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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24 - 이별해야 하는 이유 (下)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344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24 - 이별해야 하는 이유 (下)











1. S# 중환자실. N


띠..띠.. 소리와 함께 화면 이동하면,

김필중의 손을 가만히 잡는 태희. 움직이지 않는 김필중의 얼굴을 본 뒤 조용히 돌아서서 나가면.

까딱.. 움직이는 김필중의 손.

화면, 천천히 김필중의 얼굴로 이동하면 감겨져 있던 눈꺼풀이 짐짓.. 움직인다. 으음... 신음소리..

태희, 나가려다 말고 멈칫.. 돌아본다. 보면 조금씩 안면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김필중.


태희 : 할아버지! (얼른 다가와 김필중을 들여다본다) 할아버지 저예요. 태희예요. 정신이 드세요? 네?

김필중 : (천천히 눈을 뜬다)

태희 : (일순 표정 환해지며) 할아버지!

김필중 : (흐릿하게 뜬 시선으로 태희를 본다. 갈라진 목소리로) 장.. 재혁이... 그 눔..

태희 : 네?

김필중 : (겨우) 장재혁이.. 그.. 눔.. 어딨냐.

태희 : (멈칫.. 본다. 시선에서)



2. S# 병원 복도. N


뛰어 들어오는 승희, 현자, 서준.

진실장과 수행원들, 그리고 박귀중, 병실 앞에 서 있는다.


현자 : 아버지가 깨나셨다 구요?

박귀중 : 네, 방금 전에.. 지금 의사들하고 태희 양이 안에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직 면회가 안된답니다.

현자 : (병실을 보면)

승희 : 확실히 의식은 돌아 오신건가요?

박귀중 : 그러신 것 같습니다.

승희 : (일순 환해진 표정으로 본다)

서준 : (그런 승희를 한번 보면)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는 주치의와 태희.


현자 : 좀 어떠세요?

주치의 :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되고 있습니다. 의식까지 차리셨으니 이젠 안심해도 될 것 같습니다.

현자 : 수고하셨어요, 선생님.

서준 : 누나두 수고 많았어요. 누나가 그렇게 지키고 있는데..할아버지두 안 깨나실 수 없었을 거야.

태희 : (희미한 미소. 그러다) 참.. 진실장님.

진상만 : 네.

태희 : 할아버지가 찾으세요. 들어가 보세요.

진상만 : 저를.. 말입니까? (그러면서 병실 쪽을 보면)



3. S# 병실 안. N


누워있는 김필중, 그 옆으로 다가서는 진실장.


진상만 : 회장님. 진상만입니다.

김필중 : ...

진상만 : 회장님..?

김필중 : 가까이 와.

진실장 : (본다. 보더니 김필중의 얼굴에 가까이 귀를 댄다)

김필중 : (뭔가 조용히 입술을 움직여 얘기한다)

진실장 : (멈칫.. 하는 시선 천천히 물러앉으며 김필중을 보면) 지금.. 당장 말입니까?

김필중 : 그래.. 지금.. 당장..

진실장 : (본다. 보더니 결연하게)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곧 조처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밖으로 나간다)

김필중 : (있는 기운을 다하고 있는 듯.. 피곤한 기색으로 시선 돌리면)



4. S# 병실 복도.


밖으로 나오는 진실장.

서 있던 태희, 현자, 승희, 서준, 박귀중 돌아보면.


현자 : 무슨 일이예요 진실장?

진상만 : 지금은 좀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현자 : (눈 꼬리 올라가며 쳐다보면)

진상만 : 그럼 전 이만.


그러더니 진실장, 한쪽에 서 있는 수행원들 쪽으로 다가가 뭐라뭐라 귓속말.

그러더니 수행원들 둘만 남겨놓고 다른 두 사람과 함께 급한 걸음으로 복도를 빠져나간다.

뭔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듯한 긴장감..

승희, 일순 무슨 일인지 직감!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

그 옆으로 태희, 왠지 불길한 느낌으로 본다. 시선에서.



5. S# 철웅의 집 앞. N


와서 멈춰서는 재혁의 차.

선우, 내려선다. 내리려는데 재혁, 선우의 손을 잡아준다. 선우, 돌아보면.


재혁 : 내일 아침에 봐요. 기다릴게요.

선우 : (본다. 웃음으로 대답한 뒤 조용히 차에서 내린다. 돌아보면)

재혁 : (짐짓 웃음으로 본 뒤 출발해서 간다)


선우, 멀어지는 재혁의 차를 한동안 바라본다. 시선에서.



6. S# 철웅의 집 거실. N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앉아 있는 연웅과 길여옥, 그리고 철웅.


선우 : 다녀왔습니다.

길여옥 : 어, 그래 선우 왔구나. 어여 와 과일 먹어라.

연웅 : 왠일루 철웅 오빠가 수박을 다 사 갖구 들어왔지 뭐야.

선우 : (철웅을 보면)

연웅 : 생전 집에 뭐 한번 사들고 들어온 적 없던 오라버니가 이렇게 큰 수박까지 사들고 들어오시다니.

         이 어린 소녀, 감동에 감동.. 또 감동입니다 오라버니.

철웅 : (흠흠.. 겸연쩍게 시선 돌리면)

길여옥 : (수박을 쪼개며) 옛날에는 한여름이나 되야 수박구경을 했는데..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나 이젠 오뉴월 봄날에두

            수박을 먹게 됐구나. (선우 보며) 왜 그렇게 섰어? 어여 와 앉어.

연웅 : 뭐해요. 어서 앉아요, 언니.

선우 : 어. (앉으며) 아저씨는?

연웅 : 회장님이 편찮으셔서 오늘두 못 들어오신대요. 오늘두 병원에서 밤 새실 건가 봐.

선우 : 그렇구나.

길여옥 : 나이 칠십 넘으면 문 밖이 저승길이라더니.. 그렇게 정정하던 양반이 그렇게 갑자기 쓰러질 줄 누가 알았누.

연웅 : 그러니까 할머니두 건강 조심하세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이 담에 철웅 오빠 장가가서 아들 낳는 것두 보구

         나 시집가서 딸 낳는 것두 보구 그러지.

길여옥 : 그러게. 늬들이 빨리빨리 시집장가를 가야할 텐데.

철웅 : 걱정 마세요 할머니. 내가 빨리 장가가서 손주 며느리한테 맛있는 진지 얻어 드시게 해드릴 테니까.

길여옥 : 말만이라두 고맙다.

철웅 : 야, 뭐해 어서 먹어. (하나를 집어 들더니 선우한테 쓱 내밀면)

연웅 : 이것 봐 이것 봐. 할머니 옆에 두구 선우 언니부터 챙기는 거.

         이러면서 뭐? 빨리 장가가서 손주 며느리한테 뭘 해드리게 해? 하여튼 이래서 남잔 키워봤자 소용 하나두 없다니까.

철웅 : (벌쭘해서 보면)

선우 : (하나 집어 들더니) 할머니 아아 하세요.

길여옥 : 응? (수박 자르다 말고 한입 베어 물며) 아이구 달다. 달어.

연웅 : 할머닌 선우언니가 주는 건 무조건 다 달구 맛있다시니까 뭐. (웃으면)

철웅 : 나두 아아.. (하면서 입 벌린다)

선우 : 뭐야 너?

철웅 : 니가 주는 건 다 달구 맛있다며. 그 수박 얼마나 단지 나두 좀 먹어 보자구. 아아. (입 벌리면)

선우 : 너 손 없어? 니가 집어서 먹어. (그러면서 자기 입으로 쏙 가져간다)

철웅 : (입 벌린 채 썰렁해져서 보면)

연웅 : (일순 푹! 터지는 웃음)

철웅 : 웃지 마 너!

길여옥 : (보더니 픽.. 웃음)

철웅 : 할머니이! (돌아보는데)


그만 큰소리로 웃음이 터지는 연웅과 길여옥.

철웅, 씨이.. 열 받아서 보더니 제일 크게 썰어진 걸 집어 들어 우걱우걱 먹기 시작한다.

그 바람에 다시 한 번 크게 웃는 연웅과 길여옥.

선우도 웃으며 그 모습을 본다. 화기애애한 식구들의 모습.

선우, 그들과 함께 웃으면서도 가슴 한켠이 괜히 짠하고 아릿하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7. S# 옥상. N


책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나오는 선우. 하늘을 잠시 바라본다. 보는데

그 뒤로 나오는 철웅. 쓱.. 선우 옆에 선다.


철웅 : 어쩐 일이냐? 니가 날 다 보자구 하구?

선우 : (본다. 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책을 준다)

철웅 : (? 보면) 이게 뭐야?

선우 : 너. 아직 운전 면허두 없지?

철웅 : (보면)

선우 : 이거 운전면허 필기시험문제지야. 공부해서 우선 운전면허시험부터 봐.

철웅 : 운전면허는 따서 뭐하게?

선우 : 트럭만 운전할 줄 알아도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철웅 : 글쎄 트럭운전은 해서 뭐하냐구.

선우 : 깡패 짓 그만하구 트럭 운전이라도 하면서 성실히 먹구 살 생각을 하란 말야. 성실히! 알았니?

         (하면서 철웅 손에 탁! 쥐어주면)

철웅 : (흘끗 문제집을 보더니) 내가 트럭운전해서 열심히 일하면.. 너 나한테 시집올 거야?

선우 : 뭐?

철웅 : 그런 거 아니면 안 볼란다. 가져가. (도로 내밀면)

선우 : 장난치니 지금?

철웅 : 나 원래 책하군 담벼락 쌓은 지 오래야. 새삼 문제지 들여다보면서 시간 죽일 일 있냐?

선우 : 너 그러면서 결혼은 어떻게 할라구 그래?

철웅 : (? 본다)

선우 : 솔직히 너.. 깡패 짓 말구 할 줄 아는 거 뭐 있어? 없지? 그러면서 장가는 가겠다구?

         야. 니 자신 하나도 책임 못 지면서 어떻게 한 가정의 가장이 되겠다는 거니? 주먹질루? 그걸루 니 가정 지키겠다구?

철웅 : (슬쩍 시선 피하면)

선우 : 군소리 말구 운전면허부터 따. 한방에 못 따기만 해봐. 다시는 니 얼굴 안볼 테니까.

철웅 : (겸연쩍음을 숨기며 괜히 귀찮은 듯) 어우 알았어, 알았어. 한방에 딸게. 따면 되잖아.

선우 : 진작 그럴 것이지. (하면서 시선 돌리는데)

철웅 : (흘끔 보더니) 책 들여다볼 생각하니까 벌써 하품부터 나오네.

         (그러더니 크게 기지개 켜는 척하면서 팔을 턱! 하니 선우 어깨에 올린다)

선우 : (? 돌아보면)

철웅 : 그래 좋다. 이선우 씨가 그렇게 원한다면 한번 해보지 뭐. 까짓 거 오빠가 마음만 먹으면 못할게 뭐가 있냐. 안그래?

선우 : 어쭈. 지금 니 팔 어디 올라와 있냐?

철웅 : 내 팔? 하나는 이쪽에 있구 또 하나는 그 쪽에 있지.

선우 : 또 나한테 맞구 싶어 또 시작이지 너?

철웅 : 간만에 한번 맞아보지 뭐. 그렇잖아두 근질근질 했는데.

선우 : (본다. 잠시 보더니 생각 바꿔) 좋아. 오늘은 특별히 봐준다.

철웅 : 뭐? 왠일이냐?

선우 : 너.. 오늘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왔잖아. 수박까지 사 갖구 들어와 할머니랑 연웅이 다 같이 즐겁게 해주구.

         그래서 상 주는 거야.

철웅 : 그래? 보너스는 없냐? 이왕 주는 김에 오빠한테 뽀뽀 한방 보너스루 날려라. 어?

선우 : 또 선 넘어오지. 또오?

철웅 : (일순 김새서 시선 돌리면)

선우 : (본다. 그런 철웅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그냥.. 앞으로도 너 오늘처럼만 해. 어쨌든 니가 이집에 기둥이고 아들이잖아.

         할머니두 아저씨두 연웅이두.. 모두 마음속으론 너만 믿고 의지하고 있어. 알지?

철웅 : (건성) 그래 알어..

선우 : (왠지 오늘이 철웅과 마지막인 것에 가슴이 메여) 두 분.. 속 썩이는 일 그만하구. 잘해드리란 말야.

철웅 : 알았다구.

선우 : (본다. 보다가 괜히 시큰.. 고개 돌리면)

철웅 : 이렇게 니 어깨동무하고 있으니깐 기분 좋다 야. 이상하지? 너 하구만 있으면 세상이 꽉 찬 느낌이 들거든. (빙긋 웃음)

         진짜 너 없었으면 나 어쩔 뻔했냐? 어?

선우 : (괜히 퉁명) 어쩌긴. 나보다 더 좋은 여자 만나 그 여자 쫒아다니구 있었겠지.

철웅 : (정색) 아니야. 너 날 뭘루 보구..내가 만약 오늘날까지 이선우 못 만났다면 오늘밤도 거리를 헤매구 다닐걸?

         고독한 하이애나처럼. (하더니 아오! 늑대 울음)

선우 : (어이없어 보더니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친다)

철웅 : 아야! (하면서 어깨동무한 팔 내리며 배를 감싸면)

선우 : 들어가 잠이나 주무셔. 동네 개들 다 깨우지 말구. (하면서 돌아서서 들어가면)

철웅 : (돌아보더니) 잘 자라 선우야!

선우 : (멈칫.. 돌아보지 않은 채) 그래.. 잘 자. (들어가면)

철웅 : (씩 웃는 얼굴로 돌아본다. 시선에서)



8. S# 연웅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잠들어 있는 연웅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잠시 가만히 내려다본다. 시선에서.



9. S# 재혁의 오피스텔. N


테이블위에 올려지는 돈 가방.


오한영 : 오늘 큰손한테서 들어온 돈입니다. 내일까지 긁어 모이면 적어도 이백만 주 정도는 더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겁니다.

재혁 : (본다)

오한영 :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팀장님. 김필중 회장까지 쓰러진 마당에 뭘 더 망설이십니까.

재혁 : 됐어 애쓸 거 없어. 난..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어.

오한영 : 팀장님.

재혁 : (돈 가방 뚜껑을 닫고 오한영 앞으로 내민다) 이건 자네가 갖도록 해. 그 동안 날 믿고 따라와 준 답례야.

         물론.. 이걸로 자네가 나한테 해준 모든 걸 전부 다 보상해줄 순 없겠지만.. 그래도 받아주면 좋겠어.

오한영 : 팀장님! 정말 이대로 다 포기하시는 겁니까?

재혁 : 포기가 아니야. 나는 다시 새 출발을 하는 거야.

오한영 : 이선우 씨 하고 말입니까?

재혁 : 그래. 우선 정선부터 가볼려구 해. 거기에 할아버지 산소가 있거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할 생각이야.

오한영 : (보면)

재혁 : 고마웠다 오한영. 그 동안.. 날 믿고 따라줘서. 자넨.. 좋은 친구였고 또.. 충실한 후배였어.

         마지막으로 내가 자네한테 바라는 건.. 자네도 나처럼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거야.

오한영 : (본다. 눈시울 붉어지는 시선에서)



10. S# 철웅의 집 거실. N


불 꺼진 거실. 모두 잠이 든 듯 조용한 가운데.



11. S# 철웅의 방. N


침대위에 모로 누워 뒤적뒤적 선우가 준 필기시험지 들여다본다. 하품하면서 대충 읽어 내려가다가.


철웅 : 이런 바보 같은 것들. 이런 거 모르는 사람두 있냐? 이건 운전할 때 기본 아냐. 기본..

         이런 것두 문제라구 내구 앉었으니.. 어우.. (하더니 재미없는 듯 방바닥에 문제지를 툭! 던지고 쭉 드러눕는다)



12. S# 연웅의 방. N


편지를 쓴 뒤 봉투에 넣는 선우, 그걸 잘 보이게 철웅이 선물해준 깨진 화분 옆에다 놓는다.

선우, 잠시 보다가 목에 걸린 반지 목걸이를 꺼내 본다. 시선에서.


회상> 15부 60씬.

철웅 : 내가 재밌는 거 하나 보여줄까?

선우 : ? (보면)

철웅 : 잠깐만 있어봐. (그러더니 갑자기 꿇어앉아 선우의 운동화 끈을 풀기 시작한다)

선우 : 야, 뭐해? 야아..


철웅, 운동화 끈을 다 푼 다음 한쪽 주머니에서 반지케이스를 꺼내더니 선우의 운동화 끈에 매달아 끼운다.

철웅 반지가 매달린 그 끈을 선우의 목에 걸어준다.


철웅 : 니가 잃어버린 거랑 똑같은 반지는 아니지만.. 그 반지 대신이라구 생각해. 알았지?


다시 현재>

반지를 바라보는 선우, 조용히 그 반지 목걸이를 벗는다. 한 번 더 꼭 쥐어 보는데서.



13. S# 철웅의 집 이층복도. N


가방 하나를 달랑 들고 밖으로 나오는 선우.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돌아서다가 철웅의 방 쪽을 본다.

그 방문 앞으로 다가서는 선우, 잠시 문 앞에 서서 바라보더니.


선우 : 철웅아.. 자니?



14. S# 철웅의 방. N


누워있던 철웅, 벌떡 일어난다. 짐짓 놀라서 돌아보며 문제지를 찾다가 침대에서 내려와 여기저기 다급하게 문제집을 찾는다.


선우 : 자는구나..

철웅 : (한쪽 구석에 쳐 박혀진 문제집 발견 막 집어 드는데)

선우 : 다행이야. 니 얼굴 보면.. 말하기 힘들어질까봐 걱정했는데..

철웅 : ? (순간 멈칫.. 문제지 집어든 채 돌아본다. 시선에서)



15. S# 이층복도. N


문 앞에 서 있는 선우.


선우 :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은 거 같았는데..막상 할래니까 잘 생각이 안 난다. 그냥..

         (닫힌 문을 보며) 그냥 너한테 너무 고마워. 니가 있어서 처음으로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아무것도 아닌 날.. 그렇게 좋아해 주구 아껴 주구. 그런 너한테 난.. 너무 못되게만 굴구 상처만 준거 같애. 미안해..

철웅 : (insert>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면서 문 앞에 선채 꼼짝 않고 듣는 위로)

선우 : 이젠.. 미안해서 더 이상 이 집에 있을 수가 없다. 너한테두 미안하구 다른 식구들 보기두 너무 미안하구.

         그래서 나.. 떠나기로 했어.

철웅 : (insert> 뭐? 떠나? 충격적인 표정으로 닫힌 문을 보면)

선우 : 이렇게 말없이 떠나면 도리가 아닌 거 알지만. 식구들 얼굴을 보면 작별하기가 더 힘들 거 같아서. 미안하다 정말..


그러더니 선우, 손에 들려진 반지 목걸이를 문고리에 건다. 반지를 문고리에 건 뒤 손을 들어 천천히 문에 손을 대본다.


선우 : 잘 있어. 철웅아.

철웅 : (insert> 숨을 죽인 채 보다가 천천히 문 위로 손을 댄다)


선우, 글썽해지는 눈물.. 손을 댄 그 문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그대로 손을 내리고 돌아서서 내려간다.



16. S# 철웅의 방. N


멍하니 문에 손을 댄 채 바라보는 철웅..이렇게.. 이렇게 떠나다니..



17. S# 철웅의 집 거실. N


눈물을 닦으며 아래로 내려오는 선우, 길여옥의 방을 향해 돌아선다. 꾸뻑 인사..


선우 : 할머니.. 고마웠어요. (그러더니 돌아서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간다)



18. S# 철웅의 방. N


석고상처럼 움직이지 못한 채 문을 바라보는 철웅.

천천히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어본다. 그 문고리에 걸려있는 반지목걸이.

철웅, 집어 들어 본다. 보다가 순간 손으로 꽉 쥔다.

두 눈에 맺히는 눈물..안 돼. 이렇게 이대로 보낼 수 없어. 고개를 번쩍 드는데서.



19. S# 철웅의 집 대문앞. N


맨발인 채로 대문을 열고 뛰어나오는 철웅, 반지 목걸이를 손에 쥔 채 뛰어나와 길 양쪽을 돌아보더니

한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한다.



20. S# 언덕길. N


저쪽에서부터 반지목걸이를 손에 들고 뛰어오는 철웅, 저만치 걸어가는 선우의 모습이 보인다.

철웅, 선우를 보고 멈춰 선다. 멈춰 서서 큰 소리로.


철웅 : 야! 이선우우우!!!!


걸어오던 선우, 멈칫.. 걸음을 멈춘다. 그러나 돌아보지 않는다.

그 뒤로 숨을 몰아쉬며 소리치는 철웅.


철웅 : 가지마아!! 가지 말란 말야!

선우 :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철웅 : 나두 니가 필요해. 너 없으면 안 된다구.. 알아?

선우 : (떨어지는 눈물)

철웅 : 나 운전면허 딴다니까! 깡패 짓두 안 하구 착실하게 살아볼게! 그러니까 가지 마.. 가지 말라구우! 어?

선우 : (복받치는 울음.. 손으로 입을 막는다. 그러더니 다시 걸음을 옮긴다)

철웅 : 야아아!! 선우야! 이선우우!!!


선우, 입을 꾹 막은 채 그대로 프레임-아웃 되면.

그대로 툭.. 무릎 꿇고 주저앉더니.


철웅 : 가지 말란 말야 씨이... (울음이 폭발하며) 나두 너 사랑한다구우..!!!


그러더니 그만 으아아아!!! 소리 내어 울어버린다.

그렇게 반지 목걸이를 꼭 쥔 채 무너지는 철웅의 모습 길게..



21. S# 시내버스 정류장 일각. N


프레임-인 되는 선우,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닦고 또 닦고..

그제야 돌아보는 선우의 얼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서.



22. S# 재혁의 오피스텔. N


테이블위에 올려지는 트렁크. 그 위로 옷가지들이 던져진다.

재혁, 책상 앞으로 가서 이것 저것 중요한 서류와 나름대로 소지품들을 챙기더니 트렁크 위에 죄다 쏟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들어 보다가 한쪽에 소중히 집어넣어둔다.

대충 가방을 닫고 집안을 휘 둘러본 뒤 마지막으로 전화기를 본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23. S# 태희의 방안. N


어두운 방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피곤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앉는다. 그러면서 문득 아버지의 사진을 돌아본다.

시선위로 울리는 핸드폰 벨, 태희, 얼른 핸드폰을 들어 받는다.


태희 : 여보세요. (멈칫.. 시선 들어) 재혁아.

재혁F : 아직 병원이니?

태희 : 아니. 집이야. 방금 들어왔어. 할아버지 깨나셨거든. 응. 이젠 안심해두 된대서..

         또 내일은 회사에 출근해야 잖아. 그래서. 너는? 집이니?

재혁 : (insert>) 음. 지금.. 짐을 싸는 중이었어.

태희 : 뭐?

재혁 : (insert>) 여행을 좀 떠날려구.

태희 : 여..행?

재혁 : (insert>) 음.

태희 : 하필.. 왜 이런 때 여행이야? 아이콘팩 출시가 곧 눈앞이잖아. 더군다나 할아버지까지 저렇게 건강이 안 좋으신데..

         니가 자릴 비우면 어떡해.

재혁 : (insert>) 니가 있잖아.

태희 : 뭐?

재혁 : (insert>) 너라면 내 자릴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거야.

태희 : 너.. 그거 무슨 말이야? 무슨 뜻이니?

재혁 : (insert>) 미안하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해줄게 없어. 나중에, 이다음에 시간이 한참 흐르면..

         아마 너한테도 설명해줄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태희 : 재혁아..

재혁 : 그만 쉬어. 회장님 때문에 많이 피곤해 있을 텐데..

태희 : 재혁아. 우리.. 내일 볼 수 있는 거지.

재혁 : 그만 쉬어.

태희 : 재혁아..

E (하는데 달칵.. 끊어지는 소리)


태희, 수화기를 들고 본다. 무슨 얘길까.. 시선에서.



24. S# 재혁의 오피스텔. N


내려놓은 수화기를 잠시 짚고 있는 재혁의 손. 나즉히 한숨.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집안을 둘러본다. 그리고 외투를 들고 가방을 들어 올리는데 그 때 똑똑똑.. 문소리.


재혁 : (돌아보며) 누구세요?

소리 : 여기가 장재혁 씨 댁 맞습니까?

재혁 : (? 본다. 보다가 그 쪽으로 다가가서 문을 열면)


형사 두 명과 검사 한명이 그 앞에 서 있다.


재혁 : (?해서 본다) 누구십니까?

검사1 : (신분증 보여주며) 서울지검 박창식 검삽니다. 제하통신의 장재혁 씨를 증권거래법 위반 및 내부 거래 혐의로

          긴급구속 합니다. (영장을 보여준 뒤) 가택 수색 영장도 있습니다.

재혁 : ! (보면)


검사 옆에 있던 형사 두 명, 집안으로 들어가 수색하기 시작한다.

검사1, 한쪽에 있던 여행용 가방을 보더니.


검사1 : (보며) 이 밤중에 어딜 가시던 모양이군요.

재혁 : ...! (본다. 시선에서)



25. S# 청량리 역 플랫폼. N (새벽 느낌에 가깝게)


계단을 올라오는 선우, 플랫폼으로 들어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사람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한적한 플랫폼.

선우, 가로등에 시계를 비춰본 뒤 한쪽 벤치에 앉는다. 가방을 무릎 위에 놓고 기다리기 시작한다.

표정 없이 담담한 모습, 부감으로 길게 fade-out.



26. S# 이층거실.


예산댁, 우유와 신문이 든 쟁반을 들고 올라온다. 태희 방 쪽으로 가려는데

마침 화장실에서 나오는 태희, 수건으로 얼굴을 두드리며 나오다가.


태희 : 어, 아줌마. 이리 주세요.

예산댁 : (돌아본다. 그 쪽으로 쟁반을 가져간다)

태희 : (우유와 신문을 집으며) 고마워요 아줌마.

예산댁 : 오늘 회사에 출근하실 건가요?

태희 : 네. 나가봐야죠. 오늘부터 아이콘 팩 홍보 마켓팅 회의가 있거든요. 실용화 출시를 한 달 앞두구 있어서 무지 바빠요.

예산댁 :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요즘 들어 태희 양 너무 말라서 걱정이예요.

태희 : 네. 그럴게요 아줌마. 아 참. 퇴근하면서 곧바로 할아버지 병원으로 갈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예산댁 : 알았어요. (웃음.. 돌아서서 내려가면)


태희, 소파에 앉으며 테이블에 우유를 내려놓고 신문을 펼쳐든다. 쭉 넘기면서 다시 우유를 집어 드는데 멈칫!

사회면에 실린 기사를 본다. 들었던 우유 잔 힘없이 도로 내려놓는 태희, 창백해진 얼굴에서..



27. S# 연웅의 방.


이불을 개서 옷장에 집어넣는 연웅. 돌아서며 길게 기지개. 온 몸을 쭉 뻗어 스트레칭 하다가 책상위에 놓인 편지를 본다.

?해서 보다가 집어 들어 내용을 열어본다. 보다가 멈칫..! 하는 표정.



28. S# 철웅의 방.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는 철웅, 한숨.. 또 한숨.. 그러더니 부시시 일어나 앉는다.

손안에 들려져 있는 선우의 반지. 철웅,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벌컥!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연웅.


연웅 : (손에 편지를 든 채) 철웅 오빠! 언니가.. 선우언니가 있지.

철웅 : 문 닫아.

연웅 : 선우언니가 오빠.. (하는데)

철웅 : 조용히 하구 문 닫으라구.

연웅 : (본다. 보더니) 오빠.. 알고 있었어? 언니 떠난 거 알고 있었냐구!

철웅 : ...

연웅 : 근데 왜 그냥 보냈어? 붙잡지 왜! 어디루 간대? 응? 내가 가서 다시 데려올 테니까 말만해. 선우언니 어디루 갔대? 어?

철웅 : 조용히 해. 수선떨지 말라구. 알았냐?

연웅 : (보면)

철웅 : (침대에서 일어나 외투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연웅 : (돌아본다. 보더니 편지를 내려다본다. 심정 상해서) 어떡해.. 우리 철웅 오빠 불쌍해서..

         (그러면서 손에 들린 편지를 내려다보면)



29. S# 철웅의 집 거실.


뉴스를 보고 있는 길여옥. 그 뒤로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오는 철웅이 보인다.


길여옥 : 아이구 오늘은 일찍 일어났구나.

철웅 : 잠깐 나갔다 올께요.

길여옥 : 아침두 안 먹구 어딜 또?

철웅 : 그냥.. 바람 좀 쐴려 구요. (하면서 돌아서다가 멈칫..)


뉴스화면 쪽으로 시선 준다.

뉴스화면 안에 보이는 재혁의 모습. 검찰청 계단위로 올라오는 재혁과 검사1, 형사 둘.

그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대고 마이크를 들이대는 기자들의 모습위로.


길여옥 : 쯧쯔쯔..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열심히 일해서 돈 벌 생각은 안 하구..

            세상에 주식인가 뭔가 가지구 사기 쳐서 잽혀 들어갔댄다.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뉴스화면을 보고 있는 철웅.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가? 바라보는 표정에서.



30. S# 인수의 창고.


그 안으로 밀고 들어가는 공무수행 차 두 대. 안에서 형사들과 박검사, 내려서면

안에 있던 깡통과 패거리들 우르르 일어나 본다.


깡통 : 당신들 뭔교? 뭔데 허락도 없이 남의 사업하는데 함부로 들이닥치고 난린교! 어이?

박검사 : 이인수에게 체포영장이 나왔습니다.

깡통 : 뭐.. 뭐라꼬요? 체포영짱? 죄목이 뭔데?

박검사 : 증권거래법 위반입니다. 이인수.. 어딨습니까. (하는데)


저 뒤에서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는 인수. 박검사와 형사들 그 쪽을 본다.

인수, 천천히 걸어 나와 본다. 이미 사태파악이 된 듯 보면.

형사들, 이인수를 체포하기 위해 밀고 들어오려는데 깡통, 그 앞을 가로막으며.


깡통 : 어델! 안 된다. 몬 데려간다! 우리 대장 아무 죄도 없는기라. 짜슥들아 뭐 하노! 대장 몬 잡아가게 막아라!

깡패들 : 넵! (하면서 우르르 형사들 앞을 가로막는다)

박검사 : 이렇게 되면 공무집행 방해가 됩니다. 당신들 모두 잡혀들어 갈 수 있어요.

깡통 : 내는 그런 유식한 말 모린다! 배쨀라믄 째라 자식들아! 느그들이 암만 겁줘도 우린 대장 몬 보낸다. 알긋나!!

인수 : 됐어 그만해.

깡통 : (? 돌아보며) 대장아..

인수 : 나 없는 동안 깡통 니가 애들 관리 잘해라. 클럽 운영 장부 매일매일 체크 잘 하구. 문제 생기면 꼬마한테 연락해.

깡통 : 대장아.. 안 된다 가믄 안 된다! (하는데)

인수 : (돌아서서) 갑시다. (가면)

깡통 : 대장아!!

깡패들 : 형님!!


검사와 형사들, 인수를 데리고 차에 올라탄다.

깡통과 깡패들, 떠나는 차를 바라본다. 깡통, 울상으로 바라보는데서.



31. S# 회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진상만, 고개 들어 보면.

(김필중의 자리를 비워둔 채) 한쪽에 꼿꼿이 앉아 있는 태희.


태희 : (보며) 앉으세요.

진상만 : (다가와 앉는다) 무슨 일입니까 태희 양.

태희 : (딱딱히 굳은 얼굴로 위엄 있게) 설명해보세요.

진상만 : 네?

태희 : 장팀장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보시라구요. 내부자 거래라뇨. 그게 무슨 말이예요? 왜 그런 일에 장팀장이 연루된 거죠?

진상만 : 글쎄요. 저도 신문하고 뉴스에 나온 사실 외에 더 아는 게 없어서..

태희 : (엄하게) 피하지 말고 똑바로 대답하세요.

진상만 : (멈칫.. 본다. 보면)

태희 : 하나도 거짓 없이 똑바로 대답하라 구요. 장팀장이 내부거래 했다는 말이 사실이긴 한 거예요?

진상만 : 그건 틀림없습니다. 그것도 깡패조직하고 손을 잡고 일을 꾸몄다더군요.

태희 : (멈칫..) 깡패조직이라 구요?

진상만 : 사실은 몇 주 전부터 증감원에서 우리 쪽으로 통고가 왔었습니다. 이인수라는 깡패조직 두목이

            우리 제하통신주를 갑자기 사 모으기 시작 한다 구요. 그 때부터 회장님하고 제가 계속 주시하고 있었죠.

태희 : 그런데요?

진상만 : 알고 보니.. 그 배후에 장재혁이 있었던 겁니다. 제하통신의 인수합병과 신사업 개발이 있을 걸 알고..

            이인수의 이름을 빌려서 제하통신주를 불법적으로 사들이고 있었던 거죠.

태희 : 그럴 리가.. 왜 재혁이가 그런 짓을.. 한 거죠?

진상만 : 야심이 큰 사람 아닙니까. 아마도.. 제하통신을 집어삼키고 싶었던 거겠죠.

태희 : (믿어지지 않는다. 보면)

진상만 : 회장님께도 이런 말씀 드렸지만..저는 처음부터 장팀장이 영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뭔가 일을 쳐도 아주 크게 칠 사람이란 걸 직감적으로 느꼈거든요.

태희 : 그럼 검찰에 신고한 게.. 진실장님이신가요?

진상만 : (본다. 보며) 네. 접니다.

태희 : 할아버지가.. 그러라고 하시든가요?

진상만 : 장재혁이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리라고..그렇게 지시를 하셨습니다.

태희 : ! (멍하니 본다. 시선에서)



32. S# 신사업팀 복도.


천천히 걸어오는 태희, 멍한 시선으로 걸어오다가 잠시 벽을 짚고 선다.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재혁이가..

이 상황을 머릿속으로 어떻게든 정리해보려고 하는데 그 때 태희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오한영.

태희, 고개 들어 보면.


오한영 : 괜찮으십니까?

태희 : (본다. 보더니) 오한영 씬 알고 있죠? 장팀장이 왜 불법적으로 제하통신주를 사들였는지.

         말해 봐요. 왜 그랬던 거예요? 정말로 제하통신을 집어 삼키려고 그랬던 건가요?

오한영 : 자세한 것까진 설명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장팀장님은 제하통신에 큰 꿈을 걸고 계셨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제하통신주를 사들이셨구요. 물론.. 그것도 마지막엔 포기하셨지 만요.

태희 : (? 보면)

오한영 : (그 앞으로 봉투 두 개를 내민다)

태희 : 뭐예요?

오한영 : 사직섭니다. 하나는 장재혁 팀장님 거구.. 또 하나는 이선우 씨 겁니다. 마지막 순간에 장팀장은 모든 걸 포기하고

            이선우 씨를 택했습니다. 두 분이 같이 정선으로 내려가신다고 하더군요. 거기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 구요.

태희 : (본다. 그랬구나.. 바라보더니) 이 사직서에 대해서 누가 또 알고 있나요?

오한영 : 김태희 씨한테 처음 말씀드리는 겁니다.

태희 : (본다. 보더니 오한영이 들고 있던 그 사직서를 받아든다) 이 사직서 건에 대해선 당분간.. 아무 말도 하지마세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알았죠? (그러면서 지나쳐오는데)

오한영 : 제가 김태희 씨한테 도와 달라 그러면.. 무리한 부탁이 될까요?

태희 : (멈칫.. 돌아본다. 보면)

오한영 : 지금 장팀장님을 도와주실 분은 김태희 씨뿐입니다. (보며) 무리한 부탁입니까?

태희 :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오한영 : (태희의 뒷모습을 본다. 시선에서)



33. S# 재혁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들어와서 비어있는 재혁의 사무실을 본다.

회의탁자 옆에 천천히 앉는 태희. 그러면서 손에 쥐어진 두 사람의 사직서를 본다. 본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34. S# 역 플랫폼.


하염없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선우. 멍하니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오지 않는다. 그가 오지 않는다. 그가... 오지 않는다.

지치고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돌아보는 얼굴에서.



35. S# 복도.


프레임-인 되서 걸어오는 철웅,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오다가 멈칫.. 다시 돌아와서 보면 저쪽으로 지나가는 태희를 본다.


철웅 : 저기요! 잠깐만요!!

태희 : (멈칫.. 돌아보면)


급하게 태희 앞으로 뛰어와 가로막는 철웅.

태희, 본다. 누구..?해서 보다가.


철웅 : 박철웅입니다. 그 때 선우하고 같이 계셨던 분 맞죠? 그렇죠?

태희 : (그제야 기억이 난다) 아.. 네. (보면)

철웅 :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러 왔습니다. 대체 장재혁인 왜 붙잡혀 들어간 거구 선우는 지금 어딨는 겁니까. 예?

태희 : (본다)

철웅 : 선우.. 장재혁 하구 떠난다구 집을 나갔습니다. 이 바보 같은 게.. 장재혁이 붙잡혀간 줄도 모르구

         지금 어디선가 계속 기다리고 있을 거라구요. 선우를 찾아야 합니다. 아는 거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아무 거라도 좋습니다.

태희 : (본다. 보더니) 장팀장하고.. 정선으로 가기로 했었대요.

철웅 : 정선이요?

태희 : 나도 거기까지 뿐이 몰라요.

철웅 : (본다. 돌아보는 시선에서)



36. S# 기차역 몽타쥬.


1.플랫폼. 천천히 고개를 숙이는 선우,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툭.. 툭.. 떨어지는 눈물.

손등으로 계속해서 닦아내지만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있는 힘껏 가방을 꾹 잡은 채 흐느낌을 막아보려고 한다.

2.기차역 앞. 택시에서 뛰어내리는 철웅,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기차역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3.플랫폼. 지나다니는 사람들 흘끔 흘끔 돌아보면. 계속 훌쩍거리며 계속 눈물을 닦아내고 있는 선우.

그러면서 고개를 든다. 어디로 가야할까.. 잠시 좌우를 둘러본다. 시선에서.

4.개찰구를 빠져나와 뛰어 오는 철웅, 수없이 여러 갈래로 뻗어있는 계단들을 둘러보다가 그 중 하나로 뛰어 올라간다.

5.다른 플랫폼. 뛰어올라오는 철웅, 사람들을 헤치며 선우를 찾는다. 그러나 선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 때 철웅의 뒤로 건너편 플랫폼에 앉아 있는 선우가 원경으로 보인다.

철웅, 숨을 몰아쉬며 돌아본다. 보다가 선우 발견.


철웅 : 선우야!!!

선우 : (다른 쪽을 돌아본다)

철웅 : 선우야아아!!!! (부르는데)


빠-앙! 하고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으며 멈춰서는 기차.

철웅, 본다. 보더니 재빨리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6. 선우가 있는 플랫폼. 바람을 일으키며 멈춰서는 기차.

선우, 고개를 들어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본다. 가야지.. 더 이상 미련두지 말고 가자.

그리고 가방을 들고 일어서서 한쪽으로 프레임-아웃되면.

저 뒷쪽으로 계단을 뛰어올라오는 철웅의 모습. 선우가 앉았던 벤치 쪽으로 뛰어와 보지만 이미 선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철웅 : 선우야!! 이선우우!! (절박하다) 야 임마 어딨어! 이선우우!!!! (한 바퀴 돌면서 선우의 이름을 부른다)


사람들, 철웅을 이상하게 보며 지나가고.

철웅,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선우는 보이지 않는다. 철웅의 안타까운 시선에서 dis.



37. S# 철웅의 집 앞길. (밤)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오는 철웅의 모습. 걸어오다 한쪽 벽에 힘없이 기대선다.

슬픔에 잠긴 표정위로 주르르 벽을 타고 앉는 철웅. 그 얼굴위로.


선우E : 나 봐.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는 철웅의 얼굴에서.


Flash-back> 11부.

선우 : 나 쳐다보라구.

철웅 : (천천히 돌아보면)

선우 : (손수건으로 소주를 적셔 상처를 닦아준다. 얼굴에서)


현재>

눈물이 고이는 철웅의 얼굴위로.


Flash-back>

병실에서 철웅을 위해 밤을 지새는 선우의 얼굴/

철웅의 옆에서 나란히 걸어오는 선우/

자기 이름을 말해주며 환하게 웃으며 돌아보는 선우의 얼굴에서/dis.


다시 현재>

눈물이 반쯤 고여 픽 웃는 철웅의 얼굴..


철웅 : 대체 너 어딨는 거야.. 어디루 간 거야..


그대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데서 길게.



38. S# 밤거리. 시내버스 정류장 일각쯤 되는.. N


터벅터벅 걸어오는 선우, 지치고 피곤하고 머리도 어느 정도 엉클어진.. 한마디로 초췌하다.

선우, 토큰 판매대 앞을 지나다가 돌아본다. 보다가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꺼내 가판대 앞으로 가서.


선우 : 아줌마 우유랑 빵 하나요.


돈을 낸 뒤 냉장고에서 우유 하나를 꺼내고 빵 하나를 집어 들더니 그 한쪽 옆에 자릴 잡고 앉아 먹기 시작한다.

표정 없이 꾸역.. 꾸역.. 빵을 한입 가득 먹고 우유를 마시고..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는 한숨..

그러다 그 옆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 아저씨 쪽으로 시선 준다.

선우, 무심코 신문 쪽을 쳐다본다. 보다가 멈칫.. 갑자기 아저씨가 보던 신문으로 고개를 쑥 들이밀고 본다.


선우 : 어?

아저씨 : (흘끔 보면)

선우 : 아저씨 잠깐만요. (거의 가져오다시피 들여다보며 놀라는 시선에서)



39. S# 회사 앞. N


밖으로 나오는 태희 쭉 걸어 나오다가 멈칫.. 걸음을 멈추고 보면

완전히 피곤에 쩔은 모습으로 한손엔 가방, 한손엔 신문을 들고 서서 기다리고 있는 선우.


태희 : 이선우 씨..

선우 : 장팀장님 어떻게 된 거예요? 왜 팀장님이 붙잡히신 거예요? 왜요? 뭘 잘못했는데요?

태희 : 정확한 내용은 나도 잘 몰라요. 지금 검찰에서 조사받고 있는 중이예요.

선우 : (결연하게) 팀장님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검찰에 가면 만날 순 있는 건가요?

태희 : (본다)

선우 : 만나고 싶어요. 팀장님을 만나야겠어요.

태희 : 현재로선 변호사 말곤 아무도 만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지금은 변호사 선임까지 거부한 상태예요.

선우 : 그럼 팀장님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태희 : (본다. 보더니 가방에서 선우의 사직서를 꺼내 내민다) 이거.. 도로 가져가요.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출근 하도록 해요.

선우 : (멈칫.. 보면)

태희 : 두 사람.. 함께 떠나기로 했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니까.. 다시 내일부터 출근하도록 해요.

선우 : 안돼요. 그럴 수 없어요. (하는데)

태희 : (엄하게) 바보같이 굴 생각 하지 말아요.

선우 : (멈칫.. 보면)

태희 :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죠.

         여기서 선우 씨까지 같이 감정에 휩쓸려서 우왕좌왕하면 장팀장이 더 힘들어 할 거예요. 알겠어요?

선우 : (고개 들어 본다. 보면)

태희 : 나는 선우씨가 이 정도로 흔들릴 사람이 아니라는 거 알아요. (사직서 그 앞에서 사등분으로 찢어서 선우 손에 쥐어주더니)

         내일 회사에서 봐요. 장팀장 일은.. 어떻게든 내가 노력해 볼께요. (그러면서 돌아서서 오려는데)

선우 :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세요?

태희 : (멈칫..)

선우 : 제가 지금 밉지 않으세요?

태희 : (돌아본다. 보더니) 이대로 회사 그만두고 자포자기해버린다면.. 그 땐 정말 미워하게 될 거예요.

선우 : (고개 들어 태희를 본다. 보면)

태희 : (돌아서서 간다)

선우 : (손에 쥐어져 있는 찢어진 사표를 내려다본다. 시선에서)



40. S# 철웅의 집 거실. N


길여옥 : 뭐야? 선우가 집을 나가?


길여옥, 박귀중 앉아 있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철웅과 연웅.


길여옥 : 아니 왜 선우가 집을 나가? 어?

철웅 : ...

연웅 : 글쎄.. 써놓구 간 편지엔 왜 나간다는 말은 없구. 그냥 그 동안 너무 고맙구 감사하다구..

         나가서 자리 잡게 되면 꼭 인사하러 다시 오겠다구.. 그냥 그 말만 적혀있네.

길여옥 : 뭐어? (철웅 보며) 철웅이 너 뭐 아는 거 없냐? 얼마 전부터 선우하구 티격태격하더니.. 그래서 선우 나간 거 아니야?

철웅 : (시선 돌리면)

연웅 : (얼른) 그런 거 아니야 할머니. 철웅 오빠 땜에 나간 거 아니라구.

길여옥 : 그럼 멀쩡히 있던 애가 왜 갑자기 집을 나가. 이 할미한테 한마디 상의두 없이.

박귀중 : 무슨.. 사정이 있겠죠, 어머니.

길여옥 : 요즘 따라 통 안색이 형편없어서 내 보약까지 먹으라고 해다 놨는데.. 아니 대체 말두 없이 어디루 나간거야. 어?

연웅 : 곧 연락 오겠지 뭐. 너무 걱정 마세요.

길여옥 : 세상에 돈두 없구 갈 데두 없는 애가 가긴 어딜 가.. (하는데)

철웅 : (조용히 일어나 이층으로 올라간다)

연웅 : (본다)

박귀중 : (고개 들어 본다. 시선에서)



41. S# 옥상. N


소주를 병째로 들고는 쭉 들이키는 철웅, 그 때 뒤에서 인기척.

박귀중이 밖으로 나오자 철웅, 얼른 소주병 감춘다.


철웅 : 아버지.. (보면)

박귀중 : (옆으로 다가서서 보며) 너 괜찮냐?

철웅 : (멎적게 시선 돌리면)

박귀중 : 대체 선우는 어떻게 된 거냐? 말해봐.

철웅 : (간격을 두더니) 장재혁이란 사람하구.. 같이 떠나기로 했었대요.

박귀중 : (멈칫.. 보더니) 그랬구나. 선우가.. 장팀장하고 그런 사이였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 돌리면)

철웅 : 장재혁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박귀중 : 검찰에다 모든 걸 다 순순히 털어놨다더라. 아마 곧 구속조치 될 거 같애.

철웅 : 그 사람.. 그렇게 나쁜 죄를 저지른 거예요?

박귀중 : 죄도 죄지만.. 회장님한테 큰 노여움을 사버렸거든.

철웅 : (보면)

박귀중 : 원래 장팀장 집안하고 회장님하고는 깊은 악연이 있었다. 어떻게든 의미 없는 싸움을 막아보려고 했었는데..

            내가 가지고 있던 일기장이 회장님 손에 들어가면서 결국 일만 커져버리고 말았구나.

            덕분에 나까지 회장님 노여움을 크게 사버렸어.. (씁쓸하게 웃으면)

철웅 : 죄송해요 아버지. 아버질 지켜드린다는 게.. 오히려 폐만 끼쳐드린 꼴이 됐네요.

박귀중 : (보면)

철웅 : 저는.. 대체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아버지두 못 지켜드리구, 좋아하는 여자도 하나 지켜주지 못 하구..

         뭐 하나 변변히 제대로 하는 게 없잖아요.

박귀중 :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또.. 완벽해질 필요도 없구.


철웅 박귀중을 본다. 미안함, 죄송스러움.. 자꾸 눈물이 나올 것 같은데..

사나이 체면에 울지도 못하고 시큰해서 고개 돌리는데서.


박귀중 : 선우.. 괜찮을 거다. 지금은 뭔가 나름대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안돌아오고 있는 걸 거야.

철웅 : 정말.. 그럴까요?

박귀중 : (정감 있게) 사람의 마음이란.. 생각하고 있으면 서로 닿기 마련이다. 믿는 마음으로 기다려봐.

철웅 : (본다. 글썽해져서 조금은 희망적인 시선으로 보는데서)



42. S# 철웅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철웅, 책상 앞에 앉는다.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운전면허문제집과 선우의 반지 목걸이.

철웅, 반지를 본다. 보다가 그 반지 목걸이 자기 목에 건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문제집 펼쳐드는데서.



43. S# 철웅의 집 앞. N


프레임-인 되는 선우, 철웅의 집을 올려다본다. 다시 들어갈 용기는 차마 나지 않고.

잠시 그 앞에서 한숨을 내쉬며 올려다보던 선우, 천천히 돌아서서 걸어간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뒷모습 길게.



44. S# 평창동 집 전경. N



45. S# 평창동 거실. N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김필중의 방 쪽에서 나오는 현자.


현자 : 지금 오니?

태희 : (보며) 할아버지 퇴원하셨다면서요. 이렇게 금방 퇴원하셔도 괜찮으신 거예요?

현자 : 그러게 말이다. 주치의는 일주일쯤 더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으면 했는데..

         너두 할아버지 고집 알잖니? 퇴원하시겠다구 막무가내로 그러시는데 누가 말려.

태희 : 지금 주무세요?

현자 : 아니 안 주무셔. 들어가 봐.

태희 : (안으로 들어간다)

현자 : (보더니 소파 쪽으로 오며) 아줌마. 물 한잔만 내와요.



46. S# 김필중의 방. N


태희, 안으로 들어서면 침대에 누워있고 링거를 비롯해 간단한 치료기구들이 침대 옆에 놓여 있고

그 옆에서 시중들던 간호사, 밖으로 나가면

김필중, 시선을 돌려 태희를 본다.


김필중 : 태희구나.

태희 : (다가와 옆에 앉는다) 좀 어떠세요?

김필중 : (짐짓 웃음) 괜찮아.

태희 : 좀 더 병원에 계시지 않구요, 왜.

김필중 : 거기는 영 나하구 맞질 않아. 병원에 있으면 없던 병도 생길 거 같단 말이지.

태희 : 걱정 많이 했어요, 할아버지.

김필중 : 그랬니.. 허허.. (힘없이 웃으면)

태희 : 할아버지.

김필중 : (? 본다. 보면)

태희 : (조심스럽게) 재혁이한테.. 왜 그러셨어요?

김필중 : (일순 표정 굳는다)

태희 : 진실장한테 얘기 들었어요. 할아버지가 시키셨다면서요.

김필중 : ... (말하고 싶지 않다. 시선 돌리면)

태희 : 왜 그렇게까지 하셨어요? 아무리 재혁이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 해두.. 검찰에 넘길 필요까진 없었잖아요.

김필중 : 피곤하다. 쉬고 싶구나.

태희 : 혹시.. 저 때문에 그러신 거예요? 재혁이가 절 버리구 다른 여자한테로 가서.. 그래서 지금 그것 때문에 벌주시는 거예요?

김필중 : (그대로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아버리면)

태희 : (그런 김필중을 본다. 보더니 조용히) 저 때문에 재혁이 힘들어지는 거.. 저 정말 바라지 않아요, 할아버지.

         그러니까.. 그만 용서하세요. 네?

김필중 : (눈을 감은 채 꿈적하지 않는다)

태희 : (본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는데서)



47. S# 평창동 거실. N


밖으로 나오는 태희.


현자 : 할아버진? 주무시니?

태희 : 네. (올라가려는데)

현자 : 참, 너 저번에 말한 거 있잖니. 선보는 문제 말이야.

태희 : (돌아보면)

현자 : 할아버지 쓰러지셔서 날짜를 좀 미뤘다. 너두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다행이 할아버지 회복이 빠르시니까 다음 주 중으로 다시 한 번 날 잡아보마. 그렇게 알구 있으라구.

태희 : (본다. 보다가 돌아서서 올라가면)

현자 : (? 보는데서)



48. S# 이층거실. N


이층으로 올라온 태희,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다 문득 승희 방 쪽을 본다. 그 앞으로 다가가.


태희 : 윤희야. 자니? 윤희야. (똑똑똑.. 대답 없자 조용히 문을 열어보면)



49. S# 승희의 방. N


커다란 해드폰을 머리에 쓰고 신나는 음악이 쿵짝쿵짝 바깥까지 들리는 가운데 혼자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태희, 본다. 철없는 동생을 표정 없이 바라보다가 도로 문을 닫는다.

문이 닫히면 승희, 흘끗 뒤를 돌아보다가 닫힌 문을 보더니 다시 무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는데서.



50. S# 태희의 방. N


옷을 입은 채 길게 침대에 눕는 태희. 모든 것이 왜 이렇게 힘겨울까.. 한숨과 함께 고개 돌리는데서 fade-out.



51. S# 골방.


담요위로 탁! 탁! 내리쳐지는 화투장. 황국도와 대여섯 명의 사내들 모여앉아 화투를 치고 있다.

황국도의 옆으로 수북하게 쌓인 만 원 권 지폐들.

다들 뻐끔뻐끔 심하게 담배 연기를 날리며 패를 돌리고 치고. 그 중에 두어 명 서로 시선 교환하면서 짜고 치는 듯한 느낌.

황국도, 화투에만 열중해 전혀 눈치 못 채는 가운데.


황국도 : 하나만.. 하나만 일어라 이? (하면서 뒤집는데 아니다. 그대로 화투를 내팽개친다)


일순 걸었던 돈이 다른 사내한테 다 넘어가고.


황국도 : 한판 더 혀! 한판 더! (하는데서)



52. S# 길거리.


환한 대낮에 초라한 행색으로 밖으로 나오는 황국도. 꽁초담배를 뻐끔거리고 피우며 돌아보더니.


황국도 : 참말로.. 딱 한끝이면 싹 긁어올 수 있었는디..아.. 아깝네.. (하면서 뻐끔뻐끔 피우며 프레임-아웃 되면)



53. S# 국밥집.


드륵 문 열고 들어서는 황국도.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황국도 머리위로 날라 오는 주전자 및 플라스틱 컵들. 와장창! 소리!


오산댁 : 나가! 나가 이 잡종인간아!!!

황국도 : 워메워메..! 시방 이것이 뭐하는 짓이당가? 이!!

오산댁 : (다가와) 당신 지금 노름방에서 오는 길이지? 맞지?

황국도 : (쩝.. 입맛 다시면)

오산댁 : 이 웬수 같은 놈에 인간아! 승희가 가게명의 해준 거 담보 잡혀 갖구 뭐하는 짓이야 대체?

            그 돈 다 노름판에다 꼬라박을라구 작정했냐? 작정했어?

황국도 : 어따! 아니랑께! 오천만원 고스란히 주식으로 쟁여놨당께. 그리고 화투는 워디까지나 취미 생활루다.. (하는데)

오산댁 : (하는데 황국도 손가락을 콱! 깨물면)

황국도 : 아야!! (확 빼며) 뭣허는 것이여 시방! 손가락 짤라지것네!

오산댁 : 당신 입으루 그랬지? 노름 다시 시작하면 손가락을 짤라버린다구!

            손가락 내놔! 이리 손가락 내놓으라니까! (손 잡아당기자)

황국도 : 근디 이 여편네가! (하면서 오산댁을 냅다 밀치면)

오산댁 : 아이구구구.. (하면서 바닥에 넘어지더니) 이젠 날 쳐? 날 쳤다 이거지? 어?


하더니 주위를 둘러보다가 빗자루 발견! 집어 들면 황국도 보더니 워메워메! 피해 도망가고.

오산댁 그 뒤를 쫒으며 국밥 집안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오산댁 : 또 노름할거야? 어? 또 노름에 손댈 거냐구우!!

황국도 : 어따 참말로 왜 이랬쌌는댜! 이? 기냥 단순한 취미생활이랑께!

오산댁 : 이 망할 인간아! 그러다 또 다 말아먹을려구 그러지! 내 돈 오천만원 내놔아!!! 내 돈 내놔아!!!

            (하다가 진짜 쎄게 황국도를 퍽! 후려친다)

황국도 : 아야! (어깨를 맞고 홱! 째려본다)

오산댁 : (때려놓고 멈칫.. 보면)

황국도 : 근디! 이놈에 여편네가! (하면서 퍽! 주먹을 날리면)

오산댁 : (눈을 감싸며) 아이구.. 아이구 나죽네.. 아이구구.. (하는데)


드륵 문 열고 들어서던 승희, 멈칫. 본다. 보면.


승희 : 엄마아!!

황국도 : (놀라서 돌아본다)

승희 : (오산댁 보다가 홱 황국도를 째려보는데서)



54. S# 국밥집 방안.


계란을 내미는 승희 손.

받아서 눈가로 가져가 계란으로 문지르는 오산댁. 한쪽 코는 휴지로 틀어 막혀져 있고.. 훌쩍.. 훌쩍..


승희 : (황국도를 홱 째려보면)

황국도 : (찔끔.. 시선 돌린다)

승희 : 아저씨. 우리 엄마한테 언제부터 또 손대기 시작한 거예요?

황국도 : 아녀. 나 느이 엄마헌티 손 안댔다. 오늘은 워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 그런 것이지 절대루 고의가 아니었당께.

오산댁 : 뭐야? 고의가 아냐?

황국도 : 당연하지. 자네가 빗자루로 내리치는 바람에 그런 거 아녀. 이것은 명백히 정당방위였다 그 말이지.

승희 : 아저씨!!!

황국도 : (멈칫.. 본다)

오산댁 : (같이 승희를 돌아보면)

승희 : 아저씨가 뭔데 우리 엄마 때려요? 이렇게 먹구 사는 게 다 누구 덕인데!

         한번만 더 우리 엄마한테 손대 봐요. 그 땐 아저씨.. 내가 그냥 안 둬요. 알았어요?

황국도 : 아니.. 글씨 그것이...

승희 : 알았어요! 몰랐어요!!

황국도 : 아..알었당께.. (입맛 다시며 시선 돌리면)

승희 : 그리구.. 엄마 이름으로 된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말아요. 이 가게두 엄마꺼구.. 담보로 빌린 돈 오천만 원두 엄마꺼니까..

         도로 다 제자리에 돌려 놓으라 구요. 안 그러면 재미없을 줄 알아요. 알았어요?

황국도 : (흘끗 돌아보더니) 어이씨.. 거참. (그러더니 홱 일어나 나가버린다)

오산댁 : 어이구! 뭐 낀 놈이 승 낸다구. 어디서 승질은..

승희 : (본다. 보며) 엄마두 제발 이렇게 좀 살지 마. 대체 아저씨한테 언제까지 얻어 맞구 살 거야.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아저씨하구 갈라서 당장!

오산댁 : 뭐야? 갈라서? 그럼 나 혼자 살라구? 아우야. 난 밤에 무서워서 혼자 잠두 못 자는데.

승희 : 답답해. 이러니까 맨날 이런 꼴루 살지.

오산댁 : (흘끗 눈치 보며 계란으로 문지르면)

승희 : 암튼 엄마한테 손찌검하는 거 한번만 더 내 눈에 띄기만 해봐. (하면서 바깥쪽 돌아보면)



55. S# 국밥집 안.


마루에 걸터앉아 다 들은 듯 황국도.


황국도 : 에이씨.. 참말로 치사해서 못 붙어 먹겄고마.. (조금은 열이 받는 표정에서)



56. S# 평창동 거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진실장.


현자 : 어머. 진실장이 왠 일이예요?

진실장 : 회장님께서 오라고 전갈을 보내셔서요.

현자 : 아버지가요?

진실장 : 네. (하는데)


서재 쪽 방문이 열리며 외출복을 입고 밖으로 나오는 김필중.


현자 : 어머. 아버지! (얼른 다가가 부축하며) 아직 불편하신데 어딜 나가시려 구요? 네?

김필중 : 잠시 다녀올 데가 있어. 어이 진실장 부축해.

진실장 : 예 회장님. (얼른 다가가 부축하면)

현자 : 대체 이런 몸으루 다녀오실 데가 어딘데요?

김필중 : 자꾸 꼬치꼬치 묻지 마. 대답할 기운 없어. (진상만에게) 가지.

진실장 : 예 회장님.


진실장의 부축을 받으며 나가는 김필중.

현자, ?해서 본다. 시선에서.



57. S# 평창동 집 앞.


차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박귀중. 그 앞으로 나오는 진실장과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는 김필중.

박귀중, 얼른 차 뒷문을 열고 목례를 한다.

김필중, 박귀중을 본다. 보더니.


김필중 : 어이 진실장.

진실장 : 네 회장님.

김필중 : 오늘은 다른 기사보구 운전하라 그래.

진실장 : 네?

박귀중 : (멈칫.. 보면)

김필중 : (시선 돌리며 뒷좌석에 올라탄다)

진실장 : (흘끗 박귀중을 본 뒤 차문을 닫고 수행원1에게 운전하라고 지시)


수행원1, 운전석에 올라타고 진실장, 조수석에 올라탄다.

박귀중, 말없이 목례하면 김필중,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출발하는 차.

박귀중, 천천히 고개 들어 멀어지는 차를 바라본다. 시선에서.



58. S# 어두운 실내. (구치소 면회실 안)


(창살로 가로막힌 곳이 아니라 탁자가 하나 놓여있고 그 양쪽으로 의자가 놓여있는 그런 장소)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재혁. 많이 수척하고 어두워진 표정.. 까칠하게 수염자국까지.

들어서다가 멈칫..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김필중을 본다.

김필중, 돌아보지 않은 채 앞 쪽을 응시하고 있으면 재혁, 천천히 그 탁자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김필중, 그제야 천천히 시선 들어 재혁을 본다.


김필중 : (조용히 조금은 비웃듯 쳐다보더니) 잘 있었나? 그래.. 구치소 안 생활은 어떤가? 지낼 만 한든가?


재혁, 표정 없이 차가운 시선으로 김필중을 노려본다. 보다가 시선 돌리는데서 스틸.

<24부 끝>
























첨부파일 유리구두24.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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