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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구두] 37 - 빛과 그림자 (上)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8.11.19|조회수722 목록 댓글 0

[유리구두] 37 - 빛과 그림자 (上)











1. S# 철웅의 동네 일각.


승희, 참을 수 없는 질투심과 분노로 노려본다.

그 때 철웅과 함께 걸어오던 선우, 멈칫.. 승희를 본다. 철웅도 멈칫.. 같이 선우 돌아보는 쪽을 보면

승희, 자기도 모르게 얼른 돌아선다. 순간 뒤에서.


선우 : 승희야!

승희 : (멈칫.. 발이 딸에 붙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선우 : (그 뒤로 다가서며) 승희야. 너 승희 맞지?

승희 : ...

선우 : 승희야아.. (하면서 팔을 잡으려는데)


승희, 확! 뿌리치며 노려보면. 선우, 멈칫 보다가 짐짓 웃음으로 분위기 무마하듯.


선우 : 반갑다. 그렇잖아두 너 만나고 싶었어. 철웅이한테 니 얘기 듣구 집에 찾아가 보려구 했었는데..

승희 : 왜?

선우 : 뭐?

승희 : 왜 날 만나고 싶은 건데? 내가 얼마나 망가지고 초라해졌는지 궁금했니?

         그래서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맘껏 비웃어주고 싶었어?

철웅 :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너!

승희 : 나 원래 이런 거 몰랐어? 나 원래 비뚤어지고 못됐잖아. 몰랐어?

철웅 : (어우 이걸.. 하는 느낌으로 보면)

승희 : (다시 선우 보며 비아냥) 그래, 제하그룹 둘째 손녀딸 되신 소감이 어때?

         그 높은 곳에서 날 내려다보니 통쾌하니? 재밌어?

선우 : 니가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 됐어 승희야. 그 일이 있구 나서 너.. 많이 힘들어 했을 거 같아서.

승희 : 허! 고마워 돌아가시겠네. 나 같은걸 다 걱정해 주구.. 감격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야.

선우 : 승희야.

승희 : 부탁인데, 제발 그 착한 척 좀 그만해줄래?

선우 : (일순 표정 굳어서 보면)

승희 : 차라리 날 실컷 비웃어. 이렇게 망가지구 초라해진걸 보니까 고소하다구.

         죽지 못해 겨우 살아가는 모습 확인해서 속이 다 시원하다구! 그러는 편이 훨씬 더 인간적이야 이선우. 알겠니?

선우 : 너 어쩜.. 하나두 변하지 않았니?

승희 : 그럼. 내가 여기서 눈물 뚝뚝 흘리며 니 앞에 무릎 꿇구 용설 빌 줄 알았니? 천만에!

         너한테 잘못했다 비느니.. 차라리 혀 깨물구 죽는 게 나아.

선우 : ! (본다)

철웅 : (기막혀 쳐다보면)

승희 : (철웅의 시선 의식한 듯 짐짓.. 그대로 홱 돌아서서 가버린다)

선우 : 승희야! (부르는데)

철웅 : 됐어. 내버려 둬. 너한테 지은 죄는 있겠다, 괜히 염치 없구 자존심 상해 더 저러는 거야. 신경 쓸 거 없어.

선우 : 승희가.. 너무 안됐어.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철웅 : 이럴 땐..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좋아.

선우 : (승희가 간 쪽을 본다. 시선에서)



2. S# 편의점 안.


문을 밀고 들어오는 승희, 한쪽으로 가서 소주를 하나 꺼내더니 카운터위에 턱 올려놓고 돈을 지불하더니

그 자리에서 뚜껑을 따서 꿀꺽꿀꺽 마신다.

점원, 놀라서 멍하니 쳐다보면 승희, 숨을 몰아쉬며 흘러내린 술을 쓱 닦아낸다.

두 눈에 그렁그렁 고인 눈물.. 수치스럽고 자존심 상해 죽을 것만 같다. 이유 모를 분함과 치밀어 오르는 화 때문에 미칠 것 같다.

손등으로 눈물을 문질러 닦으며 시선 돌리는데서.



3. S# 어두운 골목. N


비틀비틀 술에 취해 걸어오는 승희, 그러다 한쪽에 기대선다. 조금씩 새어나오는 흐느낌.. 훌쩍거리는데

그 때 지나가던 술 취한 행인1, 흘끗 승희를 본다. 보더니.


행인1 : 어? 아가씨 왜 우냐? 애인이 버리고 도망갔냐?

승희 : 저리 꺼져버려 자식아.

행인1 : 어쭈.. 성질 한번 화끈한데?

승희 : (그 말에 흘끗 돌아보면)

행인1 : 이봐, 떠나간 놈은 잊어버려. 대신 오빠가 신나구 재밌게 놀아줄 테니까. 어때?

승희 : (일순 눈물을 쓱 닦고 본다. 보더니) 난 좀 비싸. 그리고 선불이야.

행인1 : (본다. 보더니 지갑을 꺼내 수표와 만 원 권 뭉치를 쑥 뽑아들더니) 이거면 되겠냐?


승희, 본다. 돈을 보더니 탁 가로채서 대충 세본다. 그러더니 행인1을 본다. 보다가 돈을 앞가슴 쪽에 쑥 집어넣더니.


승희 : 우리 어디 가서 놀까 오빠? 응? (슬프도록 씩 돌변해서 웃는 얼굴에서)



4. S# 평창동 집 앞. N


프레임-인 되는 재혁의 모습. 대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려고 손을 든다. 그러다 다시 내리는.

망설이다가 그대로 돌아서서 한쪽에 세워준 차 쪽으로 간다.

차에 올라탄 재혁, 다시 한 번 집을 올려다보는데 그 때 한쪽에서 재혁의 차를 지나쳐와 멈춰서는 철웅의 트럭.

재혁 ?해서 본다. 보면.

멈춰서는 철웅의 트럭. 철웅, 시동을 끄고 선우를 돌아본다.


철웅 : 다 왔어.

선우 : (시무룩)

철웅 : 왜 그래? 아까 승희 일 때문에 계속 마음 걸려서 그래?

선우 : (시선을 돌려 집 쪽을 한번 돌아본다. 보더니) 승희는.. 저 집에서 행복했을까?

철웅 : 뭐?

선우 :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어. 승희는.. 정말로 저 집에서 행복했을까..

철웅 : 너는 어떤데?

선우 : (잠시 생각하다가) 저 집은 부족한 것도 없구 모든 게 너무 풍요로워. 뭐든지 말만하면 금방금방 해결이 돼.

         근데.. 그래서 좀 김새는 거 있지.

철웅 : (보면)

선우 : 뭐든지 다 갖고 있다는 건.. 생각보다 재미가 없는 거 같어. 언니를 찾아서 함께 살게 된 건 좋지만..

         왠지 저 집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많이 어색하고 불편해.

철웅 : 그거야 아직 낯설어서 그런 거지. 정들여봐. 좋아질 거야.

선우 : (짐짓 웃음. 고개를 끄덕인 뒤) 그만 들어가 볼게. (그러면서 과일봉지 집어 들고 돌아서서 내리려는데)

철웅 : (턱! 팔을 잡는다) 그냥 갈라구?

선우 : (? 돌아본다) 그럼?

철웅 : 한 달 하구 사일 만에 거국적으루다 다시 만난 건데.. 기념으루 뽀뽀 한방은 날려 줘야는 거 아냐?

선우 : 만나자마자 또 시작이냐?

철웅 : 사나이 순정을 다 바쳐, 일편단심 너 하나만 바라본지 어언 반년의 세월도 훌떡 넘겼다.

         여지 껏 분위기다운 분위기 한 번도 잡아본 적 없었구 뽀뽀다운 뽀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어.

         나한테 너, 너무 야박한 거 아냐?

선우 : (본다. 보더니 결심한 듯) 알았어. 눈 감어 그럼.

철웅 : 야. 눈은 니가 감는 거지 남자가 무슨 눈을 감어.

선우 : 싫음 말구. (하고 돌아서려는데)

철웅 : (잡으며) 알았어, 알았어. 감으면 되잖아. 감을게. 내가 감을 테니까 화끈하게 한방 날리는 거다. 알았지?

선우 : 알았어. 눈 감어.

철웅 : (본다. 보더니 눈 감고 입술 쑥 내밀며) 움!

선우 : (씩 웃으며 본다)

철웅 : (입술 쑥 내민 채) 뭐하냐. 빨리 한방 날리라니까. 움! (하면서 더 입을 쭉 내밀는데)

선우 :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입술에 갖다 댄다)

철웅 : (쪽 입을 맞추다가 ?해서 본다) 이게 뭐야? (손으로 집어서 보면)

선우 : 선물이야. 바래다줘서 고맙다. 잘 가. (내린다)

철웅 : 야! 이런 게 어딨어! 이건 사기잖아 사기! 야! 야 이선우! (하는데)

선우 : (문을 탕! 닫더니 대문 앞으로 뛰어가 초인종을 누른다)

재혁 : (선우를 본다)

철웅 : (어이없이 본다. 보다가 픽 웃으면)


땡.. 열리는 문. 안으로 쏙 들어가는 선우.

철웅, 본다. 아쉬운 느낌으로 입술을 쓱 문지르다가 손에 들린 선물을 본다. 뜯어보면 고릴라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

철웅, 픽 웃더니 트럭 키를 열쇠고리에 단다. 달랑달랑 흔들리는 키.

철웅 기분 좋게 웃더니 시동 걸고 출발한다.

그 뒤로 다시 대문을 열고 나타나는 선우, 멀어지는 철웅의 트럭을 본다.

일순 얼굴에 웃음기가 가라앉으며 조금은 그늘진 시선으로 집을 한번 돌아보는 선우.

차 안에서 그런 선우의 모습을 애타게 바라보는 재혁의 시선.

선우, 다시 문안으로 천천히 들어가면

재혁, 그 때까지 선우가 사라진 빈자리를 바라 보고만 있다. 시선에서.



5. S# 평창동 거실. N


문을 열어주는 예산댁.


선우 : 다녀왔습니다. (밝게 웃더니 손에 들린 봉지를 내밀며) 아줌마 이거 자두예요. 드시라 구요.

예산댁 : 뭘 이런 것까지 사오고 그래요. 나한테까지 이렇게 신경 안 써줘도 되는데..

선우 : 아주 비싼 건 안 되겠지만 가끔 이정도 군것질거린 얼마든지 사다드릴 수 있어요.

예산댁 : 암튼 고마워요.

선우 : 언니는요?

예산댁 : 서재에 계세요. 고모님하구 같이요.

선우 : 네에. (웃으면서 서재 쪽으로 다가선다)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막 문 앞으로 다가서서 노크하려는데 그 때 갑자기.


현자E : 너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니!!


선우, 멈칫.. 노크하려던 손 멈추고 보면.



6. S# 김필중의 서재. N


마주앉아 있는 현자와 태희.


현자 : 뭐야? 회사? 니 동생을 도로 회사에 출근 시키겠다구?

태희 : 윤희가 원하면요. 원하면 그렇게 해 주겠다 구요.

현자 : 얘가, 얘가.. 너 정말 일 낼려구 작정을 했구나! 니 동생 다시 회사에 다니게 하면 어쩌자는 거야?

         장재혁하구 서로 좋아 죽고 못 살았다면서? 근데 두 사람을 다시 붙여 놓겠다구? 니 약혼자를 니 동생하구 한 회사에서?

선우 : (insert> 일순 표정 굳어서 보면)

현자 : 안 돼! 절대 안 돼!

태희 : 윤희 능력 있는 애예요. 우리 회사에서도 윤희가 필요하구요.

현자 : 글쎄, 안된다면 안 돼! 그렇잖아두 나는 장재혁하구 니 동생 그렇구 그런 거

         혹여라도 입소문 날까봐 조마조마 해죽겠는데.. 안되겠다. 니 동생 건강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왔는데

         더 이상 끌 거 없이 이 기회에 너하구 장재혁이 문제두 어떻게든 결정을 지었야겠다.

태희 : 결정을 짓다뇨?

현자 : 설마 너.. 니 동생하구 사귄 남자랑 결혼할 생각은 아니겠지?

태희 : (본다)

선우 : (insert> 미안함으로 시선 떨구면)

현자 : 어떻게든 정리해. 미국으로 보내든가, 아니면 아예 회살 그만두게 하든가.

태희 : 고모..!

현자 : 너하구 그 녀석 결혼한다 치자 그래. 매일 아침 저녁으루 니 동생하구 얼굴 마주칠 텐데.. 너 어떻게 그 꼴 볼 거야?

         아무리 형부 처제 사이라지만 옛날에 남자여자로 좋아했던 감정이 그렇게 쉽게 없어질 거 같애?

         더군다나 장재혁하구 니 동생, 두 사람 관계가 어디까지 갔었는지 알게 뭐냐구!

태희 : ...! (본다. 보면)

현자 : 괜히 집안 꼴 우습게 만들지 말구 그냥 이 선에서 적당히.. 장재혁 하구 문제 정리해.

         니 동생 제하통신에 다니게 하고 싶거든 장재혁부터 정리하고 다니게 하든가 말든가 하란 말야. 알았니?

태희 : (보면)

현자 : (그대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태희 : ... (시선에서)



7. S# 평창동 거실. N


이미 거실 쪽으로 물러서 있는 선우.

거칠게 문을 열고 서재에서 나오던 현자, 멈칫.. 선우를 본다.


선우 : (보더니 얼른 웃으며) 다녀왔습니다, 고모.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느라 좀 늦었어요.

         그렇잖아두 들어가서 막 인사드릴려던 참인데.. 중요한 얘길 나누시는 거 같아서요.

현자 : 그래서 문 앞에 서서 엿들었니?

선우 : 죄송해요 고모. 일부러 그런 건 아니예요.. (하는데)

현자 : 들었다니 두 번 말 안 해도 되겠구나. 당분간 회사는 안 돼! 이유는 니가 더 잘 알겠지?

선우 : (보면)


현자, 그대로 선우를 지나쳐 자기 방 쪽으로 간다. 안으로 들어가 쿵! 문을 닫는다.

선우, 그 쪽을 돌아본다. 보다가 다시 서재 쪽을 돌아보면.



8. S# 김필중의 서재. N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태희, 골치 아픈 듯 손으로 이마를 감싸고 앉아있다.

그 때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선우.


선우 : 언니..

태희 : (고개 들어 본다) 어.. 윤희야. 늦었네? 저녁은 먹었니?

선우 : (미소와 함께 고개 끄덕이고. 태희를 본다) 밖에서 고모랑 하는 얘기.. 들었어.

태희 : (멈칫.. 보면)

선우 : 저기.. 팀장님 일 말인데..

태희 : 됐어. 고모 말에 신경 쓸 거 없어.

선우 : (보면)

태희 : 나는 재혁이 문제랑 상관없이 니가 다시 회사에 나와 주길 바래.

         제하통신엔 니가 필요하고 또.. 누구보다 니가 거기서 일하길 원하니까.

선우 : 그렇긴 하지만..

태희 : 니가 좋아하는 일을 막을 생각 없어. 너만 괜찮다면 얼마든지 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고 싶어. 그게 내 생각이야.

선우 : (본다. 보면)

태희 : 피곤해 보인다. 그만 올라가 쉬어. 약 챙겨먹는 거 잊지 말구. 응?

선우 : 음.. (그러더니 천천히 일어나 문 쪽으로 간다. 그러다 다시 돌아보며)

         팀장님하구 나.. 고모가 걱정하시는 그런 일은 없었어, 언니.

태희 : (멈칫.. 본다)

선우 : 언니하구 팀장님 결혼하는 거... 아무 문제 없다구.

태희 : (보면)

선우 : (조용히 돌아서서 밖으로 나간다)


닫힌 문을 바라보는 태희, 나즉히 한숨.. 시선에서.



9. S# 이층거실. N


너무 환하지 않게 조명등만 켜져 있는 이층. 그 위로 천천히 올라오는 선우, 방 쪽으로 걸어가다가 멈춰 서서

아래층 서재 쪽을 돌아본다. 이제부터 부딪혀가야 하는 현실의 무게를 느낀다.

그러면서 문득 낮의 일을 생각하는 선우의 시선에서.


flash-back> 36부 45씬.

재혁과 마주친 선우.

선우만 멍하니 바라보는 재혁의 시선.

애써 외면하며 목례한 뒤 타인처럼 스쳐지나가는 선우..

안타까운 재혁의 모습에서.



10. S# 재혁의 오피스텔. N


창가에 서서 담배연기를 날리는 재혁..역시 선우와의 재회를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

그러다 문득 어두운 창문을 바라본다.


flash-back> 14부 36씬.

유리창 청소하다가 하! 입김불어 장재혁이라고 이름을 쓰는 선우의 모습..


현재>

재혁, 잠시 생각하다가 조용히 하.. 불어 그 위로 이선우라는 이름을 써본다.

재혁, 그 이름이 사라지는 걸 바라보며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길게 연기를 내뿜는다. 그 모습에서 fade-out.



11. S# 오산댁네 부엌. D


김이 펄펄 오르는 냄비에서 육계장을 국그릇에 담는 오산댁. 그러자 뒤에서 문을 반쯤 열고 내다보는 황국도.


황국도 : 워메. 이거 무신 냄시랴?


오산댁, 대답 없이 국그릇 상에 올려놓은 뒤 끙.. 상을 들어 올리면 황국도 잽싸게 문을 열어준다.

오산댁 방안으로 들어가면.



12. S# 오산댁네 방.


한쪽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어 있는 승희. 그 뒤로 턱하니 밥상을 내려놓는 오산댁.


황국도 : 이이? 이거 육계장 아니여? 워메 이게 월메만에 먹어보는 고깃국이랴. 이이? (하면서 숟가락 들고 국물을 떠먹으면)

오산댁 : 승희야 일어나. 밥 먹어.

승희 : 생각 없어.. (하면서 이불 뒤집어쓰는데)

황국도 : 그라지 말고 어여 일어나 봐라. 워메.. 맛이 기가 막히다.

오산댁 : (밉살스럽게 황국도를 한번 보더니 다시 승희보며) 어서 일어나 밥 한 숟갈 뜨라니까는.

승희 : 지금 밥 생각 없다 구우.

오산댁 : 맨날 그렇게 술만 쳐 마시구 댕기니까 생각이 없지. 오늘 새벽에두 고주망태가 되서 들어와 갖구는..

            이 년아 술 마신다구 뭐가 해결되는 줄 알어? 엄한 니 속만 버리지.

승희 : ...

오산댁 : 아, 어서 안 일어나! (하면서 이불 훽 잡아당기는데)

승희 : (버럭 승질 부리며 일어나 앉더니) 제발 나 좀 내버려둬! 제발 조옴!

황국도 : (멈칫.. 숟가락 입에 문채 놀라서 보면)

오산댁 : 이 년이 어디서 승질을 피우구 지랄이야? 저 생각해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고기 사다 육계장까지 끓여 대령해놨더니.. 이 기집애 말하는 것 좀 봐아?

승희 : 글쎄 그런 거 하나두 안 고마워. 더군다나 꼬박꼬박 끼니 챙겨 먹을 만큼 살고 싶은 마음 쥐톨두 없는 사람이라구 나.

         그러니까 제발 나 좀 가만 내버려둬. 어?

오산댁 : 이게, 이게.. 에미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살구 싶지 않다니? 살구 싶지 않다니이!

승희 : 그럼 엄만 이렇게 사는 게 좋아? 선우가 살던 이 옴 방 칸에 빌붙어서 구차하게 비비적거리구 사는 게

         그렇게두 좋아 엄만?

오산댁 : 싫어두 할 수 없지. 어떡해! 그렇다구 산목숨 끊어? 우리 세 식구 양잿물이라도 마시구 죽을까?

황국도 : (입 한 가득 밥을 먹다가 다시 멈칫.. 오산댁을 본다)

승희 : (보면)

오산댁 : 이 년아. 원래 세상이란 이렇게 불공평한 거야. 세상이 공평했으면 부자두 없구 거지두 없었겠지.

            하지만 어쩌겄냐. 그런 세상에 너하구 내가 태어난 걸. 그저 이렇게 태어난 걸 팔자려니 생각하구 사는 수밖에.

승희 : ...

오산댁 : 괜히 지난 일에 미련두지 마. 미련둘수록 더 속상하구 가슴만 쓰린 거야. 어여 이리 와 밥이나 먹어. (하는데)


순간 승희, 주체할 수 없는 기분에 이불을 걷어치우고 일어난다.

오산댁, 황국도 ?해서 보면 승희, 그대로 가방 들고 밖으로 나간다.


오산댁 : 얘 승희야! 어디갈려구 그래? 얘!



13. S# 오산댁네 부엌.


신발을 신는 승희, 그 뒤로 문을 열고 보며.


오산댁 : 나가는 거야? 나가드래두 밥은 먹구 나가라니까!

승희 :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오산댁 : 얘! 승희야! 승희야아.. (보면)


쿵! 문 닫고 나가버린다. 오산댁, 걱정스럽게 한숨.. 바라보면.

그 뒤로 국한그릇 벌써 다 비운 황국도, 글쩍 승희의 국그릇에 눈독 들이며.


황국도 : 어이 오산댁. 승희 육계장 다 식어가는디.. 기냥 내가 먹어치울까?

오산댁 : (그 말에 홱 돌아보더니) 아이구 화상! 아이구 밉상! (그러더니 승희 국그릇을 번쩍 집어 들어 부엌으로 나와 버린다)

황국도 : (아쉽다는 듯 숟가락 빨며 쳐다보는데서)



14. S# 집 앞 계단.


터벅터벅 내려오는 승희, 그러다 기운 없는 듯 한쪽에 쭈그리고 앉는다.

딱히 갈 데도 없는 그녀.. 푸석푸석하고 쓸쓸한 표정으로 멍하니 한곳을 본다. 시선에서.



15. S# 평창동 전경.



16. S# 현자의 방.


눈에 검은 안대를 하고 낮잠을 자고 있는 현자. 그 때 밖에서 위-잉하고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

현자, 뒤척거린다. 그러다 안대 풀며 벌떡 일어나서 신경질적으로 바깥쪽을 보면.



17. S# 평창동 거실.


밖으로 나오는 현자. 버럭!


현자 : 아줌마 뭐하는 거예요! 내가 낮잠 잔다 그랬어요, 안 그랬어요!! (하다가 멈칫..!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보며) 아니 너..?

선우 : (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하다 얼른 스위치 끄며 돌아본다) 어머 죄송해요 고모. 낮잠 주무시고 계셨어요? 몰랐어요.

현자 : 아니 니가 왜 청소기는 들구 설치는 거야?

선우 : 계속 아무 일 안 하구 있으려니까 좀이 쑤셔서요. 아줌마 세탁하시는 동안 제가 청소라두 해 놓을려 구요.

현자 : 얘, 우리 집에서 그런 일은 아줌마가 다 알아서 해. 그러니까 넌 청소기니 뭐니 그런 거 일체 안 만져두 된다. 알았니?

선우 : 에이... 청소정도 하는 건데요 뭐. 이 정돈 해두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현자 : 걱정하는 게 아니라.. (하는데)

선우 : 저, 여기 오 분이면 청소 다 끝낼 수 있거든요?

         이왕 낮잠 깨신 거.. 시끄럽더라두 오 분만 더 참아주세요. 금방 끝낼께요. 네?


하더니 다시 위-잉! 청소기를 켜들고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청소를 즐기는 듯 한 선우의 얼굴 표정.. 즐겁기만 하고.

그런 선우를 현자, 어이없어 빤히 쳐다본다. 시선에서.



18. S# 현자의 방.


안으로 들어오는 현자, 들어오다가 다시 돌아보더니.


현자 : 쟤 좀 어디가 모자란 거 아니야? (그러면서 한 번 더 돌아보는 시선에서)



19. S# 윤희의 방.


커다란 물 컵을 들고 안으로 들어오는 선우,

한쪽에 나란히 놓여있는 두어 개의 약병에서 각각 약을 두알, 세알씩 꺼낸 뒤 물과 함께 먹는다.

먹은 뒤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 선우.. 여전히 낯선 방을 한번 둘러보다가 책상위에 놓여있는 가족사진을 본다.

그러다 문득 뭔가 생각하는 얼굴에서.



20. S# 철웅의 집 앞.


프레임-인 되는 선우, 집을 올려다본다.

그 뒤로 쭉 올라오는 길여옥, 선우를 알아본다.


길여옥 : 얘, 너.. 선우 아니냐?

선우 : (? 돌아본다. 보다가 활짝 웃음) 할머니!

길여옥 : 아이구 이 녀석아.. 어디보자, 그래 몸은 괜찮은 거냐? 병은 다 나은 게야?

선우 : 네 할머니. 이젠 건강해요.

길여옥 : 세상에 무심한 것.. 그렇게 중한 병에 걸렸음 젤 먼저 할미한테 알렸어야지. 그래 그런 걸 숨기구 있었니이?

선우 : 죄송해요. 할머니 걱정하실까봐 그랬어요.

길여옥 : (쓰다듬고 보듬으며) 어쨌든 건강해졌으니 잘 됐다. 잘됐어.. 뭐해. 어여 들어가자 응?

선우 : 네. 할머니.


길여옥, 선우, 집으로 들어가면.



21. S# 거실.


한쪽 휠체어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박귀중. 그 뒤로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길여옥.


길여옥 : 아범. 누가 왔나 좀 보게.

박귀중 : (? 돌아보면)

선우 : (안으로 들어서서 박귀중을 본다) 아저씨. 안녕하셨어요?

박귀중 : 선우야.. (본다)

선우 : (밝게 웃으면서 보는 얼굴에서)


<짧은 시간경과>

과일을 깍는 길여옥. 선우, 포크에 과일을 찍어 박귀중에게 내민다.


길여옥 : 세상 참, 넓고도 좁다더니..니가 회장님 댁 둘째손녀딸인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니.

            그런 줄도 모르구 그렇게 엄한데서 고생고생 했으니..

선우 : (짐짓 웃음)

박귀중 : (말없이 선우를 보면)

길여옥 : 그래두 하늘이 무심치 않아서 우리 선우 가족도 찾게 해주시구..

            그 동안 고생한 거 다 보상받게 생겼으니 잘된 일이지. 암.

선우 : 꼭 그렇지 만두 않아요, 할머니. 고생한 건 사실이지만..그렇다고 불행했던 적은 별루 없었거든요.

         할머니두 계셨구 아저씨두 잘 해주셨구.. 저 나름대로는 행복했었어요.

길여옥 : 그렇게 생각해주면 우리야 고마울 뿐이지.

박귀중 : ... (시선 돌리면)

길여옥 : 아이구 참 내 정신 좀 봐. 빨래 걷는 걸 깜빡했네. 요즘 들어 내가 이렇게 깜빡깜빡해. (일어서면)

선우 : 앉아계세요. 제가 할께요, 할머니.

길여옥 : 아니야, 됐어. 선우 넌 여기 앉아서 아범 말동무나 해줘. (일어나 나간다)

선우 : (보면)

박귀중 : (길여옥이 나가는 걸 본 뒤 선우를 보더니) 철웅이는.. 만나봤니?

선우 : 네. 어제 만났어요.

박귀중 : 그 녀석.. 계속 널 귀찮게 하지?

선우 : (? 보면)

박귀중 : 내가 안 된다고 알아듣게 말을 했는데.. 그 녀석 워낙에 고집이 쇠심줄이라서 말이다. 통 내 말을 듣질 않는구나.

선우 : 무슨.. 말씀이세요?

박귀중 : 이젠 상황이 많이 달라졌잖니. 넌 예전의 선우가 아니라..이젠 엄연히 제하그룹 둘째 손녀따님이시다.

선우 : 아저씨..

박귀중 : 물론 니가 쉽게 변할 애가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에 적응해가기 마련이야.

            너야 가족을 찾은 거에 불과하지만, 우리 쪽에서 보자면 넌.. 절대로 넘볼 수 없는 곳으로 가 버린 거다.

            더군다나 니가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잖니.

선우 : (멈칫.. 보면)

박귀중 : 미안하구나. 주제넘게 그런 말까지 해서.. 하지만 나는 애비로서 내 아들이 상처 입을까봐.. 그게 많이 걱정되는구나.

선우 : (본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22. S# 인수 창고.


깡통 : (돌아보며) 뭐라꼬? 니 지금 뭐라켔나? 청혼?

수탁 : 저도 지금 그렇게 들었습니다. (철웅 보며) 선우 양한테 청혼하시겠다구요 철웅이 형?

철웅 : 이젠 병두 다 나앗겠다. 선우가 바라던 대로 트럭 몰면서 열심히 일하겠다. 청혼 못할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요 대장?

인수 : (그저 웃으면)

깡통 : 이런 싸가지 없는 노무 자슥을 봤나. 이 놈아야! 니는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거 모리나.

         대장하고 내가 이래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독수공방하는데 뭐라꼬? 청혼? 니 지금 그게 헹님들 앞에서 자랑이라고 하나?

철웅 : 그렇다구 대장하구 깡통 형 결혼할 때까지 순서 기다릴 순 없는 거 아닙니까. 차라리 토끼에 뿔나는 걸 기다리죠.

깡통 : 뭐라꼬? 토끼에 뿔! 그라믄 니는 내하고 대장이 평생 결혼도 몬 하고 늙어 죽을 거 같다 그 말이가 지금!

         우아! 나 오늘 완전히 뚜껑 열리삣네. 야! 수탁아.

수탁 : 네?

깡통 : 안되겠다. 니 당장 가서 여자들 좀 수배해봐라.

수탁 : 제.. 제가요? 여자를요?

깡통 : 자슥아, 헹님이 하라면 하는 기제 뭔 말이 많노!

수탁 : (쩝 입을 다물면)

깡통 : 내는 어떤 타입을 좋아하냐며는..얼굴은 고소영, 몸매는 샤론스톤, 성격은 신사임당, 어떤 느낌인지 팍 감이 오제?

수탁 : (본다. 썰렁해서 쓱 고개 돌리더니) 철웅이 형. 그만 가시죠. 너무 오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가면)

깡통 : 아야 내 아직 말 안 끝났다. (따라가면서 프레임-아웃 되면)

철웅 : (웃음.. 인수 보며) 대장 그만 가보겠습니다.

인수 : 그래. 운전조심하구.

철웅 : 네.

인수 : 참.. 요즘은 큰손 애들이 괴롭히는 일은 없냐?

철웅 : 별루요. 요즘 들어 잠잠합니다.

인수 : 너무 방심하지 마라. 쉽게 물러설 놈들 아니야.

철웅 : 걱정 없습니다. 그런 녀석들 떼로 몰려와도 끄떡없습니다. (씩 웃더니 트럭에 올라탄다)

깡통 : (끈질기게) 얼굴은 꼭 고소영 안 되도 괘않다 수탁아.

수탁 : 철웅이 형 출발하시죠. (트럭 문 탕! 두드리며) 오라이!


철웅, 씩 웃으며 출발하는 트럭.


깡통 : 아, 짜슥들.. 기분 나쁘네..

인수 : (픽 웃으면)

깡통 : 대장아. 안 되긋다. 우리도 마, 자슥들한테 본때를 좀 보여줘야 안겠나?

         왜 있잖아 돈 내고 가입하면 짝 지워 주는데.. 거기라도 일단 가입해볼까?

인수 : (무시. 그대로 지팡이 짚고 절뚝절뚝 돌아서서 들어가면)

깡통 : 싫음 말고. (하면서 괜히 썰렁해 쓱 시선 돌리는데서)



23. S# 달리는 트럭 안.


수탁 : (흘끗 운전하는 철웅을 한번 보더니) 정말루 선우 양한테 청혼하실 겁니까?

철웅 : 그럼 정말이지. 내가 언제 실없는 소리 한적 있냐? (흘끗 보며) 왜?

수탁 : 선우양이 청혼을 받아들일까요?

철웅 : 무슨 말이야?

수탁 : 선우양 집안에서 쉽게 허락할거 같지 않아서요.

철웅 : 됐어. 결혼은 나하구 선우가 하는 거지, 그 집하구 하는 게 아니잖아.

수탁 : (보면)

철웅 : 나는 선우 고생 안 시키구 데리구 살 자신 있어. 평생 속 안 썩히구 행복하게 해줄 자신 있다구. 그럼 된 거 아냐?

수탁 : ... (다시 시선 앞으로 돌리면)

철웅 : 걱정하지 마. 선우는.. 나하구 결혼하게 될 거야.


그러면서 차 열쇠에 달랑달랑 매달린 고릴라 인형을 한번 툭 친다. 자신 있게 씩 웃으며 핸들 돌리는 얼굴에서.



24. S# 철웅의 집 거실.


창밖을 바라보는 박귀중.


길여옥 : (빨래를 개며 혼잣말 하듯)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다구 그렇게 황망히 가버리누.

            아범이 선우한테 뭐 언짢은 얘기라도 했나?

박귀중 : (보며) 아니예요 어머니.

길여옥 : 이왕 온 거 저녁까지 먹구 철웅이 연웅이 다 같이 보고 갔음 좀 좋아. 오자마자 그렇게 가 글쎄..

박귀중 : (다시 천천히 창밖으로 시선 돌리면)



25. S# 철웅의 집 골목.


쓸쓸히 언덕을 내려오는 선우, 한숨을 내쉬는데서.



26. S# 회사 앞.


프레임-인 되는 선우. 걸음을 멈추고 회사를 올려다본다. 그 위로 현자 목소리.


현자E : 회사는 당분간 안 돼! 이유는 내가 말 안 해도 알겠지!


선우, 들어가지 못한 채 바라보다가 조용히 한숨..돌아서는데

그 때 계단에서 올라오는 재혁과 오한영. 뭔가 얘기를 나누며 올라오다가 멈칫.. 선우를 본다.

재혁, 일순 시간이 정지한 느낌으로 선우를 보면

선우, 잠시 당황하는 기색으로 보다가 인사.. 그대로 돌아서서 가려는데.


재혁 : 선우 씨.

선우 : (멈칫..)

오한영 : (선우와 재혁을 번갈아 본다. 시선에서)



27. S# 회사앞 공원.


돌아보는 재혁. 거리를 두고 서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선우.


재혁 : 잘.. 지내고 있어요?

선우 : (짧게 한두 번 고개를 끄덕이면)

재혁 : 다행 이예요. (하면서 시선 돌리면)

선우 : 팀장님은요? 잘.. 지내고 계세요?

재혁 : ... (간격)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계속 일만 하고 있어요. 하루 세끼 거르지 않고 잘 먹고 있고

         하루에 네 시간씩 꼬박꼬박 잘 자고 있고.. 그런 게 잘 지내는 거라면.. (보며) 그래요. 잘 지내고 있어요.

선우 : (본다. 고개를 끄덕이다가) 사실 전.. 좀 뒤죽박죽 이예요.

재혁 : (? 보면)

선우 : 가족을 찾은 데다 물질적으로도 너무나 안정적이고 풍족하게 됐는데. 그래서 아주아주 행복한 기분이 들어야 하는데..

         사실 마음은 그렇질 못하거든요.

재혁 : (본다)

선우 : 새로 만난 가족들은 아직 낯설기만 하구..전에 알던 사람들은 갑자기 절 어려워 해요.

         나는 변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사람들은 내가 달라졌다구,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갑자기 사방으로 벽이 둘러쳐진 것 같아서 좀 갑갑해요.

재혁 : (그랬구나..) 사실은 나두 좀 엉망 이예요.

선우 : (? 보면)

재혁 : 자꾸만 어떤 얼굴이 떠올라서..아주 많이 힘들고 있어요.

선우 : (멈칫.. 보면)

재혁 : 알아요. 내가 이런 말 하면 안 된다는 거..선우 씨 말대로 우린 끝난 사이니까.

         다시 만날 수도, 만나서도 안 되는 사이니까.

선우 : (본다)

재혁 : 선우 씰 잊어보려고 안 해 본 짓이 없어요. 하루 스물네 시간 일에만 파 묻혀도 봤고

         하루 종일 미친놈처럼 계속 술만 마셔본 적도 있어요. 어떻게든 선우 씰 잊어 보려구..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어요. 근데..

         (보며) 선우 씰 다시 본 순간 자신이 없어졌어요.

선우 : 팀장님..

재혁 : 자신이 없어졌다 구요.

선우 : (본다. 보면)

재혁 : 아무리 애를 써두.. 선우 씰 지울 수가 없어요. 나는 아직두 선우 씰 너무나 사랑하니까..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사람.. 내가 진심으로 마음을 줬던 사람이니까.

선우 : 팀장님.. (하는데)

재혁 :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듯 그대로 선우를 안아버린다) 날 좀 어떻게 해줘요 선우 씨.. 선우 씨가 날 좀.. 어떻게 해줘 봐요..

선우 : ...!



28. S# 일각.


지켜보던 오한영, 멈칫해서 본다. 보다가 조용히 한숨.. 재혁의 절절한 마음에 그대로 시선 떨구며 돌아서는데 순간 멈칫.

산책을 나온 태희와 마주친다.


오한영 : (당황) 대표 이사님...!

태희 : (보며 빙긋 웃음) 오한영 씨가 어쩐 일이예요? 산책 나온 거예요?

오한영 : 네, 그게.. (하면서 시선 피한다)

태희 : (? 본다. 보다가 고개 돌려 본다. 순간 멈칫..)


선우를 꼭 안고 있는 재혁을 본다. 태희, 일순 멍해지는 표정.

오한영, 그런 태희를 보면 태희, 오한영의 시선을 의식한 듯 얼른 표정을 수습하더니 황망하게 돌아선다.

가려다 멈칫..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태희 : 장팀장한텐.. 내가 여기 왔었다는 얘기 안하는 게 좋겠어요.

오한영 :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대표이사님.


태희, 짐짓 고개를 돌려 재혁과 선우 쪽을 한 번 더 쳐다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가버린다.

오한영, 보다가 다시 재혁 쪽으로 시선 돌리면.



29. S# 공원 일각.


선우 : (반쯤 눈물이 고인 채) 그만 놔주세요.

재혁 : 사랑해요 선우 씨. 사랑해요..

선우 : 놔 주세요 팀장님.

재혁 : (선우의 어깨를 잡은 채 떨어져서 보며) 우리 같이 도망칩시다. 아무도 모르는 데로 같이 가자 구요.

         어디라도 좋아요. 선우 씨만 같이 가준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나하구 같이 가요.

선우 : 저는.. 팀장님하고 아무 데도 가지 않아요.

재혁 : 선우 씨도 날 사랑하고 있잖아요. 아니예요? 아니면 어디 아니라고 말해 봐요.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아니라고 말해 봐요!!

선우 : (본다. 보더니) 태희 언닌.. 나 때문에 평생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 왔어요.

         그렇게 해서 십육 년 만에 겨우 날 찾았구.. 다 죽어가던 저를 살려 줬어요.

         근데.. 그런 언니를 버려두구 팀장님을 따라가라 구요? 저한테 지금 그런 짓을 하라는 건가요?

재혁 : (울컥.. 눈물이 고여서 보면)

선우 : 이제 그만 절.. 놔주세요. (툭.. 떨어지는 눈물)

재혁 : (가슴이 아파서 바라보면)

선우 : 그리구... 오늘 일은 서로 없었던 걸로 하는 게 좋겠어요.

재혁 : (본다. 보다가 힘없이, 천천히 선우의 잡은 어깨를 놔준다)

선우 : (그러자 천천히 돌아서서 간다)


혼자 남겨진 재혁, 허탈한 시선으로 멀어지는 선우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시선에서.



30. S# 공원 입구 일각.


공원을 빠져나오는 선우, 재혁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다가

한쪽에 있는 가로등(또는 나무)에 손을 짚고 선다. 가슴이.. 가슴이 너무 아프다. 떨어지는 눈물..

감정을 주체 못하고 숨죽여 눈물을 흘리는 선우의 모습에서.



31. S# 회장실.


힘없이 안으로 들어와 책상 앞에 앉는 태희.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시선에서.



32. S# 평창동 집 앞. (밤)


세워져 있는 트럭.. 그 앞에서 반지를 들고 서 있는 철웅. 프로 포즈 연습 중이다.


철웅 : 야, 이선우. 매일 아침 너하구 함께 눈을 뜨고 싶다. (으.. 닭살이다) 선우야. 너 내 마누라 해줄래? (역시 좀 촌스럽다)

         아.. 이런 거 말구 뭐 좋은 거 없나?


철웅, 계속 중얼중얼 거리며 연습하는데 그 때 저쪽에서 터벅터벅 걸어오는 선우의 모습이 보인다.

철웅, 본다. 얼른 반지를 뒤로 숨기며.


철웅 : 선우야!

선우 : (걸음을 멈추고 철웅을 보면)

철웅 : (반갑게 선우 앞으로 뛰어간다) 어디 갔다 오냐? 한참 기다렸네.

선우 : (철웅을 빤히 본다)

철웅 : (불룩한 주머니 툭툭치며) 나 오늘 수금했거든. 어디 분위기 근사한 데루 나가자. 너한테 중요하게 할 말도 있구..

선우 : (빤히 본다)

철웅 : 아마 오늘은 너하구 나한테 아주아주 역사적인 날이 될 거다. 기대해도 좋아. (하면서 씩 웃는데)

선우 : (갑자기 철웅에게 안긴다)

철웅 : (멈칫.. 내려다보면)

선우 : 철웅아 우리 결혼할래?

철웅 : !

선우 : 우리.. 결혼하자. 나하구 결혼해 줘. 응? (절박하게 매달리고 있다)

철웅 : (본다. 영문도 모른 채 멍하니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33. S# 회사 로비. N


수행원과 함께 걸어 나오는 태희, 쭉 걸어오다가 문득 저쪽 휴게실 쪽으로 혼자 앉아 있는 재혁을 본다.

멈칫.. 걸음을 멈추는 태희.


태희 : (수행원들에게) 먼저 퇴근하세요. (그러더니 재혁 쪽으로 걸어간다)


천천히 다가서는 태희.

상념에 잠겨 멍하니 혼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재혁, 그 옆으로 재떨이엔 여러 대의 담배꽁초가 보인다.

태희, 다시 시선 재혁 쪽으로 주더니.


태희 : 여기서 뭐해?

재혁 : (멈칫.. 돌아본다. 보다가 담배를 비벼 끄며) 퇴근하는 길이니?

태희 : 어. (본다. 보다가) 잠깐 옆에 앉아도 될까?

재혁 : (본다. 보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책상에 오늘 안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어.

         잠깐 답답해서 담배 피우러 내려온 거야. 올라가봐야 해.

태희 : 그렇구나. (섭섭하다. 표정 감추며) 그래 그럼. 올라가 봐.

재혁 : (그대로 태희를 지나쳐 간다)

태희 : ... (천천히 시선 떨군다)



34. S# 달리는 차 안. N


운전기사가 운전하고 있는 그 뒤로 뒷좌석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는 태희의 모습.

나즈막히 한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고개를 기댄다. 시선에서.



35. S# 평창동 거실 안. N


예산댁이 문을 열어주면 안으로 들어오는 태희.


예산댁 : 왔어요?

태희 : 네. 윤희는요?

예산댁 : 들어왔어요. 저기.. (하면서 소파 쪽으로 시선 준다)

태희 : (?해서 보더니 같이 소파 쪽으로 시선 주면)


나란히 앉아 있는 선우와 철웅.

태희, 의아한 시선으로 다가서면.


현자 : (팔짱끼고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다가) 마침 잘 왔구나. 이리 와서 얘들 하는 얘기 좀 들어봐라. 내가 정말 기가 막혀서.

태희 : (본다. 자리에 앉으면서 선우를 본다) 무슨 일이야?

현자 : 글쎄 결혼을 하겠댄다. 결혼을.

태희 : (놀라서) 뭐? 결혼?

철웅 : 네. 저희 결혼하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십쇼.

태희 : (선우를 보면)

선우 : 이젠 건강도 많이 나아졌구..무엇보다 철웅이가 그 동안 날 너무 오래 기다려줘서.. 그래서 이젠 결혼할까 해 언니.

태희 : (보면)

철웅 : 걱정 마십쇼. 선우, 제가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현자 : 뭘루요? 대체 뭘루 책임지겠다는 거예요?

철웅 : 트럭으로 버는 돈이 한 달에 이백이 넘습니다.

현자 : 뭐요? 트러억? (가소롭다)

철웅 : 네. 트럭이요.

현자 : 이것 봐요. 쟤는 이제 제하그룹 대표이사 여동생이예요. 트럭운전사가 넘볼 자리가 아니라구. 격이 달라.

철웅 : 격이 다르다고 결혼까지 못하라는 법은 없잖습니까.

현자 : 더군다나 그쪽 아버지 때문에 회장님이 돌아가셨어요. 그 사실을 벌써 잊은 건 아니겠죠?

철웅 : (멈칫.. 본다. 보면)

태희 : 그건 사고였어요 고모.

현자 : 어쨌든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건 사실이잖아.

선우 : (본다)

철웅 : (시선 떨구면)

현자 : 대체 저 집 사람들하구 무슨 원수가 진 거야. 왜 사사건건 우리집안 사람들하구 얽혀서 이렇게 속을 썩이냐구 대체.

         그리구 윤희 너두 그렇지 너 이 집안에 들어 온 지 얼마나 됐다구 벌써 결혼타령이야.

         더군다나 니 위로 아직 시집장가 안간 언니 오빠가 둘씩이나 있는데!

선우 : ...

현자 : 암튼 결혼은 안 돼! 허락 못하니까 그렇게들 알아.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

태희 : 미안해요 철웅 씨.

철웅 : 아닙니다. 첨부터 쉬울 거라고 생각 안했습니다.

태희 : (고개를 끄덕이더니) 윤희 너.. 나 좀 잠깐 보자. 철웅 씨 잠깐만 기다려줄 수 있죠?

철웅 : 전 상관없습니다. (그러면서 선우를 보면)

선우 : (태희를 본다. 시선에서)



36. S# 김필중의 서재. N


태희 : (의자에 앉으며) 앉어.

선우 : (본다. 보다가 맞은편에 앉는다)

태희 :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결혼이라니..

선우 : 왜? 언니두 반대하는 거야? 철웅이가 박기사 아저씨 아들이라서?

태희 : (보면)

선우 :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 언니. 나 그 집에서 딸처럼 지냈었어. 다들 좋은 분이구.. 철웅이두 나한테 잘해줄 거야.

태희 : 철웅 씰 사랑하니?

선우 : (멈칫.. 고개 들어 본다)

태희 : 철웅 씰.. 사랑해? 그래서 결혼하고 싶은 거야?

선우 : 많이 좋아해.

태희 : 사랑 하냐고 물었어.

선우 : 앞으로 살면서 사랑할거야. 철웅이 만큼 날 잘 알고, 위해주는 사람..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거야. 놓치고 싶지 않아.

태희 : 만약.. 뭔가로 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하는 결혼이라면 언닌 찬성할 수가 없어.

선우 : (본다)

태희 : 그게 재혁이 때문이라면 더더욱 이 결혼은 안 돼. 절대로 니가 행복해질 수 없는 결혼이야.

선우 : 언니.

태희 : 알아. 너 언니 생각해서 일부러 이러는 거. 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 윤희야.

         너는 어떻게 하면 니 자신이 행복해질지 그것만 생각해. 언니는 니가 원한다면 뭐든 다 줄 수 있어.

         그러니까.. 언니 때문에 니 행복을 포기하지 마.

선우 : (본다. 보더니) 언니 없이 혼자 힘들게 살아 오면서두.. 난 내 행복을 한 번도 포기 해본 적이 없었어.

         지금까지 난 누구보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열심히 살았구..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질 거야.

         나.. 철웅이 많이 좋아해. 철웅이라면 같이 행복해질 수 있을 거 같어.

태희 : 선우야.

선우 : 팀장님은 내 사람이 아니야 언니. 그러니까 팀장님 얘긴 더 이상 나한테 하지 마.

태희 : (본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37. S# 평창동 거실. N


밖으로 나오는 선우. 철웅, 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선우를 본다.


철웅 : 얘기 다 끝났어?

선우 : (본다. 보며) 어어.

철웅 : 뭐래?

선우 : 잠깐 생각할 시간을 달래. 언니두 너무 갑작스러웠을 거야.

철웅 : 그러시겠지.. (하더니) 니 방 어디냐?

선우 : 왜?

철웅 : 글쎄 어디야?

선우 : 이층. 왜? (보면)

철웅 : 잠깐 올라가두 되지? (하더니 선우 손을 잡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선우 : (영문도 모르고 잡혀 올라가면)



38. S# 윤희의 방. N


안으로 들어오는 철웅과 선우.

철웅, 선우를 자기를 보도록 마주 세우더니 갑자기 꼭 끌어안는다.


선우 : (멈칫.. 보면)

철웅 : 기분 좋은 날이야. 너한테 청혼을 다 받구..

선우 : 철웅아.

철웅 : 사실은 내가 너한테 먼저 청혼할려구 했는데.. 하지만 니 입에서 결혼하잔 말 듣는 것두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선우 : (왠지 미안해진다)

철웅 : 너한테 잘할 거야. 죽을 때까지 너만 사랑할 거구 다른 여자한텐 시선도 안 줄 거야. 널 행복하게 해줄 거야. 나.. 믿지?

선우 : 그래.. 믿어.

철웅 : 고맙다.

선우 : 뭐가?

철웅 : 날 믿어줘서. 그리구.. 나하구 결혼하겠다고 말해줘서. (그러면서 선우를 꼭 끌어안는다)

선우 : ... (철웅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안타까움으로 꼭 안아준다)


두 사람의 모습에서.



39. S# 김필중의 서재. N


혼자 앉아 있는 태희.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진을 본다.


태희 : 아빠.. 할아버지..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본다. 한숨 내쉬며 시선 돌리는데서)



40. S# 재혁의 사무실. (D)


오한영 : 이사분기 실적푭니다.

재혁 : (받아보는 위로)

오한영 : 아이콘 팩은 물론이고 십대들을 겨냥한 비지나 여성전용서비스 드림 같은 경우도

            가입자 수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직원1 : 처음 수요자들 대부분이 십대들이었는데 비해 요즘 한 달 사이에 이삼십 대 가입자 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오한영 : 아이콘 팩이 국내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외국회사들이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접촉중입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중국인데요, 중국 시장은 넓고 아직 활성화 전이기 때문에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혁 : (듣는 위로 계속)

오한영 : 그 중 중국 업체 하나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와의 서비스 제휴를 바라고 있는 눈칩니다.

재혁 : (고개를 끄덕이더니) 검토해봐. 다른 중국 업체 실무자들도 계속 접촉해 보도록 하구.

오한영 : 알겠습니다.


하는데 울리는 전화벨.


재혁 :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하지.


모두 일어서는 가운데 재혁, 수화기를 받아든다.


재혁 : 네. 신사업 팀 장재혁입니다.

소리F : 회장실인데요. 대표이사님께서 찾으십니다.

재혁 : (고개 들어 본다. 시선에서)



41. S# 회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재혁, 보면 태희, 창밖을 보고 있다.


재혁 : 무슨 일이야.

태희 : ...

재혁 : 이십분 뒤에 홍보 마켓팅팀 하고 또 미팅이 있어. 중요한 얘기 아니면.. 이따 끝나구 얘기하는 게 어때? (하는데)

태희 : 윤희가 결혼하겠대.

재혁 : (멈칫.. 본다. 심장이 뚝 끊기는 느낌으로 보면)

태희 : 박철웅 씨 하구 어젯밤 둘이 같이 왔드라.

재혁 : 어젯밤에?

태희 : 그래. 어젯밤에.

재혁 : (멍하니 쳐다보면)

태희 : 물론 고모는 그런 집하고 사돈 맺을 수 없다구 펄펄 뛰셔. 하지만 내 동생은 이미 결심한 거 같드라.

         쉽게 꺽일 것 같지 않아보였어.

재혁 : 왜.. (보며) 왜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는 거야?

태희 : (돌아보며) 그건 나보다 니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재혁 : (보면)

태희 : 내가 널 부른 것도 그래서야. 대체.. 왜 내 동생이 갑자기 그런 결심을 하게 됐는지.. 너는 알고 있을 거 같아서.

         (보며) 너희 두 사람..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재혁 :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야.

태희 : 정말 이대로 윤희 결혼 승낙해도 되는 건지 알고 싶어. 그래도 너희 둘.. 정말 괜찮은 건지.

재혁 : (흔들리는 시선으로 본다. 보다가 겨우) 미안하다. 너한테 해줄 말이.. 아무것도 없어.

태희 : (보면)

재혁 : (그대로 돌아서서 나간다)

태희 : (닫힌 문을 표정 없이 바라본다. 시선에서)



42. S# 재혁의 사무실 안.


안으로 들어오면서 쿵! 거칠게 문을 닫는 재혁, 이선우가 결혼을 한다..

재혁, 안절부절못한 채 왔다 갔다 하더니 그대로 책상위에 있는 것들을 와르르 한쪽으로 밀어 던진다.

바닥에 떨어지며 흩어지는 기자재들..

소리에 안으로 들어와 보는 오한영, 재혁을 쳐다보면 재혁, 그대로 책상을 짚은 채 숨을 깊게 몰아쉰다. 모습에서.



43. S# 서준의 레스토랑.


연웅 : 네에? 선우언니랑 우리 오빠가 결혼허락 받으러 갔었다 구요?

서준 : (두 개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그랬대요.

연웅 : 그래서요? 어떻게 됐대요?

서준 : 보나마나 우리 엄만 길길이 날 뛰었을 거구.. 태희 누난 시간을 좀 갖자 그랬을 거구..

         (보며) 그나저나 선우 그 녀석 보기보다 용감한가 봐요? 우리 엄마 앞에서두 눈 하나 깜짝 안하는 거 보면.

연웅 : 두 사람 잘됐으면 좋겠는데..

서준 : 그나저나 그렇게 되면 연웅 씨 오빨 뭐라고 불러야 하나? 매제라고 물러야 하나 처남이라고 불러야 하나?

연웅 : 너무 빨리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세요, 사장님.

서준 : (? 보면)

연웅 : 선웅 언니하구 철웅 오빠 결혼하게 되면..그 땐 사장님하구 전 사돈지간이 되는 거라 구요.

         그렇게 되면 우리 두 사람 힘들어질지 몰라요.

서준 : 왜 그렇게 우리 앞날에 재를 뿌리구 그래요 연웅 씨?

연웅 : 재 뿌리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 구요.

서준 : 글쎄 걱정말래두요. 나한테 다 비책이 있으니까. 나만 믿구 있어요.

         조만간에 나하구 연웅 씬 금술 좋은 부부사이가 돼 있을 테니까. (그러면서 자신만만한 웃음을 씩 웃더니)

         자 다 됐다. (하면서 연웅의 핸드폰 돌려준다)

연웅 : (? 보면)

서준 : 내가 전화할 땐 다른 벨소리로 들리게 다운로드 해놨거든요. 들어봐요. (자기 핸드폰을 누르면)


잠시 후 울리는 연웅의 핸드폰 소리. (재밌는 소리로 해줄 것*)

서준, 그 음악을 따라서 코믹하게 해드뱅잉?을 하면.

연웅, 본다. 픽 웃는 얼굴로 자신도 핸드폰을 펴는 시선에서.



44. S# 바 안. N


혼자 스트레이트로 양주를 마시고 있는 재혁. 벌써 양주병의 반이 훨씬 비워져 있다.

재혁, 다시 또 잔에 술을 따른다. 그러다 문득 옆에 있는 핸드폰을 본다. 시선에서.



45. S# 평창동 거실. N


울리는 전화벨. 주방에서 나와 수화기를 드는 예산댁.


예산댁 : 네 평창동입니다. 어머, 장팀장님. 어쩐 일이세요? 네에 있는데요. 잠깐만요. (수화기 내려놓고 이층으로 올라간다)


그 뒤로 방에서 나오는 현자 예산댁이 이층으로 올라가는 걸 본 뒤 전화기 쪽을 본다.



46. S# 이층거실. N


선우 : (돌아본다) 제 전화라구요?

예산댁 : 어서 받아 봐요.

선우 : (본다. 수화기를 집어 들며) 여보세요?



47. S# 바 안. N


재혁 : 선우 씨 나예요. 나 좀 잠깐 만나야겠어요.

선우 : (insert>) 무슨 일이신데요? 전화로 말씀하세요.

재혁 : 전화로는 안돼요. 직접 보고 얘길 해야겠어요. 나와요.

선우 : (insert>) 저는 팀장님하고 할 말이 없어요.

재혁 : 내가 할 말 있으니까 나오라 구요!

선우 : (insert> 멈칫하는 시선에서)



48. S# 평창동 거실. N


수화기를 막은 채 대화내용을 듣는 현자, 허..! 이것들이 정말.. 기가 막힌 표정으로 시선 돌리는데서.



49. S# 바 안. N


안으로 들어서는 선우, 두리번거리다가, 바 앞에 앉아 있는 재혁을 본다.

선우, 본다. 보다가 천천히 그 옆으로 다가가 앉는다.


재혁 : (선우를 본다. 취했다.)

선우 : (보다가 그 시선 피한다)

재혁 : 결혼 한다 구요?

선우 : ... 네.

재혁 : 다른 남자랑?

선우 : ... 네.

재혁 : 만약.. 내가 허락 못 하겠다면 어쩔 거예요.

선우 : (재혁을 본다)

재혁 : 내가 안 되겠다 그럼..내가 선우 씨 놔 줄 수 없다 그럼.. 어쩔 거냐 구요.

선우 : 이러지 마세요. 팀장님답지 않아요.

재혁 : 나다운 게 뭔데요? 항상 이성적이고 냉철하고, 무슨 일이든 뒷 탈 없이 깔끔한 척 하는 거요? 그게 나 다운 겁니까?

선우 : (보면)

재혁 : 왜 갑자기 결혼 하겠다 그런 거예요? 나 때문 이예요? 내가 아직 선우 씨 사랑한다 그래서.. 그래서 덜컥 겁이 난 거예요?

         그래서 내가 아닌 다른 남자한테 도망치는 거예요?

선우 : 철웅일 좋아해요.

재혁 : 선우 씨가 사랑하는 건 나잖아요! 우린.. 아직도 서로 사랑하고 있잖아요!

선우 : 그 얘긴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요, 팀장님. 그리고 지나간 일은 다시 돌이킬 수 없어요.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래두..한번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구요.

재혁 : 선우 씨 난.. (하는데)

선우 : 마음에 있는 말은.. 그냥 마음에 담아두세요.

재혁 : (그 말에 멈칫.. 보면)

선우 : 마음에 있는 말을 하나 둘 꺼내다 보면..더욱 더 돌이킬 수 없게 되요. 그땐 정말로 모두가 상처만 입게 될 거예요.

재혁 : (붉어지는 두 눈.. 선우를 바라보면)

선우 : 다시는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연락한다 해도 다시는 팀장님 만나러 오지 않을 거예요.

         이제는 정말루.. 끝내야만 해요. 제가 여기 온건 그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예요.

재혁 : (보면)

선우 : (단호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돌아서서 가는데)


재혁, 본다. 보다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선우 쪽으로 무섭게 다가와 선우의 팔을 나꿔챈다.

선우, 멈칫.. 돌아보는 순간 재혁, 그대로 선우에게 키스해버린다.

그 때 바 안으로 들어서던 현자, 두리번거리다가 멈칫.. 재혁와 선우가 사람들 보는 한복판에서 키스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멍하게 쳐다보는 현자의 시선.

순간 선우, 재혁을 밀어내며 재혁의 뺨을 때린다. 멈칫..! 재혁, 선우를 바라본다. 보면.

선우, 두 눈에 눈물이 고인 채 재혁을 때린 손을 감싸며 어쩔 줄 모른다. 그러다 그대로 돌아서서 나가는데 순간 멈칫!

노한 시선으로 선우를 노려보고 있는 현자와 시선이 마주친다.


선우 : (말이 제대로 안 나온다 겨우) 고모..!

현자 : 너..! 니가 어떻게..! (하면서 재혁 쪽을 본다)

재혁 : (역시 멈칫해서 본다. 보면)

현자 : (다시 선우 쪽을 보더니) 세상에 어떻게.. 어떻게 니가!

선우 : 고모 그게 아니 구요!

현자 : 듣기 싫어! 닥쳐!

선우 : (멈칫.. 본다)


무섭게 노려보는 현자와 시선 돌리는 재혁,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바라보던 선우, 그대로 시선 돌리는데서 스틸.

<37부 끝>
























첨부파일 유리구두37.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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