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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27 - 상처 (上)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489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27 - 상처 (上)











S#1. 병실 안 (N)


선우 : 안 돼.. 안돼요.. (하더니) 안 돼 아빠!! (하면서 벌떡 일어난다)

철웅 : (잠에서 깨서 본다) 선우야.. 왜 그래? 어디 아퍼? 의사 불러올까? (하는데)

선우 : (갑자기 철웅을 와락 끌어안는다)

철웅 : ! (놀라서 본다)

선우 : (식은땀.. 눈가의 눈물 그렁그렁) 무서워.. 무서워 철웅아..

철웅 : 선우야..

선우 : 아빠가.. 아빠가 죽어버렸어..!

철웅 : !!


훔쳐보던 승희, 놀란다. 놀라서 이쪽으로 돌아서는 승희. 뭐라구..? 아빠?

철웅을 꼭 끌어안은 선우와 그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승희의 창백한 얼굴에서.



S#2. 복도 (N)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의사 서넛과 간호사들 두엇.

승희, 한쪽에 서서 그들이 선우의 병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다.

불안한 시선으로 보더니. 천천히 병실 문 앞 쪽으로 다가서서 엿듣는 승희의 얼굴에서.



S#3. 선우의 병실 안 (N)


침대에 앉아 있는 선우와 그 옆에 같이 걸터앉은 철웅.

그 앞으로 서 있는 정신과 의사.


정신과 : 길 잃은 미아들이 자기 이름이나 집 전화번호 같은 걸 대답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건 갑작스럽게 환경이 바뀌면서 오는 일시적 기억장애 때문에 그렇습니다.

선우 : (초조한 기색으로 정신과 의사를 본다)

철웅 : (보는 위로 계속)

정신과 : 그런 아이들이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할 경우,

            이전의 기억을 아예 못하게 되는 수가 많습니다. 물론 완전히 잊는 게 아니라.. 잠재의식 속에 갇혀 버리게 되는 거죠.

철웅 : 그럼 선우가 꿈에서 아버질 봤다는 건 어떻게 된 겁니까.

선우 : (긴장한 모습으로 바라보면)

정신과 : 어떤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잠재의식 속에 있던 기억의 단상들이 나타난 경울 겁니다.

            (선우 보며) 꿈속에서 본 사람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겠습니까?

선우 : 생김새 하나, 하나를 일일이 설명할 순 없지만.. 만약 그 분을 다시 만난다면 분명히 알아볼 수는 있을 거 같아요.

승희 : (INSERT> 창백해지는 얼굴)

선우 : 사실은 예전에도 가끔 꿈에서 그 얼굴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마다 누군지 기억이 안 나서 답답했는데..

         근데 이번엔 확실히 생각이 났어요. 분명히 아빠 얼굴이었어요.

철웅 : 다른 건 뭐 또 기억나는 거 없어?

선우 : (고개를 가로젓는다)

정신과 : 너무 무리할 건 없어요. 아버질 기억해 냈다면 분명히 아버지와 관련된 다른 기억들도 차차 떠오를 겁니다.

            기억이란 건.. 서로 고리처럼 연결돼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도록 하죠.

철웅 : (본다. 보며 선우의 손을 꼭 잡아준다)

선우 : (조금은 희망적인 표정으로 보는 시선에서)



S#4. 병실 앞 복도 (N)


엿듣던 승희,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 한쪽으로 물러서서 숨을 몰아쉰다.

기억이.. 선우의 기억이 돌아올 지도 모른다..!는 충격.. 멍하게 한곳을 응시하는 얼굴에서.



S#5. 국밥집 안 (N)


여전히 머리 싸매고 있는 오산댁. 그 옆으로 국물하고 밥 쟁반을 들고 들어서는 황국도.


황국도 : 밥 채려 왔어. 좀 인나 봐.

오산댁 : (으으응.. 앓는 소리)

황국도 : 죽는 소리 그만하고 어여 인나서 한 숟갈 떠보랑께. 이?

오산댁 : 지금 밥알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게 생겼냐? 넘어가게 생겼어?

            세상에 그 돈이 어떤 돈인데 그걸 날려! 아이구 내 오천만원.. 아이구구.. (다시 머리를 짚으면)

황국도 : 그만 허드라고. 누군 속 편해서 암 소리도 안하는 줄 알어? 참말로..

오산댁 : 대체 승희한텐 뭐라 그러냐고. 뭐라구.. (하는데)


밖에서 드륵! 문 여는 소리.


승희E : 엄마! 나 왔어! (퉁명)


순간 흠짓 놀라는 황국도와 오산댁.

오산댁, 얼른 벌떡 일어나면서 안절부절 못하는 가운데 들어서던 승희, 멈칫.. 보면.


오산댁 : (겨우) 스.. 승희 왔니?

승희 : 왜 그래 엄마? 어디 아퍼?

오산댁 : 응? 아니 그냥 머리가 좀 아파서..

승희 : (다가와 앉으며) 뭐야? 아저씨가 또 엄마한테 손댔어?

황국도 : 아니여! 내가 손대기는..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승희 : 근데 왜 그렇게 머릴 싸매고 있어?

오산댁 : 어어.. 그냥 두, 두통 땜에 그렇다니까.

승희 : (순간 직감적으로) 무슨 일 생긴 거구나? 그렇지?

오산댁 : 이, 일이라니.. 일은 무슨.. (하면서 황국도 흘끗 본다)

황국도 : (짐짓 얼른 시선 피한다. 어쩔 줄 모르면)

승희 : (두 사람 번갈아 보더니) 뭐야? 설마 주식 샀다던 그 오천만원.. 잘못된 거야?

황국도 : (질끈 눈을 감으면)

승희 : 그렇구나. 그 오천만원.. 잘못된 거지? 그렇지? 대답해! 대답하라니까!! (하는데)

황국도 : 아이구 승희야. 미안허다. 내가 참말로 입이 열개, 백 개라도 할 말이 읎당께.. 내 잘못이다. 내 잘못이여..

승희 : (사실이구나! 놀라서 멍하니 보는 위로)

오산댁 : 글쎄 어떤 나쁜 놈이 사길 쳤다지 뭐냐. 거짓말루다 느이 아저씨 꼬드겨 가지구 오천만원을 몽땅.. (하는데)

승희 : 나가..! (싸늘)


그 말에 황국도, 오산댁 동시에 놀라서 승희를 본다.


승희 : (황국도를 보며) 당장 이 집에서 나가!

오산댁 : (놀라서) 승희야아..!

승희 : 내 말 안 들려? 꼴두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나가란 말야! 나가아!!

황국도 : 아이구 승희야. 진정혀. 이? 다시는 안 그럴 텡께 이번 한 번만 쪼가 봐줘라 이?

오산댁 : 그래애 아저씨가 무슨 죄가 있겄냐. 속인 놈이 나쁜 놈이지.. (하는데)

            우선 한 달에 한 번씩 나가는 은행이자만 니가 마련해주면.. 다시 장사를 해서라두 어떻게든 갚아볼까 하는데.. (하는데)

승희 : 엄마 지금 내 처지가 어떤지 알기나 해? 어떤지 알구 그런 소리 하는 거냐구!

         나두 미치겠어. 오늘 들통 날까, 내일 들통 날까..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가시방석이란 말야!

         근데 왜 엄마하구 아저씨까지 내 속을 뒤집어 놓냐구! 왜!

황국도 : 승희야아 저그 그것이.. (하는데)

승희 : 듣기 싫어! 다 끝났어. 더 이상 못 참아줘. 그러니까 이 집에서 나가!

         아저씨 같은 사람 필요 없으니까 내 눈 앞에서 꺼져버려!


그러더니 황국도를 일으켜 세워 방 밖으로 밀어붙이더니 옷장 문을 열고 황국도의 옷가지들을 죄다 꺼내 집어 든다.


오산댁 : 아이구 승희야아.. (발을 동동 구르며 보면)



S#6. 국밥집 안 (N)


바닥으로 밀려서 쫓겨 내려오는 황국도, 불끈해서 홱 돌아보면 그 위로 옷가지 들을 전부 다 집어 던져버리는 승희.


오산댁 : (말리며) 참어 승희야. 한 번만 니가 참어라. 응?

승희 : 그 동안 옆에 붙어서 그만큼 갉아 먹었으면 됐어. 더 이상은 못 봐줘. 알아?

오산댁 : 승희야아.. (하는데)

황국도 : (머리 위에 뒤집어쓴 옷가지들을 홱 잡아채더니) 그려! 알았당께! 나가믄 될 거 아녀!

오산댁 : 뭐? 나간다구? (얼른 뛰어 내려와 황국도를 잡는다)

            가긴 어딜 간다 그래? 저 기집애 화나서 그러는 거야. 자기가 참어. 응?

황국도 : 나두 드럽구 치사해서 더는 못 붙어 먹겄구만.

오산댁 : 뭐어? (보면)

황국도 : 승희 너! 시방 나헌티 이러는 것이 아니지. 밉네 곱네 해두 십 수 년이 넘게 한집에서 같이 살아온

            니 아버지나 마찬가지여 내가. 그런디 나를 내쳐?

승희 : 아버지 좋아하구 있네. 당신이 무슨 아버지야? 언제 한번 아버지 노릇 제대로 해본 적이나 있어?

         사탕이나 한번 제대로 사준 적 있냐구 나한테? 있으면 한번 말해 봐! 말해 보란 말야!

오산댁 : 아이구 승희야 너 왜 자꾸 그래. 그러다 아저씨 진짜 나가면 어쩔라구우.

승희 : (시선 돌리면)

황국도 : 그래 좋다. 승희 너 이년.. 후회하지나 말어. 날 이렇게 내쫓구선 워디 월매나 잘 먹구 잘 사는지 내 두고 볼 텐께!

            (하더니 오산댁 팔 뿌리치며) 놔아! 이거!

오산댁 : 안 돼애!! 가긴 어딜 가! 못 가! 자기야아!!! (매달린다) 자기 가면 난 어쩌라구. 응?

황국도 : 어쩔지는 자네 딸내미한테 물어 보랑께. (하더니 오산댁을 탁 뿌리치고는 그대로 나가버린다)

오산댁 : 아이구 어떡해.. 자기야.. (동동 구르며 승희를 돌아보면)

승희 : (황국도 나간 문을 무섭게 노려보는 시선에서)



S#7. 국밥집 앞 (N)


밖으로 나온 황국도, 홱 돌아본다. 시선에서.


황국도 : 니가 나를 아주 졸로 본 모양인디. 나 황국도, 아직 승질 죽지 않았어 왜 이려 이거!

            (하더니 퉤! 침을 내뱉더니 돌아서서 간다)



S#8. 국밥집 방 안 (N)


그대로 화가 난 채 꼿꼿이 앉아 있는 승희,

그 옆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는 오산댁.. 승희를 흘끔 돌아보더니.


오산댁 : 느이 아저씨 저러다 진짜루 안 들어오면 어쩐다니?

승희 : 안 들어오면 더 잘됐지 뭐.

오산댁 : 니가 좀 심했어, 이년아. 아무리 돈 오천만원이 중요해두 그렇지, 사람을 그렇게 심하게 내모는 경우가 어딨어.

            저러다 저 인간 나쁜 맘이라두 먹으면 어쩔려구 그래.

승희 : (? 돌아보면)

오산댁 : 홧김에 술이라두 마시구 저짝 집에다 선우 기집애 얘기 다 불기라두 하믄 어쩔 거야. 어?

승희 : (뜨끔.. 그러나 내색 안한 채) 만에 하나 그러기라두 해봐. 내가 가만 두나.

오산댁 : (본다)

승희 : 누구든 날 건드리는 사람은 절대 그냥 안 둬. 알았어? (그러면서도 왠지 찜찜한 기분.. 시선 돌리는 데서)



S#9. 평창동 전경 (밤)


(E) 울려대는 핸드폰 벨.



S#10. 태희의 방 (밤)


핸드폰을 집어 드는 태희.


태희 : 여보세요. (듣다가 멈칫..) 재혁아.



S#11. 평창동 집 앞 (밤)


밖으로 나오는 태희. 두리번거리다가 저쪽으로 서 있는 재혁을 본다.


태희 : (다가서며) 재혁아.. 밤늦게 무슨 일이야?

재혁 : (돌아본다. 픽 웃음) 나왔구나..

태희 : 너.. 술 마셨니?

재혁 : 술? (본다. 보더니) 좀 마셨지. 마셨어 그래.

태희 : (본다)

재혁 : 나 이선우하고 정리했다. 완전히 깨끗하게.. (보며) 이젠 된 거지? 이젠 나하구 결혼해줄 수 있는 거지 태희야?

태희 : (표정 없이 보면)

재혁 : 야,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아예 회장님한테 결혼 승낙까지 받아버리는 건 어때? 어?

태희 : 내일 다시 얘기하자. 지금 너 그런 얘기할 상태 아닌 거 같애. 너 많이 취했어.

재혁 : 걱정 마. 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두 정신이 말짱하니까.

태희 : 재혁아.

재혁 : 들어가자. 들어가서 오늘 아주 결말을 짓자. 더 이상 회장님하구 우리 문제 질질 끄는 거 나두 지겨워.

         그러니까 오늘 안으로 모든 걸 끝장내 버리자구. (그러면서 태희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간다)

태희 : 재혁아 이러지 마! 재혁아!!! (끌려 들어가는 데서)



S#12. 평창동 거실 (N)


거칠게 태희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재혁.

가운 차림으로 물 컵을 들고 주방에서 나오던 현자, 놀라서 돌아본다.


현자 : 태희야! (재혁을 한번 보더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태희 : (본다)

재혁 : 오랜 만에 뵙겠습니다, 고모님.

현자 : 이게 무슨 예의 없는 짓이예요? 지금 시간이 몇신 줄 알아요?

재혁 : 늦은 시간이죠.. 압니다.

현자 : (찡그리며) 술 냄새 아냐? 아니 어디서.. (어이없게 보면)

재혁 : 회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만나게 해주십쇼.

현자 : 지금 주무세요. 다음에 오도록 해요.

재혁 : 깨워 주십쇼. 중요한 일입니다.

현자 : 내 말 못 들었어요? 돌아가라니까!

태희 : 재혁아 그만해. 그만하구 돌아가자. 어? (하는데)

재혁 : (서재 쪽을 향해) 회장님! 저 왔습니다. 장재혁이가 회장님 뵙구 드릴 말씀 있어서 왔습니다!

현자 : 사람 불러 내쫓아야 정신 차리겠어요? 한밤중에 경우 없이 남의 집에 들어와 무슨 행패야 이게!

재혁 : (더 크게) 회장님! 나와보시라구요! 예!

현자 : 어머어머.. (기가 막혀 보면)



S#13. 서재 안 (N)


말없이 잠옷가운을 걸쳐 입고 있는 김필중. 그 위로 계속.


재혁E : 회장님! 제가 왔다구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회장님! 회장니임!!



S#14. 평창동 거실 안 (N)


소란에 서준도 이층에서 뛰어 내려오고 예산댁까지 밖으로 나와서 보면.


현자 : 서준아. 어서 저 사람 끌어내라. 어서!

서준 : (얼른 다가서며) 재혁이 형 왜 이래요? 이러지 말구 다음에 다시 오세요. 네? 밤이 너무 늦었다 구요. (하면서 잡는데)

재혁 : (뿌리치며) 저리 비켜! 회장님한테 볼 일 있어서 왔단 말야! 막지 마!

태희 : (입을 꼭 다문 채 조금은 화난 시선으로 재혁을 보면)

현자 : 정말 말로 해선 안 되겠구나. 아줌마, 경호원 부르세요.

예산댁 : (어쩌지 못하고 태희를 보는데)

현자 : 뭐하구 있는 거예요! 빨리 경호원 부르라니까! (하는데)

김필중 : 그럴 거 없다!


일순 조용해지는 실내. 재혁, 태희, 서준, 현자, 예산댁, 모두 돌아보면

뒷짐 진 채 가운을 입고 서 있는 김필중.


김필중 : (재혁을 본다)

재혁 : (씩씩 숨을 몰아쉬며 김필중을 노려보면)

김필중 : 날 만나러 왔다구?

재혁 : 네. 회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김필중 : (본다. 태희와 재혁을 번갈아 보더니 표정 없이) 들어와.

현자 : 아버지!

김필중 : 소란 떨 거 없다. 다들 물러들 가. (그러더니 천천히 안으로 들어간다)

재혁 : (본다. 보더니 그대로 태희 손을 잡고 끌고 들어간다)

태희 : (이끌려 들어가면)

현자 : 허..

서준 : (걱정스럽게 돌아본다. 시선에서)



S#15. 김필중의 서재 (N)


의자에 앉아 있는 김필중, 담담하고 싸늘한 표정.

태희의 손목을 꼭 잡은 채 김필중을 쳐다보는 재혁.


김필중 : 그래, 할 말이란 게 뭐냐. 해봐 어디.

재혁 : 태희하구 저.. 결혼합니다.

태희 : (재혁을 돌아본다)

김필중 : (표정의 변화 없이 본다)

재혁 : 우리 두 사람 결혼 하겠다 구요. 허락해 주십쇼, 회장님.

김필중 : 태희 너도 동의한 일이냐?

태희 : ...

김필중 : 태희 너도 동의한 일이냐고 물었다.

태희 : (본다. 잠시 간격을 두더니 할 수 없이) ...네. 할아버지.

김필중 : (일순 원망스런 시선을 태희 쪽으로 주면)

태희 : (시선 떨군다)

김필중 : (본다. 최대한 감정 누르며) 태희.. 넌 나가 있거라.

태희 : 할아버지..

김필중 : 이 녀석하고 둘이 할 얘기가 있어. 넌 나가 있어.

태희 : (본다. 보더니 재혁을 한번 본다. 그리고 조용히 나간다)

재혁 : (노려본다)

김필중 : (무섭게 노려보면)



S#16. 평창동 거실 (N)


밖으로 나오는 태희, 순간 그 앞에서 엿듣던 현자와 맞닥뜨린다.

태희, 보면 현자, 흠.. 헛기침하며 소파로 와서 앉는다.

태희, 그런 현자를 보다가 걱정스런 시선으로 서재 쪽 돌아보면.



S#17. 서재 안 (N)


김필중 :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지금 태희를 빌미로 날 협박하겠단 거냐?

재혁 : 절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아붙인 건 바로 회장님입니다.

김필중 : 나쁜 녀석 같으니라구..

재혁 : 회장님을 용서해 드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거 다 잊구 떠나주려고 했단 말입니다.

         근데 회장님이 다 망쳐놨습니다. 회장님이 또 다시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 놨단 말입니다. 아십니까?

김필중 : 그래서! 나한테 복수하려고 태희랑 결혼을 하겠다?

재혁 : 안됩니까?

김필중 : 절대 허락 못해!

재혁 : 그래도 하겠다면요. 그래도 태희하고 꼭 결혼하고 말겠다면요. 어쩌실 겁니까. 이번엔 절 죽이기라도 하실 작정입니까?

김필중 : (멈칫..! 노려보면)

재혁 : 회장님은 저한테서 두 번이나 소중한 사람을 뺏어가셨습니다.

         이제 제 차롑니다. 이번엔 제가.. 회장님의 소중한 사람을 가져갈 차례라구요.

김필중 : 이놈이..!! (불끈 보면)

재혁 : 제가 우리 할아버지하고 똑같다 구요? 그래서 회장님한테 상대가 안 된다 구요?

         (보며) 정말로 그런지 한번 해 볼까요 회장님!!


화가 치밀어 오른 김필중, 그대로 손을 들어 재혁의 뺨을 날리지만 헛손질. 오히려 그 바람에 비틀하면서 쓰러질 뻔한다.

겨우 의자를 잡고 재혁을 노려보면.


재혁 : 초라하고 불쌍한 건 제가 아니라 회장님이시군요. 자기 몸 하나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하면서.. 절 상대하시겠다 구요?

김필중 : (부들부들..) 이런.. 나쁜.. 눔!!

재혁 : 회장님이 아무리 반대하셔도 소용없을 겁니다. 태희는 이제부터 제 껍니다. 제가 가져갈 겁니다.

         (그러더니 그대로 싸늘하게 돌아서서 나간다)


김필중, 노려본다. 보다가 그대로 풀썩.. 의자에 주저앉는다. 그러면서 어깨의 힘이 풀려버린다..



S#18. 평창동 거실 (N)


태희와 현자, 돌아보면 천천히 밖으로 나오는 재혁.


태희 : 재혁아..

재혁 : 따라 나올 거 없어, 회장님하구 얘기 다 끝났으니까.

태희 : (본다)

현자 : (보면)

재혁 : (그러더니 밖으로 나간다)

태희 : (본다. 보는 시선에서)



S#19. 평창동 집 앞 (N)


밖으로 나오는 재혁.. 그대로 한쪽에 주저앉는다. 허탈함.. 공허.. 자기 연민이 밀려온다.

재혁, 천천히 고개를 숙이는 위로.


태희E : 할아버지!



S#20. 서재 (N)


의자에 기진맥진 해 있는 김필중을 발견한 태희, 얼른 뛰어가 김필중을 부축한다.


태희 :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네?

김필중 : (있는 힘껏 태희의 팔을 뿌리친다)

태희 : (멈칫.. 놀라서 보면)

현자 : (얼른) 아버지.. 제가 부축해 드릴게요. (하더니 김필중을 부축해서 침대 쪽으로 옮긴다)

태희 : (돌아본다. 보면)


침대에 눕는 김필중, 현자, 이불을 덮어주며 김필중의 안색을 살핀다.


현자 : 아버지 안색이 안 좋으세요. 주치의를 부를까요?

김필중 : 다 필요 없다. 혼자 있구 싶어. 나가..

현자 : 아버지이.. (하는데)

김필중 : 나가라구!

현자 : (본다. 보다가 뾰로통해져서 밖으로 나가면)

태희 : (김필중을 본다) 할아버지..

김필중 : (그대로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돌리며 한풀 꺾인 목소리로) 나가라.. 지금은 니 얼굴 보구 싶지 않다.

태희 : (본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는 데서)



S#21. 평창동 거실 (N)


태희, 힘 없이 밖으로 나오는데 그 앞에서 팔짱끼고 기다리고 섰는 현자, 돌아보며 다짜고짜.


현자 : 너 정말 할아버지 돌아가시게 할려구 작정했니? 작정하구 장재혁이랑 같이 손발 맞춰 덤벼드는 거야?

태희 : (멈칫.. 보면)

현자 : 그래. 언제고 이런 날 올 줄 알았다. 내가 너 맨 처음 이 집안에 들어올 때부터 기어코 오늘 같은 날 있을 줄 알았다구.

         니 엄마란 여자는 하나 뿐인 오빨 잡아먹더니..이젠 너까지 할아버질 고꾸라지게 만들어?

         대체 니가 노리는 게 뭐야? 회사야? 느이 할아버지 재산이냐구!

태희 : 그러는 고모야 말루 노리는 게 뭐예요?

현자 : 뭐?

태희 : 할아버지 아직 돌아가시지도 않았어요. 근데 왜 자꾸 변호사들한테 연락해 유언장 내용을 묻고 다니는 건데요?

         진실장은 또 왜 자꾸 집으로 불러들이는 거냐 구요!

현자 : !

태희 : 왜요. 할아버지가 저한테 제하그룹 넘겨 주실까봐 그게 겁나서 미리부터 준비하고 계신 거예요?

현자 : (불끈..) 얘.. 얘가. 어디서 사람 잡는 소릴. 내가 언제 아버지 유언장 얘길 들먹였다구 그래!

태희 : 부탁이니까 제발 자중하세요, 고모. 할아버지 아직 건재하세요. 설령 할아버지가 잘못된다 해두,

         고모나 진실장이 회사 마음대로 가지고 흔드는 거.. 제가 용납 못해요.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 구요. 아셨어요?

현자 : 뭐어라구? (기막혀 보더니) 내버려두지 않으면? 내버려두지 않으면 니가 나를 어쩔 건데!

태희 : 집안일에 대해서 고모가 뭐라 그러든..그건 상관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회사일은 달라요. 그건 고모가 나설 부분이 아니라 구요.

현자 : (기가 막혀 그저 입만 딱 벌린 채 보면)

태희 : 그만 주무세요. (그대로 돌아서서 올라가버린다)

현자 : (분해서 본다. 보다가 일순 예산댁을 째리며) 아줌마예요?

예산댁 : 네? 뭐..가요?

현자 : 태희한테 미주알고주알 갖다 일러바치는 게 아줌마냐 구요!

예산댁 : 그럴 리가 있겠어요. 제가 뭘 안다구.. (그러더니 시치미 떼며 안으로 들어간다)

현자 : (분노가 치밀어 시선 돌리는 데서)



S#22. 태희의 방 (N)


피곤한 듯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털썩 의자에 앉는다. 한숨.. 그러면서 아버지의 사진을 돌아본다. 보며.


태희 : 아빠.. 나 어떡하면 좋아요? 나.. 지금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응? 아버지 ... (말없이 태희를 바라본다)


아버지의 사진에서.



S#23. 선우의 병실 안 (N)


선우 : 우리 아빤 어떤 사람이었을까 철웅아. 좋은 분이었을까?

철웅 : (고개 돌려 보면)

선우 : 다시 만나게 될 수는 있을까? 다시 만나면.. 뭐라 그러지? 무슨 말부터 할까?

철웅 : 그 동안 니가 살아온 얘기 순서대로 쭉 해드리면 되지 뭐.

선우 : 만약.. 꿈에서 본 것처럼 정말 돌아가신 거면 어쩌지?

철웅 : (보면)

선우 : 살아계셨으면 좋겠어. 날 버린 아버지라도 좋으니까.. 살아계셔서 다시 한 번만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

철웅 : (본다. 보더니) 기다려봐. 간절히 바라면.. 만나게 될 거야. 어차피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나게 돼 있으니까..

선우 : (그 말에 천천히 돌아보면)

철웅 : 어쩌면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난 건.. 자기하고 인연이 닿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래서 이생에서 만날 인연이 다해지면..그 때 죽게 되는 거구.

선우 : 글쎄.. 그럴지도 모르겠다.

철웅 : 그런 거 보면 다행이야. 널 이렇게 일찍 만날 수 있게 돼서..한 오십이나 육십 살쯤 널 만났음 어쩔 뻔 했냐? 안 그래?

선우 : (그 말에 픽 웃음..)

철웅 : 왜?

선우 : 너하구 내가 오십 살 육십 살 먹었다구 생각하니까.. 잘 상상이 안돼서.

철웅 : 사람은 누구나 나일 먹구 늙는 건데 뭐.

선우 : 그래. 그렇지? 아마 그 나이가 되면..지금 이 순간 이렇게 죽을 것처럼 가슴 아픈 일도..다 희미해져 버릴 거야. 그렇지?

철웅 : (본다. 보더니) 그래. 그럴 거야.

선우 : (쓸쓸한 시선)

철웅 : (본다.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만 자라. 가볼게.

선우 : (돌아본다. 보면)

철웅 : (아쉬운 듯 일별하고 문 쪽으로 가는데)

선우 : 철웅아..

철웅 : (? 돌아본다)

선우 : ...고마워.

철웅 : (씩 웃음.. 겸연쩍게 웃더니 나간다)

선우 : (나간 문을 보다가 다시 그늘지는 표정, 나직이 한숨 내쉬면)



S#24. 병실 복도 (N)


문을 닫고 그 앞에 서서 조용히 돌아보는 철웅.. 천천히 돌아서서 간다.



S#25. 병원 앞 (N)


병원 전경에서 틸-다운 하면 선우의 병실 쪽을 올려다보고 있는 재혁의 얼굴..

보고 싶은 마음으로 한없이 올려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떨군다. 그러면서 한숨을 내쉬는데

그때 병원 밖으로 나오는 철웅과 마주친다.


재혁 : (보면)

철웅 : (멈칫.. 본다. 보더니 다가선다) 뭐야! 여긴 무슨 일로 또 나타난 거야!

재혁 : 술을 깰려고 걷다 보니..나도 모르게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철웅 : (본다. 꾹 누른 채 보면)

재혁 : 선우씬.. 좀 어떻습니까.

철웅 : 당신이 걱정할 일 아니잖아. 돌아가. 한번 끝냈으면 남자답게 깨끗하게 끝내주란 말야.

         당신 이러면 이럴수록 선우만 상처 받는다는 거 몰라?

재혁 : ... (미동조차 하지 않자)

철웅 : (그대로 멱살을 확 쥐어 잡으며) 가라구! 돌아가란 말 안 들려? 선우 그만 괴롭히구 가란 말야!

         너 대체 무슨 자격으루 선우를 만나겠단 거야!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왜 가슴 아프게 만들어!

         왜 선우 눈에서 눈물 나게 만드냐구! 왜!! (하더니) 이 나쁜 자식! (하면서칠 듯이 주먹을 홱! 지켜든다)

재혁 :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저 멍한 표정으로 본다)


허공에 치켜든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미움과 연민 사이에서 잠시 갈등하며 보는 철웅.. 수초의 시간이 흐른 뒤 천천히 주먹을 내린다.

그리고 잡았던 재혁의 멱살을 던지듯 놓는 철웅.


철웅 : 돌아가. 넌.. 선우 앞에 나타날 자격 없어. 알아?


재혁, 표정 없이 철웅을 본다. 보다가 다시 선우의 병실 쪽을 올려다본다. 시선에서.



S#26. 선우의 병실 (N)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만져보는 선우, 나직이 한숨을 내쉬는 시선 길게..



S#27. 서준의 레스토랑


프레임-인 돼서 걸어오던 서준, ? 해서 본다. 보면 한쪽에서 핸드폰에 대고 뭐라고 말하는 연웅.


연웅 : 아, 글쎄 수탁오빠. 지금은 안 된다니까. 그래 이따 오후근무 끝나구 갈게. 어제두 조퇴했는데 오늘 어떻게 또 조퇴해?

         안 돼 직무유기야 이건. (하는데)

서준 : 또 어딜 가는데요?

연웅 : (순간 멈칫.. 얼른 핸드폰 접으며 본다. 보면)

서준 : 뭐 잘못하다 들켰어요? 왜 그렇게 놀래요?

연웅 : 별 거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하고 지나치려는데 또 다시 울리는 핸드폰, 멈칫 서준을 보면)

서준 : 뭐해요? 전화 왔는데 안 받아요?

연웅 : (안 받고 계속 딴전 피우면)

서준 : (연웅의 손에 있는 핸드폰 가져오더니) 네, 박연웅 씨 핸드폰입니다.



S#28. 일각


핸드폰을 들고 있던 수탁, 멈칫하는 표정.


수탁 : 지금 전화 받는 분 누구십니까?



S#29. 서준의 레스토랑


서준 : 그러는 전화거신 분은 누구십니까?

연웅 : 이리 주세요. (뺏으려는데)

서준 : (돌아서며) 신분을 밝혀주시죠. 누구십니까? 네?

수탁 : (INSERT> 얼굴) 연웅 씨 바꿔주십쇼. 지금 연웅 씨한테 전화건 겁니다.

서준 :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지금 박연웅 씨 근무시간입니다. 원래 근무시간에 개인전화 받지 못하게 돼있거든요.

         다음부터 근무시간엔 전화 삼가 해 주세요.

수탁 : (INSERT> 얼굴) 사장이 사생활까지 간섭하는 겁니까?

서준 : 사생활 간섭이 아닙니다. 좋아하는 여자한테 파리 안 꼬이게 미리 차단하는 거죠.

연웅 : (멈칫.. 본다)

수탁 : (INSERT> 놀라는 얼굴) 뭐라구요? (하는데)

서준 : 하실 말씀 없으신 모양인데 그럼 이만 끊습니다. (탁 끊어버린다)

수탁 : (INSERT> 황당해서 보더니) 뭐어? 파리? (보는데서)

연웅 : 사장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왜 함부로 좋아하는 여자니 뭐니 그딴 유언비어를 퍼뜨리시는 겁니까? 네?

서준 : 유언비어라니. 유언비어 아닙니다. 내가 말할 때 귓등으루 들었어요? 나 연웅 씨한테 관심 있고 좋아한다, 그랬잖아요.

연웅 : 이거 완전히 일방통행이시네. 지금 저더러 그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서준 : 그렇게 안 믿겨요? 그럼 믿게 해줘요? 네?

연웅 : 예? (하는데)

서준 : (그대로 연웅의 허리를 휘어 감으며 키스해 버린다)

연웅 : !!!!


일하던 직원들, 손님들 일제히 돌아본다. 환호성과 박수소리.

동시에 짝! 뺨 세례와 함께 떨어져 나가는 서준, 놀라서 보면.

연웅, 그대로 멱살을 움켜잡는다. 당장 잡아먹을 듯 노려보면.


연웅 : 뭐 이딴 자식이 다 있어! 감히 순결한 첫 키스를 이런 식으루 뺏어가?

서준 : 어? 여.. 연웅 씨. 우리말로 합시다, 말루.. (진짜 겁먹는데)

연웅 : (멱살을 잡아 당겨오더니 그대로 서준의 입에 키스해 버린다)

서준 : !!! (놀라서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보면)


더 크게 환호성에 박수를 치는 사람들..


연웅 : (키스한 뒤 확 떼버리고 보면)

서준 : 여.. 연웅 씨..! (놀라서 보면)

연웅 : 놀랄 거 없어. 훔쳐간 내 첫 키스 도로 찾아온 거니까. (그러더니 손을 툭툭 털고 돌아서서 가버린다)

서준 : (멍하니 쳐다본다. 표정에서)



S#30. 일각


한쪽으로 걸어 들어와 슬쩍 돌아보던 연웅,


연웅 : 어우.. 더워. 왜 이렇게 더운 거야 대체.. (손부채질 하며 한쪽으로 프레임-아웃)



S#31. 바 앞


털썩 의자에 앉는 서준, 남직원이.


남직원 : 사장님.. 괜찮으세요?

서준 : (멍하니 남직원 보다가 갑자기 헤죽 웃는다. 좋아서..)



S#32. 병실 안


옷을 갈아입는 선우, 퇴원준비를 하다가 다시 멍해지는데.

그 뒤로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면서 들어서는 길여옥.


선우 : (돌아보다가) 할머니!

길여옥 : 선우야. (다가와 선우를 보듬으며) 아이구 이 녀석아. 세상에 그렇게 집을 나가는 법이 어딨어.

            이 핼미가 걱정했는지 알어?

선우 : 죄송해요 할머니. 심려만 끼쳐드리구..

길여옥 : (선우의 얼굴을 만져보며) 쯧쯔쯔..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아픈 건 좀 어떠냐?

선우 : 다 나았어요. 말짱해요.

길여옥 : 그래.. 그러면 됐다. 니가 괜찮다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구나. (그러더니) 이리 와 앉어. 내가 죽 쒀왔는데 좀 먹어봐.

            (한쪽에 보온병을 꺼내 올려놓는다)

선우 : (그런 길여옥을 한없이 고맙게 바라본다. 시선에서)



S#33. 시장 몽타쥬


프레임-인 되는 철웅, 쓱 돌아보더니 도배지 하나를 집어 든다.

연웅, 보더니 고개를 가로젓고 다른 걸 집어 든다.

철웅, 연웅, 동시에 수탁한테 보여주면 수탁, 연웅이 고른 것에 손을 들어준다.

즐거운 연웅, 김새는 철웅에서.

(경과)

그릇을 사는 가게, 연웅, 이것저것 고른다.

그 한쪽 옆에서 수탁, 계속 이것저것 연웅에게 권해보지만 연웅, 귀찮은 듯 아예 다른 쪽으로 가버린다.

그 한쪽에서 철웅, 유리컵을 들고 깨지나 안 깨지나 숟가락으로 툭툭 치다가 퍽.. 유리가 깨진다.

제풀에 놀라 얼른 주위를 돌아보는데서.

(경과)

이불 집, 이불을 고르는 연웅.

철웅, 한쪽에서 베개를 두 개 고른다. 씩 웃는다. 그러다 시선 돌리면 연웅, 수탁 썰렁하게 철웅을 돌아본다.

철웅, 흠흠.. 하면서 베개 하나를 놓고 하나만 집어 든다.

연웅, 수탁 픽 웃는 얼굴에서.

(경과)

철웅, 도배지에 풀통 달랑달랑 들고 오고.

그 뒤로 무거운 그릇 박스를 들고 오는 연웅과 이불 짐을 어깨에 메고 따라오는 수탁.

연웅과 수탁 힘들어서 후.. 한숨을 내쉬며 잠시 멈춰 서면.


철웅 : 어이! 뭐하구 있냐! 빨리 와라! (앞장서면)

수탁 : 연웅 씨 무거우면 저 주세요. 네?

연웅 : 됐어. 수탁 오빠두 무겁잖아.

수탁 : (따라오며) 그나저나 연웅 씨네 가게 사장자식.. 그거 정말 웃긴 놈 아닙니까?

         어디서 날라리 양아치 같은 게 넘볼 사람을 넘봐야지. 감히 연웅 씰 좋아한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예? (하는데)

연웅 : (흘끗 보더니 대답 대신) 왜 저렇게 걸음이 빠른 거야 대체! 철웅 오빠 같이 가자! (하면서 뛰어가면)

수탁 : (순간 멈칫.. 뭐지? 왠지 불길한데. 시선에서)



S#34. 선우의 방


도배를 하는 철웅, 수탁, 연웅. 열심히 풀 붙이고 도배지 바르고.

철웅, 멀찍이 떨어져서 "야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왼쪽으로" 지시만.

연웅, 수탁 철웅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움직이는 가운데 그 뒤로 들어서는 선우의 모습.


철웅 : 어? 선우야!

연웅 : 선우언니!

철웅 : 왜 벌써 퇴원했어? 도배 다 끝나면 데릴러 갈려구 했는데.

선우 : 이게 다 뭐야?

연웅 : 철웅 오빠 특명이예요, 언니. 우리 세 사람 오늘 하루 모든 스케줄 다 제끼구 선우언니 집수리 하자 그래서.

         비새는 것두 오빠들이 지붕에 올라가 다 고쳐놨어 언니.

수탁 : 사실 철웅 형은 입으루 다 했구 실질적인 노동은 제가 다 했다고 봐야죠, 선우 양.

철웅 : 어허!

수탁 : (얼른 말 바꿔) 철웅 형님이 다 하셨습니다. 그럼요.

철웅 : 선우 넌 꼼짝도 하지 말구 가만히 앉아만 있어.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러더니) 야! 뭣들 해. 후딱후딱 해!

수탁 : 네 알았습니다. 연웅 씨 후딱후딱이랩니다.

연웅 : 나두 들었어. 후딱후딱.. (웃으면)


연웅, 수탁, 철웅, 열심히 움직여 도배지에 풀칠하고, 벽에 붙이고, 그러다 얼굴 위에 떨어뜨리고.

얼굴이며 머리에 허옇게 풀칠하면서 열심히 도배를 하는 세 사람.

선우, 한쪽에서 그들 세 사람을 고맙게 바라본다. 시선에서.

(시간 경과 - 밤)

허공에서 부딪히는 소주잔 두 개와 콜라 잔 두 개. "건배!!" 각자 잔을 가져가서 마신다.

연웅, 콜라를 마시고도 마치 소주인양 카..! 소리.

옆에서 지글지글 익고 있는 삼겹살을 먹는 네 사람. 창문 안으로 네 사람의 정겨운 저녁 식사 모습들..

선우, 왁자지껄한 철웅과 수탁, 연웅을 한번 돌아보다가 표 안 나는 한숨..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선우가 나가자 일제히 돌아보는 세 사람.


연웅 : 선우언니가 좀 이상한 거 같지 않어? 웃긴 웃는데 영 옛날하구 느낌이 틀린 거 같애.

수탁 : 연웅 씨도 그렇게 느꼈어요? 나두 그랬는데.

철웅 : (돌아본다. 시선에서)



S#35. 달동네 집 일각 (N)


밖으로 나와 멀리 보이는 야경을 내려다보는 선우, 왠지 쓸쓸하고 한쪽이 텅 빈 느낌..

그 때 그 옆으로 다가서는 철웅.


철웅 : 뭐하냐?

선우 : (돌아보더니) 어어 그냥.. 바람 좀 쐴려구.

철웅 : 왜? 도배지가 맘에 안 드냐? 아니면 새로 산 이불 색깔이 별루야?

선우 : 아니야. 도배지두 맘에 들구, 이불도 맘에 들구..다 맘에 들어.

철웅 : 근데 왜 그래?

선우 : (그 말에 짐짓 다시 시선 돌리면)

철웅 : (본다. 보다가 조심스럽게) 그 자식.. 생각나서 그래?

선우 : (시선을 떨구면)

철웅 : (? 해서 보며) 야.. 선우야.. (하는데)

선우 : 미안해.. 안 그럴려구 하는데..자꾸만 그 사람이 보고 싶어.

철웅 : ...!

선우 : (깊에 한숨.. 눈물 맺힌 시선으로 먼 곳을 본다. 보며) 나.. 정말 잘 잊을 수 있겠지? 그렇지?

철웅 : 너무 애쓰지 마.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할거야.

선우 :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더니 헤.. 웃어 보이며) 괜찮아. 걱정하지 마. 나.. 다시 내일부터 열심히 살 거야.

         일두 그 동안 못한 거까지 다 합해서 두 배로 열심히 할 거구. 나 씩씩하잖아.. 그러니까 걱정 안 해두 돼.

철웅 : 그래.. 넌.. 씩씩하지. (보면)

선우 : (괜히 하늘을 보며) 이 동넨 별이 많이 보이네.. (슬쩍 눈물을 닦아내며 하늘을 보면)


철웅, 그런 선우를 본다. 보다가 한쪽 주머니에 넣어뒀던 반지 목걸이를 슬며시 꺼낸다.

꺼내서 보다가 선우를 한번 보더니.. 도로 집어넣는다. 아직은 줄 때가 아닌 듯..

같이 하늘을 올려다보는데서. 두 사람의 모습에서.



S#36. 승희의 방 (N)


울리는 핸드폰 벨, 집어 드는 승희.


승희 : 여보세요. 누구세요? (하다가 멈칫) 아저씨?



S#37. 공중전화 일각 (N)


황국도 : (소주병 든 채 비틀대며) 그려 나다! (딸꾹) 너한티 쫓겨난 불쌍한 니 아저씨란 말여!

승희 : (INSERT> 얼굴) 무슨 볼 일루 전화한 거예요?

황국도 : 몰라서 묻는 겨? 내가 입만 뻥끗하면 넌 모든 게 끝짱나는 겨. 알기나 혀?

승희 : (INSERT> 얼굴) 뭐라 구요? (어이없어 하다가) 그렇게 되면 아저씨도 무사하지 못해요. 알기나 해요?

황국도 : 나두 이판사판 공사판이다 이거여!

승희 : (INSERT> 굳어지는 얼굴)

황국도 : 니가 나를 내쫓구 편하게 두 다리 뻗구 살게 냅둘 줄 알었냐? 하! 천만에 말씀. 고로코롬은 못허지 내가아.

승희 : (INSERT>) 그런다구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요?

황국도 : 뭣이여?

승희 : 잘 들어요. 아저씨. 나는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지 해요. 아저씨가 내 앞길을 방해한다면..

         아저씨두 그냥 두지 않을 거라 구요. 알아들어요? (그러더니 탁! 끊어버리면)

황국도 : 이런 씨.. (수화기 보더니) 좋다 그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S#38. 승희의 방 (N)


끊은 핸드폰을 든 채 불안한 시선.. 왠지 찜찜하고 마음에 걸린다. 시선에서 FADE-OUT.



S#39. 달동네 버스 정류장 (새벽)


저쪽에서부터 시계 보며 뛰어오는 선우의 모습.

멈춰 서는 버스. 사람들 우르르 몰려들어 버스를 타려고 하는 가운데 그 뒤로 뛰어가는 선우, 겨우겨우 끼어서 올라탄다.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들어가세요. 죄송합니다." 선우, 힘껏 엉덩이로 사람들을 밀면서 올라타면.


선우 : 오라이!


닫히는 버스 문. 출발하는데서.



S#40. 몽타쥬 (회사 안)


1. 사무실 안.

구십도 각도로 인사하는 선우.


선우 : 그 동안 결근해서 죄송합니다. 이젠 아프지 않구 건강하게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인사하면)


직원들 웃으면서 선우를 반긴다.

태희, 들어서다가 그런 선우를 본다. 대견한 시선에서.


2. 서류 들고 이 복도 저 복도 뛰어다니는 선우의 모습.

그러면서 사람들한테 인사하고, 서류 전해주고.


3. 회의실.

브로기술 쪽 사람들과 협상 중인 듯. 태희를 중심으로 한 직원들,

그리고 그 한쪽에 선우. 브로를 들어가면서 설명하는 직원들의 설명을 열심히 듣는다.


4. 도서관.

책을 찾으면서 쭉 걸어오는 선우, 찾던 책을 발견한 듯 책장에서 꺼내 열어본다.

들여다보는 선우, 그러다 고개를 들어 문득 상념에 잠긴다.


5. 회사 일각.

한쪽으로 걸어오는데 누군가 "팀장님" 부른다.

선우, 멈칫 돌아보면 다른 부서 팀장님이다. 선우, 씁쓸한 미소, 돌아서면.


6. 구내식당

식판을 들고 한쪽에 와서 앉는 선우, 그러다 문득 맞은 편 빈 자리를 본다.

짧은 INSERT> 그 앞에 와서 앉는 재혁의 모습.

선우, 표정 없이 빈자리를 바라본다.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일각, 식판을 들고 일어서던 태희, 그런 선우를 본다. 시선에서.



S#41. 달리는 차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재혁의 얼굴.

오한영, 한번 돌아보더니 다시 앞을 보며 운전한다.

재혁, 표정 없이 그저 먼 곳을 응시한다.



S#42. 재혁의 오피스텔 앞


와서 멈춰 서는 차. 오한영과 재혁, 차에서 내려선다.

그 때 기다렸다는 듯 한쪽에 세워진 차에서 우르르 나오는 깡패들.

재혁과 오한영, 멈칫해서 그들을 본다.

뒤에서 나타나는 깡통, 재혁 앞으로 다가선다.


재혁 : (깡통을 보면)

깡통 : 이게 우찌된 일이고. 설명 좀 해봐라. 장재혁이 니는 이래 버젓이 서울 시내를 돌아댕기는데,

         와 우리 대장은 아직도 구치소에 있는 긴데?

재혁 : (보면)

오한영 : 장팀장님은 보석금을 지불하고 겨우 풀려나신 겁니다. 우선 팀장님이 살아야 이인수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검찰조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조용히들 돌아가 주시죠.

깡통 : 짜식 니 이래 의리 없이 굴면 안 되는 거 알제. 내두고 볼끼다. 우리 인수대장 빨리 안 꺼내 노면 니도 재미없을 줄 알아라.

         무신 말인지 알긋나?

재혁 : (표정 없이 본다. 보면)

깡통 : 재수 없는 자슥.. (그러면서 돌아서서 차에 올라탄다)


깡패들, 깡통의 뒤를 따라 차에 올라타고 사라지면 재혁, 표정 없이 멀어지는 차를 본다.


오한영 : 팀장님.. 괜찮으십니까.

재혁 : 됐어. 난 괜찮으니까 그만 가봐. (그러면서 돌아서서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간다)

오한영 : (본다. 시선에서)



S#43. 사무실


울리는 핸드폰 벨.


태희 : (핸드폰을 연다) 여보세요.. (그러다) 어. 그래.. 검찰조산 잘 끝내고 왔니?


한쪽에서 일하던 선우, 멈칫.. 태희 쪽을 돌아본다.


태희 : 그래 알았어. 끝나는대루 갈께.


핸드폰을 내려놓는 태희, 잠시 생각하다가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이쪽을 보고 있던 선우와 시선이 마주친다.

선우, 얼른 시선 돌리며 일하는 척.. 뭔가 열심히 찾는 듯 서류를 뒤적거리면

태희, 그런 선우를 본다. 보다가 조용히 지나간다.

선우, 서류를 찾던 손 멈춘다. 멈추면서 힘이 빠지는 듯.. 그러나 이내 다시 정신을 집중해 일하는 모습에서.



S#44. 재혁의 오피스텔 (밤)


어두운 실내. 낮은 조명등이 켜진 상태에서 잔뜩 널려있는 소주병들..

그 옆에서 잔에 술을 담아 마시는 재혁의 모습.. 그 뒤로 천천히 들어와 다가서는 태희,

재혁, 술 취한 눈빛으로 돌아본다.


재혁 : 왔니?

태희 : (술병들을 한번 본다. 보다가 다시 재혁을 보며) 또 술이구나.

재혁 : (마시면)

태희 : (옆에 앉더니 잔을 집어 든다) 나도 한잔 주라.

재혁 : (본다. 따라준다)

태희 : (마신다. 다시 내밀며) 한잔 더 줘.

재혁 : (태희를 본다. 보다가 다시 따라준다)

태희 : (다시 웟 샷으로 마신다. 마시더니 다시 내민다) 한잔 더.

재혁 : (멈칫.. 태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태희 : 나두 좀 같이 취해보자. 나 역시 너 못지않게 지금 취해서 비틀거리고 싶은 기분이거든.

         너하구 할아버지 사이에서 맨 정신으로 버티는 거.. 그거 웬만한 정신력으론 버티기 힘든 일이야. 그거 알고 있니?

재혁 : ...

태희 : 그래두 난.. 너 때문에 버티려고 노력 중이야. 어떻게든 너한테 힘이 돼주고 싶어서. 근데 넌.. 왜 자꾸 이러는 거니?

재혁 : (시선 돌리면)

태희 : 그렇게 힘들고 괴로우면 차라리 이선우하구 같이 떠나. 그러는 게 차라리 깨끗해. 알아?

재혁 : 나는.. 너하구 결혼할 거야. 그런다구 했잖아.

태희 : 싫은 거 억지루 하라 그런 적 없어.

재혁 : 알아. 내가 결정한 거야. 내가 하겠다, 그런 거지..

태희 : 대체 왜 이렇게 바보같이 구는 거니? 너 이러는 거.. 정말 가슴 아파서 못 봐 주겠다.

재혁 : 동정하지 마. 나 아직 그 정도로 최악 아니야.

태희 : (본다. 보더니) 넌 동정하고 사랑도 구별 못하니?

재혁 : (그 말에 고개 들어 보면)

태희 : 너 정말 모르겠어? 나 지금 너한테 힘껏 매달리고 있는 거야. 자존심, 유치한 기분, 구차한 감정 다 누르고 누르면서..

         죽을 힘 다해서 힘껏 매달리고 있는 거라구. 왠지 알아? 그렇게라도 니가 내 옆에 있어주면 좋겠으니까..

         니 껍데기라두 어떻게든 붙잡고 싶으니까.

재혁 : ...

태희 : 이런 내 마음.. 너 한번이라두 생각해 본 적 있니? 다른 여자로 가득한 남자를 바라보고 붙잡아야 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그러면서두 그 끈을 놓을 수 없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건지.. 너 생각해 본 적 있어?

재혁 : (연민으로 본다. 보면)

태희 : 사랑해. 널 사랑한다구 이 나쁜 자식아.. 알아?

재혁 : (본다. 한참을 아프게 바라보더니) 우린.. 왜 이렇게 만난 걸까 태희야.

태희 : (바라본다. 툭.. 떨어지는 눈물)

재혁 : (아프게 바라본다. 시선에서)



S#45. 평창동 거실 (N)


피곤한 듯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태희 : 할아버진요?

예산댁 : 아직 안 주무시는 거 같든데.. (보며) 술 하셨어요?

태희 : 조금요. (그러면서 김필중 서재 쪽 돌아보면)



S#46. 김필중의 방 (N)


안락의자에 앉아 무릎덮개를 하고 책을 보는 김필중. 그 옆으로 다가서는 태희.


태희 : 할아버지.. 저 왔어요.

김필중 : (시선 마주치지 않는다)

태희 : 드릴 말씀이 있어요.

김필중 : 나는 너하구 아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태희 : 언제까지요? 언제까지 저하구 말 안하실 건데요?

김필중 : ...

태희 : (본다. 보더니 갑자기 김필중 앞에 무릎을 꿇는다)

김필중 : (멈칫.. 태희를 본다. 보면)

태희 : 재혁이 그만 용서하시구 받아들여 주세요, 할아버지. 이번 한번만 저한테 져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릴께요, 할아버지..

김필중 : ...!

태희 : 이렇게 제가 못나게 굴어서.. 할아버지 얼마나 속상하실지 알아요.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하지만 그래두 재혁인 포기 못하겠어요.

김필중 : (시큰.. 보면)

태희 : 할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다 할께요. 뭐든 하겠어요. 그러니까.. 이번 한번만 할아버지가 져주세요.

김필중 : (가슴 아픔으로 시선 돌리면)

태희 : 태희가 부탁드리는 거예요.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라 구요. 저하구 재혁이.. 허락해 주세요, 할아버지.

김필중 : (조용히 눈을 감는다. 나직이 한숨..) 그만해라. 그만하구 올라가.

태희 : 할아버지 대답 듣기 전엔 안 움직일 거예요.

김필중 : 글쎄 그만하래두!

태희 : 할아버지..

김필중 : 예산댁! 예산댁!!!

예산댁 : (잠시 후 문을 열고 들어서면)

김필중 : 태희, 이층으로 올려 보내.

예산댁 : 네 회장님. (다가서서 태희 부축하며) 태희 양.. 그만 일어나세요.

태희 : (본다. 간절히 바라보면)

김필중 : (끝까지 외면한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시선을 돌리면)

태희 :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그러더니 천천히 일어선다. 밖으로 나가면)


그제야 조용히 숨을 몰아쉬는 김필중.. 다시 눈을 뜨면 두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S#47. 태희의 방 (N)


문 앞에 주르르 주저앉는 태희, 멍하니 한 곳을 바라보는 시선.. 천천히 고개를 숙이면.



S#48. 김필중의 서재 (N)


어둠 속에 혼자 앉아 있는 김필중.. 책상 위에 있는 아들의 사진을 들어 본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서.. 길게 한숨..



S#49. 재혁의 오피스텔 (아침)


노크소리. 재혁, 숙취로 천천히 일어나 문을 열어주면 그 앞에 서있는 박귀중.


재혁 : (멈칫.. 보면)

박귀중 : 회장님이 찾으십니다.

재혁 : (본다. 시선에서)



S#50. 평창동 거실


박귀중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는 재혁.

이층에서 출근하려고 내려오던 태희와 그 뒤를 따라 내려오던 승희 들어서는 재혁을 보고 두 사람 다 멈칫한다.


태희 : 재혁아..

재혁 : (본다. 보다가 승희 쪽으로 시선 주면)

승희 : (시선 피하면)


주방에서 현자와 서준, 밖으로 나온다.


현자 : 오늘은 아침부터 또 무슨 일루 행차예요?

박귀중 : 회장님이 찾으셨습니다.

현자 : 아버지가요?

박귀중 : 네. (재혁에게) 회장님 기다리십니다. 들어가시죠. (앞장서서 서재 쪽으로 가더니) 회장님 장팀장 왔습니다.

김필중E : 들어오라고 해.

재혁 : (본다. 보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태희 : (돌아본다. 시선에서)



S#51. 김필중의 서재 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김필중. 고개 들어 본다. 보면.

짧은 인써트> 어린 재혁, 안으로 들어와 선다.

김필중, 표정 없이 본다. 보면.


재혁 : 부르셨습니까.

김필중 : (본다. 무표정하게) 나쁜 자식..

재혁 : (그 말에 고개 들어 보면)

김필중 : 너 정말로 끝까지 태희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냐? 기어코 나한테서 태흴 뺏어 가야겠어?

재혁 : 그러겠다고 이미 대답 드렸습니다.

김필중 : (본다. 보더니) 불한당 같은 놈.. 실력으로 안되니까 이젠 태희를 뺏어 가보겠다?

            그런다고 내가 눈 하나 깜짝할 줄 알아?

재혁 : (보면)

김필중 : (이내 기운이 딸리는 듯 숨을 몰아쉬며) 조금만 더 일찍 너란 놈에 정첼 알았어두 절대로 그냥 두지 않았을 거야..

재혁 : ...

김필중 : (본다. 잠시 바라보더니) 너.. 한 가지만 나하구 약속해. 우리 태희.. 데려가서 행복하게 해주겠다구.

재혁 : ! (멈칫.. 고개 들어 본다. 보면)

김필중 : 니 녀석 할애비와 나 사이에 있었던 비극은.. 내가 짊어지고 무덤으로 갈 테니.. 이젠 넌 과거 일은 다 잊도록 해.

            너는.. 아직 젊구 창창하니까.. 태희하구 같이 둘만의 미래만 생각해.

재혁 : (흔들리는 시선으로 본다. 보면)

김필중 : 니 할애비가 지어준 이름을 걸구.. 약속 할 수 있겠냐?

재혁 : (본다. 시큰해서 바라보면)

김필중 :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럼 약속한 걸루 내 믿지. (그러더니 천천히 일어나며) 따라 나와. (밖으로 나간다)

재혁 : (말없이 돌아보는 시선에서)



S#52. 평창동 거실


소파로 나와 의자에 앉는 김필중.


김필중 : 다들 이리와 앉아라.


현자, 승희, 태희, 재혁 모두 의자에 앉는다. 서준과 박기사, 예산댁 한쪽에 서서 바라보면.


김필중 : (재혁과 나란히 앉은 태희를 본다)

태희 : (김필중을 보면)

김필중 : 태희하구 장팀장.. 허락하기로 했다.

태희 : !

현자 : ! (놀라서 본다) 아버지!

승희 : ! (놀라서 본다. 얼른 장팀장 쪽 돌아보면)

재혁 : ...

현자 : 아버지,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두 사람을 허락하다니.. 그럼 결혼을 시키시겠다 그 얘기세요? (하는데)

김필중 : 조용히 해. 내 말 끝날 때까지 모두 다 입 다물구 있어.

현자 : (그저 기가 막혀 본다. 보면)

김필중 : (재혁을 보며) 장팀장. 내가 지금 이 순간 바라는 건 오직 하나 뿐이야. 우리 태희가 행복해지는 거..

            (보며) 우리 태희.. 어려서 에미 애비 다 잃구, 어린 게 마음고생 많이 하면서 자랐어.

            거기다 이 괴팍하고 고약한 늙은이 밑에서 혼자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거야.

태희 : (일순 글썽해지는 눈물로 보면)

김필중 : 나.. 이제 내 손녀딸 눈에서 눈물 나는 거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구.. 자꾸 눈물 나는 일을 만들겠나.

재혁 : ...

김필중 : 이젠.. 자네한테 보내줄 테니.. 우리 태희 자네가 책임지고 행복하게 만들어줘.

태희 : 할아버지..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하면)

김필중 : 힘들 때 서로 아껴 주구 보듬어 주구.. 어렵구 힘든 세상.. 둘이서 의지해가며 그렇게 살아.

            (보며) 자네라면.. 태희한테 그렇게 해줄 수 있을게야.

재혁 : (눈시울이 시큰해져서 본다. 보면)

태희 : (목이 메여 말도 못하는 가운데)

김필중 : (고개를 끄덕이더니 현자에게) 이왕 결정 내린 거 미루지 말고 약혼날짜 잡아.

            이번 주나 다음 주 안으로 하는 게 좋겠다. 식구들끼리 조촐히 모여서 하는 걸로 하자.

현자 : 하지만 아버지..

김필중 : 내가 내린 결정이야. 토 달지 마. (그러면서 끙 일어선다)

태희 : (따라 일어서서 본다)



S#53. 김필중의 서재


안으로 들어오는 김필중, 힘겹게 책상 앞에 앉아 아들의 사진을 보면 그 뒤로 따라 들어서는 태희.


김필중 : (본다. 보면)

태희 : 할아버지..

김필중 : 고맙단 말 할 필요 없다. 니 애비한테 한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태희 : 할아버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게.. 잘 할게요.

김필중 : (본다. 보더니) 이리 와 보겠니?

태희 : (다가서서 옆에 키를 낮춰 앉으면)

김필중 : (태희의 손을 꼭 잡는다. 두 손으로 보듬으며) 내가 널..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명심해라.

            니 뒤엔.. 항상 이 할애비가 있다.

태희 : (떨어지는 눈물.. 조용히 할아버지 손에 얼굴을 댄다)

김필중 : (태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모습에서)



S#54. 평창동 거실


서준 : 어쨌든 잘 됐네요, 재혁이 형. 아니.. 이제 매형인가? 암튼 축하해요.

현자 : 허! 축하할 일두 쌨구나. (하더니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면)

승희 : (본다. 보다가 일어나 이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서준 : (썰렁해서 보면)


재혁, 말없이 일어나 돌아선다. 순간 그만 한쪽에 있던 도자기를 건드린다. 떨어지면서 동시에.



S#55. 선우의 부엌


쨍그랑..! 떨어지면서 깨지는 컵.

선우, 놀라서 내려다본다. 주워 들다가 찔리는 손가락. 아야.. 아픈 듯 찡그리며 손가락을 본다.

문득, 가슴 한구석이 싸해서 시선 들어 보는 얼굴에서 FADE-OUT.



S#56. 평창동집 앞


한쪽에서 차의 먼지를 털고 있는 박귀중.

그 때 프레임-인 되는 황국도의 뒷모습. 집 앞으로 다가가 기웃거린다.


박귀중 : 누구..십니까?

황국도 : (돌아본다) 아, 예.. 저그 그것이.. 저로 말할 거 같으면 김윤희라고....

            바로 그 김윤희를 키워준 사람 올 습니다 예. 하하..

박귀중 : (? 본다. 보는데)


그 때 대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승희, 나오다가 멈칫.. 황국도를 본다. 순간 표정 창백해져서 보면.


박귀중 : 아, 윤희 양. 마침 잘 나왔네. 이 분이 윤희 양을 만나러 왔다는데..

승희 : 아..아저씨..!

황국도 : 이이. 잘 있어냐 윤희야?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본다. 보는데서)


승희, 고개를 돌린다. 시선에서.






























첨부파일 유리구두27.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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