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구두] 19 - 흔들리는 마음 (上)
1. S# 오피스텔 안. N
오려진 기사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박귀중의 떨리는 시선.. 그 때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멈칫 놀라는 박귀중, 돌아보면
안으로 들어서는 재혁. 들어서다가 멈칫.. 멈춰 서서 박귀중을 본다.
박귀중에게 들려있는 일기장과, 다른 한손에 들려있는 사진..
재혁, 무섭게 표정 굳어서 보더니.
재혁 : 뭡니까 박기사님. 지금 내 집에서 뭐하는 겁니까!
박귀중 :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본다)
재혁 : 뭐하는 거냐 구요!!
박귀중 : 당신이.. 당신이 정말 장회장님 손자분이십니까?
재혁 : ! (무서운 시선으로 노려본다)
박귀중 : 정말로 장회장님 손주 분 맞습니까? (본다)
재혁 : (어금니를 꾹 문다. 물면서 노려보는 시선에서)
2. S# 김필중의 서재. (밤)
두 손을 뒤짐 진 채 서성이는 김필중의 모습,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면.
3. S# 재혁의 오피스텔. N
소파에 앉아 있는 박귀중과 재혁.
재혁, 시선 외면한 채 앉아있고 박귀중은 그런 재혁을 감회가 새롭게 바라본다.
박귀중 : (재혁을 본다. 보며) 돌아가신 장회장님하고 참 많이 닮으셨습니다.
재혁 : ...
박귀중 : 태희 양하고 처음 회장님 댁에 들어오셨을 때도 잠깐 그런 생각을 했었죠. 장회장님과 참.. 많이 닮은 아이구나 하구요.
재혁 : (시선 마주치지 않은 채 싸늘하게) 회장님이 보내신 겁니까.
박귀중 : 그렇습니다.
재혁 :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박귀중 : 글쎄요. 워낙 심중이 깊으신 분이니..어디까지 짐작하고 절 여기로 보내셨는지 저도 잘 모릅니다.
저야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아직 장회장님 손주 분이라는 사실까진 모르고 계실 겁니다.
재혁 : 그럼 이제 내가 누군지 곧 알게 되겠군요. 박기사님이 가서 보고 드릴 테니까요. 그렇죠?
박귀중 : 왜.. 이런 사실을 숨겨온 겁니까.
재혁 : 우리 할아버지를 아신다, 그랬죠. 그럼 우리 할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도 알고 계시겠군요.
만약 내가 누구라는 걸 알았다면 김회장이 과연 날 그냥 내버려뒀겠습니까?
박귀중 : 그럼..
재혁 : (OL) 네. 그래요. 나는 김회장을 치러 돌아온 겁니다. 내 할아버지가 뺏기고 당한만큼.. 그대로 돌려줄 생각이예요.
박귀중 : 두 분 회장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 같은 사람이야 깊은 내용까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건 옳지 않습니다. 의미 없는 싸움이예요.
재혁 : (분노에 차서) 김회장이 먼저 시작한 싸움입니다. 김회장이 우리 할아버질 죽게 만들었다 구요!
박귀중 : 그래도 회장님은 장팀장한테 은인이십니다. 힘들 때 거둬주셨구 유학까지 보내주셨구
이젠 회사에서 중요한 직책까지 맡겨주셨잖습니까.
재혁 :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당연히 나한테 올 혜택들이었습니다.
박귀중 : 태희 양을 생각하셔야죠.
재혁 : (그 말에 멈칫.. 본다)
박귀중 : 재혁 군이 김회장님을 상대하게 되면 가장 상처받는 건 태희 양이 될 겁니다. 아시잖습니까.
재혁 : 태희를 이 일에 끌어들일 생각은 없습니다. 태희가 다치는 건 나도 바라지 않아요.
박귀중 : 김회장님을 쓰러뜨리면 태희 양도 같이 다친다는걸 왜 모르십니까!
재혁 : 태희한텐.. 나중에 전부 다 말할 겁니다. 내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전부 설명할거예요.
그런 다음 태희한테 받을 죄는.. 내가 다시 받으면 됩니다.
박귀중 : 그래서 돌아오는 게 뭡니까.
재혁 : 할아버지의 복수요.
박귀중 : 돌아가신 장회장님께서 정말로 복수를 바라고 계실까요? 제가 아는 장회장님이라면 그렇지 않을 겁니다.
손주 분이 이렇게 살아온 것에 대해 오히려 가슴 아파 하셨을 겁니다.
재혁 : (그 말에 본다. 보면)
박귀중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회장님과의 싸움을 그만두세요.
재혁 : (본다. 보더니) 그럴 수가 없어요. 할아버지 돌아가시구 이십년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김회장을 쓰러뜨리는 생각만 하며 살아왔어요. 그걸.. 이제와 멈출 수는 없어요.
멈추고 싶어도.. 멈춰지지가 않아요. (보면)
박귀중 : (본다. 그러더니 안타까운 한숨.. 그러더니) 그렇다면 저도 어쩔 수가 없군요. 이건 제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앞에 있는 낡은 일기장을 집어 들더니)
재혁 : (멈칫.. 돌아보면)
박귀중 : 장회장님을 존경했지만.. 김회장님도 저한텐 소중한 분입니다. 그 분을 보필하고 지켜드리는 게 제 임무고 책임이지요.
재혁 : (보면)
박귀중 : 복수를 멈추지 않겠다면 나도 이걸 회장님께 보여드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회장님께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나도 끝까지 입을 다물 겁니다.
재혁 : (본다)
박귀중 : 잘 생각해보십쇼.
그러더니 박귀중 어린 재혁의 가족사진 한 장만을 남겨놓은 뒤 일기장만을 들고 일어선다.
그대로 재혁을 지나쳐 밖으로 나가면.
4. S# 오피스텔 건물 앞. N
일기장을 들고 밖으로 나오는 박귀중, 마음이 무겁다. 돌아보는 시선에서.
5. S# 재혁의 오피스텔. N
그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재혁, 천천히 시선을 돌려 덜렁 한 장 남겨진 사진을 바라본다. 시선위로.
어린재혁 : 할아버지! 할아버지!
6. S# <회상> 낚시터. - 모노톤. D
어린재혁(9살) 고개 들어 보면 낚시 줄을 드리우고 앉아있는 장회장의 옆모습..
어린재혁 : 할아버지, 사람은 왜 나이를 먹어요?
장회장 : 살아온 만큼 지혜롭고 마음이 넓어지라고 나이를 먹는 거지.
어린재혁 : 나이를 먹으면 슬프지 않아요?
장회장 : 헛되이 살았다면 슬프겠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한텐 휴식 같은 기쁨이 있단다.
어린재혁 : 으응..
장회장 : 사람한테는 나름대로 다 태어난 이유가 있는 거란다. 그걸 찾아가는 게 바로 인생이지.
어차피 한번 뿐인 인생.. 다른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니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살도록 해.
그래야 나중에 늙어서도 슬프거나 후회가 남지 않는 거다. 알겠니?
어린재혁 : (본다. 조금은 이해 못하겠지만 고개를 끄덕이는데)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검은색 고급승용차.
어린 재혁과 장회장, 돌아보면 차에서 내려서는 김필중 회장(중년의 모습), 장회장을 본다. 시선에서.
7. S# 실내(낚시터 별장 같은 분위기) 모노톤. N
쿠르릉.. 나즈막히 울리는 천둥소리와 이따금 치는 번개..
문틈으로 빠꼼히 들여다보는 어린 재혁 장회장은 등진 모습, 김필중의 얼굴이 선명히 보인다.
김필중 : 싸인하게. 여기에 싸인만 하면.. 자네 회사는 살릴 수 있어.
장회장 : 모든 게 처음부터 자네가 꾸민 짓이었지? 내 회사를 가로채기 위해 자네가 벌인 짓이었어.
김필중 : 사업은 냉정한 거야. 자네처럼 감정에 치우치는 사람한텐 어울리지 않는 세계지.
장회장 : 이런 천하에 도둑놈 같으니..
김필중 : 자네 회사에 몸을 담고 있는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생각해. 자네가 나한테 회사만 넘기면
그 사람들은 직장을 잃지 않아도 되는 거야.
장회장 : (부들부들 떠는 손.. 그러더니 어느 순간 턱.. 떨어지는 어깨)
앞에 있는 펜을 오른손으로 집는다. 그러더니 왼손으로 집어 들어 싸인을 한다. (*재혁과 똑같은 버릇)
어린 재혁, 문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본다.
김필중, 그 다음 장, 그 다음 장 계속 서류를 넘기면 그 위로 계속 싸인하는 장회장.
싸인을 다 받은 뒤 서류를 집어 드는 김필중.
김필중 : 훌륭한 결정이었네. 회사를 위해서나 자넬 위해서나. (조소..) 그럼 잘 쉬게.
그러더니 그대로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
어린 재혁, 뒤로 물러서서 보면 김필중, 어린 재혁에겐 관심도 두지 않고 지나쳐간다.
그 때 쿵! 하고 장회장 심장을 움켜쥐며 쓰러진다.
어린 재혁, 놀라서 돌아본다. 얼른 뛰어가 흔들며.
어린재혁 : 할아버지! 할아버지 왜 이래? 어디 아퍼? 어? 눈 떠 봐아! 할아버지이! 할아버지이!!!
(쓰러진 장회장을 부둥켜안고 울부짖는데서)
8. S# 재혁의 오피스텔. N
창밖으로 쿠르르릉! 번쩍! 하고 천둥번개가 내리친다.
말없이 사진을 내려다보는 재혁의 두 눈시울이 붉어진다. 움직이지 않고 사진을 바라보는 재혁의 모습..
창밖으로 쏴-아!! 쏟아지는 빗줄기..
9. S# 김필중의 서재. N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내다보는 김필중. 그 뒤로 조용히 들어서는 박귀중.
박귀중 : 회장님 다녀왔습니다.
김필중 : (뒷짐 진채 돌아본다) 어. 그래 왔나. (보며) 뭣 좀 찾아낸 게 있나?
박귀중 : (본다. 그러더니 시선 떨구며)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김필중 : 아무것도?
박귀중 : ...네 회장님. 의심이 갈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김필중 : 그런가?
박귀중 : 네.
김필중 : 그렇구만. 하긴.. 내가 너무 앞서 넘겨 짚은 건지도 모르지.
이제 나도 나이가 든 모양이야. 쓸데없는 노파심부터 드는걸 보니.
박귀중 : ... (송구함으로 어쩔 줄 모르면)
김필중 : (다시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더니) 비가.. 참 시원하게 내리는구만.
박귀중 : (고개 들어 본다. 시선에서)
10. S# 일식풍 술집 안. N
입구에 우산을 들고 들어서는 선우.
종업원 우산을 받아주면 선우, 꾸벅 인사하며 옷의 물기를 털며 두리번두리번 안으로 들어온다.
저쪽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재혁의 뒷모습.. 술잔을 앞에 놓은 채 쓸쓸히 담배연기를 날린다.
그 옆으로 다가와 앉는 선우.
선우 : 팀장님..
재혁 : (돌아본다. 벌써 술이 얼큰이 취해있는) 왔어요? 내가 또 늦은 시간에 불러냈군요.
선우 : (본다. 보더니) 술을 많이 드셨나 봐요?
재혁 : 선우 씨도 한잔 할래요?
선우 : 아니요. 집에 어른들 계셔서 밤늦게 술 냄새 풍기구 들어가는 거 좀 그래요.
개인적으로도 술 마시고 취하는 거 별루 안 좋아하구요.
재혁 : 재미없는 아가씨군. (자조적으로 픽 웃더니 자기 술잔에 자기가 채운다) 아직두 비가 많이 와요?
선우 : 네. (보며) 비 내리는 거 좋아하세요?
재혁 : 아뇨. 난 비를 싫어해요. 비가 오면 싫은 기억이 떠오르거든요.
선우 : 싫은 기억이요?
재혁 : 어렸을 때.. 할아버지하고 단둘이 낚시를 간적이 있었는데 그 날 밤 비가 아주 많이 내렸죠.
근데 할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쓰러지신 거예요. 병원이며, 119며 연락할 수 있는 곳엔 전부 전화했지만
아무도 우리가 있는 곳까지 오지 못 했어요.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물이 불어버렸거든요.
선우 : (어머.. 본다)
재혁 : 차갑게 식어버린 할아버지 옆에서.. 나 혼자 밤새 지키고 있어야 했어요. 밤새 비 내리는 소릴 들으면서 나 혼자 말이예요.
그 때 난.. 겨우 아홉 살이었어요.
선우 : 혼자.. 무서우셨겠어요.
재혁 :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더 무서웠죠. 할아버진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아무 것두..
선우 : 과거에 너무 자신을 묶어두지 마세요. 그러기에 팀장님은 너무 젊구 또.. 유능하신 분이세요.
재혁 : 내가.. 그래 보여요?
선우 : 그럼요. 항상 자신감 넘치구 팀장님만 있으면 안 되는 것두 다 될 것처럼 보여요.
재혁 : (씁쓸한 미소. 그러더니) 그런 내가 하루아침에 회살 그만두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 버린다면 어쩔래요?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고 아무런 보장도 할 수 없게 돼 버린 다면요.
선우 씨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사람이 되 버린다면요. 그래도 선우 씨.. 나 계속 만나줄 수 있어요?
선우 : (본다. 보더니) 저는.. 처음부터 팀장님한테 뭘 바랬던 적.. 한 번도 없었어요. 모르셨어요?
재혁 : (멈칫.. 보면)
선우 : 팀장님이 저한테 베풀어주신 호의, 친절..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해요. 더군다나 저한테 일자리까지 주시구..
아마 평생토록 갚아도 그 고마움 다 갚지 못할 거예요. 그치만요. 그런 게 없었다해두 전 팀장님을.. (하다가 멈칫.. 보면)
재혁 : 나를..뭐요?
선우 : (본다. 당황..)
재혁 : 계속해 봐요. 나를.. 그 다음엔 뭡니까.
선우 : 아니예요 암것두. (시선 피하는데)
재혁 : 내가 대신 말해볼까요? (진지할 것! 웃음기 없는 얼굴로) 내가 선우 씨한테 끌리는 것만큼
사실은 선우 씨도 나한테 끌리고 있는 거죠? 나한테 그런 호감 없었다면 번번히 내가 만나 달라는 대로
이렇게 나와 주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죠?
선우 : (대답 없이 시선을 계속 딴 곳에 두면)
재혁 : 왜 자꾸 대답을 피하는 거예요? 그렇게 나한테 자신이 없어요?
선우 : 자신이 없는 게 아니예요.
재혁 : 그럼 뭐예요.
선우 : (보며) 팀장님 옆엔 다른 분이 계시잖아요.
재혁 : (멈칫.. 보면)
선우 : 김태희 씨.. 좋은 분이예요. 그런 분한테 상처 같은 거 주고 싶지 않아요.
더군다나 그 분한텐 팀장님이 전부예요. 그 분한텐 팀장님이 필요하다 구요. 아시잖아요.
재혁 : 하지만 나는 이선우 씨가 필요해요. 모르겠어요?
선우 : (본다. 보더니) 팀장님하고 전.. 아주 비슷한 데가 많아요... 가족이 없는 것두.. 외로운 것도 비슷하죠.
힘들면 힘들수록 더 강해지는 것도 비슷해요. 하지만 김태희 씬 달라요. 겉으론 강해보이지만..
사실 한번 상처받으면 끝도 없이 무너질 사람이죠.
재혁 : 왜 그렇게 태희한테 신경을 쓰는 겁니까. 선우 씨 친언니두 아니잖아요.
선우 :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저두. 그냥.. 그냥 그 분이 나 때문에 상처받는 게 싫어요.
재혁 : 선우 씨.. 왜 이렇게 바보 같아요? 평생 이렇게 남한테 양보만 하면서 살 작정이예요?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선우 : 팀장님이 알아주시면 되잖아요.
재혁 : (멈칫.. 본다. 보면)
선우 : (짐짓 웃음.. 그러나 어느새 고이는 눈물) 저한테 그러셨죠? 친구처럼 생각해도 좋다구..
그냥 가끔씩 이렇게 앉아서 바라봐주기만 해도 된 다구요.
재혁 : (안타까움으로 보면)
선우 : 힘들 땐.. 전화하세요. 친구 해드릴께요. 그리구 가끔씩 이렇게 앉아서 바라봐 드릴께요. 그걸로 전 충분해요.
재혁 : 난.. 선우 씨한테 항상 목말라 할 거예요. 바라보면 안고 싶어질 거구..
선우 씰 안게 되면.. 다시는 떠나보내기 싫을지도 몰라요.
선우 : (툭.. 떨어지는 눈물) 돌아가세요. 팀장님이 계시던 자리루..
재혁 : (본다. 보더니 손을 들어 그 눈물을 닦아준다)
선우 : (똑바로 재혁을 바라본다. 시선에서 dis)
11. S# 태희의 방. N
창가에 커피 잔을 들고 서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태희, 문득 전화기를 돌아본다.
다가와 수화기를 집어 드는 태희, 번호를 몇 개 누르다가 멈칫.. 고개 들어 잠시 생각하더니 그대로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나즈막히 한숨을 내쉬며 시선 돌리는데.. 울리는 핸드폰 벨.
태희, 멈칫.. 돌아본다. 받는다.
태희 : 여보세요? (듣다가 멈칫)
12. S# 일식풍 술집 안. N
급하게 안으로 프레임-인 되는 태희, 들어서면 저쪽 테이블 위에 혼자 엎드려 있는 재혁,
태희, 얼른 그 옆으로 다가서더니.
태희 : 저한테 전화주신분이 누구죠?
종업원 : 접니다. 어떤 여자 분이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셔서.. 그리루 연락을 드리라구 해서요.
태희 : 여자 분이요? (생각하는 시선... 그러면서 재혁을 돌아본다)
재혁 : (완전히 취해 잠이 들어있다)
태희 : (보는 시선에서)
13. S# 술집 앞. N
종업원들의 도움으로 재혁을 차에 태우면 운전석에 올라타는 태희, 옆자리에 잠든 재혁을 한번 돌아본다.
차를 출발시키면.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선우, 멀어지는 차를 본다. 물끄러미 멍하게 바라본다. 시선에서.
14. S# 재혁의 오피스텔. N
소파에 누워있는 재혁, 그 위로 무릎덮개를 덮어주는 태희의 손.
잠시 옆에 앉아 피곤한 듯 잠이 든 재혁을 본다.
그러다 문득 테이블위에 있는 재혁의 사진을 본다. 집어 들어 보는 태희..
할아버지와 함께 찍은 재혁의 어린 모습에 태희, 짐짓 옅은 미소.. 그러면서 잠든 재혁을 돌아보더니.
태희 : 너두.. 이렇게 웃을 때가 있었구나.
재혁 : ...
태희 : (본다.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한숨..)
15. S# 평창동 거실. N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이층으로 올라가려다 멈칫.. 바 쪽을 돌아본다. 시선에서.
바 앞. 그 앞에 술병을 따는 태희의 손. 마시고 술기운이 퍼지는 동안 잠시 눈을 감고 있는데.
현자 : 거기 누구야? 태희니?
태희 : (소리에 짐짓 반쯤 고개 돌려 그 쪽을 보면)
현자 : (가운을 여미며 다가서며) 문소리가 나서 나와 봤더니.. 밤늦게 어딜 다녀온 거야?
태희 : 그냥 잠깐 바람 쐬고 오는 길이예요.
현자 : 거기다 술까지.. (보며) 너 무슨 일 있는 거니?
태희 : 잠이 안와서 그래요. 한두 잔 마시고 푹 잘려 구요. (그러면서 또 한잔 따는데)
현자 : 왜? 요즘 너 회사에서 뭐 안 풀리는 일이라두 있는 거니?
태희 : 그런 거 없어요.
현자 : 그럼 남자 문제?
태희 : ...
현자 : 왜? 장재혁이가 자꾸 속 썩여?
태희 : 고모가 상관하실 일 아니예요. (마시려는데)
현자 : 천하에 김태희도 남자 앞에선 별수 없나보지?
태희 : (마시려다 멈칫.. 시선 주면)
현자 : 그런 녀석 땜에 속 썩구 고민할거 뭐있어? 아니다 싶으면 걷어차는 거야.
지금 당장은 그 사람 아니면 죽고 못 살 거 같어두 시간만 지나봐. 다 애들 불장난이구 하룻밤 꿈이지.
싹수 봐서 아니면 니 쪽에서 정리해버려. 그러는 게 피차 깨끗한 거야.
태희 : (하는데 탁! 술잔을 내려놓는다. 일어나 돌아서는데)
현자 : 정신 똑바루 차리구 살어.
태희 : (현자 옆을 지나다 말고 멈칫.. 돌아보면)
현자 : 이 세상에 사랑 같은 건 없어. 어차피 갈라서면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는 게 남자 여자야.
질질 끌 거 없어. 정에 연연해 매달릴 것두 없구. 고모하고 조카관계 떠나 여자 대 여자루 충고하는 거니까 내 말 새겨들어.
괜히 나처럼 신세 꼴사납게 만들지 말구.
태희 : (본다. 보더니 그대로 이층으로 올라간다)
현자, 돌아보더니 빠 앞으로 다가서서 태희가 남겨두고 간 잔의 술을 쭉 마신다. 한숨.. 조금은 쓸쓸한 시선에서.
16. S# 철웅의 집 마루. N
테이블위에 올려지는 낡은 일기장.
박귀중, 들여다보는 시선 영 심난하고 불편한 심기.. 한숨을 내쉬는데
그 때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선우.
박귀중 : (돌아보며) 어 선우 이제 들어 오냐? 늦었구나. (하면서 일기장 한쪽으로 내려놓으면)
선우 : 요 앞에 친구가 찾아와서 잠깐 만나고 들어오는 길이예요. (보며) 근데 아저씬 왜 아직 안 주무시구 계세요?
박귀중 : 그냥 이래저래 마음 쓰이는 일이 생겨서 잠이 안 오는구나.
선우 : 철웅이 때문에 또 걱정 되 그러세요?
박귀중 : 그렇지 뭐.
선우 : 너무 걱정 마세요 아저씨. 철웅이.. 절대로 아저씨 실망시켜드리는 일 없을 거예요.
박귀중 : 그래. 그럴 거라는 거 알면서두..어디 정둘 데가 없어 더 저렇게 밖으로만 도나 싶어 마음이 영 무겁구나.
선우 : (그 말에 본다. 시선에서)
17. S# 인수의 창고. N
창고 앞마당에서 소주에 삼겹살 구워먹으며 신문지 깔아놓고 거하게 한판 벌어진 분위기.
깡통의 개인기.. 깡패들 노래 부르고 박수치며 환호하는 가운데
인수, 시선을 돌려 한쪽을 돌아보면. 한쪽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철웅.
그 옆에 와서 앉는 인수.
인수 : 뭘 그렇게 깊게 생각하구 있냐? 애인 생각 하냐? 이선우라 그랬나?
철웅 : (겸연쩍게 웃음)
인수 : 왜. 애인하구 뭐가 잘 안 풀려?
철웅 : 여자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좋아하구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믿었는데.. 근데 그게 아닌가 봐요.
인수 : 남자여자 사이란 게 원래 그렇지. 한쪽만 일방적으로 좋다구 되는 건 아니니까.
철웅 : 사랑이.. 이렇게 복잡하구 어려운건지 몰랐어요.
인수 : (본다. 이 꼬마가 사랑으로 열병을 앓고 있구나.. 보면)
철웅 : (한숨으로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시선에서 dis)
18. S# 연웅의 방. N
화면 팬하면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철웅이 준 화분을 바라보는 선우. 그러다 시선 돌려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는 시선에서 dis.
19. S# 재혁의 오피스텔. N
화면 팬하면 누워 잠이 든 재혁의 얼굴.. 슬픈 꿈을 꾸는 듯 감은 두 눈이 촉촉이 젖어들고 있다. dis.
20. S# 태희의 방. N
화면 팬하면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의자에 힘없이 걸터앉는다.
태희의 시선에서 길게 fade-out. (사랑으로, 운명으로, 아파하는 네 사람의 모습들 교차)
21. S# 제하그룹 빌딩 앞.
다가와 멈춰서는 김필중의 차.
한쪽에서 수행원 두엇과 기다리고 있던 진상만, 다가서서 차문을 열어주면 안에서 내려서는 김필중.
그 뒤로 출근하던 재혁, 김필중을 보더니 멈칫.. 얼른 목례를 하면.
김필중 : 마침 잘 만났군. 그렇잖아두 할 말이 있었는데.. 내 방으로 좀 올라와.
재혁 : (멈칫.. 고개 들어 본다. 그러면서 박귀중 쪽을 보면)
박귀중 : (본다. 시선 돌린다)
재혁 : (시선에서)
22. S# 회장실.
김필중 :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신다)
재혁 : (조금은 긴장한 채 김필중의 기색을 살피는데)
김필중 : 어제 밤 샜나? 안색이 안 좋구만.
재혁 : 일이.. 좀 있었습니다.
김필중 : 아무리 젊어도 무리하면 축나게 돼 있어. 건강할 때 지켜. 늙고 고장 난 뒤에 후회해도 소용없어.
재혁 : 네 회장님. (보며) 근데.. 하실 말씀이..
김필중 : 허허 할 말을 무슨.. 그냥 차나 한잔 하자고 부른 거지. 왜? 나하구 있는 게 불편한가?
재혁 : (본다) 아닙니다, 회장님.
김필중 : 자네한텐 항상 고약만 떨었으니 불편두 하겠지.
재혁 : ...
김필중 : 나는 평생을 일하고 회사 밖에 모르고 살았어. 그래서 이런 차 한 잔의 여유가 얼마나 소중하고 기쁜 건지
이 나이가 되서야 겨우 알게 됐지. 지나고 나면.. 다 헛되고 덧없는 욕심인데..
나는 그 욕심 때문에 아들을 잃었구.. 친구까지 잃었어.
재혁 : (멈칫.. 고개를 들어 김필중을 보면)
김필중 : (한숨 섞인 소리로) 그 두 가지 일은.. 아마 죽는 날까지 내가 지고 갈 짐이 될 거야.
재혁 : (그 말에 본다. 보면)
김필중 : (웃음.. 그러더니 나즉히 잦은 기침을 두어번 한다)
재혁 : (멈칫.. 보면)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김필중 : 괜찮아. 괜찮아. (한쪽에서 약을 꺼내며) 이젠 천하에 김필중이도 한 물 갔어.
이런 쬐그만 알약한테까지 신셀 짓고 살게 됐으니.. 허허. (하면서 약을 꺼내 입안에 넣는다)
재혁 : (본다. 오늘따라 김필중 회장이 참 많이 늙어 보인다. 시선에서)
23. S# 회사 일각.
맥이 풀린 듯 한쪽으로 쭉 걸어오는 재혁, 잠시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본다.
내가 정말로 저 노인을 쓰러뜨려 뭘 하려는 걸까..나즈막히 한숨...
그 뒤로 지나가던 태희, 멈칫.. 재혁을 본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24. S# 재혁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재혁과 그 뒤를 따르는 오한영.
오한영 : 출근이 많이 늦으셨군요. 어젯밤 과음하셨습니까?
재혁 : (서류가방을 한쪽에 놓더니 창가 쪽으로 다가가 창밖을 본다)
오한영 : (? 본다. 보더니)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이라도..
재혁 : 계획에 약간 차질이 생겼어.
오한영 :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구요?
재혁 : 박기사가 알아버렸어.
오한영 : 네?
재혁 : 회장님 운전하는 양반 말이야. 예전에 우리 할아버지 밑에서 잠깐 일한 적이 있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가져갔어.
오한영 : (싸늘해지며 놀란다)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재혁 : 내가 아무 짓도 안한다면 입을 다물어준다더군.
오한영 : 그래서요.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재혁 : 잠시.. 일보 후퇴하는 게 어떨까 싶어.
오한영 : 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시점이잖습니까. 팔백만주를 사들이기엔 이만한 기회는 없을 겁니다.
더군다나 다음 달 인수합병까지 끝나버리면.. 그 땐 이미 늦습니다.
재혁 : (잠시 간격을 두더니 자조적으로) 이렇게 해서 김회장을 쓰러뜨리면.. 정말 기쁠까?
오한영 : (멈칫.. 보더니) 어쨌든 김필중이라는 산을 넘어야 제하통신을 손에 쥘 수 있잖습니까.
재혁 : 그래서 그 다음엔.
오한영 : 네?
재혁 : 그 다음은 또 뭐지?
오한영 : 제하그룹이죠. 그 다음엔 팀장님이 제하그룹의 총수가 되는 겁니다.
재혁 : ...
오한영 : (보면)
재혁 : (나즉히 한숨을 내쉬더니) 이인수한테 연락해. 제하통신 주식 매입하는 거..당분간 중단하라구.
오한영 : 팀장님!
재혁 : 어쨌든 박기사가 내 할아버지 일기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조심하는 게 좋아.
여기서 무리수를 두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까.
오한영 : 그 문제라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재혁 : 아니.. 내가 알아서 할거야. 그러니까 자넨 가서 이인수한테 연락부터 해.
오한영 : (본다. 인정할 수 없는 시선에서)
25. S# 신사업팀 사무실.
재혁의 방에서 나오는 오한영, 재혁의 방을 돌아본다. 보더니 자리로 돌아온다.
잠시 생각하더니 수화기를 집어 든다. 들고 나즉히.
오한영 : 오한영입니다. 장팀장님께서 전하라는 말씀이 계셔서요. (본다. 간격을 두고 보더니) 우리 일에 중단은 있을 수 없으니
계획대로 밀고 나가달라 구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셨습니다. 네. (싸늘한 시선에서)
26. S# 남대문시장 뒷골목 일각. D
프레임-인 되는 깡통의 얼굴. 그 옆으로 쓱 나타나는 철웅의 얼굴.
그들이 보는 저편으로 멈춰서는 고급 승용차. 상불파 깡패들의 호위를 받으며 차에서 내려서는 키작은 사내.
깡통 : 저 사람이다. 저 사람이 바로 대장이 말한 그 큰손인기라.
예우를 지켜가 모셔 오라켔는데 똘마니 자슥들이 많이 붙었네. 우짤까? (하는데)
철웅 : (성큼성큼 걸어 나간다)
깡통 : 아야! 니 작전도 안세우고 그래가모 우짜노! (하는데)
철웅 : (달려드는 쌍불파 깡패들을 퍽! 퍽! 때려눕힌다)
깡통 : 아 저 자슥! (뒤에 있는 패거리들을 보며) 아그들아 뭐하노. 내를 따르라! (하더니 달려든다)
우르르 달려드는 깡패들, 철웅을 도와 쌍불파 깡패들을 제압하는 가운데
깡통, 맞을 거 같으면 재빨리 철웅의 뒤로 숨는다.
철웅, 깡통한테 달려드는 깡패를 때려눕힌다.
깡통 : 자슥. 쌈도 못함서 누구한테 댐비노 댐비길. (하면서 쓰러진 쌍불파 깡패를 툭! 걷어찬다)
철웅 : (큰손을 돌아본다) 어이. 당신이 남대문 큰손이요?
큰손 : (표정하나 까딱 안하고 보면)
철웅 : 같이 좀 가줘야겠수다. (보면)
27. S# 인수의 창고 앞.
와서 멈춰서는 큰손의 자가용과 패거리들 봉고차. 봉고차에서 내려서는 철웅와 패거리들.
깡통, 승용차에서 큰손과 함께 내리면 그 앞으로 마중을 나오는 인수.
인수 : 이런 데까지 오게 해서 죄송합니다. 우리 애들이 무례를 범하지 않았는지 모르겠군요.
큰손 : (불쾌함이 역력해서 쳐다본다) 나한테 대체 무슨 볼일이요.
인수 : 우선 안으로 들어가시죠. (그러면서 먼저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간다)
큰손 : (쳐다본다. 따르면)
철웅 : (본다. 별로 재미없는 표정, 시선 돌리면)
28. S# 인수의 사무실.
테이블위로 내밀어지는 서류가방.
열어 보이면 그 안에 재혁이 인수한테 넘겼던 유가증권이며 부동산 서류 같은 것들이 들어있다.
인수 : 돈은 삼일 안으로 세 번에 나눠서 넘겨주시면 됩니다.
큰손 : (서류가방을 덮더니) 나는 이런 돈세탁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요.
인수 : 우릴 적으로 만들어서 좋을 게 없을 텐데요.
큰손 : 날 협박하는 거요?
인수 : 흥정을 하자는 겁니다.
큰손 : 흥정?
인수 : 쌍불파 쪽 애들과 손잡고 있는 거 압니다만.. 그런 녀석들을 믿고 있다간 언제 큰 봉변을 당할지 아무도 장담 못합니다.
오늘 만해도 우리 쪽 애들을 전혀 막지 못했잖습니까.
큰손 : (보면)
인수 : 앞으론 우리가 보호해 드리죠. 어쩌시겠습니까.
큰손 : (본다. 서류가방을 쳐다본다)
인수 : (보는 시선에서)
29. S# 인수 창고 앞.
가방을 들고 나오는 큰손.
인수 : 살펴가십쇼.
큰손 : (표정이 완전히 풀려) 이사장. 돈은 곧바로 보내도록 하겠소. 다른 사업에 관한 자세한 얘기는 따로 만나서 합시다.
인수 : 그러시죠.
큰손, 차에 올라타면 깡패1, 운전석에 올라타 차를 출발시킨다.
깡통 : 대장아. 얘긴 잘 됐나.
인수 : 그럭저럭.
깡통 : 그나저나 장재혁이가 갑자기 너무 서두는 거 아이가. 내는 왠지 쫌 불안하다 대장아.
인수 : ...
깡통 : 마, 대장은 너무 깊게 관여 안하는 게 좋을 듯 싶은데. 솔찍히 머리에 먹물든 자슥들.. 지들 필요에 따라
친구고 뭐고 없는 자슥들 아이가. 이러다가 만에 하나 지한테 불리하면 대장까지 팔아묵을지 누가 아노.
인수 : 장재혁은 그런 놈이 아니야.
깡통 : 암튼 내는 그 자식이 맘에 안 드는기라.
인수 : 꼬마는?
깡통 : (턱으로 한쪽을 가리킨다)
인수 : (돌아보면)
한쪽에서 앉아 오른팔을 조금씩 움직여 보는 철웅.
인수 : (보더니) 차키 어딨냐.
깡통 : (? 보더니 주머니에서 차키를 꺼내 내밀면)
인수 : 어이 꼬마!
철웅 : (? 보면)
인수 : (차키를 던진다)
철웅 : (?해서 보더니 얼른 한손으로 받는다. 보면)
인수 : 가서 기분 전환 좀 하구 와라. 애인이랑 데이트를 하든가 드라이브를 하든가.
깡통 : 그 비싼 차를 꼬마자슥한테 내준다 그 말이가 지금? 그러다 기스라도 내면 우짤라꼬.
인수 : 됐어. 꼬마한테 용돈이나 좀 줘서 보내라. (들어가면)
깡통 : 아, 참말로.. 우째 꼬마만 그래 이뻐 하는데! (보면)
철웅 : (본다. 차 키를 들어 보며 픽 웃음. 돌아보는데서)
30. S# 평창동 집 앞.
프레임-인 되는 오산댁과 황국도. 쪽지에 적힌 주소를 보며 집을 둘러본다.
오산댁 : 이 집이 맞나?
황국도 : (주소 확인하며) 주소는 이 집이 맞는디. 워메. 뭔 집이 이렇게 크다냐. 대문짝이 꼭 우리 집 안방만허네.
오산댁 : (살펴보면)
황국도 : 그나저나 승희 고것이 지랄 안할러나 몰러. 전화연락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불 혔는디
우리가 여기까정 찾아온 거 알면 난리가 날거인디.
오산댁 : 내 눈으로 내 딸년 어떻게 사는지 확인하러 왔다는데 누가 말려.
황국도 : 그야 그렇지만서두.
오산댁 : 그러지 말구 벨이나 눌러.
황국도 : 내가? 아이구 손 떨려. 자네가 눌러.
오산댁 : 자기가 누르라니까.
하는데 그 뒤로 다가와 멈춰서는 현자의 차.
안에서 쇼핑백을 들고 내려서다가 대문 앞에서 옥신각신하는 황국도와 오산댁을 본다.
현자 멈칫해서 보더니.
현자 : 거기 누구세요?
오/국 : (동시에 돌아본다. 보면)
현자 : (? 본다. 왠 떨거지들인가 싶어 보는 시선에서)
31. S# 평창동 거실.
예산댁 문을 열어주면 안으로 들어서는 현자, 흘끗 뒤를 돌아보더니 신발 벗고 안으로 올라온다.
그 뒤로 쭈뼛쭈뼛 따라 들어오는 황국도와 오산댁.
예산댁 : 누구..신지..
현자 : 올라가서 윤희 내려오라 그래요.
예산댁 : 네? 윤희양이요?
현자 : 손님들 왔으니까 어서 내려오라 그러라 구요.
예산댁 : (본다. 보더니) 네에. (이층으로 올라가면)
실내를 돌아보는 황국도와 오산댁, 떡 벌어지는 입, 휘둥그레지는 두 사람의 표정..
현자, 돌아본다. 눈 떠주고 못 봐주겠네 하는 표정이더니 쇼핑백 들고 자기 방으로 휑하니 들어간다.
오산댁 : (보더니 살짝) 저 여자가 고모라는 여잔가 봐.
황국도 : 어메. 나는 영화배운 줄 알었네. 참말로 곱네 고와. 이?
오산댁 : 뭐어? (흘낏 째리면)
황국도 : (딴청) 어따 왠 마루가 이렇게 넓댜? 백미터 달리기 해두 되겄네.
오산댁 : (흘겨보는데서)
32. S# 승희의 방.
승희 : (돌아보며) 뭐라 구요? 누가 왔다 구요?
예산댁 : 윤희양 손님이래. 어떤 남자분하구 여자분이든데..
승희 : (본다. 불길한 시선에서)
33. S# 평창동 거실.
이층에서 내려오는 승희와 예산댁.
승희, 내려오다 말고 멈칫.. 보면. 소리에 돌아보는 황국도와 오산댁.
오산댁 : 아이구 승희야! (반갑게 보면)
승희 : (슬쩍 예산댁의 눈치를 보더니) 어.. 여긴 어쩐 일이세요?
오산댁 : 아이구 어쩐 일은 뭐가 어쩐 일이야 이것아.. (하는데)
황국도 : (얼른 옆구리 찌르면)
오산댁 : (응? 보다가 그제야 교양 있는 척) 어어.. 어어. 그냥 니가 어찌 지내나 걱정이 되서 와봤지이.
저번 날 너 우리 집에 와서 자구 간 뒤로 통 연락두 없구.. 그래서 걱정이 되잖니.
황국도 : 참말이여. 아줌니랑 내가 월매나 걱정이 많았다고.
오산댁 : 아우우. 그나저나 집이 참 좋다아. 이런 집은 얼마나 하나? (둘러본다)
황국도 : 그러기. 돈 좀 쬐까 들였겄고마이. (괜히 거드름)
예산댁 : (어이없는 표정으로 픽 웃으면)
승희 : (창피해죽겠다. 시선 돌리면)
오산댁 : 얘 니 방은 어디니? 어디 니 방 구경 좀 하자. 응?
예산댁 : 그래. 손님들 이층으로 모시구 올라가. 마실 거 갖구 올라갈게. (그러면서 주방 쪽으로 가면)
승희 : (못마땅한 시선으로 오산댁과 황국도를 본다. 시선에서)
34. S# 승희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오산댁과 황국도. 입이 딱 벌어지는 두 사람.
승희, 뒤에서 쿵! 문을 닫고 보면.
오산댁 : (눈치 없이) 어머나, 어머나! 이게 진짜루 승희 니 방이냐?
황국도 : 이야. 너 참말로 출세혔다. 워메에.. (둘러보면)
승희 : 제정신이야 엄마? 집까지 찾아오면 어쩌자는 거야 대체! 나 피 말라 죽는 꼴 보구 싶어?
오산댁 : 이 년아. 너 그렇게 술 취해 찾아와 울구불구 난리를 떨구 갔는데 걱정이 안 돼?
승희 : 아무 일 없다 그랬잖아 내가.
오산댁 : 그래두 내 눈으루 너 어떻게 사는지 확인하기 전엔 어디 맘을 놀 수가 있냐구.
황국도 : 암만. 암마안. 이렇게 와보니께 맘도 놓이구 얼마나 좋으냐.
승희 : 내가 미쳐 두 사람 땜에 증말! (하는데)
똑똑똑.. 얼른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세 사람.
예산댁, 안으로 들어와 고급쟁반에 과일과 음료를 놔준다.
오산댁 : (거만 떨며) 아이구. 수고가 많으시네요. 이 집 식모신가?
예산댁 : 네? (순간 불쾌.. 보면)
승희 : 고마워요. 아줌마.. 그만 내려가 보세요.
예산댁 : (흘끗 보더니 나간다. 문 닫히면)
승희 : 식모가 뭐야. 식모가.
예산댁 : 아니 그럼 식모 보구 식모라 그러지 식모님 이라구 그러냐?
승희 : (기막혀 허.. 보는데서)
35. S# 평창동 거실
이층에서 내려오는 예산댁, 쾌해서 한번 돌아보면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현자.
현자 : 그 사람들 어디 갔어요?
예산댁 : 네. 지금 윤희 양 방에 올라갔어요.
현자 : 이젠 저런 떨거지들까지 집안출입을 다 하구..정말 동네 챙피해 못살겠네. (하면서 소파 쪽으로 오는데)
자지러지는 오산댁과 황국도의 웃음소리.
동시에 돌아보는 현자와 예산댁. 현자, 기막혀 쳐다보는 시선에서.
36. S# 서준의 레스토랑.
쨍그랑! 또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접시와 유리컵.
돌아보는 손님들한테 인사하며 얼른 구부리고 앉아 깨진 접시를 줍는 연웅, 서둘러 줍다가 아야! 손가락을 벤다.
어우... 피난 손가락을 얼른 손으로 잡으며 지혈하는데.
서준 : (뒤로 지나다 보더니) 어? 연웅 씨 왜 그래요?
연웅 : (흘끗 보더니) 암것두 아니예요. (하면서 손을 숨기는데)
서준 : 손가락 다쳤어요? 어디 봐요.
하면서 연웅의 손을 억지로 빼내서 보면 피가 나는 손가락과 그 옆으로 여기저기 붙어있는 반창고.
서준 : 어디 전쟁터 나갔다 왔어요? 손이 왜 이모양이예요? 이게 다 깨진 접시 땜에 생긴 상첩니까?
연웅 : (슬쩍 시선 돌리면)
서준 : (어이없이 웃더니) 일어나요.
연웅 : (? 보면)
37. S# 바 앞 일각.
나란히 의자에 앉아 구급약품을 열어놓고 연웅의 베인 손가락을 처치해주는 서준.
서준 : 여자 손이 이렇게 흉터투성이면 곤란한데. 이러면 시집갈 때 지장 있다 구요.
연웅 : 이딴 것 땜에 결혼안하는 남자면 볼장 다 본거죠. 그런 집에 나두 시집갈 맘 없어요.
서준 : (흘끗 보더니) 그래도 시집은 가고 싶은 모양이네.
연웅 : 그럼. 시집 안 가구 싶은 여자두 있어요? 이래 뵈두 나, 일단 순정을 바쳤다하면 일편단심 민들레예요. 이거 왜 이래요?
서준 : (씩 웃더니) 그래요? 어쨌든 그 말을 들으니 좀 안심되네. 난 또 시집 안가고 혼자 늙어죽는다 그럴까봐 걱정했는데.
연웅 : (? 보는데 서준이 연고를 바르자 아! 소리친다)
서준 : 아파요? (보더니 후우.. 하고 입으로 불어준다)
연웅 : (순간 스멀스멀하는 기분..자기도 모르게 얼른 손가락을 빼내면)
서준 : (? 본다. 보더니) 왜 그래요?
연웅 : (확 얼굴이 빨개진다. 시선 돌리면)
서준 : (픽 웃음) 반창고 붙여야 해요. 손가락 이리 내요.
연웅 : (본다. 보더니 다시 쭈뼛쭈뼛 손가락 내밀면)
서준 : (표정 없이 정성스럽게 반창고를 붙여준다)
연웅 : (그런 서준의 얼굴을 흘끔 본다. 거.. 기분 묘하네.. 시선에서)
38. S# 남자 옷가게.
프레임-인 되는 수탁의 얼굴. 매장 안을 둘러보는데
점원이 “이쪽으로 와서 거울 보세요.” 하는 소리에 돌아보면 프레임-인 되는 철웅, 양복을 쫙 빼입고 있다.
수탁, 자기가 더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본다.
철웅 : (거울에 비춰본다. 보더니 영 맘에 안 드는 표정) 수탁아. 좀 이상하지 않냐?
수탁 : 글쎄.. 그게.. (하는데)
철웅 : 그렇지? 영 쪼다 같지?
수탁 : 예 좀.. (허허 웃는데)
점원 : 어머. 너무 근사하구 잘 어울리세요. 여자친구분이 너무 좋아하시겠어요.
철웅과 수탁, 서로 시선 마주친다. 썰렁해진 표정에서.
39. S# 옷가게 앞.
밖으로 나오는 수탁과 철웅.
수탁 : 그 옷 입구 어디 가실 건데요.
철웅 : 어디가긴. 선우한테 가는 거지. (차키 던져주며) 운전해라. (하면서 차 쪽으로 걸어가면)
등 뒤에 그대로 달랑달랑 붙어있는 가격표.. 수탁, 어이없이 픽 웃는데서.
40. S# 제하그룹 전경.
41. S# 재혁의 사무실.
똑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재혁, 다른 생각에 잠겨 있다가 돌아본다.
태희 : 어제 회의내용 보고섭니다. (재혁의 책상 앞에 놔주면)
재혁, 서류를 건성으로 훑어본다.
태희, 그런 재혁을 바라본다. 보다가.
태희 : 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 물어 봐두 돼?
재혁 : ... (서류만 쳐다본다)
태희 : 그렇게 취해서 엉망인 모습 처음 봐. 너.. 왠만한 일로는 그렇게 흐트러지지 않잖아. 무슨 일이니?
재혁 : (순간 서류를 덮는다) 답답하다. 우리 밖으로 나갈까?
태희 : (본다)
42. S# 회사 공원 일각.
나란히 걸어오는 재혁과 태희.
재혁 : 이번에 니가 낸 무선인터넷 시안이 실용화가 되면.. 무선인터넷 시장 점유율을 뒤집을 수도 있을 거야.
태희 : 나두 그럴 거라구 봐.
재혁 : ...
태희 : (본다. 보더니) 근데 너.. 무슨 일이야? 많이 지쳐 보이구 힘들어 보여.
재혁 : 그냥.. 요즘 좀 그래. (앞만 보고 걸으면)
태희 : 어젯밤.. 전화 받구 바에 갔었어. 너하구 같이 있던 어떤 여자가 내 전화번호를 가르쳐 줬다드라.
(보며) 같이 있던 여자.. 이선우 씨 맞지?
재혁 : ... 그래.
태희 : 너희 두 사람 일이면 둘이 해결하지.. 왜 나까지 끼어들게 만드니. 나.. 너 뒷처리 담당 아니잖아.
재혁 : 그래. 아니지.
태희 : (간격. 감정 없이 담담하고 조용하게) 두 사람..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 거니.
말해줘. 나 그 정돈 들을 권린 있다고 생각해.
재혁 : (그 말에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태희 : (같이 멈추고 보면)
재혁 : 그래. 맞는 말이야. 나도 이렇게 시간 끄는 거.. 너한테 못할 짓이야.
태희 : (일순 긴장해 보면)
재혁 : (보며) 나.. 이선우 좋아해. 너하고는 아주 많이 다른 느낌으로 좋아해.
태희 : !
재혁 : 그 여자 때문에 내 인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 솔직히 나도 나한테 이런 감정이 생길 거라곤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어.
그래서 더 당혹스럽구 마음이 흔들려.
태희 : (입을 꼭 다문 채 본다)
재혁 : 예전엔 그저 막연하게.. 내가 누군가와 결혼을 해야 한다면 그건 태희 너라고 생각했었어.
태희 : 그저.. 막연하게라구? (허..) 그러니까 난 너한테 그저 막연한.. 그런 존재였던 거니?
재혁 : 나는 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내가 누군지 알게 되면 분명히 나를 증오하고 미워하게 될 거야.
나 때문에 불행해질게 틀림없어.
태희 : 됐어. 그만해. 구차해서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 무슨 변명이 그렇게 많은 거야 너.
다른 여자 사랑한단 말로 비수까지 꽂아놓구, 그런 말로 달랜 다구 위로가 될 거 같니?
재혁 : 태희야.
태희 : 그래. 날 사랑하지 않아서 떠난다는데 무슨 수로 막아. 내가 너하구 결혼한 것두 아니구 니 애를 가진 것두 아닌데.
막말루 너 나한테 책임질 행동 하나도 하지 않았잖아.
재혁 : 태희야!
태희 : 됐어. 쓸데없는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그러지 않아두 돼.
재혁 : (미안함으로 본다)
태희 : 그런 눈으로도 보지 마. 동정 같은 거 사양이야.
나한테 동정 같은 거 하기만 해봐. 그 땐 정말 너.. 그냥 안 둘 거야. 알았어?
재혁 : 미안하다.
태희 : (본다.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태희, 최대한 동요를 감추며 꼿꼿이 걸어온다.
재혁, 마음이 안 되서 바라본다. 시선에서.
43. S# 비상계단.
올라오는 태희, 후들거리는 듯 난간을 짚는다. 잠시 그렇게 서 있는 태희의 어깨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흐느끼는 태희.. 그대로 계단에 주저앉는다. 온 몸을 두 팔로 감싼 채 소리죽여 흐느끼는 태희..
가슴이 찢어질듯 아프다. 자신의 한부분이 찢겨져 나간 기분.. 최대한 안 되고 불쌍하게.. 흐느껴 운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눈물을 닦고 후.. 심호흡. 애써 슬픔을 누르려는 모습..
그 때 비상구 문이 열리면서 서류를 들고 뛰어내려오던 선우, 내려오다가 멈칫.. 태희를 본다.
선우 : 어? 여기서 뭐하세요?
태희 : (멈칫.. 얼른 눈물을 닦고 시선 돌린다) 지금 나 혼자 있고 싶어요. 가줄래요?
선우 : 우세요?
태희 : 나 혼자 있고 싶다 구요 이선우 씨.
선우, 그런 태희를 본다. 보다가 태희가 앉아있는 그 옆으로 조심스럽게 내려가는데.
태희 : 나.. 지금 장팀장하구 끝내고 오는 길이예요.
선우 : (멈칫.. 돌아본다) 네?
태희 : 장팀장.. 이선우 씨 아니면 안 되겠대요. 그래서 끝내주고 돌아오는 길이라 구요.
선우 : (본다. 멍해져서 보면)
태희 : (보며) 결국 이선우 씨 말대로 됐군요. 이선우 씨가 날 이겼다 구요.
선우 : 그럴 리가요.. 그럴 리가 없는데.. 뭔가 잘못된 거예요. 그럴 리가 없어요. (보면)
태희 : 왜 하필 장팀장이예요? 다른 남자도 얼마든지 있는데.. 왜 하필이면 장팀장이예요 선우 씨?
왜.. 나한테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가져가는 거예요?
선우 : 언니..
태희 : (툭 떨어지는 눈물 얼른 손으로 닦더니) 됐어요. 가서 볼 일 봐요. (그러다 다시 울먹..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서는데)
선우 : 뭔가 잘못 아신 걸 거예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제가 가서 다시 확인해 볼께요. 그러니까.. (하는데)
태희 : 떠난 사람 마음은 붙잡을 수도, 붙잡히지도 않는 거예요. 장팀장의 마음은 이미.. 떠난 지 오래예요.
그걸 알면서두 난.. 희망을 버리지 못했던 거구요. 됐어요. 이젠.. 다 끝났어요.
선우 : (어쩔 줄 몰라 태희를 보면)
태희 : (그대로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선우 : (마음아파 쳐다본다. 시선에서)
44. S# 사무실 안.
프레임-인 되는 태희, 자리에 힘없이 앉는다. 멍해진 표정에서..
45. S# 복도 일각.
유리창에 이마를 기댄 채 밖을 내다보는 선우.
그 때 그 뒤로 뒷짐진채 지나치던 김필중, 멈칫.. 돌아본다.
선우, 잔뜩 심난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고 또 내쉬고..
김필중, 흠흠.. 기척을 내며 다가서면.
선우 : (돌아보더니) 어?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김필중 : 오늘은 청소 안 해요?
선우 : 네? 네에. 사실은 저 얼마 전부터 사무보조원으루 일하게 됐어요, 할아버지.
김필중 : 사무보조원?
선우 : 네. 신사업 팀에서 이번에 새로 두 명을 뽑았는데 제가 거기 추천받아서 들어가게 됐거든요.
김필중 : 거 잘 됐구만. 그래 일은 힘들지 않구?
선우 : 네. 일은 재밌어요. 근데..
김필중 : 근데?
선우 : 그냥.. 좀 머리 복잡한 일이 생겨서요.
김필중 : (보면)
선우 : 사는 게 왜 이렇게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상처 받는 거 정말 싫은데요..
왜 자꾸 일이 복잡하게 얽히구 꼬이는지 모르겠어요, 할아버지. 그래서 정말 힘들구 속상해요. (하면서 하아.. 한숨)
김필중 : (짐짓 웃음으로 보더니) 신은 사람한테 그 사람이 감당할 만큼의 시련과 고통만 주신다고 하지..
선우 : (? 돌아보면)
김필중 : 개인적으로 나는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내 나이가 되서 돌이켜보면.. 정말 이유 없는 시련이란 없었거든.
일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노력과 인내가 필요해요.
선우 : (보면)
김필중 : (보며) 참고 견뎌 봐요. 그럼 분명히 좋은 날도 올 테니까.
선우 : (본다. 가슴 뭉클해져서 본다)
김필중 : (웃음으로 격려한다)
선우 : (본다. 시선에서)
46. S# 엘리베이터 앞.
땡 문이 열리면서 내려서는 재혁. 그 옆에서 기다리던 선우, 재혁 앞을 가로막고 선다.
재혁, 멈칫.. 선우를 본다.
선우 : 팀장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재혁 : (본다. 보더니) 잘됐군요. 나두 이선우 씨한테 할 말이 있었는데.. 이따 끝나고 회사 앞 공원에서 보죠.
(그러더니 지나쳐 안으로 들어간다)
선우 : (돌아본다)
일각, 프레임-인 되서 바라보는 오한영,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으로 보면.
47. S# 회사 앞 일각.
선우, 한쪽으로 막 걸어 나오는데 그 앞으로 와서 멈춰서는 차.
선우, 멈칫.. 멈춰 서서 보면. 차 문이 열리고 내려서는 철웅, 발에서부터 틸-업하면 양복차림에 씩 웃는 철웅.
선우 : (본다. 못 알아본 채) 누구..세요?
철웅 : (썬글라스를 벗으며) 나다.
선우 : (멈칫.. 보면)
철웅 : (괜히 차위에 팔을 척 올리며) 어떠냐. 스타일 죽이지? 폼나지? (그러더니) 잠깐만.
하더니 얼른 안에서 꽃다발을 꺼내 준다. 장미꽃다발. (아무 장식 없이 장미꽃만 수북하게 묶은 꽃다발)
철웅 : 널 위해 준비했다. 받아라. (씩 웃으며 쭉 내미는데)
선우 : 미안하지만 나 약속 있어 가봐야 해. 너하구 장난칠 시간 없어. (지나치려는데)
철웅 : (잡으며) 장난이라니. 누가 장난이래? 니 눈엔 내가 지금 장난치는 걸루 보이냐?
선우 : 글쎄 지금은 너하구 이럴 시간 없다구. 선약이 있어.
철웅 : 무슨 선약인데.
선우 : 미안해. 나중에 보자. (그러더니 철웅을 지나쳐 그대로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철웅 : 야! 아직 코스가 많이 남았단 말야! 레스토랑두 예약해 놨구, 유람선표까지 다 사놨단 말야! 야! 이선우우!!
선우 : (뒤도 안돌아보고 계단 아래로 사라진다)
수탁 : (철웅을 본다)
철웅 : (손에 꽃다발을 든 채 보는 시선에서)
48. S# 회사근처 공원일각.
뛰어나오는 선우, 두리번거리다가 한쪽에 서 있는 재혁을 본다. 걸음을 멈추고 보면
재혁도 돌아서서 선우를 본다. 보면.
선우, 그 앞으로 천천히 다가선다. 다가서더니 다짜고짜.
선우 : 얘기 다 들었어요. 왜 그러셨어요? 그러시면 안 되는 거였어요.
재혁 : 우선 내 말부터 들어요.
선우 : 다른 사람한테 상처주면서 까지 내 욕심 채우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까지 하면서 팀장님 붙잡고 싶은 마음 없다 구요.
어서 그 분한테 전화하세요. 아까 한말 사실이 아니라 구요. 네? (하는데)
재혁 : 내 말부터 들으라구요 선우 씨!
선우 : (보면)
재혁 : 이제껏 나는.. 한 번도 내 자신을 위해서 살아온 적이 없었어요. 할아버지가 내 앞에서 돌아가신 순간부터
내 운명은 이렇게 정해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내 인생 전부를 바쳐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구요. 근데 선우 씨가 그걸 바꿔놨어요.
선우 : 팀장님.
재혁 : 이미 엎지러진 물이예요. 우리.. 이젠 더 이상 피하지 맙시다. 빙빙 돌리지도 말구, 망설이지도 말구,
서로의 마음을 속이지도 말자 구요.
선우 : (본다)
재혁 : 이 순간만큼은 누구도 생각하지 말아요. 누굴 위해 양보 같은 것도 하지 말아요.
그냥 선우 씨 하구 나두 사람만 생각해요. 선우 씨 하구 나.. 우리 두 사람만 생각 하자 구요. 난.. 이선우 씨 필요해요.
선우 : 팀장님 하지만.. (하는데)
재혁 : 사랑해요.
선우 : !!!
재혁 : 이선우 씰.. 사랑하고 있어요. (그러더니 그대로 선우를 꼭 안는다)
선우 : (멍한 시선.. 감동으로 눈물이 고이면)
근처 일각 꽃다발을 든 채 멍하니 쳐다보는 철웅.
그 뒤에서 같이 쳐다보던 수탁도 멈칫해서 보면. 재혁과 선우가 포옹하고 있는 모습..
수탁, 철웅을 보면 철웅, 일순 창백해져서 바라본다. 바라보더니 툭.. 발 옆으로 떨어지는 장미꽃다발.
천천히 두어걸음 뒤로 물러서는 철웅.. 그러더니 힘없이 돌아선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철웅.. 그대로 프레임-아웃.
수탁 철웅의 뒤를 따라가면.
서로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서로 끌어안은 선우와 재혁.
화면 부감에서부터 쭉 틸-다운하면 그 이편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철웅의 꽃다발이 덩그라니 보인다. 길게..
49. S# 다른 일각.
한쪽에서 프레임-인 되서 바라보는 오한영. 재혁과 선우의 모습을 보더니 차갑게 생각에 잠기는 시선.
그러더니 조용히 뒤로 빠진다.
50. S# 육교위. (저녁)
노을 지면 더 좋음. 나란히 서서 흘러가는 차량들을 바라보고 있는 철웅과 수탁.
수탁 : (말없이 철웅을 보면)
철웅 : (소주를 병째로 들고는 한 모금 마시더니) 수탁아. 내 꼴이 우습지?
수탁 : 아닙니다 형.
철웅 : 기분이.. 아주 최악이다. 선우한테 잘 보일려구 어울리지도 않는 양복에 넥타이에..
내가 생각해도 내 꼴이 정말 우스워. 정말.. 형편없는 놈이야 난.
수탁 : 그렇지 않습니다 형.
철웅 : 수탁아... 내가 바라는 건 말야. 선우를 위해서 사는거야. 죽더라도 선우를 위해.. 죽고 싶다.
수탁 : (본다. 보면)
철웅, 긴 한숨.. 그러다 옆에 있는 동냥거지를 본다. 보더니 입고 있던 양복저고리와 넥타이를 풀어 거지한테 준다.
마시던 소주까지 주고 벨트까지 빼서 던져주더니 그대로 주머니에 손을 꽂고 건들건들 걸어간다.
수탁, 말없이 따라가는 뒷모습에서.
51. S# 인수의 사무실. N
인수 : (고개 들어 보면)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오한영 : 김회장의 운전기사를 처리해주셔야겠다구요. 물론 그 전에 빼앗긴 장회장의 일기장부터 손에 넣어야 합니다.
깡통 : 이자는 장재혁이가 그런 뒷설거지까지 우리더러 하랍디까. 아 그 자슥 그거 진짜 웃긴 자슥이네.
우리가 무신 지 시다바린 줄 아나. 안 긋나 대장아.
인수 : 장팀장이 직접 지시한 일입니까?
오한영 : 그 운전기사는 장팀장님의 목을 조를 작정으로 일기장을 가져간 사람입니다.
어떻게든 그 일기장을 빼앗지 않으면 장팀장님이 죽습니다.
깡통 : 안된다. 못한다케라 대장아.
오한영 : 장팀장님 지금 사면초가에 빠지셨습니다. 장팀장님하고 오래된 친구사이시라면 서요. 모른 척하실겁니까?
인수 : (보면)
오한영 : 그 사람을 죽이든 살리든 그건 당신들한테 맡기겠습니다. 다만 뒷 탈만 없게 해주십쇼. (차갑게 쳐다본다)
깡통 : (본다)
인수 : (본다. 시선에서)
52. S# 인수 창고 앞. N
다가와 멈춰서는 인수의 차. 안에서 내려서는 철웅과 수탁. ?해서 보면.
한쪽에 시동걸고 준비중인 봉고차, 깡패들 서넛 올라타고 있다.
깡통 : 어. 니 왔나. 그래 데이트는 잘했고?
철웅 : 무슨 일입니까?
깡통 : 누구한테 물건 쪼매 찾아올 게 있어서.
철웅 : 같이 가드려요?
깡통 : (반가워) 니.. 안 피곤하나?
인수 : 됐어. 꼬마 니가 나설 일 아니다. 넌 들어가 쉬어.
깡통 : (김새면)
철웅 : 아닙니다. 갔다오죠.
수탁 : (보면)
철웅 : (봉고에 올라타려다 멈칫..) 아 참.. (차키를 인수한테 던진다)
인수 : (턱! 받는다. 보면)
철웅 : 차.. 잘 썼습니다. (그러더니 봉고차에 올라탄다)
깡통 : 그럼 대장아 갔다 올란다. (수탁을 보며) 뭐하노. 니도 내를 따르라. (올라탄다)
수탁 : (따라 올라타면)
닫히는 봉고차 문. 출발하는 차.
인수, 멀어지는 봉고차를 바라본다. 시선에서.
53. S# 김필중의 집 앞. N
밖으로 나오는 박귀중. 회장님 차는 한쪽에 두고 다른 한쪽에 세워진 오래되고 낡은 차를 타고 출발한다.
54. S# 근처 일각. N
쭉 차를 몰고 내려오는 박귀중, 동네라 속력이 많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막 코너를 도는데 그 때 갑자기 나타나서 길을 막는 봉고차.
놀라는 박귀중.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서면
동시에 봉고차 문이 열리더니 우르르 쏟아지듯 내려서는 깡패들, 문을 열고 박귀중을 끌어내린다.
깡패들에 에워싸인 채 차위에 쿵! 엎어지는 박귀중.
마지막으로 봉고차에서 내려서는 철웅, 대수롭지 않게 본다.
(어둠인데다 깡패들이 에워싸서 아버지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
철웅, 돌아서서 담배를 피워무는 뒤로.
깡통 : (그 옆으로 발을 턱! 올리며) 아즈씨. 일기장 어뎄노?
박귀중 : (일어서보려고 안간힘을 쓰면)
깡통 : 용쓰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내놓으소. 아즈씨 물건도 아인데 함부로 가져가고 그럼 몬 쓴다 아입니까.
내노소 일기장. 장재혁이한테서 가져간 일기장 내놓으라카이!
박귀중 : (순간 방심한 깡통을 머리로 받는다. 그러면서 도망치는데)
금새 깡패들의 발에 걸려 나뒹군다. 깡패들 둘러서서 발길로 몇 대 걷어차면 엎드려 쿨럭쿨럭 기침을 해대는.
그 중 깡패1, 박귀중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우는데
순간 박귀중, 그대로 몸으로 밀어 부친다. 그러면서 도망치던 박귀중 뒤돌아 서 있는 철웅과 쿵! 부딪힌다.
철웅,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툭 떨어진다. 박귀중, 멈칫해서 쳐다보면
철웅, 그대로 에이씨! 하면서 박귀중의 멱살을 홱! 휘어잡으며 그대로 주먹을 들어 날리려는데.
철웅 : ! (멈칫.. 박귀중을 본다)
박귀중 : (놀라서 본다) 처.. 철웅아!
놀라서 바라보는 철웅, 멍하니 쳐다보더니 천천히 잡았던 멱살을 놓으며 두어 걸음 물러선다.
깡통과 깡패들 ?해서 쳐다본다.
철웅 : 아버지..?
박귀중 : 철웅아..니가.. 어떻게..?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순간 당혹감으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철웅, 시선에서 스틸.
<19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