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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1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10.25|조회수475 목록 댓글 0

[일지매] 12











#1. 심덕 주막. 봉순 방 / 아침


악몽을 꾸는 듯... 고통스러워하는 용이의 잠든 얼굴. 한기가 드는지 몸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에는 식은땀 흥건한...

그런 용이 얼굴 닦아주는 봉순.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봉순 : 힘들지? 난 알아... 오라버니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2. 아주까리파 (동백당) 주조장 / 아침


수레에 술통 싣는 공갈. 보고 있는 희봉.


공갈 : (술통 실으며) 물 고만 타라. 우리 주막 품질 하나로 장사한다.

희봉 : 누가 물 탔다 그래? 이 아제가 우리 아주까릴 완죤 물로 보네.

공갈 : (무심한 척) 니네 요새도 칼질하고 다니냐?

희봉 : 칼질은 무신... 우리 칼 녹슨 지 오래 됐수다.

공갈 : (보는)

희봉 : 요새 이 바닥 완전 태평천하 아니요. (한껏 잘난 척) 아 또, 우리 아주까리가 쑥대머리파 놈들을 완죤히~접수해 부렀거덩.

공갈 : (역시나... 심각해지는 표정)



#3. 심덕네 주막 / 아침


눈 뜨는 용이, 힘겹게 몸 일으키면.


봉순 : 깼어? (사기 그릇 들이밀며) 이거부터 마셔. (*소피는 직접 보여주지 마세요...)

         따뜻할 때 쭉- 들이마셔. 이게 피 흘린 덴 최고래.

용이 : (그릇 들여다보며) 뭔데 색깔이 이리 빨개?

봉순 : 엉? 어엉. 소 피.

용이 : 뭐? 소,, 소 피? (우웩~)

봉순 : 사내새끼가 비위는 약해 가지고... (눈 부라리며) 얼렁 묵어라. 응? 쳐 묵어.

용이 : 아, 싫어 (그릇 밀치며) 저리 안 치워? 어서 이상한 소리만 듣고 와 가지고.

봉순 : 야! 이거 북촌 공판대감댁까지 달려가 얻어온 거야.

용이 : (멈칫) 공판?

봉순 : 그래, 낼 왜나라 간다고 소 잡는다길래 꼭두새벽부터 기다렸다 겨우 얻어왔단 말이야.

용이 : (심각해지는)


플래시 컷- 천우회명부집을 펴놓고, 옆에 놓은 종이에 베껴 쓰는 용이. <공판 이시백> 글씨 적히는.


용이 : 왜나라엔 왜 간대?

봉순 : 걸 내가 어찌 알아. (용이 팔 붙들며 강제로) 마셔. 얼렁!

용이 : 놔아~ (아악~)



#4. 아주까리파 도장 / 낮


희봉 : (거울 들여다보며) 어.. 공판대감... 며칠 전에 진도 앞바다에서 왜선 한 척이 표류됐다가 잡힌 모냥인데...

         혹시 염탐하러 온 배가 아닌가.. 조정이 좀 시끄러운 가 봐... 그 일 땜에 공판대감이 직접 왜나라에 갔다 온대지 아마?

용이 : 얼마나 걸릴까?

희봉 : 모르지 뭐~ 몇 달이 될 수도 있고, 일이 복잡해지면 해를 넘길 수도 있대. 어제 가보니까 아예 이삿짐을 싸드라고.

용이 : 그래? (잠시 생각) 내일... 떠나?

희봉 : (머리 꼬랑지에 침 바르며 건성) 어엉... 그렇다드라~ 헌데 왜?

용이 : (심각해지는)



#5. 의금부 회의실 / 낮


제조, 부제조, 지, 도사 모두 모인 자리에서 잔뜩 흥분한 변식.


변식 : 그깟 도적놈 하날 못 잡아 나를 이렇게 망신시켜?! 그놈 못 잡으면 니들 옷 다 벗기고 나도 벗을테니 그리 알어!


귓등으로 들으며 손톱 물어뜯는 시완을 비롯해 강민학, 제조, 부제조 등 지겹다는 등 딴청.


변식 : (흥분) 어쭈~ 이것들이~ 안 믿어? 안 믿어? (갑자기 테이블 위에 올라가 관복 겉옷 벗어제끼고, 바지춤 내리려고 푸는 시늉)

         내가 정녕 옷 벗는 꼴을 보여줘야 니놈들이 믿겠느냐?

강민학 : (놀라 후다닥 변식 붙잡으며) 나, 나리, 진정하십시오!


마지못한 척 옷 추스르는 변식. 창피한 듯 고개 돌리는 시완.


변식 : 지금 사대부가 몇 집이 털리고 피해가 얼만지나 알어? 그 놈 땜에 조정이 들썩거리는 거 몰라?

         그 시커먼 박쥐시끼! 당장~ 냉큼~ 썩~ 잡아와~~!


다들 눈만 껌뻑이며 앉아있으면.


변식 : 안 나가? 안 나가? 이런 화악- (나가다 뒤돌아보며) 어이~ 강도사! 가 변나장 좀 불러와.



#6. 은채 처소 / 낮


마루 앞에 서서 안절부절 못하는 은채. 섬섬 중문 안으로 들어오면..


은채 : (다급히) 알아 봤니?

섬섬 : 예. 조용하던데요. 왜요. 일지매가 또 뉘 집 털었대요?

은채 : (한숨) 아니다... 가 일 보거라.


섬섬 나가는데 들어오는 시후. 섬섬 인사하고 가는...


은채 : (놀라) 오라버니...

시후 : 대감마님께서 <사대부가 경호집>이 너한테 있다고.. 가져오라신다.

         (* 사대부가 경호집: 각 사대부의 사병규모 및 경호, 경비 상황 기록)

은채 : (걱정스레) 어깨는..

시후 : (싸늘하게) 급하다 하셨다. 어서 다오.


은채 더 이상 아무 말 못하고 방으로 들어가 경대 열고, 장부 중 맨 위에 놓여있는 사대부가 경호집 발견하고...

뭔가 이상한 듯 갸우뚱.


은채 : (중얼거리는) 이게 왜 여깄지? (하고 밑에 내려놓는)

시후 : (그런 은채 행동 놓치지 않는) 왜 그러느냐?

은채 : 아닙니다. 늘 아래 두던 장부 하나가 위에 있길래...

시후 : 뭔데?

은채 : 아, 천우회... 아버님 모임 명부집이요. (사대부가 경호집 내밀며) 여깄습니다.

시후 : (받고 돌아서다 퍼뜩... 은채 돌아보며) 혹시... 그 도적놈 방에 들인 적 있드냐?

은채 : 예? (당황하는) 그.. 그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오라버니.

시후 : (은채 방에 꽂힌 서책들, 나란히 걸려있는 붓들 보며) 서장에 꽂힌 서책들, 저기 걸려있는 붓들..

         단 한 번도 자리가 바뀐 적 있었드냐? 니가 그런 실수를 할 리 없잖느냐.

은채 : (당황) 예?

시후 : 그 명부집 이리 다오. (약간 힘주어) 어서.


은채, 당황하며 천우회 명부집 건네면 시후 그 자리에 서서 명부집 넘겨보는데..

심이열, 구인후, 박정 등 이미 털린 천우회 회원들 이름 보이는.. 역시나 하는... 급히 뛰어나간다.

은채 걱정스레 보는...



#7. 의금부. 판의금부사 집무실 / 낮


황급히 들어오는 시후. 댕기로 신발 쓱쓱 닦으며 거만하게 앉아있는 변식.


변식 : 어, 가져왔냐? 거기 두고 가.

시후 : ...천우회가 무슨 모임입니까?

변식 : 천우회? 니가 그걸 왜?

시후 : 궁금한 게 있어 그럽니다.

변식 : (보다) 반정공신들의.. 뭐, 일종의 사교모임이지. 지금이야 꼭 반정공신이 아니더라도.. 권력 실세라면 다 들어올 수 있고..

         헌데 왜?

시후 : (탁자에 천우회 명부집 올려놓는) 그 도적이 털어간 집들이 모두 천우회 회원들입니다.

변식 : 뭐어?



#8. 의금부 마당 / 낮


일렬로 줄지어 서 있는 나장들과 도사들.


지사 : 오늘밤 2인 1조로 모든 천우회 회원 집에 잠복한다. 황도사, 박나장. 영의정 김류 대감댁.

         강도사, 김나장. 좌의정 홍서봉 대감댁.

강민학 : (슬슬 눈치보다 시후 보며 손짓하는) 어이 변나장~ 이리 와..

지사e : 최도사, 허나장. 이참 이금보 대감댁. 변도사, 송나장. 공판 이시백 대감댁.



#9. 일지매 아지트 / 밤


어느새 일지매 옷으로 갈아입은 용이, 아픈지 허리 쪽 움켜쥐는.


희봉e : 몇 달이 될 수도 있고, 해가 넘어갈 수도 있고..


일지매 매화침으로 꽂는 종이. <공조판서 이시백>



#10. 북촌 한 사대부 집 담 / 밤


담벼락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시후와 강민학. 시후의 날카로운 눈빛과 달리 강민학 꾸벅꾸벅 졸고 있다.



#11. 이시백 대감집 담장 앞 / 밤


송나장 보초 서고 있고, 시완 앉아서 투덜거리고 있다.


시완 : 천우회 좋아하네. 나장 따위가 지껄이는 헛소리에 왜 우리까지 이 지랄을 떨어야 되냐고.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송나장. 공격 태세.

어둠속에서 나타나는 북촌 기생 월향. 에그머니나~

기생 (월향) 뒤엔 여종이 술 보자기 들고 서 있는.


송나장 : 누구냐?

시완 : 어, 왔냐? 내가 불렀다.

송나장 : (기막힌) 도사님!

월향 : (여종에게서 술 보자기 받아들며) 가봐! (콧소리) 나으리~

시완 : (월향이 끌어안고) 으이그. 이쁜 것! (송나장에게) 너 여기 꼼짝 말고 누가 오나 지키고 있어.

         (월향 볼에 뽀뽀하며) 가자. 내가 좋은 자리 봐놨으니.



#12. 이시백 집. 안채 / 밤


잠들어 있는 이시백과 이시백 처.

장 위에 진열되어 있는 검집 잡는 손. 일지매다. 검 집에서 칼 휙 꺼내 보는데.. 문양검 아니다.



#13. 이시백 집 담장 안 / 우물 뒤 / 밤


우물 뒤, 윗 저고리 풀고 기생저고리 벗기려 하고 있는 시완.


기생 : (몸을 빼며) 잠깐만.. 나으리, 저 뒷간...

시완 : 거, 쫌만 참아.

기생 : 아잉. 급해요.

시완 : (벌떡 일어나며) 에이씨, 넌 꼭 결정적일 때 김을 빼드라. 얼렁 댕겨 와.

기생 : (일어나 뛰어가는)

시완 : 얼렁와~


시완, 옆에 놓인 술병 들어 들이키는데... 누군가의 손, 시완의 뒤통수 세게 퍽- 치는..

순간 입에서 술 뿜는 시완. 인상 찌푸리며, 아씨- 뭐야. 휙- 돌아보는 시완. 아무도 없다.


시완 : (씩씩대며) 이게 이쁘다이쁘다 해줬더니 천한 기생년 따위가 어따대고.. 너 이리 안 나와? 주겄어~ (하는데 조용하다)

         (갸웃.. 이상한 듯 다시 고개 돌리는데.. 순간, 퍽- 더 세게 뒤통수치는. 일순 겁먹은 표정) 뭐, 뭐야.. 누, 누구야!


하는데 휙- 순식간에 시완의 몸 휘감는 줄. 동시에 시완의 몸 휙- 위로 들리는.

으아아아~~~ 소리와 함께 시완의 몸, 우물에 풍 빠지는... 어푸어푸... 사, 살려..

쑥 들어 올려지는 시완,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헉헉거리다 위 올려다보면, 나무 (지붕) 위에 앉아 보고 있는 일지매.

헉- 놀라는 시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시완 : (싹싹 빌며) 사, 살려주세요...


<점핑>

걸어오는 기생 월향.


월향 : 도사님~ 많이 기다렸엉? (시완 발견하고 헉 놀라 비명)



#14. 북촌 사대부가 집 담 / 밤


아아악~~ 월향의 비명소리.

잠복 중이던 시후, 강민학. 인근에 잠복 중이던 관원들 후다닥 뛰어가는.



#15. 공조판서 이시백 집 앞 / 밤


물에 빠진 생쥐 꼴의 시완, 옷 주섬주섬 챙겨 입는데.. 뛰어오는 나장들.


시완 : (당황하고 쪽팔려 죽겠다) 저, 저 쪽...


한심한 듯 보다 뛰어가는 시후와 나장들.

시완, 쪽 팔리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시완 : (월향에게) 너 입 쳐 다물어. 엉? 아씨- 쪽 팔려. (뛰어간다)

월향 : (한심한 듯 팔장 끼며) 저거저거.. 쪽 팔린 줄은 아나부네.



#16. 막다른 골목 / 밤


일지매, 담장 밖으로 뛰어내리려는 순간, 담장 밖에 어느새 금부나장들 서 있다.

휙 뒤돌아보면 안쪽에서 쫓아오는 강민학과 시완 무리 보이고.

점핑해 지붕 위로 뛰어 오르는 일지매.


강민학 : (일지매가 뛰어오른 위쪽 보며) 흩어져!



#17. 지붕 위, 아래 교차 / 밤


두리번거리며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시후. 지붕 사이 뛰어가는 일지매 모습 순간 보이고.

지붕 위의 일지매 동선 따라, 아래서 뛰기 시작하는 시후.

지붕에서 담으로, 담에서 골목으로 뛰어 내리는 일지매. (두 골목이 만나는 곳)

시후 뒤쪽에서 달려오고 있고, 맞은편 골목에서 뛰어오는 시완와 나장들.

도망치다 막다른 골목에 선 일지매 헉, 헉... 거친 숨소리..

일지매에게 바짝 다가 온 시후, 칼을 꺼내 휘두르면.. 일지매 가슴께, 얼굴 밑으로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칼날..

이리저리 피하다가 시후 등 밟고 담 올라타려는데 그 순간, 시후의 칼이 일지매의 다리를 휙- 스치는...

담 안쪽으로 쿵 떨어지는 소리.



#18. 담 안쪽 / 밤


시후, 담 넘어 오는데 어느새 일지매 사라지고 없다. 분한 시후 표정.

뒤이어 대문으로 뛰어 들어오는 시완과 나장들. 어디로 갔지? 두리번거리는.



#19. 인근 어느 대가집 앞 / 밤 (또는 새벽)


집 앞에 세워진 가마문 닫히면서 장옷 살짝- 끼는.

가마꾼들 보면, 안에서 잡아당기며 안쪽으로 쏙 들어가는 장옷 자락.

가마꾼들 가마 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 뛰어오는 금부 관원들.


시완 : (여전히 당당한) 다리에 부상을 입었으니 멀리 못 갔다. 인근을 샅샅이 뒤져라!



#20. 인근 사대부가 집 / 밤 (또는 새벽)


두리번거리며 일지매 찾는 시후.

대문 옆 헛간에서 음음... 소리 들리고 헛간 안에서 재갈물린 마님 발견하는 시후.



#21. 가마 안 / 밤 (또는 새벽)


불안한 듯 앉아 있는 일지매. 쪽문 살짝 열어 밖 상황 살피다, 뭔가 발견한 듯.



#22. 길 / 밤 (또는 새벽)


가마꾼들 가마 메고 가는데 안에서 여자처럼 밭은기침 소리.


가마꾼 : (걱정스런) 괜찮으세요, 마님. 잠시 세울까요?


가마 쪽문 사이로 손 나오며, 그냥 가라는 손짓. 다시 출발하는 가마꾼...

잠시 후 기침소리 내며 가마 쪽문 치는 소리.

가마꾼들 멈춰 서는데 시완 무리 뛰어온다.


시완 : 세워!


가마꾼들 가마 내려놓으면, 가마 주변 에워싸는 나장들.


시완 : 열어!


송나장, 가마 문 확- 열면.. 이미 텅 빈. 가마 바닥에 장옷 흐트러진 채 놓여있는.

시완, 장옷 휙- 들추면 가마 바닥 뚫려있고, 장옷에 묻은 피 보이는. 가마 발로 차면 배기통로 있다.


시완 : 이게 뭐야?

가마꾼 : 그거.. 서빙고 배기통론데... 저 쪽에 서빙고가...

시완 : 뭐? 가자!


시완과 나장무리 후다닥 뛰어간다.



#23. 서빙고 / 밤 (또는 새벽)


포위하는 금부 관원들. 문을 확 열면... 어둠 속 긴 통로.

시완과 나장들, 통로 따라 조심조심 들어가는데 끽- 문 닫히는 소리. 놀라, 문 쪽으로 뛰어가 열면 꽉 닫힌 문. 우왕좌왕..

<점핑>

얼음을 쌓는 나장들. 시완 얼음 딛고 천장 배기통로로 올라가는..



#24. 배기통로 / 밤 (또는 새벽)


좁은 배기통로로 기어온 시완과 나장들. 배기구멍 위로 밤하늘 보이고, 막 나가려는데..

어어어? 하는 시완의 표정. 툭 막히는 배기구.



#25. 배기구 위 / 밤 (또는 새벽)


배기구 위에 얹혀있는 커다란 돌덩이. 그 아래서 들려오는 목소리.


시완e : 열어! 이 개자식!


어둠 속에서 다친 허리를 부여잡고 다리 절룩거리며 힘겹게 뛰어가는 일지매.



#26. 서빙고 / 아침


끼익 서빙고 문 열리면...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 시완과 나장들.

문 연 시후, 놀라 보는. (뒤에 강민학 일행)

나장들은 홀라당 벗고 덜덜 떨고 있고, 시완 몸에 겹겹이 쌓여진 나장복들.


시완 : (이미 얼굴이 꽁꽁 얼어붙어 덜덜덜 떠는) 이 자식. 왜 이제 와? 일부러 그랬지?

시후 : (무시하며 속옷만 입고 있는 나장들 보다 한심한 듯 시완 보는)



#27. 은채의 처소 / 낮


안절부절 서 있는 은채. 들어오는 시후.


은채 : (보는)

시후 : 나타났다.

은채 : (다행이다 싶은) 살아 있었군요...

시후 : (기막힌) 아직도 모르겠느냐. 그 놈이 일부로 네게 접근한 걸? 천우회 회원 집에 나타났단 말이다.

은채 : (담담한) 그저... 우연의 일치일 것입니다.

시후 : (노려보다 담담히) 우연의 일치? 좋아. 내 그 놈을 잡아 니 앞에서 직접 밝혀주지. (휙 돌아서서 가는)

은채 : (심난한 표정)



#28. 쇠돌의 초옥. 방 안 / 낮


힘든 표정으로 끙끙 거리며 누워있는 용이. 쇠돌 들어오면 얼른 눈 감고 자는 척.


쇠돌 : (용이 이마에 손 짚으며) 열은 없는디..

용이 : (슬쩍 눈 뜨는, 아픈 듯) 아..아..

쇠돌 : 많이 아프냐? (속상한 듯) 사내새끼가 짜잔하게 갑자기 뭔 놈의 고뿔은 걸려갖고.. 그랑께 그만 쪼따 쏘댕겨 이놈아.

용이 : 아부지.. 나 잠 좀 자께.

쇠돌 : 그랴, 그랴.. 자. 어여 자. (나가며) 근디.. 뭔 놈의 관원들이 집집마다 찾아댕김서 머시매들 깨를 홀딱 베껴부까?

용이 : (순간 불안한 표정) 관원들이요?

쇠돌 : 잉. 뭔 일이끄나.. 으따~ 흥견이 몸 좋대~~ (하며 나가는)

용이 : (그 말에 순간 불안한 표정... 힘겹게 몸 일으키는)



#29. 저자거리 / 낮


불안한 듯 두리번거리며 급히 걸어오는 용이. (다리 살짝 절룩인다)

그 옆으로 연장 질질 끌고 쑥대머리 파들 씩씩거리며 지나간다.

뭐지? 하며 보는 용이. 다시 고개 돌리고 길 걸어가는데.. 저 쪽에서 한 무리의 나장들 용이가 있는 쪽 가리키며 다가온다.

용이 순간 어떡하지? 당황하는데.. 저만치서 야-- 하는 소리 들리고, 돌아보면,

아주까리파와 쑥대머리파의 연장질 벌어지고 있고..

통증으로 고통스러운 듯 인상 쓰며 뛰어 가는 용이. (애써 절룩이지 않는)



#30. 인근 / 낮


아주까리파와 쑥대머리파의 한판 연장질 벌어지고 있고. 그 앞에 서있는 용이, 돌아보면 나장들 뛰어오고 있다.

어떡하지? 고민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아수라장 안으로 달려드는.


용이 : 야 이 자식들아.. (쑥대머리 파 한 놈 머리 확 잡는)


어느새 사람들 몰려들어 구경하고... 지나가던 공갈, 한심한 듯 바라보다 용이 끼어 있는 것 보고 놀란다.

용이, 쑥대머리파와 싸우는 와중에도.. 고통스러운 듯 한손으로 허리 붙잡는.


공갈 : 저 놈.. (걱정스런) 허리.. (안되겠다 싶어 뛰어 들어가는)


공갈, 무리 안으로 뛰어가 얻어터지려던 용이 앞 쪽에 서서 날렵하게 막아준다.


용이 : 아제?

공갈 : 이놈아. 꼼짝 말고 누워 있으랬더니 말도 징그럽게 안 듣네.


공갈, 용이 뒤 쪽으로 잡아끌며 계속 막아내는데, 절대 공격은 하지 않고 방어만 하는. 몸동작이 무척 날렵하다.

아이고 이놈아 너 왜 자빠져있냐.. 용이, 그런 공갈의 무공 눈여겨보는. 날카로운 눈빛.


강민학e : 당장 멈추지 못해?


용이 보면, 나장들 주변 에워싸고 있고. 그 안은 아직도 아수라장.

그 순간 용이, 잽싸게 자신의 다친 허벅지를 꾹 누르면.. 베어 나오는 피.


강민학 : 멈추래도!


강민학의 호통에 일동 멈추면.. 용이 쑥대머리파 한 놈 머리채 쥐고 씩씩거리며 있다.


용이 : 우씨... 아..아...

쑥대머리 : (뭐? 내가 뭐? 하는 표정)

강민학 : 허벅지에 칼자국 있는 놈들 전부 색출해!


<점핑>

7명 바지 올리고 서있다. 그 중에 용이도 포함돼 있다.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는 공갈.


강민학 : (너무 많아 당황) 잘들 한다. 저자 한복판에서 연장질이나 해대고.

시후 : (강민학에게 다가와 나지막이) 허리에 상처가 있을 겁니다.


공갈, 시후 말 듣고 헉 놀라 용이 보면, 이미 당황한 빛이 역력한 용이.


공갈 : (옆에 있는 쑥대머리 머리 치며) 이놈의 새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려? 너는 애비 애미도 없냐. 어디 더 쳐봐?


강민학과 나장들, 공갈에게 가 말리기 시작하면.. 공갈, 용이 보며 도망가라는 눈짓.

용이 슬근슬근 뒤로 물러서는데. 시후 다가온다. 주춤 서는 용이.


시후 : (7명 앞으로 가서 서며) 벗어! 어서!


사내들 옷 벗기 시작하는. 용이, 낭패다. 하는 수 없이 막 저고리 고름 푸는 용이..

공갈, 안 되겠다 싶어, 그들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데...


시완e : 용아~


공갈, 용이 돌아보면.... 오~ 내 뼈까리~ 하며 걸어오는 시완.

시완, 공갈 틱 밀치며 앞으로 나온다. 공갈, 품에서 손 떼는.


시완 : (다리 상처 보며) 너 왜 그래? 다쳤어?

용이 : 아야야~ (엄살) 쑥대머리파 놈들이랑 한판 떴는데 (가리키며) 저 놈의 시끼가...

쑥대머리 : (기막히고 억울한 ..입모양으로) 내가 뭐? (눈 부라리며)

시완 : 가자... 치료부터 해야겠다.

강민학 : 하지만 그 놈도 용의자..

시완 : 뭐요? 강도사. 이 아인 내 사람입니다. (용이 끌고 가며) 가자 뼈까리.

용이 : 예. 나리. (줄레줄레 시완 옆에 붙어 가며 엄살) 아야아야...

강민학 : (저, 저.. 으- 참는)


무뢰배들 옷 벗고 상처 유무 확인하는 나장들.

용이, 시완 따라가다 돌아보며 안도의 표정.



#31. 변식 집 대문 앞 / 낮


걸어 들어오는 시완과 용이. 걷어 올린 바지. 광목천 칭칭 감겨져 있고.


시완 : 그래서 말이다. 내가 그 일지매를 잡아서 우물에 빠뜨리고 나무에 매달아놨는데... 하필... 변나장이 실수를 하는 바람에..


용이, 픽- 비웃는데 걸어오는 은채 보인다.


용이 : (호들갑) 아씨~ 어디 가시게요? (놀란 눈으로 자신의 다리 보는 은채 시선 느끼고)

         아~놔. 거 쑥대머리파 시끼들이 까부는 통에 손 좀 봐주다 살짝- 요맨큼- 스쳤습니다요.

은채 : (무시하고 급히 나가면)

용이 : (은채 뒷모습 보는...잠깐 스치는 애틋한 표정)

시완 : 뭐해? 들어가자. 내가 고기로 몸보신 좀 시켜주마.

용이 : 에? 괴, 괴기? 아놔 쇤네 고기 무척 좋아합니다~ (졸졸 따라가다 뒤돌아보는. 가는 은채 뒷모습 보며 씁쓸한)

시완e : 암튼 그 일지매란 놈.. 나 땜에 겁 먹고 오줌 좀 지렸을거다.



#32. 청사신관 외경 / 정명수의 처소 / 낮


정명수와 마주앉아있는 변식.


변식 : 여전하십니다.. 허허허-

정명수 : 지난번에 제 아들놈이 대감 여식에게 무례를 범했다 들었소. 진즉 찾아뵙고 사과를 했어야 하는데...

변식 : (불쾌했다가 표정 급변하고) 아닙니다. 꽃을 보고 그냥 지나치면 그건 나비가 아니지요.

         (하며 작은 보자기 하나 슥- 내미는)

정명수 : 이게 뭡니까?

변식 : 그저 작은 성읩니다. 그동안 청국과 우리 조선 사이에 든든한 교두보가 돼 주셔서.. 저희가 이렇게 편히.. (하다가)

정명수 : (흐뭇한)

변식 : 그나저나 우리 세자마마는 잘 계시지요?

정명수 : 황제께서 세자마마 칭찬이 대단하십니다. 헌데 전하께서는 아직도 대청제국 섬기는 걸 인정 안하시겠다는 건지..

            아니면 저에 대한 사심 때문인지..

변식 : 사심이라니요?

정명수 : 병자년 삼전도에서 무릎 꿇은 치욕을 모두 제 탓으로 생각하고 계시나 해서요.

변식 : 아이고, 천부당만부당 하시오.

정명수 : 그럼 다행이구요. 암튼 기분 좋습니다. 며칠 전에는 그 콧대 높은 김익희 대감이 찾아오더니,

            오늘은 병판대감이 직접 오시고...

변식 : (순간 긴장하는) 예? 김익희?.. 무슨?

정명수 : 아.. 청에서 무슨 소식 없었냐며...

변식 : (순간 긴장한 눈빛)



#33. 일지매 아지트 / 낮


허리 상처에 스민 피 닦아내는.. 새 광목천으로 감는 용이. 고통스러운지 인상 쓰다... 곰곰 생각하는.

플래시 - 3부 29씬 동네 양아치들에게 행인 구해주는 공갈 보는 용이

- 12부 30씬 용이 뒤 쪽으로 잡아끌며 방어하는 공갈의 무공 보는 용이

결심한 듯 일어서는 용이.



#34. 심덕네 주막 / 마구간 / 낮


공갈 문 열고 들어오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 마구간 바닥 깨끗하다.


공갈 : 누구냐~ 내 말똥 치운 고마운 놈! 대식이 놈은 아닐테고..


구석에서 빗자루 들고 쓱- 나오는 용이.


용이 : (씩씩하게 한 손 들어올리며) 나, 용이요. 어떻소? 말똥이 미끄러져 굴러가겠죠? 번쩍번쩍~

공갈 : (이놈이 왜 이래? 하는 표정 짓다 휙 나가면)

용이 : (오기서린 표정으로 보는)



#35. 심덕네 주막 / 낮


평상에 앉아 있는 공갈 앞에 커다란 술통 안고 낑낑대며 와 내려놓는 용이. 공갈 잔에 술 따르고..

공갈이 술잔 들자마자 이번엔 안주 들고 대기 중.


공갈 : (술 한 모금 마시고) 꿍꿍이가 뭐야?

용이 : 나 무술 좀 가르쳐 줘요.

공갈 : (술잔에 남은 술 휙- 버리며) 내가 말술은 좀 한다.. 무술? 그런 술도 다 있냐? 무로 담근 술인가?

용이 : (무릎 팍 꿇고) 싸부!



#36. 심덕네 주막 / 정지 / 낮


마당 평상에 앉아 있는 용이와 공갈 보이고.

멍-하니 앉아 있는 봉순, 심덕이 옆에 다가오는 것도 모르는.. 심덕, 봉순의 등 내리치며.


심덕 : 뭘 그리 넋을 놓고 봐? 밖에 뭐가 있다고? (하며 보는데, 밖에 공갈과 용이 있다)

봉순 : (여전히 반쯤 멍한 채) 아짐. (가슴을 가리키며) 나 체했나봐.

심덕 : 체해? 그러게 이년아 밥 좀 쪼금만 먹지. 니가 여자대식이냐?

봉순 : (가슴 가리키며) 여기가 먹먹하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고.. 나 왜 이러요? 이거 죽을병 이요?

심덕 : 어라.. 요 년 봐라. 것도 병은 병이지, 상사병. 너 연사질 흐냐?

봉순 : 예? 아, 아니... 연,, (부끄러워하며 휙 가버리는)

심덕 : 저거 진짠가부네. (목 빼고 보면 밖 보면 용이 있다) 설마아?



#37. 의금부 연무장 앞 / 낮


연무장에서 혼자 무술 연습 중인 시후.

변식 지나가다 시후보고.. 옆에 따라오는 강민학에게..


변식 : 저 놈 며칠째 뭐하고 있는 게냐?

강민학 : 그것이.. 일지매를 두 번이나 잡을 뻔 했는데 눈앞에서 놓쳤다고. 분해서 그런지 계속 저러고 있습니다. 어찌나 독한지..

변식 :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이!! 변나장. 이리 좀 와 봐.



#38. 사천의 연무장 / 낮


연무장에서 검 연습중인 사천. 시후 데리고 들어오는 무이.

사천의 엄청난 무공에 넋이 나간 듯 바라보는 시후.

사천 돌아본다.


무이 : 판의금부사께서 보낸 서찰을 가져왔다 합니다.

사천 : (시후가 건넨 서찰 받는데)

시후 :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가르쳐 주십시오.

사천 : (힐끗 보는) 잘 받았다 전해라. (하고 휙 가 버리는)

시후 : (꼼짝 않고 앉아있는)

무이 : 그러고 있어봐야 소용없는 분이네. 가게. (하며 나가는)



#39. 사천 연무장이 보이는 곳 / 낮


서찰 읽고 있는 사천.


변식e : 김익희가 정명수를 만났다하네. 은밀히 전하를 봬야겠네.


서찰 접고 내려다보면 연무장 한가운데 꼼짝 않고 앉아있는 시후 보인다.

어느새 비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40. 심덕네 주막 / 낮


비 주룩주룩 내리고 처마 밑 쪼그리고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는 봉순.

그때 문 열고 나와 신발 신으려는 공갈, 봇짐 보아하니 어디 떠날 폼이다.


봉순 : 아부지 어디 가?

공갈 : (놀라) 에고 깜짝이야.. 너 거기서 뭐하냐?

봉순 : 오래 버틴다 했지.. 역마살 도졌어? 이번엔 또 어디갈라고?

공갈 : 무릉도원 좀 댕겨오께.

봉순 : 무릉도원 좋아하시네. 아, 또 거길 왜? 뭐 심난한 일 생겼어?

공갈 : (진지한) 좀.. 피할 게 있다.



#41. 사천의 연무장 / 낮


장대비 주룩주룩 내리고... 여전히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시후.

문득 올려다보면 내려다보고 있는 사천.


시후 : (고개 들고 사천 보며) 반드시 잡고 싶은 놈이 있습니다.



#42. 심덕네 주막 앞 / 낮


장대비 내리고 있다. 도롱이 입고, 삿갓 쓰고 나오는 공갈.

비 철철 맞으며 그 앞 막아서는 용이. 진지한 표정.


용이 : (두 팔 쫙- 벌리고 막아서서) 어딜 가시려고?

공갈 : 비켜! (하고 지나치려는데)

용이 : 나도 데려 가요.

공갈 : 너 꼴 뵈기 싫어 도망가는데 널 왜 데리고 가냐. (하며 가는데)

용이 : (공갈의 허리춤 붙잡고) 그럼 못 가요. 절대 못 가요.



#43. 사천의 연무장 / 낮


사천 : 왜 그리 잡고 싶은 것이냐?

시후 : 그것이 제가 인간답게 사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합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합니다.



#44. 저자 / 낮


공갈 허리춤 잡고 늘어지는 용이..그러나 공갈 아랑곳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러나 용이 놓지 않고 점점 바지춤 잡고 매달리는...공갈 아무리 떼어내고 밀치고, 집어던져도 계속 매달리는 용이.

공갈 문득 보면, 용이 젖은 윗옷(허리춤) 사이로 핏물 배어나오는..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공갈. 문득 멈춰서는.


공갈 : (퉁명스레) 왜 그리 배우고 싶은데.

용이 : 그게.. (잠시망설이다 결심한 듯 공갈 눈 똑바로 마주보며) 꼭 할 일이 있어요. 그래서 나, 절대... 죽으면 안 되거든요.


공갈, 물끄러미... 독기어린 용이 눈빛 바라보는... 공갈바지춤 꽉 부여잡고 있는 용이의 손보는.

그렇게 마주 서고 앉은 두 남자 사이로 무섭게 빗줄기 쏟아지고..



#45. 저자. 채소전 / 낮


처마 밑 똑똑 물 떨어지고 어느새 화창하게 갠 하늘.

양순에게 댕기 건네는 용이. 빨간 책보 메고 있고 그 옆에 솥, 바가지, 주걱 등 주렁주렁 달려있다.


용이 : 그때 니가 준 돈으로 샀다.

양순 : 돈?

용이 : 뒷돈.

양순 : (아.. 생각난 듯... 좋아라 받으면)

용이 : 이 잘~ 생긴 오래비가 매 줄까?

양순 : (좋아라 고개 끄덕끄덕)

용이 : (어설프게 매주며 진지한 눈빛) 아버진 괜찮으시니?

양순 : 응! 다 나았다.

용이 : 됐다. 이쁘다. 우리 양순이. 당분간 이 오라버니 안 보여도 딴 놈한테 눈길 주면 안 돼.

양순 : (돌아보며) 오라버니 어데 가는데?

용이 : 너한테 장가들라고 몸 좀 만들러 간다. 남자는 힘!

양순 : 이 문디 오라버니. 가긴 어데 가나?

용이 : (양순 억양 흉내내며) 어데 간다. 아부지 엄니 말 잘 듣고. (가며) 오라버니 간다~

양순 : (좋아라 헤죽~) 잘 갔다 온나. 내 절대 딴 데 눈 안 돌리고 조신~허니 기다릴끼다.

용이 : (돌아보며 쌩긋 웃는 윙크~)

양순 : (사랑에 빠진 눈빛, 댕기 만지작거리는)


야채전 인근에서 뒷목 잡고 있는 봉순.. 저, 저, 내 댕기... 저 쪼깐년한테 내가 밀린거야? 분해서 곧 쓰러질 듯...



#46. 매화나무 앞 / 낮


문양 새겨진 매화나무 앞에 봇짐 맨 채 선 용이.


용이 : (진지하고 독기서린 표정) 아버지... 저 당분간 못 올 거예요. 아버지처럼 강한 사람 돼서... 돌아오겠습니다.


하고 돌아서다 문득 은채와 앉았던 매화나무 앞으로 가 서는 용이. 나무 아름에 손 대 보는....

그때 담벼락 밖에서 고개 빼꼼- 내미는 봉순. 매화나무 앞에 서서 손 대고 있는 용이 발견한다.


봉순 : (주변 둘러보며) 아.. 이 집이 오라버니 집이었구나..


다시 매화나무 앞에 서 있는 용이 표정 보는 봉순. 문득 용이의 슬픔이 느껴지는... 봉순의 가슴까지 아려온다..



#47. 바다 / 나룻배 / 낮


바다위에 작은 나룻배 한 척. 힘겹게 노 젓는 용이.

공갈은 턱 괴고 누워 계속 신선놀음 중이다.


공갈 : 청산~ 청산~. 명월이~ 명월이~.

용이 : 아 그만 쫌~


저만치 무인도 보이고.


용이 : (좋아라) 이야 다 왔다.


무인도 가까워지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퍽- 소리.

용이 돌아보면 공갈, 나룻배 바닥에 도끼질.. 배 바닥에서 물 들어오기 시작한다.

‘무슨 짓이야~~~’ 놀라 손으로 물 퍼내던 용이, 양손에 솥과 바가지 들고 부랴부랴 물 퍼내는.

그 옆에서 여전히 드러누워.. 청산.. 명월이.. 하는 공갈.

우씨- 정신없이 물 퍼내는 용이.



#48. 쇠돌의 초옥 / 낮


흥견, 서찰 보고 있고 그 옆에 붙어 앉아 흥견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쇠돌.


흥견 : 맘 잡고 과거 공부하러 산에 들어간다구요.

쇠돌 : 어디로?

흥견 : 공갈아제가 잘 아는 데가 있다나봐요.

쇠돌 : (바짝 붙으며) 또, 또.. 아부지한테 특별히 냄긴 말은 더 읍고?

흥견 : (곤란한 듯) 일편단이.. 걱정 말고 잘 계시라는데요.


평상 구석에서 나물 다듬는 단이, 무심한 척.. 하지만 걱정스러운 말투.


단이 : 과거 공부한다는 놈이 솥단지랑 바가지는 왜 가져가?

쇠돌 : (뿌듯한 미소, 단이 들으라는 듯) 그렇게 구박혀도 지 엄니 밖에 없는갑네.

         (단이한테 들이대며 오도방정) 흐미~서운한 거~



#49. 무인도 / 낮


넓게 펼쳐진 해안가. 배에서 내리는 두 사람.

공갈은 훌쩍 뛰어내리고, 물 가득찬 배안의 용이는 몸이 반쯤 잠긴 상태에서 솥단지, 바가지 치켜들고 허푸 거리며 나오는데.

공갈, 의도적으로 봇짐 물에 빠뜨리고.. 아이고, 봇짐을 떨어뜨렸네.. 들고와... 하며 가는.

용이 아씨.. 하며 봇짐 꺼내는데. 천근 만근 쇳덩이다.


용이 : 뭔데 이렇게 무거워~~~~

공갈 : 잘 들고 와. 그거 솜이불이다. 여기 밤에 춥다.


용이. 낑낑대며 공갈의 봇짐 뒤로 메고. 앞으로는 제 봇짐 메고.. 옆으로는 솥단지, 바가지 주렁주렁 달고 가는.

가볍게 앞장서 걷는 공갈.

<점핑>

해안가 따라 걷는 두 사람. 헉헉 거리며 무작정 공갈 따라 한참을 걸은 용이.

한참 걸었는데 와보니 다시 제 자리다. 모래바닥에 두 사람의 발자국.


용이 : 아제, 여기 아까 거기잖아요.

공갈 : 누가 따라오랬어? 가-


용이 돌아보면, 나룻배 이미 잠기고 없다.


공갈 : 나는 또 직진한다. (성큼성큼 가면)

용이 : 아 같이 가요- (봇짐 끌고 밀고.. 질질...)



#50. 무인도 숲 꼭대기 / 낮


공갈, 서서 내려다보면 저 아래 헉헉 거리며 걸어오는 용이 보인다. 독기 서리고 매서운 용이의 눈빛.

그런 용이 착잡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공갈.



#51. 숲속 / 낮


나뭇가지와 수풀이 뒤엉킨 숲속.

물 뚝뚝 떨어지는 봇짐매고 헉헉거리며 걸어가는 용이의 독하고 서늘한 눈빛.



#52. 숲속 움막 앞 / 낮


숨 헐떡거리며 봇짐 끌고 뒤늦게 도착한 용이.

공갈, 이미 바닥에 드러누워 청산.. 명월이.. 읊고 있다.

용이, 보란 듯이 봇짐열고 이불 꺼내 쭉------- 짜는데.


공갈 : 널어라. 뽀~~짝 말려-



#53. 인조의 밀실 / 낮


변식, 인조, 사천.. 밀담 중이다.


인조 : 김익희가 정명수에게 청의 소식을 물었다?

변식 : 예, 전하. 그저 청에서 무슨 움직임이 없느냐 그 정도만 물었다합니다.

인조 : 정명수는..

변식 : 전혀 모르고 있사옵니다.

인조 : 그래. 놈들이 슬슬 몸이 달 때가 됐지. 자 이제 미끼를 던지거라.

변식 : 미끼라면..



#54. 계곡 / 새벽


공포에 질린 김익희의 얼굴. 보던 거적 덮고 일어나는. (청으로 보낸 부하의 시신인 듯)

서영수, 그리고 심마니 한 명 서 있다.


심마니 : 죽은 지 꽤 된 것 같습니다.


하는데, 말 타고 달려오는 이경섭. 후다닥 내리면서.


이경섭 : (심마니에게) 자넨 그만 가보게.

심마니 : (쭈뼛 인사하며 가는) 쇤네는 이만..

이경섭 : (흥분한) 병판이 지금 이원호의 아들을 찾느라 혈안이 돼 있답니다.

서영수 : 뭐? 그 아이가 살아있다고?

김익희 : 우리가 먼저 찾읍시다. 이원호의 아들만 찾으면 우리에게도 살 길이 있습니다. 겸이를 앞세워 왕을 몰아냅시다.

이경섭 : (놀라는) 그럼 역모를?

서영수 : (결연한 표정)



#55. 움막 인근 숲속 / 낮


땔감 가득 쌓여있는 지게지고 용이 헉헉 거리며 걷는. 다리 후들후들...

입 앙다물고 독기품은 용이 눈빛.



#56. 움막 앞 / 낮


용이, 지게 지고 힘겹게 들어오는데. 움막 앞마당에 기생과 마주앉아 노닥거리며 술 마시는 공갈.


명월 : 아~ (하며 공갈 입에 안주 넣어주는) 근데 아제 한 시진(2시간) 밖에 안 끊었어? 멀리까지 왔구만. 나 간다~

공갈 : 명월아~ 그냥 가믄 섭하지~~~


용이, 억하심정 담아 장작 패는 험악한 모습.



#57. 무인도 움막 인근 / 낮


백숙 그릇 들고 후다닥 숨어 꾸역꾸역 백숙다리 뜯고 있는 용이.


공갈 : (휙 뺏으며) 에라이 도둑놈. 이 일지매만도 못한 놈아. 명월이가 나 먹으라고 가져온 건디.

용이 : (안 뺏기려고 바둥거리며 입에 더 집어넣는)

공갈 : 명월이가 그러는데.. 요새 일지매가 뜸.. 하단다.

용이 : (멈칫, 딴청) 아.. 왜 이렇게 닭이 질겨? 역시 촌닭이라.. 아놔. 이빨 빠지겠네.

공갈 : 근데 말이다.. 일지매 그 놈은 물건을 훔치는 게 목적이 아닌 것 같어.

용이 : 아 도둑놈이 물건 훔치는 거 말고 뭔 딴 목적이 있어?

공갈 : 뭔가.. 다른.. 찾는 물건이 있는 거 아닐까? 도둑질은 그걸 감추기 위한.. 일종의.. 공갈이지.

용이 : (한심한 듯) 아놔.. 공갈은 아제고.. (같잖은 듯) 공갈치시네.

공갈 : 아님 말고! (하며 숟가락 뺏고 백숙그릇 낚아채 나가다 휙- 돌아보면 순간, 살짝 움찔하는 용이와 눈 마주치는)

         물건이 없어져야 사람들이 그냥 도적인 줄 알거든.

용이 : (먹던 닭뼈 쪽쪽 빨며) 대체 뭔 개뼉다구 뜯어먹는 소리여?

공갈 : 인생사 개옹지마.. 개처럼 옹-옹- 지랄 마알고 살 것이지.. (한숨-) 으이그.. (하고 나가면)

용이 : (불안한 듯 보는)



#58. 몽타주


- 청소하는 용이. 공갈 드러누운 채 몸 딩굴딩굴 돌려가며 걸레질 비키는.

공갈, 우씨..하며 일어나 나가는 용이 뒤통수에.. 철푸덕! 걸레다.

- 땀 뻘뻘 흘리며 물 길어 오는 용이. 눈알 양쪽으로 굴리며 살피는데..

슉- 날아오는 걸레, 얼굴 정면에 철푸덕! 걸레.

- 불 지피다 매운 연기에 고개 돌리며 기침하는 용이 얼굴에 철푸덕. 걸레다.

용이 드디어 폭발.


용이 : 아씨- 얼굴 썩어!! (하고 공갈에게 걸레 휙 던지며)

공갈 : (가볍게 피하며) 굼뜨긴..

용이 : 도대체 무술은 언제 가르쳐 줄 거요!

공갈 : 니놈이 걸레를 피하면 그때 가르쳐주든가.

용이 : 정말요? (눈 반짝거리는)



#59. 인조의 밀실 / 낮


인조와 사천 얘기 중이다.


인조 : 미끼를 물었단 말이지..

사천 : 예. 전하. 놈들이 이원호의 아들을 찾으면..한꺼번에 처리하겠습니다.

인조 : (끄덕끄덕)



#60. 무인도 해안 / 낮


배에서 폴짝 뛰어내리는 봉순. 양손에 보자기 들고 등에는 커다란 봇짐 메고 씩씩하게 성큼성큼 걸어 올라가는.



#61. 움막 / 낮


양손에 보자기 들고 오는 봉순, 뛰어나가 반갑게 맞는 공갈, 봉순아~ 내 딸내미.. 하며 좋아라 하는데.

한 손의 보따리 공갈 가슴 팍에 팍 밀어 넣고 나머지 한쪽 보따리 꼭 끌어안은 채 용이 찾는 봉순.


봉순 : 용~ (두리번거리며 용이 찾는)


땔감지게 메고 들어오는 용이. 달려 나가 반갑게 용이 붙잡고 좋아하는 봉순.


용이 : (너무 가엾은 표정으로) 비겨.. 나.. 장작패고 걸레질도 해야 돼. (어깨 감싸며) 아... 어깨야.. (다 죽어가는 척)

봉순 : (공갈 휙- 째려보며) 이... 화상!!!!!!!!



#62. 움막 안 / 낮


열심히 걸레질하는 공갈. 자식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더니.. 저년 좀 보소보소.

용이와 봉순은 식사중이다. 진수성찬 깔아놓고 직접 용이에게 먹여주는 봉순, 용이 간만에 호강중이다.


봉순 : (장어 먹여주며) 이것도 먹어봐. 이게 장언데, 사내들한테 아~~~주 좋대. 사내는 힘!

용이 : (우물우물, 주는 대로 다 받아먹는)

봉순 : (용이 얼굴, 목의 붉은 자국 보며) 이게 뭐야. 너..

용이 : (서러운 듯) 별 거 아냐..

봉순 : (공갈 돌아보며 소리 빽-) 또 걸레 던졌어? (하는데)

공갈 : (열 받아서 걸레 확- 던지는)

봉순 : (반사적으로 피하면.. 용이 얼굴에 가서 철썩!) 용아~ (걸레 떼내며) 괜찮아? 에효. 이러다 잘난 얼굴 썩겠네.

공갈 : 저 년이 저 년이.. 자식 키워봤자 말짱 도루묵이여. (휙 나가는)

용이 : (눈 반짝이며 봉순에게) 근데 넌 어떻게 피했냐?

봉순 :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눈감고 쭉- 입술 내미는데 뭔가 철푸덕, 아씨... 하며 떼 내는데, 걸레다. 용이 나가는 뒷모습)



#63. 움막 인근 / 밤


혼자서 발차기 연습하는 용이. 어설프고 서툴다.

슬그머니 다가오는 봉순.


봉순 : 내가 좀 가르쳐 줄까?

용이 : (관심 없다는 듯) 됐다. 무슨.

봉순 : 어라. 무시해? 한 번 붙어볼래?


봉순의 주먹 휙 날아와 용이 얼굴 정통으로 날리는.. 퍽 쓰러지는 용이. 코피 찍~우씨..하며 일어나 달려들지만

요리조리 날렵하게 피하며 오히려 용이 급소 등 공격하는... 놀라는 용이... 계속 얻어터지는.

<점핑>

헉헉 거리며 대자로 누워있는 용이. 그 옆에 바짝 붙어 비스듬히 누워 용이 보는 봉순.


용이 : (바짝 붙은 봉순 짜증스럽게 보며) 아까 어떻게 피했냐?

봉순 : 아~ 쉬워. (속삭이듯) 걸레를 똥이라고 생각해.

용이 : ..똥..? (하며 일어나 앉는)

봉순 : (같이 일어나며) 드럽잖아.

용이 : (상상하는) 으~

봉순 : 근데 너 그거 피해봤자 울 아부지, 쉽게 안 가르쳐 준다. 내가 그렇게 떼를 썼는데 (고개 절레절레) 안 갈켜 줘..

용이 : 너 무술 좀 하던데?

봉순 : 독학으로 했지~

용이 : 니가 무술은 왜?

봉순 : (몸 앞으로 반듯이 틀며 진지한) 나.. 꼭 복수할 사람 있거든.

용이 : (봉순 보는) ..죽이게?

봉순 : (망설임 없이) 당연하지! (용이 보며) 너 울아부지한테 말하지 마. (주먹 쥐고) 입 열면.. 알지? (하고 홀라당 드러누우면)


용이, 그런 봉순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대체 얘는 뭔 사연이길래... 생각하다 봉순 옆에 벌러덩 드러눕는 용이.

용이와 봉순 둘 다 하늘 올려다보는데 별빛 가득한 밤하늘.


봉순 : ....용아.

용이 : (퉁명스레) 뭐...

봉순 : (망설이다 조심스레) 힘들지?

용이 : 뭐가...


봉순, 씩 웃다 다시 하늘 올려다보는.. 용이, 싱거운 듯 보다 역시 하늘 보는...

저만치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공갈.. 심난한 표정이다.


공갈 : (역시 하늘 올려다보며) 고약하네.. 참 지랄맞네..



#64. 움막 안 / 밤


용이, 공갈, 봉순 세 사람 나란히 누워 있다. 양쪽 두 사람 서로 등 돌리고 있고, 가운데 공갈 반듯이 누워 천장 바라보는.

세 사람 모두 생각에 잠긴 채, 눈 뜨고 있다.

심난한 듯 한숨 쉬는 용이. 눈 꾹 감는다.



#65. 무인도 해안 / 낮


나룻배 기다리고 있고, 서로 티격태격 몸싸움 하는 봉순과 공갈.


봉순 : 글쎄 안 간다니까~

공갈 : 당장 가!

봉순 : 용아~~~ 나 안 갈 거야..

용이 : (저만치 떨어져) 왜 안가. 가.. .어여, 다신 오지 말고 (귀엽게 주먹 쥐며) 또 오면 죽여버린다~


봉순 억지로 배에 태워지며 고래고래 소리.


봉순 : 이 치시한 시끼~ 지 줄라고 바리바리 싸왔더니..


발로 나룻배 푹 미는 공갈.. 사공 노 젓기 시작한다.

가는 배 바라보다가 휙 고개 돌리더니.


공갈 : 너 이 자식. 우리 봉순이한테 뭔 짓 했어? 애비밖에 모르던 저 년이 왜 저래? 엉 (순간 허리에 찬 걸레 휙 던지는데)

용이 : 똥! (고함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걸레 슥-피하고. 씩 미소) 피했어요. 이제 가르쳐 줄 거죠?


<점핑>

혼자 남아 해안가에 앉아있는 공갈. 먼 바다에 시선 두고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공갈 : (툭툭 털며 일어나며) 그래. 내가 지은 업보, 내가 거두자.



#66. 무인도 숲속 / 낮


혼자 무술 연습 하고 있는 용이. 독기서린 눈빛이다. 뭔가 휙- 날아오면 반사적으로 휙 - 피하는데, 끝이 뭉툭한 목검이다.

용이, 놀라 돌아보면.


공갈 : 자, 휘둘러 봐.

용이 : (표정 환해지는) 아니 기초부터 제대로 가르쳐 줘야지~

공갈 : 야 이놈아! 그동안 장작패고, 물 긷고 걸레질하고.. 그게 다 기초체력 훈련이지!

용이 : (뭔 말인가 싶은)

공갈 : 날아오는 걸레를 피하고 날아오는 목검을 피할 정도면 웬만한 검술은 다 익힌거야.


용이, 아하.. 알겠다는 표정. 바닥에 떨어진 목검 집어 드는데 용이를 향해 휙- 들어오는 공갈의 목검. (공격 시작)

놀라는 용이.



#67. 사천의 연무장 / 낮


동시에 휙- 들어오는 진검. 시후의 검이다. 눈 앞에 아무도 없고, 검 든 채 당황해서 두리번거리는 시후.

뒤에서 들리는 사천의 목소리.


사천e : 상대는 나무가 아니다.


시후 돌아보면 뒷짐 지고 서 있는 사천의 날카로운 눈빛.


사천 : 놈은 지붕 위를 날아다니는 날렵한 자다.



#68. 무인도 해안가 / 낮


드넓은 백사장 위... 새파란 바다를 등에 지고 마주 보고 서 있는 공갈과 용이.

공갈, 가볍게 잡은 목검. 두 손 꼭 쥔 채 잡고 있는 용이의 목검, 고수와 하수의 대결. 검잡은 자세부터 사뭇 비교된다.

이윽고 살의에 찬 눈빛으로 이야야~ 목검 들고 달려오는 용이.

공갈, 가볍게 용이 목검 틱- 막으면 힘의 반동으로 제풀에 자빠져 모래밭에 얼굴 처박는 용이. 우씨 - 이 꽉 무는...

한심한 듯 머리통 톡- 치며.


공갈 : 네 검은 상대의 검을 막는 것이야. 지금부터 공격은 나만 한다.

용이 :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예? 그런 게 어딨어요?

공갈 : (무섭게 노려보며) 그런 게 여깄다.

용이 : (순간 움찔)



#69. 저자 / 낮


사람들 모여서 웅성웅성. 걱두 그 틈에 껴서 수다 떨고 있다.


상인1 : 청 망명설이 있어.

상인2 : 어? 자살했다든 디? 지난번에 칼 맞고 병신 되서 자살했다드만.

걱두 : 그 소리 못 들었어? 일지매가 여자였디야~

쇠돌 : 어째 몸이 호리호리하다 혔어.

상인1 : 여자? 에이.. 설마...

걱두 : 아녀. 그도 그럴법 혀. 아 그니까 그 철통같은 검문을 다 피했겄지. 여자들은 검문 안했잖여.

상인들 : (어쩐지 어쩐지..)

걱두 : 뭐가 진짜까? 청으로 망명을 한 것이여...자살을 한 거시여 시집을 간 거시여.

쇠돌 : (확 끼어들며) 내가 정리해주께, 청에 시집을 갔던 일지매는 거그서 시집살이를 못 견뎌서 자살한 것이지~ 끝!

다들 : (한심한 듯 쇠돌 보며 쯧쯧...)



#70. 쇠돌의 초옥 방안 / 낮


쇠돌과 단이 밥 먹고 있다.


쇠돌 : 가시나 맞당께.

단이 : (기가 찬) 밥이나 드세요.

쇠돌 : 아녀, 일지매가 청으로 시집을 갔는디, 시집살이가 허벌나게 되아서, 칵- 섯바닥을 깨몰아 부렀다는구만.

단이 : (참내 기가 막혀 보는)

쇠돌 : 아따 그나지나 일지매가 사라져분께 쇳대 만들어 달란 양반도 없고.. 입맛도 없고.. 근디. 일편단이.. 밥 더 없는가?

단이 : 입맛 없다면서요.

쇠돌 : 그, 그렸는가? 내가?


단이 아랫목에 묵어 둔 밥그릇 꺼내는.


쇠돌 : (상위에 내려놓는 밥공기 보며) 이거.. 용이 줄라고 묻어 논 거 아녀? 내가 먹어도 쓰겄는가?

         (단이 눈치 보며 숟가락 들어 밥 크게 퍼서 입에 한입 가득 넣는데..)

단이 : (한숨 푹 쉬며 걱정스런) 어디서 밥이나 얻어먹고 다니는지...

쇠돌 : (눈치 보며 숟가락 다시 빼서 슬그머니 밥 다시 담는)



#71. 무인도 안, 산 속 / 낮


이야야얏- 달려드는 용이.

순간 날아오르듯 몸을 날려 공중에서 목검 내리꽂듯 하강하는 공갈. 용이의 머리를 향해 내려오는...

놀라 헉- 그 자리에 서서 꼼짝 못하는 용이.

이윽고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용이의 급소를 빠르게 공격한다. 허리, 머리, 어깨.. 계속해서 이어지는 공갈의 빠른 공격들.

아악, 아악 - 비명 지르며 속수무책 얻어맞는 용이.


공갈 : 참격(칼로 베는 공격)의 기본은 모두 아홉이다! 제 아무리 현란하고 빠른 검술도 이 아홉의 참격에서 벗어난 것은 없다!

         이 아홉 개 격만 막아내면 그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는다!


공갈 다시 공격하며. (그림 참조)


공갈 : 내리치기! 사선베기! 역사선 베기! 오른 수평베기! 왼수평베기! 오른올려치기! 왼 올려치기! 올려차기! 찌르기!!!


계속해서 공갈에게 참격 얻어맞는 용이. 아프지만 이 악물며 고통 참는. 손, 검으로 막아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72. 무인도 바닷가 & 사천의 연무장 교차편집 / 낮


짚으로 만든 사람모형에 9군데 참격 위치 표시된 곳 정확하게 찌르는 시후.

자신의 몸에 표시된 보호대 가슴에 찬 채 9군데 참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공갈에게 계속 얻어터지는 용이. 아-아..

- 시후 진검으로 참격 부분 찌르고.

- 용이 맞고!

- 시후 찌르고!

- 용이 으아아 소리와 함께 자신의 참격에 들어오는 목검 확 막아내는...

- 순간 놀라는 공갈, 헤~ 웃는 용이.

- 순간 휙 찌르는 시후의 검.

- 어느새 자신감 붙은...독기어린 눈빛으로 들어오는 목검 확 막아내는 용이



#73. 해안가 / 밤


달빛 아래 나란히 앉은 공갈과 용이. 용이 옆에 내려놓은 목검.


공갈 : (기특한) 제법 쓸 만하구나.

용이 : (눈치) 그죠? 쓸 만하죠? 아놔 목검 이거 장난 같애. 나 용이 모냥에 죽고 모냥에 사는데.. 아제, 낼부턴 진짜 검으로 하죠.

공갈 : (싸늘하게) 안돼!

용이 : 에? (땡깡 놓듯) 아놔~ 왜 안돼요?

공갈 : 살생을 위한 검술은 안 돼.

용이 : (흠칫)

공갈 : (한숨 내쉬며 밤하늘 바라보는... 진지한 눈빛) 예전에 난 인간백정이었다.

용이 : (놀라보면)

공갈 : 내가 믿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사람 죽이는 것 쯤 아무 것도 아니라 생각 했다..

         해서 여인도... 노인도... 어린아이까지... 가차 없이 벴다. (자신의 손 만지작거리며) 이 손으로...

용이 : (심각한) 아제가 믿던 그 대의가... 뭐였는데요?

공갈 : (눈 허공에 둔 채... 꿈뻑꿈뻑~ 다시 본래의 공갈스럽게) 글쎄... 뭐였더라? 사람 죽인 놈한테 대의 따위가 어딨냐?

         (엉덩이 탈탈~ 털고 일어나며) 니놈이 품은 대의가 뭔지 모르겠다만 사람 죽이는 순간, 대의고 지랄이고 없어~

         (가며) 니놈도 똑~같은 놈이 된다 이거지~

용이 : (물끄러미 보는)



#74. 사천의 연무장 / 밤


나란히 앉아있는 시후와 사천.


사천 : 남들은 나를 살인귀라 부른다. 허나 난 상관치 않는다.

         내 앞을 막아서는 자는 그 누구라도 베었다.. 나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시후 : (물끄러미 사천 보는) 사부님이 믿는 대의는 무엇입니까?

사천 : (일어나며) 나의 하늘, 그 분이 곧 내가 믿는 대의다. (가는)

시후 : (가는 사천 보는)



#75. 몽타주 (계절 변화 / 시간경과)


- 검 싸움 하는 공갈과 용이. 계속 목검으로 방어하는 오기서린 용이의 표정... 위태위태하게 공갈의 공격을 막아내는 용이

- 여름 / 장대비 쏟아지는 처마 밑 멍하니 넋 놓고 앉아있는 봉순. 옆에 와 앉는 대식. 떡 먹으며...

- 가을 / 은채 별채 앞에 서서 멍하니 담 쪽 바라보고 서 있는.... 머리 위로 낙엽 떨어지고...

- 공갈 목검 막아내는 용이. 밀고 들어오는 공갈의 검... 으- 온 힘을 다해 버티는 용이...

막아내는 팔 부들부들 떨리고... 눈에 선 핏발... 이 악물고 있는 독기 어린... 다시 공격 막아내는 힘겹게 용이.

- 겨울 / 눈 쏟아지고... 귀마개한 쇠돌 싸리빗자루로 눈 쓸다... 문득 빗자루 바라보는....

오버랩 - 싸리 빗자루 들고 나오고 도망가는 용이.. 아부지 아부지 도망가는 용이...

쇠돌, 심난한 듯 삽 눈밭에 꽂아두고... 쭈그리고 앉는... 울먹울먹하다 귀마개 빼 들면 귀마개 안쪽에 용이거. 흑-

- 봄 / 봄꽃 가득 피어있는 궁 후원. 꽃잎 으스러지게 잡는...인조의 음흉, 야비한 듯 보이는 눈빛...


용이e : 이야야얍~



#76. 무인도 해안가 / 낮


용이 검 막아내는 공갈, 다시 들어오는 공갈의 공격 막아내는 용이.

공갈, 고개 들어 허공을 보면,

높이 뛰어올라 허공에서 목검 내리치며 내려오는 용이의 날카로운 눈빛. 예전과 다른 고수의 눈빛이다. 이야야얍~~~!

























첨부파일 일지매12회.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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