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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대본

[싸인] 1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6.29|조회수408 목록 댓글 0

싸인(SIGN)19부

씬#1. N, 국과수 복도
 
 놀라는 다경에게 다가오는 이호진. 다경, 조금식 주춤주춤 뒷걸음치며 뒤를 돌아보지만... 아무도 없다.
 점점 다가오는 이호진... 금새 다경의 앞에 선다.

다경/(두려움과 분함이 뒤섞인) 어떻게.. 여길..
호진/..고다경 선생님이랑 약속이 있다고 하니까, 들여보내 주던데..?
 (무서운 얼굴로 다경에게 한발짝 더 다가간다) 기억해..? 그때.. 취조실에서 니가 나한테 한 말...
다경/(뒤로 물러선다)...
호진/그때.. 그랬잖아. 인생이란건 다시 되돌릴수 없다구...
다경/...
호진/그게... 정답이야... 맞아. 니 말처럼 되돌릴수 없지..

 다경, 무표정하게 자신을 보면서 얘기를 잇는 호진에게 이상한 느낌이 드는 듯 가만히 본다.

호진/그거 알아..?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 얘기를 가장 많이 들어준 사람이 너야... 그래서 고마워...
 그 얘길 하러 왔어...

 다경을 바라보던 호진, 등을 돌린 뒤 천천히 걸어간다.

다경/(뭔가 불안하고 이상하다)잠깐만..
호진/(뒤를 돌아보며)더.. 얘기하고 싶지만.. 집에 가봐야 되. 엄마아빠가 기다리고 계시거든.

 호진, 다경을 보다가 뒤돌아 걸어간다.

다경/(가만히 보고 있다가) 착한 척 하지마.. 넌 그래도 나쁜놈이야..

 잠시 서서 뒤돌아보는 호진.

다경/넌.. 반드시 내손으로 잡아 넣을거야.

 호진, 잠시 보다가 피식 웃으면서 다시 돌아서서 걸어간다. 그런 호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다경.

씬#2. N, 국과수 또 다른 복도 일각

 다경, 호진과 헤어진 뒤, 찜찜하고,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드는 듯
 복도를 걷고 있는데, 저 앞에서 뛰어오는 지훈.

다경/선생님...
지훈/괜찮아? (다경의 표정을 보고) 혹시.. 무슨 일 있었던건 아니지...?
다경/(보며 의아한)네.. 아무일도 없었어요. 왜요?
지훈/(안도의 표정이 되는)..아..아냐.
다경/근데, 이시간에 여긴 웬일이세요?
지훈/(말문이 막힌다)그냥... 뭐.. 그냥... 지나다가..
다경/그냥이요?

 의아한 듯 보는 다경, 지훈, 말문이 막히는 듯 보다가

지훈/참, 나 갈게.. 약속이 있는 걸 깜박했네. 수고해.

 지훈, 다시 왔던 길로 걸어 나간다. 그런 지훈의 모습을 보던 다경.

다경/저.. 우재원 컴퓨터 파일, 복구됐다던데.. 약속 급한 거 아니시면, 같이 보고 가실래요?

 지훈, 돌아본다.

씬#3. N, 문서 영상과 밖 복도 - 직원과 마주서서 얘기를 듣고 있는 지훈과 다경.

직원/대부분이 잔혹한 동영상들하고 게임 파일들이였구요. 게임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 전의 초안들이였어요.
 그런데.. 완성본하고 초안 내용이 조금씩 틀리던데요.

 지훈, 다경 그 말에 문득 마음에 걸리는 듯,

지훈/그 게임시나리오 초안들 볼 수 있을까요?

 -시간경과되면.. 직원, 유에스비를 지훈에게 내민다.

직원/이거에요.

씬#4. N, 다경의 사무실

 프린터기에서 뽑아져 나오는 초안들.
 그 옆에 서서 프린트되는 초안들을 계속 검토해보고 있는 지훈과 다경.

지훈/이게 다야?
다경/예. (다경도 프린트된 종이를 들고 훑어보는) 조금씩 틀려요.
지훈/맞아. 살인의 상대들이 조금씩 틀려.

 다경, 프린트 되 다른 종이들을 살펴보다가 순간, 뭔가를 발견하고 눈빛 굳다가, 다른 프린트를 살펴본다.

다경/선생님... 상대들이 조금씩 틀리긴 해도.. 마지막 미션은 다, 독수리를 죽이는 거였는데.. 이 버전은 틀려요.
 (프린트 물 앞장을 넘겨서 버전 날짜를 확인한다) 이 버전은 5년전 거의 초고에요.

 지훈, 다경의 말에, 다경이 들고 있는 프린트를 확인하는데, 눈빛이 굳는다.
 ‘레벨 8 , Final Mission 즐거운 나의 집. 이제 이 도시에서 당신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을 당신의 군대로 포섭시켰으니까.. 하지만, 단 하나.. 가장 큰 적이 남아있다.
 차가운 세상에 당신을 홀로 내버려 둔 당신의 부모. 당신이 힘들 때 곁에 누가 있었는가?
 당신의 부모는 그저 무책임하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비난만 했을 뿐이다.
 자식은 자식이기 때문에 사랑받아 마땅하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그래서 죽어도 마땅하다.

지훈/(굳은)자식은..자식이기 때문에 사랑받아 마땅하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은 부모는... 그래서 죽어도 마땅하다.

 지훈과 다경, 서로를 본다.

다경/(파랗게 질린)이호진... 집으로 간다고 했어요.. 엄마, 아빠가 기다린다고..
지훈/!!!

 뛰어 나가는 두사람.

씬#5. N, 호진 부모의 집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이층 주택. 그 앞에 서서 무표정하게 주택을 바라보는 이호진의 모습.
 눈에는 살기가 가득해 보인다.

씬#6. N, 경찰서 취조실 -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우재원을 강하게 보고 있는 이한.

이한/누구야?
재원/...
이한/넌, 이호진이랑 처음부터 살인계획을 공모해왔어.
재원/...
이한/넌 알꺼 아냐! 이호진, 마지막 목표가 누구야?

 그때, 걸려오는 이한의 전화.

이한/네, 고다경 선생님... 이호진 부모의 집요?

씬#7. N, 국과수 건물 외곽

 빠른걸음으로 지훈의 차로 가는 지훈과 다경. 다경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심문실의 이한과 교차로 보여진다.

다경/게임 시나리오 초안에는 마지막 미션이 틀려요. 마지막 미션이 자신의 부모를 죽이는 거였어요.

 놀라는 이한.

씬#8. N, 호진의 부모집

 호화로운 거실을 비추면.. 각종 임명장과 상패들이 진열된 진열장과
 수준높은 그림들과 조각들이 즐비하다.
 정적이 흐르는 집 안, 정갈하게 차려진 식탁에 마주앉아 최소한의 소음만 내면서
 식사중인 호진의 부모. 집안에서도 한치의 흐트러짐없는 자세와 옷차림이다.
 호진,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는데..

호진부/(쳐다도 안 보고)내가 널 위해서 비싼 변호사 비용을 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널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집안에 먹칠을 할 수가 없어서야.
호진/(호진부의 뒷모습을 본다)
호진부/넌 우리집안의 수치다. 아주 오래전부터..
호진모/이제부터 부모 자식의 연을 끊자. 그게 너를 위해서도 좋구, 나와 느이 아버지, 그리고 네형의
 출세를 위해서도 좋아.

 호진부 일어나서, 거실로 가버리고, 호진모도 호진은 보이지 않는 듯, 식탁을 치우기 시작한다.
 가만히 그 사이에 서 있는 호진.

호진/...나.. 밥 안 먹었는데..

 그러나 말없이 식탁을 치우는 호진모. 호진부,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안방으로 사라지는 호진부의 뒷모습을 보는 호진의 눈빛, 붉게 충혈된다.

씬#9. N, 경찰서 앞마당

 출동하는 경찰들. 이한과 선배형사도 차에 탄다. 경광등을 올리고 사이렌을 울리며 출발하는 차들.

씬#10. N, 달리는 차안 - 초조한 얼굴로 운전을 하고 있는 지훈과 다경.

씬#11. N, 호진 부모의 집 - 호진모, 식탁을 치우고 있데.. 호진, 분노가 끓어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호진/...나도.. 노력했어요. 형들만큼 대단하게 자라진 못했지만, 나도 노력했다구요.
호진모/니가 정말 노력했다구 생각하니? 넌 노력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실패한거야.

 호진모,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은 듯, 식탁을 모두 치운 뒤
 호진앞을 스쳐지나다가 호진의 얼굴을 힐긋 보며

호진모/당분간은 집에 오지 마라. 경찰서나 들락거리다니.. 정말 실망이다.
호진/...(희미하게 웃는다)되게 오랜만이네.. 엄마, 내 눈 보면서 얘기하는거...
 옛날에 엄만 날 보면서.. 웃어줬었는데..
호진모/도대체 무슨 얘길 하는 거니..
호진/그때로.. 돌아가고 싶은데.. 그건.. 불가능한 거겠죠?

 호진모, 기가막히다는 듯 보면서 돌아서서 안방쪽으로 걸어간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호진. 붉게 충혈된 눈빛으로 보다가
 순간 저벅저벅 걸어가는 호진모의 등뒤로 다가가는 호진.
 마치 망치로 내려칠때의 기세와 비슷한데.. 빠르게 다가간 호진, 뒤에서 엄마를 세게 껴안는다.

호진/...잘못했어요...

 호진모, 차갑게 호진의 손을 떼어내며, 뒤로 돌아서서 호진을 보며

호진모/잘못했다는 말은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야.

 호진의 손을 떨쳐내면서 걸어들어가는 호진모. 슬픔에 가득 찬 호진.

씬#12. N, 호진의 집 앞

 불길한 정적에 휩싸여 있는 호진의 집 외곽
 도착하는 경찰차들. 뛰어내리는 이한과 선배형사. 초인종을 눌러댄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다. 문을 쾅쾅 두드리다가, 주변의 높은 담을 두리번 거린다.
 답답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문을 쾅쾅 두드리려는데,
 순간, 문이 열린다. 보면 잠에 들려다가 나온 듯, 의아한 얼굴로 보는 호진모다.

호진모/무슨 일이세요?
이한/(신분증 보이며)이호진씨 집이죠?
호진모/또 호진이가 사고를 친 건 가요?

 이한, 전혀 아무렇지 않은 호진모를 보고는

이한/괜찮으세요? 아무 일 없는 겁니까?
호진모/예.. 왜 그러시는 데요?
이한/이호진은.. 어딨죠?
호진모/집에 간다고 갔는데요.

씬#13. N, 달리는 차 안.

 이호진의 집을 향해서 주택가를 달리는 지훈과 다경.
 그런데, 순간 저 앞쪽에서 저 멀리 멍하니 지나가는 이호진을 발견하고 끼익 멈춰서는 자동차.
 다경, 먼저 내려서 이호진을 쫓아간다.

다경/이호진씨!

 지훈도 차를 세우고 그 뒤를 쫓아간다. 다경, 이호진을 쫓아가며

다경/이호진씨!

 주택가가 끝나는 곳, 차들이 다니는 거리에 도착한 호진, 다경의 부름에 뒤를 돌아본다.
 뒤에서 쫓아오던 다경, 지훈과 눈이 마주친다. 호진,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싱긋 웃는다.
 다경, 지훈, 불안감을 느끼고 그런 호진을 보는데.. 호진, 전혀 망설임없이 달려오는 트럭에 몸을 던진다.
 ‘빵빵!!!’ ‘끼이이익!!’ 클랙션소리와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섞이고..
 놀라서 그쪽으로 뛰어가는 다경. 지훈.
 트럭 앞, 피를 흘리며 아스팔트에 쓰러진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호진.
 지훈, 호진의 맥을 잡아보면서 전화로 119를 부른다. 그 반대편에서 말없이 죽어가는 호진을 보는 다경.
 죽어가는 호진.

호진/(가쁜 숨을 몰아쉬며)... 니 동생... 내가 그랬어... ...지금 와서... 돌이킬 순 없지...

 결국, 숨을 거두고 마는 호진. 그런 호진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는 지훈과 다경. 서서히 암전.

씬#14. D, 국과수 전경, 며칠 후, 아침.

씬#15. D, 국과수 정문 - 정문이 열리며 통과하는 각지에서 올라온 앰블런스들.

씬#16. D, 각기 다른 복도

 -시신이 실린 이동 침대를 몰고 오는 연구사들. (3,4팀 정도)
 -재영과 성진, 완태도 이동침대를 몰고 바삐 움직인다.

성진/근데, 오늘은 유별나게 아침부터 시체들이 몰려드는 것 같지 않아?
재영/난 잘모르겠는데, 평소에도 이정도 아닌가? 보통 하루에 10구 정도는 들어오잖아.
 근데, 형은 요즘 왜이렇게 힘이 없어?
완태/(맘고생을 한듯한 얼굴로) 아냐.. 힘이 없긴..

 그때, 뒤에서 '장재영 선생님'하는 소리. 돌아보면... 숙주다.

숙주/잠깐 저랑 얘기 좀 하시죠..
재영/(가기 싫은) 저...저요..?
숙주/네.
재영/지금..바쁜..
성진/괜찮아. 갔다 와. 우리 둘이 있는데 뭐..

 재영, 야속한 얼굴로 성진을 흘기고는 간다.

씬#17. D, 후미진 복도 일각 (꼭 복도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뻘쭘한 재영과 뭔가 심상치 않은 표정의 숙주.

재영/하실 말씀이 뭐..죠?
숙주/(한숨을 쉰다)...
재영/저.. 빨리 가봐야 되는데...
숙주/그동안 생각 많이 해봤어요.
재영/(불안하다) 뭘..요?
숙주/그때.. 우리 주인혁 선생방 앞에서 있었던 일..

 재영, 순간 미간이 구겨진다.

숙주/하나만 물어 볼께요.
재영/(죽겠는) 뭘요..
숙주/내 입술 뺏어간거 무슨 생각으로 한 거예요?
재영/(돌아버리겠다) 그거... 그게..
숙주/(그윽한 눈빛으로) 힘들면 말하지 않아도 돼요. 그 맘 다 알고 있으니까..
재영/(올것이 왔구나) 하아...
숙주/그 맘... 받아 들일께요. 이제 우리 정식으로 교제해요.

 하늘이 노래지는 재영.

씬#18. D, 일반 부검실

 부검대 위에 올려져 있는 각종 시신들. 그뒤로는 다른 시체들을 실은 이동 침대가 들어오고 있다.
 그 중 한 부검대에서 부검을 준비하고 있는 구성태. 구성태는 시신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성진/대학로 공사 현장에서 발굴된 백골 사쳅니다. 전에는 학교터였다고 하는데요.
 시신이 발견될때 별다른 수거품들은 없었다고 합니다.
구성태/얼핏봐선 20년정도는 된 것 같고... 골격의 형태로 봐선 10대후반에서 20대의 초반의 남자로 보여지는데..
 (갈비뼈를 유심히 보는) 좌측에 갈비뼈 손상이 보이네.
완태/그럼, 흉부부터 준비할까요?
구성태/(끄덕이고는) 참, 그리고 고다경 선생 이리로 좀 오라고 해.
성진/고다경 선생님 없어요. 오늘 월차내고 쉬는 날이거든요. 낼까지..

씬#19. D, 다희의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다희의 새끼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있는 다경,
 다 발라준 뒤, 호호 불어주는데 뒤쪽에서 들려오는 강식의 소리.

강식/(소리) 아까부터 뭘 그렇게 깨작대고 있어.

 다경,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돌아보면, 뒤쪽으로 다가오는 강식.
 다경, 다희의 새끼손가락을 바로 침상위로 올려놓는다.

강식/(보고는)으이그.. 색깔을 골라두.. 이쁜 걸루 좀 발라주지.
다경/이게 뭐... (하다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그래서.. 어떻대?
강식/뭐가 어때.. 안 좋대지.
다경/..그렇구나.. 안 좋구나.

 강식, 다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강식/(어둡지 않은 미소로)기운내라. 파이팅!

씬#20. D, 병원 외곽

 햇빛이 반짝이는 길을 함께 걸어나오는 강식과 다경. 다경, 가만히 걷다가 문득

다경/근데.. 아빤.. 인생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어?
강식/사는게 바빠 죽겠는데 뭔 시덥잖은 소리야?
다경/(피식 웃는다)그러게..

 웃으면서 걷던 다경, 하늘을 본다.

다경/아, 날씨 좋다. 아, 맞다. 아빠, 생일선물 뭐 받고 싶어?
강식/(보다 무안하지만 좋다)아, 이놈의 자식이 또 무안하게 시리, 됐어, 임마. 뭔 선물이야.
 그냥 회나 떠서 밥이나 한번 거하게 먹자. 다금바리 어떠냐? 이번에 좋은 거 하나 들어왔는데..
다경/에! 그래두
강식/아, 다경아, 니 상사선생님두 한번 모시고 와. 아빠가 솜씨한번 발휘해볼게.
다경/(갸웃)상사..선생...아! 윤지훈선생님?
강식/그래, 야, 너 훌륭한 법의관 만들어주겠다고, 고생고생하시는데,
 내가 한번 대접해 드리고 싶어서 그래. 알았지?

 강식, 걸어가고 다경, 불러야 되나..말아야 되나.. 하는 표정.

씬#21. D, 동부지검 전경

씬#22. D, 우진의 사무실 - 고급양복입은 40대남을 조사하고 있는 우진.
 
우진/혈중 알콜농도 0.14에다가 뺑소니 혐의까지 있네요.
40대남/뺑소니요? 말도 안되는 소리지 그건.
우진/뒤에 받힌 택시기사의 증언으로는 추돌사고가 일어난 다음에 차에서 내렸을때, 출발했다고 돼있는데요?
40대남/(언성을 높이는) 출발한게 아니라 그 옆에 댈려고 한거라니까!
우진/목소리 낮춰요. 여기가 어딘줄 알고 소리를 높여요?
40대남/뭐? 이것봐. 검사 아가씨... 검사된지 얼마나 됐어?
우진/뭐예요?
40대남/내가 어쩌다 재수없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가만히 있으니까 사람이 우습게 보이나 보지?
우진/(열이 확 받는)
40대남/내가 돈없고 빽없어서 여기온줄 알아? 지금이라도 전화 한통화할까!

 기가 막혀하는 우진을 보고는 일어나서 기고만장하는 40대남.

40대남/검사복 벗고 싶어? 사람을 보고 기어올라야지. 어디서 기어올라.
 기어오르길.. 나참, 재수가 없을라니까..별게 다...
우진/(부드럽게) 최문석 선생님..
40대남/그래,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 구만. 왜..?
우진/재수없다고 하셨는데, 맞습니다. 당신, 정말... 재수없어.
40대남/뭐?
우진/(나즈막히) 자리에 앉아!
40대남/뭐라구?
우진/(버럭하는) 자리에 앉으라구!

 40대남, 우진의 카리스마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우진/나 동부지검 또라이로 유명한 검사거든? 위에서 뭐라고 해도 당신 같은 졸부들 뒤져서 콩밥먹게 하는 건
 일도 아냐..
40대남/뭐...?
우진/(무서운 얼굴로) 셋 셀때동안 앉지 않으면 정말 후회하게 될거야. 하나...
40대남/지금 뭐하는..
우진/둘...

 어쩔줄 몰라하는 40대남. 우진이 셋...하려는데.. 슬그머니 앉는다.

씬#23. D, 벤치 일각 - 이한과 나란히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우진.

이한/그래도 명색이 강력계 검산데, 맨날 맡는 사건이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검사님이 뭐 운전 전문입니까?
우진/됐어요.
이한/뭐가 돼요. 이게 다 서윤형 사건 재수사했다구 보복하는 거 잖아요.
 우리 아빠두 완전 죽을 맛이던데.. 검찰이 완전히 강중혁사람으로
 득시글거리니.. 아직 선거도 안했는데 완전 지가 대통령이야.
우진/...
이한/뭐라구 위에 항의라도 해봐요. 시원하게 사표 쓰던가.
우진/그 사람들이 원하는 게 그거에요. 내가 사표내구 항복하는 거..
이한/(답답하고 안쓰럽다)
우진/..내가 답답한 건.. 내가 제대로 사건배당을 못 받는 게 아니에요.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그 살인자를 비호한 아버지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될 꺼란 게 답답한 거에요.

씬#24. D, 대검찰청 전경

씬#25. D, 최중섭의 사무실 - 최중섭과 마주 앉아있는 우진.

최중섭/그래... 여기도 마찬가지야. 내가 있는 감찰1과엔 사건이 한건도 배당되지 않고 있어.
우진/어떻게 해야되죠?
최중섭/... 참아야지. 참는 수밖에...
우진/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전.. 그만두겠습니다.
최중섭/그게 그 사람들이 원하는거야. 우리가 깨끗이 없어지는 것...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자는 거야?
 답답한 우진.

씬#26. D, 대검 회의실 - 회의중인 고위간부들 속에 최중섭의 모습이 보여진다.

간부1/이제 대통령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들 잘아시겠지만, 이번 선거는 유독 흑색선전과 정치공작들이 난무하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확실한 내사없이 우리 검찰이 함부로 움직였다간 모든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됩니다.
간부2/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기지만, (은연중에 최중섭을 보며)
 그런 무리한 수사 강행 때문에 전임 총장께서도 치욕을 당하신거 아닙니까?
 그것 때문에 우리 검찰의 위상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습니까?

 최중섭, 침울한 표정으로 말이 없다.

간부3/(노골적으로 최중섭을 보며) 총장께서 그렇게 되셨는데도 그걸 부추긴 사람이 버젓히 남아있다는게 참
 어이가 없어요. 책임을 지는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되는데 말입니다.
간부2/맞습니다. 이거 사실 짚고 넘어야 될 문제긴 하지요.
간부1/뭐.. 그 얘긴 그만하죠. 그 거취는 본인에게 맡겨 두기로 합시다. 현명하게 알아서 잘 판단 하겠죠.

 간부들, 최중섭을 본다. 최중섭, 침묵을 지키다가 천천히 일어난다.
 간부들, '드디어 사퇴를 하는구나'하는 생각으로 보면..

간부3/뭡니까.. 할 얘기가 있는것 같은데..
최중섭/(무겁게 입을 연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아침에 고기를 좀 많이 먹었더니 속이 좀 안좋아서요...

 일어나서 나가는 최중섭을 보는 간부들.. 벙찐 표정들이다.

씬#27. D,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최중섭. 수도꼭지를 틀고 세수를 한다. 젖은 얼굴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는 최중섭.

최중섭/대검찰청 감찰1과장 최중섭.. 지면 안돼.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살아남아야 돼..

씬#28. N, 스포츠 의류 매장

 의류 매장안을 둘러보고 있는 다경과 지훈. 다경, 남성복 코너에서 쟈켓을 고르고 있다.

다경/뭐가 좋을라나.. (하나 들면서)이게 좋을까요? 아빠, 맨날 새벽에 시장나가셔서, 따뜻한 게 좋은데..
 (들어보며)무겁지두 않은 것 같고..
지훈/어.. 괜찮은 것 같네..

 다경, 계속 강식 선물 고르는데, 지훈, 아무래도 무안하고.. 부담스러운 듯

지훈/근데, 난 그냥 선물만 사드릴게. 괜히 가족끼리 좋은 자리에..
다경/선생님이 같이 가시는게 선물이에요. 아빠가 선생님 오신다구 되게 좋아하셨는데..
지훈/..그래도
다경/생일날 누구 초대했는데.. 안 오면, 그거 되게 무안하고, 속상한 거 아시죠?

 지훈, 다경의 말에 더 이상 거절하기가 힘들다. 다경, 옷을 보다가

다경/(지훈에게)한번 입어 보실래요?
지훈/내가?
다경/아빠랑 비슷하실 꺼 같은데,

 -시간경과되면 어색한 얼굴로 옷을 갈아입은 지훈.

다경/음.. 좀 별로다..
지훈/별로야? 난 괜찮은 거 같은데..

 다경, 다른 옷 꺼내며

다경/이것두 한번 입어보시면 안돼요?

 -지훈, 계속 다른 옷들 갈아입어 보는 컷들 다경, 재밌는 듯 이것도 입혀보고 저것도 입혀보는..

씬#29. N, 의류 매장 앞.

 매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지훈. 다경, 가게 안, 카운터에서 쇼핑백을 들고 계산을 하고 있다.
 지훈, 뻘쭘하니 기다리고 있는데, 매장에서 나오는 다경.

다경/많이 기다리셨죠?

 지훈, 괜찮다는 듯 돌아서서 먼저 걸어가는데 ‘선생님!’ 하면서 쇼핑백을 하나 건넨다.
 뭐냐는 듯 보는 지훈.

다경/이건 선생님꺼요.
지훈/(놀라는)내꺼? 됐어.
다경/뭘 돼요. 오늘 모델하느라 고생하셨으니까, 하나 챙기셔야죠.
지훈/됐어.
다경/아, 진짜 왜 이렇게 고집이 쎄요.

 지훈의 손을 잡아서 쇼핑백을 억지로 집어주는 다경. 지훈의 손을 아무 생각없이 잡았는데,
 순간 손이 겹치면서 무안해지는 두 사람. 바로 떼버린다. 다른 곳으로 시선 돌린다.

다경/빨리 가죠. 아빠 기다리시겠다.

씬#30. N, 다경집 거실

 먹음직한 횟감이 차려진 상. 그앞에 뻘쭘한 지훈과 만면의 웃음을 띤 다경부와 다경이 앉아잇다.

지훈/축하드립니다.
다경부/아유, 뭐 이 나이에 쑥스럽게.. 암튼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애저녁부터 한번 모신다 모신다 했었는데, 오늘에야 선생님을 모시게 됐네요.
지훈/감사합니다. 근데, 굳이 번거롭게 그러실 필요는 없었는데..
다경부/아닙니다. 선생님이 누구십니까? 우리 다경이 스승이자 국과수에서 가장 유능하신 법의관이시잖습니까?
다경/아빠...
다경부/(자기 얘기에 빠져서) 제가 볼때는 장차 차차기 원장감이시지요.
다경/아빠...
다경부/두고 보세요. 선생님은 반드시! 반드시 국과수 원장님이 되실겁니다.

 지훈,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다경/저기.. 아빠..
다경부/응, 왜?
다경/윤지훈 선생님 국과수 그만두셨어..

 지훈, 헛기침하며 어색하게 웃고

다경부/(급뻘쭘해지는) 아...그... 그러셨..구나... 언제 그만두..셨나..그래..
 아이고 이거 죄송합니다. 저는 그러신 줄도 모르고.. 실례를..
지훈/아닙니다. 모르시는게 당연하시죠.
다경부/(어색한 분위기 전환으로) 자..자.. 이거 좀 드셔 보세요.
 오늘 새벽에 제주도에서 바로 올라온 자연산 다금바립니다.
지훈/아..예... 잘먹겠습니다.

 지훈이 한입 맛보기를 기다리는 다경부와 다경.
 지훈,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지만... 한젓가락을 집어 먹고는..

지훈/(어색하게 오버하는)정..말 맛있는데요?
다경부/크하하하, 그렇죠? 이거 안먹어 본 사람들은 모릅니다. (소주병을 들며) 자.. 소주도 한잔하시죠.
지훈/아닙니다. 술은... 좀..
다경부/아유, 선생님, 자고로 회에는 소주가 빠지면 안되죠. 한잔만 드세요. 자..자..

 지훈, 마지못해 한잔을 받는다.

다경부/(잔을 들며) 원샷!

 잔을 원샷하는 다경부와 따라서 마시는 지훈.

다경부/아유, 선생님.. 술도 시원시원하게 드시네요. 자.. 여기 한잔 받으시죠.
지훈/아닙니다.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다경부/(갑자기 정색하며) 선생님.. 다 선생님을 위해서 준비한건데.. 자꾸 이러시면 섭섭합니다.
 
 - 시간경과되면..
 거의다 비워진 회접시.. 술이 거나하게 취한 다경부. 그 옆에는 걱정스런 얼굴의 다경.

다경/아빠.. 그러게 적당히 기분만 내시지 이렇게 취하시면 어떡해요..(지훈쪽을 향해) 선생님은 괜찮으세요..?

 카메라, 그제서야 지훈을 비추면... 벌개진 얼굴에 초점이 흐릿해 보이는 지훈이다.

지훈/(꽤나 취한) 그럼... 그나저나 아버지께서 많이 취하신것 같은데..방으로 모셔다 드려.. 난 이만 갈게.
다경/괜찮으시겠어요?
지훈/응, 난 신경쓰지마.
다경/알았어요. 일단 아빨 안방에 눕혀 드리고 올께요.

씬#31. N, 다경부 방

 다경부를 부축해 온 다경. 요위에 낑낑거리며 다경부를 요위에 눕히고 양말을 벗긴다.
 후우... 땀을 닦고 다시 거실로 나가는 다경.

씬#32. N, 거실 - 나오던 다경. 앞을 보면... 지훈이 상앞에 대자로 뻗어있다.

씬#33. N, 다경방

 문이 열리면... 정신을 못차리는 지훈을 부축해서 들어오는 다경.
 낑낑거리며 안간힘을 쓰더니.. 결국, 지훈을 침대에 눕히는데 성공한다.
 후우... 땀을 닦고.. 누워있는 지훈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다경.
 그러다 가만히 잠들어있는 지훈의 얼굴을 본다.
 아이처럼 잠들어있는 지훈의 얼굴을 보는 다경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화면 서서히 암전.

씬#34. D, 동장소

 다음날 아침...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는 지훈.
 천천히 눈을 뜬다. 잠시 천정을 보다가 다시 눈을 감는듯하더니 눈을 번쩍
 뜨더니 벌떡 일어나는 지훈. 두리번거리다가 다경의 방임을 알고 어제일을 돌이켜본다.

 인서트... 다경부의 막무가내식 권유에 계속 술을 마시는 지훈.

 기억이 되돌아온듯.. 낭패인 얼굴이 되는 지훈.

씬#35. D, 거실
 
 문을 열고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지훈. 부엌에선 다경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지훈, 다경 몰래 살금살금 현관쪽으로 가는데... ‘선생님’하는 다경의 소리.
 흠칫 놀라지만, 태연한 얼굴로 자연스럽게 뒤돌아 다경을 보는 지훈.

지훈/응..
다경/잘 주무셨어요?
지훈/응.. 내가 어제 좀... 취했었나봐. (화제를 돌리는) 근데, 아직 출근 안했어?
다경/오늘 일요일이잖아요.
지훈/아.. 그렇구나.. 나 갈게.
다경/아침 준비 거의 다 됐어요. 식사하고 가세요.
지훈/괜찮은데...
다경/안돼요. 해장하셔야죠. 제방에 가서 쉬고 계세요. 다 되면 부를께요.
 아참, 그전에 저기 창고에서 대접 좀 꺼내주실래요?

 지훈, 보면... 거실 한켠에 있는 작은 창고문이 보인다.

다경/안에 보시면... 종이 상자안에 커다란 대접 있는데. 그거 좀 꺼내 주세요.
지훈/알았어.

 지훈, 창고문을 열면... 이것저것 많이 쌓여있다.
 그중 한켠에 있는 몇 개의 종이 상자들... 그 상자들 중 하나를 여는 지훈.
 끓는 찌개의 간을 보는 다경. 맛이 신통치 않은지 갸우뚱한다.

다경/(뒤로 고개를 돌리며) 아직 못찾았어요?

 하는데... 지훈을 본 다경이 얼음처럼 굳어버린다.
 다경 앞에 서있는 지훈의 손에 들려있는 CCTV 9번 테잎.

지훈/(믿기지 않는 얼굴로) 이게 왜 여기 있는거지.. 설명해 줄수 있겠어..?

씬#36. D, 국과수 외경

씬#37. D, 국과수 원장실 - 장변호사와 통화를 하고 있는 이명한.

이명한/네.. 이젠 정말 다 끝난것 같습니다.
장변호사/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원장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명한/과찬이십니다..
장변호사/헌데.. 이 얘기를 하시려고 전화를 주신건 아닐테고...무슨 일이라도...?
이명한/강중혁 후보님을 한번 뵙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장변호사/글쎄요. 뵙고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뭔지 알수 있을까요...
이명한/뭐.. 별건 아닙니다. 그냥 확인하고 싶어서요.
장변호사/확인이라시면...?
이명한/전에 저에게 약속하셨던 말씀 말입니다. 국과수의 독립문제...
장변호사/후보님을 믿지 못하시겠습니까...?
이명한/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장변호사/다만...?
이명한/공약집에 그 부분이 빠져 있는것 같길래.. 혹시나 해서요.. 물론 약속을 지키시겠지만..
장변호사/원장님..
이명한/네..
장변호사/강중혁 후보님은 며칠후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실 분입니다.
 때론 대의를 위해 개인과의 사사로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수 있습니다.
이명한/(굳어지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장변호사/어련히 잘알아서 해주실겁니다. 그런 일로 어른을 번거롭게 해드려서야 되겠습니까...?

 약속을 어길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지는 이명한.
 
씬#38. D, 다경의 집 거실 - 다경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지훈.

지훈/(믿기지 않는) 정문수 선생님이.. 그런 일을 했다니..
다경/죄송해요.. 그때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전문가들에게 테잎을 복원할수 없다는 얘길 듣고 다 소용없는
 일이라고 느껴졌었어요.
지훈/정문수 선생님 지금 어디계신지 알지?
다경/파주쪽의 요양원에 계신다고 들었어요. 근데, 그건 왜요?
지훈/서윤형 사건에 대한.. 모든 증인과 증거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한명의 증인이 더 남아있는 거야..
 게다가 정문수 선생님은 현장조작에 참여했더.
 사라진 CCTV 테잎 말고도 또 다른 증거에 대해서 알고 계실지 몰라.

씬#39. D, 요양원 전경 - 요양원으로 들어오는 지훈의 차. 지훈과 다경이 내린다.

씬#40. D, 요양원 데스크 - 안내 데스크로 걸어오는 지훈과 다경.

직원/뭘 도와드릴까요?
다경/여기 혹시... 정문수씨라고 계시죠..?
직원/정문수씨요...? 잠시만요. (컴퓨터로 검색을 하다가) 아.. 그분 말씀이구나.. 전에 경찰쪽에 계셨다는..
다경/네.. 맞아요.
직원/따라 오세요. 안내해 드릴께요.

씬#41. D, 복도 - 직원을 따라 정문수가 있는 병실로 가고 있는 지훈과 다경. 직원, 어느 방문 앞에 서더니..

직원/여기예요.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씬#42. D, 병실 안

 직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는 지훈과 다경.
 창가에 등을 돌린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정문수. 휠체어를 타고 있다.

직원/선생님.. 손님 오셨어요.

 천천히 뒤로 도는 정문수... 전과는 확연히 다른 병색이 완연한 얼굴이다.
 그런 모습에 왠지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다경.

정문수/(촛점없는 눈으로 허공을 보면서) 누가...?

 다경과 지훈. 뜻밖의 모습에 놀라면..

직원/합병증 때문에 시력을 잃으셨어요.
정문수/누가 오셨어요...?

 슬픔에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는 다경.

지훈/선생님 저..윤지훈입니다.
정문수/(반가운..하지만 지친) 윤지훈.. 선생님?
지훈/안녕하셨어요?
정문수/예,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지훈, ‘네’ 하며 다경에게 인사하라는 눈짓을 보내면...

다경/(눈물이 그렁그렁한)... 선배님.. 저도... 왔어요.
정문수/(표정이 바뀌는) ... 고다경.. 선생..?
다경/네...선배님... 다경이.. 왔습니다.

 다경, 정문수에게 가서 안긴다. 눈물을 흘리는 두사람. 그런 모습을 보는 지훈도 마음이 편치 않다.

 - 시간경과되면..
 정문수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두사람.
 (정문수는 오래살지 못할것 같은 느낌입니다. 기침과 힘없는 목소리)

정문수/고선생은 법의관이 됐다는 말을... 들었어. 그럼... 역시 멘토는 윤지훈 선생님이신가요?
지훈/아..뭐...(하는데)
다경/네, 윤지훈 선생님이 제 멘토세요.
정문수/(기침과 함께) 윤지훈 선생님... 정도면 최고의 스승이지...
지훈/과찬이십니다.
정문수/(다경에게) 근데...이 먼데까지.. 어쩐일로..?

 다경, 이 상황에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지훈/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문수/네..
지훈/선생님께선 CCTV 테잎을 불태우셨습니다.
정문수/!
지훈/강서연이 서윤형을 죽이기 위해 4번 분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있는 사라진 9번 CCTV테잎말입니다.
정문수/(충격을 받은)..
지훈/저는 선생님을 원망하러 온것도 괴롭히려고 온것도 아닙니다.
 다만..서윤형 사건을 해결할수 있는 또다른 증거들이 있지 않을까해서 온겁니다.

 후회와 죄책감으로 눈시울이 붉어지는 정문수. 그런 정문수를 보는 다경도 눈가가 젖어온다.

지훈/말씀해 주십시오. 그때 그 현장에서 다른 조작은 없었습니까? 하셨다면 그 조작된 증거는 어디에 있습니까...

 슬픔과 죄책감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정문수.

지훈/저는 선생님을 잘알고 있습니다. 유혹에 넘어가신 한번의 실수로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실지도 알수 있습니다.
 그 고통을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억울하게 죽어간 한 청년과
 그에 얽혀있던 수많은 죽음들의 진실을 밝히고 싶습니다.
 그것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니까요..
 
 눈물을 흘리는 정문수와 그런 정문수를 보며 가슴이 아픈 다경. 지훈의 눈가도 연민으로 젖어온다.

정문수/미안하지만... 그런건.. 없습니다...그리고... 돌아가주세요... 혼자 있고 싶네요..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는 정문수를 가슴 아픈 눈으로 바라보는 지훈과 다경.

지훈/혹시라도 생각나시면.. 연락주십시오...연락처는 데스크의 직원분께 드리고 가겠습니다.

 나가는 지훈...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 다경. 눈물을 흘리며 방을 나선다.

씬#43. D, 강중혁 대선캠프 전경

씬#44. D, 동 복도 - 보좌진들과 함께 캠프로 들어오는 강중혁.

비서관2/내일 오전 9시에 대구에서 영남 기업인들의 초청 조찬이 있구요.
 오찬 전 9시20분에 10분간 연설을 하셔야 합니다.
 이후, 바로 대전으로 이동하셔서 11시 과학벨트단지 기공식에 참석하셔야 됩니다.

 얘기를 들으면서 사무실로 들어가려는데.. 기다리고 있던 다른 비서관이 인사하며 다가온다.

비서관1/후보님. 지금 사무실에 국과수이명한 원장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강중혁/이명한 원장이?
비서관1/안계시니까 나중에 다시 연락하라고 말씀드렸지만, 꼭 드릴 말씀이 있으시다고..

 이명한의 얘기에 얼굴이 굳어지는 강중혁.

씬#45. D, 강중혁 집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강중혁.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이명한이 일어나 인사한다.

이명한/그간 안녕하셨습니까.
강중혁/우리 원장님께서 어쩐 일이십니까..

 자리에 앉는 강중혁.

이명한/많이 바쁘실텐데 결례를 무릎쓰고 이렇게 찾아 뵜습니다.
강중혁/아닙니다. 안그래도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했는데, 잘오셨습니다. 그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이명한/(조심스럽게) 전에 약속하셨던 것에대해서 확인을 해보고 싶어서요.
강중혁/약속..?
이명한/국과수의 독립문제 말입니다.
강중혁/아... 그문제 말이군요...
이명한/당연히 잊지 않고 계시겠지만, 제가 워낙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서요. 그래서 이렇게 무례를 무릎쓰고
 찾아뵜습니다.
강중혁/... 그야 원장님 말씀대로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자세한 사항은 대선이 끝나고 저희 참모들과 논의를 거쳐서 조율을 하겠습니다.
이명한/(확답을 주지 않는것이 답답한) 예, 물론 그러시겠죠.
 그럼 그렇게 되는 걸로 알고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
강중혁/말씀드린대로 추후에 논의가 될겁니다. 바쁘실텐데 이제 그만 가보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명한, 확답을 주지 않는 강중혁이 답답하다.
 
이명한/한마디만 해주시면 됩니다. 국과수 독립의 약속... 지켜주시는 겁니까..?
강중혁/(굳은 얼굴로 잠시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명한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로) 네... 믿고 가셔도 됩니다.
이명한/감사합니다.
강중혁/다만... 이것만 조금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국과수의 독립이라는 문제가 여러 부처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걸요. 때론 큰뜻을 위해 작은 생각이 희생할수도 있다는 염두해 두십시오.
이명한/그... 작은 생각이란 것이... 국과수의 독립입니까...
강중혁/한 국가를 통치할 지도자는 수많은 것들을 조율하고 통제해야 되지요.
 때론 작은 희생이 불가피하기도 합니다. 허허허.. 아무튼 적극적으로 검토할테니 걱정말고 돌아 가십시오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일어나는 강중혁. 뒤통수를 맞은듯 배신감에 부르르 떠는 이명한.

씬#46. D, 달리는 차안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여 있는 이명한. 그때, 장변호사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받는 이명한.

장변호사/기어이 강중혁 후보님을 만나서 가셨다구요?
이명한/약속에 대한 확인을 해야 했습니다.
장변호사/제가 분명히 경고했을텐데요. 가지 마시라구요.
 경솔한 행동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찾아가 부담을 그리다니..
이명한/나에겐 국과수 독립보다.. 더 중요한 건 없습니다.
 독립기관으로서 그 어떤 외부의 알력도 작용하지 않는, 과학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강한 국과수는 내 오랜 꿈입니다.
 나는! 그 약속에 대한 확답을 받고 싶었을 뿐입니다!
장변호사/만약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어떡하실겁니까..?
이명한/약속은... 지켜져야 합니다. 난 그것을 위해 수많은 것들을 버리고 져버렸습니다.
 법의학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고, 가지 말아야 할 길로 들어섰습니다.
 만약..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장변호사/(말을 끊는) 그렇다하더라도 할수 있는 건 없을겁니다.
 지금하신 말씀대로 원장님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너무나 많이 했으니까요.
 조작과 은폐... 죽음에 대한 방조.. 원장님은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넌 겁니다.
 시저가 루비콘강을 건널때처럼... 이만 끊겠습니다.

 일방적으로 끊기는 전화, 서서히 전화를 끊는 이명한. 차가운 분노로 가득하다.

씬#47. D, 요양원 일각

 휠체어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있는 정문수. 순간, 갑작스럽게 기침을 하다가 가슴에 심한 통증이 오는 듯,
 힘들어한다. 식은땀이 나면서 쓰러진다. 지나가던 직원, 그 모습에 놀라서 달려온다.

씬#48. D, 병실

 누워있는 정문수, 거의 죽음이 임박한 듯 보인다. 정문수와 연결된 심전도 그래프, 미약한 박동.
 어지럽게 연결된 채, 정문수에게 투여중인 링겔들. 주사제를 투입하는 간호사.
 그 옆에서 챠트를 보는 의사. 직원, 그 뒤에 서 있는데..

의사/(돌아서면서)아무래도 얼마 못 버틸 것 같습니다.

 의사와 간호사, 먼저 병실을 나선다.
 직원, 안쓰럽게 정문수를 내려다보면서 이불을 올려주려는데, 그런 직원의 손을 잡는 정문수.

정문수/부탁이... 있어요...

 침대 옆, 탁자 서랍을 가르키면서

정문수/윤지훈... 윤지훈선생을 불러주세요.

씬#49. D, 지훈의 오피스텔.

 서윤형 파일들을 살펴보고 있다. 서윤형 사건 초반의 현장조사서를 본다.
 현장조사서에는 정문수의 싸인이 있다. 생각에 잠기는..

씬#50. N, 요양원, 정문수의 병실

 정문수, 힘겹게 호흡을 유지하고 있는데..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문 열리면서 들어오는 직원.
 정문수의 옆에 와서 선다.

직원/윤지훈 선생님이 오셨어요.

 직원, 등뒤로 다가서는 누군가에게 침대 옆 자리를 비켜주고, 문을 열고 나간다.
 힘겹게 숨을 헐떡이는 정문수, 지훈을 찾는 듯 허공으로 손을 든다. 그런 손을 잡아주는 누군가의 손.

정문수/선생님...

 마지막 한줌의 호흡을 남기고 회한에 잠기는 듯 눈물이 고이는 정문수

정문수/서윤형 사건이 끝나고.. 한번도 편하게..잠을 이뤄본 적이 없어요...

 정문수의 손을 잡은 누군가의 손의 주인공,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정문수/집에.. 내 집에..불태운 9번 씨씨티브이 테잎... 복사본이 있습니다.
 그걸로.. 진실을... 밝혀주세요. 마지막.. 부탁입니다.

 정문수의 손을 잡고, 마지막 고백을 듣고 있는 사람, 손에서 서서히
 올라가면... 차갑게 정문수를 바라보고 있는 장변호사다.
 씨익 미소짓는데.. 마지막으로 할말을 다 한듯한 정문수, 손을 툭 놓치고 고개를 떨군다.
 삐---- 일직선을 그리는 심전도 그래프.

씬#51. N, 요양원 복도 - 어두운 복도에 마주 선 직원과 장변호사. 직원을 보며 미소짓는 장변호사.

장변호사/수고했어요.
직원/아뇨.. 저야 부탁하신 일을 한 것 뿐인데요.

씬#52. N, 지훈의 오피스텔 - 책상에서 생각에 잠겨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다경이다.

지훈/여보세요.
다경/(소리) (슬픔에 잠긴)...선생님.
지훈/왜 그래?
다경/(소리) ...정문수 선생님... 돌아가셨데요.

 지훈, 눈빛 가라앉는다. 천천히 전화를 끊는다. 또 다시 하나의 실마리가 사라졌다.

씬#53. D, 정문수의 집

 천천히 정문수의 집안으로 들어서는 지훈.
 외롭게 서 있는 정문수의 집을 바라보는데, 현관문이 반쯤 열려 있다.

씬#54. D, 정문수의 집 안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서는 지훈. 그러다가 놀라서 멈칫한다.
 쑥대밭이 되 있는 집안에 늙은 노파 한명이 집을 정리하고 있다.

노파/(지훈을 보며)또 뭘 찾으러 왔는데요?
지훈/...(무슨 소리지? 보는)뭘.. 찾으러 왔다뇨?
노파/아까 그놈들하곤 모르는 사람들이구만. (하다가 정리하며)사람이 죽은 것도 억울한데 말야..
지훈/무슨 소리세요?
노파/오늘아침에 정선생님 돌아가셨다는 얘기 듣고 놀라서 와봤는데 이 난리가 나 있잖아요.
 자식들이라곤 코빼기도 안 비치고, 나라도 유품 정리를 해줘야 겠다 싶어서 왔는데,
 산만한 사내놈들이 집안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놨네.

 지훈, 사내들이 왔다는 얘기에 얼굴이 굳는다.

지훈/좀 더 자세하게 얘기해 주세요. 누가 왜 뭘 찾으러 온 건데요?

 지훈을 보던 노파, 의아한 듯..

노파/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냥 뭐 그 뭐라 그러지? 그.. 시커먼, 그 요만한 테잎같은 거 갖구 가두만.

 지훈, 테잎이란 말에 놀란다.

씬#55. 거리일각

 거리를 달리는 장변호사의 자동차. 앞자리엔 사내들, 뒷자리엔 장변호사가 타고 있다.
 장변호사, 미소지으면서 내려다보면, 손에 들린 씨씨티브이 테잎, 복사본.
 
씬#56. 정문수의 집 밖

 천천히 걸어나오는 지훈, 망연자실한.. 답답한, 울분이 차올라오는..
 그리고 이렇게 흘러가게 놔둘 순 없는.. 결심이 보인다.

씬#57. 몽타쥬

 밤, 서울의 거리.
 -차도에 가득찬, 자동차.
 -거리를 바쁘게 걷는 시민들.
 시민들 옆으로 벽에 붙혀진 대선 포스터. 기호 1번, 강중혁의 환한미소.
 -생동감이 가득한 재래시장. 기호 1번이란 띠를 두르고, 시장아줌마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는 강중혁과 그 뒤를 따르는 자원봉사자들 그 위로 흐르는 앵커의 소리.

앵커/(소리) 드디어, 새로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탄생하는 대선이 모레로 다가왔습니다. 치열한 레이스를 거쳐온
 후보들은 길거리로 나서, 마지막까지 부동표를 흡수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선두에 선 강중혁후보는 재래시장의 상인들을 상대로 굳히기에 들어갔습니다.

 -달리는 차 안.
 밤, 차를 운전하는 서연의 모습 위로 흐르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앵커의 방송.

앵커/(소리) 강중혁 후보측은 강후보를 지지하는 고정층을 확신하며, 승리를 예감했습니다.

 운전하면서 씨익 미소짓는 서연.

 -지훈의 오피스텔
 침대에 앉아있는 지훈, 전면을 바라보고 있다.
 전면 벽에는 ‘우리는 오로지 과학적인 진실만을 추구한다’라는 액자가 걸려져 있다.
 액자의 글귀를 가만히 바라본다.

씬#58. N, 원장실

 이명한, 책상에 앉아있는데, 똑똑 들려오는 노크 소리. 지훈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이명한과 지훈.

지훈/...(보다가)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씬#59. N, 국과수 로비.

 로비쪽으로 천천히 내려오는 지훈. 천천히 시선을 돌려 정들었던 국과수를 둘러본다.
 과학의 요람. 이곳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을 생각하는 듯한 눈빛.

씬#60. N, 다경의 사무실

 퇴근하는 듯, 가방을 챙기는 다경. 똑똑 노크소리. ‘들어오세요’하면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지훈.

다경/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지훈/그냥.. 볼일이 좀 있어서.. ...퇴근 하는 길이야?
다경/예..
지훈/나도.. 나가는 길인데.. 같이 나갈까?
다경/예..뭐...

씬#61. N, 공원 일각 - 공원, 한가롭게 공원을 함께 걷는 지훈과 다경.

다경/근데.. 선생님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
지훈/아니..왜?
다경/일밖에 모르시던 분이, 갑자기 공원엔 웬일이에요?
지훈/나, 공원 자주 와.
다경/공원엘요? 선생님이?
지훈/공원도 자주오고.. 혼자 영화도 자주보고.. 가끔 기분 안 좋으면..혼자 산에도 가기고 하고...
다경/...왜 자꾸.. 혼자서 하세요?
지훈/(본다)
다경/같이 가면 더 좋을텐데...
지훈/(걷다가)그래.. 그럴텐데..

 천천히 걸어가는 지훈과 다경. 닿을 듯, 말듯한 두 사람의 손.
 천천히 손을 뻗어서 다경의 손을 잡는 지훈. 다경, 놀라서 멈춰선다. 지훈, 그런 다경을 본다.

지훈/메스잡고 부검할땐.. 몰랐는데.. 너 손 작다.
다경/...(자꾸 설레이고.. 이상한 느낌을 떨치려는 듯, 장난스럽게)선생님도.. 부검할땐 몰랐는데.. 되게 크시네요..

 다경의 손을 잡고 가만히 다경을 보는 지훈.

지훈/우리...

 천천히 지훈을 보는 다경. 서로 마주본다. 지훈, 마치 사귈까? 라는 얘기를 꺼낼 듯 보다가..
 천천히 다경의 손을 놓는다.

지훈/그만.. 가자. 아직은 날씨가 춥네.

 먼저 걸어가는 지훈. 다경, 그런 지훈에게서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듯 본다.

씬#62. N, 다경의 집 앞

 집앞으로 들어와서 멈춰서는 지훈의 자동차.
 다경, 조수석에서 내린다. 지훈도 운전석에서 내려서 다경을 본다.

지훈/들어가 봐.
다경/근데.. 선생님.. 오늘.. 정말.. 아무 일 없는 거죠?
지훈/들어가...
다경/(본다)
지훈/나중에..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다경, 왠지 불안한 마음에 가지고 있던 무적의 카드를 내민다.

지훈/이걸 왜?
다경/그냥요...
지훈/됐어.
다경/(장난끼있게) 어허.. 가져 가라니까요.

 피식 웃는 지훈과 같이 웃는 다경. 지훈 들어가라는 듯 손짓을 하면...
 다경, 마음에 걸리는 듯 지훈 보다가.. 눈인사 하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간다.
 다경이 들어간 문앞에 기대어 서는 지훈. 가만히 손안에 들린 무적의 카드를 본다.

씬#62-1D, 카페 일각 - 앉아있는 지훈, 40대의 중년여자와 마주앉아 있다.

지훈/..정문수 선생님의 따님이시죠? 전.. 예전에 아버님과 같이 일했던 국과수 법의관입니다.
중년여/...요양원에 아빠를 외롭게 죽게 내버려뒀다고 질책하러 오신 건가요?
지훈/...아드님 병수발하느라 힘드셨던 거 압니다.
중년여/(어떻게 알지? 보다가 눈시울이 젖는다)일년전 쯤에, 아빠가 수술비를 대주지 않았다면
 우리 아들은 죽었을 꺼에요.. 아빠한텐 언제나 고마운 마음 뿐이였는데..
지훈/..질책하러 온 건 아니에요. 아버님에 대해서 여쭤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중년여/(본다)
지훈/아버님을 찾아뵙진 못하셨지만, 꾸준히 연락을 해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중년여/맞아요..
지훈/혹시.. 돌아가시기 전에.. 이상한 말씀 없으셨나요?
중년여/그게 무슨 말씀이죠?
지훈/어떤 테잎에 대해서 말씀을 하신 적이 없나요?
중년여/(고개를 들고 지훈을 본다)테잎에.. 대해서 선생님도 알고 계셨군요.

 지훈, 중년여의 반응에 드디어 단서를 잡은 눈빛으로 중년여를 본다. 중년여도 가만히 지훈을 본다.

씬#63. D, 백화점 명품매장.

 명품매장을 둘러보면서 신발을 고르고 있는 서연. 깍듯하게 서연을 대하는 직원들.
 신발을 고르면, 신발을 신겨주는 직원. 일어나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하지만 별반 감흥은 없다. 그때 울리는 전화벨. 눈빛 반짝한다.

서연/여보세요.

씬#64. D, 지훈의 오피스텔 - 지훈, 전화를 하고 있다.

지훈/접니다. 윤지훈.

 이하, 백화점 명품 매장의 서연과 지훈이 교차로 보여진다.

지훈/할 얘기가 있습니다.
서연/(피식 웃는) 무슨 말요?
지훈/우리집 알죠? 지금 오세요.
서연/내가... 왜 만나야 되죠? 
지훈/후회하고 싶지 않다면 만나는 게 좋을겁니다.
서연/후회...?
지훈/감옥에서 평생 썩을만한 후회죠.

 툭 끊는 지훈, 서연, 재밌다는 듯 핸드폰을 본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수 없는 지훈의 표정.

씬#65. N, 다경의 집

 책상위에 앉아 법의학 서적들을 보며 다음날 부검준비를 하고 있는 다경.
 책장을 넘기다가 문득 자기의 손을 보는 다경..가만히 손을 보는 다경의 얼굴에서

 -인서트...(61씬의)
 닿을 듯, 말듯한 두 사람의 손. 천천히 손을 뻗어서 다경의 손을 잡는 지훈.
 다경, 놀라서 멈춰선다. 지훈, 그런 다경을 본다. 다경의 손을 잡고 가만히 다경을 보는 지훈.

 지훈 생각에 마음이 설레이는 다경. 그때, 울리는 문자수신음.
 다경 보면... 지훈의 문자다.
 [한시간쯤 있다가 우리집에 와서 내방 책상위에 있는 현장검안서를 구성태 선생님께 갖다드려..
 부탁할께]
 빙긋 미소 지으며 답문자를 보내는 다경.

씬#66. N, 지훈의 오피스텔

 다경의 답문자를 보는 지훈. [넵!!! 알겠습니다. 싸부!!! ㅋㅋㅋ] 피식 미소 짓는 지훈.
 그때, 딩동 하는 벨소리. 지훈, 현관문을 열면... 강서연이다.

강서연/생각보다 빨리 왔죠...?

 강서연, 지훈을 따라 안으로 들어선다.

지훈/(의자를 가리키며) 앉으시죠.

 서연, 의자에 앉고.. 지훈은 맞은편 침대위에 걸터 앉는다. 긴장감속에서 서로 시선이 부딪히는 두사람.

서연/생각해보니.. 선생님하고 저.. 닮은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지훈/...
서연/선생님은 포기를 모르시고, 저 역시 그렇거든요.
지훈/(미소짓는다)
서연/그래서.. 이번엔 또 뭐죠?
지훈/요양원에서 돌아가신 정문수 선생님, 알고 있겠죠? 서윤형이 죽었을 때, 현장에서 당신 뒤를 봐주는 사람한테
 매수되서 9번 씨씨티브이 테잎을 숨긴 분이니까요.
서연/(여유있다)무슨.. 소릴 하는 건지 전 모르겠네요.
지훈/정문수 선생님은 평생을 범죄와 함께 살아온 사람입니다. 돈으로 사람을 매수하는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적으로 돌아설지 아는 분이에요. 그래서 그분은 보험을 들어놨습니다. 복사본을 남겨놓은 거죠.

 서연,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여유 있다.

서연/그래서요? 그걸 갖고 계시다는 건가요?
지훈/물론... 복사본은 당신이 아는 사람들이 벌써 처분했겠죠. 내 눈앞에서 가져갔으니까..
서연/(미소짓는다)안됐네요.. 많이 아쉬웠겠어요.

 지훈, 여유있게 미소짓는 서연을 보다가.. 역시 미소짓는다.

지훈/...잘 나왔던데요.
서연/?
지훈/서윤형이 죽던 날 밤.. 4번 분장실에서 나오던 모습.. 잘 봤다구요.

 서연의 눈빛, 차갑게 굳는다.

지훈/...복사란.. 거 꽤 간편한 거에요. 기계에 넣고, 버튼하나만 누르면 되죠.
서연/...
지훈/복사본이 하나만 존재할 꺼라고 생각한 거에요?

 지훈을 바라보는 서연의 눈빛,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처음으로 떨린다. 할말을 잃고 지훈을 본다.

서연/...거짓말...
지훈/...자백하세요.
서연/...(분노가 솟구치는 눈빛)
지훈/대선을 코앞에 둔 당신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체포되기 싫다면.. 그렇게 해요.
서연/(부들부들 떨리는)싫다면요?
지훈/...당신이 거절한다면.. 난 지금 일어나서, 테잎을 가지고.. 방송국으로 갈껍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교활하고 악독한 딸을 뒀는지, 전국민이 알게 되겠죠.
서연/(분노와 어찌 할 수 없는 두려움) 니까짓게... 감히...

 서연을 여유있게 바라보면서 미소짓는 지훈. 자신감있는.. 그리고 강서연에 대한 감정이 섞여진 미소로

지훈/당신은...이제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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