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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25 - 외면 (上)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397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25 - 외면 (上)











1. S# 어두운 실내. (구치소 면회실 안)


김필중 : (조용히 조금은 비웃듯 쳐다보더니) 잘 있었나? 그래.. 구치소 안 생활은 어떤가? 지낼 만 한든가?


재혁, 표정 없이 차가운 시선으로 김필중을 노려본다. 보다가 시선 돌리면.


김필중 : 왜? 다신 못 일어날 줄 알았던 사람이 이렇게 멀쩡히 나타나서 실망인가?

재혁 : (그 말에 본다. 보면)

김필중 :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이런 파렴치한 녀석! (노려보면)

재혁 : 저한테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으십니까.

김필중 : (보면)

재혁 : 회장님께선 우리 할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들었습니다. 제하그룹을 혼자 차지하겠다는 욕심 때문에

         둘도 없는 친구를 배신했습니다. 그랬던 분이 이제와 저한테 돌을 던지시겠다 구요?

김필중 : 니 할아버지는 경영능력이 없는 사람이었어! 더 이상 맡겨뒀더라면.. 지금의 제하그룹은 존재하지도 못했을 거야. 알아?

재혁 : 후회하고 계신 게 아니었습니까?

김필중 : (멈칫..)

재혁 : 저희 할아버지 돌아가시게 만든걸..후회하는 줄 알았는데요. (보며) 아니었습니까?

김필중 : (본다. 일순 입을 꾹 다물고 노려보면)

재혁 : 회장님을.. 용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김필중 : 너 따위가 감히 날 용서하겠다구?

재혁 : 네. 용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똑바로 보면)

김필중 : (순간 비웃듯 나즈막히 웃더니) 용서도 힘이 있어야 하는 거야! 지금 자네 처지에서 용서란 말은 어울리지 않아.

재혁 : (보면)

김필중 : 자넨 그대로 정선에 있어야했어. 태희를 따라 내 집에 들어올 생각은 안하는 게 좋았어.

            이제와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지만..

재혁 : (보면)

김필중 : (살벌하게) 나한테 맞설려고 했던 댓가가 어떤 건지 똑똑히 알게 해주지. 각오해두는 게 좋을 게야.

            (그러면서 끙.. 일어서는데)

재혁 : 절 어떻게 하시든.. 그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건들지 말아주십쇼.

         이인수나 오한영은 아무것도 모르고 절 따라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만은.. 건들지 말아주십쇼.

김필중 : (본다. 보더니 천천히 비웃음) 자기 앞가림 하나 못하면서 남 걱정이라니.. 초라하고 딱해서 못 봐주겠구만.

            꼭.. 이십년 전 자네 할아버질 보는 듯해. 무기력하고 처량해 보이는 것까지 자네 할애빌 쏙 빼닮았구만 그래.

재혁 : ! (순간 불끈.. 보면)

김필중 : 그거 아나? 자네나 자네 할애빈.. 나한테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 사람들이야. 열 번 죽어도 날 이길 수가 없어. 알아?

재혁 : (어금니를 꾹 문채 본다. 노려보면)

김필중 : (그대로 싸늘하게 돌아서서 나간다)


재혁, 두 손을 꾹 쥔 채 분노로 김필중이 나가는 모습을 노려보는데서.



2. S# 구치소 앞.


김필중을 부축해 나오는 진실장.

김필중, 나오다가 잠시 비틀.. 한쪽에 세워진 차를 짚고 선다.


진실장 :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예?

김필중 : ... (한숨으로 잠시 간격을 두더니) 문 열어.

진실장 : (얼른 문 열고 김필중을 부축해 차에 태운다)

김필중 : (차에 타면)

진실장 : 댁으로 모시겠습니다, 회장님.

김필중 : 아니.. 회사로 가.

진실장 : 네? 하지만 회장님 아직 몸이.. (하는데)

김필중 : 회사로 가!

진실장 : 네 회장님. (조수석에 올라탄다)

김필중 : (흠.. 조용히 눈을 감는데서)



3. S# 구치소 내부.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어둠속에 앉아 있는 재혁의 모습. 그 동안 눌러왔던 분노와 오기가 다시 천천히 되살아나고 있다.

천천히 치켜뜨는 재혁의 강한 눈빛 안에 복수에 대한 의지가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다. 시선에서.



4. S# 신사업팀 사무실.


태희, 안으로 들어와 자기자리로 온다. 오는데 재혁의 사무실 쪽에 웅성웅성 모여 있는 직원들.


태희 : (다가서며) 무슨 일이예요?

직원1 : 검찰에서 나왔답니다.

태희 : (돌아본다)



5. S# 재혁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박검사를 비롯한 형사들, 재혁의 책상과 책장들을 뒤지고 있다. 컴퓨터 본체를 아예 떼 내고 있는 형사도 보인다.

오한영 한쪽에 서서 지켜보는 가운데.


태희 : 지금 뭐하는 거예요?

오한영 : (표정 없이) 팀장님 물건을 조사 중이랍니다.

태희 : (컴퓨터 본체를 떼 가는 형사를 막는다)

형사 : (보면)

태희 : 지금 그거 어디로 옮기는 거예요? 거기엔 신사업 팀에 대한 파일들이 잔뜩 들어있어요.

         함부로 밖으로 새나가면 안 되는 기밀들이 많단 말이예요. 아무리 검찰이래두 함부로 회사 기밀에 손댈 권린 없잖아요!

박검사 : 저희가 조사할려고 하는 건 장재혁씨의 개인적인 파일입니다. 회사 기밀은 보호해 드릴 테니 안심하시죠.

태희 : 대체 그 사람이 무슨 큰죄를 졌다구 회사까지 밀고 들어와 이렇게 뒤집어 놓는 거예요?

박검사 : 증권거래법 혐의에다 공금횡령죄 및 정보유출 혐의까지 추가됐습니다. 이건 거기에 대한 압수수색입니다.

태희 : (멈칫) 뭐라 구요?

박검사 : (형사들한테 고개 짓 하면)


형사들, 장부와 서류 및 컴퓨터 본체들을 들고 줄줄이 밖으로 나간다. 박검사도 밖으로 나가면.

태희,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돌아본다. 보면 한쪽에 서 있던 오한영.


오한영 :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태희 : (? 돌아보면)

오한영 : 두고 보십쇼. 김회장님께선 팀장님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계속 몰아 부칠 겁니다.

            공금횡령이나 정보유출혐의 처럼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죄목을 갖다 붙힐 거라 구요.

태희 : 무슨 말이예요 오한영 씨? 우리 할아버지가 지금 장팀장한테 없는 죄까지 뒤집어씌우고 있다는 뜻이예요?

오한영 : 김태희 씨는 김회장님이 어떤 분인지 아직도 잘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자기한테 반기를 든 사람한테 얼마나 가혹한지..

            회장님은 아마 장팀장님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때까지 몰아 부칠 겁니다.

태희 : (보면)

오한영 : 지금 장팀장님을 구해줄 수 있는 건..김태희 씨 한사람뿐입니다. 김회장님을 막을 수 있는 것도 김태희 씨 뿐이구요.

태희 : (본다. 시선에서)



6. S# 회장실 앞.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회장실 쪽으로 향하는 태희.

마침 밖으로 나오던 진실장, 태희를 본다. 보며.


진실장 : 태희 양이 어쩐 일이십니까.

태희 : 회장님, 회사에 나오셨다구요? 안에 계세요? 지금 좀 만나야겠어요.

진실장 : 지금 쉬고 계십니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셨는데요.

태희 : 내 말 못 들었어요? 내가.. 할아버질 좀 만나야겠다 구요.

진실장 : 죄송합니다. 회장님이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신 이상 저는 그 말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하실 말씀 있으면 나중에 다시 오시죠. 태희 양.

태희 : (본다. 보더니 그대로 밀고 들어선다)

진실장 : 태희 양! 태희 양! (돌아보면)



7. S# 회장실 안.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김필중.

똑똑똑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그 뒤로 쫒아 들어오는 진실장.


진실장 : 태희 양.. 이러시면.. (하는데)

태희 : (김필중이 앉아 있는 소파 옆으로 다가서서) 할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김필중 : (짐짓 눈을 뜨면)

진실장 : 태희 양 회장님께선 지금 상당히 피로해 계십니다. 그만 나가주시죠.

태희 : (명령하듯) 할아버지 하고 둘이서 할 얘기가 있다 구요. 방해하지 말구 진실장님은 나가 계세요.

진실장 : 태희 양..! (하는데)

김필중 : 그렇게 해 진실장. 나가있어.

진실장 : (본다. 보더니 목례, 태희를 못마땅하게 한번 본 뒤 나간다)

김필중 : 무슨 일이냐.

태희 : (몰아부치 듯) 오늘 검찰에서 재혁이 사무실을 벌집 쑤시듯 쑤셔놓고 갔어요. 공금횡령에 정보유출혐의까지 받게 됐대요.

         할아버지죠? 할아버지가 그런 없는 죄까지 뒤집어씌우게 만든 거죠? 그렇죠?

김필중 : ...

태희 : 왜 그러신 거예요? 재혁이가 절 버렸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하실 리는 없어요. 대체 무슨 이유예요?

         재혁이가 할아버지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 네?

김필중 : 그 녀석은 널 이용했어.

태희 : (멈칫.. 본다)

김필중 : 널 이용해 이 자리까지 올라왔구 주제넘게 제하통신까지 자기 손에 넣을려고 했던 놈이야.

            그런데 이제와 니 등에 칼을 꽂았어. 그 정도면 혼내줄 이유로 충분 하잖니.

태희 : 그렇다고 없는 죄까지 만들어 뒤집어씌워요? 그럴 수는 없는 거잖아요 할아버지.

김필중 : 사업을 할려면 때론 냉정하고 비정해야 하는 거야. 상대한테 먹히지 않으려면 내가 강하다는 걸 보여줘야 해.

            그래야 함부로 덤벼들지 못하는 거다. 무슨 말인지 알겠냐?

태희 : (보면)

김필중 : 오늘 이 순간부터 장재혁이는 깨끗하게 잊도록 해. 너는 그 녀석을 만난 적도, 알고 지낸 적도 없었던 거야. 알았냐?

태희 : 아뇨. 그렇게는 못하겠어요, 할아버지. 저는.. 절대로 재혁이 모른 척 못해요.

김필중 : 할애비 말을 거역하겠단 거냐?

태희 : 할아버지를 존경하고 좋아해요. 하지만 그런 비정한 경영스타일까지 배우고 싶지 않아요.

         할아버지가 재혁이를 계속 벼랑 끝으로 몬다면.. 그 땐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저라도 재혁이 손을 잡아주는 수밖에.

김필중 : (멈칫.. 보면)

태희 : (그대로 돌아서서 나간다)


쿵. 문이 닫히는 순간. 앉은 채로 힘없이 어깨를 떨어뜨리는 김필중, 쇠잔해진 기력으로 조용히 눈을 감는데서.



8. S# 회사 복도 일각.


한쪽으로 걸어오는 태희,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핸드폰을 열고 번호를 누른다.


태희 : 손변호사님? 저 김태희예요. 장재혁 씨 일로 상의 좀 드릴게 있어서요. 네.. 그 사람을 좀 꺼내주셔야겠어요.

         (단호한 시선으로 한곳을 돌아보는데서)



9. S# 구치소 앞.


프레임-인 되는 선우, 낯선 듯 구치소건물을 올려다본다. 시선에서.



10. S# 면회실 안. (씬1과 동장소)


재혁 : (표정 없이 서늘하게 앉아 있는 위로)

오한영 : 이인수도 체포됐습니다. 저도 참고인 자격으로 곧 검찰에 소환될 것 같습니다.

재혁 : ...

오한영 : 팀장님하고 연관된 사람들 모두 그냥 두지 않을 모양입니다. 거기다 팀장님한테

            하지도 않은 죄목까지 덮어씌우는 걸 보면..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도록 싹을 제거해 버리겠단 뜻이겠죠.

재혁 : ...

오한영 : (보며) 어쩌실 겁니까. 언제까지 김필중 회장이 저러는 걸 두고 보시기만 할 거냐 구요.

재혁 : ...

오한영 : 팀장님이 여기서 무너지면 팀장님을 믿고 온 저나 이인수나.. 모두 다 같이 벼랑 끝으로 떨어져버리고 마는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신 겁니까. 무슨 말이라도 좋으니 말씀 좀 해보세요. 네?

재혁 :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본다)

오한영 : (보면)

재혁 : 날.. 여기서 꺼내줘.

오한영 : (멈칫..)

재혁 :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날 꺼내주기만 하면 돼. 그럼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오한영 : 다시.. 돌아오시는 겁니까?

재혁 : 나 때문에 자네나 이인수까지 죽게 내버려둘 순 없으니까.. (보며)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것뿐이잖아.

오한영 : (일순 표정 밝아지며) 잘 생각하셨습니다, 팀장님. 정말 잘 생각하셨습니다.

            (결연하게) 걱정 마십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팀장님을 꺼내드리겠습니다.

재혁 : 그리고 또 한 가지..

오한영 : 네 팀장님. 말씀하십쇼.

재혁 : (고개 들어 본다. 보더니) 내 대신.. 이선우를 좀 만나주겠나?

오한영 : (멈칫.. 본다. 보는데서)



11. S# 면회 접수실? (면회 신청하는 곳)


선우 : (멈칫.. 고개 들어 보며) 네? 면회가 안 되다뇨?

접수직원 : 장재혁 씨는 아직 검찰 조사가 끝나지 않아서 검찰의 허락이 없는 사람은 만날 수가 없습니다.

선우 : 잠깐 얼굴만 보고 가도 안 될까요? 네? 얼굴만 보고 갈께요. 잘 지내고 있는지.. 그것만 확인하면 돼요.

         그러니까 한번만 만나게 해주세요. 네? 네? 아저씨?

직원 : 글쎄 안 된다 구요.

선우 : 아저씨이..

직원 : 돌아가세요. (하면서 고개 돌려 자기 업무를 본다)


선우, 기운 빠지는 표정으로 안쪽을 돌아본다. 그러다 천천히 돌아서는데

그 때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오한영.

선우, 돌아보다가 멈칫.. 오한영과 시선이 마주친다. 표정 없이 선우를 보는 오한영의 시선에서.



12. S# 공원.


벤치에 선우와 앉은 오한영.


선우 : 팀장님은 좀 어떠세요? 괜찮으신가요?

오한영 : 그럼요. 괜찮으실 겁니다.

선우 : 다행이네요. 걱정 많이 했는데..


오한영, 그런 선우를 보더니 조용히 봉투를 내민다. 선우 쪽으로 밀면.


선우 : (멈칫해서 본다. 고개 들어 오한영을 보면)

오한영 : 팀장님께서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이선우 씨 거처가 마땅치 않을 테니.. 우선 지낼 거처부터 마련하라 구요.

선우 : 다른 말씀은.. 없었나요?

오한영 : 그냥 그 돈만 전해주라고 하셨습니다.

선우 : ... (표정 없이 봉투를 내려다보면)

오한영 : 이선우 씨. 이제 그만 장팀장님을 놔주는 게 어떻습니까?

선우 : (멈칫.. 고개 들어 보면)

오한영 : 이선우 씨가 이렇게 매달릴수록 장팀장님은 점점 더 상황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애당초 이선우 씰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흔들일 일도 없었을 거구..

            이번 일에도 이렇게 속수무책 당하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선우 : 팀장님 저렇게 된 게.. 제 책임이라는 뜻인가요?

오한영 : (보며) 팀장님이 물고기라면 이선우 씨는 새와 같습니다. 물고기가 새를 사랑한다고 물을 떠나면

            곧 숨이 끊어져 죽게 되고 말죠.

선우 : (보면)

오한영 : 부탁입니다 이선우 씨. 장팀장님 그만 괴롭히구.. 떠나주십쇼.

선우 : 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던가요? 저 때문에 괴롭다 구요?

오한영 : 그런 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선우 : (일순 멍해지는 기분..) 그렇군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오한영 : (냉정한 시선으로 표정하나 변함없이 보면)

선우 : (봉투 도로 주며) 이 돈은 됐어요. 이미 지낼 거처는 구해놨어요. 허름한 단칸방이지만 그럭저럭 지낼만해요.

         그러니까 팀장님한테 전해주세요. 이런 거 걱정 안 해주셔도 된다 구요.

         그냥 저는.. 팀장님 잘 있다는 안부만 들을 수 있으면 된다 구요.

오한영 : (보면)

선우 :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일어서서 간다)

오한영 : ... (미동 없이 앉아 있는데서)



13. S# 달동네 어귀. (밤)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선우, 걸어오는데 툭.. 툭..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줄기.

선우,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얼른 처마 밑으로 뛰어 들어가 비를 피한다.

처마를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 선우, 멍하니 바라보는 시선에서.



14. S# 구치소 안. (밤)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리고.

틸-다운 하면 재혁, 어두운 실내 안에서 비가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선우에게 그저 미안한 마음..

차갑고 그늘진 시선으로 천천히 고개를 숙이면.



15. S# 달동네 어귀. (밤)


처마 밑에 서 있는 선우, 멍하니 비가 내리는걸 보다가 그저 지나가는 비가 아니라는 걸 알고

그대로 손으로 머리를 가리며 언덕위로 걸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16. S# 선우네 집. (밤)


허름하고 군데군데 곰팡이 자국도 보이는 방안. 방문 옆으로 한 평도 안 되는 조악한 부엌이 딸려있다.

그 안으로 들어서는 선우, 온통 빗물에 젖은 채 안으로 들어서더니 얼른 가방 안에서 마른 옷을 꺼내 머리를 말린다.

(수건이며 생필품 같은 건 아직 사지도 못한 상황.)

선우, 덜덜 떨면서 젖은 얼굴이며 머리를 말리다가 문득 돌아보면 한쪽에 빗물이 새고 있다.

떨어지는 빗물에 손을 한번 대보는 선우.. 일어나 부엌 쪽으로 가서 찌그러진 양은 냄비를 들고 온다.

빗물이 새는 곳에 맞춰서 내려놓으면.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뚝..뚝. 떨어지는 빗물.

선우, 처량 맞게 물끄러미 내려다보는데 갑자기 뚝.. 뚝.. 떨어지는 코피.

선우, 멈칫하면서 얼른 코를 막고 고개를 젖힌다.

마른 옷으로 대충 코피를 닦으며 천정을 바라보는 선우의 눈에..어느새 그렁그렁 맺힌 눈물.. 시선에서.



17. S# 철웅의 집 앞. (밤)


터벅터벅 걸어오는 철웅. 그 때 집 앞에 세워져 있는 승용차에서 내리는 깡통과 일행들.

철웅, 걸어오다가 멈칫.. 걸음을 멈추고 보면.


수탁 : 철웅이 형. 하루 종일 어디 가 계셨습니까. 계속 연락도 안되구.. 깡통 형이 계속 기다리셨습니다.

철웅 : (깡통을 본다) 무슨 일입니까.

깡통 : 놀라지 말고 들어라 철웅아, 마.. 대장이 쇠고랑차고 잡혀들어 가삣따.

철웅 : (멈칫..) 대장이요? 왜요?

깡통 : 왜는. 장재혁이 그 놈아 자슥 때문이제.

철웅 : ... (대장까지..? 시선 돌리면)

깡통 : 마.. 대장이야 죽을 짓 한 것도 아이고.. 벤호사까지 구했으니까네 어떻게든 되지 않겠나.

         근데 문제는 쌍불파 자슥들인기라. 안 그래도 깔짝 거맀쌌는데 대장 잡혀가 삔 거 알면 본격적으로 딴지 안 걸어오겠나.

         해서 철웅이 니가 당분간은 클럽 쪽을 전담해주면 좋겠는데.. 으떻노?

철웅 : (본다. 보다가 시선 돌린다)

깡통 : 와? 싫나?

철웅 : 미안합니다. (말하기 힘들지만) 이제 저.. 그 일에서 손 뗍니다.

깡통 : (멈칫.. 본다. 보며) 뭐라꼬? 손을 떼다이. 무신 말이고?

철웅 : 이젠 깡패 짓 안 한다 구요.

수탁 : (순간 반갑다) 형.. (보면)

깡통 : 니, 니 지금 제 정신이가?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가?

철웅 : 이제 앞으론 성실하게 살기로 맘먹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만 찾아오십쇼.

깡통 : (본다. 기막혀 보더니) 야! 야 이 노무 자슥! 대장이 니를 을매나 이뻐했는데 이래 나오노.

         인수대장 잡혀 들어가 삣다고 니 지금 안면 몰수하기가! 니 이라믄 배신인기라 배신! 안 긋나!

깡패들 : 그렇습니다, 형님!

철웅 : 미안합니다. 하지만 제 결심은 이미 굳혔습니다. 대장한테도 죄송하다고 전해주십쇼. (돌아서는데)

깡통 : 이런.. 이런 나쁜노무 자슥! (하면서 확! 철웅의 멱살을 잡는다. 때릴려고 손을 치켜드는데)

철웅 : (잡힌 채 표정 없이 깡통을 본다)

깡통 : (노려본다) 니.. 니 참말로..

철웅 : (표정 없이 본다. 보면)

깡통 : (화가 나서 덜덜 떨면서 본다. 보더니 그대로 확 철웅을 밀어버린다) 이 나쁜자슥! 그래애 조타! 잘묵고 잘살아라!

         니 그래 맘보 먹어가 얼매나 잘사는지 내 한번 두고 볼기다!

철웅 : ...

깡통 : 참말로 의리도 뭣도 없는 자슥.. (씩씩거리며 쳐다보더니) 가자! (돌아서서 차에 올라탄다)


따라서 타다닥 움직이는 깡패들, 떠나버리면. 수탁, 혼자 남은 채 철웅을 돌아본다.

힘없이 한쪽에 걸터앉는 철웅, 옷 속에서 선우의 반지를 꺼내본다.


철웅 : 수탁아.. 나 정말 의리 없는 놈이다. 그치?

수탁 : 아닙니다, 형. 그렇지 않습니다. 대장이라면 철웅이 형 마음.. 다 이해하실 겁니다.

철웅 : (씁쓸한 웃음) 대장한테 미안해서 어쩌냐..

수탁 : (보면)

철웅 : (미안하고 가슴 아픈 표정으로 먼 곳을 보는데서)



18. S# 구치소 안.


한쪽에 혼자 앉아 있는 이인수, 표정 없이 어둠속에 앉아 있는 모습에서 fade-out.



19. S# 철웅의 집 거실. (이른 아침)


주방에서 아침을 짓는 길여옥, 박귀중은 와이셔츠에 넥타이차림으로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고,

연웅, 욕실 쪽에서 수건으로 얼굴 닦으며 나오는데 쿵쿵 이층에서 내려오는 철웅.


철웅 : 할머니! 밥 주세요!


박귀중, 연웅, 돌아본다. 길여옥 ?해서 주방에서 나와 쳐다보면.


연웅 : 왠일이야? 오빠가 이 시간에 다 일어나구?

길여옥 : 그러게 말이다.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다니?

철웅 : (테이블 앞에 턱 앉는다. 앉더니 비장하게) 아버지. 할머니. 저 오늘부터 일 나갑니다.

         연웅아 오늘부터 이 오라버니 정식으로 일 시작한다.

박귀중 : 뭐라구?

길여옥 : 니가.. 뭘 나가?

철웅 : 벽돌 나르는 일이요 할머니.

연웅 : 벽돌? (길여옥 보며) 할머니, 지금 철웅 오빠가 벽돌 나르는 일 한다 그랬어요?

길여옥 : 그러게. 나두 그렇게 들었다.

연웅 : 뭐야 오빠가 그럼 오늘부터 막노동을 한다구?

철웅 : 그래. 오늘부터 건달 쫑! 막노동 시작이다. 앞으론 마음잡구 성실하게 살아 보기루 결심했다구 나.

박귀중 : 철웅아. 너.. 그 말 진심이냐?

철웅 : 네 아버지 진심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우선 돈을 벌 겁니다. 그래서 그걸로 트럭을 살 겁니다.

         트럭만 운전해도 할 게 아주 많다구.. 선우가 그랬어요.

연웅 : 철웅 오빠..

길여옥 : (본다. 일순 감동해서 보면)

철웅 : 그 동안 주먹질하구 속 썩혀 드린 거 죄송합니다, 아버지.

         앞으론 이 집에 장남으로서 장손주로서 성실하게 열심히 살겠습니다.

박귀중 : (기뻐서) 그래. 정말 잘 생각했다. 선우도 너 마음잡은 거 알면.. 기뻐할 거다.

길여옥 : (본다. 보더니 조용히 주방으로 들어간다)

연웅 : (? 할머니 쪽을 보면)



20. S# 주방.


안으로 들어오는 길여옥. 괜히 마음이 짠하고 안 되서 눈가를 짐짓 닦아내면.

그 뒤로 들어오는 연웅.


연웅 : 할머니. 왜 그래?

길여옥 : 아니다.

연웅 : 할머니이..

길여옥 : 선우한테 고마워 그래 내가. 철웅이 녀석 저렇게 사람 만들어 놓구 나갔구나 싶으니까 너무 고마워서.

연웅 : (보면)

길여옥 : 하나 뿐이 없는 장손주, 그냥 저렇게 건달로 평생 사나보다 노심 초사했는데.. 그런 녀석을 사람 만들어놨으니

            얼마나 선우한테 고마운 일이냐.

연웅 : ...

길여옥 : 그나저나 선우는 왜 아직 연락두 없는 거라니. 집 나간 지 멫칠이나 지났는데..

연웅 : 자리 잡히는 대로 연락하겠지. 걱정 말아요 할머니. 선우언니.. 어디에서도 끄떡없을 사람이잖아.

길여옥 : 아침밥이나 제대로 챙겨먹구 있는 건지 모르겠구나.



21. S# 철웅의 집 거실.


주방에서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철웅, 시선을 돌려 생각하는 표정에서..



22. S# 선우의 방.


허름한 스탠 상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컵라면 하나에 달랑 단무지 한 접시다.

선우, 후후, 불면서 라면을 먹는 모습.

가구도 이불도 아무것도 없는 방 안에서 찌그러진 스탠 상 위에 라면하나 놓고 먹는 모습 처량하기만 하고.

그러나 선우,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열심히 라면을 먹는다. 그 모습에서.



23. S# 평창동 전경 (아침)



24. S# 평창동 주방.


식사하고 있는 김필중, 태희, 승희, 현자, 서준.

유난히 말이 없고 조용한 가운데 김필중과 태희 사이에 흐르는 무거운 침묵.

현자, 김필중과 태희를 번갈아 본다. 보더니.


현자 : 올여름 휴가 땐 우리 식구 다 같이 지중해 쪽 한번 돌고 오면 어떨까 싶은데요, 아버지.

         아버지두 햇빛 좋구 공기 좋은데 가서 휴양 좀 하고 오시는 게 어때요?

김필중 : ... (말없이 식사만)

현자 : (썰렁해져서 흘끗 보더니 이번엔 태희한테) 아 참, 태희 너 선본다는 거 말이다. 다시 약속 잡았다. 오늘 저녁이야.

         할아버지 때문에 한번 미룬 약속이니까 늦지 않게 시간 맞춰 나가도록 해. 알았지?

태희 : ... (내키지 않는다)

서준 : (그런 태희 눈치를 알고) 엄만 뭐가 급해 날짜를 그렇게 가깝게 박았어요? 이왕 미루는 김에 다음 주쯤으로 하지 왜.

         할아버지도 아직 완쾌되지 않으셨는데 엄만..

김필중 : 할애비 신경 쓸 거 없다. 이왕 선 보겠다 그런 거 마음먹었을 때 봐야지.

태희 : (짐짓 김필중 쪽으로 시선 주면)

현자 : 그렇죠? 저두 그렇게 생각해요 아버지. (보며) 오늘 저녁 일곱 시야.

         함부로 할 집안 아니니까 나가서 신중하고 예의바르게 굴어. 알았지?

태희 : (수저를 놓으며)

서준 : 왜 먹다 말아요, 누나?

태희 : 출근해야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끝까지 김필중과 시선 마주치지 않은 채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현자, 서준, 승희, 그런 태희를 보면 김필중, 표정 없이 계속 식사만.


현자 : 쟤가 왜 저렇게 저기압이야?

서준 : 피곤해 그러겠죠. 태희 누나 할아버지 간병에다 회사 일까지.. 요즘 많이 무리했잖아요.

현자 : 저러다 병나면 저만 손해지. (보며) 그나저나 아버진 오늘도 출근하실 거예요?

김필중 : 아니다. 오늘은 집에서 쉴 거야. 피곤해. (그러면서 숟가락 놓고 일어서며) 윤희 너. 식사 다 하가든 할애비 좀 보자.

승희 : 네? 네에 할아버지.

김필중 : (나가면)


현자, 서준 승희를 본다. 승희, 흘끗 본 뒤 꿋꿋하게 마저 식사를 하는 모습에서.



25. S# 김필중의 서재.


문을 열고 들어오는 승희.


김필중 : 와서 앉아.

승희 : (와서 앉는다. 보면)

김필중 : 너.. 태희한테 장재혁이에 관해 무슨 말 한 거 있냐?

승희 : 아뇨. 없는데요.

김필중 : 잘했다. 앞으로도 계속 입 다물고 있거라. 장재혁이 일기장에 대해서도, 과거에 대해서도. 무슨 말인지 알겠냐?

승희 : 알겠어요,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가 시키는 대로만 하겠습니다.

김필중 : (본다. 보더니 조용히 한쪽에서 봉투 꺼내 준다) 가지구 나가거라.

승희 : (? 본다) 뭔데요?

김필중 : 니 방 가서 열어봐. 난 좀 쉬어야겠다, 그만 나가봐.

승희 : 네 할아버지. (봉투를 집어 들고) 그럼 쉬세요. (밖으로 나가면)

김필중 : ... (본다.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는데서)



26. S# 평창동 거실.


밖으로 나오는 승희.


현자 : (기다렸다는 듯 돌아보며) 무슨 일이니? 무슨 일인데 할아버지가 널 서재로 따로 부르신 거야? 너.. 뭐 잘못한 거 있니?

승희 : 제가 할아버지한테 잘못할 게 뭐가 있어요?

현자 : 잘못한 것두 없는데 왜 널 따로 보자셔?

승희 :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으세요? 뭐가 그렇게 궁금하신 건데요?

현자 : 갑자기 널 서재로 불러들이신 것부터가 궁금한 일이지. 할아버지, 아무나 서재에 들이시는 분이 아니시잖니.

승희 : 전 아무나가 아니죠, 고모. 저는 엄연히 할아버지 둘째 손녀딸이예요. 가끔은 할아버지하고 비밀 얘기 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 구요. 시시콜콜 그런 것까지 고모한테 보고드릴 필요, 의무.. 없는 걸로 아는데요.

현자 : 뭐야?

승희 : 정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들어가 물어보시든가요. 그럼 되잖아요? (그러더니 쌩 돌아서서 올라가면)

현자 : 점점 가관이구나. 점점 꼴불견이야. 허.. (보는데서)



27. S# 승희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얼른 봉투안의 수표를 꺼내 본다. 순간 입이 딱 벌어진다.

기분 좋아 씩 웃는 승희의 얼굴에서.



28. S# 태희의 방.


표정 없이 출근 준비하는 태희, 그 때 울리는 핸드폰 벨.


태희 : (받아들며) 네. 김태흽니다. 아 변호사님. 알아보셨어요? (듣다가) 그럼 보석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네에.. 그럼 계속 애 좀 써주세요. 보석금은 어떻게든 제가 마련해 볼께요. 네. 변호사님만 믿겠습니다.

         (그러면서 핸드폰을 접는다. 돌아보는 시선에서)



29. S# 김필중의 서재.


조용히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는 김필중, 천천히 생각에 잠긴 시선으로 눈을 뜨는 모습에서.



30. S# 신사업팀 사무실.


아무도 사람들이 출근하지 않은 사무실.

태희, 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멈칫.. 책상을 열심히 닦고 있는 선우의 모습을 발견한다.

선우, 책상정리에 꽃병정리에 신문정리에 열심히 하면서 돌아서다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태희와 시선이 마주친다.


선우 : (멈칫.. 본다. 보더니 어색한 웃음) 안녕하세요. 일찍 출근하셨네요?

태희 : 돌아왔군요. 어제 출근 안 했길래.. 영 포기하나보다 했는데.

선우 : 어젠.. 장팀장님을 만나러 갔었어요.

태희 : (보면)

선우 : 아직 만날 수 없다 그래서.. 그냥 돌아왔어요.

태희 : 그랬군요. (보며)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다행 이예요, 선우 씨.

선우 : 바보같이 굴지 말라 그러셨잖아요.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라구..

         여기서 저까지 감정에 휩쓸려 우왕좌왕하면 장팀장님이 더 힘들어 할 거라 구요. (보며) 그래서 힘내기로 했어요.

태희 : (본다)

선우 : 솔직히 이 회사에 다시 올 용기가 안 났어요. 근데 전.. 이런저런 사정 같은 거 따질만한 처지가 아니잖아요.

         어쨌든 제가 힘내서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그래서 다시 돌아왔어요.

         (순간 시큰해져서 고이는 눈물.. 그러나 일부러 베식 웃으며) 저.. 참 딱한 애죠.. 그렇죠?

태희 : 아뇨. 용기 있는 사람 이예요. 정말 잘 돌아 온 거예요 선우 씨.

선우 : (울컥..하면서 툭.. 떨어지는 눈물..)

태희 : 울지 말아요. 선우 씨 마음 다 아니까.. 장팀장도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할거예요. 선우 씨가 이렇게 힘내줘서.

선우 : (훌쩍..)

태희 : 그만 울래두.. 응? (하더니 눈물 닦아주며 따뜻하게 웃어준다)

선우 : (그런 태희를 고마움으로 본다)


서로에게 무언의 위로를 받고 있는 두 자매의 모습에서.



31. S# 서준의 레스토랑 앞.


멈춰서는 현자의 차. 안에서 내려서는 현자와 그 옆자리에서 내려서는 민영.


현자 : 들어가자.

민영 : 네. (현자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32. S# 서준의 레스토랑 안.


안으로 들어서는 현자와 민영. 직원들 인사하는 가운데

그 앞으로 지나가던 연웅, 멈칫.. 현자와 민영을 번갈아보면.


민영 : 안녕하세요, 연웅 씨.

연웅 : 안녕..하세요. (보면)

현자 : 서로 아는 사이니?

민영 : 저번에 서준이 보러 들렀을 때 잠깐 인사했어요.

현자 : 그래? (연웅을 흘끗 보는데)


그 때 연웅의 뒤로 프레임-인 되는 서준.


서준 : 엄마!

현자 : 어, 서준아.

민영 : 나두 왔어 서준아.

서준 : (두 사람 번갈아 보며) 두 사람이 동시에 어떻게 된 거야?

현자 : 민영이가 미국 갔다 오면서 나한테 선물을 사왔잖니 글쎄. 고마워서 내가 점심 식사 같이하자 그랬다.

민영 : 원랜 시외로 빠져나갈려구 했는데 엄마가 자꾸 서준이 너두 같이 끼워주자 그래서. 그래서 여기로 온 거야.

서준 : 그랬구나. 잘했네. (짐짓 웃으며 연웅 보면)

현자 : 뭐해? 어서 자리 안내하지 않구.

서준 : 네? 네에.. 들어가세요. (앞장서서 들어가면)


현자, 민영 따라간다.

연웅, 흘끗 돌아본다. 시선에서.



33. S# 테이블 있는 일각.


연웅, 음식을 들고 현자와 민영, 서준이 앉아있는 테이블위에 올려놓는 위로.


현자 : (웃음 끝에) 그래 맞어.. 너희들 그때 그랬어. 쬐그만 것들이 뭐 안다구 결혼시켜 달라구 떼 쓰구 암튼..

         그 때가 일곱 살 땐가 여덟 살 땐가..

연웅 : (말없이 들으면서 테이블 위로 접시 놔주는 위로)

민영 : 여덟 살 때였어요 어머니. 유치원 내내 같이 붙어 다니다가 초등학교 들어가서 서준이하고 처음으로 반이 갈렸을 때니까.

현자 : 맞다 그래. 암튼 우리 윤서준 그 때 대단했지. 너랑 다른 반 됐다구 밥도 안 먹고 학교도 안 간다 그러구.

연웅 : (그러셨어? 하는 표정으로 흘끗 서준을 보면)

서준 : (짐짓 연웅의 시선을 피하며) 엄만, 다 지난 옛날 얘기 뭐하러 자꾸 해요?

민영 : 재밌잖아.

서준 : 재밌긴 뭐가 재밌어? 난 재미 하나두 없구만. (하면서 연웅 흘끗 보면)

연웅 :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십쇼. (꾸뻑 인사하고 가면)

민영 : (재밌다는 듯 연웅과 서준을 번갈아 보면)

서준 : 암튼 여자들은 이상하더라. 하나두 재미없는 지난 얘기, 하고 또 하구 하고 또 하구.

         그러면서 맨날 처음 하는 얘기처럼 재밌어하구.

현자 : 이 녀석아. 니가 한 짓이 하두 웃겨서 그런거지. 그 때 민영이 색시 안 삼아주면 가출해 버리겠다구 떼 쓴 게 누군데?

         안 그러니 민영아?

민영 : 네 그래요 어머니.

현자 : (웃음) 그래, 지금은 어떠니 서준아? 지금은 민영이 색시로 삼을 맘 없니?

민영 : (서준을 보면)

서준 : 엄마는 하여튼 분위기 깨는데 천재라니까. 그만 놀리시구 어서 식사나 하세요. 나온 음식 다 식겠네.

         (그러면서 넵킨 올려놓으며 일어서려는데)

현자 : 어디가?

서준 : 화장실 좀 잠깐 다녀올려 구요. 드시구 계세요. (민영 보며) 먹구 있어. (그러면서 가면)

현자 : 저 녀석.. 옛날 얘기하니까 좀 챙피한 모양이다. 그치?

민영 : (짐짓 웃음. 그러면서 서준이 간 쪽을 보면)



34. S# 바 앞.


연웅과 남직원 유리컵을 마른수건으로 쭉 닦아놓는데 그 때 울리는 전화벨.

남직원, 받아든다.


남직원 : 네 우몹니다. (하다가) 어? 사장님.

연웅 : (? 보면)

남직원 : 언제 나가셨습니까? 네? (픽 웃음) 네 알겠습니다. (끊으면)

연웅 : (? 보면)

남직원 : 사장님이 연웅 씨 보구 사무실에 올라가 외투하구 차 키 좀 갖고 내려오라는데요.

연웅 : 네?

남직원 : 어서 가 봐요. 암만 해두 큰사장님 피해 또 삼십육계 줄행랑 놓으신 거 같은데.

연웅 : 줄행랑이라뇨?

남직원 : 옛날에도 가끔 그러셨어요. 큰 사장님 여자 데려와 억지로 선보게 할 때마다 사장님 꼭 저렇게 도망치셨다니까요.

연웅 : (본다. 시선에서)



35. S# 주차장.


서준의 외투와 차키를 들고 나오는 연웅, 돌아보면.


서준 : 여기예요 연웅 씨.

연웅 : (다가서며 외투하고 차키 내밀며) 여깄습니다.

서준 : 고마워요 연웅 씨. (차에 올라타며) 타요.

연웅 : 네?

서준 : 차에 타라 구요. 답답하고 더운데 어디 시원한데 가서 드라이브나 하고 옵시다.

연웅 : 무슨 말씀이세요? 저 지금 근무중이신거 모르세요?

서준 : 하루쯤 땡땡이친다고 하늘 안 무너져요.

연웅 : 이상하신 사장님이네. 일 열심히 하는 종업원 붙들구 땡땡이를 치라뇨? 그게 사장님이 종업원 붙들고 할 소립니까?

서준 : 나는 다른 사장하곤 좀 다른 거 몰랐어요?

연웅 : 아뇨. 알고는 있었죠. 그래두 이렇게까지 증세가 심각한줄 몰랐네요. (돌아서는데)

서준 : (연웅의 팔을 잡으며) 아 거참. 말 되게 안 듣네, 진짜. 한번이라두 고분고분 네 알았습니다, 그럴 수 없어요?

연웅 : 한번이라도 고분고분 네 알았습니다, 하구 대답할 수 없게 만드시잖아요, 사장님이.

서준 : (겁주듯) 지금 나하구 같이 드라이브 안가면 가게에서 확 짤라 버린다.

연웅 : 자꾸 이러면 성희롱죄루 확 찔러버린다.

서준 : 좋아하는 여자한테 드라이브 하자는 것두 성희롱이냐?

연웅 : (순간 멈칫..) 머.. 뭐라구? 좋아하는.. 여자? 지금 나 좋아 한다 그랬어요?

서준 : 몰랐어요? 내가 박연웅 씨 좋아하는 거?

연웅 : (순간 멍해져서 보면)

서준 : (농담처럼) 이거 정말 눈치가 발치에 달린 여자네. 그러니까 내가 박연웅 씨한테 관심 있구 좋아하는 거

         아직까지 눈치도 못 채고 있었단 말이죠?

연웅 : 지금 저 데리구 농담 치십니까?

서준 : (여전히 농담처럼) 연웅 씨한테 멱살 잡히구 물세례 받은 거 내가 왜 참아준 거 같아요?

         관심도 없는 여자한테 다리까지 걷어 채이면서 일자리 줄 미친놈이 그렇게 흔한 줄 알아요?

연웅 : 그럼 처음부터 나한테 흑심 있었다 그 말이십니까, 지금?

서준 : (역시 농담처럼) 당연하지. 흑심도 없는 여자한테 내가 뭐 하러 일자리 주구 드라이브까지 가자 그래요?

연웅 : (멍하니 보면)

서준 : 그러니까 이쁘다, 그래 줄때 고분고분 좀 해봐요. 그럼 더 이뻐 해줄 테니까. (하는데)

연웅 : (순간 확! 깬다. 그러더니 다시 한 번 정강이 팍!)

서준 : 으아아... (그대로 정강이 잡고 주저앉으면)

연웅 : 내가 인형이냐? 이뻐해준 다구 고분고분해지게? 그런 여자 좋으면 지금 니네 엄마하구 앉아서

         도란도란 밥 먹구 있는 그 여자한테나 가서 이뻐해 줘, 알았어?


서준, 그렇게 가버리는 연웅을 보다가 픽 웃음.. 그러면서도 몹시 아픈 듯.. 찡그리고 보는데서.



36. S# 레스토랑 계단.


텅텅 올라오던 연웅, 멈칫.. 돌아본다. 보더니.


연웅 : 정말루 내가 좋다는 거야 뭐야? (고개를 갸웃하더니) 아 진짜 고백을 할 거면 좀 진지하게 하든가.

         영 장난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가네.. (다시 한 번 갸웃하는 얼굴에서)



37. S# 승희의 방.


치장하는 승희, 김필중이 준 용돈 봉투를 들어보더니 가방에 쏙 집어넣고 밖으로 나간다.



38. S# 평창동 거실.


승희, 기분 좋게 막 코너를 돌아 계단을 내려오려는데

그 때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박귀중, 승희, 멈칫.. 본다.


예산댁 : 들어가 보세요. 회장님 기다리고 계세요.

박귀중 : 네. (그러면서 서재 쪽을 한번 쳐다본 뒤 그 쪽으로 가면)

예산댁 : (승희를 못 본 채 돌아서서 주방으로 들어간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승희, 박귀중이 들어간 서재 쪽을 본다. 무슨 일일까 싶어 돌아보면.



39. S# 김필중의 서재.


침대에 반쯤 일어나 앉아 있는 김필중. 그 옆으로 다가서는 박귀중, 김필중에게 목례하면.


김필중 : 앉어.

박귀중 : 네. 회장님. (의자에 앉는다)

김필중 : (본다. 물끄러미 보더니) 자네.. 처음 내 밑으루 들어와 일을 시작한 게 언제였지?

박귀중 : 네? (본다. 보다가) 그게.. 그러니까 제가 서른여섯 되던 때였죠, 회장님. 그 뒤로 꼭 이십일 년 동안 모셔왔습니다.

김필중 : 그래. 이십일 년이라.. 벌써 그렇게 됐구만. 자네두 참 오랫동안 애썼어.

박귀중 : 아닙니다, 회장님.. 저야 항상 부족해서 송구하죠. 거기다 이번 일로 회장님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그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김필중 : 내.. 자네 마음 모르는 거 아니야. 나 역시 장재혁이를 아꼈던 게 사실이니까.

박귀중 : (고개 들어 보면)

김필중 : 장팀장한테 이러는 나두 마음이 편칠 않아. 왠만하면 나두 용서하고 감싸주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태희가 다치게 돼. 내가 봐주면 그 녀석.. 분명히 태희를 건드리게 될 거야.

            내가 잘못한 과거 때문에 손녀딸이 다치는 걸 두고 볼 순 없잖나.

박귀중 : (시선을 떨구면)

김필중 : 나도 다 생각이 있어. 우리 태희가 제 자리만 잡으면.. 재혁이 저 녀석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낼 거야.

            내가 즈의 할애비한테 했던 짓.. 다 보상해줄 거야. 그럴 생각이야.

박귀중 : 네 회장님.. (그럼 그렇지.. 역시 감동하는 표정으로 고개 숙이면)



40. S# 김필중의 방 앞.


문 앞에서 엿듣고 있는 승희, 조금은 싱거운 표정으로 엿듣다가 천천히 문에서 돌아 서려는데 그 때 그 위로.


김필중E : 사실 내가 오늘 자넬 부른 건..자네한테 긴히 부탁할게 있어서야.

승희 : (? 돌아본다. 또 뭐지? 하면서 다시 문에 바싹 귀를 대면)



41. S# 김필중의 방.


김필중 : 지금 위층에 있는 아이가 진짜 윤희가 아니라는 건.. 자네도 알고 있지?

박귀중 : 네 회장님.

승희 : (insert> 뭐라구? 박기사가 그것까지 알고 있다고? 놀라서 보면)

김필중 : 이번에 내가 쓰러지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잃어버린 진짜 윤희를 찾아야겠다는 거야.

박귀중 : (본다)

승희 : ! (insert> 놀라는 얼굴)

김필중 : 죽기 전에 태희한테 즈이 친동생을 찾아주고 싶어. 식구들 모르게.. 특히 윗층에 있는 윤희 모르게..

            자네가 조용히 알아봐줘야겠어.

박귀중 : 알겠습니다. 회장님. 최선을 다해서 진짜 윤희 양을 찾아보겠습니다.

김필중 : 그래.. 자넬 한 번 더 믿어보기루 하지.

박귀중 : 네 회장님.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42. S# 김필중의 방문 앞.


두근.. 두근.. 이게 무슨 소리야. 순간 충격으로 어쩔 줄을 모른 채 서 있던 승희,

그 앞에 서 있다가 안쪽에서 소리가 들리자 얼른 이층으로 후다닥 뛰어올라간다.

방문이 열리고 나오는 박귀중,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계단을 앞을 지나쳐가는 박귀중 뒤로 천천히 고개를 내밀고 보는 승희, 시선에서.



43. S# 승희의 방.


도로 방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털썩 의자에 주저앉는다.


승희 : (덜덜 떨림..) 이게 어떻게 된 거야..나더러 죽을 때까지 입 다물구 태희 언니한테 충성하라더니..

         뒤에서 나 모르게 진짜 윤희를 찾겠다구? 그러니까 나 모르게 내 뒷통수를 치시겠다?

         (기막히고 화가 난 시선으로 돌아보며) 허.. 그런다고 진짜 윤희가 쉽게 찾아질까? 내가 그렇게 가만 내버려 둘 거 같애?


그러면서도 불안하고 두려운 기분.

승희, 얼른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누른다. 신호가 가면.


승희 : 수탁 씨. 나 승흰데요. 지금 철웅 오빠 좀 만날 수 있어요? 중요하고 급한 일이예요.

         (하다가 신경질적으로) 글쎄 어딨는지 대답하라니까! (하는데서)



44. S# 공사장.


열심히 일하는 철웅의 모습. 벽돌도 나르고, 철근도 나르고, 모래도 퍼 담고, 수건으로 땀도 닦고. (스케치 하듯 보여주면)

그 일각에 택시에서 내려서는 승희와 수탁.

수탁, 인부1에게 철웅이 어딨냐고 묻는 듯. 인부1, 손을 가리켜 한쪽을 가리킨다.

수탁과 승희, 가리키는 쪽을 따라 쭉 걸어오면 한쪽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하고 있는 철웅의 모습이 보인다.


수탁 : 저기.. 철웅이 형.

철웅 : (라이터를 찾다가 멈칫.. 고개 들어 보면)

승희 : (수탁 뒤에서 나타나며 철웅을 본다)

철웅 : (본다. 표정에서)



45. S# 공사장 일각.


승희 : 의외네. 오빠가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보며) 이것두 역시 선우의 입 바람인가?

         이렇게 공사장에서 막일이라도 하면 선우가 다시 만나주겠대?

철웅 : (본다. 보더니) 그 일기장.. 니가 한 짓이지?

승희 : 일기장이라니? 난 모르는 일인데.

철웅 : 모른 척 할래?

승희 : 모르는 일이야 정말루. (시치미)

철웅 : 너.. 내가 맘잡구 열심히 살기루 한 거 감사하게 생각해.

         안 그랬음 벌써 너 데려다 몇 대 쥐어 패구 무릎 꿇려 벌 세웠을 거야. 알어?

승희 : (시선 다른 데로 돌리면)

철웅 : 나쁜 기집애.. (상대 못하겠다는 듯 돌아서려는데)

승희 : (얼른) 선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

철웅 : (멈칫..)

승희 : 장재혁 씨 그렇게 되구 나서 회사에도 안 나오는 거 같든데..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철웅 : 선우 집에 없어. 우리 집에서 나갔다.

승희 : 나가? 어디루? 어디루 나갔는데?

철웅 : 몰라. 계속 연락두절이야.

승희 : 정말.. 아주 나간거야? 어머어머.. 그 기집애 정말로 장재혁 씰 좋아했던 모양이네?

철웅 : (흘끗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가면)

승희 : (뒤에 대고 얼른) 오빠 몇 시에 끝나? 이따 끝나구 나하구 저녁이나 먹을래? 어?

철웅 : (끝까지 못 들 척하고 공사장으로 들어가 버린다)

승희 : (한번 삐쭉거리더니 이내..) 선우가 집을 나갔다구? (시선에서)



46. S# 국밥집 방안.


황국도와 오산댁, 마주앉아 화투를 치고 있다. (오산댁 한쪽 눈에 여전히 멍이 들어있는 채)

그 때 밖에서 문 열리는 소리.


오산댁 : 누구예요? 우리 장사 안 해요! 가세요!

황국도 : 장사안한지 꽤 되았는디 아적도 찾아오는 손님이 있는가베. (하는데)


안으로 들어서는 승희.

오산댁과 황국도, 돌아보더니.


오산댁 : 아이구 승희 왔구나. 어서 들어와.

황국도 : (어색) 이이. 어여 들어 와라.

승희 : (두 사람 번갈아보더니 한쪽에 들어와 앉으며) 엄마는 그 눈을 해가지구 아저씨하구 마주앉아 화투가 치고 싶어?

오산댁 : 응? 으응.. 둘이 앉아 별루 할 일두 없구 해서..

승희 : (매살스럽게 노려보면)

황국도 : 야, 너무 그래 쌌지 마라. 내가 느이 엄니한테 싹싹 빌었당께. 손이 발이 되어분지게 싹싹.

오산댁 : 그래. 정말이야. 정말 그렇게 빌었어. 싹싹..

승희 : (곱지 않게 황국도 보며) 아저씨 주식인지 코스닥인지 산거 어떻게 됐어요? 그 돈 도로 제자리에 갖다놨어요?

황국도 : 이? 이이.. 그게 말여.

승희 : 그 돈 도로 찾아다 놓으라 그랬잖아요, 내가!

오산댁 : 아이구 승희야. 뭐가 그렇게 급하다구.. 얼루 도망치는 돈두 아닌데. (하는데)

승희 : 돈이든 뭐든 아저씨한테 가 있으면 안심이 안 된단 말야. (황국도 보며) 당장 가서 그 돈 도로 찾아다 놓으세요. 아셨어요?

황국도 : 알았어어. 알았당께... (떨떠름하게 시선 돌리면)

승희 : 에이 신경질 나! (그러면서 한쪽에 드러눕는다)


황국도, 오산댁 떨떠름하게 승희를 보면 승희, 선우 때문에 심난한 표정에서.



47. S# 회사안 일각.


한쪽에서 프레임-인 되는 선우, 서류와 장부들을 한 아름 들고 쭉 걸어오는데

그 때 저쪽으로 서 있는 오한영과 태희의 모습.

선우, 무심코 돌아보다가 두 사람을 보고 멈칫.. 걸음을 멈추고 보면.


태희 : 그럼 보석금으로 얼말 준비하면 되는 거죠?

오한영 : 변호사 말이 삼천에서 오천만원정돈 있어야 한답니다.

선우 : (삼천에서 오천만원.. 짐짓 놀라서 본다. 보는데)

태희 : 알았어요. 우선 그 돈은 제가 준비해보죠. 그 밖에 다른 건 필요 없나요?

오한영 : 네. 일단 그것만 준비해주시면 될 겁니다. 다행히 같이 잡혀 들어간 이인수가 끝까지 장재혁과의 관계를 부인해준 게

            도움이 됐습니다.

태희 : 그럼 오늘 밤 안으로 재혁이가 풀려나는 덴 문제 없는 거죠?

선우 : (멈칫.. 풀려난다구? 보면)

오한영 : 변호사말이 오후 네 시가 돼봐야 결정이 난답니다. 일단 상황은 긍정적이라고 하더군요.

태희 : 알았어요. 돈 준비해서 변호사 사무실로 가죠.

오한영 : 그럼 이따 거기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태희 : (일별한 뒤 반대편으로 프레임-아웃)

오한영 : (돌아서다가 멈칫.. 선우를 본다)

선우 : (보고 있다)

오한영 : 회사로 다시 돌아오신 모양이군요, 이선우 씨.

선우 : 팀장님이.. 오늘 밤 안으로 풀려나신다 구요? 그게 정말인가요?

오한영 :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보며) 김태희 씨 도움이 아주 컸습니다. 아는 변호사들을 총동원해서 줄을 댔더라 구요.

            오천만원이나 되는 보석금도 김태희 씨가 직접 준비를 하셨구요.

선우 : 그랬군요... 정말 다행이예요.

오한영 : 네. 다행이죠. 장팀장님한테 김태희 씨가 없었다면 정말 큰일을 당할 뻔했습니다.

선우 : (그 말에 멈칫.. 고개 들어 보면)

오한영 : 아시겠습니까? 장팀장님한테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장팀장님 옆에 있어줘야 할 사람이 누군지..

선우 : (보면)

오한영 : 내가 이선우 씨한테 괜히 떠나라고 그랬던 게 아닙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러더니 그대로 선우를 지나쳐 간다)

선우 : ... (돌아본다. 참담한 기분.. 시선에서)



48. S# 평창동 거실.


현자 : (수화기 든 채) 뭐라구? 너 그게 무슨 소리야? 너 이제와 그런 식으로 약속 펑크 내면 어쩌겠다는 거야 대체!

         너 오늘 아침까지 암말 없었잖아. 근데 이제와 갑자기 약속 취소라니..

         너 지금 고모 물 먹일려구 작정한 거니? 작정한 거야? 대체 그 쪽에다는 뭐라구 변명하란 얘기야.



49. S# 달리는 태희의 차안.


운전하는 태희,


태희 : 고모가 알아서 하세요. 대답하기 곤란하면 사고 나서 다쳤다고 하든가요.



50. S# 평창동 거실.


현자 : 너 지금 그걸 말이라구 하는 거니?

태희 : (insert> 얼굴) 죄송해요 고모. 어쨌든 오늘은 못 나가요. 끊을께요. (하면서 끊는다)

현자 : (기막혀 수화기를 쳐다보더니) 아니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증말! (그러면서 수화기 거칠게 내려놓는데)

김필중 : (천천히 나오며) 왜 이렇게 시끄러워.

현자 : 글쎄 태희가 오늘 선보기로 한 거 이제와 일방적으로 취소하잖아요. 약속시간 다 됐는데 어쩌란 거야 대체.

김필중 : 왜 약속에 못 나간다는 거야?

현자 : 제가 알아요? 그나저나 송여사한텐 대체 뭐라구 말해? 증말 챙피하구 남부끄러워 죽겠네..

김필중 : (뭔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시선인데)


예산댁, 인터폰 내려놓으며.


예산댁 : 회장님. 진실장님 오셨습니다.

김필중 : 진실장이? (보면)

현자 : (? 돌아보면)


현관문 열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진실장. 안으로 올라서서.


진실장 : 회장님. 급한 전갈이 있어서 뛰어왔습니다.

김필중 : 급한 전갈이라니. 무슨 일이야?

현자 : (보면)

진상만 : 좀 전에 연락이 왔는데요. 법원에서 장재혁이한테 보석허가가 났답니다.

김필중 : 뭐야?

진상만 : 아무래도 태희 양이 손을 쓴 것 같습니다, 회장님.

현자 : 뭐라 구요? 태희가?

김필중 : 그래서. 장재혁이가 지금 구치소에서 풀려난단 말이야?

진상만 : 네. 조금 전 결정이 났으니까 늦어도 오늘 저녁 땐 구치소에서 나오게 될 거랍니다.

김필중 : 대체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는 거야! 확실히 꽁꽁 묶어두라고 했잖아!

진상만 : 그게.. 워낙 태희 양이 빠르게 손을 쓰는 바람에..

현자 : 어머어머.. 간두 커라 세상에. 대체 태희 얘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어? (하는데)

김필중 : (격노가 밀려온다. 보며) 태희를 찾아와! 장재혁이 그 녀석하고 만나지 못하게.. 당장 태희를 찾아와아아!!!



51. S# 구치소 앞. (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끼이익! 구치소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재혁. 천천히 걸어 나오면

그 앞으로 우산을 들고 뛰어가 재혁을 씌워주는 오한영.


오한영 : 고생하셨습니다, 팀장님..

재혁 : (서늘한 시선으로 오한영을 본다) 수고했어.

오한영 : 저보다도.. 김태희 씨 수고가 컸습니다. (그러면서 뒷쪽으로 시선 돌리면)

재혁 : (오한영의 시선을 따라 같이 쳐다본다)


차를 세워둔 채 그 앞에 우산을 쓰고 서 있는 태희.

재혁, 태희를 본다. 빗속에서 서로 그렇게 마주보고 서 있는 재혁과 태희.

재혁, 알 수 없는 깊은 시선으로 태희를 보는데서.



52. S# 선우의 방. (밤)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소리. 천장에서 뚝.. 뚝.. 새는 빗방울이 찌그러진 냄비위로 떨어지고.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선우, 손목시계를 말없이 들여다보다가 나즈막히 한숨..

나는.. 장재혁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기다리는 것밖에.

선우, 쓸쓸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그 때 울리는 핸드폰 벨.


선우 : (본다. 받으며) 여보세요?

태희F : 이선우 씨?

선우 : 어머 언니. 어쩐 일이세요?



53. S# 달리는 차 안. (밤)


오한영이 운전하는 가운데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는 태희와 재혁.


태희 : 장팀장.. 지금 나왔어요.

선우 : (insert> 반가운 얼굴) 네? 나오셨다 구요?

태희 : 바꿔줄게요. (핸드폰 재혁 쪽으로 내민다) 받아봐. 이선우 씨야.

재혁 : (전화기를 본다)

오한영 : (슬쩍 빽밀러로 보는 시선에서)

선우 : (insert> 초조하게 기다리는 얼굴)

재혁 : (본다. 보더니 천천히 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는다)


재혁, 전화기를 귀에 댄다. 순간 흘러나오는 선우의 목소리.


선우F : 여보세요? 팀장님? 팀장님 거기 계세요? 여보세요? 저 선우예요.

재혁 : (일순 콧 끝이 시큰해진다. 그녀가 보고 싶다)

오한영 : (빽밀러로 그런 재혁을 본다)

태희 : 뭐해? 말 안 해?

재혁 : ...

선우 : (insert>) 팀장님.. 지금 제 목소리.. 듣고 계세요? 네?


재혁, 순간 두 눈을 지긋이 한번 감더니 그대로 수화기를 천천히 귀에서 내린다. 그리고 탁! 접는다.

태희, 멈칫.. 재혁을 본다.


선우 : (insert> 핸드폰을 든 채) 팀장님.. 팀장님! (그러다가 끊어진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태희 : (보며) 재혁아..

재혁 : 아무 말 하지 말자.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그러더니 조용히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린다)

태희 : (본다)

오한영 : (빽밀러로 본 뒤 조용히 핸들을 돌리면)



54. S# 선우의 방. N


손에 들린 핸드폰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는 선우, 그 위로 툭.. 떨어지는 눈물..


선우 : 보고 싶어요. 팀장님이.. 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두 손으로 핸드폰을 꼭 쥐는데서)



55. S# 김필중의 서재. N


밖으로 내리는 빗소리..

김필중, 초조하고 불안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러다 수화기를 집어 들어 번호를 누른다.


김필중 : 나야. 아직 태희 못 찾았나? 뭐야? 벌써 구치소에서 나갔단 말야? 태희는!

            대체 뭣들하고 있는 거야! 그 여럿이서 태희 한사람을 못 찾아? 찾아! 당장 찾아내란 말야! 당장!!!



56. S# 재혁의 오피스텔. N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의 얼굴. 돌아보면 그 뒤로 들어서는 재혁과 오한영.

재혁, 들어서서 오피스텔을 둘러보면 재혁이 체포될 당시 그대로 여기저기 어지럽혀져 있는 실내.

그 한쪽에 선우와 함께 떠나기 위해 쌓아둔 트렁크가 보인다.

재혁, 멍하니 시선 주는 위로.


오한영 : (태희에게만 들리게)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팀장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태희 : (보면)

오한영 : (재혁을 향해) 그럼 팀장님. 푹 쉬십쇼. 내일 뵙겠습니다. (목례한 뒤 돌아서서 나간다. 문 닫히면)

태희 : (재혁을 돌아본다)

재혁 : (멍하니 트렁크를 내려다 보는 시선)

태희 : 뭐해? 좀 앉아.

재혁 : ...

태희 : (팔 걷어 부치고 냉장고를 열어보더니) 먹을게 하나두 없네.

재혁 : ...

태희 : (다시 재혁 쪽으로 다가서며) 잠깐 있을래? 금방 가서 장 좀 봐올게. 잠깐만 쉬고 있어. (그러면서 돌아서는데)


턱! 태희의 팔을 잡는 재혁.

태희 멈칫.. 돌아본다. 시선에서 쿠구궁! 천둥번개..



57. S# 김필중의 서재. N


어둠속에 초조하게 앉아 있는 김필중, 술잔에 술을 따르고는 번개소리에 시선 들어본다.



58. S# 선우의 방. N


한쪽구석에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던 선우, 멈칫.. 고개 들어 창밖을 본다. 시선에서.



59. S# 다시 재혁의 오피스텔.. N


태희의 팔을 잡은 재혁,


태희 : (의아한 표정) 왜 그래 재혁아..

재혁 : (본다. 보더니) 아무데도 가지마.

태희 : 뭐?

재혁 : 오늘.. 나하구 있자.

태희 : !! (멈칫.. 본다)

재혁 : 오늘밤.. 나하구 있자구. (그러면서 차갑고 표정 없는 얼굴로 태희를 본다)


놀라서 바라보는 태희와 어둡고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재혁의 얼굴에서 스틸.

<25부 끝>

























첨부파일 유리구두25.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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