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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34 - 기억의 저편 (下)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550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34 - 기억의 저편 (下)











1. S# 박귀중의 병실. N


누워있는 박귀중, 짐짓 의식에서 깨나고 있다.


박귀중 : 으으으.. (고개를 조금 움직인다)

철웅 : 아버지! 아버지이!!

박귀중 : (의식이 돌아오고 있다)

철웅 : 아버지 정신이 돌아오세요? 네? 저예요. 아버지 아들 박철웅이요! 아버지! 아버지이!

박귀중 : (천천히 눈을 뜰고 철웅을 본다)

철웅 : (본다. 기쁨에 들떠서 바라본다) 아버지!

박귀중 : (본다. 눈을 뜨고 바라보는 시선에서)



2. S# 승희의 방. N


헉! 하고 눈을 뜨는 승희, 얼른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가위에 눌린 듯 불안정한 호흡을 내쉬며 돌아본다.

식은땀 흘리는 시선에서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난다.



3. S# 주방안. N


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테이블에 있던 물을 따라 마시면서 돌아서다가

마침 들어서는 그림자에 놀라서 컵을 떨어뜨린다. 쨍그랑! 깨지는 컵.

서준, 놀라서 승희를 본다.


서준 : 윤희야!

승희 : (놀라서 본다. 보다가 겨우) 오.. 오빠아..

서준 : (불을 켜며) 왜 그래 너? 왜 그렇게 놀래? 얘 좀 봐.. 너 왠 식은땀을 이렇게 흘려?

승희 : 그냥 나쁜 꿈을 좀 꿔서 그래. 잠이 깨서 물 마시러 내려온 거야.

서준 : 괜찮은 거야 너?

승희 : (본다. 보다가 이내 냉정) 괜찮아.. (그러더니 지나쳐 올라간다)

서준 : (돌아본다. 시선에서)



4. S# 이층거실. N


올라오는 승희, 기운이 없는 듯 방 쪽으로 가려다 태희의 방을 돌아본다.



5. S# 태희의 방. N


문을 빠꼼히 열고 얼굴을 들이미는 승희, 태희, 안경을 쓴 채 쌓인 문건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승희 : 언니.. 지금 바빠요?

태희 : 어. 좀 바빠. 왜 윤희야?

승희 : 저기.. 나 오늘 언니랑 같이 자면 안 될까?

태희 : (돌아본다) 어떡하지? 이거 오늘 안으로 다 봐야 할 서류들인데. 오늘은 그냥 니 방에서 자는 게 좋겠다 윤희야.

승희 : 아아.. 그렇구나. 알았어요. (문을 닫고 나간다)


태희, 서류로 시선 주다가 다시 한 번 돌아보면.



6. S# 승희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승희, 어두침침한 게 싫은지 불을 밝게 켠다. 그러더니 한쪽에 와서 앉으며 음악을 켠다. 시끄러운 음악.

승희, 괜한 불안함에 무릎을 올리고 얼굴을 묻는다. fade-out.



7. S# 박귀중의 병실. (아침)


환한 햇살이 들어오는 가운데 천천히 눈을 뜨는 박귀중.


길여옥 : 아범. 날세.. 나야. 정신이 좀 드나?

박귀중 : (천천히 시선을 돌려 길여옥을 본다)

연웅 : 아버지! 나두 있어. 내 얼굴 알아보겠어? 어?

박귀중 : (본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면)

길여옥 : 아이구.. 사람을 알아보는 모양이구나. 아이구 하나님 천지신명님 감사합니다. 아이구 세상에.. (눈물짓는다)

연웅 : 내가 말했잖아 할머니. 아버지 다시 깨어나실 거라구. 말짱하게 정신 다시 돌아오실 거라구.

         (좋아서 같이 눈물을 글썽이면)

철웅 : (입가에 미소. 바라보면)



8. S# 병실 복도.


밖으로 나오는 철웅, 크게 심호흡을 한다. 밤을 새서 그런지 온몸이 뻐근하다.

크게 목운동 팔운동을 해가며 돌아서는데 멈칫.. 다가서는 재혁을 본다.


철웅 : (멈칫.. 본다. 보더니) 어쩐 일입니까 여기까지?

재혁 : 아무리 연락을 해도 전화를 받지 않아서요. 그래서 여기로 직접 찾아온 겁니다.

철웅 : 무슨 일인데요?

재혁 : 선우 씨가.. 어젯밤에 길에서 쓰러졌어요.

철우 : ! (본다. 돌아보는 시선에서)



9. S# 선우의 병실 안.


옷을 갈아입고 있는 선우. 그 때 뒤에서.


철웅 : 선우야!

선우 : (돌아본다)

철웅 : (너무너무 걱정하면서 달려왔다. 선우를 보며) 너 괜찮아? 쓰러졌었다며? 그러 길래 밤길에 왜 혼자 다녀.

         지금은 좀 어때? 괜찮은 거니? 괜찮아진 거야?

선우 : (쉴 새 없이 쏟아놓는걸 막으며) 괜찮아. 이젠 집에 가두 될 만큼 괜찮아졌어.

철웅 : 가긴 어딜 가. 안 돼. 오늘 당장 입원 수속해. 입원해서 치료 받자구.

선우 : 철웅아 그 얘긴 벌써 끝났잖어. 그건.. (하는데)

철웅 : 글쎄! 병원비는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넌 치료만 받으면 돼. 다른 걱정은 나한테 맡기구 넌 낫기만 하면 된다구.

선우 : 다른 사람한테 짐이 되고 싶진 않아. 아니.. 짐이 되서라두 살아날 수 있다면, 그래 한번쯤 눈 딱 감겠어.

         하지만 골수가 없으면 가망 없다는 거 너두 잘 알잖아.

         나.. 몇 달 더 목숨 연장하려구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거 싫어 철웅아.

철웅 : 그래서! 죽을 날 받아놓구 그냥 두 손 놓구 앉아 기다리겠다구? 아무 노력도 안 해 보구.. 그냥 포기해 버리겠다구?

선우 : 불가항력이야 이건.. (단호하다)

철웅 : (그 말에 보더니) 넌 억울하지두 않냐? 이렇게 힘없이 쓰러지구 죽는 거.. 안 억울해? 분하지두 않냔 말야!

선우 : 억울해. 이렇게 죽는 거.. 누구보다 억울하구 분해.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건지..매일같이 하나님을 원망해.

철웅 : 선우야..

선우 : 나라구.. 살고 싶지 않아서 이러는 줄 알아? 나두 살고 싶어. 누구보다 오래오래 살고 싶어...내 가족도 찾고 싶구..

         (목이 메여) 열심히 일해서 성공도 하구 싶구, 돈두 벌구 싶어. 다른 사람들처럼 나두 한번 보란 듯이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다구..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내 힘으론 안 되는 일이잖아.

철웅 : 안 되는 게 어딨어! 하는 데까지 해보는 거지! 그럴수록 더 포기하면 안 되는 거지!

선우 : (툭.. 떨어지는 눈물로 보면)

철웅 : 우리.. 하는 데까지 해보자. (애원조다) 널 위해서 못하겠음 날 위해서 해줘. 날 위해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 달라구.

         (가슴 아픔에 못 이겨 꼭 끌어안는다. 목이 메어 겨우) 나.. 너 없으면 안 돼 선우야. 이제 겨우 나한테 돌아왔는데..

         이대로 너 못 보내.. 부탁이야.. 제발 포기한다는 말만 하지 마. 어?

선우 : (가슴이 아프다. 흐느끼는데서)



10. S# 병실 앞.


반쯤 열려진 병실문안으로 끌어안은 선우와 철웅이 보인다.

그 이쪽으로 벽에 기대 서 있던 재혁, 가슴속에 미어지는 아픔을 삭히며 질끈 눈을 감는다. 그러면서 조용히 프레임-아웃 되면.



11. S# 회장실.


태희, 깍지 낀 두 손을 책상에 올려놓은 채 전화기만 바라본다. 바라보다가 인터폰을 누르고.


태희 : 장팀장.. 아직 출근 전인가요?

여비서F : 네. 조금 전에도 확인해봤는데 아직 출근 전이시랍니다.

태희 : 연락두 없구요?

여비서F : 네 없는데요, 대표이사님.

태희 : 알았어요.


다시 두 손을 깍지 낀 채 시선을 돌린다. 정말로.. 떠나 버린 걸까.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데

그 때 똑똑똑.. 문소리와 함께 여비서가 들어온다.


여비서 : 대표이사님. 지금 막 장팀장님이 오셨는데요.

태희 : (일순 반가움에 반쯤 일어서다가 다시 도로 앉으며 안 그런 척) 들어오라고 해요.


여비서, 밖으로 나가면 들어오는 재혁. 얼굴이 꺼칠하고 핼쓱하다.

왠지 안타깝지만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냉정을 가장한다.


태희 : (자리에서 일어나 재혁을 지나쳐 소파 쪽으로 오며) 어쩐 일이야?

         출근두 늦구 연락두 없어서..정말로 떠나버렸나 했는데 아니었니?

재혁 : 지금 나.. 병원에서 오는 길이야.

태희 : (? 돌아본다) 병원? 거긴 왜?

재혁 : 이선우 씨.. 지금 거깄어. 백혈병인데.. 얼마 살지 못 한다드라.

태희 : ...! (멍하니 본다)

재혁 : 뭔가.. 도움을 주고 싶은데..내가 돕는 건 아무것도 받지 않겠대. 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태희야.

태희 : (본다. 보다가) 언제..부터야? 이선우 그렇게 아프기 시작한 거.

재혁 : 모르겠어. 나두 지난주에야 알았으니까..것두 다른 사람 통해서.

태희 : (충격.. 멍하니 바라보면)

재혁 : 속수무책이야. 속수무책으루 앉아서..선우 씨 죽어가는 걸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구.. (붉어지는 눈시울)

태희 : (본다. 보다가 힘없이 시선 돌리면)



12. S# 병원 처치실.


잔뜩 겁을 먹고 옆으로 누워있는 선우와 그 앞에서 선우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철웅.


의사 : 환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잘 붙잡아주세요. 많이 아플 겁니다.

선우 : (다분히 겁먹은 표정)

철웅 : (손을 꼭 잡아주며) 괜찮아.

선우 : (보면)


의사, 요추천자를 하기 위해 선우의 등에 소독약을 바른다.

긴장하는 선우. 철웅, 같이 바싹 긴장해서 보면

의사, 커다란 요추천자용 주사기를 집어 들고 선우의 척추부근으로 가져간다.

선우, 긴장한 표정으로 있다가 어느 순간 아!.. 철웅, 멈칫.. 선우를 보면 말로 못하는 그 고통스러움..


선우 : 아아.. (가늘게 신음소리만.. 이내 입술을 깨문다)

철웅 : 아프면 소리쳐. 괜찮아. 소리 질러두 돼 선우야.

선우 : (그저 입을 꾹 문채 고통을 참는다. 주르르 떨어지는 눈물)

철웅 : (그런 선우가 너무 안타까워 그저 손만 꼭 잡는다. 시선위로)

의사E : 일단 약물치료가 시작되면 몸이 많이 힘들게 될 겁니다.



13. S# 진료실.


철웅 : (앉아서 듣는 얼굴위로)

의사 : 약물이 독해서 구토도 많이 하게 될 거구..무엇보다 환자가 몸이 약해지면서 짜증이나 신경질이 많이 늘게 될 겁니다.

         이제부턴.. 정말루 보호자와 환자의 싸움이 시작되는 겁니다.

철웅 : (본다. 어깨를 쭉 피고 자신 있다는 듯 보면)



14. S# 선우의 병실.


누워있는 선우.. 링거호수에 주사기로 약물투여를 받는다.

(경과) 약물이 독한지 계속 토하고 또 토하고.. 철웅, 말없이 그 모든 걸 받아준다.

선우, 기운 없이 침대에 쓰러진다. 철웅, 수건으로 선우의 얼굴을 닦아주면.


선우 : 나가..

철웅 : 뭐?

선우 : 나가 있으라구. 냄새 나잖어.

철웅 : 그런 건 신경두 쓰지 마. 괜찮아.

선우 : 부탁이야 나가줘... 이런 모습 보여주기 싫어 철웅아..

철웅 : 넌 환자야. 난 보호자구. 죽어두 니 옆에서 죽을 거구 살아두 니 옆에서 살 거야.

선우 : (기운 없이 보다가 다시 구토...)


철웅, 얼른 그릇을 받쳐주며 선우의 등을 쓰다듬는다. 안타깝게 선우를 바라본다. 대신 아파주고 싶을 만큼 마음이 아프다.

그 뒤에 문 뒤로 지켜보고 있던 태희,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다.



15. S# 병실 앞.


돌아서는 태희, 영 마음이 좋질 않다. 나즉히 한숨을 내쉬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뒷모습에서.



16. S# 평창동 거실.


예산댁, 문을 열어주면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예산댁 : 이제 오세요?

태희 : 네. (들어오면)

현자 : (신문을 넘기며) 어쩐 일이니? 이렇게 일찍 집에 다 들어오구?

태희 : 그냥 좀 피곤해서요. (힘없이 이층으로 올라간다)

현자 : (태희 표정이 걸리는 듯 보더니) 아줌마.

예산댁 : 네. 사모님.

현자 : 아무래두 태희가 여름을 타는 모양이네요. 인삼 즙 좀 해서 태희 방에 올려 보내세요.

예산댁 : (어쩐 일이래? 보면)

현자 : 뭘 그러구 섰어요? 내 말 못 알아 들었어요?

예산댁 : 아뇨, 알아들었어요. 곧 올려 보낼께요. (짐짓 웃음. 주방으로 들어가면)

현자 : (흘끗 본 뒤,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신문을 들여다본다. 시선에서)



17. S# 이층거실.


올라오는 태희, 자기 방 쪽으로 가려다가 멈칫.. 승희의 방 쪽을 돌아본다.

그 쪽으로 가서 똑똑똑 문을 두드리면 아무 대답이 없다.

태희, 문을 열고 들어서면.



18. S# 승희의 방.


들어서는 태희, 방안을 둘러보면 즐비하게 나뒹구는 쇼핑백에 여기저기 널려있는 비싼 옷들..

태희, 들어와 화장대위를 보면 반지며 팔찌며 여러 악세사리들이 아무렇게나 뒹굴어 다닌다.

나즉히 한숨 내쉬며 보는 태희, 시선에서.



19. S# 금방.


링 반지를 건네주는 가게 주인. 승희, 링 반지를 살펴보더니 이내 마음에 안 드는 표정.


승희 : 아, 이 글씨체가 아닌데..이건 내가 봐두 가짜라는 게 확 티가 나는데..

가게주인 : 처음부터 그랬잖아요. 직접 반지를 보지 않구서는 아주 똑같이 못 만든다구.

               더군다나 안쪽에 글씨 써넣는 게 쉬운 게 아니거든요.

승희 : 할 수 없죠 뭐. 꿩 대신 닭이라구.. 이거라두 끼구 있어야지. (하면서 손가락에 낀다. 보면서 이거면 되겠지 하는 표정에서)



20. S# 주방. N


식사하고 있는 현자, 서준, 태희, 승희.

(태희, 김필중 자리에 앉아 식사하고 있다. 이제 이 집안에서 태희가 김필중 대신이다)


태희 : (흘끗 승희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며) 윤희 너.. 반지 또 새로 샀니?

승희 : 새로 사다뇨? 이거.. 제가 끼던 반지잖아요.

태희 : (흘끗 본다. 보더니) 그게.. 엄마 반지라구?

승희 : 네.. 그럼요. (보면)

태희 : (일순 표정 굳는다) 그래? 이리 줘 봐.

승희 : 네? (찔끔해서 본다)

태희 : 줘 보라구. (엄격하다)


현자와 서준, ? 해서 태희와 승희를 본다.

승희, 불안한 표정으로 반지를 빼서 태희한테 준다.

태희, 반지를 받아들어 보더니 표정 굳어서 승희를 본다.


태희 : 너. 엄마 반지 어쨌니?

승희 : (흠짓.. 본다) 언니이.

태희 : 너 엄마 반지 어쩌구 이런 걸 끼구 있는 거냐구! 말해봐. 어떻게 한 거야?

승희 : 사실은.. 그게..

현자 : 어떻게 된 거야? 설마 너.. 니 엄마 반지 잃어버린 거니?

승희 : (본다. 짧은 망설임 끝에 기어들어가듯) 네.. 잃어버렸어요.

태희 : 뭐? 엄마 반지를 잃어버려? 어쩌다가? 대체 어쩌다가 잃어버린 건데?

승희 : 손 닦으려구 잠깐 빼놨다가..그만 실수루 하수구에 빠뜨렸어요.

현자 : 쯧쯔.. 칠칠맞기는.

서준 : 잃어버린 데가 어디야?

승희 : 응? 어어.. 병원.

서준 : 병원?

승희 : 박기사님 입원한 병원. 경과가 어떤가 보러갔다가 화장실에서..

         (태희 보며) 미안해요 언니. 제가 덤벙거리는 바람에 그렇게 됐어요.

태희 : 그럼 처음부터 잃어 버렸다구 솔직히 말했어야지. 어떻게 이런 가짜로 눈속임해서 그냥 넘어갈려구 했던 거야?

         너.. 내가 모른 척 했으면 끝까지 날 속일 생각이었니? 어?

승희 : (말을 못하면)

태희 : 정말.. 윤희 너한테 실망이다. (그러더니 속상함으로 숟가락 놓더니 일어나 나간다)

승희 : (낭패감으로 보면)

현자 : 잃어버린 것보다 더 나쁜 게 사람 속이는 거지. 암. (하면서 식사 계속하면)

서준 : 잘 챙기지 좀. 그게 어떤 반진데 그런 걸 잃어버려?

승희 : (순간 삐딱) 누군 잃어버리고 싶어서 잃어버린 줄 알아?

현자 : 근데 얘가. 너 지금 누구한테 큰소리야? 서준 오빠가 니 동생이니? 니 친구야? 보자보자 하니까 점점 기어올라. 점점.

승희 : 언니한테 싫은 소리 들은 거 뻔히 알면서 것다 대구 부채질하잖아요, 서준 오빠가.

현자 : 그래두 얘가! 뭘 잘했다구 끝까지 큰소리야! 반지 잃어버린 게 니 잘못이지 서준이 잘못이니? 어따 대구 화풀이야 지금!

승희 : 아우 알았어요! 제발 좀 그만들 하세요. 내가 무슨 동네북이야? 만만하면 이리치구 저리치구 놀게?

         그깟 반지 하나 잃어버린 거 같구 증말..

서준 :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지 너! 그깟 반지가 아니잖아! (하는데)

승희 : 듣기 싫어. 그만해. 나하구 언니 일에 괜히 오빠까지 나서지 말란 말야! (하더니 탁! 소리 나게 수저 놓고 일어나 나간다)

현자 : 쟤가 쟤가.. 이젠 할아버지 안계시니까 무서운 사람이 없구나? 안하무인이야 아주. 어?

서준 : (승희 나간 쪽을 본다. 시선에서)



21. S# 이층거실. N


쿵쿵 이층으로 올라오는 승희, 에이 씨.. 그러다가 흘끗 태희 방을 돌아본다.

방문 앞으로 다가서는 승희, 잠시 어떡하나 망설인다. 보면.



22. S# 태희의 방. N


의자에 앉아있는 태희. 문득 검지손가락에 끼워진 아버지의 반지를 보는데

그 뒤로 문을 열고 빠꼼히 들어서는 승희.


승희 : 언니이..

태희 : (흘끗 보더니 대답 없이 노트북을 열어 전원을 켠다)

승희 : (본다. 보다가 슬며시 안으로 들어와 눈치 보며) 죄송해요 언니. 화내지 말아요.

태희 : ...

승희 : 사실은 나두 그 반지 잃어버려서 얼마나 속상한지 몰라요,

         갑자기 하늘이 노래지구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태희 : 그럼 그렇다구 말을 했어야지. 왜 그런 걸루 언닐 속여?

승희 : (얼른 태희 옆에 바싹 다가앉으며) 잘못했어요 언니. 정말 잘못했어요.

태희 : 됐어. 이미 잃어버린 거 어쩌겠니. 알았으니까 그만 나가봐.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쪽으로 가려는데)

승희 : (얼른 뒤에서 끌어안는다) 언니..!

태희 : (멈칫..)

승희 : 요즘 언니 저한테.. 아주 많이 냉정해지신거 알아요? 할아버지 돌아가신 뒤로 더 그래요.

         왜 그러는 거예요? 제가 뭐 맘에 안 드는 거라도 있어요? 제가 언니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는 거예요?

태희 : ...

승희 : 예전처럼 잘 웃어주지두 않구..눈도 잘 마주쳐주지도 않구.. 자꾸만 내가 뭘 잘못한 게 아닐까 괜히 조마조마해져요.

태희 : (차마 뿌리치지 못하면)

승희 :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차라리 꾸중하세요. 그러는 게 제 속이 편하겠어요.

태희 : (작게 한숨.. 그 말에 돌아서서 승희를 본다) 그런 거 없어. 그냥 내가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래.

         회사중책을 맡으면서 생각할 것두 많아지구. 거기다 니가 반지까지 잃어버렸다니까.. 갑자기 화가 난거야.

         어쨌든 그 반지는 너하구 날 이어줬던 유일한 물건이었잖아.

승희 : (괜히 불쌍한 강아지처럼 태희 품을 파고들어 안긴다) 미안해요 언니. 하지만 일부러 속일려구 그런 건 아니었어요.

         정말이예요. 믿어줘요.

태희 : (조금은 안돼서 승희를 본다. 나즉히 숨을 내뱉으며) 그래.. 알았어. 됐어.

승희 : (안긴 채 그제야 안도감을 느끼며 본다. 시선에서)



23. S# 태희의 방 앞. N


안에서 얘기를 듣던 서준, 낮게 한숨을 내쉰다. 자기 방으로 돌아서는 모습에서 fade-out.



24. S# 서준의 레스토랑. (D)


바 앞에서 컵을 닦고 있는 연웅, 그 뒤로 프레임-인 되서 옆에 앉는 서준.


서준 : 연웅 씨, 아저씨 깨어나셨다면서요?

연웅 : 네 사장님. 이젠 식구들 얼굴두 죄다 알아 보시구..간단하게 고개 짓으루 의사 표시두 하시구 그러세요.

서준 : 한시름 놨네요. 이제나 저제나 아저씨 깨나실 날만 기다렸는데. (그러더니 안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내민다)

연웅 : (? 보면)

서준 : 열어봐요.


연웅 ?해서 보다가 작은 상자를 열어본다. 그러면 그 안에 들어있는 반지.

연웅, 멈칫해서 서준을 보면 서준, 씩 웃으며 자신의 손가락을 까딱까딱해 보인다.

서준의 손에 똑같은 커플링이 끼워져 있다. 씩 웃으면.


연웅 : 무슨.. 뜻입니까?

서준 : 반지란 게 원래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이제부터 이 반지가 나하구 연웅 씰 하나로 묶어줄 거다 뭐 그런 뜻이죠.

연웅 : 진짜 격식 없구 예의 없으시네. 그렇게 의미 있는 반지를 이렇게 장난하듯 툭 던져 주십니까?

서준 : 그럼 어떻게 줘야하는데요?

연웅 : 글쎄 그거야 주는 사람이 생각하셔야죠. 나는 나이두 어리구, 또.. 신세대에 속하는 연령이지만

         그래두 이렇게 중요한 의미의 반지를 받을 땐 좀 더 그럴 듯 하구 좀 더 멋지구.. 암튼 그런 격식을 차려줬음 좋겠거든요.

         (그러면서 반지 도로 서준 앞에 내밀면)

서준 : 격식 너무 따지는 거 좋은 거 아니예요. 연웅 씨.

연웅 : 그렇다구 격식이 너무 무시되는 것두 바람직한 일은 아니죠, 사장님. (하더니 지나쳐서 간다)

서준 : (픽 웃음. 보더니 반지케이스를 보더니 집어 들고 재빨리 따라간다)


한쪽으로 쭉 걸어오는 연웅. 그 뒤로 따라오는 서준, 얼른 연웅의 손을 잡는다.

연웅 ?해서 돌아보면.


서준 : (흠흠.. 작게 헛기침하더니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는다)

연웅 : (기겁해서 내려다본다) 사.. 사장님!! (얼른 주위를 돌아보면)


일제히 돌아보는 손님들.. 구경난 듯 쳐다보면.


연웅 : 손님들 보는데 왜 이러세요? 네?

서준 : 프로포즈 하는 겁니다. 격식과 예의를 다해서.

         (하더니 두 손으로 반지를 들어 보이며) 연웅 씨 저하구 결혼해주시겠습니까?

연웅 : 에에에? 겨, 겨... 결혼이요? 사장님.. 이거 장난이 좀 지나치신 거 아닙니까?

서준 : 장난을 무릎까지 굻고 하는 미친놈 봤습니까?

연웅 : 사장님!

서준 : 진심이예요. 진심으루 연웅 씰 내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그만 벌 세우구 내 진심 좀 받아 달라 구요. 네?

연웅 : (본다. 보면)


사람들, 박수를 치며 “받아줘! 받아줘! 받아줘!” 연호를 한다.

서준, 능청맞은 웃음으로 반지를 내밀면

연웅, 본다. 보다가 망설임으로 천천히 손을 내밀면 서준, 연웅의 손을 가져와 반지를 끼워 준다.

순간 환호하며 박수치는 사람들. 남직원 여직원들 다들 좋아라 웃으면서 박수를 친다.

서준, 자리에서 일어나서 연웅을 보더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처럼 연웅의 허리를 홱 꺽으며 진하게 키스한다.

연웅, 서준의 목을 꼭 끌어안아 준다.

박수와 환호성! 그들의 행복한 모습에서.



25. S# 평창동 집 앞.


한쪽에 다가와 멈춰서는 모범택시.

안에서 내려서는 오산댁, 챙이 넓은 모자에 촌스러우면서도 어쨌든 구색은 갖춰 입은 모습으로.


오산댁 : (교양을 가장한 목소리) 수고했어요, 아저씨. (쇼핑 가방을 들고 집 쪽으로 돌아서는데)

황국도 : (조심스럽게) 어이. 오산댁.

오산댁 : (멈칫..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잘못 들었나 돌아서는데)

황국도 : 오산대액!

오산댁 : (반대편을 돌아보면)


한쪽에 숨어서 베식 웃는 황국도.


오산댁 : (썬글라스 쓱 밑으로 내리며 본다) 어마나 어마나.. (재빨리 주위를 살피더니 얼른 그 쪽으로 다가서며)

            어머, 자기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니.. 몰골이 왜 이 모양이래? 어?

황국도 : 자네 집에서 쫒겨난 뒤로 완전히 쪽박 차부렀제. 그나 저나 자네는 신수가 활짝 폈고마이?

오산댁 : 나야 딸 잘둔 덕분에 호의호식에 호강하구 살지 뭐.

황국도 : 좋겄고마. (빈정댄다) 서방 내쫒고 딸년 쫒아 부잣집에 얹혀살믄서 호의호식허고..

오산댁 : 맨 첨엔 좋았는데.. 싫증나 이것두우. 맨날 하는 일이 먹구자구, 따분하면 쇼핑 가구..

            어디 누구 하나 내 말상대 해주는 사람두 없구 같이 방 쓰는 여편네는 허구 헌 날 주여, 아멘, 할렐루야만 찾구..

황국도 : 내가 그립긴 그립제?

오산댁 : 연락두 한번 안하면서 그립긴 뭐가 그리워.

황국도 : 마음은 하루에 골백번 두 더 하고자팠지. 허지만 승희 고것이 워디 보통이래야지 말여.

            즈의 엄니한테 연락하면 가만 안냅둔다 겁주는디.. 낸들 어디 쉽게 연락할 수 있었겄능가?

오산댁 : (피.. 시선 돌리다가 생각난 듯) 아참.. 자기 그거 알어? 선우가 곧 죽게 생겼다네?

황국도 : 뭐시여? 선우가 왜?

오산댁 : 백혈병인가 뭔가 걸렸는데 그거 걸리면 영낙 없이 죽은목숨이라든데?

황국도 : 참말이여? 참말로 선우가 죽게 된다 그 말시?

오산댁 : 그렇다니깐. 나두 그 얘기 듣구나니까는 영 맘이 찜찜하구 편칠않어.

황국도 : 승희두 알구 있는감? 선우 그렇게 된거?

오산댁 : 알지 그럼. 승희가 얘기해 주건데..

황국도 : 근디? 그 사실을 알구두 암치두 않댜?

오산댁 : 승희야 오히려 잘됐다 그러지 뭐..암만 내 속으루 난 딸이지만 기집애가 독하긴 좀 독해. 그치?

황국도 : 그나저나 선우가 참말로 딱하게 되어부렀고마. (하면서 심난한 표정으로 시선 돌리는데서)



26. S# 선우의 병실.


멍하니 침대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선우.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

그러다 목에 걸린 반지목걸이를 본다. 손으로 만지작거리면.



27. S# 박귀중의 병실.


아직 산소 호흡기를 차고 있는 상태. 그 옆에서 길여옥 물수건으로 박귀중의 손이며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아주고 있다.


길여옥 : 철웅이가 그 동안 고생이 많았어. 낮에는 공사장 일하랴.. 밤에는 지 애비 간호하랴..

박귀중 : ...

길여옥 : 선우두.. 회사 다니면서 짬짬히 계속 들러서 자네 들여다 보구 가구 그랬다네. 처음이나 지금이나.. 참 한결같은 아이야.

            (그러다 잠시 손을 놓고 생각하듯) 우리 철웅일 생각하면.. 선우하구 그냥 짝지어주는 것두 좋을 듯 싶은데..

            선우 맘이 어쩐지 알질 못허니 섣불리 말을 꺼낼 수도 없는 노릇이구.

박귀중 : (선우는 회장님 손녀딸이예요 어머니. 우리 철웅인 넘볼 수도 없는..)

길여옥 : 그나저나 선우가 많이 바쁜가..이번 주엔 통 얼굴을 보이질 않네 그래.

박귀중 : ... (천천히 시선을 돌리는데서)



28. S# 병원 안 일각.


의자위에 내밀어지는 돈 봉투.


철웅 : (보며) 뭡니까 이게.

재혁 : 우선 그걸로 선우 씨 치료비에 보태도록 하세요.

철웅 : 필요 없으니까 가져가쇼. (일어서는데)

재혁 : 이럴 땐 그런 자존심 같은 건 버리는 게 좋아요.

철웅 : (멈칫.. 돌아보면)

재혁 : (일어나서 보며) 이건.. 박철웅 씨한테 주는 게 아니라 이선우 씰 위해서 주는 겁니다.

         물론 선우 씬.. 내가 돕는다는 거 알면 분명히 거절할겁니다. 하지만 박철웅 씨라면 얘기가 통할 거 같아서 찾아온 거예요.

철웅 : (본다)

재혁 : 맞는 골수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어떻게든 지금 상태를 유지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더 상태가 나빠지면

         맞는 골수를 찾는다 해도 수술을 받지 못하게 되요. 그렇게 되길 바라는 건 아니겠죠, 박철웅 씨.

철웅 : (본다. 보면)

재혁 : 지금은 박철웅 씨 자존심보다 선우 씰 살리는 게 먼접니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이해하시겠죠?

철웅 : (보면)

재혁 : (더 이상 말없이 돌아서는데)

철웅 :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빌리는 겁니다.

재혁 : (돌아본다)

철웅 : 일 년이 걸리든 십년이 걸리든..이 돈은 내가 다 갚을 거라 구요. 알겠습니까?

재혁 : 좋을 대로 해요. (본다. 그러더니 돌아서서 간다)


철웅, 봉투를 내려다본다. 시선에서.



29. S# 병원 로비.


밖으로 나오는 재혁, 힘없이 걸어온다. 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한 번 더 뒷쪽을 돌아본다.

선우의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나즉히 한숨 내쉬는데 그 때 뒤에 서서 간호사에게 묻는 소리.


황국도 : 저그.. 여그 이선우양이라고요. 몇 호실에 입원했는지 좀 알 수 있을까요?

재혁 : (멈칫.. 돌아본다)


간호사가 컴퓨터로 선우의 병실을 찾는 동안 기다리는 황국도.

재혁, 본다. 보다가 그 옆으로 다가선다.


재혁 : 저기 실례합니다만..

황국도 : (흘끔 돌아본다) 뉘쇼?

재혁 : 이선우 씨 병실을 찾아 오셨습니까?

황국도 : 그란디요. 댁은 뉘쇼? (경계)

재혁 : 이선우 씨 직장 상사되는 사람입니다.

황국도 : 직장.. 상사요?

재혁 : (보며) 목소리가 귀에 익은데..혹시 황국도씨.. 아닙니까? 저번에 잠깐 저하고 통화하신 적 있었죠?

황국도 : (멈칫.. 본다. 시선에서)



30. S# 승희의 방.


승희 : (놀라서 돌아보며) 뭐어? 누가 찾아 왔었다구?

오산댁 : 느이 아저씨이. 글쎄 그지 꼴을 해가지구 대문 앞에서 얼쩡거리구 있잖니.

승희 : 모른척하지 왜애.

오산댁 : 얘, 암만 그래두 어떻게 안면몰수를 해. 하두 안 되서 그냥 돈 몇 푼 쥐어줬다.

            안볼 땐 원수같구 밉더니 막상 다시 보니까 안 되구 딱해서.. (하는데)

승희 : 그래서 선우 아프다는 얘기까지 다 했단 말야? 어?

오산댁 : 아니 그게.. 어떻게 얘길 하다보니까는 나도 모르게..

승희 : 못살아 내가 엄마 땜에.

오산댁 : 왜애..?

승희 : 돌아가신 회장님하구 박기사한테 내가 가짜라구 말한 게 누군지 알아? 바로 그 아저씨야.

오산댁 : (놀란다) 머..머.. 뭐?

승희 : 겨우 입단도리 시켜놨더니 여기서 선우 죽는 얘길 왜 해!

         만에 하나 괜히 선우 동정한답시구 선우 찾아가 죄다 불어버리면 그 땐 어쩔 거야! 어?

오산댁 : 아이구 야.. 나는 그런 건 몰랐지이. 어쩌냐. 증말루 그 인간 일 저지르면 어쩐 다냐?

승희 : 정말 내가 못살아, 못살아! (안절부절.. 그러더니 가방을 들고 뛰쳐나간다)

오산댁 : 아이구 야 승희야! 야!


쾅! 문소리와 함께 나가버리는 승희.


오산댁 : 아이구.. 큰일났네 이거.. (어쩔 줄 몰라 돌아보는데서)



31. S# 재혁의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오는 재혁과 오한영. 그리고 한쪽으로 황국도.


황국도 : 여그가 워디래유?

재혁 : 제 오피스텔입니다.

황국도 : (보면)

재혁 : 여긴 안전합니다. 누가 엿들을 위험도 없고, 황국도가 진실을 말하는데 방해할 사람도 없습니다.

         마음 놓고 속에 있는 얘길 다 하셔도 됩니다. (보며) 앉으시죠.

황국도 : (한쪽에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앉아서 둘러본다)

재혁 : (책상의자를 끌고 와 마주보고 앉으며) 이제.. 저한테 다 털어 놓으시겠습니까?

황국도 : (본다) 궁금헌 것이 뭣입니까.

재혁 : 진실이요.

황국도 : 진실이라..

재혁 : 네.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지금 회장님 댁에 들어가 있는 우승희란 여자가 가짜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진짜가 어딨느냐는 겁니다.

황국도 : 저그.. 혹시 술 같은 거 있습니까?

재혁 : (오한영에게 고개 짓)

오한영 : (한쪽에 있는 위스키와 잔을 가져와 황국도 앞에 놔준다)

황국도 : 워메 이 비싼 술을..

재혁 : (직접 따라주면)

황국도 : (단번에 마신다. 카아.. 그러면서 한 번 더 내민다)

재혁 : (다시 술을 따라주면)

황국도 : (카아.. 마신다. 턱을 쓱 문질러 닦더니) 그전이 한 가지 물읍시다. 참말로 선우가 죽게 생겨 분젔소?

재혁 : (본다) 네. 하루라도 빨리 가족을 찾아서 맞는 골수를 찾지 않으면 죽게 될 겁니다.

황국도 : (고개를 끄덕이더니) 좋습니다. 까짓 거.. 이미 회장님까지 돌아가신 마당에 내가 뭘 더 숨기겄소.

재혁 : 누굽니까.. 그 둘째 손녀딸이.

황국도 : 긍께 갸가 우리 트럭에 뛰어든 것이.. 발써 십육 년이나 되았지라.

재혁 : 누가 말입니까.

황국도 : (재혁을 보며) 선우 말이요.

재혁 : ? (본다. 보다가) 선우..? 이선우 씨.. 말입니까?

오한영 : (놀라서 본다)

황국도 : 바로 맞소. 이선우.. (보며) 갸가 진짜요. 갸가.

오한영 : (놀란 표정으로 재혁을 본다)

재혁 : ...!!! (숨이 막힐 것 같은 충격으로 본다. 시선에서)



32. S# 선우의 병실복도.


프레임-인 되는 승희, 복도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선우의 병실로 들어선다.



33. S# 선우의 병실.


기운이 하나도 없이 누워있는 선우.

그 앞으로 다가서는 승희. 승희, 선우의 기색을 살피며 바라본다.

핏기 하나 없는 얼굴의 선우를 바라보는 승희, 조금은 양심에 가책이 되는 듯.. 시선을 돌리는데

짐짓 눈을 뜨고 보는 선우.. 승희를 보더니.


선우 : 승희야..

승희 : (멈칫.. 돌아본다. 보더니) 어어.. 깨났니?

선우 : 니가 어떻게 왔어? 여기까지?

승희 : 얘기 다 들었어. 너.. 많이 아픈 거.

선우 : 그랬구나.. (옅은 웃음)

승희 : 많이... 아프냐?

선우 : 아직은 견딜 만 해.

승희 : 나을 수는.. 있는 거래니?

선우 : 맞는 골수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데.. 쉽게 찾을 수가 없나봐.

         그래도 형제일수록 비슷한 골수를 가질 확률이 높다는데 나는 형제도 없구.. 가족도 없잖아.

승희 : (본다. 조금은 찔려서 시선 돌리면)

선우 : 참.. 너 태희 언니한텐 내 얘기 안했지? 하지 마. 괜히 여러 사람 걱정하는 거 싫어.

승희 : 그래 뭐.. 니가 그러라면.. 그래야지. (그러다가) 근데 선우야. 혹시 여기 아저씨 안 왔었니?

선우 : 아니. 안 왔었는데.. 왜?

승희 : 아니 그냥..

선우 : 사실은 얼마 전에 한번 뵜었어.

승희 : (뜨끔) 뭐? 아저씨를 만났단 말야? 그래서? 무슨 얘길 했는데?

선우 : 집에서 나오셨단 얘기 들었어.

승희 : 다른 얘긴? 다른 얘긴 없었구?

선우 : 너. 아저씨한테 잘해드려. 싫든 좋든 너하구 나한텐 아버지 같은 분이잖아.

승희 : 나는 뭐 내쫓구 싶어 내쫒은 줄 알어? 그 아저씨.. 아직두 노름이다 뭐다 정신을 못 차리구 사니까 그런 거지. (하는데)

선우 : (짐짓.. 미간을 찡그린다)

승희 : (멈칫.. 보면) 야.. 왜 그래?

선우 : 약물치료 시작하면서부턴 더 기운이 없어. 말도.. 오랫동안 많이 못해. 쉽게 피곤해지거든.

승희 : 그렇구나. 알았어. 그만 가볼게..

선우 : 이렇게 와줬는데.. 오래 얘기 못해 미안하다.

승희 : 아니야. 쉬어 그럼. (그러면서 돌아서는데)

선우 : 승희야.

승희 : 응? (돌아본다. 보더니)

선우 : 사실은 나.. 너 미워했던 적 많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한 방, 한 이불속에서 커오면서..

         좀 더 친하구 가깝게 지낼 수도 있었는데.. 미안해 승희야. 너한테.. 좀 더 잘해줄걸.

         그럼.. 우리 두 사람 사이두 훨씬 더 좋아졌을 텐데..

승희 : (빤히 본다. 일순 두 눈에 옅게 고여지는 눈물.. 시선 피하면)

선우 : 승희야. 앞으로 좀 더 자주 놀러와 줄래? 우리.. 지나간 얘기두 하면서.. 그러면서 지내자. 응?

승희 : (괜히 시큰해져서) 바보 같은 기집애..그렇게 약한 소리 집어 치우구 건강이나 차려.

         너 건강해지면.. 그 땐 두고두고 지나간 얘기 할 수 있으니까..알았어?

선우 : (본다. 짐짓 웃음) 또.. 올 거지?

승희 : ... 봐서. (보며) 간다. 그럼.

선우 : 조심해 가.

승희 : (돌아서서 나간다)



34. S# 선우 병실복도.


밖으로 나오는 승희, 잠시 기대선다. 괜히 눈물이 날거 같다. 나즉히 한숨..


승희 : 나쁜 기집애.. 괜히 사람 맘 약하게 만들구 있어..


하면서 훌쩍.. 손등으로 얼른 눈가를 닦아내며 돌아본다. 시선에서.



35. S# 재혁의 오피스텔.


멍하니 앉아 있는 재혁.


오한영 : 팀장님..

재혁 : ...

오한영 : 팀장님 괜찮으십니까.

재혁 : (아직도 멍한 기분에서 풀리지 못한 채..)

오한영 : 김태희 씨한테 가서 알려드려야죠.

재혁 : 그래.. 그래야지.. 근데.. 뭐라구 말하지?

오한영 : (본다)

재혁 : 이선우가 친동생이라구..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게 태희 친동생이었다구.. 그렇게 말해야 하나?

오한영 : 팀장님..

재혁 : (자조적으로) 이건.. 우리 모두한테 너무 가혹한 일이야. 왜 나한텐.. 이런 일만 생기는 건지 모르겠어.

오한영 : ... (안타깝게 보면)

재혁 : (말을 못 잇고 고개를 돌린다. 괴로운 그.. 시선에서)



36. S# 회장실.


창밖을 보고 있는 태희, 생각에 잠겨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서.



37. S# 박귀중의 병실.


많이 깨끗해진 모습으로 누워있는 박귀중. 그 앞으로 다가서는 재혁의 뒷모습.

박귀중, 사람의 기척에 눈을 뜨고 본다. 보다가 멈칫..


재혁 : 절.. 알아보시겠습니까?

박귀중 : (눈으로 대답한다. 그럼요)

재혁 : 태희한테 가는 길에.. 깨나셨단 소식 듣구 잠깐 들린 겁니다.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저씨한테 확인할게 있어서요.

박귀중 : (보면)

재혁 : 태희 진짜 동생이..정말로 이선우 씨가 맞습니까?

박귀중 : (본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재혁 : 회장님도 돌아가시던 순간에..그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박귀중 : (핑그르.. 눈물이 고인다. 고개를 끄덕인다. 끄덕이고 또 끄덕이고)

재혁 : 그렇군요..

박귀중 : (힘겹게 손을 들어 재혁의 손을 잡는다. 간절한 시선으로 본다)

재혁 : (본다. 보다가 박귀중의 손위로 손을 얹으며) 이젠 됐습니다. 안심하세요. 제가.. 이선우를 제자리에 돌려놓겠습니다.

         태희한테 가서 친동생이 누군지 밝혀줄 겁니다.

박귀중 : (고맙다.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재혁 : (바라본다. 시선에서)



38. S# 병실 복도.


재혁과 오한영, 밖으로 나온다. 재혁, 한번 심호흡을 한 뒤 돌아선다. 돌아서는데

그 때 맞은편에서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승희, 무심코 고개를 들다가 멈칫.. 재혁을 본다.


승희 : (순간 핼쓱해 진다) 장팀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재혁 : 윤희 씨는 어쩐 일입니까. 아니.. 이젠 더 이상 그 이름으로 부르면 안 되겠군요. 안 그렇습니까, 우승희 씨.

승희 : 뭐라 구요? (삐딱하게 보면)

재혁 : 이제 연극은 다 끝났어요. 당신이 그 동안 어떤 짓을 저질러 왔는지.. 다 알게 됐다 구요.

승희 : 무.. 무슨 소리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재혁 : 무슨 일인지 본인이 더 잘 알 텐데.

승희 : !! (본다. 보면)

재혁 : (싸늘하게 승희를 지나쳐 간다)

오한영 : (뒤를 따라가면)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승희, 순간 홱 돌아보면.



39. S# 지하 주차장.


오한영과 함께 걸어 나오는 재혁, 쭉 걸어오는데 그 뒤로 달려오는 승희, 가까스로 재혁의 팔을 붙잡는다.


재혁 : (? 돌아보면)

승희 :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어디 가는 거냐구!

재혁 : 그게 궁금해? 바로 당신 언니한테 가는 길이야. 태희한테!

승희 : 태희 언니한테 왜? 가서 무슨 말 할려구!

재혁 : 가서 사실대로 전부 말해줘야지. 그 동안 동생이라고 믿어왔던 사람이 가짜라구.

         진짜 동생은 우승희가 아니라.. 이선우라구!

승희 : !

재혁 : (다시 돌아서는데)

승희 : (팔을 붙잡고 매달린다) 안 돼.. 그러지마. (하다가) 그러지 마세요. 태희 언니한테 말하지 마세요. 네?

재혁 : (싸늘하게 본다)

승희 : 내가.. 내가 직접 말 할게요. 정말루 내가 가서 다 말한다니까요. 그러니까 나한테 생각할 시간을 좀 줘요.

         지금 말구.. 며칠만.. 아니.. 하루만이라두 나한테 시간을 줘요.

재혁 : 무슨 시간이 더 필요해! 그 동안 태희를 기만하구 농락하구 이선우가 누려야 할 행복을 모두 가로채 왔잖아!

         그 정도 충분히 즐길 거 다 즐겼으면 됐잖아.

승희 : 당신 선우 사랑하잖아! 아니야? 태희 언니하구 약혼했지만 사랑하고 있는 건 선우잖아.

재혁 : ! (보면)

승희 : 어떡할 거야! 진실을 밝히면.. 당신도 곤란해지는 건 마찬가지잖아. 아니야?

재혁 : (본다. 노려보더니) 사필귀정이야. 당신이든 나든.. 받아야 할 벌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받아야 하는 거야.

         그걸 피해하겠다고 천륜을 어길 수는 없는 거라구.

승희 : 그러지 말구 나 좀.. 나 좀 한번만 봐줘요. 나 좀 살려 달라구..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시키는 대루 다 할께요. 뭐든지 다 할 테니까.. 태희 언니한테만은 말하지 말아요.

         지금 가서 다 말해버리면.. 그럼.. 정말루 나 죽고 말거예요. 정말루 죽어버리고 말거야.

재혁 : 차라리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 당신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되면..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울 테니까.

승희 : (멈칫.. 본다. 보면)

재혁 : (그대로 싸늘하게 돌아서서 가버린다)

오한영 : (본 뒤 재혁의 뒤를 따르면)


바닥에 주저앉은 승희, 멍하니.. 재혁이 가는 걸 본다. 보더니.


승희 : (재혁의 뒤를 향해 절규) 안 돼! 안 돼애!!! 으아아아!!!!!!


지하주차장에 메아리치는 승희의 울부짖음..

재혁, 끝까지 냉정하게 돌아보지 않은 채 차에 올라타고 가 버린다. 바퀴소리 멀어지면.

그 자리에 엎드려 흐느끼는 승희, 그러다 어느 순간 천천히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든다. 광기어린 시선에서.



40. S# 회장실.


태희,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결재하고 진실장, 태희가 결재한 서류들을 하나씩 받아든다.

태희, 문득.. 싸인 하다 말고 다른 생각에 잠긴다.


진실장 : 왜 그러십니까?

태희 : 네? 아니예요.. (하면서 마저 싸인 하는데)


그 때 문이 열리면서 들어서는 재혁.

태희와 진실장, 멈칫해서 본다. 보면.


재혁 : 급하게 할 말이 있어 태희야.

태희 : 무슨 얘긴데.

재혁 : (진실장을 본다)

태희 : (마저 싸인한 뒤 서류를 진실장에게 넘기며) 그만 나가보세요, 진실장님.

진실장 : 네? 아.. 알겠습니다. (왠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한번 본 뒤 밖으로 나가면)

태희 : (본다) 얘기해. 무슨 얘긴데?

재혁 : 니 동생에 관한 얘기야.

태희 : 내.. 동생? 윤희 말이야?

재혁 : 그래.

태희 : (? 본다. 시선에서)



41. S# 선우의 병실.


쿵! 문이 열리면서 들어서는 승희. 창백한 표정으로 잠이 들어있는 선우.

승희, 문을 닫더니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선우 앞으로 다가선다. 잠들어 있는 선우..

승희, 두려움, 공포, 쫒기는 자의 시선으로 선우를 노려본다.


승희 : 안 돼.. 너한테 뺏길 수 없어..이 자린 내 꺼야.. 태희 언니두 내 꺼구.. 제하그룹두 내 꺼야..

         뺏기고 싶지 않아.. 뺏기지 않을 거야.

선우 : ...

승희 : (순간 울먹) 넌.. 나보다 가진 게 많잖아. 넌 일도 잘 하구 똑똑 하구.. 거기다 철웅 오빠까지 너한테 가버렸어.

         더군다나 어차피 오래 살지도 못할 거잖아. 그냥 니 자리.. 나한테 양보해 줄 수 없는 거니? 어?

         거기가 아니면 난.. 갈 데두 없단 말야..근데 그것까지 뺏겨버리면.. 너무 불공평하잖아. 안 그래?

선우 : ...

승희 : (본다. 보더니 일순 표정 표독스럽게 변하며) 내가 갖지 못할 바엔.. 차라리 널 죽여 버리고 말거야.

         너두 죽구.. 그리구 나두 죽어버리면 끝이지 뭐. 원망하지 마. 원망하고 싶거든.. 하나님한테 해.

         우리가 이렇게 태어난 것두.. 이렇게 엇갈려 살게 될 것두.. 내 탓이 아니니까.

         (숨을 몰아쉬며 본다. 보더니 천천히 목을 조를 듯 다가선다)

선우 : (평온한 표정)

승희 : (두 손으로 선우의 목 가까이 가져간다..)


식은땀.. 부들부들 떨리는 손.. 순간 승희의 두 눈에 눈물이 흐른다.

순간 그대로 턱.. 힘을 빼고 바닥에 주저앉는 승희, 가늘게 흐느낀다. 미어지는 가슴.. 터지는 오열..


승희 : 못하겠어.. 못하겠어, 선우야.. (흐느낀다) 이제 나 어떡해.. 난.. 이제 다시 옛날로 돌아 갈수가 없어..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흐느낀다)

선우 : ...


그 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철웅, 들어서다 말고 멈칫..


철웅 : 승희야. 너 거기서 뭐해?

승희 : (돌아본다. 보더니 얼른 손등으로 눈물을 닦는다)

철웅 : 승희야 너.. (하면서 만지려는데)

승희 : (탁! 철웅의 손을 쳐내더니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간다)

철웅 : (? 돌아본다. 시선에서)



42. S# 비상구.


비틀거리며 비상구 한쪽으로 걸어 들어오는 승희, 잠시 한쪽 벽에 기댄 채 덜덜 떨고 서 있다가 스르르 주저앉는다.


승희 : 어떡하지... 이젠 어떡하지.. (생각이 안 난다) 어떡하지... (눈물과 땀.. 덜덜 떨며 시선 들어 보면)



43. S# 회장실.


태희 : (재혁이 준비한 서류들을 들춰본다. 멍한 표정..) 이게.. 다 뭐야?

재혁 : 지금까지 니 옆에 있었던 사람은 가짜였어. 그걸 증명하는 서류들이야.

태희 : (고개를 들어 재혁을 보면)

재혁 : 어쩌면 누구보다 니가 가장 먼저 느끼고 있었을 거야. 지금 있는 니 동생이 가짜라는 걸.

         그걸 알면 서두 너는 애써 진실을 외면해왔어. 이해해. 두 번 다시 상처받고 싶지 않았겠지.

         어쩌면 다시 동생을 찾을 수 없을까봐 두려웠을 거야.

태희 : 지금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설명해.

재혁 : 지금 니 동생은 가짜야. 진짜 니 동생은 다른 곳에 있어.

태희 : ! (본다. 시선에서)

재혁 : 누군지.. 궁금하지 않니?

태희 : 내.. 진짜 동생을 찾았단 말야?

재혁 : 그래. 니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야.

태희 : (? 보면)



44. S# 병실 안.


누워있던 선우, 식은땀을 흘리며 꿈을 꾸고 있는 듯..


선우 : 아빠.. 아빠아.. (하다가 짐짓 눈을 뜬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없는 빈 병실 안. 그 때 저쪽으로 병실 밖으로 나가는 뒷모습..


선우 : 아빠? (본다. 보면)



45. S# 병실 복도. <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선우, 일체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가운데 지나가는 사람들.. 모든 화면이 느릿느릿하게 보인다.

선우, 어떤 이끌림에 고개 돌려 보면 복도 저편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사람.. 바로 아버지 김현호다.

선우, 아버지의 얼굴을 알아본 듯.. 반가움으로 본다.

보면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어딘 가로 사라져버리고 어두운 복도에 아버지 김현호만 혼자 서 있다.


선우 : 아빠..


김현호, 선우의 소리를 들었는지 그저 빙긋 웃기만 할뿐.. 천천히 돌아서서 걸어간다.

선우, 멈칫.. 아버지 부르지만 역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선우, 아버지의 뒤를 따라간다. 천천히 그러나 점점 걸음이 빨라지는 선우. 그러나 현호와의 간격은 줄어들지 않고.

선우, 점점 더 걸음을 빨리해서 쫒아 가면 현호, 어느 문 앞에 서서 걸음을 멈춘다.

선우도 간격을 두고 서서 김현호를 바라보면

김현호, 앞에 있는 문을 연다. 순간 강렬하고 하얀빛이 선우의 얼굴을 때린다.

선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가리다가 천천히 실눈을 뜨고 보면 온통 빛으로 가득한 방안.

선우, 눈이 부셔 겨우 쳐다 보는데 그 방안에 뒤돌아 서 있는 또 한사람..

선우 ?해서 본다. 보면 천천히 뒤돌아서는 뒷모습.. 돌아서면 어린 태희다.

선우, 분명히 아는 얼굴인데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 듯 보면.


어린태희 : 윤희야..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입모양만)

선우 : (? 본다)

어린태희 : 윤희야..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선우 : (본다. 뭔가 기억날 듯 날 듯 한 표정으로 본다. 보는데)

어린태희 : (다시 한 번 빙긋 웃더니 이번엔 분명한 소리로) 윤희야!

선우 : (순간 멈칫..)

어린태희 : 윤희야 나야. 태희 언니야.

선우 : ...! (순간 두 눈에 고이는 눈물..)


선우 얼굴에서 플랫쉬 터지듯 화면 하얘지면서.


flash-back1 >

윤희를 쳐다보며 웃는 태희 얼굴/

우는 윤희의 얼굴을 씻어주는 태희/

함께 아버지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태희, 윤희/

아버지를 배웅하는 태희, 윤희/


현재>

이럴 수가! 기막힘으로 가득 눈물 고인 선우의 얼굴에서.


flash-back2 >

아버지 발에 자기 발을 대보는 윤희, 빙긋 웃음/

구두를 하! 불며 닦는 윤희/

상복입고, 태희 언니의 눈물을 닦아주는 윤희/

시장터에서 마지막으로 손을 놓치는 윤희 “언니!”

뛰어가는 태희의 뒷모습. 윤희, “언니!” 부르면서 달려가는데 달려드는 트럭.

돌아보는 어린 윤희의 얼굴 위로 화면 하얘지면서/

마지막으로 어린 태희, 반지를 꺼내면서 어린 윤희에게 주며.


어린태희 : 이건 엄마 반지구 이건 아빠 반지야. 아빠 반진 내가 가지구 있을 테니까 엄마 반진 니가 가지구 있어.

               (그러면서 실로 연결해 윤희의 목에 걸어준다) 이 반지가 우릴 지켜줄 거야. 걱정하지 마.

윤희 :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는다) 응. (하면서 목걸이를 들어본다)


현재>

목에 걸린 반지를 손에 쥐는 선우, 순간 고개를 들면 두 눈에서 툭.. 떨어지는 눈물..

앞에 서 있는 어린 태희, 짐짓 웃으며.


어린태희 : 윤희야. 이리 와.


화면, 선우의 시선으로 천천히 태희 앞으로 다가선다.

태희 웃으면서 손을 내밀면 그 손을 잡는 손.. 어린 윤희의 손이다.


어린태희 : 윤희야..

어린윤희 : 언니이..!


어린윤희를 꼭 끌어안는 어린 태희. 서로 반가움과 행복한 웃음으로 가슴 벅차게 꼭 끌어안는 모습에서.

화면 하얘지면서 dis.



46. S# 선우의 병실 안.


앞씬 화이트 화면에서 dis.

침대에 누워있는 선우, 천천히 두 눈을 뜬다. 순간.. 툭.. 떨어지는 눈물.


선우 : 언니이.. (드디어 모든 게 다 기억이 났다 시선에서)



47. S# 회장실.


태희, 들고 있던 종이들을 떨어뜨린다. 산산히 떨어지는 종이들..


태희 : (창백한 표정으로) 뭐? 선우 씨가.. 내 친동생 이라구?

재혁 : 그래.

태희 : 말두 안 돼..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 그럼 내가 그렇게 가까이 친동생을 두구도.. 몰라봤단 말이니?

재혁 : 내 말을 믿어. 이선우하고 우승희를 같이 키워준 사람이 직접 모든 걸 털어놓은 거야.

         회장님두 그 사실을 알고 선우 씰 만나러 가다가 사고를 당하신 거였구.

태희 : (두 눈에 눈물이 글썽..) 그럼 그 반지는..?

재혁 : 이선우 씨 거였어. 기억을 잃은 뒤 그 반지에 써 있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거였어.

태희 : (기막힘으로 어쩔 줄 몰라 두 손으로 입을 가린다)

재혁 : 니 동생.. 만나러 가지 않을래? 지금 병원에 있는데..

태희 : (가득고인 눈물로 본다. 시선에서)



48. S# 병실 안.


옷을 갈아입은 선우, 신발을 신는다. 휘청.. 어지러움.


철웅 : 대체 어딜 가겠다는 거야. 그 몸으루. 걸을 기운두 없잖아 너 지금.

선우 : 언니한테 갈 거야.

철웅 : 뭐?

선우 : (보며) 언닐 만나러 가야겠어..

철웅 : 선우야!

선우 : (뿌리치며 나간다)



49. S# 병실 복도.


밖으로 나오는 선우, 기운이 없는지 잠시 벽에 기대선다. 다시 시작되는 호흡곤란..

안 쉬어지는 숨을 겨우 내 뱉으며 호흡을 고른다.

따라 나와 선우를 부축하는 철웅.


철웅 : 선우야. 안되겠어.. 들어가자. 어?

선우 : 언니를 만나러 가야 해.. 언닐.. 만나고 싶어.

철웅 : 선우야..


그 때 천천히 고개를 드는 선우, 보면.

저쪽에서 급한 걸음으로 나타나는 태희와 재혁. 걸어오다가 멈칫.. 선우를 보고 멈춰 선다.

태희를 보는 선우. 선우를 보는 태희, 그저 막막한 가슴으로 선우를 본다.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잠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자매.


태희 : (뭔가 말을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본다. 그저 보면)

선우 : (본다. 창백하고 아픈 미소로) 언니이..

태희 : (울컥..!)

선우 : (다시 한 번) 언니이.. (글썽..)

태희 : (본다. 보더니 그대로 뛰어가 그대로 선우를 끌어안는다)

선우 : (왈칵.. 쏟아지는 눈물..) 언니..!!

태희 : 너 정말 윤희 맞니? 니가 정말 윤희야?

선우 : 이제야.. 기억이 났어. 아빠 얼굴두.. 태희 언니 얼굴두.. 그리구 우리가 같이 살던 집두.. 이제 서야 전부 기억이 났어.

태희 : (말이 안 나온다. 그저 미칠 듯이 가슴이 미어진다. 힘껏 부둥켜안으며)

선우 : 보고 싶었어. 너무나 보고 싶었어, 언니..

태희 : (흐느낌..) 어떡해.. 우리 어떡하니.. (가슴이 미어터진다) 너한테 미안해서 나 어떡해 윤희야..! (흐느낀다)


뒤에서 바라보는 재혁과 철웅. 그 두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십육 년 만에 재회를 하는 두 자매.. 엉엉.. 흐느껴 울며 끌어안은 두 사람..

만난 감격에, 헤어진 세월에, 그리고.. 엇갈린 운명에 울고 또 울고..

선우, 복받침으로 흐느껴 울다가 점점 호흡이 가빠온다. 헉.. 하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일시 정지..창백해지는 표정..

그러더니 그대로 힘없이 주저 앉는 선우.

태희, 부축하면서 같이 주저앉는다. 놀라서.


태희 : 윤희야! 윤희야아!!!

철웅 : ! (본다)

재혁 : ! (보면)

선우 : (호흡이 안 된다. 겨우 숨을 내쉬며) 가지마.. 언니.. (다시 헉.. 숨을 들이쉬며) 이젠 언니하구 안 헤어질 거야..

         내 손.. 놓지 마. 내 손.. 놓지 마 언니..

태희 : 아무데도 안가. 아무데도 안 갈 거야 윤희야. 다신 너하구 안 떨어질 거야.

선우 : (본다. 태희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대로 힘없이 의식을 잃어간다)

태희 : 윤희야아아!!!


선우를 부둥켜안는 태희의 모습에서 스틸!

<34부 끝>


























첨부파일 유리구두34.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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