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구두] 29 - 파란(波瀾) (上)
1. S# 돕부. <28부 50씬> N
김필중 : (눈을 번쩍 뜨고 보며) 뭐.. 뭐야? 진짜를 찾았어? 어디서!
이번엔 진짜 맞나? 진짜가 확실해? 누구야. 그게 누구야!
박귀중 : 회장님. 놀라지 마십쇼. 그 애는 지금 제하통신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았었구요.
바로 이선우라고 하는 아입니다.
비틀.. 하는 김필중..
박귀중 : 회장님!
김필중 : (겨우..) 지금 그 아이.. 어딨는지 알고 있나?
박귀중 : 집을 알아뒀습니다. 가서 데려올까요?
김필중 : 아니야.. 내가 직접 가야겠어. 앞장 서. (단호한 시선에서)
2. S# 어두운 도로. N
달려오는 김필중의 차. 박귀중, 운전하면서 백밀러로 한번 돌아보면
차안에 타고 있는 김필중, 입을 꾹 다문 채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바라보는 김필중의 얼굴에서.
flash-back>
선우 : 할아버진 어느 부서에서 일하세요?
김필중 : 나아? 나는 특별히 정해진데 없이 필요할 때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일하는 사람이요.
선우 : 어머 그래요? 저두 그런데. 원래는 4층 5층이 담당인데요. 필요하면 다른 층두 왔다 갔다 해요.
일주일에 두 번 씩 휴게실이랑 꼭대기 층두 청소해야 하구, 지금은 또 도서관 땜빵 하러 가야해요. (웃는 선우의 얼굴에서)
현재>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움직이는 김필중의 시선에서.
flash-back> 19부 44씬.
선우 : 저 얼마 전부터 사무 보조원으루 일하게 됐어요, 할아버지. (선우의 웃는 얼굴에서)
flash-back> 21부 30씬.
재혁과 선우, 둘 다 걸음을 멈추고 김회장을 본다.
차가운 김필중의 시선. 바라보는 선우에서.
현재>
흔들리는 시선으로 창밖을 응시하는 김필중의 모습위로.
김필중E : 나는 이선우양이 이 회살 그만둬줬음 좋겠어.
flash-back> 28부 25씬.
김필중, 책상위로 내미는 돈 봉투.
선우 : 이 돈으로 제 행복을 살 수만 있다면.. 네, 저 이 돈 받겠어요.
하지만 회장님께서 주신 이 돈은 저한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요. 그래서 받을 수가 없어요.
김필중 : (보면)
선우 : 이제 저한테 남은 건 그 일뿐인데.. 그 마지막 남은 하나까지 저더러 포기하라 그 말씀이세요?
김필중 : 이건 세 사람 모두한테 다 불행한 일이예요. 제발 부탁이니.. 이선우양이 떠나줘요.
선우 : (툭.. 떨어지는 눈물에서)
다시 현재>
김필중, 무거운 신음소리.. 괴롭다.
박귀중 :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김필중 : 내가.. 대체 내가 그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한 게야..
박귀중 : (보면)
김필중 : 이것 봐 박기사 서둘러. 속력을 좀 더 내봐.
박귀중 : 네 회장님.
김필중 : (시선 돌려 창밖을 응시하는 모습에서)
3. S# 승희의 방. N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하는 승희, 대체 무슨 일일까.. 대체 무슨일 때문에 할아버지가 그런 걸까..
그저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한데 그 때 울리는 전화벨.
승희 : 여보세요?
황국도F : 어따. 승희야. 너 아적 무사허게 붙어있었냐?
승희 : ! (놀라서 본다. 보면)
4. S# 공중전화부스. N
황국도 : (얼굴에 여기저기 맞아 멍든 자국 역력한 가운데) 하기사 거기 붙어있는 것도 오늘밤이 마지막일 것이다.
내일 날 밝으면 즐거웠던 니 인생두 이자는 끝이다 그 말이지이.
승희 : (insert> 얼굴) 그게 무슨 말이야? 아저씨, 설마..
황국도 : 그랴! 내가 다 불었다. 선우가 진짜 그 집 둘째 손녀딸이라고 불어버렸당께.
어따 속 시원하게 말하고 나니께 십 멫 년 묵은 체증이 기냥 쫙 내려간다 야. (낄낄.. 웃음소리)
승희 : (insert> 충격으로 부들부들 떠는 얼굴에서)
황국도 :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말 들어봤제? 나를 요 모양 요 꼴로 만들었응께 너도 한번 당해봐라 요것아!
어메 고소하고 재밌는 거.. (다시 낄낄낄 웃는데서)
5. S# 승희의 방. N
핸드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황국도의 웃음소리.
정신조차 차릴 수 없는 공포로 듣던 승희, 그대로 핸드폰을 접어 탁!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힘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승희. 덜덜덜 떨려오는 몸...
승희 :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안 돼...
잠시 정신을 못 차리고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다가 다시 핸드폰을 집든다. 번호를 누르더니.
승희 : 수탁 씨.. 저 승희예요. 선우.. 새로 이사한 집 알죠? 거기 어딘지 말해 주세요.
급한 일이예요..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라구요! 어디요? (듣는데서)
6. S# 선우의 방. N
책상 앞에 앉아 영문서류를 들춰본다. 모르는 영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고.
그러면서 옆에 있는 물 컵을 들어 마신다. 물이 없다..
선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순간 핑.. 어지러움. 일어서다 말고 도로 주저앉는다.
선우, 어지럼을 가라앉히며 잠시 그대로 앉아 있는데 탕탕탕 문을 두드리는 소리.
선우, 멈칫.. 돌아본다. 다시 간격을 두고 탕탕탕 문을 두드리는 소리.
선우 : (본다. 겨우 어지러움을 진정시키며) 누구세요? (대답이 없다) 누구시냐니까요?
탕탕탕! 두드리는 문소리.
선우, 본다. 보다가 부엌으로 나가 문을 열어주는데.
철웅 : 어이! (하면서 놀래켜 준다)
선우 : 깜짝이야.. (놀라서 보면)
철웅 : 이거이거. 보안경비가 전혀 안 되있잖어? 밖에서 대답을 안 하면 끝까지 문을 열어주지 말아야지.
누군 줄 알구 벌컥벌컥 문부터 열어주는 거야 너. 여자 혼자 살면서 큰일날라구..
선우 : 왠일이야 이 시간에?
철웅 : (본다. 보더니 고무봉지 내민다) 떡볶이.. 그리구 순대. (씩 웃으며) 너 먹으라구.
선우 : (받으면서) 이거 주러 일부러 왔단 말야?
철웅 : (잠바 주머니에서 영양제 한 병을 꺼내 내밀며) 그리구 이것두. 영양제야.
선우 : (? 보면)
철웅 : 20세기두 아니구 21세기에, 것두 영양실조로 쓰러졌다는 게 말이 되냐?
이거 하루에 두 알씩 아침 저녁으루 먹어. 그럼 튼튼해 진다드라. (하면서 선우 손에 쥐어주면)
선우 : 돈두 없으면서 뭐하러 이런 건 사 와?
철웅 : 그런 건 아녀자가 신경 쓸 일 아니다. 내 주머니 걱정그만하구 들어가 먹어. 다 식겠다.
선우 : (흘끗 본다)
철웅 : (안가고 벌쭘히 서서 보면)
선우 : 잠깐.. 들어올래?
철웅 : (사실 기다렸다) 그럴까? 그럼 나.. 들어갈까?
선우 : (픽 웃음.. 돌아서서 들어가면)
철웅 : (좋아서 따라 들어간다)
7. S# 달리는 김필중의 차안. N
운전하는 박귀중, 뒤에 앉은 김필중, 둘 다 조급한 표정으로 어두운 도로를 응시하고 있다.
막히는 도로..
김필중 : 늦은 시간인데 길이 왜 이렇게 막히는 거야.
박귀중 : 원래 여기가 늦게까지 막히는 길입니다. 조금만 더 가면.. 정체가 풀릴 겁니다. 회장님.
김필중 : 서둘러.. 서둘자구 좀.
박귀중 : 네 회장님. (마음만 조급한 가운데)
8. S# 달리는 택시 안. N
뒷자리에 초조하게 앉아 있는 승희. 시계를 들여다본다. 초조하고 불안한 시선..
9. S# 선우의 방. N
마주앉아 맛있게 떡볶이를 먹는 선우. 철웅, 선우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빙긋 웃으며 본다.
선우 : 뭐해? 너두 먹어.
철웅 : 너 맛있게 먹는 거 보니까 안 먹어두 배부르다.
선우 : 너 꼭 그럴 때마다 늙은 영감 같어. 그러구 앉었지 말구 자, 어서 먹어.
철웅 : (젓가락만 받은 채 다시 선우를 본다)
선우 : (참 맛있게 먹는다. 모습에서)
10. S# 달리는 택시 안. N
승희, 계속 시계를 들여다본다. 그러다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잠시 생각하는 시선에서.
11. S# 김필중의 차 안. N
달리기 시작하는 차.
박귀중 : 정체가 풀리는 모양입니다. 회장님.
김필중 : 그래? 어서어서 서둘러.. 빨리 가자구.
박귀중 : 네 회장님.
속도를 높히기 시작하는 박귀중. 초조한 기색으로 앞쪽을 보는 김필중..
점점 속력이 올라가는데 그 때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벨. (음악소리 말고 보통 벨소리로. 띠리리, 띠리리.. 요란하게.)
김필중 : (흘끗 보면)
박귀중 :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전화 꺼놓는걸 깜빡 잊었나봅니다, 얼른 끄겠습니다.
하면서 주머니엔 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급히 꺼내다가 그만 운전석 바닥으로 떨어져버리는.
계속해서 요란하게 울려대는 전화벨.
박귀중, 운전대를 잡은 채 어쩌나 하는데 두어 번 더 울리고 멈추는 벨.
12. S# 달리는 택시 안. N
승희 : 대체 왜 안 받는 거야 이 아저씨.. 설마 벌써 도착한건 아니겠지? (더 불안해져서 다시 번호를 꾹 누른다)
13. S# 달리는 김필중의 차 안. N
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핸드폰 벨. 띠리리.. 띠리리..
김필중, 소리가 거슬리는 듯 한번 돌아보면.
박귀중 : 죄송합니다, 회장님..
박귀중, 얼른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전화기를 찾기 위해 손을 뻗는다.
더듬더듬하는 박귀중의 한손.. 그러나 핸드폰에 손이 닿질 않고,
Insert>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초조하게 신호를 기다리는 승희 얼굴.
계속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박귀중, 어떻게든 집어보려고 애를 쓰는 표정. 그러다 그만 순간적으로 한눈을 파는 순간!!
바로 그 때 맞은편에서 빵빵! 요란하게 경적을 울리며 경각등을 다급하게 깜빡거리는 트럭!
순간 놀라서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 박귀중,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돌린다.
일순 박귀중의 얼굴위로 눈을 찌르듯 하얗게 비쳐 들어오는 하이라이트.
빠----앙 요란하고 길게 울려대는 경적소리 위로.
눈을 부릅 뜬 채 노려보듯 바라보는 김필중의 얼굴에서, 화면 하얘지는데서.
E 끼----이익! 쿠구궁!!! (요란하게 부딪히는 소리에서)
14. S# 레스토랑. N
툭! 태희의 손 포도주잔을 건드리는 바람에 하얀 테이블위로 쏟아지는 와인 잔.
순간 하얀 테이블보위로 피처럼 번지는 붉은 와인.
재혁 : (? 보면)
태희 : 이상하네.. 손이 미끄러졌나봐. (불안하게 본다)
재혁 : 왜 그래? 안색이 안 좋다?
태희 : 글쎄.. 가슴이 쿵쾅거리는 게.. 왠지 기분이 이상하구 마음이 불안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처럼.. 가슴이 뛰어.
재혁 : (그 말에 본다. 보는 시선에서)
태희 : (불안한 듯 시선을 돌린다. 돌리면)
15. S# 어두운 도로. N
승희,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는 가운데 속력을 줄이는 택시.
승희 : 아저씨. 왜 그래요?
운전사 : 사고가 난 모양인데요?
승희 : 사고요? (하면서 시선 돌린다)
엠뷸런스 불빛이 돌아가고 있는 어두운 도로.. 경찰 하나가 차량의 흐름을 돕기 위해 야광 봉을 움직이고 있다.
그 옆으로 천천히 지나가는 택시.
승희, 창문을 내리고 사고 난 쪽을 본다. 보다가 멈칫..
승희 : 아저씨! 멈춰 봐요!
운전사 : (? 본다) 여기서요?
승희 : 어서 멈추라니까!!
사고지점을 지나자마자 한쪽에 멈춰서는 택시.
승희 : 여기서 기다리세요.
택시에서 내려선 승희, 사람들이 웅성웅성 몰려서 있는 도로 한쪽으로 천천히 다가선다.
두근두근.. 설마 할아버지 차는 아니겠지..두근두근.. 다가서는 승희, 사람들을 천천히 헤치면서 다가선다.
순간 멈칫..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승희.
여기저기 차 유리가 흩어져있는 가운데 들것에 실려지는 김필중의 모습.
아직 의식이 남아있는 듯.. 음.. 흐릿하게 눈을 뜨고 보는데 순간 승희와 시선이 마주치는 김필중..
일순 두 눈을 부릎 뜨고 승희를 보는 김필중..
승희, 두려움으로 김필중을 마주본다. 김필중, 필사의 힘으로 노려보며 승희를 향해 피 묻은 손을 뻗는다.
승희, 본다. 바라보다가 그대로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김필중.. 으으.. 신음소리를 내며 승희를 노려보는데 순간 그 위로 씌워지는 산소 마스크..
구급요원들에 의해 구급차 쪽으로 옮겨지는 김필중.. 그러면서도 필사적으로 승희와 마지막 시선을 마주친다. (짧은 slow)
시야에서 사라져 구급차에 실려지는 김필중..
승희, 두려운 시선으로 보면 김필중의 뒤로 다른 들것에 실려지는 박귀중..
뚫어져라 바라보는 승희의 시선에서.
16. S# 택시 안. N
문을 열고 재빨리 안에 올라타는 승희, 탁! 문을 닫는다.
운전사 ?해서 본다. 보면 덜덜덜.. 떨고 있는 승희..
운전사 : 출발할까요?
승희 :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다)
운전사 : 손님.. 괜찮으세요?
창문 밖으로 요란하게 싸이렌 소리를 내며 멀어지는 구급차.
승희의 멀어지는 구급차를 본다. 보더니.
승희 : 다시.. 돌아가 주세요.
운전사 : 네?
승희 : 집으루.. 돌아가 주세요.. 집으루. (눈시울이 붉어진 채 덜덜 떨며 바라보는 시선에서)
17. S# 레스토랑 안. N
커피를 마시고 있는 두 사람..
재혁 : 어때? 기분은 좀 나아졌니?
태희 : (고개 들어 본다. 보다가) 어어.. 그냥..
재혁 : 요즘 너.. 무리해서 그런 건지도 몰라. 약혼이다 신사업 프로젝트다.. 정신없이 바빴잖아.
태희 : 둘 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뭐..
재혁 : 오늘 밤에 영화보기로 한건 취소하자. 그러는 게 좋겠어.
태희 : 그럴까? (웃는데)
울리는 재혁의 전화벨. 태희, 멈칫해서 보면 재혁, 헨드폰을 받아든다.
재혁 : 네 장재혁입니다. 아, 진실장님. (듣다가 멈칫.. 표정이 굳는다)
태희 : (? 본다)
재혁 : 그게.. 사실입니까? 언제요? (충격적인 표정으로 천천히 시선을 들어 태희를 본다)
태희 : (재혁의 얼굴을 빤히 보면)
재혁 : (겨우) 네.. 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 (수화기를 내린다)
태희 : 왜 그래? 무슨 전화야?
재혁 : (시선을 들어 태희를 본다)
태희 : (? 보는 시선에서)
18. S# 평창동 거실. N
현자 : 뭐라구요? (충격으로 입을 떡 벌린 채로 있다)
그 때 뒤로 들어서던 승희, 멈칫해서 보면.. 현자, 힘없이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는다.
현자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교통사고라뇨? 아버지가 교통사고라뇨!!
승희 : (본다. 최대한 동요를 감추며 모르는 척 시선 돌리는데서)
19. S# 철웅의 집거실. N
연웅 : 자세히 좀 말씀해보세요. 대체 뭐가 어떻게 됐다는 거예요? 네?
길여옥 : (놀란 표정으로 옆에서 바라보는 위로)
연웅 : 어떡해.. (점점 울먹거려지는 표정) 거기가 어느 병원인데요? 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으면)
길여사 : 연웅아.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아범이 뭐가 어쨌다구?
연웅 : 아버지.. 교통사고 났대 할머니. (울먹..!) 중앙선 침범으루 마주오던 트럭하구 충돌했대..
길여옥 : ! (멍하니 본다. 보다가 그대로 주저앉는다)
연웅 : 할머니! (안절부절 못하면) 할머니, 정신 차리세요. 할머니..!!!
길여옥 : (멍한 시선으로 잠시 갈피를 못잡더니) 철웅이.. 철웅이 어딨냐.. 니 오빠부터 좀 찾아봐라.
20. S# 선우의 방. N
방에 길게 드러눕는 철웅.
철웅 : 아 편하다!
선우 : (치우며) 뭐야? 다 먹었음 집에 가지 왜 누워?
철웅 : 너무 야박하게 그러지 마라. 딱 오 분만 쉬었다 갈께. 딱 오 분만.
선우 : (시계 들여다본다. 재고 있다)
철웅 : 아, 진짜 너 자꾸 그러면 확 잠들어버린다.
선우 : 잠들어 버리면 길바닥에 내다버리지 뭐.
철웅 : 니가? 니가 나를 들어서 길바닥에 내 버린다구?
선우 : 왜? 내가 못할 거 같애? 궁금하면 한번 잠들어 봐. 내가 하나 못하나?
철웅 : (어이없이 픽 웃는데)
울리는 전화벨. 선우 받는다.
선우 : 여보세요. 어어 연웅이구나. 어. 철웅이 여깄어. 금방 갈 거야. (시계 보며) 아마 삼분쯤 있다 출발할거야.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 연웅아? (하다가) 응? 뭐라구? (순간 표정 굳는다) 뭐? 아저씨가?
철웅 : (? 보면)
선우 : 철웅아 어떡해.. 아저씨가 사고 나서 크게 다치셨대!
철웅 : (벌떡 일어나 앉아 본다. 놀라는 표정에서)
21. S# 영안실 복도. N
급히 안으로 들어서는 재혁과 태희. 한쪽에 이미 와서 서 있는 진실장과 대여섯 명의 수행원들.
태희 : 할아버지는요?
진실장 : 그게..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듯 시선 돌린다)
태희와 재혁, 같이 시선 돌려 보면 굳게 닫혀있는 영안실 문..
태희 : (자기도 모르게 재혁의 팔을 꾹 붙든다)
재혁 : (태희를 보면)
진실장 :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에 그만.. (말을 못 잇는다)
태희 : (영안실 문을 뚫어져라 본다. 보더니) 할아버질.. 만나야겠어, 재혁아. 내 눈으루 직접 확인해야겠어.
진실장 : (본다)
재혁 : (본다. 시선에서)
22. S# 영안실 안. N
천천히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와 재혁.
한쪽 침대에 흰 천으로 덮혀있는 김필중의 주검..
태희, 잠시 멈칫해서 본다. 보다가 천천히 그 쪽으로 다가서면 담당자, 흰 천을 들어 김필중의 얼굴을 확인시킨다.
재혁, 충격으로 본다. 보다가 이내 시선 돌리면
태희, 창백하고 멍한 얼굴로 할아버지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보며.
태희 : 재혁아. 저 분이.. 우리 할아버지 맞니?
재혁 : (태희를 본다)
태희 : 정말.. 우리 할아버지야?
재혁 : (다시 한 번 김필중을 돌아본다. 보며) 그래. 회장님이셔.
다시 한 번 쿵.. 무거운 것이 머리로 떨어지는 느낌..
태희, 너무나 큰 충격으로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저 믿어지지 않는 듯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서.
23. S# 영안실 앞 복도. N
우르르 몰려들어오는 현자, 서준, 승희.
진실장, 돌아보면.
현자 : 진실장님!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예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다뇨!
우리 아버지가..우리 아버지가 정말 돌아가신 거 맞아요?
승희 : (긴장한 시선으로 영안실 쪽을 보면)
진실장 : 정말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모님.
현자 :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맥이 탁! 풀린다)
그 때 영안실 문이 열리면서 밖으로 나오는 태희와 재혁..
현자, 태희를 본다. 승희도 얼른 보면.
현자 : 태희야 할아버지는..?
태희 : (지나칠 정도로 창백하고 차분하고 담담하게 모두를 보면)
재혁 : 지금 방금 들어가 확인하고 나오는 길입니다.
현자 : (본다. 보다가 순간) 으응.. (머리를 짚으며 휘청한다)
서준 : 엄마! (얼른 부축하면)
진실장 : (수행원에게) 뭣들하구 있어! 빨리 가서 의사 불러와! 자넨 가서 물 좀 가져 오구. 뭐해! 부축해드려!!
(하고 소란 피우는데)
태희 : (위엄 있게) 다들 조용히 해요! 너무 시끄럽잖아요!
일순 조용해서 태희를 돌아본다. 보면.
태희 : 지금 안에 할아버지가 계세요. 소란 떨지 말란 말이예요.
진실장 : (본다)
재혁 : (보면)
태희 : 서준이 너.. 고모 다른 곳으로 모시구 가. 병실 하나 잡아서 쉬시게 해.
서준 : 알았어요, 누나.
서준, 수행원 두엇이 서준을 도와 현자를 부축해 간다.
태희, 최대한 의연하려고 꼿꼿이 고개를 들어 진실장을 보며.
태희 : 진실장님..
진실장 : (보면)
태희 : 회장님 부고.. 회사에 알리도록 하세요. 장례에 필요한 모든 절차.. 진실장님이 알아서 진행해주시구요.
언론에서 너무 떠들어대지 않도록 협조 부탁하세요. 장은.. 삼일장으로 하죠.
진실장 : 그래두 회장님이신데 적어도 오일장은 해야..
태희 : 할아버지 요란하고 시끄러운 거 딱 질색이셨어요. 삼일장으로 하세요. (단호하다)
진실장 : (한번 본다. 보더니) 알겠습니다. (돌아서서 프레임-아웃하면)
승희 : 언니.. 정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거 맞아요? 정말루 돌아가신 거예요?
태희 : 그래. 돌아가셨어.
승희 : (본다. 멍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태희 : 윤희 너두 그만 고모한테 가봐. 서준이하구 같이 고모 옆에 있어드려.
승희 : 언니 옆에 있을래요.
태희 : 난 괜찮아. 좀 앉아서 쉬면 괜찮을 거야. (보며) 가봐.
재혁 : (보며)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요, 윤희 씨.
승희 : (흘끗 재혁을 본다)
재혁 : (차갑게 서로만 아는 시선으로 승희를 보면)
승희 : (본다.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프레임-아웃)
그제야 천천히 한쪽 의자에 앉는 태희.
재혁, 본다. 보더니 그 옆에 앉으며.
재혁 : 다들 갔어. 이젠 나한테 기대두 돼.
태희 : (재혁을 본다. 보다가 그제야 힘없이 재혁에게 기댄다)
재혁 : (보면)
태희, 창백하고 멍한 표정. 아직도 이 충격적인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자꾸만 아득해지려는 정신..
덜덜 떨리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두 눈을 감는다. (아직 눈물을 보이지 않는 그녀.)
재혁, 말없이 안아주며 시선을 돌린다. 김필중의 죽음은 그에게도 충격이었다.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 시선에서.
24. S# 복도 일각. N
한쪽으로 프레임-인 되는 승희, 덜덜 떨리는 기분을 견디지 못한 채 한쪽에 기대선다. 그러더니..
승희 : 그래.. 아직 하늘은 내 편인거야.. 아직 내 편이라구.. (그러면서 소리 없이 히스테릭하게 웃는 얼굴에서)
25. S# 중환자실 병실 복도. N
뛰어 들어오는 철웅과 선우. 뛰어오다가 멈칫.. 보면.
중환자실 앞에 앉아 있는 길여옥과 연웅과 수탁.
선우, 그 앞으로 다가서면.
연웅 : (일어서서 보며) 오빠.. (금방 울 것 같다)
철웅 : 어떻게 된 거야? 아버지 지금 어디 계셔?
선우 : 많이 다치셨니? 어디가 얼마나 다치신 건데?
연웅 : 아직 의식을 못 차리고 계셔. 가족들 면회도 안 된대.
철웅 : ! (본다. 병실 쪽을 보면)
선우 : (길여옥을 돌아본다. 그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굽히고 앉는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길여옥 : ...
선우 : 할머니..
길여옥 : (그제야 천천히 시선을 들어 선우를 본다. 보더니 맥없이) 뭐 하러 왔어? 내일 회사 출근해야 할 텐데..
선우 : (본다. 손을 꼭 잡아주며) 아저씨 무사하실 거예요. 꼭 무사하실 거예요. 그러니까 염려하지 마세요, 할머니. 네?
길여옥 : (순간 시큰..) 그래. 무사해야지, 우리 아범.. 무사할 게야.
선우 : (가슴이 아파 본다)
철웅 : (보다가 시선 돌리는데)
수탁 : (철웅에게만 들리게 작게) 저기.. 철웅이 형.
철웅 : (? 돌아본다. 보면)
수탁 : 아까부터 경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철웅 : 뭐? 경찰?
선우 : (? 돌아본다. 시선에서)
26. S# 일각. N
철웅 : 뭐라구요? 우리 아버지가 음주운전이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예?
경찰1 : 박귀중 씨 혈중 알콜 수치가 0.1프로나 나왔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무조건 형사입건입니다.
선우 : ! (그럴 리가.. 하는 표정으로 보면)
철웅 : 웃기는 소리 하지마쇼. 우리 아버진 술 같은 거 안하는 양반입니다.
회장님 차 운전대 잡은 뒤로 술 같은 거 한 번도 입에 댄 적 없는 분이라구!
경찰1 : 상대 트럭 운전사의 증언을 들어봐도 그렇고.. 차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트럭으로 돌진한 걸로 봐서,
박귀중 씨의 음주운전에 의한 사고로 추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철웅 : 그럴 리 없다니까! 당신들 분명 뭔가 잘못 알구 있는 거야. 다시 가서 알아봐! 다시 가서 알아 보라구!
경찰1 : 일단 의식이 돌아오고 몸이 회복하는 대로 경찰심문조사가 있을 겁니다.
철웅 : (순간 경찰1의 멱살을 쥐어 잡더니) 아니라구 말했잖아! 우리 아버지 술 같은 거 마시는 분 아니라구!
분명히 뭔가 착오가 있었을 거야. 그러니까 가서 똑바루 다시 알아 봐! 다시 알아보란 말야!!!
경찰1 :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하는데)
선우 : (얼른 말리며) 철웅아. 이러지 마.. 이 손 놓구 얘기해! (하면서 겨우 철웅의 손을 떼놓으며) 너 대체 왜 이래!
철웅 : 저 자식들이 우리 아버지를 모함하구 있잖아! 우리 아버지가 술 마시구 사고 낸 거라구 덮어씌우구 있잖아 지금!
경찰1 : 덮어씌우는 게 아니라 검사결과가 그렇게 나왔대두요!
철웅 : 이 자식이!! (또 다시 덤벼들듯 씩씩거리며 보면)
선우 : (온몸으로 철웅을 끌어안으며) 그만해! 철웅아! 그만!
철웅 : (멈칫.. 선우를 본다)
선우 : 그만해. 지금은 아저씨 의식이 깨나는 게 먼저잖아. 그러니까 문제 일으키지 말구 흥분 가라 앉히라구. 응?
철웅 : (본다. 보다가 겨우 누르고 시선 돌리면)
선우 : (경찰 쪽을 돌아보며) 경찰 아저씨두 무슨 말씀인지 알았으니까 그만 가보세요.
형사 입건을 하든 뭘 하든.. 어쨌든 사람이 깨나야 하는 거잖아요. 사람 목숨이 먼저잖아요.
경찰 : (조금 미안했던지 시선 돌리면)
철웅 : 어우우우!! (하면서 옆에 있는 거 아무거나 걷어찬다)
선우 : (본다. 시선에서)
27. S# 중환자실. N
머리며 팔다리 등등을 온통 붕대로 칭칭 감은 박귀중,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힘겹게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모습에서.
28. S# 야외 일각. N
한쪽으로 나와 담배 불을 붙이며 길게 연기를 내뿜는 재혁.. 표정 없이 나즉히 한숨을 내 쉬다가 멈칫..
저쪽으로 앉아 있는 철웅과 선우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순간 가슴 한쪽이 싸아..하게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끼는 재혁.. 보면.
괴롭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철웅.. 그 옆에서 앉아 있는 선우, 말없이 손을 들어 위로하려다 멈칫.. 그대로 손을 내린다.
그저 안타까운 시선으로 철웅을 바라보기만 하는 선우.
재혁, 그런 두 사람을 본다. 보다가 조용히 시선을 돌린다.
29. S# 길거리 일각. D.
신문을 들여다보는 황국도, (많이 초라하고 구질구질해진 모습) 부고 란에 김필중 회장의 부고를 보고 놀란다.
작은 제목란에 <운전사의 음주운전으로 추정..> 이라는 문귀를 보고 멈칫하는 황국도..
짧은 insert> 황국도가 억지로 박귀중에게 술을 마시게 하는 장면.
황국도, 멍하니 신문을 들여다보며.
황국도 : 아따 참말로 큰일 나부렀네..이렇게 되믄 나야 말루 낙동강 오리알 아녀. 오메.. 돌아가시겄네 이거.. (울상을 짓는데서)
30. S# 장례식장 안
향불이 피어오르는 앞으로 보이는 김필중의 영정. 그 앞에다 차례로 국화꽃을 올려놓고 묵념을 하는 조문객들..
그 옆으로 상복을 입은 서준과 태희, 그리고 재혁이 서 있다.
진실장과 오한영, 꽃을 놓고 묵념한 뒤 상주인 서준과 태희에게 인사하면 두 사람, 말없이 목례로 답하는.
민영도 국화꽃을 놓고 묵념. 상주들에게 인사한다.
서준 : 와줘서 고맙다.
민영 : (고개를 끄덕인 뒤 돌아서서 나간다)
민영과 엇갈려 프레임-인 되는 선우.
재혁, 멈칫.. 선우를 본다. 시선으로 따라가면.
태희, 고개 돌리다가 재혁의 시선이 가는 곳을 본다. 멈칫.. 선우를 보면.
선우, 조용히 국화꽃을 들고 영정 앞에 바친다.
잠시 영정을 바라보는 선우, 조용히 눈을 감고 묵념하는데.
김필중E : 이선우양 떠나줘요..
순간 멈칫.. 눈을 뜨고 고개들어 영정을 보는 선우.
선우를 쳐다보고 있는 김필중의 영정위로.
김필중E : 절대로 세 사람은 한 곳에 있으면 안 돼. 살날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의 마지막 부탁이야.
제발 부탁이니.. 이선우양이 떠나줘요.
선우, 순간 목이 메이는 아픔으로 김필중의 영정을 본다.
선우의 옆으로 보이는 태희와 재혁.. 선우, 겨우 돌아서서 상주들과 서로 목례를 한다.
고개 들어 붉어진 눈시울로 태희를 바라보는 선우. 태희, 짐짓 웃어주는 슬픈 웃음..
선우, 끝까지 재혁의 시선과 마주치지 않은 채 돌아서서 나온다.
태희, 시선 돌려 재혁 쪽을 보면.
재혁 : (선우가 간 쪽을 바라보다가 표정 없이 시선 내린다)
태희 : ...
31. S# 장례식장 앞 일각.
프레임-인 되는 황국도의 얼굴.. 오가는 사람들을 돌아보다가 저쪽으로 지나쳐가는 선우를 본다.
멈칫.. 선우를 발견한 황국도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돌린다.
선우, 한곳에 서서 괴로운 듯 나즉히 한숨.. 그러더니 이내 걸음을 옮겨 사람들 속으로 사라진다.
황국도 : (본다. 보다가) 에이씨.. 그려. 이판사판이여.. 이왕 이렇게 된 거.. 부딪혀보는 겨.
하면서 선우가 간 쪽으로 따라가려는데 그 때 그 앞으로 쓱 프레임-인 되는 승희.
황국도, 멈칫! 놀라서 거의 뒤로 나자빠질듯 보면.
승희 : 이럴 줄 알았지. 혹시나 해서 지키구 서 있었더니.. 정말루 나타났네?
황국도 : (침을 꿀꺽 삼키고 보면)
승희 : 여긴 왜 또 나타나신 거야? 왜? 돌아가신 할아버지한테 아직도 하실 말씀이 남으셨어?
황국도 : 너.. 너 이년! 하늘이 무섭지두 않냐!
승희 : 하늘같은 게 있었다면.. 바로 어제 같은 날 할아버지두 돌아가시진 않았겠지?
하늘같은 게 있었다면 아마 지금쯤 모든 진실이 밝혀져서 선우가 나대신 이 자리에서 있어야겠지. 안 그래?
황국도 : 이런.. (노려보면)
승희 : (바싹 다가서더니) 날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웃기지 마.
내가 그렇게 아저씨 같은 사람한테 쉽게 당해줄 거 같아?
황국도 : 왜 이려! 내가 니 정체를 다 폭로해버리면 그 날루 넌 모든 게 끝장이여 끝장! 알겄냐?
승희 : 정말 그게 끝이라구 생각해? 그렇게 생각해 아저씨?
황국도 : (멈칫.. 본다. 보면)
승희 : 만에 하나.. 내 정체를 폭로한다면..그 땐 나 혼자 죽지 않아. 아저씨두 세상 구경 다 하는 줄 알라구.
황국도 : 뭐.. 뭐시여? 이.. 이것이 시방 돌았나..?
승희 : 이젠 곧 제하의 반이 내 꺼가 돼. 그걸 지키기 위해서라면.. 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날 방해하는 사람은 누구라두 그냥 두지 않을 거야. 하나님이라두 그냥 안 둬. 알겠어?
황국도 : (완전히 기가 질려서 바라본다. 보면)
승희 : (한쪽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황국도 가슴팍에 꽂아주더니 싸늘하게) 조용히 입 다물고 내 앞에서 꺼져.
안 그러면.. 재미없을 줄 알아.
황국도 : (본다. 꿀꺽.. 침을 삼키는데)
그 때 그 뒤로 지나가던 서준, ?해서 돌아본다.
서준 : 윤희야. 거기서 뭐해 너?
승희 : (돌아본다. 씩 웃더니) 어.. 암것두 아냐.. (다시 황국도 돌아 보더니) 그만 가보세요 아저씨.
황국도 : (본다. 보면)
승희 : (차갑고 나즉히) 어서 가보시라 구요!
황국도 : (승희 눈치를 흘낏 본다.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승희 : (황국도의 뒷모습 차갑게 쳐다보면)
서준 : ... (조금은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데서)
32. S# 야외 일각.
후들후들.. 한쪽에 와서 앉는 황국도..
황국도 : 저 지집애.. 완전히 눈깔이 돌아가분젔네.. 음마야.. 참말로 사람두 쥑이게 생겼고마이..
꿀꺽 마른침을 삼키더니 그 와중에서 돈 봉투를 꺼내 액수를 본다. 보다가 장례식장 쪽 돌아보는데서.
33. S# 장례식장.
창백한 태희, 계속 이어지는 조문객들에게 목례를 해주고 있다. 흐트러짐 없는 그녀의 모습에서.. fade-out.
34. S# 평창동 거실. N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승희, 현자, 서준. 그리고 재혁. (서준이 김필중의 영정을 들고 들어올 것)
태희, 들어서다 문득 한쪽에 걸려있는 김필중의 초상화를 본다. 멍하니 보는 시선 위로.
현자 : 아줌마. 수면제하구 물 좀 가져와요. 아우 두통이야.. (방으로 들어간다)
서준 : 누나두 그만 올라가 쉬어요. 꼬박 한숨도 안 잤잖아요.
승희 : 그래요 언니. 이러다 언니까지 병나겠어.
태희 : 난 됐어. 너희들이나 올라가 쉬어. 피곤할 텐데. (재혁을 보며) 계속 옆에 있어주느라 수고했어, 재혁아. 고마워.
이제 그만 너두 가서 쉬어. (그러더니 말없이 서재 쪽으로 들어간다)
서준, 승희, 태희를 본다.
재혁, 태희의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데서.
35. S# 김필중의 서재. N
안으로 들어서는 태희, 어둡고 텅 빈 방을 본다. 천천히 걸어 들어와 책상 앞에 선다.
손으로 천천히 책상을 만져보는 태희, 빈 서재, 빈 책상을 보고 나서야.. 진짜로 할아버지의 죽음을 실감하는 태희. 그 위로.
김필중E : 니가.. 태희냐?
태희 : (돌아보는 시선에서)
Flash-back> 4부.
김필중 : 잘 왔다. 잘..왔어.
태희 : (표정 없이)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김필중 : 그래.
태희 : 동생을 잃어버렸어요.
김필중 : 이젠 됐어. 걱정할거 없어. 할애비한테 왔으니 됐다.
현재>
천천히 사진액자를 돌려 사진을 바라보는 태희. 김필중과 아버지의 얼굴에서.
Flash-back> 11부, 9씬.
김필중 :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게 뭔지 아니? 그건 너를 잃는 거다.
다시 현재>
사진을 바라보던 태희, 순간 눈에서 눈물이 툭.. 그 동안 참았던 설움이 복받쳐 밀려올라온다.
태희, 사진을 꼭 가슴에 안더니 천천히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는다.
태희 : 할아버지.. (봇물처럼 터지는 오열..) 할아버지이이..! (주저앉은 채 김필중의 사진을 붙잡고 흐느낀다)
그 뒤로 들어서는 재혁, 태희의 흐느낌을 본다.
문을 닫고 천천히 다가와 태희 옆에 앉는다. 말없이 흐느끼는 태희 어깨에 손을 얹으면
태희,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재혁을 본다. 보더니.
태희 : 할아버지가 없어. 이젠 정말 잘해드릴려구 했었는데..근데 할아버지가 없어 재혁아..
재혁 : (가슴 아프게 본다)
태희 : 나 있지.. 이제까지 같이 살면서 한번두.. 단 한번두 할아버지한테 좋아한다고 말씀 드린 적 없었어..
안 그런 척 하면서 속으론 언제나 할아버질 이기려고만 했어. 우리 아버지 돌아가신 게 할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더 할아버지한테 못되게 군적도 많아. 상처 될 말이라는 거 뻔히 알면서 심하게 말한 적.. 한두 번이 아니야.
재혁 : (보면)
태희 : 이렇게 후회되고 가슴 아플 줄 알았음.. 좀 더 잘해드렸을걸.. 내가.. 이렇게까지 할아버질 사랑하는 줄 몰랐어.
재혁 : (본다. 보다가 말없이 안아준다) 회장님은 니 마음.. 벌써 다 알구 계실거야.
태희 : 나.. 무서워. 재혁아..할아버지 없이.. 이제 나 어떡하니? 나 어떡해?
재혁 : (말없이 꼭 안아준다)
흐느껴 우는 태희와 말없이 안아주는 재혁.. 두 사람의 모습 길게.
36. S# 선우의 방. N
스탠드 불만 켜놓은 채 한쪽에 앉아있는 선우.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 모습..
왠지 모를 슬픔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그 모습 길게에서.
37. S# 평창동 전경. (아침)
38. S# 태희의 방.
침대에 누워있는 태희. 그 위로 똑똑똑.
태희 : (눈을 감은채) 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예산댁.
예산댁 : 태희 양. 손님이 오셨는데요.
태희 : 당분간 집안에 손님들 들이지 말라 그랬잖아요.
예산댁 : 그게.. 박기사님 가족분들이세요.
태희 : (짐짓.. 눈을 뜬다. 시선에서)
39. S# 평창동 거실.
한쪽에 서 있는 길여옥과 철웅, 연웅.
현자 : (보며) 당신들 대체 여긴 왜 온 거예요?
서준 : 엄마.. 손님들한테 그런 말이 어딨어요?
현자 : 손님이라니? 누가 손님이냐?
길여옥, 면목 없이 고개 숙인 채 서 있고 철웅은 표정 없이 현자를 보면.
현자 : 회장님을 모시는 사람이 감히 술을 마셔? 술을 마시고 회장님 차를 몰아? 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냐구! 어떻게 감히!
서준 : 엄마아..
현자 : 글쎄 가라구 해! 꼴 보기 싫으니까 가라구!
철웅 : (순간 울컥해서 한발 나서며 뭐라고 하려는데)
길여옥 : (얼른 철웅의 옷깃을 잡는다)
철웅 : (멈칫.. 돌아본다. 보면)
길여옥 : (반쯤 머리 숙이며)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습니까.
그저 저희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구.. 얼굴이 열개라도 뵐 낯이 읎죠.
철웅, 연웅.. 길여옥을 본다.
서준, 왠지 몸 둘 바를 몰라서 보면.
길여옥 : 이게 다 우리 아범이 부족해 생겨난 일입니다. 지금 어떤 말로 위로가 되겠습니까만..
그래도 아범을 대신해 이 늙은이가 백번, 천번이라도 사죄를 드릴 테니 받아주세요 사모님.
현자 : 근데 이 사람들이.. 그만 가라니까요!
서준 : 엄마! (하는데)
연웅 : 됐어 할머니. 그만해. 가라잖아.
서준 : (연웅을 보면)
연웅 : 아직 아버지가 잘못한 건지 백 프로 확실하지두 않은데 왜 이렇게 죄인처럼 그래? 할머니가 뭐 잘못한 거 있다구!
철웅 : 박연웅, 조용히 못하냐!
연웅 : 내 말이 틀렸어?
철웅 : 어허!
연웅 : (보다가, 서준 쪽을 한번 노려보더니 글썽.. 그대로 나가버린다)
서준 : 연웅 씨! (그대로 쫒아나간다)
현자 : 얘! 윤서준! 너 어디 따라 나가는 거야! 얘! (하는데)
철웅 : (현자를 보며) 그만해 두시죠!
현자 : (멈칫.. 보면)
철웅 : 아버지께서 벌을 받아야 한다면 자식으로서 제가 얼마든지 대신 받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십쇼.
우리 아버지.. 평생을 회장님 한분만 모셔 오신 분입니다. 이제까지 작은 사고 한번 없이 이십일 년을 한 결 같이
회장님만 모셔왔던 분이라구요.
현자 : 그래서!
철웅 : 아무리 죽을죄를 졌다구 해두 이러는 게 아니죠. 이렇게 연세 많으신 분이 직접 찾아와 머리까지 숙이는데..
이건 좀 심하신 거 아닙니까? 예?
현자 : 아니 근데 이 사람들이? 누가 당신들한테 찾아와 사과하라고 한적 있어?
그렇잖아두 머리 시끄러워 죽겠는데 왜 이렇게 떼루 줄줄이 몰려와 시비야 시비가! 나가! 당장 나가! (하는데)
태희 : 그만하세요. 고모!
소리에 현자, 길여옥과 철웅, 동시에 돌아보면. 그들 앞으로 다가서는 태희.
현자, 기막혀 하며 고개 돌려 외면하면.
태희 : 오셨어요, 할머니.
길여옥 : 오랜만이네요. 대학교 댕길 때 한번 뵜었죠..
태희 : 네 할머니. (철웅을 본다) 박기사님 아드님인줄 몰랐어요, 철웅 씨.
철웅 : (짐짓 시선 돌리면)
태희 : 아저씨는 좀 어떠세요?
길여옥 : 아직.. 깨나질 못하구 있습니다.
태희 : 할아버지 장례식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미처 아저씨한테 신경을 못 써드렸어요. 죄송해요.
현자 : 죄송할 것두 쌨구나. 지금 누가 누구한테 죄송하다는 거야 대체? 잘못을 따져 철장에 집어넣어두 시원찮을 판에.
태희 : 말씀이 지나치세요, 고모.
현자 : 느이 할아버지가 어디 보통분이시니? 그런 분을 모시면서 그러게 왜 술을 마시냐구! 술을!
태희 : (버럭) 그만 하시래 두요, 고모!
현자 : 정말 기가차구 말이 막혀 이러단 내가 홧병으루 먼저 죽겠구나. (그러더니 그대로 휑하니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태희 : (본다. 보더니 길여옥 보며) 죄송해요 할머니.
길여옥 : 아니예요. 오히려 내가 미안하구 송구하지.
태희 : (철웅 보면)
철웅 : (시선 돌린다. 표정에서)
40. S# 대문 앞. (정원이 되면, 정원으로)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연웅,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서준, 옆으로 다가서는데
연웅, 흘끗 보더니 서준인 걸 알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서준 : (연웅의 팔을 잡는다)
연웅 : 이거 놓으십쇼, 사장님.
서준 : 연웅 씨.
연웅 : 놓으라구 했습니다.
서준 : 우리 엄마.. 연웅 씨 할머님한테 못되게 군거, 내가 대신 사과할께요. 미안해요.
연웅 : (노려본다. 눈물 가득..)
서준 : 할아버지 돌아가시구 우리 엄마두 많이 예민하구 날카로워져 있어요. 그러니까 연웅 씨두 이해해줘요.
연웅 : 회장님만 사람입니까? 운전사는 사람두 아니냐구요!
서준 : 연웅 씨.
연웅 : 사람 목숨은 다 같은 목숨 아닙니까? 회장님 돌아가신 것만 큰 일이구
우리 아버지 저렇게 다치신 건 아무렇지두 않다는 거냐구요! 네?
서준 : 그만해요 연웅 씨. 연웅 씨 마음 다 알아요.
연웅 : 알긴 뭘 알아! 우리 아버진 평생.. 회장님만 알구 살았어.
우리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두.. 우리 아버진 회장님 옆에 있었단 말야!
근데 지금 당신들은 우리 아버지가 죽는지 사는지 조차두 관심이 없잖아! 아니야?
서준 : (미안함으로 보면) 미안해요.
연웅 : 당신들.. 당신들 정말 나쁜 사람들이야 알어? 이기적이구 못 됐다구! 알어?
(하더니) 아버지이이이.. (급기어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한다)
서준 : (보다가 연웅을 안아준다. 톡톡 다독여준다) 가슴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연웅 씨..
연웅 : (엉엉.. 소리 내어 우는 모습에서)
그 한쪽으로 차를 타고 프레임-인 되는 민영, 차에서 내리려고 하다가 멈칫.. 저쪽으로 연웅을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서준을 본다.
민영, 본다. 멈칫.. 표정 굳어 보는데서. 한숨 내쉬며 시선 돌리는데서.
41. S# 중환자실 병실 복도.
빠꼼히 고개를 내미는 승희. 박귀중이 누워있는 중환자실 앞을 기웃거린다.
그 때 뒤에서 프레임-인 되는 선우.
선우 : 우승희!
승희 : (순간 깜짝 놀라서 돌아본다. 보며) 어어.. 선우야..
선우 : 니가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승희 : 어쩐 일이긴.. 박기사 아저씨 좀 어떠신가.. 그거 알아보러 왔지.
선우 : (미심쩍게 본다. 보다가) 아직까진 별루 차도가 없으셔. 고비는 넘기셨는데.. 확실한건 깨나야 알수 있나 봐.
좀 전에 의사들이 들어갔어.
승희 : 그래애.. (그러다) 근데 너.. 사고 난 날 밤 말이야.. 혹시 박기사 아저씨한테 무슨 연락이나 얘기 들은 거 혹시 없었니?
선우 : 아니. 없었는데 왜?
승희 : (일단 안심이다) 그렇구나..
선우 : 너 좀 이상하다?
승희 : 이상하다니? 내가 뭘?
선우 : 꼭 죄지은 사람처럼 불안하구 초조해보여. 무슨 일이야? 너.. 또 그 집에서 무슨 잘못 저질렀니?
승희 : 아냐. 잘못은 무슨 잘못. 그런 거 없어. 아니야.
선우 : (흘끗 본다. 보더니) 태희 언닌 좀 어때?
승희 : 태희 언니가 뭐?
선우 :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좀 어떻냐구.
승희 : 그건 니가 알아 뭐하게?
선우 : 안부도 못 묻냐? (그러면서 못된 기집애.. 눈 흘기다 시선 돌리면)
안에서 나오는 의사들. 선우, 얼른 보더니 다가서며.
선우 : 선생님. 아저씬 좀 어떠세요?
의사 : 의식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거 같습니다.
선우 : (좋아서) 정말요!
승희 : (멈칫.. 반대로 창백해져서 보면)
의사 : 사람도 겨우 알아보는 거 같습니다만..아직 의사 표현까지는 무리신거 같습니다.
척추부분이 심하게 다쳐서 신경장애가 왔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손발 쪽으론 감각이 돌아오지 않고 있거든요.
선우 : 네에.. (일순 시무룩해지는데)
승희 : 저기요, 그럼.. 말을 아주 못할 수도 있나요?
선우 : (? 승희를 보면)
의사 :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의사표현은 할 수 있을 겁니다.
승희 : 얼마나 지나면 그게 가능할까요?
의사 : 그거야 상태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일이주 쯤 지나면 간단한 말은 할 수 있을 겁니다.
승희 : 일이주요..? (너무 짧다. 시선 돌리는데)
선우 : 선생님.. 아저씨 좀 뵐 수 있을까요?
승희 : (멈칫.. 선우를 돌아보면)
의사 : 그러세요. 오래 계시면 안 됩니다.
선우 : 네. 금방 얼굴만 뵙고 나올께요. (웃는 얼굴에서)
승희 : (일순 핼쓱해져서 본다. 보면)
42. S# 중환자실 안.
누워있는 박귀중.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선우.
선우 : 아저씨.. 저예요. 선우예요.
박귀중, 천천히 눈을 뜨고 본다.
선우, 반갑게 웃으면서.
선우 : 아저씨. 저 알아보시겠어요? 저 선우예요 아저씨.
박귀중 : (본다. 힘겹게 보다가 선우를 알아보는 시선) 어..누.. 아... 아...
(선우야... 그 다음 계속 무슨 말인가 하려고 애쓰는 모습)
선우 : 아저씨..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박귀중 :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선우 : 이젠 됐어요.. 이렇게 깨나셨으니 됐어요.
박귀중 : (슬픈 표정으로 선우의 얼굴을 보는데)
박귀중을 바라보는 선우의 뒤로 천천히 프레임-인 되면서 나타나는 승희, 박귀중을 돌아본다.
박귀중, 승희와 시선이 마주치자 순간 놀라는 시선..
승희, 차갑고 싸늘하게 박귀중을 본다. 보면.
박귀중 : (갑자기 발작하듯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선우 : 아저씨! 왜 그러세요?
박귀중 : (식은땀을 흘리며 뭔가 얘길 하려고 애를 쓴다. 그 때)
의사 : 안되겠습니다. 그만들 나가주시죠.
박귀중 : (안 돼! 나가지마.. 그러나 말은 나오지 않고)
선우 : 아저씨 지금 쉬셔야 한 대요. 우선은 아무 걱정 마시구 푹 쉬세요. 아셨죠? (그러면서 아쉽게 돌아서서 나온다)
의사, 박귀중의 상태를 살피는 뒤로 승희 선우와 함께 밖으로 나오면서 다시 한 번 박귀중을 돌아본다.
의사 너머로 승희를 바라보는 박귀중의 부릅뜬 시선..
승희, 쓱 무시한 채 돌아서서 나간다.
43. S# 다시 복도.
밖으로 나오는 승희,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에서.
선우 : 아저씨가 깨나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지 승희야?
승희 : ...
선우 : 야. 너 뭘 그렇게 생각해?
승희 : (멈칫.. 보며) 어? 어어.. 아니야. (그러면서 다시 불안하게 시선 돌리면)
선우 : (? 본다. 시선에서)
44. S# 국밥집 방안.
파리채로 괜히 툭.. 툭.. 방바닥을 치고 있는 오산댁.
오산댁 : 대체 내가 말년에 이게 무슨 꼴이야. 가게 잃구 서방까지 잃구..
이 놈에 기집애는 지 엄마 데려간다는 게 언젠데 감감 무소식이구.. (한숨.. 시선 돌리는데)
드륵 문 열리는 소리.
승희E : 엄마 나왔어.
오산댁 : (번쩍 귀가 트려 돌아본다) 승희냐? (돌아보면)
안으로 들어서는 승희, 반갑게 맞이하는 오산댁.
오산댁 : 아이구 승희 왔구나..
승희 : (한쪽에 털썩 앉는다)
오산댁 : (반갑게 보다 말고 ? 보더니) 왜 그래 너? 어디 아프냐?
승희 : 아니야. 그냥 기운이 좀 없어서 그래.
오산댁 : 너 또 여름 타냐? 어?
승희 : 뭐하구 있었어?
오산댁 : 응? 뭐하기는.. 그냥 혼자 있었지. 옛날에는 비디오두 재밌더니 이제는 그런 것두 별루구..
승희 : (보며) 아저씨한테선 연락 없었어?
오산댁 : 야! 그 놈에 인간 말두 꺼내지마. 하루 종일 기다려두 전화 한 통두 없구.. 매정하구 독한 인간..
어쩜 이렇게 연락을 딱 끊어버린다니? 십 수 년을 살 붙이구 같이 살아온 게 억울하고 분통해 내가.
승희 : 어이구. 그래두 아저씨 전화는 기다렸나보네?
오산댁 : (흘끗 보며) 이 년아. 그럼 같이 산 세월이 있는데 생각 안 나는 게 그게 더 이상한거지 얘는..
승희 : 좀만 기다려. 분위기 수습되는 대루 평창동으로 모시구 갈께.
오산댁 : 언제 분위기가 수습되는데? 나.. 아주 밤마다 외롭구 무서워 죽겄다야.
승희 : 조금만 기다리래두.. (그러면서 한숨.. 시선 돌리면)
오산댁 : (? 본다. 시선에서)
45. S# 박귀중의 병실. N
많이 안정된 모습으로 다시 잠이 든 박귀중의 모습.. 그 옆에서 바라보는 철웅.. 시선에서.
46. S# 복도. N
선우 : 이젠 한숨 돌렸어. 아저씨가 깨어나셔서..
철웅 : 그래.
선우 : 이번만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길..얼마나 바랬는지 몰라.
철웅 : (돌아보면)
선우 : 아저씨한테까지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나는.. 부모한테도 버려지구, 같이 살던 승희네 가족한테두 버림을 받았구,
또.. 좋아하는 사람까지 날 떠나버렸잖아. 모두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날 떠나버리니까..
그래서 아저씨까지 떠나버리면 어쩌나 많이 걱정하구 마음 졸였어.
철웅 : (보면)
선우 : 잠깐이지만.. 어쩌면 승희 말대루 난 정말 재수 없는 앨지도 모른다구 생각했었어.
누구든 내 옆에 있으면 불행하고 슬퍼지니까..
철웅 : 임마. 그런 생각을 왜 해? 이렇게 니 옆에 있어서 행복한 사람두 있는데.
선우 : (고개 들어 철웅을 본다. 보면)
철웅 : 우리 할머니두 연웅이두 나두..널 좋아하구 니가 옆에 있으면 행복해져. 넌.. 나한테 살아가는 이유라구.
선우 : (보면)
철웅 : 두고 봐. 나는.. 죽어두 널 떠나지 않을 거야. 절대루! 절대루 널 떠나지 않을 거야.
선우 : (본다. 빙긋 웃음) 고마워.
철웅 : (본다. 같이 웃더니) 참.. 그 뒤로 뭐 더 생각난 건 없니?
선우 : 뭐가?
철웅 : 꿈에서 봤다던 아버지 말이야.
선우 : 어어. 아니..
철웅 : 빨리 기억나면 좋을 텐데..
선우 : 그러게. 뭐.. 언젠간 기억나겠지. 언젠가는..
그러면서 먼 곳을 바라보는 선우의 얼굴에서.
47. S# 승희의 방. (밤)
잠이 든 승희,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이리저리 고개를 흔든다.
헛소리를 하는 승희.. 번쩍 잠에서 깨서 본다. 한숨을 내쉬면서 돌아보는데 어둠속에 서 있는 사람의 형체.
승희 : 거기.. 누구세요? (하면서 다가서는데 멈칫! 놀라서 보면)
김필중 : (노려보고 있다)
승희 : 하.. 할아버지..!
김필중 : 이 나쁜 것! 니가 감히 내 손녀딸 자리를 뺏어?
승희 : 할아버지..!
김필중 : 어서 그 자리에서 썩 비키지 못해! 너는 가짜야! 선우가 내 진짜 손녀딸이야!
승희 : (놀라서 본다. 보면)
김필중 : 우리 집에서 썩 나가!!! (하면서 손을 들어 치려는데)
악! 하면서 소리를 지르며 벌떡 깨어나는 승희, 온통 땀으로 흥건히 젖어있다.
승희,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방 불을 켜고 방안을 둘러본다.
승희, 덜덜덜 떨리는 두려움.. 그러다 뭔가 생각하는 시선으로 돌아보면.
48. S# 중환자실 복도. N
아무도 없는 빈복도..저쪽 멀리로 간호사 한사람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 한쪽에서 살그머니 프레임-인 되는 승희, 주위를 한번 살핀다. 살핀 뒤 천천히 중환자실 쪽으로 간다. 모습에서.
49. S# 중환자실 안. N
산소 호흡기를 입에 댄 채 숨을 몰아쉬고 있는 박귀중.
간호사, 박귀중을 체크한 뒤 밖으로 나간다.
잠시 후, 다시 문이 열리면서 안으로 들어서는 발.. 천천히 틸업하면 승희다.
승희, 바깥을 살핀 뒤 조용히 문을 닫고 돌아선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숨을 쉬고 있는 박귀중..
승희, 잠시 바라본다. 바라보다가 천천히 생명유지 장치의 전원 쪽으로 손을 가져간다.
덜덜 떨리는 손.. 그러다 멈칫..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승희, 마른침을 삼킨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생명유지 장치 쪽으로 손을 갖다 댄다.
덜덜 떠는 승희의 얼굴에서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