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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33 - 기억의 저편 (上)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594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33 - 기억의 저편 (上)











1. S# 달동네 일각. N


선우, 이상한 기척에 돌아보면 황국도 얼른 돌아서서 딴짓..


선우 : 거기 누구세요?

황국도 : (천천히 웃어가며 고개를 돌린다) 나다..

선우 : (? 못 알아본다)

황국도 : 나여.. 아저씨랑께. (씩 웃으면)

선우 : (그제야 알아보고 멈칫.. 놀라서 본다. 시선에서)



2. S# 해장국집. N


감자탕의 고기를 맛있게 발라먹고 있는 황국도.

선우, 그런 황국도를 물끄러미 보다가.


선우 : 어떻게 된 거예요 아저씨? 집에서 나오신 거예요?

황국도 : 뭐.. 워찌워찌 하다 보니 요로코롬 사정이 딱하게 되아분젔다.

선우 : 아줌마하구 헤어지신 거예요?

황국도 : 헤지기는.. 기냥 일방적으루다 쫒겨 난 거이지. (하면서 다시 먹는다)

선우 : (딱해서 보더니 자기 감자와 뼈를 황국도한테 얹어준다.)

황국도 : 어째..? 너는 안먹냐?

선우 : 별루 생각이 없어요. 아저씨 많이 드세요.

황국도 : (본다. 잠시 보더니) 고맙다 선우야.

선우 : (? 보면)

황국도 : 내가 너헌티 한 짓을 생각하믄 발질로 걷어차여도 할 말이 없는디.. 그래도 너는 이렇게 아자씨라고 밥도 사주고..

            참말로 면목이 읎당께 내가..

선우 : 다 지나간 일이예요. 누가 뭐래두 아저씨하구 아주머닌 제 은인이세요. 어쨌든.. 버려진 저를 데려다 키워주셨잖아요.

황국도 : (찔리고 켕겨서 보면)

선우 : 사실은 요즘 들어.. 가끔 아버지 얼굴이 꿈속에 보여요.

황국도 : 머시여? 아부지 얼굴? 너 그라믄.. (마른침을 한번 삼키고) 기억이 돌아오고 있다 시방 그 말이냐?

선우 : 이제 겨우 아버지 얼굴만 기억해냈는데요 뭐. 다른 것들두 같이 기억해 볼려구 애는 쓰는데

         그럴수룩 더 가물거리기만 해요. 그래서 더 답답한 거 있죠.

황국도 : (덜컹.. 내려앉는 가슴으로 보면)

선우 : 만약 저한테 가족이 있다면.. 그 가족을 찾고 싶어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버려서 쉽지 않겠지만..

         그래두 살아있는 동안 한번만이라도 제 가족을 만나보고 싶어요.

황국도 : (보다가 안 된 마음으로 시선을 돌린다. 어쩐다.. 생각에 잠기면)

선우 : (보며) 어서 드세요. 식겠어요.

황국도 : 이? 이이.. (그러면서 선우를 본다. 안쓰런 눈빛으로 보면)



3. S# 음식점 앞. N


“안녕히 가세요.“하는 아줌마 목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오는 선우와 황국도.


황국도 : 어따. 간만에 배부르게 잘 먹었다.

선우 : (보며) 가실 데는 있으세요?

황국도 : 그라믄. 얼매 전부터 신촌 역으루다 자릴 옮겼는디 거기 노숙자들은 텃새도 벨로 안심하고 기냥저냥 지낼만 햐.

            (보며) 저녁 참말로 잘 먹었다 선우야.

선우 : (웃어주면)

황국도 : 저기.. 혹시라두 말여. 승희하구 마주치더라도 나 봤다는 말 하믄 안 된다이? 절대루 내 얘긴 입에 비치지두 말랑께.

선우 : 왜요?

황국도 : 글씨.. 그냥 그럴 일이 쬐까 있응께. 너는 나 봤다는 야그, 그 기집애헌티 하지 말어. 약속할 수 있겄지?

선우 : 네. 알았어요. 그럴께요.

황국도 : 그려. 그럼 진짜로 나 간다이? (돌아서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데)

선우 : (본다. 망설이다가) 아저씨.

황국도 : (? 돌아보면)

선우 : (다가선다. 지갑에서 얼마 안 되는 돈을 전부 꺼내 황국도 손에 쥐어주며) 제가 지금 가진 게 이것뿐이 없어요. 가져가세요.

황국도 : 아이구 야아.. (보면)

선우 : 굶지 말구 빵이라도 사드시라 구요. 그리구 왠만하면 아줌마랑 화해하세요. 괜히 길에서 주무시고 그러면 병나세요.

황국도 : (순간 찡..해서 보면)

선우 : (볼펜 꺼내 황국도의 손바닥에 핸드폰 번호 적어 주며) 이게 제 전화번호거든요.

         혹시라두 연락할 일 있으면 여기로 전화하세요. 아셨죠? 그럼 안녕히 가세요. 아저씨. (인사하고 돌아서서 가면)


황국도, 본다. 손바닥에 적힌 전화번호와 돈을 번갈아 본다. 마음에 가책이 되서 멀어지는 선우를 본다. 시선에서.



4. S# 선우의 집. N


부엌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부엌 안에 쳐 있는 빨래 줄에 걸린 빨래들을 걷어서 방안으로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온 선우, 주머니에서 동전들을 꺼내 병에 넣은 뒤 방바닥에 앉아 빨래를 개기 시작한다.

그러다 작게 기침 콜록콜록.. 손등을 이마에 대본다. 미열은 계속 되고.

선우, 가방 안에서 약을 꺼내 입에 넣고 물을 마신다. 후우.. 숨을 돌리면서 다시 빨래를 개는 모습에서.



5. S# 박귀중의 병실. N


프레임-인 되는 승희 얼굴. 의식 없이 누워있는 박귀중을 내려다본다. 말없이 내려다 보다가 나즉히 한숨.. 돌아서서 나가는데.

그 때 뒤로 들어서는 철웅.


철웅 : 우승희.

승희 : (멈칫.. 제풀에 놀라 돌아본다) 어.. 철웅 오빠.. (보면)

철웅 : 니가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야?

승희 : 어어.. 지나는 길에 들렀어. 아저씨 좀 어떠신가 하구. (그러면서 짐짓 웃음)

철웅 : (보면)



6. S# 병원 앞 일각. (밤)


커피를 내미는 승희의 손. 철웅, 커피를 받아서 마신다.

승희 철웅을 보며.


승희 : 무슨 걱정 있어?

철웅 :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왜?

승희 : 얼굴이 많이 어두워 보여. 아저씨 경과는 점점 좋아지구 있다면서 왜 그렇게 어두워? 무슨.. 다른 걱정이라두 생겼어?

철웅 : 알거 없다. (시선 돌리면)

승희 : 또.. 선우 때문이구나.

철웅 : ...

승희 : (고개 돌려 먼 곳을 본다. 보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역시 철웅 오빠한테 난.. 안 되는 건가?

철웅 : (그 말에 보며) 넌 나 말구 가진 게 많잖아. 부잣집에 부자언니에..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니가 원하는 남자 고를 수도 있구.

         나 같은 평범한 놈까지 바라면 그건 욕심이지.

승희 : 원래 나 욕심 많아. 몰랐어?

철웅 : (보면)

승희 : 욕심은 정말 지독하게 많은데.. 근데 정작 손에 쥔걸 보면 항상 아무것도 없는 게 문제지.

         (관고적) 그래서 난 집착하는 버릇이 있어. 돈에도 집착하구 사람에도 집착하구..

         그렇게라두 안하면 금방이라도 모든 게 사라져 버릴까봐.. 그게 항상 두렵구 겁나서 더 바둥거리게 돼.

철웅 : (승희를 보면)

승희 : 솔직히 이렇게 사는 거.. 나두 많이 지쳤어. 그래서 나두 누군가한테 기대고 싶구.. 쉬고 싶은데..

         아무리 둘러 봐두 그럴 사람이 없는 거야. 그럴수록 나는.. 더욱 더 철웅 오빠가 그리워.

철웅 : 승희야.. (하는데)

승희 : 나한테두 기회를 줘 철웅 오빠. 나.. 정말 잘할게. 응? (하는데)

철웅 : (본다. 보더니) 나.. 선우랑 결혼할거야.

승희 : ! (멈칫..) 뭐?

철웅 : 선우랑 결혼할 거라구.

승희 : (멍하니 본다. 보다가) 선우가 그러재? 오빠랑 결혼하재?

철웅 : 아직 선우한테 말하지 않았어. 나두 조금 전에 결심한 거니까. 하지만 할 거야. 하게 될 거야.

승희 : (본다. 눈물이 나올 것 같다.. 바라보면 시니컬하게) 그래? 그렇구나. 하긴 나 같은 거야 상처를 입든 말든..

         내 진심 같은 거야 짓밟히든 말든.. 선우기집애만 행복하게 해주면 그만이겠지.

철웅 : 너한테 상처가 됐다면.. 미안하다.

승희 : (툭.. 떨어지는 눈물.. 고개를 꼿꼿이 들어 철웅을 보더니) 정말루 나한테 미안한 거면 선우랑 헤어져.

         그러지도 못할 거면서 미안하단 소린 하지 마. 알았어?

철웅 : (보면)

승희 : (손등으로 눈물을 훔쳐 닦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철웅 : (본다. 시선에서)



7. S# 승희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털썩 의자에 주저앉는다. 상실감..


승희 : 절대로 그냥 안 둘 거야..선우만 행복해지도록.. 절대로 그냥 안 둘 거야. (그러다 서럽게 히.. 울며) 철웅 오빠...!

         (훌쩍거리는데서 fade-out)



8. S# 회장실.


태희 : (놀라서 고개 들며) 그게 무슨 말이예요? 주식 값이 곤두 박칠 치다뇨?

진실장 :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는 겁니다.

태희 : (보면)

진실장 : 회장님 돌아가시고 여기저기 쌓여있던 악재들이 불거지면서 제하그룹에 도산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악성루머가 번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하건설 쪽이 계속되는 적자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게 사실이구요.

태희 : 어음만기는 연장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진실장 : 하지만 아직 그렇다할만한 뚜렷한 대응책이 없는 게 문젭니다.

태희 : (골치가 아프다. 손으로 미간을 누르며 한숨..)

진실장 : 이번 제하통신 신사업 출시가 관건입니다. 낼모레 출시되는 아이콘팩 사업만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기업 이미지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도 같습니다만..

태희 : (본다. 시선 돌리는데서)



9. S# 신사업팀 사무실.


분주한 사무실 안. 이라는 글씨와 함께 홍보자료에 포스터 등등, 아이콘 팩 출시 준비로 벅적거린다.

그 때 한쪽으로 들어오는 재혁, 사원들 인사하는 가운데 마침 홍보자료 들고 나서려던 선우와 마주친다.

선우, 목례하고 지나치려는데.


재혁 : 이선우 씨. 잠깐 나 좀 봅시다. (하고는 지나쳐 간다)

선우 : (돌아본다. 시선에서)



10. S# 재혁의 사무실.


회의탁자위에 올려지는 작은 명함.


선우 : (?해서 재혁을 보면)

재혁 : (시선 마주치지 않은 채) 아는 사람 통해 골수이식 전문의를 소개받았어요. 오늘 오후 세시로 약속 잡아놨으니까 가 봐요.

         내가 데려가주고 싶지만.. 선우 씨 분명히 거절할 테니까.. 혼자라두 약속 어기지 말구 꼭 가보도록 해요.

선우 : (재혁을 보면)

재혁 : (시선 마주치지 않은 채 또 하나를 내밀며) 그리구 이건.. 우선 치료하는데 쓰라고 준비했어요.

         급하게 마련한 거라 얼마 안돼요. 일단 이거라두 받아주면 좋겠어요.

선우 : 팀장님.

재혁 : 아무 말 하지 말구 내가 하라는 대로 해요.

선우 : 팀장님.

재혁 : (그제야 선우 눈을 보며) 사양하지 말아요. 거절하지 말란 말예요. 선우 씨 옆에 있지도 못하게 하면서

         이런 것까지 못하게 막아버리면 그땐 나.. 정말루 미쳐서 돌아버릴지도 몰라요. 내가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선우 : (연민으로 보면)

재혁 : 차라리.. 내가 죽는 편이 훨씬 덜 고통스러울 거예요. (터질 것 같은 오열.. 겨우 꾹 눌러 참으며)

         선우 씨는 목숨을 걸구 싸우고 있는데 나는 같이 아파해줄 수도 없구.. 같이 옆에 있어줄 수도 없어요.

         해줄 수 있는 게.. 겨우 이런 것뿐이라 구요. 그러니까.. (겨우 냉정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받아요. 받아둬요.

선우 : (조용한 시선으로 본다. 보더니) 정말로 제가 두려운 건.. 병이나 고통이 아니예요. 제 마음이 자꾸만 약해질 까봐..

         그래서 흔들리게 될까봐 그게 가장 두려워요. 이렇게 하나씩 의지하다보면 나중엔 걷잡을 수 없어질 거예요.

재혁 : (보면)

선우 : 죄송해요. 이건 받을 수가 없어요. 팀장님 마음만으로 이미 충분해요. 받은 것 이상으로.. 감사해요.

재혁 : (보면)

선우 : (조용히 돌아서서 나간다)

재혁 : (본다. 가슴이 미어져 미칠 것 같다. 고개를 떨구는 모습에서)



11. S# 신사업팀 사무실.


밖으로 나오는 선우, 나즉히 한숨.. 습관적으로 목에 걸린 목걸이를 꼭 손에 쥔다. 숨을 내쉬는데..

그 때 코너를 돌아 재혁의 사무실 쪽으로 프레임-인 되는 태희. 멈칫.. 선우를 보고 걸음을 멈춘다.

선우, 고개 들어 보다가 역시 멈칫.. 얼른 반지를 옷 속에 집어넣으며.


선우 : 안녕하세요, 대표이사님. 팀장님.. 지금 안에 계세요. 들어가 보세요.

태희 : 그렇겠죠. 선우 씨두 방금 거기서 나오는 길일 테니.

선우 : (보면)

태희 : (표정 없이 싸늘하게 지나쳐 안으로 들어간다)

선우 : ...!



12. S# 재혁의 사무실 안.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재혁의 뒷모습. 안으로 들어오던 태희, 그런 재혁을 보면.


재혁 : (? 고개 돌려 보면)

태희 : 내가 방해한 거니?

재혁 :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앉어. (하면서 회의탁자에 있던 돈 봉투를 집어 책상위에 던진다)

태희 : (보며) 그게 뭐야?

재혁 : 아무 것두 아니야.

태희 : 또 이선우하구 관련된 일이구나.

재혁 : (그 말에 태희를 보면)

태희 : 넌 항상 이선우하고 관련된 일이면 그런 식으로 대답하잖아. 아무것도 아니라구.

         (보며) 왜? 돈으로 해결해야하는 일이라두 생긴 거니?

재혁 : 또 왜 그래 너. 또 무슨 시빌 걸구 싶은 건데.

태희 : 말했잖아. 두고두고 널 괴롭혀줄 거라구.

재혁 : 이제 그만해. 그런 모습 너답지 않아.

태희 : 나다운 게 뭔데?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아는 척.. 언제나 너그럽게 넘어가주는 거?

         그런 거라면 이제 안 한다 그랬잖어.

재혁 : 태희야.

태희 : 나는 너 봐줄 만큼 봐줬어. 할아버지 뜻까지 꺽어 가면서 니 편을 들어줬어. 그런 믿음에 재 뿌린 건 내가 아니구 너야.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신뢰를 무너뜨린 장본인은 바루 너라구.

재혁 : 나 때문에 상처 입었다는 거 알아. 그래서 미안해. 너무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태희 : 미안한 사람이 아직두 나 몰래 이선우하고 만나고 있니?

재혁 : 그런 거 아니래두.

태희 : 그런 거 아닌데, 왜 번번히 두 사람 같이 있는 모습 들킬 때마다 아무것두 아니라구 발뺌하는 거야?

         대체 뭘 그렇게 숨기는 게 많은 거니 너희들!

재혁 : 김태희!

태희 : 왜? 말하기 싫어? 이선우한테 가서 직접 물어볼까?

재혁 : 그만해 제발! (본다. 보며) 이선우는 너보다 약자야. 너보다 훨씬 가진 것도 없고 불쌍한 여자라구.

         거기다.. 나까지 그 여자 뒷통수치고 너한테루 갔어. 너야 말루 대체 뭐가 부족한 거야?

         뭐가 부족해서 사사건건 못되게 구는 거야!

태희 : 너한테 뒷통수 얻어맞은 건 이선우가 아니라 나야. 그런데 너한텐 아직두 이선우 불쌍하구 딱한 것만 보이는 모양이구나.

재혁 : (보면)

태희 : 넌.. 아직 멀었어. 나한테 용서받으려면 아직두 멀었다구.

         (일순 분위기 바꾸더니 사무적으로) 낼 모레 있을 아이콘 팩 출시기념행사엔 나도 참석할거예요 장팀장.

         신사업 팀 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중요한 프로젝트니까.

         무슨 일이 있어두.. 이번 프로젝트 성공시키세요. 회사 사활이 걸린 일이예요.

재혁 : (보면)

태희 : (그대로 싸늘하게 돌아서서 밖으로 나간다)

재혁 : (한숨 내쉬는 시선에서)



13. S# 회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책상 앞에 앉는다. 마음이 어지럽다. 누구 한사람 마음을 의지하고 기댈 곳이 없다.

한숨을 내뱉으며 책상위에 있던 서류를 펼친다. 모습에서.



14. S# 공사장 사무실.


안전모를 벗으며 프레임-인 되는 철웅.


철웅 :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일을 그만하라뇨?

작업반장 : 오늘부로 박군 그만 쓰기로 했으니까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구.

철웅 : 이유가 뭡니까 대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말해주시죠. 우리 아버지 사고 당했을 때 이틀 빠진 거 말고는

         지각 조퇴 한번 한적 없이, 매일매일 제시간에 출근했습니다. 요령 같은 거 피우지 않았구,

         남들보다 두 배는 더 열심히 일했다구요. 근데 왜 갑자기 그만 두라는 겁니까. 예?

작업반장 : 나두 박군이 싫어서 이러는 게 아니야. 하지만 우리한테두 사정이란 게 있어. 미안해.

철웅 : (본다. 열통 터지는 시선에서)



15. S# 공사장 사무실 앞.


밖으로 나오는 철웅, 안전모를 있는 힘껏 땅에다 패대기를 치고는 걸어간다.

그 뒤로 프레임-인 되서 멀어지는 철웅을 보는 작업반장, 시선 돌려 한쪽을 보면

한쪽에 세워져 있는 큰손의 차. 뒷좌석에 앉아서 쳐다보던 큰손, 고개를 끄덕이면

작업반장, 표 안 나게 고개 짓을 한 뒤 안으로 들어간다.

큰손, 빙긋 웃으면서 철웅이 간 쪽으로 시선 돌리면.



16. S# 다른 공사장1.


일자리를 물어보는 철웅, 그 쪽에서도 거절당한다. 끝까지 사정해보지만 무시당하고 만다.



17. S# 다른 공사장2.


일자리를 물어보는 철웅..역시 고개를 가로 저으며 철웅을 지나쳐 가버린다.

철웅, 돌아본다. 나오는 한숨에서.



18. S# 인수 창고. N


풀이 죽어 걸어들어오는 철웅.

깡통과 깡패들, 돌아본다.


깡통 : 누꼬! (반갑게) 배신자 아이가! 배신자가 우짠 일로 여까지 찾아 왔노?

철웅 : 대장은요? (하는데)


뒤에서 프레임-인 되는 인수, 지팡이를 짚은 채 한쪽 발을 절면서 걸어온다.


인수 : (빙긋 웃음) 왔냐.

철웅 : (멈칫.. 인수의 다리와 지팡이, 그리고 다시 얼굴을 본다.) 대장..

인수 : (씩 웃음) 괜찮아. 처음엔 좀 불편하더니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 (보며) 근데 넌 어쩐 일이냐?

철웅 : 대장하구 술이나 한잔 할려 구요.

인수 : 마침 잘됐다. 그렇잖아두 생각나던 참인데. 들어가자.

철웅 : (본다. 시선에서)



19. S# 인수 사무실. N


소주잔을 턱! 내려놓는 철웅. 쓱 턱을 문질러 닦으면.


깡통 : 거봐라 자슥아. 벡돌은 아무나 나르는 게 아이라니까네.

철웅 : 뭐가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어요. 다른 공사장두 다 돌아다녀봤는데.. 절 쓰겠다는 데가 한 군데도 없어요.

인수 : 아무래도 누가 뒤에서 손을 쓰는 모양이구나.

철웅 : ? (보면)

인수 : 그렇잖아두 큰손이 너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알아보는 중이다.

철웅 : (보며) 큰손이요?

깡통 : 대장 다리 이렇게 만들어 논 자슥 말이다. 니한테 얼굴 맞아가 한방에 나가 떨어진 바로 그놈.

인수 : 큰손이라는 사람.. 한번 원한을 품으면 어떤 식으로든 복수를 한다드라.

         (보며) 아무래도 공사판에 알력을 가해서 널 그만두게 한 것두 그 사람 짓인지 모르겠다.

철웅 : 이 자식을 근데! (불끈하는데)

인수 : 참아.

철웅 : (멈칫.. 보면)

인수 : 지금 니가 혈기 부리면 오히려 더 상황이 나빠질 수 있어. 그 녀석.. 예전에 니 여자 친구까지 납치해서

         일을 벌이려던 놈이었어. 니가 함부로 나서면 정말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철웅 : 그렇다고 그 놈 하는 대루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순 없잖아요.

인수 : 어쨌든 섣불리 움직이는 건 놈한테 빌미만 주는 거야. 경거망동하지 마.

철웅 : 저 돈 벌어야 해요 대장. 아버지 병원비도 그렇구 선우두 지금 많이 아프다 구요.

         돈 벌어서.. 선우 아픈 거 치료해줘야 한단 말입니다. 이제 겨우 맘잡았다구 선우가 많이 좋아했는데.

         이렇게 또 백수 된 거 알면.. 많이 실망할 거라 구요. (한숨.. 시선 돌리면)

인수 : (본다. 시선에서)



20. S# 병실 복도. N


터벅터벅 걸어오는 철웅, 고개 들어 보다가 멈칫.. 걸음을 멈추고 보면

박귀중의 병실에서 나오는 선우, 힘없이 의자에 앉는 게 보인다. 핏기 없는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선우의 모습.

철웅, 마음 아프게 본다. 보더니 이내 분위기 바꾸며 활기참을 가장한 밝음으로 다가서며.


철웅 : 선우야! (씩씩하게)

선우 : (돌아본다) 지금 와?

철웅 : 어. 일이 좀 늦게 끝났어. (옆에 앉으며) 아버지 보고 나오는 길이니?

선우 : 응. (보며) 너 술 마셨구나.

철웅 : 공사장에서 같이 일하는 아저씨들이 하두 한잔만 하자 길래. 조금.. 아주 조금밖에 안 마셨어.

         냄새 싫어? 가서 양치하고 올까?

선우 : 그럴 정돈 아니야. (그러더니 철웅의 어깨에 기댄다)

철웅 : 왜? 또 어지럽냐?

선우 : 아니이. 그냥..

철웅 : 너..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선우 :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내일 아이콘 팩 출시만 성공적으로 하면.. 그 땐 정말루 회사 그만둘 거야.

철웅 : 회사 그만두면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 시작하는 거다? 어?

선우 : ...

철웅 : 왜 대답이 없어. 치료 시작하자니까.

선우 : (덤덤) 어차피 골수 찾지 못하면 가망 없어 철웅아. 쓸데없는 희망에 목숨 걸고 싶지 않아.

철웅 : (그 말에 떨어져서 선우를 보며) 너 지금 그거 무슨 소리야? 너.. 설마 포기하겠다는 뜻이냐?

선우 : 나는 가난해 철웅아. 치료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철웅 : 그런 건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해결할거야 그건. 걱정 마.

선우 : 치료 시작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어질 거야. 나두 고통스럽구 너두 훨씬 더 고통스러워질 거라구.

         너를 포함해 주위에 있는 사람들 전부한테 할 짓이 아니야. 어차피 죽는 거라면.. 그냥 깨끗하게 죽고 싶어.

철웅 : 너.. 어떻게 나를 두고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봐 야잖아.

         벌써부터 그렇게 마음약하게 먹으면 안 되는 거잖아 너!

선우 : 죽는 걸 생각하면 나두 무서워. 자다가두 번쩍번쩍 잠이 깰 만큼 무섭구 두려워.

         그렇다구해서 집착하고 싶진 않아. 그럼 내가 너무 추해질 거 같어.

철웅 : (본다. 보면)

선우 : (다시 철웅에게 기댄다) 나는.. 이대로도 좋아. 정말이야 철웅아.

철웅 : (잠시 그대로 있더니 선우를 꼭 끌어안는다)

선우 : (조용히 눈을 감는다)

철웅 : (참담한 심정으로 시선 돌리는데서)



21. S# 재혁의 오피스텔. N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에 불을 붙이는 재혁, 길게 연기를 내 뿜는다. 바라보는 시선..

그 때 안으로 들어서는 오한영의 모습.


재혁 : (돌아보면)

오한영 :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주며) 김윤희 양에 대한 것들입니다.

재혁 : (다가서서 받는다. 꺼내서 보는 위로)

오한영 : 지금 있는 우승희가 가짜라는 걸 김필중 회장님도 알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박기사님을 시켜 진짜 김윤희 양을 찾고 있었습니다.

재혁 : 역시 그랬군..

오한영 : 어쩔까요? 계속 진행할까요?

재혁 : 그래. 계속 진행해. 진실이 뭔지.. 끝까지 밝혀내 보자구.


그 때 투둑.. 투둑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재혁, 멈칫 고개 들어 창밖을 내다본다.


오한영 : (같이 창밖을 보며) 내일 아이콘 팩 출시 기념행사가 있는데.. 비가 내리면 차질이 생기겠는데요.

재혁 : (본다. 시선에서)



22. S# 김필중의 서재. N


태희, 서류를 들여다보다가 멈칫.. 고개 돌려 창밖을 본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올려다보면.



23. S# 선우의 방. N


안으로 들어서는 선우, 비가 내리는 창문 쪽으로 다가와 밖을 내다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시선에서.



24. S# 행사장 앞. (D)


<아이콘 팩 출시 기념행사> 라는 현수막이 대대적으로 걸려있고

그 안으로 선우를 비롯한 신사업 팀 직원들, 경품박스들이며 행사에 관련된 물건들을 한쪽으로 나른다.

그 위로 계속 쏟아지는 빗줄기.

한쪽에 서서 바라보는 태희와 재혁, 그리고 진실장과 관계자들.

다른 한쪽에서 선우도 손을 멈추고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본다.

행사 도우미들, 요란하게 옷을 입은 채 비를 피해 한쪽에서 대충 몸을 흔들며 손님들을 부르고 있지만..

사람 없는 거리.. 가끔 우산 쓰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지나쳐 간다.

썰렁하고 조용한 기념행사..


오한영 : 서울시내 있는 대리점마다 아이콘 팩 출시기념 행사를 대대적으루 준비했는데

            이렇게 되면 행사 자체가 무의미해지겠는데요.

재혁 : ...

진실장 : (돌아보면)

태희 : (작게 한숨을 내쉰다)

선우 : (그런 태희를 본다. 다시 내리는 빗줄기를 본다. 보더니) 선배님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직원1 : (돌아보면)


한쪽에 있는 경품행사 선물들을 직원1에게 들려주고 자기도 전단지와 경품을 들어올린다.


직원1 : 뭐 할려 구요?

선우 :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우리가 사람들한테 가면 되잖아요. 따라오세요. (하면서 빗속으로 뛰어나간다)

직원1 : 선우 씨. (하면서 엉겹 결에 따라가면)


태희, 재혁 돌아본다. 재혁, 빗속으로 뛰어가는 선우를 놀라서 보는데서.



25. S# 홍보 몽타쥬.


1.패스트 푸드 점. (혹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1)

비를 맞은 채 안으로 들어와 전단을 돌리는 선우. 사람들, 하나 둘 돌아보는 가운데.


선우 : 안녕하세요! 차세대 무선 인터넷을 주도하는 제하통신 신사업 팀에서 이번에 새로 출시되는

         아이콘 팩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게임도 즐길 수 있고 빠른 인터넷을 경험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길 건너편에 행사장이 있으니까 가시면서 응모해주세요. 당첨 되신 분께는 아이콘 팩이 되는 단말기를 선물로 드립니다.


사람들, 손을 내밀며 달라고 시작한다.

선우, 열심히 전단을 돌리는 모습에서.


2. 백화점 앞. (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2)

사람들에게 전단을 돌리고 핸드폰을 들어 설명하는 선우, 사람들에게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설명을 하고 있다.

아이콘 팩 하나로 벨소리다운 받는 모습. 여학생들 좋아한다./

3. 행사장 앞.

조금씩, 조금씩 삼삼오오 몰려드는 사람들, 행사 도우미들 춤을 추며 신나게 고객홍보를 시작한다.

한쪽에서 지켜보는 태희와 재혁.

태희, 고개 돌려 보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선우의 모습..

재혁, 안되겠는지 우산을 들고 선우 쪽으로 간다.

직원들, 재혁을 따라 하나 둘 경품과 전단지를 들고 빗속으로 뛰어든다.

선우, 빗속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전단을 돌리는데 그 위로 씌워지는 우산.

선우, 멈칫해서 쳐다보면.


재혁 : 됐어요, 선우 씨. 그만해요..이러다 잘못되면 어쩔려구 그래요?

선우 : 이 정돈 끄떡없어요. 괜찮아요. (덜덜 떨고 있다)

재혁 : (보면)

선우 : 지금 중요한건.. 오늘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세요, 팀장님.


재혁, 본다. 보더니 우산을 선우 손에 들려주고 선우가 들고 있는 전단지를 뺏어서 자기가 나눠주기 시작한다.

선우, 멈칫해서 보다가 얼른 재혁을 우산으로 받쳐준다. 같이 소리치고.

그 옆으로 전단지를 돌리며 적극 거리 홍보에 나서는 직원들의 모습.

뒤에 남은 태희와 진실장, 그리고 오한영.

태희, 표정 없이 재혁과 선우를 본다. 시선에서. (경과 dis.)



26. S# 행사장.


어느 새 비는 그치고, 사람들로 북적대는 행사장. 성황리에 진행 되 가고 있는 행사장 모습.

그 한쪽으로 프레임-인 되서 즐거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선우, 완전히 비에 젖은 생쥐 꼴이다.

선우, 창백한 표정으로 조용히 한쪽에 앉는다.

재혁, 사람들 틈에 끼어 있다가 돌아보다가 놀라서 얼른 다가선다.


재혁 : 선우 씨! 괜찮아요?

선우 : (입술이 파래져서 덜덜 떨면서도 웃는다) 네..

재혁 : (얼른 외투를 벗어 선우한테 입혀준다. 뭐라 말을 못한 채 보면)

선우 : (덜덜 떨면서 본다. 빙긋 웃는 얼굴에서) 저.. 잘 했죠? 잘.. 해낸 거죠?

재혁 : 잘했어요. 선우 씨 덕분에 분위기가 살았어요. 아주 장해요 선우 씨. (말하면서도 마음 아프다)

선우 : (웃는다. 덜덜 떨리는 모습..)


일각. 태희, 사람들 사이로 저 멀리 보이는 선우와 재혁을 본다.

진실장, 태희를 보는데.


오한영 : 아이콘 팩 출시 기념행사는 성공적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다른 대리점에서도 계속 연락이 들어오는데

            시민들 반응이 생각보다 뜨겁답니다.

진실장 : (보며) 저 작은 여자가 큰일을 해냈군요.

태희 : (본다. 표정 없이 보더니) 그만 회사로 돌아가죠, 진실장님. (돌아서서 간다)

진실장 : (본다. 뒤를 따르면)


오한영, 태희와 진실장이 가는 쪽을 보다가 한쪽으로 시선 돌리면.

선우의 머리에 수건을 씌워주며 바라보는 재혁의 모습에서.



27. S# 달리는 태희의 차.


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태희. 그 순간.. 재혁과 선우 사이엔 태희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

조용히 시선 내리는데서.



28. S# insert> 거리 스케치.


활기찬 사람들의 물결.. 그들의 대부분이 귀에 휴대폰을 대고 통화중이다.

한쪽에서는 단말기를 들고 게임을 즐기고 있는 십대들..

(한국 내에서의 이동통신이 차지하는 정경들을 빠른 스케치로 보여주는 것도 좋을 듯)



29. S# 신사업 팀 사무실.


전화기 귀에 대고 바쁘게 뭔가 보고를 받는 조금은 흥분된 업무상황.

오한영, 한쪽에서 데이터 뽑아든 종이를 들고 한쪽으로 움직인다.

그 때 한쪽으로 나오는 재혁, 팔을 걷어 부치고 바쁜 모습으로 뭔가 지시하는 가운데.


오한영 : 팀장님. 이틀 만에 가입자 수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아이콘 팩 단말기 수요도 급증하고 있구요.

            이 상태로 두 주일만 가준다면 상대편 회사를 앞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혁 :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야. 정신들 바짝 차리구! 홍보 마켓팅팀하고 오후 두시부터 미팅 잡아.

         앞으로 두주동안은 홍보하고 같이 대대적으로 밀어붙이는 거야.

오한영 : 알겠습니다. 팀장님.


한쪽에서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선우, 책상 앞에 앉는다.

다들 흥분되고 바쁜 와중에 선우, 조용히 책상서랍을 연다. 그 앞에 들어있는 사직서.

선우, 말없이 들어서 본다. 시선에서.



30. S# 회장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태희. 똑똑똑.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오는 여비서.


여비서 : 대표이사님. 신사업 팀 이선우 씹니다.

태희 : (돌아보지 않은 채 잠시 간격을 두더니) 들어오라고 해요.

여비서 : 네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그 뒤로 들어서는 선우, 창밖을 보고 있는 태희의 뒷모습을 본다.


선우 : 대표이사님.

태희 : (시선 마주치지 않은 채 멈춰 선다) 무슨 일이예요?

선우 :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태희 : (멈칫.. 그러나 돌아보지 않는다)

선우 : 저한테 화가 많이 나신 거 알아요. 그만두기 전에 어떻게든 마음을 풀어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나 봐요.

태희 : 이선우 씨가 나한테 뭘 해줄 수가 있는데요?

선우 : (멈칫.. 고개 들어 보면)

태희 : 본인이 뭔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착각하지 말아요. 나한테 이선우 씬 아무것도 아니예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람이라 구요. 이선우 씨가 뭘 어쩐다구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두 없어요. 알아들어요?

선우 : (본다. 보면)

태희 : 할 얘기 끝났으면 그만 나가봐요. (차다)

선우 : (본다. 애써 미소를 지으며) 죄송합니다. 그리구.. 그 동안 정말 감사했어요.

태희 : (감정의 동요를 누르며 끝까지 돌아보지 않는다)


선우, 손에 들고 있는 사직서를 테이블에 놓는다.

끝까지 돌아보지 않는 태희를 바라보는 선우. 선우 그런 태희의 뒤에 대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그리고 돌아서서 천천히 밖으로 나간다. 닫히는 문소리.

순간 눈을 질끈 감는 태희.. 선우가 떠나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미어질까.

천천히 고개 돌려 바라보면 놓여있는 사직서. 태희, 천천히 다가가 사직서를 집어 들어 본다.

바라보다가 손에 꼭.. 쥐는 태희 고개 들어 보면 글썽.. 두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시선에서.



31. S# 신사업 팀 사무실 안.


한쪽으로 지나가던 재혁, 멈칫.. 비어있는 선우의 책상을 본다.

너무나 깨끗이 정돈된 책상을 보는 재혁. 돌아보며.


재혁 : 이선우 씨 어디 갔어요?

직원1 : 글쎄요. 아까부터 안 보이는데요.

재혁 : ... (어딜 간 거지? 하는데)

오한영 : 팀장님.

재혁 : (? 돌아보면)

오한영 : (편지를 건네준다) 이선우 씨가 전해주라고 했습니다.

재혁 : (? 본다. 보더니 얼른 뜯어서 열어본다. 순간 굳어지는 표정)

선우E : 팀장님.. 이렇게 인사도 못 드리고 떠나 죄송해요.



32. S# 회사 앞.


밖으로 나오는 선우,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이젠 사랑도 일도 가슴에 묻고 이젠 돌아 서야 한다.

가득 고이는 눈물로 올려다보는 얼굴위로.


선우E : 그래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 다행 이예요.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회사에서 있었던 일.. 만났던 사람 모두.. 저한텐 소중한 추억이 될 거예요.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돌아서는 선우. 천천히 프레임-아웃 되면.



33. S# 회장실.


태희, 책상 앞에 앉아서 선우의 사직서를 본다. 한숨..

그 때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재혁.


재혁 : 이선우 씨 여기 왔었니?

태희 : (흘끗 본다. 보더니 냉정함으로) 왔었어. 사직서 내구.. 그만뒀어.

재혁 : 뭐라구?

태희 : 너한테 말했잖아. 이선우.. 아이콘 팩 출시 되는대로 회사 그만 둔다 그랬다구.

재혁 : 그래서 그 사표를 받았단 말야?

태희 : 안 받을 이유가 없잖아.

재혁 : (보면)

태희 : 걱정하지 마. 이번 아이콘 팩 출시에 기여한 공을 봐서 퇴직금은 넉넉히 송금해 줄 생각이야. 절대로 섭섭하지 않게.

재혁 : 너.. 선우 씨한테 이러는 거 아니야 태희야. 이선우 씨.. 이번 아이콘 팩 출시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였어.

         이선우 씨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렇게 성공할 수 없었을 지도 몰라.

태희 : 과대평가야. 이선우가 없었다 해두 아이콘 팩은 출시 됐을 거야.

재혁 : 그래. 그랬겠지. 한 달 이나 두 달쯤 뒤늦게. 상대편 회사에서 이미 무선인터넷 시장을 다 점유한 다음에.

태희 : (보면)

재혁 : 너.. 대체 왜 이렇게 변한거야? 사리분별 정확하구 공과 사는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었잖아 너!

태희 : 이선우 사표 수리한 게 그렇게 억울하고 섭섭하니?

재혁 : 태희야!

태희 : 가.

재혁 : 뭐?

태희 : 이선우 따라서 가고 싶으면 너두 사직서 내구 따라 나가란 말야! 다 필요 없어. 가. 가라구!

재혁 : (그런 태희를 본다. 보면)

태희 : 왜? 너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못할 거 같니? 천만에. 걱정하지 마. 난 괜찮으니까.

         어차피 니가 옆에 있어두 마음 불편하긴 마찬가지야. 가. 더 이상 너 안 붙잡어. 놔 줄 테니까 가 버리라구.

재혁 : 정말루 내가 떠나주길 바래?

태희 : 가.

재혁 : 정말이야?

태희 : (본다. 보더니 외면하며) 가버려.

재혁 : (본다. 노려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나가버린다)


쿵! 문이 닫히는 소리.

순간 움찔하는 태희, 닫힌 문을 본다. 보다가 천천히 무너지는 어깨..

대체 내가 지금.. 재혁이한테 무슨 말을 해버린 건가.. 시선에서.



34. S# 재혁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재혁, 잠시 숨을 몰아쉬며 책상에 두 손을 짚고 선다.

그 뒤로 프레임-인 되는 오한영.


오한영 : 팀장님. 홍보실하고 미팅준비 다 됐습니다.

재혁 : ...

오한영 : 팀장님..

재혁 :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십분만 기다리라고 해. 십분만..

오한영 : (보면)

재혁 : (후.. 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린다)



35. S# 달동네 일각.


콜록콜록.. 잔기침하며 걸어 올라오는 선우, 힘겹게 한발 한발 오는데 그 때 그 앞으로 프레임-인 되는 승희.


선우 : (멈칫.. 걸음을 멈추고 본다)

승희 : 오랜만이다, 이선우.

선우 : (표정 없이 보면)

승희 : 너.. 철웅 오빠랑 결혼한다며?

선우 : 뭐?

승희 : 아직 너한텐 얘기 안했나 보구나? 그러드라. 철웅 오빠 너하구 결혼 하겠다구. (보며) 너.. 그 결혼 할 거니?

선우 :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온 거니?

승희 : 대답해. 나한텐 중요한 문제야.

선우 : 너두 참 할 일 되게 없다. (지나치는데)

승희 : (막으며) 철웅 오빤 진심이야. 진심으루 너랑 결혼한다, 그랬다구.

선우 : 지금 난.. 결혼 같은 거 할수 있는 처지가 아니야.

승희 : 아직도 장팀장 못 잊은 거니?

선우 : (본다. 표정 굳어서 보더니 그대로 지나치려는데)

승희 : (거칠게 선우를 잡아 돌리며) 똑바루 대답해! 대체 누구야! 니가 좋아하는 게 누구냐구!

선우 : (어지럽다) 이거 놔 승희야.

승희 : 노선을 분명히 하란 말야! 장팀장이야! 철웅 오빠야!

선우 : (어지럽다) 이거 놔 승희야.. 제발..

승희 : 너 때문에 철웅 오빠 갈팡질팡 하는 거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대답해! 누구야! 대체 누굴 좋아하는 거야 너!!! (하는데)

선우 : (턱.. 승희한테 안기듯 쓰러진다)

승희 : ! (멈칫.. 놀라서 보면)


선우, 그대로 주르르 바닥에 주저앉는다. 헉.. 호흡이 곤란한 듯 숨을 몰아쉬며 진정하려고 애쓴다.

승희, 놀라서 내려다본다.


승희 : 선우야...! (내려다보는데서)



36. S# 선우의 방.


승희, 선우를 데리고 들어와 눕힌다. 승희, 이불을 갖다가 덮어주고.


승희 : 야, 뭐 필요한 거 없어? 내가 가서 약 사올까? 어?

선우 : 가방에 약 있어. 좀 꺼내줄래?

승희 : 어? 알았어. (얼른 선우가방을 열고 약을 꺼내준다. 물과 함께 주면)

선우 : (먹는다. 그리고 다시 눕는다)

승희 : 야. 너 정말 괜찮은 거야?

선우 : 괜찮아. 좀 누워있으면 되니까 그만 가봐.

승희 : (암만해도 이상하다. 선우의 약병을 보는 시선에서)



37. S# 약국.


약 이름이 적힌 쪽지를 본다. 그리고 승희가 내민 알약 하나를 들어서 보더니.


약사 : 이 약은 주로 백혈병 환자들이 먹는 약인데요.

승희 : (멈칫..) 네? 백혈.. 병이요?

약사 : 네. 맞습니다. 백혈병이요.

승희 : (본다. 멍하니 본다)



38. S# 승희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한쪽에 힘없이 앉는다. 잠시 생각하다가 손에 들린 약과 쪽지를 본다.

허탈하게 웃는 시선.. 근데.. 왜 이렇게 가슴 한켠이 싸하지? 시선에서.



39. S# 아랫채 방.


방바닥에 누운 채 라디오를 켜놓고 음악에 따라 혼자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 오산댁,

그러다 무료한지 라디오를 툭 꺼버리고는 일어나 앉는다.


오산댁 : 대체 내가 여기서 뭐하는 거야? 이건 감옥살이두 아니구.. 아이구 심심하구 답답해.. (그러면서 시선 돌리면)



40. S# 평창동 부엌.


주방에서 마른수건으로 접시를 닦고 있는 예산댁, 그 뒤로 들어서는 오산댁,


오산댁 : 뭐해요? 끝날려면 아직 멀었나?

예산댁 : 거의 다 되 가요. 왜요? 뭐 필요한 거 있어요?

오산댁 : 아니.. 혼자 있을래니까 영 심심하구 따분해서..

예산댁 : 책이라두 읽든가.. 아님 정원이라두 한바퀴 돌면서 운동을 하든가. 허구 헌 날 방안에만 앉아있으니 답답하죠.

오산댁 : 왜요. 내가 허구 헌 날 방안에 있어서 불만 있어요?

예산댁 : 아니 불만이 아니라..

오산댁 : 아니긴. 불만이 가득한 목소린데.

예산댁 : (본다. 보더니) 관둡시다. 괜히 입씨름만 하지..

오산댁 : 너무 그렇게 고상 떨지 마슈. 그래봤자 그 쪽은 식모구 나는 떨거지구 어차피 이 집 객식구인 건 피차일반이니까.

예산댁 : (기분 나빠) 말끝마다 식모 식모하는데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오산댁 : 식모를 식모라구 부르지 그럼 뭐라 불러요? 마님이라구 불러드릴까?

예산댁 : 근데 이 양반이.. (하는데)

현자 : 뭐가 이렇게 소란스러워요? (하면서 들이닥친다)

예산댁 : 아무것두 아니예요. (오산댁 흘끗 보며 접시 닦으면)

현자 : 아주머닌 왜 또 여기에 있어요?

오산댁 : 그게 저기.. 아랫채 방에만 있기 하두 심심하구 갑갑해서..

현자 : 태희가 승낙해서 아랫채 묵는 거까진 내 암말 안하겠는데

         아무 볼일 없이 수시로 집안 드나드는 건 삼가해 주세요. 알았어요?

오산댁 : (보더니 아니꼬 와서 고개 돌리면)

현자 : 알았어요, 몰랐어요?

오산댁 : 아이구 알았다 칩시다. 알았다 치자 구요.

현자 : (기분 나빠 보다가 예산댁에게) 아줌마, 나 차 좀 내줘요. (나가는데)

오산댁 : 저기 근데요.. 그 옷은 어디서 산거예요?

현자 : (돌아보며) 그건 아주머니가 알아서 뭐하게요?

오산댁 : 색깔이 이쁜 게.. 나두 한 벌 사 입을까 해서요.. (거들먹)

현자 : (기막혀 본다. 시선에서)



41. S# 이층거실.


씨근덕거리며 올라오는 오산댁, 방에서 외출준비를 하고 나오는 승희.


승희 : 왜 그래 엄마? 또 아랫층에서 무슨 소리 들었어?

오산댁 : 더러워서 못 살겄다 야. 이리가두 치이구 저리가두 치이구. 내가 무슨 주인 없는 짐짝두 아니구.

            차라리 하꼬짱같은 방이래두 내 집이 맘 편하지..

승희 : 조금만 기다리라 그랬잖아. 조금만. 왜 이렇게 애들처럼 보채구 그래?

오산댁 : 어느 세월에. 나 꼬부랑 할미 되서 늙어죽은 다음에?

승희 : (본다. 보더니 나즉히) 선우가 백혈병이야 엄마.

오산댁 : (멈칫..)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승희 : 맞는 골수를 찾지 못하면 몇 개월 내에.. 사망이래.

오산댁 : (놀란다) 뭐어? 그럼 선우가.. 죽는다는 거야? 아이구 어떡한다니. 어?

승희 : 어떡하긴.. 다 운명인거지.

오산댁 : 그래두 그게.. (하는데)

승희 : 됐어. 괜한 동정심 갖지 마. 어차피 사람 팔자는 다 따로 타고나는 거야. 알어?

오산댁 : (왠지 찜찜해하면)

승희 : 나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자. 내가 엄마 오랫만에 옷두 사주구 맛있는 것두 사드릴게. 나가자구. 응?

오산댁 : (흘끔 본다. 시선에서)



42. S# 평창동 집앞.


한쪽에서 프레임-인 되는 황국도, 거칠고 초라한 몰골로 보면

안에서 나오는 승희와 오산댁. 기다리고 있는 모범택시에 올라타면 출발하는 모범택시.

택시가 지나가자 황국도, 얼른 한쪽으로 돌아서며 얼굴을 가린다. 그러다 다시 고개 돌려 멀어지는 모범택시를 돌아본다.


황국도 : 가게 넘기구 월루 갔나 했더니만 여기 와 있었고마. 나를 요 모양 요 꼴로 만들어놓고

            시방.. 즈그들끼리 잘 먹구 잘 살것다 그거이지? (본다. 노려보는 시선에서)



43. S# 시장 일각.


프레임-인 되는 선우. 속옷가게에서 옷을 고른다. 포장한 봉투를 받은 다음 돈을 건네주는 선우.

속옷가게에서 나와 문득 구두 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멈칫.. 다시 돌아와 구두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휘 둘러보는데 순간 멈칫..


flash-back> 1부.

구두 가게 앞에서 구두를 보고 있는 어린 윤희.


현재>

멈칫해서 고개를 드는 선우. 이게 뭐지?


flash-back> 1부.

구두 가게 안에서 구두를 닦으며 하.. 부는 윤희.

아버지, 구두를 신고 나와 머슥하게 웃는 얼굴..


다시 현재>

자기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서는데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힌다.

그제서야 상념에서 깨어나며 얼른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얼른 한쪽으로 물러서서 다시 구두 가게를 본다.

다시 사라진 기억.. 나즉히 한숨. 바라보는 시선에서.



44. S# 철웅의 집 거실. N


길여옥, 연웅, 철웅, 모여 앉은 가운데 선우, 자기가 사온 선물꾸러미들을 올려놓는다.


선우 : 이건 할머니 꺼 구요, 이건 연웅이 꺼.. 그리구 이건 아저씨 꺼. 그리구 철웅이 니 꺼. (내밀면)

길여옥 : (풀러보며) 아이구 돈두 없을 텐데 뭐 하러 이런 건 사 와. 너 필요한 거 사 쓰지 않구선.

연웅 : 에이 할머니는. 언니 월급 탔대잖아. 이러면서 속옷 한 벌 얻어 입는 거지 뭐.

길여옥 : (풀러보면 모시메리다) 아이구 시원하겠구나. 응? 그렇잖아두 내가 땀이 많아서 여름마다 고생했는데.

            올 여름엔 선우덕분에 시원허게 보내겄다. 허허..

선우 : 색깔 맘에 드세요?

길여옥 : 맘에 들구 말구. 암.

연웅 : 오빠 것두 풀러 봐? 뭔지 같이 좀 보자.

철웅 : (멍하니 선우를 보다가) 어? 어어.. (하더니 풀러본다)


나오는 트렁크 세트.


선우 : 대충 눈 짐작으루 샀는데 맞을지 잘 모르겠다. 남자 속옷은 처음 사보는 거라서. (헤 웃으면)

철웅 : 맞겠지 뭐. (그러면서도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보면)


길여옥, 몸에 대보면 연웅 좋아서 본다. 선우, 즐거운 표정으로 길여옥과 연웅을 본다.

철웅, 그런 선우를 본다. 아픈 안색이 역력한데도 웃고 있는 그녀..

철웅 참을 수 없는 기분으로 일어서면.


연웅 : 오빠 어디가?

철웅 : 선우가 사온 거 한번 입어볼라구 그런다 왜. (퉁명스럽게 올라가면)


길여옥, 연웅, 웃으면서 보는 가운데 선우만 철웅의 기분을 알고 돌아본다. 시선에서.



45. S# 철웅의 방. N


안으로 들어와 문에 기대는 철웅, 가슴이 미어진다. 안타까움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선우E : 철웅아.. 나 잠깐 들어가두 돼?

철웅 : (돌아본다. 보다가 겨우) 아니.. 안 돼. 나 지금 옷 다 벗었어.

선우E : 그래애.. (간격) 잘 맞니?

철웅 : 어? (미어진다) 어어. 그래 딱 맞어.. 너무 좋다 야.



46. S# 이층복도. N


철웅의 방을 들여다보는 선우, 본다. 보다가 작게 한숨..


선우 : 너.. 할머니하구 연웅이 앞에서 자꾸 그러지마. 그러다 너 땜에 다 눈치 채시겠다.

철웅 : (insert> 붉어지는 눈시울..)

선우 : 너 힘든 거 아는데.. 그래두 조금만 더 참아줘. 알았지?

철웅 : (insert> 어쩔 줄을 모른 채 고개를 숙인다. 목이 메여) 알았어. 알았으니까 내려가 봐.

선우 : (본다. 작게 한숨 내쉬며 돌아서면)



47. S# 철웅의 방. N


그대로 문을 타고 주저앉는 철웅,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주먹으로 미간을 누른다.

애써 복받치는 감정을 참아내는 모습에서.



48. S# 이층거실. N


아랫층으로 내려오는 선우.


연웅 : 오빠 지금 입어보고 있대요? 잘 맞는대요?

선우 : 어어. 잘 맞는대.

길여옥 : 그렇겠지. 선우 눈썰미가 어디 보통 눈썰미냐. (웃음)


그 때 울리는 선우의 핸드폰 벨.


선우 : (얼른 받아든다) 여보세요. (하다가) 어? 아저씨?

길/연웅 : (동시에 돌아본다)

선우 : 어쩐 일이세요? 네? 지금요?



49. S# 공중전화박스. N


황국도 : 이이. 지금. 시급을 다투는 일잉께 빨리 좀 나와야 쓰겄다. 그려.

            저번에 나 만났던디 있지?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텐께 후딱 나오거라 이?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러면서) 승희 네 이년. 이자는 너두 행복 끝 불행의 시작이다. (고소하게 시선 돌리는데서)



50. S# 승희의 방. N


잔뜩 쇼핑백들을 들고 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쇼핑해 온 것들을 꺼내서 거울에 대보고, 머리에 써보고 하면서 혼자만의 패션쑈.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51. S# 지하철역 계단. N


개찰구에서 나오는 선우, 계단으로 올라간다. 힘겨운 듯 잠시 난간을 붙들고 선다.

올려다보면 저 위까지 너무 많이 남은 계단들..

선우, 한걸음 더 올리려다가 멈칫.. 또 다시 엄습하는 현기증.. 일순 호흡이 가파진다.

숨이 잘 내쉬어지지 않는 선우.. 또 다른 호흡곤란 증상이 선우를 덮치고 있다.

숨을 몰아쉬기 위해 크게 호흡을 하는 선우.. 그럴수록 강하게 전해져오는 어지럼..

선우, 얼른 계단위에 주저앉아 가방에서 핸드폰을 찾는다. 핸드폰을 열고 겨우 번호를 누른다.



52. S# 철웅의 집 거실. N


때르릉 울리는 전화벨.


연웅 : (뛰어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서준F : 내 목소리 잊었어요? 나예요.

연웅 : 사장님! 사장님이 어쩐 일이세요?



53. S# 서준의 이층 거실. N


서준 : 어쩐 일이긴. 갑자기 연웅 씨 목소리 듣구 싶어 전화했죠. (웃음) 지금 뭐하구 있었어요?



54. S# 지하철 계단. N


뚜뚜뚜.. 통화중 신호음에 선우, 다시 한 번 번호를 누르려고 애쓴다.

식은땀.. 숨을 몰아쉬며 누르다가 그만 놓쳐버리고 마는..바닥에 떨어지는 핸드폰.

일순 지나가는 사람들 돌아보면 계단위에 거꾸로 쓰러져 있는 선우.. (부감..)

사람들 선우 주변으로 웅성웅성 모여든다.



55. S# 재혁의 오피스텔. N


울리는 핸드폰 벨. 집어 드는 재혁의 손.


재혁 : 장재혁 입니다. 네 맞습니다만.. (듣다가 멈칫..) 뭐라구요? (놀라는 표정에서)



56. S# 응급실. N


뛰어 들어오는 재혁, 데스크에 대고.


재혁 : 이선우 씨 보호잡니다. 이선우 씨 지금 어딨습니까, 네?

간호사 : 따라오세요. (가면)

재혁 : (따라가면)


한쪽 칸막이 뒤로 누워있는 선우.. 산소 호흡기를 입에 대고 있다.

간호사, 한쪽으로 비켜주면 그 안으로 다가서는 재혁.


재혁 : 선우 씨..

선우 : (희미하게 눈을 뜨고 본다)

재혁 : (다가서서 손을 잡아준다. 선우를 보면)

선우 : 팀장님.. (그러다 다시 까무라치듯 눈을 감는다)

재혁 : ....! (본다. 시선에서)



57. S# 약속장소 N


기다리고 있는 황국도. 공중전화 옆에 쭈그리고 앉은 채 계속 줄담배만 피워댄다.

옆에 있는 공중전화를 돌아보는 시선에서.



58. S# 응급실 안. N


울리는 핸드폰 벨. 재혁, 얼른 받아든다.


재혁 : 여보세요. 이선우 씨 핸드폰입니다.

황국도 : (insert> 멈칫하는 얼굴)

재혁 :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여보세요?

황국도 : (insert> 얼굴) 저그.. 이선우하고 쪼까 통화 좀 해야 쓰겄는디 바꿔주실 랍니까?

재혁 : 이선우 씨는 지금 전화를 받을 수가 없는 데요. 어디신지 말씀하시면 전해드리겠습니다.

황국도 : (insert> 얼굴) 저그 나는 전이 국밥집서 같이 살던 아저씬디요. 그렇게 전해주면 알 것이요.

            내가 난중에 또 전화한다고요.

재혁 : (멈칫..) 국밥집에서 같이 살던 분이라 구요? 그럼 혹시 황국도씨..?

황국도 : (insert> 놀라는 얼굴)

재혁 : 황국도씨.. 맞습니까?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는데)



59. S# 공중전화부스. N


얼른 수화기를 내려놓는 황국도. 벌렁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전화기를 보다가.


황국도 : 음마. 워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겨? 설마 혹시.. 승희 고 기집애가 선우 주변까지 사람을 심어 놓은 거 아녀?

            (허! 놀라는데서)



60. S# 응급실. N


핸드폰을 든 채 생각에 잠기는 재혁, 옆에 누워있는 선우를 본다. 선우의 얼굴에서.



61. S# 박귀중의 병실. N


손에 선우에게 줬던 반지목걸이를 꺼내서 보는 철웅. 그러면서 옆에 있는 박귀중을 본다.


철웅 : 아버지. 저.. 있잖아요. 선우하구 결혼할려구 하는데.. 허락해주실래요?

박귀중 : ...

철웅 : 죄송해요. 아버지 이렇게 누워계신데..아들 녀석이란 놈은 결혼생각이나 하구 있구..

         근데요 아버지.. 선우가 많이 아파요. 내가 옆에 있어주지 않으면 그 녀석.. 더 많이 힘들구 아플 거 같아서요. 그래서...

         (보며) 아버지.. 승낙해 주시는 거죠?

박귀중 : ...

철웅 : (손에 들린 반지를 본다. 주머니에 넣고 말없이 일어서는데)

박귀중 : 으으으...

철웅 : (멈칫.. 돌아본다)

박귀중 : 으으으.. (고개를 조금 움직인다)

철웅 : 아버지! 아버지이!! (얼른 다가선다)

박귀중 : (의식이 돌아오고 있다)

철웅 : 아버지 정신이 돌아오세요? 네? 저예요. 아버지 아들 박철웅이요! 아버지! 아버지이!

박귀중 : (이윽코 천천히 눈을 뜰고 철웅을 본다)

철웅 : (본다. 기쁨에 들떠서 바라본다) 아버지!

박귀중 : (본다. 눈을 뜨고 바라보는 시선에서 스틸!)


<33부 끝>

























첨부파일 유리구두33.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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