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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대본

[일지매] 1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10.25|조회수414 목록 댓글 0

[일지매] 14











#1. 청사신관 정문 앞 / 아침


어느새 동 터오고. 관군들 난감한 표정으로 보는 시선 따라...

사신관 문 앞에 척 버티고 앉아있는 군중들. 어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합류해 있다.

그 중에는 간밤에 다친 부상자들도 합류해 있다.

은채(양민차림의 복장)와 단이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주먹밥 나누어 주고 있고..

주먹밥 광주리 이고 달려오는 봉순. 밥이 왔어요 밥.



#2. 변식의 집 별채 앞 / 아침


안절부절 못하는 변식처.


변식처 : 어찌 됐느냐?

종복 : 객점에 안계십니다.

변식처 : 없어. 그럼 어딜 가서 안 들어온 다는 게야?

종복 : 저기... 마님... 섬섬이 년도 안 보입니다요.

변식처 : 뭐? 대체... 당장 나리께 알리거라.

종복 : 헌데 나리께서도 지금 비상사태라 뵐 수가...

변식처 : (혼잣말로 울먹이는) 은채야... 나라가 역도무리로 저리 흉흉한데.. 어찌 된 거니..

            (종복에게) 뭐하는 게야. 당장 나가 찾아 보거라.



#3. 청사신관 안 (성벽 위. 밖이 보이는 곳) / 아침


기가 막힌 듯 밖 상황 지켜보고 있는 정명수. 민망한 듯 눈치보고 있는 변식.

정명수, 한심한 듯 변식 째려보며.


정명수 : 다 끝났다면서요?

변식 : (눈치 살살) 그러게 말입니다. 원래 천한 것들이 독한 구석이 있어서...

정명수 : (버럭) 관두십시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쌩 가버리는)

변식 : 저, 저 시끼!



#4. 환경전 (작은 편전. 임금 집무실) / 낮


인조 앞에 당당하고 거만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정명수.

인조 태연하고 여유로운(척)...


정명수 : 전하께서 도와주셔야겠습니다. 청사신관을 습격한다는 것은 곧 대청황제를 욕보이는 것입니다. 전하.

인조 : 허나 과인이 무슨 수로 성난 백성들을 잠재울 수 있단 말인가.

정명수 : (얼굴색 변하며) 전하! 지금 청국에서 세자마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사실을 있지 마십시오.

인조 : (순간 불쾌한 표정 스치는)

정명수 : 세자마마는 심양 남탑 거리 노예시장에서 조선인노예들을 사서 대규모 영농업을 하고 있습니다.

            큰돈을 번 것은 물론이거니와 조선인 포로들까지 살리는 두 가지 일에 모두 성공하셔서,

인조 : (씰룩)

정명수 : 대청황제 순치제께서는 장차 세자마마가 조선의 왕이 된다면 조선의 앞날이 참으로 밝을 것이라 극찬하셨사옵니다.

인조 : (매서운 눈빛) 지금 날 협박하는 것인가?

정명수 : (기세 눌리지 않고 맞받아 응시하는) 소신과 제 자식을 모욕한 죄는 바로 대청제국을 모욕한 대죄입니다.

            허니, 전하! 사신관 앞에 있는 저 무지막지한 놈들을 오늘 중으로 필히 처리하여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인조 : (버럭) 그만 물러가게!

정명수 : (자신만만한) 하오면 전하만 믿고 물러가겠습니다.


인조, 정명수 나가자마자, 불안해 안절부절 못하는 벌떡 일어서서 서성이는...

사천 들어오다 그런 인조 모습 보는.


인조 : (분해 부들부들 떠는) 병판을 불러오거라. 당장!



#5. 청사신관 인근 (정문 앞에서 약간 떨어진) / 낮


거적 덮은 수레 끌고 오는 걱두와 막쇠. 흥견과 대식은 주위 살피며 수레 엄호하고 있다.

은밀하게 수레 옆으로 다가오는 쇠돌. 마치 무슨 거사라도 치르는 냥 진지한 우리네 백성들 모습이다.


쇠돌 : (목소리 죽이며) 갖고 왔냐?

걱두 : (표정 진지한. 끄덕끄덕)

쇠돌 : 욕 봐붓다. 따라 붙은 놈은 없었고?

막쇠 : 잉. (땀 닦으며) 몰래 빼 오느라 힘들었다.


쇠돌, 막쇠, 걱두 서로 진지한 눈빛 교환하는데.

뒤에서 그런 모습 이상하게 보는 관군들. 다가오는...


용이e : 아이고-- 냄시야...


일동 돌아보면 용이 코 막고 서 있다. 이게 뭐야.. 뭐길래 냄시가 이리 구려? 하고 거적 열려고 하는데..

놀라, 부랴부랴 누가 보기라도 할세라 거적 덮는 쇠돌과 걱두. 막쇠.

순간 관원들 서로 눈짓 교환하고 뛰어와.


관원 : 열어! (용이 째려보는 쇠돌과 걱두, 막쇠 등) 당장!

쇠돌, 걱두, 막쇠 : (난감해하며 거적 걷는데)



#6. 청사신관 정문 안쪽 / 낮


시완 : (두루마리 내주며) 니가 나가.

시후 : (보는)

시완 : 내가 나갔다 무슨 봉변이라도 당하면, 난 어떡하냐?

         너 그 잘난 입으로 따박따박 말 잘하잖아. 나가서 주뎅이 실력발휘 좀 해 봐.

시후 : (단호한) 싫습니다. 거짓을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시완 : 거짓? 근데 이게 확- (조인트 까고 무섭게 노려보며) 변나장! 명령이다. 나장주제에 도사 말 거역하면 어찌 되는 줄 알지?

시후 : (분한 듯 보는)



#7. 청사신관 정문 앞 / 낮


으쌰으쌰 관원들 미는 군중들. 구호 외치는 내놔 정치홍! 내놔 정치홍!

방패로 막으며 버티고 있는 관원들.


강민학 : (어쩔 줄 몰라 하는) 진정들 좀 하시오. 판의금부사 나리께서 금세 입장표명을 한대잖소...


그때 사신관 문 삐걱 열리고... 긴장한 듯 문 쪽 보는 군중들.

착잡한 표정의 시후 나온다. 놀라는 강민학. 실망하는 군중들.


강민학 : 왜 자네가 나와?

시후 : (담담한) 그리 됐습니다. (미리 마련된 나무 단 위에 올라가)

사내1 : 아니, 판의금부사가 아니라 웬 나장이야.

시후 : 판의금부사나리를 대신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발표하겠습니다.


군중들, 웅성거리고... 은채 시후 보고 놀라고, 쇠돌과 단이 놀라는.

용이도 심각한 표정으로 시후 바라본다.

이윽고 시후 두루마리 펴서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는.


시후 : 이번 사고는 그저 사고사일 뿐이다. 아이에게 비키라 소릴 질렀으나 아이가 듣질 못해서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봉순 : (열 받아 팔 걷어붙이며) 뭐? 그저 안타까운 사고사?

         (소리 지르는) 양순일 보고도 말을 안 멈췄어! 내 이 두 눈깔로 똑똑히 봤다구!

용이 : (가슴 아프게 봉순 바라보는)

봉순 : 비키라고 소리도 안 질렀어!

시후 : (힘들지만 다시 읽는) 지금 당장 해산하고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

         해산치 않을시, 전원 하옥시키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엄중 처단할 것이다...병조판서 겸 판의금부사 변 식.

사내 : (소리 지르는) 나장 따윈 물러가. 나장 따위가 왜 나서서 지랄이야. 지랄이.

나장들 : (기분 나쁜)

봉순 : (소리치는) 정치홍이 나오라 그래. 구린 게 없으면 직접 나와 해명하라고 해!


흥분한 민중들 우- 더 시끌시끌해지는. 나와! 나오라 그래! 그 새끼 나오라 그래... 시끌시끌..

난감한 듯 서있는 시후. 은채, 안타깝게 시후 바라보고, 단이도 안타깝게 시후 본다.

시후 들어가는 뒤통수에 대고...


사내 : 가 정치홍이나 나오라 그래. 정명수도 나오라 그래...

봉순 : 대체 왕은 뭐하고 있는 거야? 정명수가 그렇게 무서워?


심각한 표정의 용이 이내 표정 바꾸며.. 봉순 옆에 척 붙어 옳소! 옳소! 나와 나오라그래... 추임새 넣는다.

관원, 용이 째려보면 움찔하며 봉순 뒤로 숨는 척.. 그런 용이 한심한 듯 쳐다보는 은채.

순간 용이도 은채보고 순간 놀라 당황하다 금세 표정 바꾸고..


용이 : 어라, 아씨도 여기 계셨네... 어쩌다 이런 누추한 곳까지 행차를?

         (양민옷 입은 은채 위아래로 훑어보며 실망스럽다는 제스처) 옷이 날개라더니 참...

         그나저나 여기서 뵈니까 더 반갑네요. 역시 우린 운명~ 운명~


은채, 헤헤 거리는 용이 한심한 듯 보는...

그런 은채 보는 봉순. 아 - 그제야 거지촌에서 봤던 은채 기억해내고 불안한 듯 용이와 은채 번갈아보는 봉순.



#8. 청사신관 대문 바로 안쪽 / 낮


시후, 침울한 표정으로 들어오면 시완 서 있다. 빈정대듯 씩 웃으며.


시완 : 수고했다. 헌데 좀 제대로 하지 그랬느냐. 오히려 시끄러워지질 않았느냐.

시후 : (노려보는)



#9. 환경전 / 편전 / 낮


눈치 보며 부복하고 있는 변식과 짜증스러운 표정의 인조.


인조 : 잘 달래라지 않았느냐.

변식 : 황공하옵니다. 전하 분부하신대로 잘 달래보려 했사옵니다만.. 워~낙 말귀를 못 알아듣는 무~씩한 것들이온지라...

         어찌나 무식한지.. 이것들이 말똥이나 쳐 나르질 않나... (흡~)



#10. 청사신관 정문 앞 민중들 한 가운데 / 낮


군중들 한 가운데로 끌고 들어오는 수레.

흥분한 쇠돌과 용이, 걱두, 막쇠, 흥견, 대식 등.. 수레 둘러싸고.


쇠돌 : 안 되겄다. 확 까부러라잉~ (하면)


거적 확 열어젖히는데... 수레 안에 가득 쌓여있는 젖은 말똥들.



#11. 환경전 / 편전 / 낮


인조 : (눈살 찌푸리며) 마분?

변식 : 예, 마분 마분... 하오나 젖은 마분이니 신경 쓰실 상황은 아니온 듯..

인조 : (잠시 뭔가 골똘히 생각하다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그게 마른 거면 어찌 되지?

변식 : 그야.. 마른 말똥, 아니 마른 마분에 불을 붙이면 잘 타긴 하옵니다만... 젖은 마분은 불도 안 붙고 냄새만 고약합니다.

인조 : ...그래? (골똘히 생각하는)

사천 : (의도 알아차린 듯) 미미하지만 화약을 만드는 데 마른 마분이 사용되기도 하옵니다.

인조 : (사천 돌아보며) 화약이라...

변식 : (뒤늦게 알아차린 듯 눈 반짝) 하압~



#12. 청사신관 정문 앞 민중들 중앙 / 낮


코 막고 있는 용이.


용이 : (코-막고) 아이고 냄새. 좀 마른 걸로 가져오제. 참 모냥 빠지네~

쇠돌 : 이눔아. 이리 척척해야 냄시가 오래가지.

걱두 : 이 놈으로 맞으믄 말똥 냄시가 몸에 배서 (큭큭거리며) 저 눔의 시끼들.. 한 사날은 마누라들이 잠자릴 피헐 것이여.

쇠돌 : (머리 툭) 에라 이 음흉한 놈! 마누라 집 나간 이후로 아주 배알이 꼬였당께 꼬여.

걱두 : 뭐 이 시끼야. (말똥 집으며) 너 말똥으로 맞아볼래? 말똥을 주뎅이에 확 쳐 넣어불랑께.

쇠돌 : (역시 말똥 집으며) 뭐시어쩌고 어쩌? 꼭 말똥같이 생긴 게.

걱두 : 뭐 이 시끼야?



#13. 문정전 / 편전 (큰 편전) / 낮


어느새 조정대신들 모두 모여 있다. 심각한 표정이다.


인조 : 병판 말해보게. 그 자들이 가지고 온 것이 무엇이라고?

변식 : 예? (순간 당황... 인조의 의중을 아는 듯) 아, 예 전하. 그것이... 바짝~ 아주 바짝 말린 마분이라 보고 받았습니다.

인조 : 말린 마분이라...

변식 : 예. 전하. 바짝 마른 마분에 불만 붙였다하면.. 펑 - 무시무시한 위력의 폭탄이 되서..

         청사신관은 물론... 병사들도...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조정대신들 : (술렁술렁)

변식 : (이때다 싶은) 전하. 이것은 단순한 봉기가 아니옵니다.

         지금 전국에서 백성들이 마른 말똥, (흡-) 마분 수레를 끌고 청사신관 앞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하옵니다.

오갑수 : 전하! 더 이상은 묵과해서는 아니 될 일이옵니다.

정형구 : 그러하옵니다. 전하. 이는 분명 민란이옵니다.

인조 : (인상 찌푸리며) 민란이라...

대신들 : (부복하며) 망극하옵니다. 전하.

인조 : ... 이게 다 과인의 허물일세.

변식 : 천부당만부당이옵니다. 전하. 저들은 어머어마한 살상 무기를 지녔습니다.

         이대로 둬서는 나라가 도탄에 빠질 것이옵니다. 전하.

인조 : 허면 이 죄 많은 과인이 어찌해야 할꼬....

김우진 : 전하. 결단을 내려주시옵소서. 전하.

인조 : (심난하고, 안타까운 척) 다 과인의 죄일세. 과인의...



#14. 폐허가 된 촌락 (어린 시절 봉순이 살던 촌락) / 해질 무렵


봇짐 메고 삿갓 쓰고 터벅터벅 걸어오는 공갈.

이미 오래전에 폐허가 된 마을 입구의 쓰러진 솟대. 지나쳐 들어오는 공갈.

공갈, 가만히 서서 폐허가 된 마을 심난한 듯 둘러보는.

플래시 1부 #17 불길에 휩싸이는 촌락. 사람들 칼로 베고 찌르는 용제 등...



#15. 마을 안 당집 앞 / 해질 무렵


이미 색 바랜 색색의 천들 찢어져 바닥에 떨어지고 여기저기 밟혀 있는... 무너져 내려 앉은 신당...

그 앞에 세워진 당산나무 앞에 서있는 공갈.

당산나무 아래 흙더미에 수십 개의 (손바닥만 한) 나무패들 꽂혀 있는데....

각 나무패들에 적혀있는 이름들. (아부지, 어머니, 오라버니, 백두아제, 삼봉아제, 점례아짐. 순복이 등등)

(13부 보호대에 쓰여 있던 <용이는 봉순이거>의 그 필체와 똑같다)

공갈 시선 돌려보면

(과거) 울먹거리며 나무패에 이름 적는 (어른)봉순

당산나무 흙에 나무패 하나씩 꽂고 있는 봉순. 눈물 뚝뚝 흘리며 아부지.. 어무니... 끅끅대는...

(현재로) 마치 그 모습 옆에서 보는 듯한 공갈의 슬픈 시선.

공갈 봇짐 풀어, 뭔가 꺼내는...사과, 배, 제사목기.

준비해 온 천,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사과, 배 올려놓고, 무명천 풀면 그 안에 담겨 있는 밥덩이. 아직 김 모락모락...

밥 목기에 담는 공갈.

(잿밥) 올려놓고 호리병에서 술 따라 당산나무 뿌리 쪽에 술 뿌리는 공갈.


공갈 : (술 뿌리며) 올해는 좀 늦었소.. 봉순이는.. 잘 있소..


이윽고 바닥에 주저앉아 우울하게 술병 째 마시는 공갈.



#16. 청사신관 인근 / 밤


척-척-척- 병사들의 발소리. 대규모의 무장한 궁병사들 말타고 혹은 뛰어오는... (긴장감 있게)



#17. 청사신관 앞 민중들 중앙 / 밤


각 손에 횃불 들고 있는 군중들. 수레 안에 가득한 젖은 말똥들... 모여든 군중들 한줌씩 집어 드는..


희봉 : 아씨 별걸 다 시켜..


쇠돌, 용아. 하고 한줌 드는데... 으- 드러 들러 냄시 베어 하며 말똥 피해 앞 쪽으로 도망치는.



#18. 청사신관 정문 앞 / 밤


용이, 앞 쪽으로 뚫고 나오면 사신관 정문 앞.. 사신관 문 열리고 안쪽에서 뛰어나오는 시완.

시완, 강민학에게 뭔가 심각한 이야기 하고... 놀라는 강민학. 관군들도 술렁이기 시작하고.

그 모습 보는 용이. 뭔가 이상한 낌새 차리고 시완에게 다가가는.. 빨간 책보 메고 있다.


용이 : 아이고 도사님~~ (오바하는)

시완 : 어? 용아. 내 뼈까리~ 아으 냄새 이게 뭔 냄새냐?

용이 : 도사님, 그동안 지체만강 하시고.. 어째 어제는 안 보이시던디.

시완 : 얌마, 너 일루 와. 꼼짝 말고 내 옆에 붙어 있어.

용이 : 아놔 이 놈의 인기. 근데.. (난감한 듯) 제가 또 워낙 효자라..

시완 : (목소리 죽이고 바짝) 저기.. 니네 부모님도 와 있냐?

용이 : 예.. 저 쪽에...

시완 : (조용히) 야. 얼른 데리고 나가. 얼른. 클난다.

용이 : 예?

시완 : (귓속말로 뭔가 얘기하면)

용이 : (순간 얼굴 굳는)

쇠돌 : (뛰어와 저쪽에서) 용아! 어 거그서 뭣흐냐... 일루와~

용이 : (정신 차리고) 예? 예... (하며 가는)

시완 : 요, 용아. 내 말 거짓말 아니야. 어여 나가.

쇠돌 : (용이 손 꼭 붙잡고 가며) 너, 저런 놈하고 놀지 마. 잉. 애비 손 놓지 말고 옆에 꼭 붙어 있어라.

         여그가 아조 난장판이라... 어여 따라 와.


용이, 심각한 표정으로 쇠돌 손에 붙잡혀 따라가는데... 시후와 몇 나장들 나오는...

사람들 계속 관군들 밀치고... 병사들 주춤주춤..

그때 사람들 틈에서 소리 지르는 은채. 놀라보는 시완.


시완 : 으, 은채야...

시후 : (은채라는 말에 놀라 돌아보는데)

시완 : 크, 큰일 났다. 은채... 저기 있으면 죽는데...

시후 : 무슨 말입니까? 죽다뇨? 예? (하며 시완 붙잡는)

시완 : 놔와. 은채야~


시완, 민중들 사이로 밀치고 뛰기 시작하는데..

시후 뭔가 이상한 느낌. 시완보다 먼저 뛰어가 은채 손 휙- 낚아채 끌어낸다.

은채, 놔요~ 놔... 하며 끌려가는.

주변의 무장 병사들, 무리를 향해 점점 좁혀 들어오고. 사람들 웅성웅성.. 밀치고 하는 사이..

쇠돌, 잠깐 손 놓쳤다가 다시 손잡고 돌아보면 용이 아닌 딴 사람. 두리번거리며 용이 부르고 찾는.. 긴장감 흐르는..


쇠돌 : 용아, 용아... (사람들 틈 헤집고 다니다 단이 보고) 일편단이~ 우리 용이 봤는가?

단이 : 아니 어디 갔어요?

쇠돌 : (걱정스런) 잉, 내 손 꼭 잡고 있으라... 그랬는디. 용이가 없어..

단이 : 그래요? (걱정스럽게 주변 찾는) 용아.. 용아.

쇠돌 : (애타게 찾는) 용아.. 용아...



#19. 사신관 앞 민중들 중앙 + 인근 (무장한 궁병사들) 빠른 교차 / 밤


걱두 야, 말똥~ 말똥~ 말똥 나눠주고... 옆으로 전달하고...말똥으로다가 이놈의 시끼들...

-민중들 사이를 죽 둘러싼 궁병사들에게 활과 화살 나눠주는..

-말똥 손에 든 백성들... 화살 장전하는 궁병사들... 그 위로..


정형구e : 전하! 이번 사건은 단순 봉기가 아닙니다.



#20. 문정전 / 밤


정형구 : 이 나라를 전복코자 하는 대규모 변란입니다.

오갑수 : 만약 그들이 폭약을 던지기라도 한다면 우리 쪽에선..

인조 : (말 자르며) 발사라도 하란 말인가? 과인은 백성도 병사들도 다치는 것을 원치 않네.



#21. 청사신관 앞 / 밤


백성들 말똥 집어 들고 던지려는 찰나.. 인근 둘러싸고 있는 무장병사들, 화살 시위 겨누는.

활시위 당기는 궁병사들의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 떨리는 손.

말똥 쥐고 있던 백성들, 자신들을 향해 활시위 당기고 있는 궁병사들 보고 놀라고...

궁병사들 사이에서 붉은 깃발 내려지고 (슬로우로)


인조e : 그저 병사들이 젊은 혈기에 흥분해서 발사라도 하게 될까 심히 염려되네.


눈 커지며 공포에 질린 표정의 민중들. 그대로 동작 멈추고!



#22. 청사신관 건물 뒤쪽으로 가는 길 / 밤


시후 손에 끌려가던 은채와 시후, 동시에 돌아보고 백성들 향해 활 겨누고 있는 궁병사들 보고 경악하는...



#23. 청사신관 앞 / 밤


병사들 활시위 막 놓으려는 손. 말똥 쥔 채 자신들을 향해 활 겨누고 있는 병사들을 보고 하얗게 질린 얼굴의 백성들.

놀라 멍하니 보고 있는 단이. 순간 쇠돌, 옆에 있던 단이 온 몸으로 확 감싸는.

바로 그 순간....


일지매e : 잠깐!


순간 화살 쏘려던 궁병사들의 손 일제히 멈춰지고.

모든 시선 휙-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 돌리면 사신관 꼭대기(성루)에 갑의 복장의 일지매 서 있다!

(진정한 영웅의 포스가 느껴지는!!) 일지매의 한쪽 팔목에는 양순의 빨간 댕기 매어져 있다.



#24. 사신관 안 / 치홍 처소 앞 / 밤


정명수, 헉헉 뛰어오면 문 앞에 널브러져 있는 궁병사들. 으 신음소리 내며 일어나는..

정명수 문 확 열면, 이미 치홍은 사라지고 없고 빈 방벽에 호방한 홍매 한 자락 그려져 있다.



#25. 사신관 꼭대기 (성루) / 밤


일지매, 줄 쑥- 올리면 꽁꽁 묶여 바둥거리고 있는 치홍 올라온다.

일지매 허리에 치홍 몸에 묶은 밧줄 매어져 있고.



#26. 사신관 앞 / 밤


우와아-- 백성들의 함성 소리... 일지매! 일지매!를 환호하기 시작한다.

봉순도, 쇠돌도, 걱두도, 흥견도, 대식도, 심덕도..

놀라 멍하니 보던 궁병사들.. 어찌해야 할지... 우왕좌왕...

병사들 백성들을 향해 겨누었던 화살을 일지매를 향해 겨누는.



#27. 사신관 성벽 (성루는 그보다 훨씬 더 위) / 밤


성벽 위에서 사신관 꼭대기(성루) 쪽 올려다보던 변식. 일지매를 향해 활 겨누고 있는 궁병사들 보며 손 가로저으며.


변식 : 쏘지 마! 쏘지 마! 활 내려. 임마! 활 내리라구!


그 옆에 정명수 부들부들 떨고 서있다 안으로 휙 들어간다.



#28. 사신관 뒤쪽으로 가는 길 / 밤


동시에 돌아보는 시후와 은채.

은채 감동의 눈빛으로 일지매 올려다본다.

놀라 일지매 보다 순간 은채 보는 시후. 일지매를 보는 은채의 표정 보는...

뒤쪽에 자리 잡는 잠복 궁수들. 일지매의 어깨 너머 사각지대다.

궁병사들이 밑에서 엄호하면, 그 중 궁수 한 명이 몰래 일지매쪽으로 다가가 사정거리에서 활 겨누는...

순간 은채, 일지매를 향해 활을 겨누고 있는 궁수 발견! 놀라 사신관 꼭대기 보면.



#29. 사신관 꼭대기 (성루) / 밤


벌벌 떨고 있는 치홍. 치홍 붙잡고 있는 일지매. 아래에서는 백성들 환호하고 있고.

뒤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일지매, 치홍 붙잡고 있다.



#30. 사신관 건물 뒤쪽으로 가는 길 / 밤


순간 은채, 시후의 등에 매인 활통에서 활과 화살 휙 잡아채더니 일지매를 향해 활 겨누고 있는 궁수 향해 활 쏘는..

궁수, 정확히 일지매를 조준해서 활시위 막 놓는데 은채가 쏜 화살. 궁수 옆을 휙- 스치고 순간 놀라 움찔하는 궁수.

바로 그 순간 궁수 중심 잃은 손에서 화살 나간다.



#31. 사신관 꼭대기 (성루) / 밤


궁수가 쏜 화살. 일지매를 향해 날아가긴 했지만 중심을 잃었기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일지매를 비껴가는.

놀란 일지매, 고개 돌려 화살이 날아온 곳 바라보면... 일제히 자신을 향해 날아오르는 화살들.

순간 아래로 휙 몸 숨기는 일지매... 쏟아지는 화살들.



#32. 청사신관 앞 / 밤


백성들 으악 비명소리... 놀라는 사람들, 눈 가리는..



#33. 사신관 건물 뒤쪽으로 가는 길 / 밤


안도하는 은채 일지매 바라보고.

놀랍고, 황망한 듯 그런 은채 보는 시후.



#34. 사신관 꼭대기 (성루) / 밤


일지매, 다시 일어나 아래 내려다보다 활 들고 있는 은채 발견,

멀리서나마 잘 보이지 않지만... 잠시 눈빛 교환하는 일지매와 은채.



#35. 사신관 성벽 / 밤


사다리 올리며 뛰어 올라가는 궁병사들.



#36. 사신관 꼭대기 (성루) / 밤


다시 치홍 무릎 꿇리는 일지매.



#37. 사신관 앞 / 밤


우와-- 군중들의 함성소리.



#38. 사신관 뒤로 가는 길 / 밤


시후, 은채 끌고 가 인근에 서 있는 병사들에게 맡기고 뒷문 향해 달려간다.


은채 : (뿌리치며) 놔라! 이거 놔!


그러나 은채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병사들.

은채 걱정스러운 듯 사신관 꼭대기 싸우고 있는 일지매 보는...



#39. 사신관 성벽 / 밤


나무 사다리 놓고 성루를 향해 기어오르는 궁병사들.



#40. 청사신관 뒷문 앞 / 밤


뒷문 앞 병사들 서 있고, 시후 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막는 병사들.


시후 : (다급하게) 들어가게 해줘요. 저 놈 내 손으로 잡을 겁니다.

금위병지휘관 : (다가와) 뭐야, 나장 따위가! 지금 작전 중인 거 안 보여?


시후, 계속 들어가려고.. 병사들 강제로 시후 떼어내 뒤로 밀치는.

분한 듯 주먹으로 벽 내리치는 시후.



#41. 사신관 꼭대기 (성루) / 밤


올라온 궁병사들 일지매에게 달려들고..

쓱 피하는 일지매. 달려드는 궁병사들의 공격을 무날검으로 막아내며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일지매와 줄로 연결된 치홍도 휘청휘청.. 으아악 비명소리.

일지매가 움직일 때마다 치홍 성벽 아래로 떨어질 듯 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순간...

툭- 일지매가 줄 휙- 잡아당기면 치홍 간신히 성루 벽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일지매 궁병사들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며 기둥에 치홍 매달린 줄 묶어두는...

계속해서 올라오는 궁병사들. 공격하다 오히려 그들이 성루 아래로 떨어 지고. 다시 올라오는 궁병사들.

이번엔 일반병사들과 달리 훈련된 금위병들이다.

금위병들 검 꺼내들어, 일지매를 향해 공격하고, 순간 휘청하는 일지매.

중심 잃고 넘어지자 검 내리찍으며 달려드는 금위병.

일지매 순간 성루 부서진 돌멩이 던져 위기 모면하고.. 무날검으로 그들이 딛고 서 있는 발을 중심으로 공격하면...

중심 잃고 우수수 떨어지는 금위병들.

이번엔 무날검 등 뒤로 꽂고, 등에서 나무봉 두 개 꺼내들어 양손에 쥐고 격렬하게 싸우는 일지매.



#42. 사신관 앞 / 밤


바라보는 백성들 헉- 와- 우째..- 일지매의 동선에 따라 함께 리액션하고...

리액션 따라하다 제 흥에 겨우 엄지손가락 치켜들며 ‘일지매 멋져부러~’ 신나 덩실거리던 쇠돌,

순간 나무봉 휘두르며 싸우는 일지매의 팔목에 묶여져 있는 빨간 댕기 발견하고 놀라 눈 커지는..

퀵 플래시 - (13부 - 쇠돌 초옥. 용이 주머니에 삐져나온 빨간 댕기)

일지매, 갑자기 두 나무봉을 이어 가운데를 끼우면 어느새 활대로 바뀌며.

등에 맨 활통에서 화살 꺼내 밤하늘을 향해 획- 화살 쏘는 일지매. 사람들 시선 화살 따라 하늘로.. 고개 쳐들고 바라보는.

- 어딘가 나무에 휘리릭 감기는 화살 줄.

숨죽이며 하늘 보던 군중들.. 다시 일지매 쪽 보다가 악- 비명 지르고.



#43. 사신관 꼭대기 (성루) / 밤


이미 일지매 목에 들어와 있는 금위대장의 검. 그제야 치홍, 살았다 싶어 후- 안도의 한숨 쉬고.

긴장한 일지매의 표정. 일순간에 일지매 주변을 포위하는 궁병사들.


금위대장 : (일지매 목에 칼 댄 채 병사들에게) 정치홍을 풀어줘라.


궁병사들 다가오면 일지매, 마치 치홍을 내주는 듯..

궁병사들 치홍 옆으로 가서 막 일지매와 치홍 몸에 연결된 줄 풀려고 하고, 동시에 금위대장 검으로 일지매 확 내리치려는데...

순간 씨익 눈웃음 짓는 일지매. 순간 치홍과 함께 공중에 붕- 뜨는...

놀란 금위대장과 궁병사들 얼굴.

휘이익- 주르륵 줄 타고 가는... 궁병사들 놀라 우왕좌왕 하고.

(치홍 달고 사신관 꼭대기에서 어디론가 도르래 원리로 줄 타고 내려가는)



#44. 사신관 앞 / 밤


줄 타고 주르르 내려가는 일지매의 모습 보고 우와- 함성 지르는 군중들.

일지매! 일지매! 일지매! 소리치며 일지매가 타고 간 줄 따라 사라진 일지매 보기위해 우르르 뛰어가는 군중들...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는 쇠돌.


단이 : (다가와) 왜요?

쇠돌 : 응? 아, 아니여. (일지매 사라진 쪽 보는)



#45. 사신관 인근 나무 아래 / 밤


사람들 우르르 뛰어오면 사신관 건너편 쪽 큰 나무에 밧줄 묶인 채 매달려 있는 치홍.

사람들 우르르 몰려와서.. 손에 들었던 말똥, 치홍을 향해 던지기 시작하고..

이놈의 시끼 말똥 맛 좀 봐라. 끌어내려- 끌어내려- 소리 지르면

그 순간 나무에서 툭 떨어지는 치홍. 머리산발, 말똥 덕지덕지, 바닥에 무릎 꿇은 채 벌벌 떨고 있는.


치홍 : (머리 조아리며)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나무 위에 걸터앉아 그 모습 지켜보고 있는 일지매.

봉순, 사람들 틈 뚫고 치홍 앞으로 뛰어나온다.


봉순 : 니 입으로 말해. 다 밝혀!!

치홍 : (겁 먹은, 덜덜덜) 그게... 제가 술을 먹고 말을 탔는데... 남문을 달리다가... 어떤 아이가 쭈그리고 앉아있어서

         그냥.. 그 위를 뛰어넘다가... 무서워서... 그냥 도망....


그냥 뛰어넘어? 눈앞에 애가 있는데? 분개하는 군중들 저 놈 죽여라 죽여라.. 하는.

사람들, 치홍의 몸 잡아끌려 하는데... 어느새 궁병사들과 관군들, 치홍 주위의 군중들을 일제히 포위한다.

잠깐만요.. 소리와 함께 사람들 돌아보고 양쪽으로 갈라지는 사람들.

그 사이로 양순부모 수레 끌고 인파 속에서 나온다.


치홍 : (수레 보고 놀라 덜덜 떨며) 잘못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양순부 : (싸늘하게) 내 새끼한테 비이소.

치홍 : (수레에 대고 연신 머리 조아리며)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사람들 : (흥분한) 죽여! 죽여! 저런 놈은 쳐 죽어야 돼.

양순모 : (차분하게) 고마 됐심니더. 우리가 이노마를 죽이삐면, 우리도 이노마랑 그라고 점마들이랑 (병사들 가리키며)

            똑같은 놈 되는 거 아입니꺼.


사람들 술렁술렁...


대식 : 아니... 그래도 저런 놈은 죽여야..

걱두 : 맞아, 저 놈의 시끼 사과만으로는 안 돼. 우리가 결국 이렇게 된 건 다 조정이 무능해서 그렇지...

흥견 : 맞습니다. 저자들이 우리에게 활을 겨눴잖아요. 우리를 죽일려고 했다구요.

         어찌 죄 없는 백성들에게 이럴 수 있단 말입니까?

봉순 : 옳소. 임금이 직접 나와서 빌기 전까진 저놈 넘겨주지 맙시다.


맞아. 맞아... 옳소 옳소 동요하며 술렁이는 백성들.


걱두 : 왕 좋아하시네. 우리한테 그따구 왕 따윈 필요 없어. 인자부터 우리 왕은 일지매여. 암, 일지매!

대식 : 암요.. 일지매가 왕이지요... 여러분, 우리 일지매를 궁으로 보냅시다~


우- 환호하는 백성들..

나무 위에 앉아 그 모습 지켜보고 있는 일지매. 문득 청사신관 쪽 보면...



#46. 청사신관 성벽 위 / 밤


성벽에 서서 밖 상황 보고 있는 정명수. 두 주먹 부들부들 떨고. 분해 어쩔 줄 모르는..

그 옆에서 눈치 살피는 변식, 슬쩍 뒤돌아 나가는.



#47. 환경전 (작은 편전. 임금 집무실) / 밤


3정승 6판서, 인조..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김류 : 전하 어쨌든 지금은 백성의 원성을 가라앉히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젭니다.

이시백 : 그러하옵니다. 이번 일이 조용히 넘어가지 않으면...

변식 : 그렇다고 정명수를 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질 않습니까? 괜히 그자를 잘못 건드렸다가... 청에 밉보이기라도 한다면...

김류 : 하오나... 전하. 지금 민심을 달래지 않으면 전국적인 봉기가 일어날 것이고. 그리되면 굳이 정명수가 알리지 않더라도

         이 일이 청에 알려질 것이옵니다. 그러니 지금은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옵니다. 전하.

인조 : (곰곰 생각하는) 홍내관, 지필묵을 가져오게.



#48. 청사신관 인근 나무 아래 / 밤


치홍 묶인 채로 무릎 꿇려 있고... 그 주변을 둘러싸고 서서 일지매! 일지매! 구호 외치는 군중들.

군중들을 둘러싸고 있던 관군들과 궁병사들, 양옆으로 갈라지며...

궁병사들 호위 받으며 군중들 앞으로 거만하게 걸어오는 변식. 그 뒤로 호위하는 시완 강민학... 등..


변식 : 어지를 갖고 왔소! (**자막 / 어지-임금의 뜻)


사람들 일순 조용해지고. 변식에게 시선 몰린다.

변식 두루마리 펴서 읽는.


변식 : 사건의 진상이 명명백백 밝혀진 이상 과인은 이 일을 간과할 수 없다. 죄인 정치홍에게는 이에 합당한 벌을 내릴 것이다.

         억울하게 희생된 아이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그 부모에게는 은 서른 냥과 명주 20필을 하사하겠다.


사람들 웅성웅성하는데...


양순부 : 전하께 전해주소. 우리 은, 명주.. 그딴 거 필요 없으니 죄인의 죄값이나 제대로 치르게 해 주소!

사람들 : 옳소! 옳소!

변식 : (똥? 씹은 얼굴로 마저 읽는) 지금 과인은 매우 격노해 있다. 어찌 가엾은 내 백성들을 구격(구타)하고

         심지어 활까지 겨누는 (** 자막 / 구격-구타) 이런 극악무도한 변이 발생하였는지.. 참으로 처참한 심정이다.

         백성의 옳은 소리에 흥분하고 활까지 겨눈 그 병사들을 내 반드시 색출하여 극형에 처하겠노라.


궁병사들, 뭔 소리야... 깃발이 내려갔잖아. 명령 아냐? 웅성거리고...

군중들 민심 이미 싸늘하다.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누굴 바보로 알아? 일지매! 일지매! 일지매!를 연호한다.

당황하는 변식. 콧바람 풍풍거리는.



#49. 청사신관 정문 앞 / 아침


치홍 데리고 사신관으로 걸어가는 정명수. 바들바들 떠는 치홍..

정명수 들어가다 분한 듯 한번 휙 돌아보는. 이윽고 정명수와 치홍 들어가고 나면. 문 쾅 닫히는.

웅성웅성 흩어지는 사람들.

쇠돌, 무리 속에서 정신없이 용이 찾고 있는데 어슬렁거리며 걸어오는 용이 보인다.


쇠돌 : 너... 간밤에 어디 갔었냐?

용이 : 어 저 뒤에. 아놔 아부진 내 손을 놓치면 어떡해? 그래도 내가 알아서 샤샤샤삭- 피혔지...

         이야 일지맨지 뭔지 그 도적놈 끝내주더라. 내가 다 통쾌하드라구. (쇠돌 흉내) 아주 멋져부러~

쇠돌 : (불룩한 용이 주머니에서 확 빼들면 빨간 댕기다) 너 이거 뭐시여? 이거 엄니 줄 거 아니제?

용이 : 엉? 어엉.. 양순이 댕기... 길에 떨어져 있길래. (딴청) 엄니는 어디 갔어? 일편단이! 일편단이! (부르며 가면)

쇠돌 : (멍하니 가는 용이 뒷모습 보는..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



#50. 산속 / 낮


미친 듯이 뛰어가는 쇠돌.



#51. 일지매 아지트 / 풀무간 안 / 낮


쇠돌,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데 별 거 없다. 안도한 듯 한 쇠돌의 표정.

다시 나가려고 돌아서는데.. 뭔가에 발이 걸려 꽈당 넘어진다.

아으! 물팍이야... 뭐시여? 하고 보는데 덮인 짚풀 사이로 조그마한 고리...

쇠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고리에 점점 다가가는 쇠돌의 떨리는 손. 멈칫.


쇠돌 : 아닐 것이여, 설마 아닐 것이여..


몸 돌렸다가 다시 고개 돌려 고리 바라보는.

쇠돌 결심한 듯 확- 고리 잡아당기는 순간 고리의 줄 당겨지면서 바닥 벌어지고... 놀라는 쇠돌.



#52. 저자 인근 강가 / 낮


작은 오동나무 관에 기름 붓는 흥견과 대식... 관에 횃불 붙이는 용이. 관 활활 타기 시작하고...

양순아.. 양순아... 통곡하며 오열하는 양순 부모들. 둘러 서있는 저자 사람들 (단이, 심덕 등..) 눈물 훔치고..

통곡하는 양순부모 가슴 아프게 보는 용이, 턱이 들썩이지만 애써 참는.

봉순 그런 용이 아프게 바라본다.

용이, 품에서 양순의 빨간 댕기 꺼내 관 위에 던지면 불에 활활 타 들어가는 빨간 댕기....



#53. 일지매 아지트 / 낮


넋 나간 사람처럼 내려오는 쇠돌. 놀란 쇠돌 얼굴에서 시선 따라 화면 쑥 - 빠지면..

벽에 붙어있는 문양 검 그림과 사대부 집 구조 설계도 등... (마치 작전기지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

이게 뭐지? 하고 조심스레 다가서는 쇠돌. 갸웃 하다 문득 뒤돌아보는 쇠돌... 놀라 입 딱 벌어지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쇠돌.

쇠돌...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마치 쇠돌이 보는 것처럼 쇠돌 시선 따라가면)



#54. 일지매 아지트 / 과거 / 낮


그림 그리고 있는 용이.. 붓 잡고 있는 손... 덜덜 떨리는.. 용이의 눈에 눈물 그렁이다.. 그림 위로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지고...

이내 끅끅거리는 용이의 흐느낌.



#55. 일지매 아지트 / 현재 / 낮


그런 용이 보는 듯한 쇠돌의 눈에서 눈물 그렁이는.

다시 쇠돌 시선 쫓으면 반대편 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수묵화. (용이가 직접 그린)

매화가 흐드러지게 날리는 이원호의 집. 평상에 앉아있는 이원호와 겸이, 마당에 서 있는 한씨 부인과 연이.

늘어지게 누워 자고 있는 육백이 단란한 한때 그림. 그 가운데 용이의 눈물 자국에 그림 번져있는.

그 옆에 걸려 있는 일지매 갑의.


쇠돌 : (울음 터트리며) 워메 우짜까나. 시상에.. 시상에 다 기억 나 부렀는갑네.. 워쩌까. 워째..

         그, 그랑께.. 지 애비 죽인 웬수 놈 찾는 거여? 시방? (소매로 눈물 쓱 닦으며) 그믄.. 그라믄 나랑 차돌이도?

         아이구메 어째야 쓰끄나...으째야써... (꺽꺽) 아이구메...


그때 끼익하고 (위층) 풀무간 문 열리는 소리. 흡- 손으로 입 가리는 쇠돌.

삐거덕 삐거덕 나무판 밟는 발자국 소리. 쇠돌 위쪽 올려다보면 (지하천정) 나무마루 틈으로 보이는 누군가의 발.

당황하는 쇠돌, 어쩔 줄 몰라 하는..

< 점핑 플래시 >

미끄럼대 타고 쭉 - 내려오는 사내, 용이다. 어느새 텅 빈 용이의 비밀기지. (쇠돌 안 보인다)

용이 종이에 붓으로 무언가 쓰더니 벽에 매화 침으로 꽂는다.

종이에 써 있는 이름.. 정형구, 김우진, 오갑수!



#56. 플래시 백 / 청사신관 안 / 정명수 방 / 밤


정명수와 오갑수(사간원 직문하,종3품), 정형구(홍문관 부제학,정3품), 김우진(승정원 도승지)


오갑수 : 이제 다 해결됐으니 심려 놓으시지요. 전하를 설득하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저 어리석고 천한 놈들, 내가 조선 사람이라는 게 다 부끄럽지 뭡니까?

정명수 : (씩- 웃으며) 왜 이러십니까. 오대감님. 저도 천민 출신이었습니다.

오갑수 : (당황하며) 아, 제 말 뜻은 그게 아니고...

정명수 : (껄껄 웃는) 아닙니다.

오갑수 : 참.. 정칙사께서 도예에 관심이 많으시다지요? 저희 집에 투조연꽃문양 백자가 있는데.

정명수 : 오호.. 투조요? 어찌 그 귀한 걸.. (** 자막 / 투조 - 면을 도려내서 문양을 나타낸 미술기법)

김우진 : (질세라) 그림에도 조예가 깊으시다 들었습니다. 저희 집엔 안견의 산수화가 있습니다.

정형구 : (질세라) 저희 집엔 300년 된 산삼이 있습니다.

정명수 : 이번 일만 잘 넘어가면 오대감, 정대감, 김대감. 여러분들의 성의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대감들 : (허허-) 뭐, 이 정도로 성의는 무슨...


껄껄 거리는 대감들 카메라 시선 위로 올라가면 천정 대들보 위에 앉아 그 상황 내려다보고 있는 일지매.

옆에 입에 재갈 물린 채 꽁꽁 묶여있는 치홍 공포에 어린 눈.... 일지매 손에 들린 무날검 치홍 목 겨누고 있고.



#57. 일지매 아지트 / 현재 / 낮


매화침으로 꽂혀있는 명단들 오갑수, 김우진, 정형구 무섭게 노려보는 용이의 눈빛.

이윽고 다시 위로 올라가는 용이.

비로소 미끄럼통로 뒤쪽에 숨어 있던 쇠돌 나오는... 풀무간 문 닫히는 소리.

용이가 걸어두고 간 일지매 복장 (봉기 때 입었던 갑의) 보고 눈물 흘리는 (착잡하고 안쓰러운) 쇠돌.

문득 용이가 좀 전에 붙여놓고 나간 종이 보는데...

(오갑수/사간원 직문하, 정형구/홍문관 부제학, 김우진 / 승정원 도승지)이라고 씌여 있다. 한글로)


쇠돌 : 요것이 머시여.. 인자 이 양반들 집 터는 것이여? (답답) 당췌 머라고 써있는 겨...

         (야속한 듯 본인의 눈 치며) 에라 이 빌어처묵을 까막눈아. 눈뜬 봉사여! 봉사! 흐메.. 답답혀.. 흐미..


쇠돌 갑자기 옆에 놓여있던 붓통 꺼내 베껴 용이가 써 놓은 종이 보며 삐뚤삐뚤 그리기 시작하는...

그리다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듯... 속상해 우는...



#58. 심덕의 주막 / 낮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앉아 얘기하는 사내들.

끝내주던데... 우와... 난 죽은 줄 알았는데.. 암튼 오늘부로 일지매는 나의 영웅이야... 일지매 얘기로 떠들썩하다.

어느새 대식, 일지매 복장 다시 꺼내 입고 술병 나른다.


걱두 : 얌마, 그런 한물 유행간 옷은 얼른 갖다 버려부러. 어제 일지매 못 봤냐? 철갑 옷?

대식 : 글치 않아도 흥견이 성한테 부탁해 놨어요. 오늘 중에 철갑 두른 복장으로다 만들어 준댔어요..

         근디 나 감동 완전 받았어요. 그렇게 두드려 맞았는데도 사람들이 안 무섭나 봐요. 어제보다 더 많이 몰려왔드라구요.

         다 어디서들 왔대?

걱두 : 그르게.


옆 평상에 앉아 술 마시고 있는 재야 선비들.


선비1 : (끼어들며 얘기) 다 열 받아서 이차저차 온 거야... 훈척세력들은 나라 재산 빼돌려 자기 뱃속 채우기에 급급하고,

           (자막 / 훈척-나라에 공을 세운 임금의 친척) 지방 관리들은 중간에서 농간 부려 술과 고기로 허구헌 날

           잔치나 벌이고 있으니...

선비2 : 뿐인가. 바닥 난 국고를 계속 백성들의 혈세로 채우고 있질 않나.

걱두 : 그르게요. 천민인 쇤네가 봐도...

선비1 : 세금 피하려고 노비를 자청하거나 유랑생활을 하는 양민들이 전국에 부지기수고..

          도성만 벗어나면 굶어 죽는 사람들이 길에 널렸다더구만.

선비2 : 이번 봉기 때 다들 분해서 몰려온 거라구...

흥견 : 이건 민심입니다, 민심.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번에 다들 식겁했을 거예요.

용이 : (묵묵히 밥 먹고 있는)

걱두 : (끄덕끄덕) 역시 대세는 일지매여!! 일지매!!

대식 : 오!!! 나의 영웅 일지매~ 이런 난세엔 영웅이 필요해.

용이 : (숟가락 놓고 꺼억 트림) 대식아. (빈 밥그릇 내밀며) 이러한 난세엔 밥이 필요하다. 가서 퍼와. 고붕~으로다!



#59. 환경전 (연거지소: 왕이 주요 인물들을 만나 현안에 대해 깊숙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 / 낮


3정승 6판서 둘러앉아 서로를 탓하며 핏대 올리고 있다.


이명 : 이런 통탄할 일이 있사옵니까 전하. 그 도적놈을 감히 왕이라 부른다하옵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더러운...

인조 : (눈살 찌푸리며) 왕이라...

이시백 : 이 대체 이게 무슨 청천벽력입니까.. 창피해서 도무지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그깟 도적놈 하나 못 잡고 금부에서는 도대체 하는 일이 뭡니까? 금부 예산이 대체 얼만지나 아십니까?

변식 : 뭐, 뭐 뭣이요? 그러는 공조는 그 사단이 나도록 뭘 하고 있었답니까?

         아 그리 챙피하면 공판대감이 직접 나가서 그 시꺼먼 박쥐 쉐이 잡아보세요?


인조,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무표정하게 붓 집어 들더니 글씨 쓰고 있다.

카메라 시선 종이 위에 붓 보면 부들부들 떨리는 붓 잡은 손.

저만치 떨어져 서 있는 사천 그런 대신들 한심한 듯, 서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옆에 놓여 있는 벼루 꽉 쥐는 인조의 손.


이시백 : 소문에 듣자하니 병판의 여식이 봉기무리 속에 있었다던데..

변식 : 뭐, 뭐, 뭣이요? 그, 그게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요!!!! 말이면 단 줄 아시오!! (삿대질 해가며) 공판이 봤소? 봤소?


하는데 퍽- 소리 (둔탁한) 일순 놀란 토끼눈으로 돌아보는 변식과 대신들.

바닥엔 떨어져 있는 깨진 벼루조각들.

그 앞에 서있는 사천의 동요 없는 표정. 이윽고 사천의 오른쪽 눈썹 위에서 주르륵 흐르는 피...

놀란 대신들 일순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침묵..


인조 :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심드렁하게 사천 바라보며) 난 또 천이 니 얼굴에 파리가 올라 앉았는 줄 알았구나.

         어디서 파리 떼들이 앵앵거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말없이, 흐르는 피도 닦지 않은 채 미동 없이 서있는 사천.


인조 : (대신들 돌아보며) 이런, 다들 놀랬는가? 과인이 원래 파리를 잡을 땐 벼루를 집어던지는 버릇이 있어서 말일세.

대신들 : (놀란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하는)

인조 : (미소 지으며 부드러운 말투) 여기 이러고들 있지 말고 가 그 도적놈 잡아오게.

         (미소 속에 섬뜩함이 느껴지는. 부드러움 속의 강한 어조) 참, 죽이진 말게. 반드시 내 눈 앞에 끌고 와야 하네.



#60. 환경전 밖 복도 / 낮


나오는 대신들, 놀란 가슴 진정시키는 듯... 웅성웅성하며..


이시백 : (환경전 쪽 돌아보며) 왜 저러신답니까? 아니 무슨 파리가 있다고.

변식 : (오버스럽게) 정녕 모르시겠습니까들? 이래서야 어디... 전하의 심중을 읽으셔야지요. 심중을!

         그 앵앵~ 거리는 (손바닥 비비며) 파리가 바로 우립니다.

대신들 : (놀라) 뭐요?

변식 : 그 벼루, 우리한테 던진 거라 이겁니다. 전하께서 물고 빠는 사천이 그 놈이니까 벼루였지, 우리였으면..

         (목을 쥐고 고개 절레절레)


변식의 말에 다들 흠흠-


변식 : (갑자기 생각난 듯 버럭) 아참, 공판! 보셨소? 봤소?



#61. 변식 집 / 안채 앞 / 낮


변식, 신발짝 휙 벗어 능수능란하게 잡아 확 치려는 듯 하지만 눈 하나 깜짝 않는 은채.

동시에 반사적으로 자기 머리 가리는 시완. 흠칫 놀라는 시후.

은채의 당당한 자세에 차마 때리지 못하고 부르르 떠는 변식. 신발 휙 던져 다시 신으며.


변식 : 온냐온냐 이삐다 이삐다 해 줬더니 이게 아주 지 애비 얼굴에 똥칠을 하고 다녀?

         (뒷목 잡으며) 아이고 뒷골 땡겨. 기집애가 겁 대가리도 없이 그 위험한 놈들 틈에 끼어 끼길!

은채 : 그분들이 대체 뭐가 위험했습니까? 그 분들 손에 쥔 말똥이 그리 위험했습니까? 대체 뭐가 두려웠답니까? 뭐가 두려웠길래.

시후 : (보면)

은채 : 누굽니까? 대체 누가 그들을 향해 활을 쏘라하였습니까? 설마 아버님이 그들에게 활을 쏘라 명령하신 겁니까?

변식 : 뭐? (오버스럽게 손사래 치며 억울한 표정) 난 아니다.. 난 아냐.. 진짜 아니야...

은채 : (다행이다 싶다)

변식 : (더 이상 얘기하면 손해다 싶은) 가봐라. 어여 가! 어여~

은채 : (보고 서 있으면)

변식 : (들어가려다 휙 돌며) 은채, 너! 앞으로 집 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마.. 알았어?

은채 : (아무 말 없이 돌아서 가면)

변식 : (돌아가려는데)

시후 : 일지매가 다시 나타났으니 분명 다시 천우회 집을 노릴 것입니다.

변식 : 그렇지. 맞아..

시완 : (짜증스럽게) 그 놈의 천우회..

변식 :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말고 확실히~!! (주먹 쥐고) 당장 다 집합하라고 해!



#62. 흥견 작업실 / 낮


명단 받아 적은 종이 꼭~ 가슴에 품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작업실로 들어오는 쇠돌,

작업실 안에 누가 숨었는지 이리저리 괜시리 들춰보며 살피고..

작업하고 있던 흥견, 그런 쇠돌 의아하게 본다.


쇠돌 : 문 닫어.. 문!

흥견 : 무슨 일 있어요?

쇠돌 : 시끄랍고. 어여 문 닫어. 어여.

흥견 : (무슨 일인가 싶어 급히 문 닫는)

쇠돌 : (품에서 꼬깃꼬깃 뭔가 꺼내 디밀어) 읽어봐. 후딱.

흥견 : 뭐예요? (하고 펼치면 오갑수/사간원직문하, 정형구/홍문관 부제학, 김우진/승정원도승지,

         알아보기 힘들게 꼬불꼬불 삐뚤빼뚤 그려져 있다. 유심히 살펴보며) 사람이름 같은데.. 글씨가 영..

쇠돌 : (알고 있었다는 듯) 아, 긍게. 누구냐고..

흥견 : 근데 누구예요?

쇠돌 : 잉? 아, 쇠, 쇳대 주문이 들왔는디.. 당췌 이것만 주믄 내가 어떻게 찾아가. 얼렁 읽어봐.. 언 놈이냐.

흥견 : 오..갑..수? 사간...아. 사간원 직문하. 정형구.. 홍문관부제학..? 이건 도저히.. 승정..아~ 승정원도승지 김우진대감?

         빵빵하신 분들한테 주문 들어 왔네요.

쇠돌 : 오갑수... 정형구... 김우진... (종이 휙 뺏어들며) 나가 이런 집만 상대하잖여. 여적 몰렀어?

         (휙 나가며) 나, 간다~ 수고햐~



#63. 정형구 대감 집 보물창고 앞 / 낮


새로운 물고기 모양 쇳대 설치하고 있는 쇠돌. 그 모습 보고 있는 집사.


쇠돌 : 요새 하도 일지매가 안 댕기는 대감집이 없어서라 제가 미리미리 달아주고 있어라. 요것이 새로 개발한 물괴기 쇳댄디..

         일지매? 이지매 삼지매가 와도 택도 없어라. (잘난 척)

집사 : 그려~? 그럼 돈은..

쇠돌 : (손 저으며) 돈은 되았고라잉. 딴 댁에다 소문이나 허벌 나게 내줘부쇼 잉.

집사 : 그럼 수고혀. (하고 가면)

쇠돌 : (쇳대 달며 혼잣말) 내가 니 놈 도적질 못하게 할 겨.. 절대 못 따게 할겨.



#64. 정형구 대감 집 밖 / 낮


품에서 꼬깃꼬깃 명단 꺼내 침 발라 정형구 이름 지우는 쇠돌.

이미 위의 두 이름 (오갑수 김우진) 이름은 이미 침으로 덕지덕지 되어있는..



#65. 의금부 회의실 / 밤


금부 도사, 지사들(시완과 강민학 포함) 쭉 앉아있고.

앞에 서 있는 변식,


변식 : 그 시꺼먼 박쥐 놈의 쉐~이가 부활했다. 하여 오늘부터 다시 밤샘잠복에 들어간다. (천우회 명부 열어 촥~ 넘기는)

         제1조, 김류대감댁, 제2조, 홍서봉대감댁, 제3조, 최내길대감댁..



#66. 쇠돌의 초옥 / 방 안 / 밤


용이, 베개 끌어안고 방구석에서 오들오들 떠는 척(?)


용이 : 아부지 왜 그랴.. 아놔! 나 용이요, 나 일편단이 아니요..

쇠돌 : (능글맞게) 이놈아. 내가 자식시끼가 둘이냐 셋이냐. 아부지 맴 알제? (유혹하듯 아흥~) 온나. 얼렁 이리 온나.

         (용이 안 온다. 눈 부라린다) 존말 헐 때 온나. 어여!


<점핑>

어느새 자신의 팔과 다리로 용이 꽈악- 끌어안고 자는 있는 쇠돌.

멍하니 천장 바라보고 누워 있는 용이. 그 서글픈 눈빛...



#67. 북촌 / 밤


척척척.. 줄지어 잠복할 집으로 향하는 관원들 발. 천우회 회원들 집 담장 밑, 인근에 잠복하는 관원들.

그 중에 강민학-시후조, 시완- 송나장 조도 보인다.


시완 : 피부 상하게 밤에 일시키고 지랄이야.

송나장 : (한심한..)

시완 : (보며) 뭐 이 시끼야.



#68. 쇠돌 초옥 / 방 안 / 밤


대자로 누워 드르렁 드르렁- 요란하게 코 골며 자고 있는 쇠돌.

앉아서 쇠돌 안타깝게 바라보는 용이. 슬그머니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뭔가 걸려서 퍽- 보면,

용이 발목과 쇠돌 발목에 칭칭 묶여있는 끈.

쇠돌, 움찔하는가 싶더니.. 다시 드르렁... 용이, 조용히 끈 푼다.



#69. 북촌 사대부가 집 밖 / 밤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 살피며 경계 서는 시후. 옆에 쭈그리고 앉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강민학.



#70. 정형구 대감 집 창고 입구 / 밤


기척 없이 날듯 걷는 일지매의 빠른 발걸음. 보초 서는 사병들 이리저리 피하며 창고 문 앞에 멈춰서는...

여유만만 쇳대 구멍에 꼬챙이 집어넣는 일지매.

#59의 물고기모양 쇳대다. 쇳대 돌리지만 끄떡 않고 열리지 않는 자물쇠.

당황하는 일지매... 아무리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고... 사병들 발소리 가까워지고.. 이리저리 둘러보다...



#71. 정형구 대감 집 / 창고 안 / 밤


천장 나무판 뜯겨지며 줄 타고 죽 내려오는 일지매. 바닥에 사뿐히 안착한다.

창고 진열대에 놓인 삼백년 된 산삼이 들어있는 상자. 일지매 상자 열어보고 한심한 듯 산삼 바라보며.


일지매 : (픽-) 삼백년짜리라...


일지매 상자에서 산삼 집어 가져온 주머니에 휙 집어넣고 위로 올라가려는데 밖에서 자물쇠 여는 소리.

당황하는 일지매, 타고 내려온 줄과 문 쪽을 번갈아 보며 초조해 하는데.

순간, 부싯돌로 불을 일으켜 줄에 불붙이는 일지매. 화르륵~ 순식간에 줄 타 들어가는...

동시에 끼이익- 문 열리고 창고 안으로 들어오는 김우진 대감과 집사. 덮인 산삼상자 앞에 서서.


김우진 : 정칙사님께 진상할 것이니 동 트자마자 잘 싸 두거라.

집사 : 예. 나리.


두 사람 나가고, 문 밖에서 쇳대 채우는 소리. 멀어져가는 두 사람의 발소리.

숨어 있다가 나오는 일지매. 줄이 타고 남은 잿가루 보고 천장을 올려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 일지매.

문에 다가가 문고리를 잡고 흔들어보는데, 요지부동이다.

당황한 일지매 안절부절 못하는.. 밖에서 저벅저벅 들리는 발소리.



#72. 정형구 대감 집. 창고 문 앞 / 밤


저벅저벅 다가오는 사병들. 횃불 갖다 대면. 창고 문에 달린 육중한 <물고기 쇳대>



#73. 정형구 대감 집. 창고 안 / 밤


숨죽인 채 문에 바짝 붙어있는 일지매. 사병들 발자국 소리 멀어지자 다시 문고리 열려고 안간 힘을 쓰지만. 꿈쩍 않는...

난감한 듯 문고리 놓는 일지매. 주위 두리번거려도 마땅히 나갈 곳 없고.

천장(여기서 천장은 매우 높아야 합니다)으로 딛고 올라갈 선반 및 도구조차 보이지 않는다.

난감한 일지매 어찌할 바를 몰라 한쪽 문 모서리 쪽에 등 기대는데..

몸 하중이 실리면서 일지매가 기댄 문이 벽 쪽에서 쓱 밀리며 몸, 저절로 문 밖으로 넘어가는.



#74. 정형구 대감 집. 창고 밖 / 밤


어느새 문 밖으로 나와 있는 일지매. 황당한 듯 놀라 문 보면, 문 쇳대 채워진 반대 쪽 (벽) 부분이 열려 있는.



#75. 정형구 대감 창고 앞 / 과거 / 낮


양쪽 문으로 되어 있는 창고 문. 한쪽 문은 열려있고 다른 한쪽 문(일지매가 빠져나온 문)은 굳게 닫혀 있다.

닫힌 문 열어보는 쇠돌, 잘 열리지 않는.


쇠돌 : 아따 그란디.. 이짝 문은 쫌 뻑뻑흐요... 잉~ 어뜨케 내가 손 쪼까 봐 드리까라?

집사 : 아, 그 쪽은 안 쓰는 문일세. 이쪽 문만 사용하니 그냥 두게.

쇠돌 : 아, 예.. (자물쇠 달며) 금세 달아놀텡게 가 볼 일 보시게라.

집사 : 그럼 수고하게. 다 되면 부르고. (가면)


집사 가면 쇠돌, 주변 슥- 둘러보더니 품에서 숨겨온 쇠끌 살짝 꺼내는. 사용하지 않는 문과 벽 이음새 쓱쓱~ 썰기 시작하는..


쇠돌 : (혼잣말) 만약이랑게 있응께. 내 새끼 도망갈 구녕은 맹글어 놔야제... 암만~



#76. 쇠돌의 초옥. 방안 / 밤


쇠돌 머리 맡 쪽에 놓인 (정형구 대감 창고) 문과 벽사이의 이음쇠.

배 득득 긁으며 자고 있는 쇠돌. 커엉~드르렁~


쇠돌 : (잠꼬대하는) 용아. 어여 끼대나와. 아부지가 다 썰어부렀다~

         (갑자기 옆에 있는 용이 베개 끌어안으며) 못 가! 도적질은 절대 안돼야~



#77. 정형구 대감 집 지붕 위 / 밤


휙 뛰어올라 지붕 위에 올라서는 일지매. 훔친 물건들 담은 커다란 주머니 사선(크로스백 메듯)으로 멘 상태다.

몸 웅크려 지붕 아래 내려다보면 눈 아래. 정형구네 집 마당에 쫙~ 깔려있는 사병들.

시선 좀 더 멀리 보면 정형구 집 인근 각 사대부집 마당, 길가에 쫙 깔린 사병들과 금부관원들 횃불 들고 보초 서 있다.

어디에도 일지매가 도망갈 구멍은 없지만 여유 있는 일지매의 미소. 씨익 웃는...

허리 낮춘 채 가볍고 빠르게 지붕들 사이로 뛰어가는 일지매.



#78. 북촌 사대부 집 담 밖 / 밤


샤샥- 지붕위에서 들리는 기척소리.

일순 담장 위의 기척소리 느끼는 시후. 숨죽인 채, 후다닥 담벼락에 바짝 붙는..

최대한으로 몸을 낮추고...웅크린 채 기척(소리) 따라 담 밑으로 뛰기 시작하는 시후.



#79. 북촌 사대부 지붕들 위 / 밤


지붕 위 달리는 일지매. 지붕에서 담 위로 점핑~ 담장 위 사뿐히 뛰어가는.



#80. 북촌 사대부가 골목 / 밤


기척 따라 소리 없이, 하지만 빠르게 쫓는 시후.

기척 멈추면 동시에 멈춰서 담장 앞에 붙어 칼 뽑아드는 시후. 어둠 속을 응시하며 일지매 뛰어내리길 기다린다.

적막한 고요 흐르고.. 침 꿀꺽 삼키는 시후. 긴장감...



#81. 북촌 사대부가 담 위 / 밤


땅바닥으로 가볍게 착지하는 일지매. 순간 일지매의 목으로 휘익- 들어오는 날카로운 검 날.

헉 놀라는 일지매.



#82. 북촌 골목 / 밤


검 날 세우고 있는 시후의 얼굴 위로 확 덮치는 고양이. 이야옹~ 반사적으로 휙- 몸 피하는 시후.

야옹~ 어둠 속으로 휘리릭- 사라지는 도둑고양이.

검 든 채... 황당한 듯 서 있는 시후. 조롱당한 기분이 들어 분한 마음에 검 땅바닥에 확 집어던지는.



#83. 북촌 사대부가 담장 아래 / 밤


일지매의 목에 들이대고 있는 검 날, 겨누고 있는 사대부가 사병들.

일지매 날카로운 눈빛으로 경계하며 무날검 빼드는데. 순간 담장 안쪽에서 휘리릭- 뛰어오르는 소리..

일지매 눈빛 쓱 돌리면 자신의 등 뒤로 담장 위에 올라 서 있는 사병들 모습 보인다.

도망칠 데 없이 앞뒤로 완전히 포위된 형국이다.

순간 이야얍- 덤벼드는 (앞에 선) 사병들.

무날검으로 맞서 싸우는 일지매.

뒤이어 담장에서 검 내리치며 일지매를 향해 뛰어내리는 사병들.

순간 일지매, 사선으로 등에 멘 봇짐(훔친 물건들) 앞쪽으로 돌리고 앞 쪽에서 공격 들어오면 뒤쪽으로 돌리고..

앞 뒤, 앞 뒤, 돌려가며 봇짐 지켜내는 장난스럽고 여유 있는 일지매.

흥분한 병사들 동시에 이야~ 소리 지르며 일지매를 향해 달려드는데. 재빠르게 그들 중 한명의 다리 걸고..

순간 자빠지는 병사의 등을 밟고 서있는 병사의 어깨를 밟고, 담장위에 뛰어올라 지붕위로 뛰어오르는 일지매.

씨익- 미소 한번 날리고, 앞쪽에 돌려져 있는 봇짐 툭툭 치며 보이는 여유,

봇짐 쓱 등 뒤로 돌린 후... 무날검 제자리에 집어넣고. 어둠속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일지매가 사라진 지붕 위 황망하게 바라보는 사병들.



#84. 다른 북촌 사대부가 지붕 위 / 밤


떨어진 다른 사대부가 지붕 위로 모습 드러내는 (쑤욱 나타나는) 일지매.

멀찌감치 자신이 사라진 지붕 위 멍하니 보고 있는 사병들 내려다보는 일지매.. 영웅의 포스 느껴지는...

일지매 여유있게 미소로 씨익 웃는.

- 제 14부 끝 -
























첨부파일 일지매14회.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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