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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20 - 흔들리는 마음 (下)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294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20 - 흔들리는 마음 (下)











1. S# 김필중 동네 일각. N


깡패들을 제치고 도망치던 박귀중 뒤돌아 서 있는 철웅과 쿵! 부딪힌다.

철웅,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툭 떨어진다. 박귀중, 멈칫해서 쳐다보면

철웅, 그대로 에이씨! 하면서 박귀중의 멱살을 홱! 휘어잡으며 그대로 주먹을 들어 날리려는데.


철웅 : ! (멈칫.. 박귀중을 본다)

박귀중 : (놀라서 본다) 처.. 철웅아!


놀라서 바라보는 철웅, 멍하니 쳐다보더니 천천히 잡았던 멱살을 놓으며 두어 걸음 물러선다.

깡통과 깡패들 ?해서 쳐다본다.


철웅 : 아버지..?

박귀중 : 철웅아..니가.. 어떻게..?


순간 당혹감으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철웅의 얼굴에서 fade-out.



2. S# 인수의 창고. N


안으로 들어서는 깡통, 인수 돌아보며.


인수 : 어떻게 됐어. 일기장은?

깡통 : 아이 그게.. 일이 좀 묘하게 꼬인 기라.

인수 : 뭐?

깡통 : (긁적긁적 난감해서 보면)



3. S# 공원 일각. N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박귀중과 죄인처럼 앉아있는 철웅.


박귀중 : (한숨을 깊게 내쉬더니) 니가.. 이런 식으로 내 믿음을 무너뜨릴 줄은 몰랐다.

철웅 : ...

박귀중 :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답게 살려구 노력을 해야지. 어디 빌어먹을 짓이 없어 깡패 짓을 해.

            차라리 애비를 쳐라 이녀석아. 다른 사람 때리구 사느니 차라리 이 애빌 쳐!

철웅 : (보며) 아버지!

박귀중 : 그래두 애빈 너를 믿었다. 너 그렇게 맘 못 잡구 돌아다녀두 걱정 안했어.

            넌 내 아들이니까. 절대루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 않을 거라 믿었으니까. 근데.. 애비 믿음을 이런 식으루 저버려?

            너 이거 애비한테 배신이야 이 녀석아! 알어? (하는데)

철웅 : 그러는 아버지께선 왜 깡패들한테 위협을 당하고 계신겁니까. 대체 무슨 일에 휘말리신 거냐 구요!

박귀중 : (본다. 보더니) 그건 회사일이야. 그거까지 니가 알거 없다.

철웅 : 아버지가 위험할 뻔했다 구요. 아세요?

박귀중 : (입을 꼭 다문 채 시선 외면하면)

철웅 : 좋습니다. 저한테 말씀 안하고 싶으신 모양인데.. 그렇다면 제 방식대로 하는 수밖에요. (일어서는데)

박귀중 : 너 또 다시 그 깡패집단으로 돌아가겠단 거냐?

철웅 : 죄송합니다. 아버지.

박귀중 : 철웅아!

철웅 : 아버질 협박한 놈을 그냥 둘 수가 없어요! 죄송합니다, 아버지. (가버리면)

박귀중 : (본다. 절망적인 시선으로 보면)



4. S# 철웅의 집 마루. N


피곤한 듯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는 박귀중.


길여옥 : (부엌에서 나오며) 아이구 아범 지금 오나?

박귀중 : (얼른 안색 바꾸며) 아, 네 어머니.

길여옥 : 시장하지? 씻구 있게. 찌개만 끓으면 저녁상 다 돼.

박귀중 : 네 어머니.

길여옥 : (다시 주방 안으로 들어가면)

박귀중 : (본다. 한숨.. 철웅의 방 쪽을 올려다보면)



5. S# 철웅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박귀중, 들어와 철웅의 침대에 앉는다. 깊은 한숨에서.



6. S# 인수창고. N


드르륵! 셔터를 들어 올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철웅.

깡패들, 일제히 철웅을 돌아본다.

단단히 화가 나 있는 철웅, 성큼성큼 들어서면.



7. S# 인수창고. N


거의 문이 부서질듯 박차고 안으로 들어오는 철웅, 깜짝놀라 돌아보는 깡통.

인수, 전혀 미동없이 고개들어 철웅을 보면.


철웅 : 어떤 놈입니까! 어떤 자식이 우리 아버지 노리구 있는 겁니까! 예?

인수 : 앉아라 꼬마.

깡통 : 그래. 일단은 차분하이 마음 가라앉히고 대화로 푸는 거이 상책일 듯 싶은데.. (하는데)

철웅 : 으아아아아!!!! (소릴 지르더니 테이블을 발로 확 걷어 차 버린다)

깡통 : (놀라서 엄마야! 얼른 발을 들어 올리며 소파에 올라앉는다)

인수 : (미동하지 않은 채 노려보면)

철웅 : 죽여 버릴 거야. 어떤 자식인지 말해. 어떤 자식이 우리 아버지 건들라 그랬는지 말하란 말야!!!! (하는데)

인수 : (버럭) 앉으라구 했잖아!!

철웅 : (멈칫.. 씩씩거리며 본다. 보면)

인수 : (같은 기로 무섭게 노려본다)

깡통 : (중간에서 기가 죽어 양쪽 눈치를 보면)

인수 : 니 아버지가 내 친구의 물건을 가지고 있어. 그래서 그걸 돌려받으려고 한 것뿐이야.

         니 아버진 줄 알았음 건드리지 않았어. 다른 방법을 택했을 거다.

철웅 : (씩씩거리며) 아버지를 칠 뻔했단 말입니다. 내 아버지를.. 아들인 내가 칠 뻔했다 구요! 아십니까!

인수 : 미안하다 꼬마야. 너한테 그런 일 있게 만들어서. 내 친굴 대신해 내가 사과하마. (보며) 용서해라.

철웅 : (씩씩거리며 본다)

인수 : (보며) 날 봐서 니가 용서해.

철웅 : (본다. 노려보더니) 어우우우우!!! (하더니 한쪽에 나뒹구는 테이블을 한 번 더 걷어차고는 나간다)

깡통 : 아 자슥.. 엄한 탁자만 부러짔네.

인수 : 깡통. 니가 나가서 좀 달래라.

깡통 : 내, 내가? (미심쩍게) 내가 달랜다꼬 과연 위로가 될까?

인수 : 어서 나가봐.

깡통 : (쭈뼛거리며 철웅 나간 쪽을 본다. 시선에서)



8. S# 인수 창고 앞. N


밖으로 나오는 철웅, 분이 가시지 않는다. 화가 삭혀지지 않는다.

그러고 있는데 그 뒤로 따라나오는 깡통.


깡통 : (슬쩍 보더니) 아야. 니 괘않나?

철웅 : 내가 지금 괜찮은 걸루 보입니까?

깡통 : 하기사 나래도 눈 뒤집힐 일이제. 까딱 잘못했으면 완전히 패륜아 될 뻔 안했나 니.

철웅 : 깡통형은 알고 있죠? 대장 친구라는 놈이 누군지.

깡통 : 하모. 나야 장재혁이 자알 알제. 그 자슥 정선바닥서 배달통 할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철웅 : 그 놈 이름이 장재혁입니까?

깡통 : (순간 입을 막는다) 아야. 니 그거 몬 들은 걸로 해라. 대장 알면 나 당장에 대갈통 날라가삔다.

철웅 : (다가서더니) 대장한텐 비밀로 할께요. 말해줘요. 그 장재혁이란 자식이 누굽니까. 예?

깡통 : 아아, 안 돼는데. 한번만 봐도. 참말로 나 대장한테 죽는다, 철웅아.

철웅 : 만약 깡통 형 아버지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나는 쉬쉬하고 숨기지 않았을 겁니다.

         내가 먼저 나서서 박살 내버렸을 거라 구요.

깡통 : (일순 작은 감동이 밀려와 보더니) 마.. 사실은 내도 대장이 장재혁이 그놈아랑 손잡고 일하는 거 영 별루데이.

         내가 주먹은 약해도 사람 보는 눈이 쫌 안 있나. 그 놈아 자슥, 지금은 필요해서 대장하고 손잡고 있지만도 봐라.

         필요 없어지면 언제든 뒷통수 칠 놈인기라.

철웅 : 그런 놈을 왜 감싸고도는 겁니까?

깡통 : 그게 대장 성격인데 우짜노.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 한번 동생은 영원한 동생.

철웅 : 그래서 끝까지 말 안 해 주시겠다 구요?

깡통 : 그게 말이지.. (하다가) 아, 참말로 난감하네 거..

철웅 : 깡통 형..!

깡통 : (본다. 마음약해서 보더니) 니 참말로 내가 말한 거 비밀로 할 수 있나?

철웅 :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면)

깡통 : (슬쩍) 니.. 제하그룹 아나?

철웅 : 압니다.

깡통 : 거기 신사업 팀 팀장으로 있는 사람인기라.

철웅 : (본다. 신사업 팀 팀장? 장재혁? 본다. 멈칫.. 돌아보는 시선에서)



9. S# 철웅의 집 근처. N


와서 멈춰서는 재혁의 차. 그 옆에 타고 있는 선우, 돌아보면.


재혁 : 좀 걷고 싶은데.. 같이 걸을래요?

선우 : (본다. 시선에서)



10. S# 철웅의 집 골목.


나란히 걸어오는 재혁과 선우.


재혁 : 선우 씨.. 아까부터 계속 한마디도 안 하고 있어요. 알아요?

선우 : ...

재혁 : 무슨 말이라도 좋으니까 말 좀 해봐요.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으니까.. 꼭 화난 사람 같잖아요.

선우 : (그 말에 걸음을 멈춘다)

재혁 : (? 같이 멈추고 보면)

선우 : 팀장님..

재혁 : 말해 봐요.

선우 : (보며) 저한텐 꿈이 있어요.

재혁 : (보면)

선우 : 회사원 되서 다른 사람처럼 출근도 하고 퇴근도 하구 열심히 일해서 능력도 인정 받구..

         따뜻한 집에 돌아오면 마음 편히 쉴 수 있구.. 그게 오래전부터 내가 꿈꿔오던 생활이었어요.

재혁 : (웃음) 소박하고 평범한 꿈이군요.

선우 : 네. 제 꿈은.. 소박하고 평범해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그 소박하고 평범한 꿈에 왠지 팀장님은 어울리지 않아요.

재혁 : (멈칫.. 본다)

선우 : 팀장님이 절 좋아해 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다른 사람도 아닌 팀장님한테

         내가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구나 생각하면..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해요. 그래서.. 더 욕심을 부릴 수가 없어요.

재혁 : 날.. 거절하는 겁니까?

선우 : 이건 저를 위해서예요, 팀장님. 여기서 더 욕심 부리면 제가 다칠 거 같아요. 그러니까.. (하는데)

재혁 : 날 믿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선우 씨 다치게 하지 않아요.

선우 : (본다)

재혁 : 선우 씨가 나한테 힘이 되 주는 만큼 나 역시 선우 씰 지켜줄 거예요.

         지켜줄 자신 없었다면.. 선우 씨한테 함부로 내 진심 같은 거 보여주지도 않았어요.

선우 : (본다. 보면)

재혁 : 날 믿어요. 날.. 믿어줘요.

선우 : (흔들리는 시선으로 본다. 보는데)


그 때 프레임-인 되는 철웅의 뒷모습. 멈칫.. 돌아보는 재혁과 선우.


선우 : 철웅아..


철웅, 선우와 재혁을 번갈아 보더니 그대로 달려들어 재혁의 턱을 날려버린다.

퍽! 소리와 함께 뒤로 휘청 물러서는 재혁.


선우 : 팀장님! (철웅 돌아보며) 철웅아 너 왜 이래!


하는데 그대로 재혁을 발로 차버린다. 바닥에 나 뒹구라지는 재혁 위로 인정사정없이 몇 대 더 걷어차면.


선우 : 팀장님!! (하더니 얼른 뛰어가 재혁을 부축한다)

철웅 : 일어나! 선우 뒤에 숨지 말구 일어나란 말야 자식아!!

선우 : 너 미쳤어?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철웅 : 왜 이러냐구? 저 자식한테 직접 물어봐 내가 왜 이러는지!

재혁 : (입술에 피가 맺힌 걸 문질러 닦으며 몸을 일으키더니) 무슨 짓이야. 왜 이러는지 이유부터 말해.

철웅 : 그 전에 니 정체부터 밝히시지.

재혁 : (? 보면)

철웅 : 너 진짜 정체가 뭐냐? 제하통신 신사업팀장 말구 진짜 니 정체가 뭐냐구! 대체 뭔데 사람 시켜 우리 아버지 건든 거야 너!

선우 : (? 그 말에 본다)

재혁 : (? 보면)

철웅 : 몰랐냐? 제하그룹 김회장 운전기사.. 우리 아버님이시다.

         니가 인수대장한테 부탁해서 손봐주라 그런 사람이 바로 우리 아버지라구, 이 개자식아아!

재혁 : ! (본다. 보면)

선우 : 대체 무슨 말이야 철웅아? 팀장님이 아저씰 건드리다니?

철웅 : 이선우 너두 정신 차려. 선심 좀 베푼다고 꼴딱 넘어가지 말란 말야! 이 자식 이거, 아주 질 나쁜 생양아치 자식이야! 알아?

선우 : (재혁을 돌아본다) 팀장님.. 지금 철웅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재혁 : 난 모르는 일이예요.

철웅 : 모르는 일이야?

재혁 : (철웅 보며) 모르는 일이야.

철웅 : 끝까지 한번 잡아 떼보겠다 그거야? 당장 인수대장이랑 우리 아버지랑 불러놓고 다 같이 삼자대면 한번 해볼까?

         어디 그래두 끝까지 발뺌 할 수 있는지 한번 해봐? 어?

선우 : (본다. 재혁을 본다)

재혁 : (표정 없이 쳐다보는 시선에서)



11. S# 철웅의 집 거실. N


거실에서 박귀중의 와이셔츠 단추를 손보고 있는 길여옥과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는 박귀중.

그 때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와 철웅.


길여옥 : 선우냐?

선우 : 다녀왔습니다, 할머니. (박귀중 보며) 다녀왔습니다, 아저씨.

박귀중 : 어, 그래.

길여옥 : 아이구 철웅이도 같이 들어오는구나.

철웅 : 다녀왔습니다.

박귀중 : (철웅을 보면)

철웅 : (짐짓 시선 돌린다)

길여옥 : 아이구 찌게 뎁혀야겠다. (일어서려는데)

선우 : 아니예요, 저 저녁 먹었어요, 할머니.

길여옥 : 그래? 철웅이는.

철웅 : 생각 없어요.

선우 : 올라가 볼께요 할머니. (올라가면)

철웅 : (아버지를 한번 본 뒤 이층으로 따라올라간다)

길여옥 : (? 쳐다본다) 아범아.. 쟤들 오늘 좀 이상하지 않니?

박귀중 : 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어머니. (하면서 모르는 척.. 신문을 넘기면)



12. S# 연웅의 방. N


책상 앞에 턱을 괴고 앉아 반창고 붙힌 손가락을 올려다보고 있는 연웅. 한번 입으로 후! 불어본다.


연웅 : 내가 불면 아무렇지두 않은데..왜 사장이 불었을 땐 오싹했던 거야 대체. (그러면서 심난하게 반창고 붙인 손 쳐다보는데)


그 때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선우.

연웅, 얼른 반창고 붙힌 손 뒤로 감추며 벌떡 일어난다.


연웅 : 언니 왔어요?

선우 : 어. (하면서 가방 내려놓는데)


그 뒤로 문이 열리면서 뒤따라 들어오는 철웅.


연웅 : 어? 철웅 오빠도 같이 들어왔나 보네? 오빠 또 선우언니 회사로 마중 갔었구나? (하는데)

철웅 : 연웅아. 너 잠깐 나가있어라.

연웅 : 어?

철웅 : 선우하고 단둘이 할 얘기가 있으니까 나가있으라구.

선우 : 나갈 거 없어 연웅아. 나는 철웅이랑 할 말 없거든.

철웅 : 나가 있으라면 있어!

연웅 :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두 난 빠지는 게 좋겠네. (무마용 웃음을 날리며 문을 열고 나가면)


연웅이 나가는 뒤로 철웅 쿵! 문을 닫는다.

선우, 돌아본다. 철웅 마주보면.



13. S# 이층복도. N


나와서 돌아보는 연웅.


연웅 : 어우 살벌해. 대체 무슨 일이지? (살짝 문에 귀를 대고 엿들으면)



14. S# 연웅의 방. N


선우 : 나한테 무슨 할 말인데? 말해봐 어디. (보면)

철웅 : 너 그 자식하구 지금 어떻게 돼 가구 있는 거야?

선우 : 어떻게 돼 가다니 뭐가?

철웅 : 너.. 그 자식하구 사귀냐?

선우 : 왜. 그러면 안 돼?

철웅 : 지금 그걸 말이라구 해? 그 딴 자식하구 니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냐구!

선우 : 왜 안 어울리는데? 나는 그런 사람이 좋아해주면 안 되는 거니? 번듯하고 높은 직책에 돈 많은 남자는

         나 같은 여자 좋아하면 큰일 나는 거야? 왜? (보며) 나는 부모도 없고 가난하니까?

철웅 :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선우 : 아니면?

철웅 : (기막혀) 너 그 자식이 어떤 놈인지 제대로 알고 있긴 한 거야?

선우 : 알만큼은 알아.

철웅 : 뭘! 얼마나 아는데!

선우 : 날 좋아해. 내가 필요하대. 내가 옆에 있어줬음 좋겠대.

철웅 : 너 바보냐? 그게 진심이라구 생각해?

선우 : 진심인지 아닌지 그 정돈 구분할 줄 알아 나두. 그 사람.. 나한텐 진심이었어.

철웅 : 웃기지 말라 그래. 진심 같은 게 있는 놈이 뒤에서 깡패조직 이끌구 우리 아버지 질 건드려?

         그게 진심 같은 게 있는 놈이 할 짓이야!

선우 : 팀장님이 아니라 그랬잖아! 아저씨 건드린 거 자기가 시킨 짓 아니라구!

철웅 : 그 말을 믿어?

선우 : (본다. 보더니) 믿어.

철웅 : 믿는다구?

선우 : 그래. 나.. 그 사람 믿어. 그 사람이 하지 않았다면 안한 거야. 그런 걸루 거짓말 할 사람 아니야.

철웅 : (멈칫 본다. 보더니) 이선우.. 너 정말루 그 자식 좋아하냐?

선우 : (선뜻 대답 못한다)

철웅 : (버럭) 그 자식 좋아하는 거냐구 묻잖아 지금! (하는데)

선우 : 그래 좋아해!!

철웅 : !

선우 : 나 그 사람 너무너무 좋아해. 됐어? 이제 대답 들으니까 속이 시원하니?

철웅 : (본다. 멍하니 보는 시선에서)



15. S# 이층복도. N


엿듣던 연웅, 역시 충격적인 표정으로 본다. 시선에서.



16. S# 철웅의 집 마루. N


계단을 내려오는 연웅, 시무룩해진 표정.


길여옥 : 무슨 소리냐? 철웅이하고 선우 싸우니?

연웅 : 네? 아아뇨. 싸운다기 보다 그냥 사소한 말다툼. 의견충돌이 좀 있나 봐요 할머니.

길여옥 : 아니 선우라면 죽고 못 살던 녀석이 왜 선우랑 말다툼을 해? 무슨 일인데?

연웅 : 글쎄요.. 저두 잘 모르겠는데요. (하면서도 심난하게 시선 돌린다)

박귀중 : (고개 들어 본다. 시선에서)



17. S# 이층복도. N


방문을 열고 나오는 철웅. 뒤로 문을 닫는다. 완전히 넋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기대 서 있다가 천천히 옥상 쪽으로 걸어 나간다.

힘없이 걸어 나가는 뒷모습에서.



18. S# 연웅의 방. N


닫혀진 문을 바라보는 선우, 그렁그렁해져서.


선우 : 미안해.. 미안해 철웅아. 근데 나.. 정말루 그 사람이 좋아.

         (툭.. 떨어지는 눈물..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어떡하니 나..?



19. S# 옥상. N


힘없이 걸어 나오는 철웅, 눈시울이 붉어진다. 점점 울컥울컥 복받치는 감정..

그러더니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보며 으아아아아!!! 소리를 지른다. 부감에서...



20. S# 신사업팀 사무실. N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는 오한영. 울리는 핸드폰 전화벨.


오한영 : 네 오한영입니다. (듣다가) 아 팀장님. 저요? 저 지금 회산데요.



21. S# 달리는 재혁의 차안. N


재혁 : 알았어. 내가 갈 때까지 지금 거기 꼼짝말구 있어. (그러면서 핸들을 돌리는데서)



22. S# 신사업팀 사무실 앞. N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내려서는 재혁. 그 앞으로 무슨 일인가 나와 보는 오한영.


오한영 : 무슨 일이십니까 팀장님. (하는데)


그대로 짝! 뺨을 날려버리는 재혁.

오한영, 멈칫.. 고개가 돌아간 채 그대로 잠시 있다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재혁을 본다. 보더니.


오한영 : (표정 변화 없이 오히려 더 낮은 톤으로 다시 한 번) 무슨 일이십니까 팀장님.

재혁 : 너야? 니가 이인수한테 연락해서 박기사한테 사람 보냈어?

오한영 : (본다)

재혁 : 대답해! 니가 그랬어, 안 그랬어!

오한영 : 그랬습니다.

재혁 : (어이없어 보더니) 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대체 왜 내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한 거냐구 너!

오한영 : 그런 일까지 신경 쓰이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재혁 : 뭐?

오한영 : 팀장님은 해야 할 일이 많으신 분입니다. 사사로운 문제로 흔들려선 안 되는 분이라 구요.

재혁 : !

오한영 : 걱정 마십쇼. 앞으로 그 쪽 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팀장님은 옆도 뒤도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면서 가십쇼.

            뒷처리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재혁 : 너.. 미쳤어?

오한영 : 팀장님한테 제 인생을 걸고 여기까지 따라왔습니다.

            그 깟 운전기사 때문에 모든 걸 포기할 순 없는 일이죠. 안 그렇습니까?

재혁 : (멈칫해서 본다. 보면)

오한영 :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오늘이 있기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그걸 잊지 마십쇼.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쳐 대사를 그르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더니 재혁에게 맞은 뺨을 한번 손등으로 쓱 문지르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돌아서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간다.


재혁 : ...! (본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23. S# 신사업팀 사무실. N


안으로 들어온 오한영, 자리에 앉는다. 컴퓨터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반사되는 얼굴.

다시 한 번 맞은 뺨을 손등으로 쓱 문지른다. 싸늘하고 냉정한 표정에서.



24. S# 철웅의 방. N


팔베개하고 누운 철웅,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그러더니 벌떡 일어난다. 의자위에 있던 외투를 집어 들고 밖으로 나간다.



25. S# 거실. N


외투를 입으며 내려서던 철웅, 멈칫.. 보면

어두운 거실에 혼자 앉아 낮은 스탠드 하나만 켜놓은 채 일기장을 읽고 있는 박귀중의 모습,

가슴 아픈 내용이라도 있는지 나즉히 한숨을 내쉬더니 그 일기장을 한쪽 서랍에 넣어둔다.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면 철웅, 어둠속에서 걸어 나와 서랍 쪽을 바라본다. 시선에서 fade-out.



26. S# 평창동 전경 (아침)



27. S# 평창동 거실.


이층계단에서 내려오던 승희,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김필중을 본다. 보더니.


승희 : 안녕히 주무셨어요, 할아버지.

김필중 : (짐짓 돌아보더니) 그래. (그러면서 다시 신문에 시선 주면)

현자 : (주방에서 찻 쟁반을 들고 나온다)

승희 : 안녕히 주무셨어요, 고모.

현자 : (흘끗 보더니 승희를 지나쳐서 소파 쪽으로 오며) 해 서쪽에서 떴니? 식사 시간두 제대로 못 맞춰 내려오던 애가

         식전부터 내려와 안하던 아침문안까지 다하구?

승희 : (근데 저 아줌마.. 현자를 보면)

현자 : (시선 아랑곳없이 김필중 앞에 차를 내려놓으며) 아버지 차 내왔어요.

         제주에서 새로 올려온 우전인데 맛이 부드럽드라 구요.

김필중 : (마신다)

승희 : (조금은 꼬여서 그 두 사람을 보는데)


그 뒤로 출근 준비 마친 태희, 힘없이 내려온다.


현자 : 출근하니? 다른 날보다 출근이 좀 늦었구나.

태희 : 네 그렇게 됐어요.

김필중 : 아침식사는 했구?

태희 : 밥 생각 별루 없어 그냥 우유 한잔 마셨어요.

김필중 : 우유가지고 끼니가 되나.

현자 : 아침 밥맛없을 때 가끔씩은 괜찮아요, 아버지.

태희 : 다녀오겠습니다.

승희 : 언니 제가 차 있는 데까지 배웅 나가줄까요?

태희 : 그래 줄래? 그래 그럼. (나가면)

승희 : (흘끗 김필중 보며) 할아버지 저, 언니 배웅 나갔다 올께요. (그러더니 얼른 따라 나간다)

김필중 : (흘끗 본다. 시선에서)



28. S# 집 앞.


밖으로 나오는 태희와 승희. 승희, 갑자기 태희의 팔짱을 낀다.


태희 : (? 돌아보더니 짐짓 웃는다) 어제 국밥집 분들 다녀가셨다면서?

승희 : 내가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한번 들렀대요.

태희 : 그랬구나. 다음에 정식으로 한 번 더 모시겠다, 그래.

승희 : 네에. (활짝 웃으면)

태희 : 니가 다시 웃는 걸 보니 마음이 놓인다. 계속 우울해 있어서 걱정했는데. 걱정거린 다 해결된 거니?

승희 : 네? (얼버무리듯) 네 뭐..

태희 : 앞으로 무슨 문제 생기면 언니한테 얘기해. 나 니 언니잖아.

승희 : (보며) 알았어요, 언니. 다음부턴 꼭 그럴게.

태희 : 들어가.

승희 : 저기 언니.

태희 : (? 돌아보면)

승희 : 나.. 언니 많이 좋아하는 거 알죠?

태희 : (본다. 짐짓 웃으며) 알아. 나두 너 많이 좋아해.

승희 : (본다. 밝게 웃음)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태희 : 그래. 들어가. (차에 올라탄다. 출발하면)

승희 : (보더니 집 쪽을 돌아본다. 순간 표정 싸늘해지는데서)



29. S# 김회장의 방.


옷을 입고 있는 김필중, 옆에서 옷시중 드는 현자에게.


김필중 : 태희녀석.. 어디 몸이 안 좋다 그러든?

현자 : 아뇨. 왜요 아버지?

김필중 : 아까 보니 기운이 없어 보여서.

현자 : 요즘 장재혁하구 사이가 별룬가 봐요. 얼마 전에두 밤늦게 나갔다 들어와서는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더라 구요.

김필중 : (보면)

현자 : 태흰 좋은 배경에 능력 있구 자기주장까지 강한 애잖아요. 거기에 비해 장재혁 쪽은 내세울만한 게 전혀 없구요.

         충분히 컴플렉스 가질만하죠. (빈정) 남자가 여자한테 컴플렉스 갖고 골치 아프게 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어요, 아버지. 그거 여자가 얼마나 피곤한 건데요.

김필중 : ... (시선 돌리는데서)



30. S# 제하그룹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 멍하니 서 있는 태희. 문이 열리면 안에 올라탄다.

같이 여러 사람 올라타는 뒤로 잠깐만요! 하면서 달려오는 재혁. 안으로 올라탄다. 타다가 태희와 시선 마주친다.

재혁, 안으로 올라타면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31. S# 엘리베이터 안.


사람들 군데 군데 서 있고 그 양쪽에 서 있는 태희와 재혁, 중간에 한번 멈춰서면 사람들 내린다.

다시 닫히면 둘 만 남게 되는 태희와 재혁.


재혁 : (한번 돌아본다) 어디.. 아프니? 아파 보인다.

태희 : (어이없게, 힘없이 픽 웃더니) 있는 힘껏 걷어차 놓구..지금 걷어차인데 아프냐구 묻는 거니?

재혁 : (보면)

태희 : (강단 있게) 걱정 마. 너한테 걷어차였다구 죽을 소리 할 만큼 그렇게 약골 아니야 나.

         그러니까 괜히 걱정해주는 척 하지 마. 너 그러는 거.. 굉장히 거슬려.

재혁 : 차라리 날 미워해. 욕하고 때리든가.

태희 : (그 말에 본다. 보더니) 내가 왜 그래야해?

재혁 : (보면)

태희 : 널 미워하게 되면 미워하는 동안 계속 널 생각해야하는데.. 그러면서 계속 괴로워해야 하는데..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 거 같니?

재혁 : 태희야.

태희 : (일순 싸늘하게) 내 이름 그렇게 부르지 마! 우리 이제 친구도 애인도 아무 것두 아니잖아.

         직장 동료 이상 이하.. 아무 것두 아니라구. 그러니까 그렇게 친한 척 부르지 마. 듣기 거북해.

재혁 : (본다. 보면)


땡..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태희, 그대로 곧바로 내려버린다.

재혁, 본다. 시선에서.



32. S# 신사업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막 밖으로 나서던 선우와 시선 마주친다.


선우 : 안녕하세요. (밝게 인사하는데)


태희 그대로 지나쳐 간다. 그 뒤로 따라 들어서던 재혁, 선우와 시선 마주친다.

선우, 목례하면 재혁, 그대로 지나쳐 들어가면.


태희 : 이선우 씨.

선우 : (멈칫.. 돌아보면)

태희 : 저번에 내가 읽어보라고 준 문건 다 읽어봤어요?

선우 : 네? 네에..

태희 : 그거 파워포인트로 작성해서 오후까지 시안 넘겨줘요.

선우 : 네 알겠습니다.

태희 : (말이 끝나자 다시 고개 돌리고 서류를 펼쳐든다. 냉랭한 분위기..)

선우 : (본다. 보다가 한숨.. 프레임-아웃되면)


태희, 산란한 마음을 다잡으며 심호흡.. 일에 집중하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33. S# 회장실.


책상 앞에 앉아 생각에 잠긴 김필중, 조용히 한숨을 내쉬다가 버튼을 누른다.


김필중 : 진실장 들어와.


잠시 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진실장.


진실장 : 네 회장님.

김필중 : 이인수에 대해서 알아보란 건 어떻게 됐나.

진실장 : 확실히 배후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쪽에서 눈치 챘다는 걸 알고 몸을 사리는 듯 싶습니다만..

김필중 : (생각하는 시선에서 고개 돌리는데서)



34. S# 재혁의 사무실.


책상위로 내밀어지는 결재서류.


오한영 : 오늘 결재하실 서륩니다.

재혁 : (오한영을 한번 본다)

오한영 : (언제나처럼 무표정)

재혁 : (말없이 왼손으로 싸인을 하는데)

오한영 : 이인수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어제까지 매입한 주식이 사백만주가 넘었다더군요.

재혁 : 사들이는 거 중단하라고 지시했을 텐데.

오한영 : 이인수가 제하통신주를 긁어모은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냄새를 맡고 외국인 기업에서도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답니다.

재혁 : 내 말 못 들었어? 중단하라고 했잖아!

오한영 : 앞으로 일주일입니다. 일주일이면 모든 게 끝납니다, 팀장님.

재혁 : 오한영! 너.. (하는데)

오한영 : 팀장님을 알게 된지 십년입니다. 십년동안 저는 팀장님이 하고자 하는 일에 제 젊음과 인생을 걸었습니다.

            이제 성공이 목전에 와 있는데 이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린 분명히 해낼 수 있습니다. 팀장님.

재혁 : (멈칫.. 보면)

오한영 : 이번 일만큼은 저한테 맡겨주십쇼. 일기장도 회장님 운전사 일도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일이 잘못되면 그 땐 제가 책임지고 물러나겠습니다.

재혁 : (본다. 선뜻 대답 못한 채 바라보면)

오한영 : 나가보겠습니다.


그러더니 결재한 서류를 집어 들더니 목례. 돌아서서 나간다.

바라보는 재혁, 나즉히 한숨.. 시선 돌리면.



35. S# 회사 앞.


차안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는 박귀중.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재혁.


박귀중 : (? 해서 보더니) 아이구 장팀장 아니십니까. (얼른 차에서 내려서면)

재혁 : 어젯밤 일은 전해 들었습니다. 다치신 덴 없습니까.

박귀중 :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들 녀석 때문에 별탈은 없었습니다.

재혁 :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저하고 같이 일하는 친구가 그만 경솔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박귀중 : (그 말에 보면)

재혁 : (본다. 보더니 돌아서서 가려는데)

박귀중 : 제가 그날 드린 말씀은.. 아직 유효합니다.

재혁 : (돌아선 채 잠시 있더니 그대로 걸어간다)

박귀중 : (본다. 시선에서)



36. S# 신사업팀 사무실.


울리는 핸드폰 벨. 태희 받으며.


태희 : 네 김태흽니다. (하다가) 진실장님.. (주위를 둘러보며) 지금요? (시선에서)



37. S# 복도.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내려서는 태희. 바로 그 옆으로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재혁이 내려선다.

마주치는 두 사람, 서로 멈칫해서 보면.


태희 : 할아버지 연락받고 오는 길이니?

재혁 : 어. 너두?

태희 : (시선 피하더니) 할아버지 아직 우리 일 모르셔. 내가 나중에 기회 봐서 차근차근 말씀드릴 거야. 그러니까 우리 일은..

재혁 : 알아 무슨 말인지. 들어가자. (그러더니 먼저 돌아서서 회장실 쪽으로 간다)

태희 : (본다. 시선에서)



38. S# 회장실 안.


혈압을 재고 있는 김필중과 주치의. 그 뒤로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진실장과 태희, 그리고 재혁.


진실장 : 회장님 장팀장하고 태희 양 왔습니다.

김필중 : 어. 그래..

태희 : (들어서다 ?해서 보며)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어디 편찮으세요?

김필중 : 어? 너희들 왔냐?

재혁 : (보면)

주치의 : (혈압기계 거두며) 다 됐습니다.

김필중 : 수고했어. 약은 진실장한테 주고 가.

주치의 : 알겠습니다. (기구 챙겨 일어난다)

김필중 : (셔츠 소매를 내리며) 둘 다 뭐하구 서 있어? 와서 앉아.


주치의와 진실장 밖으로 나간다.

태희, 재혁 자리에 와 앉는다.


태희 : 할아버지.. 정말 괜찮으신 거예요?

김필중 : 그냥 예방 차원으루다 체크하는 게야. 걱정할거 없다.

재혁 : (보면)

태희 : 근데 저희는 무슨 일로 보자셨어요?

김필중 : 너희들 앞으로 계획이 어떤지 좀 듣구 싶어 불렀다.

태희 : (? 본다)

재혁 : (보면)

김필중 : 너희.. 언제까지 계속 연애만 하고 있을 순 없는 나이들이잖아. (재혁 보며) 장팀장 우리 태희 어쩔 생각이야 자네.

재혁 : (본다. 대답을 못하면)

태희 : 저희 아직 결혼생각 같은 거 없어요, 할아버지.

김필중 : 결혼생각이 없다니. 너희들 지금 재미로 사귀고 있는 거냐? (재혁 보며) 재미로 우리 태희 만나고 있는 건가 장팀장?

재혁 : (시선 피하며) 아닙니다, 회장님.

김필중 : 아니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지.

태희 : 어쨌든 지금 결혼얘긴 좀 곤란해요 할아버지.

김필중 : 너희 둘..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냐? (떠보듯 보면)

태희 : 저 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그리구 또.. (하는데)

김필중 : 뭐야 장팀장. 자네 우리 태희 감당할 자신 없나?

재혁 : (보면)

김필중 : 자신 없어 뭉기적거리는 거면 당장 집어치워. 언제까지 연애놀음으루 허송세월할거야.

            두 사람한테 모두 시간낭비잖아 그거.

태희 : 할아버지..

김필중 : 나 죽으면 이 회산 태희가 물려받게 될 거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지분,

            태희가 물려받도록 이미 법적 절차도 끝내놨어. 자네 궁극적인 목표는 그거 아닌가?

            이 회사의 총수가 된 태희와 결혼해서 이 회사를 움직이는 거. 그게 자네 꿈 아니었어?

태희 : 할아버지!

재혁 : ...

김필중 : 아니었나? (재혁을 보면)

재혁 : 맞습니다. 처음엔.. 그랬습니다.

태희 : (멈칫.. 돌아본다. 보면)

김필중 :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재혁 : 제 야망을 위해 이용하기에 태희는.. 저한테 너무 과분한 여잡니다 회장님. 태희라면 저 없이도 얼마든지 회장님을 대신해

         제하그룹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그만한 능력과 자질이 충분합니다.

태희 : (흔들리는 시선으로 재혁을 본다)

김필중 :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선으로) 진심인가?

재혁 : 네 회장님.

김필중 : (순간 픽 웃음) 자넨..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야. 그래서 지켜보는 게 더 재밌어.

재혁 : (보면)

김필중 : 됐어. 두 사람 생각을 알았으니 그만 나가봐.

재혁 : (본다)

태희 : (보면)



39. S# 복도.


엘리베이터 앞에 다가와 서는 재혁과 태희.


태희 : 그 때문이었니?

재혁 : ...

태희 : 그 동안 나한테 잘해줬던 게..회사 때문이었어? 이 회사를 갖고 싶어서?

재혁 : 이제 전부 다 알았으니 날 정리하기도 편해지겠구나.

태희 : (그 말에 돌아보며) 그래두 그렇지 너.. 어쩜 할아버지 앞에서 표정하나 변하지 않구 그렇다고 대답할 수가 있어?

         그럼 널 좋아했던 나는 대체 뭐가 되는 거니?

재혁 : 나에 대해 알면 알수록 상처받게 될 거라 그랬잖아. 나라는 놈 옆에 있게 되면 분명히 흙탕물 튈 거라구.

태희 : 뭐?

재혁 : 회장님이 노린 것도 바로 그걸 거야. 니 앞에서 나란 놈의 실체를 보여주고 싶어서..그래서 오늘 같이 부르신 거라구.

태희 : 니 그런 실체를.. 이선우도 아니?

재혁 : 알아. 알고 있어.

태희 : (본다. 보더니) 그런 대두 니가 좋대?

재혁 : ...

태희 : (순간 속상해서 글썽.. 본다. 바라보는데)


땡..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태희, 재혁을 잠시 노려보더니 그대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재혁, 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으면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순간 재혁, 고개 들어 보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태희의 눈에서 툭.. 떨어지는 눈물.

그 앞으로 천천히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한동안 그러고 서 있는 재혁의 모습에서.



40. S# 국밥집.


방위로 내밀어지는 봉투 하나.


오산댁 : 이게 뭐냐?

승희 : 어제 줬어야 했는데.. 갑자기 들이닥치는 바람에 깜빡했던 거야. 펴봐.

황국도 : (펼쳐본다. 보더니) 히! 이거.. 이거 가게 문서 아녀?

오산댁 : 뭐어? 가게 문서? (놀라서 보면) 이거 진짜.. 진짜 우리 집 가게 문서냐? 어?

승희 : 당연하지.

오산댁 : 아이구 세상에.. 이게 꿈이야 생시야. 내 평생에 이름으루 된 가게를 다 가져보네.

            어디 봐봐. 이거 정말 내 이름 맞지? 그렇지?

황국도 : 참말로 맞구만. 가게주.. 오금순이.

오산댁 : 아이구 좋아라.. 내 평생에 딸년덕분에 가게도 가져 보구. 이게 왠 호강이냐 승희야. 아이구 고맙다. 아이구 고마워.

승희 : 그렇게 좋아 엄마?

오산댁 : 아이구 좋지 이것아. 평생 떨거지들 마냥 이시장바닥, 저 시장 바닥 전전하며 떠돌아 댕긴 걸 생각해봐.

            좋아서 눈물이 다 날라 그런다 야. (하면서 소매 끝으로 눈가를 찍어내면)

황국도 : 하기사 허구헌 날 빚더미에 쫒겨 야반도주만 몇 번이여. 그 얘기 전부 다 책으로 엮어두 열권은 더 나올걸?

오산댁 : 쥐구멍에두 볕뜰날 있다드니..이젠 내가 죽어두 여한이 읎다.

황국도 : 어따 죽긴 왜 죽어. 이자부턴 우리 세 식구 인생은 꽃피는 봄날인디.

오산댁 : 말이 그렇단 얘기지 말이이. (웃으면)

승희 : (어이없는 웃음으로 본다. 보다가) 그나저나 선우 소식은 그 뒤로 뭐 더 들은 거 없어?

오산댁 : 선우? 아니 그 날 이후론 별 소식 못 들었는데.

황국도 : 왜? 선우가 또 걸리적 대남?

승희 : 어? 아니. 그런 건 아니구. 그냥 궁금해서.

황국도 : 궁금할 거 뭐 있다냐. 기냥 무소식이 희소식인줄 알고 그저 암 소리 안 들리면 암일두 없는 거니께 걱정 붙들어매랑께.

오산댁 : 그럼그럼 신경 쓰지 마. (하면서 문서 가지고 좋아하면)

승희 : (시선 돌리는데서)



41. S# 인수의 창고 앞.


빠꼼히 고개 내밀고 보는 승희. 창고안쪽으로 깡패들 몇 명이 하릴없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보이고.

승희,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 등을 꼿꼿이 펴더니 거침없이 창고 쪽으로 들어온다.

깡패들과 카드를 하고 있던 깡통 ?해서 쳐다본다.


승희 : 안녕하세요.

깡통 : 누꼬?

승희 : 저는 박철웅의 애인 되는 사람인데요.

깡통 : 누구? 누구의 애인이라꼬요?

승희 : 박철웅 씨요. 바로 그 철웅 오빠의 애인이라 구요.

깡통 : 이상하네. 저번에 병원에서 봤던 그 아가씨가 아인데. (하다가) 가만가만. 이거 뭐꼬. 그럼 이 자슥 이거 양다리 아이가.

승희 : (보며) 지금 좀 만나고 싶은데.. 어딨는지 아세요?

깡통 : (흘끗 보더니 안쪽에 대고) 수탁아! 수탁아야!


다른 쪽에 있던 수탁, 고개 돌려 본다. 보다가.


승희 : (보더니 반갑게) 수탁 씨!

수탁 : 어? 승희양. (다가오더니)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승희 : 철웅 오빠 만나러 왔죠. 철웅 오빠 지금 어딨어요?

수탁 : (본다. 주의를 의식하고) 잠깐 나가시죠, 승희 씨. (나가면)

승희 : (? 돌아본다. 따라 나간다)

깡통 : (본다. 보더니 갑자기 들고 있던 카드 탁 던져버린다)

깡패1 : 왜 그러세요, 형님?

깡통 : 짜슥아. 지금 카드가 눈에 들어오나 니는. 철웅이 같은 젓 비린내 나는 자슥도 애인이 둘이나 있는데

         내는 이 나이 되도록 이게 뭐꼬! 시꺼먼노무 느그들 쌍판 대기 맞대고 앉아가 이 화장한 봄날에 카드나 칬 샀고..

         갑자기 인생 우울해져가 몬 살겠네! 에이씨!


하면서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확 걷어찬다. 그러다 멈칫.. 이내 얼굴 찡그리더니 끙.. 아픈 표정.

깡패들 킥킥 웃자, 깡통 홧김에 퍽! 웃는 깡패1의 뒷통수를 날리면.



42. S# 창고 앞 야외 일각.


승희 : 뭐라 구요? 그럼 장재혁이란 사람이..철웅 오빠 아버질 협박했단 말이예요? 어머어머..

수탁 : 안그래두 철웅이 형 그 사람한테 열 받아 있는데.. 일이 묘하게 꼬였죠 뭐.

승희 : 왜요? 왜 철웅 오빠가 열 받아 있는데요?

수탁 : 일편단심 선우양만 바라보구 있는데 그 양아치 자식이 선우 양한테 일자리까지 주면서 꼬셔대잖아요.

승희 : (순간 멈칫.. 표정 돌변하며) 일자리라니..? 장재혁이 선우한테 일자릴 줬단 말이예요?

수탁 : 모르고 계셨어요? 아마 그 사람하고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을 걸요.

승희 : (놀란다. 표정에서)



43. S# 신사업팀 사무실.


일하고 있는 선우.


직원1 : 선우 씨 이거 홍보실 남정아 대리한테 좀 갖다 주고 올래요?

선우 : 네 알겠습니다. (자료 받아서 막 밖으로 나오는데)


바로 그 때 신사업 팀 사무실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서는 철웅.

사람들 기세에 옆으로 물러서며 본다.

선우, 멈칫.. 들어서는 철웅을 본다.


선우 : 철웅아. 니가 여긴 왠일이야?

철웅 : 너 만나러 온 거 아니다.

선우 : (? 보면)

철웅 : (선우를 지나쳐 재혁의 사무실 쪽으로 걸어간다)


“당신 누구야!” 하면서 막는 직원들.

철웅, 그들을 밀어부치며 재혁의 사무실 쪽으로 코너를 돈다.

선우, 돌아보면.



44. S# 재혁의 사무실.


쿵! 문이 열리면서 들어서는 철웅.

업무를 보던 재혁, 고개 들어 보면 다가서는 철웅. 그 뒤로 직원들 따라붙어 붙잡는다.


직원1 : 이 사람이 근데!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함부로 들어오는 겁니까!

철웅 : 놔 이거! 나 저 사람하구 할 말 있어 온 거니까!

직원1 : 나가요 글쎄! (하면서 철웅과 옥신각신하는데)

재혁 : 됐어요.

직원들 : (멈칫.. 돌아보면)

재혁 : 아는 사람이예요. 괜찮으니까 다들 나가봐요.


직원들, 재혁을 보더니 벌쭘해져서 나간다.

철웅, 옷을 추스리며 재혁을 노려본다.



45. S# 재혁의 사무실 앞.


웅성거리며 밖으로 나오는 직원들.

그 앞으로 다가서던 선우, 나오는 직원들을 본다. 그러면서 다시 재혁의 사무실 쪽을 보면.



46. S# 재혁의 사무실 안.


재혁 : 무슨 일입니까.

철웅 : (안쪽에서 낡은 일기장을 꺼내 보인다) 이거 지금 나한테 있다구 보여주러 왔어.

재혁 : (멈칫.. 보면)

철웅 : 당신하구 우리 아버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버지.. 다시는 건들 생각하지 마. 꿈도 꾸지 마.

재혁 : (보면)

철웅 : 만에 하나 우리 아버지한테 무슨 일 생기면 그 땐 당신.. 내가 그냥 안 둬. 대장 친구 아니라 하나님 친구래두 안 봐줘...

         나.. 한다면 하는 놈이야. 명심해.

재혁 : (표정 없이 보며) 그 일기장은 어쩔 생각입니까.

철웅 : 너 하는 거 봐서 차차 생각하기로 할 거야. (그러면서 다시 일기장을 안쪽에 넣더니) 그리구 선우 말인데.

재혁 : (보면)

철웅 : 당신 나한테 그랬지. 나 같은 건달은 선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구.

재혁 : 그랬었죠. 당신 같은 사람이 앞길을 가로막지만 않는다면.. 이선우 씨가 더 잘될 거라는 말도 했어요.

철웅 : 그래. 그 말이 맞을지도 몰라. 당신이 나보다 많이 배웠고 나보다 가진 것도 많구..

         어쩌면 선우한테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많이 쫄았던 것두 사실이야.

         근데.. 이젠 그러지 않기로 했어.

재혁 : 무슨 뜻입니까.

철웅 : 사내로 태어나 한번 인생에 목표를 정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구 우리 아버지가 그랬어.

         선우.. 내 인생의 목표야.

재혁 : (본다)

철웅 : 너.. 너한테 지지 않아. 너 같은 자식한테 움츠려 들지도 않을 거구 쫄지도 않을 거야.

         오히려 지금까지 해왔던 거보다 더 많이 사랑할거야. 나.. 당신한테 선우 안 뺏겨. 하늘이 두 쪽 나도 뺏기지 않을 거야.

재혁 : (보면)

철웅 :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그러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나간다)

재혁 : (그대로 그 자리에 앉은 채 본다. 시선에서)



47. S# 신사업팀 사무실.


쿵! 문을 거칠게 닫고 나오는 철웅, 그 앞에 서 있는 선우를 본다, 보더니 그대로 지나쳐 간다.

선우, 철웅을 돌아보면.



48. S# 복도.


청소 관리하던 신반장 ?해서 보면. 씩씩거리면서 지나가는 철웅.

그 뒤로 철웅을 쫒아가는 선우, 신반장을 보지 못한 채 홱 지나가면.


신반장 : 허. 이젠 아는 척두 안 해? 어어. 사무직으로 올라갔다 그거지?

청소1 : 그러엄. 청소했던 과거는 숨기고 싶겠지.

신반장 : (곱지 않은 시선으로 뿔테안경 치켜 올리며 보면)



49. S# 회사앞 공원.


걸어 나오는 철웅. 그 옆으로 쫒아 나오는 선우.


선우 : 무슨 일이야? 팀장님 방에 들어가 너 무슨 말하고 나온 거야?

철웅 : 우리 아버지 건들지 말라고 다짐받아두고 오는 길이다.

선우 : 팀장님이 시킨 짓 아니래잖아. 근데 왜 회사까지 쫒아와 소란피우고 그래 너?

철웅 : 나는 뭐든 가슴에 담아 두질 못하니까. 할 말 있음 그 때 그 때 해야 되는 놈이니까. 안 그럼 열 불나서 미쳐버리니까!

선우 : 그게 다야? 다른 얘긴 한 거 없냐구.

철웅 : 왜? 다른 얘기 한 거 있음 안 되냐?

선우 : (보더니) 무슨 얘길 또 했는데?

철웅 : 널 뺏기지 않겠다, 그랬다 왜. 하늘이 두 쪽 나도 이선우 안 뺏길 테니까 그렇게 알라구 단단히 못박아두고 나왔다구.

선우 : 뭐라구? (걸음 멈추고 보면)

철웅 : (같이 멈추고 돌아보며) 니가 누굴 선택하든 그건 니 자유야. 그러니까 너두 내 사랑 막지 마.

         나는 죽어두 죽어두 너 하나만 사랑할거니까.

선우 : 철웅아.

철웅 :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 보내준다는 말? 그거 다 개소리구 헛소리야.

         나는 너 안 떠나. 니가 날 떠나두 나는 너.. 떠나보내지 않을 거야. 알아?

선우 : (보면)

철웅 :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선우, 멍하니 그 자리에서 서서 철웅이 간 쪽을 쳐다보면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재혁, 선우를 본다. 시선에서.



50. S# 거리. (몽타쥬 느낌)


꾸물꾸물 움직이는 수많은 인파들.. 그 사이로 정처 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철웅, 잠시 걸음을 멈춰 서서 담배를 피워 문다.

재혁이하고 선우한테 그렇게 소리는 쳐놓고 나왔지만.. 마음은 허하기만 한데.... 씁쓸하게 돌아보는 시선에서.



51. S# 서준의 레스토랑.


계단에 서서 마대에 턱을 괸 채 멍하니 생각에 잠긴 연웅,

그 뒤로 계단을 내려오던 서준, 연웅을 본다.


서준 : 흠흠.. (일부러 헛기침 하면)

연웅 : (얼른 닦는척하며) 안녕히 가십쇼.

서준 : 가긴 어딜 안녕히 가라는 겁니까?

연웅 : 어.. 사장님.

서준 : 근면 성실하고 자기 일 똑부러지게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막상 겪어보니 그게 아니네.

연웅 : 네?

서준 : 남의 가게 접시란 접신 다 깨뜨리구 그것두 모자라 청소할 때 딴생각이나 잔뜩 하구..

         말만 똑 부러지가 잘하지 행동이 안 따라 준다 그 말입니다.

연웅 : 살다보면 접시도 깨뜨릴 수 있는 거구 딴 생각도 할 수 있는 거죠. 사장님은 살면서 고민 같은 것두 없습니까?

서준 : (? 보더니) 연웅 씨 무슨 고민 있어요?

연웅 : 그럼 살아 숨 쉬는 인격첸데 고민두 없이 사는 줄 아십니까?

서준 : 무슨 고민인데요? 말해 봐요.

연웅 :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가, 남녀가 서로 좋아한다는 건 또 뭔가,

         왜 이 사람은 저 사람을 좋아하는데 저 사람은 왜 딴 사람을 좋아하는 건가,

서준 : 연웅 씨 지금 누구 짝사랑해요?

연웅 : 에? (순간 기막혀 보면)

서준 : 레파토리가 딱 짝사랑인데 뭐. 상대가 누구예요? 내가 아는 사람입니까?

연웅 : 나는 지금 하나뿐인 오빠 얘길 하구 있는 겁니다, 사장님.

서준 : 자기 얘긴데 오빠얘긴 것처럼 꾸며대는 게 아니 구요?

연웅 : (기막혀) 아 진짜 상대를 못하겠네. (하면서 지나치려는데)

서준 : (픽 웃더니 턱! 손을 잡는다)

연웅 : (멈칫.. 본다. 순간 당혹스러워 보더니) 뭐하는 거예요?

서준 : 어제 벤 상처가 잘 아물었나 볼라 그러는 거예요. (그러더니 연웅의 손가락을 살펴보며) 흉터는 안 남겠네.

연웅 : (또 다시 간질간질.. 못 참겠다. 탁! 손을 빼더니 재빨리 내려간다)

서준 : (? 본다 보면)



52. S# 레스토랑 안 일각.


한쪽으로 뛰어오는 연웅, 콩닥콩닥.


연웅 : 아, 거 참 이상하네..(하더니 지나가던 여직원을 붙잡는다) 저기요. 선배님.

여직원 : 왜 그래 연웅 씨?

연웅 : 제 손 좀 한번 잡아 줘보실래요?

여직원 : (? 보더니 손을 잡는다)

연웅 : (갸웃.. 아무 느낌이 없네)

여직원 : (싱겁긴 픽 웃으며 지나가면)

연웅 : (지나가는 남직원 붙잡으며) 저기요 선배님.

남직원 : 네? (돌아보면)

연웅 : 제 손 좀 잡아줘 보실래요?

남직원 : (손을 잡으면) 왜요?

연웅 : 예. 아뇨. 아니예요.

남직원 : (이상하다는 듯 보며 지나가면)

연웅 : 진짜 이상하네. 다른 사람이 잡으면 아무렇지두 않은데 왜 사장자식만 건들면 오싹 오싹한 거야 대체. (돌아보는데서)



53. S# 제하그룹 빌딩 전경.



54. S# 로비.


걸어 들어오는 승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온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없고 기가 막히고.. 아직두 이 자리에 붙어있어? 시선에서.



55. S# 신사업팀 사무실


태희 : 이선우 씨 어딨어요?

직원1 : 글쎄요. 아까부터 안 보이는데요.

태희 : (어디 갔나? 생각하다가 돌아서는데)



56. S# 복도.


힘없이 걸어 들어오는 선우, 그 저쪽으로 프레임-인 되는 승희, 선우를 발견하고 막 아는 척하려는데.


태희 : 이선우 씨.

선우 : (? 돌아본다)


승희 역시 깜짝 놀라 얼른 한쪽으로 숨는다. 빠꼼히 내다본다.

둘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 불안.. 무슨 얘기하나 쳐다보면.


선우 : 무슨 일이세요?

태희 : 아까 아침에 내가 부탁한 거 어떻게 됐어요?

선우 : 네? 아 네에.. 그거요. 아직 덜 됐는데.. 제가 파워포인트 작성하는 게 서툴러서요..

태희 : (사무적으로 보며) 내가 오늘 오후까지 시안 작성해서 넘겨 달라 그랬을 때 이선우 씨 뭐라 그랬어요?

         분명히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했죠.

선우 : 네.

태희 : 근데 이제와 파워포인트 작성하는 게 서툴러 다 못 끝냈다 구요?

선우 : 죄송합니다. 그게..

태희 : 그렇게 변명으로 둘러댈 거였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자신없다구 말했어야죠. 그랬다면 난 다른 사람한테 시켰을 거구.

         그럼 벌써 일이 끝나있을 거 아니예요.

선우 : ...

태희 : 무조건 네라고 대답한다고 다 좋은 게 아니예요, 이선우 씨. 여긴 회사구.. 프로들만 살아남는 곳이라 구요.

         앞으론 자기가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 정확히 판단해서 일을 맡도록 해요.

선우 : 네 알겠습니다. (시선 떨구면)

태희 : 이왕 일을 할 거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달려들어요. 평생 커피나 뽑구 복사나 하면서 살 생각 아니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들어요?

선우 : (멈칫.. 보면)

태희 :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선우 : ...! (본다. 사실 태희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보면)


한쪽에서 지켜보던 승희, 그제야 안도.. 그럼 그렇지, 돌아보며 픽 웃는데서.



57. S# 복도 일각.


한쪽으로 프레임-인 되며 창문에 머리를 기대는 선우. 풀이 많이 죽어있는 모습.. 그러다 반지를 꺼내서 쳐다본다. 보며..


선우 : 이선우 너 지금 왜 이러는 거니. 정신 차려.. 정신 차리자. 응?


반지를 꼭 쥐면서 시선 들어 보더니 한숨을 내쉬는데. 그 옆으로 다가서는 승희.


승희 : (창밖을 보며) 경치 좋구나.

선우 : (멈칫.. 돌아본다. 보더니) 우승희. 니가 여긴 왠일이야?

승희 : (팔짱낀 채 도도하게 서서 내려다보며) 너야말루 청소하는데서 쫓겨난 줄 알았는데 왠일루 아직 붙어있는 거니?

선우 : 그건 니가 알바 아니잖아? (돌아서려는데)

승희 : 장재혁팀장이 널 추천했다며?

선우 : (멈칫.. 다시 돌아보면)

승희 : 진짜 용하다 너. 대체 무슨 재주를 부린 거니? 장재혁 팀장한테 몸이라도 팔았니?

선우 : 뭐라구?

승희 : 그렇게 몸 막 굴리다가 신세 망친다, 너? 그러다 나중에 진짜로 다급해지면 그 땐 뭘로 땜질할라 그래?

선우 : (순간 짝! 승희의 뺨을 날려버린다)

승희 : (홱 쳐다보더니) 허.. 너 지금 나 때렸니? 감히.. 날 때렸어?

선우 : 맞을 짓을 하면 맞아야지.

승희 : 이게! (하면서 때리려는데)

선우 : (턱! 그 팔을 잡는다. 그리고는 홱 뿌리치더니) 니가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따귀 백대를 때려두 성이 안차.

         그래두 너하구 같은 수준 되기 싫어 이 정도로 끝내주는걸 고맙게 생각해. 알았냐, 우승희?

승희 : (분해서 노려보면)

선우 : 인생 그렇게 살지 마. 부자언니 만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모양인데 그런다구 이 세상이 니 맘대로 움직여질 것 같니?

         천만에.. 일찌감치 정신차리는 게 좋을 걸?

승희 : 너어.. 정말 말 다했어?

선우 : 아직 할 말은 너무너무 많은데..더 이상 너 상대하는 거 싫어 그만 할란다. 그러니까 너두 다시는 내 주변에 얼쩡대지마.

         괜히 몇 대 더 얻어맞기 전에. 알았어? (그러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허.. 기막히고 분해서 선우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분함으로 부들부들 떨며 노려보는 시선에서.



58. S# 재혁의 사무실. N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 재혁, 가방에 서류를 챙기는데 울리는 핸드폰 벨.


재혁 : (받는다) 네 장재혁입니다. (하다가 멈칫..) 누구라 구요?



59. S# 카페. N


들어서는 재혁, 안을 둘러보다가 한쪽에 앉아 있는 승희를 발견한다.

승희, 재혁을 알아보면 재혁, 그 쪽으로 다가가 맞은편에 앉는다.


재혁 : 윤희 씨가 어쩐 일이예요. 날 다 만나자 그러구.

승희 : 우리 언니랑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재혁 : 그거 물어 볼려고 불러낸 거예요?

승희 : (짐짓 웃더니) 사실 오늘 아주 놀라운 뉴스를 알게 됐지 뭐예요?

재혁 : (? 보면)

승희 : 깡패들하고 손잡구 이상한 일을 하신다면서요? 거기다 우리 할아버지 운전기사를 협박 하셨구요.

         무슨.. 일기장 때문이라 그러든데.. (보며) 맞나요?

재혁 : (멈칫.. 표정 굳어 본다)

승희 : 어머.. 정말 사실인 모양이네? 그럼 이 사실이 우리 할아버지나 태희 언니 귀에 들어가두 굉장히 곤란해지겠네요. 그렇죠?

재혁 : (본다. 보더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윤희 씨.

승희 :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좋아요. 본론부터 말씀드리죠. (본다. 보며) 이선우.. 그 회사에서 내보내세요.

재혁 : (멈칫.. 본다)

승희 : 이선우를 짤라 버리라 구요. 아시겠어요?

재혁 : (본다)

승희 : (본다)


두 사람의 부딪히는 시선에서 스틸.

<20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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