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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26 - 외면 (下)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514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26 - 외면 (下)











1. S# 재혁의 오피스텔.. N


태희의 팔을 잡은 재혁,


태희 : 왜 그래 재혁아..

재혁 : (본다. 보더니) 아무데도 가지마.

태희 : 뭐?

재혁 : 오늘.. 나하구 있자.

태희 : !! (멈칫.. 본다)

재혁 : 오늘밤.. 나하구 있자구. (차갑고 표정 없는 얼굴로 태희를 본다)


정반대의 감정으로 서로를 마주보는 태희와 재혁의 얼굴위로. 쿠구궁! 천둥소리.



2. S# 김필중의 서재. N


술을 한잔 마시는 김필중.. 불안함으로 시선 돌리는데서.



3. S# 재혁의 오피스텔. N


태희 : 너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야?

재혁 : 니가 필요해.

태희 : 내가 필요하다니?

재혁 : 오늘밤 니가 같이 있어줬으면 좋겠어.

태희 : (본다. 보면)

재혁 : 너한텐 아무 짓 하지 않을 거야. 손끝 하나 건들지 않을 거야. 그냥 나하고 같이 있어주기만 하면 돼.

태희 : (본다. 재혁의 얼굴을 보다가) 뭐야 너? 지금 날 이용해서 우리 할아버지한테 분풀이라도 하겠단 거니?

재혁 : 그래.. 그러고 싶어. 그게 내 솔직한 심정이야.

태희 : 너.. 정말 못됐구나.

재혁 : 날 이렇게 만드는 건 니 할아버지야. 어떻게든 피해볼려고 안간힘을 다 써 봐두.. 회장님이 자꾸 내 발목을 잡아당겨.

         날 자꾸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구.. 알아?

태희 : 재혁아..!

재혁 : 이대로 정면충돌 해버리면 회장님하구 나.. 둘 중에 하나는 끝장나 버릴 수밖에 없어. 나는.. 지금 그럴 각오까지 돼 있어.

태희 : 지금 우리 할아버지한테 복수하겠다는 뜻이니?

재혁 : 그러니까 날 막아달란 말야! 나나 회장님을 막아줄 수 있는 사람은 태희 너밖에 없으니까..

         이대로 내가 회장님한테 달려들지 못하게 니가 날 막아달라구! 알았어?

태희 : (본다. 흔들리는 시선..) 재혁아. 지금 너.. (하는데)

재혁 : (그 말 막으며) 너하고 결혼해줄게. 그럼 되잖아.

태희 : (일순 표정 굳어서 본다. 보더니) 너.. 뭐하자는 거야? 지금 그게 말이 된다구 생각해?

         결혼 해준다니? 지금 너 나한테 적선하니?

재혁 : 어차피 너두 내가 필요하다 그랬잖아.

태희 : 아무리 니가 필요해두 사랑 없는 결혼 같은 거 안 해. 재혁이 너.. 나 사랑하지 않잖아.

재혁 : 니가 날 사랑하잖아. 지금도 나만 사랑하구 있잖아. 아니야? 아니면 아니라고 대답해봐 어디!

태희 : (본다. 잠시 간격을 두고 보더니 화가 나서 오히려 나즉히) 그래 맞아. 널 사랑해. 니가 이렇게 지겹도록 밉구 싫으면서두..

         아직 널 사랑해. 사실이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두 이건 아니야. 아니라구.

재혁 : (본다. 노려보며) 날.. 정말로 나쁜 놈으로 만들고 싶니?

태희 : 뭐? (의아해서 보는데)


재혁, 태희를 무섭게 노려보더니 갑자기 태희의 어깨를 꽉 잡는다.

순간 놀라서 재혁을 쳐다보는 태희..


태희 : 재혁아..

재혁 : (무섭게 노려보는 시선에서)


쿠구궁! 천둥소리.



4. S# 선우의 방. (밤)


번쩍 고개를 드는 선우,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왜 자꾸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리는 걸까..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안되겠다. 선우, 잠시 생각하더니 그대로 남방을 걸쳐 입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밖으로 뛰어나가는 모습에서.



5. S# 달동네 어귀. (밤)


저 위에서부터 비를 맞으며 뛰어내려오는 선우, 쭉 달려 내려오다가 그만 미끌.., 그대로 쿵 넘어진다.


선우 : 아야..! (넘어지면)



6. S# 재혁의 오피스텔. N


아야! 툴썩! 태희를 소파위에 쓰러뜨리는 재혁.

태희 놀라서 재혁을 올려다본다.


태희 : 재혁아..!

재혁 : (차갑고 서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이걸 원해? 내가 이렇게까지 최악으로 되길 원하는 거야!

태희 : (두려움.. 그러나 애써 최대한 누르며 본다) 너 왜 이래.. 왜 이러는 거야! 정신 차려 장재혁!

재혁 : 너도 나 원하고 있잖아. 아니야?

태희 : 그만둬.

재혁 : (버럭) 날 원했잖아 아니야!!

태희 : (본다. 보더니) 너.. 정말 이것밖에 안 되는 거니? 이 정도뿐이 안 되는 남자였어?

재혁 : 그래. 지금의 난 그래. 지금 나는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어. 사람을 죽이래도 죽일 수 있는 기분이야.

         알아? 니 할아버지가 날.. 그렇게 만들었다구.

태희 : !

재혁 : (분노로 이성을 잃은 채 무섭게 노려본다)


그런 재혁을 표정 없이 바라보던 태희.. 순간. 툭.. 떨어지는 눈물..

일순 흔들리는 재혁의 시선..

태희, 여전히 입을 꼭 다문 채 재혁의 얼굴을 본다. 보면

재혁, 치밀어 오르는 숨을 몰아쉰다. 그러더니 천천히 손에서 힘을 빼고 그대로 소파 밑으로 주저앉는다.

태희, 순간 두 눈을 감는다. 주르르 떨어지는 눈물..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재혁을 돌아본다.

재혁, 바닥에 앉은 채 천천히 손으로 이마와 눈을 가린다. 가린 손 밑으로 흘러내리는 눈물..

일순 재혁의 아픔과 고통으로 태희.. 가슴이 저린다.

태희, 조용히 재혁의 옆에 내려앉아 재혁을 본다.


태희 : 재혁아.. (보면)

재혁 : 날.. 내버려둬. 그냥 날.. 내버려둬.

태희 : (본다. 보더니 말없이 재혁을 안아준다)

재혁 :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어. 정말 그것만은 하고 싶지 않았어, 태희야..

태희 : 알아. 알고 있어.


재혁, 태희에게 안긴 채 소리죽여 흐느낀다.

태희, 그런 재혁의 흐느낌에 너무 마음이 아파..조용히 재혁의 어깨를 다독여준다.

그렇게 꼭 재혁을 가슴 아프게 안아주는 태희의 모습에서..



7. S# 재혁의 오피스텔 앞. (밤)


쏴-아 쏟아지는 빗줄기..그 앞으로 뛰어오는 선우, 온통 비에 흠뻑 젖은 채 오피스텔을 올려다본다.

선우, 본다. 잠시 망설이다가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멈칫..오피스텔 앞에 세워져 있는 태희의 흰색 차.

선우, 멈칫.. 태희의 차를 본다. 보다가 다시 재혁의 오피스텔을 천천히 올려다본다.

멍하게 비를 맞으며 올려다 보는 시선에서 dis.



8. S# 재혁의 오피스텔 안. N


테이블위에 놓여져 있는 술병과 흐트러진 두개의 잔..

재혁, 태희의 무릎에 누워 잠이 들어있고

태희, 그런 재혁의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다가 잠든 재혁의 눈에 고인 눈물을 조용히 닦아준다.

나즈막히 한숨..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태희의 시선에서.



9. S# 재혁의 오피스텔 앞. N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비를 피하고 있는 선우..그 한쪽으로 태희의 차가 세워져 있고.

비에 젖은 채 선우, 덜덜 떨면서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게 계속 선우의 뺨 위로 흘러내리고 있다. 모습에서 길게.



10. S# 김필중의 서재. N


어두움 속에 앉아 있는 김필중, 깊은 시름으로 조용히 눈을 감는다. 모습에서 fade-out.



11. S# 재혁의 오피스텔 안.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 화면 이동하면 소파위에 잠들어있던 태희, 짐짓.. 눈을 뜬다.

내려다보면 태희의 무릎위에 잠들어 있는 재혁. 테이블위엔 술병과 쓰러져 있는 잔이 놓여져 있다.

태희,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만지며 머리를 쓸어 넘기는데 재혁 잠결에 태희의 무릎을 팔로 꼭 안는다.

태희, 짐짓 내려다본다. 안쓰럽고 안 된 시선으로 내려다 보는데서.



12. S# 재혁의 오피스텔 앞.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오는 태희, 생각에 잠겨 걸어 나오다가 멈칫.. 보면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선우의 모습.

태희, 본다. 보다가 놀라서.


태희 : 선우 씨..!

선우 : (천천히 고개를 들어 본다. 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밤새 비를 맞았던 듯 초췌하고 창백한 모습.

태희, 순간 뭐라 할 말을 잃은 채 본다. 보다가.


태희 : 언제부터 거깄었던 거예요?

선우 : 어제 팀장님 전활 받고 그냥 있을 수가 없었어요. 아무래도 만나봐야 할 거 같아서.. 그래서 왔다가..

태희 : 그럼.. 어젯밤부터 계속 그러고 있었단 말예요? 밤새 비 맞으면서? 왜 안 들어 오구 그랬어요?

선우 : 제가 또.. 두 분을 방해하면 안될 거 같아서요.

태희 : (멈칫.. 본다. 보면)

선우 : (괜찮다는 듯 한번 웃음. 보며) 팀장님은 좀 어떠세요?

태희 : 지금.. 자고 있어요. 이번 일로 많이 지치고 힘들었던 모양이예요.

         (보며) 너무 걱정할건 없어요. 장팀장.. 강한 사람이니까.

선우 : (고개를 끄덕인다) 네에.. (시선 돌린다)

태희 : 선우 씨.. 괜찮아요?

선우 : (? 본다. 보더니 얼른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네. 그럼요. 괜찮아요. 근데 어쩌죠? 저.. 아무래도 오늘 지각할거 같은데..

         집에 가서 옷도 갈아입어야 하구..그럴려면 좀 늦을 거 같은데..

태희 : (보면)

선우 : 오늘만이예요. 오늘까지만 지각할께요. 내일부턴.. (일순 말문이 막힌다. 자꾸 눈물이 고이는 걸 누르며 애써 밝게)

         내일부턴 다시 괜찮아 질 거예요. 저는.. 괜찮다 생각하면 금방 괜찮아지는 애니까..

태희 : (보면)

선우 : 언니야 말루 팀장님 때문에 힘드셨겠어요. 전.. 이렇게 걱정하는 것밖에 아무것도 해드릴게 없는데..

         그래두 언니덕분에 팀장님이 무사히 나오셨어요. (보며) 팀장님한테 언니 같은 분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는지 몰라요.

태희 : (본다. 보면)

선우 : (자꾸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얼른 시계를 보며) 어우.. 많이 늦었다. 저 그럼 가볼께요 언니.

태희 : 태워다 줄까요?

선우 : 아뇨. 지금은 그냥.. 혼자 가는 게 좋겠어요. (일별 한 뒤 돌아선다)


돌아서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툭.. 떨어진다. 창백하고 파리한 얼굴..

선우, 자꾸만 으슬으슬 떨려오는 몸을 두 손으로 꼭 안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그 뒤로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태희의 얼굴에서.



13. S# 선우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방한 쪽으로 들어와 천천히 무릎을 꿇고 앉는다,

계속해서 덜덜 떨리는 몸.. 두 손으로 꼭 끌어안으며 애써 눈물을 참는다.

그러다 천천히 한쪽에 있는 가방을 베고 드러눕는다. 으슬으슬 떨려오는 몸을 최대한 웅크려 안은 채 누우며.


선우 : 괜찮아.. 괜찮아 질 거야 이선우.. (천천히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눈물에서)



14. S# 평창동 전경.



15. S# 평창동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승희 : 언니 어떻게 된 거예요? 걱정했잖아요. (하는데)

현자 : (돌아보며) 자알한다. 이젠 아주 툭하면 외박이구나?

태희 : (현자를 본다)

현자 : 너 대체 뭐하는 애니? 어제처럼 중요한 약속 펑크 내 놓구 고작 장재혁한테 가?

         너.. 장재혁이한테 그렇게 당하구두 아직 미련이 남았니? 구치소까지 들어간 녀석 니 맘대로 꺼내 놓구 외박까지 하게?

         아무래두 니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지? 그렇지?

태희 : (본다)

승희 : (흘끗 태희의 눈치를 보면)

김필중E : 태희 왔냐!!

현자 : (서재 쪽 돌아보며) 네 아버지. (다시 태희 보며) 할아버지 한숨도 못 주무시고 너 기다리셨어. 알아?

         가뜩이나 건강도 안 좋으신데..이러다 할아버지 다시 쓰러지시면 그땐 어쩔 거야!

태희 : ...

현자 : (아래위로 훑어보며) 하긴.. 어쩌면 그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지. 장재혁하구 둘이 손발 짝짝 맞대고 앉아

         할아버지 쓰러지라고 고사를 지내는지 떡을 하는지 누가 알겠어.

태희 : 지금 고모 말씀 다하셨어요? (화났다)

현자 : 김태희 너! 할아버지 쓰러지시면 제하그룹이 너한테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 나 허수아비 아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니?

승희 : (그 말에 현자를 본다)

태희 : (노려보는데)

김필중E : 밖에서 뭣들 하는 거야! 대체!!

현자 : 네! 태희 지금 들어가요. (하면서 흘끗 보며) 뭐해? 어서 들어가 보지 않구.

태희 : (본다. 노려보더니 그대로 서재로 들어간다)

현자 : (돌아보면)

승희 : (왠지 불길하고 심상치 않은 시선으로 돌아보는 데서)



16. S# 김필중의 서재.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김필중, 의자에 앉아서 아주 엄한 눈초리로 태희를 본다.

태희, 본다. 보다가 천천히 다가와 맞은편에 앉으려는데..


김필중 : 누가 앉으라고 했냐!

태희 : (멈칫.. 고개 들어 김필중을 본다. 보더니 담담하게) 그럼 서 있을까요?

김필중 : (보며) 너 바른대로 대답해. 장재혁이 그 놈 보석시키는데.. 니가 변호사 사들이고 보석금까지 댔냐?

태희 : (본다) 네 할아버지.

김필중 : 왜.

태희 : 말씀 드렸잖아요. 할아버지가 재혁이 계속 벼랑 끝으로 몰면 저라도 재혁이 손을 잡아주는 수밖에 없다 구요.

김필중 : 누가 할애비 하는 일에 끼어들라 그랬냐! 내가 그 녀석한테 그러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야!

            근데 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끼어들어! 왜!

태희 : 무서웠어요.

김필중 : 뭐야?

태희 : 할아버지가 재혁이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그래서 무서웠다 구요.

김필중 : 그래서 그 녀석하고 같이 밤을 보내고 들어온 거냐?

태희 : 네. 같이 있었어요.

김필중 : (흔들리는 시선) 설마 너.. 넘어야 할 선까지 넘은 건 아니겠지? 그렇지?

태희 : (본다)

김필중 : 왜 대답이 없어! 어서 대답해!

태희 : (김필중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flash-back>

재혁 : 날 막아달란 말야. 이대로 내가 회장님한테 달려들지 못하게 니가 날 막아달라구!


Flash-back>

오한영 : 지금 장팀장님을 구해줄 수 있는건..김태희 씨 한사람뿐입니다. 김회장님을 막을 수 있는 것도 김태희 씨뿐이 구요.


다시 현재>

태희, 천천히 시선 들어 김필중을 본다. 보면.


김필중 : (흔들리는 시선) 대답해. 태희 너..재혁이 그 놈하구 넘어야할 선까지 넘은 거냐? 그런 거야?

            (불안하고 두려운 시선으로 본다. 보더니)

태희 : (본다. 겨우..) 죄송해요 할아버지.

김필중 : 너 그럼..! (본다. 노려보면)

태희 :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시선 떨군다) 죄송해요.

김필중 : (본다. 눈시울이 벌개지면서) 니가.. 태희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이 할애비 믿음을 이렇게 저버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내가 널.. 어떻게 이 자리에까지 키워왔는데..!!

태희 : ... (유구무언)

김필중 : (부들부들..) 안 돼! 그 녀석 하군 안 돼!

태희 : 죄송해요. 저.. 그 사람 없인 안돼요. 그러니까 할아버지두 그만 재혁이 용서해주세요.

         (보며) 저.. 그 사람 정말 사랑해요.

김필중 : (본다. 보더니 순간 힘이 턱.. 풀린다. 보는데)


문이 벌컥 열리면서 들어서는 현자.


현자 : 태희 너 미쳤구나.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아주!

태희 : ...

김필중 : (넋을 잃은 표정으로 시선 돌리면)

현자 : 장재혁인 제하통신을 말아 먹을려구 했던 사람이야. 더군다나 너 내버려두고 사무보조원인가 뭔가 하는 여자랑

         딴 짓거리 했다며. 그런 남잘 믿고 너 결혼할 수 있어?

태희 : (본다) 네. 할 수 있어요.

김필중 : (절망적으로 두 눈을 감는다)

현자 : 허.. 너 아주 돌았구나.

태희 :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보면)

현자 : 안 돼. 그 결혼 내가 용납 못해! 어디서 데려올 놈이 없어 그런 녀석을 집안에 들여! 안 돼! 안될 일이야!

         (보며) 아버지! 이건 안 되는 일이예요.

태희 : 되고 안 되고는 내가 정해요. 내가 하는 결혼이구 내 인생이예요.

현자 : 근데 얘가! (하는데)

김필중 : 시끄럽다.. 듣기 싫어. 다들 나가..

현자 : 아버지.

김필중 : 나가라구 했잖니! 태희 너두 나가거라.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내 방에서 나가!

태희 : ! (멈칫.. 본다. 보다가 그대로 돌아서서 나간다)

현자 : (기막혀) 쟤가 그런데.. (본다. 보면)

김필중 : (비통하게) 업보다.. 내 업보야..

현자 : (? 돌아본다)

김필중 : (침통하게 눈을 감는데서)



17. S# 이층 거실.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승희, 그 때 이층으로 올라오는 태희.


승희 : 언니.

태희 : (그대로 승희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쿵! 닫히는 문. 승희, 돌아본다. 시선에서.



18. S# 태희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힘없이 의자에 털썩.. 앉는다. 멍한 시선에서 고개 돌리면


dis. 회상> (소리 off.)

재혁이와 가로수 길을 나란히 걷는 모습/

깡패들한테 쫓겨 재혁이 품에 뛰어들어 살려 달라고 하며 기절하는 태희, 그런 태희를 안아주는 재혁의 모습/

함께 트럭을 타고 정선을 떠나는 모습/

정원에서 재혁에게 기대는 태희의 모습/

공항에서 떠나기 전 뛰어가 부둥켜 안는 모습에서.


태희 : (두 눈에 눈물 가득해서) 꼭 돌아와. 알았지? 나.. 기다릴 거니까. 그러니까 꼭 다시 돌아와야 해. 알았지?

재혁 : (잠시 있다가) 그래. 알았어.

태희 : (천천히 뒤로 물러서서 두 눈을 똑바로 보더니) 돌아오면 나.. 너하구 결혼할거야.

재혁 :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dis.

다시 현재>

태희의 시선위로.


어린태희E : 나.. 너하구 결혼할거야..


태희, 조용히 무릎을 의자에 올린 채 얼굴을 묻는다. 그 모습에서.



19. S# 재혁의 오피스텔.


햇살이 드는 소파위에 짐짓 눈을 뜨는 재혁,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는다.

깨끗하게 치워진 실내..

재혁, 머리가 아픈 듯 천천히 일어나 냉장고쪽으로 가다가 멈칫.. 테이블위에 차려져 있는 식탁을 본다.

재혁, 본다. 보다가 한쪽에 있는 태희의 편지를 발견한다. 재혁 편지를 집어 들어 읽는다. 시선위로.


태희E : 빈속에 속 쓰릴 거 같아서 국 끓여놨어. 먹어. 그리구.. 니 여행 가방은 안치우고 그대로 뒀어.


재혁, 고개 돌려 여행 가방을 돌아보는 위로.


태희E : 아직 늦지 않았어, 재혁아. 떠날 수만 있다면 너 가고 싶은 데로 떠나. 나두 할아버지도 모두 잊구.. 가고 싶은 데로 가.

           할아버진 어떻게든 내가 잘 해결해볼게. 그러니까 재혁아.. 우리 할아버지 너무 미워하지 마. 알았지?


재혁, 본다. 허탈한 기분으로 천천히 의자에 앉는다.

예쁘게 차려진 식탁을 보면서 재혁,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시선 돌리는데서.



20. S# 면회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인수. 고개 들어 보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철웅, 일어서서 본다.

이인수, 짐짓 웃음 자리에 앉으면 철웅 따라 앉는다.


이인수 : 어떻게 들어왔냐? 아직 검찰 조사 중이라 면회가 안 될 텐데.

철웅 : 변호사님한테 떼 좀 썼습니다.

이인수 : (고개 돌려 철웅의 뒷쪽에 앉은 변호사를 본다)

변호사 : (고개를 한번 끄덕여 보이면)

이인수 : 깡통한테 니 얘기 들었다. 너.. 공사장일 시작했다며. 할 만 하냐?

철웅 : 솔직히 좀 힘듭니다.. 돈 얼마 버는 게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건줄 몰랐어요.

이인수 : (짜식.. 웃으면)

철웅 : 미안해요 대장..하필 이럴 때 나까지 등 돌리구 떠나게 돼서.. 깡통형도 많이 섭섭하다 그러죠?

이인수 : 괜찮아. 섭섭한 건 잠깐이지 뭐.

철웅 : (고개 들어 보면)

이인수 : 솔직히 우리들 일이야 뻔한 거 아니냐. 이리저리 주먹 굴리고 몸 굴리다 결국 십년 이십년 감옥에서 썩게 되는 거구.

            그러다 말년엔 초라하고 외롭게 늙어죽는 거지.

철웅 : (보면)

이인수 : (보며) 너 잘한 거야. 아직 젊고 기회가 많을 때 발 빼는 게 좋지.

철웅 : 대장은 언제쯤 풀려날 수 있는 겁니까.

이인수 : 운이 좋으면 한, 두 달쯤.. 아니면 일, 이년도 될 수도 있고. (웃음) 걱정할거 없다. 난 괜찮아.

            나야 이런데 한두 번 들어와 본 놈두 아니구. 여기도 정붙이면 그럭저럭 지낼만해.

철웅 : .. (그래도 마음이 안 좋다.. 시선 떨구면)

이인수 : 마음 쓸 거 없대두. 나중에 나 여기서 나가면.. 니가 일해서 번 돈으로 소주나 사라.

            어디.. 니가 사주는 소주 좀 마셔보자.

철웅 : (본다. 보더니) 그거 좋죠.

이인수 : (웃는다)

철웅 : (본다. 따뜻하게 웃어주는 얼굴에서)



21. S# 구치소 앞.


밖으로 나오는 철웅, 나와서 한 번 더 뒤를 돌아본다. 씁쓸한 웃음으로 본다.

보다가 돌아서서 걸어간다. 모습에서.



22. S# 신사업팀 사무실.


프레임-인 되는 태희.


태희 : 네? 이선우 씨가 아직 출근 전이라 구요?

직원1 : 네. 어제 하루 제대로 출근하더니 또 결근이네요.


태희, 아까 아침의 선우를 생각하고 왠지 마음에 걸린다. 핸드폰을 들고 번호를 누른 뒤 초조한 시선으로 기다린다.

아무래도 받지 않자 다시 한 번 번호를 누른다. 다시 신호가 간다. 가지만.. 역시 받지 않고.

태희, 막 끊으려고 하는데.


선우F : (다 죽어가는 소리로) 여보세요..

태희 : (멈칫 다시 핸드폰 들며) 선우 씨?

선우F : 언니..

태희 : 선우 씨 목소리가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선우F : ... 추..워요. 너무.. 추워요..

태희 : 선우 씨 지금 있는 집이 어디예요? 어딘지 말해 봐요. 지금 갈께요. 선우 씨. 선우 씨..!



23. S# 선우의 방.


핸드폰을 든 선우의 손 힘없이 방바닥에 떨어진다.

선우, 가방을 베고 웅크린 채 누워있는 모습.. 온통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 계속해서 덜덜 떨고 있다.



24. S# 신사업팀 사무실.


태희 : 선우 씨! (더 이상 아무런 대답이 없자 직원1에게) 엔젤서비스로 지금 수신자 위치 확인할 수 있죠?

         어떻게 하는 건지 좀 알려줄래요?

직원1 : (태희의 핸드폰으로 엔젤서비스로 들어간다) 이선우 씨 핸드폰 번호가 어떻게 되죠?

태희 : 공일육, 이삼칠에.. (하는데서)



25. S# 로비.


프레임-인 되는 철웅의 얼굴. 안내데스크 앞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철웅 : 저기요. 신사업 팀에 김태희 씨 좀 만나러 왔는데요.

안내 : 네 잠시만 기다리십쇼. (전화확인을 하는데)


그 때 에스컬레이터로 뛰어내려오는 태희의 모습. 철웅, ?해서 돌아보다가.


철웅 : 어? (본다)

태희 : (뛰어서 지나가다가 철웅을 본다. 보면) 박철웅 씨..!

철웅 : 그렇잖아두 지금 막 만나뵐려구 온 건데.. 혹시 그 뒤로 선우한테 연락 온 거 없나 해서요.

태희 : 지금 선우 씨한테 가는 길이예요.

철웅 : 네? (표정 확 밝아지며) 선우 있는 델 알고 계십니까? 어딘데요? 지금 어딨습니까? 예?

태희 : 선우 씨가 많이 아픈 거 같애요.

철웅 : (멈칫.. 본다. 보며) 아프..다구요? 선우가요? (놀라는 시선에서)



26. S# 달동네 어귀.


슈퍼앞쪽에 차를 세워놓고 뭔가를 묻는 태희와 철웅. 주인아줌마, 한쪽을 가리키며 뭔가 알려주는 모습.

태희와 철웅 얼른 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27. S# 선우의 방.


선우, 신열이 있는 듯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얼굴위로.


철웅E : 선우야! 선우야아!! 이선우우!!!

선우 : ...

철웅E : 선우야아!!! (쾅쾅쾅 문 두드리는 소리)

태희E : 선우 씨 문 좀 열어봐요! 선우 씨..

선우 : ...


그러자 잠시 후, 쾅! 쾅! 문을 발로 차는 소리. 몇 번인가 쾅! 쾅! 거리더니

문이 열리면서 뛰어 들어오는 철웅, 열려진 방문 안으로 들여다본다. 그 뒤로 들어서는 태희, 놀라서 보면.


철웅 : 선우야아!!! (뛰어 들어와 선우를 안아 일으킨다)

선우 : (흐릿한 시선으로 본다)

철웅 : 야, 임마.. 너 어떻게 된 거야? 너 대체 왜 이래?

태희 : (얼른 선우의 이마를 짚더니) 안 되겠어요 철웅 씨. 우선 병원으로 옮겨야겠어요.


철웅, 다시 선우를 내려다본다. 눈시울이 붉어져 보더니 그대로 선우를 안아 올린다.

철웅, 선우를 안고 나가는 모습에서.



28. S# 서준의 레스토랑.


연웅 : (돌아보며) 뭐? 선우 언닐 찾았다구?

수탁 : (좋아서) 찾았답니다.

연웅 : 그게 정말야? 그래서 지금 어딨대?

수탁 : 병원이라구 연락 왔는데요, 연웅 씨.

연웅 : 병원?

수탁 : 선우양이 많이 아픈 모양이더라 구요. 철웅 형이 선우 양 데리고 곧장 병원으로 간 모양입니다.

연웅 : 그래? 알았어, 수탁오빠. 잠깐만 기다려. 나 금방 옷 갈아 입구 나올게.

수탁 : 근데 일하다가 이렇게 중간에 나가두 되는 겁니까, 연웅 씨?

연웅 : 괜찮아. 까짓 거 일당 하루 안 받으면 되는 거지 뭐. 잠깐만. (하더니 뛰어 들어간다)

수탁 : (어정쩡하게 서 있는다)


(짧은 경과)

계단 쪽에서 내려오던 서준, 한쪽에 서성거리고 있는 수탁을 본다. 보더니.


서준 : 손님 무슨 일이십니까? 찾으시는 일행분이라도 있으십니까?

수탁 : 아뇨. 지금 박연웅 씨 기다리는 중입니다.

서준 : 박연웅 씨요? 아아.. 혹시 오빠 되시는 분입니까?

수탁 : (흘끗 보더니) 그러는 댁은 누구십니까?

서준 : 전 이 가게 사장인데요. 연웅 씨 친오빠 되십니까?

수탁 : (괜히 경계하며) 아뇨. 친오빠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가까울 수도 있는 관계라고 볼 수 있죠.

서준 : 네? (보더니) 그럼 혹시 연웅 씨 남자친구?

수탁 : (그 말에 괜히 픽 웃음) 뭐.. 심정적으론 그 비슷한 관계라고 할 수 있죠.

서준 : (그래?) 연웅 씨랑 사귄지 얼마나 되셨는데요?

수탁 : 연웅 씨 국민학교 때부터니까 꽤 됐죠. 어렸을 때부터 서로 볼 거 못 볼 거 다 보면서 자랐으니까요. 하하.. (하는데)

연웅 : (뛰어나오며) 가자 수탁오빠.

서준 :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박연웅 씨?

연웅 : (돌아보더니) 어? 사장님. 그렇잖아두 선배언니한테 허락 받았는데..

         저랑 굉장히 가까운 언니가 지금 병원에 입원했대서요. 그래서 지금 꼭 가 봐야 하거든요.

서준 : 두 분이 같이 가는 겁니까?

수탁 : 그럼요. (연웅 보며) 연웅 씨. 어서 가죠.

연웅 : 어. (따라가려는데)

서준 : (턱! 연웅의 팔을 잡는다)

연웅 : (? 돌아본다) 왜 이러세요?

수탁 : (본다. 아니 이 사람이 연웅 씨 팔을 감히 잡아? 삐딱해서 보면)

서준 : (본다. 짧게 간격을 두고) 병원이 어디예요?

연웅 : 네? (본다)

수탁 : (? 본다. 보는 시선에서)



29. S# 달리는 서준의 차.


뚜껑을 열고 운전하고 있는 서준, 그 옆에 타고 있는 연웅과 그 가운데로 뒷좌석에 어정쩡하게 앉아 있는 수탁.


서준 : 불만 있어요?

연웅 : 예? 뭐가요?

서준 : 남자친구 뒤에 태운 거, 불만 있냐 구요.

연웅 : 남자친구요? 누가 남자친군데요?

수탁 : ... (뜨끔.. 시선 돌리면)

연웅 : (쓱 돌아보며) 수탁오빠. 또 무슨 헛소리 한 거야. 어?

수탁 : 아니 저기 그게요, 연웅 씨. 우리 관계가 뭐냐구 묻길래..

연웅 : (무섭게 째리면)

수탁 : (쩝.. 입을 다물며 후.. 한숨. 다른 곳을 돌아보면)

서준 : (빽밀러로 보며 그럼 그렇지. 씩 웃더니) 어쨌든 기분 좋네요. 연웅 씨 이렇게 옆에 앉히구 같이 드라이브하니까.

연웅 : 사장님. 지금 놀러가는 거 아닙니다. 사람이 아프대서 병원에 가는 길이라 구요.

서준 : 그런가? (씩 웃더니 한쪽 팔을 뻗어 연웅 쪽 좌석에 올려놓는다)

연웅 : (흘끗 본다. 겸연쩍게 시선 돌리면)

수탁 : (자신과 연웅을 가로막은 서준의 팔을 불쾌하게 본다. 시선에서)


휭하니 속력을 내서 멀어지는 서준의 차에서.



30. S# 병원 앞.


프레임-인 되서 멈춰서는 서준의 차. 차에서 내리는 연웅과 수탁.


연웅 : 태워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서준 : 뭐. 연웅 씨야 언제든지, 얼마든지 태워줄 수 있어요. 그럼 친하다는 언니 간병 잘하구. 내일봅시다.

         (수탁을 한번 본 뒤 씩 웃으며 출발하면)

수탁 : 아, 저 자식 저거 되게 밥맛없게 구네 저거.

연웅 : (흘끗 보며) 수탁오빠나 허튼소리 하지 말구 다녀. 알았어? (하면서 쓱 돌아들어간다)

수탁 : (허탈해져서 본다. 진심인데.. 보면)



31. S# 병실 안.


링거 병에서 똑똑 떨어지는 방울..

화면 타고 내려오면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누워있는 선우. 그래도 아까보다는 훨씬 안정된 듯한 표정으로 잠이 들어있다.

그 옆에 앉아서 바라보는 철웅. 천천히 손을 들어 링거주사가 꽂혀있는 선우의 손을 잡는다.

손가락으로 선우의 작은 손을 만지작거리는. 그러면서 다시 선우의 얼굴을 본다.

그 뒤로 문이 열리면서 들어서는 태희.


철웅 : (돌아보면)

태희 : 선우 씨 좀 어때요?

철웅 : 두어 번 쯤 눈을 뜨긴 했는데..기운이 없는지 계속 까무라치고 또 까무라치고..

         지금은 그래도 아까보다 많이 안정된 거 같습니다.

태희 : 몸살이래요. 과로에 영양실조까지 겹쳤다 네요.

철웅 : ... (영양실조!)

태희 : 의사 말이 이삼일 안정을 취하면 괜찮을 거라니까 너무 걱정 말아요.

철웅 : 그 때.. 못 가게 잡았어야 했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음.. 그 때 잡아두는 건데 그랬어요.

태희 : (본다. 보더니 선우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창백한 선우의 얼굴에서..



32. S# 병실 복도.


밖으로 나오는 철웅과 태희.


태희 : 미안해요. 회사일 땜에 오래있지 못해서.

철웅 : 아닙니다. 덕분에 선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태희 : 그래두 철웅 씨 같은 친구가 옆에 있어서 마음이 놓이네요. 선우 씨.. 잘 보살펴주세요.

철웅 : (웃음)

태희 : (일별하고 돌아서서 프레임-아웃)

철웅 : (본다. 보다가 나즉히 한숨.. 돌아서는데)

연웅 : 오빠!

철웅 : (돌아보면)


철웅 쪽으로 다가서는 연웅과 수탁.


연웅 : 철웅 오빠! 선우 언니 찾았다면서? 그 동안 어딨었대? 대체 어디가 아픈 건데? 어? (하는데)

철웅 : 쉿! (입을 막는다)

연웅/수탁 : (보면)

철웅 : 지금 선우 잔다. 그러니까 나중에 다시 오든가 아니면 복도에서 선우 깰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든지 그렇게 해.

연웅 : 많이 아픈 건 아니지?

철웅 : (쉿! 돌아보면)

연웅 : (목소리 죽여) 알았어. 선우 언니 깨면 알려줘. 우린 복도에서 기다릴게. 알았지?

수탁 : (같이 작게) 저도 연웅 씨 옆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철웅이 형.

철웅 : 떠들지 말구 있어. 알았지? (쓱 안으로 들어간다)


연웅, 후.. 한숨. 한쪽에 앉는다. 수탁, 슬쩍 옆에 앉으면

연웅, 흘끗 보더니 한 칸 떨어져서 앉는다. 시선 돌리면. 수탁, 썰렁.. 시선 돌리는데서.



33. S# 병실 안.


선우 옆에 앉아서 물끄러미 선우를 보고 있는 철웅. 선우, 여전히 깊은 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철웅, 조용히 선우의 머리를 넘겨준다.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철웅 : 임마.. 다신 널 못 보는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알어?

선우 : ...

철웅 : 그래두 아버지 말씀이 맞아서 다행이야. 사람의 마음이란 생각하고 있으면 서로 닿기 마련이랬거든.

         그래서 믿는 마음으로 기다리면.. 언제고 꼭 다시 만날 수 있다구..

선우 : ...

철웅 : (잠시 본다. 바라보더니) 사랑해 선우야.

선우 : ...

철웅 : 사랑한다구.. 알어?

선우 : ...


철웅, 조용히 선우의 얼굴을 손끝으로 만져본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길게. dis.



34. S# 재혁의 오피스텔.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재혁. 그 뒤로 문을 열고 들어서는 태희. 천천히 안으로 들어온다.


재혁 : (짐짓 돌아보면)

태희 : 뭐해?

재혁 : 그냥.. (돌아서더니) 지금 막 커필 내리고 있었는데.. 마실래?

태희 : 그래. 한잔 줘. (그러면서 한쪽을 돌아보면)


트렁크 가방이 열려져 있고, 짐들이 여기저기 나와 있다.

태희, 그것들을 바라보는 위로.


재혁 : 국 잘 먹었다. 생각보다 솜씨 좋던데? (그러면서 양손에 커피 들고 와 태희에게 한잔을 준다)

태희 : (받으면)

재혁 : (풀러진 짐 보더니 소파에 앉으며) 짐 다시 제 자리에 정리하고 있었어. 검찰에서 전화가 왔었는데..

         보석이긴 하지만 아직 조사가 다 끝난 건 아니니까 당분간 집에 있으라고 하더라.

태희 : 그랬구나.

재혁 : 뭐해? 앉어.

태희 : (본다. 보다가 한쪽에 앉는다)

재혁 : (보며) 너.. 괜찮은 거니?

태희 : 뭐가?

재혁 : 나 때문에 집에 못 들어갔잖아. 회장님한테 또 꾸중 안 들었냐구.

태희 : 그렇지 뭐.

재혁 : 미안하다. 어제일은..

태희 : 됐어. 어제 얘긴 그만하자. 그것보다 앞으론 어쩔 생각이니?

재혁 : 일단 검찰조사부터 끝내야겠지.

태희 : 그 다음엔?

재혁 : (그 말에 태희를 본다. 보면)

태희 : 사실은 나 여기 오면서 이것저것 많이 생각해봤어. 재혁이 너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그리구 이선우에 대해서.

재혁 : (멈칫.. 고개 들어 태희를 본다. 보면)

태희 : 선우 씨.. 어젯밤에 여기 왔었어. 밤새 오피스텔 앞에서 비를 맞고 있었던 모양이드라.

         너하구 내가 같이 있었다는 것두 알고 있어.

재혁 : ...!

태희 : (쓴웃음) 내가 이선우한테 널 뺏긴 건데..왜 이렇게 내가 선우 씨한테 미안한 건지 모르겠다.

재혁 : (다른 곳으로 시선 돌리면)

태희 : 우리 할아버지도 그렇구 너도 그렇고 서로에 대해 굉장히 많이 화가 나 있다는 거 알아.

         그게 쉽게 풀리지 않을 거란 알구..그래서 말인데.. (간격을 두고) 너 어제 나하고 결혼해주겠다 그랬지?

         그 말..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보려구.

재혁 : (멈칫.. 태희를 보면)

태희 : 날 이용하는 거래두 좋아. 너한테라면.. 얼마든지 이용당해줄 수도 있어. (보며) 대신 조건이 있어 재혁아.

재혁 : (보면)

태희 : 우리 할아버지.. 힘들게 하지 마. 널 사랑하는 건 사실이지만 할아버지도 나한텐 누구보다 소중한 분이야.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너하구 할아버지가 계속 이렇게 미워하고 싸우는 거..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재혁 : (본다)

태희 : 니가 나하고 결혼하면 할아버진 더 이상 너 안건드릴거구.. 너 역시 할아버지한테 더 이상 못되게 안 굴 거야.

         (본다. 보며) 니가.. 이선우를 잊을 수만 있다면..나도 우리 결혼 고려해볼게.

         (가방에서 쪽지를 꺼내 재혁 앞에 내민다) 거기 선우 씨 있는 병원하구 병실번호야.

재혁 : (멈칫.. 본다. 보면)

태희 : 가서 만나봐. 니가 정말로 이선우 정리할 수 있는지 없는지.. 가서 직접 확인하고 와. 우리 얘긴 그 다음에 다시 하자.

         (그러더니 할 말 다한 듯 일어나 나간다)


문이 닫히고.

재혁,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커피 잔을 든 채 태희가 놓고 간 병원의 쪽지를 멍하니 내려다본다. 시선에서.



35. S# 신사업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안경을 집어 들어 쓴다.

노트북을 열고 일을 시작하는 모습에서.



36. S# 김필중의 서재.


침대에 반쯤 누워있는 김필중. 그 앞으로 조심스럽게 결재서류를 내미는 진실장.

김필중, 싸인을 하면, 진실장 또 하나를 내민다.

김필중, 서류를 대충 훑어보는 위로.


진실장 : (흘끗 보며) 장팀장 말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회장님. 그냥 저렇게 내버려 두실 생각이십니까?

김필중 : ... (싸인을 한다. 내밀면)

진실장 :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해도 혐의사실이 인정되면 재판에서 실형을 받게 할 수도 있습니다, 회장님..

김필중 : ... (다른 결재서류를 집어 들어 넘긴다)

진실장 : 한번 그렇게 밀어 부쳐볼까요?

김필중 : (싸인하더니) 됐어. 그만 나가봐.

진실장 : 네? 그럼 장팀장 일은..

김필중 : 당분간 검찰 측에서 하는 대로 내버려 둬.

진실장 : 하지만 회장님. 지금 밀어 부칠 때를 놓치게 되면..

김필중 : (조용히 눈을 감는다. 무언의 나가라는 뜻..)

진실장 : (본다. 보더니) 알겠습니다, 회장님. (결재 맡은 서류를 들고 목례한 뒤 밖으로 나간다)



37. S# 평창동 거실.


밖으로 나오는 진실장, 나와서 서재 쪽을 한번 돌아본다.

현자, 찻 쟁반을 손수 들고 나오며.


현자 : 용무 끝나셨으면 차나 한잔 하고 가세요.

진실장 : 아 네..


소파에 앉는 현자와 진실장.


현자 : (슬쩍) 아버지.. 뭐라세요? 장팀장 어떻게 하란 말씀 없으세요?

진실장 : 글쎄요.. 그냥 내버려두라는 말씀만 하시니..

현자 : 내버려두라 구요? (하다가) 하긴 태희가 그렇게 장재혁일 감싸고도니 함부로 치실수가 없겠지.

         암튼 태희 걔두 정신 빠진 애라니까.. (못마땅해 시선 돌리면)

진실장 : 혹시.. 이러다가 장팀장하고 태희 양이 다시 연결되는 건 아닐까요?

현자 :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진실장 : 왠지 영 찜찜합니다. 사실.. 장팀장이 태희 양하고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우리 쪽이 그만큼 힘들게 될 수도 있거든요.

현자 : 장팀장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예요?

진실장 : 만만치 않죠. 감히 회장님하고 맞설 생각을 한 것부터가 예사 인물은 아니잖습니까.

현자 : ...

진실장 : 어떻게든 장팀장하고 태희 양이 다시 연결되는 건 막는 게 좋을 겁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태희 양보다 장팀장 손에 제하그룹이 넘어가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현자 : (시선 돌린다. 한숨 내쉬는데서)



38. S# 김필중의 방.


침대에 반쯤 누운채 생각에 잠긴 김필중, 천천히 눈을 감는데서.



39. S# 증권사.


빠꼼히 문을 열고 들어서는 황국도와 오산댁.

사람들로 붐비는 장내. 황국도, 쭈뼛거리며 두리번거리면.


오산댁 : (옆구리 쿡 찌르며) 뭐해? 빨리 안 들어가구.

황국도 : 알았당께. (하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오산댁 : (따라 들어오면서) 여기가 틀림없는 거야?

황국도 : 틀림없지 그럼. (보며) 근디 참말로 그 돈을 도로 찾아야 쓰겄는가?

오산댁 : 승희가 하는 말 못 들었어? 괜히 잘못했다가 돈 날리구 가게 날려봐.

            그랬다가 정말.. 승희한테 쫓겨나면 어쩔려구 그래?

황국도 : 아따. 참말로 치사하고 더러버서..

오산댁 : 이게 다 자기 위해서 하는 거야. 당장 돈 찾아와.

황국도 : (쩝.. 못마땅해 시선 돌리면)

오산댁 : (옆구리 쿡! 찌르며) 아, 뭐해. 빨랑 안 가구.

황국도 : (홱! 쳐내며) 알았어. 그만 찔렀싸. (하면서 앞장서면)

오산댁 : (따라간다)


증권사 직원 데스크 앞으로 다가서는 황국도와 오산댁.


황국도 : 저그 실례좀 허겄습니다. 지가 여기 계시는 분헌티 코스닥을 좀 샀는디요.

증권직원 : 담당하신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황국도 : 김운호 씨라고 하는디..

증권직원 : 김운호 씨요? (갸웃) 저희 영업소엔 그런 분은 안 계시는데요.

오산댁 : 없어요? (황국도 보면) 어떻게 된 거야?

황국도 : 아닌디. 여그가 틀림이 없는디.. (하면서 명함하고 영수증 꺼내서 증권직원에게 보여주며)

            보쇼, 여그 분명히 내가 오천만원을 주고 산 코스닥 영수증이란 말시.

증권직원 : (본다. 영수증 보더니) 이건.. 가짠데요.

황국도 : 뭐.. 뭐시요?

오산댁 : 가짜아? (황국도를 보면)

황국도 : 그러리가 없는디.. 여기 직원이라믄서 나한테 커피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증권직원 : 어쨌든 저희 직원 중에 김운호라는 분은 없습니다.

오산댁 : 그, 그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당신.. 사기 당한거야?

황국도 : (순간 숨이 턱 막혀) 사.. 사기?

오산댁 : 엄마야.. 내 오천만원.. (일순 그대로 눈 뒤집어지면서 졸도!)

황국도 : (놀라서 내려다보는데서) 금순아!



40. S# 국밥집 방안.


머리 싸매고 드러누워 끙끙 앓는 오산댁,

그 옆에서 푹 방바닥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는 황국도. 다시 한 번 더 푹.. 내쉬는데.


오산댁 : (홱 돌아보더니 벌떡 일어나 베고 있던 베개며 뭐며 집어던지며) 그러게 내가 뭐랬어! 주식이다 뭐다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랬지! 뭐? 오천이 오억 되고 십억이 돼? 그렇게 쉽게 돈 벌수 있을 거 같으면

            대한민국에 못사는 사람 하나두 없게!

황국도 : 워메 답답혀.. 워메 참말로 돌아가시겄네. 참말로 그 영업소 직원이라구 명함까지 척 내밀었는디..

오산댁 : 이제 그 오천만원 어쩔 거야. 돈 날리구 가게까지 날리구.. 어쩔 거냐구! 아이구 못살아 내가 증말!!

            그러게 주식이다 뭐다 찍구 까불 때부터 알아봤어 내가.

황국도 : (한숨.. 울상으로 시선 돌리면)

오산댁 : 평생에 첨으루 한번 내 이름으루 된 가겐데.., 세상에 그걸 한 달도 못가서 사기꾼한테 다 들러엎구..

            (보며) 당신 이제 어쩔 거야? 승희한텐 뭐라 그럴래? 승희한테 뭐라 그럴 거냐구우!!! 아이구 못살아...

황국도 : 후우.. (천정 바라보며 한숨 내쉬는데서)



41. S# 국밥집 앞.


프레임-인 되는 승희, 한쪽으로 쭉 걸어 들어온다. 그 때 마침 가게에서 나서는 길여옥.


승희 : 어머 할머니 안녕하세요?

길여옥 : 어어. 승희구나.

승희 : 어디 가시나 봐요?

길여옥 : 어. 선우가 병원에 입원했다 그래서..죽이라도 좀 써줄까해서 장보러 나가는 길이야.

승희 : 네? 선우가.. 병원에 입원을 했어요?

길여옥 : 혼자 집나가서 고생이 많았나보드라구. 과로에 영양실조래나 뭐래나.. 내 그렇게 무리할 때부터 알아봤는데..

            (하면서 걸음 옮기는데)

승희 : 저기 할머니.

길여옥 : (? 돌아보면)

승희 : 지금 선우 있는 병원이 어디예요?

길여옥 : 왜?

승희 : 예? 아.. 그게.. 꽃 사들구 문병이라두 갈려구 그러죠? (보며) 어디예요? 지금 선우 있는 데가?

길여옥 : (본다)

승희 : (시선에서)



42. S# 병실 안. (밤)


짐짓.. 눈을 뜨는 선우.


철웅 : 선우야..

선우 : (게슴치레 눈을 뜨고 여기가 어딘가 본다. 보다가) 철웅아..

         (하다가 번쩍 눈을 뜨고 놀라서 다시 보며) 철웅아! 너.. 니가 어떻게 여깄어?

철웅 : 니가 집나가서 뛰어봤자 벼룩이구 날라봤자 박철웅 손바닥 안이지.

선우 : (보면)

철웅 : 어디 봐. (하면서 선우 이마에 손을 댄다) 열은 이제 거의 내렸네. 그래두 누워있어.

         의사 말이 넌 안정과 휴식이 필요 하대드라. 뭣 좀 마실래? 음료수 몇 개 사다놨는데? 마실래?

선우 : (그런 철웅을 빤히 보면)

철웅 : 왜 그렇게 쳐다봐? 내 얼굴 뚫어지겠다.

선우 : 뭐 하러 날 찾았어. 그냥 내버려두지.

철웅 : 내가 그냥 내버려두면 누가 이선우 챙겨 주냐. 누가 아픈 이선우 들러 업구 병원까지 뛰어 오냐구.

선우 : ... (뭉클..)

철웅 : 됐어. 암말말구 병원 퇴원하자마자 우리 집으로 다시 가는 거야.

         할머니두 아버지두 연웅이두.. 다 같이 니가 돌아오길 기다리구 있다구.

선우 : 됐어. 난.. 안돌아 갈 거야.

철웅 : 안 돌아가면? 계속 그 단칸방에서 살겠다구? 비두 새고 곰팡이 냄새까지 풀풀 나는 그 방구석에서?

선우 : 허름하고 초라해두 내 집이야. 처음으로 생긴 내 집이라구.

철웅 : 이불도 없구 살림도 없구 아무것도 없잖아 거기.

선우 : 앞으로 살면서 내 힘으로 벌어서 하나씩 살 거야.

철웅 : 또 고집 피우지. 또.

선우 : (보며) 나 기운 없어. 말싸움 그만하자 우리.

철웅 : (본다. 보더니) 장재혁 그 자식하군 어떻게 된 거야? 다 정리된 거야?

선우 : ... (시선 돌린다)

철웅 : 암튼 그 자식이 니 인생에 껴들면서 부턴 줄 줄 꼬이고 되는 게 없으니까 암튼.

선우 : ... (한숨.. 아무대꾸 없으면)

철웅 : (흘끗 보며) 참, 연웅이랑 수탁이 와있는데.. 잠깐 볼래? 걔네들 아까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선우 : ...

철웅 : 기다려. 가서 불러올게. (밖으로 나간다)

선우 : (한숨.. 조용히 눈을 감으면)



43. S# 병실 앞 복도. (밤)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는 철웅, 한숨으로 돌아보더니 복도를 휘 둘러본다.


철웅 : 근데 이 녀석들은 어딜 간 거야? (하면서 복도를 쭉 걸어 나가 한쪽으로 프레임-아웃되면)


잠시 뒤, 반대편 쪽에서 프레임-인 되는 재혁, 선우의 병실을 찾아 쭉 걸어온다. 병실 문 앞에 서면.



44. S# 병실 안. (밤)


눈을 감은채로 누워있는 선우. 문소리가 들리고 들어서는 재혁..


선우 : 철웅아. 수탁 씨 하구 연웅이 좀 있다 들어오라 그럼 안 될까? 나 지금 좀 쉬고 싶거든.

재혁 : ...


아무 대답이 없자, 흘끗 눈을 뜨고 돌아보는 선우, 보다가 멈칫.. 일어나 앉는다.


선우 : 팀장님..!

재혁 : (본다. 시선에서)



45. S# 병실 앞 복도. (밤)


걸어오는 철웅과 그 뒤로 과일을 잔뜩 사들고 들어오는 수탁, 그 옆으로 연웅.


철웅 : 과일 사러 가면 간다구 말을 해야지. 늬들 때문에 온 병원을 다 찾구 돌아다녔잖아.

수탁 : 계속 앉아서 쭉 기다리고 있었죠. 근데 연웅 씨가 선우 양 과일이라도 좀 사다줘야 하는 거 아니냐구 그래서..

연웅 : 선우언니가 과일을 좋아하니까.

철웅 : (쓱 보더니) 들어가자. (하면서 선우의 병실 문 여는데 멈칫..)


연웅, 수탁, 동시에 멈칫해서 본다. 병실이 비어있다.

대체 어디 간 거지? 철웅 돌아보는 시선에서.



46. S# 병원일각. (밤)


간격을 두고 나란히 앉아 있는 선우와 재혁.

선우, 재혁을 돌아보면 재혁, 계속 아무 말 없이 한곳을 바라보고만 있다.


선우 : 팀장님.. 괜찮으세요? (보면)

재혁 : (짐짓.. 아픈 웃음) 아픈 사람이.. 지금 내 걱정하는 거예요?

선우 : 저보다.. 더 아파보이세요.

재혁 : (씁쓸한 웃음) 나는.. 선우 씰 항상 기다리게만 해 놓구..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 이예요.

         선우 씨 걱정을 받을만한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 구요.

선우 : (본다)

재혁 : 나는.. (말하기가 너무 힘들다) 선우 씨 나는... 내가 오늘 여기 온 거는..

선우 : 알아요. 저한테 마지막 인사하러 오신 거..

재혁 : (멈칫.. 그 쪽으로 시선주면)

선우 : (최대한 담담하게) 사실 어제 전화로 아무 말씀 안하셨을 때.. 그 때 알았어요.

재혁 : ...

선우 : (짐짓 웃음) 그래두 다행이네요. 전 팀장님하고 작별인사도 못하고 헤어질 줄 알았는데.

         (보며) 이렇게 찾아와도 주시구.. 고마워요.

재혁 : 날 용서하지 말아요, 선우 씨. 절대루 날.. 용서하지 말아요.

선우 : (본다. 보더니) 팀장님은 저한테 소중한 분이세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저한테 소중한 추억을 주셨잖아요.

         가슴에 담아둘 수 있는 사랑이 있다는 게 저 같은 사람한텐 얼마나 감사한 건지.. 아세요?

재혁 : (아프게 본다. 바라보면)

선우 : 알고 있었어요. 팀장님을 가질 수 없다는 거.. 처음부터 알고 시작 했어요. 그래서 더 바보같이 매달렸던 건지도 몰라요.

         원래 사람은 가질 수 없는 것에 더 미련을 두게 되잖아요, 왜.

재혁 : (보면)

선우 : (꿋꿋하게, 눈물보이지 않으려 애써 웃으며) 이젠 괜찮아요. 그러니까.. 앞으로 회사에서 다시 마주치게 되더라두..

         웃는 얼굴로 대해주세요. 전보다 훨씬 더 잘살고 있다고 믿게 해주세요. 그래야 저두 맘 놓구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재혁 : (본다. 두 눈이 붉어진 채로 선우를 본다)

선우 : (끝까지 눈물을 꾹 참고 애써 웃음으로 마주보면)

재혁 : 나는.. 아마 천벌을 받게 될 거예요.

선우 : 아뇨. 누구보다 하나님이 더 잘 알고 계실걸요? 지금 이 순간 가장 상처받고 있는 사람이.. 바로 팀장님이라는 거..

재혁 : (떨어지는 눈물..)

선우 : (본다. 더 이상 바라보고 있기가 힘들다. 시선 외면하며) 제가 먼저 일어나야겠어요.

         팀장님.. 저한테 뒷모습 보이기 싫을 테니까.. 제가 먼저 갈께요. (그러면서 일어나 돌아서는데)


순간 선우를 뒤에서 안아버리는 재혁. 덜컥.. 가슴이 무너지는 선우.

재혁, 아픈 눈물 계속 떨어뜨린다. 선우, 입을 꾹 다문 채 끝까지 눈물을 눌러 참는다.

재혁, 터져 나오려는 오열을 겨우 참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안았던 손을 내린다.

선우, 끝까지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돌아보면 떠나지 못할 것 같아.. 그대로 앞만 보며 걸어온다.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재혁, 주먹으로 입을 꾹 눌러 막는다.

그렇게 바라보는 재혁과 돌아보지 않은 채 멀어지는 선우의 모습 길게..



47. S# 병실 복도. (밤)


늦은 밤.. 아무도 없는 병실복도 문 앞에 기대앉아 있는 철웅.

그 원경으로 프레임-인 되는 선우,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철웅, 무심코 고개 돌리다가 선우를 발견. 벌떡 일어나서 본다. 그 앞으로 다가서는 선우를 보며.


철웅 : 어떻게 된 거야. 어디 갔었어?

선우 : ...

철웅 : 연웅이하구 수탁이 여태 너 기다리다가 방금 전에 갔어. 할머니하구 내일 다시 오겠대.

         (보며) 근데 너.. 무슨 일이야? 어? (하는데)

선우 : (그대로 이마를 철웅의 가슴에 댄다)

철웅 : ! (내려다본다, 무슨 일이지? 보는데)

선우 : 나.. 지금 그 사람 보내고 오는 길이야.

철웅 : (멈칫.. 내려다보면)

선우 : (순간 참았던 눈물이 툭.. 떨어진다) 나.. 지금 가슴이 너무 아파.. 숨이 막혀 죽을 것처럼 아파..

         (참았던 눈물이 하염없이 뚝.. 뚝.. 떨어진다)

철웅 : (본다. 어쩔 줄 모른 채 잠시 내려다보더니) 이젠 됐어.. 괜찮아..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었어.

         넌 그 바람에 잠시 흔들린 것 뿐이구. 시간이 지나면.. 다시 괜찮아질 거야.


순간 터지는 울음.. 선우, 처음으로 커다랗게 소리 내어 꺼이꺼이.. 운다.

철웅, 아프게 내려다본다.

선우, 철웅의 옷깃을 꼭 쥔 채 서럽게 울고.. 또 운다.

선우만큼 가슴이 아픈 철웅, 천천히 팔을 들어 선우의 어깨를 꼭 안아준다.

그렇게 서로 가슴 아픈 두 사람의 모습 길게.. dis.



48. S# 재혁의 오피스텔 앞.


세워져 있는 재혁의 차. 그 안에 앉아 있는 재혁의 얼굴..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 뒤로 와서 멈춰서는 오한영의 차. 서류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려서 오피스텔로 걸어가려다 멈칫..

한쪽에 세워져 있는 재혁의 차를 발견. 오한영, ?해서 쳐다보며 다가선다. 창문을 톡톡톡.. 두드린다.


오한영 : 팀장님.. 팀장님..?

재혁 : (짐짓 시선을 준다)

오한영 : 혼자.. 뭐하고 계신 겁니까?

재혁 : (한숨. 천천히 차문을 열고 내려선다)

오한영 : 어디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재혁 : (대답 없이 돌아서면)

오한영 : 여기.. 검찰 쪽 조사에 대한 답변서를 가져왔습니다. 변호사 말이 여기 적힌 대로만 답변하라구 하더군요.

            그리구 이인수 문제도.. (하는데)

재혁 : (걸음을 멈추고) 그만해.

오한영 : 네?

재혁 : 오늘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내일 하자구. 내일..

오한영 : 팀장님..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재혁 : ...

오한영 : 혹시.. 또 이선우양을 만나고 오시는 겁니까?

재혁 : (일순 표정 없이 차갑게 오한영을 돌아본다. 보더니) 그렇게 걱정할거 없어.

         자네 소원대루 지금 막 정리하고 오는 길이니까..

오한영 : (안심하는 표정으로 본다. 보며) 그렇군요. 잘하신 일입니다 팀장님. 진작 그렇게 하셨어야 했습니다.

재혁 : (그런 오한영을 야속한 듯 노려보며) 개자식..

오한영 : (멈칫.. 보면)

재혁 : (그대로 싸늘하게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간다)

오한영 : (본다. 시선에서)



49. S# 재혁의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오는 재혁, 냉장고에서 남은 양주를 꺼내 병 채 들이마신다.

술병을 들고 어찌 할 바를 모른 채 왔다 갔다 하던 재혁, 그대로 있는 힘껏 양주병을 벽에다 냅다 던진다. 퍽! 깨지는데서.



50. S# 병실복도.


코너에서 프레임-인 되는 승희의 얼굴. 병실을 차근차근 살피면서 걸어오다가 선우의 병실 문 앞에 선다.

승희,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괜히 주위를 한번 둘러본 뒤 살며시 문을 열어본다.

문틈 저쪽으로 잠들어 있는 선우와 그 옆에서 엎드려 잠이 든 철웅의 모습..

승희, 선우의 얼굴을 살핀다. 시선에서.



51. S# 병실 안.


다시 식은땀을 흘리며 잠이 든 선우의 얼굴.. 잔뜩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날카로운 끝에 찔리듯 찡끗.. 찡끗하는 표정..


flash-back> (꿈의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소리 off된 채로)

소매치기를 때려눕히는 재혁의 얼굴/

깡패들하고 싸우는 아빠의 얼굴/


현재>

선우, 얼굴이 움찔한다.


flash-back>

재혁과 함께 자장면 먹는 선우의 웃는 얼굴/

아빠와 함께 자장면 먹는 윤희의 웃는 얼굴/ (아빠와 재혁의 얼굴이 교차 되서 두어 컷 더 들어가고)

눈물을 흘리는 재혁의 마지막 얼굴/

교통사고 당하는 아빠의 얼굴에서 화면 하얘지면서/


다시 현재>

선우 : 안 돼.. 안돼요.. (하더니) 안 돼 아빠!! (하면서 벌떡 일어난다)

철웅 : (잠에서 깨서 본다) 선우야.. 왜 그래? 어디 아퍼? 의사 불러올까? (하는데)

선우 : (갑자기 철웅을 와락 끌어안는다)

철웅 : ! (놀라서 본다)

선우 : (식은땀.. 눈가의 눈물 그렁그렁) 무서워.. 무서워 철웅아..

철웅 : 선우야..

선우 : 아빠가.. 아빠가 죽어버렸어..!

철웅 : !!


훔쳐보던 승희, 놀란다. 놀라서 이쪽으로 돌아서는 승희. 뭐라구..? 아빠?

두려운 시선으로 철웅을 꼭 끌어안은 선우의 얼굴에서 스틸. <26부 끝>
























첨부파일 유리구두26.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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