보시겠습니까?


은채 막 안아들려는데... 중문 안으로 들어오는 시후. 순간 눈에서 불꽃 이는...


은채 : (놀라) 오라버니?


시후 반사적으로 검 집에서 칼 빼든다. 순간 은채 놓고 휙- 담 넘어가는 일지매.

시후, 역시 담 넘어 일지매 쫓아간다.


은채 : 오라버니! 오라버니! (안절부절 못해 어쩔 줄 모르는)



#65. 길 / 밤


도망가는 일지매 바로 옆으로 휙 박히는 단검. 놀라 주춤하면 일지매 목에 바짝 들이대는 장검.


시후 : 움직이면 벨 것이다.


시후 허리에서 포승줄 꺼내는 틈에 일지매, 시후 허리 들이받는.

쿵 바닥에 넘어지는 시후. 칼 놓치고. 일지매 도망가려 하면 일지매의 발을 확 잡아당기는 시후.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시후 칼 들려하자.. 그 팔을 잡는 일지매. 그러나 곧바로 밀리는 일지매.

순간 시후 칼 집어 드는데 일지매, 달아나려고 움직이다가 시후 칼에 허리 베는.

놀라는 시후, 윽 - 신음소리와 함께 주저앉는 일지매.

시후, 잠시 멈칫하다 일지매에게 다가가 복면 벗기려는.

순간 일지매, 발 춤에서 가죽칼 꺼내 재빠르게 시후 팔 찌르는. 으윽 - 신음소리와 함께 팔 잡는 시후.

그 틈을 타서 후다닥 도망가는 일지매.

시후, 다급히 일지매를 쫓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다. 시후 분한 눈빛...

시후 머리 위로 나무위에 앉아 있는 일지매 얼굴. 고통스러운 듯 허리 움켜쥐고 있는.



#66. 은채 처소 / 밤


시후 들어온다.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던 은채. 시후 손에 들린 피 묻은 칼날 보고 경악한다.


은채 : (입술 떨리는)

시후 : (말없이 은채 바라보는)

은채 : (원망의 눈빛, 휙 뛰어 나가려는데)

시후 : (은채의 팔 확 잡아챈다) 어딜 가려는 게냐?

은채 : (확 뿌리치며 사납게 노려보는)



#67. 일지매 아지트 / 밤


옷 벗는 일지매. 허리에 콸콸 솟는 피. 이 악물고 베인 부위 꽉 누르는..



#68. 당산나무 앞 / 밤


찬합 안에 색색 경단들 먹음직스럽게 들어있다.


봉순 : 왜 안 와? 말랑~말랑~ 할 때 먹여야 하는데..


봉순 다시 찬합 닫고 고개 쭉 빼들고 보는데 어둠속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봉순 : (벌떡 일어나) 주인님?


하는데 고통스러운 듯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용이 보인다.


봉순 : 왜 그래... 엉?

용이 : (이내 봉순 위로 푹 쓰러지는)

봉순 : 용아! (용이 허리에서 흥건히 베어 나오는 피, 놀라는)



#69. 은채 처소 / 밤


은채의 팔 꽉 잡고 있는 시후의 성난 눈빛.


은채 : (다시 확 뿌리치며) 놓으세요. 그 분이 다쳤잖습니까.


시후 확 - 뿌리치고 가는데..


시후 : (들릴 듯 말듯.. 담담한) 나는...

은채 : (무슨 말인가 돌아보면)

시후 : (씁쓸한) 니 눈에 난... 보이지 않는구나...


시후 팔에서 흘러나온 피, 검 날 타고 뚝뚝 흐른다. 놀라는 은채.



#70. 당산나무 앞 / 밤


용이 죽은 듯 움직이지 않는. 겁먹은 봉순, 으앙- 울음 터트리며 소리 지르는.


봉순 : 일어나! 나 돈 갚아야 되잖아. 그러니까 일어나란 말이야! 죽지 마! 죽지 마!

         (봉순 용이 흔들다.. 이미 움직임 없는 용이 얼굴에 미친 듯 볼 비비며) 죽지 말란 말야...

         (흐느끼며) 왜 다 죽어.. 왜 다 죽어... 어무니. 아부지.. 오라버니...



#71. 변식 집. 시후 방 / 밤


천으로 자신의 다친 팔 대충 감싸는 시후. 고통스러운지 인상 찌푸리는..


은채e : (걱정스런) 오라버니. 오라버니...


시후, 서글픈 눈빛으로 문 쪽 바라보는.



#72. 시후의 방. 마루 앞 / 밤


안절부절 못하며 걱정스레 서 있는 은채.


은채 : 괜찮으십니까? 저 좀 들어가겠습니다.


하는데, 방 불 확 꺼져 버리는.

은채 멈칫하고 서 있다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우울하게 돌아선다.

잠시 후 방문 열고 나오는 시후. 슬픈 눈빛.



#73. 심덕의 주막 / 뒤채 / 밤


술독 앞에 쭈그리고 앉아 바가지로 술 퍼 마시고 있는 공갈. 캬아~ 쥑인다. 쥑여~ 코 발개진..


봉순e : (들릴 듯 말 듯 지친 목소리) 아부지... 아부지...

공갈 : (으~ 들켰다) 아, 아니, 난 딱 한잔만 할라 그랬는데 이놈의 바가지가 지가 알아서 자꾸 술을 푸네.

         떼끼~ 이 요사시런 바가지..

봉순e : 하...하.. 아부...


문득 돌아보는 공갈. 어둠 속 땀 뻘뻘 흘리고 서 있는 봉순. 등에 용이 업은 채 옷에는 피가 잔뜩 묻어 있고 쓰러질 듯 서있다.



#74. 변식 집. 대문 앞 / 밤


말 끌고 나오는 은채.


섬섬 : (따라 나오며) 아씨, 이 밤중에 대체 어디 가신다는 거예요.

은채 : 잠시 다녀올 데가 있다질 않느냐.


말에 올라타는 은채, 이럇- 말허리 차고 급히 출발하는.



#75. 몽타주 / 밤


가로수길. 뛰어가는.. 바위 뒤 두리번거리고...

거지촌 앞.. 말 멈추고 말에서 내려 주변 둘러보는 은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무 위를 등불로 비춰보고.

걱정스레 한숨 쉬는 은채.



#76. 심덕의 주막. 방 / 밤


죽은 듯 꼼짝 않고 누워 있는 용이. 주요 혈도에 부항 붙어있고.

사혈 침으로 혈도를 찌르는 공갈. 공갈의 이마에도 식은땀이 흐르고.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지켜보고 앉아 있는 봉순.

공갈의 안도한 표정.


봉순 : 사, 살았어요?

공갈 : (대야에 광목천 적시며) 밤새 오한이 심할 거다. 가 솜이불 좀 챙겨와.

봉순 : 예? (좋아라) 예. (후다닥 뛰어나가는)


광목천 쭉 짜는 공갈. 피 잔뜩 묻은 용이 몸 닦아내며.. 한심한 놈... 대체 누구랑 칼질을 했길래..

한숨 내쉬며 피 묻은 가슴 부위 닦아내는데.. 가슴 부위에 드러나는 문양.. 순간 커지는 공갈의 동공.

퀵 플래시 - 휘두르는 칼날. 달빛에 번쩍이는 문양.

놀라 입 다물지 못하고 용이 내려다보는 공갈. 잠들어 있는 용이의 감은 눈..

플래시 (13년 전) 궤짝 안 들여다보고 있는 공갈. 그의 눈에 비친 공포에 어린 겸이의 눈.

마치 악몽을 꾸고 있는 듯 고통스럽게 일그러지는 용이의 얼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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