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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23 - 이별해야 하는 이유 (上)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404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23 - 이별해야 하는 이유 (上)











1. S# 재혁의 오피스텔. N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벨.


재혁 : (핸드폰을 받아든다) 네. 장재혁입니다.

승희F : 안녕하세요? 저 김윤희예요.

재혁 : (멈칫..)



2. S# 승희의 방. N


승희 : (수화기 든 채) 누군가 잃어버린 일기장이 저한테 있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장재혁 씨가 관심 있으실 거 같아서 전화 드렸어요.



3. S# 재혁의 오피스텔.


일순 딱딱하게 굳어서 고개를 드는 재혁.

선우, ?해서 본다. 누군데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보는 위로.


승희F : (insert> 얼굴) 지금 이 일기장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 중이예요. 어떡할까요? 어떡하면 좋겠어요?

재혁 : ...

승희F : (insert> 얼굴) 선우를 회사에서 내보내고, 다신 안 만난다고 약속한다면 할아버지한텐 비밀로 해드리죠.

           하지만.. 계속 선우를 만나겠다면.. 그 땐 저도 이 일기장을 어떻게 할지 장담 못해요.

재혁 : (어금니를 꾹 문다)

선우 : (재혁을 보며) 왜 그러세요? 누군데요?

승희F : (insert> 멈칫하는 얼굴이더니 좀 더 짖궂은 웃음으로) 어머.. 지금 옆에 선우도 있는 모양이죠?

           더 잘됐네요. 어디 선우 있는데서 대답해보시겠어요? 선우를 어떻게 하실 건지..

           지금 당장.. 장재혁 씨의 대답을 듣고 싶어요.

재혁 : (간격을 두더니, 이내 냉정을 되찾으며) 직접 확인해야겠어요. 그러기 전엔 믿을 수가 없어요.



4. S# 승희의 방. N


승희 : (짐짓 웃음.. 일기장을 들어보더니) 장재혁 씨 할아버지가 장기윤 회장님 맞죠? 우리 할아버지하구 동업자셨더군요.

재혁 : (insert> 얼굴) !

승희 : (그 중 신문기사 하나를 들어 보이며) 회사를 분리 하려다가 부도를 내셨구.. 그러다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돼 있네요.

         계속할까요?



5. S# 재혁의 오피스텔. N


재혁 : (눈을 지긋이 감는다. 정말 가지고 있군..)

선우 : (그런 재혁을 걱정스럽게 보면)

재혁 : 일단 만나서 얘기하죠.

승희 : (insert> 얼굴) 그냥 전화로 말씀하세요.

재혁 : 내 대답이 듣고 싶다면 약속장소로 나와요. 저번에 만났던 그 카페가 좋겠군요. 거기서 30분 뒤에 봅시다.

         (그러면서 먼저 전화를 끊어버린다)

선우 : (보면)



6. S# 승희의 방. N


핸드폰을 쳐다보는 승희, 어? 해서 보더니 다시 번호를 누른다. 전원이 꺼져있다는 메세지.


승희 : 허... (어이없이 웃다가 시선 돌리는데서)



7. S# 재혁의 오피스텔. N


재혁, 일어서며 외투를 걸쳐 입는다. 선우, 같이 일어서서 보며.


선우 : 무슨 일인데요?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어요?

재혁 : 미안해요 선우 씨. 아무래도 저녁은 같이 못 먹겠어요.

선우 : 괜찮아요, 전.. 근데 정말 별일 있는 거 아니죠?

재혁 : 걱정하지 말아요. 별 일 아니예요.

선우 : 아니라면 됐어요. 가보세요. (그러면서 가방 들어 어깨에 메며 돌아서는데)

재혁 : (선우의 팔을 잡는다)

선우 : (? 돌아보면)

재혁 : (다시 한 번 꼭 안아준다) 미안해요 선우 씨. 다음엔 약속 꼭 지킬께요.

선우 : 네에. (웃어준다)

재혁 : (전혀 웃을 수 없는 심정으로 시선 드는데서)



8. S# 평창동 이층거실. N


살그머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승희, 계단 쪽으로 가는데 그 때 방에서 나오는 서준, 승희를 보고.


서준 : 밤늦게 어딜 나가는 거야?

승희 : (흠짓.. 놀라서 돌아보더니) 어어.. 친구가 갑자기 급하게 좀 보자 그래서.

         나는 너무 늦어서 안 된다 그러는데 자꾸 지금 당장 만나자 그러네. (보며) 잠깐만 나갔다 올께 오빠. 잠깐이면 돼.

서준 : 들어올 때 벨 누르지 말구 나한테 전화해. 안 자구 기다릴 테니까.

승희 : 그래. 알았어, 오빠. (돌아서려는데)

서준 : 괜히 밤늦게 돌아다니면서 딴 짓하는 거 아니지 너?

승희 : 딴 짓이라니?

서준 : 우리 집에서 문제아는 나 하나로 충분해. 괜히 너까지 어른들 걱정 끼치고 다니는 짓 하지 말란 말야.

         특히 태희 누나 신경 쓰지 않게. 알았지?

승희 : (조금은 티껍다) 걱정 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러더니 휑하니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가 버린다)


서준, 아무래도 승희 하는 짓이 영 수상쩍기만 하다. 시선에서.



9. S# 카페. N (전에 재혁과 승희가 만났던 그 카페)


승희, 안으로 들어서면 재혁, 담배를 피우다 승희와 시선 마주치자 비벼 끈다.

그 앞으로 다가서는 승희. 재떨이에 쌓인 서너 개의 담배꽁초를 본 뒤 재혁을 보며.


승희 : 오신지 꽤 되셨나 봐요?

재혁 : (표정 없이 본다)

승희 : (씩 웃는 얼굴에서)



10. S# 철웅의 집 거실. (밤)


연웅, 문 열어주면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연웅 : 많이 늦었네? 또 야근했어요?

선우 : 어어 좀.. (보며) 할머니하구 아저씬?

연웅 : 할머닌 주무시구 아버진 오늘 못 들어오신대요. 회장님이 몸이 좀 불편하셔서 그 집에서 계속 대기해야한대.

선우 : 그렇구나. 올라가자.


선우와 연웅, 최대한 발소리 죽여서 올라가면.



11. S# 연웅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와 연웅.

선우, 피곤한 듯 한쪽에 앉으면 그 옆에 다가앉는 연웅.


연웅 : 근데 언니 어떻게 된 거야? 어젯밤엔 왜 못 들어온 거예요?

선우 : 어어. (보며) 회사일 땜에.. (시선 돌리면)

연웅 : 그럼 전활 미리 주지. 얼마나 걱정했는데..

선우 : 할머니두 많이 걱정하셨니?

연웅 : 회사일 때문에 밤샘 작업한다구 그냥 둘러댔어요, 내가. 그랬더니 언니 몸상하겠다구,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구

         걱정이 태산이시지 뭐. (그러다 선우가 들고 들어온 초밥봉투 보며) 근데 이건 뭐예요?

선우 : 어어 초밥. 먹을래?

연웅 : 나 아까 저녁 많이 먹었는데.. (그러면서도 풀러보더니) 우아.. 진짜 맛있겠다 이거.

         이럴 줄 알았으면 저녁 때 밥 한공기만 먹을걸. (하면서 하나를 덥썩 집어 입에 넣고 먹으며) 맛있다.

         근데 언니가 무슨 돈으로 이런 비싼 걸 사왔어요?

선우 : 우리 회사 팀장님이 사주신거야.

연웅 : (순간 멈칫..) 팀장님?

선우 : 나 일자리 추천해주신 분 있잖아.

연웅 : 아아.. 그 사람.. (이내 썰렁해져서 먹던 거 꿀꺽 삼키더니) 언니 그 팀장이라는 분하구 굉장히 가까운 사인가 봐요?

선우 : 그냥 나한테 이것저것 잘해주셔.

연웅 : 그렇구나. (조심스럽게) 혹시 언니.. 그 분 좋아해요?

선우 : (그 말에 멈칫.. 보면)

연웅 : 그 팀장이란 사람.. 좋아하는 거예요? 우리 철웅 오빠보다 더 좋아요?

선우 : (시선 돌리면)

연웅 : 알아요. 우리 철웅 오빠.. 할 일 없는 건달에다 또 특별한 직업두 없구, 객관적으로 보면 별 볼일 없을 수도 있다는 거.

         근데 마음만은 진짜 괜찮은 남자예요. 언니 그거 알죠?

선우 : 알아.

연웅 : 우리 철웅 오빠.. 누굴 저렇게 목숨 걸고 좋아하는 거 첨 봐요. 뭐 꼭.. 언니 부담가지라고 하는 소린 아니지만..

         그래두 나는 언니가 우리 철웅 오빨 좀 잡아줬음 좋겠어요.

         언니라면 우리 철웅 오빠도 맘잡구 잘 살아볼 수 있을 거 같거든.

선우 : (어설프게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면)

연웅 : (본다. 자기도 어색해 씩 웃더니 분위기 무마하려는 듯) 이거.. 김치 없이 먹을려니까 좀 그러네.

         내려가서 김치 좀 떠와야겠다. 있어요, 언니. (하면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선우 : ...



12. S# 철웅의 집 주방. N


안으로 들어오는 연웅, 한숨 푹 내쉬며 한번 돌아본 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낸다.


길여옥E : 누구냐?

연웅 : 연웅이야, 할머니.

길여옥 : (부시시 자다만 옷차림으로 옷깃여미며 들어선다) 이 밤중에 안자구 왜?

연웅 : 선우 언니 들어왔는데 아직 저녁 전인 거 같아서 같이 야참 먹을려 구요.

길여옥 : 시간이 멫신데 아직 저녁을 안 먹었다니? 어제두 꼬박 회사에서 밤샜다믄서.

연웅 : 어어. 그러게..

길여옥 : 쯧쯔쯔.. 일도 좋지만 저러다 병나면 어쩐다니.

연웅 : 그러게.. (하면서 김치를 담는다)



13. S# 연웅의 방. N


앉아있던 선우, 부시시 일어나 옷을 갈아입는다. 그 때 툭.. 툭.. 떨어지는 코피.

선우, 어? 해서 보더니 얼른 티슈로 코를 막는다. 그러면서 의자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힌다.

잠시 그 모습으로 나즉히 한숨 내쉬는 시선에서.



14. S# 카페. N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는 승희.


승희 : 왜 아무말씀이 없으세요? 만나면 대답을 해주겠다면서요?

재혁 : ...

승희 : 복잡하게 생각할거 뭐 있어요? 선우만 회사에서 쫒아내고 다신 안 만난다. 그럼 간단할 텐데. 안 그런가요?

재혁 : 만약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면요?

승희 : 그렇다면 저도 어쩔 수 없죠. 할아버지한테 그 일기장을 보여줄 수밖에.

재혁 : (고개를 끄덕이면 보더니)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승희 : (그럼 그렇지 씩 웃는데)

재혁 : 윤희 씨가 원하는 대로 하세요. 나는 윤희 씨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요.

승희 : (일순 표정 굳어지며) 뭐라 구요? 받아들일 생각이 없어요? 그럼.. 내가 그 일기장을 폭로해도 좋다 그 말이예요?

재혁 : 맘대로 해요. 대신.. 회장님께 그 일기장을 보여드릴 때 날 확실하게 죽여 놓으라고 말씀드리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윤희 씨가 다칠 테니까.

승희 : (멈칫.. 보면)

재혁 : 혹시 내가 한 말 기억합니까? 날 섣불리 건드릴 거면 아예 건드리지 않는 게 낫다고 했었죠.

         (보며) 김윤희로 좀 더 오래 그 자리에 있고 싶으면..날 건들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승희 : 뭐라 구요?

재혁 : 그렇게 떨 거 없어요, 김윤희 씨. 나는.. 처음부터 당신이 진짤 거라고 한순간도 믿은 적이 없었으니까.

승희 : ! (본다. 소파위에 올려 져 있던 주먹이 자기도 모르게 꾹 쥐어진다)

재혁 : 아마.. 이선우를 그렇게까지 회사에서 쫒아내고 싶은 것두 그런 이유겠죠. 당신이 가짜라는 결정적인 사실을 알고 있거나,

         아니면 진짜 김윤희에 대한 또 다른 진실을 알고 있거나..

승희 : !!

재혁 : 그래서 태희와 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신경 쓰이고 불안한 거 아닙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회사에서 내쫒고 싶은 거구요.

         (보며) 아닌가요, 김윤희 씨?

승희 : (본다 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상상력이 아주 풍부하시군요.

재혁 : 마음만 먹으면 오늘부터 일주일 안으로 당신이 김윤희가 아니라는 증거.. 열개도 넘게 만들 수 있어요.

승희 : (그 말에 순간 히스테릭하게 픽 웃더니) 그래요? 그럼 어디 한번 가져와 봐요.

         열개가 아니라 백 개를 가져와도 소용없을 테니까. 이미 난.. 할아버지하고 거래가 되 있는 몸이거든요.

재혁 : 그래요? 그럼 그 사실을 태희도 알고 있습니까?

승희 : (멈칫.. 노려보면)

재혁 : 태희가 그 사실을 알게 되도..계속 김윤희로 그 자리에 남아있을 수 있을까요?

승희 : (본다. 보더니 여유를 가장한 웃음)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나예요.

         그렇게 후회할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죠, 장재혁 씨.

재혁 : 맞아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그쪽이예요. 그 일기장을 가지고 뭘 하든 그건 김윤희 씨 마음이죠.

         하지만 이걸 명심해요.

승희 : (보면)

재혁 : 날 물면 윤희씨도 물리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김윤희 씬 모든 걸 잃게 되지만 나한텐 적어도 이선우란 여자는 남아요.

         (보며) 과연 어느 쪽이 더 후회하게 될까요.

승희 : ...! (꾹 쥐었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노려보는 시선)

재혁 : (강하게 마주보는 시선에서)



15. S# 평창동 집거실. N


문을 열어주는 서준, 그 안으로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승희.


서준 : 생각보다 빨리 들어왔네? (하는데)

승희 : (대답 없이 그대로 쿵쿵 발소리 내며 올라가면)

서준 : (쟤가 근데.. 보면)



16. S# 승희의 방. N


쿵! 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가방을 침대로 있는 힘껏 퍽! 집어던진다.

분이 못 이겨 방 안을 왔다갔다, 왔다갔다.. 그러다 돌아보더니 화장대 서랍을 열고 재혁의 일기장을 꺼내든다.

꺼내들고 홱 돌아서서 문 쪽으로 가다가 멈칫.. 일순 갈등하는 시선으로 일기장을 쳐다보는 위로


flash-back>

재혁 : 김윤희로 좀 더 오래 그 자리에 있고 싶으면.. 날 섣불리 건들지 않는 게 좋아요.


현재>

다시 불끈하는 승희 시선에서.


flash-back>

재혁 : 날 물면 윤희씨도 물리게 될 겁니다. (보며) 과연 어느 쪽이 더 후회하게 될까요.


다시 현재>

승희, 일순 결심이 굳은 표정으로 보며.


승희 : 그건 가보지 않으면 모르겠지. (시선 돌리는데서)



17. S# 재혁의 오피스텔 안. N


안으로 들어서는 재혁, 외투를 한쪽에 내려놓은 뒤 소파에 털썩 주저앉는다. 피곤한 표정으로 고개 돌리면.



18. S# 평창동 거실. N


서재 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승희, 두근.. 두근.. 두 손에 일기장을 꼭 쥔 채 김필중의 서재를 본다.

그 쪽으로 다가가서 노크를 하려고 손을 들다가 멈칫.. 잠시 망설인다.

마른침을 삼킨 뒤 천천히 똑. 똑. 똑.



19. S# 김필중의 서재. N


김필중 : (가운을 걸쳐 입다가 돌아본다) 누구냐.

승희E : 저예요 할아버지. 윤희요. 중요하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김필중 : (본다. 무슨 일이지? 잠시 간격을 두더니) 들어와.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서는 승희. 김필중, 뒷짐진채 본다.

승희, 두 손에 재혁의 일기장을 꼭 쥔 채 본다. 시선에서.



20. S# 재혁의 오피스텔. N


고개 들어 재혁을 쳐다보는 오한영.


오한영 : 무슨 말씀입니까 그게? 게임이 끝나다뇨?

재혁 : 내 할아버지 일기장이 김윤희 손에 들어가 있어. 이선우를 내쫒지 않으면..그 일기장을 김회장 손에 넘긴다더군.

오한영 : 그래서요?

재혁 : 그러라고 했어. 나는 내 손으로 이선우를 내쫒을 수 없으니까.. 일기장을 넘기든 말든 맘대로 하라구.

오한영 : 네? (놀라서 보면)

재혁 : (보며) 아마 오늘밤.. 늦어도 내일 안으로 김회장 손에 그 일기장이 넘어갈 거야.

         그렇게 되면 나는 물론이고 자네한테까지 피해가 갈지도 몰라.

오한영 : 그래서 저더러 이대로 팀장님한테 등을 돌리라 그 말입니까?

재혁 : 그러는 게 좋아.

오한영 : 그럴 수 없습니다.

재혁 : 아니. 그렇게 해.

오한영 : (보면)

재혁 : (보며) 사실.. 여기까지 따라와 준 것만 해도 고마워. 지금까지 보여준 나에 대한 충성.. 고맙게 기억할게.

         그러니까 더 늦기 전에 뉴욕으로 돌아가. 거기서 라면 자넨 얼마든지 실력발휠 할 수 있을 거야.

오한영 : 김회장은 혼자 맞서기엔 벅찬 상댑니다. 어쩌면 칼도 뽑아보지 못하고 당하는 수가 있다 구요.

재혁 : 알아. 그래서 더 떠나라는 거야.

오한영 : 혼자 싸우시겠다 구요?

재혁 : 혼자... 당해주겠다는 거야.

오한영 : (멈칫.. 본다)

재혁 : (이미 모든 걸 각오하고 관조한 표정으로 보는데서)



21. S# 김필중의 서재. N


탁자위에 일기장을 내미는 승희. 김필중 의자에 앉아 일기장을 본다. 다시 승희를 보면.


승희 : 장재혁 씨의 친할아버지 일기장이예요. 장재혁 씨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소중한 물건이라는데..

         한번 읽어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할아버지.

김필중 : ?


본다. 보더니 일기장을 집어 들어 본다. 천천히 넘기다가 눈에 띄는 신문기사..

김필중, 처음엔 뭔가 하고 본다. 보다가 점점 표정 굳는다. 기사를 하나, 하나 넘기면서 보다가 고개 들어 승희를 보면.


승희 : 네. 맞아요. 장재혁 씨가 바루..그 돌아가신 장기윤 회장님의 손자예요.

         할아버지랑 동업하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바로 그 장회장님의 손자라 구요.

김필중 : ! (본다)

승희 : 아시겠어요? 장재혁 씬.. 처음부터 모든 걸 계획하고 제하그룹에 덤벼든 거예요.

         태희 언니한테 접근한 것두 전부 다 할아버지한테 복수하기 위해서 였다 구요.

김필중 : (충격으로 손이 덜덜덜 떨린다)

승희 : 그리구 이젠.. 저까지 협박을 하기 시작했어요.

김필중 : 너를.. 왜?

승희 : 저한테 자기편이 되 달라 그러더군요. 할아버지를 쓰러뜨리는데 한편이 되 달라 구요.

         만약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제가 가짜 라는 걸 태희 언니한테 밝히겠다고 협박까지 했어요.

김필중 : ! (본다)

승희 : 장재혁은 할아버지한테 복수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라도 할 사람이예요.

         아마 지금도 어디선가 할아버지 모르게 제하그룹을 야금야금 씹어 먹고 있을지도 모르죠.

김필중 :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이, 이런 나쁜 눔!!

승희 : 네. 할아버지. 분명히 그 사람은 위험 인물이예요. 그냥 두면 언제고 할아버지 숨통을 쥐고 말거라 구요.

         그러니까 할아버지 쪽에서 먼저 손을 쓰세요. 아주 철저하게 짖밟아 놓지 않으면..오히려 할아버지가 다치실 지도 몰라요.

         아니.. 태희 언니가 다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죠.

김필중 : (본다. 노려보더니) 넌.. 대체 이 일기장을 어떻게 손에 넣은 거냐.

승희 : 할아버지 운전기사한테 직접 여쭤보세요.

김필중 : 뭐라구?

승희 : 제가 그 박기사님 아들하고 좀 친하거든요. 바로 그 아들한테 전해 받은 거예요.

김필중 : (본다. 부릅뜨고 노려보면)



22. S# 평창동 거실. N


안으로 들어서는 박귀중, 서재 쪽으로 가다 멈칫..회장실에서 나오는 승희를 본다.


승희 : 들어가 보세요, 아저씨. 지금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세요.

박귀중 : 네. (본다. 왠지 꺼림찍한 기분으로 들어가면)

승희 : (돌아본다. 시선에서)



23. S# 김필중의 서재. N


쿵! 책상위에 있는 일기장위로 내리쳐지는 김필중의 주먹.

박귀중, 그 일기장을 보고 멈칫.. 김회장을 보면.


김필중 : 이게 뭔지 알겠나?

박귀중 : 회.. 회장님.. (사색이 된다)

김필중 : 언제부터였나. 언제부터 장재혁이에 대해 알고 있었냔 말야!

박귀중 : ... (말을 못하면)

김필중 : 말해! 언제부터 나한테 숨겨왔는지! 언제부터 그 녀석하구 내통해 왔는지 말해!

박귀중 : 내통이라뇨 회장님. 오해십니다 그건..

김필중 : 그럼 대체 이 일기장은 어떻게 된 거야!! 어디 알아듣게 설명을 해봐! 설명을!!

박귀중 : (본다. 보더니) 사실은 그 날 밤.., 그러니까 회장님께서 절 장팀장 오피스텔에 보낸 그 날 밤에서야..

            저두 모든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장회장님의 손주분이라는것두 그 때 알았구요.

김필중 : 그 때 자넨 분명히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했어, 바로 지금 그 자리에 서서 나한테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의심갈만한건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구!! 근데 이런 걸 숨겨주고 있었다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녀석을 감싸준 건가! 대체 왜!!

박귀중 : 의미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기장을 빌미로 어떻게든 장팀장을 말려 보려구 했습니다.

            정말 그것뿐입니다 회장님. 절대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김필중 : 그게 아니겠지. 전에 모시던 장회장을 잊지 못해 나한테서 장팀장을 보호하고 싶었던 거겠지!

박귀중 : 회장니임.. (절박하게 보면)

김필중 : 어떻게 자네가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자넬 얼마나 각별하게 믿었는데 어떻게 나를 배신해! 어떻게에!!!!

            (소리 지르다가 멈칫...!! 뒷머리에 충격)

박귀중 : (멈칫.. 본다. 보다가) 회장님!!

김필중 : (컥! 하고 손으로 뒷목을 만진다)

박귀중 : 회장님! 회장니임!!



24. S# 평창동 거실. N


멈칫.. 돌아보는 승희,

잠시 후 방에서 가운을 입고 뛰어나오는 현자, 그리고 이층에서 뛰어내려오는 태희와 서준.


현자 : 이게 무슨 소리니?

태희 : 할아버지 서재에서 나는 소리 아니예요?

승희 : 그.. 글쎄요. 좀 전에 박기사님이 들어가시는 거 같든데.. (보면)

태희 : (서재를 돌아보더니 그 쪽으로 급히 간다)



25. S# 김필중의 서재 안. N


박귀중 : 회장님. 왜 이러십니까, 회장님!


박귀중, 쓰러진 김필중을 부둥켜 안고 있는 뒤로

벌컥!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태희, 쓰러진 김필중을 보는 순간.


태희 : 할아버지!! (뛰어 들어 온다)


현자와 서준도 놀라서 뛰어 들어오고.

뒤따라 들어서던 승희, 문가에 멈춰 서서 본다. 놀라는 시선에서.


태희 : 할아버지! 할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현자 : 아버지 왜 이러세요? 네?

김필중 : ... (계속 숨을 못 쉰 채 컥.. 컥.. 거리는 소리)

태희 : 뭐하는 거야! 빨리 주치의한테 연락하지 않구! 빨리 가서 연락해! 빨리! (다급)

서준 : (재빨리 뛰어나간다)

승희 : (문가에 서서 들어오지도 못한 채 쳐다보면)

태희 : 박기사님 대체 무슨 일이예요! 무슨 일인데 할아버지가 이래요! 네?

박귀중 : (죄책감으로 고개를 숙이면)

김필중 : (순간 끙.. 하면서 천천히 힘이 풀어진다)

현자 : 아버지이!

태희 : (보며) 할아버지이! 할아버지이!

승희 : ! (본다. 시선에서)



26. S# 재혁의 오피스텔. N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재혁, 봉투위에 써지는 글씨 <사직서>

재혁,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봉투를 바라본다. 그러다 한쪽에 있는 사진을 들어본다. 보는데.

그 때 울리는 핸드폰 벨. 재혁, 본다. 천천히 핸드폰을 받는다.


재혁 : 여보세요.

태희F : (절박한 흐느낌) 재혁아..

재혁 : (멈칫.. 고개 든다) 태희니?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태희F : (흐느낌) 재혁아.. 지금 좀 와줄 수 있니?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재혁 : ! (놀라는 시선에서)



27. S# 중환자실 복도. N


뛰어 들어오는 재혁, 한쪽으로 급하게 걸어오면 일각에 서 있는 진실장과 수행원들이 먼저 눈에 띈다.


진실장 : 어. 장팀장 왔어요?

재혁 : 태희는 어딨습니까.

진실장 : (한쪽으로 시선 돌리면)

재혁 : (그 쪽을 돌아본다)


복도 저 안쪽으로 앉아 있는 태희와 서준. 그 한쪽으로 박귀중의 모습도 보인다.

재혁, 박귀중과 시선이 마주친다. 그러자 박귀중, 먼저 시선을 돌려버린다.

재혁, 박귀중을 지나쳐 천천히 태희 쪽으로 다가선다. 서준이 먼저 재혁을 발견하고 일어선다.

태희,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재혁 쪽을 본다.


재혁 : (천천히 다가선다. 보면) 어떻게 된 거야.

서준 : 할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지금 중환자실에 계신데.. 아직 못 깨나고 계세요.

재혁 : (태희를 내려다본다. 천천히 그 옆에 앉으면)

태희 : (눈물이 떨어지는 것조차 의식 못할 정도로 창백한 얼굴)

재혁 : 괜찮니?

태희 : (본다. 보다가 고개를 가로젓더니) 재혁아.. 우리 할아버지 어떡하니? 저러다 잘못되시면.. 어떡하지?

재혁 : 괜찮아. 괜찮을 거야.

태희 : (힘없이 그대로 천천히 재혁이 어깨에 기댄다)

재혁 : ...


서준 보다가 조용히 시선 돌린다.

박귀중과 그 뒤로 보이는 진실장도 두 사람을 본다. 특히 바라보는 진실장의 시선이 곱지가 않다.

재혁의 어깨에 기댄 태희, 조용히 눈을 감는다. 눈가에 맺힌 눈물..

재혁, 말없이 태희의 어깨를 안아준다. 깊고 나즉한 한숨에서.



28. S# 평창동 거실. N


수화기를 들고 있는 현자.


현자 : 네.. 네 알았어요. 진실장님. 아뇨. 일단 회사엔 알리지 마세요. 경과 보면서 하자 구요 글쎄. 차도 있는대루 연락주세요.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승희 : (옆에서 보다가) 할아버진 좀 어떠시데요?

현자 :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기셨댄다. 중환자실에 계신데, 정확한 결과는 아침이 되 봐야 알 수 있다는 구나.

승희 : 깨나실 순 있으신 거죠? 그렇죠?

현자 :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구 해? (그러면서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손으로 짚으면)

         그나저나 무슨 일 땜에 저렇게 충격을 받으신 거야 대체.

승희 : (시선에서)



29. S# 승희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의자에 앉는다.


승희 : 안되는데.. 지금 쓰러지면 안 되는데.. (시선 돌리면)



30. S# 중환자실. N


띠.. 띠.. 기계소리.

산소 호흡기를 댄 채 눈을 감고 누워있는 김필중의 모습에서 천천히 fade-out.



31. S# 철웅의 집 전경. (이른 아침)



32. S# 철웅의 집 주방.


끓는 물에 뎁힌 약봉지를 꺼내 가위로 한쪽 끝을 짤라 그릇에 담는 길여옥. 정성스런 손길이다.

그 그릇 쟁반에 담고 약봉지까지 하나 쟁반에 담아 나가면.



33. S# 연웅의 방.


옷을 입는 선우, 그러다 목에 걸린 반지 목걸이를 본다.

선우, 잠시 바라보는데 그 때 똑똑똑. 선우, 얼른 옷 속에 반지목걸이 집어넣으며.


선우 : 네 들어오세요.

길여옥 : (문 열고 들어온다) 출근준비 다했냐?

선우 : (가방을 어깨에 걸며) 네 할머니.

길여옥 : 이것 좀 마셔라.

선우 : (멈칫.. 길여옥을 돌아 보면)

길여옥 : 너 요즘 회사일로 너무 무리하는 거 같아서. 얼굴도 쑥 빠지구 혈색두 영 말이 아니구..

선우 : 할머니..

길여옥 : 진작부터 해멕일라구 베르구 있었는데..마침 잘 짓는 데가 있다 그래서 가서 지어 와 봤어.

선우 : 이렇게 데리고 있어주시는 것만 해두 너무너무 감사한데.. 이런 거까지 신경써주시면.. 제가 너무 죄송하잖아요.

길여옥 : 내 집에서 너 데리고 있겠다, 그럴 때부터 너두 내 친손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어린것이 한번 살아보겠다고 이렇게 애쓰구 노력하는데..내가 달리 해줄건 없구 해서.

선우 : (보면)

길여옥 : 식겠다 어여 마셔. (그릇을 들어주면)

선우 : (본다. 글썽이는 눈물로 받아 마신다)

길여옥 : 그렇지 쭈욱.. 아이구 착하다. (선우 다 마시면 박하사탕 하나를 입에 넣어준다)

선우 : (받아먹으며 길여옥을 보면)

길여옥 : 이건 챙겨 갖구 가서 점심때 마셔. 약은 정성이랬다. 빠뜨리지 말구 꼬박꼬박 챙겨먹어. 알았니?

선우 : 네에. (받으면)

길여옥 : 그럼 어여 출근해라. (돌아서는데)

선우 : (갑자기 뒤에서 꼭 안는다) 할머니..

길여옥 : 아이구.. 얘가 왜 이러누..

선우 : (그저 목이 메어 암말 못하면)

길여옥 : (선우의 손을 다독이며) 다 안다. 너 힘들구 고생하는 거 다 알어.

선우 : (뚝.. 눈물 흘리면)

길여옥 : 울지 마라. 자꾸 눈물 보여 버릇하면 울 일만 자꾸 생긴다.

선우 : 안 울어요, 할머니. 저.. 안 울어요.

길여옥 : 그래. 그래애.. (손을 다독여주면)

선우 : (계속 뚝뚝.. 떨어지는 눈물..)



34. S# 이층거실.


밖으로 나오는 길여옥, 돌아보며.


길여옥 : 어린 게 말은 못하구.. 그 동안 얼마나 정에 굶주렸을꼬.. (한숨으로 보더니 돌아서서 내려간다)



35. S# 연웅의 방.


선우, 손에 들린 약봉지를 내려다본다. 점점 더 미안하고 고마워지고.. 한숨을 내뱉으며 시선 돌리는데서.



36. S# 철웅의 집 앞.


대문을 열고 나오는 선우, 막 돌아서는데.


깽패들 : (일제히) 안녕하셨습니까!

선우 : (깜짝 놀라서 본다. 보면)

깡통 : 안녕하이소 제수씨.

선우 : (? 보면)


깡패들 사이로 프레임-인 되는 철웅.


철웅 : 지금 출근 하냐?

선우 : (쭉 둘러보더니) 뭐야?

깡통 : 뭣이나면요. 엊그제 이선우 양 납치사건 이후로 우리 대장이 모종의 조치를 취하라는 지시가 있어가,

         오늘부터 우리가 제수씨의 바디가드로 안나섰는교. 데불고 출근하고 데불고 퇴근하고..

         이자는 출퇴근도 맘 푹 놓고 하이소. 하하..

선우 : (어이없게 철웅을 돌아보면)

철웅 : 난 괜찮다 그랬어. 나 혼자서 너 지킬 수 있다 그랬는데..

수탁 : 여기 계시는 깡통 형이 무조건 가야한다구 발로 엉덩일 걷어차서 내쫒는 바람에요.

깡통 : 그것이 바로 의리란 것이다 동생들아. 알긋나. (하더니 차 문 열며) 자, 타시죠, 제수씨. 회사까지 모셔다드리겠심더.

선우 : (철웅을 아래위로 쳐다보며) 정말 가지가지 한다. 가지가지 해. (홱 돌아서서 가면)

철웅 : (? 보면)

수탁 : 거 보십쇼. 챙피할 거라구 했잖습니까, 내가.

철웅 : (보더니 말없이 선우의 뒤를 쫒아간다)

깡통 : 야 자슥들아! 뭘 그렇게 쳐다보구 서 있노! 빨리 안 따라가나!

깡패들 : 네! (우르르 그 뒤를 쫒아간다)

깡통 : 수탁아. 우리는 차타고 가자.

수탁 : (보면)

깡통 : (조수석에 홀랑 올라탄다) 뭐 하노! 빨리 운전대 안 잡고!

수탁 : (본다. 후.. 한숨 쉬며 보는데서)



37. S# 버스 정류소 일각.


사람들 한쪽에 유난히 몰려서서 한쪽을 흘끔흘끔 쳐다보면.

깡패들로 둘러싸여진 넓은 한가운데 나란히 서 있는 선우, 철웅.

선우, 챙피하고 불편하고..


선우 : 야. 저 사람들 빨리 가라 그래.

철웅 : 냅둬. 좋아서 하는 일인데. (그러면서 깡패들 쪽 보며 씩 웃으면)


깡패들 일제히 빙긋, 최대한 선의를 내보이며 웃는 얼굴.

선우, 어이없이 시선을 돌려 다시 철웅을 본다.


선우 : 너.. 언제까지 저런 사람들하구 어울려 살거니?

철웅 : (대답하기 귀찮은 듯 시선 돌리면)

선우 : 너 계속 그렇게 정신 못 차리면.. 나두 더 이상 니네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알아?

철웅 : 뭐? 우리 집에 있을 수가 없다니..뭐야. 우리 집에서 나가겠단 뜻이야?

선우 : 그럴 수도 있어. 너 계속 정신 못 차리면.

철웅 : (본다. 보더니) 왜. 그 자식이.. 너 나오라 그러든? 우리 집에서 너 나오래?

선우 : 너무너무 죄송해서 이젠 할머니 얼굴을 볼 수가 없어.

         니가 자꾸 이럴 수록 나는 점점 더 니네 집에 있을 수가 없단 말야. 알아?

철웅 : 글쎄 왜!

선우 : 너 이렇게 된 거.. 나 때문이잖아. 내가 빚진 이백만 원 땜에.. 그거 갚아줄려다가 깡패 짓하게 된 거잖아!

철웅 : 누가 그렇대! 그런 거 아니야. 아니니까 괜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선우 : 아니면 거기 왜 들어간 건데?

철웅 : ...

선우 : 왜 거기 들어간 거냐구?

철웅 : (그 말에 본다. 보더니) 한 남자로서.. 너한테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너한테 뭔가 해줄려면 돈두 필요하구 힘도 필요한데..내가 자신 있는 건 주먹뿐이 없잖아.

         그래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택한 것뿐이야. 됐어?

선우 : 철웅아. 넌 나한테 이미 충분히 해줬어. 오히려 받은 게 너무 많아서 내가 어쩔 줄 모르겠다구.

         근데 뭘 더 해주겠다는 거야?

철웅 : (본다. 그 말에 보더니) 나는.. 니 웃는 얼굴이 좋아. 내가 너한테 뭔가를 해줬을 때..

         니가 감동해서 웃는 얼굴 보는 게 기분 좋다구.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널 웃게 만들어주고 싶어. 알아?

선우 : 바보야. 지금 너 내 걱정할 때니? 지금 진짜 아프고 힘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잖아. 나 때문에 니가 상처받고 있잖아.

철웅 : ... (그 말에 본다. 짐짓 시선 돌리면)

선우 : 차라리 널 만나지 말걸 그랬어. 그랬더라면 너 이렇게 나쁜 길로 빠져들지도 않았을 거구

         나 때문에 속상할 일도 없었을 거잖아.

철웅 : 아니. 널 만나지 못했다면.. 난 훨씬 더 불행했을 거야. 왜 살아야 하는지도 몰랐을 테니까.

선우 : (그 말에 본다. 보면)

철웅 : (보며) 나한테 미안할 거 없어. 너.. 나한테 잘못한 거 없어. 내가 좋아서 내 맘대로 너 좋아한 거니까..

         그러니까 미안할거 없다구.

선우 : (보면)

철웅 : (다시 시선 먼 곳으로 돌린다)


철웅을 바라보는 선우 위로 스산히 부는 바람.. 스스스.. 그 모습에서.



38. S# 국밥집 방안.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는 오산댁, 시계를 본다.


오산댁 : 허! 또 외박이라 이거지? 이 놈에 인간 아주 들어오기만 해봐 그냥.


하는데 드륵 문 열리는 소리.

오산댁, 홱 무서운 눈으로 돌아보면.



39. S# 국밥집 안.


방에서 쓰는 빗자루를 들고 뛰어나오는 오산댁.


오산댁 : 이 놈에 인간! 밤새 어딨다 이제야 기어 들어오는 거야! 어! (하면서 신발 신다가 멈칫.. 본다)

승희 : 엄마..?

오산댁 : 승희야.. 어이구. 승희구나. (하면서 얼른 방 빗자루 뒤로 감추면)

승희 : 아저씨 외박했어?

오산댁 : 어? 어어.. 아니 요즘 새루 주식인가 뭔가 하면서 좀 바뻐졌거든. 그래서 가끔 그냥..

            (하다가) 아니 근데 넌 이 시간에 왠일이냐?

승희 : 그냥 평창동 집에 좀 심난한 일이 생겨서..싱숭생숭해서 나왔지 뭐. (하면서 한쪽 의자에 걸터앉으면)

오산댁 : 왜? 무슨 일인데?

승희 : 할아버지가 쓰러지셨어.

오산댁 : 회장님이? 어머나. 위독하시냐? 돌아가실 거 같애?

승희 : 고비는 넘겼대.

오산댁 : 그래? (조금은 실망) 하긴.. 쉽게 돌아가시진 않겄지. 그렇게 부잣집에서 몸에 좋다는 약, 어디 한두 개 드셨겄냐?

승희 : (심난하게 시선 돌리는데)


드륵 문이 열리면서 들어서는 황국도.

오산댁과 승희, 동시에 돌아보면

딸꾹.. 거리며 손에는 술병을 든채 아직 술에 취해 비틀비틀.. 외투를 어깨에 척 걸친 채 안으로 들어서더니.


황국도 : 어이! 나 왔당께! 옷 받어! (외투를 오산댁한테 던지면)

오산댁 : (흘끗 승희 눈치 보며) 이 양반이 어디서 이렇게 술을 이렇게 마신 거야? 못 들어오면 못 들어 온다구 전화라두 주든가..

황국도 : 어따 시방 지금 바가지 긁는 것이여? 집 구석이 있는 사람이 고롷코롬 바가지 긁어싸믄

            바깥일이 될 것두 안 되는 겨. 몰러?

승희 : (기막혀 쳐다보면)

황국도 : (승희 발견) 이? 승희 아녀? 아이구 반갑다 야. 마침 잘 되아분젔다. 내 그렇잖아두 너헌티 볼일이 쪼까 있었는디 말여.

승희 : (삐딱) 나를 왜요?

황국도 : 이 아자씨가 요즘 주식을 쪼까 허는디. 이것이 계속 값이 올라 갖구 말이여 수입이 쏠찬허 당께.

            해서 돈 찔러 박는 짐이 아예 몇 천을 더 찔러박으믄 워쩔가 싶은디..

승희 : 돈을 찔러박든 꾸그려 박든 아저씨가 알아서 할 일이지 그걸 왜 나하구 상의를 해요?

황국도 : 그야 니가 우리 집 돈줄이니께.

승희 : 뭐요? (보면)

오산댁 : 이 양반이 정말 아직까지 술이 덜 깼나.. 아이구 그만하구 들어가 잠이나 자빠져 자.

황국도 : 아니. 말이야 바른말로.. 니가 그 집에서 가짜 행세로 천년을 살것냐 만년을 살것냐? 언제고 들키게 되어있는 일인디

            그 전에 땡길 수 있는데 까정 땡겨놔야 쓰잖것냐.

승희 : 허. 기막혀. 아예 들키라고 굿을 하지 그래요. 굿을! 예?

오산댁 : 야아 승희야. 아저씨가 술김에 한 말 가지구 왜 그래. 니가 참어.

승희 : 됐어! 진짜 짜증나서 이젠 여기도 못 오겠어. 알어? (그러더니 그대로 일어나 나간다)

오산댁 : 야! 승희야! 승희야아!! (하는데)

황국도 : 아따 저 기집애 승질머리..

오산댁 : (순간 홱! 째리더니 외투를 그대로 황국도 머리에 냅다 던지며) 어이구 화상! 나가죽어! (하면서 들어가 버린다)

황국도 : ...??



40. S# 서준의 레스토랑 안.


프레임-인 되는 민영(27세, 여) 이지적이고 지적인 용모.

그 앞으로 다가서는 연웅.


연웅 : 어서 오십쇼, 손님. 일행 분 있으신가요?

민영 : (보며) 사장님을 만나러 왔는데요.

연웅 : ? (본다. 아래위로 보는데서)



41. S# 계단.


창밖을 보고 있는 서준, 나즉히 한숨 내쉬는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연웅.


연웅 : 사장님..

서준 : ...

연웅 : 사장님!

서준 : (흘끗 돌아보더니) 말해요. 다 들리니까.

연웅 : 왜 그러고 계세요? 사장님 무슨 고민 있으세요?

서준 : (본다. 보더니) 그냥.. 할아버지가 좀 편찮으셔서요.

연웅 : 할아버지가요? 어머, 많이 편찮으세요?

서준 : 네.. (그러면서 씁쓸하게 웃음) 할아버지랑은 정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걱정되는걸 보니 역시 피는 못 속이나 봐요.

연웅 : (그렇구나..)

서준 : (보며) 근데 무슨 일이예요?

연웅 : 네?

서준 : 나한테 무슨 볼 일 있어 온 거 아니예요?

연웅 : 아.. 맞다. 저기.. 손님이 오셨어요. 여자 손님이요. (하면서 뒷쪽으로 돌아서면)

서준 : (? 그쪽을 보면)

민영 : (프레임-인 되서 천천히 계단을 올라온다) 오랜만이다 윤서준.

서준 : (반가운 표정) 어? 채민영.


그러면서 연웅을 지나 민영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서준. 두 사람의 모습 서스럼 없어 보인다.

연웅, 악수하며 맞잡은 서준과 민영의 손을 보더니 흘끗 서준과 민영을 번갈아 보는데서.



42. S# 바 앞.


마른 수건으로 컵을 닦고 있는 연웅. 저쪽으로 보이는 테이블에 마주앉아 있는 서준과 민영을 본다.


연웅 : (퉁명) 참나, 좀 전까지 할아버지 걱정하던 사람 맞어? 어떻게 한순간에 돌변해서 저렇게 샐샐거리구 웃냐?

남직원 : 원래 우리 사장님이 여자한텐 친절하시잖아요.

연웅 : 맘에 안 들어 진짜.


그 옆으로 음료수 쟁반을 들고 지나가는 여직원.


연웅 : 어, 선배님. 지금 그거 사장님 테이블에 가져가는 거예요?

여직원 : 어. 그런데 왜?

연웅 : 주세요. 제가 갖다 드릴께요.

여직원 : 괜찮은데..

연웅 : 저두 괜찮아요. 주세요. (하더니 얼른 받아들고 테이블 쪽으로 간다)


여직원, 남직원 서로 의아한 듯 시선 마주치면.



43. S# 테이블 앞.


마주앉아 있는 서준과 민영. 그 옆으로 음료수 쟁반을 들고 다가서는 연웅.


연웅 : 음료가 나왔습니다. 사장님. (하면서 음료를 탁탁 놔주면)

서준 : 연웅 씨. 마침 잘 왔네. 인사해요. 이쪽은 내 친구 채민영이예요. 민영아 인사해. 이쪽이 바로 그 박연웅 씨다.

민영 : (본다) 안녕하세요.

연웅 : 아.. 네 안녕하세요.

서준 : 나하군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였어요. 미국에 공부하러갔다 얼마 전에 나왔대요.

연웅 : 아, 네에.. 미국이요. (슬쩍 보면)

민영 : 6년 만에 처음 만났는데 글쎄.. 앉아마자 연웅 씨 얘기만 잔뜩 늘어놓는 거 있죠.

         엄청 바른생활 아가씨에 엄청 덜렁이라면서요? 깨진 접시 값만 해도 벌써 한 달 치 월급 다 까먹을 정도구요.

연웅 : (곱지 않은 시선으로 서준 보며) 뒤에서 제 흉 보셨습니까, 사장님?

서준 : 흉이라뇨 연웅 씨. 그냥 재미삼아 몇 마디 해준 거죠. (민영 보며) 야, 너 그만 놀려. 연웅 씨 화나면 되게 무섭단 말야.

         멱살 잡히는 건 기본이구 잘못하면 물벼락까지 맞는다니까.

민영 : (웃음. 재밌다.)

연웅 : (열 받네. 훅! 앞머리 불어제끼면)

서준 : 됐어요. 가서 일봐요 연웅 씨.

연웅 : (본다, 티껍게 보더니) 그러죠, 사장님. (하더니 지나가면서 의자 옆으로 나와 있는 서준의 발을 힘껏 콱! 밟고 지나간다)

서준 : 으아아아아!!!

민영 : (놀라서 본다)

연웅 : (얼른 돌아보더니) 어이구. 죄송합니다. 난 또 거기에 사장님 발이 있는 줄 꿈에도 몰랐죠.

서준 : 아우 증말! (아픈 얼굴로 홱 올려다보면)

연웅 : 그러게 자기 발은 알아서 간수하셔야죠. 사람 지나다니는 통로에 그렇게 발을 뻗구 있으니 당연히 밟힐 수밖에.

서준 : 박연웅 씨!

연웅 : 에이 열 받지 마세요, 사장님. 열 받으니까 얼굴이 뻘게진 게 꼭 불붙은 고구마 같습니다, 사장님.

         6년 만에 만난 소꿉친구님두 계신데.. 진정하셔야죠.

서준 : 어우.. (보면)

민영 : (픽 웃음)

연웅 :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슴다! 즐거운 시간 되십쇼. (그러더니 쓱 돌아서서 가버린다)

서준 : 진짜.. 아무래도 살풀일 하든가해야지. 어떻게 여자가 한번을 안지냐? 한번을? 아우우.. (아픈 표정으로 발등을 문지르면)

민영 : 그래두 상당히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너?

서준 : 어? 어어.. (씩 웃더니) 그래 보이냐?

민영 : 그래 보여.

서준 : 하긴 요즘은 저 여자 펄펄 뛰는 거 보는 재미루 산다 내가.

         덕분에 가게에 붙어있는 시간두 많아지구. 덕분에 착실해졌단 칭찬도 듣구.

민영 : 좋아하니?

서준 : 뭐.. 나쁘진 않아. 아직까진 지켜보는 중. (그러더니 흘끗 연웅 쪽 돌아보며) 그나저나 뭔 여자가 저렇게 힘이 쎄?

         얼마나 쎄게 밟았나 아직까지 얼얼하네.. (발등을 문지르면)

민영 : (그런 서준을 보다가 연웅 쪽을 돌아본다)


저쪽에서 마루를 닦고 있는 연웅, 이쪽을 보다가 민영과 시선 마주치자 얼른 돌아서서 다른 쪽을 열심히 닦는다.

그러면서 한 번 더 흘끔 돌아보는 연웅의 얼굴에서.



44. S# 병실 복도.


앉아 있는 태희. 그 앞으로 음료를 내미는 손. 태희, 돌아보면 재혁이다.

태희, 음료 병을 받으면 그 옆에 앉는 재혁.


재혁 : 집에 들어가 좀 쉬지 그래?

태희 : (담담하고 조용하게) 괜찮아. 됐어. 너야말루 밤새 쉬지도 못 하구, 회사까지 못 나가구.. 어쩌니? 미안해서..

재혁 : ...

태희 : 어젯밤엔 나두 어지간이 경황이 없어났 봐. 그냥 나도 모르게 너한테 전활 했다.

재혁 : 잘했어. 이렇게라두 너한테 뭔가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태희 : (그 말에 고개 들어 보면)

재혁 : (분위기 바꾸며) 너무 걱정하지 마. 회장님.. 괜찮으실 거야.

태희 : 그래. 고마워.

재혁 : (본다. 짐짓 웃어주는데)


그 때 중환자실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는 주치의.

태희, 재혁 돌아본다. 같이 일어서서 보며.


태희 : 할아버진 좀 어때요?

주치의 : 일단 고비는 넘기셨지만.. 의식이 돌아올 때까진 아직 안심할 수 없습니다.

태희 :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시선에서)



45. S# 중환자실 안.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김필중을 옆으로 다가선다.


태희 : (조용히) 할아버지.. 저예요 태희.

김필중 : ...

태희 : (본다. 보다가 김필중의 손을 꼭 잡아준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 뒤로 문틈으로 안쪽을 들여다보는 재혁의 얼굴.



46. S# 복도.


병실 안을 들여다보던 재혁.. 조용히 고개를 떨군다.

천천히 돌아서서 의자에 앉는 재혁. 조용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깊은 한숨.. 그 모습에서.



47. S# 신사업팀 사무실.


컴퓨터 앞에서 문서 작성을 하는 선우. 출력키를 누르면 프린터에서 나오는 인쇄물.

뽑아들고 쳐다보다가 문득 태희의 책상을 돌아본다. 비어있는 책상..

선우, 잠시 바라보다가.


선우 : 저기요. 오늘 태희 언니 결근이예요?

직원1 : 네. 오늘 하루 병가휴가 낸 거 같든데요.

선우 : 병가요? 어디 아프시대요?

직원1 :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선우 : (본다. 시선 들어 재혁의 사무실 쪽을 본다)



48. S# 재혁의 사무실.


똑똑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보는 선우.

비어있는 재혁의 사무실. 선우, 본다. 보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다.



49. S# 재혁의 오피스텔.


한쪽 소파에 놓여진 채 울리는 핸드폰 벨. 공허하게 울린다.



50. S# 재혁의 사무실.


선우, 핸드폰을 접는다. 걱정하는 시선으로 재혁의 빈자리를 보다가 돌아서다가 멈칫해서 보면.

그 앞에 서 있는 오한영.


오한영 : 이 방엔 무슨 일입니까.

선우 : 팀장님이 아직 출근 안하신거 같아서.. 그래서요.

오한영 : 지금 팀장님을 걱정하는 겁니까.

선우 : (? 보면)

오한영 : 정말 그렇게 걱정되면.. 장팀장님을 떠나세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장팀장님을.. 떠나세요.

선우 : 선배님..

오한영 : 이선우 씬 장팀장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요. 그 분은.. 일을 할 때 가장 빛이 나는 사람입니다.

            위기가 닥칠 수록 강해지고 어떤 문제든 절대 피해가는 법이 없었어요. 근데.. 이선우 씰 만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이선우 씨가 장팀장님을 망쳐놨단 말입니다. 아시겠어요?

선우 : (보면)

오한영 : 만약 장팀장님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나는 이선우 씰.. 평생 용서 못할 겁니다.

            (그러더니 차갑게 돌아서서 나간다 쿵! 문이 닫히면)

선우 : (멍하니 본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51. S# 중환자실. N


프레임-인 되는 재혁의 얼굴. 누워있는 김필중을 그렇게 한동안 내려다보고 있었던 듯. 그러다가 아주 조용히.


재혁 : 겨우.. 이거였습니까? 겨우 이렇게 끝날 거면서.. 하나뿐인 친구를 그렇게 죽게 만든 겁니까?

김필중 : ...

재혁 : 일어나세요. 일어나서 다시 나한테 호통이라도 쳐보란 말입니다. 이렇게 누워있는 건 회장님한테 어울리지 않아요.

         그러니까.. (울컥.. ) 그러니까 일어나라 구요. 아시겠어요?

김필중 : ...


재혁, 본다. 눈가가 시큰해져서 고개를 들어 시선을 돌린다. 잠시 그런 뒤 그대로 돌아서서 나가면.

그 때.. 희미하게 까딱 움직이는 김필중의 손가락..



52. S# 복도. N


밖으로 나오는 재혁. 한쪽에서 걸어오던 태희, 중환자실에서 나오는 재혁을 본다.

재혁, 태희를 보지 못한 채 잠시 고개를 떨구고 서 있더니 그대로 조용히 돌아서서 간다.

태희, 그런 재혁의 뒷모습을 본다. 시선에서.



53. S# 달리는 재혁의 차 안. N


운전하는 재혁의 모습.. 두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는 얼굴에서.



54. S# 신사업팀 사무실. (밤)


다들 퇴근하고 텅 빈 사무실.

선우, 스위치를 하나씩 하나씩 꺼나간다. 하나하나 꺼져가는 사무실 등.

선우, 둘러본 뒤 천천히 창가로 가서 야경을 내다본다. 그러면서 손에 든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살며시 만져보다가 한숨.. 유리창에 이마를 댄다. 시선에서.



55. S# 재혁의 오피스텔. N


안으로 들어오는 재혁, 불도 켜지 않은 채 피곤한 듯 소파에 털썩 앉는다.

잠시 뒤 삑삑.. 핸드폰에 메세지가 왔다는 신호음이 들린다.

재혁, ?해서 돌아본다. 집어 들어 본다. 번호를 누른다. “7개의 음성메세지가 있습니다.”

재혁, 번호를 누르면.


음성 : 첫 번째 메세집니다.

선우F : 팀장님.. 저 선우예요.

재혁 : (멈칫..)

선우F : 오늘 출근도 안하시구.. 하루 종일 연락도 안 되구.. 어디 계신 거예요?

재혁 : (다음 메세지를 누른다)

음성 : 두 번째 메세집니다.

선우F : 팀장님.. 저.. 지금 사무실에서 팀장님 전화를 기다리고 있어요. 전화주세요.

재혁 : (다시 얼른 다음 메세지를 누른다)

음성 : 세 번째 메세집니다.

선우F : 저예요. 저.. 아직 사무실에 있거든요..


순간 재혁, 핸드폰을 접더니 그대로 일어나 밖으로 뛰어 나간다.



56. S# 신사업팀 사무실. N


혼자 창밖을 보며 있던 선우..하아.. 입김을 불어 거기에 이름을 써본다. 장재혁..

입김이 사그라 들자 선우, 한숨.. 그러면서 천천히 돌아서서 간다.

화면, 틸-다운 하면 그 창문틀 한쪽에 놓여 져 있는 선우의 핸드폰..



57. S# 현관앞. N


끽! 멈춰서는 차. 재혁, 차에서 내려 로비로 뛰어 들어간다.



58. S# 신사업팀 복도. N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선우..땡.. 문이 열리면 그 안에 올라타는 선우. 문이 닫힌다.

화면, 그 옆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면. 문이 열리면서 내려서는 재혁, 신사업팀 사무실 쪽으로 뛰어 들어간다.



59. S# 신사업팀 사무실. N


재혁 : 선우 씨! 선우 씨 아직 안에 있어요? (대답이 없다. 돌아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누르면)


창가 쪽에서 울리는 선우의 핸드폰.

재혁, 돌아본다. 핸드폰을 접고 창가로 다가선다. 거기에 놓여 져 있는 선우의 핸드폰..

재혁, 잠시 바라본다. 바라보다가 선우의 핸드폰을 집어 든다. 그러다 천천히 돌아서는데. 멈칫..

핸드폰을 찾으러 안으로 들어서던 선우가 멍하니 재혁을 보고 있다.

선우를 바라보는 재혁.


선우 : 팀장님..

재혁 : 미안해요. 내가 또.. 선우 씰 오래 기다리게 했군요.

선우 : (본다. 괜히 글썽.. 눈물이 고여서) 하루 종일 전화했었는데.. 계속 연락이 안 되서..

         그래서 계속 기다렸어요. 기다리다가.. (하는데)

재혁 : (와락 선우를 끌어안아버린다)

선우 : ...!

재혁 : 나두.. 하루 종일 선우 씨가 보고 싶었어요.


선우, 안긴 채 바라보는 시선에서 dis.

(짧은 경과)

창가에 나란히 앉아 있는 선우와 재혁. 두 사람 위로.


재혁 : 김회장님이 쓰러지셨어요.

선우 : (돌아본다)

재혁 : 의사말로는 고비는 넘겼대요. 회사엔 회장님 쓰러지신 거 비밀로 돼 있어서.. 그래서 알릴수가 없었어요.

선우 : 네에..

재혁 : (한숨과 함께 피곤한 시선 창밖으로 돌린다) 예전에 우리 할아버질 돌아가시게 한 사람이 있다고 했죠.

         그래서 내가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구요. 기억나요?

선우 : 네. 기억해요.

재혁 : 사실은.. 그 사람이 바로 김회장이었어요.

선우 : (멈칫.. 본다)

재혁 : 기분이 이상해요. 저렇게 쓰러진 모습을 보면서 통쾌하게 웃어줄려고 했는데..

선우 : 그런데요?

재혁 : 막상 저렇게 초라하게 누워있는걸 보니까 하나도.. 기쁘지가 않더라구요. 하나도 통쾌하지가 않았어요.

선우 : 미움과 사랑은.. 원래 하나였대요. 어쩌면 팀장님은 회장님을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르죠.

재혁 : (눈시울이 붉어진 채 허탈한 미소로)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선우 : (보면)

재혁 : (후.. 한숨을 내뱉으며 창밖을 보더니 불쑥) 여길.. 떠날까 해요.

선우 : ? (보면)

재혁 : 이제.. 여기서 내가 할 일은 없어졌어요. 더 이상 남아있을 이유도 없구요. 여길 떠나면.. 이제 나는 무일푼에,

         더 이상 신사업팀 팀장도 뭣도 아닌..그냥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게 될 거예요.

선우 : (본다)

재혁 : 하지만 선우 씬 회사에 남아있으면 앞으로 얼마든지 원하는 자리까지 올라갈 수도 있어요.

         그만한 실력도 있고 또 근성도 있으니까..

선우 : (본다)

재혁 :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구..그거 다 포기하고 나한테 와 달라 그러면.. (돌아보며) 그럼 내가 너무 나쁜 놈일까요?

선우 : (본다)

재혁 : (보며) 날 믿고.. 같이 가줄 수 있겠어요?

선우 : 지금 그 말.. 나중에 후회하실 지도 몰라요.

재혁 :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선우 : 시간이 지나서 주름살 늘고 볼 품 없어지면.. 아마 눈도 마주치기 싫어지게 될 거예요.

재혁 : 그럴 수 있을 때까지 선우 씨하고 함께 살아보고 싶어요.

선우 : 나 때문에 모든 걸 잃게 될지도 모르는데요?

재혁 : 이젠 더 잃을 것도 없어요.

선우 : (순간 울컥하는 기분으로) 나는.. 내가 팀장님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 했어요.

         내가 팀장님을 힘들게 만드는 게 아닐까.. 그래서..

재혁 : 선우 씨가 날 떠나버리면.. 그 땐 정말로 힘들어질 거예요. (본다. 보며) 나하고 같이.. 가줄래요?

선우 : (순간 눈물이 떨어진다)


재혁, 조용히 손을 뻗어 선우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아준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서서 선우의 이마에 키스한다.

이마에서 콧등으로.. 그리고 천천히 입술위로 긴 입맞춤.

창밖 야경 불빛에 실루엣으로 키스하는 선우와 재혁..

선우, 팔을 뻗어 힘껏 재혁을 꼭 끌어안는 모습에서.



60. S# 인수의 창고 안. N


순간 툭! 매고 있던 운동화 끈이 끊어진다. 철웅, 멈칫.. 끊어진 운동화 끈을 본다. 보면.


수탁 : (프레임-인 되며) 형, 뭐하세요?

철웅 : (멍하니 보며) 수탁아. 운동화 끈이.. 끊어져다. (왠지 불길한 표정으로 보면)

수탁 : 너무 오래 되서 그런 거 아니예요? 새 거 하나 사 신으세요.

철웅 : 그런가? (그러면서 끊어진 끈을 본다. 시선 드는데서)



61. S# 중환자실. N


띠..띠.. 소리와 함께 화면 이동하면,

김필중의 손을 가만히 잡는 태희. 한동안 김필중의 얼굴을 내려다본 뒤 이불을 잘 덮어주고 조용히 돌아서서 나가는데.

바로 그 때 까딱.. 작게 움직이는 김필중의 손. 김필중의 감겨져 있던 눈꺼풀이 짐짓.. 움직인다. 으음... 신음소리..

태희, 문까지 갔다가 멈칫.. 돌아보면. 조금씩 안면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김필중.


태희 : 할아버지? (얼른 다가와 김필중을 들여다본다) 할아버지! 정신이 드세요? 저예요. 태희예요.

김필중 : (아주 천천히 눈을 뜬다)

태희 : (일순 표정 환해지며) 할아버지! (보면)


김필중, 흐릿하게 뜬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태희 쪽으로 시선 옮긴다. 태희를 보더니.


김필중 : (갈라지고 쉰 소리로 알듯 말 듯 겨우) 장...재혁.. 이... 그 눔..

태희 : 네? 누구요?

김필중 : (다시 한 번 있는 힘을 쥐어짜듯) 장.. 재혁이.. 그.. 놈.. 어딨..냐!


일순 멈칫.. 의외의 표정으로 김필중을 바라보는 태희의 얼굴에서 스틸.

<23부 끝>
























첨부파일 유리구두23.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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