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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대본

[싸인] 0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6.29|조회수349 목록 댓글 0

[ 싸인 ]제9회 
* 본 서비스는 작가님의 원대본 내용이므로, 방송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싸인 (SIGN) 9부

씬/1 D, 의대 강의실

 다음날, 오후. 밝은 햇빛이 쏟아지는 의대 강의실.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이명한.
 칠판에는 ‘부검을 통해 밝혀지는 망자의 진실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이명한 원장님‘이라고 적혀져 있다.
 
이명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피해자들은 이와같이 자신의 몸으로 왜,
  어떻게 죽어갔는지 말해줍니다.

 그때, 강의실 뒤쪽 문 쾅 열리면서 들어오는 지훈.
 이명한과 학생들 뭔가 싶어 본다. 지훈, 전혀 개의치 않고 뚜벅뚜벅 들어와
 빈 자리에 앉아서 이명한을 바라본다. 일본에서 금방 돌아온 듯,
 똑같은 옷차림에 한잠도 못 이룬, 붉게 충혈된 눈빛,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한 분위기다.
 이명한, 지훈을 바라보고, 지훈도 지지않고 이명한을 본다.
 학생들, 뭐지? 보는데..

이명한  (지훈을 보다가 학생들의 주의를 다시 잡아당기는)의사를 가장한
  교사! 자살로 위장된 추락사, 교통사고로 위장된 독극물 중독사 등,
  죽음뒤에 감춰진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있게 웃으며)물론, 저처럼 유능한 법의관을
  만나야 하겠지만요.

 실소를 짓는 학생들을 둘러보던 이명한.

이명한  이상입니다. 질문 받겠습니다.

 여기저기서 팔을 드는 학생들.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지훈의 목소리.

지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왜 존재하는 겁니까?

 지훈을 바라보는 이명한. 지훈과 이명한의 눈빛이 마주친다.
 지훈을 바라보던 이명한, 천천히 입을 연다.

이명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지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모토는요?
이명한  (도대체 뭐하자는 건가? 불쾌한 감정을 최대한 누르며 본다)
지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모토는 뭡니까? 모르세요?
이명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지훈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세워졌고, 객관적인 증거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국과수에서 부검결과를 조작하거나
  사건 증거를 은폐한다면 어떻게 됩니까?

 이명한의 눈빛 더욱 차갑게 굳어진다.

이명한  (말투는 여유있게)강의내용과 관련없는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지훈  (더욱 몰아치는)모르신다면 제가 대신 말씀드리죠. 국과수에서
  부검결과를 조작하거나 사건 증거를 은폐하는 행위가 적발됐을 시,   법의관 자격정지는 물론이고, 형법 제155조, 1항, 증거인멸 특례법,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한 죄로   5년이하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이명한과 지훈의 시선, 격렬하게 부딪친다.
 이명한, 그러나 서서히 감정을 가라앉히고, 학생들을 여유있게 둘러보며

이명한  잘 들으셨죠? 국과수 내에서 부검결과를 조작하면, 이런 중징계를
  받게됩니다. 미래의 법의관을 희망하실 분들은 숙지하세요.
  그럼, 이만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자료들을 정리해서 가방을 들고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이명한을 따라서 일어나서 역시 강의실을 빠져나가는 지훈.

씬/2 D, 강의실 밖 복도.

 이명한, 복도를 걸어가는데, 뒤쪽에서 걸어와 보조를 맞춰 걷는 지훈.

이명한  (차가운)무슨 짓인가? 
지훈  부검결과를 조작했을 경우 어떤 징계를 받게 되는지,
  미리 알아두셔야 할 것 같아서요.

 이명한, 멈춰서서 지훈을 본다. 지훈도 멈춰서서 보는

지훈  .. 일본에서 교수님과 잘 아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집권여당의 강력한 차기 대통령후보 강중혁의원의 외동딸..
  강서연말입니다.

 이명한 순간, 눈빛 흔들리지만.. 최대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지훈을 바라본다.   

이명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야. 난 전혀 모르는 사람일세.
지훈  (보다가)서윤형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해서 얻은 원장자리,
  만족하십니까?
이명한  (눈빛 흔들린다. 나지막하지만 강한 목소리로)무슨 얘긴지
  모르겠지만.. 국과수에 부검결과 조작은 없어..
  자네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사실..아닌가?
지훈  당연히 없어야죠. 그런데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엔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겁니다. 그게 국과수 원장이라면 더더욱
  그래야겠죠.
이명한  ...도대체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건가?
지훈  제가 국과수에 있는한, 국과수의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얘깁니다.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에요.

 이명한을 잡아먹을 듯 보는 지훈.

지훈  죽음뒤에 감춰진 비밀은 반드시 밝혀지기 마련이다..
  인상적인 강의, 잘 들었습니다.

 얘기를 마치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지훈.
 그런 지훈의 뒷모습을 노려보는 이명한.

씬/3 D, 주차장 일각

 걸어와서 차에 올라타는 이명한. 목이 졸리는 듯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뒤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인혁(소리) 예, 원장님.
이명한  서윤형 사건, 증거들 내가 명령한데로 처리했나?
인혁(소리) 아..예.
이명한  서윤형, 기도에서 검출된 미세섬유 샘플은? 그것도 찾아서
  폐기했겠지?
인혁(소리) (순간 말문막히는)그게..
이명한  아직도, 처리 못한 건가?
인혁(소리) 그게.. 박태규부장이 알아보고 있습니다.
이명한  지금.. 제정신이야!!!
인혁(소리) 죄송합니다. 최대한 서두르라고 얘기해 놓겠습니다.
이명한  말만하지 말고, 직접 움직여!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핸드폰을 끊어 버리는 이명한. 불안한 눈빛이다.
 
씬/4 D, 다경의 집 마당

 외출하고 돌아오는 듯, 집으로 들어서는 다경부.

씬/5 D, 다경의 집, 거실.

 거실로 들어오는 다경부. 현관에 마구 벗어놓은 다경의 신발.
 거실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다경의 여행용가방, 장갑등이 뱀이 허물
 벗은 듯 다경의 방쪽으로 길이 만들어져 있다.

다경부  다경이니? 너 일본에서 벌써 온 거야?

 다가가서 열린 방안을 보면, 다경의 방 거의 폭탄 맞은 듯, 이것저것
 서랍이 열려져 있고, 다경이 그 안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다경부  너 뭐하는 거야?
다경  (아직도 강서연을 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흥분상태다)
  아빠, 혹시 남부분원에서 가지고 온 내 짐 못 봤어?
다경부  뭐?
다경  남부분원에서 가져온 내 짐! 박스에 가져와서 여기 놨는데,
  없어졌어.
다경부  그거라면 내가 창고안에 넣어놨..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부다다 뛰어나가는 다경.
 거실 한켠에 있는 창고 문을 열어제낀다. 그 안에 쌓여있는 다경의 짐박스.
 다경, 한 박스를 꺼내서 뭔가를 찾는다.
 박스안에 보이는, 2부, 정문수의 집에서 불타던 씨씨티브이테잎,
 그리고 서윤형의 미세섬유증거가 들어있는 키트를 보는 다경.
 미세섬유 증거를 들어올린다.

다경부  그게 뭔데 그래?

 하는데, 다경, 대답도 없이 후다닥 뛰쳐나간다.

씬/6 D, 다경집 외곽

 키트를 들고 정신없이 뛰어나오는 다경, 누군가와 쾅 부딪친다.
 보면 이한이다.

다경  최경사님.
이한  어딜 그렇게 가요?
다경  그게, 제가 좀 급하거든요.
이한  (다경을 막으며)뭐가 그렇게 급한데요?

 하다가, 이한 다경의 손에 들린 키트를 본다.

이한  잠깐.. 그거.. 설마.. 서윤형..사건..

 이한과  눈이 마주치는 다경.

씬/7 D, 다경 집 근처 공원 일각

 함께 벤치에 앉아있는 이한과 다경.
 다경, 손에는 서윤형 증거물이 들려져 있다.

이한  (증거물을 보는)그래서..그걸 증거물 보관실에서 훔쳤단 얘기에요?
다경  ...포기가.. 안되서..
이한  그래서, 그거 가지구 어딜 갈려구요? 국과수 가서, 이거 훔친
  증거물인데, 조사 좀 해주세요. 할려구요?
다경  말이 안되죠. 말 안되는 거 아는데, 머리가 터질 것 같아서..
  가만 있을 수가 없었어요.. (숨을 고르며)일본에서.. 서윤형을
  죽인 진범을 봤어요. 
이한  (얼굴 굳는다)
다경  (안타깝고 미치겠다)씨씨티브이에서 봤었어요... 그 코트.. 그
  뒷모습.. 다 봤는데.. 바로 눈 앞에 있었는데.. 몰라봤다구요.
이한  (차분한)서윤형을 죽인 진범. 강서연 말이죠?
  일본에.. 갔다는 얘긴 들었어요.
다경  (본다)최경사님..도 알고 있었어요? 서윤형을 죽인 진범이 그 여자
  였다는 거? 근데.. 가만 둔 거에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이한  진정해요.
다경  어떻게 진정이 되요. 서윤형을 죽인 진범이에요. 그 여자를
  대신해서 아무 죄없는 스무살 짜리 여자애는 15년형을 살고 있는데
  어떻게 형사라는 분이..
이한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되요?
다경  ....
이한  난 뭐 좋아서 가만있었는 줄 알아요? 나도 할 수만 있으면,
  강서연 그 기집애 감방에 쳐넣고, 무기징역이라도 때리고 싶어요.
  근데, 검사가 기소를 안하는데! 국과수에서 다른 사람이 죽였다는데
  어떻게 하라구요.

 다경과 이한, 서로를 바라본다. 왜 내가 저 사람한테 화를 내고 있는지..
 답답한 얼굴로 흥분을 가라앉히는데..
  
이한  서윤형사건이야.. 어쩔 수 없었지만.. 이번 경우는 달라요.
다경  무슨 소리에요? 이번 경우라니?
이한  고다경 선생님한테 부탁이 있습니다.
다경  부탁이라뇨? 무슨 소리에요?

씬/8 D, 국과수, 지훈의 사무실 앞 복도

 재영, 뭔가 답답한 얼굴로 자료를 들고 복도를 걸어오는데, 저 앞쪽에서
 다가오는 지훈. 재영, 반가운 얼굴로 다가가서

재영  이제 오세요?

 지훈, 가볍게 목례하고 사무실로 들어가면 재영, 쫓아 들어간다.

씬/9 D, 국과수, 지훈의 사무실

 지훈, 들어와서 가방 놓고, 윗옷 벗는데..
 재영, 뒤따라 들어와

재영  일본 출장은 마무리 잘 하셨어요?
지훈  (기분이 안 좋다. 윗옷 벗는데..)
재영  (방문 닫고 나지막한 소리로)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훈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흥분상태다)나중에 하죠.
재영  (나즈막한)이명한 원장 얘기에요.

 지훈, 이명한이란 얘기에 재영을 쳐다본다.

 -시간경과되면
 마주앉아 있는 지훈과 재영. 지훈, 재영이 내민 양정수의 부검소견서와
 현장사진들을 보고 있다.

재영  주인혁 선생님이 집도하신 부검인데요. 아무래도 뭔가 이상합니다.
  총기사고면 당연히 총기분석실에서 현장에 나가야 되잖아요.
  그런데 현장조사에 국과수는 배제됐답니다. 
  이명한 원장님 선에서 오더가 떨어진 것 같습니다.

 지훈, 현장사진만으로도 부검결과조작이 느껴지는 듯,
 차가운 눈빛으로 현장사진들을 둘러본다.

지훈  조폭들끼리 총기사고로 마무리 졌다구요? 주인혁선생이요?
재영  예. 근데.. 이상하잖아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총기가 토카레프에요.
  총신이 짧은 권총이죠. 예전에 선생님이 총기사고 부검하실 때
  그러셨잖아요. 권총이란게 워낙 반동이 심해서 민간인들은
  열발중에 한발 맞히는 것도 힘들다고.. 근데, 이건 정확히 미간을
  맞췄어요.
 
 현장사진을 보던 지훈, 화난 얼굴로 사무실을 나선다.

재영  선생님! 어디가세요!

 그러나 대답없이 사무실을 나서는 굳은 지훈의 얼굴위로
 ‘탕!!’ 하는 총소리.

씬/10 D, 경찰서, 사격연습장.

 ‘탕’, ‘탕’ 사격연습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사격연습장.  
 한칸에 같이 들어와있는 이한과 다경.
` 보호안경과 귀마개를 쓴 다경, 권총을 들고 과녁을 향하고 있다.
 이한, 다경의 팔을 잡고 자세를 봐주고 있다.

이한  과녁을 보고, 머리를 들고 호흡을 멈춘 뒤에 쏘면 됩니다.
다경  예.. 알았어요.

 이한 뒤로 물러나면, 다경, 심호흡을 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탕!!’ 순간 심한 반동으로 뒤로 물러나는 다경을 이한이 잡아준다.
 
이한  처음 치곤 괜찮네요.
다경  이거..제가 잘 쏜거에요?
이한  잘 쐈는지 못 쐈는지 한번 보죠.

 사격판을 당기는 버튼을 누르는 이한. 서서히 다가오는 사격판,
 깨끗하다.

다경  뭐야.. 어디 맞은 거에요?

 이한, 손가락을 들어서 천장을 가르킨다.
 다경, 엥? 하는 얼굴로 천장을 보면 천장에 박혀 있는 총알.

이한  보통 다들 이래요. 여자라서 초보라서가 아니라, 남자도, 군대에서
  총을 쏴본 사람들도 비슷해요. 권총이란게 워낙 반동이 심해서
  다루기 힘들거든요. 일주일에 이틀 사격연습하는 나도 열발중에
  다섯발  명중시키는 것도 힘들어요.
  그런데 양정수는 정확히 미간과 가슴에 총을 맞았어요.
   
 다경, 사격판을 가만히 본다.

다경  그렇다면..
이한  용의자로 몰린 김종호는 군대도 안 다녀왔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확하게 명중 시킬 수 있었을까요?
 
씬/11 D, 국과수, 인혁의 사무실.

 인혁, 퇴근준비를 하는 듯 옷을 입고 있는데, '쾅!‘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지훈.

인혁  뭐야? 노크도 없이..

 하는데, 책상위에 쾅쾅 부검소견서랑 현장사진들을 내려놓는 지훈.
  
지훈  이게 조폭의 솜씨라구요? 우리나라 조폭이 무슨 영웅본색의
  주윤발입니까? 대부에 나오는 마피아에요?  
인혁  (양정수의 사진보고 멈칫)무슨 짓이야? 이건 내 사건이야.
  자네가 상관할 바가 아냐.
지훈  제대로만 하면, 나도 상관 안합니다.
  양정수를 죽인 범인은 예기치 못한 살인에도 무의식적으로
  미간과 흉부를 맞출 정도로 꾸준하고 엄격한 훈련을 받은
  사람입니다. 뜨내기 조폭의 짓이 아닌 건, 선생님도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인혁, 당황되지만, 최대한 티내지 않고 지훈을 본다.

인혁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가 부검결과를 조작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지훈  현장에 국과수는 왜 못나간겁니까?
  도대체 뭘 숨기고 싶은 거에요?
인혁  숨기는 건 없어. 현장에서 수거된 총알과 탄피, 혈흔, 모두
  일치했어. 양정수는 같은 조직원 김종호에게 살해당했어.
지훈  그 말이 사실이어야 될겁니다. 만약, 고의로 부검결과를 조작했다면
  무사하지 못할 테니까요.

 돌아서서 사무실을 걸어나가는 지훈.
 
씬/12 D, 인혁의 사무실 밖, 복도

 걸어나오는 지훈, 밖에서 기다리던 재영. 불안한 듯 지훈의 뒤를 따르는데

지훈  사건현장이 어디라고 했죠?
재영  직접 가시게요? 선생님..본원으로 돌아오신지 얼마 안됐는데,
  너무 튀는 행동을 하시면..
지훈  나 원래 이런 놈인 거 몰랐어요? (돌아보며)난 현장에 나가볼테니  까, 선생님은 국과수 내로 들어왔던 총탄과 탄피 증거 좀 살펴봐
  주세요.

 지훈, 대답할 새도 없이 걸어서 멀어진다. 재영 괜히 얘기했나, 걱정스런
 눈빛으로 지훈을 본다.

씬/13 D, 장변호사의 사무실

 텔레비전이 켜진 장변호사의 사무실. 차를 마시고 있는 장변호사와
 이명한.

이명한  (불안한)윤지훈 선생, 서윤형 사건의 진실에 점점 다가서고 있어요.
장변호사 서윤형 사건의 증거는 모두 폐기됐다고 하지 않았나요?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입증할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이명한  ...
장변호사 일단 이번 사건을 잘 마무리 짓는게 중요합니다.   
  이번 사건이 끝나면 강중혁 의원은 미국이라는 든든한 지원자를
  얻는 거에요. 대통령에 한발자국 더 다가가는 거죠.
  강중혁의원이 대통령에 임명되면.. 모든 게 끝납니다.

 텔레비전 화면을 바라보는 장변호사, 이명한도 텔레비전을 본다.
 텔레비전에는 외교부 건물을 배경으로 리포팅을 하고 있는 기자.
 ‘오늘 외교통상부 접견실에서 열린 한, 미, 일 3자회담에서는 북핵문제에
 대한 협력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으며 강경 대북제재에 대해서 공조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고 외교부 대변인은 밝혔습니다. ‘
 그때 울리는 이명한의 핸드폰.

이명한  (전화받는) 무슨 일인가?
인혁(소리) 저, 원장님.. 윤지훈선생이.. 이번 일을 눈치 차린 것 같습니다.
이명한  (눈빛 굳는)무슨 소리야?
인혁(소리) 방금, 부검소견서를 들이밀면서 따지는데.. 둘러대긴 했지만..
  아무래도 사건현장에 나간 것 같습니다.

 얼굴 굳는 이명한.

이명한  알았네. (전화끊는다)
장변호사 무슨 일입니까?
이명한  윤지훈선생이, 총기사고 현장으로 나갔다고 합니다.
장변호사 ..끝까지 말썽이군요.
이명한  도주한 김종호를 찾는게 중요합니다.
  최대한 빨리 찾아야 해요.
  혹시라도 우리보다 윤지훈선생이 먼저 김종호를 찾는다면..
  모든 게 끝입니다.
 
 가라앉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이명한과 장변호사.

씬/14 D, 경기지방검찰청 외경

 오후.

씬/15 D, 경기지방검찰청, 검사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는 박영준 검사, 8부 41씬에 등장한 이한의 선배형사의
 얘기를 듣고 있다.

박영준  아직도 김종호를 못 찾았어요?
선배형사 예. 백산파 놈들, 이번 사건 나고 다들 꽁꽁 숨어서 찾아 볼 수가
  없네요.
박영준  숨는다고 못 찾는게 말이 됩니까? 아지트를 뒤지건, 식구들을
  족치건 찾아와야 될 꺼 아닙니까.
선배형사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때, 똑똑 들려오는 노크소리.

박영준  들어와요.

 문 삐꺽 열리면서 들어서는 얼굴, 우진이다.

박영준  (반가운) 정우진. 니가 웬일이냐?
우진  볼일 있어서 왔다가 잠깐 얼굴이나 볼려구. 바빠?

 -시간경과되면
 사무실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우진과 박영준

우진  이번에 경기북부 총기사건, 선배가 맡았다면서?
박영준  안 그래도 골치 아퍼. 하필 조폭집중단속기간에 사건이 터져서,
  위에서 난리다.
우진  골치 아프겠네.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으며)근데.. 정말
  조폭들끼리 총기사고가 확실한 거야?
박영준  (전혀 거리낌없는 얼굴로)무슨 소리야?
우진  원래 조폭들, 웬만해선 총까진 안 빼들잖아. 칼로 싸워도
  지들끼리는 죽지 않을 정도로만 찌르는 게 룰인데..
박영준  모든 룰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지.
우진  하지만 마약이 관련된 것도 아니잖아. 같은 조직원을 총으로
  죽였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아?
박영준  왜, 뭣 때문에 죽였는지는, 김종호가 잡히면 자연히 알게되겠지.
  그런데.. 너 이 사건에 관심이 많다? 뭐.. 정보라도 있는 거야?
우진  그게... (하다가)아니, 그냥.. 내가 원래 선배 하는 일에 관심이
  많잖아.

 둘러대곤 커피를 마시는 우진. 얼굴이 밝지는 않다.

씬/16 N, 경찰청 외곽

 경찰청 건물밖으로 걸어나오는 다경과 이한.

다경  국과수 부검소견서랑, 증거 살펴본 뒤에 연락드리면 되죠?
이한  예. 전, 도망간 애 좀 잡으러 다니고 있을께요.

 그때, 울리는 이한의 핸드폰. 발신인을 본 이한. 얼굴 굳으며

이한  지동구, 너 어디야?
동구(소리) 어...어떡해요. 도와주세요. 형사님.

 이한, 동구의 얘기를 들으면서 얼굴이 더욱 굳어진다.

이한  알았어. 금방 갈테니까, 거기서 기다려.
  (다경에게)국과수 가기 전에 같이 좀 가줘야 겠는데요.
다경  예?

씬/17 N, 경기도 인근, 호프집 건물 외곽

 저녁, 한적한 경기도 인근의 거리로 천천히 진입하는 지훈의 차.
 사건이 벌어졌던 ‘삼거리호프집’이라고 적힌 간판앞에서 멈춰선다.
 간판 불빛은 꺼져있고,  아직도 계단 입구부터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차에서 총기분석도구가방을 들고 내리는 지훈. 뭔가를 발견하고 멈칫한다.
 건물 앞에 서 있는 우진이다.
 눈이 마주치는 두 사람.
 지훈, 우진을 무시하고 지나쳐서 폴리스 라인을 걷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우진  선배..
지훈  (그냥 걸어가는)
우진  (더 크게)선배.

 지훈, 멈춰서서 돌아본다. 너무 화가 나서 가라앉은 목소리.

지훈  이 사건도 뭘 숨기고 감춰야 되는 게 있어?
  그래서 온 거야?
우진  ....(굳는)선배..
지훈  너도.. 알고 있었지? 서윤형 죽인 진범..
우진  (눈빛 굳는다)...
지훈  (말못하는 우진을 보자 더욱 화가난다)...너 이럴려고 검사됐어?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굽신거리면서 아무 죄도 없는 사람
  기소해서 감방 쳐넣을려구 그 어려운 공부해 가면서 검사된거야?
우진  ....
지훈  내가 알던 넌, 적어도 이런 얘 아니였어.
  하루에 한시간도 못 자면서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이게 사람
  사는 거냐, 힘들어 했지만, 그래도 그때 넌 니가 왜 검사가 되고
  싶은지, 생각이 있고 꿈이 있었어. 그런데, 지금 넌 아냐.  
우진  변명이 듣고 싶어? 얘기하면 들어줄꺼야?
지훈  아니. 니 변명따위 들어줄 시간없어. 돌아가.
우진  잘못했어. 지금도 죽을 만큼 후회돼. 그래서.. 이 사건 알고 싶은
  거야.. 저 안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서로를 바라보는 지훈과 우진.

씬/18 N, 지하호프집

 호프집 안으로 들어서서 불을 켜는 지훈,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우진.
 지방소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른 평이 좀 넘어보이는
 테이블 대여섯개 정도의 허름한 호프집. 벽면쪽으로는 박스가 쌓여져 있거 나, 포스터들, 달력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사건현장이 그대로 보존 된 듯, 한쪽 테이블, 의자와 뒤쪽 바닥에 혈흔,
 그리고 조금 더 옆쪽 바닥에 다량의 혈흔.
 지훈, 혈흔들을 둘러보다가 카메라를 꺼내 여러각도에서 사진을 찍는다. 뒤 이어 가방을 열고 삼각대를 꺼내서 설치를 시작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지훈을 가만히 보는 우진.
 그때 지훈, 그런 우진을 힐긋 보더니, 가방안에서 장갑을 꺼내서 던진다.
 우진, 얼떨결에 받는다.

지훈  검사라구 대접받을 생각하지 마.
우진  ...
지훈  뭐해? 와서 도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다면서?
우진  뭘 어떻게 하는걸 알아야 도울 꺼 아냐.
지훈  총기사고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펴봐야 하는건, 혈흔이야.

 테이블 근처로 조심해서 다가가는 지훈. 의자와 의자뒤쪽에 떨어진 혈흔을
 살펴보면서 그 옆에 삼각대를 세운다.

지훈  혈흔으로 시신의 발혈점을 찾아야 어디서 어떻게 쐈는지 정확하게
  유추해 낼 수 있어. 사건을 재구성하는 거지.

*자막- 발혈점: 출혈이 시작된 지점. 총기사고에 있어서는 총알이 빠져나온 사출구  를 말한다. 
   
씬/19 몽타쥬

 음악 깔리면서 발혈점을 계산하는 지훈과 우진의 모습 보여진다.

 -지훈, 몇 개의 기준점이 될만한 혈흔의 크기를 잰다.
 그 위로 지훈의 목소리.

지훈  혈흔의 발혈점을 찾을 때, 가장 먼저 체크해야되는 건 혈흔의
  크기야. 혈흔의 너비를 길이로 나누면, 각도값이 나와.
  삼각함수의 원리와 비슷하지.
  이번 경우는 13도야.

 -혈흔의 중간지점에 실을 붙이고, 혈흔의 꼭지점방향으로 실을 끌어당겨
 각도를 재고 삼각대쪽으로 잡아당기면, 우진이 삼각대에 지지시킨다.
지훈  그 다음이 혈흔의 모양. 혈흔의 꼭지점 방향이 날아온 방향이야.
  
 -위와 같이 계속해서 의자와 바닥에 있던 혈흔들을 실로 연결하는 지훈과
 우진의 모습. 점차 한 삼각대에 발혈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모습 덱스터나, CSI 참조)
 그 위로 지훈의 목소리.

지훈(소리) 한 방울의 혈흔이라도 무시해선 안돼. 모든 혈흔들이 가르키는
  꼭지점, 그곳이 피해자가 총을 맞은 지점, 즉 발혈점이지.

 -첫번째 의자쪽의 혈흔의 발혈점이 완성된다. 발혈점으로 추정되는 삼각대  높이를 재는 우진.

우진  발혈점은 지상에서 115센티야.
지훈  (뒤로 물러서면서)양정수의 키는 170이였으니까, 완전히 일어난
  상태가 아닌, 의자에서 일어나던 중에 흉부에 한방을 맞았어.
  혈흔의 방향을 봤을 때, 총을 쏜 방향은 이방향이야.

 지훈, 더 뒤로 물러나면서 손에 든 레이저로 발혈점을 가르킨다.
 발혈점과 맞추면서 일직선을 만들기 위해 의자위로 올라가는 지훈.
 그런 지훈의 모습에서 인서트로 오버랩된다.

 -인서트
 -지훈의 손에서 서서히 누군가의 손으로 바뀌면, 의자에서 놀라서 일어나던
 양정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누군가. 정확하게 흉부에 총탄이 맞는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화면.

지훈  이 자세로 총이 발사됐다면 적어도 용의자는 키가 180에서
  185사이야. 용의자 김종호, 키가 몇이지?
우진  (서류본다)170.
지훈  .. 김종호는 용의자가 아닐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군.
  다음 혈흔으로 넘어가지.
 
씬/20 N, 국과수 외경

씬/21 N, 국과수, 인혁의 사무실

 어두운 인혁의 사무실 컴퓨터 파일들을 뒤지고 있는 재영.
 여기저기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가 건드린 흔적들을 지우고, 천천히 인혁의 사무실을 나선다.

씬/22 N, 국과수, 인혁의 사무실 밖 복도.

 복도쪽으로 천천히 나오는 재영. 천천히 문을 걸어잠근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뒤를 돌아보는데, 문 뒤쪽에 서 있던 숙주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다. 한손에 술병을 든 숙주, 완전 맛이 간 눈빛이다.

재영  (너무 놀라서 숨 삼키는)호..홍숙주 선생님.
숙주  거기서.. 왜 나오지? 이 인간이?
재영  저기.. 그게요 홍숙주 선생님.
숙주  (술 취한)왜 장재영선생이 주인혁선생님 방에서 나오냐고!
  뭐 훔쳤어?
재영  (당황해서)아니..그게..
숙주  이 사람 이거 몹쓸 사람이구만 이거..

 숙주, 재영이 잡을 새도 없이 휘적휘적 팔을 뿌리치면서 연구사 휴게실
 쪽으로 걸어간다. 재영, 당황해서 그 뒤를 쫓는다.

씬/23 N, 연구사 휴게실

 한잔씩 걸친 듯한 완태와 성진, 그리고 구성태.

완태  사랑에 실패한 멧돼지는 술 가지러 간다더니 왜 안와?
구성태  놀리지 마. 그래도 순정을 간직하고 있는게 보기 좋잖아?
성진  보기 많이 안 좋죠. 전, 이명한 원장님 이해합니다.
  저 얼굴로 들이대는데, 얼마나 무섭겠어요.

 그때, 술 취해서 히비적거리는 숙주, 들어온다. 그 뒤에 재영, 따라들어와
 숙주를 끌어내려고 하는데..

숙주  내가 방금 뭘 본 줄 알아?
재영  (숙주의 입을 막는)아, 진짜 술 많이 취했네.
숙주  (재영의 손을 뿌리친다. 힘좋다)이거 왜 이래? 도대체 뭘 훔친거야?
완태  뭔 소리야? 뭘 훔쳐?
숙주  그게 말야..

 하는데, 열린 문을 똑똑 하면서 들어서는 인혁.
 이명한한테 치이고, 지훈이한테 치이고 많이 피로한 얼굴이다.
 가운 벗은 평상복 차림에 가방 메고 있다.

인혁  박태규 선생 못 봤습니까?
재영  (놀라는)선생님.. 퇴근 안하셨어요?
숙주  (재영을 비키고 인혁에게 다가서는)선생님, 잘 왔습니다.
  글쎄 말이에요. 이 인간이..선생님 방에서 뭘 훔쳐가지구..

 숙주, 얘기하는 와중에 재영, 숙주를 막으려고 하지만,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재영, 자기도 모르게 숙주의 입을 막으려는 듯,
 입을 맞춰버린다.
  순간, 얼음이 되 버리는 좌중.... 들고 있던 술잔을 툭 떨어뜨리는 성진.
 미치겠는 얼굴로 숙주에게서 입을 떼는 재영. 숙주, 다리 풀리는 듯 주저
 앉는다.

인혁  (진지한)이게..뭐하는 짓이죠?

 재영, 자기도 모르게 입은 맞췄는데, 기분 더럽고 속상하다. 아..진짜..
 내가 왜 이랬지? 방을 뛰쳐나가는 재영.

숙주  ..방금..뭐가 왔다갔냐..
구성태  뭘 훔쳤나 했더니.. 홍숙주 선생의 마음을 훔쳤구만.
 
씬/24 N, 지하 호프집
 
 양정수가 미간을 맞은 부분의 혈흔의 발혈점을 하나씩 실을 연결하고
 있는 지훈. 거의 완성이 되어 가고 있다.
 지훈을 돕고 있는 우진, 어떤 혈흔 하나에 마크를 하고 실을 연결하려다가

우진  선배.. 이 혈흔은 방향점을 모르겠는데?

 지훈, 뭐? 하는 얼굴로 우진이 내려다보고 있는 혈흔을 본다.
 순간, 얼굴색이 변한다.

지훈  잠깐.. 가방에서 라이트좀 줘봐.

 우진, 지훈의 말에 가방에서 재빨리 라이트를 갖다준다.
 우진이 발견한 혈흔에 라이트를 비추는 지훈.
 방향성이 확실한 다른 혈흔에 비해, 이 혈흔은 섞여 있어서 잘 구별
 되진 않지만,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

지훈  이건.. 관통총창의 혈흔이 아냐..
우진  무슨 소리야?
지훈  관통총창이 아니라, 맹관총창일 때 나타나는 혈흔이라구.
  몸안 어딘가에 탄환이 남아있다는 거야.
우진  무슨 소리야.. 말이 안되잖아. 양정수의 몸에서 발견된 총상은
  둘 다 관통상이였어.
지훈  ...(천천히 우진을 본다)혈흔은 거짓말을 안해.
우진  그럼...
지훈  또 다른 피해자가 있었다는 거야.
우진  또 다른 피해자... 혹시... 김종호?

*자막- 관통총창: 총알이 몸을 완전히 관통해서 밖으로 빠져나간 총창.
        맹관총창: 총알이 몸을 관통하지 못하고 몸 안에 남아있는 총창.

씬/25 N, 경기도 인근, 동네병원 일각.

 병원 앞에 멈춰서는 택시에서 내리는 이한과 다경.
 병원앞쪽으로 뛰어가는데, 병원 앞에 겁먹은 얼굴로 서 있는 동구.
 이한, 보자마자 동구의 머리팍을 한 대 때리는,

이한  너 이 새끼 죽을래? 도망을 쳐?
동구  종호가.. 종호가.. 죽어가는데 그럼 어떡해요.
  종호, 내가 아니면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이한  김종호 어딨어?

 동구, 눈에 눈물이 고인다.

씬/26 N, 동네병원, 지하, 시체안치실. 

 좁고 허름한 시체안치실로 들어서는 다경과 이한.
 하얀 천으로 덮혀진 시신. 다경, 천천히 다가가서 하얀천을
 걷으면, 김종호의 시신이다. 
 다경, 놀란 시선으로 천천히 천을 아래로 벗기면, 가슴 하단부에
 덕지덕지 말라붙은 피. 옷을 위로 올리면 총상이 보인다.
 헉.. 놀라는 다경.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이한도 놀라서
 멈춰서고...

씬/27 N, 지하 호프집

 혈흔을 계속 찾는 지훈.

지훈  위치상으로 보면, 양정수가 총을 맞을 때,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야.
우진  그 사람 말이 맞았어...
지훈  무슨 소리야?
우진  최이한 경사랑 알고 지내던 조폭.. 그 사람이 증언했거든.
  진범은 김종호가 아니라고.. 범인은 제3의 인물이라고 했어.
지훈  그 얘기를 왜 이제야 해?
우진  다른 증언들은 모두 김종호가 범인이라고 하는데,
  그 사람 혼자 다른 사람을 지목했어. 김종호 역시 피해자일
  뿐이라구.. 그래서.. 알고 싶어서 여기 온거야. 누구 말이 사실인지..
지훈  그래서 그 증인은 범인이 누구라고 했는데..
우진  군인... 미군이라고 했어.

 지훈, 확신이 드는 눈빛. 그런 지훈의 얼굴위로 ‘탕!’ ‘탕!’ 하는 총소리.

씬/28 N, 미군부대, 사격장.

 밤, 환한 불빛이 켜진 사격장. 일렬로 서서 사격판에 사격을 하고 있는
 부대원들. 그런 부대원들의 모습을 팬하다 보면, 중간쯤에 한치의 흔들림
 도 없이 사격판을 향해 총을 쏘고 있는 저스틴 상병의 뒷모습.
 그런 저스틴 상병의 뒤쪽으로 다가오는 미군 장교한명.
 사격을 모두 끝낸 저스틴이 버튼을 누르면 다가오는 사격판.
 사격판이 다가올수록, 머리부분과 흉부 쪽에 집중되 있는 섬뜩하기 까지
 한 사격판이다. 저스틴의 뒤쪽에 서 있던 장교, 휘파람을 분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 저스틴 쿠퍼 상병. 키 180을 훌쩍 넘는 훤칠한
 대원이다. 장교를 보고 경례를 붙힌다.
 장교, 사격판을 보며

장교  (영어)역시 우리 부대 최고의 명사수 다운데..
저스틴  (영어)감사합니다.

 장교, 열심히 하라는 듯, 저스틴의 어깨를 툭 치고 돌아선다.
 저스틴, 다시 사격을 시작하려는 듯, 다시 권총에 총알을 넣기 시작하는데
 순간 뒤쪽에서 다시 들려오는 장교의 목소리.

장교  (영어)근데 말야.

 뒤를 돌아보는 저스틴. 뒤를 보면, 저스틴을 보고 있는 장교.
 저스틴의 옷을 가르키며

장교  (영어)옷에 묻은 거.. 피 아닌가?
저스틴  (힐긋 본다, 외투 소매쪽에 검붉은 자국, 영어)
  며칠 전에 조금 다쳤습니다.

 장교, 알았다는 듯 목례하고 지나가고.. 다시 권총을 장전하는 저스틴쿠퍼.
 검붉은 피자국이 묻은 쪽 손을 들어서 다시 사격을 시작한다.
 ‘탕탕탕’
 무표정한 시선으로 사격을 하는 저스틴의 차가운 눈빛에서

씬/29 N, 동네병원 안치실.

 창백하게 죽은 김종호의 얼굴에 다시 하얀천을 덮어주는 다경.
 그때, 연락을 받은 듯 안치실 문 열리면서 들어오는 선배형사와 경찰.

선배형사 어떻게 된 거야?
이한  죽었어.
 
 김종호의 시신을 확인하는 선배형사. 그러다가 한쪽에서 울고 있는 동구를
 보고는

선배형사 얘, 범인은닉죄로 먼저 연행해.

 동구를 수갑을 채워서 연행하는 경찰.

이한  (선배에게 나지막하게)선배.. 김종호, 총상으로 죽었어.
  김종호는 범인이 아냐. 오히려 피해자지.

씬/30 N, 지하호프집

 가방에서 혈흔 검출도구로 맹관총창 혈흔들을 수집하는 지훈.
 그 옆에서 박영준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우진. 그러나 계속 통화중이다.

우진  담당검사가 계속 통화중이야.
지훈  빨리 김종호를 찾아야 해.
우진  수사팀들이 계속 찾고 있는 중이야.
지훈  더 서둘러야 해. 이 사건을 덮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먼저 발견한다면 김종호는 죽어.
우진  ...?
지훈  총성은 세발이야. 양정수를 관통한 탄환은 두발, 하지만 두발 모두
  토카레프탄환으로 바꿔치기 됐을 가능성이 커. 그런데 김종호는
  맹관총창, 즉 몸안에 자기를 누가 죽였는지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거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시한폭탄같은 거야.

씬/31 N, 시체안치실.

 박영준검사와 통화중인 선배형사.

선배형사 예, 검사님. 김종호 발견했습니다. (사이)예, 그런데..
  저희가 도착했을땐 이미 사망한 후였습니다.

씬/32 N, 경기지방검찰청, 박영준의 사무실

 스탠드 불빛 아래, 전화를 받고 있는 박영준.
 
박영준  총상이라구요? 예.. 알겠습니다. 일단 시체실로 옮겨요.

씬/33 N, 시체안치실/ 밖

 박영준과 통화하는 선배형사.

선배형사 바로 국과수로 옮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하다가)예? (어이없는)부검을 안해요?

 놀라서 보는 다경과 이한. 선배형사, 그런 둘의 시선을 의식한 듯,
 돌아서서 시체안치실 밖, 복도로 빠져나가서 전화를 한다.

선배형사 그게 무슨 소리세요? 부검을 안하다니..

 이한, 그런 선배형사를 따라서 아파트 현관밖으로 나간다.

이한  무슨 소리야? 부검을 왜 안해?
선배형사 (가만히 있으라는 듯)예..

 시체안치실 안에서 말도 안된다는 듯 복도쪽을 보는 다경.

씬/34 N, 경기지방검찰청, 검사 사무실

 통화를 하고 있는 박영준.

박영준  유가족들이 부검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요. 종교적인 문제라고
  합니다. 나도 어쩔 수 없네요. 내 말 명심하세요.
  일단 시체실로 옮겨요. 아시겠습니까?

 천천히 전화를 끊는 박영준. 고개를 돌려 뒤쪽을 보면 누군가가
 박영준을 보고 씨익 미소짓는다. 장변호사다.

씬/35 N, 시체안치실 밖 복도.

 이한과 실랑이 중인 선배형사.

이한  유가족이 반대를 해도, 검사가 밀어부쳐야지.
  이런 사건에서 부검을 안한다는게 말이돼?
선배형사 나도 답답하다. 하지만 어쩌겠어. 검사가 영장을 안 내주면
  부검 못하는 거 뻔히 알잖아.

 그때, 순간 ‘쾅!’ 소리와 함께 닫히는 시체안치실 문.
 놀라서 쳐다보는 이한과 선배형사. 문을 달칵달칵 열어보려 하지만,
 이미 안에서 굳게 잠겨있다.
 이한, 시체안치실 문 한쪽에 난 작은 플라스틱 창으로 다경을 보며

이한  고다경 선생님! 문 열어요! 고다경 선생님! 왜 이래요?

씬/36 N, 시체안치실
 
 문에 기대어 서서 가슴을 진정시키는 듯 심호흡을 하는 다경.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

다경  선생님.. 저 고다경이에요.

씬/37 N, 지하호프집

 혈흔샘플을 증거봉투에 넣던 지훈. 다경의 전화를 받고 있다.

지훈  무슨 일이야?

씬/38 N, 시체안치실.

 죽은 김종호를 내려다보는 다경. 밖에선 연신 쿵쿵 거리는 소리.

다경  저.. 지금 제 앞에 시체가 있어요.
지훈(소리) 무슨 소리야?
다경  경기북부에서 일어난 총기사고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김종호의 시체에요.

씬/39 N, 지하호프집
 
 놀라서 눈빛 굳는 지훈, 일어선다.

지훈  너.. 지금 어디야?
다경(소리) 지금.. 길게 말씀 못 드려요. 선생님. 시체가 발견됐는데..
  검사가 부검을 안하겠대요.
지훈  뭐?
다경(소리) 어떡하죠? 그냥 있으면.. 시체 뺏길 것 같아요..

 지훈, 얼굴 굳는다. 우진, 옆에서 무슨 일인지 보는

우진  무슨 일이야?
지훈  어디야? 내가 갈테니까, 기다려.

씬/40 N, 시체안치실.

 밖에서 들려오는 쿵쿵 소리. ‘절단기 가져와!’ ‘여기 경비 없어?’
 하는 소리들.

다경  선생님 올때면.. 문이 열릴 것 같아요.
  제가.. 여기서 부검하겠습니다.

씬/41 N, 지하호프집

 지훈, 더욱 굳는다.

지훈  그건 안돼. 영장없이 부검할 순 없어.
우진  (옆에서 듣다가 놀라는)  
지훈  내가 검사를 설득할테니까, 기다려.

씬/42 N, 시체안치실

 떨리는 눈빛의 다경.

다경  더 있다간.. 또 놓치게 돼요.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 또 증거를 놓치게 된다구요.
지훈  (가만히 다경의 얘기를 듣는다)
다경  서윤형 사건, 초동수사 엉망이었잖아요. 그래서 선생님 부검이
  맞다는 것도 증명할 수 없었잖아요.
지훈  ...
다경  그러니까.. 이번엔 적어도 그런 일은 없게.. 하고 싶어요.
  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의 사인을.. 밝히고 싶어요..

씬/43 N, 지하호프집

 다경의 얘기를 듣는 지훈, 다경의 진심이 느껴진다.

지훈  ....후회 안할 자신 있어?
다경  예.
지훈  (서서히 눈빛 굳으며)메스 있어?
우진  (옆에서 듣다가)미쳤어? 안돼. 영장없이 부검하는 건 자살행위야.

씬/44 몽타쥬.
 
 -시체안치실
 다경, 다급히 주변을 둘러본다. 한쪽 쟁반에 메스들이 놓여져 있다.

다경  찾았어요.

 메스를 잡는 다경. 시체쪽으로 다가간다.

 -지하호프집

지훈  그거면 돼. 총상 확인했어? 위치를 얘기해 줘. 
우진  선배! 이건 말도 안돼!

 -시체안치실
 총상을 확인하는 다경.
 
다경  왼쪽, 늑골 밑 2센티미터 하단이에요.

 -시체안치실 밖.
 문을 두드리는 선배형사와 이한, 플라스틱 창 너머로 다경이 메스를
 잡은 걸 보고 걱정되는 듯

이한  고다경선생님! 미쳤어? 그거 내려놔요!!
  영장없이 부검하면 난리나!!

 -지하호프집
 
 혈흔들을 보면서 지훈, 침착하게 설명한다.

지훈  사입구를 잘 확인해봐. 원형이야, 타원형이야?

*자막- 사입구: 총알이 들어간 입구. 직선으로 들어간 경우 원형, 사선으로 들어간   경우 타원형이다.

 -시체안치실
 긴장되는 듯 식은땀을 닦는 다경, 하지만 침착하게 잘 살핀다.

다경  타원형이에요.

 -지하호프집

지훈  타원형, 왼쪽 늑골 밑 2센티미터 하단이라구?
  잠시만 기다려. 정우진, 여기 잠깐 앉아봐.
우진  선배!
지훈  이 사건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서?!! 알려줄테니까, 앉아!
 
 우진, 지훈을 본다. 말려봤자 들을 사람들이 아니다.
 양정수의 혈흔 옆쪽으로 우진을 앉히는 지훈.

지훈  (전화에 대고)친구가 총에 맞았어. 놀라서 옆에서 부축을 했겠지.
 
 지훈, 레이저를 미간혈흔이 있던 곳에 대다가 천천히 우진을 향해
 옮긴다. 왼쪽 늑골 밑 2센티미터 하단이다.

지훈  범인은 양정수를 죽이고, 다시 김종호를 향해 다시 총을 겨눴을
  꺼야.

 -인서트 컷

 지훈의 얘기처럼 미간을 맞은 양정수의 옆에 서 있다가 놀라서
 양정수를 부축하는 김종호. 벌벌 떨면서 앞을 보면, 누군가가 총을
 겨누고 있다. 놀라서 일어나려다가 왼쪽 가슴 밑에 총을 맞는 김종호.
 김종호의 가슴을 뚫고 들어가서 늑골을 뚫는 탄환(C,G)

 -지하호프집

 의자위로 올라가서 키를 맞추는 지훈. 우진을 향해 레이저를 쏜다.
 
지훈  이 각도에서 총알이 발사됐다면..
  왼쪽 늑골 밑 척주기립근일 가능성이 커.
  전체 절개를 할 시간은 없어. 왼쪽 늑골 밑을 절개해.

 -시체안치실.
 다경, 벌벌 떨리는 손으로 메스를 들어 왼쪽 늑골쪽으로 향하다가..
 정작 절개를 할 생각을 하자, 긴장되는 듯 눈을 꼭 감는다.
 심호흡을 한 뒤, 김종호를 내려다보다가.. 
 다가서서, 차가운 김종호의 손을 잡는다.

다경  왜 죽었는지.. 이유를 밝혀줄께요..

 점점 거세어지는 쾅쾅 소리. 손을 내려놓는다.
 (이때, 김종호 손에 찢겨진 흔적 있어야 합니다.
 대신 여기선 보여지지 않고.. 10부에 바래되는)

 -시체안치실 밖.
 드디어 도착한 경비. 묵중한 열쇠고리에서 열쇠들을 꺼내서 열쇠구멍에
 넣어보며 맞는 열쇠를 찾기 시작한다. 채근하는 선배형사.
 
 -시체안치실
 다경, 가만히 김종호를 내려다 보다가 지훈과 통화하는 핸드폰에 대고

다경  절개 시작하겠습니다.

 왼쪽 늑골 밑으로 절개를 시작하는 다경.

 -지하호프집
 
지훈  침착해. 니 말대로.. 이게 마지막 기회야.

 -시체 안치실.
 경비, 계속 열쇠를 찾기 시작한다. 이한, 걱정스런 눈빛으로 다경을 본다.

 -지하호프집
 말없이 다경을 기다려 주는 지훈.
 그런 지훈을 바라보는 우진.

 -시체안치실.
 열쇠를 찾는 경비. 

 -지하호프집
 기다리던 지훈, 다경이 말이 없자. 불안한 듯..

지훈  고다경..

 우진도 본다.

지훈  고다경.. 고다경! 대답해봐. 고다경!

 순간, 수화기 건너편에서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

다경(소리) 선생님.
지훈  ..찾았어?
다경(소리) 파라블럼이라고 적혀 있어요.
지훈  !!!

 -시체안치실.
 글씨가 잘 안 보이는 듯, 수건으로 탄환을 닦아서 보는 다경.
 
다경  색깔은.. 구리색이구요. 밑바닥에.. 파라블럼이라고 적혀 있어요.

 -지하 호프집
 눈빛이 반짝하는 지훈.

지훈  맞아. 9밀리 파라블럼탄. 미군들이 주로 쓰는 M9베레타에
  사용되는 탄환이지.

 파라블럼탄이란 소리에 굳은 눈빛으로 지훈을 바라보는 우진.

씬/45 N, 시체안치실

 파라블럼탄을 바라보는 다경.
 그때 쾅! 소리와 함께 드디어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이한과 선배형사.

다경  (탄환을 내민다)김종호를 죽인 사인을 밝혀냈어요..
  9밀리 파라블럼탄입니다.

 놀라는 이한과 선배형사의 모습.

씬/46 N, 경찰서 외경

 밤.

씬/47 N, 경찰서 안

 밤, 한적한 경찰서 사무실.
 책상위에 놓여진 증거물 봉투안에 들은 파라블럼탄.
 그런 파라블럼탄을 둘러싸고 골치 아픈 듯 앉아있는 선배형사,
 그 앞에 앉아있는 다경.
 그 뒤쪽에서 역시 난감한 얼굴로 팔짱끼고 있는 이한.

다경  (지금까지 계속 얘기한 듯)알았어요. 제가 잘못한 건 알겠는데..
  제가 발견한 증거물만은 인정해 주세요.
  이 탄환은 범인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증거물이에요.
선배형사 상황파악 안돼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

 순간, ‘쾅!’ 소리와 함께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박영준검사.
 엄청난 기세로 걸어들어온다. 선배형사 엉거주춤 일어서고, 이한, 본다.
 
영준  누구야? (다경보고)이 여자야? 당신이 부검했어?   
다경  (일어선다, 박영준의 기세에 눌리긴 하지만)예. 접니다.
영준  당신 미쳤어? 영장없인 부검해선 안된다는 거 몰라?
다경  안된다는 거 알지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준  (말 자르며)부검을 할지 안할지는 수사를 지휘하는 내가 결정해!
다경  (목소리는 떨리지만, 할말은 다 하는)꼭 부검을 해야하는 사건이었  습니다! 검사님이 잘못 판단하신 겁니다.
영준  (폭발해서 몰아치는)검시권은 엄연히 법률에 명시된 검사의 권리야.
다경  하지만..
영준  당신 지금 사체훼손한거야. 사체훼손이 얼마나  중죈지 알아?
  자격정지는 물론이고, 최고가 징역 7년이야!
  당신, 이제 끝이야. 알아?

 폭발하는 영준의 기세에 다경, 침착하려 하지만, 얼굴 하얗게 질린다.
 이한, 도저히 두고 못 보겠다. ‘그만하죠’ 나서려고 하는데,
 문쪽에서 들려오는 지훈의 차가운 목소리.

지훈(소리) 끝인지 아닌지는 국과수에서 결정할 겁니다.
 
 영준, 뒤돌아보면 문쪽으로 걸어들어오는 지훈, 그 뒤쪽으로 역시
 굳은 얼굴의 우진이 걸어들어온다.

영준  당신은 또 뭐야?
지훈  (말 끊으며)국과수 법의관 윤지훈입니다. 
  (다경보며)나와.
영준  뭐야, 아직 얘기 안 끝났어.
지훈  (차갑게 보며)타살이 확실한 시신을 부검도 안하고 유가족한테
  넘겨요? 그것도 검사로써 직무유기죕니다.
  우리도 검찰에 정식으로 항의할테니까,
  그쪽도 할 얘기 있으면 국과수에 정식으로 공문 넣어서, 절차대로
  하세요.

 지훈과 영준을 차갑게 보다가, 아직도 하얗게 질려 있는 다경의 팔을
 잡고 끌고 나간다.
 영준, 다시 한번 나서려는데, 우진이 영준의 앞을 가로막는다.

우진  선배, 그만해.

씬/48 N, 경찰서 외곽

 다경을 데리고 나오는 지훈. 삑삑 차문을 열고, 다경보고 타라는 듯
 조수석문을 연다.

지훈  타.

 긴장이 풀린 듯, 눈빛도 떨리고..정신이 나간 듯한 다경.

다경  (각오는 했었지만.. 서서히 실감이 되는)저.. 정말..이제..
  부검 못하는 건가요?
지훈  이 정도도 각오 안했어?
다경  ....
지훈  정신차려.. 이제부터 시작이야.
  니가 찾은 탄환은 이 사건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증거야.
  그 증거가 위법이 안되려면, 니 결백을 밝혀야해.
  절대 포기하지 마. 니가 유죄면, 니가 찾은 증거도 유죄가 되고,
  니가 자격정지가 되면, 니가 찾은 증거도 효력을 잃어.

 다경, 떨리는 시선으로 지훈을 본다. 막상 부검하긴 했지만..
 앞일이 걱정이다.

씬/49 N, 경찰서 일각

 한적한 비상구 같은 곳에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우진과 영준.

우진  선배.. 정말 이게 조폭사건이라고 생각해?
영준  (불쾌하다)너까지 왜 이래?
우진  죽은 김종호의 몸안에서 파라블럼탄이 발견됐다면서?
  파라블럼탄은 미군 제식권총인 M9베레타에 쓰이는 탄환이야.
영준  난, 그 여자법의관 믿을 수 없어.
우진  나도.. 선배 믿을 수 없어. 총상을 입고 죽은 사람이야.
  아무리 유족의 반대가 있었다고 해도, 부검은 했어야 해.
영준  너.. 지금 내가 사건을 은폐하려고 한다는 거야?
우진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영장 발부해줘. 아니면.. 김종호의 몸에서
  발견된 증거는 무용지물이 돼.
영준  난, 이 사건 담당검사야. 모든 증거가 김종호가 범인이라고
  지목했어. 검찰따윈 안중에도 없는 여자법의관의 부검, 인정못해.
  이건 시체를 훼손한거야. 몸안에서 발견된 탄환도.. 시신도 압수야.

 차갑게 잘라말한 뒤, 비상구 문을 열고 나가는 영준.

씬/50 N, 다경의 집 인근 거리 일각/다경의 집 앞

 말없이 운전을 하는 지훈, 조수석에 멍하니 앉은 다경.
 걱정되고.. 답답하고 막막하다.
 지훈, 말없이 운전하는데.. 저 앞쪽으로 다경의 집이 보인다.
 집앞쪽으로 서서히 다가가는 지훈의 차.

지훈  오늘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쉬어.
다경  선생님.

 지훈, 뭐라고 얘기를 하려다가 집앞을 보면, 다경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다경부의 모습. 천천히 차를 세우고 내리는 지훈. 다경부에게 목례를 한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이쪽을 보던 다경부, 지훈을 알아보고 반가운 얼굴로
 다가온다. 다경 역시 차에서 내리는..

다경부  (지훈에게 인사하는)아이고, 여기까지 다 바래다주시구..감사합니다.
  (다경에게 다가와)아까 그렇게 뛰쳐나가선, 연락두 안되구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지훈도 다경도, 말없이 그런 다경부를 본다.

다경부  여기까지 오셨는데, 차라도 한잔 하고 가세요.
지훈  아닙니다.
다경부  우리 다경이 이것저것 봐주느라 힘드신데, 집까지 바래다 주신분을
  어떻게..
지훈  할 일이 남아서요. 괜찮습니다.
다경부  암튼 감사드립니다. 다경이가 워낙 성격이 덤벙대서 실수많이 하죠.
  그래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껴주시고 이끌어주세요.
지훈  따님..

 다경부와 다경, 지훈을 본다. 지훈, 다경부를 보다가 다경을 보는

지훈  좋은 법의관입니다.

 지훈과 눈이 마주치는 다경. 처음으로 지훈에게 인정을 받았다.
 떨리는 시선으로 지훈을 보는데, 지훈 시선 거두고 다경부에게 인사하며

지훈  들어가세요. 
다경부  예, 선생님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지훈, 차에 올라타려는 듯, 차문을 열고, 다경부 다경에게 들어가자는 듯
 팔을 치면서 먼저 앞서서 집안으로 들어간다.
 다경, 다경부를 따라 들어가려다가 미련이 남는 듯, 뒤돌아서
 지훈에게 다가온다.

다경  그말.. 정말이세요?
지훈  (본다)
다경  저.. 정말 좋은 법의관이에요?
지훈  들어가. 추워.

 차에 올라타는 지훈. 다경,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는데..
 출발하려던 지훈, 차창문을 내린다.

지훈  첫 부검. 축하한다.

 다경, 생각지도 못한 지훈의 말에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지훈, 그 말을 끝으로 차를 출발시킨다. 점점 멀어지는 지훈의 차.
 상황은 막막하지만, 지훈의 말 한마디가 따뜻한 위안이 된다.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지훈을 바라보는 다경의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씬/51 N, 경찰서 외곽
 
 우진, 답답한 얼굴로 또각또각 걸어나오는데, 그 뒤를 쫓아나오는
 이한.

이한  어떡할꺼에요?
  또.. 물러설 꺼에요? 서윤형 사건때처럼?
우진  (자신도 답답하다..)나보고.. 같은 검사를 상부에 고발하라는
  거에요?
이한  검사가 아니라 검사 할아버지라도 잘못했으면 당연히 그래야죠.
우진  증거가 없잖아요.
이한  김종호 몸에서 파라블럼탄이 발견됐잖아요.
우진  영장없이 발견된 증거는 효력이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내 앞길 포기하고 덤비라구요?
  검찰이란 조직이 얼마나 보수적인지 알잖아요.
이한  ...(본다)결국 그거에요? 검사님 출세길 막힐까봐?
우진  ... (답답하다)
이한  역시.. 속물검사님은 여전하시네..

 차갑게 우진을 보고는 돌아서서 걸어가는 이한.
 우진, 자신도 답답하다.

씬/52 N, 국과수 원장실.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는 이명한.
 그 뒤쪽으로는 기분이 언짢은 듯 넥타이를 풀면서
 잔에 위스키를 따르고 있는 장변호사.

장변호사 윤지훈도 모자라서.. 도대체 고다경이란 법의관은 누굽니까?
이명한  ...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윤지훈이 이 사건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다는게 문제에요.
  (돌아본다)윤지훈선생이 왜 대단하다고 하는 줄 아십니까?
  부검에만 능한 게 아니에요. 범죄에 대한건 모든 걸 다
  꿰뚫고 있어요. 현장이면 현장, 이론이면 이론.. 막히는게 없는
  사람입니다. 총기사고 현장 조작.. 정말 자신있으세요?
장변호사 (본다)
이명한  잘못 조작된 현장은 오히려 더 증거를 제공하게 됩니다.
장변호사 이번 현장에선 그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할겁니다.
이명한  김종호의 몸에서 발견된 탄환증거는 어떻게 됐습니까?
장변호사 일단 박영준검사가 압수했습니다.
이명한  하지만, 파라블럼탄이 발견됐다는 걸 본 증인들이 있어요.
장변호사 그러니까.. 최대한 조용히 사건을 종결시켜야 됩니다.
이명한  파라블럼탄이 발견됐는데, 차장검사가 사건종결을 허락할까요?
장변호사 우리나라는 위법증거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지만,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저지른 위법증거엔 엄격한 편이에요.
  게다가 증거물을 발견한 법의관이 자격정지까지 당하게된다면,
  그 증거물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겠죠.
이명한  ...언론에서 눈치챌 수도 있어요.
  미군과 관련된 사건에서 여론이 들고 일어서면 끝입니다.
장변호사 원장님은 그 법의관 문제만 최우선으로 처리해 주십시오.
  전 미군측에 얘기해서 저스틴 상병의 출국을 최대한
  앞당기겠습니다. 범인이 사라지면.. 언론이 눈치채도..
  사건은 흐지부지 될 수 밖에 없어요.

 이명한, 약간 불안한 듯, 창밖을 보다가 알았다는 듯 장변호사를 본다.

씬/53 D, 국과수 외곽

 다음날 아침. 외곽,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지훈의 자동차.
 차를 주차시키고 내리는데, 저 앞쪽에 서서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는
 다경의 뒷모습.
 다경, 건물을 올려다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고다경이란 신분증을 내려다보고.. 휴.. 한숨을 내쉰다.
 지훈, 뒤쪽에서 다가와서

지훈  겁나?
다경  (놀라서 뒤돌아보는)아.. 선생님.
지훈  안 들어갈꺼야? 어차피 한번은 부딪쳐야 될 일이야.

 지훈, 먼저 걸어들어가다가 멈춰서서 뒤돌아본다.
 다경, 가만히 서 있다가 지훈의 말에 기운을 얻은 듯, 지훈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씬/54 D, 국과수 건물 안, 복도 일각

 복도를 걸어 들어오는 지훈과 다경.
 복도를 오가던 국과수 직원들. 다경을 보자, 멈춰서서 가만히 바라본다.
 멀리서 걸어오던 재영과 완태, 성진도 멈춰서서 다경을 본다.

완태  (나즈막하게)또 사고쳤다며? 영장없이 부검했데..
성진  또 국과수에 칼바람이 몰아치겠구만..

 완태, 성진 옆의 재영은 사건의 진상을 알기에 조금 죄책감이 든
 표정으로 다경을 본다.
 다경, 그런 직원들의 눈빛이 신경쓰이는 듯, 점점 움츠러드는데..

지훈  (다경 보지 않고, 앞을 바라보며)그냥 걸어. 너 아무 잘못 없어.

 다경, 그런 지훈의 얘기에 지훈의 뒤를 따른다.

씬/55 D, 국과수 건물 안, 다경의 사무실 앞 복도.

 코너를 돌아서 다경의 사무실쪽으로 걸어오는 지훈과 다경.
 걸어가던 지훈과 다경, 멈칫해서 앞을 바라본다.
 맞은편 앞쪽으로 걸어오는 이명한과 주인혁이다.
 복도 중앙에서 마주치는 네 사람.
 이명한, 지훈을 보고, 다시 다경을 보는..

이명한  (다경을 보며)고다경 선생. 얘기 좀 하지.
지훈  어제 일 때문이라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명한  원한다면 같이 들어와도 좋아.

 먼저 다경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이명한.
 그 뒤를 따르는 인혁과 다경, 지훈.

씬/56 D, 다경의 사무실.

 다경의 사무실로 들어서는 사람들.
 이명한 먼저 들어서고, 다경, 지훈 그 뒤를 들어선다.
 인혁, 마지막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는다.
 이명한, 돌아서서 다경을 본다.

이명한  오늘 아침에 경기지방검찰청에서 항의서한이 왔네.
지훈  그래서 국과수에선 가만히 있을 겁니까?
  총기사고로 죽은 시신입니다. 부검을 안한다는 건 말이 안되죠.
이명한  (지훈을 본다)윤지훈선생. 검시권은 검사에게 있어.
  검사가 허락을 해야, 부검을 할 수 있단 얘기야.
지훈  (이명한에게 다가서며)더 이상 시덥잖은 얘기하지 맙시다.
  이미 다 짜여진 거 아닙니까? 다 알고 계셨죠?
  이 총기사고는 조폭의 짓이 아닙니다. 현장은 조작됐고,
  검찰도 협조했겠죠. 거기에 국과수가.. 아니 교수님하고
  저기 있는 법의학부장이 춤을 춘 거 아닙니까.
인혁  (뒤에 서 있다가)윤지훈!

 인혁, 지훈을 잡아먹을 듯 앞으로 나선다.
 지훈은 인혁은 아랑곳없이 이명한을 바라보고,
 다경, 일촉즉발의 상황을 바라보는데.. 이명한 천천히 낮게 입을 연다.

이명한  증거 있나?
지훈  ...김종호의 몸에서 파라블럼탄이 발견됐습니다.
  이건 미군이 개입된 총기사곱니다.
이명한  검사가 그 증거를 인정할까?
지훈  ...한미일 삼자회담이 그렇게 중요해요?
  사람의 생명보다 우선되는 국가의 이익이 있습니까?
 
 이명한, 지훈을 바라보다가 웃는다.. 여유를 갖고 지훈을 보면서

이명한  한미일 삼자회담이니, 국가의 이익이니.. 도대체
  무슨 얘길 하는지 모르겠군.

 이명한, 미소를 띄우다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지훈을 본다.

이명한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만약 자네말이 사실이라고
  치자구..
지훈  (본다)
이명한  국가의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있는데, 미군이 누군가를
  죽였고, 그게 회담의 결과를 좌지우지할 만큼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면.. 게다가 죽은 사람이 이 사회에
  전혀 필요하지 않은 쓰레기라면.. 난.. 국익을 선택하겠네.
지훈  ....부검실에 들어오면..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국적과 인종,
  계급과 성별, 그 사람의 직업..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 누구도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명한  부검이..뭐라고 생각하나? 죽은 사람의 인권을 위한 거라고 생각해?
  아니.. 부검은 산 사람을 위한 거야. 산 사람의 사회와 질서를
  위한게 부검이야.
지훈  산 사람의 사회와 질서가 국익이라는 겁니까?
  이 세상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죽일 권리따윈 없습니다.
  그게 신이라고 해도, 태어나서,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내일을
  뺏을 순 없어요!
이명한  허울만 좋은 이상일세. 현실엔 분명히 그런 권리가 존재해.
  백악관의 말 한마디에 수만명의 목숨이 없어지는 세상이야.
지훈  그게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옳지 않은 것, 그래선 안되는 건 바꿔야 합니다. 그게 제가 사는
  방식입니다.
이명한  옳지 않은 걸 바꾸기위해선 권력을 가져야 해.
  그게 내가 사는 방식이야.
지훈  이런식으로 가진 권력이 명분이 있습니까?
이명한  권력에 명분은 중요하지 않아. 권력은 다만.. 가지면 되는 거야.
  그러면 모든 게 해결되니까..
  이번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야.

 이명한, 다경을 본다.

이명한  고다경법의관은 검사의 영장없이 부검에 임했고,
  유가족의 동의없이 시신을 훼손했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이끄는 원장으로써,
  ...해임을 통보하네.

 다경, 어느 정도 각오는 했다. 눈빛이 가라앉는다.

지훈  징계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법의관 자격을 박탈할 순 없습니다.
이명한  행안부에 이미 고다경법의관의 해고를 통보했고, 행안부 위원회도
  동의했네.

 지훈,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뭐라고 한마디를 하려고 하는데..
 뒤쪽에서 다경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경  신분증.. 여기 있습니다.

 이명한과, 지훈, 다경을 본다.
 다경, 다가와서 신분증을 이명한의 앞, 책상위에 놓는다.

지훈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다경!

 이명한, 다경의 신분증을 들면서

이명한  (지훈을 본다)이게.. 바로 권력이야.. 알겠나?

 하고는 신분증을 들고 사무실을 나간다. 그 뒤를 따르는 인혁.
 둘만 남는 다경과 지훈.

지훈  ....너 지금 뭐한 건줄 알아?
  니가 찾은 탄환증거를 없앤거야.
다경  선생님이 다시 찾아주실 꺼잖아요.

 지훈, 다경을 본다. 다경, 신뢰를 담아 지훈을 본다.

다경  제 신분증도.. 탄환증거도.. 선생님이 찾아주실 꺼라고 믿어요.
지훈  ...
다경  ...모두가 나보고 아니라고.. 내가 잘못했다고 하지만.. 
  선생님만은.. 제가 잘했다고 말해 주셨잖아요.
  그러니까.. 전 선생님 믿어요.
지훈  ..(말없이 다경을 보는)
다경  유일한 증거였던 파라블럼탄은 검찰에 압수됐고..
  부검할 시신도 남아있지 않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진실을
  밝혀주실 꺼라고 믿어요.

 지훈, 다경을 바라본다. 다경, 최대한 밝은 얼굴로

다경  ....짐은... 가지고 가지 않겠습니다. 다시 돌아올 거니까요..

 다경, 지훈을 보다가.. 천천히 몸을 돌려서 사무실을 나선다.

씬/57 D, 국과수 복도

 사무실을 나서는 다경. 천천히 복도를 따라 걷는다.
 그런 다경을 말없이 바라보는 직원들. 다경, 그런 직원들을 지나쳐서
 천천히 멀어진다.
 그런 뒷모습을 다경의 사무실에서 걸어나와 바라보는 지훈의 모습,
 모든 걸 뺏기고 국과수를 떠다는 다경의 모습에서
 

        9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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