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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대본

[싸인] 0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1.19|조회수2,622 목록 댓글 2

[싸인] 01

 

 

 

 

 

 

 

 

 

 

씬/1 N, 타이틀

 

-암전된 화면에서 쿵쿵쿵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시작되면서 화면 밝아지면

현란한 레이져쇼와 화려한 특수효과, 3만여 소녀팬들의 열기가 뒤섞인 한류 그룹 Voice의 대형콘서트장이다.

콘서트의 마지막 무대, 훤칠한 외모의 멤버들 리더 윤형을 비롯한 제이, 주노, 석훈의 화려한 댄스와 가창력에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 팬들의 함성은 터질 듯 뜨거워진다.

-중계차 안의 수 많은 모니터들 속의 멤버들, 소리치는 팬들의 모습..

-무대 뒤편, 대기실 복도.

앵콜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백댄서들. 큐시트를 확인하면서 마지막 의상을 체크하는 코디들,

음료수 박스를 들고 분장실을 왔다갔다 하는 로드 매니저,

분장실 한켠에 앉아서 무대를 모니터하고 있는 소속사 대표.

중계차안의 피디 ‘7번 카메라 컷. 암전!’ 어두워지는 무대.

중계피디의 ‘앵콜 스탠바이 30초전’

무선 마이크를 낀 채, 무대감독의 지시를 받고 있는 진행요원1. “30초 남았습니다. 앵콜무대 준비해 주세요!!”

-리더 윤형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노래의 마지막 부분이 끝나고 서서히 어두워지는 무대.

아쉬워하는 소녀팬들, ‘보이스! 보이스!’를 연호한다.

-무대뒤편으로 들어오는 보이스의 멤버들. 땀범벅에 거친숨을 내쉬고 있다.

리더 윤형에게 다가가는 소속사 대표, 어깨에 다정하게 팔을 올리고 수고했다면서 음료수를 건넨다.

다른 멤버들에게도 코디들이 다가가서 수건으로 땀을 닦아준다.

그 뒤의 진행요원 “10초전!”

-관객석, 앵콜무대를 기대하며 더욱 크게 ‘보이스’를 연호한다.

-무대 뒤편, 진행요원1, 다른 진행요원들에게 각 멤버들의 동선을 가리키자,

진행 요원들 다른 멤버들을 데리고 이동하고, 진행요원1은 석훈을 데리고 무대 오른편으로 이동한다.

“리허설대로야. 니가 제일 먼저 등장하고, 다음이 주노, 그 다음이 제이, 제일 마지막이 윤형이야.”

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석훈.

진행요원1, ‘5초전!’ 손가락으로 숫자를 넘버링한다.

-무대위에 설치된 대형화면에 ‘Voice'라는 이름이 새겨지고, 쿵! 쿵! 쿵! 심장소리 같은 강한 비트가 시작된다.

조명과 함께 덤블링을 하면서 등장하는 백댄서들. 관객들의 함성.

백댄서들의 박수와 소개를 받으면서 무대 오른편, 불꽃과 함께 마술처럼 등장하는 석훈.

또 다시 고조되는 콘서트장.

무대 왼편, 역시 불꽃과 함께 주노가 등장하고, 무대 가장 높은 곳에서 뒤이어 등장하는 제이.

가장 마지막 리더 윤형의 차례가 되자, 더욱 커지는 함성.

소녀팬들의 기대에 찬 시선을 받으며 무대 가장 중앙에서 불꽃과 함께 떠오르는 무대.

“아아아악! 오빠!!” 찢어질듯한 팬들의 함성.

금방이라도 불꽃을 뚫고 등장할 듯한 윤형. 하지만 서서히 불꽃이 사그러들때까지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불꽃이 모두 없어지고 난 무대 위, 그곳에 있어야 할 윤형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약간 의아한 듯한 팬들의 모습.

-중계차 안.. 당황한 피디 ‘어떻게 된거야? 윤형이 왜 안나와?’

-당황한 진행요원1, 마이크를 통해 다른 진행요원에게 “윤형이 인!”

인터폰 너머로 들리는 소리 ‘윤형이가 없어요!’ ‘빨리 찾아봐!’

-무대 다른 곳, 역시 마이크를 낀 진행요원이 윤형이 대기하고 있어야 할 무대 중앙 아래편으로 달려가지만

그곳에도 윤형은 없다. “없어요. 안 보여요”

-진행요원1, 당황한 얼굴로 대기실쪽으로 윤형을 찾아 뛰어간다. “윤형이 찾아! 빨리!”

영문을 몰라서 두리번거리는 스텦들, 그제서야 윤형을 찾아 움직인다.

-무대 위, 윤형이 등장하지 않자, 당황하던 멤버들.

관객석의 동요를 막기위해 아무렇지 않은 듯, 석훈이 제일 먼저 중앙으로 나와 화려한 댄스를 선보인다.

-무대 뒤편, 윤형을 찾는 스텦들의 다급한 발걸음.

그제서야 복도에 모습을 보이는 소속사 대표 “무슨 일이야?”

좁은 복도안 윤형을 찾아 여기저기 문을 여는 몇십명의 스텦들 사이로

코트를 입은 여자의 뒷모습이 언뜻 스쳐 지나간다.

-무대에선 여전히 윤형을 뺀 다른 멤버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지만,

윤형이 나타나지 않자, 관중석은 웅성거린다.

-3번 분장실을 여는 진행요원1, 안을 둘러보지만 특별한 것이 없다.

그때 맞은 편 4번 분장실 문을 연 코디, 이수정의 뒷모습이 보인다.

“찾았어?” 하면서 이수정에게 다가가는 진행요원1, 이수정의 굳은 시선을 쫓아가보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윤형, 반쯤 눈을 뜬 채, 싸늘하게 죽어있다.

놀란 스텦들의 얼굴.

무대쪽에서 들려오는 쿵쿵 심장소리 같은 강렬한 비트가 더욱 거세어지면서

죽어있는 윤형을 비추다가 블랙 아웃.

 

 

씬/2 N, 콘서트장

 

외곽 벽에 붙어있는 보이스 콘서트의 대형 현수막광고.

스산한 비바람에 휘날리는데 그 아래로 일본과 대만, 중국 매체들까지 몰려와 기자들의 리포팅이 한창이다.

 

기자1 :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한류그룹 보이스의 리더 서윤형이

           단독 콘서트 도중, 분장실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기자2 : 서윤형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충격을 받은 팬들은 아직도 콘서트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자3 : 과연 서윤형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과연 타살인지 아닌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때 ‘부아앙!’하는 엔진굉음과 함께 등장하는 검은 승용차.

빵빵 클랙션과 쌍라이트를 번뜩이며 모여있는 군중들 쪽으로 달려온다.

승용차의 무서운 기세에 압도당하는 사람들.

무서운 기세로 돌진하던 승용차는 ‘끼이익!’ 드리프트를 하며 절묘하게 커브를 틀어 입구에 안착한다.

모두들 숨죽인 얼굴로 주시하면....

검은 승용차에서 내리는 우진. 세련된 정장차림에 쉬크한 외모의 여검사다.

대기하던 직원들 우진에게 우산을 씌우고...사건현장인 대기실로 연결되는 철문 쪽으로 걸어가는 우진.

 

 

씬/3 N, 복도

 

철문을 열고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는 우진과 직원들,

그 때 복도 저편끝쪽에서 들려오는 아우성, 고함소리.

우진, 미간꿈틀해서 보면 저쪽 복도에서 뛰어오는 경찰간부. 우진을 맞으며..

 

경찰간부 : (난감한) 관객석에 있던 극성팬들이 사건현장에 난입해서 말입니다.

 

대꾸도 않고 휙 걸음을 옮기는 우진.

 

 

씬/4 N, 4번 분장실 앞

 

4번 분장실 앞쪽 복도로 코너를 꺽어 들어오는 우진과 일행들.

아우성과 고함소리가 좁은 대기실 입구에 가득하다.

대기실 복도 안쪽으로는 몇십명의 소녀팬들이 울고 불고 통곡을 하며, 윤형이 죽은 분장실을 향해 들어가려고 하고 있고,

몇 명의 경찰들과 콘서트 진행요원들이 그런 소녀팬들을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간의 몸싸움이 치열했던 듯, 경찰들의 모자며 견장이 떨어져 나가있고,

대기실 앞으론 끌려나온 듯한 소녀팬들이 탈진한 채 누워서 흐느끼고 있다.

끌려나온 팬들 중 보이는 팬클럽 회장, 바닥에 주저앉아 울면서.

 

팬클럽 회장 : (통곡하며) 당신들이 죽였어! 이 살인자들!!

 

우진, 기가 막히다는 듯 팔짱끼고 그런 현장을 본다.

뒤따라 들어온 경찰, 우진의 눈치를 보고는 현장의 경찰들에게.

 

경찰간부 : 뭐해? 빨리 끌어내!

 

경찰기동대들, 더욱 힘을 내서 통곡하는 소녀팬들을 하나씩 끌어내기 시작한다.

 

경찰간부 : (겸연쩍고 무안한) 얘네들이 약 먹었는지 갑자기 들이대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때, 탈진한 채 누워있는 소녀팬들 사이에 낀 단발머리가 지친 듯 ‘저기요~!’ 모기소리를 낸다.

 

경찰간부 : 쟤 먼저 끌어내! (우진에게) 쟤가 제일 악질입니다.

 

경찰기동대, 단발머리를 끌어내려고 하는데,

반항하는 단발머리, 다시 한번 ‘저기요!’ 하지만 다들 무시하는..

 

우진 : (주변 둘러보며) 현장감식반 안 왔어요? 현장 감식 안하겠다는 거야?

 

경찰기동대에게 끌려가다가 미친 듯이 반항하는 단발머리, 겨우 이쪽으로 기어와서.

 

단발머리 : 저에요!

경찰간부 : 아, 시끄러! 뭘 잘했다구 큰소리야!

단발머리 : (미친 듯이 신분증을 내밀면서) 현장감식반! 저라구요!

경찰간부 : 얘가 뭐래는 거야?

 

우진, 잡는 경찰을 제치고 단발머리의 신분증 받아서 본다.

서울 경찰청 과학수사대 검시관 고다경이라고 찍힌 신분증이다.

헝클어진 머리를 옆으로 넘기는 단발머리. 앳되고 귀염성있는 외모가 드러난다. 딱 외모는 소녀팬이다.

 

다경 : 서울 경찰청 과학수사대 검시관 고다경입니다.

         (억울해 죽겠고 힘도 없다, 경찰에게) 사건현장 들어가겠는데, 왜 자꾸 끌어내요.

 

우진, 신분증을 다경에게 툭 던져주며.

 

우진 : 쟈켓 왜 안 입었어요? 현장 수칙 몰라요?

 

다경, 다 찢어진 쇼핑백 밑으로 튀어나온 과학감식반 쟈켓을 가리키며.

 

다경 : 급하게 오느라고....

우진 : (다경과 경찰간부를 힐끗 보고는) 현장 아주 개판이구만.

 

기가 막히다는 듯 다경과 경찰간부를 보고는 사건현장으로 들어가는 우진.

다경, 억울하다는 듯 경찰간부를 보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는 경찰간부, 다경 보다가.

 

경찰간부 : 동안이네.

 

 

씬/5 N, 동장소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한 분장실 입구.

여기저기 부서진 비품들, 나뒹구는 윤형의 브로마이드 등, 몸싸움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4번 분장실 문앞, 두세겹 쳐진 폴리스라인 앞에서 복장과 도구들을 챙기는 다경.

과학감식반 자켓의 지퍼를 올리고, 현장 보존용 덧신을 신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과학감식반 모자를 눌러쓰고, 보호안경 착용,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터지는 플래시... 준비 끝.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TV에서 보던거랑 많이 다르지?’

다경, 돌아보면 따뜻한 눈빛의 반백의 50대. 베테랑 검시관 정문수다.

 

다경 : (반가운) 선배님..

정문수 : CSI보고 검시관이 되기루 결심했다면서?

            거기선 사건현장 도착하면 누군가 폴리스 라인 올려주면서 거창하게 등장할 꺼 아냐.

다경 : 제가 뭐 그런거 가지구 검시관 될려구 그랬겠어요?

정문수 : 그럼?

다경 : (씨익 웃으며) 그냥.. 멋있잖아요.

정문수 : 멋있다... 남들은 다들 의사되려고 아등바등하는데,

            겨우 그 이유 때문에 잘 나가던 대학병원 레지 때려치고, 9급공무원으로 자원한 거야?

다경 : 그럴만큼 멋지잖아요.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뭐.. 그런 초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로 나쁜 놈들을 때려잡거든요.

         그리구.. 사실 주인공이..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에요. 아우.. 너무 멋있어.

정문수 : (어이없다) 다른 사람들이 고선생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다경 : 예. (어깨 으쓱하며) 개또라이요.

 

작업복을 다 걸친 정문수와 다경.

정문수, 제 4분장실의 문고리를 잡는다.

 

정문수 : 이제부터 시작이야, 자네의 첫 번째 사건이자, 내 마지막 사건.

다경 :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문수 : (보호 안경을 쓰며) 진짜 사건현장으로 들어가볼까?

 

정문수, 4번 분장실의 문을 연다.

다경, 왠지 긴장되는 듯 천천히 그 뒤를 따른다.

 

 

씬/6 N, 4번 분장실

 

정문수의 뒤를 쫓아 들어가는 다경의 시선으로 분장실이 보여진다.

열평 정도의 분장실 안. 한쪽 벽면에 붙은 네 개의 분장용 거울과 의자들.

테이블 위에는 음료수 박스들과 팬들이 보낸듯한 꽃다발과 화환, 선물들이 쌓여있다.

긴장한 시선으로 사건현장을 둘러보는 다경. 천천히 안으로 들어간다.

 

정문수 : 이런 현장은 찾아낼 게 별로 없어. 변사자가 살던 곳도, 즐겨 쓰던 곳도 아니거든.

            드나든 사람만 해도 수십명은 될테니까 지문도 족적도 증거가 되기 힘들지..

            이런 사건 일수록 시체에 집중할 수 밖에 없어. 과연 타살일까? 자살일까? 아니면 자연사?

 

테이블을 돌아 들어가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윤형의 시체가 드러난다.

숨을 들이키는 다경.

싸늘한 시체 옆에 무릎꿇고 앉아 자세히 들여다보는 정문수.

 

정문수 : 반항한 흔적도 없고, 외상도 없고.. (손을 잡아보는) 살아있는 사람 같네.. 강직도 적고..

            직장체온을 재봐야 하겠지만, 사망추정시각은 한두시간 전으로 보이고.. (다경을 보며) 뭐해? 사진 안찍고?

다경 : 아..네..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정문수 : (다시 시체를 살펴보는) 젊고..잘생기고, 그 누구보다 화려한 삶의 정점에 있던 젊은이가

            도대체 왜 죽었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현장보존은 빵점이야. 우리가 할 일은 별로 없다는 얘기지...

            그래도 멋있나? 이 일이?

 

열심히 사진을 찍던 다경, 고개를 들어 사명감에 가득한 눈빛으로 크게 고개 끄덕이며.

 

다경 : 예.. 아주 많이요.

정문수 : (보다 피식 웃는다) 시작하자구.

 

 

씬/7 N, 대기실 일각 (휴게실 느낌의...몽타쥬)

 

우진에게 당시 상황을 진술하고 있는 소속사 대표,

럭셔리한 캐쥬얼을 걸친 성공한 30대 후반의 젊고 정력적인 사업가의 모습이다.

윤형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우진 : 이름과 직함 말씀해 주세요.

대표 : 주선우, 그룹 보이스가 소속된 기획사 B-stars 대푭니다.

         윤형이 15살때부터 알았어요. 연습생때부터 내 조카같은 애였는데..

우진 : 평소 생활습관은 어땠죠? 마약이나 약물같은 거 손대진 않았어요?

대표 : (격양된) 마약이요? 마약같은 건 손도 대지 않았어요.

 

이하, 용의자들의 진술과 이한이 검색하는 인터넷 화면. 점프 컷 느낌으로 빠르게 보여진다.

 

대표 : 윤형일 뭘로 보는 거에요? 춤하고 노래 밖에 모르는 애였어요.

         / (결국은 눈물을 짓는다) 도대체 왜 걔가... 도대체 왜 죽은 거죠?

 

-우진의 모습에서 서서히 멀어지면 아이패드로 인터넷 검색하는 누군가의 손.

손가락으로 화면 튕기면 검은 리본이 계양된 윤형의 개인 팬클럽 홈페이지.

‘윤형을 죽인 진범은 누구인가?’ 라는 팬들의 각양각색의 게시판 글들.

/ 윤형이 미국 친구에게 직접 써서 보냈다는 메일을 캡쳐했다는 글. ‘연습실은 감옥이고, 사장님은 교도관이다.. ’

/ 누군가 찍은 흐릿한 핸드폰사진,

연습실 건물 옥상에서 소속사 대표 주선우 앞에 윤형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혼나고 있는 모습이다.

윤형을 보는 주선우의 차가운 눈빛/

-초췌한 모습으로 우진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보이스의 멤버 석훈.

 

석훈 : 보이스에서 안무를 담당하는 정석훈입니다. /

         윤형이 형이요? (생각하다가.. 그리운 듯 쓴웃음 짓는) 최고였죠.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아이패드 화면. 방송국에서 나오는 보이스 멤버들을 연속 캡쳐해 놓은 사진.

차에 올라타려는데, 약간의 몸싸움이 붙는 정석훈과 서윤형의 냉랭한 모습이 찍혀져 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2인자의 비애. 2인자 정석훈과 1인자 서윤형의 악연’

-우진에게 진술하고 있는 정석훈.

 

석훈 : 원한이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윤형이 형은 다른 사람하고 원한을 살만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정말 좋은 형이었는데..

 

-아이패드 화면.

‘정석훈과 서윤형은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포지션이면 포지션 모든 분야에서 경쟁자였다.

연습생시절 한 여자를 두고 삼각관계이기도 했다. 문제의 여자는..’

글 밑으로 사진 한 장. 정석훈과 서윤형이 묘령의 미모의 여자를 사이에 두고 팔짱을 낀 채 술자리에서 찍은 사진이다.

-전씬의 묘령의 여자가 헤어스타일과 화장이 조금 바뀐 채 앉아있다.

보면 최초 목격자인 코디, 이수정이다.

 

우진 : 최초목격자였죠, 현장상황은 어땠나요?

수정 : 잘 기억나지 않아요. 윤형이 오빠 찾느라구 정신이 없었거든요.

우진 : 죽은 서윤형씨하곤 사이가 어땠어요? 잘 아는 사인가요?

수정 : (본다) 아뇨. 잘 몰라요. 그냥 인사만 하는 사이였어요.

 

 

씬/8 N, 복도 일각

 

각 분장실 앞마다 현장보존을 위해 경비서고 있는 경찰들.

그 앞을 지나가는 우진. 손에 들린 아이패드에는 정석훈과 이수정, 서윤형이 함께 찍힌 사진이 보여진다.

 

우진 : (옆을 힐긋 보면서 아이패드를 넘겨주며) 그래서요?

 

우진의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이한.

훤칠한 키에 빈티지한 옷차림, 형사보다는 홍대클럽에 어울릴 법한 외모의 송파서 강력계 경사다.

 

이한 : 입이 뚫린 사람은 하나같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죠.

         보이스 소속사는 현재 극심한 재정난에 주가는 휴지쪼가리 상태랍니다.

         그런데, 제일 잘나가는 보이스 리더 서윤형의 계약만료가 다가온거죠.

         평소 소속사 대표하고 원수처럼 지냈던 서윤형은 다른 기획사와 물밑접촉을 하고 있었대요.

         살인동기론 충분하지 않아요?

         정석훈도 평소 서윤형과 서로 못 잡아먹는 사이였고, 최초목격자인 코디 이수정은 별명이 서윤형 세컨드였대요.

         사랑과 질투, 뻔하잖아요?

우진 : (가만히 보다가) 이런 정황 가지고 수색영장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용의자들 변호사 선임해서 묵비권 행사하면 끝이에요. 유치한 장난 말고 진짜 증거 찾아오세요.

이한 : (흥분한 우진과는 달리 여유로운 미소로) 누가 증거 안찾아 온대요? 참.. 성격 불같으셔...

우진 : 남 성격 신경쓰지 말고 자기 옷이나 신경 쓰세요.

이한 : 내 옷이 어때서요?

우진 : 옷차림이 그게 뭐예요? 벙거지에, 똥싼 바지에다 찢어지고 헤지고.

이한 : 어때서요? 대한민국 형사 3000명중에 이렇게 필 있는 형사 하나 정돈 있어야죠.

 

우진 어이없어 하는데, 복도 끝에서 우진을 부르는 순경2.

 

순경2 : 검사님, 문제가 생겼는데요.

 

 

씬/9 N, 씨씨티브이 운영실

 

대형 콘서트장 곳곳을 비추는 수십개의 씨씨티브이 모니터들이 작동되고 있다.

그 앞에서 보관실 담당자가 난처한 얼굴로 설명하고 있다. 주변에는 역시 난처한 모습의 경찰들 서 있다.

 

담당자 : 여길 들어올 수 있는 키는 저하고 주간조 담당자 밖에 없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다른 테잎은 다 있는데, 딱 14번 테잎만 없어졌어요.

 

모니터 앞 일렬로 배열돼있는 테잎들, 14번만 빠져있다. (클로우즈업)

-인서트 컷. 톤 틀린, 거친입자의 화면. 14번 테잎, 데크로 다가오는 누군가의 손, 테잎을 빼낸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우진, 굳은 얼굴로 없어진 14번 모니터를 바라본다. 제 4분장실 입구를 찍고 있는 모니터다.

 

이한 : (14번 모니터쪽으로 다가가며) 다른 건 손도 안대고 14번 테잎만 가져갔다.. 뭐가 찍히긴 찍혔나보네..

         (보다가 우진 돌아보며) 딱 서윤형 죽은 4번 분장실 앞 씨씨티브인데요?

우진 : (열받은 얼굴로 경찰들 보며) 문은 잠겨 있었어요?

 

뒤에 서 있던 경찰, 서로 눈치보다가 그 중 한 명이 대답한다.

 

경찰 : 예.

우진 : 문도 잠겨있었고, 현장을 지키는 경찰이 수십명이 됐는데.. 제일 중요한 증거물이 도난됐다..

         (열받아서 차가운 목소리로) 지금 장난쳐요? 현장 도착하면 제일 먼저 씨씨티브이 테잎 수거하라고 그랬잖아요!

이한 : (여유로운) 검사님, 제발 릴렉스하세요.. 소리지른다고 없어진 증거물이 돌아옵니까?

우진 : 증인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현장보존은 개판에, 중요증거는 없어졌는데, 지금 진정하란 소리가 나와요?

이한 : 아직 증거 하나 남았잖아요. 제일 중요한 증거..

 

이한, 어딘가를 가르킨다.

14번 모니터로 보이는 화면, 제4분장실에서 서윤형의 시체가 담겨진 바디백이 실려나가고 있다.

 

이한 : 여기 뒷마무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검사님은 국과수에 부검의뢰 하셔야죠?

 

 

씬/10 D, 몽타쥬

 

-빠른음악과 함께 국과수 주차장에 도착하는 앰뷸런스, 시체가 내려진다.

그 위로 50대 후반의 구성태의 목소리가 깔린다.

 

구성태(소리) : 신원미상의 시체가 이곳 국과수에 도착하게 되면...

 

-시체보관실. 냉동고로 넣어지는 시체. 카메라 빠지면 수십개의 냉동고가 있는 방이다.

 

구성태(소리) : 시체를 보관하는 대기실로 옮겨지게 됩니다.

 

- 유전자 분석실에서 전자 현미경으로 유전자를 감식하는 연구사. 유전자 클로즈업.(CG)

 

구성태(소리) : 유전자 분석실에서는 이미 현장에서 수거된 각종 증거물에서 혈흔 등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법치의학실. 시체의 치아를 찍은 사진과 엑스레이를 대조해 보는 연구사.

 

구성태(소리) : 그와 동시에 법치의학실에서는 시체의 치아 상태로 나이와 성별 등의

                     신원 확인 프로파일링을 병행하게 됩니다.

 

-범죄분석실에서 서류들과 현장 사진들을 보며 대조해보는 프로파일러.

 

구성태(소리) : 이런 일체의 자료들로 프로파일러는 유형별 분석 등을 통해 수 만분의 일의 확률까지 점검.

                     범죄의 양상을 프로파일링하게 됩니다.

 

-시체부검실.. 창밖에서 스며든 한 줄기 눈부신 햇살 아래.

시체 앞에서 엄숙한 얼굴로 묵념을 하고 있는 법의관과 연구사들.

 

구성태(소리) : 그리고 이곳이 바로 국과수의 핵심이라 불리는 시체부검실입니다.

 

묵념을 마치고 부검을 시작하는 법의관들과 연구사들.

 

구성태(소리) : 이곳에서는 일년에 3천구 이상의 시체를 부검하게 되는데요.

                     보시는 바와 같이 통상 1명의 법의관과 3명의 연구사들이 한조가 되어 부검을 실시하게 됩니다.

                     억울하게 죽어간 망자들은 어떠한 식으로든 반드시 죽음의 순간을 말합니다.

                     말을 할 수 없는 그들은 자신의 몸으로 죽음 당시의 상황을 들려주죠.

 

 

씬/11 D, 국과수, 복도 일각

 

정복을 한 경찰학교 졸업생들의 견학을 가이드하던 50대 후반의 침착한 눈빛의 구성태가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구성태 : 이곳에 있는 모든이들의 모토는 이렇습니다. ‘우리는 죽은이들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는 유일한 친구들이다’

 

설명을 듣고 있던 졸업생 중 한명, 인기척에 복도 저쪽을 바라보면... 구성태도 따라본다.

복도를 지나다니는 직원들, 걸음을 멈추고 걸어오는 누군가를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서 지나친다.

인사를 받으면서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오는 낡은 스웨터에 편한 바지를 걸친,

옆집 할아버지같은 인자한 인상의 60대 초반의 정병도가 네다섯명의 연구사들과 함께 걸어오고 있다.

경찰들에게 설명을 하던 구성태, 다가오는 정병도를 보고 존경이 담긴 미소를 지으면서.

 

구성태 : 여러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이끌고 계시는 정병도 원장님이십니다.

 

경찰대 졸업생들, 원장이란 말에 다들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한다.

정병도, 미소를 띄면서 다가온다.

 

구성태 : (정병도에게) 경찰학교 27기, 졸업예정자들이 견학중이었습니다.

 

푸근한 미소로 다가오는 정병도, 한명 한명 눈을 마주치면서 걸어가다가

한 학생의 앞에 멈춰서서 보다가 천천히 손을 올려서 삐뚤어진 뱃지를 제대로 잡아주며.

 

정병도 : 나 같은 뒷방 늙은이야 아무렇게나 걸쳐도 되지만, 이렇게 잘생긴 젊은이들은 잘 입고 다녀야죠.

            (푸근한 미소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현장은 과학수사의 초석입니다. 모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가볍게 끄덕하고는 예의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서서히 멀어지는 정병도.

그제서야 경례자세를 천천히 푸는 학생들 중 한명, 옆사람에게 소근거린다.

 

학생1 : 국과수 원장이면.. 그 사람아냐? 법의학계 쪽에선 꽤 유명한 것 같던데..

구성태 : (그 소리를 들은 듯 멈칫하고는 돌아보며) 아닙니다. (자신을 둘러보는 학생들 보면서) 그냥 유명한 정도가 아니라..

            우리 나라에 법의학의 기둥을 세우신 법의학계의 산증인이시죠.

 

 

씬/12 D, 청문회실

 

청문회가 진행중인 국회 법사위 사무실.

긴 테이블 양쪽에는 여당측과 야당, 시민단체 대표들이 앉아있고,

그 주변에는 기자들과 사진기자들이 빼곡이 들어차서 현장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의원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의원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중부분원장과 본원 법의학부장을 역임하셨고 미국 마이애미대학의 명예교수시며,

               미국 FBI가 인정한 ME 오피스 의 코칭스텝으로 활동하셨군요.

 

증인석을 바라보는 여당의원. 맞은편 야당과 시민단체 대표들도 증인석을 바라본다.

증인석에 앉아있는 이명한의 뒷모습.

고급스러운 슈트와 넥타이 커프스와 넥타이핀 등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옷 매무새가 보여진다.

 

여당의원 : 지금은 우리나라 최고의 의과대학인 상문대 의대 법의학과 학과장으로 계시고..

               가히 우리나라 최고의 법의학자라고 할 수 있겠군요.

               영진건설, 아파트 현장에서 사망한 고 김건우씨를 부검하셨는데요. 부검결과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제서야 보여지는 이명한의 얼굴. 침착함 속에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여유있는 눈빛이다.

이명한에게 쏟아지는 눈부신 카메라 플래쉬 세례.

 

이명한 : 사인은 비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 사망의 종류는 내인성 급사입니다.

여당의원 : 내인성 급사라면 자연사란 얘깁니까?

이명한 : 맞습니다.

 

술렁이는 야당측, 그때 야당의원 한명 손을 든다.

위원장 고개 끄덕하면.

 

야당의원 : 고인이 사망할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가파른 계단을 벽돌지게를 지고 오르던 중,

               균형을 잃고 벽에 심하게 머리를 부딪친 후 쓰러졌고, 놀라서 달려가보니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자연사란 말씀입니까?

 

그런 야당의원의 얘기중에 천천히 입을 여는 이명한.

 

이명한 : 고인을 부검한 결과 뇌저부에 꽤 진행이 된 동맥류가 발견됐습니다.

            한 마디로 고인은 머리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고인이 계단을 오르다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고 하셨죠? 고인은 이미 그때 의식을 잃은 겁니다.

 

야당의원, 뭐라고 더 얘기를 하려는데, 야당의원 옆 침착해 보이는 시민단체 대표가 손을 든다.

 

대표 : 그 부검결과를 확신하십니까? 자연사가 아닌, 사고사일 가능성은 절대 없습니까?

이명한 : ...(보다가 여유있게) Don't say always, Never say never.

            ‘언제나’와 ‘절대’는 법의학자에겐 금기시 되는 단어들입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가 되겠네요. 김건우씨는 자연사가 확실합니다.

 

 

씬/13 D, 국회 법사위 청문회실 밖 복도

 

뚜벅뚜벅, 청문회실을 향해 걷고 있는 누군가의 발걸음. 역광으로 드러나는 실루엣.

 

 

씬/14 D, 청문회실

 

이명한을 바라보는 시민단체 대표.


대표 : 증인의 실력을 의심해서 드리는 말씀은 아니지만, 그 부검결과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법의학자가 계시던데요.


꿈틀하는 이명한의 눈빛.



씬/15 D, 청문회실 밖 복도


청문회실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시민단체 회원. 코너를 돌아 뚜벅뚜벅 걸어오는 누군가를 보고 반갑게 인사한다.



씬/16 D, 청문회실


청문회실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회원, 시민단체 대표와 눈이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한다.


대표 : 위원장님, 또 한분의 증인을 신청합니다.


청문회실 문쪽으로 쏠리는 사람들의 시선.


대표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윤지훈 법의관입니다.


뚜벅뚜벅 청문회실로 들어오는 지훈, 그제서야 외모가 드러나는데, 이지적이고 차가운 웃음기없는 얼굴의 30대 중반이다.

모두의 시선과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받으면서 들어오는 지훈,

위원장이 고개를 끄덕하자, 문옆에 서 있던 직원, 지훈을 이명한의 바로 옆 증인석으로 안내한다.

이명한의 옆에 앉는 지훈.

이명한도 지훈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지만, 서로를 의식하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위원장 : 증인, 직함과 이름을 말해주세요.

지훈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법의관, 윤지훈입니다.


시민단체 대표, 발언권을 얻으려 손을 들면 위원장 고개 끄덕하고..


대표 : 위원장님의 허가를 얻어, 고 김건우씨의 부검샘플, 부검사진을 포함한 모든 자료들을

         윤지훈선생님이 다시 검토해 주셨습니다. (지훈을 보며) 그 결과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지훈 : (천천히 입을 연다) 고인의 사인은 외상성 뇌지주막하 출혈, 사망의 종류는... 사고사입니다.


차갑게 굳는 이명한의 눈빛, 술렁이는 여당측.


여당의원 : 지금 이명한교수님의 부검이 틀렸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훈 : 제가 본 그대로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고인의 뇌저부에 광범위한 지주막하 출혈이 확인됐고,

         그 출혈원을 찾아본 결과,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즉 벽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서 사망한 증거가 발견됐습니다.

여당의원 : (당황한 기색, 그러나 곧 수습하며) 윤지훈법의관이 얼마나 대단한 법의학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명한 교수님에 비하자면 아직 연륜이 부족합니다. 그런 법의학자의 얘기만 믿고..

시민대표 : (말 끊으며) 윤지훈선생님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법의학 잡지인

                Journal of forensic medicine의 편집장을 두 번이나 역임 하신 세계가 인정한 법의학자입니다.

                이명한 교수님에 비해 경험이 부족할지는 모르지만, 실력은 절대로 뒤지지 않습니다.


여당의원과 시민대표의 얘기가 오가는 와중에 지훈과 이명한을 비추는 화면.

서로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차갑게 입을 다물고 전면만 바라보는 두 사람.

시민단체 대표의 발언이 끝나고 여당의원 당황한 기색으로 할말을 찾는데

여당측에 앉은 좀 더 노후한 침착해 보이는 노의원이 입을 연다.


노의원 : 윤지훈 법의관.

지훈 : 예.

노의원 : 옆에 앉아계시는 이명한 교수님과 잘 아는 사이시죠?

지훈 : 예전에 국과수에서 함께 근무했습니다.

노의원 : 이명한 교수가 증인의 은사이신 정병도 원장과 국과수 원장직을 두고 경합을 벌인 적이 있었죠?

지훈 : (꿈틀한다)

노의원 : 그 이후로 이명한 교수와 증인의 사이가 꽤 좋지 않았다고 들었는데요. 지금은 어떠시죠?


지훈, 말없이 노의원을 바라본다.


노의원 : 혹시 이명한 교수에 대한 나쁜 감정 때문에 부검결과를 반박하시는 건 아닌가요?


모두의 시선이 지훈에게 쏠린다. 터지는 플래쉬세례.

지훈, 천천히 몸을 앞으로 세우며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연다.


지훈 : 맞습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시민단체 대표와 야당측, 크게 당황해서, 지훈을 만류하려는 듯, ‘잠깐만요!’ 손 드는데


지훈 : 이명한 교수님과 제 관계는 말씀하신 것처럼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아니.. 나쁘다고 하는게 맞겠네요. 하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거침없이) 자기 감정에 따라서 자살을 타살로 바꾸고, 사고사를 내인사로 바꾸고..

         호떡 뒤집듯이 바뀌는게 부검결과라고 생각하십니까?


경험많은 노의원 조차도 지훈의 독설에 멈칫해서 본다.


지훈 : 부검결과는 이명한교수와 내 사이가 좋고 나쁘고에 따라서 바뀌는 게 아닙니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과학적인 증거로 사체의 사인을 규명해 내는게 부검입니다!


여당측, 당황해서 서로를 바라보며 귓속말을 하고.. 여기저기 술렁이는 장내.

지훈,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대다가 문득 시선을 돌려 이명한을 본다.

처음으로 서로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제법인데..라는 여유있는 시선으로 지훈을 보는 이명한.

지훈, 지지않고 그 시선을 받아낸다. 그 위로 쏟아지는 눈부신 플래시.



씬/17 D, 국회 건물 복도


굳은 얼굴로 걸어가는 지훈. 그때, 옆으로 걸어들어오는 그림자. 이명한이다.

여유있는 미소와 함께 지훈 앞에 서는 이명한.


이명한 : 여전하군. 지위고하 가리지 않고 내뱉는 독설은..

지훈 :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이명한 : 원장님은 어때? 요즘도 여전하신가?

지훈 : 예, 잘 계십니다.

이명한 : 원장님.. 임기가 얼마 안 남았지?

지훈 : 아직도 국과수에 미련을 못 버리셨어요?

         차기 원장직을 염두에 두고 여기저기 로비하시느라 바쁘시다는 소문은 들었습니다.

이명한 : (미소가 처음으로 사라진다) 말 함부로 하지 마.

지훈 : 함부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법의학계 선배이신 교수님께 드리는 진심어린 충곱니다.

         국과수엔 교수님같은 사람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명한 : (눈빛 빛나는 나지막한) 지금 국과수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정병도 원장이야.

         지금 국과수의 현실은 어떤가? 대한민국 인구 5000만 명에 국과수 인력은 불과 300여명.

         턱도 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에도 찍 소리 못하고 행안부 눈치만 보고 있어.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필요한게 있지... 권력... 그걸 가지면 모든 현실을 바꿀수 있어.

지훈 : ...법의학은 권력을 가지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명한 : (보다가 천천히 웃는다) 그래서.. 자넨 안돼. 지금 국과수에 필요한건 자네도 정병도 원장도 아냐.

         바로.. 나같은 사람이지.


이명한, 툭툭 지훈의 어깨를 치고서 돌아서서 걸어간다.

지훈, 차갑게 그런 이명한을 보다가 반대편으로 돌아서서 뚜벅뚜벅 걸어간다.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서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

 

 

씬/18 D, 국과수 외경

 

그 위로 ‘이명한 교수하고 윤지훈 선생이 한판 붙었대’라는 소리 퍼진다.



씬/19 D, 국과수 휴게실


연구사 김완태가 재영, 성진 다른 연구사들을 모아놓고 수다를 떨고 있다.


완태 : 그것도 국회에서 여야의원들이 다 있는 앞에서 말이야. 한마디로 용호상박, 용쟁호투였다는 얘기야.

         정병도 원장님의 분신이자 대한민국 법의학계의 기린아 윤지훈 선생과 강력한 차기 원장 후보인 이명한 교수의 대립!

         날로 재미를 더해가는 격동 국과수! 포스트 정병도는 누가 될 것이냐?

재영 : 누가 되긴 누가 되? 당연히 윤지훈 선생님이지.


그때, 뒤에서 ‘뭐가 윤지훈선생이에요?’하는 소리. 돌아보면 약독물과의 연구원 홍숙주다.


숙주 : 똥물에도 파도가 있고, 소똥에도 계단이 있는데..

         당연히 포스트 원장님은 이명한 교수님이시죠. 인격으로보나, 외모로 보나..

성진 : 거기에 외모가 왜 나와요? 국과수 원장이 미스코리아에요?

완태 : (숙주보며) 이명한교수님을 사모하시는 홍숙주선생님은 외모가 중요하겠지.

숙주 : (얼굴 시뻘개지는) 뭐..뭐. 아니, 누가 누굴 사모한다 그래요? 진짜 이 사람 큰일날 소리하고 있네.

         김완태 선생님이야말로, 포스트고 나발이고, 금동앗줄 잡아서 출세할 생각밖에 없잖아요?

완태 : 아니, 이 여자가 진짜 뚫린 입이라구 막말하시네.


그때, 뒤에서 ‘다들 뭐하는 거야?’하는 소리. 일동 돌아보면, 구성태다.


구성태 : 제발 부탁이야. 이렇게 쓸데없는 잡담으로 시간 떼우지 말고 일들 좀 해. (김완태보며) 백골사체 부검 준비 끝났어?

완태 : 아니..그게..

구성태 : (숙주보는) 홍숙주선생은 검사할 혈액샘플들 밀렸다며?


깨갱하는 숙주와 완태.


구성태 : 일좀 해요. 일좀.. 오합지졸들처럼 모여서 수다나 떨지 말고..


구성태, 혀를 끌끌차며 퇴장하면...


성진 : 오합지졸은 또 뭐야.. 암튼 입만 열면 육두문자야.


성진을 단체로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보는 사람들.


완태 : 육두문자가 아니라, 사자성어겠지.

성진 : (말문 막힌다) 신세대라 그래요. 신세대라..

숙주 : 진짜.. 싫다. 싫어.



씬/20 D, 국과수 외곽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란 푯말을 지나 천천히 국과수 안으로 진입하는 소형 차.

주차장에 멈춰서고, 정문수와 다경이 내려선다.


다경 : (들떴다) 윤지훈 선생님이 이번 사건 집도의에요?

정문수 : 알아?

다경 : 그럼요! 세계 법의학계에서 현재 제일 핫한 학자잖아요!

         어떻게 생겼어요? 전 길그리썸 반장을 상상했었는데.. 와! 떨려요.

정문수 : 생긴 건 모르겠지만.. 직접 만나면.. 실망할 지도 몰라.



씬/21 D, 국과수 면담실.


현장보고서를 한 장 두 장 넘기는 지훈 앞에 서있는 문수와 다경.

문득 넘기다말고 ‘누구지?’ 하는 얼굴로 다경을 본다.


다경 : (활기차게) 인사드릴께요. 서울경찰청 과학수사팀 검시관 고다경입니다.

지훈 : (아무런 대꾸없이 문수를 보며) 시신이 여기 사진에 나와있는 이 상태로 발견됐습니까?

정문수 : 아니, 엎어진 상태였어요.

다경 : (활기찬 인사만큼 무안하다.. 이 개무시는 뭐지?) 저기...

지훈 : (역시 다경 무시하는) 정선생님, 중간에 체위 변경시키면 시반 발현 늦어지는 거 모르세요?


자막 - 시반 : 사망 후 피 속의 적혈구가 혈관을 따라 가라앉으면서 나타나는 검붉은 색의 시체 얼룩.


정문수 : 그게, 일혈점을 좀 찍느라고..


자막 - 일혈점 : 모세혈관이 파괴되어 일어나는 아주 작은 크기의 출혈. 질식사의 경우 눈부위에서 볼 수 있음.


지훈 : (사진을 유심히 보다가) 벽에 있는 이건 뭡니까?

다경 : 에어컨이에요. 무대에서 내려와서 더웠는지 틀었다고 하더라구요.

지훈 : (다경은 무시하고 정문수만 본다) 에어컨 튼 채로 직장온도 측정하셨겠죠?

정문수 : 그게, 우리가 도착했을 때 마침 매니저가 에어컨을 꺼버려서...

지훈 : 직장온도는 주위환경을 변화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해야죠. 이 정돈 기본 아닙니까?

다경 : (여러가지로 상당히 기분나쁜) 사망시간은 정확합니다. 직장내 온도나 시반이 아니더라도..

지훈 : (무시하고 정문수에게) 시강은요?


자막 - 시강 : 시체경직. 사망 후에 근육이 굳어져 관절 등이 고정돼 움직일 수 없는 것.


정문수 : 악관절이랑 경추관절에 시작된 걸로 봐서 죽은 지 3시간 정도?

지훈 : 목격자들이 최초발견한 시간과 일치합니까?

다경 : (꿋꿋하게) 그럼요. 20시 10분에서 20분 사이에 사망한게 확실합니다. 저희가 현장에 온건...

지훈 : (말 자르고) 그런데 이 사진은 누가 찍었습니까?

다경 : (폭발직전.. 꾹 누르고) 전데요.

지훈 : 핀트가 하나도 안 맞네.. 일혈점이 정확히 찍히질 않았어요.


다경 얼굴 확 굳는.


정문수 : 이번에 처음 현장나온 신입 검시관이라 그래요. 워낙 어려운 현장이기도 했고.

            현장보존하는 것만도 정신이 없었거든요.

지훈 : 이래저래 선생님 답지 않은 현장감식이네요. 제가 보기엔 마지막 사건이라고 소홀하신 것 같은데요.


울그락 붉으락 하던, 다경 쾅 의자에서 일어나며 폭발한다.


다경 : 저도 병리 레지던트 출신입니다. 부검 좀 하는게 무슨 벼슬이에요? 아버지뻘인 분한테 그게 무슨 말투에요?

지훈 : (개무시) 보고 끝나셨음 가셔도 됩니다.

다경 : (지훈을 잡는다) 왜 무시하세요? 지문도 족적도 모두 채취해왔고, 주어진 상황에서 할 건 다 했습니다.

         현장없인 정확한 부검 나올 수 없는 거 모르세요?


자신을 붙잡는 다경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손을 차갑게 떼어내며.


지훈 : 현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훼손되거나 조작되기 가장 쉬운게 또 현 장이죠.

         (깍듯이 정문수에게 인사) 수고하셨습니다 정선생님. 조심히 가세요.


지훈, 방문 닫고 나가면.. 부글부글 끓는 다경, ‘으으으!’ 폭발직전이다.


다경 : 진짜 뭐 저런 싸가지가 다 있어?

정문수 : 참어, 초동수사가 엉망이긴 했잖아.

다경 : 선배님은 화도 안나세요?

정문수 : 윤선생이 유독 까칠하긴 해도 일하나 만큼은 최고야.

다경 : 아무리 능력이 좋으면 뭘해요? 인간이 안됐는데, 인간이! 변태같은 새끼! 담에 만나면 아주 작살을 내버릴거야!

         (허공에 주먹질하며) 예라이! 또라이 같은 놈!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면 지훈이다. 영락없이 뒷담화(?)가 걸려버린 다경.


지훈 : (다경을 가만히 보다가 인상 찌푸리고는 다시 정문수에게) 오늘 저녁까지 결과 제출해 주십시오. 그럼.. (나간다)

다경 : 아쭈! 아예, 생깐다 이거지?.. 서윤형 부검이 내일이죠?

정문수 : 왜? 참관할려구?

다경 : 해야죠! 얼마나 잘하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볼려구요.



씬/22 D, 국과수 원장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 정병도’라는 명패에서 옆으로 서서히 옮겨지면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자리잡은 각양각색의 난초들.

그 난초를 정성스레 매만지는 손에서 틸업하면 국과수 원장 정병도.

그 모습을 흐뭇한 얼굴로 지켜보는 40대 초반의 사람좋아 보이는 장민석 변호사.


장변호사 : 서운하지도 않으세요? 그렇게 정성을 쏟으셔도, 꽃잎 하나 구경도 안 시켜주는데...

정병도 : 난이란 놈이 원래 그런 놈입니다. 까탈스럽기 그지없어요. 하지만 대신 생명의 존귀함과 인내의 중요함을 가르쳐주죠.

장변호사 : 말씀을 듣고 보니 이 난이라는 것이 꼭 원장님을 닮은 듯 하네요.

정병도 : (장변을 보며 너털웃음) 허허허.. 노인네 띄우는 거 보니 무슨 청이 있는것 같은데요.

장변호사 : 청이라니요...

정병도 : 이곳에서 30년을 보냈습니다. 그 혹독한 군사정권에서 별의별 일도 다 겪었지요.

            그러다보니 이제 남은 건 감 밖에 없어요.


난을 매만지던 정병도, 천천히 장변호사를 바라보며.


정병도 : 대한민국 최고 로펌을 이끄시는 장변호사님이 늙은이 난 키우는 얘기나 듣자고 이 외진곳까지 오셨을 리는 없고..

            무슨 중요한 얘기가 있으신 것 같 은데.. 아닙니까?

장변호사 : (보다가 천천히 입을 뗀다) 서윤형 사건말입니다.

정병도 : 젊은 사람이 안됐더군요.

장변호사 : 그 케이스 집도의가 윤지훈선생 이라던데요.

정병도 : 고집불통에다가 괴팍한 놈이지만 그래도 이곳에선 가장 신뢰할만하죠.

장변호사 : 그 건으로 상의 드릴것이 있습니다만...

정병도 : 상의라면..?

장변호사 : (순간 웃음기가 사라지며 나지막하게) 제가 아는 어떤 분이 이번 부검에 관심이 많습니다.


일순 표정이 굳는 정병도.

그리고 의미심장한 장변호사의 모습위로 긴장감 있는 음악이 시작된다.


정병도 : (다시 미소를 머금은채) 많은 사람들이 그 부검에 관심이 많지요.

장변호사 : (의미심장하게)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정병도 :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없는 얘기로군요.

장변호사 : 그렇습니다.

정병도 : 그런 얘기라면 굳이 이 힘없는 노인네한테 얘기하실 필요가 없겠네요.

장변호사 : 지금 듣지 않으시면 후회 하실지도 모릅니다.

정병도 : (미소 지으며) 육십평생이 후회로 가득한데, 하나 더 추가한다고 달라질게 있을까요...


그 말에 서늘하면서도 무표정한 얼굴로 정병도를 보는 장변호사.

그런 장변호사를 보는 흔들림 없는 인자한 미소의 정병도.

두 사람의 눈빛에 일말의 긴장감이 감돈다.



씬/23 D, 국과수 내 지훈의 방.


책상 위의 명패로 지훈의 방 임을 알 수 있다.

똑똑 하는 노크소리. 문이 열리며 정병도가 빈방에 들어선다.

지훈이 없자 나가려다가 문득 방을 둘러보는 정병도.

분류별로 빼곡이 꽂혀있는 책들. 종류별로 가지런히 놓여있는 필기구들 등

남자의 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는 실내다.

정병도 책상위의 사진 액자에 눈길이 머무른다. 지난날의 정병도와 고등학생이던 지훈의 졸업식 사진이다.

사진을 보며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퍼지는 정병도.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언제 오셨어요?’ 하는 지훈의 소리.

정병도, 지훈의 인기척에도 뒤돌아보지 않고, 여전히 흐뭇한 미소로 사진을 바라보면서.


정병도 : 녀석, 뾰로통한 얼굴은 이때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지훈 : (말투는 건조하지만, 애정이 묻어나는) 원장님은 뭐 바뀐줄 아세요?

         그 셔츠 버리라 그랬죠? 20년이나 된 걸 뭐하러 입고 다니세요.


지훈, 얘기하면서 책상 위에 들고 온 파일, 칼처럼 정리해 놓다가,

정병도가 다시 내려놓는 액자를 있던 자리, 각도 맞춰서 다시 놓는다.


정병도 : (애정이 묻어나는) 쯧쯧.. 놈.. 빡빡하긴.. 그놈의 결벽증 좀 고치라니까..

지훈 : (외투 걸치며) 식사하셨어요?

정병도 : 식사는 됐고.. 바람이나 좀 쐬러가자.



씬/24 D, 국과수 내 뒷뜰.


낙엽이 지고있는 고목들에 둘러싸인 경치가 좋다.

벤치에 정병도 옆으로 자판기 커피 두잔을 들고오는 지훈, 정병도에게 한잔을 건네고,

자신의 커피잔을 한 모금 마시면서 경치를 바라보며.


정병도 : (보는) 지훈아.

지훈 : 회사에서 이름 부르지 마시라니까요.

정병도 : 내일이지, 서윤형 부검.

지훈 : 예.

정병도 : 내일 부검, 그거 딴 사람한테 넘기는건 어떨까?

지훈 : (의아한) 왜 그러세요 갑자기.. 저 못 믿으세요?

정병도 : (눈빛이 흔들리는) 아니.. 내가 불안해서 그래. 이 사건..

지훈 : 그러니까 제가 해야죠. 저 말고 누구 있어요?

정병도 : (보다가 미소짓는다) 할꺼면 실수없이 잘해야 돼.

            어떤 선입관도 가지지말고, 누구 말에도 흔들리지 말고, 늘 해왔던 대로..

지훈 : (뭔가 있다는 걸 직감하는) 무슨 일 있으신거죠? 말씀해 보세요.

정병도 : 아냐.. (시선을 돌려 주변을 본다) 바람이 차다. 들어가자.


커피를 마저 마시고 먼저 몸을 돌려서 걸어가는 정병도.

일말의 의구심이 담긴 시선으로 그런 뒷모습을 보던 지훈, 걸어가서 정병도에게 자기 외투를 벗어 덮어준다.

‘됐어, 임마’ ‘저도 됐어요’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뒷모습에서 애정이 느껴진다.



씬/25 D, 콘서트 장 외곽


서윤형의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듯한 분향소가 만들어져 있다.

서윤형의 사진들과 서윤형을 생각나게 만드는 물건들이 빼곡히 쌓여있고, 그 앞에는 엄청난 국화들이 쌓여져 있다.

그 앞쪽에서 몇 십명의 소녀팬들이 촛불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앞에서 리포팅을 하고있는 기자.


기자1 : 서윤형이 죽은지 하루가 넘은 지금까지 경찰은 정확한 사인도, 용의자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윤형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사건의 진실은 내일 국과수 부검을 통해 밝혀질 예정입니다.


분향소 앞에 서 있는 이한. 서윤형의 사진들 중 처음 보는 여자와 웃으면서 찍은 사진을 보고 눈빛이 반짝인다.

천천히 뒤돌아서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 소녀들을 보다가 대기실 입구에서 ‘살인자’라고 외쳤던 팬클럽 회장을 발견한다.

-시간경과

어느 새 팬클럽회장 옆에 앉아서 얘기를 듣고 있는 이한.

마치 팬클럽의 일원인 듯 자연스럽게 햄버거랑 콜라를 나눠주면서 얘기를 듣고 있다.


팬클럽 회장 : 이건 정말 나하고 몇 명밖에 모르는 건데, 저 언니가 윤형이오빠 진짜 여자친구에요.

                   겨우 딱 한 장 찍은 건데.. 되게 이쁘죠? 그 코디하는 여자애랑은 차원이 틀리다니까요.

이한 : (얼쑤, 애들처럼 분위기 맞춰주는) 정말? 이름이 뭐야?

팬클럽회장 : 강서연이라구, 대학생이라구 하던데..


이한, 어느 새 가지고 온 사진 속 강서연을 내려다본다.



씬/26 N, 검찰청 외경



씬/27 N, 검사사무실


화려하진 않지만, 책상 곳곳에 놓여진 모던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소품들이 돋보이는 우진의 사무실이다.

책상 앞에 앉아서 서윤형 사건의 수사일지를 점검하고 있는 우진.

그때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50대 중반의 젠틀해 보이는 최중섭 부장검사.


우진 : 부장님.


점프컷되면... 테이블에 앉아있는 최중섭과 우진.


우진 : 근데, 어쩐 일이세요? 제 방까지..

최중섭 : 서윤형 부검건 말이야.

우진 : 오늘 오후에 수색영장 발부받아서 국과수에 의뢰 들어갔는데요. 무슨 문제라도...

최중섭 :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드는데 눈빛이 아까와는 틀리다).... 그 의뢰에 대해서 할 얘기가 있어.

우진 : (의아한) 예?

최중섭 : 아니.. 이건.. 명령이야.

우진 : 뒤에... 누군가 있군요...


말없는 최중섭과 심상치않은 얼굴의 우진.



씬/28 N, 상문대학, 이명한의 사무실.


사치스럽진 않지만, 우아한 분위기로 치장된 이명한의 사무실.

이명한과 장변호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변호사 : 교수님, 국과수 떠나신지가 얼마나 됐죠?

이명한 : 글쎄요.. 한 5년은 된 것 같네요.


장변호사, 천천히 일어나 ‘5년이라..’하며 창가로 다가간다.

멋진 창 밖의 야경을 바라보는 장변호사.


장변호사 : 야경이 꽤 좋네요.

이명한 : 대학 캠퍼스가 다 그렇지만 이 학교, 특히나 이 건물 전망은 제법 괜찮은 편이죠.

장변호사 : 그렇군요. 왠만한 사무실 전망중에 최고인 것 같습니다.

이명한 : 그런가요?

장변호사 : 딱 한 곳 빼고는 말이죠.

이명한 : 그래요? 어딥니까, 거기가..

장변호사 : (시선은 여전히 창밖을 향한채로) 신월동 331번지...

이명한 : (어딘지 귀에 익은)

장변호사 : 국과수 원장 집무실의 전망을 따라올 만한덴 흔치않죠.

이명한 : ....

장변호사 : (뒤돌아서며) 어떻습니까, 그 방의 주인이 되시는 건...


이명한, 고개를 들어서 장변호사를 본다. 말하지 않지만, 눈빛속엔 야심이 출렁인다.



씬/29 N, 몽타쥬 밤,


서울 하늘의 야경을 배경으로 긴장감있는 음악 흐른다.

-국과수, 지훈의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내일 부검을 준비하고 있다.

-콘서트장 분장실. 땀을 닦으면서 다시 한번 증거들을 찾고 있는 다경.

-보이스 소속사 연습실. 텅 비고 어두운 연습실 한켠에 주저 앉아서 캔맥주를 마시고 있는 석훈.

반대편 벽에 붙혀진 대형 보이스 포스터 중 윤형의 모습을 바라본다. 어둠에 비친 석훈의 눈빛, 어둡다.

-화려한 인테리어의 보이스 소속사 대표 사무실, 소속사 대표,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내려다보고 있다. 서윤형의 전속 계약서다.

달칵 라이터를 켜서 태워버리는 대표의 얼굴은 우진앞에서 비통해하던 모습과 달 리 무표정하기만 하다.



씬/30 D, 도로일각 다음날 아침,


경찰차들의 인도를 받으며 한강다리를 지나고 있는 앰뷸런스.



씬/31 D, 국과수 외경


몰려든 소녀팬들과 기자들, 구경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국과수 앞. 의경들이 저지선을 만들고 있다.

그 때 국과수로 다가오는 경찰차와 앰뷸런스.

‘서윤형의 시체가 실린 앰뷸런스가 정문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부검은 오전 아홉시에 진행될 예정이며..’ 등등 기자들의 소리가 들려오고..

인파를 뚫고 서서히 국과수안으로 진입하는 앰뷸런스.



씬/32 D, 몽타쥬 템포감있는 음악.


-아직은 어둠에 쌓인 부검실의 불을 켜는 김완태.

뚜벅뚜벅 들어가서, 불을 켜자, 일렬로 줄지어 있는 여섯 개의 차가운 부검대가 드러난다.

-지훈의 사무실. 상의를 벗고 푸른 색 작업복으로 갈아입는 지훈.

-부검대 옆에 샘플을 담을 유리병들과 도마를 올려놓는 재영. 그 옆에서 도구들을 내려놓는 완태. 메스, 칼, 커터, 전기톱.

-천천히 복도를 걸어가는 지훈. 부검실 외부 복도에 도착한다.

-‘팍!’하고 터지는 플래쉬. 성진이 부검사진을 찍을 카메라를 시험해 보고 있다.

-부검실 옆에 붙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기 시작하는 지훈.

-국과수 앞, 주차장에 소형차를 주차시키고 들어오는 다경. 법의학부 건물을 올려다보고 들어가려다가, 다른 출입구가 눈에 띈다.

헷갈리는지 두리번 거리다가 그냥 출입구 문을 열고 들어간다.

-손을 씻던 지훈, 뒤로 돌아서는데, 코 앞에 이명한이 서 있다.

아웃되는 음악. 멈칫하는 지훈.


이명한 : 요즘 자주 보네.

지훈 : 오늘 부검 있으세요?

이명한 : (미소지으면서 고개 끄덕하다가) 무슨 케이슨지 안 물어봐?

지훈 : (힐긋보며) 무슨 케이슨데요?


이명한, 손을 닦고 난 뒤 여유있게 웃으며.


이명한 : 서윤형 케이스.


지훈, 삽시간에 얼굴이 굳어진다.

이명한의 뒤쪽으로 들어와 서는 주인혁. 지훈을 보는 인혁의 시선에는 적대감이 가득하다.


이명한 : 오늘 내 부검어시스트를 맡게 될 주인혁선생이야. 예전에 국과수에서 함께 근무했으니 서로 얼굴은 알겠지?


이명한과 주인혁, 씨익 웃으면서 작업복을 걸치고 부검실 안으로 들어간다.

지훈, 굳은 눈빛으로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본다.



씬/33 D, 국과수 원장실.


정병도와 마주 앉아있는 우진. 정병도의 얼굴은 굳어있다.


정병도 : 이건.. 심각한 월권행윕니다. 부검오더는 국과수 법의학부내에서 결정하는 일이에요.

우진 : 알고 있어요. 하지만 부검은 검사가 의뢰하는 거고, 이 사건의 담당 검사는 접니다.


그때, 문 쾅 열리면서 들어오는 굳은 얼굴의 지훈.


지훈 :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앉아있는 우진의 팔을 잡아끌고 원장실에서 끌어내는 지훈.



씬/34 D, 국과수 복도 일각


거칠게 우진을 끌고 인적이 드문 비상구쪽으로 끌고 가는 지훈.


우진 : (힘을 다해, 지훈의 손을 뿌리치며) 할 얘기 있으면 여기서 하시죠.

지훈 : 여기서 해도 됩니까? 검찰이 사건 은폐하려는 거 사람들 앞에서 얘기해도 되요?

우진 : 확실하지도 않은 추측 갖구 함부로 얘기하지 말아요.

지훈 : 확실하지도 않은 추측? 나 대신 서윤형 부검하기로 한 이명한 교수 어떤 사람인지 나도 알고 정검사님도 알아요.

         목적을 위해선 부검결과 조작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위인이라는 거!

우진 : 아뇨, 국과수 법의관보다 훨씬 더 명망있고 유명한 대학교수 법의학과 학과장님이시죠.

지훈 : (화를 참으려는 듯 차가운 눈빛으로 우진을 본다)

우진 : 전국민의 시선이 쏠린 사건이에요. 일개 공무원인 국과수 법의관보단

         이명한 교수님 같은 분이 훨씬 더 어울리겠다고 판단한 거에요.

지훈 : ...어느 선에서 내려온 명령이야?

우진 : 말 높여요. 공사도 구분 못해요?

지훈 : (버럭) 어디서부터 내려온 명령이냐구? 니가 니 조직 보호하려는 거 이해하겠는데, 사실대로 말해. 어디서부터 썩은 거야?


우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지훈을 떨리는 눈빛으로 본다.


우진 : ...선배 눈엔 내가 아직도 철없던 선배 여자친구로만 보여? 나 예전처럼 대하지마. 나 이젠 이 사건 담당검사야.

         부검결정, 부검의뢰 내가 판단해서 내려. 선밴 그냥 부검대 위에 올라오는 시체만 부검하면 돼.

지훈 : ...사람.. 뒤통수 치는게 그렇게 재밌니?

우진 : ....(흔들리는 시선)

지훈 : 넌 언제나 이런 식이였어. 언제나 니 맘대로, 니 멋대로... 하지만.. 이번만큼은 안돼.


지훈, 차갑게 쳐다보며 돌아서는.


우진 : 선배도 똑같아. 한번이라도 내가 하는 얘기 진심으로 들어준 적 있었어?

지훈 : (멈춰선다. 하지만 돌아보진 않는)

우진 : 이번만.. 내 얘기 들어. 이 사건에서.. 손 떼. 이건 더 이상 선배 사건이 아냐..

지훈 : (돌아본다) 아니, 국과수 안에서 부검결과가 조작되는 꼴은 절대 못 봐.


지훈, 차갑게 시선을 돌리고 뚜벅뚜벅 복도를 걸어서 멀어진다.

우진 역시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창밖을 바라본다.

창밖에 펼쳐진 흐린하늘을 바라보는 우진의 얼굴에서.



씬/35 N, 공원 일각(우진의 회상) 저녁,


연말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장식들이 돋보이는 공원 일각.

나들이하는 가족, 다정한 커플들 등 평화로워 보이는 분위기 속에 나란히 걷고 있는 몇 년전의 지훈과 우진.

둘 다 편한 복장, 지금보다 더 여유있는 모습들.

우진, 스티커 사진기를 보면서 기분 좋은 듯 미소지으면서 걷고 있고, 그 옆에서 그런 우진을 보면서 엷게 미소짓는 지훈.


지훈 : (보다가) 그게 그렇게 좋냐?

우진 : 어이그.. 6년 사귀면서 같이 찍은 스티커 사진 한 장 없는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어. 알어?

지훈 : 그래서 다음은 뭔데? 이번이 마지막이다.

우진 : 오늘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원하는 건 다해준다 그러구.. 혹시 선배, 바람 폈어?

지훈 : 됐으니까 얘기해봐. 스티커 사진, 공원 산책 그런거 말구..

우진 : 맨날 바뻐서 얼굴도 제대로 못 보잖아. 이렇게 한가하게 둘이 산책해 보는 게 소원이였다니까..

지훈 : 이런 거 말구.. (약간 긴장한) 뭐.. 반지 그런 건 싫어?

우진 : (장난처럼) 레지던트 월급 뻔히 알거든. 난 다이아 아니면 취급안해. 그런 거 사줄 수 있어?

지훈 : 응..


우진, 멈춰서서 지훈 본다. 뭔가 이상한..

지훈도 멈춰서서 우진을 보고 서로 바라보는 두 사람.


우진 : (장난끼 가시며) 오늘.. 선배, 좀 이상하네. 정말 무슨 일 있는 거야?


지훈, 성격상 말이 쉽게 안 떨어지는 듯, 우물쭈물 우진을 보다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건넨다.


우진 : 뭔데?


말 하면서 지훈이 내민걸 보는데, 반지 케이스다.

순간 말문이 막힌 듯, 반지 케이스를 말없이 내려다보는 우진.

떨리는 시선으로.. 천천히 반지케이스를 받아 들고 열어본다. 반짝이는 반지.

지훈, 어색한 듯 그런 우진을 바라보고...우진, 천천히 반지를 꺼내서 본다.


지훈 : (그런 우진을 보면서) 결혼..하자. 나랑..


쑥스럽지만 용기를 낸 지훈을 보던 우진이 천천히 입을 연다.


우진 : 아까 그랬지, 오늘은 내가 원하는 건 다 해주겠다구.. 마지막으로 원하는 거 얘기해도 돼?

지훈 : (본다)

우진 : 포기해 줘..

지훈 : ...뭐?

우진 : (고개를 드는) 내가 원하는 자리는.. 의사 윤지훈의 부인이야.

지훈 : (처음 듣는 얘기다.. 멈칫하는)

우진 : 국과수.. 포기해 줘.. 날 위해서 그래줄 수 있어?

지훈 : 이런... 얘기를.. 왜 지금 물어보니..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얘기 한 적 없었잖아.

우진 : .....포기.. 안 할 껄 아니까.. 안 물어본 거야.


천천히 반지케이스를 지훈에게 돌려주는 우진. 망연자실한 지훈을 보다가.. 천천히 몸을 돌려서 걸어간다.

가만히 반지케이스를 내려다보는 지훈을 뒤로 하고, 어두운 얼굴로 천천히 멀어지는 우진. 그제서야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단호한 걸음걸이로 멀어지는..

가만히 반지를 내려다보는 지훈의 모습위로 한 송이, 두 송이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씬/36 D, 시체 대기실


전씬과 오버랩된 지훈의 표정, 그때보다 훨씬 더 차갑고 굳은 얼굴로 서있다.

카메라, 빠지면 시체보관냉장고들이 벽면에 가득하다.



씬/37 D, 부검실


이명한과 주인혁, 작업복을 착용하고 장갑을 끼면서 부검을 준비중이다.

옆에서 보던 연구사들은 의아한 눈빛을 교환하고 있다.


장재영 : (나즈막하니) 오늘 윤지훈선생님 부검 아니었나요?

김완태 : 그러게 말이다.

주인혁 : 뭐해요? 시체 안 가지고 와요?

김완태 : (곧바로 화사하게 웃으며) 예, 가지러 갑니다.


그런 모습을 참관실에서 복잡한 표정으로 보고있는 우진.



씬/38 N, 우진의 회상 (검사 사무실) 27씬,


최중섭 부장검사와 마주 앉아있는 우진.


우진 : 어디서 내려온거죠?

최중섭 : 알면 다쳐. 그냥 시키는대로 해. 넌 명령을 따라야하고, 결과는 우리가 책임지지 않으면 되는거야.



씬/39 D, 몽타쥬


-심란한 얼굴의 우진.

-시체대기실. 시체의 명찰을 확인하는 완태와 재영. ‘서윤형, 22세’ 윤형의 바디백을 베드에 싣는다.

-부검준비를 하는 이명한. 보호안경을 쓰고. 장갑을 착용하는.

-부검실안으로 들어오는 베드. 바디백이 부검대 위에 올려지고.

-부검실 출입문을 통과하는 이명한. 자외선과 공기소독...



씬/40 D, 부검실


모든 준비가 끝난 부검대 앞에 대기중인 연구사들. 참관실에서 바라보는 우진.

그때, 출입문이 열리며 등장하는 이명한. 차갑고도 카리스마있는 눈빛으로 부검대를 향해 걸어오면 목례하는 일동.

무형등이 켜지고. 천천히 시체 앞에 서는 이명한. 시체를 내려다본다.

완태, 바디백의 지퍼를 내리려고 하는데 제지하는 이명한.


이명한 : 내가 하지.


긴장된 시선으로 내려다보다가 지익.. 바디백 지퍼를 연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얼굴을 드러내는 시신. 시신의 얼굴을 확인하고 놀라는 이명한.

사다리 위에서 사진기를 들고 대기하던 성진, 팍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다가 놀래서 본다.


성진 : 서윤형이..아닌데..


시신, 서윤형이 아니다. 늙은 노파의 얼굴을 보곤 경악하는 사람들.



씬/41 D, 복도 일각


어둠속에서 진짜 서윤형의 시신이 담긴 베드를 밀며 나오는 지훈.



씬/42 D, 부검실


시체를 내려다보는 이명한의 눈빛 부들부들 떨린다. 옆에 당황해서 서 있는 주인혁과 연구사들.

바깥 유리창 너머에서 참관하던 형사들 역시 웅성거리는데..


이명한 : (낮은) 윤지훈....

주인혁 : 예?

이명한 : (버럭) 윤지훈이야.. 윤지훈 찾아오라구!!!!


당황한 주인혁과 연구사들 다급하게 뛰쳐 나가고.



씬/43 D, 몽타쥬 긴장감 있는 음악 깔리면서


-국과수 지하의 미로같은 복도를 베드를 밀면서 빠르게 이동하는 지훈.

-일각. 전화로 다급하게 지시하는 주인혁. ‘외부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 통제하고 샅샅이 뒤져서 찾아내요’

-상황통제실. 스위치를 누르는 손. 그와 동시에 붉은색 경광등이 명멸하고.

-여러 출입문에 락이 걸린다.... 3개 정도.

-1층 로비에 정렬해 있는 안전요원들. 팀장의 지시에 따라 사방으로 조를 짜 흩어진다.

-지훈의 방을 열어보는 연구사들.

-속도를 높이는 지훈.

-안전요원들과 함께 복도를 지나는 주인혁. 요원들과는 반대 방향(지훈이 간 길)으로 방향을 튼다.

-더욱 속도를 높이는 지훈,

-지훈을 찾는 인혁의 모습



씬/44 D, 국과수 지하 복도 일각


지하실 복도의 지훈과 인혁, 두 사람 모두 같은 코너를 향해서 뛰고 있는 듯한..

코너를 돌면 금방이라도 마주칠 것 같은데..

먼저 코너에 도착하는 지훈, 지훈이 밀던 이동침대 ‘쾅!’ 누군가와 부딪친다.

지훈도 그 반동에 뒤로 휘청하다가 보면 이동침대와 부딪혀서 넘어진 누군가가 고개를 든다. 다경이다.

다경, 지훈을 보고 놀라는..


지훈 : (급한) 비켜!

다경 : (기가막힌) 저번부터 보자보자 하니까.. 미안하다 사과를 먼저 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지훈 : 비켜!

다경 : 못 비켜요!


하는데, 지훈의 등 뒤쪽에서 들려오는 ‘윤지훈!’ 하는 목소리.

돌아보면 주인혁이 무서운 얼굴로 다가오고 있다. 그 뒤로는 안전요원들의 모습.

다급한 얼굴의 지훈, 다경이 안 비키면 지나갈 수 없는 좁은 통로. 다경을 이동침대로 밀면서 나간다.


다경 :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다경, 자기도 모르게 뒤로 밀리며, 복도 가장 끝 특수부검실에 다다른다.


지훈 : (자기 목에 걸린 카드 집어던지며) 카드대!!

다경 : 뭐라구요?

지훈 : 오른쪽 벽에 카드대라고! 빨리!!!


지훈, 고개돌려 뒤쪽을 보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사람들. 그 뒤쪽으로 이명한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지훈 : (더욱 다급하게) 카드 대!!!


다경, 얼결에 카드를 대고 함께 특수부검실 안으로 밀려들어가는.



씬/45 D, 특수부검실, 안.


부검실 안으로 들어간 지훈, 문을 잠궈버린다. 뒤이어 도착한 연구사들, 쾅쾅 잠긴문을 두드리지만..

지훈, 눈 하나 깜짝않고 부검 실 전등부터 켠다. 부검도구들을 서둘러 챙기는.

다경,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뭐야? 하는 시선으로 지훈을 보고..



씬/46 D, 복도


성난 얼굴로 특수부검실로 향하는 이명한.



씬/47 D, 특수부검실


지훈 : 병리 레지던트 마쳤다 그랬지?

다경 : 에에..

지훈 : 부검참관은 했을테고, 어시 해본 적 있어?

다경 : 아뇨.

지훈 : 그럼 지금 해.

다경 : 에에.. 에??



씬/48 D, 참관실


특수부검실이 한눈에 보이는 유리창 밖에 도착한 이명한. 부검실과 연결된 인터폰을 든다.



씬/49 D, 특수부검실 안


불이 나도록 울리는 인터폰.

지훈, 보란 듯이 인터폰을 집어던져 부숴버린다.



씬/50 D, 참관실.


인터폰을 내려놓는 이명한, 눈치보고 서 있던 김완태를 비롯한 연구사들에게.


이명한 : (연구사들에게) 마스터키 어딨나.

김완태 : 여기 마스터키면.. 경비실장님 방에 있을 텐데...

이명한 : (연구사들 둘러보다, 주인혁에게) 가져와.

주인혁 : 네?

이명한 : 마스터키 가져오라고!!


주인혁, 바로 고개숙여 인사하고 뛰어간다.



씬/51 D, 특수부검실, 안.


부검용 장갑을 다경에게 들이미는 지훈. 다경은 손사래를 친다.


다경 : 제가 부검을 어떻게 해요. 못해요, 안해요!

지훈 : (다경을 붙잡고 눈 마주치며 말한다) 잘들어. 이대로 저 밖에 내보내면,

         이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영원히 들을 수 없게 된다. 왜, 어떻게 죽임을 당해서 여기까지 오게됐는지

         어떤 편견이나 사심없이 관찰해서 밝혀내는 게 우리의 임무야. 언론의 압력, 대중의 정서, 개인적인 탐욕이나

         그 어떤 간청 혹은 애원이 사건을 끌고가게 해선 안 돼. 우리가 마지막이다.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마지막.


다경, 지훈의 눈빛에서 진심을 읽는다. 하지만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지훈 : 마스터키를 찾아오기 전에 끝내야 돼. 부탁이다 혼자선 안돼.

다경 : (결심이 선다. 장갑을 받아드는..) .. 하죠.


참관실에서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으로 지훈을 보는 명한.

지훈, 부검대 위의 바디백을 연다. 서윤형의 파리한 얼굴이 드러난다.

긴장되는 듯 심호흡을 하는 다경.

시간을 아끼려는 듯, 메스로 바디백을 가르면서 서윤형의 시신을 살피는 지훈.


지훈 : (얘기를 하면서 시체의 외상을 살펴본다) 키는 대략 180센티미터, 체중은 75킬로그램, 나이는 스물둘,

         육안으로 보이는 외상은 없음.


메스를 잡는 지훈, 다경과 눈이 마주친다.


지훈 : 절개 시작.


서윤형의 시신을 내려다보는 지훈과 그런 지훈을 유리창 너머에서 지켜보는 이명한, 그리고 다경의 얼굴에서.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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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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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꽃뱅 | 작성시간 13.06.23 감사합니다 ^^ 잘받아가요~^^
  • 작성자하늘호랑이 | 작성시간 15.05.27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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