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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1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10.25|조회수480 목록 댓글 0

[일지매] 13











#1. 은채의 객점 (오늘날의 여관) / 낮


화려하고 웅장한 위용을 드러낸 객점 외경. 곳곳에 장식된 꽃과 색등 등이 호화객점의 화려함을 더 뽐내는 듯...

객점 앞에 모여든 인파들. 맨 앞줄에는 내로라하는 사대부가들.

정명수와 정치홍도 와 있다. 예의 거들먹거리는 표정과 자세.

객점(여관) 앞 현판 (금루각) 거는 변식. 모여 있는 사람들 박수치고, 자랑스러운 표정의 변식과는 반대로

그 옆에 서 있는 은채, 이 떠들썩한 잔치 분위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이다.


변식 : 자, 시작하겠습니다. (흠흠 헛기침) 공사가 다망하심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 최고의 객점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럼 잠시 전하는 말씀 듣겠습니다. (안내하며) 자, 은채야. 쭈욱~ 설명 드리거라.

은채 : 예. 지금까지 모든 원(院)에는 그저 땔감과 물 정도만 (* 자막: 원(院) - 공무를 보는 벼슬아치가 묵던 공공 여관)

         갖추어져 있어서, 여행자들이 일일이 양식, 그릇, 솥까지 가지고 다니느라 몹시 번거로웠을 겁니다.

         (방, 정지 보이며) 허나 저희 금루각에는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습니다. 허니 이제 몸만 다니시면 될 것입니다.

사람들 : (오호~끄덕끄덕)

은채 : 또한 객점 모든 방에는 온돌을 깔아 한기와 습기 걱정을 모두 해결했습니다.

         병을 앓는 분들께도 최고의 휴양 장소가 될 것입니다.

사람들 : (신기한 듯... 웅성웅성~)

변식 : (뿌듯한) 자, 자, 쭉~들 둘러보시죠. (3류 모텔광고 버전으로) 넓은 마굿간~ 안락한 온돌방~

         전망 좋고 교통이 편리한 고품격숙박시설 금!루!각 각~각~각~.

사람들 : (오호 하면서 구경하면)

변식 : (정명수에게 가서) 이리 와주실 줄은... 대청칙사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친히 왕림해 주시니

         뭐라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지... 방이 필요하심 말씀만 하세요. 평생 무료 고객으로다가...

정명수 : (뿌듯한 듯 고개 끄덕끄덕)



#2. 객점 뒤채 / 낮


은채 피곤한 듯 뒤채 쪽으로 오는데, 마구간 앞에 매어있는 근사한 말.

은채 와~ 말에 관심 보이는.


섬섬 : 에이구 또, 또 말이라면 사족을 못 쓰시니...

은채 : 윤기가 흐르는 게 혈통이 아주 좋은 놈인가 보다.

치홍e : 마음에 드오?


돌아보면 치홍이다. 순간 안색 굳는 은채.


치홍 : 역시 보통 여인네가 아니란 말이야... 말을 좋아하나본데.. 어떻소? 오늘 나랑 한 번 신나게 달려보겠소?

         내가 또 속도 하난 끝내주는데.

은채 : (섬섬 돌아보며) 섬섬아. 소금 가져오거라.

섬섬 : 예?

은채 : 객점에 잡귀가 붙은 모양이다.


순간 울그락불그락 해지는 치홍, 휙 가 버린다.

은채, 심난한 표정으로 마루에 앉으면.


섬섬 : 어흐 얼굴에 기름기 질질 흐르는 게... 차라리 머리에 기름기 줄줄 흐르는 무뢰배 놈들이 백배 낫네.

         아~ 그 놈 뻔질나게 드나들 땐 확 꼬랑창에 처박고 싶더니.. 안 보이니까 은근히 섭섭하네.

은채 : (생각난 듯 섬섬 돌아보면)

섬섬 : (씩 웃으며) 아씨도 쬐~끔은 궁금하시죠?

은채 : 뭐? (기막힌 듯한 표정)

섬섬 : 과거 공부하러 산에 들어갔다는데... 허전한 게. (갸웃 중얼중얼) 내가 진짜 그 놈 매력에 푹~ 첨부덩~ 허부적 빠졌나?

은채 : (피식 웃고..다시 심난해지는) 일지매 소식은 여적 없더냐...

섬섬 : (후 한숨) 예. 별별 해괴한 소문이 다 돕니다. 죽었다느니, 청국으로 갔다느니...

         암튼 일지매가 안 나타나니 영 살 맛 안 납니다요.

은채 : (상념에 젖는 듯한...)



#3. 무인도 해안가와 사천 연무장 / 교차 / 낮


이얍 - 공격하는 공갈의 목검. 순간 잽싸게 방어하는 용이. (예전의 어설픈 용이의 방어술이 아니다) 그 위로.


공갈e : 최대한 빨리!


- 시후 공격하고, 사천 가볍게 막아내며.


사천e : 일격필살! 적이 막지도 피하지도 못하게!


- 공갈의 빠른 공격에 뒷걸음치며 가까스로 검 받아치는 용이.

- 시후의 빠른 공격에 뒷걸음치며 가볍게 검 받아내는 사천.

- 공갈, 순간적으로 용이에게 바짝 들어오며 목검 겨눈다.

- 시후, 사천에게 바짝 들어오며 검 겨눈다.


공갈 : 적이 네 검의 간격 안으로 들어오면 넌 이미 베인거다.


하며 무섭게 용이 간격으로 들어와 목검 겨누는 공갈,

용이 동시에 더 바짝 들어가며...


용이 : 아직 안 끝났거든요!


- 사천, 동시에 시후에게 바짝 들어가는데.


공갈e : (놀란 표정) 한발 더 내딛어 공격할 틈을 주지 않는다?


- 시후, 칼 낮게 띄워 칼날 아랫부분 잡고 사천의 목에 겨누며.


시후 : 끝났습니다.


- 공갈, 시선 깔고 허리 내려다보면.. 용이, 공갈 허리에 대고 목검으로 장난스레 톱질하듯 입으로 소리 내며 쓱-쓱-


용이 : 끝났습니다. 용이 승!!! (씨익- 웃는)



#4. 무인도 해안가 / 석양


공갈과 용이의 고수 대 고수의 검 대결. (힘과 리얼리티가 사는 막상막하의 대결)

용이 방어하면서도, 방어용 공격하는... 순간 움찔하는 공갈...

다시 공갈과 용이의 검 대결 용이의 공격 이어지며 그 위로 공갈의 내레이션.


공갈e : 공격도 방어다! 죽이기 위한 공격이 아니라, 살기 위한 살리기 위한... 공격을 해라.


용이의 검, 공갈의 목에 들이대는... 헉헉 거리는 용이의 살아있는 눈빛과 만족스럽고 기특한 공갈의 눈빛 마주치는.



#5. 변식 집 후원 / 밤


은채, 들어오다 후원에서 활 연습 중인 시후 보고 다가오는.

활 연습중인 시후. 시선 느끼고 돌아보면 은채 바라보고 서 있다.


은채 : 오라버니.

시후 : (다시 고개 돌려 활 겨누는)

은채 : 요즘 통 얼굴 뵙기가... 여적.. 제게 섭섭하신 겝니까?

시후 : 내가 왜 널 섭섭해 하겠니. 가 보거라. (은채에게 시선 주지 않고 그저 활 겨누는)

은채 : (시후 마음 풀어줘야겠다는 마음에) 저도 활 쏘는 법 좀 가르쳐 주십시오.

시후 : (돌아보는)

은채 : 실은 꼭 한번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저 말 타는 것도 오라버니께서 가르쳐 주셨잖습니까.


시후 은채 말 무시하는 듯. 다시 앞보고 과녁에 활 쏘는...

머쓱한 은채. 옆에 있는 활과 화살통 보고 하나 집어 들어 어설프게 활시위 잡아당기는데 팅- 화살 빗나가며, 아- 짧은 비명.


시후 : (놀라 돌아보다) 너 이게 얼마나 위험한 무긴데 겁도 없이..

은채 : (시후에게 활 내주며) 위험하니 오라버니께서 가르쳐주십시오.

시후 : (못 말리겠다는 듯) 자. (하며 손가락에서 깍지 빼 은채 손가락에 끼워주는)

은채 : (깍지 보며 놀란 듯) 여적 갖고 계셨습니까?

시후 : (말없이 은채 등 바로 뒤에 서서 어깨에 손을 얹어 자세 바로 세워주며) 등을 곧게 펴고 과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거라.

         다리엔 힘을 주고...


은채, 시후가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하는.

시후, 활 들고 있는 은채 손 위에 조심스레 손 포개 잡고 은채 손과 함께 활 들어 올리는데.....


시후 : (은채와 같이 활시위 당기며) 이때 숨은 멈춰야한다. (은채 숨 멈추고)

은채 : 쏴요?

시후 : (손 떼며) 쏘거라.


은채, 활 쏘면.. 과녁판 중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에 화살 꽂힌다.

시후, 어? 하는 표정으로 은채 보면..


은채 : (자기도 놀란 듯 쌩긋) 아무래도 저, 전생에 장군이었나봐요.

시후 : (픽- 웃는)

은채 : (미소 지으며) 이제 마음 풀리신 거죠. 오라버니?

시후 : (미소 짓는)

은채 : (다시 시위 당겨 활 쏘는)



#6. 무인도 숲속 + 사천 연무장 / 교차 / 낮


용이 공갈 찾으며 걸어가는데... 아제. 사부님~ 어디갔어? 

용이 뒤에서 쓱 나타나는 공갈.

공갈 용이 향해 활 겨누는 듯 하다 하늘로 박두(화살촉 끝에 굵은 나무를 박은 연습용 화살) 쏘는....

걸어가던 용이, 엉덩이에 화살 명중. 아야- 하며 엉덩이 문지르며 우씨 어떤 시끼야? 잡히면 디진다!

떨어진 화살보고 공갈 보는. 몸을 뒤로 잔뜩 젖히고 하늘을 향해 활 쏘는 용이.


공갈e : 니가 쏜 화살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게 해라. 그래야 적이 니 위치를 알아낼 수 없다.


순간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용이. 뛰어가던 토끼에 화살 명중! 놀란 토끼. 다시 일어나 도망가는.

옆에 화살촉 없는 화살(화살 끝 천으로 칭칭 동여맨) 떨어져 있다.

뛰어가는 토끼에 화살 명중. 픽- 쓰러지는 토끼.. 화살 꽂혀있고..

토끼 집어 드는 손.. 사천이다. 멀리 활 들고 있는 시후.



#7. 무인도 숲속 / 낮


검 집 건네는 공갈. 용이 공갈 물끄러미 바라보다 검 집 받는...

검 집에서 검 꺼내는 용이. 놀라보는...



#8. 사천의 연무장 / 낮


반짝반짝 서슬 퍼런 날카로운 검날. 검 만지는 손, 시후다.


사천 : 내가 오래전부터 쓰던 검이다.

시후 : (사천 보면)

사천 : 베거라.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을 막아선다면 그 자가 부처든 벗이든 베거라. 그것이 검이다.



#9. 무인도 숲속 / 낮


용이 : (잔뜩 실망한 표정) 이게 뭐예요.


용이 손에 들고 있는 검, 날이 없는 뭉툭한 (쇠)검...


공갈 : 뭐긴 검이지. 그거 내 보물 1혼데, 환도장한테 특별히 날 다 없애달라고 부탁한 거다..

용이 : 이 아제가 증말! 날을 왜 없애요!!! 아놔 세상에 날 없는 검이 어딨대.

공갈 : 어딨긴 여깄지, 이놈아. 근데 이놈이 사부사부 하더니 더 뽑아 쳐 먹을 거 없다고 다시 아제냐?

         (실망스러워하는 용이 보며 진지한) 용아..

용이 : (고개 들어 공갈 보면)

공갈 : 세상엔 두 가지 검이 있다. 사람을 죽이기 위한 살인검.


용이, 그런 공갈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어느 순간.. 공갈의 얼굴 이원호의 목소리와 겹치면서.. 과거로...

마치 용이 앞에서 이원호가 얘기하듯... (1부 - 이원호가 겸이 검 가르쳐 주던 씬)


이원호 : 반대로 사람을 살리기 위한 활인검이 그것이다. 나는 겸이 네가 평생, 검을 잡을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허나 만에 하나 검을 잡을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세상을 위한 검, 사람을 살리기 위한 활인검이어야만 한다. 알겠느냐?


어느새 용이 앞에 서서 얘기하는 자, 다시 공갈로.


공갈 : (버럭) 알겠냐고 이놈아.

용이 : (번쩍 정신 든 듯... 이내 진지한 다시 물끄러미 무날검 바라보며) 예? 예. 알겠어요. 아제.

공갈 : (엉덩이 털털 털며 일어나며 먼 곳 보는) 아무리 날이 없어도 마음만 먹으면 살인무기가 되지.

         사람을 죽이는 것은 말이다. 무기가 아니야. 니 마음이지. (가는..)


무날검 꽉 쥔 용이 손. 평온해진 듯... 자신감에 찬 용이의 눈빛.

용이 검 바라보며 뭔가 결심한 표정.


용이 : 아버지.. 아버지 말씀 명심할게요. 잊지 않을게요.



#10. 무인도 해안가 / 낮


나룻배 정박해있고 그 앞에 서 있는 공갈과 용이. 용이 등에 봇짐, 솥단지. 주걱 등등.. 대롱대롱 달려있다.


용이 : 정말 안 갈 거요?

공갈 : 글쎄 난 이 무릉도원에서 신선놀음 좀 더 하다 간다니까. 그동안 니놈 땜에 느무 정신 사나웠다.

용이 : (실눈~) 에이, 명월이 불러들이려고? (배에 홀라당 올라타며) 좋은 시간 보내세요.

         심덕아짐한텐 독수공방 잘 하고 있다고 안부 전하께요.

공갈 : 근데 저 놈이.. (용이 눈치 슬쩍 살피며 사공에게 큰 소리로) 헌데 요새도 그 도적놈 설친답디까?

사공 : 아, 의적 일지매요? 안 나타난 지 꽤 됐수다. 기집이었다는 소문도 있고.. 죽었다는 소문도 있고...

용이 : 기집은 개뿔...

공갈 : (맞받아) 의적은 개뿔.. (팔짱끼고 혼잣말 하는 것처럼) 아무래도 그 놈이 진짜 찾는 건 따로 있는 것 같고

         물건을 훔쳐 나눠주는 건 그걸 훔치려는 개 수작 같애.

용이 : (찔리는 듯 쓰윽 고개 돌려 공갈 보는)

공갈 : (그런 용이 시선 놓치지 않는)

사공 : 아니 그게 뭔 소리여.

공갈 : 뭔소리 긴. 개소리지. 인생사 개옹지마.. (개 짖는 소리) 옹- 옹- 가! (발로 배 미는)


공갈 뒷짐 지고 해안가를 왔다리갔다리하며 ‘인생사 개옹~지마... 개처럼 옹알옹알 지랄 마라야지’


용이e : 아참, 아제....

공갈 : (보면)

용이 : (배 안에서) 내가 깜빡 이걸 들고 와 버렸네.


순간 공갈, 헉- 눈 동그래지면..

용이 씩 웃으며 돌돌 말은 솜이불뭉치 쳐들고 있는 모습 보인다.


공갈 : (애절하게) 용아... 용아... 제발.. 제발 그것만은...

용이 : (사정없이 솜이불 물에 빠뜨리고, 사공 노 뺏어서 솜이불 꾹꾹 눌러 물에 아예 담가 주는 센스. 얄미울 정도로 오버스럽게)

         아이고, 아이고~ 실수로 물에 빠뜨려 버렸네~

공갈 : (큰소리로) 야 이놈의 시끼야! 은혜를 웬수로 갚냐?


씩씩 거리며 물에 첨벙첨벙 들어가 솜이불 건지는데, 엄청 무겁다.

배 위에 용이. 입에 손 모으며.


용이 : 뽀짝 말려! 뽀짝! 여기 밤에 춥잖어~



#11. 움막 안 / 낮


심난한 표정으로 지저분한 방안에서 짐 챙기는 공갈.



#12. 움막 밖 / 낮


신발 신고 일어서는데.. 마당 여기저기 널려있는 용이의 흔적들.. 장작 패던 도끼. 지게... 걸레... 목검. 참격 보호대.. 등등...

공갈, 용이의 목검 치우려 하는데 목검 손잡이 부분에 새겨진 <용이거>

픽 웃는 공갈. 참격 보호대에서도 찾아보는 데 보호대 뒤쪽에 작게 <용이거>

빙그레 미소 지으려 치우려는데 보호대 안쪽에 또 다른 필체의 글씨 발견 <용이는 봉순이거>

더 이상 웃지 못하고 깊은 한숨 내쉬는 공갈.



#13. 해안가 / 낮


봇짐 메고 터벅터벅 걸어 내려오는 공갈.



#14. 남문 저자 / 낮


장바구니 들고 신나게 걸어가는 봉순. 얼굴 연신 싱글벙글이다.


봉순 : (괜히 지나가는 행인 붙들고) 아제, 그거 아세요? 용이 온대요. 용이가..

행인 : (오든 말든 관심 없다는 듯 지나가고)

봉순 : (입 삐쭉) 거 인심 드럽게 사납네. 용이가 온대잖아요! 용이가!


봉순 눈앞에 채소전 보이고 뛰어가는.



#15. 채소전 앞 / 낮


들뜬 표정으로 이것~저것~ 고르는 봉순.


봉순 : 아 쫌, 장사 하루 이틀 해. 얼렁 싱싱한 거 내놔 봐요.

양순모 : 알았다 이년아. 쪼매만 기다리바라. (하며 안쪽으로 들어가는)

양순 : 까탈시럽기는.. (흥- 고개 돌리는데 머리에 맨 빨간 댕기)

봉순 : (우씨-분한 듯, 부러운 듯)

양순 : (맹랑하지만 사랑스러운) 와? 이쁘제? 우리 서방님이 준기다.

봉순 : 뭐? 서방님. 이 쪼깐한 게.



#16. 남문 저자 초입 / 낮


정치홍과 그 패거리들, 말 위에 올라타 있다. 취기 오른 치홍의 손에 술병 들려 있고..


정치홍 : 저자를 한 바퀴 달려 보는 거야.

패거리1 : 사람들이 저리 많은데 괜찮을까?

정치홍 : 얌마, 장애물이 있어야 달리는 맛이 나지.

패거리1 : 그러다 문제 생김 어쩔라고 그래.

정치홍 : 울 아버지가 누구냐. 나랏님도 꼼짝 못하는 대청제국, 칙사 아니시냐.

패거리들 : (불안한)

정치홍 : 나만 믿고 신나게 질주해 보자구~


치홍, 씩 웃으며 술병에 든 술 마저 마시더니, 빈병 휙- 던져버리고 말허리 세게 찬다. 이럇!



#17. 채소전 앞 / 낮


저자 한 복판. 싸우고 있는 봉순과 양순. 팽팽한 신경전, 서로 째려보는.


양순 : 꼬랑대기 치지 말라.

봉순 : 뭐가 어쩌고 어째?

양순 : 꼬랑댕이 치지 말라꼬예. 언니야가 아무리 그래봤자 용이 오라버니는 내한테 오게 대이쓰예.

봉순 : 헛- (기막히다) 머리통에 피도 안 마른 게. 두고 보자 어디. 나중에 누가 용이 색시가 되는지...

양순 : 낸중에 보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 하-나도 몬봤다.

         (머리에 맨 댕기 만지작거리며) 오라버닌 진즉에 내한테 푸욱- 빠졌다 아이가.

봉순 : (얄밉게 댕기 노려보다 휙 돌아서는) 씨- 나쁜 시끼, 나는 안 사주고.. (씩씩거리면서 가는)



#18. 저자 인근 / 낮


흙먼지 일으키며 달리는 치홍과 패거리들. 행인들 사이로 미친 듯이 달리는 말발굽.

사람들 깜짝 놀라 옆으로 피하고, 짐 엎어지고.. 줍고.. 난장판이다. 저, 저, 뭐하는 놈들이야.... 사람들 욕하는..



#19. 채소전 앞 / 낮


씩씩대며 가는 봉순 보며 자기도 휙 돌아 채소전 쪽으로 쫄래쫄래 가는.


양순 : 어따대고 감히 내 서방을 넘 보노? 우린 벌씨로 혼인을 약조한 사인데.

         (하며 머리 만지는데 댕기가 없다 엉? 하며 뒤돌아보면)


저만치 한복판에 떨어져 있는 빨간 댕기. 양순, 댕기 집으러 가는데... 비켜- 비켜 하며 수레 지나가자 멈칫 서고.

수레 지나가자 다시 댕기 떨어진 곳으로 뛰어가는.



#20. 저자 / 채소전 인근 / 낮


뛰어오는 말. 패거리의 말 저만치 쭈그리고 앉아 댕기 줍는 양순 발견하고.


패거리 : 어? 세워 세워... (급히 말고삐 잡는데)

치홍 : (신나는) 오호~ 장애물~ 넘어!


세차게 달리는 치홍의 말.

이미 말 세운 패거리들, 긴장해서 바라보는.



#21. 채소전 인근 / 낮


봉순, 용이 이 새끼.. 이젠 어린애까지 꼬셔? 오기만 해봐라... 아주 그냥.. 투덜대며 걸어가는데..

뒤에서 지축을 흔들 듯,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

말발굽 소리에 문득 뒤 돌아보는 봉순. 길 가운데 쪼그리고 앉아 댕기 줍는 양순 눈에 보이고..

그 뒤로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치홍의 말.

양순, 흙 묻은 댕기 후- 불며 일어서는데. 순간 봉순의 눈동자 커지는...

봉순, 양순아--- 비명 소리와 함께 퍽-!! 허- 봉순의 표정 그 위로 e. 히힝- 말 울음소리.

봉순, 들고 있던 장바구니 바닥에 툭 떨어지는.



#22. 채소전 앞 / 낮


멈춰선 치홍의 말. 저만치 널브러진 양순 보인다. 양순 손에 쥐어져 있는 댕기.

사람들 웅성웅성 모여들고, 말 위에 앉아 놀란 듯 멍하니 서 있다 얼굴 찡그리고 바라보는 치홍.

말 타고 다가오는 패거리들..

‘안 움직여..’'죽었나봐..’ 소리 들리면...

그 틈으로 양순부모 뛰어나와 양순 붙잡고 흔드는데 양순 손에서 툭 떨어지는 댕기...

양순아.. 양순아... 아이고 내 새끼 붙잡고 오열하는 양순의 부모...

순간, 겁먹은 치홍, 말머리 돌리더니 이럇-하며 잽싸게 내뺀다. 패거리들도 치홍 따라 도망가고...

멍하니 서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걸어오던 봉순 옆으로 치홍 무리들 휙- 지나가자,

독기서린 봉순의 눈빛. 저 놈 잡아라~ 휙- 몸을 돌려 치홍 패거리 뒤쫓기 시작한다.


봉순 : (악쓰며 쫓는) 거기 서! 이 새끼들아~~~~~



#23. 나루터 / 낮


배에서 내리는 용이. 나루터에 북적북적한 사람들...

후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걸어가는 용이.



#24. 청사신관 가는 길 / 낮


뛰는 치홍 패거리의 말들. 미친 듯 쫓아가는 봉순. 마지막 말 겨우 잡을 뻔하지만 이내 균형 잃고 자빠지는.

바닥에 나뒹구는 봉순. 소매 말려 올라가고 무릎 팔 등 까지면서 피 흘리는. 고통스러운 신음.

저만치 도망치는 말들 보며 아프지만 벌떡 일어서 다시 쫓기 시작하는 봉순. 거기서----!!



#25. 청사신관 앞 / 낮


뛰어오는 말들... 놀란 병사들. 말들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치홍 : 닫아! 얼른!


봉순의 눈앞에서 사신관의 육중한 문 끼익- 닫히고...

봉순, 미친 듯 뛰어와 문 두드리며 소리 지른다.


봉순 : 열어. 열라구! 나와~ 이 새끼들아~~~~~~~야~~


지키는 병사들 봉순 막고 서서 꼼짝 않는다.



#26. 청사신관 안 / 낮


밖에서는 봉순이 악쓰는 소리 들리고 치홍 패거리 안에서 숨죽이고 있다.


정명수e : 무슨 일이냐?

치홍 : (헉 놀라 돌아보면, 사신관 복장의 정명수 서 있다. 잔뜩 긴장한) 아, 아버님...



#27. 저자 / 낮


건들거리며 걸어오는 용이. 저자가 한적하다.


용이 : 뭐 이리 조용해? (큰 소리 치며) 아놔! 남문의 겸둥이, 용이가 돌아왔소~


하는데 저쪽에 웅성웅성 모여 있는 사람들.

남문의 겸둥이 용이가 (목소리 기어들어가며) 왔는데... 용이 심상치 않은

뭐지? 하며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려는 순간, 뭔가 밟히는.. 보면, 용이 발아래 떨어져 있는 흙 묻은 댕기와 핏자국.

놀라 댕기 집어 드는 용이의 표정.. 점점 굳어지는데..

옆에서 웅성거리는 소리. ‘시상에 어린 것을..’ ‘불쌍해서 어째..’ ‘시상에 애를 저래놓고 튀었다잖어...’

순간, 용이 사람들 틈 비집고 들어가면. 덮어놓은 거적 앞에서 통곡하고 있는 양순 부모.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양순아~

튀어나와 덮여진 거적 휙- 드는 용이. 순간 놀라는 용이 얼굴.



#28. 청사신관 (인근) / 낮


정신없이 달려오는 용이. 헉헉거리고 서면...

저만치 사신관 앞에서 악 쓰며 문에 매달리는 봉순이와 끌어내려고 하는 병사들의 옥신각신하는 모습.

그 모습 보는 용이.. 분노의 눈빛. 손에 든 댕기 꽉 쥐는....



#29. 청사신관 (정문 앞) / 낮->밤


봉순, 악착스레 문에 매달리며.


봉순 : (악 쓰는) 나와- 너 이 쉐끼! 안 나와?

병사 : (떼 내며) 글쎄. 개미새끼 한 마리 안 들어왔다니까 그러네. 저리 가!!!


병사들에게 끌려 내팽개쳐지는 봉순.

병사들 손 툭툭 털며 가는데 벌떡 일어나 걸어가는 병사들 지나 먼저 문 쪽으로 달려드는 봉순.

병사들, 아, 저 독한 기집년.. 하며 뛰어와 다시 봉순 떼 내팽개치고 돌아서는데 병사들 바지 잡고 늘어지는 봉순.


봉순 : 그 놈 내 놔. 내 놓으라고! 씨~ 그 놈 내놓으라고!


병사들 붙잡고 놓지 않는 봉순의 손을 확- 잡아당기는 손. 우씨- 하고 돌아보면 용이다.


용이 : (나지막이) 가. 얼른!

봉순 : (확 뿌리치며 소리치며) 놔! 이 손 놔! 그 자식 겨 나올 때까지 안가! 못 가~

용이 : 너야말로 그 손 놔와~ (병사 보며 비굴하게) 아이고, 나리님들 소란 피워 송구합니다.

        요 기집애가 어찌나 성깔이 지랄 맞은지...

봉순 : (허 기막힌. 울컥) 저 안으로 그 새끼가 들어갔단 말야~ 양순이 죽이고 도망친 놈이 저 안에 숨어 있다고~

용이 : 아놔. 글쎄 안 들어갔대잖아. 모르신대잖아. 일단 가~ 가서 얘기하자고.


순간 봉순 멍하니 용이 보고 실망한 표정. 이내 용이 확 뿌리치고 다시 사신관 문으로 돌진한다.

병사들 봉순 떼 내려 붙잡고... 봉순 놔! 이거 놔! 하면서 매달리며 버티는 중...

어느새 사람들 모여들고 구경하기 시작한다.


용이 : (다가가 버럭 소리 지르며) 그만하라구! 니가 뭘 어쩔건데?

봉순 : (흥분, 눈물 그렁, 울부짖듯) 나쁜 새끼! 양순이가 어쩌다 그리 됐는지 알기나 해? 니가 사 준 댕기 줍다 치어 죽었어.

         그런데도 니가 이럴 수 있어? 그러고도 니가 사람이야?


용이 애써 담담한 표정 지으며 봉순 질질 끌고 가려하는...

주변에 모인 사람들 용이 보고 저 놈.. 저 놈... 저, 저..몹쓸..하며 수근대고.

용이 듣는 척 않고 봉순 잡아끄는데 계속 버티는 봉순.

용이, 봉순이 끌고 가다 버둥거리며 버티는 봉순 힘겨운 듯 놓으면. 버티던 봉순, 바닥에 쿵 엉덩방아 찧는.

봉순, 이미 상당히 지쳐있지만 다시 눈에 힘주며 힘겹게 일어나 사신관 쪽으로 걸어간다.

그런 봉순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는 용이.

병사들, 옷매무새 다듬다 문득 놀라보면.. 봉순, 눈앞에 떡 버티고 서있다.


병사 : 아, 증말 찰거머리네.


다시 끌어낼 요량으로 봉순에게 다가가는 병사. 갑자기 사신관 앞에 철푸덕 주저앉는 봉순.

병사들 흠칫... 왜 저래?

봉순, 더 이상 바락바락 대들지도 소리 지르지도 않는다.


봉순 : (낮고 독기 어린) 그 새끼 나올 때까지 여기서 한 발짝도 안 움직일거야.

용이 : (뒤쪽에서 큰 소리로) 맘대로 해라. 너 거기 꼼짝 말고 있어! 한 발짝만 움직여봐. 나는 간다! 가! (하며 몸 돌리는)

봉순 : (입 앙다물고 꼼짝 않는)

병사2 : (고개 설레설레) 살다살다 저런 질긴 기집 년은 첨보네.


병사들 말 아랑곳 않고.. 입 꾹 다물고 앉아있는 봉순.

용이 안타깝게 앉아있는 봉순 바라본다. 꽉 쥐는 용이의 주먹.

<시간경과>

꼼짝도 않고 앉아있는 봉순. 봉순의 등 뒤로 석양..

그 사이 사신관 지키던 병사들 교대되고 어느새 어둠이 깔린다.

꿈쩍 않고 앉아있는 봉순에게 음식, 물 등 가져와 권하는 사람들.

그러나 입 꾹 다물고 고개 절레절레 젓는 봉순. 자세하나 흐트러짐 없이 꼼짝 않고 그 자세 그대로 앉아 있다.

> 어느새 해 다시 뜨는 봉순이 주변에 가득 놓여 있는 음식들..

밤새 봉순의 눈 퀭해져 있고 시뻘겋게 충혈 돼 있다.

그저 독한 눈빛만은 그대로.. 흐트러짐 없이 앉아 있는 봉순.



#30. 청사신관 (인근) / 아침


사신관에서 저만치 떨어져 쭈그리고 앉아있는 용이 그런 상황 (봉순 1인 시위하는 상황) 밤새 지켜본... 잔뜩 충혈된 눈.


용이 : (이 앙무는) 저러고 있는데도 아무도 안 나와 본다. 이거지?


심난한 듯 문득 뒤 돌아보다 놀라는.



#31. 청사신관 (정문 앞) / 아침


앉아있는 봉순 눈이 점점 감기는... 정신 차리려는 듯 눈 부릅뜨는데...

사람들 사이로 거적 덮은 (양순의 시신) 수레 끌고 오는 양순 부모 보인다.

양순 수레 뒤로 호위하듯 따라오는 대식, 걱두, 흥견, 심덕..

사람들 놀라 갈라서고.. 봉순도 놀라며.. 아줌니.. 아제..

사신관 앞에 수레 세워놓고 봉순 옆에 나란히 앉는 양순의 부모.

구경하던 사람들. 양순 부모 합류에 웅성거리며 동요하는.


병사 : (당황하며) 뭐, 뭐요?

양순모 : (독기어린. 애써 참지만 울먹이는 목소리) 내 딸내미. 이리케 만든 놈. 미안하다고.. 잘못 했다고...

            사과라도 좀 받게 해주이소. 그래야지 우리 아-가 구천에서 안 떠돌고 편안하게 떠날 거 아입니꺼.


그 말에 술렁거리는 구경꾼들... 눈물 닦아내는 아낙들.

봉순 눈에서도 눈물 흘러내리고. 야무지게 쓱 닦는.

양순 부모 뒤로 철푸덕 주저앉는 심덕. 그 새끼 내놔! 대식, 걱두, 흥견도 따라 앉고.

이에 그들 뒤로 하나 둘 앉기 시작하는 사람들.

당황하는 병사들 어쩔 줄 몰라 하는...

(청사신관 인근) 그 상황 가슴 아프게 지켜보는 용이... 돌아서는...



#32. 쇠돌의 초옥 마당 / 낮


안절부절 불안하게 서성이는 쇠돌.


쇠돌 : 이놈이 왜 이리 안 와... 어제 온다던 놈이.. 뭔 일 난 거 아녀?

용이 : (껄렁껄렁~ 손 척 쳐들며 들어오는) 용이아부지~~

쇠돌 : (호들갑스럽게 용이 맞는) 오메메 우리용이 왔냐~ 이썩을놈의 시끼 왜 인자와? 굉부하니라 고생 겁나 많았제 잉~

         흐미, 볼구짝이 걍 쪼옥~ 뽈아부렀네.

용이 : 헌데 우리 일편단이는 안 보이네?

쇠돌 : (정지 쪽 향해) 어이, 단이~ 우리 새끼 왔네~ (용이 주머니에 삐져나온 빨간 댕기) 어? 그거 뭐시냐? (휙 뽑아보며) 댕기네.

         (헤죽) 숭헌 놈. 엄니 선물 사 왔구마. 근디 엄니 나이에 뭔 댕기여.

용이 : (당황해 확 뺏어 주머니에 넣는)

쇠돌 : 뭐시여? 너 혹시 가시나 생긴 거시여?

용이 : 아부지는~

단이 : (무심한 표정으로 상 들고 나오면 쇠돌 쫓아가 상 받아다 평상에 올리는)

용이 : 엄니, 소자, 글공부 무사히 마치고 하산하였사옵니다. 어무이, 아부지. 그동안 지체가 만강 하시었사옵니까?

         돌아온 용이, 문안 여쭙겠사옵니다. (넙죽 절하는)

쇠돌 : (안절부절 같이 절하고..)

단이 : (쳐다보지 않고 밥그릇 뚜껑 열며) 밥이나 먹어. (하고 정지로 들어가 버리는)

쇠돌 : 그려 글굉부는 많이 한 겨? 어디 아픈 딘 읍고? 아조 온거제? 또 안가는 거제? (하면서도 엉덩이 들썩인다)

용이 : (밥 먹으며) 아놔. 정신 사놔. 한 개 씩 물어봐. (하다 고개 드는데 쇠돌 벌써 나가려고 문 앞에 서있는)

쇠돌 : 잉. 어여 묵고 있어.. 묵고 한숨 푹 자고...

용이 : 아놔! 금쪽같은 아드님이 얼마 만에 돌아 온 건데 가긴 어딜 간다 그래?

쇠돌 : 말마라. 시방 저자가 난리도 아니여야. (울먹) 양순이가.....봉순이가.. 후딱 댕겨와서 말해줄텡게 어여 밥 묵어.

         (정지 쪽에 대고) 일편단이, 나 댕겨오네~

단이 : (치마에 손 훔치며 정지에서 나오는) 같이 가요.

쇠돌 : (놀라) 음마, 자네도 갈라고?

단이 : (당연하다는..단호한) 저도 자식 키우는 부모예요.


우걱우걱 밥 먹는 척 하는 용이. 순간 (단이 말에) 목이 메는.

쇠돌, 단이 나가면, 숟가락 내려놓고 댕기 꺼내 바라보는 용이. 분한 듯 댕기 꽉 쥐는...



#33. 은채 객점 뒤채 / 낮


텅 빈 방들 앞에 서 있는 은채. 기막히고 분한 표정이다.


은채 : 그럼 다들 거길 갔단 말이냐?

섬섬 : 예. 쇤네 아부지도 거기...

은채 : (앞장서며) 가자.

섬섬 : 예? 아, 아씨가 왜요? 양반댁 규수가 그런 델....

은채 : 양반이면 이 나라 백성 아니라드냐..


은채, 앞장서 달려 나가는.. 섬섬 놀라.. 아-아씨 안됩니다요 아씨하며 따라가는...



#34. 청사신관 (정문 앞) / 낮


입술 부르트고 정신 혼미한 듯 .. 정신력으로 버티고 앉아있는 봉순. 그 주변으로 군중들 꽉- 발 디딜 틈 없이 찼다.

맨 앞줄에 봉순을 위시로 걱두, 흥견, 대식, 심덕도 앉아있고, 어느새 쇠돌과 단이도 앉아있다. 온 저자 사람 다 나온 듯...

은채, 사람들 헤치며 앞으로 나가려는데 붙잡는 섬섬.


섬섬 : 아씨.. 아씨..


중간쯤에 앉아있던 막쇠, 섬섬 목소리에 돌아보다 은채 보고 놀라 후다닥 은채에게 달려와 잡는.


막쇠 : 아씨가 여긴 웬일이래요. 돌아가셔라... 제발 돌아가셔라.


주변에 모여든 군중들 두리번거리며... 어머어머.. 양반댁 규수가 여긴 웬일이래... 웅성거리고 아니꼬운 듯 보는 사람들도 있다.


사내 : (시비 걸 듯) 거, 보아하니 귀허디 귀허신 양반 댁 아씨 같은데.. 이런 누추한 곳엔 어인 행차시랍니까?

         그러다 비단 치맛자락에 흙이라도 묻으실라...

막쇠 : (당황) 저, 저.. 저 놈이. (달려가려는데)

은채 : (막쇠 막으며 갑자기 바닥에 있는 흙 확 집는다. 이윽고 자기 저고리 치마 옷 전체에 흙 쓱쓱 문지르는) 이제 됐습니까?

사람들 : (놀라 당황하는)

은채 : 어린 아일 죽이고 비겁하게 숨어버린 그 금수보다 못한 놈. 내 손으로 끌어내고 싶어 왔습니다.

         왜, 양반이면 안 되는 겁니까?

사내 : 아, 아니.. 그런 건...

은채 : (사람들 헤치고 앞으로 척척 나아간다)

막쇠, 섬섬 : 아씨, 아씨 (하며 따라가는)


사람들... 시상에... 시상에.. 저런 양반도 있네. 뉘집 규슈여? 웅성거리는..



#35. 청사신관 안 (정문 안쪽) / 낮


문틈으로 밖 내다보고 있는 치홍. 문 틈 사이로 사신관 앞을 가득 메운 군중들 보이고...

그 놈 나오라 그래! 당장 나와 이 비겁한 놈! 소리도 들리고...

치홍 잔뜩 겁먹은 표정.


정명수e : 걱정 말고 들어가 있거라.

치홍 : (돌아보며) 하오나 저리 많은 사람들이...

정명수 : (실눈 뜨며) 지깟 것들이 감히... 내가 누구라고!



#36. 청사신관 뒷문 밖 / 낮


뒷문 열리면 나오는 정명수. 대기하고 있는 가마에 오르고... 출발한다. 호위하는 병사들.



#37. 의금부 판의금 부사실 / 낮


정명수 들어온다. 변식 호들갑스레 맞으며.


변식 : 얘기 들었습니다. 대체 이게 뭔 일이랍니까?

정명수 : 별 일도 아닌 걸 가지고 저리들 호들갑을 떠니. 판의금부사께서 해결 좀 해 주셔야겠습니다.

변식 : 어쩌다 도망을 쳐서.. 일을 이리...

정명수 : (불쾌한 표정 흠 헛기침하며) 수년전 대감께서 청사신으로 오셨을 때, 내 얼마나 살뜰히 살펴 드렸는지 기억하시지요?

변식 : 예? 아, 예.

정명수 : 병자년 난리 때 좌천됐던 대감이 재기하는데도 제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 그새 잊지 않으셨겠지요?

변식 : 그러믄요. 제가 어찌 그 은혤 잊겠습니까? 헌데 하필 아드님이 술까지 마셨다면서요?

정명수 : (만만치 않다 싶다. 마지막 카드 내놓는) 병판대감! 워낙 머리가 좋으시니 자알~ 아시겠지요?

            대청제국과 조선 두 나라 외교에 제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변식 : (하는 수 없다는 듯 꼬리 내리는) 거, 아다 뿐입니까? 내, 금부 관원들을 모조리 보내겠습니다.

         허니 아드님께는 그저 아무 걱정 말고 푸욱~쉬라~ 그리 이르시지요.

정명수 : (일어나며) 그럼 저는 병판대감만 믿고 가보겠습니다. (가는)

변식 : (문 닫히면) 으씨...저 저~ 쌍 놈의 시끼!!! 천한 놈 주제에.



#38. 청사신관 앞 / 낮


그새 시위 군중 더 늘어나 있고. 봉순, 대식, 흥견, 걱두, 쇠돌, 단이 맨 앞줄에 서 있는.

민중들 뒤쪽에 은채도 섬섬과 서 있다.


봉순 : (독하게) 양순이를 죽인 정치홍은 당장 나와 무릎 꿇고 사죄해!

쇠돌 : (분노한) 언능 안 나올 겨? 이 눔의 시끼! 확- 대문 따분다. 내가 곳간털이 8범.. (흡) 암튼간에 확 - 따분다!! 얼른 끄대나와.


하는데 헉 놀라는 쇠돌. 어느새 사신관 앞에 의금부 관원(나장)들 쫙 서고,

관원들 한쪽 손에는 방패 들려 있고 다른 손에는 곤봉 들고 금방이라도 칠 것처럼 자세 취하며 선다.

앞쪽에 서있는 금부 지, 도사들.


강민학 : 당장 물러서지 않으면 모두 잡아 가두겠다.


쇠돌 움찔하며 단이 뒤로 물러나면 단이, 매서운 눈빛으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서있다.

동요하지 않는 사람들.


봉순 : (더 악쓰며) 나랏세 냈더니 겨우 사람 죽인 놈이나 지켜주냐? 에라, 이~

         (덤벼들면 방패로 막는 관원들. 그러나 계속 몸 들이미는)

흥견 : 정치홍을 내놓으시오. 당장!


대식, 우씨-하며 몸으로 밀면 대식의 밥심?에 관원들이 오히려 밀리는.

오호~ 별거 아니네. 대식 힘 받아 더 관원들 밀어붙이는 대식과 함께 밀어붙이며 들어오는 민중들... 문 열어 문!

당황하는 금부 관원들. 봉순을 비롯해 앞줄에 있는 사람들 방패로 확 밀친다.

순간 봉순, 뒤로 나가떨어지면서 양순의 시신 실은 수레에 부딪히면,

수레 순간 흔들리고. 거적 아래로 툭 튀어나오는 양순의 고사리 같은 손..


봉순 : (열 받은) 이 시끼들~

은채 : (어느새 앞쪽에 나가) 뭐하는 짓들입니까?

봉순 : (돌아보는)

관원들 : (놀라 양반집 여인네 차림의 은채 보고 놀라 주춤)

은채 : 관원들이 아일 죽인 살인자는 보호하고, 죄 없는 백성들에게 뭐하는 짓이냔 말입니다.

         민심은 천심이라 거스를 수 없다고 했는데, 머리 숙여 사죄하면 그만인 것을..

금부관원들 : (당황하며 수군거리는) 양반 아냐? 뭐야...


은채, 노려보는데 봉순도 옆에 척 와 서서 노려보는..

관원들, 두 여인의 기세에 움찔.. 은채와 봉순 서로 눈 마주치고... 서로 어디서 봤드라? 하는 표정으로 갸웃하는...



#39. 청사신관 안 / 치홍의 처소 안 / 낮


치홍 앞에서 경호하고 있는 시완과 몇 명 나장들. 시후도 있다.

시완, 못마땅한 눈으로 치홍 보고.. 시후도 한심한 듯 바라보는.

치홍, 패거리들과 희희낙락 마댜오(馬吊:오늘날의 마작)놀이 중이다.



#40. 청사신관 안 / 정명수의 처소 / 낮


앉아있는 정명수와 변식. 강민학 안절부절 서 있는.


변식 : 주동자 몇 놈 잡아 족쳐! 저런 것들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강민학 : 예? (난감한) 아.. 예. 헌데 나리! 시위민중 중에 양반집 처자도 있다 합니다.

변식 : 뭐? (기막힌) 어느 골 빈 양반 기집이.. 대체 뉘집 여식이야?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강민학 : 그게 아직.. 파악이 안 되고 있습니다.

변식 : 아 몰라몰라. 암튼 몇 놈 잡아 족쳐. 뽄때를 보여줘~~

         (난감해하며 가는 강민학 뒤통수에 대고) 그 양반집 기집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말고. 괜히 시끄러워져.



#41. 청사신관 정문 앞 / 낮


문 열고나오는 강민학. 난감한 표정으로 신호 보내면

역시 난감한 금부 관원들.. 맨 앞줄에 있는 주동자들 잡고 육모 방망이로 패기 시작한다.

맞기 시작하는 걱두와 흥견 대식 쇠돌, 양순부. 달려들어 말리는 단이, 봉순, 양순모 심덕 등등 비켜! 하며 확 밀쳐내는 관원들.

뒤에 있던 은채, 놀라 앞으로 나서려는 데 막쇠와 섬섬이 붙잡고 아씨아씨! 안돼요...늘어져 나가지 못하는..



#42. 청사신관 인근 / 낮


용이, 심각한 표정으로 걸어오는데 웅성웅성 모여 있는 사람들. 시상에.. 우째야쓰까.. 저게 다 뭔 일여.. 소리 들리고.

문득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용이. 사람들 헤치고 앞 쪽으로 들어가는데...

얻어맞아 피 흘리고 멍들고 헝클어지고 만신창이가 된 대식, 걱두, 흥견, 쇠돌, 양순부.

그리고 그 옆에 머리 산발한 봉순과 양순모. 문 등지고 일렬로 손 뒤로 결박된 채 온 몸 묶여 무릎 꿇려 있다.

놀라는 눈빛 분노로 바뀌고.. 막 앞으로 뛰어가려는데..

뒤에서 비켜! 비켜! 소리 나고, 양쪽으로 비켜서는 사람들.

그 사이로 수레 끌고 오는 단이. 뒤에서 밀고 오는 막쇠와 심덕 등..


용이 : 어, 엄니 (하며 수레 쪽으로 뛰어가면)

단이 : (용이 보고) 어서 밀어라.


수레 안에는 빗자루, 솥뚜껑, 바가지, 소 여물주걱, 살림살이 도구 등등 잔뜩 실려 있고 수레 뒤로 우르르 따라오는 민중들.

병사들, 수레 다가오면 뭐야? 하며 보고. 무릎 꿇린 주동자들, 반가워하는 표정..

순간 쇠돌의 눈빛. 단이와 용이 보고 감동과 걱정의 표정 동시에..

수레 위에 있는 물건들 서로 집어 들고 우와- 소리 지르며 달려가 병사들 밀치는 사람들,

단이는 쇠돌 풀어주고, 심덕은 봉순 풀어주고, 용이가 양순모, 양순부 풀어주고, 막쇠 등 사람들이 대식, 걱두, 흥견 등 풀어준다.

풀려나자마자 민중 틈에 끼어 다시 병사들에게 달려가 몸으로 밀치는 주동자들. 문 열어, 그 놈 내놔---

밀려드는 민중들에 오히려 뒤로 밀리는 관원들. 그 기세에 오히려 밀리는.

함께 으?X 으?X 밀던 용이, 관군이 뒤로 밀리는 형국이 되고, 민중들의 사기충천...

용이, 슬며시 뒤로 빠져나가는.. 독기서린 눈빛.



#43. 산길 / 낮


전속력으로 뛰어가는 용이. 얼굴에 오기 서려있는.



#44. 일지매 아지트 1층 (몽타주) / 낮


- 밧줄에 쇳덩이 다는 (후에 도르래 기능)

- 밧줄 끝에 손잡이 다는 (프롤로그에 쓰던...)

- 바닥에 뒹구는 오래된 풀무, 풍로, 모루 등 끌어오는...

- 풀무질을 위해 세팅하다... 주변 둘러보며 급히 뭔가 찾는 용이 낭패인 듯한 표정...


용이 : 메가 없네.. (중얼거리다 문득 생각난 듯) 아! 아주까리.



#45. 청사신관 안 / 낮


앉아있는 정명수와 변식. 강민학 안절부절 서 있는.


변식 : 뭐? 아직도 해산을 안 했단 말이냐?

강민학 : 해산은커녕 도성 밖에서도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헌데 우리 관원들은 다들 지친 상태고...

변식 : 이런 쌍놈의 쉐이들 한번 해보자는 거야 뭐야.. (분한. 팔 걷어붙이고) 한양에 있는 무뢰배 쉐이들 죄다 불러!!

정명수 : (음흉하게 웃는)



#46. 아주까리 도장 / 낮


용이 급히 뛰어오다 마당에 우르르 몰려 앉아있는 아주까리파들 보고 순간 멈칫... 표정, 자세 바꾸고 건들건들 들어오는.


용이 : (손 쳐들고) 어이, 성님들 그동안 지체만강 하셨수?

희봉 : (용이 보고 놀란) 용아...

부하들 : (모두들 일어나) 왔냐? 짜식 오랜만이다. (반갑게 맞는)

희봉 : (킁킁 거리며) 근데 공부하러 갔다 온 놈한테 어째 먹 냄새는 안 나고 몸만 좋아진 것 같다?

삼득 : 그르게. 살이 단단해졌어.

용이 : 성, 메 어딨어? (둘러보며) 전번에 여기 어디에 있든데..

희봉 : 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 헌데 메는 왜?

용이 : 뭐 좀 필요해서. (가서 메 집어 드는데..)

희봉부하 : (뛰어 들어오며) 성님!

용이 : (돌아보면)

부하 : 전부 쓸어버리랍니다.

희봉 :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나며) 가자!


우르르 일어나는 아주까리파들. 용이 놀란 표정.



#47. 청사신관 정문 앞 / 낮


사신관 앞에 모여 앉아있는 수많은 민중들.

사신관 문 앞에 서 있던 지친 표정의 관원들 갑자기 반가운 표정..

관원들 표정 보고 이상해 돌아보는 민중들. 놀라는...



#48. 청사신관 인근 (민중들 뒤쪽) / 낮


뿌연 흙먼지 일으키며 방망이, 등 연장 질질 끌고 오는 무리.. 아주까리파와 쑥대머리파들이다.

껄렁껄렁 눈에 힘 팍 주고. 질겅질겅 짚 씹으며 아주 불량한 자세.

무리 뒤로 메 든 채 허겁지겁 뛰어오는 용이.

연장 보며 술렁이기 시작하는 민중들 자리에서 일어나고..

어느새 뒤에는 민중들 뒤에는 무뢰배, 앞에는 관원들.. 그 사이에 낀 형국이다.


희봉 : (눈 부라리며) 뭐야, 당신들이 무뢰배야? (손바닥에 침 퉤퉤 뱉으며) 좋아. 오늘 맞장 한번 떠보자고!

         (부하들 돌아보며) 얘들아, 간만에 몸 좀 풀어볼까?

부하들 : (일제히 목 꺾고, 연장 치켜들고)

희봉 : (고갯짓 하면) 조져~~~

부하들 : (이야야-- 하고 달려들려 하는데..)

삼득모e : 삼득아. (삼득: 희봉의 부하. 깻잎 머리의 리틀 형돈)

삼득 : (순간 멈추는) 어? 엄니! 거그서 뭐혀? 이리 와 얼른. 거긴 위험해.

삼득모 : 야 이놈의 시끼. 니놈이 이리 와. 니가 그라고도 이 나라 백성이여 어여 일루 안와!!

            (하며 삼득이 귀 잡아끌면... 머뭇머뭇 끌려가는 삼득)

희봉 : (황당한)

강우(쑥대머리파 두목) : 어? 할아부지! (보면 허리 굽은 칠십대 노인 서 있다)

할아버지 : 강우야! 이 눔. 너 미쳤냐? 거기서 뭐혀? 일루 와.


하며 할아버지 쑥대머리 강우 잡아당기며 끌어당기는..

아아아~ 소리지르며 민중들 쪽으로 끌려가는 강우. 그 할아버지 힘도 세다.

쫓아 나오는 사람들. 육갑아... 어? 아부지... 성~ 어? 봉달아... 하는 상황.

아주까리파와 쑥대머리파, 알고 보니 가족이고 사촌이고 이웃이다.

어느새 희봉의 눈치 살피며 민중들 쪽으로 들어가는 아주까리와 쑥대파들.

아주까리와 쑥대파들. 남은 부하들도 희봉 눈치 보는데 누군가 희봉 귀에 속삭이는.


희봉 : 뭐?... (흥분한) 역도무리라며? 변식 이 똥씨끼가 우릴 속였어. 에이씨~ 전부 합세!


희봉 부하들 좋아라 민중들 속으로 합세하고... 민중들 우와 함성 부르며 힘 얻는...


희봉 : 용아. (손짓하고 오라 부르면)

용이 : 싫어. 내가 왜?

희봉 :  뭐? 이 자식이 얼릉 이리 안 와?

용이 : 아, 그러다 다치면? 아까도 겨우 빠져나왔구만. 싫소. 난 가늘고 길~게 살거요.

         사람들이 철딱서니가 없어. 나랏님이 하지 말라잖아. 나랏님이 (순간 주변 분위기 싸- 해짐을 느끼고)

         아, 아니 내 말은.. 지금 다들 여기 이러고 있으니까 저자가 텅 비어가꼬 도둑 들어. 도둑~

         (메 치켜들며) 나는, 지금부터 이걸로 저자를 지킬테니. 여러분들은 여기를 지켜.. (하며 내빼듯 가는)


사람들, 저 저.. 저 호로자식.. 야 이놈아... 냅둬. 냅둬. 저런 놈은 없는 것이 도와주는 거여..

사람들 따가운 시선 아랑곳 않고 가는 용이 서늘한 표정... 사신관 뒤 쪽으로 향하는..

기세등등해진 민중들, 양쪽으로 길 터주면

팔 걷어붙인 희봉을 필두로 아주까리와 쑥대머리파 앞으로 나오고 사신관 문 쪽으로 몰려가는..

군관들 놀라 뒤로 밀리고.. 기세등등해진 민중들.. 으?X으?X~

놀라는 강민학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49. 사신관 안 / 정명수 처소 / 낮


강민학, 변식에게 보고 중이다.


변식 : 뭐? 아주까리파 놈들까지?

강민학 : 예. 놈들이 합세를 하니 사람들이 더 힘을 얻어서... ... 지금 우리 쪽이 완전히 밀리는 상황입니다.

변식 : (분해서 울그락 불그락)

강민학 : (눈치 살피며) 지금 저 기세론 사신관 문을 뚫고라도 들어올 것 같습니다.

정명수 : (당황하는)

변식 : (팔 걷어붙이며) 좋아. 본때를 보여주마~



#50. 사신관 뒤쪽 (뒷문 인근) / 밤


부산하게 뒷문으로 왔다갔다하는 관원들.

구석에 숨어있던 용이, 슬쩍 나와서.. 담 높이 등 눈으로 재고, 지붕 위 올려다보며 살피는 용이.

병사들 다가오자 슬쩍 숨는 용이. 그 옆으로 지나가는 병사들.


병사1 : 정치홍 그 개자식 안에서 뭐하는 줄 알어? 마작질 하고 있어. 마작질.

병사2 : 뭐? 밖엔 지 놈 땜에 저 사단이 났는데? 그러고도 사람이여?


용이, 표정 더 사납게 굳어지는... 분노의 눈빛.



#51. 청사신관 밖 정문 앞 / 밤


손에 횃불 하나씩 들고 앉아있는 민중들. 그 앞에 대치상태로 앉아있는 관군들.

쇠돌, 걱두 등 관군들에게 주먹밥 나눠주고.


쇠돌 : 자네들도 고생 많제? 어여 쪼까 묵어봐. 우리 일편단이가 얼굴만 이삔 게 아니고.. 음식솜씨도 그만인 게..


관군들 멈칫거리다 고맙습니다 하고 주먹밥 받아들고 우걱우걱 먹는...

맛있제. 애들 써, 가께 하고 돌아서 가는 데 그때 척,척,척. 관군들의 신발들.

민중들 돌아보면 민중들 포위하고 있는 관군들 한손에는 육모방망이, 한손에는 방패 들고 공격자세로 걸어온다.

놀라는 민중들, 겁먹은 표정.. 왜 이래.. 왜 이래.. 하는데.. 관원들 육모방망이 휘두르기 시작한다.



#52. 사신관 뒤쪽 / 밤


어둠 담장 뒤에서 슥- 나오는 용이. 갑자기 들리는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 싶어 사신관 앞쪽으로 미친 듯 뛰어가는 용이.



#53. 사신관 밖 / 밤


민중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후려치는 육모방망이. 맞고 쓰러지며 순간 아수라장이 되는...

몽둥이세례 속에서 단이에게 날아오는 육모방망이.. 순간 온 몸을 날려 단이 감싸며 뒹구는 쇠돌.

쇠돌을 향해 머리 등, 허리,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육모방망이와 관군의 발.

단이, 쇠돌 뿌리치며 일어나려 하지만 쇠돌, 끝까지 단이 감싸고 꼼짝 않고 맞는... 단이 울부짖는....

사신관 뒤쪽에서 뛰어나온 용이, 눈앞에 펼쳐진 아수라장판.

놀라 눈 커지는 용이... 분노의 눈빛... 으아아아~~~~ 소리 지르며 민중들 틈으로 뛰어드는.

용이 군중들 육모방망이에 맞고 쓰러지고 틈 속으로 헤치고 들어오는 용이. 쇠돌과 단이가 있는 앞으로 뛰어가려다가..

관군들에게 맞고 있는 노인, 아낙들 감싸며 관군들 팔, 다리 등으로 툭툭 밀치는.

일지매의 방어적 공격에 툭툭 떨어지는.. (마치 공갈이 남문양아치들 물리칠 때처럼)

용이가 관군들 막아주는 틈에 도망쳤던 사람들... 다시 들어와 쓰러져 있는 부상자들 밖으로 끌어내는...



#54. 사신관 앞 쪽 / 밤


단이 감싸고 있는 쇠돌 맞고... 걱두, 흥견, 대식이 등 달려들어 쇠돌 구해내는...

은채, 관원들에게 달려들지만, 은채는 때리지 않는. 악착스레 매달리면 뿌리치고 잡는 정도.

은채, 사람들 앞 가로막고 스스로 방패가 된다.


관원 : (난감한) 아 좀 비켜요. 아니 왜 양반집 아씨가 이러고 있어.


그러나 비키지 않고 계속 막아서는 은채. 은채가 막는 틈에 도망가는 부상자들.....

용이, 관군들의 공격 계속 막아내며, 부상자들 뒤로 빼내면서도... 처참하게 맞고 있는 상황 보는 용이. 안타까움과 분노의 눈빛...



#55. 저자 공터 / 밤


부상자들 바닥에 여기저기 누워있거나 앉아있고...

은채, 섬섬, 심덕 등 아녀자들 부상자들 치료하고 있다.

한쪽에 쇠돌 머리에 광목천 감싸고 있는 단이.


쇠돌 : (엄살) 아야야.. 살살... 남은 이빨도 흔들리는 것 같고.. 이 썩을 놈의 시끼들.

단이 : 사람이.. (울컥하지만 애써 감정 누르는) 왜 이렇게 못났어요?

쇠돌 : 자네가 봐도 그라제잉. 앞이빨 빠지기 전에는 한 인물혔는디..

단이 : 그러다 당신 죽으면... 나도 못 살아요. (하며 일어나 가는)

쇠돌 : (멍하니.. 두 손으로 심장 진정시키는)


은채 부상자 치료하고 있고 그 옆에 앉아 치료 도우는 단이.


단이 : (은채 보는)

은채 : 미안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왜 저만 이리 멀쩡한지...

단이 : 아씨가 왜 미안합니까? 그런 말 마시어요.

은채 : 옷 좀 빌려주십시오. 이 옷이 불편해 그렇습니다.

단이 : (끄덕끄덕) 따라 오세요.


단이 일어나 가면, 은채 뒤따른다.

반대쪽에서 사방에 널브러진 부상자들... 그 중에 흥견 대식도 있는데

흥견이 대식이 보다 더 많이 다쳤지만 대식이 더 심하게 신음 소리 낸다. 으~ 으~


흥견 : 많이 아프냐?

대식 : 엉... 근데 용이 어디 갔어? 죙일 안 보이던데?

흥견 : 그러게. 낮엔 잠깐 보이더니...

대식 : 그 새끼. 겁먹고 도망친 거 아녀?



#56. 일지매 아지트 1층 (몽타주) / 밤


- 어둠 속, 활활 타오르는 불. 벌건 쇳덩이 집어 올리고

- 땅땅- 메로 쳐서 두드리는

- 담금질.. 치익~ 소리와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 용이다.



#57. 심덕 주막. 봉노 안 / 밤


왁자왁자 심각하게 대책 회의하는 사람들.

쇠돌 광목천으로 머리 싸매고 있고, 걱두 광목천으로 턱 받치고 있다.


쇠돌 : (씩씩거리며) 오사랄 잡놈들. 지렁이도 열 받으믄 폴딱 서는 벱잉게. 우리가 디질 순 있어도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당께.

봉순 : 지들이 우리 백성들 등골 뽑아 배 터지게 녹 먹고, 그 심으로 백성들을 후려 패? 이 잡쇠 놈들.

쇠돌 : (한껏 잘난 척) 포졸인지 쫄쫄인지 이노무 시키들. 그랑께 내가 우리 용이 포졸한다 할 때 말리길 잘 혔지..

걱두 : 그럼 준비하까? 준비한다!

쇠돌 : 해야제. 이판사판이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막쇠 : (걱정스레) 근디... 괜찮으까?

걱두 : 뭐? 너. 똥시끼 첩자지? 가! 가! 가 이시끼야.

막쇠 : 가? (살짝 삐짐) 알았다. 울 집에 말이 스무 마리나 있는 거 니들이 잊었나본데. 나, 간다. (일어나는)

쇠돌,걱두,봉순 : (아차차.. 막쇠 달려들어 붙잡는) 가긴 어딜 가.



#58. 일지매의 아지트 / 밤 (몽타주로 멋지게)


- 담금통에서 들어 올려지는 쇳덩이.

- 용이, 탁자 위에 쇳덩이 올려놓으면... 눈물 형태의 쇳덩이. 이미 일지매 갑옷 가슴, 팔.. 모형들 놓여 있는...



#59. 청사신관 안 / 정명수의 처소 / 밤


거들먹거리는 변식과 정명수 시원한 듯 깔깔대며.


변식 : 이제 다~ 끝났습니다! 저런 천한 것들은 매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지요.

정명수 : (만족한 듯) 덕분에 두 다리 쭉 뻗고 자겠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소이다.



#60. 일지매의 아지트 / 밤 (몽타주로 멋지게)


척.척.척 가슴 팔 보호대 차는 (프롤로그 간지로) - (얼굴 가면 아직 쓰지 않은)

일지매의 매서운 눈빛.


용이 : 두고 봐. 이 자식들. 내가 뭘 훔쳐 내는 지...


-13부 끝-
























첨부파일 일지매13회.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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