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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대본

[싸인] 1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6.29|조회수310 목록 댓글 0

싸인 (SIGN) - 11부 -


씬/1 N, 정병도의 집 외곽

 저녁.

씬/2 N, 정병도의 집, 작은방

 따뜻한 스텐드 불빛 아래, 드러난 책상위의 연필꽂이, 깔끔하게 정리된
 책 등을 훑는 화면. 서서히 빠지면, 남학생이 썼을 법한 책상과,
 의자. 옷장 등이 정갈하게 놓여진 작은 방을 희한한 듯, 둘러보고 있는 다경.

다경  여기가 정말, 윤지훈선생님이 쓰던 방이였어요?

 그런 다경을 미소지으면서 바라보는 정병도.

정병도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진, 이 집에서 같이 살았었죠. 
다경  희한하다.. 선생님이 고등학생이었다는 게 상상이 안가요.

 둘러보던 다경, 천장 밑 서까래에 조각도로 삐뚤삐뚤 새겨진
 ‘우리는 오로지 과학적인 진실만 추구한다’라는 글귀를 본다.

다경  저건 뭐에요?
정병도  (웃으며)지훈이 중학생 때, 자기 꿈이 법의관이라고 저 짓을 해놨어요.

 다경, 피식 웃으면서 그 글귀를 보는데,
 열린 방문으로 들어서는 지훈.

지훈  그만 나와. (정병도에게)왜 남의 방을 함부로 보여줘요?
정병도  여기 내집이야. 내 집 내맘대로 보여주는 것도 안되냐?
지훈  찻물 식는다니까요.

씬/3 N, 정병도의 집, 거실.

 거실에 둘러앉아서 차를 마시는 다경과 정병도, 지훈.
 다경과 정병도는 어느 새 매우 친해진 듯,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다경  정말요? 윤지훈선생님두 첫 부검때 막 떨구 그러셨어요?
정병도  떨다 뿐이에요. 시체 잡고 있던 연구사 손을 메스로 자를 뻔
  했잖아요. 쟤가.

 지훈, 어디까지 가나 싶은 눈빛으로 보다가, 다경이 웃자

지훈  웃어?
다경  (실실 웃으면서 정병도 옆으로 붙는다)
  암튼 원장님, 정말 영광이에요. 원장님 얼마나 뵙고 싶었는데요.
정병도  난 고다경선생처럼 젊고 열정적인 선생을 만나는게 영광이에요.
지훈  (둘이 참 잘 논다 싶은 눈빛으로 번갈아 본다)
정병도  왜? 샘나냐? (다경보며)고다경 선생 차 한 잔 더 마셔요.
  앞으로도 자주 놀러오구..
다경  예!

 정병도, 다경에게 차를 한잔 더 따라주는데

다경  근데, 원장님, 그게 사실이에요?
  그, 국과수 전설의 삼인방 있잖아요. 그 중에 한명이
  원장님이셨다면서요?
정병도  (삼인방 얘기에 미소짓는다)
다경  다들,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뛰쳐나갔는데, 법의관 세명이서
  국과수를 지켰다면서요? 그때 그 세분 때문에 지금의 국과수가
  있는 거라구 그러던데..
정병도  전설까지는 아니고.. 한때 그런 적이 있었죠.
다경  그런데, 그 삼인방중에 이명한 원장님도 있었다는 게 정말이에요?
  아니죠? 왠지 그럴 캐릭터처럼은 안 보이는데..
정병도  (보다가)맞아요. 이명한 원장도 그 중 한명이였죠. 
지훈  뭐가 맞아요? 결국은 못 참고 때려치고 미국으로 유학갔다면서요? 
정병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얘기하지 마라.
  그땐, 지금의 국과수와 달랐어. 이명한 원장을 탓할 일이 아니다.
  하루하루가 전쟁이었지...

씬/4 D, 20년전 국과수 부검실. (정병도의 회상)

 지금의 깔끔한 국과수 부검실의 모습과는 비교도 안되는 허름하고 낡은 부검실.
 다섯 여섯 개의 고정된 침대들이 질서없이 여기저기 놓여져 있고, 그 위에서 부검 에 임하고 있는 연구사들 몇 명과 20년전의 정병도와 이명한, 강치현의 모습.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는 듯 여기저기 작업복에 튄 피들, 아랑곳없이 부검에 임하 고 있는 세 사람.
 그때, 입구쪽에서 이동침대에 실린 채, 직원들에 의해 밀려들어오는
 바디백에 쌓인 시신들.
 
직원  서울 서남부에서 발생한 화재사고의 희생자들입니다.

 부검을 하던 중, 그런 모습을 보는 정병도와 이명한,

정병도  내가 맡을테니까, 저쪽으로 옮겨요.
이명한  선배님 어제도 밤새셨잖아요.. 제가 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옮겨요.

 그때, 한쪽에서 부검을 하던 선한 인상의 30대 초반의 강치현.

강치현  저도 거의 끝났어요. 금방 돕겠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미소짓는 세 사람.
 정병도와 눈 마주치는 이명한. 20년전의 정력적이고 열정에 찬 시선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묻어난다.

씬/5 N, 20년 전, 포장마차(정병도의 회상)

 학사주점같은 느낌의 선술집.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정병도와 이명한, 강치현.

정병도  오늘도 고생 많았어.
이명한  (기분나쁘지 않은 푸념)고생 많았죠. 이러다 우리 셋이 나란히
  부검대에 오르게 생겼어요. 이번 법의관 채용공고에는 지원자가
  좀 있어요?
정병도  (엷게 미소짓는다)뭐.. 그렇지 뭐..
이명한  (보다가)그래요. 까짓거 어떻습니까. 셋이라도 잘만 돌아가는데..
정병도  조금만 기다려봐. 예산이 좀 늘어나면 대우도 좋아질꺼고,
  그러면 지원자도 늘어나겠지. 마시자구.

 정병도와 이명한, 술잔을 드는데.. 강치현이 말없이 해맑은 미소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이명한  뭐해?
강치현  그냥.. 두 분 보니까.. 우리 법의학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서요.
이명한  법의학의 미래라... 기분 좋은 말인데요?
정병도  까짓거 법의학의 미래를 위해서 건배나 한번 하자구.

 기분좋게 건배하는 세 사람. 정병도와 강치현 사이에 있는 이명한의
 기분좋은 희망에 가득찬 미소.

씬/6 N, 국과수 원장실

 전씬의 이명한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현재의 이명한.
 굳은 표정으로 박태규에게 보고를 받고 있다.

태규  대기업 의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진과 접촉해 봤는데,
  인터뷰를 한 당사자의 신분은 밝힐 수 없다고 합니다.
  방송내용에 대해 정식으로 항의서한을 보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명한  ....(굳은 얼굴로 생각에 빠진)
태규  (이명한 눈치를 보다가)이번 미군 사건 때문에 국과수에 대해
  말들이 많은 가 봅니다.
  행안부에서 국과수 내사를 준비중이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명한, 더욱 가라앉는 눈빛.

씬/7 N, 카페/ 카페 밖
 
 밤, 연인들이 자주 가는 예쁜 카페.
 카페 한면 전면유리창 너머로는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모습.  
 카페 안에는 일상에서 자주 듣는 경쾌한 가요가 흘러나오고,
 데이트를 하는 커플들, 수다를 떠는 친구들 등 행복해 보이는 손님들의
 모습들이 흐르는데, 순간, 갑자기 전면유리창 너머로 자동차 한 대가
 빠르게 질주하며, 카페 밖에 자리하고 있던 가로수를 쾅 들이받는다.
 엄청난 굉음에 놀라서 바깥을 바라보는 사람들.
 전면유리창 옆에 앉아있던 커플들, 놀라서 유리창 밖을 바라보면
 가로수를 들이받아 형편없이 찌그러진 자동차 안.
 피를 흘리면서 숨져 있는 구영훈 상무이사의 모습.
 웅성거리는 사람들,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죽은 구영훈 상무이사의 모습에서 서서히 화면 이동하면,
 자동차 계기판과 앞유리창 사이에 놓여져 있는 한영그룹 사원증이 보여진다.

씬/8 N, 패밀리 레스토랑
 
 함께 외식을 나온듯한 아이들과 함께 식사중인 40대 초반의 중년여.
 중년여, 아이들을 챙겨주다가 의아한 얼굴로

중년여  근데, 니네 아빠는 화장실 다녀오겠다더니..왜 이렇게 안 오니?

씬/9 N, 패밀리 레스토랑 남자 화장실

 손님 한명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다가 뭔가 이상한 듯 본다.
 변기칸 안에 쓰러진 누군가의 다리가 보인다.
 뭐지? 의아한 얼굴로 다가가서 보면, 변기칸 안에서 숨져 있는
 장일태 이사의 모습. 놀라서 바라보다가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가는 손님.
 숨진 장일태 이사의 가슴을 비추면 목에 걸고 있는 한영그룹 사원증.  

씬/10 N, 한영그룹 연구단지 외경

 늦은 밤, ‘한영그룹 연구원’ 이라는 푯말에서 빠지면,
 지방에 위치한 한영그룹의 최신식 연구건물 외경이다.

씬/11 N, 한영그룹 건물 안.

 모든 방마다 불이 꺼진, 스산한 느낌의 복도를 걷고 있는 경비원1.
 랜턴 불빛 하나에 의지해서 이상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잠긴 문들을 확인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순간 경비원1의 뒤쪽으로
 스윽 지나가는 비틀거리는 남자의 걸음걸이.
 경비원1, 그 인기척에 놀라서 뒤쪽으로 랜턴 불빛을 비추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갸웃하는..

씬/12 N, 한영그룹 건물 외곽

 한바퀴 돌고 나온 듯,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는 경비원1.
 외곽을 돌고 온 듯한 경비원2와 마주친다.
 
경비원2  이상없어?
경비원1  예, 이상없습니다.

 경비원1, 대답하는 와중에, 경비원2의 시선으로 보면, 경비원1의 바로
 뒤쪽으로 쿵 떨어지는 사람의 형체.
 놀라서 뒤를 돌아보는 경비원들. 돌아서 랜턴을 비춘다.
 떨리는 시선으로 신발부터 비추면서 올라오면 전씬에 비틀거리면서
 걷던 그 사람과 똑같은 신발이다. 얼굴을 비추면, 추락사를 한 김규철.
 경비원들, 보다가 ‘으아악!!’ 비명을 지른다.

씬/13 D, 국과수 본원 외경

 아침

씬/14 D, 지훈의 사무실

 출근하는 듯, 가방 들고 들어서는 지훈.
 가방 놓고, 윗옷 벗고 책상에 앉는데 책상위에 놓여진 몇 개의 우편물이
 눈에 띈다. 우편물들 하나하나 확인하는 지훈.
 그중, 발신인 없이 타자로 ‘국과수 윤지훈 법의관 앞’이라고 적힌 우편물이
 눈에 띈다. 뭐지? 편지를 뜯어서 안을 보면, 빛바랜 1991년 신문기사
 가 오려진 채, 들어져 있다. 기사 보면 ‘국내 굴지 대기업 중견간부들의
 죽음‘이란 헤드라인과 함께 기사의 중간중간부분 지훈의 시선으로 보여진다.
 대기업 중견간부 다섯명이 한달새에 교통사고, 실족사, 급성 심근경색,
 고혈압성 심질환, 익사로 연이어 죽음을 당해..../
 타살이라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과연 자연사인가, 타살인가.. 사건은 미궁속으로 빠졌다/
 라는 사진도 없는 짧은 기사다.
 지훈, 뭐야? 누가 보낸거지? 기사의 앞뒤와 편지봉투를 살펴보지만,
 누가 보낸 건지 모르겠다.
 그때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다경, 들어온다.

다경  부검준비 끝났는데요.

 지훈, 알았다는 듯 보고는 기사를 함께 온 우편물들과 함께 책상한켠으로
 치워놓는다.

씬/15 D, 국과수 부검실

 부검준비를 하고 있는 완태, 재영, 성진.
 그때, 부검실쪽으로 들어온 숙주, 슥 둘러보다가 갑자기 성진의 손을
 휙 들어서 시계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성진  (놀라서)왜 이래요?
숙주  이건 아니고..

 숙주, 고개 갸웃하고는 완태의 손을 다시 잡고 둘러보는

완태  (뺄려고 하는)이 여자가 왜 이래? 왜 남의 손을..
숙주  (손을 놔주면서 갸웃)..진짜 어디서 봤는데..
완태  뭐가?
숙주  그 방송에서 20년전 의문사가 어떻고 저떻고 인터뷰 한 사람이
  차고 있던 시계 말야. 아무래도 눈에 익어서..
성진  시계요? 시계를 차고 있었어요? 
숙주  그렇다니까! 두고봐. 내가 꼭 찾아낼테니까..
  안 그래도 미군 사건에서 국과수가 부검조작했느니 안했느니,
  분위기가 초상집인데.. 누가 그딴 인터뷰를 한 거야?
완태  근데, 재영이 시계는 왜 안봐?

 순간, 시선 마주치는 재영과 숙주. 재영, 시선 돌리고..
 숙주도 좀 뻘쭘하지만

숙주  장재영 선생이 그런 인터뷰 할 사람이에요?
완태  이거 아무래도 이상해. 혹시 홍숙주선생님, 짝사랑이 재영이한테
  .. 옮아간건 아니지?
성진  아유, 설마.. 재영이 홍숙주선생님 조카뻘이에요. 사람이 양심이
  있지.

 순간, 숙주와 눈 마주치는 성진. 싸늘한 숙주의 시선에...

성진  아니..내가 뭐.. 잘못 말했어요?
숙주  (괜히 울컥해서)내가 암튼 이 인터뷰한 인간 잡으면 아주 아작을
  내버릴 줄 알어!

 숙주, 열받은 얼굴로 나가다가 부검실로 들어서던 지훈, 다경과 마주친다.
 
숙주  (지훈에게)잠깐, 실례좀 합시다.

 하고는 지훈의 시계찬 손을 들어서 살펴보고는
 
숙주  이것도 아니네.

 영문을 모르는 지훈의 손을 쿵 놓고는 나가버린다.
 뭐야? 하는 시선으로 숙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지훈과 다경.

다경  왜 저러세요?
완태  몰라요. 20년전 의문사사건 인터뷰한 사람 찾는다고 저러잖아요.

 지훈, 다경.. 뭔 소리야? 하는 얼굴로 보다가 부검대옆으로 다가온다.
 지훈, 시신의 외상을 일단 살피는데

다경  아, 선생님. 모레였던 서부분원 출장, 내일로 앞당겨졌어요.
지훈  (시신 외상 살피며)알았어. (고개들고)부검 시작하죠.

씬/16 D, 남부 지방 검찰청 건물 밖.

 아침. 서울 지방검찰청에 비해, 한적하고 작은 규모의 남부지청 건물 앞
 출근하는 듯,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무표정한 얼굴로 건물을 휙 바라보는
 우진. 또각또각 건물안으로 들어가는 우진의 모습위로

직원(소리) 이번에 내려온 검사가 그렇게 대쪽 검사라며?

씬/17 D, 남부지청 복도 일각

 커피를 마시면서 직원과 얘기중인 여직원.

여직원  그럼요. 저번달에 있었던 그 미군총기사건을 파헤친 검사잖아요.

 그때 복도 저편에서 걸어오는 우진을 발견하고,
 깍듯하게 인사하는 직원들. 우진, 까딱 목례를 한 뒤,
 자신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여직원  정말.. 정우진 검사님.. 너무 멋지지 않아요?

씬/18 D, 우진의 사무실

 예전에 비해, 훨씬 더 규모가 작은 지방검찰청 사무실.
 가방을 내려놓고, 책상에 툭 앉는 우진, 뭔가 생각에 빠진다.

 -인서트
 10부, 우진에게 얘기하는 최중섭.

최중섭  니 양심은 지킬 수 있겠지만, 니 옆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을거다.
  평생 배신자로 낙인 찍혀서 한직으로 돌다가 검사복 벗을 수도 있어.
  각오가 돼있나?
우진  (보다가)예. 꼭 이 사건 밝혀내고 싶습니다.

 다시 회상에서 돌아오면, 우진 미치겠다는 얼굴이다.

우진  내가 미쳤지, 미쳤어. 쫌만 참았으면 될걸.
  아우.. 이놈의 입!

 머리를 부여잡으며 괴로워하다가, 다시 일하자 하는 눈빛으로 책상위의
 현장사진들을 본다. 현장사진, 김규철이 떨어져 죽은 바로 그 현장이다.

씬/19 D, 한영그룹 연구단지 일각

 전씬의 현장사진에서 서서히 현실의 장소로 오버랩되는 화면.
 12씬과 동장소, 폴리스 라인과, 시신이 떨어진 지점을 마킹해놓은
 자리로 천천히 들어서는 우진. 고개를 들어서 김규철이 떨어진 걸로
 보이는 옥상 난간을 바라보는데..
 뒤쪽에서 들려오는 이한의 목소리.

이한(소리) 자살은 확실한 것 같은데.. 자꾸 뭐가 켕기죠?

 이한의 목소리에 놀라서 돌아보는 우진, 보면 뒤쪽에서 다가오는 이한이다.

이한  일주일간격으로 같은 회사에 다니던 중견간부 셋이 차례로 죽었다.
  한명은 교통사고, 한명은 급성 심장마비, 또 한명은 자살로
  추정되는 추락사. 좀 수상하긴 해요. 그죠?
우진  뭐에요?
이한  뭐긴 뭐에요. 업무대리발령 받고 내려온 꼴통 최이한 형사죠.

 우진, 가만히 다가오는 이한을 바라본다.

이한  (위를 바라보며)진짜 높은 데서 떨어졌네.
우진  ...이 사건 자원한 거에요?
이한  예.
우진  (멈춰서서 본다)근데.. 왜 자꾸 따라다녀요? 혹시.. 정말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정말 나 좋아해요?
이한  예.
우진  (말문이 막혀서 본다)
이한  사람, 단순하긴.. 내 얘기를 믿어요? 농담입니다.
우진  (썰렁하고 한순간 무안해서)뭐 그런 걸 농담이라구 해요?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이한  이제 농담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저기서 떨어져 죽은 김규철 부검 오늘이라면서요.
  부검참관 안하실꺼에요?

씬/20 D, 서부분원 외경

 ‘국과수 서부분원’이라는 푯말 보여진다.

씬/21 D, 서부분원 부검실

 남부분원과 비슷한 분위기의 소규모 부검실로 들어서는 우진과 이한.
 부검대위에 눕혀진 김규철의 시신. 연구사들이 부검을 준비중이다.
 아직 법의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우진  법의관은 아직 도착 안했어요?

 그때 탈의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지훈  지금 도착했어.

 우진, 이한 보면 작업복을 걸친 채, 걸어나오는 지훈과 다경이다.
 
이한  (다경보고 반색)이게 누구야! 고다경 선생님 아니에요!
다경  (반가워하며)어! 최경사님, 어떻게 여기 계세요?

 이한,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경을 포옹하면서 인사한다.
 지훈과 우진, 그런 모습을 뭐야? 하는 시선으로 보는..

이한  (떨어지며)여기 출장 온 거에요?
다경  예. 잘 지내셨어요?
우진  (얘들 왜 이렇게 친해? 하는 시선)
지훈  (힐긋 보고는 다경에게)놀러 왔어?

 다경, 지훈의 한 마디에 기분 가라앉는 듯 아이구.. 하는 시선으로
 지훈 따라 부검대쪽으로 향한다.
 우진과 이한은 가이드라인 너머에서 두 사람을 바라본다.
 지훈, 외상을 살펴보면서

지훈  발견장소와 상황은?
우진  피해자가 일하던 연구단지에서 발견됐어.
  추락을 목격한 경비원들 말로는 누가 고의로 밀었다던가 하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대.

 지훈, 추락으로 인한 다발성 손상을 입은 김규철의 시신을 바라본다.

연구사  시작할까요?
지훈  오늘 집도의는 내가 아니에요. (다경을 본다)니가 해라.
다경  에?
지훈  언제까지 어시스트만 할꺼야? 니가 해.

 우진과 이한, 지훈과 다경을 본다.
 
다경  (보다가 얼굴 환해지는)정말.. 제가 해도 되요?
지훈  싫으면 말구.
다경  아뇨! 하겠습니다!

 메스를 들고, 부검대 옆에 서는 다경.
 지훈, 팔짱을 끼고 옆에 서서 다경을 본다.

지훈  추락사 역시 일반 부검과 똑같은 방식으로 하면 돼.
다경  알겠습니다. (시신을 내려다보다가) 부검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연구사들과 묵념을 한 뒤, 눈을 뜨는 다경.
 메스를 김규철의 시신에 갖다댄다. 처음 부검을 할때와 틀리게
 이제는 많이 안정되어 있다. 지훈을 다시 한번 보고는 시신을 바라보며

다경  절개 시작.

씬/22 D, 몽타쥬

 집중해서 부검에 몰입하는 다경의 모습위로 지훈이 옆에서 설명하는
 목소리 깔린다.

 -절개하고, 내장을 적출하는 다경.
 다경을 지켜보며 설명해주는 지훈.

지훈  추락사의 경우, 사지골절 및, 내부장기가 모두 파열되 있는 경우가
  많아. 폭행이나 둔기에 의한 손상과는 확연히 다르지.
  (메스 다시 똑바로 쥐어주며)메스 똑바로 잡아. 손 베이고 싶어?

 다시 메스잡고 내장샘플을 자르는 다경.
 -시신을 뒤로 돌린 뒤, 뒤쪽을 절개하는 다경.
 지훈 설명해준다.

지훈  특히 척추 골절로 인한 사망이 많은데, 척추골절이 의심될 땐,
  경추부검사는 필수야. 근육을 층별로 절개, 박리해서 각 관절을
  관찰해 보면 돼.

 -시신의 손 부분을 살펴보는 다경.

지훈  다른 부검도 마찬가지지만, 추락사의 경우, 시신의 외관을
  특히 잘 살펴봐야해. 외관에서 드러난 외상에서 자, 타살을
  감별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를 발견할 수 있어.
 
 -그런 다경과 지훈의 모습을 지켜보는 우진과 이한의 모습.
 -메스를 내려놓으면서 땀을 닦는 다경. 휴.. 심호흡을 한 뒤, 연구사들을 본다.

다경  봉합하세요.

 그런 다경을 보면서 미소지으며 소리안나게 박수쳐주는 이한.

씬/23 D, 서부분원 내, 휴게실.

 작업복 차림의 다경과 지훈, 우진과 이한이 서고 앉고 편안한 자세로
 마주보고 있다.

우진  (다경보며)부검결과는요?

 다경을 바라보는 우진과 이한, 지훈.

다경  정황증거를 좀 더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진, 가방안에서 태블릿 피씨를 꺼내서 클릭클릭한 뒤,
 다경에게 건넨다. 다경, 태블릿 피씨를 받아서 보는데,
 가장 첫 번째로 교통사고로 죽은 구영훈 상무이사의 현장사진이다.

다경  ..이건 오늘 부검한 김규철케이스가 아닌데요.
우진  이 사람은 김규철과 함께 일하던 구영훈상무이사에요.
  김규철이 죽기 일주일전에 교통사고로 숨졌죠.

 -인서트 컷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구영훈의 모습.

우진   그 사람 뿐만이 아니에요.
  구영훈, 김규철과 함께 일하던 장일태이사가 레스토랑
  화장실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숨졌죠.

 -인서트 컷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발견된 장일태의 모습.

지훈  같은 회사를 다니던 중견간부들이 연속 의문사를
  당하고 있단 얘깁니까?
이한  교통사고, 급성 내인사, 자살.. 사인도 사망장소도 모두 틀리지만,
  우연치곤.. 너무 이상하잖아요.

 가만히 듣고 있는 지훈, 표정이 서서히 굳는다.

다경  구영훈과 장일태의 부검결과는요?
우진  (고개 젓는다)구영훈과 장일태의 부검결과에선 타살이란 증거는
  나오지 않았어요.
  김규철의 시신이 유일한 증거에요. 김규철의 부검결과가 중요해요.
다경  ....(우진을 보다가)김규철이 죽었다는 현장을 한 번 보고 싶어요.
  좀 더 이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나서.. 부검소견을 말씀드릴께요.

 우진과 이한, 다경을 본다.
 그때, 불쑥 입을 여는 지훈.

지훈  그런데... 그 사람들이 다녔다는 회사, 어디야?

 우진, 가만히 지훈을 본다.

우진  ....한영그룹이야.

 지훈, 순간 얼굴이 굳는다. 그런 지훈의 얼굴위로

 -인서트 컷
 지훈에게 배달된 편지. 그 안에서 발견된 20년전의 신문기사.
 ‘대기업 중견간부 다섯명이 한달새에 교통사고, 실족사, 급성 심근경색,
 고혈압성 심질환, 익사로 연이어 죽음을 당해....‘
 신문의 날짜 1991년 12월

 현재로 돌아오면 이한과 다경, 이상한 듯 지훈을 본다.

이한  왜요? 뭔가 짚히는 데가 있어요?
지훈  (생각하다가 다경보며)이건 니 사건이니까, 마무리 하고 올라와.
  난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

 말릴 새도 없이 휴게실을 나서는 지훈.

이한  왜 저래요?
우진  ...지훈선배, 돌아가신 아버님이 한영그룹에서 일하셨어요.

 다경, 처음 듣는 지훈의 과거에 좀 맘이 안 좋은 듯 표정이 가라앉는다.

이한  현장 나가죠.
  윤지훈 선생님 말씀대로 이 사건 빨리 마무리 해봅시다.
  
 일어나는 다경, 우진, 이한. 

씬/24 D, 한영그룹 연구원 외경

씬/25 D, 씨씨티브이 분석실.

 어두운 씨씨티브이 분석실에 앉아있는 이한과 다경.

이한  김규철 팀장이 추락할 당시의 화면이에요.

 사고당시 씨씨티브이 화면을 검색해서 보여주는 이한.

 -씨씨티브이 화면
 연구단지 빌딩 중앙에 위치한 야외정원을 비추는 화면.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씨씨티브이 화면안으로 어렴풋이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김규철 팀장의 뒷모습. 비틀비틀 걷고 있는데
 그 모습이 아픈건지, 아니면 뭔가 충격을 받고 정신줄을 놓은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
 그렇게 비틀비틀 걷던 김규철 팀장, 야외정원, 난간쪽으로 다가간다.
 그러다가 순간, 난간너머로 떨어진다. 

 현재로 돌아오면,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던 다경,

다경  저기, 조금 아까 걸어가는 부분 좀 보여주세요.

 이한, 다시 뒤로 돌리고는 비틀비틀 걸어가는 부분부터 다시 플레이 시킨다.

다경  걸음걸이가..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꼭 술 취한 사람 같지 않아요?
이한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술이 취했을 수도 있고,
  어디가 안 좋을 수도 있고,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도 있고..
 
 다경, 아직도 뭐가뭔지 감이 안 서는 듯 화면을 바라보다가

다경  김규철 주변 사람들 증언은 받으셨어요?
이한  이제부터 시작해야죠.
다경  ...저도 같이 가면 안되요?
이한  뭐야. 이젠 경찰짓까지 하시겠다?
다경  벌써 세명이나 죽었다면서요.. 형사님 말씀대로 타살이 맞다면,
  빨리 증거를 찾아야 되잖아요.. 작은 거라도 알면 도움이 될 것 같   아서요.
이한  뭐, 그래요.

씬/26 D, 납골당 일각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 천천히 납골당 안으로 들어서는 지훈.
 뚜벅뚜벅뚜벅 적막한 공간속으로 걸어가다가 한 개인단앞에 멈춰선다.
 간결하면서도 정성스럽게 꾸며진, 지훈부의 개인단.
 40대 초반의 넉넉한 인상으로 웃고 있는 지훈부의 사진.
 그리고 ‘故 윤영진’이란 이름이 적혀져 있다.
 가만히 미소를 짓고 있는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보는 지훈.
 
씬/27 D, 20년전 국과수 부검실. (지훈의 회상)

 과거의 부검실로 들어서는 정병도.
 부검대 위에 누워있는 지훈부. 부검대 옆에는 형사와 중학생이었던
 지훈이 서 있다.
 너무 어린 유가족의 모습에 멈칫하다가 다가오는 정병도.
 챠트를 확인하는 정병도에게 형사가 다가와서

형사  북한산에서 발견됐습니다. 등산로에 오가던 증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갑자기 벼랑 아래로 몸을 던졌답니다.
  자살로 추정됩니다.
어린지훈 자살 아니에요!

 어린 지훈을 보는 정병도와 형사.

어린지훈 (눈에 눈물이 가득차서 노려보며)우리 아버지, 자살할 사람
  아니에요!!

 그런 지훈을 가만히 바라보는 정병도.

씬/28 D, 20년전 국과수 복도(지훈의 회상)

 지금과 달리 어둡고 습한 느낌의 국과수 복도
 의자에 앉아있는 어린 지훈에게 다가오는 정병도.
 지훈, 고개 들어서 정병도를 바라보면

정병도  니 아버지 부검이 끝났다... 결과를 듣고 싶니?

씬/29 D, 20년전 국과수 부검실

 부검실로 들어오는 정병도. 그 뒤를 따르는 어린 지훈.
 부검대 위에 하얀천으로 덮힌 지훈부의 시신이 누워져 있다.

정병도  ...준비 됐냐?
어린지훈 (고개 끄덕)

 정병도, 하얀천을 걷고, 지훈부의 시신을 보여준다.
 어린지훈, 시선 떨린다.
 정병도, 지훈부의 손을 어린 지훈에게 보여준다.
 손에, 손톱에 피가 묻어있고, 손엔 온통 잔 나뭇가지들과 흙으로 가득하다.

정병도  너네 아버진 살려고 하셨어. 안 떨어지려고, 살아 남으려고
  추락하는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으신거야.
  너네 아버진 가족을 버리신 게 아냐.
  
 그 손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 떨어뜨리는 지훈.

씬/30 D, 정병도의 집, 작은 방

 지훈이 쓰던 방을 청소하고 있는 정병도,
 팔을 걷어부치고, 책상위를 걸레질을 하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벨.
 발신인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지으면서 전화를 받는다.

정병도  웬일이냐?
지훈(소리) 뭐하고 계셨어요?
정병도  그냥 심심해서 책이나 보고 있는 중이다.

 납골당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지훈과 집에서 전화를 받는 정병도의
 모습 교차되서 보여진다. (납골당의 지훈의 모습은 클로즈업되서 얼굴만 보여지는)

지훈  .....
정병도  (지훈이 말이 없자 이상한 듯)여보세요? 여보세요.. 지훈아.
지훈  예..
정병도  ...무슨 일 있니?
지훈  그게... 뭐 하나 여쭤볼 게 있어서 전화드렸는데요.
정병도  그래, 얘기해.
지훈  ....우리 아버지 말이에요.
정병도  ....(얼굴 서서히 굳는)
지훈  혹시 말이에요..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뭔가 이상한
  점은 없었나요?
정병도  .....
지훈  그러니까.. 같은 회사를 다니던 사람들 중에 교통사고나,
  급성 내인사나.. 그런걸로 죽은 사람들, 없었어요?
정병도  ....
지훈  아니에요. 괜한 걸 여쭤봤네요.
정병도  없었다.
지훈  ...
정병도  그런 건 없었어.   
지훈  .....
정병도  ......

 서로 가만히 전화기를 들고 있는 두 사람.

지훈  .. 알겠습니다. 다음주 쯤에 시간내서 한번 찾아뵐께요.
정병도  ..그래.. 그때 보자...

 천천히 전화를 끊는 정병도..
 가라앉는 시선. 가만히 돌아서다가.. 시선에 뭔가가 들어온다.
 중학생 때 지훈이 조각도로 새겨놓은 글씨
 ‘우리는 오로지 과학적인 진실만을 추구한다’

씬/31 D, 납골당

 역시 전화를 끊는 지훈의 모습에서 서서히 빠지면,
 지훈부의 개인단의 이름이 새겨진 부분을 바라보고 있는 지훈. 
 ‘故 윤영진  1950, 1, 7 ~ 1991, 12 , 1’
 1991년이란 숫자.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의구심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정병도를 믿는다. 그런 의심을 떨쳐버리려는 듯,
 돌아서서 걸어간다.

씬/32 D, 한영그룹 1층 카페테리아

 카페테리아에 30대 초반의 여자연구원인 한태주와 마주앉아 있는
 이한과 다경. 한태주, 속이 안 좋은 듯 얼굴표정이 좋지 않다.

이한  구영훈 상무, 장일태 기획실장, 김규철 연구팀장과 같은 팀원이셨죠?
태주  예.
다경  (안색을 살핀다)그런데..어디 안 좋으세요?
태주  임신초기라 좀 몸이 안 좋네요.  
이한  아.. 최대한 빨리 끝내드릴께요.
  돌아가신 세 분과는 어떤 관계였나요? 
태주  김규철 연구팀장님과는 같이 일한지 5년정도 됐어요.
  다른 분들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처음으로 같이 일하게 됐구요.
  (좀 불안하다)근데.. 그 세분.. 정말 어떻게 된 거에요?
  갑자기 세분이 차례대로 돌아가셔서.. 회사내에선
  자꾸 이상한 소문이 돌아요.
이한  소문이요?
태주  ...돌아가신 선대 회장님 귀신이 세분을 죽인 거라고..
다경  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선대회장님 귀신이요?
태주  (주변을 둘러보며)사실.. 이건 돌아가신 구영훈 상무님께 들은
  얘긴데요. 20년전 쯤에 선대회장님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대요.
  주식지분 때문에 선대회장님과 맞서던 임원들이 하나둘씩
  다 죽었다는 거에요. 
이한  (눈빛 반짝하는)
태주  그런데 이번에 회장님 돌아가시고 아드님인 정차영이사가 대표로
  취임했는데.. 경영권을 승계받으면서 불법증여를 자행했다고
  임원진들하고 사이가 좀 안 좋았거든요.
  그 중에서 특히 돌아가신 세 분하고는 앙숙처럼 지내셨어요.
이한  ..정차영 대표이사요?

씬/33 D, 검찰청, 우진의 사무실

 우진, 테이블위에 김규철 사건의 증거물들을 모두 쏟아놓고,
 살펴보고 있다. 그 중, 수첩 하나를 열어보는 우진.
 수첩의 가장 뒤쪽 이름을 쓰는 란에 김규철이란 이름이 적혀 있다.
 뒤쪽에서부터 수첩 앞쪽을 휘리릭 넘기면서 살펴보는 우진.
 스케쥴란에 시선이 머문다. 죽던 2월 1일(날짜는 바꿔도 상관없습니다)
 스케쥴 오전 10시 회의.... 오후 여덟시, 정차영 대표이사 미팅이라고
 적혀 있다. 그 전 스케쥴들도 다 확인하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문을 열고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우진  남부지청, 정우진인데요. 김규철 전에 죽은 구영훈과 장일태,
  개인 물품들 증거물실에 있나요?
  예.. 모두 제 사무실에 갖다줬으면 좋겠는데요.

씬/34 D, 한영그룹 카페테리아.

 태주와 마주앉아 있는 이한.

이한  정차영대표이사란 사람, 어떤 분이죠?
태주  (생각하다가 쓴웃음 지으며)회사 대표이사를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인간 말종이에요.
  (하다가 구토가 나오는 듯 인상을 찌푸린다)
다경  괜찮으세요?
태주  (힘들지만)참아야죠. 다 우리 아이를 위한건데..
  그런데.. 오늘은 좀 심하네요.. 죄송한데..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면
  안될까요?
이한  예..

 일어나는 태주를 걱정스럽게 보는 다경.

다경  괜찮으세요?
태주  예.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인사를 한 뒤, 창백한 얼굴로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태주, 좀 비틀거린다.
 이한과 다경, 그런 태주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다가, 마주앉아 있던
 테이블을 보면 태주의 수첩이 놓여져 있다.

다경  어! 이거!

 수첩을 다급히 집는 다경, 이한 재빨리 엘리베이터로 다가가지만,
 이미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떡하나? 보다가 바로 태주가 탄 엘리베이터에서 가장 멀리 있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한다.

이한  저거 타고 올라가면 되겠네.

 그 말에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뒤, 태주를 따라 올라가는 이한과 다경.

씬/35 D, 엘리베이터 안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뒤

이한  (혼잣말로)연구팀이... 13층이였나?

 13층 버튼 누른 뒤, 기다리는 이한과 다경. 정적이 흐른다.
 1,2,7,10 점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씬/36 D, 13층.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내리는 이한과 다경.
 아무 생각없이 태주가 탔던 엘리베이터쪽으로 돌아서는데, 얼굴빛이 굳는다.
 둘의 시선으로 엘리베이터쪽을 보면 하얀 손 하나가 열린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보인다. 서서히 닫히다가 그 손에 걸려서 다시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이한과 다경, 놀라서 달려가서 보면,
 엘리베이터 안에 눈을 반쯤 뜬채 죽어 있는 태주.
 이한, 충격에 너무 놀라서 그런 태주를 바라본다.
 다경도 놀라서 수첩 떨어뜨리고, 재빨리 다가가서 태주의 맥박을 체크해
 보다가 눈빛 굳는다.

다경  (망연자실한 얼굴로 이한 보는)....죽었어요.

씬/37 D, 검찰청, 우진의 사무실

 경찰이 증거물품들을 우진의 테이블에 갖다놓고 우진에게 경례한 뒤
 나간다. 우진, 구영훈이란 택이 붙은 증거물품 봉투를 뒤지다가
 수첩을 발견한다. 사건조서에서 구영훈이 죽은 날짜를 찾는 우진.
 1월 15일이다. 스케쥴란에서 1월 15일을 찾는 우진. 가장 마지막 스케쥴
 오후 여덟시 회의... 그 전으로 올라가면 오후 세시, 서울 본사,
 정차영 대표 미팅이라고 적혀 있다.
 장일태란 택이 붙은 증거물품에서 역시 수첩을 빼는 우진.
 장일태가 죽은 날짜를 사건조서에서 확인하면 1월 22일.
 22일의 장일태의 스케쥴을 확인하면 10시부터 빼곡하게 적힌 스케쥴
 가장 마지막은 역시 오후 다섯시, 본사 정차영대표 미팅이다.  

씬/38 D, 13층.

 엘리베이터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태주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경찰들.
 엘리베이터 주위에 몰려든 서너명의 직원들. 놀라서 바라보고 있고..
 바디백에 넣어진 한태주의 시신, 지퍼를 올리는 경찰.
 이동침대에 올려진다.
 넋이 나간 시선으로 그런 태주의 시신을 바라보는 다경.
 이한, 씁쓸한 듯 그 모습을 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태주의 수첩을 들어올린다.
 떨어지는 바람에 중간 부분이 열려 있는..
 한 장, 두 장 넘기다가 마지막 스케쥴이 있는 곳에서 멈춘다.
 한태주의 마지막 스케쥴. 오후 2시 정차영 대표님 미팅이라고 적혀있다.

씬/39 N, 국과수 본원 외경

씬/40 N, 국과수, 지훈의 사무실

 컴퓨터 앞에서 부검소견서를 작성중인 지훈.
 그때 똑똑 노크소리.

지훈  들어오세요.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다경.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하지만,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지훈  왜 그래?
다경  ...(가만히 보다가)한 명이.. 더 죽었어요.

 지훈, 보일 듯 말 듯 얼굴 굳는다.

다경  바로 내 눈앞에서 죽었어요..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던 단 몇 초만에
  생생하게 살아있던 사람이 죽어버렸어요...
지훈  (보다가) 자신 없으면, 이 사건 나한테 넘겨..
다경  (보다가) 아니요.. 제가 하겠습니다.
지훈  개인적인 감정은 잊고, 천천히 이성적으로 살펴봐.
  어딘가 분명히 증거가 남아있을거야.

 지훈을 바라보는 다경.

씬/41 N, 다경의 사무실

 다경, 사무실에 들어와서 책상에 앉는다.
 기운 내자는 듯 심호흡을 하고 난 뒤, 가방안에서 김규철의
 현장사진과 부검사진들을 꺼내놓고 살펴보기 시작한다.

씬/42 N, 지훈의 사무실

 다경이 나가고 난 뒤, 가만히 생각에 빠져 있는 지훈.
 천천히 서랍 안에서 뭔가를 꺼내서 바라본다.
 지훈에게 온 과거의 신문기사다.

씬/43 N, 국과수 문서보관실

 어두운 문서보관실 안으로 들어서는 지훈.
 불을 켜면, 하나둘씩 불이 켜지면서 줄줄이 배치되어 있는 캐비넷들이
 눈에 들어온다. 뚜벅뚜벅 2011~2005년, 2005년~2000년, 1999~1995년
 그리고 1995~1990년이라고 적힌 서고 앞에 멈춰서는 지훈.
 좁고 길게 나 있는 캐비넷 사이의 복도(?)를 바라보는 지훈.
 복도안쪽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는 지훈.
 가장 마지막 쪽에 1991년이란 년도가 적혀 있다.
 캐비넷 서랍위쪽에 표시된 월별표기를 보다가, 가장 마지막 12월이라고
 표시된 서랍을 여는 지훈. 안쪽에 빼곡이 정리된 부검소견서 파일들을
 하나씩 넘기면서 한영그룹과 관련된 부검소견서를 찾기 시작하는 지훈.
 그러나, 그 어디에도 한영그룹과 관련된 부검소견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때, 들려오는 이명한의 목소리.

이명한(소리) 뭐.. 찾는 거라도 있나?

 지훈, 놀라서 쳐다보면 이명한이 캐비넷, 가장 끝쪽에서 지훈을 보고 있다.

지훈  ....절 감시라도 하시는 겁니까?
이명한  내가 자넬 감시해야 할 이유가 있나?

 지훈, 이명한 보다가 쾅 캐비넷 문을 닫고 뚜벅뚜벅 걸어서
 이명한을 지나치려는데

이명한  뭘 찾는 지 모르겠지만... 관두게.
지훈  (본다)
이명한  자넬 위해서.. 국과수를 위해서..관둬.
지훈  (이명한의 말뜻이 이해가 안간다)도대체 무슨 말씀 하시는 겁니까?
이명한  때론 들춰선 안되는 비밀이란 게 있는 법이야.
지훈  ....내가 뭘 찾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죠? 그런 거에요?
이명한  ...자넨 아무것도 몰라. 자네 선배들이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국과수를 위해 싸워왔는지..
지훈  ...도대체 20년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이명한  ....
지훈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찾아내고 말거니까..

 지훈, 몸을 돌려서 문서보관실을 나간다.
 홀로 남겨진 이명한, 가만히 생각에 빠진다.

씬/44 N, 국과수 , 다경의 사무실

 스텐드를 켜놓고 김규철의 외상사진을 살펴보고 있는 다경.
 졸립고 힘들다.

씬/45 N, 국과수 복도 일각

 자판기 커피를 들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오던 다경.
 저 앞쪽에서 걸어오는 구성태와 마주친다.

다경  안녕하세요.
구성태  어, 고선생, 출장은 잘 다녀왔어?
다경  예.

 하는데, 뒤쪽에서 걸어오는 숙주, 구성태를 보고 다가오더니
 다경, 인사할 틈도 없이 구성태의 손목을 확인한다.

구성태  왜 이래?
숙주  (시계가 없다)선생님, 시계 안 차고 다니세요?
구성태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숙주  아.. 진짜, 도대체 누구였지? 분명히 봤는데..
다경  도대체 어제부터 뭘 찾으시는데요?
숙주  그 다큐멘터리 인터뷰한 놈 찾고 있어.
  국과수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말야.
구성태  (한심하다)제발 그런 것 좀 신경쓰지 말라니까 그러네.. 아 참..

 구성태, 혀를 차면서 멀어지고.. 숙주도 갸웃하면서 걸어가려는데
 다경, 호기심이 이는 듯
 
다경  다큐멘터리요? 어떤 다큐멘터리요?
숙주  자기 못 봤어? 국과수 관계자라고 어떤 놈이 나와서
  20년전 대기업 의문사 사건을 국과수에서 다 부검조작을 했다구
  그랬다니까

 다경, 아..그래요? 하다가.. 문득 뇌리에 남는 목소리.

 -인서트 컷
 다경과 이한에게 불안한 얼굴로 얘기하던 태주.

태주  20년전 쯤에 선대회장님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대요.
  주식지분 때문에 선대회장님과 맞서던 임원들이 하나둘씩
  다 죽었다는 거에요. 
 
 현실로 돌아오면, 다경 숙주에게

다경  그 대기업 이름이 뭐였대요?
숙주  다큐에 실제 기업이름을 쓰겠어? 그냥.. H모 그룹이라구 하던데..

 H모 그룹이란 말에 눈빛 반짝이는 다경.

씬/46 N, 다경의 사무실

 숙주에게 음료수를 권하는 다경.

다경  20년전 H모 그룹에서 연속 의문사가 있었는데, 다 자연사처리가
  됐다구요?
숙주  그래.. 누군지 찾아내면 아주 아구창을 한 대 퐉!
다경  인터뷰 한 사람이 어떤 시계를 차고 있었어요?
숙주  그게.. 동그란 모양에, 초록색이였거든(시계 모습은 어떤걸로
  찍었는지 몰라서.. 일단은 써넣어봅니다)
  분명히 어떤 남자가 차고 있었던 게 기억 나는데..
  누군지가 기억이 안나...

 다경의 눈빛, 뭔가 생각에 빠지는...

 -인서트 컷(다경의 회상)
 -부검실 앞,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는 누군가.
 수건으로 손을 닦고 어디론가 향한다.
 그 앞을 지나가던 다경, 세면대 위에 놓여진 숙주가 말한것과 똑같은
 시계를 발견하고 누군가를 향해 소리친다.

다경  시계, 놓고 가셨는데요.

 걸어가던 누군가 뒤를 돌아본다. 주인혁이다.
 다가와서 시계를 가로채듯 가져가는..
 그런 인혁을 바라보던 다경의 모습.

 현재로 돌아오면.. 생각에 빠져있던 다경.

다경  ...동그란 모양에.. 초록색.. 시계줄은.. 금색이었어요?
숙주  어떻게 알아? 자기도 알아?
다경  (생각에 빠져있다가)아..아뇨.. 잘 모르겠는데요.
숙주  혹시 앞으로도 그런 시계찬 사람 발견되면 나한테 바로 신고해.
다경  예.

 숙주,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다경  저기, 혹시 주인혁선생님은 어디로 가셨는지 혹시 아세요?
숙주  주인혁 선생? 상문대 법의학교실에 부교수로 출근중이라고 하던데?

씬/47 D, 남부지청, 우진의 사무실.

 핸드폰으로 통화중인 우진.

우진  지금 한영그룹 정차영 대표에 대한 불법증여에 관해서 자료를
  검토해 보고 있어요.

 우진, 통화하는 중에 우진의 사무실 책상위에 산더미같은 자료들을
 올려놓는 여직원.
 
여직원  다트에서 뽑은 한영그룹 년도별 주식보유현황자료입니다.
우진  (통화중에 잠시)수고했어요.

 여직원 깍듯하게 인사하고 나간다.

우진  최경사님은 정차영대표, 주변인물들에 대해서만 조사해 주세요.
이한(소리) 예, 알겠습니다.
우진  (전화 끊으려다가)잠깐만요!
이한(소리) 왜요?
우진  괜한 짓 하지 말아요.
이한(소리) 뭔 괜한 짓이요?
우진  정차영대표를 직접 만난다던가 해서 괜히 들쑤시지 말라구요.
이한(소리) 당연하죠. 그럼 수고!

 끊긴 전화보는 우진.

우진  아, 이 꼴통.. 믿을 수가 있어야지..

씬/48 D, 거리일각

 행인들이 오고가는 거리에 서서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는 이한.
 어떤 건물안으로 들어간다. 건물 앞에는 ‘한영그룹 본사’라고 적혀 있다.

씬/49 D, 한영그룹, 대표 비서실.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들어서는  이한을 보고 일어서는 비서.
 
비서  무슨 일이시죠?
이한  송파서 강력계 최이한 경산데요.
  한영그룹 연구단지에서 벌어진 연속 의문사사건과 관련해서
  정차영대표님께 몇 가지 여쭤볼게 있어서 왔습니다. 
비서  선약이 있으신가요?
이한  잠깐이면 되요.

 그때, 비서실에서 대표이사실로 연결되는 문 열리면서
 고급양복을 걸친 중년의 사내가 이마에서 피를 흘리면서 나온다.
 놀라서 보는 이한.

비서  (당황하는)저..전무님..

 전무라는 말에 놀라서 다시 한번 사내를 보는데, 사내 역시
 외부인이 있었을리는 몰랐던 듯, 당황해서 이마를 가리고 비서실을 나간다.
 그때 안에서 울리는 인터폰.

비서  (전화를 받으며)예.. 예, 알겠습니다.
  (전화끊으며)저기, 아무래도 곤란하겠네요.
  대표님이 지금 스케쥴이 있어서..

 그때, 대표이사실 문이 양쪽으로 열리면서 안에서 걸어나오는 사람들.
 호화로운 털코트에 가죽장갑, 가지런히 정돈된 머리형.
 황태자처럼 경호원들을 대동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차갑고 비열해
 보이는 눈빛의 정차영대표 일행이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손수건으로 손에 묻은 핏자국을 닦고 있는 정차영.
 이한을 차가운 눈빛으로 본다.

비서  저, 송파서 형사님이라는데, 한영그룹 연구단지에서 일어난
  사건 때문에 여쭤볼 게 있으시다고..
차영  경비업체 바꿔. 여기가 무슨 동물원이야? 개나소나 들락거려?
  
 이한, 꿈틀해서 보는데, 전혀 개의치 않고 밖으로 나가려는
 정차영 일행. 그런 정차영 앞을 막아서는 이한.

이한  잠깐만요. 방금 저 안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한 것 같은데요.

 차영, 위 아래로 빤히 보다가 주머니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지갑안에
 가득한 수표를 아무렇게나 뽑아서 이한앞에 뿌린다.

차영  됐지?

 이한, 뭐 이딴 경우가 다 있나, 기가막혀서 바라보는..
 정차영, 그런 이한을 지나쳐서 사내들과 함께 나가버린다.

이한  뭐 저딴 새끼가 다 있어? 야!

 하고 뒤따라 나가려고 하는데, 뒤쪽에서 만류하는 비서.

비서  자꾸 소동 피우시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이한, 기막힌 얼굴로 정차영이 나간쪽을 보면서 식식거린다.

씬/50 D, 상문대 법의학과 건물 외곽 주차장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오는 인혁.
 차를 주차시키고 건물쪽으로 걸어가려는데, 저 앞에서 지금까지
 인혁을 기다린 듯한 다경이 인혁을 보고 다가온다.

인혁  웬일이야?
다경  (예의상 건네는)잘 지내셨어요?
인혁  잘 지내는 것처럼 보여?
다경  잠깐 여쭤볼 게 있어서 왔어요.
인혁  시간없어. 강의 들어가야돼.
다경  시간 없으시다니까, 본론만 말씀드릴께요.
  20년전에 일어난 대기업 의문사 사건에 대해서 인터뷰하신 거
  선생님이시죠?

 멈칫하며 다경을 보는 인혁.

다경  말씀해 주세요.
인혁  맞다면?
다경  ...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죠?
  지금 한영그룹에서 20년전과 비슷한 연속 의문사 사건이 일어나고    있어요. 벌써 세명의 피해자가 나왔대요. 뭘 숨기시는 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제에요. 말씀해 주세요.
인혁  (피식 웃는다)뭔가를 숨기는 건 내가 아냐.
다경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인혁  20년전, 진실을 알고 싶으면 정병도 원장에게 물어봐.
다경  정병도..원장님이요?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인혁  내가 왜 그런 인터뷰를 했는지 알아?
다경  ....
인혁  윤지훈.. 윤지훈이 하늘처럼 떠받드는 정병도원장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절망하고 괴로워 하길 바래서라구.
  난 윤지훈 때문에 모든 걸 잃었으니, 그래야 공평하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인혁을 바라보는 다경.

씬/51 D, 남부지청, 우진의 사무실

 수표들이 빼곡하게 증거물 봉투안에 넣어진채, 우진의 책상위에 있다.

이한  그 새끼 그거 뇌물증여죄로 쳐넣어버려요.
  뭐 그딴 새끼가 다 있어?

 우진, 한심한 듯 본다

우진  제가 단독행동 하지 말랬죠.
이한  지금 그게 문제에요? 분명히 그 새끼에요. 걔가 죽인 거라구요.
  다들!
우진  증거 있어요? 정차영이 범인이란 증거는 고사하고, 피해자들이
  타살이란 증거도 없어요.
이한  (답답한 듯 생각하다가)불법증여쪽은 알아봤어요?
우진  선대회장인 정민기회장이 분식회계를 한 정황은 있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해요.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요.
이한  ..... 선대회장이요?
우진  예.
이한  검찰청 데이터에 변사사건 파일 있죠?
  20년전 사건도 다 남아있나요? 
우진  그건 왜요?  
이한  ....죽은 연구원이..그런 말을 했었어요.
  선대회장의 귀신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우진  무슨 헛소리에요. 그런 걸 믿어요?
이한  20년전 선대회장때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대요.
  선대회장과 맞서던 중견간부들이 줄줄이 죽었다고 했어요.

 -시간경과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우진과 이한.

우진  그런데.. 20년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얘기,
  믿을 만한 거에요? 
이한  믿을 만한지 아닌지는 찾아봐야 알죠.

씬/52 D, 국가기록원 외경

 국가기록원이라고 적힌 현판앞에서 건물을 올려다보는 지훈.
 걸어들어가려다 잠시 멈칫한다.

 -인서트 컷
 문서보관실에서 지훈에게 얘길 하는 이명한.

이명한  자넬 위해서.. 국과수를 위해서..관둬. /
  때론 들춰선 안되는 비밀이란 게 있는 법이야.

 잠시 망설이지만, 결심한 듯, 들어서는 지훈.

씬/53 D, 국가 기록원, 국가 기록 열람실 접수대.

 정보공개 청구서를 적고 있는 지훈.
 정보내용 이라고 적힌 란에 잠시 망설이다가, 1991년 국과수 한영그룹
 관련 부검소견서‘라고 적는다.

 -시간경과되면
 열람실 접수대에 청구서를 제출하는 지훈.

직원  (청구서를 보면서)공문 가지고 왔나요?
지훈  아뇨..
직원  공문이 없으면 곤란한데요.
지훈  ...전 그 사건의 이해관계 당사잡니다.
직원  (본다)
지훈  ...그 사건.. 피해자의 아들입니다.

 직원, 지훈이 제출한 서류들 중에서 주민등록 등본을 확인한다.
 부 윤영진, 자 윤지훈이란 주민등록등본이다.
 직원 알았다는 듯 고개 끄덕한다.

씬/54 D, 국가기록원 열람실

 책상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지훈, 직원 한명이 서류를 가지고 와서
 책상위에 놓는다.

직원  말씀하신 자룝니다.

 직원, 돌아서서 사라지고.. 지훈, 책상위에 놓여진 서류철을 가만히 바라본다.
 천천히 서류철을 넘기면, 20년전의 빛바랜 지훈부, 윤영진의 부검소견서다.
 가만히 부검소견서를 바라보는 지훈.
 한 장, 한 장 넘겨간다. 그러다가 윤영진의 부검소견서 다음장을
 넘기는데, 눈빛이 굳는다.

씬/55 D, 우진의 사무실

 자판기 커피잔을 들고 들어오는 이한,
 그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던 우진, 뭔가 발견한 듯, 이한을 부른다.
 
우진  찾았어요.

 이한, 그 말에 재빨리 다가와서 옆에 앉는다.
 컴퓨터 화면을 클릭하는 우진.

우진  최경사님이 얘기한 1991년도 12월에 한영그룹과 관련된
  변사사건 기록이에요.

 클릭클릭하는 우진의 마우스에 따라서 퀵줌되는 화면.

우진  1991년 12월 29일, 한영그룹 비서실에서 일하던 박희정이
  저수지에 빠진채 발견됐어요.

씬/56 D, 국가기록원 열람실

 빠르게 부검소견서를 넘겨가는 지훈의 굳은 눈빛.
 윤영진의 부검소견서 뒤쪽에 함께 보관된 부검소견서들.
 저수지에서 건져낸 박희정의 현장사진이다.
 사건개요를 보면, 박희정의 신상기록, 한영그룹 비서라고 적혀있다.
 떨리는 지훈의 손짓, 부검소견서의 마지막 집도의 싸인을 바라보면
 정병도라고 적혀 있다. 충격에 빠지는 지훈.
 떨리는 손길로 빠르게 다음장으로 넘기기 시작한다.

씬/57 D, 몽타쥬
 
 아래씬들이 우진의 소리, 물리면서 빠르게 교차편집된다.

 -컴퓨터를 클릭하는 우진,

우진  그리고 12월 20일, 한영그룹 기획이사 서영락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국가기록원 열람실의 지훈, 부검소견서를 넘기다가 다음 희생자
 사진에서 멈추면, 자택에서 숨진 서영락의 사진.
 사건 개요에 적힌 피해자의 직업, 한영그룹 기획이사.
 그리고 부검소견서의 제일 마지막의 부검집도의의 싸인, 역시 정병도다.
 그 위로 우진의 목소리.

우진(소리) 12월 17일, 기획부장 박영돈.

 다음장으로 넘기는 지훈의 손길, 다시 멈추면,
 사무실 책상에서 숨져 있는 박영돈의 사진. 역시 부검집도의의 싸인은 정병도다.

씬/58 D, 우진의 사무실

 컴퓨터를 계속 클릭하는 우진.

우진  12월 9일, 전무 정영래가 교통사고로 숨졌어요.
  12월 1일.... (놀라서 눈빛 굳는다)상무.. 윤영진...

 이한, 놀라서 굳어 있는 우진을 의아한 듯 본다. 

이한  왜 그래요?
우진  (가만히 보다가)20년전에 죽은... 한영그룹 상무 윤영진...
  내가 아는 사람이에요.
이한  예? 누군데요?
우진  윤지훈 선배.. 아버님이에요.
이한  !!!

 놀라서 보는 이한을 혼란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우진의 모습.

씬/59 D, 국가기록원, 열람실

 망연자실해서..부검소견서를 바라보고 있는 지훈.
 마지막, 정영래 전무의 부검소견서의 부검 집도의 역시 정병도라고
 적혀져 있다. 가만히.. 부검소견서를 바라보던 지훈,
 쾅! 일어나서 열람실을 뛰쳐나간다.

씬/60 D, 정병도의 집, 거실

 거실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며 힘없이 앉아서
 생각에 빠져있는 정병도. 그때 울리는 전화벨. 지훈이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전화를 받는다.

정병도  여보세요.

씬/61 D, 도로일각

 이어폰을 끼고 차를 거칠게 운전하고 있는 지훈.
 흥분해 있지만, 정병도에 대한 신뢰를 버리고 싶지 않다.
 분명히 뭔가가 잘못 됐을 꺼다.

지훈  원장님. 지금 잠깐 찾아뵐께요. 시간 괜찮으시죠?
  금방 갈께요. 이해가 안가는 일이 있어서 그런데..
  잠깐이면 되요. 괜찮죠?

씬/62 D, 정병도의 집

 핸드폰을 받고 있는 정병도...

정병도  그래.. 와라.. 기다리고 있을게..

 천천히 전화를 끊는다. 가만히 전화기를 바라보는 정병도의 시선.
 눈가에는 후회와 고뇌가 서려있다.
 그때, 누군가 똑똑똑 문을 두드린다.
 천천히 걸어가서 문을 열고 방문객을 바라본다.

씬/63 D, 도로일각

 도로를 달리는 다경의 자동차. 정병도의 집을 향하고 있다.
 그런 다경의 얼굴위로 흐르는 인혁의 목소리.

인혁(소리) 20년전, 진실을 알고 싶으면 정병도 원장에게 물어봐.

 혼란스러운 얼굴로 도로를 달리는 다경의 차.

씬/64 D, 또 다른 도로일각

 역시 달리고 있는 우진의 차. 이한과 우진이 함께 앉아있다.

우진  윤지훈선배 아버지를 부검한 건 정병도 원장님이세요.
  원장님께 여쭤보면.. 이 사건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꺼에요.

 더욱 악셀을 밟는 우진.

씬/65 D, 정병도의 집, 거실

 테이블을 마주하고 누군가와 마주앉아 있는 정병도.

정병도  오래만이군.

 정병도의 시선을 따라 그제서야 보여지는 방문객, 이명한이다.
 (이명한, 넥타이에 넥타이핀을 꽂아주세요)

이명한  예.. 오랜만입니다.
정병도  국과수는... 어떤가? 미군 사건 때문에 타격이 좀 클텐데..
이명한  사실.. 그 문제 때문에 상의를 드리러 왔습니다.
정병도  ...(본다)
이명한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상황이 썩 좋지가 않네요.
  그래서 부탁을 좀 드리려구요.
정병도  ....
이명한  어려운 부탁인데..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정병도, 이명한을 바라본다.
 이명한의 눈빛,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씬/66 N, 정병도의 집 외곽

 어스름, 저녁 무렵.
 천천히 들어오는 자동차의 타이어. 주차를 하고 내려서는 발에서
 틸업하면 다경이다.
 천천히 대문을 열고 불이 켜진 따뜻해 보이는 집쪽으로 걸어들어온다.
 정병도를 만나러 온 용건이 용건인지라, 얼굴이 밝지만은 않은 다경.
 쉽게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있다가.. 용기내서

다경  원장님! 저에요 고다경이에요.

 대답이 없다.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가는 다경.
 
씬/67 N, 정병도의 집 일각

 거실로 들어서는 다경. 정병도도 이명한도 보이지 않는다.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된 거실을 둘러보는 다경.

다경  원장님! 안 계세요?

 큰방쪽으로 가서 문을 열어보는데, 역시 큰방에도 보이지 않는다.
  어디가셨지? 다경, 둘러보다가 굳게 닫힌 지훈이 쓰던 작은 방문이 보인다.
 그쪽으로 다가가는 다경.

씬/68 N, 정병도의 집 외곽

 정병도의 집 밖에 도착하는 우진과 이한, 차에서 내리려는데..
 반대편 도로에서 거칠게 다가오는 지훈의 자동차.
 끼이익, 주차시키고 차에서 내리는 지훈.

우진  지훈 선배..

 그러나 우진이 보이지 않는 듯, 대문을 열고 정병도의 집으로 들어가는
 지훈, 우진과 이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그 뒤를 따른다.

씬/69 N, 정병도의 집 거실/ 작은방

 닫힌 작은 방문의 문을 천천히 여는 다경.
 불꺼진 어두운 방안의 풍경이 서서히 드러난다.
 
다경  원장님....

 문을 여는데, 순간 충격으로 눈빛이 굳어버린다.

씬/70 N, 정병도의 집 외곽

 집쪽으로 거의 다가선 지훈과 우진, 이한.
 그때, 집안에서 들려오는 ‘악!!’하는 다경의 비명소리.
 놀라서 뛰어들어가는 세 사람.

씬/71 N, 정병도의 집, 거실

 문을 열고 들어선 지훈, 작은 방 앞에서 충격으로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는 다경을 목격한다.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다경한테 달려가서

지훈  무슨일...

 하다가 다경의 시선이 머문곳을 보자, 얼어붙는다.
 놀라서 굳은 지훈의 시선에 방바닥에 넘어진 책상의자.
 그리고 목을 매단, 정병도의 발이 보인다.
 뒤따라 오다가 헉 놀라는 우진과 이한.
 지훈, 떨리는 눈빛으로 보다가 다급히 달려가서 정병도의 발을 잡아,
 몸을 내리려고 한다.

지훈  원장님!! 원장님! 안돼! 안돼!!! 

 다경도, 이한도 달려와서 정병도의 몸을 내리려고 애를 쓰고,
 우진 뒤쪽에서 전화기를 든다.

우진  119죠! 구급차 좀 보내줘요! 빨리요!!

 어떡하든, 정병도를 내리려고 애쓰는 지훈의 절박한 눈빛.

지훈  안돼! 돌아가시면 안돼요!! 
  원장님!!! 뭐해! 빨리 내려!!

 그 옆에서 의자를 세우고 어떡하든 정병도를 내리려고 애쓰는 이한과
 다경의 모습과 목소리. 다경과 이한의 시선에서 거칠게 흔들리는 화면.
 정병도의 몸을 붙잡고, 절박한 눈빛으로 눈물을 흘리는 지훈.

지훈  죽지 말아요!! 죽지 말아요!!! 원장님!!

 그런 지훈의 모습에서

        - 11부 끝


 

 

 

 

 

 

 

 

 

 

 

 

 

 

 

 

 

 

 

 

 

 

 

첨부파일 싸인_1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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